[6·13이후 정국 어디로 1]민주당 요동…정치판 빅뱅 예고

  • 입력 2002년 6월 13일 23시 27분


올 12월 대통령선거의 ‘1차 예비전’에 해당하는 6·13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민주당 참패로 결말지어짐으로써 향후 정국은 한나라당의 대세 굳히기를 위한 노력과 민주당의 뒤집기를 위한 몸부림이 맞부딪쳐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정국지형을 선점하기 위해 세불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큰 데다 민주당도 ‘탈(脫)DJ’ 작업을 가속화하면서 ‘노무현 당’으로의 개편에 박차를 가할 것이 분명해 정국은 또 한차례 정계개편 논란의 회오리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민주당이 정국 요동의 진앙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2의 예비전’이 될 8·8 재보선까지의 50여일 동안 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이루어내지 못할 경우 대선 전망이 다시 어두워질 것이란 위기의식이 당 안팎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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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인 당 쇄신에 나설 것임을 여러 차례 예고했다. 실제 노 후보와 당지도부 측은 ‘홍(弘)3 게이트’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당내 소장 개혁파와 당권파를 중심으로 친정체제를 더욱 강화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아태재단의 국가 헌납과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의원직 사퇴,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 쇄신파들의 요구가 불거져 민주당은 또 한차례 ‘쇄신’의 회오리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노 후보가 넘어야할 난관 역시 간단치 않다. 우선 본인이 약속했던 ‘재신임론’부터 돌파해야 한다. 당내에서는 “노무현을 대체할 대안이 적절치 않다”는 이른바 ‘대안부재론’이 대세여서 당장 후보직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를 떠받쳐온 한화갑 대표-김원길(金元吉) 사무총장 라인의 신주류에 대한 구주류의 공세는 거셀 것으로 예상돼 그동안 수면아래서 내연(內燃)해온 당 내홍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노무현 당’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노 후보와 주류측이 그동안 묻어 두었던 정계개편 카드를 꺼내들거나 당명개정에 나설 경우에는 당 일각이 이탈하는 상황까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 당 안팎의 관측이다.

한나라당은 현재 무리한 외연확장에 나설 경우 불어닥칠 ‘역풍’을 의식해 무리한 세불리기에 나서지 않는다는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충청전역을 ‘텃밭’으로 관리해왔던 자민련이 선거결과 ‘독자생존’의 기반을 상실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대상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게 됨에 따라 한나라당으로서는 적극적인 자민련 흔들기에 나서고 싶은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압승으로 당 장악력이 커진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로서는 지방선거 승리를 재차 ‘대세론’으로 몰고가고 싶을 수밖에 없어 자민련 흔들기를 서두르고 싶은 유혹은 더더욱 큰 셈이다.

실제로 지방선거 이전부터 충청지역의 일부 자민련 의원들은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이란 전제 아래 이탈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당내 의원들의 동요는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 확보와 원구성에서의 주도권 장악을 목표로 자민련에 손을 뻗치고 나설 경우에는 최악의 경우 자민련 와해라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 같은 기존 정치권의 유동성이 ‘제3당’ 출연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인지도 향후 정국방향과 관련해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대선출마 여부를 ‘월드컵 이후’로 미뤄온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설 경우 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의원,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간의 3각 제휴가능성과 맞물려 대선 풍향에 심대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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