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씨 관리 출처불명 10억 홍업씨 대선잔여금 논란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33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이 97년 대통령선거 때 사용하고 남은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고교 동창인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과 자금 거래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8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검찰이 추적 중인 김성환씨의 자금 100억원 가운데 10억원은 김홍업씨의 돈으로 알고 있다”며 “10억원 가운데 97년 대선 잔여금이 일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이 문제삼은 출처 불명의 10억원은 김홍업씨가 김성환씨에게 빌려줬다가 돌려받은 돈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태재단 관계자는 그러나 “김 부이사장이 김성환씨에게서 받은 10억원은 빌린 돈이라는 말을 김 부이사장에게서 들었으며 대선 잔여금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청와대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확인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김성환씨의 차명계좌에 대한 자금 추적이 끝나지 않아 대선 잔여금이 김성환씨의 계좌에 섞여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

김 부이사장의 돈이 대선 잔여금으로 밝혀지면 비공식적인 대선자금 조성 여부를 둘러싸고 정치권에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97년 대선 후 “국고 보조금과 당비만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밝힌 바 있으며 국민회의는 261억원으로 97년 대선을 치렀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김 부이사장과 김성환씨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 말을 맞춘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검팀에서 수사했던 한 관계자는 “김 부이사장 돈의 출처가 대선 잔여금 등 과거 정치 자금이라면 법률적으로 문제삼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논리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97년 대선 자금이 김성환씨가 개설한 계좌에 오랫동안 섞여 있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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