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 공유 문제점]카드 현금서비스는 파악안돼

  • 입력 2002년 2월 6일 18시 35분


여러 은행을 전전하며 100만∼500만원씩 소액 가계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쓰고 있는 P씨는 가까운 신용금고를 찾아 대출을 신청했다가 창피를 당했다. ‘A은행 300만원, B은행 400만원 등 모두 2100만원 대출, 이 가운데 B은행 대출은 분기별로 나눠 상환하다 최근 1개월 연체 중. 적정 신용대출 한도 ○○만원’이라는 자신의 대출 관련 정보를 금고 직원이 보여줬기 때문. 직원은 P씨가 이제까지 물었던 금리보다 상당히 높은 금리를 제시, P씨를 당황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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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 대출정보 모든 금융기관 공유

이 같은 가상의 얘기가 올 하반기부터 금융기관 창구에서는 심심찮게 벌어질 전망이다. 전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신용정보협의회가 ‘정보집중(공유) 규정’을 바꿔 모든 대출금에 대해 대출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기 때문. 이제까지는 1000만원 이상의 대출금에 대해서만 해당돼 여러 금융기관을 옮겨다니며 ‘줄 대출’을 받아도 금융권이 파악할 수 없었다.

금융권의 이번 조치는 최근 소액 가계대출의 급증세가 개인파산 위험을 높이는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은행연합회 윤용기 상무는 “개인파산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하루빨리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려 했으나 중소 금융기관의 전산망이 미비해 7월에나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불붙은 소액 개인대출 시장이 진정될지는 미지수.

개인신용 불량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카드사의 현금서비스가 ‘대출’로 분류돼있지 않아 정보공유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현금서비스는 1∼48일의 초단기로 운용되기 때문에 ‘서비스’항목으로 분류된다.

카드업계의 현금서비스 규모는 지난해 2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에서 속속 카드사업을 강화하고 있고 금고업계도 소액대출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현금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전망.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금서비스의 증가는 예측 가능한 위험인데도 전체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접근하려는 시도가 부족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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