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통과 예산]민원 나눠먹기…SOC투자 증액

  • 입력 2001년 12월 21일 18시 26분


'협상 힘드네..' - 한나라당 국회예결위간사 김학송 의원(왼쪽)
'협상 힘드네..' - 한나라당 국회예결위간사 김학송 의원(왼쪽)
21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내년 예산안 처리는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여야간 논란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 자정을 13분 앞둔 밤 11시47분 정회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내년 예산안은 이날 밤 예결위 전체회의까지 무사히 통과됐으나 본회의에서 예산안에 앞서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법인세법 개정안을 놓고 찬반토론을 벌이던 중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의원이 “한나라당이 법인세율 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재벌을 감싸는 것”이라며 강한 톤으로 비난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퇴장했다.

그러자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은 “더 이상 의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정회를 선포, 예산안 처리가 기약없이 미뤄졌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10여일간의 여야 간 줄다리기 끝에 내년 예산을 6033억원(일반회계 기준) 순삭감하기로 합의했다. 순삭감 규모 6033억원은 지난해 삭감액 8054억원에 비해선 줄어들었지만 최근 10년간 연평균 순삭감 규모인 2800억원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지역구사업 나눠먹기 재연〓계수조정 과정에서 증액된 1조3959억원 중 53.1%에 해당하는 7410억원이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배정됐다. 이 중에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착공비(300억원), 인천국제공항 2단계 사업(200억원) 등 국가적 차원의 사업으로 볼 만한 것도 있었지만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사업 나눠먹기 사례가 많았다.

한나라당의 경우 부산신항 배후도로(100억원), 부산 광안대로(75억원), 울산∼포항 고속도로 설계비(20억원), 충북 종합스포츠센터(30억원)와 부산∼언양간 고속도로, 대구∼포항 고속도로, 삼락IC∼양산석산간 광역도로 등 의원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됐다.

민주당 역시 전남도청 이전사업(450억원), 전주신공항사업(173억원), 광주 김치종합센터(63억원) 등을 삭감 없이 지켜냈고 전북 익산∼장수, 고창∼장성간 고속도로와 전남 여수∼고흥간 연륙교, 전라선 복선전철화사업(20억원) 등을 증액하는데 성공했다.

여야는 또 충청권에 충남 천안∼온양 복선전철화(150억원), 천안∼조치원 전철화(100억원), 대전 예술의 전당(50억원) 등 상당액을 증액해 내년 대선에서 이 지역의 중요성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 때문에 예결위 회의에서 민주당 박상희(朴相熙) 의원은 “갈라먹기식으로 국회가 자기 지역구만 챙기니까 욕을 먹고 있다. 누더기 예산을 만들어 놓았다”고 비판했고,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란 명목 아래 지역별 끼워넣기 관행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임위 예비심사 상당부분 반영〓그나마 정부 원안을 삭감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업별로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졌다는 점은 국회의 예산심사가 개선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올해에는 사업별로 타당성 여부를 비교적 꼼꼼히 따졌고, 그 결과 무려 88개 항목에서 삭감이 이뤄졌다. 삭감조정항목은 지난해에는 29개, 99년에는 20개였다.

그 과정에서 상임위 예비심사결과가 상당부분 반영된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국가정보원 예산도 사상 최초로 80억원 삭감됐다. 남북협력기금은 5000억원 중 100억원이 삭감됐으나 이는 당초 한나라당의 1000억원 삭감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김정훈·윤종구·부형권기자>jnghn@donga.com

새해 예산안 주요 증감내용(단위:원)
삭 감증 액
-국채·금융구조조정 채권 이자 6943억
-지방교부금 1331억
-공무원 연금 부담금 950억
-SOC 민자유치·출 자·융자금 3600억
-농어촌 지원 1108억
-국방 1117억
-남북협력기금 100억
-국가정보원 예산 80 억
-정부시책 홍보 26억 3000만
-호남선전철화 250억
-SOC 투자 7410억(경부 고속철도 2단계 착공 300억, 광주 제2순환도 로 200억, 대구지하철 2 호선 200억, 광양항 100 억, 부산신항 배후철도 120억 등)
-논농업 직접지불제 지원 1251억
-광주무역종합전시장 300억
-청소년 실업대책 300억
-유치원·초등 교원 수당 인상분 175억
-초중등학교환경개선 132억
-테러장비 확충 210억
삭감 총액 1조9992억 증가 총액 1조3959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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