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年內재개 안팎]北에 떠밀려 금강산으로

  • 입력 2001년 11월 12일 00시 42분


남한의 비상경계태세에 대한 인식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던 6차 남북장관급회담은 남북이 11일 저녁 이산가족일정 등 일부 의제에 대한 의견 절충 작업에 들어감으로써 분위기가 반전됐다.

북측은 당초 남측의 비상경계조치가 이달 중 해제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던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일부 의제를 협의하는 등 태도 변화를 보였다. 북측의 태도변화가 감지된 것은 이날 오후 평양에서 긴급하게 내려온 훈령을 받은 이후였다.

그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측 대표단이 공동보도문 발표 여부와 상관없이 12일 서울로 귀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달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남측 대표단도 비상경계태세 조치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의사 표시도 할 수 없어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한이 그동안 이산가족 방문이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실시됐던 관례와 달리 이산가족 상봉 장소를 금강산으로 합의해 준 것은 비상경계태세 해제 요구가 관철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이산가족 방문단을 서울로 보낼 명분이 없다는 뜻을 부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금강산 지역이 이산가족 상봉장소로 적합한지 여부가 미지수라는 점. 이미 겨울로 접어드는 상태에서 대부분 고령자인 이산가족들을 금강산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교통편도 여의치 않은 데다 전력 및 난방사정이 열악한 금강산 지역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은 이산가족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소지를 안고 있다.

정부도 금강산에서 동시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순차적으로 방문단을 교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남측 대표단이 5차 장관급회담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도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의 결과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회담 시작 전부터 ‘남측 지역의 안전성’ 문제로 논란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입장만을 감안하는 정부의 회담접근 방식에 대한 재검토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회담결과와 무관치 않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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