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프랑스 귀더리' 최고의 서핑장소를 제공하는 조용한 휴양지

  • 입력 2001년 10월 26일 19시 28분


프랑스 남서부 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대서양을 접하고 있는 '비아리츠', '생 장 드 루즈' 등 유명한 해안 도시들을 만날 수 있다.

'귀더리(Guethary)'는 두 유명한 관광지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도시로 고풍스런 '바스크 문화'가 눈길을 끄는 곳이다.

이 곳에서는 노인들이 베레모를 쓰고 하이 알라이(jai alai) 코트 옆에서 담소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이 알라이'란 핸드볼 비슷한 바스크 전통 경기로 이 지방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허리에 고리버들로 만든 바스켓을 매단 채 벽을 향해 공을 던진 뒤 받아내야 한다.

바스크 지방에서는 마을 회관, 하이 알라이 경기용 건물, 교회가 마을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종종 전통 장터를 열고 춤추고 노래하는 자리를 만든다.

바스크 교회

사실 귀더리는 서퍼들 사이에는 잘 알려진 곳이다. 만약 당신이 모험을 즐기는 젊은 서퍼라면 결코 이 작은 마을을 지나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서퍼들이 '팔러멘티아(PARLEMENTIA)'라고 알려진 유명한 귀더리 파도를 타기 위해 몰려온다.

귀더리는 "해안에 있는 바스크 마을"이란 뜻이다. 1300명 남짓한 마을 주민들은 대서양을 향해 길게 뻗어나간 야트막한 산 여기저기에 집을 짓고 아주 조용하게 살고 있다. 여름 해가 흰 벽과 주황색 지붕을 가진 마을의 집을 달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야외로 나간다.

수 세기 동안 이 마을 사람들은 물고기와 고래를 잡고 한편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왔다. 19세기 들어 이웃 도시인 비아리츠로 연결되는 철도가 완성되면서 이 외진 마을에서도 관광산업이 발달하게 됐다. 특히 북적거리는 비아리츠를 피해 조용한 여름 휴가지를 찾으려는 파리 상류층 사람들이 귀더리로 발길을 옮겼다.

지금 귀더리에 남아있는 많은 건물들은 대부분 관광 붐이 일었을 때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크게 변했다. 상류층 사람들 대신 덥수룩한 머리에 햇빛에 시커멓게 탄 서퍼들이 여름마다 이 곳을 찾아오는 것이다.

귀더리의 파도는 유럽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명하다. 높이 3m가 넘는 이곳 파도는 바위투성이 해안에서 수 백미터 떨어진 곳에서 부서진다. 귀더리 파도를 타 봤다면 하와이와 호주 해안은 우습게 보일 것이다.

이 지역에서 서핑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1950년대부터다. 서퍼들은 이곳 바다를 향해 돌진해 열광적으로 패들링을 했다. 오늘날 귀더리에는 두 개의 훌륭한 서핑 스쿨과 바디보딩 스쿨이 있다. 이 스쿨 가운데 하나는 프랑스 챔피언인 '크리스토프 라인하르트'가 운영하고 있다.

서퍼들이 많이 찾기는 하지만 귀더리는 이웃에 위치한 '비아리츠'나 '생 장 드 루즈'에 비하면 한적한 편이다. 버스로 15분 거리에 있는 '비아리츠'와 '생 장 드 루즈'는 프랑스 영국 스페인 미국 등 '여름 햇살' 을 찾아 세계 곳곳에서 몰려 온 관광객들로 미어 터질 정도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조용한 곳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북적이는 리조트와 해변에 신물이 난 사람들은 귀더리로 찾아온다. 오래된 바스크 양식 건물, 커다란 하이 알라이 경기장, 해안으로 연결되는 조용한 거리. 이 모든 것이 '조용한 귀더리'의 상징이다.

이곳에서 하룻밤 묵으려면 예약이 필수다. 이 마을에 있는 호텔은 세 개인데, 가장 큰 호텔인 '브리케테니아(Briketenia)'에는 방이 25개 밖에 없다. 하지만 호텔 객실은 모두 바다를 접하고 있어 귀더리의 거센 파도를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다.

마을에는 12개의 식당이 있고 몇몇은 해안이나 해안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의 식당은 해산물을 재료로 쓰는 전통적인 바스크 요리를 취급한다.

바위가 많은 해안은 남쪽으로 1km 이상 펼쳐져 있다. '아로첸 코스타'로 불리는 이 해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조개 성게 새우 물고기가 살고 있다.

'아로첸 코스타'에 있는 작은 만(灣)은 안전하게 수영과 서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에서 저녁 해가 대서양으로 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나 아름다워 숨이 막힐 정도다.

귀더리는 서퍼가 아닌 사람들 특히 당일치기로 놀러온 사람들에게도 좋은 곳이다. 마을 크기는 작지만 산악자전거, 테니스, 수영, 하이 알라이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귀더리는 훌륭한 예술가도 많이 배출했다. 4월부터 10월까지 문을 여는 시립 박물관은 그 자체가 훌륭한 바스크 건축물이다. 박물관은 현대 미술작품과 바스크 전통 예술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귀더리는 다른 여행지로 가는 길목에 있어 이곳을 들른 사람들은 유럽에서 가장 활기찬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귀더리 남쪽은 피레네 산맥, 스페인 바스크 지역과 연결돼 있다.

[AP=박종우 동아닷컴 기자]he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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