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공격 예상 시나리오]은신지 동시다발 폭격

  • 입력 2001년 9월 23일 18시 44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일 의회 연설을 통해 테러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뒤 테러배후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테러 조직 알 카에다를 목표로 한 미국의 공격 준비에 가속도가 붙었다. 미국과 영국의 언론이 예상 공격 시기와 공격 시나리오를 앞다투어 보도하는 등 공격이 임박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공격 시나리오〓일단 빈 라덴이 은신해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목표에 대해 대대적 공습을 가한 뒤 범위를 확대, 국제적인 테러와의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23일 첫날 공격은 크루즈 미사일 발사와 공중 폭격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그 후엔 특수부대가 테러조직을 분쇄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의 찰스 월드 중장의 지휘 아래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와 칼빈슨호가 이끄는 2개 항모전단이 첫 공격을 주도한다.

이들 항모전단은 모두 900기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칼빈슨호에 탑재된 F14 F18기는 이란 상공을 거치지 않고도 아프가니스탄을 공습할 수 있다.

공격의 목표는 수도 카불 주변의 방공망을 포함한 아프가니스탄 내 12개 공항과 공군기지 및 5개 테러리스트 훈련 캠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프가니스탄이 보유하고 있는 미그21기와 수호이22 전투기 20대와 Mi24, Mi8 헬기 등이 파괴되면 미국과 영국의 특수부대들이 빈 라덴을 추적하는 작전에 돌입한다. 이들은 위성과 U2 정찰기, 파키스탄 및 러시아 정보기관 등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를 토대로 활동하게 된다.

이와 함께 탈레반 정권에 맞서고 있는 북부동맹군 1만5000명이 미국의 지원 하에 수도 카불 함락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격 시기 결정 요인〓LA타임스지 등은 아프가니스탄의 악천후가 가장 큰 장애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아프가니스탄 중북부 지역의 기온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다음달 말이면 겨울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은주가 영하 20∼40도로 내려가는 혹독한 추위와 폭설이 몰아치게 되면 군사작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테러리스트 훈련 캠프가 있는 남부지역에는 동절기에 폭우가 내려 특수부대원들의 헬기 작전에 큰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영국의 침공 및 79년 구 소련의 침공이 결국 실패한 것도 험준한 지형과 악천후 때문이었다.

11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이슬람 최대의 종교행사인 라마단(금식월) 기간을 피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은 이번 전쟁이 테러조직을 겨냥한 것일 뿐 이슬람에 대한 공격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라마단 기간에 군사 행동을 벌이게 되면 이스람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와 외교도 고려 사안이다. 새무얼 샌디 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의 공격이 지연되면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테러 사건 후 얼어붙은 소비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조기 공격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이 다음달 중순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21개국 지도자들의 지지를 확보한 뒤 공습을 감행하는 것이 나은지 여부도 따져볼 사안.

군사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고려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빈 라덴에 관한 확실한 정보가 포착됐을 때가 가장 결정적인 공격 시기라고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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