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뇌물리스트’ 나돌아 파문 확산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40분



《‘전투 부대’와 ‘장비’는 잘 갖췄는데 과연 얼마나 전과(戰果)를 올릴 수 있을까. 지앤지(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의 검찰 내 비호의혹 수사를 담당할 특별감찰본부가 가동되고 대검 중수부도 수사검사를 대폭 보강함에 따라 이제는 수사성과가 어떻게 나타날지가 최대의 관심거리다. 》

그러나 수사팀의 속사정은 기대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검의 한 간부는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정치권이나 여론의 기대에 맞추려면 당장 가시적인 수사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단계에 이르지 못해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이 간부는 “한번 터지면 봇물처럼 나올 수도 있는데 아직 물꼬가 안 트였다”고 말했다.

▽이씨 금융비리 및 정관계 로비 수사〓21일 오후 검찰 수뇌부는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 ‘이용호씨 뇌물 비망록 입수’ ‘검사장급 2명 금품수수’ 등의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기 때문이다. 검찰 간부들은 “우리도 모르는 비망록이 어떻게 나왔지?”라고 의아해 하며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는 것.

그러나 불만은 곧 걱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검찰총장 동생의 금품수수 파문 이후 철저한 수사를 다짐한 마당에 성과가 없으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 수뇌부의 걱정은 곧 수사팀에 전달됐다. 그러나 수사팀도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여운환(呂運桓)씨가 이것저것 재면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데다가 계좌나 자금추적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히 이씨의 해외 전환사채(CB) 펀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데 CB인수가 대부분 가차명으로 돼 있어 실제 주인을 판별해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씨의 돈거래가 그렇게 많았는데 최소한 2, 3건은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내 비호의혹 수사〓지난해 이씨를 불기소할 때 서울지검장이었던 임휘윤(任彙潤) 부산고검장 등 당시 지휘부, 수사 검사들이 특별감찰본부 수사의 1차 대상이다.

그러나 이들 외에 검사장급 이상 고위인사 2, 3명의 이름도 나돈다. 정치권에서도 “검사장 2명이 이용호와 돈 거래를 했다”는 얘기가 구체적으로 떠돈다.

검찰에서는 모두 부인했다. 한 간부는 “이제 갓 결혼한 신부에게 쌍둥이를 낳으라고 재촉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수사는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의 한 간부는 “적당히 끝내서는 그 화가 검찰에 미치기 때문에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불만을 터뜨리는 검사들도 있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대외적인 모양새 때문에 검찰 내부를 ‘마녀 사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특별감찰본부에 차출된 검사들은 한결같이 “정말 하기 싫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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