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운

김상운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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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학술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단행본 ‘국보를 캐는 사람들’(글항아리)을 냈고, 고고학 유튜브 채널 ‘발굴왕’을 제작했습니다. 동아시아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sukim@donga.com

취재분야

2025-04-02~2025-05-02
문학/출판28%
칼럼23%
역사13%
문화 일반10%
미술10%
인사일반7%
미국/북미3%
국제정세3%
대통령3%
  • [글로벌 이슈/김상운]‘시그널 게이트’로 드러난 美 외교 속살

    최근 군사기밀 유출 논란을 빚고 있는 ‘시그널 게이트’는 외교안보 관점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적지 않다. 미국 외교안보 분야의 파워엘리트들이 총망라된 메신저 단체 대화방의 대화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고 있는지 그 생생한 속살을 엿볼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대장을 자임한 J D 밴스 부통령의 속내와 ‘문고리 권력’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위상 등이 생생히 담겼다. 시그널 게이트를 세상에 알린 제프리 골드버그 디애틀랜틱 편집장이 공개한 대화방 전문을 분석했다.● 트럼프 지시에 토를 단 행동대장 부통령‘후티 PC(Principals Committee) 소그룹’이라는 제목 답게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대화방에 파문을 일으킨 건 밴스였다. 대화방이 개설된 바로 다음 날인 3월 14일 오전 8시 16분 그는 “우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후티 반군의 공격 대상인 홍해(수에즈 운하) 통과 선박들의 단 3%만 대미(對美) 무역과 관련돼 있고, 40%는 유럽 무역에 기여한다는 것. 더구나 “후티 공습은 심각한 수준의 유가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습을 한 달 정도 연기하고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는 게 합리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후티 공습은 유가 급등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남(유럽) 좋은 일을 하는 것이기에 재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앞선 후티 공습 지시에 사실상 어깃장을 놓은 것. 더구나 밴스는 “대통령이 이것(후티 공습)이 현재 유럽에 대한 그의 메시지와 얼마나 불일치하는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등 동맹 외교에서 철저한 거래 관계를 추구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공습 지시가 이 같은 외교 방침과 어긋난다고 지적한 것. 차기 대권주자를 꿈꾸는 밴스가 트럼프 대통령보다 강력한 ‘고립주의 외교’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지시에 사실상 반기를 든 셈이다. 26일 워싱턴포스트(WP)는 시그널 대화방에서 밴스의 메시지는 미국의 대외 개입 최소화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요구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그에게 정치적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논란 종결한 실세 스티븐 밀러 밴스의 문제 제기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은 ‘항행의 자유’와 ‘대외 메시지’를 들어 공습 필요성을 설득하고 나섰다. 헤그세스는 “후티 공습을 지연시키면 미국이 우유부단해 보일 수 있고, 이스라엘이 먼저 행동에 나설 경우 미국이 주도적으로 나설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제통상 질서의 전제가 되는 항행의 자유를 회복하는 건 미국의 핵심 국가이익임을 강조했다. 왈츠도 “결국 홍해 항로를 다시 여는 건 미국의 몫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국방부, 국무부와 협력해 공습 비용을 유럽으로부터 받아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헤그세스를 거들었다. 후티 공습을 둘러싼 부통령과 외교안보 참모들의 논란은 줄곧 침묵으로 일관하던 한 사람의 말을 끝으로 종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밀러다. 그는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대통령은 분명히 후티 공습을 ‘승인’했다. 만약 미국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항행의 자유’를 회복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유럽 등으로부터)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썼다. 이후 헤그세스의 “동의한다”는 답글 외에 누구도 추가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다음 날 후티 공습은 현실화됐다. 철저히 거래 중심의 외교 관점에서 동맹을 불신하는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의 이런 속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핵보유 발언과 맞물려 북핵 ‘스몰딜’ 과정에서 한국이 패싱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곧 본격화될 미국과의 통상 및 방위비 협상을 앞둔 당국자들이 시그널 게이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미 외교안보 라인의 인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김상운 국제부 차장 sukim@donga.com}

    •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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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운]트럼프도 시장을 이길 순 없다

    “나는 항상 옳다. 우리는 호황을 누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10일 미 나스닥지수가 4% 급락하는 등 뉴욕 증시가 극도의 패닉에 빠진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확언을 수긍하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10일 증시 폭락의 도화선이 된 트럼프의 ‘과도기(transition)’ 발언이 진실에 가까운 게 아니었을까. 그는 9일 친(親)트럼프 매체로 꼽히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고관세 정책엔) 과도기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미국의 부를 다시 창출하는 대단한 일이며, 여기엔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대통령이 고관세에 따른 경기 침체 부작용을 사실상 시인한 거라고 해석하며, 경기 하락에 풀베팅했다. 사실 경기 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미국 경제지표는 혼재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중 소비 부문에선 하락세가 확연하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0.2% 줄어 팬데믹 때인 2021년 2월(―0.6%)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생산 부문에서도 2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50.9) 대비 0.6포인트 하락해 제조 업황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관세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물가는 아직까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2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에 그쳐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고용 부문도 2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15만1000개 증가해 전달(12만5000개)보다 늘었다. 2월 실업률이 4.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높아졌지만, 비교적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결국 미국 내 소비와 생산이 위축된 반면, 물가와 고용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이 “30일마다 이런 ‘사이코 드라마’를 겪을 순 없다”고 토로할 정도다. 경제에서 불확실성은 소비자와 기업들에 불안 심리를 자극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투자 불안이 뱅크런을 일으키며 경기 침체를 촉발시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관련해 2월 미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해 2021년 8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건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장을 이긴 통치 권력은 없었다. 트럼프가 일종의 세금인 관세로 미국의 부(富)를 이루고자 한다면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1776년)에 쓴 다음의 구절을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가를 가장 낮은 야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부유로 이끄는 데 필요한 건 평화와 ‘낮은 세금’, 공정한 법 집행뿐이다. 이 자연스러운 과정을 방해하는 모든 정부는 폭압적일 수밖에 없다.”김상운 국제부 차장 sukim@donga.com}

    • 20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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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캐나다 보복에 재보복 “철강 관세 50%로 인상”

    1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부터 캐나다산 철강 관세를 다른 나라의 두 배인 5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산 유제품에 대한 캐나다의 관세를 거론하며 4월 2일부터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했다.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으로 들어오는 전기에 대해 캐나다 온타리오주(州)가 25%의 관세(할증 요금)를 부과한 것을 근거로, 나는 상무장관에게 캐나다로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추가로 25%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관세는 총 50%가 될 것”이라고 썼다. 12일은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가 예정돼 있는데, 캐나다산에 대해선 추가로 25% 관세를 더 붙여 50%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이는 10일 미국 고관세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미국 미네소타주 등에 공급하는 전기 요금을 25% 할증한 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나는 곧 위협 받는 지역의 전력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했다.이와 함께 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도 밝혔다. 그는 “캐나다는 다양한 미국산 유제품에 대해 250~390%의 반미 관세를 즉시 인하해야 한다”며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4월 2일에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캐나다의 51번째주 편입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캐나다는 국가안보를 위해 아무런 비용도 지불하지 않으며, 미국에 군사적 보호를 의존하고 있다”며 “캐나다가 우리의 51번째 주가 된다면 모든 관세와 그 외 문제들이 사라질 것이다. 캐나다 국민들의 세금은 크게 감소할 것이며, 모든 면에서 안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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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운]트럼프發 안보위기 맞아 여야 머리 맞대는 독일 정치

    “Was zusammengehört, wächst zusammen(한 뿌리에서 나온 것은 함께 성장한다).”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직후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사회민주당 소속)의 연설은 이듬해 헬무트 콜 당시 총리(기독민주당)의 독일 통일로 현실화 됐다. 독일 속담을 차용한 그의 연설 문구는 1차적으로 동서독의 재결합을 의미했지만 자신이 추진한 동방정책(ostpolitik)의 발전적 계승을 뜻한 것이기도 했다. 중도 보수 성향의 기민당과 중도 좌파 성향의 사민당은 외교 노선이나 경제 개발 방식, 세금 운영 등 여러 정책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라이벌 정당이다.그런데 콜 전 총리는 기민당의 전통적인 친미 외교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동독 및 동유럽 국가들과의 교류와 경제협력을 강조한 사민당의 동방정책을 계승했다. 동서독 분단 직후 기민당이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미국의 대소련 봉쇄정책에 적극 협력한 것에서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는 통독에 대한 미소 열강과 주변국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기여했다. 사민당의 동방정책을 기민당이 완성함으로써 독일 통일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중대한 국가안보 이슈를 놓고 여야가 합의를 이루는 독일의 정치문화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러시아와 밀착하자, 연정 협상에 들어간 기민당과 사민당이 방위비 확대를 협의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가 25일(현지 시간) 사민당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와 면담했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국방력 강화를 위해 특별방위비 편성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기민당이 줄기차게 반대해 온 국가부채 한도 규정 개정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민당은 숄츠 총리의 사민당 연립내각이 부채 한도 규정을 어겼다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위헌 결정을 받아냈었다.재정적자를 극도로 경계해 온 메르츠 대표와 기민당이 기존 원칙을 버리고 서둘러 방위비를 늘리려는 것은 당면한 안보 위협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에서 러시아와 밀착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유럽에 대한 안보공약을 약화시키고 있어서다. 이는 확고한 친미주의자였던 메르츠 대표가 입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는 총선 잠정 개표 결과가 발표된 23일 “미국이 이제 유럽의 운명에 무관심하다”며 “나의 최우선 과제는 가능한 한 빨리 유럽을 강하게 해, 단계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트럼프발(發) 안보 위기를 여야가 머리를 맞대며 숙의 중인 독일에 비해 한국은 어떤가. 대북 정책의 핵심 원칙과 맞닿아 있는 북한인권법은 여야 이견으로 발의된 지 11년 만인 2016년에야 국회를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아직까지도 법에 규정된 북한인권재단이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은 함께 성장한다’는 독일 속담처럼 우리 여야도 안보에서만큼은 합의를 이뤄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김상운 국제부 차장 sukim@donga.com}

    •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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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김정은과 ‘러 파병 중단’ 조건 스몰딜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계해 (‘스몰 딜’을 조건으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 및 무기 공급 중단을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사진)는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CSIS 주최로 열린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미국 동맹 및 파트너’ 세미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북한 비핵화’를 천명했지만 실질적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만 해소되면 러시아 파병과 무기 지원 중단을 조건으로 스몰 딜(핵군축과 대북 제재 해제 교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세미나에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과거(트럼프 1기 때)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에 이번엔 새로운 틀에서 접근할 것”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적으로는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언급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우선주의’ 전략을 북한에 적용해 핵무기 및 ICBM 위협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는 한국, 일본과 달리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 개발 중단 등을 조건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스몰 딜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 등에서 ‘북한 비핵화’를 공식화했지만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했고, “김 위원장과 다시 접촉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대북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국의 대미 외교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언급도 있었다. 차 석좌는 “다른 나라들의 대미 협상을 보는 한국은 마치 사탕가게 밖에서 유리창을 통해 지켜보는 어린아이와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미 대화와 관련해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재개 노력을 지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말한 사실도 거론했다. 트럼프 1기였던 2019년 당시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힌 것처럼 현재 민주당도 북-미 대화와 관련해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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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김상운]반세기 만에 재현된 韓日 ‘안보 협력’

    “미군 주둔은 극동 지역의 안정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다.” 1970년 7월 한일 정기 각료회의에서 양국은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던 양국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낸 외교적 사건이었다. 한일 공동성명에서 미군 주둔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도 처음이었다. 발단은 그해 6월 미국 닉슨 행정부의 ‘주한미군 제7보병사단 철수’ 발표였다.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 기여와 당시 박정희 정부의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닉슨 행정부는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밀어붙였다.그런데 이것은 단지 한국의 안보 불안에만 그치지 않았다. 주한미군 철수를 동아시아에서 미국 안보 공약의 후퇴로 인식한 일본도 위기 인식을 공유한 것.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일본 총리가 윌리엄 로저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주한미군 철수에 따른 동아시아 ‘안보 공백’ 우려를 전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에 대해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저서 ‘적대적 제휴’(문학과지성사)에서 한일에 안보를 제공하는 미국이 ‘고립주의’로 쏠릴 때, 한일 양국이 갖는 안보 불안이 과거사 갈등에도 불구하고 ‘협력’을 낳는다고 분석했다.역사는 반복되는가. 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북한 비핵화와 더불어 한미일 안보 협력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재확인받았다. 어떤 면에선, 우리 정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요청할 안보 공약을 일본이 앞장서 협상해 준 셈이다. 이런 구도는 55년 전 한미일 3국 관계와 닮은꼴이다. 미국의 안보 공약을 둘러싼 한일 간 협력뿐 아니라, 1970년 닉슨 행정부 때처럼 트럼프 행정부도 비용 절감을 위해 대외 군사 개입을 자제하는 신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도 비슷하다.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의 북한은 55년 전에는 갖지 못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일이 북한 비핵화를 추진함에도 최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 지칭했다. 핵 군축을 대가로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스몰 딜’ 가능성을 은연중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탄핵 사태로 정상외교가 막힌 비상 상황에서 이웃 나라 일본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트럼프 2기 출범을 맞아 안보 위협국인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국방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모리야마 히로시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달 13∼15일 방중해 6년 만에 중국공산당과 ‘중일 여당 교류협의회’를 열었다. 중국은 정부보다 공산당이 정책 주도권을 쥐고 있어 여당 간 교류의 의미가 작지 않다. 지난해 12월엔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상이 방중해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 완화 방침을 밝혔다. 일본은 이시바 총리의 방중과 더불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도 추진 중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제이크 설리번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고별 인터뷰에서 “동맹국들이 미국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으로 ‘중국으로 헤지(hedge·위험 회피)를 해야 한다’고 말하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유화책만 쓰는 건 아니다. 일본 방위성은 내년에 소형 자폭용 드론 310대를 도입할 방침을 굳혔다고 산케이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자폭용 드론을 일본 자위대가 보유하는 건 처음이다. 방위성은 드론을 이용해 규슈 남부에서 대만 인근까지 이어진 난세이 제도에서 대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고, 양안 전쟁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55년 전 일본 사토 정부가 1970년도 국방예산을 전후 최대인 17.7% 늘린 것과 겹친다. 예측 불허의 트럼프 2기를 맞아 중국, 북한의 안보 위협에 맞서 일본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체 국방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김상운 국제부 차장 sukim@donga.com}

    •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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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운]‘1호 친구’ 머스크와 ‘로보캅’ 디스토피아

    미국 할리우드 영화 ‘로보캅’(1987년)에서 디트로이트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건 OCP라는 거대 테크기업이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OCP는 경제부터 도시 개발, 군수, 치안까지 도시의 모든 영역을 장악한다. 급기야 각종 범죄 소탕을 명분으로 전직 경찰관의 신체에 기계를 결합한 로보캅을 만드는 데 이어 군용 로봇 ED-209를 개발한다. 하지만 시연 도중 ED-209가 오작동하면서 시민들을 무차별 살해한다. OCP는 수익 창출을 위한 무기 개발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 시민 안전엔 별 관심이 없다. 국가 영역을 넘보는 거대 테크기업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스페이스X CEO의 최근 행적을 보고 ‘로보캅’을 떠올리는 건 무리일까. 그는 최근 유럽 각국에서 ‘내정 간섭’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데 이어 미국 내에선 그를 두고 안보 위협론까지 불거졌다. 미국과 특수 관계를 맺고 있는 영국에선 머스크의 키어 스타머 총리에 대한 공격이 여야 간 논란으로 확산됐다. 머스크는 스타머 총리가 왕립검찰청장을 지낼 당시 아동 성착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스타머는 사임해야 한다. 국가적 수치”라고 X에 올렸다. 이에 스타머 총리는 “선을 넘은 주장으로 거짓말과 허위 정보”라고 반박했지만, 영국 보수당은 성착취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트럼프가 이 논쟁에 개입하진 않았지만 머스크와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은 심각한 리스크를 제기한다”고 보도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에서도 머스크는 논란의 핵이다. 다음 달 23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머스크가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 지지하고, 총리 후보인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라이브 토크쇼를 열기로 하는 등 선거에 개입하고 있어서다. 미국 내에선 그가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러셀 아너레이 예비역 육군 중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머스크가 트럼프의 재선에 거액을 기부했다고 해서 백악관이 국가안보 위험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썼다.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이 글로벌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가운데 머스크가 대만을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친중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라는 것. 머스크의 발언에 주요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건 그가 트럼프의 전폭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글로벌 테크업계와 미 정치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6일 방송 인터뷰에서 “SNS에 대한 막대한 접근권과 대규모 경제자원을 가진 사람이 다른 나라 내정에 직접 관여하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영향력과 더불어 그의 비즈니스 제국은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는 100여 개국 400만 명에게 공급되며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을 장악했다. 스페이스X는 민간용뿐 아니라 군사용 위성 서비스까지 구축했다. 거대 테크기업 OCP가 군림하는 영화 속 디스토피아가 부디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김상운 국제부 차장 sukim@donga.com}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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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폭설에 궁궐-조선왕릉 1025건 피해

    지난달 수도권 폭설로 궁궐과 조선왕릉에 1000건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올 11월 폭설로 궁궐과 조선왕릉에서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넘어지고, 주변 시설물에 피해를 준 사례는 총 1025건이었다. 이 중 조선왕릉에서 확인된 피해가 903건, 주요 궁궐 피해는 122건이다. 국가유산청은 “비를 머금어 일반 눈보다 약 3배나 무거운 습설이 내린 탓에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소나무 같은 상록수가 많은 궁궐과 왕릉의 나무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피해가 발생한 나무는 복구를 마친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폭설 후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 등 4대 궁과 조선왕릉 관람을 일시 중단하고, 제설 작업과 시설물 보수에 나섰다. 관람로를 정비하고 쓰러진 나무를 정리하기 위해 긴급 예산 4억200만 원을 투입했다. 복구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현재 4대 궁과 조선왕릉은 개방되고 있다. 다만 경기 고양 서오릉, 화성 융릉과 건릉, 서울 태릉과 강릉, 서울 헌릉과 인릉, 서울 정릉, 서울 의릉, 경기 여주 영릉과 영릉 등 왕릉 숲길 일부 구간은 관람이 제한된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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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폭설로 궁궐·조선왕릉 피해 1025건…현재 복구 완료

    지난달 수도권 지역 폭설로 궁궐과 조선왕릉에 1000건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4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올 11월 폭설로 궁궐과 조선왕릉에서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넘어지고, 주변 시설물에 피해를 준 사례는 총 1025건이었다. 이 중 조선왕릉에서 확인된 피해가 903건, 주요 궁궐 피해는 122건이다.국가유산청은 “비를 머금어 일반 눈보다 약 3배나 무거운 습설이 내린 탓에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소나무 같은 상록수들이 많은 궁궐과 왕릉의 나무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피해가 발생한 나무는 복구를 마친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폭설 후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 등 4대 궁과 조선왕릉 관람을 일시 중단하고, 제설 작업과 시설물 보수에 나섰다. 관람로를 정비하고 쓰러진 나무를 정리하기 위해 긴급 예산 4억200만원을 투입했다.복구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현재 4대 궁과 조선왕릉은 개방 중이다. 다만 고양 서오릉, 화성 융릉과 건릉, 서울 태릉과 강릉, 서울 헌릉과 인릉, 서울 정릉, 서울 의릉, 여주 영릉과 영릉 등 왕릉 숲길 일부 구간은 관람이 제한된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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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편견-차별 맞서 ‘문화 상대주의’ 꽃피운 그들

    1925년 8월 대학원을 마친 갓 스물셋의 미국인 여성이 태평양 사모아 제도 투투일라섬에 홀로 내렸다. 이후 그녀는 10년 넘게 사모아인들과 살면서 사춘기 소녀들을 집중 관찰했다. 함께 밥을 먹고, 고기를 잡으면서 이들과 주변 사람들을 연구했다. 그 결과 그가 내린 결론은 반항적인 사춘기 현상은 서구적 개념으로, 호르몬 등 생리학적 변화와는 무관하다는 것. 그보다는 서구보다 평균 수명이 짧은 사회에서 10대부터 성인의 삶을 요구하는 문화에 따른 영향이라고 봤다. 인종이나 성별보다 후천적 문화와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1901∼1978)의 이야기다. 이 책은 미국 국제정치학자가 20세기 전반까지 서구 사회를 지배한 과학적 인종주의와 사회 진화론에 맞서 문화 상대주의를 꽃피운 문화인류학자 다섯 명의 삶을 추적한 것이다. 참여관찰법 등 문화인류학의 연구 방법론이 정치학 등 여러 사회과학에 적용되고 있는 걸 감안하면 국제정치학자가 저자인 게 이상할 것은 없다. 책은 문화인류학을 창시한 프란츠 보아스(1858∼1942)를 중심으로 그에게 배운 여성 제자들을 조명한다. 이 중에는 ‘국화와 칼’을 쓴 루스 베네딕트, 성역할은 자연적인 게 아니라 문화적 창조물임을 밝힌 마거릿 미드, 북미 원주민 출신으로 동족의 문화를 연구한 엘라 캐러델로리아, 미국 남부와 아이티에서 현지 연구를 토대로 소설을 쓴 흑인 페미니스트 조라 닐 허스턴이 포함됐다. 여성, 유색 인종, 성소수자의 타이틀을 하나 이상 가진 이들은 미국 주류사회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피부색이나 성별과 무관하게 문화들 사이에는 우열이 없다는 문화 상대주의를 이들이 주장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스승인 보아스도 남성이었지만 독일에서 이주한 유대인 출신으로 이민자의 비애를 겪었다. 특히 보아스는 1930년대 1차대전 이후 자유의 방파제로 여겨진 미국조차 독일 나치와 다를 바 없는 인종주의 편견에 가득 차 있음을 고발했다. 당시 미국은 학교나 관공서, 극장 등 공공시설에서 인종분리 정책을 시행했는데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 저항한 보아스와 제자들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감시를 받거나 직장에서 쫓겨나는 불이익을 받았지만, 편견과 차별에 맞서 문화인류학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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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여옥 시인, 네번째 시집 ‘나는 언제나 나를 향해 서 있었다’ 펴내

    월간문학 편집국장 출신의 시인 김여옥이 네번째 시집 ‘나는 언제나 나를 향해 서 있었다’(들꽃)를 최근 펴냈다. 1963년 해남에서 태어난 김여옥은 1991년 월간 ‘문예사조’에 발표한 연작시 ‘제자리 되찾기’가 당선돼 등단했다. 시집 ‘제자리 되찾기’(1994), ‘너에게 사로잡히다’(2008), ‘잘못 든 길도 길이다’(2019) 등의 시집을 펴냈다. 1996년 마케도니아 제35차 스트루가 국제 시축제, 1998년 불가리아 문화성 초청 ‘한·불가리아 문학의 밤’에 한국 대표로 참여했다.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지나온 생에 대한 끈질긴 탐구와, 사회적 존재로서 현실의 문제를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승철 시인은 “이순의 삶터에서 길어 올린 시적 떨림이자 울림이기에 한 줄기 강렬한 빛으로 다가온다. ‘고통만이 우리를 승화시킨다’는 결론에 다다른 영혼의 진혼곡이자, 우리 사회의 혼돈을 외면치 않는 간곡한 선언”이라고 평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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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묘서 차담회 연 김여사…국가유산청 “사적 사용 맞다” 사과문 발표키로

    김건희 여사가 서울 종묘에서 차담회를 연 데 대해 국가유산청이 ‘사적 사용’에 해당한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이재필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장은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 여사의 종묘 차담회가 국가행사라고 생각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 질의에 “개인적인 이용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적 사용이 맞다”고 답했다. 앞서 김 여사는 종묘 휴관일인 9월 3일 종묘 망묘루에서 외국인 남녀 2명, 신부 1명, 스님 1명과 차담회를 가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종묘 내 시설을 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불거진 것. 이날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국가유산청 내규에 따른 절차를 준수해 사용허가를 했느냐’는 민주당 양문석 의원 질의에 “당시에는 당연히 국가적인 행사라고 판단해서 관행대로 했다. 추후 상황 판단을 해보니 판단이 미숙했던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이 궁능유적본부장과 협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연히 공식적인 행사로 판단해 사용을 허가해 주는 게 맞지 않겠냐고 제가 판단했다”고 했다. 최 청장은 이와 관련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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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학자들, 1960년대 中과 공동발굴때 고조선의 영역 내몽골까지 확대 의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강상(崗上) 무덤 발굴 ‘비파형동검’은 평양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도 거의 똑같은 것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북한에 있는 유물은 진품이고, 남한에 있는 건 복제품이라는 것. 이것은 1963∼65년 북한과 중국이 다롄 일대를 공동으로 발굴 조사한 끝에 찾아낸 고조선의 핵심 유물이다. 다만, 당시 중국 측은 북한의 ‘고조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청동기’ 유물이라고만 명명했다. 고조선의 강역을 둘러싼 북한과 중국의 고대사 논란이 이때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이다.중국 고고학자 안즈민(安志敏·1924∼2005)의 일기를 최근 번역 출간한 강인욱 경희대 교수(북방 고고학)는 18일 기자와 만나 “1960년대 북중 고고 발굴단(조중 고고 발굴대)은 구성부터 운영까지 다분히 정치적 색채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 중소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북한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어야 했던 중국이 북한의 공동 발굴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당시 북한 역사학계에선 고조선 중심지를 중국 대릉하 일대로 보는 ‘요동(遼東) 중심설’이 주류였다. 이에 따라 고조선의 수도 왕검성(王儉城)이 평양이 아닌 요동에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 현지 발굴조사가 필요했다. 안즈민은 북중 발굴단에서 중국 측 고조선 연구팀을 이끈 고고학자. 그는 자신의 일기에 리지린(1915∼?) 등 북한 학자들과 겪은 갈등을 비롯해 공동 조사 과정에서 겪은 일화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안즈민 일기’(주류성)에 따르면 북한 학자들은 중국 요동지역의 하이청현 일대를 고조선 수도인 왕검성으로 지목하고 관련 증거를 찾기 위해 곳곳을 답사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이들이 찾아다닌 성터들 대부분이 명나라 때 조성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역사 갈등은 ‘스파이 논란’으로까지 비화됐다. 북한 학자 리지린이 1959∼1961년 베이징대에서 고조선에 대한 박사논문을 쓸 때 지도교수였던 고힐강(顧頡剛)이 간첩 활동을 도와준 혐의로 취조를 받기도 했다. 양국의 역사 갈등 이면에는 북중 발굴단이 한창 활동하던 1964년 체결된 ‘북중 국경 조약’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북중 접경지대인 만주지역은 고대부터 한민족의 활동 무대였던 데다 조선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당시 북한 학자들은 내몽골까지 고조선의 강역으로 확대해 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며 “북한이 고조선 강역을 바탕으로 만주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것을 중국이 우려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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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학자들, 내몽골까지 고조선 강역으로 간주해  中과 역사갈등”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강상(崗上) 무덤 발굴 ‘비파형동검’은 평양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도 거의 똑같은 것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북한에 있는 유물은 진품이고, 남한에 있는 건 복제품이라는 것. 이것은 1963~65년 북한과 중국이 다롄 일대를 공동으로 발굴 조사한 끝에 찾아낸 고조선의 핵심 유물이다. 다만, 당시 중국 측은 북한의 ‘고조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청동기’ 유물이라고만 명명했다. 고조선의 강역을 둘러싼 북한과 중국의 고대사 논란이 이때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이다. 중국 고고학자 안즈민(安志敏·1924∼2005)의 일기를 최근 번역 출간한 강인욱 경희대 교수(북방 고고학)는 18일 기자와 만나 “1960년대 북중 고고 발굴단(조중 고고 발굴대)은 구성부터 운영까지 다분히 정치적 색채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 중소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북한을 자국 편으로 끌어 들어야 했던 중국이 북한의 공동발굴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당시 북한 역사학계에선 고조선 중심지를 중국 대릉하 일대로 보는 ‘요동(遼東) 중심설’이 주류였다. 이에 따라 고조선의 수도 왕검성(王儉城)이 평양이 아닌 요동에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 현지 발굴조사가 필요했다. 안즈민은 북중 발굴단에서 중국 측 고조선 연구팀을 이끈 고고학자. 그는 자신의 일기에 리지린(1915∼?) 등 북한 학자들과 겪은 갈등을 비롯해 공동 조사과정에서 겪은 일화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안즈민 일기’(주류성)에 따르면 북한 학자들은 중국 요동지역의 하이청현 일대를 고조선 수도인 왕검성으로 지목하고 관련 증거를 찾기 위해 곳곳을 답사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이들이 찾아다닌 성터들 대부분이 명나라 때 조성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역사 갈등은 ‘스파이 논란’으로까지 비화됐다. 북한 학자 리지린이 1959~1961년 베이징대에서 고조선에 대한 박사논문을 쓸 때 지도교수였던 고힐강(顧頡剛)이 간첩활동을 도와준 혐의로 취조를 받기도 했다. 양국의 역사 갈등 이면에는 북중 발굴단이 한창 활동하던 1964년 체결된 ‘북중 국경 조약’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북중 접경지대인 만주지역은 고대부터 한민족의 활동무대였던데다 조선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당시 북한 학자들은 내몽골까지 고조선의 강역으로 확대해 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며 “북한이 고조선 강역을 바탕으로 만주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것을 중국이 우려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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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제인 에어, 마리 퀴리… 삶 개척한 여성들

    ‘나는 그와의 싸움을 중지하고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지난날 다른 남성에 의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마음의 자유를 잃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에 의해 마음의 자유를 잃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나 이제나 나는 바보였다. 그때 굴복했더라면 그것은 신조의 과오였으리라. 그리고 이제 굴복한다면 판단의 과오가 될 것이었다.’ 샬럿 브론테의 로맨스 고전 ‘제인 에어’(1847년)에서 주인공 제인 에어가 성직자 존 세인트 리버스의 청혼을 접하고 번민하는 구절이다. 그녀는 결국 리버스의 청혼을 거절하고, 자신이 떠나온 자산가 에드워드 로체스터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주목할 건 로체스터가 시각 장애인이 되는 등 철저히 무너지고 나서야 제인 에어가 그를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로체스터가 제인 에어에게 순응하는 순간, 그녀의 사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여성 차별이 극심했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발표된 파격적 서사에 유종호 문학평론가는 “여성주의 혁명 소설”이라고 평했다. 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저자는 신간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여성 27명의 삶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살핀다. 제인 에어 같은 소설 속 주인공부터 마리 퀴리 등 과학자까지 다양한 여성들을 망라했다. 특히 소설가 브론테가 그린 제인 에어는 기구한 여성이라기보다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여성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로체스터의 전 부인인 메이슨은 단순한 사랑의 장애물이 아닌, 제국주의와 남성주의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시각도 제시한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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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언어 연결된다는 믿음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를 기울여서 듣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설가 한강(54)은 11일(현지 시간) 국내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글 쓰는 일의 ‘희망’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언어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 꼭 사회적인 일을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앞서 수상 강연에서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견해를 밝혔었다. 자신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진입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이 소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만큼 더 조심스러웠다. 이 책이 광주를 이해하는 데 어떤 진입로 같은 것이 돼 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떤 작품을 먼저 읽으면 좋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웨덴의 어린이 테마파크인 ‘유니바켄’의 평생 무료 이용권을 받은 사실도 소개했다. 유니바켄은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과 캐릭터를 다룬 박물관 겸 테마파크. 그는 “딱 세 시간 정도 자유 시간이 있었는데,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그곳을 추천받아 갔다. 그 얘기를 유니바켄 측에서 들었는지 내게 평생 무료 이용권으로 주었다.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인 선물이었다“고 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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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미국에 한미동맹이 필요한 까닭

    1979년 12월 12일 쿠데타가 일어난 밤, 노재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미 8군 벙커로 피신해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있었다. 이날 반란군 진압에 나선 장태완 수도방위사령관이 상부에 요청한 수도기계화사단과 26보병사단은 위컴의 작전통제권 아래 있는 병력이었다. 위컴은 “아직 어둡기 때문에 진압군과 반란군 간 오인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노 장관에게 부대 이동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했다. 결정적인 순간, 미국이 반란군 진압을 만류한 이유에 대해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12일 밤과 13일 새벽 북한을 자극할 한국군 간의 충돌과, 민간 정부가 전복돼 한국의 정치적 자유가 무산되는 것 두 가지를 방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그러나 둘 중에서도 전자를 특별히 경계했다”고 자신의 회고록에 썼다. 민주정 붕괴보다 남한 군부의 내전을 틈탄 북한군의 남침 방지에 주력한 미국의 방침이 한국 현대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 책은 육군사관학교 교수 출신으로 국제정치와 핵전략을 연구한 저자가 한미동맹의 변천사를 미국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한미동맹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이해해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합리적인 한미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부자인 한국을 미국이 왜 지켜줘야 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한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가치를 끊임없이 재평가하며 주한미군 감축을 저울질해 왔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닉슨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결정 등에 맞서 박정희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 등으로 대응한 게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한미관계는 탈냉전 이후 더욱 공고해졌다. 한미동맹에서 한국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며 위험을 분담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입장에서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저자는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한미동맹이 필요하고, 한국은 영토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한미동맹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트럼프 2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썼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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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운]신앙과 배교 사이… 다산의 진심은

    1795년 7월, 천주교를 신봉했다는 이유로 금정찰방에 좌천된 다산 정약용이 황급히 충남 보령 땅을 찾았다. 천주교 배교를 증명하려면 천주교 지도자 이존창을 잡아오라는 정조의 명에 따른 것. 성거산에 숨어들어 수년간 충청도 관찰사조차 검거하지 못한 이존창은 달랑 포졸 한 명만 데리고 간 다산에게 손쉽게 붙잡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고전학자인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신간 ‘다산의 일기장’(김영사)에서 이 미스터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천주에 대한 신앙과 왕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평생 번민한 다산이 신앙에서 완전히 떠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 정 교수는 “많은 신도들의 도움을 받은 이존창이 별 저항 없이 붙잡힌 것은 이미 다산과 천주교 측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당 사건이 다산과 이존창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음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문헌 자료도 남아 있다. 왕의 언행을 날마다 기술한 일성록(日省錄)의 1797년 2월 23일자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이존창은 재작년 금정찰방(다산)의 염찰(廉察·몰래 탐문하는 것)에 걸려 감영 감옥에 갇혔다. 그가 바친 공초(供招·죄인의 범죄사실 진술)를 보니 전날에 뉘우쳐 깨달은 것과 상반된다. 그렇다면 지난날 공초를 바친 것은 속마음에서 나온 게 아니다. 이존창이 풀려난 뒤에도 옛 습관(천주교 신앙)을 고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다산의 이 같은 행적은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한 영화 ‘사일런스’(2016년)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일본 도쿠가와 막부의 가톨릭 탄압이 극심했던 17세기 전반 포르투갈 예수회 선교사들의 고뇌를 그렸다. 극에서 막부 정부는 로드리게스 신부에게 배교를 강요하며 일본인 신자들을 잔인하게 고문, 살해한다. 결국 로드리게스는 신자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배교를 선택하고, 이후 막부의 감시를 받으며 40여 년간 일본에서 살다 숨을 거둔다. 그런데 마지막 신에서 영화 ‘식스센스’급의 반전이 펼쳐진다(스포일러 주의). 막부 감시하에 불교식 장례에 따라 화장되는 관 속에 작은 십자가를 쥐고 있는 로드리게스의 손이 클로즈업된 것. 막부의 탄압에 어쩔 수 없이 배교를 했지만, 평생 그의 내면에 신앙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어쩌면 다산도 겉으로는 배교를 선언했지만, 로드리게스처럼 남몰래 천주교 신앙을 지킨 게 아닐까. 사실 다산이 정통 주자 성리학의 궤도에서 벗어나 조선 후기 르네상스를 이끈 실학(實學)을 집대성할 수 있었던 것은 천주교를 비롯해 서양 학문과 과학기술을 통칭한 서학(西學)의 영향이 컸다. 그런데도 다산의 배교 이후 천주교 신앙이 그의 삶 전체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주목한 연구는 드물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국학계는 다산이 천주교에 미쳤지만 자기 손으로 털고 나왔으니 더 연관시키면 불순하다고 하고, 천주교계에서는 다산이 배교자이니 관심 없어 한다”고 설명했다. 훌륭한 예술작품의 캐릭터에는 선과 악의 양면이 공존하듯, 역사적 인물을 영웅 혹은 배신자의 이분법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세상을 일도양단의 흑백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걸 우린 3일 밤 경험하지 않았는가. 김상운 문화부 차장 sukim@donga.com}

    •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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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엔 ‘겸재 정선’展… 8월엔 ‘루이스 부르주아’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과 거미 조각으로 유명한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전시가 내년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5일 삼성문화재단이 밝힌 2025년 리움·호암미술관 전시계획에 따르면 내년 재단 창립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고미술 및 현대미술 전시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호암미술관에서는 4월 ‘겸재 정선’전이 열린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함께 여는 전시로, 국보 ‘금강전도’ 등 진경산수화는 물론이고 산수화, 인물화, 화조영모화(꽃과 새, 동물을 그린 그림) 등 대표작 120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8월에는 미국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 개인전이 열린다. 국내에서 25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호암미술관 인근 호숫가에 있는 거대한 거미 조각 ‘엄마’, ‘밀실 XI(초상)’을 비롯해 리움미술관 소장품과 한국에서 처음 소개하는 초기 회화 등을 볼 수 있는 기회다. 리움미술관은 내년 첫 전시로 2월에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피에르 위그 개인전을 연다. 생태학부터 기술과학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현대사회를 다루는 작가다. 프리즈 아트페어 기간인 9월에는 한국 작가 이불의 개인전이 열린다. 홍콩 엠플러스(M+)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전시로, 리움 전시 이후 2026년 3월 M+에서도 전시가 이어진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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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호암미술관, 4월엔 ‘겸재 정선’ 8월엔 ‘루이스 부르주아’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과 거미 조각으로 유명한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전시가 내년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5일 삼성문화재단이 밝힌 내년 리움·호암미술관 전시계획에 따르면 내년 재단 창립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고미술 및 현대미술 전시들을 선보인다. 호암미술관에서는 4월 ‘겸재 정선’ 전이 열린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함께 여는 전시로, 국보 ‘금강전도’ 등 진경산수화는 물론 산수화, 인물화, 화조영모화(꽃과 새, 동물을 그린 그림) 등 대표작 120여 점을 선보인다. 8월에는 미국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 개인전이 열린다. 국내에서 25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호암미술관 인근 호숫가에 있는 거대한 거미 조각 ‘엄마’, ‘밀실 XI(초상)’을 비롯해 리움미술관 소장품과 한국에서 처음 소개하는 초기 회화 등을 전시한다. 리움미술관은 내년 첫 전시로 2월에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피에르 위그 개인전을 연다. 생태학부터 기술과학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현대사회를 다루는 작가다. 프리즈 아트페어 기간인 9월에는 한국 작가 이불의 개인전이 열린다. 홍콩 엠플러스(M+)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전시로, 리움 전시 이후 2026년 3월 M+에서도 전시가 이어진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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