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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살 돈 없어서 뚱뚱한가 보다.”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 군(16)은 지난달 학교 친구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 몸무게가 급격히 늘었다는 이 군은 “비싼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맞는 친구들은 종종 이렇게 플렉스(과시)를 한다”고 말했다.최근 위고비와 마운자로로 대표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 비만 치료제 열풍이 불면서 외모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까지 처방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한 달 치 처방에 최소 20만 원 넘게 드는 탓에 처방 여부가 경제력을 가늠하는 잣대처럼 여겨지면서, 비만 치료제 접근성 차이가 건강 불평등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성년자 처방 5개월 새 2.5배로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는 국내 출시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22만8867건, 마운자로는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150만1161건 처방 점검이 이뤄졌다. 두 약제를 합하면 총 273만28건이다.특히 미성년층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5월 만 18세 이하 위고비·마운자로 처방 점검 건수는 1만4273건으로, 직전 5개월(지난해 8∼12월) 5611건의 약 2.5배로 늘었다. 전체 나이대의 증가 폭(2.1배)보다 컸다. 이 수치는 의약품 중복 처방을 방지하기 위한 DUR로 확인된 처방만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비급여 의약품인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특성상 실제 처방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위고비 등은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거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고지혈증 등을 동반한 환자에게 권장되는 주사형 비만 치료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에 따르면 위고비는 만 12세 이상, 마운자로는 만 18세 이상에게 각각 처방할 수 있지만 이를 어겨도 의사나 환자가 처벌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허가 용도 외 처방인 ‘오프라벨’이 잦다. 비만이나 합병증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처방 허가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도 약을 내주는 것이다.실제로 이날 이른바 ‘비만 치료제 성지’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을 찾아가 보니 점심시간인데도 좁은 대기실은 진료를 기다리는 약 40명으로 가득했다. 대부분 20대 전후였고 외형상 정상 체중으로 보이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서울 성동구에서 왔다는 김모 씨(30)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마운자로를 처방받으러 왔다”며 “별도 검사 없이 20초 만에 진료가 끝났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온 강모 씨(28)도 “병원에선 몸무게, 이전 처방 여부, 희망 용량만 구두로 묻고 위고비를 처방해 줬다”고 했다. 근처 약국에는 상품 광고를 하듯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용량별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4주 치 가격은 20만∼50만 원 수준이었다.● “난 돈 없어서” ‘마운자린고비’ 자조도젊은 층에서는 비만 자체를 ‘경제력 부족’의 낙인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생겨난다. ‘이제 비만이라는 건 월 몇십만 원도 마음대로 못 쓴다는 의미 아니냐’는 시각이다. 비만 치료제를 맞지 못한 이들이 자조적으로 일컫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버틴다는 뜻의 ‘위자린고비’(위고비+자린고비), ‘마운자린고비’(마운자로+자린고비)가 대표적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돈 없어서 위자린고비하는 사람 모임”이라며 대화방을 만들거나 “거지라서 마운자린고비 중”이라고 한탄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외모 지상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결합하면서 SNS를 중심으로 잘못된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경제적 여건에 따라 비만 치료 접근성이 달라지면 건강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며 “합병증이 있는 환자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체구가 작은 여성들을 상습 폭행했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지목된 남성이 가족의 자진 신고로 18일 경찰에 입건됐다. 16일 SNS에는 “4호선 불암산역 방면 열차에서 한 남성이 체구가 작은 여성만 골라 상습적으로 폭행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직접 목격한 것만 다섯 번”이라며 가해 남성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을 공개하며 추가 피해 사례 제보를 요청했다. 이 글을 본 다른 누리꾼이 추가 목격담과 피해 사례를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 도봉경찰서는 15일 이 남성에 대한 폭행 피해 신고를 접수한 뒤 사건이 벌어진 역 관할서인 중부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했다.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한 20대 후반 남성의 가족은 SNS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진을 보고 17일 “내 가족인 것 같다”라며 거주지 근처 경찰서에 자진 신고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던 중부경찰서는 이 남성의 신원을 특정하고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중부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사건 경위와 추가 피해 여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체구가 작은 여성들을 상습 폭행했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지목된 남성이 가족의 자진 신고로 18일 경찰에 입건됐다.16일 SNS에는 “4호선 불암산역 방면 열차에서 한 남성이 체구가 작은 여성만 골라 상습적으로 폭행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직접 목격한 것만 다섯 번”이라며 가해 남성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을 공개하며 추가 피해 사례 제보를 요청했다. 이 글을 본 다른 누리꾼이 추가 목격담과 피해 사례를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 도봉경찰서는 15일 이 남성에 대한 폭행 피해 신고를 접수한 뒤 사건이 벌어진 역 관할서인 중부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했다.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한 20대 후반 남성의 가족은 SNS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진을 보고 17일 “내 가족인 것 같다”라며 거주지 근처 경찰서에 자진 신고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던 중부경찰서는 이 남성의 신원을 특정하고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중부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사건 경위와 추가 피해 여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며 지난달 취업자 수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을 맞아 수출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제조업 취업자 수는 7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들며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1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취업자 수는 2912만 명으로 1년 전보다 4만 명 줄었다.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가 얼어붙고 연말 정부 일자리 사업이 종료된 영향을 받던 때다.올해 2, 3월까지만 해도 취업자 수는 20만 명대 증가 폭을 보였지만, 4월 7만4000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고용률(63.3%)은 전년 대비 0.5%포인트 떨어지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고용률 하락 폭도 2021년 2월(―1.4%포인트)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일자리가 감소한 건 고용 시장 전반에 중동 전쟁의 영향이 미치기 시작하면서다. 경기 변화는 시차를 두고 고용에 반영된다. 국내 고용 핵심 축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14만 명 줄어 2019년 2월(―15만1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23개월 연속 줄었는데 지난달에는 감소 폭이 4월(―5만5000명)의 2배 이상으로 커졌다.수출액은 매달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수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은 수익성은 높지만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다. 빈현준 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제조업 취업자 가운데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로 크지 않다”며 “식료품, 자동차 등의 취업자 감소 폭도 확대됐다”고 말했다.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4만3000명 줄면서 2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 갔다. 중동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누적되며 4월(―8000명)에 비해 취업자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중동 전쟁으로 고용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제조·건설·농어업 등 업종별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며 “모든 부처가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총력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고용 효과 큰 車-석화 침체 길어져… 제조업 일자리 14만개 증발[겉은 반도체 호황, 속은 취업난]취업유발 반도체 1.86-제조업 4.85명… 韓경제구조 ‘쏠림 현상’ 갈수록 심화청년취업 25만명 뚝, 코로나後 최악경력직 우선 엎친데 ‘AI 도입’ 덮쳐… “산업-기업간 재분배 논의 필요시점”경기도 4년제 대학 경영학과 졸업을 앞둔 김모 씨(26)는 두 달 전 한 중소기업의 총무 직무 신입 채용에 지원했다 깜짝 놀랐다. 단 1명을 뽑는 채용 절차에 약 2000명의 지원자가 몰린 탓이다. 연봉은 약 4000만 원. 별도의 복리 후생이나 상여금과 같은 조건이 없는 직무인데도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김 씨는 “서류 접수 가능 대상은 따로 없었지만, 동종 경력자 및 자격자를 우대하겠다는 조건이 붙은 공고였다”며 “사회 경험이 없는 대학 졸업 예정자에게 지금 취업 시장은 너무 가혹하다”고 토로했다.‘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의 직격탄을 맞은 건 김 씨 같은 청년층이다. 지난달 20대 취업자는 전년 대비 25만 명 넘게 줄며 5년 4개월 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상대적으로 고용 창출 여력이 적은 반도체의 ‘나 홀로 호황’과 인공지능(AI)의 일자리 대체로 청년층의 고용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전쟁이 본격적으로 고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고용 회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적시에 육성해 반도체 쏠림으로 인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고용, 코로나19 이후 최악1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5만1000명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1월(―25만5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20대 고용률(59.4%)도 전년 대비 2.3%포인트 하락하며 2021년 1월(―4.2%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대를 포함한 청년층(15∼29세) 고용률(43.8%)은 2024년 5월부터 25개월째 줄고 있다.중동 전쟁이 3개월 넘게 이어지자 유가 상승, 원자재 수급 불안 등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가장 먼저 청년 고용을 줄인 영향이다. 한국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 씨(25)는 이날 교내 구인 게시판을 보며 “개인 형편으로 취업이 급한 상황인데 인턴이나 경력직 모집 공고가 대부분”이라며 아쉬워했다.빈현준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다른 연령대와 달리 청년층은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세대”라며 “중동 전쟁 같은 외부 요인으로 기업이 채용을 미룰 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김태웅 재정경제부 인력정책과장은 “청년층은 산업·인구구조 변화, 기업의 경력·수시 채용 현상, 중동 전쟁 등 경기적 요인이 더해져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회복 시기와 속도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반도체에 집중된 성장, 재분배 필요”중동 전쟁이라는 외부 요인도 있지만 경제 구조의 변화로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분기(1∼3월)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0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하는 등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데도 고용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반도체는 수출 호황의 핵심 동력이지만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 2022년 기준 반도체 취업유발계수는 생산 10억 원당 1.86명으로, 제조업 평균(4.85명)에 크게 못 미친다. 반면 자동차(5.41명)와 고무(6.22명), 플라스틱(5.44명) 등 제조업 중에서도 비교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업종은 생산과 고용이 줄고 있다.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7㎞가량 떨어진 곳에서 용역 사무실을 운영하는 최미숙 씨(44)는 “일을 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소개할 일거리가 없다”며 “이런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석유화학 경기 침체가 길어지자 식당, 광고·인쇄 업체 등 상권도 함께 쪼그라들고 있다.여기에 AI 도입 등으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줄면서 청년층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동국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권모 씨(27)는 “웹페이지를 생성하거나 점검하는 일자리는 AI가 다 차지했다”며 “신규 채용 규모가 줄면서 전체적으로 취업 스펙 기준이 훌쩍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실제로 지난달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8만9000명 줄었다. 6개월 연속 감소세다. AI가 법률, 회계 등 전문직이나 연구개발(R&D) 채용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업종이다.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비용을 들여 청년층의 숙련도를 높이는 대신 AI를 활용하고 있다”며 “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산업·기업 간 재분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서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년간 총 200억 원을 들여 기후 위기와 에너지 가격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한다. 사랑의열매는 9일 에너지 취약계층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생활안정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수행할 배분 협력 기관 공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일회성 현금·물품 지원을 넘어 생활안정 사업 형태로 추진된다. 맞춤형 지원을 위해 대상자의 주거와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특성에 따라 연중 냉·난방비 지원, 건강관리 및 위험 예방 물품 지원 등도 실시한다. 아울러 고령층·농어촌 지역 등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역사회 연계 체계도 구축한다. 공모는 전국 단위 사업 수행이 가능한 비영리 법인·기관 등을 대상으로 30일까지 진행된다. 윤여준 사랑의열매 회장은 “취약 계층에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6명이 숨지거나 다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의 시공사였던 주식회사 흥화의 공사 현장에서 최근 5년간 산업재해자가 47명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감독·점검 과정에서는 과태료 부과와 시정조치도 잇따랐다.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노동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흥화 공사 현장에서는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산재 승인 재해자가 총 47명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22년 6명, 2023년 10명, 2024년 20명, 2025년 6명, 올해 1분기(1~3월) 5명이었다. 이 가운데 부상을 입은 재해자는 27명, 질병 재해자는 20명이었다.노동부가 2022년부터 올해 5월까지 흥화 공사 현장 41곳을 감독·점검한 결과 10곳에는 과태료가 부과됐고 13곳에는 시정조치가 내려졌다. 주요 위반 내용은 안전난간 설치 기준, 개구부 방호조치, 작업환경측정 미실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게시·교육 미실시 등이었다.앞서 경찰은 1일 흥화 안전관리 책임자 등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안전관리 및 보고 체계 전반을 수사하고 있다. 노동부도 흥화 공동대표 2명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원·하청 안전관리자 3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각각 입건해 안전관리 의무 이행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경찰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회원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테러수사대는 4일 티빙 회원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유출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앞서 티빙은 외부의 무단 접근으로 개인정보가 저장된 데이터베이스(DB)에 접속이 이뤄졌고, 회원 개인정보 파일이 외부로 전송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티빙에 따르면 유출 항목은 아이디와 비밀번호, 이름, 생년월일, 성별, 휴대전화 번호, 환불 계좌번호 등 서비스 이용 관련 정보다. 티빙 관계자는 “구체적인 유출 규모는 현재 조사 중이며 영향을 받은 고객 범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티빙은 홈페이지 공지문 등을 통해 “유출 사실을 인지한 뒤 공격자 IP의 접근을 차단하고 클라우드 접근 통제 정책을 변경했으며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응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비밀번호 변경을 권고한다”고 안내했다.관계 당국도 이번 사고를 중대한 개인정보 침해 사고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티빙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피해 현황과 원인 등을 조사하기 위해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티빙은 1일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같은 날 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티빙에 자료 보전을 요구했다. 관계 당국은 현재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이번 사고는 CJ그룹 내 다른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불거진 지 보름여 만에 발생했다. 앞서 CJ그룹은 전·현직 여성 직원 330여 명의 휴대전화 번호와 사진 등 개인정보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유포된 사건과 관련해 근무 이력이 있는 직원 1명을 정보 유출자로 특정하고 지난달 19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CJ그룹은 당시 유출 자료에 사내 업무 시스템인 인트라넷 정보가 포함된 점 등을 고려해 외부 해킹보다는 내부자에 의한 유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1대가 수사 중이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투표용지가 올 기약이 없어서 그냥 집에 가려고요. 투표권을 박탈당한 기분입니다.”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만난 김모 씨(38)는 투표를 포기한 채 귀가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날 오후 5시 50분경 투표소를 찾았다가 투표용지가 다 떨어졌다는 안내를 받고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 때문에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서울 곳곳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오후 6시에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투표를 기다리는 유권자도 있었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오후 10시까지 투표가 진행됐다.● 14곳서 투표 중단… 출구조사 보면서 대기도이날 오후 4시를 넘어서며 송파구와 강남구, 광진구 내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를 일시 중단한다”는 공지가 발표됐다. 기표소 앞 대기열은 복도를 지나 건물 밖까지 길게 늘어섰고 영문도 모른 채 기다리던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선거사무원들은 급히 종이에 ‘대기 37번’ 등 번호를 적어 나눠주거나, 용지가 재입고되면 연락하겠다며 유권자의 전화번호를 받아 적었다.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사전투표와 달리 본투표는 미리 인쇄된 투표용지만 사용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는 총 14곳이다. 이 중 12곳이 서울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56만5368명)가 포진한 송파구에 집중됐다. 잠실2동 제6투표소는 오후 7시 9분이 돼서야 줄 선 유권자들이 겨우 투표소에 진입해 문을 닫았다. 이 과정에서 안내 오류로 잘못 줄을 섰던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일도 발생했다. 잠실4동 제5투표소에서 만난 이권의 씨(62)는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오후 6시 정각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투표 대기자가 현장에서 이를 확인한 뒤 투표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잠일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2시간가량 기다린 최모 씨(72)는 “출구조사를 다 보고 투표하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잠실7동 제2투표소는 오후 10시경까지 투표를 진행했지만 이후 시민과 유튜버, 취재진 등 200여 명이 뒤섞여 혼란이 이어졌다. 일부 시민이 “재투표”를 외치며 투표함 반출을 저지해 4일 오전 1시 반이 넘어서까지 대치가 이어졌다. 혹시 모를 충돌을 막고 투표함 이송을 지원하기 위해 경찰 약 100명이 현장을 지키기도 했다.● 선관위 “송파구 전체 유권자 수 50% 인쇄” 선관위는 이날 오후 9시 허철훈 사무총장 주재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투표용지를 이송했으며, 대기 중인 유권자는 마감 시간이 지나도 정상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능 선관위 선거1국장은 브리핑에서 “송파구는 전체 유권자 수의 50%(에 해당하는 투표용지를) 인쇄한 걸로 파악했다”며 “사전투표율이 낮아서 (투표용지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전투표 참여자는 본투표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송파구 사전투표율(23.3%)을 고려해 투표율 73.3%에 해당하는 유권자 수만큼 투표용지를 출력했다는 의미다. 선거구별 투표용지 매수는 이전 선거 투표율과 예상 사전투표율 등을 고려해 각 시군구 선관위가 의결해 결정한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극심한 혼선이 빚어졌지만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선관위가 밝힌 14곳 외에도 서울 서초구와 동작구, 인천 연수구와 경기 화성시 등을 포함해 전국 총 17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고 주장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의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시공사 관계자를 잇달아 입건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중순 남은 구조물을 철거할 계획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1일 오전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시공사의 안전관리자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시공사에서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현장소장급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관련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의 핵심은 시공사 등이 붕괴의 조짐이 확인된 뒤 적절하게 보강·통제 조치를 했는지다. 경찰 수사와 별도로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이날 노동부는 시공사 대표 2명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원·하청 안전관리자 3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시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원청에 해당하지 않아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편 서울시는 서소문 고가차도에 남은 7∼9번 교각 철거를 위해 4일 노동부에 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작업은 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오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만 가능해 남은 교각 3개를 철거하는 데는 약 17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의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시공사 관계자를 잇달아 입건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중순 남은 구조물을 철거할 계획이다.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1일 오전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시공사의 안전관리자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시공사에서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현장소장급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관련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의 핵심은 시공사 등이 붕괴의 조짐이 확인된 뒤 적절하게 보강·통제 조치를 했는지다. 서소문 고가차도에서는 붕괴 약 12시간 전인 지난달 26일 오전 1시 반경 상판 일부가 2.9cm 내려앉는 이상 징후가 포착됐지만 현장에서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점검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 수사와 별도로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이날 노동부는 시공사 대표 2명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원·하청 안전관리자 3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시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원청에 해당하지 않아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한편 서울시는 서소문 고가차도에 남은 7~9번 교각 철거를 위해 4일 노동부에 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작업은 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오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만 가능해 남은 교각 3개를 철거하는 데는 약 17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철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져 3명이 숨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와 관련해 서울시가 작성한 작업 지침서에는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지지대 등의 보강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그러나 사고 전 이런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서울시가 지난해 3월 작성한 ‘서소문고가 개축(성능 개선) 실시설계 용역 공사시방서’의 안전대책 항목에는 ‘철거 구조물의 변형 침하 또는 붕괴를 막고 인접 시설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필요시에는 철거 구조물에 버팀대 또는 지주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시방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성돼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작업 지침서로 시공사는 이에 따라 공사한다. 이 지침을 따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교량 받침에 거더(구조물을 지탱하는 설치물)가 양쪽에 잘 받쳐져 있기 때문에 별도의 가설 벤트(지지대) 등은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공사시방서에 따라 보강시설 설치 필요성 확인차 점검을 하던 중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고 당일인 26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와 발주계약서 등 철거 공사 관련 서류를 임의 제출받았다. 또 27일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확보한 서류상의 절차가 실제 공사 현장에서 준수됐는지 확인할 방침이다.2.9cm 침하에도 받침대 보강 안해… 서울시측 “무너질줄 몰랐을것”[서소문 고가 철거중 붕괴] 전문가 “침하 당시 이미 균형 무너져”… 현장 안전진단때 보호장구도 안 갖춰붕괴 5분전 KTX-1분전 무궁화호 통과市, 안전 C등급 교량 25곳 긴급 점검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원인과 관련해 27일 전문가들은 상판(슬래브) 절단 등의 작업으로 거더(받침보)의 균형이 무너져 갑작스럽게 붕괴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2.9cm의 침하가 발견된 시점에 지지대 같은 안전조치를 하거나 안전진단 시 추락 방지용 장구를 갖췄다면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원인 파악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단차 발견했을 때 임시 지지대 설치했어야” 산업안전보건법 38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나 구축물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 작업이 이뤄질 경우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서울시가 시공사 입찰 당시 작성한 ‘서소문고가 개축(성능개선) 실시설계 용역 공사시방서’ 자료에도 시공 관련 안전대책으로 ‘필요시에는 철거 구조물에 버팀대 또는 지주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고가차도 해체 계획을 설계하면서는 가설 지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고가 구조상 거더가 잘 받쳐져 있어 임시 지지대가 필요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이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27일 “철거 계획을 최초로 수립할 당시 설명으로 보면 거더의 안전 부분은 이상이 없었다고 파악했고 거더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는 현장에서 파악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했다.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경의선 철로가 지나가는 구간이라 지지대를 설치할 자리도 마땅치 않다”고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고 직전에도 고가차도 아래 철로를 지나는 열차가 운행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나기 약 5분 전 42명이 탑승한 행신발 KTX, 약 1분 전에는 서울역으로 돌아가는 빈 무궁화호가 지나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철거 계획상 안전했다고 하더라도 슬래브나 거더가 설치된 현재 시점의 상태에 따라 추가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9cm의 침하가 발견된 상황을 이미 구조적 균형이 무너진 상태로 인지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춘환 서울디지털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서소문 고가가 노후화된 점을 고려해 처음 해체 계획서에 지지대 설치를 반영하지 못했으면 단차가 발생한 직후라도 임시 지지대를 설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전날 사고 당시 안전진단에서는 사상자들이 별도의 추락 방지 장치 없이 거더 하단에 설치된 비계에 올라가 침하 상태를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임 본부장은 “고가차도가 공중 비계로 가려져 있어 아래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진단 C등급에 해당하는 서울 시내 교량 25곳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섰다. A∼D급으로 나뉜 안전진단 등급 중에서 현재 서울 시내에 D등급 교량은 철거 중인 서소문 고가차도 외에는 없어 C등급 교량 조사에 나선 것. 또 서울시는 교량 이외에도 현재 서울시가 발주해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 대해서도 일제히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사고로 서울역에서 신촌역 간 전차선이 단선돼 빚어진 전국 열차 운행 차질은 최소 2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부검 끝나고 빈소 차려져 이번 사고로 사망한 시공업체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토목구조기술사에 대한 부검은 이날로 마무리되고 빈소가 차려졌다. 전남 나주에 가족을 둔 채 고가차도 철거 공사를 위해 홀로 서울로 상경했다가 참변을 당한 현장소장 이모 씨(58)의 빈소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빈소가 마련된 이날은 이 씨의 생일이기도 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 장례식장에는 60대 감리단장 안모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안 씨의 차남(33)은 “경제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 최근에 자주 연락을 드렸는데, 그것 때문에 아버지가 괜히 무리하게 일하다가 다친 것 같다”고 탄식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당시 외부 전문가로서 안전진단에 참여한 구조기술사 이모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철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져 3명이 숨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와 관련해 서울시가 작성한 작업 지침서에는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지지대 등의 보강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그러나 사고 전 이런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서울시가 지난해 3월 작성한 ‘서소문고가 개축(성능 개선) 실시설계 용역 공사시방서’의 안전대책 항목에는 ‘철거 구조물의 변형 침하 또는 붕괴를 막고 인접 시설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필요시에는 철거 구조물에 버팀대 또는 지주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시방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성돼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작업 지침서로 시공사는 이에 따라 공사한다. 이 지침을 따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교량 받침에 거더(구조물을 지탱하는 설치물)가 양쪽에 잘 받쳐져 있기 때문에 별도의 가설 벤트(지지대) 등은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공사시방서에 따라 보강시설 설치 필요성 확인 차 점검을 하던 중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고 당일인 26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와 발주계약서 등 철거 공사 관련 서류를 임의 제출받았다. 계획서에는 철거 작업 관련 안전수칙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27일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확보한 서류상의 절차가 실제 공사 현장에서 준수됐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도 서울시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2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현장에서 안전점검을 하던 작업자 등 3명도 부상을 입었다. 1966년에 지어진 이 고가차도는 붕괴 위험이 큰 ‘안전등급 D’ 판정을 받아 지난해 8월부터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서울시와 소방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1분경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고가 상판 일부와 작업자의 안전과 분진·소음 방지를 위해 설치하는 비계가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시공업체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추락하거나 잔해에 깔려 사망했다. 이종문 서대문소방서 재난관리과장은 “13명이 사고 당시 현장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중 사망자가 3명, 부상자가 3명”이라고 밝혔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사망자 3명을 포함해 총 9명이 야간작업 중 발생한 이상 징후를 점검하고 있었다. 최진우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이날 오전 2시 30분경 상판(슬래브) 절단 작업 중 2.9cm가량 단차로 주저앉아 공사를 중단하고 오후 2시에 안전진단을 실시하던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지점은 서울역에서 행신역까지 KTX가 지나는 구간이라 자칫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사고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원인을 엄정히 조사하고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철저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서울경찰청은 50여 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꾸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사고로 서울역에서 행신역으로 향하는 철도의 운행도 중단됐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2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현장에서 안전점검을 하던 작업자 등 3명도 부상을 입었다. 1966년에 지어진 이 고가차도는 붕괴 위험이 큰 ‘안전등급 D’ 판정을 받아 지난해 8월부터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서울시와 소방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1분경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고가 상판 일부와 작업자의 안전과 분진·소음 방지를 위해 설치하는 비계가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시공업체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추락하거나 잔해에 깔려 사망했다. 이종문 서대문소방서 재난관리과장은 “13명이 사고 당시 현장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중 사망자가 3명, 부상자가 3명”이라고 밝혔다.사고 당시 현장에는 사망자 3명을 포함해 총 9명이 야간작업 중 발생한 이상 징후를 점검하고 있었다. 최진우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이날 오전 2시 30분경 상판(슬래브) 절단 작업 중 2.9cm가량 단차로 주저앉아 공사를 중단하고 오후 2시에 안전진단을 실시하던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지점은 서울역에서 행신역까지 KTX가 지나는 구간이라 자칫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사고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원인을 엄정히 조사하고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철저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서울경찰청은 50여 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꾸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사고로 서울역에서 행신역으로 향하는 철도의 운행도 중단됐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CJ그룹 여성 임직원의 개인정보와 사진 등이 텔레그램 채널에서 유출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채널에는 피해자 이름과 소속 부서뿐 아니라 사적인 일상 사진까지 함께 게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CJ그룹 임직원의 개인정보 유출 경위와 추가 피해 상황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CJ그룹은 자사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직원 1명이 정보 유출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그를 19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CJ그룹은 유출된 자료에 조직 내부 업무 시스템인 인트라넷 정보가 포함된 것을 고려해 외부 해킹보다는 내부자의 유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로그 기록 패턴 등을 자체 분석한 결과 1명을 특정했다. CJ그룹의 내부 조사 결과 유출된 개인정보는 피해자의 이름과 직급, 소속 부서, 휴대전화 번호 등과 함께 이를 토대로 확인할 수 있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일상 사진 등 사적 정보를 결합한 형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약 330명으로 대다수는 20, 30대 여성이었다. 해당 텔레그램 채널은 2023년 5월 개설돼 2800명가량이 참여했다. 대화 없이 오직 CJ그룹 전현직 여성 임직원의 개인정보만 일방적으로 게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경찰 요청을 받은 텔레그램은 21일 오후 10시경 약관 위반으로 이 채널을 폐쇄했다. CJ그룹을 퇴직한 한 피해자는 “회사로부터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안내받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모두 내리고 SNS 계정도 폐쇄했다”며 “자녀 사진 등도 함께 유출됐을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다크웹을 포함한 모든 온라인 채널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현재까지 확인된 2차 피해는 없다”며 “피해자에게 법률 지원과 심리 상담, 휴대전화 번호 및 유심 변경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유출자로 특정된 인물이 해당 텔레그램 채널을 직접 운영했는지 등을 조사하는 한편 딥페이크 범죄 등 추가 범죄 의혹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할 예정이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서울의 한 자치구 민원실에는 공무원 누구나 이름을 아는 40대 여성 주민이 있다. 그는 2023년 1월부터 이달까지 “인근 병원 직원이 불친절하니 징계하라”는 민원을 82건 접수했다. 의료기관 종사자의 응대 태도는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님에도 구는 32건가량 답변과 설득을 이어갔다. 이후 동일 민원이 3회 이상 반복되면 종결할 수 있다는 법 조항에 따라 해당 민원을 종결 처리하자, 이 주민은 “왜 종결했느냐”며 토씨만 바꾼 채 같은 민원을 다시 밀어 넣고 있다.● ‘반복 민원’으로 종결, 1.3%뿐이처럼 악성적인 반복 민원을 끊어낼 법적 출구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 4월까지 전국 행정기관에 접수된 국민신문고 민원은 총 6433만 건이다. 그런데 이 중 반복 민원으로 분류돼 종결 처리된 사례는 1.3%인 84만 건에 불과했다. 이는 1970년 민원사무처리규정 제정 당시 명기한 ‘무조건 접수’와 ‘신속·친절’ 원칙이 현재의 민원처리법까지 이어져 온 탓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등 행정기관은 부당한 민원이라도 일단 접수해 통상 14일 이내에 답변을 마쳐야 한다. 국민 권익을 위한 배려가 도리어 악성적인 반복 민원에 악용돼 정작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 등 다수의 권리가 뒤로 밀리게 된 것이다. 악성 민원을 차단할 유일한 장치는 ‘3회 이상 접수 시 종결’ 조항뿐이다. 하지만 이는 내용을 살짝 바꾸거나 민원인의 명의를 바꾸는 꼼수에 쉽게 무력화된다. 부산 해운대구에는 지난해 12월 “아파트 단지에서 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사람을 처벌하라”는 취지의 민원이 반복 접수됐지만, 여러 사람이 번갈아 접수했기 때문에 종결 처리할 수 없었다. 올해 2월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도 특정 단체 소속으로 의심되는 여러 명이 “(구청이 관리 중인) 동물을 직접 보호하겠다”며 민원을 170건 접수했지만 민원인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일일이 답변해야 했다.● “규정대로 끊어내면 ‘보복 민원’ 폭탄” 학교도 마찬가지다. 전북 군산시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운동회에서 ‘음식 금지’, ‘천막 밖 이동 제한’ 등 경고문을 내걸었다. 지난해 운동회 당시 “흙 묻은 손으로 음식을 먹게 놔뒀다”, “우리 애는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 등 10여 명의 학부모가 번갈아 민원을 제기한 데 따른 조치였다. 적법하게 종결 처리해도 이를 빌미로 후속 민원이나 소송을 쏟아내면 현장 공무원으로선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강원 춘천시에선 한 90대 주민이 2024년부터 “타인 소유 건물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을 반복해서 제기했다. 관련 부서가 동일 민원으로 판단하고 종결 처리했지만, 그는 이를 문제 삼아 최근까지 20여 차례 민원실을 찾아와 욕설하며 소란을 피웠다. 담당 직원은 “종결 처리해서 꼬리 민원을 감수할지, 그냥 참고 답변을 반복할지 중에서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나마 종결 대상도 국민신문고 등을 통한 전자·서면 민원에 국한됐기 때문에 전화나 방문 민원은 사각지대다. ● 日·英은 악성 민원 전화 차단까지반면 해외 주요국은 민원 횟수와 무관하게 그 요구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민원권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직원의 업무 환경을 위협하는 행위를 ‘카스하라(カスハラ·고객 괴롭힘)’로 정의하고 경찰 신고 등으로 적극 대응한다. 특히 불합리한 민원을 반복해서 제기하면 대응 창구를 단일화거나 “더 이상 응대할 수 없다”고 답변할 수 있다. 실제 오사카부는 한 해 e메일 1만여 건과 전화 700여 건을 쏟아낸 한 여성 민원인의 전화를 금지하는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영국도 민원인의 통화 빈도가 과하면 번호를 차단하거나 접촉 시간과 횟수를 제한한다. 나아가 해당 민원인의 관청 출입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 호주는 민원인이 종결 처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후부턴 무응답으로 일관한다. 호주 연방 옴부즈만은 2021년 발행한 지침에서 한 반복 민원인에게 “새로운 근거를 내지 않으면 응대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사례를 명기했다.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12일 X(옛 트위터)에 “고질 만성화된 반복 민원은 민원인의 삶을 황폐화하고 행정 낭비를 초래한다”고 적었다. 행안부는 ‘3회 이상 반복’에 해당하지 않아도, ‘업무 방해 등 의도가 있는 경우’ 등까지 종결 대상 민원으로 분류하는 민원처리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소수의 악성 민원까지 수용해야 하는 ‘무조건 접수’ 원칙을 유지할지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방문·전화 반복 민원도 종결 처리하거나 접촉 단계에서 제한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해외처럼 반복 민원을 접수 단계에서 분리·종결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으로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며 파업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이번에는 주주 단체가 합의안이 위법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회사 이익을 주주 배당이나 미래 투자에 쓰지 않고 직원에게 지나치게 많이 배분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 침해라는 이유다.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일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삼성 주주 배당 11조! 삼성 직원 배당 40조?’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파업 유보는 노동조합 측의 일방적 보류 선언”이라며 “세전 영업이익의 12%를 (성과급 등으로) 적산·할당하는 노사 합의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이어 “주주총회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사의 이익을 배분하기로 한 합의는 법률상 무효”라며 “잠정 협의를 비준·집행하는 이사회 결의가 상정될 경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위법행위 유지청구권(가처분)과 주주대표소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이들은 전국 주주를 향한 세력화에도 나섰다. 단체는 “21일을 기점으로 주주운동본부와 뜻을 함께하는 삼성전자 주주 일동은 전국 단위의 결집에 즉시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다른 주주 단체인 ‘삼성전자 주주행동’ 역시 이날 한강진역에서 노조를 규탄하며 잠정 합의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정부가 파업을 금지하고 조정을 진행하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촉구했다.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측은 이날 오후 1시부터 500명 규모로 이 회장 자택 앞에서 열 예정이던 집회를 취소하고 23일간 이어가던 천막 농성도 철수했다. 전삼노 측은 조합원에게 “21일부터 6월 7일까지로 예정했던 총파업은 추후 별도 지침 시까지 유보한다”며 “전 조합원은 22일 진행되는 2026년 임금 협약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공지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부산 한 자치구의 6급 주무관은 사실상 단 한 명의 민원인을 ‘전담 마크’하고 있다. 상대는 20년 넘게 재개발 보상금 1000억 원을 요구하는 60대 여성이다. 이미 일부 보상이 이뤄졌고 그가 주장하는 행정 과실도 수사기관에서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거의 매일 “구청장 나오라”고 고성을 지르는 통에 아예 전담 직원을 두기로 한 것이다. 담당자는 몇 시간이고 그의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다른 업무를 못 하고 있다. 1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248곳에 접수된 민원은 총 4152만 건이다. 그런데 연도별로 각 지자체의 최다 민원인 10명이 제기한 민원이 188만 건에 달했다. 전체 민원인(334만 명)의 0.1%에도 못 미치는 이들이 민원 비중의 4.5%를 차지한 것이다. 지자체·연도별 상위 1명의 민원도 5년간 67만 건이 넘어 하루 평균 368건꼴이었다. 대다수는 토씨만 바꿔 ‘복붙’하거나, 인공지능(AI) 등으로 대량 생산한 사례다. 이석환 한국정책학회장(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은 “극소수가 다수의 권리를 뺏는 실태를 개선하려면 악성 민원을 차단할 독립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2024년 9월 5일 전북의 한 초등학교. 5, 6학년들이 손꼽아 기다려 온, 1박 2일간의 수학여행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전교생이 45명인 학교에서 상급생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자 교정은 조용했다. 오후 3시경, 적막을 깨고 교무실의 전화기가 울렸다. “아이들이 목말라 죽겠다는데 물은 없고 거기 인솔자도 없다네요.” 5학년 학부모 김모 씨의 전화였다. 수학여행을 간 아이가 물을 못 마시고 있는데 돌봐주는 선생님도 없다는 것. 당시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현장에는 교감과 담임 교사가 동행했고 학생들에겐 음료수도 나눠 준 상태였지만 김 씨는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뒤로도 김 씨의 문자메시지에 시달리던 담임 교사는 같은 달 30일 휴직했다. 그 후로 1년여간 학교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예전에도 ‘오예스를 간식으로 나눠 주지 마라’ ‘수업 중 자세를 지적했다’ 등 여러 차례 항의했던 김 씨는 수학여행 이후 더 많은 민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새로 부임한 담임 교사 송모 씨(42)는 ‘아이를 째려봤다’는 등의 이유로 아동학대범으로 몰렸다가 오명을 벗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학교로 여러 차례 출동해야 했다. 불안을 느낀 학부모들이 자녀를 전학 보내면서 전교생은 20여 명으로 반 토막 났다. 학교는 고심 끝에 수학여행을 올해부터 당일치기 현장 학습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학교 측은 표면상으론 안전을 이유로 들었지만, 송 교사는 “단 한 명의 민원 때문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고 했다. 1%도 안 되는 소수의 민원이 다수의 일상을 어떻게 바꿨는지, 615일간의 과정을 살펴봤다. “아이들 목말라 죽겠다해” 등 줄민원… 2년간 담임 6번 바뀌어[1% 민원에 휘둘리는 사회] 〈1〉 초등학교 ‘1박2일’ 수학여행 실종기“불량식품 주지 마라” “수업중 째려봤다”잇단 항의에 담임 수시로 교체… 학대 신고도교권보호위 ‘교권 침해’ 인정했지만… 민원 학부모 전용 ‘교감 직통폰’ 생겨교사 “경찰 자주 찾아와 수업에 차질”● 오예스로 시작된 담임 교체교사들이 기억하는 김 씨의 첫 번째 민원은 2024년 6월 20일, 과학 교사가 나눠준 오예스 때문이었다. 김 씨는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전화해 따졌다. “학교에서 불량식품 안 먹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집에서 (오예스는) 불량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어요.”보름 뒤인 7월 2일에는 장문의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김 씨의 자녀가 반 친구와 다툼을 벌이자 담임 교사가 둘을 각각 불러 상담했는데, 이를 두고 “교사의 권한을 이용한 과도한 지적은 명예훼손이자 학대 의심 행위”라고 경고한 것. 이후 담임 교사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하며 병가를 냈고, 끝내 교단을 떠났다.이후 55일 동안 교사 3명이 그 반을 거쳐 갔지만 누구도 한 달 이상 담임을 맡지는 못했다. 그중 한 교사가 아이에게 수업 중 자세를 지적한 것을 두고도 김 씨는 교감에게 전화해 항의했다. “자세가 살짝 흐트러지면 (교사가) 와서 등을 찌르고 가서 아기가 아프다네요. 그게 선생이 할 짓이에요? 미치지 않고서야.”김 씨와 학교의 갈등은 다섯 번째 담임 교사가 부임한 9월, 수학여행에서도 반복됐다. 학교에 따르면 당시 아이들은 오전에 이미 음료를 나눠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김 씨는 담임 교사가 휴직하기 전까지 ‘아이의 건강 상태에 대해 (전임자로부터) 인계받지 못했냐’ ‘누구 잘못인지 따져보자’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반 담임은 총 6번 바뀌었다.● ‘교권 침해’ 인정됐지만 처분 불응갈등은 해가 바뀐 뒤에도 계속됐다. 김 씨는 새로 부임한 담임인 송모 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수업 중에 교사가 자녀를 째려 봤다는 등의 이유였다. 해당 교사는 입건되지 않고 사건은 종결 처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김 씨 등의 신고로 학교에 경찰이 출동한 횟수만 8번에 달했다. 송 교사는 “하도 경찰이 자주 오다 보니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창밖으로 누가 지나가면 두리번거리게 됐다”고 했다.학교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관할 교육청은 피해 교사들의 요청에 따라 2024년 10월과 지난해 6월 두 차례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었다. 교보위는 교사의 교육 활동을 침해한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조치를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구로 사건과 무관한 교사와 학부모, 변호사, 경찰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교보위는 김 씨의 교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그에게 특별 교육 30시간과 심리치료 15회를 이수하라고 통보했다.특별한 사유 없이 교보위의 처분에 불응하면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지만, 김 씨는 특별 교육과 치료를 모두 받지 않았다. 관할 교육지원청이 실시한 상담 프로그램에도 교사들만 참여했다. 여기에 참여한 한 교사는 “이 프로그램을 교사만 받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고 했다.2024년 1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는 김 씨를 담임 교사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교사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이를 취하했다. 해당 교사는 ‘교육청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취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런 내용들이 알려지자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학교를 찾아 현장 의견을 듣기도 했다. 최 장관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중대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해 관할청 고발과 학교장 처분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교감 책상 위의 ‘검은 전화기’하지만 당국이 내놓은 해법은 교사들의 기대와는 달랐다. 올해 3월 16일, 학교 교무실에는 낯선 휴대전화가 하나 생겼다. 관할 교육지원청의 제안으로 개설된 이른바 ‘직통 업무폰(핫라인)’이었다. 김 씨가 “학교와 소통이 어렵다”고 하자 교육지원청이 학교 측과 협의해 교감에게 바로 연결되는 전용 회선을 마련해준 것.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다른 학부모들이 들끓었다. 김 씨의 지속적인 민원 이후로 다른 학부모들은 간단한 상담을 하려 해도 교무실 내선 번호를 거쳐야 하는 등 소통 채널이 과거보다 복잡해졌는데, 오히려 김 씨에게는 민원의 문턱을 낮춰준 셈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니는 40대 학부모는 “조용히 학교를 믿고 따르는 부모에게는 (교사의) 개인 연락처도 안 알려주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전용 전화기를 내주는 게 상식이냐”며 “나도 악성 민원인이 돼야 하나 회한이 든다”고 했다. 관할 교육지원청 담당자는 “전례 없는 일이긴 하지만 원활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휴대전화를) 지급했다”며 “특별 대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김 씨는 알려진 내용 일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수학여행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아이가 지병이 있어 물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당시 2시간째 놀이기구 순서를 기다리던 중이라 아이가 직접 사러 가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에버랜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교사들이 아이를 방치한 채 카페에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교보위 통보에 대해선 “관련 서류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씨는 최근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담임 교사로부터 자녀를 분리해 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있다. 송 교사가 단체 대화방 등에서 학생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또 그는 오예스에 대해선 “유통기한 문제도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재직했던 복수의 교사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당일치기’가 된 수학여행결국 이 학교는 올해 3월 1박 2일 수학여행을 포기했다. 총 4차례의 회의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당일치기 현장 학습으로 대체하면서 프로그램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놀이공원에서 학생이 직접 동선을 짜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지만, 올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교사 인솔하에 이동하게 했다.적잖은 학부모와 학생이 1박 2일 수학여행을 유지하길 원했지만 이는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5, 6학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1일 1회형 △1일 2회형 △기타 등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대상자 9명 중 3명은 선택지에도 없던 ‘1박 2일 부활’을 적어낸 것. 의견 칸에는 “왜 꼭 당일치기여야 하나” “심도 있는 체험을 위해 1박 2일이 필요하다” 등의 의견도 함께 달렸다. 한 교사는 “학생에게 1부터 10까지 지시하는 건 교육이 아니다”라며 “수학여행을 통해 자기 주도적 학습을 기를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뺏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달라진 건 수학여행만이 아니었다. ‘학년 간 갈등을 예방한다’며 점심시간 운동장 이용 요일을 학년별로 구분하는 규칙도 새로 생겼다. 교내 물놀이 행사도 또 다른 분란이 생길까 봐 취소될 뻔했다. 한 저학년 학부모는 “아이가 ‘축구를 같이할 수 있는 친구가 3명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언제까지 이 학교에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11일 오후 전북의 한 도시 외곽에 있는 이 초등학교 운동장은 텅 빈 채 고요했다. 교사들에 따르면 2년 전만 해도 운동장에서는 학년 구분 없이 뒤섞여 축구하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줄지어 전학을 가면서 전교생은 지난해 27명으로 쪼그라들었고, 올해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자녀가 이 학교를 졸업한 한 학부모는 “김 씨의 민원 이후로 담임 교사가 수시로 바뀌었고 수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많은 친구가 떠났다”고 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어려운 형편 속에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에게 먹일 단팥빵을 훔친 8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복지 지원을 받게 됐다. 10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오후 2시경 고양시 덕양구의 한 무인 빵 가게에서 한 할머니가 단팥빵 5개를 계산하지 않고 들고 나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가게 인근에 사는 80대 여성을 절도 혐의로 체포했다. 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단팥빵을 먹이고 싶었다”며 빵을 훔친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은 별다른 전과가 없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확인됐다. 또 치매와 뇌경색, 방광암, 소장 출혈 등 각종 지병으로 쓰러져 투병하느라 거동이 불편한 80대 남편을 약 20년 동안 홀로 간병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노부부의 한 달 생활비는 기초연금 등 10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단팥빵 5개의 값은 1만 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 노부부는 잦은 병원 치료비 등으로 인해 빵 몇 개조차 살 여유가 없을 만큼 궁핍했던 것. 여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남편은 내가 단팥빵을 훔치다 적발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혹시라도 남편이 알게 돼 충격을 받을까 봐 전전긍긍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사연을 접한 가게 주인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경찰에 전했다. 이런 내용을 확인한 경찰은 무조건적인 처벌보다는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고양서는 지난달 말 경미 범죄 심사위원회를 열어 여성에 대한 감경 조치를 결정하고 사건을 즉결심판으로 넘겼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에 대해 정식 형사재판을 거치지 않고 처리하는 제도다. 즉결심판과 별개로 경찰은 노부부가 구호 물품과 돌봄 서비스 등 긴급 생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담당 경찰이 이 여성에게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움받을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전하자 그는 “전혀 몰랐다”며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권봉수 고양서 형사과장은 “범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하더라도 생계형 범죄나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마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