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홍정수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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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사회부, 편집부를 거쳐 다시 정치부에서 취재중입니다.

hong@donga.com

취재분야

2024-04-21~2024-05-21
국제일반36%
국제경제18%
인사일반14%
미국/북미7%
국제정치7%
국제사고4%
남북한 관계4%
유럽/EU4%
월드톡4%
국제정세2%
  • 英 사회에 상식 논쟁 촉발한 상식부장관

    지난해 11월 임명된 에스터 맥베이 영국 정무장관(사진)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으로 이념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보수 정책을 지원하는 역할로 ‘상식부 장관(minister for common sense)’이라 불리는 그가 영국 사회에 “상식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만든다는 평가가 나온다. 맥베이 장관은 13일 보수 성향 싱크탱크 정책연구센터에서 공공부문 개혁을 주제로 강연하며 “공무원 신분증 목걸이의 디자인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며 “공무원들은 정치적 견해는 건물 밖에 내려놓고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3월 스코틀랜드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뜻인 ‘무지개색 목걸이’를 착용했다가 금지된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맥베이 장관은 또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우는 좌파 전사들이 공공부문에 침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은 공무원들이 이념 논쟁 대신 민생에 전념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정부가 승인하지 않는 ‘다양성’ 관련 외부 지출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영국 BBC방송은 “그가 취임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내놓은 발언이 파장을 일으켰다”며 “15일 의회 대정부질문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야당 노동당 키어 스타머 대표는 “상식부 장관이 ‘화려한 목걸이’를 국가 최대 위협으로 지목하며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라며 조롱했다. 이에 수낵 총리는 “공무원들의 정치적 공평성은 중요한 원칙”이라며 맞섰다. 맥베이 장관의 발언에 영국 사회가 크게 반응하는 건 그가 수낵 총리의 이념 전쟁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공식 직함은 ‘무임소장관(정무장관)’으로 특정한 부처를 맡지 않고 정부의 의제 설정을 지원한다. 수낵 총리가 임명 당시 “좌파의 의제에 ‘상식’으로 대응하라”고 말한 뒤 ‘상식부 장관’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8일 “공무원이 특정 집단을 지지하면 다른 집단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며 맥베이 장관을 지지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수낵 정부는 ‘상식’을 진보 진영을 향한 이념 전쟁의 무기로 남용하고 있다”며 “논제를 ‘상식’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타협의 여지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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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IT기술자 3명, 美기업 위장취업해 92억원 벌어”

    미국 국무부가 미 회사에 위장 취업해 680만 달러(약 92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북한 ‘외화벌이’ 정보기술(IT) 종사자들에 대해 최대 500만 달러(약 67억 원)의 현상금을 걸고 공개 수배에 나섰다. 16일(현지 시간) 미 국무부에 따르면 한지호와 진천지, 쉬하오란이라는 이름의 이들은 60여 명의 가짜 미국인 신분을 만들어내 무려 300개 안팎의 현지 회사에 불법 취업했다. 한지호 등은 일반 기업뿐 아니라 미 정부기관 두 군데에도 최소 3차례에 걸쳐 위장 취업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사람은 미 회사 측에 자신들이 미국에서 거주하며 재택근무하는 소프트웨어·앱 개발자인 것처럼 위장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이들이 실제로는 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관장하는 북한 군수공업부와 연관된 ‘숙련된 IT 종사자’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의 불법 취업이 가능했던 건 미국에서 그들을 도운 현지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는 16일 “애리조나주에 거주하는 미국인 크리스티나 채프먼(49)을 공범으로 전날 체포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채프먼은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한지호 등을 위해 미 기업과 정부기관들의 채용공고 조건에 맞는 가상 프로필을 만들었다. 운전면허증이나 사회보장카드 등 지원에 필요한 신분증도 조작했다고 한다. 수표로 지급된 임금을 불법 세탁하는 과정에도 관여했다. 이날 법무부가 공개한 기소장은 채프먼의 집을 이른바 ‘노트북 공장(laptop farm)’이라 묘사하고 있다. 가짜 미국인 수십 명의 주소지로 조작한 뒤, 각 회사에서 지급한 업무용 노트북 수십 대를 동시에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채프먼이 어떻게 북한과 연루됐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그는 2020년 3월 비즈니스 플랫폼인 링크트인에서 신원 미상의 인물이 “위장 취업을 위해 미국인 보증인(face)이 되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받아들이며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호 등이 위장 취업한 곳은 유명 기업도 적지 않다. 미 법무부는 “경제매체 포천이 선정한 미 500대 기업도 포함됐다”며 “5위 안에 드는 전국 TV네트워크와 항공 방위산업체, 실리콘밸리 기업, 자동차업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채프먼 등에게 가짜 계정을 만들어 넘긴 우크라이나 국적의 올렉산드르 디덴코(27) 등 5명도 기소했다. 디덴코는 7일 폴란드에서 체포됐다. 법무부는 “북한 정부는 수 년간 핵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미 시장에 침투하려는 작전을 벌여왔다”며 “이번 사건은 IT ‘인력 사기’와 관련해 기소한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1984년부터 테러정보 신고포상 프로그램인 ‘정의에 대한 보상’을 통해 테러나 사이버 공격 등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미 대북제재 위반으로 처음 이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린 건 2022년 싱가포르 국적자 쿽키셍이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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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골프 랭킹1위’ 셰플러, PGA 챔피언십에서 경찰에 연행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28·미국)가 17일(현지 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올해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2라운드를 앞두고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스포츠전문매체 ESPN는 “셰플러가 이날 오전 7시 30분경 미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골프클럽 진입로로 차를 몰고 들어가려다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셰플러에게 경찰관에 대한 2급 폭행 및 난폭 운전, 교통 통제 무시 등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발할라골프클럽은 오전 5시경 도로를 건너려던 한 골프장 직원이 셔틀버스에 치어 숨진 사고가 발생해 진입이 통제된 상태였다. 이를 몰랐던 셰플러는 ‘선수용’으로 표시된 차량을 타고 진입하려고 했다. 셰플러는 경찰의 하차 요구를 무시하고 약 20m를 더 운전했으며, 이를 제지하던 경찰에게 경미한 부상을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ESPN에 따르면 당시 셰플러는 경찰관에게 말을 걸기 위해 창문을 내렸지만, 경찰관이 셰플러의 팔을 잡고 차 밖으로 끌어낸 뒤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셰플러는 근처에 있던 ESPN의 제프 달링턴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기자에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며 “이 사람은 감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경찰에 연행됐던 셰플러는 1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나 곧장 골프장으로 돌아왔다. 그의 티오프 시간은 원래 8시 48분였으나, 사고로 인해 대회 일정이 1시간 20분 정도 미뤄지며 시합에 참여할 수 있었다. PGA챔피언십을 주최하는 PGA 오브 아메리카는 “참담한 사고로 숨진 직원의 명복을 빈다”고 발표했다.세계 랭킹 1위인 셰플러는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와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포함해 벌써 4번이나 우승하며 강력한 경기력을 뽐내왔다. 전날 PGA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는 4언더파 67타로 공동 12위를 기록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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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명 신분 도용해 92억원 번 北 IT노동자…美, 67억 현상금 걸었다

    미국 국무부가 미 회사에 위장 취업해 680만 달러(약 92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북한 ‘외화벌이’ 정보기술(IT) 종사자들에 대해 최대 500만 달러(약 67억 원)의 현상금을 걸고 공개 수배에 나섰다.16일(현지 시간) 미 국무부에 따르면 한지호와 진천지, 쉬하오란이란 이름을 쓰는 이들은 60여 명의 가짜 미국인 신분을 만들어내 무려 300개 안팎의 현지 회사에 불법 취업했다. 한지호 등은 일반 기업뿐 아니라 미 정부기관 두 군데에도 최소 3차례에 걸쳐 위장 취업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세 사람은 미 회사 측에 자신들이 미국에서 거주며 재택근무하는 소프트웨어·앱 개발자인 것처럼 위장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이들이 실제로는 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관장하는 북한 군수공업부와 연관된 ‘숙련된 IT 종사자’로 파악하고 있다.이들의 불법 취업이 가능했던 건 미국에서 그들을 도운 현지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는 16일 “애리조나 주에 거주하는 미국인 크리스티나 채프먼(49)을 공범으로 전날 체포했다”고 밝혔다.미 법무부에 따르면 채프먼은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한지호 등을 위해 미 기업과 정부기관들의 채용공고 조건에 맞는 가상 프로필을 만들었다. 운전면허증이나 사회보장카드 등 지원에 필요한 신분증도 조작했다고 한다. 수표로 지급된 임금을 불법 세탁하는 과정에도 관여했다.이날 법무부가 공개한 기소장은 채프먼의 집을 이른바 ‘노트북 공장(laptop farm)’이라 묘사하고 있다. 가짜 미국인 수십 명의 주소지로 조작한 뒤, 각 회사에서 지급한 업무용 노트북 수십 대을 동시에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채프먼이 어떻게 북한과 연루됐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그는 2020년 3월 비즈니스 플랫폼인 링크드인에서 신원 미상의 인물이 “위장 취업을 위해 미국인 보증인(face)가 되어달라”고 요청한 것을 받아들이며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한지호 등이 위장 취업한 곳은 유명 기업도 적지 않다. 미 법무부는 “경제매체 포천이 선정한 미 500대 기업도 포함됐다”며 “5위 안에 드는 전국 TV네트워크와 항공 방위산업체, 실리콘밸리 기업, 자동차업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도 있다”고 설명했다.앞서 미 법무부는 채프먼 등에게 가짜 계정을 만들어 넘긴 우크라이나 국적의 올렉산드르 디덴코(27) 등 5명도 기소했다. 디덴코는 7일 폴란드에서 체포됐다. 법무부는 “북한 정부는 수 년간 핵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미 시장에 침투하려는 작전을 벌여왔다”며 “이번 사건은 IT ‘인력 사기’와 관련해 기소한 최대 규모”이라고 밝혔다.미 국무부는 1984년부터 테러정보 신고포상 프로그램인 ‘정의에 대한 보상’을 통해 테러나 사이버 공격 등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미 대북제재 위반으로 처음 이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린 건 2022년 싱가포르 국적자 궉기성(kwek kee seng)이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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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 상품화” 폐지 6년만에…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올가을 부활

    ‘등에는 거대한 날개를, 몸에는 화려한 란제리를 입은’ 모델들이 6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열릴 때마다 큰 화제를 모았으나 성(性)을 상품화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미국 유명 여성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VS)’ 패션쇼가 올가을 열릴 예정이다. VS는 15일 공식 홈페이지에 “화려함, 날개,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분이 사랑했던 모든 것을 현대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며 패션쇼 개최를 발표했다. 2018년 무대 뒤 6년 만의 부활이다. 1995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시작된 VS 패션쇼는 해마다 세계로 생중계되며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전속모델을 지칭하는 ‘에인절’들이 착용하는 천사의 날개, 주얼리 브랜드와 협업해 내놓는 수백만 달러짜리 ‘판타지 속옷’은 이 패션쇼의 상징이었다. 지젤 번천과 지지 하디드 등 세계적인 모델은 물론이고 테일러 스위프트와 리애나 등 유명 연예인들도 VS 패션쇼 무대에 서 왔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외모와 관계없이 자신의 신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운동이 확산되며 VS는 급격한 판매 부진을 겪었다. 비현실적인 몸매의 백인 모델을 내세워 고가의 란제리를 고집하던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가 오히려 젊은 여성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산 것이다. VS 창업자 레슬리 웩스너가 미성년자 성착취로 파문을 일으킨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다는 사실도 악재로 작용했다. 2019년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VS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에인절 모델을 폐지하고 수유용 브래지어 등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위선적이란 반응이 더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선보인 TV 패션쇼는 평점이 5점 만점에 1.7점에 불과했다. VS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또다시 바뀌었다는 판단 아래 패션쇼 재개를 결정했다. 미 NBC방송은 “보디 포지티브 운동이 갈림길에 선 상황이란 걸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체중 감량용 의약품 수요가 급증하는 등 ‘날씬한 몸매’에 대한 수요가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인 레미 베이더도 14일 소셜미디어에 “패션계에서 한동안 다양성과 포용성이 유행했지만, 최근 3년 사이에 명확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VS는 패션쇼 이슈가 커지자 “모든 여성을 지지한다는 우리의 목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패션전문매체 더컷은 “란제리 패션쇼는 결국엔 남성의 환상과 미의 기준을 둘러싼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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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 차이나쇼크 차단, 다른 대안 없어”… “미국외 나머지 시장, 중국이 지배할것”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경쟁이 벌어졌지만 미국 산업이나 세계 시장이 실제로 받을 영향을 놓고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2008년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14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2차 차이나쇼크에 대비하며(Preparing for the Second China Shock)’라는 기고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며 “다른 대안은 없다”고 단언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000년 전후로 저가의 중국산 수입품에 미국 제조업이 타격을 받았던 ‘차이나쇼크’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려 과잉 생산을 한 뒤 해외 시장에 헐값으로 ‘밀어내기’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2차 차이나쇼크를 막으려면 대중(對中) 관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 더해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 인상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 점을 거론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미국이 친환경 산업에 더 투자할 수 있도록 여론을 만들려면 ‘값싼 중국 배터리를 사들이면 중국에 일자리를 뺏긴다’와 같은 쉬운 접근법을 쓰는 게 낫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반면 2001년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중국의 패권 경쟁에 대한 대응책으로 관세를 인상하는 전략이 “미국 시장을 보호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국이 나머지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전기차 굴기(崛起)’ 등 중국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위협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미국의 전략적 실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중국이라는 경쟁자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제조업과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동안 미국의 투자는 지나치게 적었다”며 “이는 (중국의) 무역규칙 위반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실수”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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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지자체 첫 한인 부시장 탄생… 박옥진씨, 킹스턴 의회 회의 주재

    영국 런던 남서부 킹스턴에서 야당 자유민주당 소속 박옥진(엘리자베스 박·57·사진) 구의원이 14일(현지 시간) 부시장으로 선임됐다. 영국 지방자치단체에서 한국계 인사가 부단체장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킹스턴은 유럽 최대의 한인타운인 뉴몰든이 위치한 인구 17만 명의 자치구다. 현직 정신과 간호사이기도 한 박 부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며 킹스턴 남부 올드몰든 지역 구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 부시장은 시장으로 선출된 자민당 리즈 그린 의원과 함께 1년간 의회 회의를 주재하는 등 시정 활동을 하게 된다. 1996년 영국 유학 생활을 시작한 박 부시장은 골드스미스 런던대에서 예술행정·문화정책 석사학위를 받았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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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서 첫 한인 부시장 탄생…현직 정신과 간호사

    영국 런던 남서부 킹스턴에서 야당 자유민주당 소속 박옥진(엘리자베스 박·57) 구의원이 14일(현지 시간) 부시장으로 선임됐다. 영국 지방자치단체에서 한국계 인사가 부단체장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킹스턴은 유럽 최대의 한인타운인 뉴몰든이 위치한 인구 17만 명의 자치구다. 현직 정신과 간호사이기도 한 박 부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며 킹스턴 남부 올드몰든 지역 구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 부시장은 시장으로 선출된 자민당 리즈 그린 의원과 함께 1년간 의회 회의를 주재하는 등 시정 활동을 하게 된다.1996년 영국 유학 생활을 시작한 박 부시장은 골드스미스대에서 예술행정·문화정책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찰스 3세 국왕이 뉴몰든 한인타운을 방문했을 때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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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린다, 17조원 받고 게이츠재단 떠난다

    “이제 자선 사업의 다음 장(the next chapter)으로 나아갈 때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69·오른쪽)의 전 부인이자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공동의장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60·왼쪽)가 13일(현지 시간) 의장 사임 의사를 밝혔다. 1994년 결혼했던 두 사람이 2021년 5월 이혼한 지 3년 만에 자선사업에서도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프렌치 게이츠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전 세계 여성을 지원하고 성평등을 진전시키는 일에 전념하겠다”고 사임 배경을 밝혔다. 이혼 당시 합의에 따라 프렌치 게이츠는 재단을 떠나면 자선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125억 달러(약 17조1138억 원)를 받는다. 프렌치 게이츠가 다음 달 7일 공식으로 물러나면 재단 이름 역시 ‘빌게이츠재단’으로 바뀐다. 이 재단은 두 사람이 2000년 공동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자선단체다. 누적 기부금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752억 달러에 이른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소아마비와 말라리아 퇴치 등 보건 개선 및 빈곤 퇴치에 주력해 왔다. 부부였던 2010년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세계 거부(巨富)들에게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로 환원하도록 촉구하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캠페인도 시작했다. 하지만 ‘모범 부부’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이들은 빌 게이츠의 불륜 등이 드러나며 27년의 결혼 생활을 청산했다. 프렌치 게이츠는 이혼 발표 뒤 “막대한 부를 한 사람 손에 쥐여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고 있다”며 ‘재산 대부분을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철회하고 개인 명의로 새로운 기부를 서약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자선 활동의 주된 관심 분야도 각각 의학과 성평등으로 달랐다. 프렌치 게이츠는 2015년 여성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투자기업 피버털벤처스를 설립해 경영하고 있다. 전 부인이 사임을 발표한 날, 빌 게이츠는 별도 성명에서 “멀린다가 향후 자선사업에서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을 확신한다”고 지지를 보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1526억 달러를 보유한 세계 5위 부자이며, 프렌치 게이츠의 재산은 133억 달러로 파악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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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명의 규제기관, 美 기후정책의 핵심 된 이유… 청정에너지 전력망 대대적 개편

    이름조차 낯선 ‘무명의 규제기관’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미국 청정에너지 정책의 핵심에 섰다. 가스와 석유, 전기의 주(州)간 수송을 감독하는 FERC가 13일(현지 시간) 전국의 청정에너지 송전과 관련해 전력망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규칙(rule)을 통과시킨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정책을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FERC는 민주당 성향 위원 2명의 찬성, 공화당 성향 위원 1명의 반대로 해당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FERC는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관이지만, 이날 가결된 규칙은 바이든표 ‘탈탄소’ 정책을 뒷받침하는 데 꼭 필요한 근거”라고 전했다. “송전관 노화-극한기후로 전력인프라 한계”이번 규칙엔 미국 전역에 더 많은 풍력 및 태양 에너지를 송전하기 위해 수천km에 달하는 새로운 고압 전력선을 건설하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각 주들이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기자동차와 인공지능(AI) 보급,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해마다 늘어나는 극한 기후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우리나라에서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전국의 발전과 송배전 사업을 총괄하지만, 미국에서는 이 시스템이 개별 사업자와 주 정부 등에 복잡하게 분산돼있다.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로지르는 낡은 전력망은 날씨에 따라 변동하는 청정 에너지원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FERC의 윌리 필립스 위원장은 “현재 전력 인프라는 한계까지 내몰린 상태”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전력망 개혁 논의가 바이든 행정부의 ‘탈(脫) 탄소’ 공약과 맞물리면서 정치 문제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AP통신은 “전력 회사들이나 공화당이 우세한 주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 송전망을 개선하는 데 돈을 쓰기 싫어한다”라며 “청정에너지를 늘리겠다는 야심 찬 목표의 민주당 우세 주들과 갈등을 빚는 이유”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기후정책 직결된 전력 정책, 여야 갈등의 장으로청정에너지 장거리 송전시스템은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직결돼있다. 2022년 8월 발효된 IRA는 기후변화 대응과 청정에너지 공급망 강화에 총 3700억 달러를 쏟아붓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NYT는 “송전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IRA가 지원하는 혜택의 절반이 증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35년까지 발전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지역 간 송전용량을 5배로 늘려야 한다. 이 때문에 FERC는 기후정책을 둘러싼 여야 갈등의 장이 됐다. 양당 모두 전력망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청정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공화당은 화석에너지 규제를 완화하려 한다는 점이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FERC 위원장을 지낸 닐 채터지는 NYT에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에 반대하기 위해 반대하는 셈”이라며 “이번 규칙은 IRA 법 성공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FERC는 의회에서 공화당의 반발을 우회하는 방안”이라며 “FERC는 우리(민주당)가 요청한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 이번 규칙으로 퍼즐의 빈 조각이 채워졌다”라고 말했다. 반면 유일한 반대표를 던진 마크 크리스티 위원은 “FERC가 권한을 넘어서는 정책 변화를 서둘러서 강요하고 있다”라며 “청정에너지 관련 발전 사업자들에게만 이득이 되는 변화”라고 반발했다. 실제 송전선 건설 따른 법적-정치적 장벽 여전FERC는 1920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 때 수력발전 댐을 관리하기 위해 창설됐다. 이후 1970년대 현재의 형태로 권한이 확대돼 전국의 전력 인프라를 관리하는 사실상 유일한 규제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원칙적으로 정원은 최대 5명이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녹색 정책을 두고 양당이 부딪히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측 위원이 각각 한 명씩 사임해 3명만 남았다. FERC가 전력망을 대폭 개편하는 방안을 승인한 것은 2011년 이후 13년만이다. NYT는 “이번에 가결된 규칙이 실제 시행되는 데에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고, 송전선 건설에 따른 법적 문제도 여전할 것”이라며 환경훼손 등에 대한 소송이 제기될 경우 해결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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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게이츠 전처 멀린다 게이츠, 17조원 받고 게이츠 재단 떠난다

    “이제 자선사업의 다음 장(the next chapter)으로 나아갈 때다.”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69)의 전 부인이자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공동의장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60·사진)가 13일(현지 시간) 의장 사임 의사를 밝혔다. 1994년 결혼했던 두 사람이 2021년 5월 이혼한 지 3년 만에 자선사업에서도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프렌치 게이츠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전 세계 여성을 지원하고 성평등을 진전시키는 일에 전념하겠다”는 사임 배경을 밝혔다. 이혼 당시 합의에 따라 프렌치 게이츠는 재단을 떠나면 자선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125억 달러(약 17조1138억 원)를 받는다. 프렌치 게이츠가 다음달 7일 공식으로 물러나면 재단 이름 역시 ‘빌게이츠재단’으로 바뀐다. 이 재단은 두 사람이 2000년 공동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자선단체다. 누적 기부금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752억 달러에 이른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소아마비와 말라리아 퇴치 등 보건 개선 및 빈곤 퇴치에 주력해 왔다. 부부였던 2010년엔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세계 거부(巨富)들에게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로 환원하도록 촉구하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캠페인도 시작했다. 하지만 ‘모범 부부’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이들은 빌 게이츠의 불륜 등이 드러나며 27년의 결혼생활을 청산했다. 프렌치 게이츠는 이혼 발표 뒤 “막대한 부를 한 사람 손에 쥐여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고 있다”며 ‘재산 대부분을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에 환원하겠다’라는 약속을 철회하고 개인 명의로 새로운 기부를 서약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자선활동의 주된 관심 분야도 각각 의학과 성평등으로 달랐다. 프렌치 게이츠는 2015년 여성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투자기업 피보털 벤처스를 설립해 경영하고 있다. 전 부인이 사임을 발표한 날, 빌 게이츠는 별도 성명에서 “멀린다가 향후 자선사업에서 큰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지지를 보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1526억 달러를 보유한 세계 5위 부자이며, 프렌치 게이츠의 재산은 133억 달러로 파악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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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전 열쇠, 네타냐후 아닌 신와르 손에” [지금, 이 사람]

    “팔레스타인 가자 전쟁을 촉발시킨 설계자이자, 종전의 열쇠를 쥔 사람.”(미국 뉴욕타임스·NYT)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지상전에 나서며 대규모 인명피해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하마스의 최고위급 지도자인 야흐야 신와르(62·사진)가 8개월 차에 접어든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인물이란 평가가 나왔다.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는 신와르가 의도적으로 휴전 협상을 지연시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에 따르면 가자지구 출신인 신와르는 1980년대 동족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스라엘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대거 살해해 ‘칸유니스(가자 남부 도시)의 도살자’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20여 년 이스라엘에서 옥살이를 한 뒤 하마스에 가담해 현재 중추세력이 됐다. 지금 라파가 아닌 칸유니스 지하에 은신해 있다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보고 있다. 현재 공식적인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이스마일 하니야 정치국장이지만, 실제 권력은 신와르에게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이다. “그와 상의하지 않고 내려지는 결정은 없다”(정치분석가 살라흐 알딘 알아와우데)는 말이 나올 정도다. 휴전협상 역시 하마스가 주요 결정을 내릴 땐 통신난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신와르의 허락을 받아야 해서 시간이 지체된다고 한다. 문제는 신와르가 자신을 투옥했던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심이 무척 크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과 미국 정보기관은 신와르가 휴전보다는 이스라엘의 국제적 평판을 망가뜨리고 미국과의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데 더 관심이 높다고 본다. NYT는 “하마스가 주요 국면마다 인질 영상을 공개한 것도 신와르의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신와르를 최우선 제거 대상으로 지목하면서도,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인질을 돌려받으려면 그와 꼭 협상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였다. NYT는 “전쟁을 지금껏 치르고도 여전히 신와르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스라엘에는 실패”라고 지적했다. 최근 가자 북부에서 병력을 철수시켰던 이스라엘군은 11일 북부 난민촌 자발리아에 탱크를 재진입시켰다. 이 지역에서 하마스가 전열을 정비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부에서 교전이 재개되며 이날 하루 동안 6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마스 보건부가 12일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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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승기념일 자축한 푸틴 “러 전략군 항상 전투준비 태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자축하는 ‘전승기념일’을 맞아 “러시아 전략군은 항상 전투 준비 태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수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79회 전승기념일 기념식에서 “제2차 세계대전 처음 3년 동안 소련이 거의 일대일로 나치 독일에 맞서 싸웠고 유럽 거의 모든 지역을 지켰다”면서 “(서방 국가들이) 이 같은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나치 추종자들이 야망으로 전 세계를 분쟁으로 몰아넣고 있지만 누구도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빗대 이들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군사작전’을 펴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7일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이 전승기념일에 이 같은 궤변을 더 강하게 펼친 것이다. ‘승리의 날(Victory in Europe Day)’로 통칭되는 전승기념일은 1945년 나치 독일이 항복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날을 일컫는다. 당시 독일은 ‘5월 8일부터 군사행동을 중단한다’는 문서에 서명해 서방 연합군 국가들은 8일을 전승일로 삼는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서기장이 “승리의 주역은 붉은 군대”라며 9일 0시 43분(모스크바 시간)에 따로 항복문서를 받은 걸 전승기념일로 여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7일 취임식에 친서를 보낸 데 이어, 전승기념일 축전도 보냈다.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신의 영도 아래 러시아 군대와 인민이 제국주의에 패배를 안기길 바란다”고 했다. 러시아는 전승기념일을 하루 앞둔 8일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등을 대규모로 공습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8일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과 드론(무인기)으로 우크라이나 발전·송전 시설과 군산복합체를 폭격했다”고 밝혔다. 또 “최전선인 하르키우와 도네츠크에서 이틀 만에 마을 두 곳을 추가로 장악했다”고도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 “러시아는 ‘21세기 파시즘’ 국가”라면서 “세계는 새로운 나치즘에 기회를 주면 안 된다”며 지원을 촉구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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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서도 ‘더내고 덜받는’ 연금개혁 난항…“이대로면 10년 뒤 사회보장 기금 고갈”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은 어느 나라에서든 정치인들의 손으로는 이루기 어려운 모양이다. 우리나라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합의가 7일 결국 불발된 가운데, 미국에서도 6일(현지 시간) 현 추세대로라면 사회보장 기금이 약 10년이면 고갈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날 미국 사회보장국(SSA)은 퇴직연금과 장애연금이 포함된 사회보장 기금은 2035년 고갈되고,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대상 공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재정도 2036년 바닥날 것으로 전망했다. 마틴 오말리 SSA 국장은 최근 고용 시장의 호황 등 탄탄한 경제 성장에 힘입어 기금 고갈 시점이 지난해 예상했던 것보다 다소 미뤄졌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운영되는 것과는 달리, 미국의 사회보장 제도는 고용주와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급여세(payroll tax)에 기반한다. 양측에게 사회보장 재원으로 6.2%, 메디케어 재원으로 1.45%의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자영업자는 고용주가 낼 몫도 직접 내므로 소득에서 총 15.3% 이상을 떼어내게 된다.올해는 경제 호조로 세입이 늘었지만, 전반적인 재정 전망은 인구 고령화로 여전히 암울하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사회보장연금 제도를 전면 개편한 뒤 사회보장 신탁기금은 약 30년간 흑자였지만, 2021년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역전이 이뤄졌다.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은퇴 연령에 도달하는 미국인은 약 400만 명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물론 기금이 바닥나더라도 연금을 아예 못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급여세 세입만으로 제도를 운용해야 하기에 지급액이 급격하게 깎일 수밖에 없다. 사회보장 연금의 경우 ‘약속했던 금액’의 약 87%만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SSA는 예측했다. 메디케어 지급액은 기금 고갈 이후 약 11%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회보장 수혜자는 전체 미국 인구의 20%에 이른다.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현재 제도의 틀을 유지하려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이 이뤄져야 위기를 피할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는 극도의 정치적 위험을 수반하기에 정치인들이 개혁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의 책임 떠넘기기 속에서 17년간 연금개혁 논의가 답보하는 우리나라와 상황은 흡사한 셈이다. 미국은 특히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됐기 때문에 더욱 상황이 복잡하다. 현재 공화당 유력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은퇴 연령 상향 등 사실상 사회보장 축소를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부자 증세 등으로 사회보장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상반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양극화된 의회에서 원활한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이 때문에 신탁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재원 자체를 넓히는 ‘우회로’가 검토될 가능성이 커진다. 현행대로 급여세에 의존하는 대신 일반 수입(general avenue), 즉 세금 외 수입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WSJ는 “사회보장제도가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을 강화하고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라며 의회가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미래 세대에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사상 최초로 사회보장 제도가 국가부채 부담을 늘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찰스 블라우스 전 SSA 공공이사는 “일반 수입을 활용하자는 것은 ‘사회보장 구제금융’을 향해 나아가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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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전시위 진원’ 美컬럼비아대, 15일 졸업식 취소

    미국 대학가를 휩쓴 중동 전쟁 반전(反戰) 시위의 진원인 뉴욕 컬럼비아대가 15일로 예정돼 있던 졸업식을 결국 취소했다. 다른 주요 대학들도 졸업식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지만, 시위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컬럼비아대는 6일 성명을 내고 “캠퍼스 내 대규모 졸업식은 안전이 크게 우려돼 전체 졸업생이 참석하는 행사는 취소한다”며 “대신 19개 단과대별로 소규모 졸업행사를 순차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뉴욕경찰(NYPD)이 컬럼비아대 당국의 요청에 따라 교내에 진입해 시위대를 체포하면서 반전 시위에 불을 붙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미 대학가는 연중 최대 행사인 졸업식 시즌을 맞았지만 서던캘리포니아대(USC)와 에머리대 등 다른 대학들도 일정을 줄줄이 바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거액의 학비를 들여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학부모들은 대학의 미숙한 대응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는 같은 날 “시위대가 자진 해산하지 않으면 정학 등 징계 조치를 내리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반전 시위를 둘러싼 미국 사회 분열도 상당하다. 로이터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 연방대법관 13명이 컬럼비아대 총장에게 이곳 학부나 로스쿨 졸업생을 자신들의 로클러크(Law Clerk·재판연구원)로 고용하지 않겠다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반면 시카고대 교수진은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할 경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이 연행·구금될 가능성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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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꾸역꾸역 산 끝에 ‘슈퍼스타’가 된 도널드덕[소소칼럼]

    다혈질-문제아에 ‘꽥꽥’ 목소리로 놀림당하던 도널드덕90살 생일파티에 마침내 ‘슈퍼스타’ 추앙받는 모습에괜스레 감개무량하고 코가 찡했다. 내 마음은 왜였을까.“♪ 우린 도널드덕을 사랑해!세상 하나뿐인 도널드덕~♬”만년 꼴등까지 갈 것도 없다. 만년 2등이 결국 모두에게 사랑과 박수를 받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왈칵하고 차올라버린다. 바로 얼마 전 40주년 행사를 마무리한 도쿄 디즈니랜드가 올봄 펼치고 있는 ‘도널드덕 더 레전드’ 퍼레이드를 보고 온 소감이다.‘최애’가 되기 어려운 오리디즈니 캐릭터 중 이 ‘괴팍한 오리’를 최애로 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뭐라고 말하는지도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성우는 헬륨가스도 없이 이 목소리를 40년을 연기했다―, 거만하고 욕심 많은 성격, 툭하면 미간을 찌푸리고 깃털 주먹을 휘두르며 폭발해버리는 오리. 월트 디즈니는 한 애니메이션에서 자기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가족사진(아래)을 보여주며 “도널드덕은 ”라고 콕 집어 말했을 정도다. 남을 골리기 좋아하는 성격 때문인지, 도널드덕 주변엔 적이 많다. 툭하면 욱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도널드 덕에게 자주 비유됐다. (아마존에서 “”를 검색하면 당최 누가 사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 인면(人面) 오리 러버덕이 잔뜩 나온다) 동시에 도널드덕은 겁도 많고 운도 나쁘다. 매번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무언가에 대들지만, 결론적으로는 자신이 당하고 만다.모두에게 사랑받기 어려운 캐릭터,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도널드덕은 어떤 사람들에게 짠하고 깊은 애정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도널드덕은 디즈니 캐릭터 중 유일하게 군대에 입대해 일본군과 싸웠다. 람보처럼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침투해서 어찌어찌 일본군을 섬멸시키기도 했지만―요즘도 한국 시청자들에게 주기적으로 조명받는 활약이다― 그 때문에 오랫동안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에 시달리기도 했다.그래서일까. 미 육군에서 싸운 경력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선 유독 미키마우스보다 도널드덕의 인기가 더 좋다. 항상 반듯하고 각 잡힌 군인 이미지라는 ‘선입견’을 뒤집어쓴 독일인들은 도널드덕의 좌충우돌을 보고 웃으면서 사실은 자기 모습을 본다고 한다. “똑똑한 미키와 달리 도널드덕은 뭘 해도 안 되는 루저이고 완벽하지도 않아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죠.”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의 한 는 AFP통신에 그들이 ‘영원히 불운한 오리’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 생각도 똑같다.꽥꽥대는 도널드, 꾸역꾸역 사는 나나 역시 도널드덕을 좋아한다. 그가 멋진 빌런이 아니라서 좋아한다. 그에겐 결점이 많다. 도널드는 오만하고, 욕심이 많고, 자존감도 낮은 오리다. 하지만 세 조카 휴이듀이루이를 살뜰히 챙기고, 요리를 좋아하고, 매일 질투 속에 살면서도 세일러복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챙겨 매며 뽐을 낸다. 늘 밝고 완벽한 미키마우스가 유재석이라면, 약점 많은 도널드는 정형돈 같은 캐릭터다.결점이 없는 사람은 멋지고 부럽지만, 사랑하기가 어렵다. 내가 결점 그 자체를 사랑하는 건 아니다. 다만 결점을 갖고도 꾸역꾸역 살아나가는 그 모습이 애잔하고 공감 간다. ‘꾸역꾸역’은 그래서 내가 참(때론 지나치게) 자주 쓰는 단어이기도 하다.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하며 산 것 같지만, 결과까지 최고가 된 적은 드물었다. 그런 내가 한숨을 쉬며 말하던 단어를 삶의 모토로 삼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었다. 작년 이맘때쯤 나왔던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의 책 ‘마음의 지혜’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내가 생각하는 꾸역꾸역 이란 단어는 모범생다운 성실성이나 근면함과는 조금 다르다. 스스로 만족하지 않더라도 그 점들을 짊어지고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밀고 나가는 것에 가깝다. 그래도 그가 “어찌어찌 꾸역꾸역 해내는 사람”을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든 해내고야 마는 강한 사람’으로 바라봐야 한다”라고 쓴 것은 나에게는 작은 힘이 되었다. 아무렴, 완벽한 미키 마우스만 잘 살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슈퍼스타’ 도나를 추앙해다시, 얼마 전 도쿄 디즈니랜드. 6월까지 이어지는 도널드의 ‘꽥꽥 도시(·Quacky Duck City)’는 산뜻하게 빛나는 파란색과 흰색, 노란색으로 가득했다. 디즈니와 테마파크에 별 감흥이 없던 나조차도 감개무량했다.행진이 시작되자 평소 티격태격했던 미키와 친구들이 전부 새파란 세일러복을 입었다. 거리에서 춤추는 댄서들의 타이츠와 구두는 오리 다리처럼 샛노랗게 빛났다. ‘슈퍼스타’가 된 도널드덕을 모두가 추앙하는 모습에 코끝이 찡했다. 관객들은 진행자의 구령에 맞춰 “도나루도!” “꽥!꽥!” 을 외쳤다. 퍼레이드가 끝난 뒤 환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아기들은 새하얀 오리 궁둥이 복장을 하고 아장아장 유원지를 누볐다.아 참, 이 행사는 사실 1934년생 도널드의 90세 생일파티였다. 카메오로 시작해 악동 소리를 들으며 큰 도널드덕. 90년을 ‘존버’한 대기만성형 오리가 마침내 자신이 꿈에 그리던 도시에서 모두의 칭찬을 받으면서 생일잔치를 즐기는 모습이 어쩐지 고마웠다.나는 안심하며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Yeah, we love Donald Duck. The one and only Donald Duck~.”[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4명의 기자가 돌아가며 씁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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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센터 ‘고철꽃’ 작품 만든 ‘미니멀아트’ 대가 스텔라 별세

    미니멀아트의 대가이자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의 추상화가 프랭크 스텔라(사진)가 4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림프종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1997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 설치한 조형물 ‘꽃이 피는 구조물: 아마벨’을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1936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이탈리아계 가정에서 태어난 스텔라는 20대 초반 어두운 색상의 사각형을 반복해서 그린 ‘블랙 페인팅’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70년대부터 회화가 아닌 조각에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스테인리스스틸, 알루미늄 같은 산업 재료를 사용하여 반복적이고 기하학적인 대규모 조각품을 제작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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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군사지원 지연에… 우크라, 러에 동부 요충지 빼앗겨

    러시아와 2년 3개월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요충지를 빼앗기며 큰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미국의 지원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으나 6개월가량 소요되며 야기된 ‘무기 공백’을 틈타 러시아군이 적극 공세를 펼친 결과다. 미국의 군사 지원이 실전에 배치되려면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앞으로 2개월가량이 전쟁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CNN방송은 1일 “러시아가 지난해 12월부터 집중적으로 공격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냈다”며 “2022년 7월 전략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 점령 이후 최대 규모의 진격”이라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월 아우디이우카에 이어 지난달 말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여러 마을을 점령하며 기세를 올렸다. 최근엔 인근 세메니우카와 노보바흐무티우카도 차지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8일 동부전선 악화로 우크라이나군은 아우디이우카 북쪽 베르디치우와 세메니우카, 마리앙카 인근 노보미하일리우카 등에서 후퇴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약 2년 만에 거둔 실질적인 성과에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해당 지역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대공세를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의 주요 군사거점과 동부 최대 격전지로 알려진 바흐무트 서쪽 차시우 야르, 남동쪽 쿠라코우 등 3곳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수세에 처한 상황이지만 당장은 이를 상쇄할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의회에서 지원 예산이 통과한 뒤 미 국방부는 곧장 우크라이나 안보지원 패키지를 발표해 희망의 싹이 생겼다. 하지만 탄약 등 실제 무기가 전선에 도착하려면 더 기다려야 해 당장 숨통이 트이긴 어려운 지경이다. 그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은 향후 2개월이 절체절명의 시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네츠크 지역에 주둔한 우크라이나 제92기계화보병여단의 유리 페도렌코 드론 사령관은 “이제부터 두 달은 러시아군에 기회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현재의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태세다. 미 국무부는 1일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화학무기 클로로피크린 등을 사용해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위반했다”며 제재를 시사했다. 러시아는 현재 화학무기 사용을 부인하고 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관련해 “서방의 간섭만 없었으면 진작 끝났을 것”이라면서 “서방이 러시아의 항복을 노리고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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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대사, 북-러 무기거래 의혹에 “러, 국제법 준수하며 북한과 협력중”

    북한의 대북제재 위반을 감시하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해산됐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패널 임기 연장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서다. 점점 밀착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신임 주한 러시아대사는 이의를 제기했다. “러시아는 꼭 전문가 패널을 해체하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 우리가 제안한 (대북 제재에 일몰 조항을 신설하자는) 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패널 임기 연장안에 ‘오케이(OK)’ 했을 것이다.”“러, 국제법 따르면서 북한과 협력중” 제재위반 의혹 반박2일 지노비예프 대사는 70분 넘게 이뤄진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급격하게 북한에 기울고 있다는 관측에 수차례 선을 그었다. 1월 초 부임한 그는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기도 전부터 국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의혹을 반박해왔다. 그는 이날도 시종일관 “러시아는 국제법과 국제의무를 따르면서도 ‘우호국’인 북한과 협력을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첫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 1호’ 발사에 성공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그는 “한반도 민족은 높은 근면성과 넘치는 재능, 창의력을 갖고 있다”라며 “북한이 본국의 방어력을 강화하는 데 이뤄낸 성과는 북한의 힘과 역량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소속 전문가 3인이 우크라이나에 북한산 미사일이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는 최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도 다른 의견을 내놨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안보리에 비공개 제출한 보고서에서 “1월 2일 하르키우시에서 수거된 미사일 잔해가 북한산 화성-11형 계열 미사일에서 나왔다”며 발사지를 러시아 내로 추정했다. 사실이라면 대북제재 위반이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올해 초엔 이런 의혹들에 대해 “증거의 신뢰도가 낮다”이라며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의 결론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주장해왔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해당 보고서는 패널 구성원 전원이 원칙적 절차에 따라 서명한 공식 보고서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보도를 에둘러 반박했다. 이어 “전문가 패널은 정치적으로 (서구권에) 편향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낸 마지막 공식 보고서에는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는 증거물을 찾지 못했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종전구상엔 “이런 최후통첩으론 불가능”그는 2022년 2월 발발해 최근 개전 800일을 돌파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에 장기화의 책임을 돌렸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러시아의 항복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의 현재 평화공식(Peace Formula)에 따라서는 합의가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평화공식은 볼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내놓은 종전 구상이다. 러시아군 완전 철수, 전쟁포로 교환, 우크라이나 주권 보장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지노비예프 대사는 “내실 있는 합의를 하려면 최소한의 건설적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최후통첩과 불가능한 요구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종전 논의과 관련해서 그는 “모든 전쟁엔 끝이 있고, 이 전쟁도 역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라면서도 “서방의 간섭만 없었다면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이어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나치 국가’로 묘사하며 종전 조건으로 요구한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 및 비무장화”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프리자 헤르손 등 러시아가 10월 초 합병 절차를 끝낸 4개 도시를 러시아 영토로 병합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지노비예프 대사는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딱히 좋지 않다는 평가에 동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낙관주의자’를 자임하며 “한-러 관계가 나빠진 이유는 양국의 내부적인 문제가 아니라 (서방 국가들이 제공한) 외부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양국 관계가 빠르게 복원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고 내다봤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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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수입품이 美일자리 - 富 훔쳐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월 30일(현지 시간) 미 타임지 인터뷰에서 11월 대선에서 재집권하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특히 미,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USMCA)을 맺어 관세장벽이 없는 멕시코를 우회하는 중국산 전기차에도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보편관세 부과 공약에 대한 질문에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며 “(외국이 미국에 물건을 팔아) 우리의 일자리와 부(富)를 훔치고 있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관세의 최우선 타깃이 중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은 미국에 수출할 자동차를 만들려고 멕시코에 세계 최대 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멕시코는 미 자동차 산업의 31%를, 중국은 더 많은 부분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타임지는 인터뷰 내용에 대한 팩트체크 기사에서 “해당 수치를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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