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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치러진 동유럽 루마니아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친(親)유럽연합(EU), 친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성향인 니쿠쇼르 단 수도 부쿠레슈티 시장(56·무소속)이 1차 투표의 열세를 딛고 깜짝 승리했다. 같은 날 폴란드의 대선 1차 투표에서도 출구조사 결과 친EU 성향인 여당 시민연합(PO)의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후보 겸 수도 바르샤바 시장(53)이 1위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최근 유럽 곳곳에선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러시아의 영향력이 큰 동유럽의 두 나라에서 ‘친유럽 표심’이 확인되면서 러시아를 제어하기 위한 유럽 차원의 결속을 다시 한 번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단 당선인은 54.1%를 득표해 극우 민족주의, 친러 성향이 강한 제오르제 시미온 결속동맹(AUR) 대표(45.9%)를 눌렀다. 앞서 4일 1차 투표에서는 시미온 후보가 41%로 1위였고 단 당선인은 21%를 얻는 데 그쳤지만 2주 만에 대역전극을 만들어낸 것이다. 루마니아 대선은 당초 지난해 11월 실시됐다. 하지만 당시 극우 성향의 컬린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 혐의가 불거졌고, 헌법재판소가 ‘선거 무효’를 선언해 이날 선거가 다시 치러졌다. 수학 교수 출신인 단 당선인은 선거 내내 EU와 나토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했다. 또 “우크라이나 지원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미온 후보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를 딴 ‘루마니아를 다시 위대하게’를 외쳐 대조를 보였다. 단 당선인은 승리가 확정되자 “루마니아 국민이 승리했다. 내일부터 재건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지지층도 “루마니아는 러시아의 것이 아니다”라고 동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루마니아를 신뢰하는 파트너로 삼을 것”이라며 “역사적 승리”라고 반겼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단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는 성명을 내놨다. 한편 폴란드 대선 1차 투표에서는 출구조사 결과 트샤스코프스키 후보가 30.8%의 지지를 얻었다. 다만 우파 민족주의 정당 ‘법과정의당(PiS)’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카롤 나브로츠키 후보(29.1%)와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다. 트샤스코프스키 후보는 현재의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를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나브로츠키 후보는 친러 성향이 강하다. 두 사람은 다음 달 1일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 15.4%를 얻어 3위에 오른 극우 성향 자유독립연맹(KWin)의 스와보미르 멘트젠 후보를 향했던 표심이 다음 달 1일 결선 투표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8일(현지 시간)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 결선에서 수학자 출신의 친(親)유럽 성향 중도 후보가 민족주의 극우성향 1위 후보를 누르는 극적인 역전승이 펼쳐졌다. 같은 날 실시된 폴란드 대선 1차 투표에서도 극우성향 후보가 뒤처졌고 포르투갈 총선에서도 일단은 ‘현상 유지’가 이뤄졌다. 유럽연합(EU) 회원국 3국의 전국 단위 선거가 펼쳐진 ‘슈퍼 선데이’ 윤곽이 드러나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는 가운데 유럽이 러시아에 맞서 결속의 토대를 다지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마니아, 예상 뒤엎은 중도 후보의 역전이날 루마니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무소속 니쿠쇼르 단 부쿠레슈티 시장은 54.1%를 얻어 승리를 확정했다. 4일 이뤄진 1차 투표에서는 그의 득표율은 21%에 불과했다. 1위였던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제1야당 결속동맹(AUR) 대표 제오르제 시미온 후보(41%)의 절반에 그쳤던 것. 앞서 지난해 11월 열린 대선에서도 극우 성향 무소속 후보가 1위를 차지했던 바 있다. 다만 해당 선거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 혐의가 불거지며 무효가 됐다. 하지만 단 후보는 결선에서는 45.9%를 얻은 시미온 후보를 8.2%포인트 차이로 누르며 최종 승기를 잡았다. 그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루마니아 국민의 공동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며 “루마니아가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루마니아 사회가 보여준 오늘의 힘을 떠올리자”고 말했다. 이번 결선투표의 투표율은 64%로, 2000년 대선 1차 투표 이후 2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단 후보는 정통 정치인이 아닌 수학 교수 출신이다. 부동산 불법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이번 대선에는 반부패, 투명성 강화, 디지털 행정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강력하게 지지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안보적으로 필수”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선거 결과가 나온 뒤 단 후보의 지지자들이 “루마니아는 러시아의 것이 아니다”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반면 시미온 후보는 그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반대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유사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영국 BBC 방송은 그가 이날 출구 결과가 발표된 뒤에도 자신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해외유권자들의 투표가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하며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하게 ‘선거 불복’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에 맞선 단일대오를 유지하려는 EU가 결속을 강화할 토대를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원집정부제 국가인 루마니아에서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총리가 행정 실권을 가지지만 외교·국방 관련 사안은 대통령이 책임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 관계자는 무즈타바 라흐만 유럽 담당상무는 “우파 포퓰리스트인 트럼프 대통령의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n Great Again)를 추종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반발이 드러난 선거”라고 평가했다. 선거 결과가 확정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단 당선자와 통화했다며 “거듭된 조작 시도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 국민이 민주주의, 법치주의 그리고 EU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역사적인 승리”라며 “루마니아가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폴란드선 친EU-극우 박빙… 포르투갈선 극우당 약진한편 의원내각제를 택한 폴란드에서도 이날 안제이 두다 대통령의 후임을 뽑는 대선이 실시됐다. 출구조사 결과 친EU 성향의 집권 여당인 시민연합(PO)의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후보가 30.8%로 간신히 1위를 차지했다. 극우 성향 법과정의당(PiS)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카롤 나브로츠키 후보(29.1%)를 불과 2%포인트도 되지 않는 근소한 차이로 누른 것. 중도성향의 시민연합은 2023년 집권 이후 EU와 관계 개선을 추진해 왔지만, 우파 민족주의 정당 PiS는 폴란드의 국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다. 보수 역사학자 출신인 나브로츠키 후보는 유럽 난민 협정을 탈퇴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적극 협력해 안보 불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영국 BBC 방송 등은 트샤스코프스키 후보가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나브로츠키 후보보다 4~6%포인트 앞섰던 만큼 예상보다 훨씬 박빙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 다음 달 1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15.4%로 3위에 오른 극우 성향 자유독립연맹(KWiN)의 스와보미르 멘트젠 후보에게 갔던 표들의 향방이 결과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같은 날 치러진 포르투갈 조기 총선에서는 비리 의혹으로 위기에 몰렸던 루이스 몬테네그루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PSD)이 속한 중도우파 민주동맹그룹이 32.7%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중도좌파 사회당(PS)은 23.4%를 얻었고 극우 포퓰리즘 정당 체가는 22.6%로 사회당을 바짝 뒤쫓았다. 로이터통신은 사회당의 의석이 78석에서 58석으로 줄어든 반면 체가는 여론조사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며 8석을 늘려 58석을 확보해 사회당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다리로 ‘뉴욕의 명물’ 중 하나로 꼽히는 브루클린 브리지에 멕시코 해군의 훈련용 범선이 충돌해 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17일 뉴욕시 당국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반경 멕시코 해군 사관학교 4학년 생도를 중심으로 277명이 타고 있던 멕시코 해군 소속 ‘ARM 콰우테모크함’이 다리에 부딪히면서 돛대 두 개가 차례로 부서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을 인용해 브루클린 브리지는 약 38m 높이의 배는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지만, 콰우테모크함의 돛대는 약 54m였다고 전했다. 브루클린 브리지는 사고 직후 양방향 이동이 모두 통제됐다. 하지만 별다른 손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날 밤늦게 다시 개통됐다. 하지만 콰우테모크함에서는 사망자 2명을 포함해 21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부상자 19명 중 2명이 중태라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사고 장면 영상에는 충돌 후 일부 승조원들이 콰우테모크함의 돛대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1981년 건조된 콰우테모크함은 매년 우방국을 돌며 훈련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9월 한국을 찾아 인천항에도 정박했다. 흰 돛대와 화려한 전구, 거대한 국기로 장식해 정박지마다 이목을 끌었다. 올해엔 지난달 6일 멕시코를 출항해 총 254일간 미국 등 15개국 22개 항구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배가 항로를 이탈한 원인은 불분명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콰우테모크함은 이날 브루클린 다리 북단 17번 부두에 정박해 있었으며 아이슬란드로 출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함장은 배가 의도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기계적 결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브루클린 브리지는 1883년 개통됐을 당시 길이 486m로 세계 최대 현수교로 기록됐다. 현재도 하루 평균 차량 10만 대 이상과 보행자 3만2000명이 다닌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다리로 ‘뉴욕의 명물’ 중 하나로 꼽히는 브루클린 브리지에 멕시코 해군의 훈련용 범선이 충돌해 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17일 뉴욕시 당국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반경 멕시코 해군 사관학교 4학년 생도를 중심으로 277명이 타고 있던 멕시코 해군 소속 ‘ARM 콰우테모크함’이 다리에 부딪히면서 돛대 두 개가 차례로 부서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을 인용해 브루클린 브리지는 약 38m 높이의 배는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지만, 콰우테모크함의 돛대는 약 54m였다고 전했다.브루클린 브리지는 사고 직후 양방향 이동이 모두 통제됐다. 하지만 별다른 손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날 밤늦게 다시 개통됐다. 하지만 콰우테모크함에서는 사망자 2명을 포함해, 21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부상자 19명 중 2명이 중태라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사고 장면 영상에는 충돌 후 일부 승조원들이 콰우테모크함의 돛대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깊은 조의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1981년 건조된 콰우테모크함은 매년 우방국을 돌며 훈련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9월 한국을 찾아 인천항에도 정박했다. 흰 돛대와 화려한 전구, 거대한 국기로 장식해 정박지마다 이목을 끌었다. 올해엔 지난달 6일 멕시코를 출항해 총 254일간 미국 등 15개국 22개 항구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배가 항로를 이탈한 원인은 불분명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콰우테모크함은 이날 브루클린 다리 북단 17번 부두에 정박해 있었으며 아이슬란드로 출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함장은 배가 의도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기계적 결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원인을 전면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브루클린 브리지는 1883년 개통됐을 당시 길이 486m로 세계 최대 현수교로 기록됐다. 현재도 하루 평균 차량 10만 대 이상과 보행자 3만2000명이 다닌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과학기술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대규모로 삭감하자 미국을 떠나려는 인재가 늘어나고 있고, 이들을 잡기 위해 각국이 앞다퉈 유인책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과학을 위해 유럽을 선택하세요’ 콘퍼런스에서 2027년까지 과학기술 인력 유치 관련 예산으로 5억 유로(약 8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미국에서 활동 중인 연구자 유치에 1억1300만 달러(약 1580억 원)를 지출하겠다”고 밝혔다.스페인도 미국 과학기술 인력 유치를 콕 짚어 거론했다. 최근 스페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저평가된 과학자 유치를 위해 4500만 유로의 추가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정부도 “미국에서 학술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며 세계 연구자들에게 예산 96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호주의 유명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8일 “지금은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만한 인재 유치 기회”라며 호주 정부도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동안 풍부한 연구 지원금을 바탕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세계 최상위급 연구자들을 흡수해 왔다. NYT에 따르면 프랑스의 35세 연구원 평균 월급은 월 3600유로(약 560만 원)지만, 미국의 스탠퍼드대 박사후연구원 월 급여는 6000유로(약 930만 원)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미국의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은 1조 달러(약 1404조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올 1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 과학 연구기관과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이 수십억 달러씩 깎여나갔고, 연구 대상 분야도 제한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양대 과학기관인 국립보건원(NIH)과 국립과학재단(NSF)의 내년 예산은 각각 37%, 50% 이상 삭감됐다고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전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3월 미국의 과학자들에게 벌인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때문에 미국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답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중동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카타르에서 핵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이란을 향해 “(미국에) 우호적이거나 비우호적이거나,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며 ‘최후 통첩성 경고’를 보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주최한 국빈만찬 연설에서 “이란의 선택지는 세 개, 네 개, 다섯 개가 아니라 딱 두 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비우호적인 것은 폭력적인 것으로, 분명히 말하지만, 난 그것을 원치 않는다”라며 “우리는 이 상황을 평화롭게 마무리하고 싶고, 끔찍하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이제 행동에 나서야 한다”라면서도 “우리는 이란이 번영하고 성공하기를 바란다”라며 유화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카타르에도 “이란 상황을 해결하도록 도와주길 바란다”라며 “이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될 수 있다”라고 요청했다. 카타르는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미국 공군기지가 위치해 있는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 동시에, 걸프만 주변 아랍 국가 중 이란과 관계가 가장 가까운 국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2017년 카타르가 테러단체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단교 사태를 맞았을 때 이란과 더욱 가까워졌다.한편 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에서만 최소 1조2000억 달러(약 1678조 원) 규모의 경제교류를 창출하는 합의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중동 순방의 특징이기도 한 ‘안보 장사’를 카타르에서도 이어간 셈이다. 주요 계약에는 카타르항공이 보잉 항공기를 최대 210대 구매하기로 한 960억 달러 계약이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화끈한 투자’를 약속한 카타르를 향해 미국과 카타르의 관계가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라며 칭찬 세례를 쏟아냈다. 그는 “국왕께서는 경제 발전, 경이로운 기술 발전, 문화적 성취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유산을 구축하고 있다”라며 “이곳은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땅”이라고 말했다. 또 “훌륭한 지도자가 없다면 아무리 부와 자원이 많아도 의미가 없다”라며 “내 왼쪽에 앉아 있는 이분이 바로 그런 특별한 분”이라고 카타르의 ‘절대 권력’인 국왕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의 핵심 동맹으로 꼽히는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 시간) ‘중동 순방 나선 트럼프, 이스라엘 소외시키며 충격 안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중동 지역의 중요 현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1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최우방국인 이스라엘을 건너뛴 것이다. WSJ는 이를 계기로 “양국이 중동정책에 완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최근의 사례를 전했다. 12일 미국은 하마스와 직접 협상해 가자지구에 억류됐던 마지막 인질 생존자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 에단 알렉산더를 석방시켰다. 문제는 미국이 이 협상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미국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하마스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전에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됐다.인질 석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親)이란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종결하고 7일 돌연 휴전을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표됐다. 특히 미국은 후티 반군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조건도 받지 않았다. 실제로 후티 반군은 휴전 직전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타격했고, 휴전 발표 이후에도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이스라엘 안보의 최대 위협국가인 이란과 미국의 협상에 대해서도 이스라엘 내에서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기존 ‘절대 불가’ 입장에서 다소 유연한 태도로 선회한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비대칭이 드러난다. 이스라엘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17%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많은 이스라엘 국민의 예상보다 훨씬 강경하다”라며 “그는 첫 임기에는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었지만, 두 번째 임기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되어버렸다”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요엘 구잔스키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의 이익과 자국의 이익을 분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커지고 있다”라며 “미국은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포함하지 않은 새로운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싱크탱크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양국의 허니문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총리가 아닌 미국 대통령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라고 말했다. 앞서 9일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모든 것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공개 언급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왕실로부터 대당 4억 달러(약 5600억 원)에 달하는 보잉 747-8 항공기를 선물로 받겠다고 12일 밝혔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이는 단지 선의의 제스처”라며 “제안을 거절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 민주당 등으로부터 뇌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항공기 선물을 골프에서 동반 선수가 가까운 거리의 퍼팅을 남겼을 때 성공으로 인정해 주는 ‘컨시드(concede)’에 비유했다. 그는 전설적인 골프 선수 샘 스니드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는 모토가 있었다. 누군가 컨시드를 주면 ‘고맙다’고 말한 뒤 다음 홀로 가면 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많은 사람은 바보처럼 ‘난 퍼팅을 꼭 하겠다’고 고집하다 실수를 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둘러싼 모든 윤리적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를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비유”라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값비싼 항공기를 공짜로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건 멍청한 짓”이라며 “이건 내가 아니라 미 국방부에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 계약한 미국 보잉사가 새 전용기를 납품할 때까지 카타르가 선물한 항공기를 쓰겠다고 밝혔다. 현재 운용 중인 미국 대통령 전용기는 30년이 넘은 보잉 747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보잉사로부터 교체 비행기를 2024년까지 납품받기로 계약했지만, 인도 시점이 2027년 이후로 연기됐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선물받은 항공기를 퇴임 후 사적으로 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왕실로부터 대당 4억 달러(약 5600억 원)에 달하는 보잉 747-8 항공기를 선물로 받겠다고 12일 밝혔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는 단지 선의의 제스쳐”라며 “제안을 거절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 민주당 등으로부터 뇌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항공기 선물을 골프에서 동반 선수가 가까운 거리의 퍼팅을 남겼을 때 성공으로 인정해 주는 ‘컨시드(concede)’에 비교했다. 그는 전설적인 골프선수 샘 스니드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는 모토가 있었다. 누군가 컨시드를 주면 ‘고맙다’고 말한 뒤 다음 홀로 가면 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많은 사람은 바보처럼 ‘난 퍼팅을 꼭 하겠다’고 고집하다 실수를 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둘러싼 모든 윤리적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를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비유”라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값비싼 항공기를 공짜로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건 멍청한 짓”이라며 “이건 내가 아니라 미 국방부에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 계약한 미국 보잉사가 새 전용기를 납품할 때까지 카타르가 선물한 항공기를 쓰겠다고 밝혔다. 현재 운용 중인 미국 대통령 전용기는 30년이 넘은 보잉 747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보잉사로부터 교체 비행기를 2024년까지 납품받기로 계약했지만, 인도 시점이 2027년 이후로 연기됐다.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부로부터 고가의 항공기를 선물로 받으려고 한다는 소식이 전날 전해지자 보안뿐 아니라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선물 받은 항공기는 퇴임 후 사적으로 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강경한 이민 정책을 펼쳐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49명을 12일(현지 시간) 난민 자격으로 신속 입국시켜 ‘이중 잣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의 안보 상황이 개선됐다”며 미국 내 아프간 난민들에 대한 임시 보호 지위를 종료했다.17세기 남아공에 이주한 네덜란드계 백인 정착민들의 후손인 이들은 미국 행정부가 비용을 부담한 전세기로 이날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입국했다.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 등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직접 공항까지 나와 이들을 마중했다. 환영식이 열린 장소는 성조기의 색깔인 빨간색과 파란색, 흰색 풍선으로 장식됐다. 랜도 부장관은 “제 아버지도 1930년대 히틀러가 들어오면서 유럽 조국을 떠나야 했다”라며 “여러분은 이곳에서 꽃을 피울 것”이라고 이들을 환영했다. 이들이 ‘난민’ 자격으로 입국하게 된 계기는 올해 1월 마련됐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당국이 공공 목적 또는 공익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정당하고 공정한 보상을 약속하는 법안에 서명한 것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백인들은 전체 인구의 약 7%를 차지하지만, 개인 소유의 농장과 농업용 토지의 약 4분의 3을 소유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월 “인종적으로 불리한 토지 소유자에 대한 불균형적인 폭력을 조장하는 증오적인 수사법이자 정부 조치에 따른 것”이라며 ‘역차별’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남아공에 대한 원조와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아프리카너의 입국을 돕겠다고 밝혔다.사실상 모든 인도주의적 난민 프로그램을 중단한 트럼프 행정부가 백인인 이들에게만 유독 3달 만에 난민 자격을 부여해 입국시킨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강한 비판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식 당일 서명한 불법 이민자 추방 관련 행정명령에도 “미국은 대규모 이주민, 특히 난민을 수용할 능력이 부족하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아프리카너들이 입국한 당일, 미 국토안보부는 “아프가니스탄의 안보 상황이 개선됐다”라며 미국 내 아프간인들에 대해 임시 보호 지위를 종료한다고 밝혀 더욱 뚜렷한 대조가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남아공 백인을 난민으로 수용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라면서 남아공에서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이 우연히 백인이긴 하지만 그들이 백인인지 흑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라며 “남아공에서 백인 농민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땅도 몰수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이민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이것은 인종에 기반한 박해”라고 주장했다. 랜도 부장관은 이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인 것이 “미국이 남아공의 극심한 인종 박해를 거부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국무부 내부 문서에는 이들 대부분이 “25년 전에 일어난 가정 침입, 살인, 차량 강탈 등 인종적 연관성이 있는 극심한 폭력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서 구체적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법에 따른 토지 압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난민들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 아프간이배크(AfghanEvac)의 숀 반다이버 회장은 “미국의 난민 정책이 원칙과 정치 중 무엇에 기반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든다”라며 “잔혹하리만큼 명백한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로널드 라몰라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인 남아프리카인에 대한 어떤 형태의 박해도 존재하지 않기에 이들(트럼프 행정부)은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다”라고 반박했다. 남아공 당국에서는 “남아공의 민주주의에 문제를 제기하려 의도적으로 고안된 정치적 계략”이라고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소비자는 전 세계 제약업계의 ‘호구(suckers)’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트루스소셜에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을 59%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미 동부시간 오전 9시(한국 시간 12일 오후 10시)에 관련 행정명령에도 서명하겠다고 했다. 미국 소비자가 세계 주요국에 비해 훨씬 비싼 약값을 지불하며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약값 인하를 시도했지만 제약업계의 강한 반발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제약업계는 벌써부터 소송전을 예고하는 등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이번 정책이 그대로 실행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1일에도 트루스소셜에 “내일(12일) 오전 9시 백악관에서 역사상 가장 중대한 행정명령 중 하나에 서명할 것”이라며 “처방약 및 의약품 가격이 거의 즉시 30∼80%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요 의약품에도 ‘최혜국 대우’ 정책을 도입하겠다며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든 (의약품에) 가장 저렴한 약값을 지불하는 국가와 같은 금액만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범위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업계가 약값이 비싼 이유를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비용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이 ‘호구’처럼 아무 불만 없이 그 가격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의약품 가격은 다른 국가보다 약 2.78배 비싸다.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KFF)도 지난해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의 30일분 기준 가격이 611달러(약 85만 원)로 스위스(70달러), 일본(35달러)보다 훨씬 비쌌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다수 국가에선 정부가 제도적으로 약값을 규제하지만 미국에서는 제약사와 보험사 사이에 있는 ‘중개인’들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설명했다. 미국제약협회(PhRMA)는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면 환자들에게 해롭다”고 반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약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 정책이 실행되면 업계가 향후 10년간 최소 1조 달러(약 1400조 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일부 암 치료제 등에 대해 해외 약값에 연동해 미국 내 약값을 책정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제약업계가 반발하고 법원 또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해 무위로 돌아갔다. 이번 행정명령 역시 소송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 가격을 최대 80%까지 낮추는 행정명령에 12일(현지 시간) 서명하겠다고 예고했다. 첫 임기에 시도했던 약값 인하 정책을 재시도하면서 백악관과 제약업계의 마찰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루스소셜에 “내일(12일) 오전 9시 백악관에서 역사상 가장 중대한 행정명령 중 하나에 서명할 것”이라며 “처방약과 의약품 가격이 거의 즉시 30%에서 80%까지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범위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처방약과 의약품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며 “때론 같은 회사가 같은 공장에서 만든 같은 약이 5~10배까지도 비싸지만, 합당한 이유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약회사들은 오랫동안 연구 개발 비용 때문이라고 말했고, 이 비용은 전부 미국의 호구들(suckers)이 아무런 이유 없이 부담해 왔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 보건복지부(HHS)의 정책 자문기관 ASPE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미국의 의약품 가격은 다른 국가들보다 약 2.78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제약사들은 전 세계 수익의 상당 부분을 미국 내 판매에서 창출한다”라고 꼬집었다. 예컨대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KFF)에 따르면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의 작년 정가는 30일분 기준 611달러(약 85만 원)로, 스위스(70달러)나 일본(35달러)보다 훨씬 높다. 이는 대다수 국가에선 정부가 제도적으로 약값을 규제하지만, 미국에서는 제약사와 보험사 사이에 있는 ‘중개인’들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런 구조가 미국의 취약계층에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전임인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지난해 대선을 앞둔 8월 공공 의료보장제도 메디케어로 보장되는 일부 주요 의약품 가격을 인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의약품에 ‘최혜국 대우’ 정책을 도입하겠다며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든 (의약품에) 가장 낮은 가격을 지불하는 국가와 같은 금액만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마침내 공정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며 미국 시민들은 과거에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의료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대형 제약사들이 자신에게 냈던) 대선 기부금은 나와 공화당에는 별 효과를 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옳은 일을 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제약업계는 이런 조치로 연구개발 비용이 줄어들면 신약 개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미국제약협회(PhRMA)는 이번에 예고된 행정명령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가격 결정은 미국 환자들에게 해롭다”라며 “미국인들의 의약품 비용을 낮추려면 중간 유통과정을 손봐야 한다”라고 반발했다. 약값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핵심의제 중 하나였다. 그는 2018년에도 최혜국 대우를 적용해 의약품 가격을 내리려 시도했고, 2020년 11월 대선을 치른 직후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거센 반발과 법원의 절차적 문제 제기로 추진이 무산됐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2기의 조치 역시 백악관과 거대 제약업계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NYT는 “이번 행정조치에 법적으로 이의가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의회의 협조 없이 이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라고 내다봤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리보스트 추기경이 8일(현지 시간)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 ‘레오 14세’로 선출되면서 미국 전체가 환호하고 있다. 특히 그의 고향 시카고는 완연한 축제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우리나라에 큰 영광”이라며 “교황을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썼다. 2019년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한 J D 밴스 부통령은 ‘X’에 “교황이 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도록 기도할 것”이라고 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또한 “교황 성하를 위해 기도하며 성령께서 지혜, 힘, 은총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교황의 선출 소식이 전해진 후 수도 워싱턴의 국립대성당 종탑에는 거대한 성조기가 걸렸다. 뉴욕 맨해튼의 성 패트릭 대성당에서도 오르간으로 연주한 미 국가(國歌) ‘별이 빛나는 깃발’이 울려퍼졌다. 시카고 대교구 주교좌 성당의 그레고리 사코비치 주임 신부는 “신도들이 열광해 성당이 폭발할 것 같았다”고 ABC뉴스에 전했다. 인근 가톨릭 학교 학생들도 “교황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은 “모든 훌륭한 것은 시카고에서 나온다. 교황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반겼다. 퓨리서치센터 등에 따르면 미국의 가톨릭 인구는 약 5300만 명. 개신교도(약 1억7600만 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역대 대통령 중 가톨릭 신자 또한 모두 아일랜드계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등 2명에 그친다. 이에 미국 내 가톨릭교도의 기쁨이 어느 때보다 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X’에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뜻의 라틴어)”이라고 썼다. 시카고가 정치적 기반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또한 “미국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반겼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새 교황 레오 14세로 선출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미국이 배출한 첫 교황이지만 모국의 현 지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노선에 대해서는 10년 가까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2011년 가입해 로버트 프레보스트라는 명의로 운영 중인 X(엑스) 계정(@drprevost)에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담긴 글이 다수 게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계정에는 X가 ‘신원이 확인된 유료 계정’에 부여하는 파란색 체크 표시가 있다. 다만 로이터통신 등은 해당 계정이 실제 레오 14세의 것인지 아직 바티칸 등에 확인 중이라고 8일(현지 시간) 전했다. 대부분의 게시물은 뉴스나 다른 이용자들이 쓴 글을 공유한 게시물이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14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들을 엘살바도르로 강제 추방한 정책에 대해 “이웃들의 고통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비판한 워싱턴 대교구 에벨리오 멘지바르 주교의 기고문을 공유했다. 2월에는 가톨릭 신자인 J D 밴스 부통령의 발언을 다룬 뉴스를 공유하며 “J D 밴스는 틀렸다”라고 직설적인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자 추방을 옹호하며 ‘이웃에 대한 사랑에 순서가 있다’는 교리인 ‘오르도 아모리스(ordo amoris)’를 언급하자 “예수님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순위를 매기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로 출마했을 당시인 2015년 7월에는 뉴욕 대교구의 티머시 돌란 추기경이 트럼프의 ‘반(反)이민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글을 올렸다. 2018년에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때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는 조치에 대해 “기독교적이지도, 미국적이지도, 도덕적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한 미국 추기경의 글이 공유됐다.이민 외의 정치적 주제에 관련된 글도 일부 발견됐다. 2020년엔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에 대해 미국 주교 7명이 “마음이 부서지고 분노한다”라고 규탄한 공동 성명서를 공유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지지하는 청원에 서명을 촉구하는 게시물도 공유됐다. 레오 14세가 교황으로 선출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우리나라에 큰 영광”이라고 축하하며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고 환영했다. 밴스 부통령도 X에 “수백만 명의 미국 가톨릭 신자들과 기독교인들이 교황이 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도록 기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며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고 썼다. 하지만 친(親)트럼프 보수진영에서는 레오 14세가 낙태와 동성애에 반대하는 등 비교적 보수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색을 비난하는 반응이 나왔다. 극우 선동가 로라 루머는 X에서 “새 교황은 ‘안티’ 트럼프이자 안티 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완전히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로 불렸던 인플루언서 스티브 배넌도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교황 후보군 중 다크호스”라면서도 “불행히도 그는 가장 진보적인 인물 중 한 명”이라고 주장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후 첫 무역 합의를 영국과 이뤘다고 8일(현지 시간) 밝혔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영국에 엄청나고 흥미로운 날이 될 것”이라며 백악관에서 합의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이날 총리실이 낸 성명에서 “미국은 경제와 국가 안보에 없어선 안 될 동맹국”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달 2일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이 무역흑자를 보는 국가인 영국은 당시에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은 10%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며 혼란에 빠지자 90일간 이를 유예한 뒤 각국과 일대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과의 이번 합의는 포괄적인 무역 협정이 아닌, 자동차와 철강 등 특정 산업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 및 철강에 대한 25% 추가 관세를 감면하고, 영국은 미국 빅테크에 대한 디지털세 감면과 미국산 자동차 및 농산물 관련 관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고율 관세를 앞세워 통상 전쟁 중인 미국과 중국은 10,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통상 협상을 갖는다. 미국에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에선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등이 참석한다. 베선트 장관은 관세로 인해 이른바 서민 물가가 올라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것을 고려해 중국산 수입품 비중이 높은 카시트 등 육아용품의 관세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의 선서식에서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관세를 인하할 생각이 있느냐’란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협상 전 기선 제압에 나섰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 땅(캐나다)은 ‘절대’ 판매되지 않을 것이다.”(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절대’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마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각각 올 1월, 3월 집권한 두 정상의 첫 회동이다. 두 사람은 이날 캐나다 주권, 미국의 관세 부과 등을 놓고 상당한 이견을 노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후 줄곧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편입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카니 총리의 전임자인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 또한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로 폄훼했다. 카니 총리 역시 “경제 및 군사 협력에 기초한 미국과의 관계가 끝났다”며 줄곧 미국에 날을 세워 왔다. 그는 지난달 28일 총선에서도 유권자의 반(反)트럼프 심리를 자극해 당초 지지율 열세를 뒤집고 승리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 주권-관세 놓고 내내 신경전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왜 캐나다에 연 2000억 달러(약 280조 원)를 보조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며 대(對)캐나다 무역적자에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지난해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357억 달러(약 50조 원)로 그의 주장보다 훨씬 적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이 “여전히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믿느냐”고 묻자 “여전히 그렇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답했다. 이어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봐도 인위적인 국경을 없애는 건 아름다운 일”이라며 캐나다 병합을 ‘멋진 결혼’에 비유했다. 다만 그는 “누군가(캐나다)가 원치 않는다면 논의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카니 총리는 “부동산에서 절대 매물로 나오지 않는 곳도 있다”며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백악관, 당신도 방문했던 (영국 런던의) 버킹엄 궁전 같은 곳이 절대 팔 수 없는 매물이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 또한 “절대란 말은 절대 하지 말라(never say never)”고 두 번 반복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캐나다산이 아니라 미국산 자동차를 원한다.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도 원치 않는다”며 관세 위협을 거듭했다. 자신의 집권 1기에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재협상 가능성도 거론하며 미국에 더 유리하게 변경할 뜻을 밝혔다. 그는 ‘카니 총리가 관세 철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도 “없다”고 단언했다. ●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 이날 두 정상의 회담은 올 2월 말 역시 백악관에서 공개 설전을 벌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동 때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평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카니 총리의 총선 승리를 거론하며 “내가 (승리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 같다”고 농담했다. 이어 “오늘은 누구(젤렌스키 대통령)와 그랬듯 폭발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에도 “카니 총리를 ‘주지사’로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니 총리가 트뤼도 전 총리보다 더 좋다고도 했다. 카니 총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국경과 마약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혁신적인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웠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최고 권위의 보도상인 ‘퓰리처상’이 5일(현지 시간) 올해 수상작을 발표했다. 언론 분야 15개 부문의 수상작 중 4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보도였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언론 속보’ 부문의 기사 및 사진 수상작은 모두 지난해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발생한 트럼프 대통령의 피격 사건을 다룬 보도가 차지했다. ‘언론 속보 기사’ 부문의 수상자인 워싱턴포스트(WP) 취재팀은 ‘상세한 스토리텔링과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신속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보도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언론 속보 사진’ 부문의 수상자는 더그 밀스 뉴욕타임스(NYT) 기자다. 그는 초당 최대 30프레임의 연속 촬영이 가능한 일본 소니의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해 피격 당시 허공을 가르는 총알의 궤적까지 포착해 냈다. 만화·삽화 부문의 수상자는 앤 텔네이스 전 WP 만평 작가다. 그는 WP 사주(社主)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를 비롯한 빅테크 거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동상 앞에 절을 하고 돈 꾸러미를 바치는 만평을 그렸다가 게재를 거부당하자 올 1월 초 17년간 재직했던 WP에 사표를 던졌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텔네이스가 “힘 있는 인물과 기관을 능숙하고 창의적으로 비판했다”고 격려했다. ‘국내 보도’ 부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최근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을 떠나겠다고 밝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다룬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수상했다. 선정위원회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의 정치적 변모 과정, 머스크의 약물 오남용 의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사적 대화 등을 추적했다”고 평가했다. ‘대상’ 격인 공공보도 부문에서는 탐사보도 전문 비영리 매체 프로퍼블리카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매체는 임신중절 금지법을 시행하는 미국 보수 성향 주(州)에서 의사들의 고의적인 늑장 대처로 산모들이 사망한 사건을 파헤쳤다. 지난해에는 종신직인 연방대법관들의 도덕성을 비판하는 기사로 수상했다.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좀비 마약’ 펜타닐의 미국 내 유통 문제를 파헤친 로이터통신이, 국제보도 부문에서는 수단 내전을 분석한 NYT가 각각 수상했다. 언론사별로는 NYT가 4개, 뉴요커가 3개, WP가 2개의 수상작을 냈다. 퓰리처상은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으로 19세기 말 황색 언론 ‘뉴욕월드’의 사주였던 조지프 퓰리처(1847∼1911)의 유언에 따라 1917년 창설됐다. 전문 언론인 교육기관의 시초로 꼽히는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언론대학원)도 그의 기부로 설립됐다.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이 주로 쓰는 건물은 ‘퓰리처홀’로 불린다. 퓰리처상은 언론 부문 15개 부문과 출판, 음악, 공연 등 예술 부문 8개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한다. 공공보도 부문 수상자는 금메달을, 모든 수상자는 각각 1만5000달러(약 2100만 원)씩을 받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최고 권위의 보도상인 ‘퓰리처상’이 5일(현지 시간) 올해 수상작을 발표했다. 언론 분야 15개 부문의 수상작 중 4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보도였다.퓰리처상 선정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언론 속보’ 부문의 기사 및 사진 수상작은 모두 지난해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발생한 트럼프 대통령의 피격 사건을 다룬 보도가 차지했다. ‘언론 속보 기사’ 부문의 수상자인 워싱턴포스트(WP) 취재팀은 ‘상세한 스토리텔링과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신속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보도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언론 속보 사진’ 부문의 수상자는 더그 밀스 뉴욕타임스(NYT) 기자다. 그는 초당 최대 30프레임의 연속 촬영이 가능한 일본 소니의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해 피격 당시 허공을 가르는 총알의 궤적까지 포착해 냈다.만화·삽화 부문의 수상자는 앤 텔네이스 전 WP 만평 작가다. 그는 WP 사주(社主)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를 비롯한 빅테크 거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동상 앞에 절을 하고 돈 꾸러미를 바치는 만평을 그렸다가 게재를 거부당하자 올 1월 초 17년간 재직했던 WP에 사표를 던졌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텔네이스가 “힘 있는 인물과 기관을 능숙하고 창의적으로 비판했다”고 격려했다.‘국내 보도’ 부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최근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을 떠나겠다고 밝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다룬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수상했다. 선정위원회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의 정치적인 변모 과정, 머스크의 약물 오남용 의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그의 사적 대화 등을 추적했다”고 평가했다.‘대상’ 격인 공공보도 부문에서는 탐사보도 전문 비영리 매체 프로퍼블리카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매체는 임신중절 금지법을 시행하는 미국 보수 성향 주(州)에서 의사들의 고의적인 늑장 대처로 산모들이 사망한 사건을 파헤쳤다. 지난해에는 종신직인 연방대법관들의 도덕성을 비판하는 기사로 수상했다.기획보도 부문에서는 ‘좀비 마약’ 펜타닐의 미국 내 유통 문제를 파헤친 로이터통신이, 국제보도 부문에서는 수단 내전을 분석한 NYT가 각각 수상했다. 언론사 별로는 NYT가 4개, 뉴요커가 3개, WP가 2개의 수상작을 냈다.퓰리처상은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으로 19세기 말 황색 언론 ‘뉴욕월드’의 사주였던 조지프 퓰리처(1847~1911)의 유언에 따라 1917년 창설됐다. 전문 언론인 교육기관의 시초로 꼽히는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언론대학원)도 그의 기부로 설립됐다.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이 주로 쓰는 건물은 ‘퓰리처홀(Pulitzer Hall)’로 불린다. 퓰리처상은 언론 부문 15개 부문과 출판, 음악, 공연 등 예술 부문 8개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한다. 공공보도 부문 수상자는 금메달을, 모든 수상자는 각각 1만5000달러(약 2100만 원)씩을 받는다. 시상식은 이달 말 컬럼비아대에서 열린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미국의 신혼부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세계 각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예식장 풍경도 ‘가성비’ 위주로 바뀌고 있다고 5일(현지 시간) 전했다. 중국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웨딩드레스뿐 아니라, 꽃과 테이블보, 양초 등의 소품 가격들까지 일제히 급등하면서 예비 신랑과 신부들의 허리가 휘고 있다는 것이다. 30세 여성 켈리 엘리자베스는 당초 결혼식에 예비 신랑과 자신의 취향에 맞춰 유럽의 고급 와인을 들이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유럽 수입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순간 꿈꾸던 각종 계획을 모두 폐지했다. 그는 “관세 뉴스를 보는 순간부터 모든 것들의 가격을 따져야만 했다”라고 털어놨다. 결국 와인은 비교적 저렴한 국산(미국산)으로 대체하고, 하객들에게는 원래 맞춤형 티셔츠를 제공하려던 계획을 쿠키로 대체하기로 했다.내년 10월 결혼 예정인 28세 여성 신디 응우옌은 결혼식 소품들을 한 푼이라도 쌀 때 미리 구매하기 시작했다. 꽃병 84개, 양초 72개 등 물건을 비축 중이며, 웨딩드레스도 결혼식을 1년 반가량 앞둔 3월 초에 미리 주문했다. 결혼식 영상 촬영은 당초 전문작가에게 의뢰하려 했지만, 저렴한 스마트폰 촬영스냅으로 변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각국에 부과하기로 했던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관세의 영향은 이미 많은 결혼식 비용에 반영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한 이용자는 “1년 전에 주문한 맞춤 드레스가 갑자기 1500달러(약 200만 원) 더 비싸졌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 유명 웨딩슈즈 브랜드는 이달부터 구두 가격에 약 60달러의 미국 수입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전국웨딩소매업협회의 샌드라 곤잘레스 부회장은 WSJ에 “현재 미국 내 드레스의 9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라며 “일부 부티크들은 드레스값을 10%~30%까지 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관세 인상과 운송비 상승으로 꽃값도 오르면서 장미를 카네이션 등 저렴한 꽃으로 대체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내년 결혼을 앞둔 28세 사회복지사 조던 스미스는 플로리스트들로부터 견적을 받은 후, 창고형 마트인 트레이더 조나 코스트코에서 직접 꽃을 사 부케를 만들고 꽃병은 중고품을 사기로 결정했다. 그는 “관세가 밀레니얼 세대의 결혼식을 쓰레기 재활용(garbage-core) 행사처럼 만들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40·사진)을 1일 경질된 마이크 왈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으로 4일(현지 시간) 거론했다. 집권 1기 때부터 자신의 반(反)이민 정책을 설계해 온 밀러 부비서실장을 미국 외교안보 분야의 최고위직에 기용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다만 돌출 행동이 잦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이번 발언이 곧바로 그의 최종 기용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그건 일종의 좌천 인사(downgrade)”라며 “내 생각에 스티븐은 지금 훨씬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 수립, 의회와의 협의, 언론 대응 등을 모두 관장하는 밀러 부비서실장이 현 직책에 있는 것이 자신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핵심 책사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이 ‘밀러의 국가안보보좌관 기용을 검토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미 간접적으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매우 소중한 사람이라며 “권력의 정점(the top of the totem pole)에 있다”고도 했다. 왈츠 전 보좌관의 사퇴 후 현재 해당 업무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임시로 겸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보좌관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6개월 안에 (후임자를) 결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캘리포니아주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0대 때부터 극우 논객으로 활동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는 ‘무관용 정책’의 설계자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30대 초반의 나이에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또한 도맡았다. 이런 그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기용되자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은 그를 “트럼프의 ‘스위스 군용 칼’” “가장 강력한 비(非)선출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거의 매일 만나는 ‘실세 중의 실세’로 꼽힌다. ● 루비오 국무와 이민 의제 긴밀 협력 밀러 부비서실장이 왈츠 전 보좌관의 후임 물망에 오른 것에는 루비오 장관과의 친밀한 관계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액시오스는 밀러 부비서실장이 국가안보보좌관이 된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민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온 루비오 장관과 “완벽한 조합일 수 있다”고 논평했다. 그의 안보관이 외교안보 정책을 거래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왈츠 경질의 도화선이 된 ‘시그널 게이트’ 채팅방에서 밀러 부비서실장이 J D 밴스 등 고위 당국자들에게 후티 반군 공습을 승인한 대통령의 결정을 전하며 “미국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홍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회복한다면 (유럽과 이집트로부터) 반드시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야 한다”고 썼다. 다만 관세 등 여러 정책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전용기에서의 발언만으로는 밀러의 국가안보보좌관 기용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2일 또 다른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루비오 장관이 국가안보보좌관직을 겸임하는 것이 단순한 임시방편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왈츠 전 보좌관을 주유엔 미국대사로 지명한 것을 두고 “승진”이라고 평했다. 자신에게 유엔 대사와 국가안보보좌관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유엔 대사를 원했을 것”이라고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