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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하면서도 잔혹한 마지막 챕터.”(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일차원적이고 예측 가능한 결말.”(미 뉴욕타임스·NYT) 세계적인 관심 속에 27일 공개한 ‘오징어 게임’ 시즌3가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그 마지막을 두고 평가들이 엇갈리고 있다. 2021년 9월 시즌1이 첫선을 보인 뒤 미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6관왕에 오른 이후 3년 9개월 만의 피날레. 시즌3는 살인 술래잡기, 잔혹 줄넘기 등 새로운 K게임을 선보이며 주인공 ‘기훈’(이정재)의 자기희생으로 보다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다. 전반적으로 평단은 나쁘지 않는 점수를 줬으나, 짜릿한 반전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다소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공개 하루 만에 93개국 모두 1위 시즌3 역시 화제성 측면에선 합격점을 받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8일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7일 공개 하루 만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플릭스패트롤이 집계하는 93개국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시즌1이 공개 8일 만에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1위, 지난해 12월 공개된 시즌2가 공개 2일 만에 같은 부문 1위에 오른 것보다 빠른 속도. 시즌3가 이미 시리즈를 매조지 한다는 게 알려진 만큼, 결말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란 해석이 나온다.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시즌1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즌2와 비슷한 양상이다. 29일 기준 미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시즌3의 비평가 신선도 지수는 83점으로 시즌2(83점)와 같다. 시즌1의 95점보단 떨어진다. 재미를 중시하는 일반 시청자들 반응은 더 냉담한 편. 시즌3의 시청자 팝콘 지수는 51점에 그쳐, 시즌1(84점)과 시즌2(63점)보다 현저히 낮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폭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풍자는 점점 사라져 간다”며 “볼거리는 있지만 예전만큼 날카롭지는 않다”고 했다. 미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한때 열광을 일으켰던 넷플릭스의 초대형 히트작이 실망스러운 결말로 힘겹게 마무리됐다”고 했다.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미 대중문화 전문 매체 ‘콜라이더’는 “압도적 피날레”라고 치켜세웠다. “멋지게 마무리된 만족스러운 완결”(영 일간 텔레그래프), “날카로운 자본주의 비판”(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등도 눈에 띈다.● “섭섭, 홀가분, 만감 교차”공개 다음 날인 28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서는 ‘오징어 게임’ 피날레 행사가 1시간 반가량 열렸다. 시리즈 상징인 ‘분홍색 병정’ 수십 명이 총 대신 트럼펫을 불고 드럼을 치며 행진했다. 주인공 ‘기훈’의 참가 번호인 456번이 적힌 트레이닝복을 입은 이들이 동요 ‘둥글게 둥글게’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이날 행사엔 시즌 2·3 출연 배우는 물론이고 시즌1에 출연했던 배우 박해수(상우 역), 정호연(새벽 역) 등도 무대에 올랐다. 황동혁 감독은 “너무 오랫동안 제 모든 것을 바쳤던 작품이라 끝난다고 생각하니 섭섭하긴 하다”면서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느낌이라 홀가분하기도 하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배우 이정재는 “이제야 진짜 피날레라는 느낌이 든다. 여기 오니까 이제야 끝났다는 기분”이라고 했다. 다만 해당 행사로 인해 일부 차로가 통제되고 교통 체증까지 벌어져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엔 “버스까지 무정차하면 집엔 어떻게 가느냐” “19금 콘텐츠 관련 행사로 주말에 통제까지 해야 하나” 등의 지적들이 올라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짜릿하면서도 잔혹한 마지막 챕터.”(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일차원적이고 예측 가능한 결말.”(미 뉴욕타임스·NYT)세계적인 관심 속에 27일 공개한 ‘오징어 개임’ 시즌3가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그 마지막을 두고 평가들이 엇갈리고 있다.2021년 9월 시즌1이 첫선을 보인 뒤 미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6관왕에 오른 이후 3년 9개월 만의 피날레. 시즌3는 살인 술래잡기·잔혹 줄넘기 등 새로운 K게임을 선보이며 주인공 ‘기훈’(이정재)의 자기희생으로 보다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다. 전반적으로 평단은 나쁘지 않는 점수를 줬으나, 짜릿한 반전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다소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공개 하루 만에 93개국 모두 1위시즌3 역시 화제성 측면에선 합격점을 받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8일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7일 공개 하루 만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플릭스패트롤이 집계하는 93개국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시즌1이 공개 8일 만에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1위, 지난해 12월 공개된 시즌2가 공개 2일 만에 같은 부문 1위에 오른 것보다 빠른 속도. 시즌3가 이미 시리즈를 매조지한다는 게 알려진 만큼, 결말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란 해석이 나온다.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시즌1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즌2와 비슷한 양상이다. 29일 기준 미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시즌3의 비평가 신선도 지수는 83점으로 시즌2(83점)와 같다. 시즌1의 95점보단 떨어진다. 재미를 중시하는 일반 시청자들 반응은 더 냉담한 편. 시즌3의 시청자 팝콘 지수는 51점에 그쳐, 시즌1(84점)과 시즌2(63점)보다 현저히 낮다.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폭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풍자는 점점 사라져 간다”며 “볼거리는 있지만 예전만큼 날카롭지는 않다”고 했다. 미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한때 열광을 일으켰던 넷플릭스의 초대형 히트작이 실망스러운 결말로 힘겹게 마무리됐다”고 했다.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미 대중문화 전문 매체 ‘콜라이더’는 “압도적 피날레”라고 치켜세웠다. “멋지게 마무리된 만족스러운 완결”(영 일간 텔레그래프), “날카로운 자본주의 비판”(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등도 눈에 띈다.● “섭섭, 홀가분, 만감 교차”공개 다음 날인 28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서는 ‘오징어 게임’ 피날레 행사가 1시간 반가량 열렸다. 시리즈 상징인 ‘분홍색 병정’ 수십 명이 총 대신 트럼펫을 불고 드럼을 치며 행진했다. 주인공 ‘기훈’의 참가 번호인 456번이 적힌 트레이닝복을 입은 이들이 동요 ‘둥글게 둥글게’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이날 행사엔 시즌 2·3 출연배우는 물론이고 시즌1에 출연했던 배우 박해수(상우 역), 정호연(새벽 역) 등도 무대에 올랐다. 황동혁 감독은 “너무 오랫동안 제 모든 것을 바쳤던 작품이라 끝난다고 생각하니 섭섭하긴 하다”면서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느낌이라 홀가분하기도 하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배우 이정재는 “이제야 진짜 피날레라는 느낌이 든다. 여기 오니까 이제야 끝났다는 기분”이라고 했다.다만 해당 행사로 인해 일부 차선이 통제되고 교통 체증까지 벌어져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엔 “버스까지 무정차하면 집엔 어떻게 가느냐” “19금 콘텐츠 관련 행사로 주말에 통제까지 해야 하나” 등의 지적들이 올라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한겨울에 먹는 딸기, 여름날 차갑게 식힌 수박,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연어회…. 신선한 음식이 제철이 아님에도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건 전부 ‘냉장 기술’ 덕분이다. 10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신선함을 유지하는 기술이 이제는 너무도 당연해졌다. 미국 잡지 ‘뉴요커’ 등에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냉장 기술의 발달 과정을 꼼꼼히 추적한다. 저자는 ‘콜드 체인’이 현대 냉장 기술의 핵심이라 설명한다. 콜드 체인은 음식이 생산지에서부터 식탁까지 신선하게 유지되도록 냉기를 끊기지 않게 이어주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뉴욕에 있는 바나나 숙성실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바나나가 일정한 속도로 익도록 만든다. 미국 남부엔 두 층 높이의 거대한 탱크에 오렌지 주스를 얼려 저장하는 냉동 창고가 있어 신선한 주스를 보관한다. 이처럼 세계 곳곳의 냉장 시설은 음식의 수명을 늘려 우리가 사계절 내내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콜드 체인의 문제도 있다. 요즘 대형마트에서 파는 과일이나 채소는 과거보다 맛이 덜하고 영양도 떨어진다고 한다. 멀리까지 운반하려면 과일을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하고, 오래 보관하기 위해 맛보다 저장성과 유통에 유리한 품종을 재배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환경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냉장고, 냉동 창고, 냉장 트럭은 모두 전기를 써서 열을 제거하고 냉기를 유지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냉장 기술이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식량을 위해 만든 새로운 북극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짜 북극을 녹이고 있는 지금, 우리는 불길한 운명을 피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 행동해야 한다.” 인류가 얼음을 캐서 쓰던 시절부터 현대의 스마트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냉장의 발전사를 폭넓게 보여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유통 과정에서 콜드 체인의 역할 등 공중보건 산업까지 아우른 점이 책의 깊이를 더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짜릿한 속도감과 날카로운 연출로 여전히 몰입감을 준다. 하지만 시즌1에서 터져 나왔던 섬뜩하고 기묘한 재미는 많이 사라진 듯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 직후 이같이 평가했다. FT는 “넷플릭스 메가히트작이 잔혹하고 소름 끼치는 마지막 시즌으로 돌아왔다”며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시즌3에 별 5개 만점에 3개를 줬다. 시즌3의 공개 직후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비평가 신선도 지수는 85점. 시즌1의 95점엔 못 미치지만, 시즌2의 83점보단 높다. 시즌3 공개 전후로 외신과 해외 평단은 여러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디스토피아 스릴러가 현 시대정신(zeitgeist)에 빈틈없이 스며들었다”고 시리즈 전체를 평가했다. 반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안타깝게도 시즌1에서 세계적인 조롱을 받았던 동물 가면을 쓴 VIP들이 다시 등장한다”고 했다. 올 9월 미국 에미상이 시리즈 전체에 대한 평가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올해 에미상은 그해 5월까지 방영된 작품이 시상 대상이라 시즌2가 해당되지만, 시즌3 공개 후인 8월 결선 투표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시리즈 전체에 대한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중문화매체 버라이어티는 ‘오징어 게임’ 올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주요 후보 8개 중 하나로 꼽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진행하고 있는 독자 투표에서 ‘오징어 게임’은 27일 기준 올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11위를 달리고 있다.‘오징어 게임’의 여정이 이대로 끝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시즌3 마지막에서 프런트맨(이병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찾았다가 한 뒷골목에서 딱지치기 게임이 벌어지는 장면을 목격한다. 팬들 사이에선 미국판 오징어 게임 등 스핀오프 제작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 3년 9개월 대장정 마침표 세계를 한국 옛 놀이에 빠지게 했던 ‘오징어 게임’이 시즌3로 돌아왔다. 미국 에미상을 휩쓴 시즌1 이후 3년 9개월 만에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은 것. K게임은 더 잔혹해졌고, 선악에 대한 질문은 치열해졌다.》“우린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사람은….” 넷플릭스 사상 최고의 화제를 불러모은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가 27일 드디어 공개됐다. 마침내 다다른 마지막 게임에서 ‘기훈(이정재)’은 피투성이가 된 채 슬픈 눈빛으로 인간의 존엄을 외친다. 사람이 죽고 죽이는 게임을 즐기는 ‘황금 가면’을 향해. 그리고 기훈은 의외의 선택을 한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 행동으로 보여준다.2021년 9월 시즌1 공개 뒤 사상 초유의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이 3년 9개월 만에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그간 ‘오징어 게임’은 우리 옛 놀이의 세계적인 유행을 이끌 만큼, K팝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사상 첫 미국 에미상 수상이란 쾌거까지 이뤄내며 한류의 위상을 몇 단계는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살인 술래잡기-잔혹 줄넘기… ‘흑화’된 K게임‘오징어 게임’ 시즌3의 공개는 지난해 12월 선보였던 시즌2를 기준으로는 약 6개월 만이다. 시즌 1∼3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시즌3를 6부작으로 매조지 했다. 시즌1(9부작)과 시즌2(7부작)보다 다소 짧다. 시즌3는 기훈이 게임 참가자들과 함께 반란을 꾀했으나 실패하는 과정을 그렸던 시즌2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된다. 반란에 가담한 이들이 사살되고, 기훈은 병정들에게 끌려가 감금된다. 기훈은 깊은 죄책감에 빠지고, 참가자들은 다시 게임에 내몰린다. 네 번째 게임은 예고 영상에서 알려진 대로 ‘술래잡기’다. 도망자들은 제한 시간 내 복잡한 미로를 빠져나와야 하고, 술래들은 도망자를 죽여야 한다. 아니면 자신이 죽는다. 유년 시절의 놀이가 처절한 생존의 장으로 바뀐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옷자락이 보일라.” 명랑한 효과음 사이로 참가자의 비명이 살 떨리게 파고든다.다섯 번째 게임은 ‘줄넘기’. 시즌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살인 기계였던 ‘영희’가 다시 등장한다. 이번엔 친구 ‘철수’와 함께다. 참가자들은 영희와 철수가 돌리는 거대한 줄을 뛰어 넘으며 낭떠러지를 지나야 한다. 이전 시즌들처럼 시즌3도 한국의 옛 게임을 잔혹하게 비튼다. 피가 튀고, 공포에 질린 참가자들을 보다 보면 숨이 턱 막혀 온다. 마지막 ‘히든 게임’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놀이를 변형했다.● “K콘텐츠 투자 물꼬, 문화적 위상 높여”‘오징어 게임’은 시즌1·2에서 불평등과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시즌3 역시 그 흐름을 잇는다. 참가자와 병정은 돈 때문에 서로를 죽이고, 황금 가면은 이를 TV쇼처럼 관전한다. 익숙한 설정이지만, 더 암울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변주됐다. 마지막 게임을 앞두고는 온갖 수 싸움이 벌어진다. 동맹과 배신이 난무하고, 강자들은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민주적 투표” “다수결”이란 말은 공허해진다. 드라마는 ‘다수는 언제나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시즌3의 핵심은 ‘선의(善意)’에 대한 탐색이다. 자기를 희생해 타인을 구하고, 혈연을 넘어선 결단을 내리며, 때로 목숨까지 내놓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실수와 후회 끝에 용서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인물도, 악행을 일삼다 결국 자멸하는 이도 있다. 특히 임산부, 할머니 등 사회적 약자들의 존재는 시즌3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자신을 지킬 힘이 부족한 이들. 타인을 공격할 수도, 스스로를 지킬 힘도 없는 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드라마는 묻고 있다. 시즌3에 아쉬움이 없진 않다. 거대한 반전은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기훈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던 경찰 ‘준호(위하준)’의 행보는 다소 맥이 빠진다. 병정 ‘노을’(박규영)과 살아남은 ‘경석’(이진욱)의 행동도 예측 가능한 편이다. 그렇다고 ‘오징어 게임’이 남긴 성과가 바래는 건 아니다. 시즌1은 누적 시청 2억6500만 회를 기록하며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는 물꼬를 텄다. 미 골든글로브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오영수)과 에미상 감독상(황동혁), 남우주연상(이정재) 등 6관왕 수상으로 한국 배우와 감독의 해외 진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시즌2도 누적 시청 횟수가 1억9200만 회에 이르렀다.길었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시즌3. 호평과 아쉬움이 뒤섞이겠지만, 역시 이번에도 세계의 이목은 ‘오징어 게임’을 향해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시즌3의 성패와 별개로 ‘오징어 게임’이 K콘텐츠의 위상을 높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짜릿한 속도감과 날카로운 연출로 여전히 몰입감을 준다. 하지만 시즌1에서 터져 나왔던 섬뜩하고 기묘한 재미는 많이 사라진 듯하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 직후 이같이 평가했다. FT는 “넷플릭스 메가히트작이 잔혹하고 소름 끼치는 마지막 시즌으로 돌아왔다”며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시즌3에 별 5개 만점에 3개를 줬다. 시즌3의 공개 직후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비평가 신선도 지수는 85점. 시즌1의 95점엔 못 미치지만, 시즌2의 83점보단 높다.시즌3 공개 전후로 외신과 해외 평단은 여러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디스토피아 스릴러가 현 시대정신(zeitgeist)에 빈틈없이 스며들었다”고 시리즈 전체를 평가했다. 반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안타깝게도 시즌1에서 세계적인 조롱을 받았던 동물 가면을 쓴 VIP들이 다시 등장한다”고 했다.올 9월 미국 에미상이 시리즈 전체에 대한 평가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올해 에미상은 그해 5월까지 방영된 작품이 시상 대상이라 시즌2가 해당되지만, 시즌3 공개 후인 8월 결선 투표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시리즈 전체에 대한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중문화매체 버라이어티는 ‘오징어 게임’ 올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주요 후보 8개 중 하나로 꼽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진행하고 있는 독자 투표에서 ‘오징어 게임’은 27일 기준 올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11위를 달리고 있다.‘오징어 게임’의 여정이 이대로 끝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시즌3 마지막에서 프런트맨(이병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찾았다가 한 뒷골목에서 딱지치기 게임이 벌어지는 장면을 목격한다. 팬들 사이에선 미국판 오징어 게임 등 스핀오프 제작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우린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사람은….”넷플릭스 사상 최고의 화제를 불러모은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가 27일 드디어 공개됐다. 마침내 다다른 마지막 게임에서 ‘기훈(이정재)’은 피투성이가 된 채 슬픈 눈빛으로 인간의 존엄을 외친다. 사람이 죽고 죽이는 게임을 즐기는 ‘황금 가면’을 향해. 그리고 기훈은 의외의 선택을 한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 행동으로 보여준다.2021년 9월 시즌1 공개 뒤 사상 초유의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이 3년 9개월 만에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그간 ‘오징어 게임’은 우리 옛 놀이의 세계적인 유행을 이끌 만큼, K팝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사상 첫 미국 에미상 수상이란 쾌거까지 이뤄내며 한류의 위상을 몇 단계는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살인 술래잡기·잔혹 줄넘기…‘흑화’된 K게임‘오징어 게임’ 시즌3의 공개는 지난해 12월 선보였던 시즌2를 기준으로는 약 6개월 만이다. 시즌 1~3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시즌3를 6부작으로 매조지 했다. 시즌1(9부작)과 시즌2(7부작)보다 다소 짧다.시즌3은 기훈이 게임 참가자들과 함께 반란을 꾀했으나 실패하는 과정을 그렸던 시즌2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된다. 반란에 가담한 이들이 사살되고, 기훈은 병정들에게 끌려가 감금된다. 기훈은 깊은 죄책감에 빠지고, 참가자들은 다시 게임에 내몰린다.네 번째 게임은 예고 영상에서 알려진 대로 ‘술래잡기’다. 도망자들은 제한 시간 내 복잡한 미로를 빠져나와야 하고, 술래들은 도망자를 죽여야 한다. 아니면 자신이 죽는다. 유년 시절의 놀이가 처절한 생존의 장으로 바뀐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옷자락이 보일라.” 명랑한 효과음 사이로 참가자의 비명이 살 떨리게 파고든다.다섯 번째 게임은 ‘줄넘기’. 시즌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살인 기계였던 ‘영희’가 다시 등장한다. 이번엔 친구 ‘철수’와 함께다. 참가자들은 영희와 철수가 돌리는 거대한 줄을 뛰어 넘으며 낭떠러지를 지나야 한다.이전 시즌들처럼 시즌3도 한국의 옛 게임을 잔혹하게 비튼다. 피가 튀고, 공포에 질린 참가자들을 보다 보면 숨이 턱 막혀 온다. 마지막 ‘히든 게임’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놀이를 변형했다.● “K콘텐츠 투자 물꼬, 문화적 위상 높여”‘오징어 게임’은 시즌1·2에서 불평등과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시즌3 역시 그 흐름을 잇는다. 참가자와 병정은 돈 때문에 서로를 죽이고, 황금 가면은 이를 TV쇼처럼 관전한다. 익숙한 설정이지만, 더 암울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변주됐다.마지막 게임을 앞두고는 온갖 수 싸움이 벌어진다. 동맹과 배신이 난무하고, 강자들은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민주적 투표” “다수결”이란 말은 공허해진다. 드라마는 ‘다수는 언제나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이처럼 시즌3의 핵심은 ‘선의(善意)’에 대한 탐색이다. 자기를 희생해 타인을 구하고, 혈연을 넘어선 결단을 내리며, 때로 목숨까지 내놓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실수와 후회 끝에 용서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인물도, 악행을 일삼다 결국 자멸하는 이도 있다.특히 임산부, 할머니 등 사회적 약자들의 존재는 시즌3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자신을 지킬 힘이 부족한 이들. 타인을 공격할 수도, 스스로를 지킬 힘도 없는 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드라마는 묻고 있다.시즌3에 아쉬움이 없진 않다. 거대한 반전은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기훈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던 경찰 ‘준호(위하준)’의 행보는 다소 맥이 빠진다. 병정 ‘노을’(박규영)과 살아남은 ‘경석’(이진욱)의 행동도 예측 가능한 편이다.그렇다고 ‘오징어 게임’이 남긴 성과가 바래는 건 아니다. 시즌1은 누적 시청 2억6500만 회를 기록하며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는 물꼬를 텄다. 미 골든글로브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오영수)과 에미상 감독상(황동혁), 남우주연상(이정재) 등 6관왕 수상으로 한국 배우와 감독의 해외 진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시즌2도 누적 시청 횟수가 1억9200만 회에 이르렀다.길었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시즌3. 호평과 아쉬움이 뒤섞이겠지만, 역시 이번에도 세계의 이목은 ‘오징어 게임’을 향해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시즌3의 성패와 별개로 ‘오징어 게임’이 K콘텐츠의 위상을 높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발레리노 전민철(21·사진)이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뒤 처음으로 주역을 맡았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은 26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전민철은 다음 달 17일 마린스키극장에서 열리는 ‘라 바야데르’에 남자 주인공 ‘솔로르’ 역으로 출연한다”고 밝혔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 힌두 사원을 배경으로 젊은 전사 ‘솔로르’와 아름다운 무희, 왕국의 공주 사이 삼각관계를 다룬 작품. 작품명은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한다. 전민철은 지난해 9월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서도 솔로르 역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꿈꿔온 마린스키극장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며 “춤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가 문화적으로 더 깊게 연결되기를 바란다. 작품의 아름다움과 극장의 전통을 온몸으로 느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민철은 선화예중과 선화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다 마린스키발레단에 합격한 뒤 이달 13일부터 마린스키발레단에 다니고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발레리노 전민철(21)이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뒤 처음으로 주역을 맡았다.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은 26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전민철은 다음달 17일 마린스키극장에서 열리는 ‘라 바야데르’에 남자 주인공 ‘솔로르’ 역으로 출연한다”고 밝혔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 힌두 사원을 배경으로 젊은 전사 ‘솔로르’와 아름다운 무희, 왕국의 공주 사이의 삼각관계를 다룬 작품. 작품명은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한다. 전민철은 지난해 9월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서도 솔로르 역으로 맡은 바 있다.전민철은 다음 달 4일 ‘백조의 호수’ 1막에서 왕자 친구 3명이 추는 ‘파 드 트루아’에도 출연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꿈꿔온 마린스키극장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며 “춤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가 문화적으로 더 깊게 연결되기를 바란다. 작품의 아름다움과 극장의 전통을 온몸으로 느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전민철은 선화예중과 선화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다가 마린스키발레단에 합격한 뒤 이달 13일부터 마린스키발레단에 다니고 있다. 한국 무용수가 마린스키발레단엔 입단한 건 발레리노 김기민(33)에 이어 두 번째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최근 몇 년간 한국 문화가 음악과 영화,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쌓아온 막대한 영향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입니다.” K팝을 소재로 삼은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5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는 21∼24일 나흘 연속 넷플릭스 영화 부문 세계 시청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영화를 공동 연출한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인 매기 강은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아시아 문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보면서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운 면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동시에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를 만드는 여정에 착수했다”고 했다. 실제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아이돌이 비밀 능력을 이용해 팬들을 초자연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이야기로 저승사자나 도깨비 등 한국적인 요소가 두루 담겼다. 강 감독은 “악귀에 관해 생각하다 보니 악귀 사냥꾼 아이디어까지 나왔다”며 “멋진 여성 전사 그룹이 비밀리에 악당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는 상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인공들이 K팝 아이돌 걸그룹인 이유로는 “쿨하고 강하면서도 단점이 있고 불완전한 존재이자, 먹는 걸 좋아하고 과식을 일삼는 철부지 같은 존재”라며 “지금껏 스크린으로 꼭 만나보고 싶었던 여성상이자 여성 슈퍼히어로”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아이돌들은 실제 K팝 아이돌들을 여럿 참고했다. 강 감독은 19일(현지 시간)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블랙핑크와 트와이스, 있지(ITZY) 등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H.O.T.’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1세대 K팝을 좋아한다고 한다. 영화 속 남자 아이돌은 방탄소년단(BTS)과 빅뱅,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몬스타엑스 등 많은 그룹들을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한다. “작품 속에 나오는 남자 아이돌 ‘진우’ 캐릭터는 차은우와 남주혁 등 한국 남자 배우에게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팬들이 영화를 보며 (다양한 실존 인물을) 각자 떠올리는 게 재밌지 않나요?”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최근 몇 년간 한국 문화가 음악, 영화,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쌓아온 막대한 영향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입니다.”넷플릭스에 공개돼 글로벌 흥행 중인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은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K팝 걸그룹이 악령을 사냥하는 데몬 헌터스로 활약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강 감독은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아시아 문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서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싶었다”며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운 면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동시에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를 만드는 여정에 착수했다”고 했다. 그는 “현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 문화를 다루는 최초의 애니메이션 영화”라며 “처음 일을 시작했던 때부터 꿈꾸던 목표를 실현해 보람차다”고 말했다.강 감독은 영화를 기획하던 당시 여러 한국 문화 중에서도 악귀와 관련된 다양한 신화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돌아봤다. 그는 “악귀에 관해 생각하다 보니 악귀 사냥꾼 아이디어까지 나왔고, 멋진 여성 전사 그룹이 비밀리에 악당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는 상상을 하게 됐다”고 했다.“운 좋게도 새로운 종류의 여성 슈퍼히어로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쿨하고 강하면서도 단점이 있고 불완전한 존재예요. 먹는 걸 좋아하고 과식을 일삼는 철부지 같은 존재죠. 제가 지금껏 스크린으로 꼭 만나보고 싶었던 여성상이었어요.”강 감독은 19일(현지 시간) 미국 포브스지와의 인터뷰를 통해선 “ITZY,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여러 K팝 그룹을 참고했다”고 했다. 그는 H.O.T.와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1세대 K팝을 좋아한다고 한다. 애니 속 그룹의 모습에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방탄소년단(BTS),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빅뱅, 몬스타엑스 등 실제 K팝 그룹의 특징을 반영했다. 강 감독은 특히 ‘진우’라는 캐릭터는 K드라마 남자 배우에게 영감을 얻었다며 배우 차은우와 남주혁을 언급했다. 고전적인 한국 남성상을 표현하고 싶어서 어두운 머리 색깔을 골랐다고 했다. 강 감독은 “사실 거의 모든 그룹에 존재하는 특정 전형이 있다”며 “팬들이 그런 전형에 맞는 멤버를 각자 떠올리는 게 재밌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K팝을 소재로 삼은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넷플릭스 영화 세계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 23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21, 22일 넷플릭스 영화 부문 세계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 1위를 기록한 국가는 26개국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아이돌이 비밀 능력을 이용해 팬들을 초자연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이야기다. 한국계인 매기 강이 공동연출자로 참여했다. 배우 이병헌이 악당인 ‘귀마’, 배우 안효섭이 K팝 그룹 리더 ‘진우’ 역을 맡는 등 한국 배우들도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YG 프로듀서 출신인 테디와 걸그룹 트와이스는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K팝을 소재로 내세우면서 뮤지컬과 오컬트를 융합한 신선함이 인기 이유로 꼽힌다. 저승사자, 도깨비 등 한국적인 요소와 응원봉 같은 K팝 팬덤 문화를 담은 점도 화제를 모은다. 넷플릭스 측은 “한국 전통 문화와 트렌디한 K팝이 어우러진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이라며 “훌륭한 이야기는 언어나 문화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좋은 사례”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슈가(본명 민윤기·32)가 자폐스펙트럼장애 어린이와 청소년을 돕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에 50억 원을 기부했다.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연세대 의료원에 연예인이 기부한 금액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세브란스병원은 23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제중관에서 ‘민윤기 치료센터’ 착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2023년 9월 2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한 슈가가 소집 해제된 지 이틀 만이다. 슈가는 지난해 11월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56)를 만나 자폐스펙트럼장애 소아·청소년 치료 과정에 대해 들었다고 한다. 올 3월부터 6월까지 주말을 이용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만나 기타를 함께 연주하고 화음도 맞췄다. 음악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의 사회성을 기르는 ‘마인드’ 프로그램 개발에도 참여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는 10년 이상의 중장기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해 기부를 결정했다고 한다. 민윤기 치료센터는 9월 완공 예정이다. 언어·심리·행동 치료 등 자폐스펙트럼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슈가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의 치료 과정에 함께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큰 감사이자 행복이었다”며 “더 많은 아이들이 우리 사회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456번. ‘그분’이 부르셔.”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기훈을 누군가가 부른다. 기훈은 검은색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있지만, 표정은 처량하다. 수염은 거칠게 자랐고, 눈빛은 텅 비었다. 하지만 기훈은 곧 굳은 결심을 한 듯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피로 얼룩진 손으로 구두끈을 고쳐 매고 천천히 ‘프런트맨’(이병헌)을 만나러 걸어가며 속삭인다. “난 게임을 멈추려는 거야.” 2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3는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이야기다. 2021년 9월 첫 공개 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6관왕에 오른 시즌1 이후 4년 9개월 만의 피날레다. 14일 공개된 시즌3 최종 예고편 등 사전 공개 영상 등을 살펴보면, 이번 시즌은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다룬다. 새로운 게임은 3개 이상 등장하고, 기훈과 프런트맨의 ‘최후의 결투’가 담겼다.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살인 줄넘기 게임’. 시즌1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등장해 오징어 게임의 아이콘과도 같은 살인 기계 ‘영희’ 인형이 돌아왔다. 이번엔 영희 인형이 거대한 줄을 돌리고 참가자들이 줄을 뛰어넘는다. 참가자들은 줄에 걸리면 그대로 공중으로 튕겨 나간다. 영희 친구 ‘철수’ 인형도 등장한다는 게 이미 알려진 걸 감안하면 영희와 철수가 양쪽에서 줄을 돌리고 참가자들이 이를 뛰어넘어야 하는 게임으로 추정된다.‘미로 술래잡기 게임’도 등장한다. 파란 별무늬 천장 아래, 방향을 잃은 참가자들이 떼를 지어 이리저리 방황하고 다툰다. 집단을 지어 서로를 쫓고 쫓기는 대결 구도일 것으로 보인다. 이 게임엔 다양한 한국의 옛 게임 규칙이 뒤섞여 있다. 시리즈 시즌1∼3의 각본·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9일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파란색과 빨간색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미로 같은 곳에서 술래잡기, 숨바꼭질, 경찰과 도둑 같은 게임 요소가 섞인 게임을 치른다”고 설명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마지막 게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예고편에선 마지막 게임에 대한 어떤 힌트도 없다. 황 감독도 “마지막에 숨겨진 게임이 기다리고 있다”고만 귀띔한 상황. 다만 예고편에서 기훈이 프런트맨을 만나러 가는 장면이 나오는 만큼, 두 사람이 최종 게임을 치르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참가자들의 심정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대사도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예고편에서 기훈은 “왜 나만 살려준 거냐”고 절규한다. 아들의 빚 때문에 게임에 들어온 ‘금자’(강애심)는 “선생님이 우리를 구하러 오셨다고 믿어요” “세상은 참 불공평해요. 착한 사람은 늘 자기 탓을 하죠”라며 기훈을 응원한다. 참가자들을 관리하는 ‘핑크 병정’ 한 명이 상급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도 등장한다. 외부인이 병정으로 위장해 잠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해관계를 두고 병정들 사이가 틀어져 내부 분열이 일어난다는 의견도 나온다.‘황금 가면’이 식사를 즐기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황금 가면은 돈을 내고, 참가자들의 게임을 관람하는 최상류층으로 시즌1에 등장했던 이들이다. 황금 가면의 정체가 드러날지, 기훈이 황금 가면과 마주할지도 주목할 만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K팝을 소재로 삼은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넷플릭스 영화 세계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23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21, 22일 넷플릭스 영화 부문 세계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 1위를 기록한 국가는 26개국이다. 베트남와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북미와 유럽에서도 인기다. ‘톱 10’에 든 나라는 93개국에 이른다.‘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아이돌이 비밀 능력을 이용해 팬들을 초자연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이야기다. 한국계인 매기 강이 공동연출자로 참여했다. 배우 이병헌이 악당인 ‘귀마’, 배우 안효섭이 K팝 그룹 리더 ‘진우’ 역을 맡는 등 한국 배우들도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YG 프로듀서 출신인 테디와 걸그룹 트와이스는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작품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다. 미 영화평점사이트 ‘로튼토마토’의 평론가 평가 신선도 지수는 94점, 관객 평가 팝콘 지수는 95점을 기록했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K팝을 소재로 내세우면서 뮤지컬과 오컬트를 융합한 신선함이 인기 이유로 꼽힌다. 저승사자, 도깨비 등 한국적인 요소와 응원봉 같은 K팝 팬덤 문화를 담은 점도 화제를 모은다. 넷플릭스 측은 “한국 전통문화와 트렌디한 K팝이 어우러진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이라며 “훌륭한 이야기는 언어나 문화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좋은 사례”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456번. ‘그분’이 부르셔.”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기훈’을 누군가가 부른다. 기훈은 검은색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있지만, 표정은 처량하다. 수염은 거칠게 자랐고, 눈빛은 텅 비었다. 하지만 기훈은 곧 굳은 결심을 한 듯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피로 얼룩진 손으로 구두끈을 고쳐 매고 천천히 ‘프런트맨’(이병헌)을 만나러 걸어가며 속삭인다. “난 게임을 멈추려는 거야.”2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3은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이야기다. 2021년 9월 첫 공개 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6관왕에 오른 시즌1 이후 4년 9개월 만의 피날레다. 14일 공개된 시즌3 최종 예고편 등 사전 공개 영상 등을 살펴보면, 이번 시즌은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다룬다. 새로운 게임은 3개 이상 등장하고, 기훈과 프런트맨의 ‘최후의 결투’가 담겼다.먼저 눈길을 끄는 건 ‘살인 줄넘기 게임.’ 시즌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등장해 오징어 게임의 아이콘과도 같은 살인 기계 ‘영희’ 인형이 돌아왔다. 이번엔 영희 인형이 거대한 줄을 돌리고 참가자들이 줄을 뛰어넘는다. 참가자들은 줄에 걸리면 그대로 공중으로 튕겨 나간다. 영희 친구 ‘철수’ 인형도 등장한다는 게 이미 알려진 걸 감안하면, 영희와 철수가 양쪽에서 줄을 돌리고 참가자들이 이를 뛰어넘어야 하는 게임으로 추정된다.‘미로 술래잡기 게임’도 등장한다. 파란 별무늬 천장 아래, 방향을 잃은 참가자들이 떼를 지어 이리저리 방황하고 다툰다. 집단을 지어 서로를 쫓고 쫓기는 대결 구도일 것으로 보인다. 이 게임엔 다양한 한국의 옛 게임 규칙이 뒤섞여 있다. 시리즈 시즌 1∼3의 각본·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9일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파란색과 빨간색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미로 같은 곳에서 술래잡기, 숨바꼭질, 경찰과 도둑 같은 게임 요소가 섞인 게임을 치른다”고 설명했다.아직 드러나지 않은 ‘마지막 게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예고편에선 마지막 게임에 대한 어떤 힌트도 없다. 황 감독도 “마지막에 숨겨진 게임이 기다리고 있다”고만 귀띔한 상황. 다만 예고편에서 기훈이 프런트맨과 만나러 가는 장면이 나오는 만큼, 두 사람이 최종 게임을 치르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참가자들의 심정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대사들도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예고편에서 기훈은 “왜 나만 살려준 거냐”고 절규한다. 아들의 빚 때문에 게임에 들어온 ‘금자’(강애심)는 “선생님이 우리를 구하러 오셨다고 믿어요”, “세상은 참 불공평해요. 착한 사람은 늘 자기 탓을 하죠”라며 기훈을 응원한다.참가자들을 관리하는 ‘핑크 병정’ 한 명이 상급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도 등장한다. 외부인이 병정으로 위장해 잠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해관계를 두고 병정들 사이가 틀어져 내부 분열이 일어난다는 의견도 나온다.‘황금 가면’이 식사를 즐기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황금 가면은 돈을 내고, 참가자들의 게임을 관람하는 최상류층으로 시즌1에 등장했던 이들이다. 황금 가면의 정체가 드러날지, 기훈이 황금 가면과 마주할지도 주목할 만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괜히 말 꺼냈다가 분위기만 흐린다.” “조용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살면서 누구나 이런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침묵을 배우며 자라왔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참는 게 어른스럽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 협상전문가로 일하는 저자는 ‘침묵’이 때로는 독(毒)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침묵이 자신을 지켜주고 조직의 협동력을 높인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개인과 사회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은 침묵을 더 자주, 더 강하게 강요받는다. 말하기 전부터 눈치를 봐야 하고, 말한 뒤에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동양계 미국인인 저자 역시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의견은 쉽게 무시되는 경험을 반복했다고 한다. 침묵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저자는 지적한다.“세상은 시끄러운 곳이다. 침묵은 폭력이다. 당신은 터무니없는 행동을 해온 것이 아니다. 과장스럽거나 과민한 것도 아니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소수자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시스템을 바꾸거나 연대를 구성하라는 제안은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침묵의 실체를 드러내는 방식은 설득력이 적지 않다. 미국 사회를 중심으로 쓰였지만, 겸손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한국 독자라면 읽으며 생각할 거리가 많을 듯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어느 날 아들이 슬픈 표정으로 ‘아빠는 왜 그렇게 나쁜 사람이냐, 왜 많은 사람을 죽였느냐’고 묻더라고요.” 배우 이병헌(55)이 17일(현지 시간) 미국 유명 토크쇼인 NBC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해 10세 아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놨다. 아들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이병헌이 맡은 악역 ‘프런트맨’을 진짜라고 오해했다는 우스갯소리다. 이 배우는 “아들은 ‘오징어 게임’은 보지 못했지만, 아마 학교 친구들에게 들은 것 같다”며 “‘나는 연기자’라고 해명했지만 아들이 100%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이 배우는 이달 27일 세계에 동시 공개되는 ‘오징어 게임’ 시즌3 홍보를 위해 쇼에 출연했다. 유창한 영어로 농담을 섞으며 팰런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가진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동시에 너무 실험적이라 생각했다”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거나 완전한 실패작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30년 넘게 연기를 해왔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도 참여했지만 ‘오징어 게임’은 한국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한국어로 만든 한국의 이야기”라며 “처음 홍보를 위해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에 왔을 때 (환호하는) 팬들의 반응에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이 배우는 아들이 프런트맨 역할을 오해한 것과 함께 “(프런트맨의 정체에 대해)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았더니 어머니가 나중에 알고 화를 냈다”고도 했다. 진행자는 ‘O’, ‘X’ 버튼을 올려놓고 시즌3의 내용에 관해 질문했다. 이 배우는 ‘언젠가 프런트맨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를 보게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O’ 버튼을 눌렀다. 그는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가능성은 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역사상 가장 잘 알려진 배우이자 높은 흥행 수익을 올린 그는 모든 스턴트를 직접 수행할 만큼 연기를 통해 깊은 헌신을 보여줬다.”(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국내에서 ‘톰 형’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인기 영화배우 톰 크루즈(63)가 생애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 수상자로 선정됐다. 1981년 영화 ‘끝없는 사랑’으로 데뷔한 뒤 44년 만이며, 1990년 영화 ‘7월 4일생’으로 처음 오스카 후보(남우주연상)에 오른 지 35년 만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AMPAS는 17일(현지 시간) 올해 아카데미 공로상 수상자로 크루즈와 안무가 데비 앨런, 프로덕션 디자이너 윈 토머스 등 3명을 발표했다. 시상은 11월 미 로스앤젤레스(LA) 레이 돌비 볼룸에서 열리는 제16회 ‘거버너스 어워즈’에서 진행된다. AMPAS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크루즈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의 중요성을 줄곧 옹호해 왔다”며 “특히 팬데믹이란 어려운 시기에 영화계가 이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22년 주연과 제작을 맡았던 ‘탑건: 매버릭’이 세계에서 15억 달러(약 2조578억 원)를 벌어들이는 등 크루즈가 흥행 보증 수표로서 가진 세계적인 영향력을 높이 산 것이다. AMPAS는 또 “크루즈의 영화 제작에 대한 놀라운 헌신과 극장 관람 경험에 대한 신념, 스턴트 커뮤니티에 대한 기여는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줬다”고도 했다. 크루즈는 지난달 국내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서도 날아가는 비행기에 매달리는 위험한 스턴트 장면을 직접 소화하는 등 놀라운 연기 열정을 보여줬다. 크루즈는 이번 수상으로 ‘오스카 무관’이라는 딱지를 드디어 떼어냈다. 그는 ‘7월 4일생’과 ‘제리 맥과이어’(1997년)로 남우주연상 후보, 2000년엔 ‘매그놀리아’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고배를 마셨다. 반면 골든글로브에선 세 작품 모두 같은 부문에 후보로 올라 셋 다 상을 받았다. 제작자로도 참여한 ‘탑건: 매버릭’은 2023년 오스카 작품상 후보로 지명됐으나 수상이 불발됐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 영화를 다시 만든 건 팬들의 사랑입니다. 하하.” 19일 국내 개봉하는 좀비 영화 ‘28년 후’를 연출한 영국 감독 대니 보일(69·사진)은 18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간담회에서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는 “약 20년 동안 다양한 관객이 이전 작품(‘28일 후’)을 보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참 뿌듯했다”며 “이번 영화가 다시 만들어진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식지 않는 팬들의 애정 덕분”이라고 했다. 좀비 영화의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되는 ‘28’ 시리즈가 다시 돌아온다. 1편 ‘28일 후’(2002년)는 ‘달리는 좀비’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해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공포를 넘어 좀비와 싸우는 인간의 선악을 성찰하는 이야기는 이후 영화 ‘월드워Z’(2013년), ‘부산행’(2016년) 등 많은 좀비 영화에 영향을 끼쳤다. 이번 신작은 2편 ‘28주 후’(2007년) 이후 18년 만에 돌아오는 세 번째 이야기. 1편 연출자였던 보일 감독과 각본가 앨릭스 갈런드가 다시 뭉쳤다. 신작은 ‘분노 바이러스’가 영국에 퍼진 지 28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살아남은 이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홀리 아일랜드’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간다. 여기서 태어난 한 소년이 난생처음 섬을 떠나 바이러스에 잠식된 본토에 발을 디디며 벌어지는 생존 여정이 이번 작품의 뼈대. 전작보다 더욱 깊어진 절망감과 고립된 세계가 돋보인다. 특히 영국이 해상 봉쇄로 유럽 대륙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됐다는 설정이 눈길을 끈다. 보일 감독은 “세계가 팬데믹을 겪으며 거리와 도시가 텅 빈 모습을 보지 않았나. 그 장면이 ‘28일 후’의 이미지와 겹쳤다”며 “브렉시트(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같은 현실적인 요소도 반영됐다”고 했다. 좀비는 더 다양하고 지능적으로 진화했다. 벌레를 먹고 사는 비대한 좀비, 무리를 지어 인간을 사냥하고 분배하는 좀비까지 등장한다. 보일 감독은 “그동안 너무 많은 좀비 영화가 나와 더 독창적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이번 작품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그 본질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시리즈의 3편 격이지만 ‘28년 후’는 그 자체로도 3부작으로 기획됐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는 3부작의 1편이다. 내년에 공개되는 2편에는 ‘28일 후’에서 주인공 ‘짐’을 연기했던 배우 킬리언 머피가 출연한다. 머피는 ‘28년 후’ 3부작의 총괄 프로듀서도 맡았다. 보일 감독은 “머피는 앞으로 개봉할 영화들과 새로운 시리즈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 고리”라고 귀띔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