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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허위 수사 결과를 발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검찰이 상고를 포기했다. 이로써 두 사람은 무죄가 확정됐다. 서울고검은 23일 “2심 판결에 대해 상고 인용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검찰청과 협의를 거쳐 상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던 고 이대준 씨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다. 검찰은 서 전 실장과 김 전 청장을 피격 사실을 숨긴 상태에서 해경에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하고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발표 자료를 작성·배포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16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그 사람들, 법원에서 범죄자라고 판결했어요?”이기철(가명·72) 씨는 기자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질문부터 쏟아냈다. 3월 25일 대전 동구의 한 빌라. 방 하나를 여러 세입자와 쪼갠 15.6㎡(약 5평) 남짓한 그의 거처엔 옷과 약봉지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 씨가 묻는 ‘그 사람들’이란 지난해 12월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조진수(39·가명) 일당이었다.조진수는 보이스피싱범과 손잡은 대포통장 조직이었다. 대포통장은 남의 명의로 만들어 범죄에 쓰는 통장을 말한다. 2023년 4월 이 씨가 보이스피싱에 속아 입금한 900만 원은 이 일당의 대포통장을 거쳐 가상자산(코인) 지갑으로 빠져나갔다. 사기 친 돈의 꼬리를 지우는 ‘돈세탁’이었다.괴롭힘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일당의 통장은 돈을 빼낼 수 없게 동결됐다. 그러자 조진수 일당은 통장 주인 이름으로 거꾸로 이 씨에게 소송을 걸었다. ‘나는 보이스피싱과 무관하고 물어줘야 할 빚도 없으니 통장을 풀어 달라’는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이었다. 적반하장식 소송이지만, 이기면 통장이 살아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안에 묶여 있던 피해자의 돈까지 합법적으로 빼낼 수 있었다. 변호사 비용조차 없던 노인은 홀로 법정에 섰다가 패소했다. 피해자가 ‘저들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직접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일당의 소송 비용도 이 씨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조진수 일당이 보이스피싱범으로 단죄된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진상이 밝혀졌지만 이 씨의 돈은 돌아오지 않았다. 소송 결과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 씨는 자기가 당한 소송이 뭔지 끝내 모르겠다는 듯 “나는 그 재판이 저…, 어렵다”면서 “사기꾼들인데 징역 2년밖에 안 받았냐”고 자꾸만 물었다.최근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무기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5년간 법원 판결 306건을 분석해 보니 소송을 건 쪽이 277건을 이겼다. 승소율 90.5%. 이렇게 되살아난 통장 중 일부는 또 다른 피해자의 피눈물을 짜내는 데 다시 쓰였다.대포통장 동결은 사기당한 돈이 세탁돼 사라지는 직전에 붙잡아 두는 마지막 안전장치다. 그런데 그 장치를 합법적으로 풀어 버리는 통로가 법원에 열려 있는 셈이다. 왜 법원은 번번이 통장 주인의 손을 들어줬을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판결문 306건을 전수 분석해 그 실태를 쫓았다.노후자금 900만원 털린 70대 신고사기꾼, 통장 묶이자 적반하장 소송1인2역 코인 거래 증거 치밀한 조작‘피해’ 증명 못한 피해자, 결국 패소사기극 밝혀졌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씨 앞으로 법원 우편물이 날아든 건 2023년 4월 말이었다. 난생처음 받아 보는 소장(訴狀)이었다. 소송을 건 원고는 변주석(가명·36). 이 씨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지만 실은 조진수 일당 중 한 명이었다. 소송 이름은 더 낯설었다. ‘채무 부존재 확인의 소.’ 변주석이 이 씨에게 갚을 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겠다는 소송이라고 했다. 이 씨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변주석에게 돈을 빌려준 적도, 얼굴을 본 적도 없었다.짚이는 일은 하나뿐이었다. 열흘 전 당한 보이스피싱이었다.● 5분 만에 증발한 노후 자금“금융감독원 서OO입니다. 이기철 씨 명의가 사기 조직에 도용돼 은행에서 6400만 원이 대출됐어요.”4월 13일 오후 6시경 걸려온 전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곧이어 인천지검 수사관이라는 남자가 전화를 걸어 왔다. 그는 “대출을 취소하려면 9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심쩍었던 이 씨는 직접 인천지검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그런 수사관이 실제로 있는지 물었다. 진짜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그 길로 900만 원을 송금했다. 모두 거짓이었다. 이 씨의 휴대전화는 해킹돼 있었다. 그가 건 전화는 가로채기를 당했다. 안내원인 줄 알았던 목소리도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이틀 뒤 이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늦었다. 젊은 시절 공장에 다니고 타일을 붙이며 모은 돈은 송금 당일 대포통장 여러 개를 거쳐 추적이 어려운 해외 코인 거래소로 빠져나간 뒤였다. 걸린 시간은 단 5분. 피해금이 코인으로 바뀌기 전 송금된 계좌가 변주석 명의였고, 이 씨의 신고로 그 통장은 동결됐다. 소장은 그에 대한 응수였다.변주석은 법원에서 자신을 코인 환전업자로 포장했다. 고객 의뢰를 받아 정당하게 코인을 팔고 대금을 받았을 뿐인데 이 씨의 신고 탓에 통장이 막혀 손해가 막심하다는 주장이었다.● 소송까지 설계한 조직, 변호사도 못 구한 노인이 씨는 변호사를 구하러 대전지법 앞 법률사무소를 찾아갔다. 선임비가 500만~700만 원이라고 했다. 노후 자금을 털린 노인에게는 없는 돈이었다. 그는 변호사 없이 법정에 섰다.7개월 뒤 법원은 조진수 일당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도 이 씨가 보이스피싱 피해자라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 발목을 잡은 건 대법원 판례였다. 조진수 일당이 “갚을 돈이 없다”고 주장하면, 갚을 돈이 있다는 사실은 이 씨가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저 사람은 사기꾼이 맞다’는 걸 스스로 입증해야 했다.칠순 노인이 범죄 조직을 상대로 들이밀 수 있는 증거는 ‘내가 보낸 돈이 5분 만에 변주석 통장으로 흘러갔다’는 거래내역표 한 장이 전부였다. 반면 조진수 일당은 고객과 주고받았다는 코인 거래 대화 내역까지 근거로 제출했다. 법원은 패소한 이 씨에게 조진수 일당 측 소송 비용까지 물렸다.뒤늦게 드러난 조진수 일당의 실체는 2023년 2월부터 보이스피싱 조직과 손잡고 움직인 전문 대포통장 조직이었다. 조진수 일당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설계한 건 아니었지만, 그들의 대포통장이 없었다면 범죄는 이뤄질 수 없었다. 이들에게 소송은 사전에 기획한 세탁 공정의 마지막 단계였다.수법은 치밀했다. 일당은 자기들끼리 1인 2역을 했다. 다른 조직원은 대포통장의 주인인 척 변주석에게 “코인을 사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변주석은 코인 환전업자인 척 답장했다. 이 가짜 대화를 통째로 갈무리해 법원에 ‘정상 거래의 증거’로 낸 것이다.이들은 소송과 동시에 은행에도 통장 동결에 이의를 제기하며 같은 가짜 대화를 증거로 밀어 넣었다. 현행 제도상 통장 주인이 소송에서 이기면 은행은 동결을 풀어 줘야 한다는 허점을 정확히 찌른 것이다. 조진수 일당은 이 씨 사건 사흘 전 제주의 또 다른 피해자에게서 560만 원을 가로챈 뒤 똑같은 소송으로 통장을 되살렸다. 가짜 환전업자 행세와 허위 대화 내역, 수법도 판박이였다.● 조작극 잡았지만… 피해자는 싸울 힘 잃었다완전 범죄 같던 사기극은 1년여 뒤 엉뚱한 곳에서 금이 갔다. 조직원 한 명이 중고 거래 사기를 치다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압수된 휴대전화에는 법원에 제출했던 ‘코인 대화’의 제작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기록을 넘겨받은 검찰이 대화를 한 줄씩 뜯어보자 허점이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임지수 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는 “면밀히 따져 보니 대화가 오간 시간과 실제 돈이 움직인 시간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수사를 소송 사기로 확대해 일당을 재판에 넘겼다. 법원을 속여 동결 통장을 되살린 수법이 법정에 오른 첫 사례였다.올 4월 말 인천지법에서 이들의 2심 선고가 열렸다. 재판부는 “자금세탁책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핵심적으로 가담해 불특정 다수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며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그런데 선고된 형량은 1심보다 오히려 가벼워졌다. 조진수는 징역 2년, 변주석은 징역 1년 6개월 등이었다. “최근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피해금을 돌려주려 노력했다”는 게 감형 이유였다.선고 직후 법정을 나서는 일당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번졌다. 방청석의 가족과 지인을 돌아보기도 했다. 일주일 전 선고가 갑자기 미뤄졌을 때 굳은 얼굴로 빠져나가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일당 중 일부는 줄어든 형량마저 무겁다며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조진수 측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취지를 재판 중에 밝혔다”고 했고, 변주석 측은 “재판 과정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피해자들과 합의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그동안 이 씨의 삶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최근엔 코인 투자 사기까지 당해 남은 재산마저 잃었다. 두 번째 사기 사건도 범인이 대포통장을 써 추적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에 진척이 없다. 보증금 100만 원인 방의 월세 22만 원은 간신히 기초연금으로 메우고 있다. 피해 후 쓰러져 혈압약을 먹기 시작했고, 한때 운전대를 잡고 해선 안 될 생각까지 했다. 그 뒤 병원을 찾아가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언제 죽어도 장기는 멀쩡할 거 아니여. 병든 사람한테라도 이식해 주면…”이라고 했다.재심을 권한 사람도 있지만, 그는 끝내 고개를 저었다. “재판에서 또 지면 그 사기꾼 놈들 변호사 비용을 내가 물어내야 하잖아요. 난 이제 무서워서 법원 근처에도 못 갑니다.” 노인은 마지막 투지마저 잃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히든: 검은돈의 혈관, 대포통장’은 각종 범죄의 핵심 도구인 대포통장 문제를 조명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취재: 임재혁 손준영 조승연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봉주연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김재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및 영상: 정시은 CDQR코드를 스캔하거나 ‘히어로콘텐츠’()에 접속하면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서울 동대문구에서 25년째 피아노를 가르쳐 온 송현숙 씨(71)는 보이스피싱 한 번에 모든 통장이 묶이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설상가상으로, 피해금이 흘러간 통장의 주인에게 소송까지 당했다.● 2억 잃고 통장까지 묶인 70대시작은 2024년 12월 ‘가짜 검사’의 전화였다. 실존하는 검사의 이름을 댄 상대는 송 씨가 통장을 위조해 1억4000만 원을 투자받았다며 그를 범죄자로 몰아붙였다. 겁에 질린 송 씨는 시키는 대로 영상통화로 신분증과 휴대전화 화면을 내보였다. 일당은 그 정보로 인터넷은행에서 통장을 만들어 1억 원을 대출받았다. 수십 년 적금으로 모은 1억2800만 원에 대출 1억 원까지, 피해액은 2억2800만 원이었다. 은행 직원이 “보이스피싱 아니냐”고 물었을 때도 송 씨는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범인이 전화 너머에서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송 씨의 신고로 대포통장이 동결되자 소장이 날아왔다. 소송을 건 통장 주인은 베트남인이었다. 그는 “보이스피싱은 모르고, 한국 돈을 베트남 돈으로 합법적으로 환전해 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환전이라면 돈을 받은 뒤에 내주는 게 순서지만, 그는 거꾸로 베트남 돈을 먼저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도 결과는 송 씨의 패소였다.지금 송 씨에게 남은 건 체크카드 한 장이다. 다른 통장은 전부 묶여 20년 부은 보험까지 전부 해약해 대출을 갚았다. 이 일로 남편과는 별거 직전까지 갔다. 송 씨는 체념하듯 내뱉었다. “다 내 잘못인 것 같아요….”● 법정 세탁 4년 새 5배로… 피해자는 90% 졌다취재팀은 법원도서관에 공개된 2021~2025년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판결문 중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통장의 주인이 제기한 것을 전수 집계했다. 소송을 당한 이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신고했다는 사실을 법원이 인정한 재판만 추렸다. 총 306건이었다.주목할 건 증가세다. 2021년 29건이던 소송은 지난해 156건으로 4년 새 5.4배로 늘었다. 소송이 늘어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기면 통장이 되살아나고, 그 안에 묶여 있던 피해금도 가져갈 수 있다. 통장도 다시 보이스피싱 등에 쓸 수 있다. 대포통장 조직으로선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이는 지하 금융권에 이미 공식처럼 퍼진 것으로 보인다.피해자가 진 비율은 지난해엔 91.7%까지 치솟았다. 통장 주인이 범죄 조직원으로 확인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피해자가 스스로 물증을 찾아 고소하거나, 이 씨 사례처럼 전혀 별개의 수사에서 우연히 증거가 튀어나와야 하기 때문이다.물론 자기 통장이 범행에 쓰인 줄 몰랐던 주인이 억울하게 묶인 통장을 풀려고 소송한 사례도 섞여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판결문 상당수에는 돈이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흩어지는 등 정상 거래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담겨 있었다.● 28년 묵은 판례가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법원이 수상한 통장 주인의 손을 기계적으로 들어주는 배경에는 1998년 대법원 판례가 있다. 통장 주인이 “갚아야 할 돈이 없다”고 주장하면, “있다”는 증거는 피해자가 대야 한다는 논리다. 당시만 해도 이 소송은 주로 계약서를 가진 기업끼리 다투는 데 쓰였다. 하지만 이 논리가 보이스피싱 사건에도 그대로 쓰이면서, 피해자가 “사기가 맞다”는 증거를 대야 하는 구조가 됐다. 피해자로선 수사도 안 끝난 상황에서 얼굴도 모르는 상대가 범죄 조직과 어떤 관계인지 알 도리가 없는데도 말이다.이 판례 탓에 법원은 통장 주인의 주장이 수상해도 그 손을 들어준다. 지난해 2월 서울남부지법은 총 2억6300만 원이 걸린 소송에서 피해자 3명이 아닌 통장 주인에게 승소를 안겼다. 재판부 스스로 “돈이 입금되자마자 몇 분 만에 다른 통장으로 이체되는 거래가 반복됐고, 코인 환전업자라고 주장하지만 거래 자료를 하나도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지만 결론을 바꾸지는 않았다. 피해자가 직접 사기 공모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석연찮은 해명도 법정에선 줄줄이 통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달러 1000만 원어치를 신고 없이 판 통장 주인에게도 승소 판결을 했다. 외화 거래 규정을 위반했다고 해서 그 거래 자체가 가짜라는 증거는 없다는 논리였다. 부산지법은 평일 저녁에 대포통장에서 흘러간 600만 원을 “결혼 축의금”이라고 주장한 주인의 손을 들어줬다.피해자들을 대리해 온 김기연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가 상대와 보이스피싱 조직의 관계를 입증할 방법은 없다”며 “사기로 빈털터리가 된 피해자에게 소송이 2차 가해가 되는 셈”이라고 했다.● 수사 중에도 면죄부… 돈벌이 수단 삼는 로펌경찰 수사가 한창인데 원고가 이기는 일도 벌어진다. 지난해 7월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총 3160만 원을 잃은 피해자 2명이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는데도 통장 주인의 승소로 결론 냈다. 통장 주인이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불법 환전을 한 정황이 있는 통장 주인에게 “그것만으로 보이스피싱 가담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승소 판결을 했다.일부 법무법인은 이런 구조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 한 법무법인은 5년간 관련 소송 수십 건을 맡았는데, 홈페이지에 1998년 대법원 판례를 활용한 그동안의 승소 전략을 알리며 법의 허점을 파고든 소송을 광고했다. 이 법무법인 측은 “예전에 홍보한 내용이고, 최근에는 관련 소송을 많이 맡지 않는다”며 “수임 전에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사기 연루가 아닌 정말 억울한 사례인 경우에만 수임한다”고 해명했다.통장 주인이 낸 소송에서 피해자가 단 한 번도 못 이긴 법원도 있었다. 인천지법은 2021~2025년 접수된 19건에서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통장 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문제가 된 유형의 소송은 대법원 판결을 통한 판례 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사법행정 차원에서 개선할 만한 사항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히든: 검은돈의 혈관, 대포통장’은 각종 범죄의 핵심 도구인 대포통장 문제를 조명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취재: 임재혁 손준영 조승연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봉주연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김재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및 영상: 정시은 CDQR코드를 스캔하거나 ‘히어로콘텐츠’()에 접속하면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허위 수사 결과를 발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검찰이 상고를 포기했다. 이로써 두 사람은 무죄가 확정됐다.서울고검은 23일 “2심 판결에 대해 상고 인용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검찰청과 협의를 거쳐 상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던 고 이대준 씨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자진 월북’이라고 발표한 것을 두고 야당을 중심으로 사건 은폐 의혹이 제기됐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10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이후 검찰은 서 전 실장과 김 전 청장을 피격 사실을 숨긴 상태에서 해경에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하고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발표 자료를 작성·배포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그러나 16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는 “망인의 자진 월북 의사를 추단한 것에는 합리성과 상당성이 있다”며 “수사 결과 발표에 다소 단정적인 표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허위 내용을 작성·배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저희 지점이 대포통장 발급 전국 2등이라고요?”지난달 12일 경남 거창군 가조면에 있는 거창축협 가조지점. 사정을 들은 관계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인구 3394명의 농촌 마을, 직원 6명뿐인 작은 단위농협이다.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지켜봤더니 창구를 찾은 고객은 12명이 전부였다. 대부분 노년층으로 단순 송금이나 보험 문의였다. 회사 명의로 통장을 만들러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런데 이 한적한 단위농협이 최근 5년 동안 12번 범죄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에 쓰인 대포통장을 모아 ‘채권소멸 사실 공고’라는 이름으로 공개한다. 잔액을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기 전에 소명받는 절차인데, 가조지점에서 발급한 회사 명의 통장 12개가 2021년 이후 이 목록에 올랐다. 전국 4800여 개 단위농협 지점 가운데 대구축산농협 대명역지점(13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다.가조지점 관계자는 “전국 순위권인 줄 전혀 몰랐다”며 “지난해부터는 바깥 지역에 주소를 둔 회사의 통장 개설은 막고 있다”고 해명했다.● 범죄가 옮겨간 곳, 작은 단위농협최근 몇 년 새 대포통장 조직이 통장을 발급받는 은행이 급격히 제2금융권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대포통장 조직이 통장을 받아내는 은행은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2021년만 해도 보이스피싱에 쓰인 회사 대포통장 중 80.9%인 4584개는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 발급됐다. 은행별로는 IBK기업은행이 1354개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이 다음이었다. 상위 5개 은행 가운데 제2금융권은 단 한 곳도 없었다.하지만 지난해엔 제2금융권의 비중이 46.8%로 치솟았다. 통장 수로는 4년 만에 2.5배가 된 것.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자산은 모두 합쳐 2684조 원으로, 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의 자산 합계(844조 원)의 3배가 넘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보이스피싱에 쓰인 회사 대포통장은 5대 시중은행(2095개)과 단위농협·새마을금고(1969개)가 엇비슷했다. 덩치는 3분의 1인데 범죄에 동원된 통장 수는 맞먹은 셈이다.특히 단위농협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단위농협에서 내준 회사 대포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쓰인 규모는 2021년엔 금융권 6위(8.9%)였지만 2024년엔 1위(18.9%)가 됐다. 지난해엔 비율이 21.3%로 더 높아졌다.5년간 단위농협의 개별 조합 가운데선 대구축산농협(44건)에서 만들어진 회사 대포통장이 가장 많았다. 그중에서도 대명역지점에서만 13개가 쏟아졌다. 농협중앙회는 “문제가 된 시기엔 서류 등 요건만 맞으면 통장 개설을 거절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면서 “최근에는 통장 개설 시 실사를 나가는 등 통제를 강화했다”고 했다.● 허술한 통제… AI 탐지망 참여도 늦어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의 구조는 닮았다. 단위농협은 농협중앙회로부터 전반적인 관리와 감독을 받지만 전국 1110여 개의 개별 조합 하나하나가 각 지역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세워져 독자적으로 조합장을 선출한다. 여기서 운영하는 4800여 개 지점의 인사도 조합이 책임진다. 새마을금고 역시 유사하게 운영된다. 반면 제2금융권 중에서도 본사의 감시가 강한 증권사나 저축은행은 회사 명의 대포통장 발급이 연간 수십 개 수준이었다.이 때문에 두 상호금융회사의 내부통제는 제1금융권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1금융권의 시중은행은 본점이 이상 거래를 감시하고 일괄적으로 방어막을 친다. 반면 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는 조합 하나하나가 독립된 회사다. 중앙회의 통제력은 상대적으로 약해 감시망이 느슨하다.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에도 유령 회사를 걸러낼 장치는 있다. 통장을 만든 회사가 실제로 존재하고 영업하는지 직원이 현장에 나가 두 눈으로 확인하는 ‘실사’다. 하지만 한 단위농협 지점의 관계자는 “실사는 나가지 않고 통장을 개설할 때 제출받은 회사 등기부등본 등 서류로 대체한다”고 했다. 대구 지역 새마을금고에서 지난해 퇴직한 전직 전무(60)는 “대출 전엔 실사를 나가기도 하지만 통장을 만들 땐 그러지 않았다”면서 “실제로 영업하는지 일일이 조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출해 준 돈을 떼이면 은행에 손실이지만, 통장 개설은 고객의 돈을 추가로 맡아두는 일이라 까다로운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는 취지다.제2금융권은 정부의 보이스피싱 대책 참여에도 소극적이다. 금융위원회 등은 지난해 10월 수많은 통장 가운데 보이스피싱 의심 통장을 인공지능(AI)으로 탐지하는 시스템 ‘ASAP’를 가동했다. 올 1월까지 약 130개 금융회사가 참여해 ASAP로 잡아낸 통장은 총 2705개다. 그런데 그중 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가 적발한 건 3개에 그쳐, 그 비율이 0.001%였다. 제2금융권 중에서는 그나마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갖춘 증권사는 실적 비중(11.7%)이 컸다.금융당국은 이달까지 제2금융권의 시스템 참여를 끌어내 반(反)보이스피싱 방어벽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단위농협의 대포통장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 작업을 벌여 최근에는 감소했다”고 했다.하지만 쫓는 자보다 쫓기는 자가 한발 빨랐다. 당국이 방어벽을 한 겹 올리는 사이, 범죄 조직은 신고로 묶인 통장마저 되살리는 우회로를 이미 뚫어 놓은 뒤였다. 대포통장 조직이 법정을 어떻게 유린했는지는 3회에서 이어진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히든: 검은돈의 혈관, 대포통장’은 각종 범죄의 핵심 도구인 대포통장 문제를 조명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취재: 임재혁 손준영 조승연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김재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및 영상: 정시은 CDQR코드를 스캔하거나 ‘히어로콘텐츠’()에 접속하면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2024년 9월 4일, 대구 달서구에 있는 MG새마을금고 이곡금고에 돌연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날아왔다. 이 금고에서 내준 통장 수십 개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쓰였다는 내용이었다. 남의 명의를 빌리거나 가짜 회사를 세워 만든 대포통장이었다. 직원이 10명 남짓한 작은 금고는 발칵 뒤집혔다.이튿날 금고의 실무를 총괄하는 이영환(가명·52) 전무는 조용히 움직였다. 몰래 휴대전화를 꺼내 압수수색 영장을 사진으로 찍었다. 사진은 곧장 ‘구사장’에게 전송됐다. 구사장은 대포통장 유통 조직의 총책 구태영(가명·48)이었다. 며칠 뒤 구사장을 밖에서 만난 이 전무는 경고했다. “‘우리’가 만든 대포통장이 수사받고 있어.” 수사망이 좁혀 오는 순간까지 금고 간부는 범죄 조직과 한 몸이었다.이곡금고와 구사장 조직이 3년 8개월 동안 함께 만들어 낸 대포통장은 총 126개. 불법 도박 사이트를 포함한 온갖 범죄에 쓰였다. 보이스피싱 신고로 통장이 잠기면 이 전무는 신고자 연락처를 구사장에게 넘겼다. 구사장은 신고자를 겁박해 신고를 취하시켰다. ‘어떤 상황에도 정지되지 않는 통장’이라는 명성을 달고 통장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추후 검찰에 붙잡힌 구사장은 “대포통장을 사려는 곳이 너무 많아서 수요를 도저히 못 따라갔다”고 진술했다.이곡금고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전국에서 보이스피싱에 사용돼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회사 명의 대포통장 2만4259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제2금융권에서 발급된 비중은 2021년 19.1%에서 지난해 46.8%로 치솟았다. 반면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의 비중은 줄었다.제2금융권 중에서도 특히 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에서 발급된 대포통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두 곳은 지역 주민이 출자해 세운 독립된 협동조합 형태로, 중앙회의 통제 권한이 약하다. 시중은행이 통장을 내줄 때 회사가 실제로 영업하는지 현장에 나가 확인하는 ‘실사’ 등 절차를 강화하자, 검증이 느슨한 상호금융을 범죄 조직이 파고든 것이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이곡금고 사건의 판결문과 내부자 증언을 토대로 컨트롤타워 없는 제2금융권이 범죄의 숙주가 된 과정을 추적했다.금고 전무 “통장 풀었다 ㅎㅎ” 피싱 신고자 신상 508번 조직에 넘겨마을금고 전무와 짠 대포통장 사장 통장 거래 묶이면 신고자 정보 받아 “너 모를것 같아?” 신고 취소 협박금고 전무 “통장 발급이 왜 문제냐” 불법 의심한 직원 업무 바꾸기도은행원과 대포통장 조직. 두 집단의 거래는 2021년 4월 시작됐다. 당시 대포통장 업계에는 “통장 장사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는 말이 돌았다. 대형 은행들이 통장을 내줄 때 그 회사 사무실을 불시에 찾아가 실제로 영업하는지 확인하는 등 감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조직들은 통장을 내줄 만한 새 구멍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그 무렵 구사장은 이 전무를 만났다. 대출 서류를 조작해 주는 ‘작업 대출’ 브로커가 인맥을 넘겼다. 몇 번의 만남으로 친분을 쌓은 구사장은 금고 인근의 한 유흥주점에서 본론을 꺼냈다. “저희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거든요. 판돈을 받을 통장을 좀 만들어 주십쇼.” 이 전무는 수락했다. 3년 8개월간 이어질 공생의 시작이었다.● “통장 다 풀었다 ㅎㅎ”… 은행원과 조직의 핫라인구사장 일당은 가짜 건설사를 차리고 이곡금고를 찾아가 회사 명의로 대포통장을 찍어냈다. 굳이 유령 회사를 세운 건, 회사 명의 통장은 한 번에 수십억 원도 옮길 수 있어서다. 범죄 조직은 새로 개설하면 하루 송금 한도가 1000만 원도 안 되는 개인 명의 통장보다 회사 통장을 선호한다. 보통 새 통장은 한동안 거래 실적이 쌓여야 한도가 풀리는데, 이 전무는 구사장 통장의 한도도 곧바로 풀어줬다.이 전무의 도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은행이나 경찰에 신고하면 해당 통장은 동결된다. 그런데 구사장의 통장이 동결되면, 이 전무는 금고 전산망을 뒤져 신고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를 구사장 일당에게 넘겼다. 검찰이 확인한 것만 508차례. 이때부터 이 전무는 더 이상 은행원이 아니었다. 범죄 조직의 정보원이었다.구사장 일당은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혼을 빼놨다. “내가 너 누군지 모를 거 같아, XX야?” 정체 모를 겁박을 받은 이들은 신고를 거둬들였다. 몇몇 신고자에겐 피해액 일부를 돌려주고 합의했다. 신고가 취소되면 동결됐던 통장은 되살아났다. 그 과정에서 이 전무가 직접 신고자에게 전화해 동결을 푼 뒤 이를 구사장 측에 알린 적도 있다.“통장 2개 동결 다 풀었다. 사용해라. ㅎㅎ”(이 전무)“네, 감사합니다. 형님.”(구사장 조직원)이런 뒷배 덕분에 구사장 일당의 통장은 특별해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지되지 않는 ‘명품’ 대포통장, 업계 은어로 ‘메이커장(帳)’이 된 것이다. 일반 회사 대포통장의 한 달 대여료는 500만 원 안팎인데 구사장의 통장은 그 두 배인 1000만 원을 호가했다. 오른 몸값 덕에 아무에게나 팔지도 않았다. 낯선 이가 통장을 사고 싶다고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면, 아는 조직폭력배에게 ‘이 사람 믿을 만하냐’며 뒷조사를 시킨 뒤에야 통장을 내줬다.2023년 무렵엔 통장을 만들어 주던 ‘갑(甲)’인 금고가 구사장에게 돈을 구걸하는 ‘을(乙)’이 됐다. 앞서 이곡금고가 제대로 심사도 않고 내준 부동산 대출에서 이자가 끊기며 40억 원대 적자가 난 것이다. 부실이 감사에 걸릴까 두려웠던 금고 간부들은 구사장에게 손을 벌렸다. 구사장은 여자 친구 명의 통장으로 3억8400만 원을 이자 없이 빌려줬다. 이 돈으로 당장 급한 연체 이자를 막아 부실을 숨겼다. 범죄 조직을 신고해야 할 금고가 그 조직의 돈으로 연명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무용지물이 된 ‘이중 감시망’이곡금고의 내부 통제 시스템은 허물어져 갔다. 금고의 실무 전반을 쥐고 흔드는 사람이 바로 이 전무였기 때문이다. 부하인 정모 상무와 박모 부장도 범행에 가담했다.금고 안에서 의심을 품은 직원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한 직원은 매일같이 금고를 드나들며 회사 통장을 새로 개설하는 구사장 일당을 수상하게 여겼다. “더는 통장을 못 내주겠다”며 업무를 거부하자 이 전무는 아예 직원의 담당 업무를 바꿔 버렸다. 해당 직원은 “대포통장을 도대체 누구에게 줬고, 밖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나도, 다른 직원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금고에는 두 겹의 감시망이 있다. 내부 감사와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감사다. 하지만 분기마다 하는 내부 감사는 금융 전문가가 아니라 지역 유지 출신 감사 2명이 형식적으로 진행했다. 범행이 시작되기 전 이곡금고 이사장을 지낸 이모 씨(81)조차 “통상 감사들이 이틀 정도 나와 서류를 보는데, 전문 지식이라곤 중앙회에 가서 일주일 교육받는 게 전부”라고 털어놨다. 2024년 5, 6월 진행된 중앙회 감사에서도 대포통장 발급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수사 중에도 “통장 사고 싶다” 연락 쇄도영원할 것 같았던 이들의 범죄 행각은 결국 꼬리를 밟혔다. 대포통장 조직 내분으로 시작된 투서가 단서였다. 검찰이 이를 단서로 약 410개의 통장과 120건의 관련 사건을 추적해 보니 구사장 일당은 유령 회사 설립과 통장 개설, 판매까지 역할이 세분된 기업형 조직이었다. 검찰이 확보한 휴대전화에는 구사장의 대포통장 리스트와 대여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통장이 워낙 많다 보니 장부를 꼼꼼하게 만들지 않고서는 관리가 안 됐던 것이다.검찰 수사 중에도 구사장의 텔레그램은 “대포통장을 당장 사고 싶다”는 메시지로 가득 찼다. 구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통장을 사려는 곳이 너무 많아서 하루에도 수십 곳씩 연락이 왔습니다.”수사 결과 구사장이 유령 회사 15개를 세워 이곡금고에서 발급받은 대포통장은 총 126개. 법원이 인정한 통장 장사 수익만 29억 원이었다. 이 대포통장을 사들인 다른 범죄 조직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자의 고혈을 빨았는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그렇게 검은돈의 혈관을 열어 준 대가로 이 전무 등 금고 임직원이 챙긴 돈은 1509만 원만 법정에서 인정됐다. 구사장에게 갚았어야 할 대출 이자 1358만 원이 그중 대부분이었다. 구사장이 유흥주점 술값을 대거나 현금을 찔러주는 등 총 7500만 원 넘게 준 정황은 있지만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다. 부패와 부실이 겹친 이곡금고는 지난해 3월 인근 새마을금고로 합병됐다. 1980년 설립한 이래 45년 만이었다.당시 대구지검에서 이 사건을 수사한 박형철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이 전무가 구사장 조직의 규모를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전무는 수사 과정에서 ‘통장 발급해 달래서 해준 게 왜 문제냐’고 항변했다. 구사장 일당이 얻은 수익을 알려주자 그제야 눈빛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검찰 일각에선 이 사건을 빙산의 일각으로 본다. 구사장 일당처럼 체계적으로 대포통장을 찍어내는 기업형 조직은 전국에서 최소 20곳 이상이 활개 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이 전무와 구사장은 금융실명법 위반죄 등으로 각각 징역 4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둘 다 변호인을 통한 해명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가담자 중 유일하게 집행유예로 풀려난 박 부장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며 답을 거부했다.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히든: 검은돈의 혈관, 대포통장’은 각종 범죄의 핵심 도구인 대포통장 문제를 조명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취재: 임재혁 손준영 조승연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김재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및 영상: 정시은 CDQR코드를 스캔하거나 ‘히어로콘텐츠’()에 접속하면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검찰청 폐지가 102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검찰개혁의 핵심 후속 입법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방향이 여전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개정안 초안을 보고한다는 계획이지만 보완수사권 등 핵심 쟁점을 두고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10월 2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출범할 계획이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중수청과 공소청의 정식 출범이 늦어질 수 있다. 검찰청 폐지 이후 공소청 검사의 기소·공소유지 권한,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 등을 법률로 정해야 하는 개정안이 입법 완료돼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다. 추진단은 현재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보완수사요구권만 인정하는 방안 △제한적인 경우에만 보완수사권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공소청으로 넘기는 ‘전건 송치’ 제도는 추진단이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청 검사가 기소하기 전에 정식 수사 절차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 있는 ‘보완조사권’을 신설하는 대안에 대한 논의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청 출범과 관련해 수사·기소권이 분리된 이후 사건 처리 절차를 규정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중수청과 공소청의 조직·인력·예산 구축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완수사권 범위에 따라 공소청 혹은 중수청으로 향할 검찰 인력 구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수청은) 공수처보다 10배 이상 큰 조직인데 몇 달 안에 (중수청 개청이) 될지 모르겠다”며 “공수처도 출범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대형 오피스빌딩 1810호 앞. 굳게 닫힌 검은 철문에는 태국 출장 마사지 명함이 조잡하게 꽂혀 있었다. 지난달 4일, 왼눈에 하얀 안대를 찬 유종수(가명·80) 씨가 떨리는 손으로 문을 밀어 열었다.“휑하잖어. 아무것도 없잖여, 아무것도….”먼지 냄새가 훅 끼쳐오는 18m²(약 5평) 남짓한 공간을 마주한 유 씨가 허탈한 듯 읊조렸다. 텅 빈 사무실 한가운데는 플라스틱 책상 두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의 손에는 2023년 10월 18일 4500만 원을 이체한 기록이 선명한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아내의 투병 때문에 월세방으로 이사한 뒤 남겨둔 피 같은 전세보증금이었다.유 씨는 가짜 투자 사이트에 속아 돈을 넣었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믿고 안내받은 통장으로 4500만 원을 보냈다. 그 돈은 곧바로 ‘대한퍼스트’라는 회사의 통장으로 옮겨졌고, 몇 분 만에 현금으로 인출돼 사라졌다. 통장 주인과 실제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범죄용 통장, 대포통장이었다.정부에 배달 대행업체로 등록된 대한퍼스트는 실은 대포통장을 만들어 범죄 조직에 파는 유령 회사였다. 유 씨의 돈을 가로챈 투자 사기 조직은 따로 있었고, 대한퍼스트는 그 돈을 받아 숨겨주는 통로 역할을 했다.문제의 대한퍼스트를 설립한 김철민(가명·47)은 2024년 10월 붙잡혔다. 법원은 김철민을 사기 공범으로 보고 유 씨에게 투자금을 전액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유 씨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김철민이 돈이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유 씨가 돈을 넣었을 때 대한퍼스트는 이미 폐업 상태였다는 점이다. 사망한 회사의 통장이 범죄 수익을 실어 나르는 동안 국세청도, 은행도 경고하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투자 사기, 온라인 도박…. 형태는 다양했지만 돈이 오간 통로는 하나, 대한퍼스트의 대포통장이었다. 확인된 것만 30개의 통장에 유 씨를 포함해 최소 189명이 돈을 뜯겼다.한 해 새로 만들어지는 대포통장은 32만 개로 추산된다. 검은돈이 오가는 혈관이다. 범죄 조직은 대포통장이 없으면 돈을 받을 수도, 숨길 수도 없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최근 5년(2021~2025년)간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보이스피싱 통장 12만6866개를 분석하고 올 1월부터 5개월간 대포통장 공급 조직 관계자 4명과 피해자 10명, 수사기관 관계자 9명 등 총 58명을 접촉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법망의 틈새에서 범죄의 핵심 부품인 대포통장은 쉴 새 없이 찍혀 나오고 있다.아내 병원비-딸 결혼자금까지… 대포통장 1개社, 189명에 39억 뜯어피해자 신고보다 빠르게 하루 876개꼴 생겨나개인 아닌 회사 명의는 사실상 송금 한도 없어사기-도박-피싱에 5000만원-4500만원 줄송금대표 잡고보니 무일푼… 배후는 3년째 도피중폐업후에도 차단 안된채 피해자 돈 실어날라대포통장은 사기든 도박이든 마약이든, 돈이 오가는 거의 모든 범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범죄 조직은 피해자에게서 뜯어낸 돈을 대포통장을 거쳐 현금으로 빼낸다. 대포통장이 없으면 돈을 받을 수도, 숨길 수도 없다. 거꾸로 말하면 이 통장의 흐름만 틀어막아도 범죄 조직은 괴사한다. 검은돈이 흐르는 혈관을 조이는 셈이다.그런데 이 혈관은 사실상 방치돼 있다. 한 해 새로 만들어지는 대포통장만 32만 개, 하루 876개꼴로 추산된다. 금융감독원의 보이스피싱 통장 데이터를 토대로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의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가 분석한 결과다. 연구소는 “이마저도 적게 잡은 수치일 수 있다”고 했다. 보이스피싱을 뺀 도박, 마약, 투자 사기에 쓰인 대포통장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대포통장 조직이 12조 원을 세탁하다 적발된 적도 있다.이 지하 혈관을 만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적었다. 신용불량자 한 명과 6일이면 충분했다.● 같은 통장으로 흘러든 189명의 돈대한퍼스트의 통장을 통해 돈을 잃은 피해자는 최소 189명. 그중엔 배관공 양재호(가명·52) 씨도 있었다. 그는 2023년 9월 유튜브 광고에서 해외 대학교수가 인공지능(AI) 투자 플랫폼을 소개하는 영상을 봤다. 반신반의했지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수익 인증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그는 두 달 후 3년 동안 모은 5000만 원을 넣었다.그런데 석 달 후인 12월 19일, 투자 사이트는 먹통이 됐다. 수익률은 가짜였다. 광고 속 교수는 대역료 30만 원을 받은 배우였다. 그가 보낸 돈은 추적할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진 상태였다. 피해 이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지금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살아 있는 게 다행일 정도”라고 했다.남옥순(가명·68) 씨는 빵과 옷을 팔아 모은 노후 자금 900만 원을 잃었다. 김진영(가명·59) 씨는 딸의 결혼식 자금 1500만 원을 날렸다. 이들이 처음 돈을 보낸 곳은 평범한 개인 명의 통장이었다. 여기에 돈을 넣으면 조직이 곧바로 대한퍼스트의 회사 통장으로 옮겨 인출했다. 피해자로서는 대포통장인지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해외에서는 돈을 보낼 때 범죄에 연루된 의심 통장이라고 알려주기도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그런 장치가 없다. 남 씨는 주 6일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생계를 잇는다. 김 씨는 딸에게조차 아직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대한퍼스트의 통장은 투자 사기에만 쓰이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조직도, 온라인 도박 조직도 이 통장을 거쳐 돈을 받았다. 확인된 범죄 조직만 5개다. 도박 사이트 이용자 중에는 고등학생도 있었다. 보이스피싱 피해 30건도 이 통장을 거쳤다. 그렇게 끌어모은 피해액만 39억 원이었다.대포통장에도 등급이 있다. 대한퍼스트의 회사 통장은 개당 500만 원 선에 거래돼 개인 명의 통장보다 2배 이상 비쌌다고 한다. ‘빠른 현금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새로 만든 개인 통장은 하루 송금 한도가 300만 원에 불과하다. 피해자가 신고하기 전에 거액을 빼내기 어렵다. 가상자산(코인) 지갑으로 빼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주요 거래소는 이상 거래를 잡아내는 시스템을 갖춰 꼬리를 밟힐 위험이 크다. 반면 회사 통장은 사실상 한도가 없어 수십억 원도 한꺼번에 현금으로 뽑을 수 있다. 회사 통장도 개설할 땐 개인 통장처럼 한도 제한이 있지만 돈이 몇 차례 오가면 정상적인 사업장인 척 허위로 증빙하면 한도를 수십억 원까지 높일 수 있는 것이다.대포통장을 구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엔 보이스피싱 조직이 직접 노숙인이나 불법 체류자를 꼬드겨 통장을 사들였다. 그런데 통장이 워낙 중요해지자, 이제는 대포통장만 전문으로 공급하는 조직이 따로 생겨 사기 조직과 분업한다. 통장과 OTP, 명의자 신분증까지 한 묶음으로 넘기고 한 달 단위로 빌려주는 ‘구독’ 방식이다. 범죄 세계에서는 대포통장 조직이 ‘갑(甲)’이다. 대한퍼스트가 바로 그런 조직이었다.또 다른 무기는 ‘일회용 통장’으로 불리는 가상계좌다. 대한퍼스트는 결제 대행사와 e메일, 우편만으로 가맹점 계약을 맺고 회사 통장을 기반으로 가상계좌를 발급받았다. 거래마다 새 번호가 붙기 때문에 사실상 동결되지 않고, 원래 통장도 무사했다. 피해자가 신고하는 속도보다 새 통장이 생기는 속도가 빨랐다.● 마담이 빌려준 돈으로 6일 만에 회사 세워범죄 조직들은 자취를 감췄지만, 대한퍼스트를 세운 김철민의 이름은 수사망에 포착됐다. 경찰은 추적 끝에 2024년 10월 그를 체포했다. 법원은 김철민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유령 회사를 세운 뒤 그 통장을 범죄 수익 세탁에 제공한 죄책이 무겁다”고 꾸짖었다.유종수 씨는 김철민에게 주목했다. 아내의 병원비를 대려면 대한퍼스트의 통장을 거쳐 사라진 4500만 원 중 일부라도 되찾아야 했다. 그는 변호사에게 수임료 620만 원을 주고 김철민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하지만 법원에서 드러난 김철민의 실체는 초라했다. 그는 55만 원짜리 월세방에 사는 신용불량자였다. 범행 전에는 물류센터나 갈빗집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었다. 그러다 텔레그램에서 ‘김수현’을 만났다. 김수현은 “회사를 만들어 주면 3억 원을 대출해 주겠다”고 했다. 룸살롱 마담에게서 빌린 1000만 원을 자본금인 척하고 잔액 증명서를 내니 사업자등록증이 나왔다. 회사 명의로 통장을 받기까지 6일이면 됐다.유 씨는 소송에서 이겼지만 김철민은 빈털터리였다. 그에게 배상을 요구한 사람만 19명이 더 있었다. 배후의 김수현은 3년이 지난 지금껏 잡히지 않고 있다.● 폐업한 회사, 닫히지 않은 통장대한퍼스트가 폐업한 뒤에도 그 통장은 금융망에서 차단되지 않고 살아 움직이며 피해자의 돈을 실어 날랐다. 국세청은 2023년 10월 12일 대한퍼스트를 폐업 처리했다. 유 씨는 그로부터 6일 뒤 대한퍼스트의 통장을 거쳐 돈을 뜯겼다. 통장이 온라인 도박에 쓰인 건 폐업한 이후인 2023년 12월부터였다. 보이스피싱 피해액 30건 중 9건도 폐업 이후 통장을 거쳐 갔다.국세청은 “회사 통장 개설과 폐쇄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통장 주인이 스스로 신고하지 않으면 폐쇄가 어려운 구조라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도 통장을 강제로 닫을 권한은 없다.유 씨는 이제 남아 있던 전세보증금 5000만 원도 거의 다 쓴 상태다. 피해를 당한 뒤 한쪽 눈이 급격히 나빠져 종종 병원 신세를 진다. 4월 1일 서울 노원구 그의 자택 서랍장 위에는 베트남전쟁 참전으로 받은 유공 증서만 비스듬히 놓여 있었다. 몇 번이고 들여다봐 너덜너덜해진 판결문을 손에 든 그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이제 판결문 글씨가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히든: 검은돈의 혈관, 대포통장’은 각종 범죄의 핵심 도구인 대포통장 문제를 조명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취재: 임재혁 손준영 조승연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김재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및 영상: 정시은 CDQR코드를 스캔하거나 ‘히어로콘텐츠’()에 접속하면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황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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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통장만 전문적으로 만들어 유통시키는 유령 회사라면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지 않을까. 그 단서는 뜻밖에도 정부의 공개 데이터 안에 있었다.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는 보이스피싱에 쓰인 것으로 지목돼 소명 절차까지 거친 뒤 동결된 통장 목록(채권소멸 사실공고)이 매주 공개된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2만6866개가 등재됐다. 이조차 실제 범죄에 사용되는 전체 대포통장의 규모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추정된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올 1월 1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금감원 목록에 새로 올라온 통장 1만6854개의 명의를 추가로 전수 분석했다. 최소 189명의 피해금을 착취한 대한퍼스트처럼, 최근 암시장에서 활동하는 다른 대포통장 조직을 역추적하기 위해서였다. 그중 송금 한도가 커서 범죄 조직이 선호하는 회사 통장은 2053개였다. 가장 많이 적발된 회사를 줄 세웠다. 1위부터 5위까지 회사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나란히 펼쳤다. 회사 이름도, 주소도 달랐다. 그런데 대표나 이사 자리에 빠짐없이 나타나는 이름이 있었다.31세 안준호(가명)였다.● 월 1만 원에 차린 대포통장 공장추적 반경을 넓혀 보니 안준호와 연결된 회사는 8개로 늘었다. 그는 대표 3곳, 이사와 감사 등 모두 11개의 직함을 갖고 있었다. 이 회사들의 흔적을 따라가 보니 일종의 매뉴얼처럼 정형화된 행동 수칙이 보였다.제1원칙: 회사 주소는 비상주 사무실로 해결한다. 사업자등록을 하려면 주소가 필요하다. 안준호 일당은 월 1만 원 안팎에 주소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지난달 7일 찾아간 전남 나주시의 한 비상주 사무실. 좁은 복도에 놓인 우편함 하나를 63개 업체가 공유하고 있었다. 안준호 일당의 회사는 그중 29번째 칸에 이름만 걸어두고 있었다. 사무실 관리자는 “계약은 주로 전화로 한다. 500개 업체를 관리해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일부 비상주 사무실은 아예 “은행 실사가 나오면 알아서 대응해 준다”고 광고했다.제2원칙: 은행 통과 프리패스, ‘통신판매업’을 노린다. 회사를 세운 뒤 통장을 만들려면 은행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안준호 일당은 주 업종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내세웠다. 온라인 거래 특성상 초기엔 실물 사무실이나 재고가 없어도 통장을 파기 쉬운 업종이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범죄 수익을 현금화하기 쉬운 상품권 판매업을 추가한 경우도 있었다.제3원칙: 은행 실사를 피할 ‘위장 쇼윈도’를 꾸민다. 서류만으로는 최근 들어 깐깐해진 은행의 눈을 속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안준호 일당은 아예 가짜 가구 쇼핑몰을 인터넷에 띄웠다. 홈페이지에는 ‘모던 소파 89만 원’, ‘원목 다이닝 테이블 45만 원’ 등 그럴싸한 사진과 가격표가 붙었다. 회원 가입 버튼은 작동하지 않았다. 은행이나 수사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전시용이었다.이렇게 찍어낸 대포통장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을 타고 각종 범죄 조직으로 팔려 나갔다. 이들 회사의 통장이 올해 보이스피싱에 동원돼 적발된 횟수는 60건에 달했다.● 등기부등본에 올라온 전과자들안준호의 등기상 주소인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다세대주택 문을 두드렸다. 60대 여성 집주인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왔다. “그런 사람을 왜 우리 집에 와서 찾아요. 남편하고 나하고 둘이 살아요. 월세방도 비어 있어요.”인터넷에서도 안준호는 지워져 있었다. 그가 쓰던 연락처로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을 뒤졌지만 얼굴 사진이 한 장도 나오지 않았다. 흔적은 2018년 서울에서 중고 게임을, 2022년 제주에서 노트북을 판 기록 두 건이 전부였다. 별다른 범죄 전력도 없었다.그런데 그의 등기부등본에 함께 이름을 올린 공범들은 달랐다. 조민기(가명·30)가 대표를 맡은 회사 통장은 또 다른 온라인 도박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데 동원됐다. 한 남성이 회삿돈 4억5000만 원을 횡령해 90차례 판돈을 입금하다가 적발됐는데, 그 판결문에 조민기의 회사 통장이 등장한 것. 조민기도 2020년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도박장 전과자가 만든 회사 통장이 도박 자금 세탁에 쓰인 것이다.안준호 일당의 회사 두 곳에 이사로 이름을 올린 60대 중반 남성 박동현(가명)은 법무사 사무소 사무장 출신이었다. 그는 2002년 허위 공증과 공정증서 위조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안준호 일당의 유령 회사 3개가 잇달아 설립될 무렵 한 법무사 사무소에 취업했다. 회사를 법원에 등기하려면 본인이 직접 하거나 법무사나 변호사가 신청서를 대리 제출해야 한다.● “30대 초반 혼자 짠 판이 아니다”경찰은 히어로콘텐츠팀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넘겨받아 안준호 일당을 ‘전문 대포통장 유통 조직’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기존에 전국 각지에서 개별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흩어져 수사되던 사건들이 데이터를 통해 하나의 조직으로 묶였다. 결정적 단서는 통장을 개설한 장소였다. 광주 일대를 근거지로 한 일당이 연고도 없는 경남 진주시의 특정 신협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회사 통장을 개설한 사실이 확인됐다.경찰은 안준호가 ‘바지사장’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전과 없는 30대 초반을 주축으로 한 조직이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가동된 대포통장 공장을 굴리기는 쉽지 않았을 거란 판단이다. 정교한 흐름의 배후엔 자금을 대고 판을 짠 실질적인 몸통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금감원 데이터에서 안준호 일당의 이름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건 지난달 중순이다. 대포통장 조직이 왜 하필 제2금융권을 노리는지, 그 이유는 2회에서 이어진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히든: 검은돈의 혈관, 대포통장’은 각종 범죄의 핵심 도구인 대포통장 문제를 조명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취재: 임재혁 손준영 조승연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김재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및 영상: 정시은 CDQR코드를 스캔하거나 ‘히어로콘텐츠’()에 접속하면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58·사법연수원 21기)을 신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21일 임명했다. 이에 따라 봉욱 전 민정수석은 1년여 만에 청와대를 떠난다.한 수석은 성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2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한 뒤 법무부 국제법무과 검사, 울산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대변인 등을 거쳐 법무부 인권국장, 울산지검장, 수원지검장, 서울동부지검장 등을 지냈다. 2019년 한 수석은 서울동부지검장에 재직할 당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검찰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던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퇴를 압박한 의혹 등을 수사했다. 당시 주임검사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었다. 이 수사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선 2022년 1월 징역 2년이 확정됐고,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이후 지난해 8월 이재명 정부 첫 사면에서 둘 다 복권이 확정됐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이후 한 수석은 검찰 인사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했고 자신보다 후배인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2019년 7월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고, 2022년 8월부터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검찰 출신인 한 수석은 10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2년 12월 별세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최병렬 전 대표의 사위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위증 혐의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이 이른바 ‘연어 술파티’를 벌인 장소로 지목된 수원지검 1313호에 대한 현장검증을 벌였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송병훈)는 이날 오전 이 전 부지사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 등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6일차 공판을 열고 비공개 현장검증에 나섰다.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 배심원단 12명은 수원지검으로 이동해 논란이 된 1313호 영상녹화실과 맞은편 창고, 15층 조사실 등을 둘러봤다. 이날 현장검증은 교도관이 있는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연어 술파티’를 벌이는 게 가능한 것인지 등을 살피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낮 12시경 현장검증을 마친 뒤 점심 이후 이어진 오후 재판에서 검사 측은 이 전 부지사가 술자리 장소와 날짜, 시간, 술을 마신 정도 등에 대해 진술을 수차례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검사 측은 “처음에는 본인이 술을 마셨다고 하다가 술을 마시지 않고 입만 댔다며 말을 바꿨다”며 “시간도 날짜도 바뀌고, 2시간 자리에 있었다고 하다가 오늘은 30분이었다고 이야기한다”고 지적했다.반면 이 전 부지사 변호인단은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달라질 수 있지만 술이 제공됐다는 핵심 진술은 일관된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또 수원구치소 출정기록과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제시하며 당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 관련자들이 같은 시간대 수원지검에 있었고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와 생수가 구매된 정황도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연어 술파티 의혹은 이 전 부지사가 2023년 5월 수원지검 1313호 영상녹화실에서 대북송금 사건 조사를 받던 중 진술 회유를 목적으로 연어회덮밥과 소주 등을 저녁식사로 제공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는 등 압수수색을 마무리하고 이번 주부터 선관위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14일 합수본에 따르면 합수본은 11일부터 시작한 중앙선관위와 서울선관위, 송파·강남·서초·광진·동작구 선관위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쳤다. 합수본은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무유기 혐의 등과 관련해 중앙선관위 서버와 투표용지 인쇄 계획 및 회의록, 결재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선거 당일 투표용지 보관 장소와 수량, 잔여 매수 등을 기록하는 투표록 등 선거 관련 문건과 전자기록을 다수 확보했다. 합수본은 압수수색 자료 등을 토대로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 매수를 유권자 수의 50%까지 줄이도록 지침을 결정한 경위와 사후 대응 방식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합수본은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각 구 선관위 실무자들을 불러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화상으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청년들과 시민들의 정의로운 분노에 우리 사회 모두가 책임 있는 행동으로 응답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빠르면 이번 주부터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가동된다고 한다. 국회 활동에 대한 전폭적인 협조를 선관위에 요청드린다”며 “검경 합수본 역시 성역 없는 책임 규명에 박차를 가해야 되겠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로마=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차장검사)는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투표용지를 유권자 수의 50%만 인쇄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합수본에 따르면 이번 수사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고의성 입증 여부’다. 공직선거법 85조는 공무원 등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선거에 차질을 빚은 점이 인정되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는지 입증해야 관련자들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것. 직무유기 혐의 역시 단순한 행정 착오나 업무상 과실은 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워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또 합수본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이후 선관위의 사후 대응 방식 등이 적절했는지도 수사를 통해 규명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일부 집회 참가자가 “투표용지가 숨겨져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소지품을 검사한 사건에 대해 서울 송파경찰서는 당사자 3명의 신원을 파악하는 한편 그중 1명의 신원을 특정해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다만 경찰은 집회 해산 등 적극적인 대응을 취해야 할지를 놓고선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번 집회는 뚜렷한 주최자가 존재하지 않아 일반적 집회·시위로 규정하기 어렵고, 퇴근한 직장인이나 가족 단위 시민이 참여하는 등 공공의 안녕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차장검사)는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투표용지를 유권자 수의 50%만 인쇄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14일 합수본에 따르면 이번 수사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고의성 입증 여부’다. 공직선거법 85조는 공무원 등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237조는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선거에 차질을 빚은 점이 인정되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는지 입증해야 관련자들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것.직무유기 혐의 역시 단순한 행정 착오나 업무상 과실은 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워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고의성 유무가 입증돼야 한다. 또 합수본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이후 선관위의 사후 대응 방식 등이 적절했는지도 수사를 통해 규명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합수본은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허철훈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 윗선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 금지하기도 했다. 검찰 12명, 경찰 15명 규모인 합수본은 이번 주 중으로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기존에 서울경찰청이 해온 수사도 순차적으로 이관받는다.한편 경찰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8일 오전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용품을 챙기러 경기장으로 향하자 일부 집회 참가자가 이들을 막아서면서 “투표용지가 숨겨져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소지품을 검사한 사건에 대해 서울 송파경찰서는 10일 강요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 3명의 신원을 파악하는 한편 그중 1명의 신원을 특정해 경찰에 나와 조사 받으라고 요구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로부터 취재진이 폭행을 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은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해 피의자 신원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다만 경찰은 집회 해산 등 적극적인 대응을 취해야 할 지를 놓고선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번 집회는 뚜렷한 주최자가 존재하지 않아 일반적 집회·시위로 규정하기 어렵고, 퇴근한 직장인이나 가족 단위 시민이 참여하는 등 공공의 안녕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9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 안산소년분류심사원. 93명의 여성 위탁소년이 머무는 이곳 생활관에는 상아색 창살이 달린 3평 남짓한 방이 복도를 따라 늘어서 있었지만 모두 빈 방이었다. 위탁소년들은 이날 방에 머무르는 대신 교육장에 모여 인성 교육과 절도·폭력 예방 교육 등을 받고 있었다. 소년 전담 시설의 역할은 이들을 단순히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비행 원인을 진단하고 교육해 재범을 예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법무부는 이날 안산 소년사법통합기관 시범운영 현장을 공개하고 소년 재범률 감소를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형사 처벌을 면제받는 만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 중 상당수는 소년원에 가지 않더라도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다. 최근 5년간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촉법소년이 2.2배 늘고 특히 이 중에서 약 80%가 13세에 집중되는 저연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부가 국가 차원의 전담체계를 구축해 소년범 재범률을 막기 위해 대책을 내놓은 것.특히 소년범죄자 중 초범 비율은 2015년 45%에서 2024년 72%까지 늘어났다.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성인의 약 3배인 12~13%에 달한다. 법무부가 전담 시설을 만들어 적극 개입하려는 이유다. 우선 전국 18곳에 분산된 소년 보호관찰 기관과 청소년비행예방센터 등을 통합한 소년전담기관을 구축하기로 했다. 안산소년분류심사원 역시 본래 안산청소년비행예방센터였지만 올 4월 통합 개청했다.이날 찾은 경기 안산시 단원구 ‘꿈키움센터’ 등 소년전담 시범운영기관에는 모의법정 체험실과 심리검사실도 마련돼 있었다. 소년들은 모의법정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 피해자, 가해자 역할을 맡아 재판 과정을 체험하며 피해자 입장을 이해하는 교육을 받는다. 이를 통해 재범률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야간 외출제한 명령을 받은 소년에게는 스마트워치 장치를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심리검사와 보호관찰 자료를 분석하는 시스템도 갖춰 재범률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김동하 법무부 소년범죄예방팀장은 “소년범은 성인과 달리 변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 개입하겠다”고 말했다.안산=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검찰이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해 그룹 계열사 등에 실제로 근무하지 않았던 부인과 조카를 임직원으로 올린 뒤 허위 급여 31억여 원을 지급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것으로 7일 확인됐다. 16장 분량의 이 전 회장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호경)는 이 전 회장에 대해 2009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부인 신모 씨를 태광그룹 계열사인 태광관광개발 사내이사로 등재한 뒤 총 116회에 걸쳐 11억7600여만 원을 급여로 지급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신 씨가 이 회사 사내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는데도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또 이 전 회장이 실내 인테리어 업체와 와인 수입업체를 세운 뒤 이 업체들에도 부인을 사내이사로 올려 급여 총 15억4806만여 원을 지급한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이 2008년 그룹 실세로 꼽혔던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에게 “배우자와 딸이 배당금과 급여를 수령할 수 있도록 법인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이 내린 결론이다. 이 업체들은 이 전 회장 부인과 딸이 전체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자신이 1인 주주로 있는 세광패션에 조카 이모 씨를 직원으로 등재한 뒤 2017년 9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3억9900여만 원을 허위 급여로 지급한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 부인은 이사회 참석 등 의무를 다했고 보수청구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허위 급여라 할 수 없다”며 “조카가 계열사 직원으로 근무하며 급여를 받아간 부분에 대해 이 전 회장은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3대 특검 이후 남은 의혹을 수사 중인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11월경부터 12·3 비상계엄 선포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김지미 특검보는 1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비상계엄이 이미 2023년 11월경부터 준비됐고, 비상계엄 당시 다수 실무자가 계엄 선포와 국회 병력 출동에 대해 (김 전 의장에게) 문제가 있다고 조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특검은 지난달 27일 김 전 의장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2023년 11월 29일 관저 회동에서 윤 전 대통령이 ‘내가 시키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당시부터 계엄 준비를 시작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또 김 전 의장은 당시 관저 회동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답변에 만족하지 못하자 책상을 치고 격노하며 ‘총을 가져와 내 머리에 쏘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김 전 의장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24년 12월 3일 밤 공관에서 취침을 준비하던 중 작전부장으로부터 계엄 선포 소식을 처음 접했다”며 “관련된 사전 모의나 회동에 단 한 차례도 참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계엄사령부 구성을 승낙하거나 협조한 사실이 없으며 지휘권을 사실상 배제당한 상태였고 비상계엄을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특검은 6일 오전 윤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타고 온 법무부 호송차에서 내려 조사받으러 들어가는 모습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출석 시 수갑을 착용할지는 아직 협의 중이다. 수갑 등을 착용하게 되면 못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특검은 “브리핑 내용을 정정한다”며 “출석 장면 공개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구속 상태인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오전 특검 조사를 받으러 사무실에 들어갈 때 사복을 입고 포승줄은 하지 않은 채 수갑 찬 양손만 천으로 가리고 들어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3대 특검 이후 남은 의혹을 수사 중인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11월경부터 12·3 비상계엄 선포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김지미 특검보는 1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비상계엄이 이미 2023년 11월경부터 준비됐고, 비상계엄 당시 다수 실무자가 계엄 선포와 국회 병력 출동에 대해 (김 전 의장에게) 문제가 있다고 조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특검은 지난달 27일 김 전 의장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2023년 11월 29일 관저 회동에서 윤 전 대통령이 ‘내가 시키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당시부터 계엄 준비를 시작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또 김 전 의장은 당시 관저 회동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답변에 만족하지 못하자 책상을 치고 격노하며 ‘총을 가져와 내 머리에 쏘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김 전 의장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24년 12월 3일 밤 공관에서 취침을 준비하던 중 작전부장으로부터 계엄 선포 소식을 처음 접했다”며 “관련된 사전 모의나 회동에 단 한 차례도 참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계엄사령부 구성을 승낙하거나 협조한 사실이 없으며 지휘권을 사실상 배제당한 상태였고 비상계엄을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한편 특검은 6일 오전 윤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타고 온 법무부 호송차에서 내려 조사받으러 들어가는 모습을 공개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출석 시 수갑을 착용할지는 아직 협의 중이다. 수갑 등을 착용하게 되면 못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특검은 “브리핑 내용을 정정한다”며 “출석 장면 공개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구속 상태인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오전 특검 조사를 받으러 사무실에 들어갈 때 사복을 입고 포승줄은 하지 않은 채 수갑 찬 양손만 천으로 가리고 들어갔다. 특검은 홍장원 국정원 전 1차장에게도 5일 오전 10시 2차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요구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던 정영학 회계사와 정민용 변호사가 최근 보석으로 석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가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나 대장동 사건 피고인 5명 전원이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3부(고법판사 민달기 김종우 박정제)는 지난달 7일 정 회계사와 정 변호사에 대한 보석 허가 결정을 내렸다. 정 회계사는 보석 허가 당일, 정 변호사는 다음 날인 지난달 8일 각각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해 10월 유 전 직무대리와 김 씨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남 변호사에게는 징역 4년, 정 회계사에게는 징역 5년, 정 변호사에게는 징역 6년이 선고됐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1심은 최대 6개월, 2심은 필요시 최대 8개월이다. 유 전 직무대리와 김 씨, 남 변호사는 4월 3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반면 정 회계사와 정 변호사는 1심에서 법정 구속돼 최대 8개월까지 구속이 가능했다. 한편 검찰이 1심 판결 뒤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들만 항소하면서 항소심에서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피부 시술 의원을 운영하며 5년간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주고 수십억 원을 챙긴 의사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의사는 중독자들에게 가족과 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가져오면 더 많은 프로포폴을 투약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소창범) 의료용 마약 전문수사팀은 프로포폴 중독자들에게 타인 명의를 이용해 5년간 총 18만 mL의 프로포폴을 4700여 차례 불법 투약해 준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50대 소아청소년과 여성 전문의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해당 의원 실장과 간호조무사, 피부관리사 등 직원 6명과 상습 투약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일부 단순 투약자 21명은 치료·재활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강남구에서 피부과 의원 2곳을 운영하며 프로포폴 중독자 32명에게 가족 또는 지인 명의로 1694회, 불법 구입한 외국인 명의로 3033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회당 30만 원 수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중독자들을 끌어모은 뒤 “가족이나 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가져오면 프로포폴을 더 많이 투약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121명의 주민등록번호가 1272차례에 걸쳐 다른 사람에 대한 프로포폴 투약에 무단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일부 중독자들은 의사의 제안에 따라 많게는 하루 10회 이상 프로포폴을 연속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우울증이 심화돼 극단적 선택을 한 중독자가 6명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의료 관련 자격이 없는 피부관리사가 직접 프로포폴을 반복 투약한 정황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내역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상 정황을 포착해 투약자들을 조사했고, 올해 1월 해당 의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 결과 의사는 범죄 수익으로 고가 명품을 구입하고 외제차를 운행하는 등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현재 범죄 수익 환수 절차도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마약류 취급 권한을 악용해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고 마약 중독에 빠뜨린 심각한 수준의 도덕적 해이 범죄”라며 “수십억 원에 이르는 범죄 수익을 철저히 추징하겠다”고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