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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효율부(DOGE) 업무의 60, 70%는 재밌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공격당하고 (테슬라) 차가 불타는 걸 보는 건 유쾌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 DOGE에서 물러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주요 매체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털어놨다. 앞서 미국에선 DOGE를 이끌며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추진한 머스크에 대해 월권 논란이 일면서 테슬라 차량과 판매점에 대한 방화 테러 사건이 줄을 이었다. 그는 자신의 DOGE 업무가 “사실상 스타트업 같았다”고 했다. 그는 DOGE 활동을 통해 1600억 달러의 연방정부 예산을 절감했다며 당초 목표로 내건 1조 달러 절감엔 미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갈 길이 멀다. 내각과 의회가 고통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할 수는 있지만 수많은 불만을 처리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좋은 친구’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여기(백악관)서 묵겠냐’고 하면 나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며 “어린 시절 친구 집에서 자고 가는 것과 비슷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악관 내 링컨 침실에서 한 번 이상 묵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특수 공무원 신분으로 일했던 머스크는 향후 2주마다 백악관을 방문해 DOGE 업무를 도울 예정이다. 그는 “DOGE는 불교와 같은 삶의 한 방식”이라며 “불교에 부처가 필요한가. 부처가 세상을 떠난 후 불교가 더 강해지지 않았느냐”는 말을 남겼다. 자신이 물러나도 DOGE가 정부 구조조정 업무를 완수할 거라는 희망을 내비친 것이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에서 물러난 뒤 백악관에서 주요 언론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머스크는 DOGE 업무가 즐거웠지만 ‘안티 머스크’ 사태로 테슬라가 불에 탄 것은 유쾌하지 않았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1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좋은 친구(good friends)’라고 설명했다. 그는 “에어포스원이나 마린원을 같이 타고 가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여기서(백악관) 묵을래?’라고 말하면 나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면서 어린 시절 친구들끼리 놀다가 친구 집에서 자고 가는 것과 비슷했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내어준 백악관 링컨 침실에서 한 번 이상 묵었고, 대통령이 밤늦게 전화를 걸어 “주방에서 아이스크림 가져다 먹으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 말을 듣고 캐러멜 맛 하겐다즈 1통을 가져다가 밤새 다 비워 다음날 1.4kg이 쪘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백악관 참모진 중 가장 큰 모니터를 갖고 있었으며, 때로 디아블로나 패스파인더 같은 게임을 하기도 했다고 백악관 생활에 관해 이야기했다.머스크는 DOGE의 성과에 대해서는 애초 목표로 삼았던 연방 정부 예산 1조 달러 절감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1600억 달러 절감에 만족해야 했다”며 “갈 길이 멀고 정말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할 수는 있다면서 “내각과 의회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할 수는 있지만 수많은 불만을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그는 DOGE 업무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DOGE 내)상황이 매우 격렬했다. 사실상 스타트업 같았다”며 “때에 따라 달랐지만 (일하는 동안)6, 70%는 재밌었다”고 회고했다. 다만 “끊임없이 공격당하는 건 그렇게 재밌지 않았다. 차가 불타는 걸 보는 것도 유쾌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정부 예산 축소 칼을 휘두른 머스크는 ‘안티 머스크’ 역풍을 맞아 정부 내외부에서 모두 공격받았다. 특히 머스크에 대한 반발심으로 테슬라 차량에 방화를 저지르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머스크는 향후 일주일에 1, 2번 DOGE 업무를 하고 2주마다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이라 밝혔다. 그는 “DOGE는 마치 불교와 같은 삶의 한 방식”이라면서 “불교에 부처가 필요한가.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불교가 더 강해지지 않았느냐”며 자신이 없어도 DOGE가 제 역할을 해 낼 것이라고 관측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아시아권 출신 추기경 중 차기 교황에 가장 근접하다고 평가받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사진)이 6년 전 한 행사장에서 부른 노래 때문에 가톨릭 보수파의 공격을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타글레 추기경이 2019년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부르는 영상이 도마에 올랐다고 지난달 29일 전했다. WP는 “일부 가톨릭 내 보수주의자들이 타글레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될 자격이 없다는 증거로 이 영상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매진’의 가사 중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Imagine there‘s no Heaven)” 등의 내용이 가톨릭 신앙과 배치된다는 것. 그런데 6년 전 영상이 최근 소환돼 화제가 된 건 캐나다의 보수 가톨릭 매체 라이프사이트뉴스 보도가 한몫했다. 라이프사이트뉴스는 X에 해당 영상을 공유하고 “충격이다. 가톨릭 교리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반기독교적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른 것 자체가 교황 자격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타글레 추기경이 당시 무대에서 종교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의 가사는 부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톨릭 교계 일각에선 이 영상이 뒤늦게 화제가 된 건 우연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시작될 예정인 콘클라베를 앞두고 가톨릭 보수파들이 타글레 추기경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상을 활용했다는 얘기다. 타글레 추기경은 최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쾌하고 겸손한 성품과 진보적 성향을 닮았단 평가가 많다. 그가 자주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리는 배경이다. 하지만 타글레 추기경은 교황청 내에선 ‘아웃사이더’다.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경험이 전무했던 그를 교황청 인류복음화부 장관에 임명했다. 이 자리는 아시아·아프리카 등 비가톨릭 지역의 주교 임명을 관장하는 중요한 성직이다. 또 아시아권의 대표적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 출신이라 첫 아시아계 교황이 나온다면 타글레 추기경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957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태어난 타글레 추기경은 외할머니가 필리핀으로 이주한 화교 출신이다. 이전 콘클라베 때도 교황 후보로 거론됐었다. 7일 시작되는 콘클라베는 80세 미만 추기경 134명에게 투표권이 있다. 역사상 가장 국제적이고 젊은 추기경단이라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대정전이 29일(현지 시간) 대부분 복구된 가운데 피해규모가 최대 45억 유로(약 7조30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페인에선 정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4명으로 집계됐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스페인 경찰 당국은 이번 정전으로 인해 마드리드에서 촛불 화재로 1명이 사망했고, 갈리시아 타보아델라 지역에서 노부부와 아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 가족은 정전이 되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발전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영국 BBC에 따르면 스페인 주요 기업 연합회인 CEOE는 이번 정전 사고로 약 16억 유로(약 2조6000억 원),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0.1%에 해당하는 경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투자은행 RBC는 그보다 큰 22억5000만 유로∼45억 유로(3조6000억∼7조3000억 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했다.정확한 정전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가디언, 로이터, CNN 등 외신은 28일 포르투갈 전력회사인 REN을 인용해 “스페인 내 급격한 기온 변화로 인한 유도 대기 진동 현상이 정전 사태의 원인”이라고 밝혔으나, REN 대변인은 29일 “해당 성명을 발표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핵발전 부족과 재생 에너지 발전 과잉이 정전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산체스 총리는 “정전과 원자력 발전 부족, 재생 에너지 발전을 연결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스페인 전력망 관리업체인 레드엘렉트리카(REE) 데이터에 따르면 정전 당시 스페인이 사용하던 에너지의 75% 이상이 재생 가능 에너지원에서 나왔다. 다만 이번 정전이 재생 에너지 발전 확대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에두아르도 프리에토 REE 시스템 운영 담당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초기 조사 결과 사이버 보안 사고는 배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페인 사법 당국은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번 정전이 테러 공격의 결과라는 결정적인 정보는 아직 없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겠다고 했다.안토니우 레이타우 아마루 포르투갈 정부 대변인은 CNN포르투갈과의 인터뷰에서 “포르투갈에서는 현재까지 사이버 공격이나 적대적 공격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없다”며 “스페인에서 발생한 전력 전송망 문제”라고 설명했다. 루이스 몬테네그로 포르투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전 사고와 관련해 유럽연합(EU) 산하 에너지 규제기관 협력기구(ACER)에 독립적인 감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다른 나라에 미안해할 필요 없다. 그들은 우리의 희생 덕분에 번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시사잡지 디애틀랜틱과의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동맹국 홀대 탓에 한국, 일본, 대만 등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내놓은 반응이다. 디애틀랜틱은 6월호에 실릴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 기사 요약본을 28일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인터뷰는 2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됐고, 이 매체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진행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2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 당시 서로 언성을 높이던 상황을 언급하며 “그런 모습이 대만이나 한국, 일본 같은 동맹국을 놀라게 하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나라로부터 심한 대우를 받아 왔다”면서 한국 사례를 콕 집어 거론했다. 이어 “(집권 1기 당시) 미군 4만2000명이 주둔 중인 한국에 30억 달러를 내라고 했는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막았다”며 “(한국은) 해운업과 자동차를 빼앗고 우리 사업과 기술을 많이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실제 주한미군 수는 2만8000명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한미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10억 달러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와 2기의 차이점에 대해 “과거(집권 1기)에는 부패한 집단 속에서 생존과 국정 운영을 동시에 해야 했지만, 이제는 국가와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혼란 때문에 상호 관세 정책을 철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정책 때문에 시장에) 약간의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정책을 변경할 특정 임계점에 따른 정책 수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3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선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건 아니고,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예멘 후티 반군 공격을 논의하던 메신저 앱 ‘시그널’ 단체 대화방에 실수로 초대된 뒤, 대화 내용을 폭로한 인물. 트럼프 대통령은 디애틀랜틱을 “급진 좌파 매체”로 부르는 등 관계가 안 좋았지만 취임 100일 인터뷰 요청을 수락해 화제가 됐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교통, 통신, 금융 인프라가 한때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포르투갈 리스본 등 양국 주요 도시의 시민들이 한동안 촛불에 의지하는 등 19세기로 돌아간 듯한 대혼란을 겪으면서 스페인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양국 정부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전의 원인을 조사 중이며, 현재까지 사이버 공격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정전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대형 사고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수도 마드리드·리스본 아수라장 “19세기 방불” 로이터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대규모 정전은 28일 낮 12시 33분(스페인 시간 기준) 스페인 전역, 포르투갈 및 프랑스 남부 일부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시작됐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선 지하철이 갑자기 운행을 멈추면서 약 3만5000명의 시민들이 구조됐다. 지상에선 교통 신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주요 건물 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수신호로 차량을 통제해야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어 교차로마다 차량들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정차하면서 시내 교통은 큰 혼란을 겪었다. 컴퓨터 작동이 어려워져 업무를 할 수 없게 된 직장인들은 낮부터 회사에서 나와 대거 귀갓길에 올랐다. 부모들은 정전이 된 학교에서 자녀들을 데리고 나오는 등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고 BBC는 전했다. 또 상점에선 카드 결제기가 작동하지 않아 큰 불편이 초래됐다.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대회 등 주요 스포츠 경기도 중단됐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정전으로 스페인이 19세기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포르투갈도 리스본과 주변 지역, 북부 및 남부 지역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시스템 먹통으로 리스본 국제공항에선 비행기 200여 편이 결항됐고, 일부 주유소는 영업을 중단했다.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앞두고 예정돼 있던 총리와 야당 대표 간 TV 토론도 연기됐다. 이날 스페인 내무부는 마드리드, 안달루시아, 엑스트레마두라 등 일부 지역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에 3만 명의 경찰을 배치해 순찰을 강화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8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신속한 전력 복구를 위해 휴대전화 사용과 외출을 자제해줄 것을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스페인은 29일 오전까지 전력의 92%를 복구했다. 중장거리 열차 노선 일부에선 아직 전력을 복구 중이며, 취소 및 지연된 항공편이 많아 일주일가량 공항 이용에 불편이 따를 것으로 스페인 교통부는 예상했다. 포르투갈 역시 국가 에너지 위기를 선포하고 전력망 복구에 돌입했다. 포르투갈 전력공사인 REN에 따르면 리스본 등을 중심으로 28일 밤부터 전력 공급이 재개돼 29일 오전에는 포르투갈 전역의 복구율이 95%로 집계됐다.● 포르투갈 “대정전 스페인서 시작”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부가 정전의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포르투갈은 스페인 내부 원인으로 인해 정전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루이스 몬테네그루 포르투갈 총리는 “(정전의) 원인이 포르투갈은 아니다. 스페인에서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포르투갈은 전력망을 스페인과 공유하고 있는데, 정전이 발생한 오전 시간대 전력을 스페인에서 들여와 피해를 입었다고 CNN은 분석했다. 산체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15GW 규모의 전력 생산이 단 5초 만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전 당시 스페인 전체 전력 수요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스페인 전력공급 공기업인 레드엘렉트리카의 호르헤 파브라 전 사장은 “40년 동안 업계에 종사했지만 이런 사태는 처음”이라고 엘파이스에 말했다. 정확한 정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REN은 “스페인 내륙의 극심한 기온 변화로 인해 초고압선에 이상 진동이 발생하는 ‘유도 대기 진동’ 현상에 의해 시스템 간 동기화 장애가 생겨 전력망이 교란된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 사이버보안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정전이 “(전력망의) 케이블 결함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발전 과잉이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이 최근 몇 달간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을 확대하면서 전기 생산이 크게 늘었는데 송배전이 이에 맞춰 확충되지 않아 전력망이 불안정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이버 공격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엘파이스는 스페인 시민들 사이에서 “러시아가 배후에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테레사 리베라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고의적인 행위로 정전이 발생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사이버 공격이었다는 증거는 없지만 궁극적인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했다. 스페인 일간 ABC는 “만약 이번 사태가 사이버 공격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 유럽 전체 전력망의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산체스 총리는 “모든 가정과 가능성을 열어놓고 잠재적 원인을 분석 중”이라며 근거 없는 추측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다른 나라에 미안해할 필요 없다. 그들은 우리의 희생 덕분에 번영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시사잡지 디애틀랜틱과의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미국의 동맹국 홀대 탓에 한국, 일본, 대만 등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내놓은 반응이다. 디애틀랜틱은 6월호에 실릴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 기사 요약본을 28일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인터뷰는 2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됐고, 이 매체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진행했다.골드버그 편집장은 2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 당시 서로 언성을 높이던 상황을 언급하며 “그런 모습이 대만이나 한국, 일본 같은 동맹국을 놀라게 하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나라로부터 심한 대우를 받아 왔다”라면서 한국 사례를 콕 집어 거론했다. 이어 “(집권 1기 당시) 미군 4만2000명이 주둔중인 한국에 30억 달러를 내라고 했는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막았다”며 “(한국은) 해운업과 자동차를 빼앗고 우리 사업과 기술을 많이 빼앗아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실제 주한미군 수는 2만8000명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한미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10억 달러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와 2기의 차이점에 대해 “과거(집권 1기)에는 부패한 집단 속에서 생존과 국정 운영을 동시에 해야 했지만, 이제는 국가와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혼란 때문에 상호 관세 정책을 철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정책 때문에 시장에) 약간의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정책을 변경할 특정 임계점에 따른 정책 수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3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선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건 아니고,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모호하게 답했다.골드버그 편집장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인사들이 예멘 후티 반군 공격을 논의하던 메신저 앱 ‘시그널’ 단체 대화방에 실수로 초대된 뒤, 대화 내용을 폭로한 인물. 트럼프 대통령은 디애틀랜틱을 “급진 좌파 매체”로 부르는 등 관계가 안좋았지만 취임 100일 인터뷰 요청을 수락해 화제가 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나는 이 나라와 세계를 이끌고 있다(I Run the Country and the World).”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시사잡지 디 애틀랜틱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집권 2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28일(현지 시간) 디 애틀랜틱이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와 2기의 차이점에 대해 “과거(집권 1기)에는 부패한 집단 속에서 생존과 국정 운영을 동시에 해야 했지만, 이제는 국가와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임기 때에는 파괴적인 행보를 과시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즐기며 체제를 개편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내가 하는 일이 이렇게 심각하고 중대한 일들인데도 꽤 즐기고 있다“고 답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금융 시장 혼란으로 인해 상호 관세 정책을 철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정책에 따라 시장에)항상 약간의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정책을 변경할 특정 임계점에 따른 정책 수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는 과정에서 합법적인 거주자 등 무고한 시민들이 추방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3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선 “그것은 (규범에 대한) 큰 파열(a big shattering)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규범을 깨려고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은 아니고,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모호하게 답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28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북한의 쿠르스크 파병에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하며 지난해 체결한 북-러조약에 따라 유사시 군사 원조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그간 파병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파병 결정을 이날 처음 공표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조선인 동지들은 연대감, 정의감 그리고 진정한 동지애를 바탕으로 행동했다”며 “이를 높이 평가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도부 및 인민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군 파병은) 2024년 6월 19일 러시아와 북한 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에 따른 것”이라며 “국제법을 완전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북-러)는 유효한 조약을 발효시켰으며, 이 조약에 따라 당사자들은 필요할 경우 서로에게 상당한 지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며 유사시 북한에 대한 군사 지원을 재확인했다. 또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훈련하는 영상도 타스통신 등을 통해 공개됐다. 북한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서면 입장문을 통해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성된 전황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러시아) 사이에 체결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4조 발동에 해당된다는 분석과 판단에 근거하여 우리 무력의 참전을 결정하고 로씨야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결정으로 러시아 파병이 이뤄졌음을 처음 공식화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다음 달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 80주년 행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두 정상이 만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북-러 밀착이 심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문가들과 물밑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27일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의 이익 대표국으로 북한과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스웨덴의 주북한 대사도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측 관계자들과 북-미 대화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외부 전문가들이 물밑 논의를 진행해 왔다고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북한 또한 처음으로 자국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파병 결정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액시오스에 “지난 4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북한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기관을 소집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의 상황을) 평가하고 진단하면서 관여(engagement)를 포함한 잠재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미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의 ‘화려한 편지’ 한 통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바로 대화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계획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액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의 이익대표국으로서 북한과의 외교 가교 역할을 하는 스웨덴의 주북한 대사가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정부 관계자 및 전문가들과 협의했다. 평양과의 관여 가능성에 대한 워싱턴 분위기를 점검하는 차원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다른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화 가능성 여부는 대화의 성격에 달려있다”며 비핵화가 아닌 핵보유국 인정이나 군비 통제로 논의가 전환된다면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한국과 일본을 자극해 자체 핵무장 논의를 가속할 수 있고,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한 데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과 같은 지렛대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관측했다.북한은 28일 러시아 파병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노동신문 등에 보낸 서면 입장문에서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성된 전황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러시아) 사이에 체결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북러 조약)에 관한 조약의 제4조 발동에 해당된다는 분석과 판단에 근거하여 우리 무력의 참전을 결정하고 로씨야 측에 통보했다”며 파병이 김 위원장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로써 검증된 두 나라 사이의 불패의 전투적 우의는 조로 친선 협조 관계의 모든 방면에서의 확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며 양측이 혈맹 관계임을 재차 강조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26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에선 ‘조문 외교의 장’이 펼쳐졌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등 세계 정상급 인사 81명이 참석했다. 이들을 포함해 대표단을 파견한 나라는 총 170여 개에 이른다.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장례 미사에 앞서 15분간 독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올 2월 말 이른바 ‘백악관 충돌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진 이번 회동에서 두 정상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X에 “좋은 회동이었다”라고 썼다. 백악관 관계자도 “매우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멈추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은행 (관련 제재) 또는 ‘2차 제재’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러시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메시지가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두 정상과 마크롱 대통령, 스타머 총리 등 4명이 함께 만나는 사진도 공개됐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전후(戰後) 안보를 위한 비공식 협의체 ‘의지의 연합’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이 관세 문제 등으로 갈등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악수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복장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바티칸 복장 규정에 따르면 장례 미사 때 남성은 어두운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푸른색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했다. 멜라니아 여사도 검은색이 아닌 다리가 비치는 살구색 스타킹을 신어 입방아에 올랐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이민 정책 등을 둘러싸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여러 차례 맞부딪쳤지만, 이날 미사에선 귀빈석 맨 앞줄에서 교황의 관이 운구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평소 “부동산에서도, 정치에서도 자리가 전부”라는 지론을 펼치며 공식 행사의 자리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바티칸 의전 관례상 프랑스어 알파벳 표기순으로 자리를 배치해야 하지만, 교황청은 전통을 깨고 막판에 자리 배치를 바꿨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한편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지각하는 바람에 조문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는 25일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이 존경하는 스페인 경제학자의 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느라 출발이 2시간 연기돼 교황의 관이 닫힌 후에야 이탈리아에 도착했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파파(papa·교황) 프란치스코, 그라치에(grazie·고맙습니다)!”26일 오전(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주변 시내엔 약 40만 명이 운집해 애도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20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례미사 직후 이탈리아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으로 운구되자, 세계에서 모여든 추모객들은 슬픔에도 감사를 표하며 가는 길을 축복했다.‘빈자(貧者)들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가 이날 오전 10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교황의 유언대로 장식 없는 십자가 문양만 새겨진 목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박수로 교황을 맞았다. 장례미사는 입당송(入堂頌)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를 시작으로 기도와 성경 강독, 성찬 전례, 고별 예식 순으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미사를 주례한 추기경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교황은 당신의 허약함과 고통의 막바지에도, 지상의 삶 마지막 날까지 자기 봉헌의 길을 따르고자 하셨다”며 “이제 우리는 사랑하는 그의 영혼을 하느님께 맡겨 드린다”고 애도했다.이날 미사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170여 개국 지도자 및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국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끄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과 염수정 추기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등이 참석했다.교황청은 이날 공식 추모 기간인 ‘노벤디알리(Novendiali·9일간의 의식)’를 선포했다. 9일 동안 매일 추모 기도회가 이어지며, 교황의 묘는 27일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는 이르면 다음 달 5일 시작될 예정이다.“그라치에 파파”… 40만명 배웅속 ‘포프모빌’ 타고 소박한 작별[프란치스코 교황 영면]“교황,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에 관심”… 삼중관 대신 아연 덧댄 목관 입관시민 배웅 위해 사람 걷는 속도 이동… 교황 요청에 난민-노숙인 등이 맞이“교황께서 그토록 사랑했던 어머니(성모 마리아) 품에 안기시는 마지막 여정은 그가 평생 사랑했던 가난한 이들의 배웅을 받는 아름다운 이별이었다.”(베노니 암바루스 이탈리아주교회 주교)26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장례미사가 끝나자, 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작고 아담한 흰색 무개차(無蓋車)였다.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즐겨 탔던 ‘포프모빌(Popemobile)’이다. 40만 명이 모여든 마지막 가는 길도 교황은 평소와 다름없이 소탈한 행보였다. 로마 경찰의 호위 외엔 앞뒤로 각각 2대씩의 의전 차량만 따를 뿐이었다.관이 운구되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앞에서는 허름한 옷차림으로 흰 장미꽃을 든 40여 명이 교황을 맞이했다. 모두 난민이나 죄수 출신이거나 노숙자인 이들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마지막 조의를 표하도록 해 달라”는 교황의 생전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영원한 행복을 주시길”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장례미사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신자 등 25만여 명과 로마 시민 등 40만여 명이 참석했다. 추기경 220명과 주교 750명, 사제 4000여 명이 참석해 교황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순례자와 난민부터 세계의 유력 지도자와 왕족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추모객들이 몰려들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모든 사람에게 열린 마음을 지닌, 모든 이들의 교황이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전했다.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강론에서 “교황님께서 지상에서 영원으로 건너가신 이후 지난 며칠 동안 우리가 목격한 넘쳐나는 사랑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얼마나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에 감동을 주었는지 말해 준다”고 했다. 그는 “교황은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기까지 당신 양들을 사랑하신 착한 목자이신 주님의 발자취를 따르셨다”며 “모든 이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열망하셨으며,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두드러진 관심을 기울이셨고, 특히 우리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 소외된 이들에게 그렇게 하셨다”고 했다.50년 가까이 교황청에서 재직한 레 추기경은 다음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의 수장이기도 하다. 다만 91세의 고령으로 투표권은 없다. 차기 교황 선출권은 80세 미만의 추기경에게만 주어진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마지막 길역대 교황의 경우, 장례미사를 마친 뒤엔 사이프러스와 아연, 참나무 등 세 겹으로 된 삼중관 입관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장례 예식을 개정해 삼중관 대신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목관 하나만 쓰도록 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의 목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재위 기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돼 넣어졌다.장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가는 운구 차량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교황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사람이 걷는 속도로 천천히 이동했다. 20여 분이 지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도착한 교황의 관은 구약성서 시편을 노래한 그레고리안 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안으로 들어갔다. 교황의 묘는 유언대로 성모 성화 ‘로마인들의 구원’이 걸려 있는 파올리나 경당과 스포르차 경당 사이에 마련됐다. 비석엔 ‘프란치스쿠스(Franciscus)’라는 라틴어 이름과 십자가 모양만 새겨졌다.하관 의식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탈리아 매체들은 “다시 한번 성수가 뿌려지고, 매장이 이뤄졌다. 대성전 공증인이 매장 사실을 증명하는 공식 문서를 작성해 참석자들 앞에서 낭독하고, 추기경들과 전례 담당 고위 성직자들이 서명하면서 의식은 끝을 맺었다”고 전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이 한때 점령했던 남서부 쿠르스크주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쿠르스크주 탈환 과정에서 북한군이 러시아를 도왔다며 북한군의 파병 사실 또한 시인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파병 사실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양국의 군사 협력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만큼 다음 달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화상 회의 때 “쿠르스크 해방 작전이 완료됐다. 7만60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이 죽거나 다쳤다”고 보고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마지막까지 점령했던 쿠르스크주 고르날을 해방시켰다며 “우크라이나가 패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서방의 장비를 제공받은 우크라이나군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것은 러시아의 모든 전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치하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특히 “쿠르스크 해방 작전에 참여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며 북한군의 파병 사실과 기여를 설명했다. 그는 “북한군은 양국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군 침투 부대 격파에 상당한 지원을 제공했다”며 “러시아 군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투 임무를 수행했고 높은 전문성, 인내심, 용기와 영웅심을 발휘했다”고 추켜세웠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27일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 ‘동지들’이 보여준 연대는 양국 관계의 높은 동맹 수준을 보여준다. 양국 관계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은 “상황이 어렵지만 여전히 쿠르스크에 진지를 유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주장을 부인했다. 러시아는 그간 쿠르스크 탈환에 상당한 공을 들여 왔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정세가 향후 미국이 주도해 온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미국은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우리는 빠지겠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이 한때 점령했던 남서부 쿠르스크주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쿠르스크주 탈환 과정에서 북한군이 러시아를 도왔다며 북한군의 파병 사실 또한 시인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파병 사실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양국의 군사 협력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만큼 다음 달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화상 회의 때 “쿠르스크 해방 작전이 완료됐다. 7만60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이 죽거나 다쳤다”고 보고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마지막까지 점령했던 쿠르스크주 고르날을 해방시켰다며 “우크라이나가 패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서방의 장비를 제공받은 우크라이나군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것은 러시아의 모든 전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치하했다.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특히 “쿠르스크 해방 작전에 참여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며 북한군의 파병 사실과 기여를 설명했다. 그는 “북한군은 양국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군 침투 부대 격파에 상당한 지원을 제공했다”며 “러시아 군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투 임무를 수행했고 높은 전문성, 인내심, 용기와 영웅심을 발휘했다”고 추켜세웠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27일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 ‘동지들’이 보여준 연대는 양국 관계의 높은 동맹 수준을 보여준다. 양국 관계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은 “상황이 어렵지만 여전히 쿠르스크에 진지를 유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주장을 부인했다. 러시아는 그간 쿠르스크 탈환에 상당한 공을 들여 왔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정세가 향후 미국이 주도해 온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미국은 “협상의 진전이 없다면 우리는 빠지겠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2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거행된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검은색 정장·넥타이 차림의 세계 정상들 사이에서 홀로 푸른 정장·넥타이를 택해 눈길을 끌었고, “자리가 권력”이라는 주장대로 맨 앞줄을 차지했다.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지각하는 바람에 교황의 관이 봉인된 후에야 이탈리아에 도착해 조문을 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교황의 장례식에 푸른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해 이목을 끌었다. 바티칸 복장 규정에 따르면 장례식에서 남성은 어두운 정장에 긴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재킷 왼쪽 옷깃에 검은색 단추를 달아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검은색 정장으로 복장 규정을 지킨 세계 정상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푸른 정장은 눈에 띄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드레스 코드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기준의 경계에 있었다. 온통 검은색과 붉은색뿐인 장례식장에서 간판처럼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교황과는 2017년 5월 단 한 차례 만났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그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면서 “다리를 짓는 게 아니라 벽만 쌓을 생각만 하는 이는 그가 어디에 있든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고 반박했다. 이번 장례식 미사를 집전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교황의 이 발언을 다시 한번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교황과 대립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에서 맨 첫 줄을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부동산에서도, 정치나 삶에서도 자리가 전부”라는 지론을 펼치며 공식 행사서 미국 정상의 자리 배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서 뒷줄에 배정받자 “미국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장례식에서는 에스토니아, 핀란드 정상 사이 첫 줄을 차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리에 매우 신경 쓰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줄을 차지해 기뻐보였다”고 전했다.한편 교황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대통령은 이탈리아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성 베드로 대성당 조문을 하지 못해 비판받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는 25일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이 존경하는 스페인 경제학자의 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는 바람에 이탈리아 출발이 2시간 연기돼 교황의 관이 닫힌 후에야 이탈리아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바티칸이 초청한 대로 도착했을 뿐”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기자들을 향해 “심각한 지능지수(IQ) 저하를 가진 놈들”이라고 비난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행보에 대해 “악마의 대리인” “좌파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다만 취임 후에는 “그의 친절과 지혜를 알게됐다”고 했고, 교황 선종 후에는“역사상 가장 중요한 아르헨티나인”이라고 부르며 7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국세청장 인사 문제로 백악관에서 심한 욕설을 주고 받으며 충돌했다고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모습을 당시 대화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17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 회의에 두 사람이 참석한 가운데 베선트가 DOGE의 예산 삭감 실적이 부진하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머스크는 베선트를 “소로스의 대리인”이라고 깎아내린 뒤 “(베선트가) 실패한 헤지펀드를 운영했다”고 조롱했다. 헤지펀드 운영자 출신인 베선트는 세계적인 헤지펀드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 밑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소로스는 민주당에 거액을 기부한 전력이 있어 공화당 일각에선 소로스의 오른팔이던 베선트에 대해서도 비판과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백악관 회의 목격자들은 “두 사람이 오벌 오피스에서 신체적 접촉은 없었지만 (싸움을) 대통령이 목격했고, 이들이 웨스트윙 복도에서 다시 언쟁을 벌였다”며 “두 억만장자 중년 남성이 복도에서 프로레슬링(WWE)을 하듯 싸웠다”고 했다. 한 소식통은 “언쟁에 ‘F’가 들어간 욕설이 난무했다. 베선트가 욕을 하자 머스크가 ‘더 크게 말해 보라’고 응수했다”고도 했다. 보좌관들이 두 사람을 떼어 놓고 나서야 싸움은 끝났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중이던 멜로니 총리도 이를 목격했다. 액스오스 등 미 언론은 두 사람의 갈등이 국세청장 인선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머스크가 베선트와 상의 없이 국세청 내부 인사인 게리 섀플리를 국세청장 직무대행으로 대통령에게 추천해 관철시켰다는 것. 국세청은 미 재무부의 산하 기관이다. 이에 마이클 폴켄더 재무차관을 국세청장에 앉히려고 한 베선트가 “머스크가 내 등 뒤에서 일을 꾸몄다”며 격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만에 인사를 번복해 폴켄더를 국세청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일단 베선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액시오스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다툼”이라고 분석했다. 또 백악관 관계자는 “베선트가 이번 라운드에선 이겼지만 누구도 머스크 같은 사람을 적으로 삼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며 백악관 인사들이 이들의 싸움을 주목하고 있다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이에 대해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 참모진과 내각 사이에 때때로 의견 불일치가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건강한 토론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권자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백악관에서 욕설을 섞어 크게 다투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고 액시오스가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싸움의 발단은 미 국세청장 인선이었다. 머스크가 국세청장 인사에 입김을 발휘해 국세청 내부 인사인 게리 섀플리를 임시 국장으로 밀어줬고, 백악관이 이를 받아들였는데 국세청 상위기관장인 베센트 장관이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 이 자리에 마이클 폴켄더 재무부 차관을 임명하려던 베센트 장관이 격분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해 인사를 번복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이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은 회의에서부터 으르렁댔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DOGE의 예산 삭감 실적 부진을 지적했고, 머스크는 베센트를 “실패한 헤지펀드 운영자”라고 비난했다. 목격자들은 “오벌 오피스에서 신체적 접촉은 없었지만 (싸움을) 대통령이 목격했고, 이들은 복도로 나가서 다시 언쟁을 벌였다” “두 억만장자 중년 남성이 웨스트윙 복도에서 WWE(프로레슬링)하듯 싸웠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언쟁에서는 ‘F’ 욕설이 난무했다. 베센트가 욕설을 하자 머스크가 ‘더 크게 말해보라’고 응수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보좌관들이 두 사람을 떼어놓고 나서야 싸움이 끝났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중이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 광경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액시오스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다툼”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싸움에 대해 “온순하고 점잖은 성격의 베센트이지만 그도 한계가 있고, 포효할 줄도 안다”고 그의 측근은 평가했다. 한 소식통은 액시오스에 “베센트가 이번 라운드에서는 이겼지만, 누구도 머스크같은 사람을 적으로 삼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며 백악관 관계자들이 이들의 싸움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두 사람 간의 다툼에 대한 보도에 “대통령 참모진과 내각 사이에 때때로 의견 불일치가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건강한 토론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권자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나를 광장으로 다시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기 전날인 20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마지막으로 신자들을 만난 뒤 자신의 건강관리 보좌관이자 간병인인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에게 건넨 말이다. 22일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마지막 하루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일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부활절 축복 메시지를 전한 뒤 바로 앞 광장에 모인 5만여 명의 신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폐렴으로 37일간 치료 후 퇴원한 교황은 평소보다 지친 얼굴이었지만 전용차인 ‘포프모빌’을 타고 광장을 돌며 손을 흔들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한 교황은 아기를 보자 차를 세워 손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교황은 광장에서 신자들을 만날지를 놓고 잠시 망설였다고 한다. 체력이 받쳐 줄지 의문이었고, 의료진은 최소 두 달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교황은 스트라페티에게 “해낼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고, 그는 교황을 격려했다고 한다. 광장에서 신자들을 만난 뒤 교황은 피곤해했지만 만족하면서 스트라페티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교황청은 “(교황의 광장 방문은) 신자들 가운데 있고자 하는 깊은 소망과, 자신의 교황직의 상징이 된 인간적 유대감을 누리고자 하는 깊은 열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라페티는 2022년부터 교황의 개인 간병인에 임명된 남성 간호사다. 그는 교황을 24시간 밀착 간호해 왔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21일 오전 5시 반경 급작스러운 뇌졸중 증후를 보였고, 약 1시간 후 스트라페티에게 작별하듯 손 인사를 한 뒤 혼수 상태에 빠졌다. 교황청은 “교황은 고통받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밝혔다.‘가난한 자의 성자’로 불린 프란치스코를 자신의 교황명으로 삼은 이답게 고인이 남긴 재산은 100달러(약 14만 원)에 불과하다고 아르헨티나 매체 암비토가 유명인들의 자산 정보를 제공하는 셀레브리티 넷워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추기경 월급은 4700∼5900달러(약 671만∼843만 원) 정도이지만 교황은 즉위 뒤 월급을 받지 않은 채 무보수로 일했다. 평생 청빈한 삶을 살겠다는 ‘가난 서약’을 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이 머물던 사도궁 관저 대신 사제들의 기숙사인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기거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나를 광장으로 다시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기 전날인 20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도들을 만나 생애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돌아와 간병인에게 건넨 말이다. 22일(현지 시간) 교황청은 교황의 마지막 하루에 대해 자세히 공개했다.교황은 선종 전날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부활절 축복 메시지를 전한 뒤,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5만여 명의 신도들 앞에 깜짝 모습을 드러냈다. 폐렴으로 37일간 입원한 뒤 퇴원한 교황은 평소보다 지친 얼굴이었지만, 교황 전용차를 타고 광장을 돌며 신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프란치스코 교황은 퍼레이드 직전 간호사이자 간병인인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에게 “해낼 수 있을까요?(Do you think I can manage it?)”라고 되물었다고 교황청은 전했다. 두 달간은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권고가 있었다. 스트라페티가 교황을 격려했고, 퍼레이드가 끝난 뒤 교황은 “나를 다시 광장으로 데려와 줘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교황청은 “진심 어린 교황의 말은 교황이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 있고자 하는 깊은 소망을 드러내며, 자신의 교황직의 상징이 된 인간적인 유대감을 누리고자 하는 깊은 열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스트라페티는 2022년부터 교황 개인 간병인에 임명된 간호사로, 교황을 24시간 밀착 간호해 왔다. 교황이 “대장 수술을 권해 내 생명을 구했다”고 그에게 고마움을 표한 적이 있다. 교황은 2021년 대장 협착증 수술을 받았고, 2023년 탈장 수술을 한 차례 더 받았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21일 오전 5시 반 경 급작스러운 뇌졸중 증후를 보였고, 약 1시간 후 스트라페티에게 작별의 손 인사를 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 교황청은 “교황은 고통받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전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 지상 여정’이라며 자신의 묘지로 선택한 곳은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사진)이었다. 교황은 재임 동안에만 100차례 넘게 이 성당을 찾아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의 성당에 묻히는 것은 122년 만이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로마의 4대 대성당 중 하나로, 432년경 지어졌다. 고대 기독교 성당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고, 로마 내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첫 성당이다. ‘마조레(Maggiore)’는 이탈리아어로 ‘주요한’을 뜻하며, 성모 마리아를 기념하는 세계 여러 성당 가운데 중심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당에는 성 비오 5세 등 7명의 역대 교황이 안장돼 있다. 교황이 묻히는 것은 356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취임식 다음 날 첫 외부 방문지로 이 성당을 택해 비공개 기도를 올렸다. 지난달 23일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 선종 9일 전인 12일 부활절 주간을 시작하면서도 이곳을 찾았다. 가톨릭 전문매체 알레테이아에 따르면 교황의 묘지 자리는 이전에 촛대 보관실로 쓰던 소박한 공간이다. 보관실 양옆에는 죄를 고하는 고해소가 있다. 매체는 “겸손하게 고해하는 교황의 생전 모습과 ‘하느님은 결코 용서하는 데 지치지 않으신다’는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