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서 숙소인 미국 워싱턴 페어팩스 호텔 방 안에서도 피해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잡아 쥐었다(grab)는 증언이 본보 취재를 통해 드러남에 따라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윤 전 대변인에 대한 형사처벌 형량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경찰국이 윤 전 대변인의 1차 성추행뿐 아니라 2차 알몸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 진술을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피해 인턴 측의 한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이 8일 오전 6시경 호텔 방 안에서 알몸인 상태로 2차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에 대한 피해자 진술을 수사팀이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소식통들은 “7일 밤 W워싱턴DC 호텔 와인바에서 인턴의 엉덩이를 만지는 1차 성추행만 신고된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해야만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 드러나는 셈이다.○ 2차 성추행 진술 땐 사건 성격 달라져 문제의 2차 성추행 부분은 미 경찰이 10일 공개한 초기 조사 보고서에는 빠져 있었다. 이를 두고 워싱턴 현지에서는 “피해자 측이 이번 사건을 크게 확대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아예 신고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한 소식통은 “사건이 더 확대돼 한국의 이미지가 계속 손상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윤 전 대변인은 이를 깊이 헤아려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워싱턴 현지 법조계에서는 호텔 방 안의 2차 알몸 성추행이 누락된 상태에서 공개된 장소인 W워싱턴DC 호텔 바에서 엉덩이를 잡아 쥔 정도로는 낮은 수준의 경범죄 혐의가 적용돼 벌금 500달러(약 55만4000원)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윤 전 대변인이 빨리 미국에 자진 출두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을 내는 것이 본인을 위한 길이라는 얘기도 많았다. 하지만 피해 인턴이 호텔 방에서의 알몸 성추행 문제에 대한 강력한 수사와 처벌 의지까지도 경찰에 밝혔다면 비중은 크게 달라진다. 워싱턴 현지에서 활동하는 함윤석 변호사는 “윤 전 대변인이 피해 인턴을 호텔 방 안으로 불러 알몸 상태에서 엉덩이를 만졌다면 ‘경범죄 성추행’ 단계를 넘어 ‘중범죄’에 해당하고 ‘강간 미수’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범죄의 구성요건인 ‘물리적인 행동’과 ‘범의(犯意)’ 측면에서 볼 때 공개된 호텔 바에서의 행동보다는 밀폐된 호텔 방 안에서의 행위가 더 가벌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성추행 장소인 워싱턴도 추가 변수 일각에서는 성추행 장소가 워싱턴이라는 점이 윤 전 대변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법률적 해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은 관할 주(州)가 없는 자치구역으로 연방법원이 관할하고 있다. 연방법원은 주 법원과 마찬가지로 지방(1심), 항소(2심), 대법원(최종심)으로 나뉜다. 사안의 경중으로 불 때 이번 사건은 연방 1심 법원에서 종결될 것이 확실하다. 연방법원은 워싱턴과 관련된 사건을 다룰 때 관대하게 판결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워낙 강력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어서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다운그레이드’ 현상이 있다는 것. 반면 바로 옆 버지니아 주는 처벌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경범죄는 처벌 7단계로 구성된다. 같은 범죄라도 버지니아에서 6 수준의 비교적 강한 처벌을 받는다면 워싱턴에선 3, 4 수준이다. 윤 전 대변인이 한인 밀집지역인 애넌데일 등 버지니아에서 성추행을 했다면 훨씬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워싱턴=정미경·신석호 특파원 mickey@donga.com}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실체와 관련해 여성 인턴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증언 가운데 무엇이 진실에 가까울까. 7일(현지 시간) 오후 9시 반∼8일 오전 6시 윤 전 대변인과 인턴 사이엔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를 시간 순서에 따라 추적해보았다. ①허리 툭? 엉덩이 툭? 엉덩이 잡아? 윤 전 대변인이 여성 인턴을 데리고 술을 마신 장소는 W워싱턴DC호텔 바다. 윤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30분 정도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눴으며 나올 때 ‘앞으로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고 말하며 허리를 툭 한 번 친 것이 전부”라면서 “위로와 격려의 제스처였다”고 주장했다. 또 “테이블이 상당히 길었다. 옆에는 운전사가 앉고 건너편에 가이드(인턴)가 앉았는데 어떻게 성추행이나 폭언을 할 수 있겠느냐”며 “다만 미국의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생각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를 본 인턴 A 씨(21)는 경찰 조사 등에서 윤 전 대변인이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보고서에도 윤 전 대변인이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Grab buttocks without permission)”고 나와 있다. 윤 전 대변인도 귀국 직후 민정수석비서관실 조사에선 엉덩이를 만진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선 신체 접촉은 인정하되 허리로 부위를 한정하고 문화적 차이를 운운하며 빠져나가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 총영사관 관계자는 “처음 보는 인턴들의 등을 안는 등 과도한 스킨십에 많은 사람이 눈살을 찌푸렸다”고 말했다. ②동석 운전사의 진술 윤 전 대변인과 A 씨의 술자리에 동석했던 운전사는 대사관이 현지 렌터카 회사에서 차량 수십 대를 빌릴 때 함께 지원된 한국인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관계자는 “운전사는 성추행 장면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운전사가 화장실 등을 오가며 자리를 비웠을 수도 있고, 세 사람이 오가며 이동하는 순간 은밀하게 성추행이 일어났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③윤 전 대변인 밤새 술 마셨나?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와 30분 동안 술을 마시다 숙소로 돌아왔다”고 밝혔지만 이후 행적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호텔 바텐더는 “두 시간 정도 앉아 있었다”고 기억했다. 윤 전 대변인은 최소 두 차례 술에 취한 채 숙소인 페어팩스엠버시로호텔에 들어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0시 30분경 윤 전 대변인이 상당히 취한 모습으로 호텔에 돌아왔다”며 “프레스룸에 10분 정도 앉아 술을 더 마셔 ‘이제 그만 들어가시는 게 좋겠다’고 말한 뒤 엘리베이터를 태워 보냈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은 8일 오전 4시 반경 다시 취한 채로 호텔로 돌아오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목격됐다. 인사를 건네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정도였다는 것. 이 때문에 윤 전 대변인이 1차 술집이나 제3의 장소에서 많은 술을 마셨고, 호텔로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 술을 마시는 등 밤새 술을 마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현지에선 윤 전 대변인이 8일 새벽 지인들과 한인 밀집지역인 애넌데일에서 추가로 술자리를 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④피해자를 방으로 불렀나? 윤 전 대변인과 A 씨의 증언이 가장 엇갈리는 대목이다. 윤 전 대변인은 “바에서 돌아올 때 아침에 모닝콜을 넣어달라고 했다”며 “노크 소리가 들려서 (모닝콜 요청 사실을 잊고) 긴급한 브리핑 자료를 가져다주는 줄 알고 문 쪽으로 뛰어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이드(인턴)가 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고 문을 열어보니 앞에 있어서 ‘여기 왜 왔어’라고 말하고 문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A 씨는 윤 전 대변인이 새벽에 전화를 걸어 서류를 가져오라고 했고, 오지 않자 다시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부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이 A 씨를 방으로 불렀는지는 둘만 아는 문제다. ⑤속옷 차림? 노팬티? A 씨는 “(윤 전 대변인이) 거의 알몸 상태였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샤워를 마치고 얼떨결에 속옷 차림으로 나간 것은 제 불찰”이라고 했다. 속옷은 입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앞서 민정수석실 조사에선 “노팬티였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속옷을 상의만 걸친 상태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윤 전 대변인 방에 다녀온 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울음 섞인 목소리로 “전날 일은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번 일은 못 넘어가겠다. 아침에도 술 냄새가 진동을 하고…”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원재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되면서 향후 사법처리 절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 경찰은 9일 오후 “경미한 성추행 신고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We are investigating the report of a Misdemeanor Sexual Abuse)”며 수사 착수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사건보고서의 피해자 정보란에는 영문 머리글자 이름과 함께 여성이라는 사실만 표기돼 있으며 용의자는 ‘56세 남성’으로만 표시돼 있다. 보고서에 적시된 혐의는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쥔 것’이다. 워싱턴 형법 22-3006이 규정한 ‘경미한 성추행’에 해당하며 1000달러(약 1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180일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워싱턴 지역을 관할하는 연방검사가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다. 미 수사당국은 피해자 조사에 이어 사건이 일어난 바와 호텔 등에 대한 정황조사를 한 뒤 윤 전 대변인을 소환하거나 전화로 조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의 중대 혐의가 드러나면 외교부를 통해 범죄인 인도청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최창봉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ceric@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존 베이너 하원 의장보다 영어를 더 잘했다.” 한미경제연구소(KEI) 에이브러햄 김 부소장은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박 대통령 방미 성과 평가’ 세미나에서 이렇게 조크를 던졌다. 박 대통령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베이너 하원 의장이 박 대통령을 소개하다가 살짝 발음이 꼬여 웃음이 터진 것에 빗대 박 대통령의 영어실력을 치켜세운 것이다. 이날 한미 경제인 오찬에 참석한 미국 측 고위 당국자들도 “박 대통령의 영어 실력이 역대 한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낫다”고 입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영어를 포함해 5개 언어를 한다. 영어와 프랑스어는 토론이 가능한 정도이고 중국어와 스페인어는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실력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 실력의 경우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가 “1979년 10월 싱가포르 총리 시절 퍼스트레이디를 대행했던 박 대통령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직접 통역했다”고 기억할 정도로 유창한 편이다. 박 대통령이 8일 연설에서 낭독한 영어 속담 ‘You cannot have your cake and eat it, too(모두를 얻을 수 없다)’ 표현도 외교라인의 초안에는 없었던 것으로 직접 써서 넣었다는 전언이다. 박 대통령은 학창시절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익혔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 “어린시절 청와대에 살면서 미국인 교사에게 과외를 받았고 프랑스어는 대학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을 가면서 배웠다”고 적은 적이 있다. 중국어는 1990년대 정치권 입문 전 EBS 강의를 보고 5년 이상 독학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EBS 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교재를 사다가 밑줄을 쳐가면서 아침마다 들었다. 특히 프로그램을 통해 선생님 발음을 들으며 익혔는데 중국에 가서 지도층과 대화하니까 발음이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 측근은 “박 대통령이 EBS뿐 아니라 여러 테이프로 된 교재를 반복해서 들으며 중국어를 익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전후 인터뷰에서는 “예전에는 중국어를 더 잘했지만 쓰지 않으니까 자꾸 까먹는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박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 프롬프터를 보며 또박또박 영어 연설문을 읽는 모습이 종일 화제가 됐다. 신모 씨는 동아닷컴에 ‘품격 높은 영어 실력에 박수를 안 보낼 수가 없네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ID ‘수***’를 쓰는 누리꾼은 한 인터넷 카페에 ‘선거 때 다른 분을 응원했지만 박 대통령 영어 연설 정말 멋져 보이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연설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영어 실력은 싸이가 한 수 위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영어로 연설하고 싸이는 한국말로 노래한다. 누가 더 자랑스러운가?”라며 박 대통령의 영어 연설을 비판했다가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영어 연설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로즈가든 복도를 통역 없이 10여 분간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동시통역사의 말을 전달해주는 장치인 리시버를 귀에 꽂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의 답변과 미국 기자의 질문을 이해하는 듯한 모습 등도 화제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이 21세 때 하와이 이민 70주년을 맞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대신해 미국 하와이에서 읽은 영어 연설 동영상도 돌고 있다. 동정민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ditto@donga.com}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2월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되고 나서 3개월이 지났지만 국무부 내 주요 참모들의 선임이 늦어져 정책 비전을 뒷받침할 조직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 지적했다. 30년 가까운 상원의원 경력의 소유자로 외교 분야에 정통한 케리 장관은 취임 이후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문제, 북한 등의 현안 해결을 위해 몇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등 바쁘게 뛰고 있으나 워싱턴으로만 돌아오면 보폭이 빙하가 움직이듯 느려진다는 것. 국무부 고위직의 상당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기 임기를 시작한 이래 공석이고 후임 내정자는 대부분 ‘병목 정체’ 속에서 백악관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케리 장관은 최근 의회에 출석해 속도가 느린 백악관 인사검증 및 상원 인준 절차를 비판했다. 그는 “내가 처한 가장 큰 난관은 검증 절차다. 2월 국무부에 들어오면서 몇몇 인사를 점찍어 뒀고 벌써 5월인데 아직도 검증작업이 진행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1일 현재 비경력직 대사 지명자가 인준을 위해 상원에 한 명도 건네지지 않았다고 WP는 지적했다. 토머스 나이즈 관리·자원 담당 부장관이 퇴임한 자리를 대체할 인사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책담당 차관보도 단 한 명만 발표된 상황이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을 총괄할 차관보도 없다. 특히 2009년 클린턴 장관 취임 이후 북핵 문제 등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문제를 실무적으로 총괄했던 커트 캠벨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물러난 자리에는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공석이 아닌 자리에는 1기 임기 또는 그전에 임명된 인사가 그대로 일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미국 대통령의 2기 임기 사례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WP는 분석했다. 또 이 신문은 새로 임명된 몇몇 고위직은 대부분 백악관 관련 인사인 점 등에 비춰 국무부가 백악관에 휘둘리고 있다고 꼬집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가수 싸이(36)가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에서 강연한다.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소장 김선주)는 9일 오후 6시 반(현지 시간)부터 1시간 반 동안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이 대학 ‘사이 강당(Tsai Auditorium)’에서 싸이 초청 특별강연회를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싸이는 세계를 달구고 있는 케이팝 열기와 자신의 삶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할 예정이다. 카터 에커트 하버드대 석좌교수(한국학)의 사회로 이 대학 동아시아학과 조교수인 알렉산더 잘턴이 학생들과 함께 싸이와 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김 소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젠틀맨’ 등이 미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이유와 한류의 문화적 의미 등을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행사가 열릴 ‘사이 강당’의 공간이 좁아 웹사이트를 통해 입장권 200장에 대해 선착순 등록을 받은 결과 반나절 만에 10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김 소장은 전했다. 지난 학기에 가르친 학생들에게 ‘강남스타일’이 왜 떴는지 분석해 보고서를 내라고 했더니 한 여학생이 인터넷 카페에 설문지를 돌려 순식간에 많은 학생의 답을 받아 보고서를 내 깜짝 놀랐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공군과 보잉사가 개발 중인 극초음속 무인기 ‘X-51A 웨이브라이더(WaveRider)’가 최장거리 극초음속 비행 기록을 수립했다. 미 공군과 보잉사는 1일(현지 시간) 태평양 상공에서 이뤄진 제4차 시험비행에서 X-51A가 스크램제트 엔진을 가동해 약 3분 30초 동안 날며 음속의 5배 이상인 마하 5.1(시속 6242.4km)의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고 3일 발표했다.시험비행에 나선 X-51A는 B-52H 폭격기의 날개 아래에 매달려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 훈련센터를 이륙했다. 약 1만5000m 고도에서 B-52H와 분리돼 고체연료 로켓 추진체의 힘으로 마하 4.8까지 속도를 올렸다. 이후 X-51A는 추진체를 떼어낸 뒤 스크램제트 엔진을 점화해 고도 1만8000m에서 마하 5.1까지 속도를 기록하고 계획대로 태평양 해상에 떨어져 파괴됐다. 폭격기에서 분리돼 6분이 넘도록 총 230해리(약 426km)를 비행한 것.미 공군연구소(AFRL) 찰리 브링크 항공우주시스템 담당관은 “완벽한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대릴 데이비스 보잉 팬텀워크스 사장은 “실용화한 극초음속 스크램제트 엔진을 선보인 것은 역사적인 성취”라고 강조했다. 미 공군은 3억 달러(약 3300억 원)를 투입해 10년 가까이 진행한 극초음속 비행 시험을 이번 시험을 통해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X-51A는 2010년 5월 첫 시험 비행에서 마하 5에 육박하는 속도로 143초간 날았다. 하지만 2011년 6월과 지난해 8월의 2차와 3차 시험 비행은 실패했다.미 공군은 X-51A가 기술전시용 시제품일 뿐이며 당장 군사무기 개발용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X-51A의 최장거리 비행기록 수립이 ‘뉴 스텔스’라 불리는 미군의 극초음속 전투기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극초음속 전투기를 사용하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몇 시간 내에 폭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나는 당신의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여러분의 말을 듣고 있고 이 빌딩을 무너뜨린 자들도 곧 우리 모두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1일 정오 무렵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시 서던메소디스트대 구내. 산뜻한 연황토색 석회암 건물에 들어서자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9·11테러 3일 뒤인 2001년 9월 14일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붕괴 현장을 찾아 세계인들에게 외쳤던 유명한 ‘메가폰 연설’이었다. 이곳은 제43대 부시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부시 기념관(도서관 및 박물관)’으로 지난달 2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헌정식이 열렸고 이날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헌정식에 참석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지역 내에서 선발된 43명의 어린 학생들과 함께 기념관을 찾았다. C-SPAN과 CBS 등 현지 언론이 일반인 공개 첫날 모습을 중계하는 등 미 정부가 공식적으로 관리하는 13번째 대통령 기념관에 대한 관심은 컸다. 박물관에는 이른 오전부터 주로 장·노년층을 중심으로 부시 대통령 시절을 추억하는 관람객들이 줄을 이어 주차장에 차를 대기 어려울 정도였다. 90대 노인이 60대 아들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기념관 곳곳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날 하루에 2000명가량의 미국인이 기념관을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4052.4m² 넓이의 박물관을 찾은 미국인들은 흉물스럽게 무너져 내린 빌딩의 철골 잔해와 부시 전 대통령이 잡았던 베이지색 메가폰을 직접 보며 12년 전 충격을 다시 떠올리는 듯했다. 40대 흑인 여성 재닛 롱 씨(부동산 관리업)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당시 모든 미국인이 시련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부단히 소통했던 기억이 납니다. 모두가 하나였죠. 9·11테러는 미국 역사에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고 돌아보면 잘 대처한 것 같습니다.”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 출신이지만 평생 민주당원인 롱 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공동체에 기여하면서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부시 전 대통령의 가치를 지지하고 있다”는 의외의 평가를 내놨다. 박물관은 최신 정보기술(IT)이 제공하는 ‘쌍방향 소통’을 통해 방문객들을 과거로 접속시켰다. ‘결정의 순간 극장(decision points theater)’ 코너를 찾은 방문객들은 부시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처했던 4가지 중대 결정 상황을 직접 체험했다. 기자와 함께 이라크전 개전 결정 코너에 참여한 방문객 20여 명은 4분 동안 터치패드 방식의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백악관과 미 중앙정보국(CIA) 참모의 동영상 브리핑을 받았다. CIA는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한 증거가 있다고 했고 간간이 ‘긴급 뉴스’를 통해 관련 소식이 전달됐다. 방문객들은 ①유엔을 통한 제재 ②연합군을 통한 개전 ③방관이라는 세 가지 옵션 가운데 ②번을 다수결로 선택했다. ‘실패한 전쟁’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방문객들은 여전히 부시 전 대통령의 선택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이어 2003년 실제로 ②번을 택했던 부시 전 대통령이 동영상에 등장해 “이라크는 번번이 유엔 제재를 무시했다”며 개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진 ‘테러와의 전쟁’ 코너 영상물은 “(이라크 내에서) WMD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뒷날 드러난 CIA의 정보 판단 잘못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후세인이 WMD 개발을 계속할 능력을 가졌던 사실은 확인됐다”고 항변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도 동영상에 등장해 “당신이 9·11테러 사건 당시 당국자였다면 이후의 모든 날은 9월 12일이었을 것”이라며 부시 전 대통령을 변호했다. 한편 부시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이날 오전 서던메소디스트대 입구에서 ‘부시를 체포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 대학 2학년생인 카일 씨는 “이라크전은 역사상 가장 비효율적인 전쟁이라고 생각해 왔고 기념관 건립으로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댈러스=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2016년 미국 대통령 후보 경쟁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조 바이든 부통령 등을 압도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햄프셔대가 최근 뉴햄프셔 주민 507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은 ‘오늘 프라이머리(예비경선)가 치러진다면 누구를 찍겠느냐’는 항목에서 무려 61%의 지지를 얻었다고 미국 언론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민주당 내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유력한 경쟁자인 바이든 부통령은 7%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공화당에서는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이 각각 15%를, 지난해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폴 라이언 하원의원(위스콘신)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각각 11%를 얻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북-미 대화가 장기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양측의 막후 대화 창구 역할을 담당해 온 ‘뉴욕 채널’ 대표들이 모두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뉴욕 채널의 미국 측 책임자인 클리퍼드 하트 국무부 북핵 6자회담 특사는 최근 홍콩 주재 총영사로 발령이 났다. 2011년 6월 성 김 주한 미국대사의 후임으로 취임한 하트 특사는 북-미 관계 경색으로 6자회담에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못한 채 약 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셈이다. 북한 측 담당자인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도 조만간 평양으로 귀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부터 북-미 양자 회담과 6자회담 등 주요 협상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한 차석대사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9년 11월부터 뉴욕 창구를 맡아 왔다. 이번 대표 교체로 뉴욕 채널의 기능 저하가 가속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뉴욕 채널이 미-북 간에 간헐적으로 메시지를 교환하는 창구에 그치거나 유명인사의 평양 방문을 주선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외교 우편함’ 역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정기적인 인사로 보인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뉴욕 채널은 특정한 사람이 자체의 동력을 가지고 움직인다기보다는 필요할 경우 평양과 워싱턴의 지시에 따라 상대방과 연락을 주고받는 역할이어서 사람이 바뀐다고 운영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북한은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한 차석대사-하트 특사로 이어지는 뉴욕 채널로 사전에 계획을 미국 측에 통보한 바 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구성원의 다양성을 명분으로 흑인 등 소수 인종에게 입학 자격 우대 혜택을 주는 미국 대학들의 ‘소수계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백인 학생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를 판단하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이 임박했다. 로이터통신은 28일 보수적인 대법관들이 대학들의 권리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960년대 뉴레프트 운동과 함께 시작된 ‘소수계 우대’의 철학 자체를 부정하는 판결이 나오면 미국 대학의 입학 전형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한 것은 물론이고 다인종 사회인 미국의 인종 간 평등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의 피고인 텍사스주립대는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상위 10%에 드는 학생들을 합격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가난한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 학생들에게 입학 기회를 주기 위한 것. 하지만 이 대학에 지원했다 2008년 입학을 거부당한 백인 여학생 애비게일 피셔는 ‘10% 정책’ 때문에 역차별을 받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하급법원은 대학 측의 손을 들어 줬지만 연방대법원은 상고를 받아들여 지난해 10월부터 심리를 진행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1월 구두변론이 끝나 여름 휴회가 시작되기 전인 29일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다”며 “(이번 사건이) 인종으로 입학 여부를 판단하는 대학의 재량권을 제한하는 새 장을 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법관 9명 가운데 법무부 차관을 지내며 이 문제에 관여한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을 제외한 8명이 판결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2003년 유사 소송에서 ‘소수계 우대’에 반대했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 등 보수 성향의 반대파 대법관이 더 많기 때문에 판결의 향방에 주목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과거 두 차례 판결을 통해 ‘소수계 우대’ 전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만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한해 왔다. 이번 소송은 이미 위헌 판단이 내려진 ‘할당제’와 ‘가산점제’에 이어 ‘10% 정책’에 대한 공격인 셈이다. 1978년 판결(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의대에 두 차례 낙방한 백인 남성이 낸 소송)에서는 “입학생의 일정 비율을 소수자에게 배정하는 ‘할당제’는 위헌”이라고 했다. 2003년 판결(미시간대 법학대학원에 지원했다 낙방한 백인 학생이 낸 소송)을 통해서는 “소수 인종에게 일률적으로 점수를 더 주는 ‘가산제’는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하원이 연간 1만5000명의 대졸 이상 전문직 한국인에게 취업비자를 발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미국 상원이 포괄적 이민법 개혁안에 유사 규정을 삽입한 것에 이은 희소식이다. 25일(현지 시간) 미 하원에 발의된 ‘한국과 동반자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은 국무부가 대한민국 국적의 대졸 이상 전문직 종사자에게 연간 1만5000개 한도의 취업비자(E-4)를 발급하도록 했다. 미국 내 친한파 의원의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의 공화당 측 공동의장이며 하원 수석 원내 부총무 겸 세입위원회 소속인 피터 로스캠 의원(일리노이)이 발의하고 하원 외교위원장인 에드 로이스 의원(캘리포니아) 등 공화당 의원 4명, 제임스 모런 의원(버지니아) 등 민주당 의원 3명도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이에 앞서 상원의 양당 중진 의원 8명이 마련한 포괄적 이민법 개혁안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 연간 5000개까지의 E-4 비자를 주기로 규정하면서 한국에는 연간 발급 한도를 특정하지 않은 별도의 E-5 비자 조항을 뒀다.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의원(미국령 사모아)과 공화당 소속 전 외교위원장인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의원(플로리다)이 발의한 ‘한미 FTA 공정성 법안’도 하원에 계류 중이다. 이처럼 상·하원이 동시에 나선 것은 정부가 대졸 이상 전문직 종사자의 미국 취업을 확대하기 위해 미 의회를 상대로 전방위 총력전을 펼친 결과다. 로스캠 의원이 발의한 하원 E-4 법안은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친 것.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상원에 이어 하원도 이민법 개혁안을 5개의 법안 묶음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여기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상원과 하원이 각각의 이민법 개혁안을 마련하면 종국적으로는 공동위원회 협상을 거쳐 하나의 법안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최종 목표는 이민법 개혁안에 ‘한국 전문직 비자 1만5000명 쿼터’를 확보한다는 것. 미국이 국내정치적 이유로 이민법 개혁안 마련에 실패하더라도 25일 발의된 별도 법안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저명한 북한 전문가 3인이 ‘대화나 협상’보다는 ‘제재와 한미일 3각 동맹의 군사적 압박’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더 현실적인 수단이라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실장과 마이클 그린 선임 연구원, 크리스토퍼 존슨 수석고문 등 3인은 26일(현지 시간) CNN 인터넷판에 공동 기고한 ‘북한의 광기를 어떻게 멈출 것인가’라는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조만간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 뒤 “대화의 ‘본 궤도(main track)’는 북한에 대한 압력이어야 한다. 전쟁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확산을 억제할 수 있도록 모든 관련 당사국이 심각하고 지속가능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미국과 협력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도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대신 “일련의 북한 행동들은 중국이 가장 어려워하는 상황, 즉 (동북아) 지역 미군 주둔 강화와 일본 및 한국과의 3자 협력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중국에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 한국의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이러한 주장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미국 일본 한국이 미사일 방어, 정보 공유, 군사훈련에서 유례없는 수준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더욱 큰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의 보수진영과 궤를 같이하는 이들의 주장은 20년 동안 ‘대화와 도발’을 반복하며 핵과 미사일 능력을 키운 북한의 ‘이중전술’에 끌려 다니다 시간만 낭비한 미국의 행태를 냉철하게 분석한 결과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미국은 북한이 도발한 뒤 평균 5개월 내에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섰다. (북한은 대화를 번번이 깼고) 대화가 결렬된 뒤 2개월 이내에 새로운 도발로 위기를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또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오바마 대통령까지 미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공약을 모두 33번이나 했다”며 북한은 미국이 어떤 약속을 하더라도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탄 테러 사건의 용의자 형제 가운데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한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는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세뇌당해 과격 이슬람주의자로 돌변했다고 유족들이 주장했다. 2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미샤라는 이름의 30대 남성이 타메를란과 이슬람사원을 함께 다니며 이슬람교에 대한 깊은 대화를 자주 나눴다는 것이다. 그는 아르메니아 출신 미국인으로 대머리에 눈에 띄는 붉은색 턱수염을 기른 건장한 체격이라고 유족들은 증언했다.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은 보스턴 테러 수사의 초점이 미샤를 찾는 데 모아지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또 미샤가 이번 테러를 배후에서 조종했거나 러시아의 스파이라는 설 등 다양한 추측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살고 있는 타메를란의 숙부 루슬란 차르니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은 2009년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시작됐다. 미샤는 타메를란의 뇌를 빼내 완벽하게 세뇌했다”고 말했다. 이후 타메를란은 복싱도, 음악 공부도 그만뒀으며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을 반대하기 시작했다는 것. 하지만 타메를란의 어머니 주베이다트 씨는 A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샤가 아들과 친구 사이였을 뿐이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기 때문에 아들과 만난 기간도 짧았다며 이런 가능성을 일축했다. 타메를란에 대한 정부 당국 간 정보 공유와 관리 부실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미 중앙정보국(CIA)은 1년여 전 그를 대(對)테러 감시 대상자 명단에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이 25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수사당국은 용의자들이 장난감 차의 리모컨을 원격 기폭장치로 활용해 사고 현장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거리에서 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용의자인 동생 조하르(19)에 대한 재판에서는 베테랑 여성 법조인 두 명이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카먼 오티즈 검사(57)와 미리엄 콘래드 국선변호사(56)가 설전을 펼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한편 사건 초기 미 누리꾼들이 용의자라고 지목했던 브라운대 학생 서닐 트리파시 씨(22)가 23일 프로비던스 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매사추세츠 주 경찰이 24일 밝혔다. 트리파시 씨는 지난달 16일 프로비던스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나타낸 뒤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다. 테러 발생 직후 미국의 뉴스 공유사이트 ‘레딧’ 등은 트리파시 씨를 테러 용의자로 지목했고 뉴욕포스트 등 일부 언론은 1면에서 그의 신원을 공개했다. 이에 사진 등 신상정보가 적나라하게 유포되는 마녀사냥식 신상 공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의 용의자 조하르 차르나예프는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인 것에 반발해 자신과 형이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은 24일 정부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조하르는 범행을 주도한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에 대해 “이슬람은 공격을 받고 있으며, 이슬람 지지자들은 이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며 “형은 인터넷을 보며 혼자 급진적으로 변했다. 형이 이번 사건의 주동자로 국제 테러 단체와는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타메를란의 아내 캐서린 러셀 씨(24)는 당국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러셀 씨의 변호인인 아마토 델루카 씨는 23일 성명을 내고 “러셀 씨는 어머니이자 자매 딸 아내로서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과 고통을 슬퍼하고 있다”며 “정성을 다해 수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델루카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셀 씨는 남편이 테러 용의자라는 것을 뉴스를 보고 알았을 정도로 아는 것이 없지만 이번 사건이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란 점에서 수사에 협조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수사당국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연방 상원의원들에게 독극물 편지를 보낸 혐의로 체포된 폴 케빈 커티스(45)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고 23일 석방했다. 미 검찰은 연방 치안판사의 명령에 따라 커티스의 기소를 철회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커티스의 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범인은 그가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이번 사건을 수사한 연방수사국(FBI) 직원은 22일 연방법원에 출석해 커티스의 집에서 리신 분말이나 성분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용의자로 19일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한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는 지난해 부친의 고향인 체첸 인근 지역을 다녀온 뒤 이슬람 종교에 부쩍 심취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그의 숙모인 마레트 차르나예바 씨는 “조카가 전에는 종교에 관심이 없는 듯했지만 최근에는 하루에 다섯 번이나 기도를 하고 수염을 기르고 종교와 정치에 대해 발언했다”고 증언했다. 이웃인 알브레히트 암몬 씨(21)는 석 달 전 한 피자가게에서 만난 타메를란은 성경은 꾸란의 복사본일 뿐이며 아프가니스탄전쟁 등 미국이 벌인 많은 전쟁이 성경에 기반을 뒀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타메를란은 2009년 애인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으며 미국인 친구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인들에게 “미국인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 벙커힐커뮤니티칼리지에서 회계학을 공부했고 결혼해서 딸을 낳았다. 권투를 했고 미국 복싱 국가대표 선수단에 들어가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포된 동생 조하르(19)는 형과는 달리 “조용하고 친절하며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지인들은 입을 모았다. 또 스케이트보드 같은 운동과 랩 음악을 좋아하는 ‘보통 미국 아이’였다는 것. 조하르는 이번 테러사건 전까지 다트머스 매사추세츠대에서 공부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조하르가 3년 전 고교 시절에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한 에세이를 써보라’는 과제를 받았을 때 체첸의 역사와 러시아의 체첸인 학살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체첸 난민 출신인 안조르 차르나예프 씨의 아들로 타메를란은 키르기스스탄에서, 조하르는 체첸 지역에서 각각 태어났다. 어린 시절 키르기스스탄에서 살다가 러시아 북캅카스 지역 다게스탄 공화국을 거쳐 2002년 부모와 미국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의 목적은 1974년에 발효된 협정을 한미 양국의 달라진 현실에 맞게 고쳐서 미래의 공동 이익을 위한 튼튼한 발판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협상 전략은 △40년 전 ‘주는 미국’과 ‘받는 한국’이란 일방적 구도 속에서 체결됐던 협정을 호혜적으로 바꾸고 △세계 5위의 원전 보유국에 걸맞은 우라늄 저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5차 본협상 이후 14개월 만에 6차 협상 테이블(16∼18일 미국 워싱턴)에 마주 앉은 한미 대표는 ‘협정 시한 2년 연장’이란 초라한 타협안을 내놓았다. 정부 일각과 서울 외교가에서는 “한국 정부가 다음 달 초 첫 한미 정상회담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원자력 국익을 기필코 관철하겠다’는 당초 배수진 전략을 접고 운신의 폭을 너무 빨리 좁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실제 정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이 협상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 한국, 얻은 것 없이 협정 시한만 연장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협상 첫날 결과보고 때만 해도 한미 간 이견을 조율하기 어렵다는 내용만 있었다. 연장안 논의가 있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협정 기간 2년 연장’ 타협안이 다분히 미 측의 공세에 밀린 결과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한국 측은 협상에서 △핵연료의 안정적인 공급에 필요한 우라늄 저농축 권리 조항을 마련하고 △포화상태인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활용(재처리) 방식인 ‘파이로 프로세싱(건식처리)’ 기술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받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일부 허용할 의사를 밝히면서도 한국 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단서를 많이 다는 바람에 의견 조율이 불가능했다고 다른 고위당국자가 전했다. 이에 정부 일각에서는 “강경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자 한미 정상회담의 갈등 요소를 없애는 쪽으로 협상 전략이 선회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최근까지 방한한 미국의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한국의 국익을 고려한 미래지향적 협정 개정’을 강한 어조로 당부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협상에서 우리가 얻으려는 게 있고 그걸 위해 협상 준비를 해왔다. ‘협정 시한 연장’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협상 대표단이 귀국한 뒤 관련 보고를 하고 박 대통령의 최종 결심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미국과 협정 개정에 타협의 여지는 아직 있다. 이달 말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한미 간 협의를 더 진행한 뒤 ‘협상 시한 연장’ 안을 받을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초 박 대통령의 방미 전까지는 협상 성과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예상보다 더욱 강경한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은 최근 방한했을 때 “한국의 원자력 안전관리에 믿음과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비확산 정책에 따른 농축과 재처리 금지를 핵심 동맹국이자 ‘핵 모범국가’인 한국에까지 엄격하게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중요한 국정 철학인 핵 비확산 정책 앞에 동맹국 한국의 국익이나 국민 정서는 철저히 외면당한 셈이다. 미국 의회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는 한국의 요구가 핵무장이 아닌 경제적 상업적 핵 이용 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협정 개정안의 비준권을 가진 의회 관계자들은 ‘한국의 농축 재처리’와 ‘북한의 핵 개발’을 구분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 측은 협상에서 한국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된 ‘핵 주권론’까지 거론하며 한국이 요구해온 재처리 농축 권리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핵 주권 여론이 한국 측의 협상 카드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미 측의 공세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것은 한국이 미국에 완전히 밀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미 대표 언론 뉴욕타임스도 19일 원자력협정 개정에 강력히 반대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이 신문은 “한국 측 요구를 수용하면 국제사회 안보가 취약해질 수 있으니 협상에서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한국이 농축과 재처리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최근 심각해진 남북관계 긴장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윤완준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zeitung@donga.com}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8일(현지 시간)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놓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해제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전날에 이어 대북 강경발언을 하면서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북한이 협상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이라며 “(협상을 위한) 첫수(beginning gambit)로 볼 준비가 돼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박근혜정부와 미국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 간 한미관계 설정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돼온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양국 간 의견 차이 때문에 사실상 결렬됐다. 정부는 당초 ‘협정이 깨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각오하는 배수진을 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미 측의 완강한 태도에 가로막혀 ‘협정 시한 2년 연장’이란 타협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의 협상 전략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복수의 미국 워싱턴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박노벽 한미원자력협정 협상 전담대사와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16∼18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개정 본협상을 갖고 원자력협정 시한(2014년 3월)을 2016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윤완준 기자 kyle@donga.com}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7일(현지 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예산안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사뭇 강경한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북한 비핵화 조치를 위한 굳은 관념이 없다면 우리는 보상하지도 않을 것이고 협상테이블에 나가지도 않을 것이며 식량지원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히면 국무장관인 나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똑같은 거래를 되풀이하고 과거의 전철을 밟을 생각은 절대 없다. 러시아나 중국 한국 일본 미국 모두의 정책은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지난 20년 동안 북한이 도발하면 대화하고 보상하며 끌려 다녔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케리 장관의 대북 강경 발언은 최근 한중일 3국 방문 과정에서 그의 대북 대화 제의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것에 대한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그는 “한중일 방문 당시 나눈 대화를 통해 미국이 과거와 똑같은 길을 가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하게 밝혔다”고 강조했다. 선의의 대화 제의에 대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해제’ 등과 같은 무리한 조건을 걸고 나오는 상황도 케리 장관의 강경 발언과 무관하지 않다. 북한의 요구는 ‘악행에 보상하지 않는다’는 미국 대북정책의 기본원칙을 흔드는 것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케리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지지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의 주도적인 남북관계 개선 시도를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북한이 틀에 박힌 ‘대화와 도발의 이중전술’을 버리지 않는 상황에서는 자칫 북한에 이용만 당할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케리 장관은 “(미국의 대북전략이) 전략적 인내라고 하는데 사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아니냐”라는 의원의 지적에 대해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우리(미국)의 (대북) 전략을 ‘전략적 인내(patience)’라고 부르지 않겠다. 전략적 조바심(impatience)이라고 부르겠다”며 1기 행정부 대북정책을 변호했다. 그는 이날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최대한 이끌어낸다는 미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고, 중국도 미국과 협조할 의지를 내비쳤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이 부분을 논의했고 의견 일치를 봤으며 과거와 다른 결론을 낼 수 있게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에 연료의 4분의 3을 제공하며 중요한 금융 연결고리이고 식량을 제공한다. 중국이 없으면 북한은 붕괴할 것이라고 말하는 게 꽤 적절하다고 본다”며 북한 비핵화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역할을 다하지 않는 중국을 압박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