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샘물

이샘물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구독 7

추천

안녕하세요. 이샘물 기자입니다.

evey@donga.com

취재분야

2026-05-25~2026-06-24
기업43%
경제일반27%
정치일반17%
인사일반7%
IT3%
대통령3%
  • [수도권]‘9시 등교’ 시행 2주 현장 평가

    “9시 등교에 생활리듬을 맞추다가 나중에 우리 아이만 손해 보는 건 아닐지….” 경기 의정부시 최순화 씨(49·여)는 추석 때 모인 친척들 앞에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올 1학기까지 최 씨의 아들(14·중2)은 오전 8시 20분까지 등교했지만 이달부터 40분 늦춰진 오전 9시까지 등교한다. 아들은 늦은 등교를 반겼지만 최 씨는 걱정이 크다.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입실시간이 오전 8시 10분인데 나중에 아이가 수험생이 됐을 때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제’가 11일로 시행 2주차를 맞았다. 첫 일주일 시행 뒤 맞은 이번 추석 차례상에서도 9시 등교가 화제였다. 본보 취재팀은 수원 성남 고양시 등 경기지역 12곳의 학생 학부모 교사 각 10명에게 9시 등교제의 장단점을 물었다. 학생 학부모 교사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많았다. 그러나 일방적인 도입 결정에 대한 비판이나 맞벌이 가정을 위한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수면시간 늘어났지만 하교는 늦춰져 학생들은 등교가 늦춰지면서 수면시간이 늘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절반 이상이 평소보다 20∼30분가량 잠을 더 자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곽모 양(15)은 “전에는 학교에서 오전 8시 반부터 9시까지 독서 시간을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다 책상에 엎드려서 잠을 잤다”며 “학교에 일찍 나오게 해서 억지로 책을 읽혀도 소용이 없었는데, 차라리 집에서 마음 편히 자고 오는 게 낫더라”고 말했다. EBS 강의를 시청하는 등 부족한 교과공부에 활용하는 학생도 있었다. 향후 아침시간을 활용한 중고교생 대상 사교육 프로그램이 늘어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등교시간과 함께 하교시간까지 늦춰진 것에는 대부분 불만이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김도훈 군(15)은 “등교가 늦어진 것은 좋은데 하교 시간이 30분 늦춰진 게 불편하다”며 불만을 표했다. ○ 아침식사 챙기지만 맞벌이 부부는 난감 학부모들은 9시 등교제의 장점으로 아이들의 건강이 좋아진다는 점을 꼽았다. 전업주부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면 맞벌이 부모는 부정적이었다. 그렇지만 9시 등교제 폐지보다 계속 운영하면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기 양주시에서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안지영 씨(44·여)는 “제도가 시행된 이후 아이들이 스트레스 없이 기분 좋게 일어나고, 아침식사 할 때도 서두르지 않는다”며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몸과 마음인데, 굳이 학교에 일찍 가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 부천시의 중학생 학부모 김기영 씨(50·여)는 “제도의 취지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아침시간’이라고 홍보하던데, 맞벌이 부부에게는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출근시간과 아이들의 등교시간 간격이 더 벌어져 불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각 줄었지만 수험생 피해는 걱정 등교에 여유가 생기면서 교사들의 출결관리 부담은 크게 줄어들었다. 지각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남는 시간을 수업 준비에 활용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기 안양시의 이성현 교사는 “제도 시행 이후 지각하는 아이들의 수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지역과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 김포시의 한 교사는 “경기지역만 등교시간을 늦추면서 다른 지역 고교생들과의 입시 경쟁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초중고교의 등교시간을 일괄적으로 맞춘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경기 군포시의 한 교장은 “초중고교가 몰려 있는 지역은 아침에 아이를 데려다 주는 부모들의 차가 한 번에 몰리면서 교통 정체가 심하다”고 말했다. 정진곤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적으로는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게 도움이 된다”면서도 “아울러 아이들에겐 학교생활이 전부여서는 안 되고 일찍 하교한 뒤 방과 후 활동을 하는 게 좋은데, 하교시간이 늦어지면 그럴 여유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최혜령 herstory@donga.com·강홍구·이샘물 기자}

    • 2014-09-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담당 바뀌면 정책도 ‘서랍속’… 권한 늘리되 반드시 책임지게

    《 “참사가 일어난 지 넉 달이 지났으나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드높다. 우리 사회는 정녕 잇달아 터지는 재난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학습능력이 결여된 사회인가?” 올해 4월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11년 전인 2003년 6월 한국사회학회 세미나에서 노진철 한국위기관리학회장(경북대 교수)이 발표한 ‘대구지하철 참사, 압축적 성장 사회의 위험성과 불안’이라는 논문의 일부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많은 대책이 나오지만 실제로 바뀌는 것은 거의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실행’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가대혁신 ‘골든타임’ 시리즈 마지막 회는 왜 실행이 잘 안 되는지,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실행을 할 수 있을지를 살펴봤다. 》2003년 2월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는 19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은 앞다퉈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 대책들은 그동안 제대로 실행됐을까. 대구시가 약속한 추모공원 건립은 2008년에야 이뤄졌다. 하지만 ‘추모’라는 단어를 빼고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라는 모호한 이름을 내걸었다. 그 자리에 지하철 참사 희생자 일부의 유골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대구시의회가 결의했던 지하철의 정부 이관은 물거품이 됐다.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구축 역시 기억에서 잊혀졌다.○ “전권 가지고 실행을, 결과에는 책임을”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의 ‘복덕방 문화’를 비판한다. 복덕방에 모여 정치인 등 사회 권력자의 이름을 불러가며 성토하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것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이후 삼풍백화점 붕괴, 서해훼리호 침몰, 씨랜드 화재 등 대형 참사가 줄을 이었다.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면 정부는 항상 제대로 된 수습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대책이 얼마 안 가 흐지부지됐다. 혁신안이 무위로 끝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거창한 거대담론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실행 계획(Action Plan)을 짜지 않는 것도 문제이고, 기득권층의 저항도 걸림돌이다. 그렇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정부와 공공 조직의 ‘구조화된 무능’이다. 최병권 상명대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사고 수습을 위한 조직 구성의 기본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든 정부든 특정 사안의 해결은 구성원들의 역할 및 책임(R&R·Roles & Responsibility)을 규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전권을 가지고 일을 실행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이런 모습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세월호 참사 때도 정부는 컨트롤 타워가 없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길어야 3년, 비전문가가 국가 정책 좌우” 관료주의로 대표되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조직문화도 개혁과 실행을 막는 걸림돌이다. 대표적인 게 순환보직 시스템이다. 고위 공무원이 한 업무를 맡는 기간은 짧으면 6개월, 길어야 3년이다. 장관이나 공공기관장 역시 수시로 바뀐다. 이런 상황에서는 리더들의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고위직을 순환보직자들이 차지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순환보직은 조직을 끊임없이 리셋(Reset)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사고가 터진 뒤 부랴부랴 정책을 내놓지만 담당자가 바뀌면 어느새 정책도 캐비닛 속에 묻혀버린다. 재난망 구축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추진됐지만 기술 방식,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계속 미뤄지다 세월호 사태 이후에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역사학자인 임용한 KJ&M 인문경영연구원 대표는 오랜 관료주의 전통이 탁상공론의 폐해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서구와 달리 우리는 조선시대에 이미 치밀한 지방행정체계를 세웠는데, 이는 제도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비전문가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조직 시스템은 구성원들이 내부정치나 단기 실적에 치중하게 만든다. 대다수의 사안은 ‘정치적’으로 결정되고 조직의 실행력도 떨어지게 된다. 김정수 베인앤컴퍼니 부사장은 “자신의 경력에 흠이 되거나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최대한 빨리 다른 분야로 옮겨야 한다는 분위기도 비전문가 양산에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과 아랫사람 의견 들어야 정책 나와” 많은 사람이 적게 먹고 운동하라는 조언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며 다이어트를 시도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그 이유는 해결책은 맞지만 원인을 잘못 짚은 데 있다. 일의 특성상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운동할 시간이 없다. 이런 구조적인 한계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짚은 뒤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다이어트는 공염불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조직행동 분야 학자인 제프리 페퍼 교수와 로버트 서튼 교수(미국 스탠퍼드대)는 함께 쓴 책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Knowing-Doing Gap)’에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보다 ‘왜’를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뿌리를 찾아 제거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사람은 “어떤 사안에 대한 대책은 프로세스(Process)일 뿐이지 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여론에 못 이겨 내놓는 설익은 대책은 오히려 문제의 근본 원인 제거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윤 일병 사망사고 이후 군부대에 공용 휴대전화를 지급하겠다는 대책이 군 가혹행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유다. 또 전문가들은 문제의 원인을 파악했으면 반드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따로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위기에 처한 GE를 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잭 웰치 전 회장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 큰 교훈을 준다. 웰치 회장은 현장 근무자들과 직접 만나는 ‘타운홀 미팅’을 도입했으며, 그들과의 회의가 회의로 끝나지 않도록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실행을 위한 후속 조치를 취하게 했다. 관리자들은 현장에서 올라온 제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했고, 당장 그렇게 하지 못할 때는 문제를 해결할 팀을 지명하고 의사결정의 데드라인을 정해야 했다. 페퍼 교수와 서튼 교수는 이를 ‘대화를 행동으로 전환하는 모델’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편 노진철 경북대 교수(사회학)는 “미국은 9·11테러나 카트리나(허리케인) 사태 발생 때 20여 개월간 조사위원회를 꾸려 각계 의견을 들어 진상을 규명하고 제도를 보완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며 “정부가 긴 안목을 갖고 일반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쳐야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정부 정책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박창규 kyu@donga.com·이샘물 기자}

    • 2014-09-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00만달러 지폐 보여주며 “대통령 비자금 관리 총재”…누구?

    "이게 새로 나올 미화 100만 달러(약 10억2500만 원) 지폐입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고급 호텔방에서 박모 씨(55)가 지폐 다발을 꺼냈다. 모인 사람들은 난생 처음 본 '100만 달러' 지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텔 금고 안에는 장당 발행가 5000억 엔짜리 채권(약 4조8500억 원)도 52장 들어 있었다. 박 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대통령 비자금을 관리해 온 비선 권력기관 총재"라며 "보관 중인 수십만 t의 금과 채권을 처리하는 비용만 주면 수십 배 이익을 주겠다"고 말했다. 위조한 지폐와 채권을 사용한 황당한 수법이었지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 정부도 사칭했다. 박 씨 등 자칭 '비선 권력기관' 일당은 "미얀마 해외건설 사업권을 따 주겠다"며 피해자 유모 씨(37·무역업)와 함께 미얀마로 출국했다. 미얀마 정부관계자라는 현지인까지 나타나 사업권 논의를 진행했다. 박 씨의 꼬임에 넘어가 돈을 투자한 사람은 유 씨 등 모두 3명. 이들은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93차례 12억5000만 원을 건넸다가 한 푼도 되돌려 받지 못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7일 박 씨를 검거해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검거 이후에도 '어르신에게 말해 너희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큰소리를 쳤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2014-09-10
    • 좋아요
    • 코멘트
  • [뻔뻔한 방탄국회]세월호 유족들 “방탄국회 기가 막힌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4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방탄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고작 국회를 열어 처리한 게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이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심지어 그의 혐의는 안전을 위해 더욱 유념해야 할 철도의 부품 비리였다”며 “국민의 안전을 저당 잡아 이득을 취하는 자들이 감히 민생을 말한다면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송정숙 전 보건사회부 장관,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 등 사회지도층 인사 150여 명도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이 마비되고 의회 정치가 실종됐다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회가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넉 달째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며 “한시가 급한 민생경제 및 투자활성화 법안들을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하듯 빨리 심의,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월호를 호재 삼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세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선언에는 김길자 경인여대 명예총장, 김성기 법무법인 신우 대표변호사,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장대성 전 영동대 총장 등이 참여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2014-09-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권위 “가족병력 때문에 대학 불합격 시킨 건 차별”

    '가족 중에서 정신과 환자가 있는가?' 차모 씨(20)는 공군 A의료원에서 병력보고서를 작성하다가 이런 질문을 접했다. 국내 한 대학 항공운항학과 정시모집 서류전형에 합격한 뒤 신체검사를 받던 2012년 말이었다. 차 씨는 어머니가 조현증(정신분열증)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기에 병력보고서에 '있다'고 표기했다. 의료원이 어머니의 진단서를 요구해 제출했다. 얼마 후, 대학은 조현증은 유전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불합격을 통보했다. 차 씨는 억울하단 생각에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대학은 A의료원에 신체검사를 위탁하면서 공군의 '공중근무자'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 인권위 조사에서 의료원 측은 "의학 서적에 따르면 부모 중 한 명이 조현증이 있을 경우 자녀도 병에 걸릴 위험률이 8~18%"라며 "조종사는 스트레스가 심하고, 천문학적인 비용과 장기간의 훈련을 필요로 하니 높은 신체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의료계에 자문을 구한 결과 부모 중 한 명이 조현증이 있을 경우 자녀의 유병률은 12%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다른 요인들이 모두 같은 조건이라는 가정 하에 추측된 것이었다. 유전적인 소인만으로 발병 위험률을 예측하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했다. 인권위는 항공운항학과 지원자에게 엄격한 신체검사 기준을 적용하는 건 수긍할 수 있지만, 판단기준은 본인의 현재 건강상태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봤다. 또 부차적으로 가족의 병력 등을 고려할 때는 의학적 근거가 충분한 것에 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가족병력의 유전 가능성을 이유로 진정인을 불합격 시킨 건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의료원장에게는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대학 총장에게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2014-09-02
    • 좋아요
    • 코멘트
  • 광역버스 ‘개강 교통 대란’은 없었지만…

    수도권 대학의 67.6%인 100개 대학이 개강한 1일 오전 8시 30분경 서울 지하철 4호선 사당역. 경기도에서 서울로 온 대부분의 광역버스는 승객을 가득 태우고 있었다. 1교시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 일찍 버스에 오른 대학생들이 몰리면서 버스 통로는 입석 승객들로 붐볐다. 강남역 상황도 비슷했다. 버스 전면에는 ‘잔여 좌석 없음’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지만 입석 승객들로 꽉 차 있었다. 당초 우려됐던 교통 혼잡 등 ‘개강 교통 대란’은 없었다. 그러나 입석 승객으로 가득한 버스는 ‘안전 강화’가 또다시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을 보여줬다. 세월호 참사로 대중교통 안전 문제가 촉발되자 국토교통부는 7월 16일 ‘광역버스 입석 금지’를 전면 시행했다. 고속도로에서 접촉사고만 나도 입석 승객은 큰 부상을 당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 그러나 시행 첫날부터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빗발쳤고, 결국 국토교통부는 충분한 버스 공급과 환승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는 ‘탄력적 입석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입석 금지가 무용지물이 되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1일 오전에는 미국프로야구 LA다저스 류현진 선수의 선발 출장 경기가 있었는데 일부 입석 탑승객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을 위해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슬아슬하게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다. 안전띠 착용 의무화도 지켜지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국은 광역버스 안전 문제와 관련한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교통 혼잡과 안전 확보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다 보니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이샘물·이철호 기자}

    • 2014-09-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檢, 전교조위원장 등 3명 구속영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 종로경찰서가 29일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과 이영주 부위원장, 평교사 이민숙 씨 등 3명의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씨는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처음 올린 인물이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이 3명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교조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교사들의 서명을 받아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6월엔 정부의 법외노조 처분에 반발해 조퇴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 외 전교조 본부 소속 16명과 서울지부 소속 6명의 간부, 전국 시도지부장 15명을 포함한 40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한편 경북도교육청과 A사립고 교육재단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전교조 경북지부에서 학교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임자 2명(공립초교 1명, 사립고 1명)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전교조가 법외노조 판정을 받은 이후 미복귀 전임자에게 징계처분이 내려진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교육부는 다음 달 2일까지 일선 시도교육청에 징계 보고를 요구한 상태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박근혜 정부가 부당한 법외노조 통보를 근거로 전교조 전임자를 징계하라고 교육감을 압박하는 막무가내식 폭압통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다음 달 2일 징계규탄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이샘물 evey@donga.com / 대구=장영훈 기자}

    • 2014-08-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결성 단체 분석해보니

    5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발족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는 756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 단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광우병, 제주해군기지 등 과거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주요 이슈 때 발족된 반정부 성격의 공동대책기구에도 참여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유가족으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와는 다른 기구다. 28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756개 단체와 △한미 FTA △광우병 △제주해군기지 건설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때 결성된 연대기구 참여 단체들을 분석했다. 이를 비교한 결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단체 1841개 가운데 254개(13.8%)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도 포함됐다. 또 ‘쌍용차 정리해고 철회 및 정리해고 희생자 범국민 추모위원회’에 소속된 단체 67개 중 26개(38.8%)가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해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에 소속된 단체 44개 중 16개(36.4%),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에 속한 88개 단체 중 30개(34.1%),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참여 단체 270개 중 40개(14.8%)가 각각 국민대책회의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등 4개 단체는 6개 이슈 관련 대책기구에 모두 참여했다. 이에 따라 주요 인사들 역시 이슈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다. 박래군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은 과거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냈다. 박석운 국민대책회의 진상규명 국민참여위원회 공동대표(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과거 국정원 시국회의,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에서 공동대표를 맡았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주요 이슈 때마다 시민단체들이 연대모임을 결성해 주도하는 것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국민대책회의의 경우 유가족을 지원하고 일반 시민의 관심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갈등을 키운다는 우려도 크다.강홍구 windup@donga.com·이샘물 기자}

    • 2014-08-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FTA 반대… 강정마을 충돌… 그때 그사람들

    75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는 7월 19일과 8월 1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수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범국민대회를 주최했다. 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 밖에도 서울 등 도심 곳곳에서 수시로 추모행사나 대정부 규탄 집회 등을 열고 있다. 대부분 유가족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하고 있다. 이런 대규모 집회나 장기 농성은 익숙한 장면이다. 대형 이슈 때마다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국민대책회의’ ‘○○범국민운동본부’ 같은 공동기구는 항상 정해진 코스처럼 집회나 농성을 이어간다. 공동기구 내에서도 지역에 기반을 둔 소규모 단체보다는 전국 단위의 단체들이 분위기를 주도한다. 대표적인 곳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이다.○ 이슈 때마다 참여하는 단체들 동아일보 취재팀이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하는 단체를 명칭에 따라 분류한 결과 ‘농민회’ ‘전농’ 등 농민 관련 단체가 111개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노동조합, 노동자회 등 노동 관련 단체(96개), 청년단체(55개), 여성회 또는 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42개) 순이었다. 인권단체는 29곳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각자의 전문 영역과는 관계가 없지만 대형 이슈만 생기면 하나의 깃발 아래 모여든 것이다. 참여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전국 단위 단체의 지역 조직을 개별적으로 포함시키는 것도 특징이다. 참여 단체가 수백 개인 곳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몸집을 불린다. 민노총이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같은 단체의 경우 경기지부 강원지부 등 지역 조직들까지 대거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 단체 중 일부는 최근 수년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이슈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용산 참사, 제주해군기지 건설, 쌍용차 정리해고, 광우병 사태 등이다. 당시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1000개 넘는 시민사회단체가 공동기구에 이름을 올렸다. 사안의 유형이나 성격은 천차만별이고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 배에 탄 것이다. 동아일보는 과거 발족한 공동기구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성명서 등에 명시된 참여단체 리스트를 확인하고 집계한 뒤 국민대책회의 참여 단체와 비교했다. 2006년 결성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는 270개 단체가 있는데 40개가 같았다. 한미 FTA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시작돼 2011년 이명박 정부 때까지 이어졌다. 당시 도심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열리는 등 심한 진통을 겪었다. 2008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는 무려 1841개의 단체가 참여했다. 이때도 전국 단위의 단체들이 주도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이 과장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장기간에 걸쳐 촛불집회 개최를 주도하며 반정부 투쟁을 이어갔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단체 가운데 254개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도 이름을 올렸다. 2009년 ‘이명박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도 “정권에 의한 살인이 저질러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도 ‘박근혜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민노총 등 4개 단체는 6개 이슈 관련 연대기구에 모두 참여했다.○ 과거 집회 주도 인물들 ‘단골 등장’ 매번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단체가 비슷하다 보니 인물도 같은 사람이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에서 주요 직책을 맡은 인사들은 과거에 활동한 공동대책기구 때에도 주도적으로 일했다. 손종표 공동상황실장과 이재근 공동상황실장은 각각 민노총 조직국장과 참여연대 정책기획팀장 출신이다. 또 박래군 공동운영위원장은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 김태현 공동운영위원장은 쌍용차 범대위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양한웅 공동위원장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 등을 지냈다. 과거 집회시위 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인물도 있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는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박 대표와 함께 광우병 대책회의에서 활동한 박원석 당시 상황실장은 현재는 정의당 국회의원으로, 이달 20일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각종 이슈 때마다 전문 영역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것을 놓고 우려가 적지 않다. 이들이 사회 약자를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합리적 대안을 내놓는 대신 감성적 접근을 시도하거나 과격 집회를 주도하면서 현안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이샘물 evey@donga.com·황성호 기자}

    • 2014-08-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권위 “의료인 허락없이 환자 손 묶으면 인권침해”

    청각장애 4급인 아버지(85)는 기저귀를 찬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지난해 9월 알츠하이머성 치매, 당뇨, 고혈압 등으로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뒤였다. 아버지는 기력과 인지 능력이 저하돼 스스로 대소변조차 처리할 수 없었다. 저녁에는 병동을 배회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고, 기저귀를 뜯고 소변줄을 제거하려고 하기도 했다. 딸 이모 씨(44)가 병실을 찾았을 때 아버지는 간병인의 도움으로 병원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씨가 병실을 나서자 아버지는 "집에 가겠다"며 기저귀와 소변줄을 제거하고 침상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그러자 간병인은 아버지의 손목을 신체 억제대로 침대에 묶었다. 의사나 간호사에게 보고하거나 지시도 받지 않은 채였다. 이 씨는 병실에 돌아와 이를 발견했고 왜 마음대로 손을 묶었느냐며 항의했다. 간병인은 그제야 강박을 풀었다. 이 씨는 간병인의 행위가 인권침해라고 생각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신체 억제대는 환자가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는 등 문제행동을 할 때 이를 제한하기 위해 최대한 짧게 사용하되, 반드시 의사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인권위는 간병인이 전문의료인의 지시 없이 임의로 청각장애를 가진 치매환자의 손을 침대에 묶은 행위는 장애인 학대 및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요양병원장과 고양시장에게 각각 종사자들에게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과 관내 요양병원의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병원은 간병인에게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올해 1월 사직 처리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2014-08-28
    • 좋아요
    • 코멘트
  • “합격자 수험번호-이름 동시공개는 인권침해”

    ‘보험계리사 및 손해사정사 제1차 시험 합격자 공고.’ 정모 씨(54)는 지난해 금융감독원 웹사이트 공지사항란에 올라온 이런 제목의 게시물을 클릭한 뒤 인상을 찌푸렸다. 첨부된 엑셀파일에는 합격자들의 응시번호와 성명이 공개돼 있었다. 정 씨는 2012년과 지난해 손해사정사 시험에 응시했지만 1차 시험부터 연이어 낙방했다. 이 때문에 웹사이트에 올라온 1, 2차 시험 합격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지인들은 정 씨가 손해사정사 시험을 준비해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낙방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 씨는 타인이 시험당락을 알 수 있도록 한 건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거라는 생각에 지난해 5월 13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 측은 인권위 조사에서 “보험계리사와 손해사정사 시험은 응시자와 동명이인이 있을 수 있어 수험번호와 성명을 함께 공개한 것”이라며 “실제 불합격 여부는 본인 외에는 인식하기 어렵고, 대다수의 사람은 불합격자를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국가전문자격시험 중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인회계사 시험도 올해 3월 합격자를 발표할 때 수험번호와 성명을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검정시험의 경우 수험번호만 공개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주관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시험은 웹사이트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합격 여부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험생과 가족 이외의 제3자는 확인이 어려운 셈이다. 인권위는 금융감독원의 합격자 명단 발표 방식은 인권 침해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장에게 합격 여부가 본인 외에 제3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보험계리사와 손해사정사 시험 합격자 명단의 공개 방식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2014-08-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권위 “합격자 발표때 수험번호·성명공개는 인권침해”

    '보험계리사 및 손해사정사 제1차 시험 합격자 공고.' 정모 씨(54)는 지난해 금융감독원 웹사이트 공지사항란에 올라온 이런 제목의 게시물을 클릭한 뒤 인상을 찌푸렸다. 첨부된 엑셀파일에는 합격자들의 응시번호와 성명이 공개돼 있었다. 정 씨는 2012년과 지난해 손해사정사 시험에 응시했지만 1차 시험부터 연이어 낙방했다. 이 때문에 웹사이트에 올라온 1,2차 시험 합격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지인들은 정 씨가 손해사정사 시험을 준비해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낙방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 씨는 타인이 시험당락을 알 수 있도록 한 건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거라는 생각에 지난해 5월 13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 측은 인권위 조사에서 "보험계리사와 손해사정사 시험은 응시자와 동명이인이 있을 수 있어 수험번호와 성명을 함께 공개한 것"이라며 "실제 불합격 여부는 본인 외에는 인식하기 어렵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합격자를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국가전문자격시험 중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인회계사 시험도 올해 3월 합격자를 발표할 때 수험번호와 성명을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검정시험의 경우 수험번호만 공개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주관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시험은 웹사이트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합격 여부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험생과 가족 이외의 제3자는 확인이 어려운 셈이다. 인권위는 금융감독원의 합격자 명단 발표 방식은 인권침해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장에게 합격 여부가 본인 외에 제3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보험계리사와 손해사정사 시험 합격자 명단의 공개 방식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이샘물기자 evey@donga.com}

    • 2014-08-27
    • 좋아요
    • 코멘트
  • “모욕” vs “과잉진압” 경찰 현행범 체포, 인권침해 논란

    "경찰에 잡혀서 지구대에 왔는데 영어 아는 사람도 없고…. 여기 와서 좀 도와주세요." 지난해 6월 9일 밤 12시경. 서울 용산구에 사는 A 씨(77)는 인도인 친구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친구는 이태원에서 케밥을 팔다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연행된 상태였다. A 씨는 지구대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했다. 경찰은 "변호사나 가족이 아니므로 조사에 입회할 수 없다"며 문을 잠그고 막아섰다. 이 때부터 실랑이가 시작됐다. A 씨는 지구대 현관에 서서 10여 분 동안 큰 소리로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험한 말도 오갔다. 그러자 경찰은 A 씨를 지구대 안으로 끌고 들어갔고, 위력으로 제압해 수갑을 채우며 모욕죄로 체포했다. A 씨는 이로 인해 타박상 등 전치 2주 진단의 상해를 입었다. 그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억울한 봉변을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경찰의 체포가 과도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해 관할경찰서장에게 직무교육 등을 권고했다. 이처럼 경찰이 사건이나 민원 처리 과정에서 욕설이나 비하 발언을 듣는 경우 상대방을 모욕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 모욕죄와 관련해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은 2011년 20건, 2012년 22건, 2013년 33건, 올해 5월까지 15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경찰청에서는 '공무집행방해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경찰관서 등 소란·난동 행위 근절대책'을 마련하는 등 경찰관들에게 모욕죄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모욕죄로 인한 현행범 체포는 법적인 문제나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일단 모욕적인 언동을 들은 경찰관이 상대방을 직접 체포하는 건 개인적인 법적 이익을 위한 단죄에 공권력을 동원한다는 법리적인 문제가 있다.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체포요건이 미비한 인권침해 문제도 꾸준히 지적받고 있다. 반면 일선 경찰들은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을, 술에 취하거나 흥분한 상태에서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행위자들을 대처할 합리적 대안이 없다"며 "공권력 확립 차원에서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7일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별관에서 '경찰 모욕죄 현행범 체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연다.이샘물기자 evey@donga.com}

    • 2014-08-26
    • 좋아요
    • 코멘트
  • “中전문가의 꿈, 선배들이 밀어주마”

    “이 학생은 프로그램에 참가할 당시엔 중국어를 전혀 못했습니다. 8주간의 노력으로 이뤄낸 놀라운 변화입니다.” 22일 중국 베이징(北京) 런민(人民)대 국학관. 장샤오징(張曉京) 런민대 국제교류처장이 고려대의 중국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인 ‘KU-차이나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수료식에서 참가생 대표 임성필 씨(24·고려대 신소재공학부 3학년)를 이렇게 소개했다. 임 씨는 단상에 올라가 발표를 시작했다. “진도를 따라가려면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중한 기회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생각과 친구들의 열정, 선생님들의 정성 어린 가르침이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줬습니다.” 임 씨는 한국어로 한 문장을 말할 때마다 중국어로 자체 통역을 했다. 약 6분에 이르는 발표시간 내내 원고는 전혀 보지 않았다. 천위루(陳雨露) 런민대 총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전 총장은 “짧은 시간에 중국어 실력이 이렇게 발전했다는 게 놀랍다”며 감탄했다. 고려대는 중국의 언어뿐 아니라 역사, 문화 등 폭넓은 지식을 가진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중국에 관심은 많았지만 평소에 접할 기회가 많지 않던 중국어 초보자와 중국 미경험자 학부생들이 심사를 거쳐 참가자로 우선 선발된다. 참가자들은 한국에서 4주, 중국에서 4주간 하루에 6시간씩 중국어 교육을 받는다. 중국 현지에서 문화 체험과 기업 탐방도 한다. 지난해엔 53명, 올해엔 73명이 참가했다. 고려대는 교우들의 기부금으로 ‘KU-차이나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기금’을 조성해 참가자들에게 중국 현지 기숙사 비용과 교육비 등을 전액 지원해 왔다. 현재 총 6억4000만 원의 기부금이 기탁됐고 8억5000만 원이 약정됐다. 내년까지 20억 원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수료식에는 각각 1억3000만 원과 1억 원을 기탁한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와 신경록 ㈜신생공업 회장도 참석했다. 김 대표는 “사회에 나온 뒤엔 어학 공부를 하기 쉽지 않으니 후배들이 대학 때 집중적으로 어학을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시급히 중국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는데 기부한 돈이 보람 있고 훌륭하게 쓰였다”며 뿌듯해했다. 고려대는 런민대와 합작해 런민대 안에 10층 규모의 ‘고려대학교회관’을 2009년 준공한 뒤 2층 전체(701.2m²)와 9층의 방 3칸을 25년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날 고려대는 회관 2층에 ‘KU글로벌센터’를 만들고 개관식과 기부자 현판식을 열었다. KU글로벌센터에는 교육, 연구공간과 세미나실 등이 마련됐다. 벽에는 KU-차이나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에 기부한 13명의 명단도 새겼다. 김병철 고려대 총장은 “이곳에서 중국인과 한국인들이 우정을 나누고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는 값진 보람이 싹트길 희망한다”고 말했다.베이징=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2014-08-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긴급전화, 안 합치나요?

    “집에 강도가 들어서 사람이 다치면 119에 신고하나요, 112에 신고하나요?” 포털사이트에 가끔 올라오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글쎄요’다. 실제로 이 질문에는 “일단 한 곳에 전화해서 상세히 상황을 설명해라” “114에 물어봐라”는 답글이 달렸다. 국내에 존재하는 주요 긴급전화는 총 13개.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는 범죄신고(112), 화재 구조 재난 및 응급의료 신고(119)도 있지만, 밀수사범 신고(125), 환경오염 신고(128), 마약 신고(1301) 등 다소 생소한 긴급전화도 많다. 운영 주체도 각 정부기관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여기서 비롯되는 문제점은 올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드러났다. 이날 오전 8시 52분부터 30분간 해양긴급신고 전화(122)에는 한 통의 신고도 접수되지 않은 것이다. 반면 소방방재청이 운영하는 119에는 이때 23번의 신고 전화가 몰려들었다. 122가 개통된 2007년 7월 이후 7년이 지났지만 신고 당사자들은 번호조차 몰랐던 셈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인지도가 낮은 긴급전화를 통합하자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안전행정부는 ‘긴급신고 통합방안 연구용역’을 공고했고 이달 중으로 연구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연구 내용에는 긴급전화 통합 기준과 대상, 외국 사례, 통합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연구용역을 마친 뒤 내년 1월경 공청회를 열고, 정부 내 회의체에 상정해 부처 간 합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론이 도출돼도 세부 시행계획과 예산이 필요한 만큼 긴급전화 통합 방안은 이르면 2016년경에나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에서 여러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12와 119에 각각 신고하면 범죄인지 재난인지 추정해 전문성을 갖고 대처할 수 있지만, 번호가 통합되면 그게 안 된다”고 말했다. 일례로 112에 “치킨 좀 갖다주세요”라는 전화를 건 사람이 있었다. “잘못 거셨다”고 말했지만 “맞아요. ○○호로 치킨 보내주세요”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이때 경찰은 그가 범죄자와 함께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갑자기 말없이 전화를 끊는 신고자도 비슷한 상황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번호가 통합되면 이런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119를 관할하는 소방방재청도 난색을 표하긴 마찬가지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긴급성을 요하지 않는 전화는 통합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하지만 112와 119는 전문성과 신속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합하면 사건 대응을 하는 데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선 단일번호를 통해 신고자를 적재적소로 연결해준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신고자가 알아서 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해야 해 불합리한데, 이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12와 119는 조직이나 기능도 다르고 상황도 다른데 한 곳으로 통합하는 것은 말이 안 맞다”며 “신고전화를 통합했다간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별도로 운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재 부처 간 협의에서는 112와 119를 제외한, 인지도가 낮은 번호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행부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 국민들에게 여러 가지 통합 방안과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이샘물 evey@donga.com·강홍구 기자}

    • 2014-08-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78세 교황, 닷새간 932km 이동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오전 10시 반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입국해 18일 오후 1시 출국할 때까지 한국에 4박 5일, 총 98시간 반을 머물렀다. 교황이 들고 온 짐 가방은 두 개였다. 교황이 된 후 첫 아시아 방문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쏠렸던 만큼, 이번 방한에는 각국의 외신기자 70명이 교황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바티칸에서부터 동행 취재했다. 또 130여 국내 매체 2556명과 23개국 140여 매체의 외신기자 358명 등 2914명의 기자가 취재단에 등록했다. 주교급 이상 고위성직자 30명도 한국을 찾았다. 교황이 가는 곳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가장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린 순간은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위한 시복 미사’였다. 교황방한위원회 추산으로는 80만 명(경찰 추산으로는 17만5000명)이 모였다. 이날 영성체를 위해 쓰인 제병만 총 18만 개에 달했다. 시복식에선 124위 순교자들이 복자로 추대됐다. 이날은 경호경비 인력도 대거 배치됐다. 광화문 일대 고층건물 245곳에 저격수 2000명을 포함해 경찰 3만500명이 지켰다.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까지 총 4.5km에 달하는 방호벽이 설치됐다. 시청률 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광화문 시복식의 시청률은 지상파 3사를 합해 17.4%(전국 기준)였다. 이를 시청 가구 수로 환산하면 300만6634가구다. 방한 기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복 미사를 포함해 총 5번의 미사를 집전했다. 도착 첫날, 첫 일정으로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가진 개인 미사에는 20명이 참석했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는 5만 명이, 17일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는 3만6000명이 참여했다. 마지막 미사인 명동대성당 미사에는 1700명이 공식 초청됐다. 교황은 78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3일 연속으로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공식 일정과 기존 계획에 없던 ‘서강대 깜짝 방문’까지 교황이 움직인 거리를 계산해 보면 가장 빠른 경로를 기준으로 해도 총 932km를 오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전월드컵경기장과 세종시 대전가톨릭대, 충남 당진시 솔뫼성지를 연달아 방문한 뒤 서강대를 거쳐 주한 교황청대사관으로 돌아온 15일의 이동거리가 371km로 가장 길었다. 교황이 전세기를 타고 이탈리아 로마에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비행한 거리는 약 8979km, 비행시간은 약 11시간 반이다.이샘물 evey@donga.com·정윤철 기자}

    • 2014-08-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교황과 하나된 하루… 사고-갈등-쓰레기 없었던 ‘3無 광화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 중 최대 행사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가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교황이 순교자의 땅에서 직접 시복미사를 집전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광화문광장은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려는 가톨릭 신자와 구경 인파로 들썩였다. 30년 전인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한 당시 정신장애가 있는 한 대학생이 장난감 딱총을 쏘며 교황의 차량으로 돌진하는 해프닝을 겪었던 경찰은 이번 시복미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철통 경호’를 펼쳤다. 이날 투입된 경찰은 3만500명에 달했다. 이 중 저격수 2000명은 광화문광장 인근 245개 고층건물에 배치됐고, 지하철 등 광화문 인근 지하 공간 대테러 활동에도 경찰 2100명이 투입됐다. 그러나 경찰의 우려에도 이날 시복미사는 신자와 시민들의 질서정연한 움직임 덕택에 ‘대형 안전사고’와 ‘쓰레기’ ‘갈등’이 없는 ‘3무(無) 시복미사’로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 질서와 배려로 시복미사를 수놓다 시복미사에 참석한 신자와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오전 9시경 교황을 태운 차량이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인근에 나타났다. 경찰은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을 4.5km 길이의 방호벽으로 둘러쌌지만 인파가 교황을 보기 위해 한꺼번에 움직일 경우 서로 엉켜 쓰러지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신자와 시민들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교황의 차량을 향해 다른 사람을 밀치며 뛰쳐나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비바, 파파”를 외치며 열광했다. 어르신과 아이들, 수녀가 교황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배정받은 구역 내에서 자리를 바꾸는 배려를 보여주기도 했다. 시복미사가 끝난 뒤에도 질서 있는 움직임은 계속됐다. 전국 각지에서 버스와 기차를 타고 올라온 이들은 먼저 집에 가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교황방한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지방 교구부터 순서대로 퇴장했다. 질서 있는 해산으로 오후 5시까지 예정됐던 교통 통제는 1시간 30분가량 일찍 풀렸다. 교황방한위원회 관계자는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도 가톨릭 신자들의 질서는 큰 칭찬을 받았다. 거기서 나온 자부심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성당에서는 질서 유지를 당부하고 유의 사항을 담은 자료를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용산성당 안내 자료를 만든 이혁진 씨(31)는 “포용의 정신을 보여주는 교황께서 미사를 하는 만큼 이번 시복미사로 인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신자들 스스로 질서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쓰레기 없는 ‘클린 시복미사’ 시복미사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의 모습은 수십만 인파가 머물렀던 공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신자들은 자신들이 머물렀던 자리를 청소한 뒤 각자 가져온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담았다. 자원봉사자들은 솔선수범해 쓰레기를 치웠다. 청소원들이 빗자루를 들고 행사장을 돌아다녔지만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가 많지 않아 신자들이 모아둔 쓰레기봉투 더미를 치우는 경우가 많았다. 가톨릭 신자 장지은 씨(63·여)는 “쓰레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같은 신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가톨릭의 위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상 자체가 높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反)가톨릭 시위에도 ‘갈등’ 피한 신자들 이날 교황의 시복미사 인근 현장에서는 일부 개신교 신자가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에 입장할 수 없었던 이들은 시복미사 중에는 서울광장 인근을 돌아다니며 반대 시위를 벌였고, 미사가 끝난 뒤에는 광화문광장 안까지 들어와 가톨릭을 비판했다. 이들은 “예수님 믿는다면서 사람(교황) 믿으면 안 돼요” “우상에 절하면 안 돼요. 우상 숭배하면 안 돼”라고 외치며 소란을 피웠다. 종교적인 가치를 건드린 만큼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복미사에 참석했던 가톨릭 신자들은 “우리도 예수님 믿어요”라며 지나가는 등 불상사를 막기 위해 자제하고 행사를 끝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시복미사 당일 일부에서 가톨릭 반대 시위가 있었지만 이로 인해 경찰에 연행된 시위자는 없다”고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2014-08-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눈높이 맞춰 마주봐야”… 시복식 제단 최대한 낮춰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장애인들이 사는 방으로 들어갈 때 몸을 굽혀 구두를 벗었다. 당초 교구 측은 서양에선 실내에서도 구두를 벗지 않고 교황이 무릎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구두 위에 신는 덧신을 마련했다. 하지만 교황은 한국의 풍습과 장애아들이 방바닥을 온몸으로 다녀야 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배려해 구두를 벗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는 곳마다 소탈하고 격의 없는 자세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비(非)신자까지 열광시키는 교황의 소통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공감 비법을 꼽는다. 눈맞춤(Eye-contact), 진심이 묻어나는 몸짓, 그리고 유머다.○ 낮게 더 낮게…“눈높이를 맞춰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찾기 직전, 바티칸 교황청은 동행 취재단에 요청을 해왔다. “교황과 사람들과의 눈맞춤을 막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교황청 대변인실의 마테오 브루니는 “교황은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카메라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실제로 교황은 끊임없이 대중과 눈높이를 맞췄다. 광화문 시복식에서도 신자들과 가까이 눈을 맞추고 싶다는 교황의 뜻에 따라 제단 높이를 1.8m로 최대한 낮게 마련했다. 16일 교황이 꽃동네를 찾았을 때 남녀 수도회 대표가 무릎을 꿇고 인사하자 교황은 손짓으로 그들을 일으켜 세워 눈높이를 맞추며 악수했다. 눈맞춤은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대표는 “눈을 맞추면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백 마디 말보다 진심어린 행동 교황은 언어의 장벽을 넘는 몸짓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 서울공항에서 마중 나온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는 순간, 오른손을 맞잡고 왼손을 가슴에 얹었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가장 중요한 심장 근처에 손을 대는 것은 상대방의 아픔을 자신도 깊이 함께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상대방에게 공감의 뜻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꾸밈없는 동작들은 진심을 느끼게 한다. 정연아 한국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은 “보통 정치인들이 유세할 때는 손바닥을 빳빳하게 펴고 손가락을 모아서 힘 있게 좌우로 흔들어야 카리스마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한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손가락 사이를 살짝 벌린 채로 손을 들어 어린아이의 자연스러운 손짓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16일 꽃동네에서 장애인들의 공연을 볼 때 의자에 앉으라는 거듭된 권유를 듣지 않고 계속 서서 지켜봤다. 공연이 끝나자 장애아동들을 꼭 껴안아줬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그려 보이기도 했다.○ 대중과 공감하는 유머 권위주의를 탈피한 화법과 유머도 호감을 이끌어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고통스러운 일도 유머로 넘기자”는 말을 자주 했다. 교황은 15일 충남 당진시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서 준비된 영어 원고를 읽다가 즉석에서 “사실 내 영어 실력이 좋지 않다(poor)”며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을 하기 위해 이탈리아어로 하겠다”고 하자 젊은이들이 열렬히 환호했다. 꽃동네에서 예정보다 일정이 늦춰져 기도를 생략한 뒤 교황은 미리 마련된 원고대로 “이 저녁 기도를 바치며, 우리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라고 읽은 뒤 “아니, 부를 뻔했습니다”라고 재치 있게 정정하기도 했다. 강 소장은 “교황은 가만히 있어도 입꼬리가 올라가 있고, 눈도 하회탈 같다”며 “젊었을 때 많이 웃은 습관의 산물이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4-08-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종교 떠나 푸근함에 반했어요”… 대한민국은 지금 교황앓이 중

    “소탈하신 교황을 보면 친할아버지처럼 푸근한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나 교황 할아버지 팬 될 것 같아.”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한 행보가 비(非)가톨릭 신도들까지 감동시키면서 교황에 대한 팬덤(fandom·팬 집단과 그 문화)이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에는 “난 종교가 없지만 교황 때문에 천주교에 급호감이 생긴다” “종교에 상관없이 교황을 존경한다”는 메시지들이 넘쳐난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20개가 넘는 팬카페가 신설됐다. 카페 이름은 ‘교황의 말말말’ ‘교황에게 에어포스 원은 없다’ 등으로 소탈한 교황의 언행을 반영한 명칭이 많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 교황을 언급한 메시지 수는 13일 2만5468건에서 방한일인 14일엔 7만6332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누리꾼 사이에 화제가 되는 교황의 ‘낮은 곳을 향하는’ 스타일은 △낡은 손목시계와 검은색 구두 △고급 호텔이 아닌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 마련한 소박한 숙소 △인견과 폴리에스테르가 섞인 천으로 지은 교황의 제의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왼편 가슴에 달고 나온 노란 리본 등이다. 특히 시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고급 리무진 대신 소형차 ‘쏘울’을 타는 모습이었다. 국빈급 인사가 소형차를 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시민들은 교황이 쏘울 뒷자리에 몸을 구겨 넣듯이 타는 장면을 보고 놀라워했다. 회사원 이모 씨(35)는 “내가 몰고 다니는 차종을 교황께서 타시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다. 검소함과 소박함을 직접 실천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쏘울 타는 교황에 대한 감동은 국내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페이스북에는 정치인의 고급 관용차 사진과 함께 “관용차를 모두 쏘울로 바꿔! 교황이 타는데 너희들(정치인)은 왜 못 타!”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트위터 사용자 ‘tsr**’는 “작은 차에 탔지만 교황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보였다. 우리 정치인들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교황이 겸손과 실천, 위로의 능력을 모두 갖춘 리더십을 보여주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을 낮춰 약자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수차례 행동으로 옮겼다. 위로와 치유의 전제조건은 일관된 실천에 있기 때문에 이런 교황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이샘물 기자}

    • 2014-08-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랑방 모임으로 시작… 한미 연결 ‘큰 고리’를 꿈꾸다

    2011년 6월 11일 토요일 오후 미국 뉴욕 킴벌리 호텔의 ‘루프톱 바(Rooftop Bar)’. 평소 같으면 각양각색의 젊은이들로 북적거릴 시간이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문을 열고 바에 들어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검은 머리칼의 아시아 청년이었다. 바 입구에서는 10명 남짓한 젊은 남녀가 서서 손님들을 맞았다. 안내를 받고 들어온 젊은이들은 테이블 주변에 둘러앉거나 선 채로 칵테일 한 잔씩을 받아들었다. 대부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행사장 입구에서 안내를 하던 청년들이 ‘분위기 메이커’로 나섰다. 먼저 자신을 소개한 뒤 다른 참석자들을 인사시켰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이름 직업 취미가 뭔지를 질문하면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갔다. 게임도 진행됐다. 조그만 상자에 각자 명함을 넣은 뒤 돌아가면서 하나씩 꺼내며 명함의 주인을 찾는 일종의 ‘마니또 게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어느새 분위기는 ‘사랑방 모임’처럼 화기애애해졌다. 이날 참석자는 40명. ‘고리’(연결한다는 의미)는 이렇게 첫선을 보였다. 고리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한인 청년들의 사교 모임이다. 구성원은 모두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미국인이다. 현재 회원 수는 1200명에 달한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고 있는 이 모임에는 매번 100여 명의 회원들이 참석한다. 모일 때마다 30∼40달러(3만870∼4만1160원)의 회비를 낸다.이국땅에서 찾은 새로운 인간관계 이런 사교 모임은 누가 만들었을까. 제약회사 화이자에서 재무컨설턴트로 일하는 문동지 대표(31)다. 문 대표는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1.5세대’다. 필라델피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에 있는 바클레이스 캐피털(옛 리먼브러더스)에 2008년 취직해 재무분석사로 2년간 일했다. 그는 “일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자 오히려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끊겼다”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더 줄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문 대표는 평일에는 주로 일을 하며 회사 동료들과 시간을 보냈다. 주말엔 친구들을 만났다. 그러나 항상 똑같은 얼굴들이었다.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아도 역시 비슷한 이력의 사람들뿐이었다. ‘내 인간관계는 왜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교회나 성당을 가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술집이나 클럽에서 유흥을 즐기는 것도 인맥을 확장하는 한 방법이다. 그러나 문 대표는 “종교를 이용해 사람을 만나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며 “술집에서 새로운 사람을 가볍게 만나기보다는 좀 더 깊은 만남의 기회가 있었으면 싶었다”고 말했다. ‘고리’를 만들게 된 계기였다.다양한 한인들끼리 교류하는 ‘고리’ 문 대표는 필요한 걸 남이 만들어주길 기다리기보다 본인이 직접 무엇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2010년 직장을 그만두고 만든 모임이 ‘고리’였다. 사람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고 싶었다. 일단 기존 인맥을 활용해 금융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10명을 모아 고리의 ‘매니저’로 영입했다. 어려서부터 타국 생활을 했기 때문일까. 그는 비슷한 배경을 공유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회원 범위는 ‘한국계 2030 전문직’으로 정했다. 그렇다고 의사 변호사 회계사 같은 특정 직종으로만 제한하지는 않았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 하는’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했다. 문 대표는 2011년 2월 뉴욕 시에 ‘고리’라는 회사를 등록했다. 2년 넘게 모든 일을 제쳐두고 고리를 키우는 데 전력 질주했다. 3년 가까이 개인 돈 10만 달러(약 1억290만 원)를 고리에 쏟아부었다.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고리가 뭐하는 곳이냐”며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고, “모임이 재미없더라”고 혹평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한 달에 한 번가량 모임을 열었고 회원 수는 점점 늘었다. 애초 소망대로 풍성한 인간관계도 쌓여갔다. 그는 “고리를 통해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된 경우도 많고 결혼한 커플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고리의 매니저인 박상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뉴욕지사 연구원(27·여)은 “사람들은 고리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평소에 잘 모르던 분야를 접하게 된다”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기회라서 꾸준히 모임에 참석한다”고 전했다.회원들끼리 의기투합해 이웃 도와 고리는 단순한 사교 모임에 머물지 않았다.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강타한 2012년 10월, 고리 회원 4명은 무작정 피해 지역을 찾아갔다. 해변 인근에 위치한 ‘라커웨이’라는 동네가 가장 많이 피해를 봤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였다. 교통이 마비된 상태여서 택시를 타고 2, 3시간을 달려갔다. 회원들은 자원봉사단에 합류해 음식과 물, 생활용품 등을 동네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돌아왔다. 지난해 1월부터는 고리 모임 입장료에서 1달러(1029원)씩을 모으고 있다. 이 돈은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컴패션(Compassion)’을 통해 과테말라 소녀에게 매달 40달러(4만1160원)씩 전달된다. 회원인 정지상 대표(30)도 고리를 통해 새로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사진 및 디자인 전문회사 ‘에쏘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그는 2011년 11월 처음으로 이 모임에 나왔고 MTV 프로듀서로 일하는 송재선 감독(30)을 만났다. 나이도 같고 관심사도 비슷한 두 사람은 이내 가까워졌다. 정 대표와 송 감독은 각자의 특기를 살려 ‘스프링마인드’라는 패션영상 제작회사를 만들었다. 매월 2000∼3000달러(205만8000∼308만7000원) 정도를 벌고 있다. 지난겨울 고리 회원들은 스프링마인드의 수익으로 뉴욕의 노숙인들에게 각각 100명분의 빵과 침낭을 나눠줬다. 정 대표는 “앞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1년에 4∼6차례 진행할 것”이라며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면서 봉사활동에 동참할 기회를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한국과 미국 연결하는 ‘고리’로 정 대표와 송 감독처럼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회원들이 고리 모임에서 의기투합해 일을 벌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후석 KOTRA 뉴욕지부 변호사 겸 컨설턴트(30)는 한국의 신생 벤처기업들이 미국에 안착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프로즌 요거트 브랜드인 ‘16핸들스’를 운영하는 최솔로몬 대표(34), 이채영 변호사(36·여)도 힘을 합쳤다. 이들이 갖고 있는 사업 노하우와 인맥, 지식을 활용하면 한국의 신생 벤처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돕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전 변호사의 판단이다. 그는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 늘 한미 양국의 상생적인 발전에 관심이 있다”며 “프로젝트 이름을 한국(Korea)과 미국(US)을 연결(Connect)해준다는 의미로 ‘커넥서스(KOnnectsUS)’로 지었다”고 했다. 커넥서스 프로젝트는 조만간 정식 법인으로 설립될 예정이다. 지난해 8월부터 제약회사 화이자에서 재무컨설턴트로 일하기 시작한 문 대표도 적극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신생 벤처기업들에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되자는 사명을 갖고 힘을 합쳐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리는 뉴욕에서 시작했지만 지난해 보스턴과 워싱턴에서도 모임이 결성돼 정기적인 행사가 열리고 있다. 회원들은 미국뿐 아니라 서울, 런던 등 다양한 대도시에서도 고리 모임을 준비 중이다. 2년 전 회원으로 가입한 전 변호사는 “우리의 모토는 좋은 사람들을 연결해줬을 때 발생하는 힘을 믿는 것”이라며 “사람과 사람, 생각과 생각을 연결해줬을 때 어마어마한 시너지가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꿈은 단순히 한인 전문직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여러 방면에 영향력을 발산할 꿈을 꾸고 있다. 문 대표는 “모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많은 가치가 창출된다는 걸 깨달았다”며 “앞으로 단순히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을 넘어 문화와 문화, 세대와 세대, 단체와 단체 등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2014-08-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