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송

최미송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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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나침반처럼 늘 고민하겠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더해주시는 분들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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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검찰-법원판결63%
사건·범죄16%
정치일반13%
사회일반8%
  • “경비원 죽음 내몬 관리소장 물러나야”… 극단 선택한 경비원 동료들 단체행동

    “경비반장님을 억울한 죽음으로 내몬 관리소장은 사죄하고 즉각 물러나라!” 20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정문 앞. 머리가 희끗한 경비원들이 경비복을 입은 채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밤샘 근무를 마친 이들을 포함해 이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74명 전원이 모였다고 한다. 집회에 참석한 경비원들은 경비원 박모 씨(74)가 14일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아파트관리소장 A 씨의 도 넘은 갑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11년 동안 일했지만 8일 경비반장에서 경비원으로 강등됐고 14일 ‘관리소장 A 씨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비원들은 지난해 12월 부임한 A 씨가 모욕적 발언과 부당 해고 등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경비원(65)은 “A 씨가 오전 6시 근무 교대를 할 때 인증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하고 자신이 지시한 걸 복명복창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했다. 다른 경비원은 “시도 때도 없이 쓰레기를 옮기라고 하거나 화단 정비 등 업무 외 일을 끊임없이 시켰다”고 했다. A 씨가 숨진 박 씨에게 욕설과 반말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아파트에선 A 씨로부터 이달 8일 해고 통보를 받은 미화원이 다음 날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경비원들은 “관리소장의 서슬 퍼런 칼질에 벌써 두 명의 피해자가 나온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A 씨와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경비원들의 주장에 대한 답변을 거절했다. 앞서 A 씨는 1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갑질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면서 “(근무 교대) 사진을 찍으라고 한 적이 없고 복장 상태와 친절도 등을 평가한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입주민 단체 채팅방에 올린 글에서 “정당한 업무 수행을 하려는데 (일부에서) 악의적 소문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입주민은 “사망자가 나온 만큼 도의적 차원에서라도 그만두는 게 맞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비원 박 씨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박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을 두고 계속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여부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조사 전속권이 있어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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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만의 마라톤 축제, 봄을 깨우다

    《교통통제 협조해주신 시민께 감사드립니다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이 19일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교통 통제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고 대회를 성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서울시, 서울경찰청, 대한육상연맹, 자원봉사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이 4년 만에 다시 ‘마스터스 러너들의 축제’로 열렸다. 40개국 3만1500여 명의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이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에 이르는 42.195km 풀코스를 비롯해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출발한 10km 부문에 참가하면서 ‘봄날의 서울 도심 레이스’를 즐겼다. 풀코스를 2명 또는 4명이 나눠 달리는 릴레이도 함께 열렸다. 세계육상연맹(WA)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이자 세계육상문화유산인 서울마라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지난 3년간 마스터스 부문이 정상 개최되지 못했다. 그 대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앱을 이용해 각자 원하는 코스를 달린 뒤 완주 기록을 온라인에 등록하는 비대면 버추얼 레이스로 진행됐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공식 엠블럼이 새겨진 등번호를 달고 뛰었다. 해외 초청 엘리트 남자 선수들이 출전한 국제 부문에서는 에티오피아의 암듀오르크 와레렝 타디스(24)가 2시간5분27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국제 부문 1∼5위를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휩쓸었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참전국이다. 국내 엘리트 선수 남자부에선 박민호(24·코오롱)가 2시간10분13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케냐 출신 귀화 선수인 오주한(청양군청)을 제외한 한국 선수로는 2011년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9분28초를 찍은 정진혁 이후 가장 좋은 기록이다. 여자부에서는 정다은(26·K-water)이 2시간28분32초로 1위를 했다.“마라톤이 삶의 원동력” 84세부터 10세까지 서울 달렸다 서울마라톤 시민들 참가 열기 엄마 손 잡은 어린이 “10km 완주”외국인 “뛰면서 서울 풍경 감상”안철수-권오갑 등 정재계도 참가 “꼭 완주하고 싶어요!”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운동복을 입은 김태영 군(10)이 어머니 이소희 씨(40)의 손을 꼭 잡은 채 각오를 다졌다. 이날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10km 코스에 참가한 김 군은 “마라톤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지난해 5km 코스를 두 번 달렸다. 완주하면 엄마 아빠에게 ‘포켓몬 카드’를 사달라고 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 군은 이날 1시간 28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4년 만의 도심 축제 즐긴 시민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만에 정상 개최된 이날 대회에는 마스터스(일반인) 부문에 남녀노소 3만15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출발 3시간 전인 오전 6시경부터 풀코스(42.195km) 출발점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는 참가자가 하나둘 모였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2도로 쌀쌀한 편이었지만 모인 이들은 쉴 새 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운을 북돋웠다. 오철환 씨(76)는 “4년 만에 참가하는 이번 대회를 위해 서울 광진구 집에서 경기 고양시까지 뛰며 몸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2011년 동아마라톤을 뛰면서 마라톤을 시작해 고지혈증과 당뇨가 완치됐다”며 “건강과 함께 어떤 어려운 일도 열심히 하면 이뤄낼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고 밝혔다. 최고령 참가자인 이종대 씨(84)는 올림픽공원에서 출발하는 10km 코스에 참가했는데 ‘인생은 60부터, 건강하게 삽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달려 눈길을 끌었다. 이 씨는 “주변에서 나이가 많다며 말리지만 죽기 직전까지 달리고 싶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12km를 뛰며 연습했기 때문에 오늘도 자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1시간 5분 만에 코스를 완주했다.● “K팝 좋아해 K마라톤에 도전”국내 유일의 세계육상연맹 최고 등급(플래티넘 라벨) 대회로 세계 육상 문화유산에도 선정된 만큼 외국인 참가자도 많았다. 자신을 ‘K팝 마니아’로 소개한 태국인 푼자윗 삐띠시리팍 씨(27)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마라톤 10km 코스에 참가하게 됐다. 오늘 뛰면서 둘러볼 도심의 모습이 기대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영국인 티머시 반드카스타르 씨(33)는 “한국인 아내와 두 살 아이의 응원을 받으며 참가했다”며 “서울 풍경이 예쁘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오늘 마라톤 풀코스를 통해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색 복장을 한 러너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마블 캐릭터 ‘아이언맨’ 복장을 한 성기민 씨(35)는 약 40km 지점부터 ‘플로깅’(달리면서 쓰레기 줍는 활동)을 하며 달렸다. 그는 “특이한 복장을 활용해 ‘환경 보호에 힘쓰자’는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마블 캐릭터 ‘헐크’ 복장과 가면을 쓴 안종천 씨(42)는 “같이 달리는 많은 분들께 힘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헐크 코스프레를 결심했다”며 “오늘로 마라톤 대회 출전 150번째인데 4년 동안 코로나19로 뛰지 못했던 한을 풀었다”고 했다. 이날 대회에는 정재계 인사와 연예인 등도 참여했다. 2인 릴레이 코스에 참가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42.195km를 아내와 절반씩 나눠 4시간 55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고 말했다. 이날 10km 코스를 1시간 13분에 완주한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13년 만의 마라톤 도전이라 걱정했지만 달려 보니 15, 20km도 뛸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엔 1시간 안에 들어오고 싶다”고 했다. 배우 박보검과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10km 코스를 45분대에 완주했다.1117회 풀코스 완주 노익장 “2000회가 목표” “죽기 전까지 마라톤 풀코스 완주 2000회를 채우는 게 목표입니다.”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한옥두 전 동아창호 회장(82·사진)은 달리기 전 몸을 풀며 각오를 다졌다. 1980년대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42.195km 풀코스만 1116회 완주한 한 전 회장은 “젊은 시절 앞만 보고 일했는데, 함께 사업을 하던 아들이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 때문에 세상을 떠났고 사업까지 부도가 났다. 정말 살고 싶지 않았다”며 “그때 술독에 빠져 살 뻔한 나에게 마라톤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었다. 마라톤은 내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한 전 회장은 또 “마라톤은 남다른 각오가 없으면 못 뛰는 운동인 만큼 이번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릴 것”이라며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마음껏 뛰고 싶다”고 했다. 이날 한 전 회장은 5시간 30여 분 만에 결승점을 통과하며 1117회 완주를 기록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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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2단계 검증으로 표절 가려낼 것”… 법조계 “대필은 위법”

    자기소개서 작성 등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프로그램 ‘챗GPT’를 활용하는 취업준비생이 늘면서 올 상반기(1∼6월) 공개채용을 진행 중인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6일 여러 기업 인사담당자들에 따르면 기업들은 챗GPT를 활용한 자기소개서를 걸러낼 방법을 찾는 동시에 챗GPT를 사용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먼저 롯데그룹의 경우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통해 자기소개서 표절 여부를 가려낼 방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AI가 1차적으로 표절 등을 판별한 후 인사팀이 검증을 병행하는 2단계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SK C&C의 AI 플랫폼 ‘에이브릴(Aibril)’을 자기소개서 등 서류 심사에 도입해 표절 등을 가려내는 ‘에이브릴 채용 헬퍼’를 시범 운영했다. 다만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채용 과정 심사에서 AI 활용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LG그룹 관계자는 “챗GPT를 과도하게 사용한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처리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채용에서 챗GPT 등을 활용한 자기소개서나 모의 면접 답변을 별도로 판별하지 않을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체 직무적성검사(GSAT)와 면접 등의 채용 절차가 충분히 변별력을 가졌다고 본다”며 “‘GPT 제로’와 같은 챗GPT 사용 판별 프로그램은 따로 활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또 일부 기업은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점을 감안해 지원자들의 실무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다양한 채용 방식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챗GPT를 활용해 작성한 자기소개서 제출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률 전문가들은 “지원자가 거의 작성하지 않고 ‘대필’ 수준으로 AI를 활용한 경우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상 타인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기업이나 학교에 제출할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또는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다만 챗GPT가 써준 내용을 참고하거나, 첨삭을 받은 정도일 경우 위법 여부를 가리기 애매한 게 사실이다.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는 “챗GPT가 쓴 내용을 자신이 쓴 것처럼 그대로 사용하면 대필로 간주돼 공무집행방해나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지만 참고하거나 일부 도움을 받은 정도라면 현행법상 위법 소지가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발전하는 최신 기술을 올바로 사용하기 위해선 기업 등이 먼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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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절반 “챗GPT가 첨삭한 자소서, 유료 업체보다 낫다”

    “이게 정말 챗GPT가 첨삭한 자기소개서라고요? 생각했던 것보다 수준이 높네요.” 잡플래닛 헤드헌터 정구철 씨는 14일 “챗GPT 첨삭이 웬만한 유료 업체보다 내용 측면에서 더 충실한 것 같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최근 상반기(1∼6월) 대기업 공채 시즌을 맞아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프로그램 ‘챗GPT’를 자기소개서 작성 등에 활용하는 취업준비생이 적지 않다. 동아일보는 챗GPT의 자기소개서 첨삭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인사 분야 전문가 4명에게 ‘블라인드 평가’를 의뢰했다. 평가를 위해 동아일보 기자가 대학 졸업생이라고 가정하고 의도적으로 어색하게 쓴 1000자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유료 첨삭 업체와 챗GPT에 각각 첨삭 받았다. 이후 누가 첨삭한 것인지 공개하지 않은 채 전문가 4명의 평가를 받았다. 유료 첨삭 업체는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적인 업체 중에서 골랐다.● 전문가 4명 중 2명 “챗GPT가 유료 업체보다 낫다” 블라인드 평가 결과 전문가 2명은 “챗GPT의 첨삭이 더 낫다”고 평가했다. 1명은 유료 첨삭 업체가 더 낫다고 했고 나머지 1명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씨는 “유료 업체가 첨삭한 자기소개서는 단순 나열식으로 내용을 전개했는데 챗GPT가 첨삭한 자기소개서는 논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내용을 잘 정리했다”며 “유료 업체가 5점 만점에 2.5점이라면 챗GPT 첨삭본은 4점”이라고 했다. 대기업 채용담당자 출신으로 현재 유튜브 채널 ‘입시취업연구소’를 운영하는 조민혁 씨는 “챗GPT가 뛰어나게 첨삭을 잘한 건 아니다”면서도 “어색한 표현이 적고, 들어가야 할 내용을 잘 선택했다는 점에서 유료 업체보다 챗GPT 첨삭 내용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챗GPT와 유료 업체의 첨삭 수준이 비슷하다고 답한 유튜브 채널 '하유의 취업뚝딱'을 운영하는 하유진 씨는 “두 버전 모두 자기 어필에 서투른 취업준비생이 쓴 느낌”이라고 했다. 취업 관련 유튜브 채널 ‘캐치’의 크리에이터 철수 씨는 “유료 업체 첨삭본이 두괄식으로 구성돼 읽기 편하고 내용도 더 논리적이었다”고 말했다.● 챗GPT, 8분 만에 첨삭 완료 기자가 체험해 보니 챗GPT를 통해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는 과정은 간단했다. 구체적인 질문을 몇 차례 반복 입력하며 요청하자 챗GPT가 원본보다 풍성한 내용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금세 만들어줬다. 먼저 전문가 블라인드 평가를 위해 A사 공채에 지원한다고 가정하고 기자가 자기소개서 일부 문항에 대한 답을 일부러 부실하게 작성했다. 이어 작성 내용을 입력하고 챗GPT에 “지원 동기 문항에 대한 부분을 첨삭해 달라”고 부탁하자 커서를 깜빡이던 챗GPT는 몇 초 지나지 않아 답을 내놨다.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자랑이 많은데, A사에서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언급해 주는 게 좋겠습니다.” 조언에 그치지 않고 “A사에서 고객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문장을 스스로 추가했다. 작성자가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요구해 보완할 수도 있다. 챗GPT에 ‘초등학교 시절 반장과 부반장을 지내며 리더십을 배웠다’라고 입력한 뒤 “리더십을 발휘한 구체적인 경험을 넣어달라”고 했다. 챗GPT는 “학교에서 진행한 체육대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반을 대표하는 체조대회를 준비해야 했는데 당시 반장으로서 반의 대표자를 선발하고, 다른 학생들의 열정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했다”며 실제로는 있지도 않았던 경험을 그럴듯하게 서술했다. 시간은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글의 방향을 여러 차례 바꾸며 구체적으로 요청을 이어가자 기자가 봐도 나쁘지 않은 자기소개서가 완성됐다. 챗GPT가 4차례 수정 요청을 반영해 1000자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만들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8분에 불과했다.● 챗GPT 첨삭 능력 평가는 엇갈려 전문가들은 챗GPT가 표현을 다듬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내용까지 넣어 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과거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여겼던 일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 정 씨는 챗GPT가 첨삭 과정에서 원문에 없던 문장을 새로 추가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유료 업체가 첨삭한 자기소개서에는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자랑만 있고 그 역량이 기업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며 “그에 비해 챗GPT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부분을 보완한 거라 놀라웠다”고 말했다. 조 씨도 “자기소개서 초안에 댄스 동아리 경험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런 단편적 경험은 깊은 인상을 주기 어려워 차라리 안 쓰는 게 낫다”며 “이 부분을 챗GPT가 삭제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했다. 다만 챗GPT의 첨삭이 전문가 수준을 따라오려면 여전히 멀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 씨는 “챗GPT는 어떻게 해야 지원자만의 강점을 부각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에 특히 미숙한 면모를 보였다”고 했다. 철수 씨도 “챗GPT가 쓴 문장 중 ‘제품과 시장 동향에 대해 공부했다’는 부분은 구체적으로 뭘 공부했는지 설명하지 않아 자기소개서 내용으로는 부족하다”며 “챗GPT에 첨삭을 100% 의존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챗GPT의 첨삭 능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은 전문가들도 챗GPT를 활용하면 자기소개서를 더 손쉽게 쓸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철수 씨는 “A사의 역사, 강점, 시장 현황 등의 정보를 얻기에는 유용한 도구”라고 했다. 하 씨도 “직접 챗GPT로 실험해보니 글자 수를 늘려 달라는 정도의 요구는 쉽고 간편하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취준생 “무료인 데다 결과도 만족스러워” 챗GPT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첨삭 받은 취업준비생들은 대체로 결과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취업준비생 손모 씨(26)는 “그동안 자기소개서 하나 쓰는 데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넘게 걸렸는데 챗GPT를 활용하니 하루도 안 돼 수준 높은 자기소개서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장 큰 장점은 사용료가 무료라는 것이다. 유료 업체의 첨삭 비용은 많게는 건당 수십만 원에 달한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위해 첨삭을 맡긴 업체도 3문항 1000자 분량에 약 8만 원을 요구했다. 지난해 자기소개서 1개당 20만 원을 주고 유료 첨삭을 받았다는 취업준비생 김은영 씨(24)는 “비용 부담 때문에 올해부터 챗GPT를 이용하기로 했다”며 “학원비, 각종 자격증 시험비 등 안 그래도 돈 들어가는 곳이 많은데 첨삭 비용이라도 줄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외국계 회사 취업을 준비 중인 한모 씨(26)도 “업체에 맡기면 A4용지 1장당 첨삭 비용이 10만 원이라 공채 시즌마다 수십만 원을 내야 했다”며 “챗GPT에는 수십 장도 부담 없이 맡길 수 있어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챗GPT를 활용해 쓴 자기소개서를 제출해 최종 합격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모 씨(27)는 챗GPT를 활용해 쓴 자기소개서를 제출해 지난달 24일 경기 수원시의 한 중소기업 회계 직군에 합격했다. 이 씨는 “첫 출근 후 부장님과 만난 자리에서 ‘자기소개서가 인상적이어서 뽑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적으로 챗GPT에 의존하기보다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직 개발 단계인 챗GPT가 오답을 내놓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영어를 기반으로 개발된 챗GPT의 한국어 능력이 아직 완전치 않다 보니 기자의 눈에도 어색한 표현이 여럿 발견되기도 했다. 하 씨는 “챗GPT의 답변이 번역체 문장인 경우가 많다 보니 어색하지 않은지 살피면서 자연스럽게 바꾸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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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산에 어린이집 줄폐업… 해고 보육교사들 “알바로 생계”

    “당장 생활비 마련할 방법이 없어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어요.” 광주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던 전모 씨(55)는 지난달 5년 넘게 일하던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전 씨는 “20년 가까이 보육교사로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없어지니 앞이 깜깜했다”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대학 졸업 후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출산 여파로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늘면서 일자리를 잃는 보육교사도 증가하고 있다. 다른 어린이집으로 이직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보니 아예 다른 업종으로 전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여서 보육교사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미래 없어” 어린이집 떠나는 보육교사들경기 구리시에서 보육교사로 15년 가까이 일했던 이모 씨(39)는 최근 3년간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해고된 뒤 간호조무사 자격증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이 씨는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아이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전망이 어둡다고 생각했다”며 “해고 위험이 작은 직업을 새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10년 넘게 보육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지혜 씨(38)는 올 초부터 휴일마다 웹디자인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주변에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린이집을 떠나는 걸 보면서 더 늦기 전에 살길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디자인 업종에서 직장을 구할 수 있게 되면 어린이집을 그만두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털어놨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들은 매년 원생 수가 줄어 보육교사 인원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고양시에서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원생 수가 지난해 19명에서 올해는 13명으로 줄면서 3개 반을 없애고 보육교사 3명을 내보냈다”며 “3개월째 적자를 면하지 못하면서 내 월급도 못 가져가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어린이집 4년 만에 20% 넘게 줄어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 수는 2018년 3만9171곳에서 지난해 3만923곳으로 4년 만에 8248곳(21.1%) 줄었다. 2001년부터 꾸준히 늘던 보육교사 수도 2018년부터 줄기 시작해 같은 기간 8700여 명 감소했다. 특히 아파트 단지나 주택 밀집지역에 있는 가정어린이집 중에 문을 닫는 곳이 많다. 거주지와 가깝다는 장점 덕분에 수요가 꾸준했지만 규모가 작다 보니 몇 명만 줄어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이다. 가정어린이집은 2018년 1만8651곳에서 지난해 1만2109곳으로 35.1%나 줄었다. 한국보육교직원총연합회 배창경 대표는 “교사당 아동 수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등 보육환경과 교사 처우를 개선하면 해고를 줄일 수 있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육교사를 양성해 온 만큼 줄 잇는 해고 사태를 더 이상 방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어린이집 폐원 후 새 어린이집을 찾는 아동 지원에 집중해 왔다”며 “해고된 보육교사들이 전국 130여 곳에 있는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다른 어린이집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돕는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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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내려놓으시라”…이재명 前비서실장, 눈물 속 비공개 발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고 전형수 씨(64)의 발인이 11일 경기 성남시 성남시립의료원에서 엄수됐다. 전 씨는 9일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50분경 전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성남시립의료원 장례식장에서는 유족들의 눈물 속에서 전 씨의 발인이 진행됐다. 전날 부검을 원치 않는다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검찰이 부검 영장을 기각하면서 전씨의 발인식은 예정대로 이날 진행됐다. 다만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장례식장 내부에서 비공개로 이뤄졌다. 발인을 마친 후 스무 명 가량의 유족들은 전 씨의 영정 사진을 든 상주를 침통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전 씨의 부인과 두 며느리는 시신이 운구차에 실리는 동안 계속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운구차량 문이 닫힌 후에도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한동안 걸음을 떼지 못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전 씨의 부인은 운구차에 탑승한 후에도 얼굴을 손에 파묻고 한참을 흐느꼈다. 오전 8시경 장례식장을 떠난 차량은 화장을 마친 뒤 오전 11시 반경 장지 용인 아너스톤으로 이동했다. 이날 발인식과 화장장에는 유족 외에 정치권이나 경기도 성남시 관련 인사들은 일절 참석하지 않았다. 전 씨는 9일 오후 6시 44분경 외출에서 돌아온 전 씨의 아내로부터 현관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관들에 의해 오후 7시 반경 발견됐다. 전 씨의 유족 한 명은 10일 저녁 장례식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명절에 만나뵐 때마다 주변에 베풀기 좋아하는 분이었는데 정말 안타깝다“며 “유서에 쓰여 있는 ‘이재명 대표 이제 정치를 그만하라‘는 말은 이재명 대표를 위해서, 이제는 그만 두고 쉬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족은 “‘정치 내려놓으라’는 말은 ‘정치질을 그만 하라’는 의미였다”며 “평소에 그런 얘기를 우리에게도 조금씩 했다”고 말했다. 전 씨의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밝힌 A 씨는 “지난해 12월 말에 만났을 때만 해도 평소와 다르다거나 하는 낌새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성남=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성남=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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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너’ 출신 가수 남태현 만취운전… 택시 파손도

    아이돌그룹 출신 가수 남태현 씨(30)가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서울 강남경찰서는 8일 오전 3시 20분경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남 씨를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남 씨는 도로변에 차를 주차한 상태에서 운전석 문을 열다가 옆을 지나가던 택시를 충격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택시의 사이드미러가 파손됐다고 한다. 남 씨는 택시 기사에게 수리비를 지불하고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남 씨의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0.114%가 나왔다고 한다. 경찰은 남 씨를 경찰서로 임의동행해 조사하려 했지만, 남 씨가 횡설수설하는 등 정확한 진술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어서 일단 집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남 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조만간 그를 다시 불러 음주운전 경위와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물을 예정이다. 아이돌그룹 ‘위너’ 멤버로 2014년 데뷔한 남 씨는 그룹을 탈퇴하고 밴드를 결성해 활동해왔다. 지난해엔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기도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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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는 마스크 벗고 봄 나들이 가요”… 전국 봄꽃 축제 일정 나왔다

    “이번 달 말에 부모님 모시고 남자친구랑 같이 신안으로 꽃놀이 가려고요.”광주 북구에 사는 서도희 씨(28·여)는 “작년에도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축제가 취소돼 못 갔다”며 “올해 다시 열린다고 해서 오랜만에 나들이를 가려고 한다”며 활짝 웃었다. 전남 신안군에서는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신안 선도 수선화축제’가 열릴 예정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자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노마스크 봄꽃 축제’ 개최를 앞두고 있다. 시민들은 “마스크 없이 봄나들이를 가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일찍부터 기대감을 드러냈다.특히 평년보다 오른 기온에 3월 초부터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며 지방자치단체들은 일찍부터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에 나서고 있다. 8일 전국 아침 기온은 0도~영상 13도로 작년 이맘때 기온(영하 4도~영상 4도)을 크게 웃돌았다. 부산시는 8일 ‘봄꽃지도’를 제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식 계정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봄꽃지도에서는 부산에서 열리는 봄꽃 축제 일정과 봄꽃을 볼 수 있는 주요 명소를 확인할 수 있다. 부산 금정구에서 26일 열리는 벚꽃축제로 시작해, 4월 8일 개최되는 낙동강 유채꽃 축제 등을 망라하는 일정이 포함돼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라진 개화 시즌을 4년 만에 맞아 봄꽃 축제 시기와 장소, 인근 관광지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전남 광양에서도 10일부터 시작되는 광양 매화 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8일 현재 광양시의 매화 개화율은 약 40% 정도다. 광양시 관계자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축제를 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례 산수유꽃축제도 이번달 11일부터 시작된다. 구례군청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5일 정도 꽃 소식이 빠르다”며 벌써 개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축제인 ‘여의도 벚꽃축제’도 다음달 4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여의도 벚꽃길을 개방하긴 했지만 공식 축제는 열지 않아 4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방역 조치를 해제하고 시민들이 마음껏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의도 벚꽃축제를 다시 맞이한 시민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김혜연 씨(28·여)는 “코로나19 전까진 매년 여의도 벚꽃 축제를 찾았다”라며 “마침 올해 취업에 성공했는데 벚꽃 축제까지 열린다고 하니 선물 받는 마음으로 가서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봄꽃 축제 소식이 이어지면서 이 기간 동안 나들이를 가기 위해 고속철도(KTX)와 수서고속철도(SRT) 예매에 나서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일부터 3월 6일까지 주말 하루 평균 13만1000명이 KTX를 이용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23만6000명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코레일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는 주말 표를 구하기가 전혀 어렵지 않았는데 올해는 매주 매진되고 있다”며 “주말마다 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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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딩 척척’ 초중고생, 문서작성은 ‘쩔쩔’

    “우리 애가 코딩은 할 줄 아는데 한컴오피스나 MS오피스로 문서를 작성할 줄은 모르더라고요.” 5일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현수 씨(42)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학교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한컴오피스 사용법을 물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라 한컴오피스를 못 쓸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당장 숙제를 못 해갈 정도라 학원이라도 보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2000년대에 태어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전자기기 사용에 익숙한 초중고교생 중에 정작 문서 작성 프로그램 사용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딩 세대’의 역설적인 모습이다.● 코딩은 능숙, 문서 작업은 쩔쩔경기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으로 재직 중인 정모 씨는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숙제를 냈더니 한 학생이 컴퓨터 메모장으로 작성한 내용을 카카오톡으로 보냈다”며 “이유를 물어보니 ‘한글로 작성해 낸 게 맞지 않느냐’고 되물어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한글 프로그램’을 ‘한글’로 받아들인 것이다. 정 씨는 “새 학기에는 먼저 한컴오피스 사용법을 숙지시킨 후 과제를 내줘야 할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안양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해 6학년 담임교사를 맡았던 김모 씨는 “MS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발표 자료를 준비해 오라고 했더니 일부 학생이 종이에 사인펜과 색연필로 내용을 적어 와 당황했다”며 “영상 제작이나 코딩을 척척 해치우는 학생들이 기본적 문서 작업을 못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학생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는 능숙하게 사용하는데 오히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PC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PC 바탕화면에 새 폴더 만들기, 인터넷 브라우저 사용 등 기초적인 사용법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컴퓨터 활용 교육 늘려야”‘코딩 열풍’이 불면서 한컴오피스와 MS오피스 활용 능력시험(ITQ) 청소년 응시자 수도 급감하는 추세다. 2018년 22만2268명에 달했던 20세 미만 응시자 수는 지난해 13만6536명으로 40%가량 줄었다. 이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코딩 자격시험으로 응시자가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학과 회사, 공공기관 등에선 여전히 한컴오피스와 MS오피스를 이용해 보고서 등을 작성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 중에선 최근 문서 작성을 가르치는 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는 김현영 씨(39·여)는 “최근 중학교 1학년 자녀와 컴퓨터 문서 작성 학원 상담을 받고 왔다”며 “지금이라도 가르치지 않으면 성인이 된 후에도 제대로 문서를 작성하지 못할까 싶어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관련 학원을 운영하는 A 원장도 “최근 학부모 문의가 많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문서작업반을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을 가르치는 교육 과정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2008년 정규 교육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능력 교육이 사라지고 지금은 코딩 등 소프트웨어 기초 소양을 중심으로 가르치게 돼 있다”며 “방과 후 과정에서 컴퓨터 활용 능력에 대한 교육 수요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해 관련 교육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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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독립 위한 마음은 하나”… 이승만-김구 후손 ‘3·1절 화합’

    “독립을 위한 마음은 하나였잖아요.”(이승만 전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 여사) “3·1운동은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한목소리를 낸 작품 아닙니까.”(김구 선생의 손자 김진 전 광복회장 직무대행) 제104주년 3·1절인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104년 전 수천 명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조선 독립 만세’를 외쳤던 그곳에서 조혜자 여사(81)와 김진 전 직무대행(74)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했지만 광복 후 의견 차이로 갈라섰던 정치적 라이벌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의 후손이 독립운동 정신 계승이란 대의 앞에서 화해와 통합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독립운동 정신 되새기길” 입 모은 두 사람 서울 종로구는 이날 탑골공원에서 ‘104주년 3·1운동 기념식 및 탑골공원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조 여사와 김 전 직무대행은 범국민추진위 발기인을 맡은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의 초대를 받아 행사에 ‘특별 손님’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전 원장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상아빛 한복을 차려입은 조 여사는 “시아버님도 김구 선생도 독립을 향한 마음은 똑같았다”며 인사를 건넸다. 검은색 외투를 입은 김 전 직무대행도 “독립운동 정신을 생각하면 후손으로서 이곳에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행사 내내 제일 앞줄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행사를 지켜봤다. 조 여사는 시아버지와 김구 선생의 생전 관계를 회상하며 “김구 선생이 아버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잘 따르셨다”고 기억했다. 김구 선생 순국(1949년) 이후 태어난 김 전 직무대행은 “할아버지를 직접 뵙진 못했다”면서도 “집안 어른들로부터 조부와 이승만 전 대통령이 광복 후 노선을 달리 했지만 광복 전에는 독립이란 하나의 목표 아래 헌신하셨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정치권과 국민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조 여사는 “종교와 이념을 떠나 뭉쳤던 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면 좋겠다”며 “우리나라도 서로 뭉쳐 분열되지 않고 여러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직무대행도 “너무 과격하게 충돌하다 보면 더 큰 길과 목표를 잃을 수 있다”며 “여야도 우리처럼 화합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둘의 만남을 주선한 이 전 원장은 “김구와 이승만,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라 불리는 두 분의 후손들이 만난 것 자체가 통합의 상징”이라며 “요즘 정치권에서 보이는 대립과 갈등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 두 분의 만남이 계기가 돼 정치권의 화합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3·1운동 발생지 탑골공원을 성역으로” 이날 기념식은 3·1운동이 시작된 탑골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은 서울 종로구 요릿집인 태화관에 모여 독립선언식을 했는데, 그 직후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독립선언문이 낭독, 배포되면서 3·1운동에 불이 붙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민족정신과 역사성을 투영한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을 통해 시민에게 열린 공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태우 채널A 기자}

    •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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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정치 라이벌’ 김구-이승만 후손 만남 “독립운동 정신 되새기길”

    “독립을 위한 마음은 하나였잖아요.”(이승만 전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 여사) “3·1운동은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낸 작품 아닙니까.” (김구 선생의 손자 김진 전 광복회장 직무대행) 제104주년 3·1절인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104년 전 수천 명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조선 독립 만세’를 외쳤던 그 곳에서 조 여사(81)와 김 전 직무대행(74)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 독립 운동에 헌신했지만 광복 후 의견 차이로 갈라섰던 정치적 라이벌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의 후손이 독립운동 정신 계승이란 대의 앞에서 화해와 통합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독립운동 정신 되새기길” 입 모은 두 사람 서울 종로구는 이날 탑골공원에서 ‘104주년 3·1운동 기념식 및 탑골공원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조 여사와 김 전 직무대행은 범국민추진위 발기인 대표를 맡은 이종찬 전 국장원장의 초대를 받아 행사에 발기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전 원장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상아빛 한복을 차려 입은 조 여사는 “시아버님도 김구 선생도 독립을 향한 마음은 똑같았다”며 인사를 건넸다. 검은색 외투를 입은 김 전 직무대행도 “독립운동 정신을 생각하면 후손으로서 이곳에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행사 내내 제일 앞줄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행사를 지켜봤다. 조 여사는 시아버지와 김구 선생의 생전 관계를 회상하며 “김구 선생이 아버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잘 따르셨다”고 기억했다. 김구 선생 순국(1949년) 이후 태어난 김 전 직무대행은 “할아버지를 직접 뵙진 못했다”면서도 “집안 어른들로부터 조부와 이승만 전 대통령이 광복 후 노선을 달리 했지만, 광복 전에는 독립이란 하나의 목표 아래 헌신하셨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정치권과 국민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조 여사는 “종교와 이념을 떠나 뭉쳤던 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면 좋겠다”며 “우리나라도 서로 뭉쳐 분열되지 않고 여러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직무대행도 “너무 과격하게 충돌하다 보면 더 큰 길과 목표를 잃을 수 있다”며 “여야도 우리처럼 화합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둘의 만남을 주선한 이 전 원장은 “김구와 이승만,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라 불리는 두 분의 후손들이 만난 것 자체가 통합의 상징”이라며 “요즘 정치권에서 보이는 대립과 갈등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 두 분의 만남이 계기가 돼 정치권의 화합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3·1운동 발생지 탑골공원을 성역으로” 이날 기념식은 3·1운동이 시작된 탑골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은 서울 종로구 요릿집인 태화관에 모여 독립선언식을 했는데, 그 직후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독립선언문이 낭독 배포되면서 3·1운동에 불이 붙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민족정신과 역사성을 투영한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을 통해 시민에게 열린 공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최미송기자 cms@donga.com김태우 채널A 기자}

    •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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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3·1절 특수 기대하기 어려워”…빛바래가는 ‘휘장골목’

    “10여 년만 해도 하루에 100장까지도 팔았어요. 오늘은 딱 한 장 나갔네요.” 서울 종로구 관수동 일대 이른바 ‘휘장골목’에서 45년째 태극기를 판매해왔다는 지광남 씨(78)는 27일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이젠 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어 앞으로 3·1절 특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한산한 골목길을 가리켰다.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뒤편에 있는 휘장골목은 1950년대부터 태극기 도소매 업체가 모여있는 상가 거리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관수동 일대에는 상패나 명패, 트로피 등 각종 휘장을 제작해 판매하는 업체들이 몰려 있었다. 이곳 상인들은 “서울에서 열린 1986 아시안게임과 1988 올림픽을 치르면서 한국의 휘장산업이 수준급에 올랐다”며 “2002년 월드컵 때까지만 해도 태극기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3·1절을 이틀 앞둔 휘장골목엔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골목 초입부터 30m 넘게 줄지어 있는 가게 5곳은 폐업한 채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가게 안 태극기들은 색깔이 누렇게 변해있었다. 이곳 상인들에 따르면 20여 년 전 휘장골목에는 한때 가게가 100여 개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60여 곳으로 줄었고 상인들도 150명 남짓해 한창때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태극기를 팔던 곳도 휘장골목에 10곳 넘게 있었지만 현재는 2, 3곳만 남았다. 상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변 상권이 무너져 휘장골목에서 활기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휘장골목에서 30년째 태극기를 판매해온 김모 씨(73)는 “태극기 상권으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었는데 이젠 태극기를 파는 가게를 한 손에 꼽을 지경”이라며 “5, 6년 전부터 일대에 모텔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상권 자체가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수십 년 동안 태극기를 팔았던 가게들은 대부분 폐업하거나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 지역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극기를 팔던 가게들은 값싼 중국산 태극기가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가격 경쟁에서도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 씨는 “공공기관에서조차 최저가 입찰로 값싼 중국산 태극기를 납품받기 시작해 국산 공장들이 다 폐업했다”며 “건곤감리도 제대로 박혀 있지 않은 중국산 태극기에 국산 태극기가 밀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상인들은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서 각종 집회가 이어지고 있지만 태극기 수요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30년 동안 태극기를 판매해 온 김모 씨(53·여)는 “태극기 집회가 한창일 때 잠깐 찾는 분들도 있었다”면서도 “오히려 보수 성향의 집회로 인식되면서 태극기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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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시간 끌어야” 법정다툼으로 가는 학폭… 2차피해 우려도

    “피해 학생에게 조금이라도 과실이 있다면 먼저 고소하는 걸 추천합니다. 학교폭력 사건에선 선제적으로 법적 절차를 밟으면 피해자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A 변호사) 27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학교폭력 변호 전담’ 변호사에게 “가해 학생으로 신고됐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묻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이 변호사는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으니 피해 학생이나 그 부모에게는 따로 연락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직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57)가 검사 시절 학교폭력을 저지른 아들의 강제 전학 조치를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낸 것을 두고 교육 현장에선 “드문 일이 아니다”라는 분위기다. 최근 ‘학교폭력 전담팀’을 꾸린 로펌 등이 교육청 징계 조치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이나 불복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두고 “법률적 조언을 듣는 건 당연한 권리”란 의견도 나온다.● “시간 끌면 기록 안 남아” 꼼수 조언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징계를 결정했을 때 가해 학생 측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면 로펌이나 변호사를 동원해 일단 처분을 늦추는 게 관례처럼 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문의한 한 변호사는 “유능한 변호사라면 소송을 1년 정도 끌어 (학교폭력 관련 처분이) 입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만든다”며 “그렇지 않으면 학교폭력 조치 처분 중 4호(사회봉사) 미만은 졸업과 동시에 생활기록부에서 삭제되기 때문에 3호(학교봉사) 이하 처분이 나올 수 있도록 법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했다. 다른 변호사도 “지난해 3월 초등학교 5학년 학부모로부터 의뢰를 받고 학교폭력 처분에 집행정지를 신청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걸 막았다”며 “기록에 남기지 않고 졸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제는 징계 처분이 지연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고, 2차 가해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학교폭력 피해를 본 뒤 행정소송까지 당했던 박모 씨(22)는 “소송이 진행되면서 가해자와 계속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정신적 괴로움이 컸다”고 했다. 정 변호사의 경우에도 아들 전학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 등을 진행하면서 계속 한 공간에 있는 걸 못 견딘 피해 학생이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이 판결문에 적시돼 있다.● 학폭 전문 변호사 4배로 늘어 학교폭력이 법정으로 가는 사례가 늘면서 서울행정법원은 이달 학교폭력 사건 전담 재판부를 신설했다. 또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전문 분야로 등록한 변호사는 현재 17명으로 2019년 4명에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를 두고 교사들 사이에선 “법정 다툼이 일상화될 경우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가 힘들어지고 가해 학생의 반성과 피해 학생의 회복에도 지장이 생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법적 조언을 받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률사무소 사월의 노윤호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간혹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린 학생도 분명히 있다. 이들을 돕는 것도 변호사의 역할”이라며 “법적 조력을 통해 가해 학생에게 잘못한 부분을 알려주고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했다. 법무법인 오현 나현경 변호사는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가 가해 학생만 돕는 건 아니다. 너무 낮은 징계 처분이 나왔을 때 피해 학생을 대리해 불복 소송을 제기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태우 채널A 기자최재원 채널A 기자}

    •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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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함정 도입 특혜 의혹’ 해경 본청 압수수색

    해양경찰청이 새 경비함정을 도입하면서 특정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4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해경 본청에 수사관들을 보내 해경청장실과 차장실, 장비기획과 등에서 경비함정 도입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자유대한호국단은 지난해 12월 “해경 장비 도입 과정에 특혜 비리가 의심된다”고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사건을 경찰로 넘겼다.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는 2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경이 서해 전력증강 사업의 일환으로 3000t급 대형 함정을 도입하면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건조비는 더 들어가면서도 기존보다 현저히 낮은 사양의 함정을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해경은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란 입장을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 20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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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23년만에 모교 이대 교수로

    전신 화상의 아픔을 딛고 ‘희망 전도사’로 활동해온 이지선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45·사진)가 사고로 떠나온 모교 이화여대 강단에 서게 됐다. 이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월 1일부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일하게 됐다”며 “스물셋에 사고를 만나고 떠나게 된 이화에 23년 만에 교수로 돌아왔다. 모교에서 가르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4학년이던 2000년 7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차를 타고 집에 가던 중 음주 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로 전신 55%에 화상을 입었다. 30번 넘는 대수술을 받아 목숨은 건졌지만 안면장애와 지체장애 1급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귀국해 2017년부터 한동대 교단에 섰다. 2010년에는 자전적 에세이 ‘지선아 사랑해’를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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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수본부장’ 정순신 아들 학폭 가해 논란…“죄송스럽게 생각”

    경찰의 수사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2대 본부장으로 24일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57·사진)의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으로 전학 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7년 기숙사 생활을 하는 유명 사립고에 입학한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 씨는 동급생 A 씨에 대해 1년 가까이 폭언을 하는 등 괴롭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 씨가 이 같은 사실을 학교 측에 신고하며 조사가 시작됐다. 피해자 A 씨는 학교 폭력으로 인한 공황 증세를 보이다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한다. 결국 학교 측은 학교폭력위원회를 열고 이듬해 3월 정 씨에 대해 전학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정 씨 측은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등을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동기가 대리인을 맡아 전학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진행했는데 1심과 2심, 대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정 씨는 결국 2019년 2월 전학 조치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후보자 심사 및 추천 과정에서 해당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시 변호사를 통해 서로 합의했고 이후 진행한 소송은 절차에 따라 선임한 변호사가 알아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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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이대 교수로 컴백…사고 23년만에 모교로

    전신 화상의 아픔을 딛고 ‘희망 전도사’로 활동해온 이지선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45)가 사고로 떠난 모교 이화여대 강단에 서게 됐다. 이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월 1일부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일하게 됐다”며 “스물셋에 사고를 만나고 떠나게 된 이화에 23년 만에 교수로 돌아왔다. 모교에서 가르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4학년이던 2000년 7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차를 타고 집에 가던 중 음주 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로 전신 55%에 화상을 입었다. 30번 넘는 대수술을 받아 목숨은 건졌지만 안면장애와 지체장애 1급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귀국해 2017년부터 한동대 교단에 섰다.2010년에는 자전적 에세이 ‘지선아 사랑해’를 펴내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교였던 이화여대로 돌아갈 수 있어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 열심히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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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만 “카카오에 신주 배정 위법”… SM “경영상 필요, 문제없다”

    “경영권을 노린 위법한 주식 취득을 마치 군사작전처럼 진행했다.”(이수만 측) “통행세와 다름없는 사익 수취 구조를 바꾸려는 것이다.”(경영진 측)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분쟁을 둘러싸고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현 에스엠 경영진 사이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졌다. 22일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김유성)는 오전 10시 반부터 이 전 총괄이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을 진행했다. 이 전 총괄은 7일 현 경영진이 카카오에 신주 1119억 원 규모와 전환사채 1052억 원 상당을 발행하기로 하자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적 대응에 나서는 동시에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카카오에 부여되는 신주와 전환사채를 지분으로 환산하면 9.05%로 2대 주주에 해당한다.● “위법한 주식 취득” vs “불가피한 선택” 최대 쟁점은 제3자(카카오)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다. 현재 상법상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이 전 총괄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상법에서 인정하는 예외 상황이 아니다. 최대 주주를 몰아내거나 지배권을 약화하기 위한 (경영진의) 제3자 신주 배정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 경영진이 기존 주주를 배제한 채 카카오 등과 결탁해 기존 지배구조를 변경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이수만이 나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쟁점을 흐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 경영진 측은 “사업 확장과 자금 조달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정당하게 발행하는 것인데 경영권 분쟁 프레임을 부당하게 씌우고 있다”고 맞섰다. 현 경영진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광장은 “통행세나 다름없는 비정상적 1인 프로듀싱 체제로 이 전 총괄은 상당한 영업이익을 사익으로 취해 왔다”며 “비정상적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적 공방 첫날, 하이브는 에스엠 최대주주로 이 전 총괄 측은 신주 발행 과정과 카카오의 참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전 총괄 측은 “설날에 갑자기 이사회를 열었고 3주도 안 되는 기간에 에스엠의 미래를 결정할 계획을 마치 군사작전처럼 전격 발표했다”며 “졸속으로 점철된 의사 결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경영진은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향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인수하게 하려는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현 경영진 측은 “이 전 총괄도 회사 경영 개선에 동참하는 입장이었는데 갑자기 비정상적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입장을 바꿨다”며 “(카카오와의 제휴는) 성장 한계에 봉착한 회사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맞받았다. 또 “카카오는 글로벌 유통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으로 유통과 생산을 동시에 해결해주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이 (신주 및 전환사채 대금) 납입기일”이라며 “28일까지 추가로 제출된 자료까지 확인한 뒤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28일 이후 나오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에스엠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하이브는 당초 다음 달 6일 이 전 총괄의 지분 14.8%를 취득할 예정이었지만 예정보다 12일 앞당겨 22일 거래를 마무리하고 에스엠 최대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인수대금은 4228억 원이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임직원과 주주 등에게 e메일을 보내 “하이브와 에스엠이 힘을 합쳐 세계 3대 메이저 음악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의 기업을 만들자”고 강조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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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만 “카카오에 신주 배분 위법” vs SM “경영상 필요, 정당한 발행”

    “경영권을 노린 위법한 주식 취득을 마치 군사작전처럼 진행했다.” (이수만 측) “통행세와 다름없는 사익수취 구조를 바꾸려는 것이다.” (경영진 측)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분쟁을 둘러싸고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현 에스엠 경영진 사이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졌다. 22일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김유성)는 오전 10시 반부터 이 전 총괄이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을 진행했다. 이 전 총괄은 7일 현 경영진이 카카오에게 신주 1119억 원 규모와 전환사채 1052억 원 상당을 발행하기로 하자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적 대응에 나서는 동시에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카카오에 부여되는 신주와 전환사채를 지분으로 환산하면 9.05%로 2대 주주에 해당한다.● “위법한 주식 취득” VS “불가피한 선택” 최대 쟁점은 제3자(카카오)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다. 현재 상법상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이 전 총괄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상법에서 인정하는 예외 상황이 아니다. 최대 주주를 몰아내거나 지배권을 약화하기 위한 (경영진의) 제3자 신주 배정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 경영진이 기존 주주를 배재한 채 카카오 등과 결탁해 기존 지배구조를 변경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이수만이 나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쟁점을 흐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 경영진 측은 “사업 확장과 자금 조달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정당하게 발행하는 것인데 경영권 분쟁 프레임을 부당하게 씌우고 있다”고 맞섰다. 현 경영진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광장은 “통행세나 다름없는 비정상적 1인 프로듀싱 체제로 이 전 총괄은 상당한 영업이익을 사익으로 취해왔다”며 “비정상적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적 공방 첫 날, 하이브는 에스엠 최대주주로 이 총괄 측은 신주 발행 과정과 카카오의 참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전 총괄 측은 “설날에 갑자기 이사회를 열었고 3주도 안 되는 기간에 에스엠의 미래를 결정할 계획을 마치 군사작전처럼 전격 발표했다”며 “졸속으로 점철된 의사 결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경영진은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향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인수하게 하려는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현 경영진 측은 “이 전 총괄도 회사 경영 개선에 동참하는 입장이었는데 갑자기 비정상적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입장을 바꿨다”며 “(카카오와의 제휴는) 성장 한계에 봉착한 회사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맞받았다. 또 “카카오는 글로벌 유통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으로 유통과 생산을 동시에 해결해주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다음달 6일이 (신주 및 전환사채 대금) 납입기일”이라며 “28일까지 추가로 제출된 자료까지 확인한 뒤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28일 이후 나오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에스엠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한편 하이브는 당초 다음달 6일 이 전 총괄의 지분 14.8%를 취득할 예정이었지만 예정보다 12일 앞당겨 22일 거래를 마무리하고 에스엠 최대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인수대금은 4228억 원이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임직원과 주주 등에게 e메일을 보내 “하이브와 에스엠이 힘을 합쳐 세계 3대 메이저 음악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의 기업을 만들자”고 강조했다.최미송기자 cms@donga.com김기윤기자 pep@donga.com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

    •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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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시간 걸리던 데이터 업무 1분만에”… 챗GPT 활용하는 직장인들

    “사람 10명이 할 일을 ‘챗GPT’ 혼자 하는 수준입니다.” 25년 차 개발자인 김용선 씨(49)는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를 활용해 업무 기간을 단축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코딩을 위한 프로그래밍 연산 공식을 구하려고 한 달 넘게 구글링(구글 검색)만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챗GPT에 요구하니 1분도 안 돼 답을 내놓는다”며 “20년 넘는 경력을 가진 나도 멘토처럼 모시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직장인 사이에서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프로그램 코딩뿐만 아니라 영문서 작성 등 여러 방면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사실이 입소문 나면서 유튜브 등에선 활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도 인기를 끌고 있다.● “5시간 걸릴 일이 1분 만에 끝나”챗GPT를 활용해본 이들은 “단순노동이 필요한 일을 대신 해줘 업무효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 글로벌 제약회사 한국 지사에 다니는 정연주 씨(30·여)는 “6년에 걸쳐 임상 환자 3000여 명으로부터 얻어낸 데이터를 엑셀에 일일이 입력하려면 최소 5시간은 넘게 걸린다”며 “그런데 챗GPT가 연산식과 코드를 알려준 덕에 1분 만에 끝났다”고 했다. 또 “단순 업무를 위해 임시로 채용했던 비정규직을 더 이상 뽑을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핀테크 업계에서 11년째 근무 중인 이모 씨(35·여)는 이달 초 동료가 퇴사하는 바람에 떠안게 된 추가 업무를 챗GPT로 해결했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어떤 프로그래밍 코드를 사용해야 할지 챗GPT가 알려줘 그대로 따라 했다. 2, 3시간에 걸쳐야 만들 수 있는 주간보고서를 이제는 손 안 대고 자동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영문서 작성 업무를 버거워했던 직장인들의 활용담도 퍼지고 있다. 3주 전부터 해외영업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 이성혁 씨(28)는 “영어에 자신이 없는데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갑자기 발령이 나 막막하고 고민이 많았다”며 “다행히 한글로 쓴 사업 계획서나 이메일을 챗GPT가 영어로 자연스럽게 옮겨줘 해외 파트너들과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획기적 변곡점”공공기관에서도 챗GPT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은 이달 초부터 국제 공조가 필요한 업무에 챗GPT의 도움을 받고 있다.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했거나 범죄에 연관된 인터넷 서버 등이 해외에 있어 국제 공조가 필요한 경우 영문 공문을 작성할 때 챗GPT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업무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향상하기 위해 챗GPT를 실무에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실무자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유튜브 등에선 챗GPT를 어떻게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동영상 강의도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직장인 송모 씨(30)는 “챗GPT를 이용하지 않으면 뒤처질까 봐 업무 활용법을 배우기 위해 동영상 강의를 찾아보며 익히는 중”이라며 “배우다 보면 이러다 챗GPT에 내 자리를 뺏기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AI를 업무에 널리 활용하게 되면서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경제학과 교수는 “챗GPT처럼 진화된 AI 기술은 고도의 숙련된 작업이 필요한 영역까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며 “AI가 대체할 수 없는 업무의 가치가 높아지는 동시에 기존 업무가 한층 더 세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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