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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제주시 노형동의 ‘제주드림타워’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김지환 씨(39)는 석 달째 월급을 받지 못했다. 체불된 임금만 1500만 원에 이른다. 가족의 생활비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은행 대출로 막고 있다. 김 씨는 “평일, 주말 없이 하루 13시간씩 일했는데 빚만 늘었다”고 했다. 함께 일하는 박형일 씨(46)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육지 출신인 그는 월급이 밀려 지난달 살고 있는 원룸 월세를 내지 못했다. 결국 김 씨와 박 씨를 비롯한 근로자 30여 명은 밀린 임금을 달라며 4일 함께 시위에 나섰다. 》 중국이 해외투자 ‘돈줄’을 막으며 제주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 자본이 투입된 제주 내 공사 현장이 연달아 멈추면서 도내 일자리 수도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이 제주의 건설경기 침체로 현실화된 것이다.○ 제주개발사업 50억 원 이상 4곳 전면 중단 4, 5일 동아일보가 제주 내 주요 건설 현장을 취재한 결과 제주에 있는 50억 원 이상 공공투자유치 사업 23곳 중 4곳의 개발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자들이 체불임금 지급 시위를 벌인 제주드림타워까지 합치면 시공액 2조7000억 원에 달하는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모두 중국 자본이 추진하던 사업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자본 유출을 우려해 자국민의 해외 연간 송금액을 계좌당 10만 위안(약 1677만 원)에서 1인당 10만 위안으로 제한하는 등 외화 유출을 옥죄고 있다. 중국 부동산회사 뤼디(綠地)그룹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함께 추진 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 공사는 지난해 전면 중단됐다. 총 1조3494억 원 규모인 이 프로젝트는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에 국내 1호 외국인 투자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비롯해 휴양·관광시설을 조성한다. 여기서 리조트 공사를 맡았던 한 국내 대형 건설사는 공사비 300억 원을 받지 못해 건설을 멈췄다. 4일 찾은 헬스케어타운 공사 현장 곳곳에는 건설자재가 녹슨 채 방치됐다. 뼈대만 올라간 건물 주변에는 허리만큼 자란 잡초가 무성했다. 방치된 공사장 출입을 막는 사람도 없었다. 이처럼 대규모 사업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지난해 제주 내 건설업 체불액은 73억3800만 원으로 전년(33억9800만 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제주의 개발사업 차질은 조만간 해결되기 어렵다. 집단 시위에 나선 제주드림타워 현장 근로자 1000여 명의 월급이 밀린 건 원도급 업체인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이하 중국건축)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3월부터 5월까지 못 받은 공사비만 19억6831만 원이다. 이 중 중국건축에게 6일 받은 돈은 7억 원 남짓”이라고 했다. 제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 공사를 맡은 국내 하도급 업체 17곳이 적게는 수천 만 원에서 많게는 약 60억 원까지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규모가 큰 4개 회사가 못 받은 돈만 합해도 100억 원이며 소규모 업체까지 하면 2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자금을 지급하지 못한 중국 업체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건축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외화 통제 때문에 베이징(北京) 본사에서 사업자금을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 대금을 계산하는 날짜나 방식에 차이가 있어 하도급 업체가 요구하는 액수와는 차이가 있지만 매달 공사대금을 빠짐없이 지급하려 노력해왔다. 6월 공사비도 10일까지 단계적으로 지불할 것”이라고 했다.○ 전방위로 번지는 제주의 중국발(發) 리스크 건설업 투자 보류로 시작된 중국발 리스크는 제주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제주드림타워가 들어설 예정인 제주시 노형동의 한 식당 주인은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마당에 현장 근로자들까지 씀씀이를 줄이면서 식당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공사장 근로자들이 빠져나갈 경우 원룸이나 오피스텔 공실이 급격히 늘 수 있다”고 했다. 대규모 건설공사 중단은 최근에야 가시화됐지만 제주 주택거래 시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얼어붙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841건이었던 제주 주택거래량은 올해 5월 1386건으로 줄었다. 제주 서귀포시 H공인 관계자는 “영어교육도시나 타운하우스같이 육지 수요를 겨냥한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시장이 죽은 상태”라고 했다. 앞으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미중 경제전쟁 심화에 따른 중국의 외화 반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제주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 23곳 중 중국 기업이 추진 중인 사업은 16곳이다. 싱가포르, 홍콩 등 범중국계 자본을 합하면 20곳에 이른다. 제주도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중국이 해외 투자 규제를 강화할 경우 나머지 사업장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제주=강성휘 yolo@donga.com / 박재명 기자}

SK건설이 부산 동래구 온천동 일대에서 ‘동래 3차 SK뷰’(사진)를 분양하고 있다. 동래 3차 SK뷰는 지하 5층, 지상 39층 아파트 7개동 999채(전용면적 58∼84m²)와 오피스텔 1개동 444실(전용면적 28∼80m²)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아파트 126채와 오피스텔 444실이 일반분양된다. 동래 3차 SK뷰의 주요 장점으로는 입지가 꼽힌다. 부산지하철 1호선 명륜역, 온천장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중앙대로를 통해 동래, 연산, 서면, 부산역 등 부산의 주요 도심을 한 번에 진입할 수 있다. 오피스텔도 전용면적 80m²는 3룸 구성으로 공급한다. SK건설 측은 “전용 80m² 오피스텔은 평면 구성이 아파트와 유사해 중소형 아파트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본보기집은 부산 수영구 수영동 517에 있다. 입주는 2021년 12월 예정이다. 분양가는 아파트가 3.3m²당 평균 1495만 원, 오피스텔은 평균 750만 원.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가 5년 동안 신혼부부 88만 쌍에게 주택을 직접 공급해 주거나 저리의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한다. 연간 혼인 건수(2017년 26만4000건)를 감안하면 신혼부부 10쌍 중 7쌍이 정부 지원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5년간 신혼부부·청년 주거 지원에 투입하는 재정은 136조6000억 원이다. 국토교통부는 5일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 같은 내용의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신혼부부만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주택 수를 늘리고 가격을 낮춘 것이다. 방안에 따르면 2022년까지 신혼부부에게 특별공급할 주택은 45만 채다. 그린벨트를 풀어 시세보다 싼값에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 아파트는 기존 계획보다 3만 채 늘어난 10만 채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의 분양 물량 중 신혼부부에게 특별공급하는 주택도 10만 채 배정했다.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은 이 기간 25만 채를 내놓는다. 정부는 12월에 처음 분양하는 위례신도시 신혼희망타운(전용면적 55m², 분양면적 20평형대 초반)의 예상 분양가를 4억6000만 원으로 제시했다. 인근 아파트 시세(약 7억 원)의 60∼70% 선이다. 국토부는 신혼희망타운 주택 분양가의 70%를 연 1.3% 고정금리로 대출해 줄 예정이다. 만약 정부 대출을 받으면 위례신도시 55m² 아파트를 자기 돈 1억4000만 원가량만 들여 살 수 있다. 여기에 신혼부부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할 때는 취득세를 50% 감면하는 혜택도 주기로 했다. 결혼 전 청년에 대해서도 5년간 27만 실의 주택(기숙사 포함)을 공급하고 연리 최고 3.3%의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을 출시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저출산고령위원회는 만 8세 이하 아동의 부모는 임금 삭감 없이 하루 1시간씩 최장 2년간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임금 손실분은 정부가 전액 보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울 구로구 오류동 행복주택단지에서 열린 신혼부부·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에 참석해 “이대로 가면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 아래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그야말로 특단의 대책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김윤종·한상준 기자}
“한부모 가정도 신혼부부와 동일한 기준으로 주거를 지원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행복주택단지에서 열린 신혼부부·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에 참석해 한부모 가정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응 주거지원 방안에서도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이 대폭 늘었다. 정부는 그동안 부부 가정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 결과는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가 1명을 간신히 넘길 정도의 실패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혼외 출산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지원하는 쪽으로 국내 저출산 정책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 한부모 가정에 대한 ‘차별 금지’를 선언했다. 국토부는 “한부모 가정은 일반가구보다 소득 수준이 낮고 주거 여건이 더 취약하다”며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 가정 6만 가구에 대해 신혼부부와 똑같이 주택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한부모 가정의 자가 보유 비율은 21.2%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 6.3%는 온 가족이 지하, 옥탑방 등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국토부는 한부모 가정에 올해 12월 경기 하남시 위례신도시, 경기 평택시 고덕신도시 등에서 처음 분양하는 신혼희망타운 입주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신혼부부에게 적용되는 혼인 기간(7년 이내) 조건 대신 자녀 나이에 따라 가점을 준다. 소득 및 자산기준 등 다른 조건은 일반 신혼부부와 동일하다. 신혼희망타운 외에 주택도시기금 정책금융인 디딤돌 대출(주택 구입용), 버팀목 대출(전세용) 등에도 우대 금리가 적용된다. 주거와 함께 양육비 지원액도 늘어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날 한부모 가정의 양육비 지원금을 기존 월 13만 원에서 17만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양육비를 지원받는 자녀 연령도 기존 만 14세에서 18세로 확대된다. 또 한부모의 나이가 만 24세 이하일 경우엔 지원받는 금액도 현행 18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증가한다. 환경이 더 열악한 미성년 미혼모 등을 배려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사회적 편견 등의 이유로 혼외출산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1.9%에 불과하다”며 “어떤 형태로든 아이가 있으면 정부가 주거, 양육비 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이 보내는 신호”라고 설명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국토교통부가 5일 발표한 신혼부부 주거 지원 방안에는 ‘일단 결혼만 하면 집 걱정은 덜어주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시세의 절반가량인 신혼희망타운 아파트를 5년간 10만 채로 늘리고 결혼 2년 이내 신혼부부나 예비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혼 장려 위해 신혼 초기 부부에 우선권 가장 눈에 띄는 건 결혼 7년 이내 부부가 신청할 수 있는 신혼희망타운을 7만 채에서 10만 채로 늘린 것이다. 서울 수서역세권과 양원지구, 경기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등 기존 택지지구와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기 성남시 금토지구 등 9곳 외에 새로 23곳의 입지를 공개했다. 성남시 서현지구, 경기 화성시 어천지구, 인천 가정2지구 등 수도권 9곳과 대구 연호지구, 부산 내리2지구 등 지방 14곳이다. 입주 자격도 완화했다. 원래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20%(올해 3인 가구 기준 부부 합산 월 600만 원) 이하인 부부가 신청할 수 있었지만 맞벌이 부부에 한해 130%(월 650만 원)까지 가능해졌다. ‘금수저 청약’을 방지하기 위해 자산기준도 처음으로 만들었다. 부동산, 자동차, 금융자산 등을 합쳐 순자산이 2억5060만 원이 넘으면 지원할 수 없다. 입주 물량의 30%는 결혼한 지 2년 이내인 부부나 예비부부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진다. 소득, 해당 지역 거주 기간, 청약저축 납입 횟수 등을 기준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나머지 70%는 우선공급 탈락자와 그 외 신청자격이 있는 부부를 대상으로 미성년 자녀 수, 무주택 기간, 해당 지역 거주 기간, 청약저축 납입 횟수 등을 반영한 가점제를 적용한다. 올 12월 중순부터 경기 하남시 위례신도시(508채)와 경기 평택시 고덕신도시(874채)에서 처음으로 신혼희망타운 입주자를 모집한다. 분양가는 위례의 경우 전용면적 55m²가 4억6000만 원, 고덕은 55m²가 2억3800만 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 저금리 대출 연계해 초기 자금 부담 낮춰 신혼희망타운에는 연리 1%대 수익공유형 모기지대출과 분할상환형 장기 전세대출 상품이 연계 지원된다. 분양형은 연 1.3% 고정금리로 최장 30년간 집값의 70%를 대출로 지원해준다. 위례신도시의 전용면적 55m² 아파트를 30년 수익공유형 모기지대출을 받아 입주하면 집값의 30%인 1억4000만 원만 처음에 내고 매달 110만 원을 갚으면 된다. 단, 최대 6년간 집을 팔 수 없고 최대 3년은 실제로 거주해야 한다. 집을 팔았을 때 시세차익은 최대 50%까지 도시주택기금과 나눠야 한다. 위례신도시처럼 입지여건이 좋은 곳은 벌써부터 ‘로또 아파트’란 말이 나온다. 임대형으로 입주하면 보증금의 90%까지 1억7000만 원 한도 내에서 연리 1.4∼2.5%의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자녀가 많으면 금리우대를 받는다. 10년간 임대로 거주한 뒤 분양 전환하는 방식이다. 신혼희망타운 외에도 신혼부부를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이 나왔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공공택지 아파트 가운데 신혼부부용 특별공급 물량을 기존 5만 채에서 10만 채로 늘린다.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20%가량 싸다. 신혼부부용 공적임대주택 공급 목표도 기존 20만 채에서 25만 채로 늘렸다. 주애진 jaj@donga.com·박재명 기자}
국토교통부에서 항공정책 실무를 총괄해온 구본환 항공정책실장(58)이 4일 사임했다. 진에어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전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토부에 인사 적체도 많고 해서 내부 인사순환 차원에서 사표를 썼다”고 했다. 국토부 안팎에선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불법 등기이사 재직과 관련해 관리감독 부실의 책임을 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구 전 실장은 “진에어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구 전 실장의 후임으로는 손명수 철도국장(53)이 승진 임명됐다. 새 철도국장은 황성규 종합교통정책관(54)이 맡는다. 한편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과 대한항공 직원연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4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과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42)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노조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대한항공’ ‘KOREAN AIR’와 태극문양 로고 등의 상표권을 2013년 설립된 지주회사 한진칼에 이전한 뒤 지난해까지 1364억1500만 원을 사용료로 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정당한 사용료 수취를 경영층의 사익 편취나 배임으로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황형준 기자}

“정부 말 듣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는데 갑자기 세금을 올린다니 당황스럽네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오피스텔 2채를 가진 김모 씨(55·여)는 3일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정부에 임대소득 과세 강화를 권고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동안 재정개혁특위가 “종합부동산세 개편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혀 온 만큼 이번에 임대사업자 과세 강화 권고가 내려질지 예상하지 못했다. 김 씨는 남편의 정년퇴직을 대비한 ‘노후 대비’ 용도로 오피스텔 2채를 사들였다. 한 채당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55만 원을 받는다. 그는 “은행 대출이자를 갚고 나면 남는 돈이 한 달에 20만 원 남짓”이라며 “앞으로 임대소득세를 내면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 월세를 올리거나 집을 처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소득 비과세, 사실상 ‘전면 폐지’ 권고 이날 재정개혁특위는 주택 임대소득에 부여하던 각종 비과세·과세특례 혜택을 대폭 줄이라고 권고했다. 특히 소형주택의 전세보증금에 대해 과세를 권고함에 따라 이대로 세법이 개정되면 투자용 소형주택의 전월세 수입으로 사는 은퇴자 등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그동안 임대소득에 대해 적지 않은 비과세 혜택을 줬다. 대표적인 것이 ‘소형주택 특례’다. 면적 60m² 이하에 기준시가 3억 원 이하 주택은 전세보증금을 받더라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세테크’ 차원에서 여기에 해당하는 주택을 구매한 사람도 적지 않다. 재정개혁특위는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소형주택 특례를 없애거나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주택 임대소득이 생기면 예외 없이 과세하는 원칙도 강화됐다. 정부는 올해까지 비과세인 연 2000만 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과세할 예정이다. 재정개혁특위는 내년 비과세 폐지에 맞춰 당초 예정됐던 기본공제액(400만 원)도 없애거나 줄이도록 했다. 주택임대소득이 연 2000만 원인 사람은 올해까진 세금을 내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기본공제를 적용받으면 56만 원, 권고안에 따라 기본공제가 없어지면 112만 원을 내야 한다. 최근 종합부동산세 합산과세 배제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사람들은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원룸과 오피스텔 등 4채로 임대사업을 하는 김모 씨(48·여)는 “정부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고 하다가 갑자기 임대소득세를 올리겠다고 하니 속은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방에 있는 집부터 처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형평성 논란 불거질 수도 재정개혁특위가 전반적인 임대소득 과세 강화를 권고했지만 1주택자는 비교적 고가(高價) 주택을 임대해 주더라도 여전히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소형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월세의 경우 1주택에 기준시가 9억 원 이하면 과세 대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기준시가 9억 원짜리 아파트를 보증금 6억 원에 월세 270만 원 조건으로 세를 놓고 있는 A 씨는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임대소득세 납부 의무가 없다. 반면 기준시가 3억 원짜리 원룸 3채(총 9억 원)를 각각 보증금 2억 원에 전세 준 B 씨는 내년에 45만 원 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원룸 1채에 본인이 살고 2채만 전세를 주더라고 총 보유 가구 수가 3채 이상이면 과세 대상이다. 정부는 1, 2인 가구의 증가로 주택 크기가 작아지는 상황에서 소형 임대주택에 대해 무조건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번 임대소득 과세 강화 권고안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조치는 과세 정상화와 함께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시세차익용 투자가 더욱 어려워지고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정개혁특위 안건이 아직 정부나 국회를 통과한 최종안이 아닌 권고안에 불과하고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만큼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명 jmpark@donga.com·주애진·강성휘 기자}

《지난달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5박 6일 여행을 다녀온 임지선 씨(32)는 여행 기간 내내 면세품 때문에 진땀을 흘러야 했다. 출국장 면세점에서 선물용으로 구입한 술과 화장품은 여행하는 동안에 ‘기분 좋은 선물’보다는 ‘귀찮은 짐’이었다. 임 씨는 “일본으로 입국할 때 세관 직원들에게 면세품인지 일일이 확인시키는 게 제일 번거로웠고, 이 도시 저 도시를 여행할 때마다 혹시 손상될까 봐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며 “귀국할 때 다시 들고 올 면세품을 왜 매번 가지고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내에서 구입한 면세품을 해외로 가지고 나가야 하는 출국장 면세점에 대한 소비자 불편이 커지면서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2만여 명의 공항 이용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84%가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면세점을 이용하는 한국인들을 국내 소비로 끌어와야 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이 6차례나 있었지만 관련 업계와 정부부처 등의 반대 움직임에 정치권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번번이 좌절됐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이 문제를 공론화해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안 발의만 6차례… 번번이 법안 상정 무산 입국장 면세점 설치 요구는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꾸준히 나온 소비자 민원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여행객 편의 증대’를 들어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계속 주장해 왔다. 입국장 면세점은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 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기내 면세점의 경우 일부 국적 항공기에서만 운영돼 외항사나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고객이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법안 발의 때마다 발목을 잡은 건 관련 업계와 정부·정치권이었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의 반발이 특히 심했다. 면세품의 해외 사용을 전제로 세금을 면제해 주고 있는데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면 ‘소비지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수익 악화를 우려한 관련 업계의 반발도 심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기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항공사들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들도 ‘경쟁이 심화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관세법 개정 등 관련 법안은 2003년부터 여섯 차례나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법안을 주도했던 안효대 전 새누리당 의원은 “소비자 편의와 국제적 트렌드 등에 맞춰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면서 “정부 반대로 힘이 실리지 못했고 관련 업계의 정치 로비도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관련 법안 통과를 주장했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시 ‘입국장 면세점 이용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입국장 내 면세점 설치로 기내 (면세품) 판매량의 저하가 예상되는 항공사들이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막고 있다”면서 “연간 기내 판매 3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금을 지키기 위한 국내 항공사들의 치열한 로비 때문에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당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법안 발의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뜻을 같이했다.○ 중국 등 주변국 적극 확대… 도입 재논의해야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주변국들은 앞다퉈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입국장 면세점 중 약 40%가 아시아 27개국에 있다. 소비자 편익과 해외 면세점 이용객의 국내 유인 등을 생각하면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대해 재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통상 술 담배 화장품 등은 해외 여행객들이 국내로 들여오는 선물이나 기념품으로 인식되는 만큼 이런 품목들은 입국장 면세점에서 취급하는 게 최근 흐름과 맞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이 허용되더라도 값비싼 명품이 아닌 주류나 담배 등 비교적 저가 제품만 취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관세청은 “시내 및 출국장 면세점 이용객의 77%가 외국인”이라며 “내국인이 국내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강승현 byhuman@donga.com·강성휘·박재명 기자}

“이건 노인 글씨체가 아닌데….” 5월 ‘로또 청약’으로 불렸던 경기 하남시 감일지구 포웰시티의 불법 청약을 가려내던 국토교통부 특별사법경찰관들의 시선이 한 청약서류에 꽂혔다. 65세 고령자인 A 씨가 청약 당첨 후 쓴 서약서였지만 서류에 적힌 글씨는 젊은이의 필체에 가까워 보였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에 묶여 분양 당시 3.3m²당 평균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000만 원 이상 싼 1680만 원이었다. 여기에 입지 여건이 좋아 1순위 2603채 공급에 5만5000여 명이 몰렸다. 그만큼 불법 전매나 위장 청약이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국토부 단속반이 A 씨가 남긴 휴대전화번호로 전화를 걸 때는 아무도 받지 않았지만 건설사 콜센터가 전화하자 40대로 추정되는 사람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국토부는 해당 건을 불법 청약으로 보고 수사 의뢰했다. 국토부는 A 씨와 유사한 하남 포웰시티 불법 청약 의심사례 108건을 적발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2일 밝혔다. 국토부가 이번에 적발한 108건은 해당 아파트 1순위 청약 당첨자의 4.1%다. 아파트 청약 당첨을 위한 불법 행위는 위장 이혼부터 위장 전입까지 다양했다. 이 아파트에 당첨된 여성 B 씨는 1988년 남편 C 씨와 결혼했다가 2013년 11월 이혼했다. 두 사람은 2014년 재혼 후 2017년 다시 이혼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편이 집을 가지고 있거나 과거 아파트 당첨 사례가 있어 자신의 청약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혼인과 이혼을 반복한 사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D 씨는 3년 사이 주소지를 6차례 바꿨다. 그는 2015년 한 해에만 서울 송파구(5월), 강원 횡성군(7월), 다시 송파구(7월) 등으로 주소지를 바꾸다 지난해 3월 경기 하남시로 주소지를 옮겨 청약에 당첨됐다. D 씨 역시 위장 전입 사례로 수사 의뢰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적발된 108건 가운데 위장 전입(77건)이 가장 많았다. 하남시 감일지구가 공공택지라 하남시에 1년 이상을 거주한 자에게 공급물량의 30%가 우선 공급됐기 때문이다. 통장 매매 및 불법 전매(26건), 허위 소득신고(3건), 해외 거주(2건) 등도 적발됐다. 혐의가 확정되면 이번에 적발된 108명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남 포웰시티 청약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3∼10년 동안 주택 청약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국토부는 앞으로 주택 청약 불법 행위 단속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법 분양권 거래가 이뤄진다고 보고 이에 대한 단속의 고삐를 죄기로 했다. 황윤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국토부 단속반이 SNS를 보고 전화했더니 ‘몇 동을 얼마에 팔겠다’고 제안하는 경우까지 있었다”며 “SNS상의 불법 분양권 전매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한편 적극적인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바꿔 분양권 불법 전매나 위장 전입이 적발되면 사업시행자가 분양계약을 취소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지금은 시행자가 취소할 권한만 있을 뿐 취소가 의무는 아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건 노인 글씨체가 아닌데….” 5월 ‘로또 청약’으로 불렸던 경기 하남시 감일지구 포웰시티의 불법 청약을 가려내던 국토교통부 특별사법경찰관들의 시선이 한 청약서류(사진)에 꽂혔다. 65세 고령자인 A씨가 청약 당첨 후 쓴 서약서였지만 서류에 적힌 글씨는 젊은이의 필체에 가까워보였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에 묶여 분양 당시 3.3㎡ 당 평균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000만 원 이상 싼 1680만 원이었다. 여기에 입지 여건이 좋아 1순위 2603채 공급에 5만5000여 명이 몰렸다. 그만큼 불법 전매나 위장 청약이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국토부 단속반이 A씨가 남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 때는 아무도 받지 않았지만 건설사 콜센터가 전화하자 40대로 추정되는 사람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국토부는 해당 건을 불법 청약으로 보고 수사 의뢰했다. 국토부는 A씨와 유사한 하남 포웰시티 불법 청약 의심사례 108건을 적발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2일 밝혔다. 국토부가 이번에 적발한 108건은 해당 아파트 1순위 청약 당첨자의 4.1%다. 아파트 청약 당첨을 위한 불법 행위는 위장 이혼부터 위장 전입까지 다양했다. 이 아파트에 당첨된 여성 B씨는 1988년 남편 C씨와 결혼했다가 2013년 11월 이혼했다. 두 사람은 2014년 재혼 후 2017년 다시 이혼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편이 집을 가지고 있거나 과거 아파트 당첨 사례가 있어 자신의 청약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혼인과 이혼을 반복한 사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D씨는 3년 사이 주소지를 6차례 바꿨다. 그는 2015년 한 해에만 서울 송파구(5월), 강원 횡성군(7월), 다시 송파구(7월) 등으로 주소지를 바꾸다 지난해 3월 경기 하남시로 주소지를 옮겨 청약에 당첨됐다. D씨 역시 위장전입 사례로 수사 의뢰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적발된 108건 가운데 위장전입(77건)이 가장 많았다. 하남시 감일지구가 공공택지였기 때문에 하남시에 1년 이상 거주자에게 공급물량의 30%가 우선 공급됐기 때문이다. 통장매매 및 불법전매(26건), 허위 소득신고(3건), 해외거주(2건) 등도 적발됐다. 혐의가 확정되면 이번에 적발된 108명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남 포웰시티 청약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3~10년 동안 주택 청약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국토부는 앞으로 주택 청약 불법행위 단속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법 분양권 거래가 이뤄진다고 보고 이에 대한 단속 고삐를 죄기로 했다. 황윤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국토부 단속반이 SNS를 보고 전화했더니 ‘몇 동을 얼마에 팔겠다’고 제안하는 경우까지 있었다”며 “SNS 상의 불법 분양권 전매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한편 적극적인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바꿔 분양권 불법전매나 위장전입이 적발되면 사업시행자가 분양계약을 취소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지금은 시행자가 취소할 권한만 있을 뿐 취소가 의무는 아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SK텔레콤에 다니는 A 부장은 금요일이던 지난달 29일 퇴근 전 ‘7월 1∼14일 근무계획’을 사내 시스템에 입력했다. 이 회사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앞서 4월부터 2주에 80시간 범위 안에서 근무계획을 세우는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도입했다. A 부장은 “매주 금요일에 다음 2주간 요일별 근무시간을 본인이 입력하면 된다”며 “급한 당직이나 야근 등은 수정 입력할 수 있고 2주 근무가 끝나는 시점에 최종 확정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1일 본격 도입된 주 52시간 근로제는 한국 직장인들의 출퇴근 문화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늦어도 오전 9시까지는 모두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현재의 출근제도로는 주 52시간 내로 근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마다 자율출퇴근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자율출퇴근 확산, 사무공간도 혁신 효성그룹은 일주일 단위로 다음 주 출근계획을 세워 보고하도록 했다. 만약 월요일 불가피한 야근계획이 잡혀 있다면 화요일 늦은 출근을 선택하면 된다. 아시아나항공도 한 달 치 출퇴근계획을 미리 전산시스템에 올리도록 했다. 사내 전화 액정 창에도 해당 직원의 출퇴근 예정시간이 표시돼 서로 업무나 소통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직원 본인이 2시간 단위로 직접 신청해야 지급되던 초과근무수당을 1일부터 10분 단위로 사무실 출입기록 등에 따라 자동 지급되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이전까진 통상 1시간 반을 잔업하면 30분 더 버티다 퇴근했는데, 이젠 곧장 퇴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발직과 사무직을 대상으로는 출퇴근시간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제’를 도입해 각자 최대 주 52시간 내에서 출근시간을 조정하도록 했다. 전날 야근을 했다면 다음 날엔 정오 이후 출근하는 식이다. 현대차도 오전 10시∼오후 4시를 집중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부서별로 출퇴근시간은 경우에 따라 각각 달리 하기로 했다. 전날 불가피하게 야근이 길어지거나 해서 주 52시간 근무가 불가능할 경우 부서장과 상의해 출퇴근시간을 조정하도록 했다. 자율출퇴근제가 본격화됨에 따라 기존 사무실 풍경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SK그룹은 출퇴근 방식의 변화에 따라 일하는 공간 자체도 바꿔 보자는 취지로 계열사별로 ‘공유좌석제’를 도입하고 있다. 개인 책상을 없애고 그날의 업무와 출퇴근 상황에 맞춰 원하는 층과 자리에 앉아 근무하는 제도다. SK하이닉스, SK C&C 등 정보기술(IT) 계열사들부터 시작한 뒤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에너지 계열사들도 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 접대시간 인정 들쑥날쑥, 투잡 편법도 업무상 접대는 같은 회사 내에서도 계열사별로, 팀별로 제각각 상황이 다르다 보니 논란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회식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업무상 접대는 사용자의 지시 및 승인에 따른 경우에 인정이 가능하다. GS건설은 영업, 홍보, 대관 등 외부 접촉이 잦은 보직을 중심으로 외부 인사와의 ‘저녁식사 2시간’을 업무로 인정하기로 했다. 만약 이 회사 A 과장이 거래처 사람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 동안 저녁식사를 함께한다면, 2시간은 A 과장의 근무시간이고 1시간은 근무시간이 아닌 셈이다. GS건설 측은 “외부 식사비를 3만 원으로 제한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지킬 수 있는 식사시간을 2시간으로 보고 정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은 업무상 접대는 최대 3시간까지 인정하기로 했고, SK E&S는 2시간까지만 허용한다. 재계 관계자는 “같은 시간 동안 식사를 하더라도 A회사 직원은 근무 중이고 B회사 직원은 자기 시간을 희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거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늦어도 오후 9시면 급하게 자리를 파해야 하는 셈이니 통금시간이 부활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아직까지 내부 지침을 정하지 못한 회사도 적지 않다. 한화그룹은 “거래처와의 약속이나 해외 출장 시 근로 인정시간 등 세부안은 아직 검토 중”이라며 “정부가 6개월의 처벌 유예기간을 둠에 따라 현장 의견을 좀더 취합해 업무 지침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대차도 외부 업무식사가 많은 부서를 중심으로 대안을 짜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급적 저녁 약속은 점심으로 돌리고, 저녁이 불가피하다면 일찍 퇴근하거나 늦게 출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건설업체는 해외 건설현장에서 어떻게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근무자들에게 4개월에 한 차례 최대 15일가량 주던 휴가를 3개월에 한 차례로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 중이다. 휴가를 늘려 근로시간을 맞추는 것이지만 사실 임시 대책에 가깝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해외 현장마다 공사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적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나마 국내 건설사의 해외 현장이 3, 4년 사이 급감해 다행이라는 자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반 직원들 사이에선 주 52시간제 때문에 사측의 관리 감독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기업 차장은 “근무시간도 사전에 상사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고, 접대 자리도 상사의 지시가 있어야만 인정을 받는 구조이다 보니 상사와의 관계에 따라 근로시간 인정 여부가 달라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편법도 등장했다. 한 대기업은 야근 및 주말 근무가 많은 임원 기사들을 대리기사 운전업체에 이중으로 고용시킨 뒤 52시간이 넘는 부분에 대한 월급은 대리기사 업체가 지급하도록 했다. 동종 업체 간 인력 교차 활용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주 4일 정도만 원래 공장에서 정규직원으로 일하고 주말엔 다른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뛰는 방식이다. 초과 근로를 통해 연봉을 높여온 공장 근로자들도 환영하고, 회사로서도 주 52시간제 규정을 피해갈 수 있는 묘안으로 떠올랐다. 김지현 jhk85@donga.com·박재명·김현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가동 중단 방침을 밝혔던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사진)가 사용연한을 남기고 조기 폐쇄된다. 정부가 6·13지방선거 여당 승리 이후 대선 공약인 ‘탈(脫)원전’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원전 폐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와 신규 건설할 예정이던 원전 4기의 건설 중단을 의결했다. 한수원은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 날인 14일 이사회 개최를 결정하고 이사들에게 참석을 요청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을 검토한 결과 경제성이 떨어져 조기 중단하기로 했다”며 “월성 1호기가 국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6%이기 때문에 전력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곧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운영 변경 허가를 낼 계획이다. 정 사장은 “최종적인 폐쇄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삽을 뜨기도 전에 건설이 중단된 원전은 △천지 1, 2호기(경북 영덕군) △대진 1, 2호기(강원 삼척시) 등 4기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이미 예고됐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2022년 11월까지로 사용연한이 10년 연장된 월성 1호기의 폐쇄를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에도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재확인한 바 있다. 월성 1호기는 대선 직후인 지난해 5월 28일 계획예방정비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 1호기를 국내 발전설비 명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한수원 노조는 이번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수원 이사회가 정치 상황에 휘둘려 편파적 결정을 내렸다”며 “월성 1호기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수명이 연장된 만큼 이번 결정을 한 이사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사진이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승인함에 따라 회사에 64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가 2012년에 가동 중단된 뒤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등 안전성을 강화하는 데 2015년까지 5600억 원을 사용했고 이후 중단된 시점부터 10년 연장 허가를 받았다. 또 월성 1호기 사용연한을 연장하기 위해 한수원이 경주시에 납부한 지역상생협력금도 825억 원에 달한다. 한수원 노조 관계자는 “수많은 투자를 한 시설을 정치 논리에 따라 폐쇄한 경영진의 행동은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 각 부처가 458조 원 규모의 2019년도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올해보다 29조3000억 원(6.8%) 늘어난 대규모 예산안이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소득분배를 개선할 재원을 마련하겠다지만 성장 관련 사업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적잖은 규모의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재부는 정부 각 부처가 내년도 예산·지출 총지출로 458조1000억 원을 요구했다고 14일 밝혔다. 부처 요구액 기준으로는 2012년(7.6% 증가) 이후 7년 만에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연평균 재정지출 7% 증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향후 예산편성 과정에서 저소득층 소득 보전, 일자리 창출 등 각종 국정과제 사업이 추가될 경우 내년 예산안 규모는 460조 원대를 넘어서는 ‘울트라 슈퍼’ 규모가 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부처가 요구한 예산 총액은 기재부의 편성 과정을 거치면서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각 부처는 전년 대비 6.0% 늘어난 424조5000억 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당시 기재부는 이보다 4조5000억 원 늘어난 429조 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2017년 역시 부처 요구액(398조1000억 원)보다 정부가 국회에 낸 예산안(400조7000억 원)이 2조 원 이상 많았다. ▼ 소득분배-일자리 관련 증액 기조… 460조 넘을수도 ▼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저소득층의 소득하락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올해는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예산수요가 커졌다. 또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일자리 역시 증액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 내년 정부예산은 460조 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각 부처가 낸 예산안은 ‘복지 증대, 사회간접자본(SOC) 감액’ 기조를 나타냈다. 교육(11.2%), 국방(8.4%), 복지(6.3%), 외교·통일(6.2%) 등의 예산 요구액이 크게 늘어난 반면 도로·철도로 대표되는 SOC(―10.8%), 농림(―4.1%), 환경(―3.9%), 문화(―3.8%) 등은 예산 요구가 줄어들었다. 복지예산은 각 부처 요구안이 올해보다 9조1000억 원 늘어난 153조7000억 원에 이르면서 내년도 예산 150조 원 돌파를 예고했다. 기재부는 정부 예산안을 9월 2일 국회에 제출한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부처에 ‘기업 기(氣) 살리기’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정부 출범 이후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또 기업의 준공식 등 격려가 필요한 곳을 직접 찾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동안 대기업과의 접촉을 자제해온 문 대통령이 앞으로 대기업과의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나설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부가 기업과의 소통 및 애로 해소 등 기업 기 살리기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1월부터 매월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해 온 김 부총리는 이날 여섯 번째 월례 보고를 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하남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만난 뒤 대통령 정례보고 결과를 공개했다. 김 부총리는 “오늘 대통령에게 기업 소통 현황과 계획을 말했더니 굉장히 적극적으로 장려했다”며 “기재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도 적극 재계와 소통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김 부총리는 “대통령에게 신세계그룹을 방문한다고 하니 준공식, 기공식 등 필요한 곳을 직접 찾겠다는 의향을 밝혔다”며 “(문 대통령이) 기업의 건의 사항도 많이 들려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과 관련해 김 부총리에게 △드론, 전기차, 수소차 육성 등 세부계획 수립 △공론화를 통한 규제 개선 필요성 홍보 △대국민 경제 상황 소통 강화 등을 주문했다. 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역혁신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날 주요 기업육성 정책으로 평가되는 혁신성장 중 규제 개선 문제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3개월 내에 규제혁신의 가시적인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며 “그동안 이해관계 대립이나 사회적 이슈화로 혁신이 잘 안되는 것처럼 보인 분야에 대한 규제혁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해외에 없고 한국에만 있는 ‘한국형 규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9월 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경제부처 수장이 스스로 3개월이라는 시한을 정해 성과를 내겠다고 밝힌 것 외에 ‘정부의 의지’ 등의 단어를 사용한 것도 이례적이다. 김 부총리는 최근 불거진 저소득층의 급격한 소득 하락 역시 혁신성장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 부총리는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을 2019년 예산안에 반영하는 등 혁신형 고용안정 모델을 구체화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좋은 흐름을 유지하던 세계 경제가 앞으로 2년 동안 차츰 둔화될 것이라고 세계은행이 전망했다. 10개 경제 지표 중 9개가 이미 ‘둔화 또는 하강’ 상태인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계은행은 5일(현지 시간) 세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세계 경제는 3.1%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선진국 성장 둔화,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경제 회복세 약화 등의 요인으로 향후 2년 동안 점진적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세계 경제의 내년도 성장률을 3.0%, 2020년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매년 0.1%포인트씩 하락하는 추세를 예측한 것이다. 특히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 국가의 경제 성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올해 2.7%의 성장세를 보이지만 2년 뒤인 2020년 성장률이 2.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기간 동안 일본(1.0→0.5%), 중국(6.5→6.2%), 유로존(2.1→1.5%) 등이 모두 성장세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보고서에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포함되지는 않았다. 한편 세계은행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금융시장 변동성 △정치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향후 세계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 등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경고하면서 “신흥국들이 여기에 대비한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한승희 국세청장은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로버트 팍파한 인도네시아 국세청장을 만나 한-인도네시아 국세청장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양국 국세청은 두 나라 국세청장 회의를 매년 한 차례 정례화하기로 하고, 한국 기업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세청의 이중과세 방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인도네시아에는 2082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가운데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기업이 많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주장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가 4일 발표된 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해온 기재부 수장이 한발 물러난 셈이다. 하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김 부총리가 불참한 회의에서 내각의 기강 재확립을 강조하고 나서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씨 여전한 정부 내 갈등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총리·부총리협의회에서 “하위 1분위 저소득층 가운데 고용 밖 노동자와 자영업자 소득을 위한 특단의 지원 대책 마련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책 마련을 당부한 것이다. 이어 “2년 차 국정 운영의 본격 추진을 위해 내각 기강을 재확립하고, 긴장감을 가져 달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모든 것이 나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며 ‘속도조절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지만 김동연 부총리는 병가를 내고 불참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열린 헬스케어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논란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지혜를 모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날 KDI 보고서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갈등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취지로 보인다.○ KDI 발표에 대한 논란도 심화 정부 내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산파’ 격인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KDI가 전날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가 부정확하고 편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2년 동안 최저임금을 15.3%씩 올리면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국장은 “보고서는 한국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헝가리의 최저임금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가져다가 한국의 사례를 ‘짐작’했다”며 “남의 나라 추정치로 최저임금 효과를 예상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아울러 “KDI가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 한국과 비슷한 영국의 고용탄력성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을 계속해서 많이 올리면 고용 감소의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재반박했다. 당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눈에 띄게 줄지 않지만 매년 급격하게 인상할 경우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 내용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헝가리의 고용 감소 사례를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민간으로 번지는 정책 공방 KDI 보고서를 계기로 논란이 민간 학계로 번지는 모양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본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약간의 비용 상승도 감당하기 버거운 업체들로선 일단 버티기 위해서 고용 축소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KDI 보고서가 보다 정밀한 검증을 거쳤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최저임금 논란의 휘발성을 고려했을 때 경제 조건이 비슷한 국가를 찾아 한국에 적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의 여파 등 한국 상황을 고려한 분석 결과를 보고서에 담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책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제 임금을 주는 자영업자 등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이건혁·유근형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일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현 정부의 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목표를 밀어붙이면 일자리의 양과 질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경고다. 최저임금 수준이 전체 임금의 중간값에 이를 정도로 높아지면 자영업자의 고용 여력이 줄고 단순 기능인력의 취업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등 청와대 정책라인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여부를 두고 대립하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첫 분석이다. ○ 프랑스처럼 한국도 속도조절 필요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폭이 2018년 최대 8만4000명,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 등 점점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는 임금 인상 첫해에는 어느 정도 충격을 상쇄할 수 있어도 지속적으로 올릴 경우 노동시장이 일자리를 유지하기 힘든 한계에 이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올라 일자리 유지가 어려워지는 계층은 매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저소득 근로자다. KDI는 고용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큰 ‘최저임금 120% 미만’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 비중이 2017년에는 전체 근로자의 9%였지만 올해 17%로 늘어난 뒤 2019년 19%, 2020년 28%까지 급증할 것으로 봤다. 이렇게 되면 싼 인건비의 인력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에서 일자리를 줄이고 그 결과 실업자가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이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상대적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KDI는 내다봤다. 통상 국가별 최저임금 수준은 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에 있는 중간임금과 비교해 나타낸다. 이런 비교 결과 한국의 중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올해 55% 수준이다. 2020년에 최저임금이 1만 원에 이르면 최저임금 비율이 68%로 2016년 프랑스 수준(61%)을 넘어 OECD 최상위 수준에 이르게 된다. 최 연구위원은 “이렇게 되면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고, 경력이 쌓이더라도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등 임금질서 교란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도 최저임금이 중간임금의 60%를 넘어선 2005년 이후 추가 인상을 멈춘 만큼 한국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외에서 우려하는 최저임금 정책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KDI만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올해 2월 “한국이 최저임금의 ‘추가’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 해 최저임금을 크게 올린 것은 소비를 늘려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연이은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을 평균임금 수준까지 높여 실업률을 끌어올릴 것이란 예측이었다. OECD 역시 지난달 한국 경제에 대해 “생산성 향상 없이 최저임금만 급격히 올리면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국내외 지적에도 정부 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말하는 등 ‘속도 조절론’이 여전히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한국 경제의 당면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에 영향을 주는 정책이 혼선을 겪으면서 성장과 분배 정책이 전반적으로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국민의 살림살이를 펴 주기 위한 일종의 수단인데 지금 정부는 공약을 지키려 수단에 집착하는 모습”이라며 “공약에 얽매이지 말고 근본적인 경제 상황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지적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후 정부가 올해 하반기(7∼12월)에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쪽에 힘을 실어 주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주장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른바 ‘김동연 건너뛰기’ 논란이 불거져서다. 최저임금 정책뿐 아니라 규제 개혁, 보유세 개편 등 굵직굵직한 정책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기재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힘 잃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3일 경제부처에 따르면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먹히지 않는 상황은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처음 불거졌던 부총리 건너뛰기 논란을 연상시킬 정도다. 지난해 김 부총리는 “명목 세율 인상이 없다”고 말했다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이 주도한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안을 받아들였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을 제기한 것은 지난달 16일이다. 그는 국회 출석, 라디오 인터뷰, 기자 간담회 등 공식적으로만 4차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준다”거나 “(문 대통령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은 신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폭은 그해 경제 정책의 기본에 속한다. 한 경제부처 당국자는 “경제부총리가 내놓은 정책의 기초 추진방향을 대통령이 ‘각하’한 셈이어서 부총리가 다른 정책을 힘줘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기조 유지 발언이 이달 열리는 지방선거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지층 결속’을 위해 강경 발언을 한 것일 뿐, 실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시작되면 김 부총리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모든 경제정책 관련 간부들을 소집해 격론을 벌인 뒤 내놓은 것이라 이를 뒤집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보유세 개편, 규제개혁에 영향? 이런 상황에서 선임 경제부처인 기재부의 정책 장악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것인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다. 기재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해도 매년 여러 경로를 통해 최저임금 결정에 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고 관가는 보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16.4%를 올린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 당시에도 기재부는 국장급(2급) 간부를 최저임금위원회에 보내 “임금인상분 일부를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인상안 통과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올해 기재부는 최저임금에 관해 “최저임금위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고만 전했다. 김 부총리의 ‘구두 개입’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추가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 기재부가 보유세 인상, 규제개혁, 서비스업 개편 등 올해 결정해야 할 다양한 경제정책에서도 주도권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유세 인상은 이달 나오는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앞서 김 부총리는 여러 차례 “보유세 개편안은 재정특위 결정을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재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의 핵심 대책 중 하나인 규제개혁도 아직까지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정부 스스로도 1년 추진상황 점검을 통해 규제개혁에 대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총론으로는 찬성, 각론에는 반대’ 식의 기득권 반대에 막혀 있다”고 진단할 정도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최저임금을 높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를 부각한 반면 기업 활동을 돕는 혁신성장 분야에서 성과가 없다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질타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노동계에 치우친 채 기업을 압박하면서 기업 관련 규제를 풀어야만 가능한 혁신성장의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분배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에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늘어난 데다 상용직도 많이 늘고 근로자 가구 소득도 많이 증가했다”며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으로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당 부분 고령자인 비근로자의 소득 감소, 영세 자영업자 등에 따른 문제는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라며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기재부가 주도하는 혁신성장에 대해선 “1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하고 규제 혁파에도 속도를 내달라”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일부에서 재정전략회의 분위기와 관련해 김 부총리의 ‘판정패’나 ‘패싱’이라고 해석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수요 확대와 더불어 공급 측면의 규제 개혁이 지속 성장의 주요 요인인 만큼 정책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구조 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과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급을 개혁하는 혁신성장이 수요를 늘리는 소득주도성장에 비해 정책 추진 속도가 느린 상황”이라며 “다양한 경제 부문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