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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와 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금리 수준을 낮춘 고정금리 정책대출 상품이 새로 나온다. 불법 공매도를 비롯한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처벌도 크게 강화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에서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방안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르면 다음 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해 금리 부담을 낮춘 고정금리 대출 상품이 6조 원 규모로 새로 공급된다. 금리 상황에 따라 6개월마다 기업들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 예산이 아니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자체 재원으로 마련된다”며 “모든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내놓은 ‘125조 원+알파(α)’ 규모의 금융 부문 민생안정 대책과 관련해서는 수혜자들이 관련 제도를 몰라 지원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방안인 ‘새출발기금’이나 연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온라인에서 편리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디지털 플랫폼을 신설하고 전용 콜센터도 운영한다. 특히 빚 갚을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을 최대 90% 깎아주는 새출발기금을 둘러싸고 도덕적 해이 논란이 계속되는 것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기존 신용회복 제도 틀 안에서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도 “부채 탕감과 관련해 여러 가지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잘 설명해서 오해가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불법 공매도, 불공정 거래 등 다중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불법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엄단하기를 바란다”고 거듭 지시했다. 금융위는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해 90일 이상 장기 공매도 투자자에 대해 대차정보 보고를 의무화하고 하루 동안 공매도를 금지하는 과열 종목 지정도 확대할 방침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장관석기자 jks@donga.com}

직장인 장모 씨(38)는 최근 금리가 많이 올랐다는 소식에 예·적금 상품을 수소문했다. 월급 통장에 방치하던 돈을 정기예금에 넣어 재테크를 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장 씨는 아직도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고만고만하고 비슷한 상품이 너무 많아서 무엇이 나에게 가장 적합한지 고르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금융당국이 ‘예금상품 중개 서비스’의 연내 도입에 나선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예·적금에 관심을 갖게 된 금융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은행들의 금리 경쟁에도 불을 붙이겠다는 취지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업을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해 연내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예금상품 중개업은 알고리즘 분석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예금상품을 비교, 추천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대출상품은 이미 온라인 중개가 허용돼 있는 상태다. 지난해 14개 업체가 영업하면서 42만여 건, 총 6조 원가량의 중개 실적을 냈다. 하지만 관련 법규가 없는 예금상품에서는 그동안 중개 서비스가 불가능했다. 금융당국이 이런 규제를 풀겠다고 나서자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페이코를 비롯한 빅테크·핀테크 기업 10곳 이상이 예금상품 중개업을 검토 또는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예금상품 중개가 가능해지면 은행별 예금상품 안내는 물론이고 개인 맞춤형 예·적금 설계, 여윳돈 재배치 추천 서비스 등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대출상품 중개 서비스와 연계하면 금리 상황에 따라서 대출 상환과 예·적금 가입 가운데 어떤 것이 유리한지를 가이드해주는 서비스 등도 가능하다. 은행 예금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앱 ‘저축하나로’를 이미 운영 중인 씨비파이낸셜솔루션의 최혜윤 대표는 “원리금이 예금자보호 한도를 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비자에게 분산 예치를 권하는 등의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온라인 예금 중개업의 등장이 전체 은행들의 금리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특히 영업망이 시중은행에 비해 약했던 지방은행과 제2금융권도 앞으로는 중개 플랫폼을 통해 자사의 금융 상품을 홍보하는 게 용이해질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온라인 예금 중개업이 금융산업의 플랫폼 기능을 크게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예금상품을 조회하려는 이용자들이 한데 몰리면 자연히 금융회사들의 사업 기회가 확장되고 소비자들도 금융상품에 대한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금융산업의 디지털화를 중요한 목표로 내걸고 지난달 출범한 금융규제혁신회의도 이달 말 두 번째 회의에서 금융 플랫폼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다룰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존의 대출 중개 서비스에 예금 중개와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까지 결합되면 자연스럽게 금융 플랫폼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에 대한 중징계 취소 소송 1, 2심을 연달아 패소한 금융감독원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이번 소송 2심 판결문을 송부 받은 금감원은 12일까지 상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2020년 1월 금감원은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준이 미흡했다”며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손 회장이 이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1, 2심에서 법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준이 없었던 게 아니라,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며 “내부통제가 안 지켜진 것은 최고경영자(CEO) 징계 사유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대법원 상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현직 금융사 CEO가 금감원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라 검사와 제재 등의 수단을 통해 금융사의 기강을 잡는 금융당국으로서는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3심까지 해보지도 않고 제재를 철회하는 것은 기관과 직원들의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 고위급을 중심으로 상고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한다. 우선 법규가 적절히 적용됐는지 등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대법원에서 1, 2심의 판단을 법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었다. 또 무리하게 법적 다툼을 이어가기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법규를 정비해 금융사 제재를 더 정밀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장기간 이어져 온 은행권과 감독당국의 갈등을 봉합해 금리 인상 국면에서 서민·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한 은행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자는 주장도 거론됐다. 다만 상고를 포기할 경우 유사한 다른 소송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는 남아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제기한 DLF 관련 징계 취소 소송은 금감원이 1심에서 승소하고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내부 반발은 변수”라며 “가능한 한 빨리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우리나라의 좀 독특한 경우로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가 있잖아요. 원칙적으로는 1주 1의결권을 가져야 하는데 거버넌스가 왜곡이 되면 어떤 사람의 1주는 0.5 의결권인데 어떤 지배주주의 의결권은 1주가 100 의결권이 될 수도 있다….”지난해 12월 말,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직접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고질적인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요한 원인으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최근 수년 동안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 유난히 큰 논란이 됐던 것이 바로 기업의 물적분할이었다. 물적분할은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일부 사업부를 따로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이용되면서 한국 기업의 불공정한 지배구조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새 정부 출범 이후 불공정한 물적분할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대책을 준비해 온 정부가 이르면 이달 중에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는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개인투자자들도 이번 대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기존 주주에겐 지분 안 주는 기업분할 개인 주식 투자자들에게 ‘공공의 적’처럼 여겨지는 물적분할은 국내에서 법으로 허용된 주식회사 분할 방법 가운데 하나다. 주식회사가 기업을 분할할 때 기존 회사(모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는 자회사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기존 회사 주주에게는 신설 회사의 주식이 배분되지 않는다. 반면 또 다른 기업분할 방식인 인적분할의 경우 신설 자회사의 주식을 일정 부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성장 가능성이 큰 신사업 부문을 따로 분사하기로 결정한 A사가 물적분할에 나설 경우 A사는 자회사인 B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되고 A사의 기존 주주들은 B사의 주식을 받지 못 한다. 반대로 인적분할을 선택하게 된다면 A사의 주주 구성과 동일하게 B사의 주식이 부여된다. A사의 주주 구성이 대주주 60%, 일반주주 C 25%, 일반주주 D 15%라면 이들 세 주주는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B사의 주식 역시 같은 60 대 25 대 15의 비율로 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물적분할은 일반적으로 모회사의 지배주주에게는 유리하지만 일반주주에게는 불리한 기업 분할 방식으로 평가된다. 분할 이후에 자회사 지분 100%를 갖게 되는 모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배주주가 자회사 의결권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보고 투자했는데 껍데기만 남아”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물적분할 이후에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으면 개인투자자의 피해는 그나마 작을 수 있다. 다른 투자자가 신설 자회사에 직접 투자할 길이 없어 기존 투자자의 지분 가치는 유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적분할로 만들어진 자회사가 증시 상장에 나서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신설 자회사가 기관과 개인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상장에 나서는 순간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상당한 타격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 핵심 사업을 확보한 자회사는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지만, 자회사 지분만 가지고 있을 뿐 껍데기만 남은 꼴인 모회사는 찬밥 신세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수년 동안 문제가 된 국내 기업의 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은 대부분 미래 성장 가능성으로 주목받던 핵심 사업부문을 분할, 재상장하면서 모회사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쪼개기 상장’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이다. LG화학은 2020년 9월 17일 전지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결정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기업으로 유명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배터리 사업을 함께 벌이고 있었다.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 배터리 사업의 미래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며 2020년 1월 초 30만 원 수준에 거래되던 LG화학 주식은 9개월 만에 70만 원 이상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상장에 나서기로 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사회 의결 하루 전에 언론보도 등으로 물적분할 계획이 알려지자 LG화학의 주가는 그해 9월 16일 5.37%, 17일 6.11% 급락했다. 물적분할 파동 이후에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LG화학의 주가는 2020년 말 다시 80만 원대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본격화하면서 LG화학의 주가는 다시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1월 장중 105만 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지난달 29일 60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주보호 핵심 열쇠2020년과 지난해 국내에서는 모두 7건의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이 이뤄졌다. LG화학뿐만 아니라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 등에서도 “물적분할 때문에 투자했던 기업이 껍데기만 남았다”는 개인투자자의 한탄이 터져 나왔다. 개미들의 울분이 커지면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으로부터 개인주주를 보호하는 문제는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포함됐다. 이에 따라 대책을 마련해 온 금융당국은 최근 크게 3가지 장치로 개인주주 보호 방안을 거의 확정지었다. 이르면 이달 중에 발표될 보호방안의 핵심은 공시 강화와 상장 제한 규정 신설, 주식매수청구권 부여다. 금융당국은 이 가운데 주식매수청구권을 가장 강력한 주주 보호 장치로 보고 있다.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물적분할 계획이 공개되기 이전의 가격으로 주식을 팔고 ‘탈출(Exit)’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이렇게 탈출하는 주주의 주식은 물적분할에 나선 모기업이 사들여야 한다. 자사의 물적분할 계획으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을 감수하면서 개인주주의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사실상 물적분할에 나서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며 “그만큼 개인 주주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기 때문에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주주 무시당하는 풍토를 개선해야”이 같은 방안은 공시 및 상장 규정 수정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시행할 수 있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법 개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이르면 올해 안에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물적분할 같은 행태를 개별적으로 막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미국처럼 기업이 개인주주 권리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을 따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과는 달리 기업들이 이를 극히 삼가는 분위기다. 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풍토가 정착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개인주주를 기만하는 행위를 할 경우 기업이 막대한 보상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와 달리 한국에서는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양도 과정에서 대주주가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이처럼 개인주주가 불공정하게 대우받고 피해를 보는 문제를 바로잡아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경제부 기자 dodo@donga.com}

최근 차 업계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댓글 하나가 꽤 관심을 모았다. 올 1분기(1∼3월)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에 대한 게시물에 그가 “현대차가 꽤 잘하고 있다(Hyundai is doing pretty well)”는 댓글을 달았다. 75.8%의 점유율을 기록한 테슬라에 이어 현대차그룹이 9.0%로 2위에 오른 결과였다. 전기차 선도자인 테슬라와의 비교는 힘들지만 폭스바겐(4.6%), 포드(4.5%)에는 크게 앞섰다. 머스크의 속뜻까지 알 길은 없다. 그렇지만 전기차 전환기에 한국 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가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출시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모델은 미국과 유럽 같은 주요 친환경차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테슬라처럼 선구적인 이미지의 브랜드는 아니지만 안정된 성능과 긴 주행거리, 합리적인 가격이 다른 브랜드보다 돋보인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영역에서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전기차, 순수 전기차 모두를 진지하게 생산한 거의 유일한 기업이다.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에는 공을 들였지만 다른 친환경차에는 그리 힘을 쏟지 않았다. 일본이 특허를 장악한 하이브리드차 시장에 굳이 끼어들지 않았고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은 수소전기차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장악한 도요타 등의 일본 기업은 거꾸로 전기차에 소극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일본의 특허를 어렵게 피해가면서 하이브리드차 생산에 나섰고 수소전기차 경쟁력 확보에도 상당한 자원을 쏟아부어왔다. 전기차 대비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발 빠르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공개하면서 전기차 시대를 차분히 준비해 왔음을 보여줬다. 어떤 친환경차가 미래를 지배할지 점치기 힘들었던 불확실성 속에서 현대차는 결국 모든 카드를 준비했다. 이런 모습은 한국 기업들이 구사해 온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과 유사하다. 늘 긴장하면서 빠르게 적응하는 전략. 이는 시장을 지배해 본 적이 없는 한국 기업들의 힘든 사업 방식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한순간에 밀어닥친 전기차 시대에 한국 차 산업이 크게 뒤처지지 않을 수 있게 해줬다. 전기차 시대는 이제 막 개화기를 지나고 있다.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줄어든 보조금에 내연기관차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한국이 계속 잘할 것인지’일 수밖에 없다. 전기차 전환기에 잡은 작은 기회를 얼마나 잘 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해에도 판매량 세계 1위 자리를 지킨 ‘공룡’ 도요타는 이제 본격적인 전기차 추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를 짐짓 치켜세워 준 머스크의 테슬라는 막대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성큼 앞서나가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28일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현재 분리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대우조선의 방산과 민수 부문을 분리 매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던 기존 방침과는 결이 다른 것으로 풀이된다. 강 회장은 “매각 자체가 아니라 대우조선의 경쟁력이 약화된 측면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경쟁력 강화 방안과 더불어 다양한 매각 방안을 검토 중이며 현재 정해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컨설팅사는 당초 이달 중 대우조선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컨설팅 보고서 초안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대우조선 하청노조 사태로 한두 달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관점뿐 아니라 전체 산업 관점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대우조선 정규직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분리 매각 여론몰이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노조는 “대우조선 매각은 구성원 이해와 동의 없이 절대 진행될 수 없다”며 “조선업과 기자재 업체의 원상회복과 발전을 전제로 한 새로운 경영 주체를 확보하는 것을 매각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최대 7조 원에 육박하는 은행권의 수상한 외환 거래와 관련해 불법성이 명확하다며 검사를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은행들의 이상 해외송금과 관련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불법성이 명확해 보이고 그 과정에서 대량의 외환 유동성이 해외로 유출된 것이 확인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신한 2개 은행에 대해서만 검사가 진행 중이고 전 은행에 자체 조사를 요청했다”며 “문제점이 확인돼 광범위하게 검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2개 은행 외에 추가로 이상 해외송금 정황을 보고한 은행이 있느냐는 질의에 “여러 시중은행에서 유사한 형태의 거래가 다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답했다. 전날 금감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은행권에서 6조6000억 원 규모의 수상한 외화송금이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외화송금을 가상자산과 관련한 시장 교란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이번 건의 경우 가상자산거래소를 매개로 원화 자산을 외화로 바꿔 일방적으로 유출했다”며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손상하는 시장 교란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상 외화송금과 관련해 국가정보원과 업무 협조를 진행하고 있느냐는 질의에는 명확한 답변을 피한 채 “유관기관과 협조하고 있다”고만 했다. 또 해외송금액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해외 유출 이후 단계에 대해서는 검사, 조사 권한이 없어서 살펴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700억 원에 육박하는 횡령 사건 등 금융권에서 잇따르는 금융사고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10월 중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대 7조 원에 육박하는 은행권의 수상한 외환 거래와 관련해 불법성이 명확하다며 검사를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은행들의 이상 해외송금과 관련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불법성이 명확해 보이고 그 과정에서 대량의 외환 유동성이 해외로 유출된 것이 확인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신한 2개 은행에 대해서만 검사가 진행 중이며 전 은행에 자체 조사를 요청했다”며 “문제점이 확인돼 광범위하게 검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2개 은행 외에 추가로 이상 해외송금 정황을 보고한 은행이 있느냐는 질의에 “여러 시중은행에서 유사한 형태의 거래가 다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답했다. 전날 금감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은행권에서 6조6000억 원 규모의 수상한 외화송금이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 외화송금과 관련해 국가정보원과 업무 협조를 진행하고 있느냐는 질의에는 명확한 답변을 피한 채 “유관기관과 협조하고 있다”고만 했다. 또 해외송금액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해외 유출 이후 단계에 대해서는 검사, 조사 권한이 없어서 살펴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8일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현재 분리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대우조선의 방산과 민수 부문을 분리 매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던 기존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발언으로 풀이된다. 강 회장은 “매각 자체가 아니라 대우조선의 경쟁력이 약화된 측면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경쟁력 강화 방안과 더불어 다양한 매각 방안을 검토 중이며 현재 정해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컨설팅사는 당초 이달 중 대우조선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컨설팅 보고서 초안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대우조선 하청노조 사태로 한두 달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관점뿐 아니라 전체 산업 관점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대우조선 정규직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분리 매각 여론몰이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노조는 “대우조선 매각은 구성원 이해와 동의 없이 절대 진행될 수 없다”며 “조선업과 기자재 업체의 원상회복과 발전을 전제로 한 새로운 경영 주체를 확보하는 것을 매각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국내 은행권에서 이뤄진 수상한 외환 거래 규모가 최대 7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이상 외화송금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2배가량 많은 4조 원대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자금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출발해 홍콩, 일본, 중국 등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돼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불법 외환거래)나 자금세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정상적인 거액의 해외송금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은행권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상한’ 외화송금 7조 원 육박금융감독원은 27일 은행권의 이상 외화송금 여부를 점검해 이 같은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초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신설된 업체가 5000만 달러 이상을 해외로 송금했거나 △코인 거래소의 연계계좌와 입출금이 빈번했거나 △특정 영업점을 통해 집중적으로 송금한 사례에 대해 자체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 3가지 요건에 해당하는 외환 거래는 53억7000만 달러(6조6000억 원)로 잠정 집계됐다. 여기엔 지난해 신설된 영세업체를 포함해 무역법인 44곳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이상 거래가 확인된 신한, 우리은행 외에도 하나, KB국민 등 대다수 은행들의 거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 중 정상적인 상거래 송금도 포함됐을 수 있다”며 “은행들의 자체 점검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현장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4조 원대 이상 송금, 대부분 코인 거래소에서 출발또 금감원이 지난달부터 신한,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까지 파악한 이상 외화송금 규모는 33억7000만 달러(4조1000억 원)였다. 당초 두 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했던 2조5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송금을 주도한 무역법인도 당초 8곳에서 22곳(중복 제외)으로 확인됐다. 신한은행에선 지난해 2월부터 올 7월까지 11개 지점에서 1238차례에 걸쳐 20억6000만 달러 규모의 해외송금이 이뤄졌다. 우리은행에서도 지난해 5월부터 올 6월까지 5개 지점에서 931회에 걸쳐 13억1000만 달러가 송금됐다. 특히 두 은행에서 송금된 자금 대부분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시작됐다. 2곳 이상의 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이 법인이나 대표이사 개인 등의 계좌를 거쳐 특정 무역법인 계좌로 보내진 뒤 수입대금 지급 명목으로 해외법인에 송금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환치기 세력이 해외에서 구입한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더 비싼 값에 팔아 이 차익을 해외로 송금했거나 자금세탁 목적 등에 해당 자금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관련 절차 위반 시 엄중 제재”연루된 22개 무역법인에는 귀금속업체를 비롯해 여행, 화장품, 반도체 등 다양한 업종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법인 중에는 대표가 같거나 사촌 관계이거나 한 사람이 여러 법인의 임원을 겸하는 등 특수 관계로 얽힌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특수 관계로 추정되는 4개 업체 중 2곳이 한 은행을 통해 5개월간 송금하다가 거래를 중단하면 이어서 다른 2곳이 이 은행에서 송금하는 식이었다. 또 대부분의 송금은 수입품 세관 통과가 확인된 후 돈을 보내는 ‘사후 송금’이 아니라 물품을 받기 전에 이뤄지는 ‘사전 송금’이었다. 33억7000만 달러 중 25억 달러가 홍콩 법인으로 송금됐고 일본(4억 달러), 미국(2억 달러), 중국(1억6000만 달러) 순으로 많았다. 자금이 흘러들어간 해외 법인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일반 법인들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검사와 은행 자체 점검 결과를 토대로 송금 업체가 추가로 확인되면 검찰과 관세청에 통보할 방침이다. 이 부원장은 “검사 결과 외환거래법이나 자금세탁방지법 등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은행에 대해선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내 은행권에서 이뤄진 수상한 외환 거래 규모가 최대 7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이상 외화송금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2배가량 많은 4조 원대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자금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출발해 홍콩, 일본, 중국 등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돼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불법 외환거래)나 자금세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정상적인 거액의 해외송금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은행권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상한’ 외화송금 7조 원 육박 금융감독원은 27일 은행권의 이상 외화송금 여부를 점검해 이 같은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초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신설된 업체가 5000만 달러 이상을 해외로 송금했거나 △코인 거래소의 연계계좌와 입출금이 빈번했거나 △특정 영업점을 통해 집중적으로 송금한 사례에 대해 자체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 3가지 요건에 해당하는 외환 거래는 53억7000억 달러(6조6000억 원)로 잠정 집계됐다. 여기엔 지난해 신설된 영세업체를 포함해 무역법인 44곳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이상 거래가 확인된 신한, 우리은행 외에도 하나, KB국민 등 대다수 은행들의 거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 중 정상적인 상거래 송금도 포함됐을 수 있다”며 “은행들의 자체 점검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현장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4조 원대 이상 송금, 대부분 코인 거래소에서 출발 또 금감원이 지난달부터 신한,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까지 파악한 이상 외화송금 규모는 33억7000억 달러(4조1000억 원)였다. 당초 두 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했던 2조5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송금을 주도한 무역법인도 당초 8곳에서 22곳(중복 제외)으로 확인됐다. 신한은행에선 지난해 2월부터 올 7월까지 11개 지점에서 1238차례에 걸쳐 20억6000만 달러 규모의 해외송금이 이뤄졌다. 우리은행에서도 지난해 5월부터 올 6월까지 5개 지점에서 931회에 걸쳐 13억1000만 달러가 송금됐다. 특히 두 은행에서 송금된 자금 대부분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시작됐다. 2곳 이상의 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이 법인이나 대표이사 개인 등의 계좌를 거쳐 특정 무역법인 계좌로 보내진 뒤 수입대금 지급 명목으로 해외법인에 송금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환치기 세력이 해외에서 구입한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더 비싼 값에 팔아 이 차익을 해외로 송금했거나 자금세탁 목적 등에 해당 자금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관련 절차 위반 시 엄중 제재” 연루된 22개 무역법인에는 귀금속업체를 비롯해 여행, 화장품, 반도체 등 다양한 업종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법인 중에는 대표가 같거나 사촌 관계이거나 한 사람이 여러 법인의 임원을 겸하는 등 특수 관계로 얽힌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특수 관계로 추정되는 4개 업체 중 2곳이 한 은행을 통해 5개월간 송금하다가 거래를 중단하면 이어서 다른 2곳이 이 은행에서 이어 송금하는 식이었다. 또 대부분의 송금은 수입품 세관 통과가 확인된 후 돈을 보내는 ‘사후 송금’이 아니라 물품을 받기 전에 이뤄지는 ‘사전 송금’이었다. 33억7000만 달러 중 25억 달러가 홍콩 법인으로 송금됐고 일본(4억 달러), 미국(2억 달러), 중국(1억6000만 달러) 순으로 많았다. 자금이 흘러들어간 해외 법인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일반 법인들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검사와 은행 자체 점검 결과를 토대로 송금 업체가 추가로 확인되면 검찰과 관세청에 통보할 방침이다. 이 부원장은 “검사 결과 외환거래법이나 자금세탁방지법 등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은행에 대해선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부실을 미리 막기 위해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한다.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진 금융사에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는 제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는 26일 ‘제3차 금융리스크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적기에 자금을 지원해 더 큰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안정계정은 과거 금융위기 때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금융안정기금’ 등 긴급 자금지원제도를 예보가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된다. 우선 금융위가 금융시장 및 금융제도의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 발동될 수 있다. 지원 대상은 일시적 자금난에 처한 정상 금융회사로 한정된다. 부실 금융사나 부실이 우려되는 곳은 제외된다. 부실 또는 부실 우려 금융사는 현재 예금보험기금으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금융위는 위기 형태에 따라 유동성 공급이나 자본 확충을 지원한 뒤 약정 기한 내에 자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유동성 공급은 예보가 금융사의 채권 발행에 보증을 지원하거나 직접 대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다음 달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7∼12월)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취임 이후 첫 경영 메시지로 ‘비상 경제 대응 체제’ 구축을 선포했다. 25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강 회장은 22일 하반기(7∼12월) 경영전략 워크숍을 열고 “엄중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 위기 발생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체계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복합위기가 심화된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가동해 자금 조달 및 공급 상황,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 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강 회장은 “최근 산업계 피해를 외면하는 노사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계기업들의 손실이 더욱 확대되고 유동성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2일 일단락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50여 일간의 파업으로 피해액은 81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산은은 파업 당시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스스로 일궈낸 부(富)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자신만의 것은 아니라는 인식. 거액의 기부 결심 뒤에는 그런 것들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기부의 방향성에서는 결국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담기는 것 같아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익명 도서관 건립과 기부, 고(故) 김정주 NXC 이사의 어린이 병원 건립이 대표적이죠. 저는 우스개처럼 ‘졸부’라고도 하는데 ‘당대부자’라는 말이 좋네요. 이 정보기술(IT) 당대부자들은 86학번 전후의 세대인데 기업가로 성공을 하면 사회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의식을 대학에서 어느 정도 배웠어요. 지금은 각자의 사업에 바쁜 경우가 많지만 시간이 흐르고 은퇴할 때가 가까워지면 더 많고 다양한 방식의 기부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10조 원에 이르는 자신의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대형 기부 프로젝트를 위해 김 전 의장은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을 설립했다. 최근 IT 업계에서는 김 전 의장이 이 재단의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55)가 무보수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김 대표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발달장애인 고용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중증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네이버를 공동 창업했지만 일찌감치 IT 업계를 떠나 사회적 기업 활동에 나섰던 그는 IT 업계의 ‘기부멘토’로도 불린다. 김범수 전 의장보다 앞서서 재산 절반 기부를 약속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도 기부 계획을 짜기 위해 김 대표를 찾아온 적이 있다. 최근 만난 김 대표에게 한국 IT 거부들의 기부가 가진 의미와 그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물려받지 않은 부… 김범수 전 의장은 ‘내 돈 아닌 것 같다’고도 얘기” 그는 이제 한국의 ‘부자지도’에서 최상단에 오른 IT 업계 창업자들에 대해 비교적 가감 없이 얘기를 했다. IT와 게임의 미래를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창업 시절에 불모지를 함께 개척하면서 일했던 동료들이 이제는 한국 IT 산업을 이끄는 유력인사가 됐다. 개인적인 일까지 다 얘기해 줄 수는 없어도 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힐 수 있다면 최대한 ‘오픈’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김범수 전 의장과 ‘배달의 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의장이 ‘더 기빙 플레지’에 이름을 올렸다. 1조 원 이상을 가진 부자가 절반 이상의 재산을 기부하기로 해야 가입할 수 있는 세계적인 기부자 모임이다. 유독 IT 창업자들 사이에서 거액의 개인 재산 기부 결심이 많은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온전히 자신이 이룬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자신이 직접 창업해서 일군 기업이고 ‘2세’, ‘3세’가 아니잖아요. 물려받은 재산으로는 자신이 기분을 내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고 가족들 눈치도 봐야하는데 이분들은 이 점에서 자유롭죠. ‘내가 이룬 것’이니까 주변 가족들의 눈치도 조금은 덜 봐도 될 테고. 김범수 전 의장은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잖아요. 기업을 물려주려면 당장 지분 문제에 증여세·상속세 같은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러지 않기로 하면 별로 신경 쓸 것이 없죠.”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김범수 전 의장도 김봉진 의장도 모두 자신이 창업한 IT 기업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불어나면서 불과 수년 만에 거부(巨富)가 된 이들이다. 김 대표는 결국 이들에게는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천문학적인 규모로 커진 ‘부’가 결국 자신만의 것일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 5년쯤 전부터인 것 같아요. 종종 만나면 김 전 의장이 ‘이제 이 돈은 내 돈이 아닌 것 같아’라는 얘기를 자주 하더라고요. 주식 가치가 상상 이상으로 너무 크게 오르니까… 기업을 일궈냈지만 당대에 그렇게까지 부자가 되는 일 자체가 본인에게도 많은 고민을 안기지 않았나 싶어요. 올해 초에 카카오 주가가 많이 떨어지길래 괜찮냐고 했더니 ‘그래도 여전히 국내 최고 부자니까 기부 계획에는 문제 없습니다’라고 얘기하더군요.”● “기부 조언 들으려 찾아온 김봉진 의장, 별도 재단 대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선택” 기부를 결심하고 나면 남는 것은 ‘어떻게 쓸 것인가’하는 문제다. 김 대표는 IT 창업자들의 기부에는 결국 각자의 생각과 가치관, 스타일이 반영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봉진 의장의 경우 2018년과 지난해 두 차례 김 대표를 따로 만나서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 대표는 김 의장에게 자신이 경험해 온 기부에 대한 얘기를 쭉 들려줬다고 했다. “제가 27년 동안 130억 원 정도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기부해 왔는데 그동안의 소회를 쭉 얘기해 드렸어요. 기부 방법으로는 50가지 정도가 되는 것 같은데 이건 보람이 있었다, 이건 괜찮았는데 앞으로는 우리 사회에 큰 필요가 없겠다, 이런 얘기들을 그냥 쭉 해드렸어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는 결국 그걸 들은 분의 몫이죠.” 2017년 100억 원의 기부 약속으로 기부 활동을 본격화한 김봉진 의장은 따로 재단을 설립하는 대신 사회복지모공동금회에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서 기부에 나서는 방식을 선택한 바 있다. 김봉진 의장은 이런 방식을 통해 거액의 자산을 보유한 재단이 만들어졌을 때 생길 수 있는 갈등이나 논란과 같은 부작용은 자연스레 피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곳에 대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 장학금, 외식업주 자녀 장학금 등의 장학 사업은 물론 배달 라이더에 대한 의료비 지원 등이다. 또 김 의장은 기업을 키우는데 기여했던 임직원과 라이더들에게 사재를 들여 주식과 격려금을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기부는 제가 쌓은 부가 단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선 신의 축복과 사회적 운에 그리고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밝혔던 김봉진 의장은 결국 이런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자신의 부를 되돌려주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해진, 고(故) 김정주 모두 자신의 철학·스타일대로 기부” 김봉진 의장뿐만 아니라 여러 IT 창업자들의 기부에는 저마다의 철학과 스타일이 담겨 있다. 책 읽기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해 온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강원도 춘천시에서 선구적인 어린이 도서관을 건립해 운영하다 기부 채납하면서도 전혀 외부로 알리지 않은 일도 기부자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6월 19일 찾은 춘천시 효자1동의 담작은도서관. 정말로 이런 곳에 도서관이 있을까 싶은 주택가 한복판에서 도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유아 열람실과 수유실, 어린이 열람실은 물론 다락방 같은 공간까지 갖추고 있는 이 3층짜리 도서관은 일종의 놀이공간처럼 느껴졌다. 도서관에서 보드게임을 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조용해야 할 도서관 내부에 아이들이 탈 수 있는 미끄럼틀까지 만들어 놨다.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자녀와 함께 도서관을 찾은 최유라 씨(38)는 “인형을 만들거나 바느질을 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있고 아이들과 같이 오기 참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2008년 도서문화재단 ‘씨앗’이 설립해 운영해 온 이 도서관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비롯해 여러 차례 상을 받으며 독특하면서도 모범적인 민간 도서관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그리고 몇 해 전에는 춘천시에 기부 채납됐다. 그렇게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도서관이 됐지만 이 도서관은 사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가 후원한 ‘작품’이다. 그렇지만 이해진 GIO는 이 도서관과 자신의 관계를 밝힌 적이 없다. “사람이 성장하는데 책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이잖아요. 다들 ‘은둔의 경영자’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그런 성격이라 본인이 이런 걸 했다고 알릴 의지가 전혀 없는 스타일이예요. 사실 네이버는 본사가 있는 판교와 비교적 가까운 지방에서 연관 사업장을 세울만한 곳을 찾았고 낙점된 곳이 춘천이었어요. 도서관 건립은 네이버의 사업과 연관되는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이기도 한 일인데 본인 성격상 그런 것을 전혀 말을 안 하는 거죠. 그래도 알려야 한다며 이걸 떠들고 다닌 사람이 바로 저였고요.” 지난 2월 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넥슨 창업주 고(故) 김정주 NXC 이사는 어린이를 위한 기부에 집중하는 철학을 보여줬다. 김 이사는 2014년 국내 최초의 아동 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200억 원의 기부에 나섰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이 기부 덕택에 2016년 4월 문을 열 수 있었다. 김 이사는 그 이후에도 대전충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서울대 넥슨어린이완화의료센터, 경남권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꾸준히 자신의 돈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김 이사로부터 어린이를 위한 일이어서 기부를 결정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했다. “천재적인 아이디어에 예술가적인 기질도 강한 분인데, 경영 측면에서는 워낙 철저했기 때문에 IT 업계에서는 거액의 기부에 놀랐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런데 어린이 재활병원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다들 고개를 끄덕였어요. 넥슨이 어린이들의 돈으로 성장했다는 마음의 빚을 김 이사가 가지고 있기도 할뿐더러 워낙에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훨씬 더 큰 규모의 기부에 나서려고 했었다는 얘기도 저는 들었습니다.” 김 이사 부부는 실제로 어린이 재활병원에 대한 애정이 커서 수시로 개인 돈으로 발전기금을 지원하고 직접 봉사활동에도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이사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명절에도 주변 직원들의 어린 자녀들에게 직접 선물을 챙겨줬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브라이언임팩트 재단,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부 새롭게 개척” 김 대표가 2년 임기의 이사장 자리를 맡은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은 어떨까. 김 대표는 이 재단 역시 일종의 사업처럼 기부에 도전해 보려는 김범수 전 의장의 기질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장 본인이 돈에 기술, 과학을 더해서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까지 해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IT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것처럼 기부에서도 IT 기술이나 과학 기술을 중요한 도구로 큰 가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인데 기부도 일종의 창업이나 사업처럼 대하는 것일 수 있겠죠.” 김 대표가 재단을 맡게 된 것도 기부에 대한 이런 생각이 통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연간 복지 예산이 200조 원에 이르는 한국은 이제 절대빈곤의 상황을 벗어났기 때문에 그에 걸 맞는 방식의 기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과거엔 거액의 대학 장학금을 기부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기부도 일종의 사업을 하는 것처럼 사회 전체에 필요한 효용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모교인 고려대에도 다양한 방식의 기부를 해봤지만 제일 효과가 컸던 건 중국으로 유학 가는 후배들에 대한 지원이었던 것 같아요. 중국어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돈을 지원해 주는 것이 비용 대비 제일 효과적이더라는 것이 제 경험입니다.” ● “김범수는 승부사, 1조 원쯤 넣을 기부 사업 찾는 중”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은 과학 전문기관과 손잡고 사회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대형 공모전을 열어 프로젝트를 선정한 뒤 1억 원 이상의 상금은 물론 장기적인 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의료 분야 연구진과 함께 10¤20년 장기 과제로 장애인의 조기 노화 연구를 진행하는 일 등도 협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만들고 장애인 복지 제도의 틀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기술·과학 기반의 기부를 위해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자체적으로도 박사급 인력을 중심으로 기술, 과학 관련 사업을 연구하는 조직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나름대로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 이런 사업들 모두 대형 기부 프로젝트에 도전하기 전에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에 가깝다고 털어놓았다. “김범수 전 의장 입장에서는 ‘1조 원’ 정도는 넣을 수 있는 사업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봐요. 100억 원, 200억 원 단위의 사업도 제가 보기에는 작지 않지만 이 프로젝트에 워낙 큰 돈을 넣기로 했으니까요. 개인적인 삶을 봐도 그렇고 사업 스타일 봐도 승부사인데 기부에서도 승부를 걸 곳을 찾는 과정이에요. 은퇴를 하고 나서는 김범수 전 의장 자신이 그 일에 뛰어들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 “사회 문제의 뿌리까지 해결하려면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수” 한국의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이 실제로 어떤 프로젝트에 집중해서 얼마나 큰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지금으로서는 알기 어렵다. 다만,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부의 실제 모습은 김 대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해진 GIO, 김범수 전 의장의 삼성SDS 입사 1년 선배로 NHN한게임 대표, 게임산업협회장 등을 지낸 ‘벤처 1세대’인 그는 2009년 IT 업계를 떠났다. 이후 북한 어린이를 위한 곰보빵 기부는 물론 기아대책, 자폐인사랑협회, 고려대 등 다양한 곳에 대한 기부를 이어온 그가 가장 뜻 깊은 활동으로 꼽는 것은 역시 베어베터다. 2012년 설립된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는 전체 직원 310명 가운데 80%가 장애인인데 연간 1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면서 철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IT 업계 선후배, 동료 중에 중증 장애 자녀를 가진 분들이 꽤 있었어요. 그래서 ‘중증 장애인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들어 볼까?’라는 말을 꺼냈다가 사실 혼이 났어요. 대학을 졸업해도 제대로 일 할 곳이 없는데 장학금이 대수냐는 것이었죠. 그래서 안정된 일터로 출·퇴근하면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저도 10년 동안 많은 곳을 뛰어다녔고 사업적으로도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베어베터는 자폐·지적장애 등 발달장애인이 명함·쿠키·화환 등을 만들어 기업에 납품하면 고객사는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 과태료를 일부 탕감 받는 모델로 사업에 나섰다. 전국 9000여 곳 기업·기관들이 정부의 장애인 고용 의무를 다하지 못해 매년 8000억 원 가까운 과태료를 내는 상황을 적절히 파고든 것이다. 개인 재산을 털어 2억5000만 원짜리 최고급 인쇄 기계를 들여 명함을 만들고 일류 제과·제빵 기술자를 초빙해 직원들을 가르치는 비용이 필요하긴 했다. 하지만 제품의 품질과 가격, 과태료 감면액 등을 감안하면 기존 기업들과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사업 모델이었다. 이용자의 선의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기업인 것이다. 베어베터의 성공 사례는 ‘브라보비버’라는 새로운 사업을 통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장 중이다. 김 대표가 지방의 장애인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 낸 브라보비버는 지방에 중증장애인 사업장을 만들고 콘도 계좌처럼 대기업이 지분 투자에 나선만큼 장애인 고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분 투자를 하고 장애인 최저임금의 2배를 내는 것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지키지 않아서 내야 하는 과태료보다 비용이 덜 드는 데다 사업장에서 생산한 쿠키·사과 등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 모델. 역시나 ‘선의’를 기대하기 보다는 사업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방식이다. 지난 5월 27일 대구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브라보비버에는 네이버·카카오의 계열사와 매일유업 등 10개 기업이 투자해 발달장애인 54명을 고용했다. “중증 장애 자녀가 있는 가정은 아이가 홀로 서기를 해야 하는 성인이 됐을 때 부모님이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어진다는 큰 문제를 품고 있어요. 장애인 고용으로 이런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하려고 노력해 왔는데 수도권보다 지방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걸 저도 좀 늦게 깨달았어요. 브라보비버가 잘 자리를 잡으면 정말로 이 문제의 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절대 빈곤을 벗어난 한국에서 여전히 ‘퍼주는 기부’도 필요하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기부’가 점점 중요해지지 않을까하는 것이 저의 오래된 생각입니다. 브라이언임팩트 재단과 같은 활동을 통해서 IT 창업가들이 정말로 새로운 기부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시는 것도 재미난 일 아닐까 싶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4대 금융그룹이 가파른 금리 상승 속에 이자수익을 크게 늘리면서 올 상반기(1∼6월) 9조 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과도한 이자 장사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고통을 은행들이 분담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2조7566억 원), 신한(2조7208억 원), 하나(1조7274억 원), 우리(1조7614억 원)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상반기에 총 8조9662억 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최대 반기 실적이었던 지난해 상반기 8조909억 원보다 10.8% 늘어났다. 실적 향상을 이끈 원동력은 이자이익이었다.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이자이익 합계는 지난해 상반기(15조8319억 원)보다 19.2% 늘어난 18조8671억 원이었다. 금융사가 이자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뜻하는 이자이익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커질수록 늘어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의 전반적인 자본 확대와 금리 인상 등으로 이익이 늘어났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근거로 ‘고금리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나누라’는 요구가 더 커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1일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주문을 요청한 바 있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22일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4대 금융그룹이 가파른 금리 상승 속에 이자수익을 20% 이상 늘리면서 올 상반기(1~6월) 9조 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과도한 이자장사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고통을 은행들이 분담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2조7566억 원), 신한(2조7208억 원), 하나(1조7274억 원), 우리(1조7614억 원)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상반기에 총 8조9662억 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최대 반기 실적이었던 지난해 상반기 8조909억 원보다 10.8% 늘어났다. 4대 금융지주 중에서 은행을 주력으로 하는 우리금융지주는 순이익 증가 폭(24.0%)이 가장 컸다. 반면, 하나금융지주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으로 유일하게 순이익이 254억 원(1.4%) 줄었다. 실적 향상을 이끈 원동력은 이자이익이었다.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이자이익 합계는 지난해 상반기(15조5356억 원)보다 21.4% 늘어난 18조8671억 원이었다. 금융사가 이자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뜻하는 이자이익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커질수록 늘어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의 전반적인 자본 확대와 금리 인상 등으로 이익이 늘어났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근거로 ‘고금리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나누라’는 요구가 더 커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1일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주문을 요청한 바 있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22일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파업 50일째인 21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와 근로자 간 협상은 임금 인상률에선 타협점을 찾았지만 손해배상 소송 청구 문제로 진통이 거듭됐다. 이날 조선업계 및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는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협력업체 측)가 제시한 올해 임금 4.5% 인상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청지회가 협력업체들과 대우조선에 손해배상 관련 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걸면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협력업체들과 대우조선으로서는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소 제기 대상을 하청지회 집행부 5명으로 한정하는 것으로 좁혀 해결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테이블에선 5명에게만 소를 제기하면 배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표류하는 가운데 경찰이 공권력 투입을 검토하고 나서자 노동계가 크게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을 투입하면 정권 퇴진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정규직 노조)는 금속노조 탈퇴를 위한 전체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투표 결과는 22일 오후에 나온다.대우조선 막판 협상… ‘노조 집행부 5명한정 손배소’ 대안 떠올라 노사 ‘임금 4.5% 인상’은 의견 모아하청노조 “임금 인상안 크게 양보… 사측, 손배청구-고발 취하를” 주장협력사-대우조선 “처벌없이 끝내면 나쁜 선례 남고 배임” 수용불가 고수쌍용차, 당시 금속노조 손배소 진행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이 재교섭 일주일째를 맞은 21일 ‘민형사상 소송 면책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됐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와 협력사는 전날(20일) 오후 11시 반까지 이어지는 마라톤협상 끝에 ‘임금 인상 4.5%’를 인정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하청지회는 이날 “임금 인상 요구안을 크게 양보한 만큼 손해배상 청구와 형법상 업무방해죄 고발을 취하하고 이후 추가 제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력사 대표들과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받아들이긴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맞섰다. 불법 파업이 아무런 처벌 없이 끝나면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고, 업무상 배임죄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날까지 파업에 가담한 조합원이 소속된 22개 협력사 측이 하청지회에 제기한 민형사상 소송(고발)은 대여섯 건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업무를 방해하고 욕설에 협박까지 했던 직원들이 어떠한 자기반성도 없이 교섭을 마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이 협상에서 무제소를 약속한다고 해도 하청지회엔 더 큰 걸림돌이 남아 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손해배상 청구는 불가피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날까지 대우조선해양이 입은 손실액은 7000억 원이 넘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채권단인 KDB산업은행 측은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지원은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로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불가능해지면 결국 회생 절차 신청 등의 방법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법원이 회생 가능성을 따져 기업회생 절차를 밟거나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이에 따라 협상 과정에서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되 그 대상을 하청지회 집행부 5명으로 한정하는 대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문가 해석도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원청인 대우조선도 이 같은 조건에 일정 부분 동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타결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타협이 이뤄진다 해도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대우조선 주주사나 다른 협력사들이 소를 제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배임죄는 형사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이 같은 합의가 법적 책임을 완전히 해소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배임죄는 형사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대우조선이 정부나 산업은행과 협의를 통해 무제소를 선택한다 해도 경영진이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우조선 경영진은 손해배상 청구권을 포기하면 형법상 배임죄는 물론이고 손배소까지 뒤집어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공권력이 투입되고서야 마무리됐던 ‘쌍용자동차 사태’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쌍용차는 2009년 77일간 지속됐던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노조원 개인과 금속노조에 손배소를 제기한 바 있다. 이 중 금속노조에 대한 30여억 원의 손배소는 취하하지 않았고, 아직 대법원 선고를 남겨두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거제=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거제=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금융지주 회장들도 고물가, 고금리 등 복합위기를 맞아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며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최근 물가 급등과 금리 상승 상황에서 대응 여력이 미약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14일 발표한 ‘금융 부문 민생안정 과제’에 대한 금융권의 정확한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부가 30조 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설립해 빚 갚을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에게 대출 원금을 최대 90% 감면해주고 저신용 청년들의 대출 이자를 최대 50% 감면해주는 등의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의 집행과 보완이 중요한 만큼 전산시스템 구축부터 일선 영업점 준비까지 꼼꼼한 점검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9월 말 종료 예정인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상환 유예 및 만기 연장 조치와 관련해 금융사 중심의 충격 완화를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차주를 잘 알고 있는 금융기관이 먼저 컨설팅하고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월 말 현재 만기가 연장되거나 상환이 유예된 소상공인 대출(중소기업 포함)은 133조3000억 원에 이른다. 김 위원장은 금융규제 혁신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규제 개혁의 성패는 현장에서 얼마나 금융산업의 미래를 위한 핵심적 과제를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적극적으로 과제를 발굴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지주 회장들도 정부의 취약계층 지원 대책과 금융규제 혁신 추진 방안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장들은 “차주에 따라 채무를 단계적으로 분할 상환하도록 하는 것은 금융기관 건전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체적인 금융 지원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배부열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참석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가계대출 금리가 현재보다 3%포인트 더 오르면 190만 명이 빚 갚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은 대출 원리금을 갚으면 최저 생계비도 감당하기 힘든 취약차주로 분류된다. 금융당국은 금융 취약계층의 부실을 막기 위해 14일 발표한 민생안정 대책 실행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금리 상승이 가계대출 차주의 상환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3월 말 현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1616조2000억 원)의 평균 금리는 3.96%로 집계됐다. 이 금리가 3%포인트 상승하면 대출자 1646만 명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는 사람이 19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존 140만 명에서 50만 명이 늘어난 규모이며, 이들의 부채도 357조5000억 원에서 480조4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DSR는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통상 DSR 70%를 초과하면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외하면 대출 원리금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차주로 분류된다. 또 동일한 금리 상승 상황에서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만 제외해도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DSR 90% 초과’ 차주는 120만 명으로 기존보다 30만 명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DSR 90% 초과 차주의 비중은 제2금융권에서 10.3%(76만 명), 자영업자는 13%(28만 명)로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다중채무자 중 DSR 90% 초과 차주는 12%(45만6000명)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기에 부실 위험이 커진 저소득·저신용자, 다중채무자,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보호할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앞서 14일 ‘125조 원+알파(α)’를 투입하는 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도 내놨다. 폐업, 부도 등으로 빚 갚을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대출 원금을 최대 90% 감면해주고 저신용 청년들의 대출 이자를 최대 50% 감면해주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 같은 빚 탕감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8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지원 대책은 정상적으로 채무를 이행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라며 “가상자산 투자 실패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도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채무조정은 빚투족, 영끌족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정부가 위기 때마다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어려운 이들의 재기를 지원해 왔다”며 “이들의 재기를 지원하지 않아 파산자로 몬다면 그건 우리 경제의 엄청난 비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기에 차주의 급격한 DSR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대책을 우선 시행하고 또 경제 여건이 바뀌는 상황을 보면서 계속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가계대출 금리가 7% 수준까지 오르면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빼고 대출 원리금도 갚기 힘든 사람이 19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과 자영업자 다중채무가 급증하는 것으로 파악돼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보호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금리 상승이 가계대출 차주의 상환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3월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616조2000억 원으로 현재 3.96%인 평균 금리가 3%포인트 상승하면 대출자 1646만 명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는 사람이 190만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존 140만 명에서 50만 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이들의 부채 금액은 357조5000억 원에서 480조4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DSR은 1년간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이 소득과 비교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DSR이 70%를 초과하면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외하고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로 분류된다. DSR 90% 초과 차주는 금리가 3%포인트 상승하면 90만 명에서 120만 명으로 30만 명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만 차감해도 원리금을 못 갚는 대출자를 뜻한다. DSR 90% 초과 차주 비중은 제2금융권이 8.4%(62만 명)에서 10.3%(76만 명), 자영업자는 10.2%(21만9000명)에서 13%(28만 명)로 각각 늘어난다. 앞으로도 시장금리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에서 대출이 많은 자영업자의 연착륙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민간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 기준을 합리화하는 내용의 상호금융업·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일부 개정 고시의 규정 변경을 예고했다. 고금리로 대출을 이용하던 중·저신용자가 중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민간 중금리 금리상한 기준을 합리화하는 조치다. 이에 따라 상호금융권은 민간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이 8.5%에서 10.5%로 상향 조정된다. 신용카드업은 11%에서 13%로, 신용카드 외 여신전문 사업자는 14%에서 15.5%로 조정될 예정이다. 저축은행은 16%에서 17.5%로 올릴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용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면 금융사가 중·저신용자 대출을 민간 중금리 대출로 취급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며 “최근 금리 상승분을 민간 중금리 대출 금리 상한 요건에 반영해 민간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또 금융사들의 금리 인하 요구권 실적 비교 공시와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 월별 공시 등을 통해 금융사의 급격한 대출 금리 인상을 억제할 계획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