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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26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수사관에 대한 감찰위원회를 열어 사업가에게서 골프 접대를 받고, 청와대 재직 중 작성한 문건을 유출한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중징계를 요청하기로 했다. 중징계는 정직 이상, 최고 파면까지 가능하다. 최종 징계수위는 김 수사관이 소속된 서울중앙지검 또는 상급기관인 서울고검 징계위원회를 거쳐 결정된다. 대검 감찰본부는 27일 감찰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김 수사관은 감찰 조사 과정에서 출국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26일 청와대 특감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지난해 3월 24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수감 중)의 국정농단 사건 묵인 및 은폐 혐의를 수사하기 위한 압수수색 이후 671일 만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처음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2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여민관의 반부패비서관실 사무실과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있는 특별감찰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이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 직접 자료를 가져가지 않고 영장에 제시된 문건 등을 임의제출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형사소송법 110조에 따르면 청와대는 군사보안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규정상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경내에서 압수수색이 허용되지 않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전 9시 검사와 수사관들이 청와대 연풍문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왔다.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찰의 압수수색에 성실히 협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2대 이상의 업무용 PC의 파일을 포렌식(디지털 저장 매체 복원 및 분석) 방식으로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이 이날 확보한 문건 중엔 김 수사관이 특감반 시절 만든 첩보 내용 및 관련 보고 문건이 포함돼 있다. 김 수사관은 특감반 근무 중 감찰 대상이 아닌 민간기업 등을 조사했다고 폭로했다. 자유한국당은 21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 4명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정성택 neone@donga.com·한상준 기자}
‘2009년 사업가 장모 씨에게서 1000만 원을 받았다’는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관련 첩보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지를 놓고 우 대사가 딜레마에 빠졌다. 우 대사의 변호인은 러시아로 출국한 우 대사에게 23일 “법리적으로 명예훼손 성립이 어렵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이 변호인은 우 대사에게 사업가가 공개적으로 우 대사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 않고 있고 김 수사관이 허위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첩보를 작성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고소의 실익이 없다고 보고했다. 김 수사관이 사업가의 통화 내용 녹취를 바탕으로 첩보를 쓴 점 등을 고려할 때 검찰에서 무혐의가 날 가능성이 높아 고소를 만류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은 우 대사는 하루 뒤인 24일 “명백한 허위 사실에 대해 고소해야 한다”며 답장을 보냈다. 앞서 우 대사는 17일 러시아로 출국하기 전 이 변호인에게 “청와대 재직 중 작성한 보고서를 검증도 없이 언론에 흘린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할 것을 지시했다. 우 대사가 김 수사관을 고소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 대사 측 변호인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도록) 우 대사를 계속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이 우 대사를 설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는데 무혐의 처분이 날 경우엔 명예훼손 유무와는 별개로 여론이 우 대사가 돈을 받았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만일 수사 과정에서 우 대사가 돈을 받았다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난다면 김 수사관이 무고의 피해자가 되면서 우 대사가 무고 혐의로 처벌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앞서 사업자 장 씨는 2015년 ‘우 대사에게 조카 취업 청탁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줬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서울중앙지검에 냈다. 당시 검찰은 진정 내용을 수사하지 않아 관련 의혹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김 수사관은 장 씨의 통화내용 녹취 등을 근거로 청와대 특별감찰반 근무 당시인 지난해 9월 A4 용지 5장 분량의 우 대사 관련 첩보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정성택 기자}
김태우 검찰 수사관(43)과 함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에 근무했던 전 특감반원들이 24일 “텔레그램 선(先)보고 방식으로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수사관이 청와대 근무 당시 이인걸 특별감찰반장에게 텔레그램으로 사전 승인을 받고, 첩보 보고를 했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특감반에 근무했던 A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상 업무방식은 굳이 미리 뭘 조사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당시 다른 특감반원들도 선보고 방식으로 일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김 수사관이 했다면 자신만 그런 식으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이 특감반장을 포함해 모든 특감반원이 들어와 있는 텔레그램 단체방이 있었다. 하지만 이 방도 외근자가 많은 특감반 업무 특성상 일정 공지 등이 주된 목적이었고, 항간에 떠도는 지라시(사설 정보지) 등을 참고용으로 올리는 정도였다”라고 했다. 김 수사관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을 받기 전 이 특감반장으로부터 나가라고 지시받았다고 주장하는 이 단체방도 개인의 첩보 업무 논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이 방은 없어진 상태라고 한다. 민간인 대상의 일일 동향 보고가 있었다는 김 수사관의 주장에 대해 B 씨는 “매일 누구를 만나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보고하는 게 목적이지 민간인 사찰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B 씨는 “김 수사관이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감찰을 받는 등 물의를 일으킨 뒤 재발 방지 차원에서 만든 보고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특감반장은 “김 수사관이 텔레그램으로 많은 양의 지라시를 보낼 때 읽지 않고 ‘응’이나 ‘OK’로 답을 했다가, 나중에 찬찬히 읽어본 뒤 보고서감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김 수사관을 불러 조사하지 말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검찰이 대통령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에 근무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43)과 함께 골프를 친 건설업체 대표 최모 씨(58)의 사무실 등을 20일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조용한)는 이날 최 씨가 운영하고 있는 토목시공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앞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4일 최 씨가 민자고속도로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 김모 서기관(51)에게 뇌물 1100만 원을 준 혐의가 있다며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최 씨가 로비 과정에서 회사 운영자금을 횡령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최 씨의 구체적인 로비 내용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김 수사관은 앞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을 받으면서 “최 씨가 골프 비용을 냈다”고 진술했다가, 대검찰청 감찰본부 조사에서는 “골프 비용을 내가 계산했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감찰본부는 이날 김 수사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감찰본부는 김 수사관에 대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 수사관이 전국 10여 곳의 골프장에서 최 씨와 다른 사업가 등과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했다. 감찰본부는 KT A 상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김 수사관 등에게 몇 차례 골프 접대를 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청와대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김 수사관을 고발한 사건을 김 수사관의 주소지 관할 검찰청인 수원지검에 다시 배당했다. 청와대에서 복귀 직후 서울중앙지검으로 발령 난 김 수사관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성택 neone@donga.com·김동혁 기자}
과거 검찰의 인권침해 및 수사권 남용 사건을 조사 중인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조사를 방해하는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진상조사단의 외부조사위원인 김영희 변호사(52·사법연수원 31기)는 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 대상 사건과 관련된 검사 중 일부가 조사 활동에 대해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단원 일부가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 등 외부조사위원 6명은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2000년)과 ‘남산 3억 원 관련 신한금융지주 사건’(2008년)은 조사가 이미 끝났는데도 과거사위원회 일부 위원이 조사단의 권고안을 문제 삼으면서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를 인사 참고 자료로 반영하라는 권고 의견이 부적절하다거나 ‘검사의 중대한 과오’ 문구를 빼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조사 대상인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로부터 민·형사 조치를 취하겠다는 압박을 받아 조사를 중단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용산 철거민 사건(2009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15일 조사팀에 재배당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의 경우 조사 기간이 부족하다고 건의하자 일부 위원이 ‘기한이 연장되면 사표를 내겠다’는 발언을 했다”고도 했다. 과거사위원회 관계자는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 개진이 있었다. 단정적인 표현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발족한 진상조사단은 검사와 변호사, 교수 등 내·외부조사위원 4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과거사위원회가 권고한 15개 사건을 조사 중이며, 조사 기한을 두 차례 연장한 끝에 이달 31일 활동이 종료된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검찰이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골프장 10곳을 18일 압수수색했다. 청와대의 김 수사관 감찰 기록을 넘겨받아 수사 중인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골프장 이용 기록과 결제 명세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또 김 수사관과 함께 골프를 친 KT 상무 A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검찰은 김 수사관이 A 상무로부터 골프 등의 향응과 함께 부적절한 청탁을 받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 근무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직자 비위 감찰을 담당했다. 과기정통부는 KT에 대한 감독 및 규제 권한을 갖고 있다. 검찰은 김 수사관을 상대로 A 상무에게 과기정통부의 주요 관계자들을 소개해 줬는지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감찰본부는 14일 김 수사관에 대한 감찰을 강제 수사로 전환하면서 김 수사관이 사용 중이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김 수사관은 검찰에서 “청와대에서 쓰던 휴대전화는 버리고 새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수사관의 최근 1년 치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 기록을 분석해 김 수사관이 어느 골프장을 다녔는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을 받으면서 “다른 특감반원 2명과 함께 평일 한 차례, 주말에 네 차례 골프를 쳤다. 내가 아는 건설업체 대표 B 씨와 다른 특감반원의 지인들이 돌아가면서 골프 비용을 계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수사관은 대검 감찰본부 조사에서 “골프비용을 내가 냈다”고 주장하는 등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을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19일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우 대사의 법률대리인은 18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우 대사가 출국 전 변호인을 직접 만나 김 수사관을 상대로 한 소송 논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근무 때 일방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첩보라고 생산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언론에 흘린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9월 특감반 근무 당시 사업가 장모 씨가 2009년 우 대사에게 조카의 취업 청탁을 하며 1000만 원을 줬다는 첩보가 담긴 보고서를 작성했다. 김 수사관은 이 보고서 때문에 자신이 청와대에서 쫓겨났다며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우 대사의 1000만 원 수수 의혹은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검찰 수사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나게 됐다. 앞서 장 씨는 2015년 우 대사에게 돈을 줬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 민원실에 제출했지만 검찰은 수사를 하지 않았다. 명예훼손 수사를 통해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도 공여자인 장 씨와 수수자인 우 대사 모두 처벌을 받지 않는다. 금품수수액이 3000만 원 이하여서 뇌물죄 공소시효(7년)가 2016년 완성됐기 때문이다. 의혹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김 수사관은 명예훼손죄로 처벌받게 된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지난해 10월 한 국내 중견 건설업체가 법원 회생절차에서 인수합병(M&A)을 희망하는 매수자를 찾아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인수합병은 미국에서 도입한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방식으로, 인수 가격이 100억 원 오른 대표적인 국내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과정의 중심에 법무법인 율촌이 있었다.스토킹 호스로 첫 우선매수권 행사 스토킹 호스 방식의 인수합병은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이 우선매수자와 먼저 수의계약을 맺고, 그 뒤에 기업 매각의 공개입찰에 들어가는 점에서 일반 회생 절차에서의 인수합병과 다르다. 공개입찰에서 우선매수자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이 나타나면 우선매수자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보상금을 받고 인수를 포기하거나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입찰 참여자만큼 비용을 지불하고 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다. 율촌 도산·기업구조조정팀의 김철만 변호사(49·사법연수원 23기)는 “국내에서 지금까지 이뤄진 스토킹 호스 방식의 인수합병은 우선매수자와 공개입찰자의 경쟁이 활발하지 못해 대부분 회생기업에서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적었다”며 “이번 공개입찰에서 우선매수자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매수자가 3곳이나 나왔고, 그 결과 기존 우선매수자가 100억 원 이상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인수합병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회생기업과 채권단 모두에 바람직한 결과였다. 이 인수합병 과정의 중심에 율촌이 있었다.공모사채의 출자전환 혁신 선례 스토킹 호스 인수 합병의 성공 사례는 율촌이 세운 또 다른 혁신의 이정표다. 현재 김철만 변호사와 김기영 변호사(49·27기)가 이끌고 있는 20여 명의 도산·기업구조조정팀은 그동안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STX의 채권단공동관리(자율협약) 과정에서 처음으로 일반 금융기관 채권단뿐만 아니라 개인 채권자들(공모사채)의 채권도 출자전환을 한 것이다. 당시 STX는 금융기관 채권단에서 비금융기관 채권자들도 같은 조건으로 채무조정을 하는 것을 자율협약 체결의 선행조건으로 요구했다. STX의 당시 재무 상황은 단순히 만기 연장이나 이자율 조정 같은 채무조정이 아니라 출자전환을 통해 채무를 줄이고 자본을 늘리는 재무구조 개선을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김기영 변호사는 “당시 대규모의 공모사채를 출자전환한 선례가 없어서 대부분 로펌들이 STX의 의뢰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며 “상법의 사채권자집회 규정을 갖고 와서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내리고 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3000여 명에 달하는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얻는 노력 끝에 결국 정해진 기간 내에 자율협약 합의를 이끌어냈다. 혁신의 선례를 세우자 이번에는 의뢰인이 먼저 찾아왔다. STX처럼 현대상선도 2016년 공모사채 전환이 기업구구조정의 가장 큰 과제였다. 당시 현대상선 채무 중 공모사채 등 비금융기관 채권의 비중은 전체 50%에 육박할 정도였다. 율촌은 이 과정에서 총 6843억 원 규모의 공모사채를 사채권자집회를 통해 채무를 조정했고 1조3900억 원 규모의 채권금융기관 채무에 대한 조정도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장기 선박사용료의 감액을 위한 해외 용선주들과의 협상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법률자문도 맡은 율촌은 1조3500억 원에 이르는 공모사채의 출자전환을 이뤄냈다.M&A 전문 펀드의 법률자문으로 영역 확장 율촌의 혁신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정형화된 기존 기업회생 업무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시장 상황에 맞는 법률자문 서비스를 갖추는 게 목표다. 팀 내에서 비법정 도산절차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이수연 변호사(41·34기)는 “기업회생의 인수합병 환경이 예전에는 주로 기업들이 주된 참여자였다면 최근에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만 전문적으로 참여하는 펀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율촌의 기존 차별화된 업무 성과를 토대로 이들 펀드들에 최적의 법률자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군 통신망 전환 사업에 필요한 발전기를 독점 납품하며 부당이득을 취한 방위산업체를 검찰이 최근 압수수색하고, 이 업체 관계자를 구속 수사 중인 사실이 12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정희도)는 발전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방위산업체 S사를 압수수색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S사의 최모 부문장을 최근 구속 수감하고, 납품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 2016년 6월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S사는 군 당국이 진행하는 5조 원 규모의 사업에 발전기를 독점 납품해 왔다. 군 당국은 음성 전달 중심인 기존의 아날로그 통신망을 대용량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때 필요한 발전기를 S사가 독점으로 공급하면서 원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S사가 약 3500대의 발전기를 납품하면서 700억 원 상당의 부당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S사가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경위도 수사하고 있다. S사가 홍모 전 준장(58) 등에게 해당 발전기를 납품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정황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준장은 군 물자 독점 납품권을 주고 특정 업체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김동혁 hack@donga.com·정성택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은 11일 “현안 사건 수사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정립해 나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검찰 스스로도 인권의 가치를 지키며 소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월례 간부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문 총장이 현안 사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전 정권을 상대로 한 적폐 수사 드라이브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60·예비역 중장·육사 37기)이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7일 투신 사망한 뒤 나흘 후에 나온 첫 발언이기 때문이다. 같은 날 박병대 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검찰 수사의 범위와 속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문 총장은 이날 “대검과 일선 검찰청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체포수사 준칙 등 수사 단계별 절차를 세밀하게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달 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시 수갑을 찬 상태로 출석해 과잉 수사 논란이 제기됐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실 구속 피의자 등 조사 시 인권 개선 방안’을 설명하기 위한 전제로 한 얘기다. 특정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60·예비역 중장·사진)은 자신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면서 군 최고위급 지휘관으로서 가졌던 자존감이 많이 흔들렸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의 변호를 맡은 석동현 법무법인 대호 대표변호사는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사령관이 투신하기 약 1시간 30분 전인 오후 1시 5분경 직접 통화를 했는데, 수사 과정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긴 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대화를 했다”고 전했다. 이 전 사령관의 한 지인은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 무엇이냐고 압박을 많이 받았다. 범죄인 취급을 당한 것에 모멸감을 느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기무사에 ‘세월호 TF’를 만들어 유가족들의 동향을 감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의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을 검거하기 위해 기무사에서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있던 유 전 회장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을 군 장비로 감청한 의혹에도 이 전 사령관이 관여한 건 아닌지도 수사하고 있었다. 이 전 사령관은 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앞서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불법 사찰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라는 말이 있다”고 뼈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법원은 이 전 사령관의 영장을 기각했지만 나흘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군인으로서 오랜 세월 헌신해온 분의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을 구속한 뒤 국방부나 청와대 고위 인사의 사건 연루 여부를 수사하고자 했지만 이 전 사령관의 사망으로 향후 수사 방향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군 특별수사단에선 기무사 세월호 TF의 유가족 사찰 실행방안이 청와대에 보고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군내 실세로 주목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남동생인 지만 씨와 특별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이 전 사령관은 지만 씨와 고교(서울 중앙고) 때부터 ‘단짝 친구’로 육사도 같은 기수(37기)로 들어갔다. 육사 37기 출신인 한 예비역 장성은 “두 사람은 생도 때 학과 시간은 물론이고 휴가나 외박도 함께 나갔다”고 말했다. 지만 씨 동기생 중 이 전 사령관이 유일하게 박 전 대통령을 ‘누나’라고 불렀다는 말도 있다. 이 전 사령관은 사령관을 맡은 직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만 씨와 절친이냐’란 질의에 “절친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지만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두 달 만인 2013년 4월 상반기 인사 때 중장으로 진급해 육군의 핵심 보직인 인사사령관을 거쳐 6개월 뒤에는 기무사령관에 전격 발탁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 전 사령관은 대장으로 진급할 것이란 말도 나왔지만 기무사령관 취임 1년 만에 교체돼 3군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전출됐다. 그가 야전 경험을 쌓고 재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3군 부사령관을 끝으로 2016년 전역했다. 군 안팎에선 지만 씨 절친이라는 ‘꼬리표’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대외 활동에 치중한 게 발목을 잡았다는 얘기가 적지 않았다. 올 3월엔 지만 씨가 회장인 EG그룹의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60·예비역 중장·육사 37기)이 7일 고층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이날 오후 2시 48분경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오피스텔 건물 실내 13층에서 1층 로비로 투신했다. 이 전 사령관은 13층에 있는 지인의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외투를 벗어놓고 사무실 밖으로 나온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이 사무실에 놓고 나온 손가방에서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내용은 ‘모든 걸 안고 가겠다.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원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나 현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는 자신의 신변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기무사에 ‘세월호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유가족의 동향을 감시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왔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이 전 사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3일 기각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정성택 기자}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들이 비위 연루 여부를 확인하려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자체 감찰 조사 때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특감반 소속이던 김모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나 말고도 다른 특감반원 3, 4명이 건설업자 등과 골프를 쳤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다른 특감반원들에게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특감반원들은 “무슨 증거로 그러느냐”며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부적절한 골프 회동이 있었는지 더 이상 확인하기 어렵다고 보고, 특감반원 전원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정황으로 특감반원을 원대 복귀시켜서 감찰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이 경찰청을 방문해 확인하려고 했던 사건은 건설업자가 국토교통부 공무원에게 금품을 건네고 공사를 수주한 건설 비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국토부 김모 서기관(51)을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로, 토목시공업체 대표 최모 씨(58)를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최 씨는 김 수사관의 지인이다. 김 서기관은 민자고속도로 공사에 최 씨의 업체가 하청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돕고, 최 씨에게서 2010년부터 20만∼40만 원씩, 총 11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정성택 neone@donga.com·한상준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소속이던 김모 검찰 수사관이 청와대 자체 감찰 때 “다른 수사관들과 5차례 정도 골프를 쳤고, 그 비용은 사업가들이 낸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최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골프 회동을 함께한 또 다른 특감반 직원 2명과 김 수사관 등 모두 3명의 감찰 기록을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보냈다. 청와대 조사 당시 김 수사관은 “다른 특감반원 2명과 함께 평일에는 1차례만 골프를 쳤고, 나머지 4번은 주말에 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골프 회동 때마다 내가 아는 건설업체 A 대표뿐만 아니라 특감반원의 지인들이 비용을 계산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골프장도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사관은 A 대표가 피의자로 입건된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수사 진행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초 경찰청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 청와대 감찰 조사 대상에 올랐다. 감찰 과정에서 김 수사관은 평일에 다른 특감반원 1명과 부적절한 골프 회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곧 특감반원 10명 전원 교체로 이어졌다. 김 수사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건설업자뿐만 아니라 골프 비용을 댄 다른 특감반원들의 지인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골프 회동에 참여한 다른 수사관의 진술은 김 수사관의 진술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일 골프를 같이 친 B 수사관은 “나는 휴가를 내고 쳤다. 그리고 비용은 각자 계산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 수사관은 주말에만 함께 골프를 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감찰 기록에는 골프장 예약 기록이나 비용 명세가 없어 대검 감찰본부의 조사로 진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감찰 기록에는 골프 회동 외에 향응 여부 등도 포함되지 않았다. 감찰본부는 청와대에서 원대 복귀한 김 수사관 등을 곧바로 소환해 골프 회동의 경위와 비용 분담 등 비위 의혹 전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성택 neone@donga.com·황형준 기자}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재수사 중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장 씨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68),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65) 등이 함께 술자리를 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3일 전해졌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장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인 2008년 하반기 박 회장과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66), 그리고 권 전 장관이 술을 마시는 자리에 동석했다. 권 전 장관은 당시 대검찰청 차장이었다. 권 전 장관은 박 회장의 초대로 장 씨가 있는 술자리에 합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조사단은 권 전 장관이 장 씨가 있는 술자리에 가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또 권 전 장관이 장 씨 사건 수사에 영향력을 미쳤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권 전 장관은 대검 차장을 하다 서울고검장을 거쳐 대통령민정수석을 지낸 뒤 법무부 장관이 됐다. 2009년 3월 7일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 중이던 장 씨(당시 27세)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장 씨가 숨지기 1년여 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점을 감안해 단순 자살로 판단했다. 하지만 장 씨가 기업인, 언론사 고위층 등 유력 인사들에게 수시로 술자리 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았다고 쓴 자필 유서가 발견된 뒤 지금까지 숨진 경위를 놓고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52·사법연수원 20기·사진)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인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2일 “김 후보자가 2001년 당시 4억 원에 산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1억8500만 원에 매입했다고 작성한 매매계약서를 서초구에 제출했다”며 “김 후보자는 서면답변서를 통해 다운계약서를 낸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김 후보자가 1992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를 사고 2002년 이 아파트를 팔 당시에도 각각 다운계약서를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상계동 아파트와 관련해 신 의원에게 보낸 서면답변서에서 “매매계약서를 갖고 있지 않아 정확하지 않지만 해당 아파트의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아파트의 당시 평균 시세가 9000만∼1억 원인데 대법관 제청 절차 때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이 아파트의 신고 금액은 4900만 원”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하지만 실제 거래가격으로 신고했어도 양도소득세 면제 대상이라 양도소득세를 덜 낸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4일 열린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65세 연장은 시기상조가 아니라 만시지탄(晩時之歎)입니다.”(원고 측 변호인) “기존의 경험칙을 바꿀 정도로 확연한 변동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피고 측 변호인) 29일 오후 2시부터 4시 반까지 이어진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의 육체노동자 가동(稼動)연한에 대한 공개변론은 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늘릴 타당한 근거가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공개변론은 2015년 수영장에서 익사한 4세 아동의 유족과 2016년 난간에서 떨어진 49세 전기기사의 유족이 각각 수영장 운영업체와 목포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의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이뤄졌다. 하급심에서는 4세 아동은 60세, 49세 전기기사는 65세를 가동연한으로 판단했다. 원고 측은 현재 시행 중인 다른 고령자 정책과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1969년 이후 출생자의 경우 국민연금을 65세에 받는다. 대법원이 60세 기준을 정한 1989년과 비교해 평균 기대수명이 늘었고, 고령층 취업률이 증가하는 것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기준 평균 기대수명은 82.4세로 1989년보다 10세 이상 늘었다. 신종각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고령층의 취업률이 증가해 60∼64세 10명 중 6명, 65∼69세는 10명 중 4명 이상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피고 측은 현 60세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생존 나이와 일할 정도로 건강한 나이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고 측 소송대리인 이옥형 변호사는 “2012년 기준 건강수명은 65.7세였지만 2016년엔 64.9세로 줄었다. 주 52시간 근무 등으로 한 달에 일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피고 측에서 가동연한 65세를 반대하는 것은 가동연한이 올라갈 경우 보험사에서 사고 피해자에게 물어줘야 할 손해배상액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는 배상액이 늘어나게 되면 자동차보험의 경우 최소 1.2%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피고 측 김재용 변호사는 “65세로 가동연한을 올리면 민간 업체의 정년이 65세로 늘어나 청년 실업률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동연한은 육체노동자에게만 해당되고 회사원이나 대학교수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법원 관계자는 “육체노동자를 제외하고는 해당 직군별로 정해진 정년에 따라 판사가 손해배상액 등을 산정한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택시운전사나 가사 노동자 등 정년이 없는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일할 수 있는 나이)’은 몇 세일까? 1989년 대법원은 기존 만 55세이던 판례를 만 60세로 5년을 높였다. 이후 29년 동안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만 60세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평균수명이 늘고, 정년 연장 논의가 진행된다는 이유 등으로 최근 1, 2심에서 가동연한을 65세로 봐야 한다며 대법원 판례와 엇갈린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이에 대법원은 29일 가동연한을 65세로 높일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늘리면 가파른 노령화 속에 기업 정년과 노인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년이 늘어나면 ‘소득 절벽’ 줄어 가동연한은 주로 일용직 노동자나 미성년자가 사고로 사망하거나 장애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가동연한 기준이 달라진다고 해서 당장 공무원이나 회사원, 전문직 종사자 등 기업 정년(停年)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정년은 기업 등에서 조직원이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자동적으로 퇴직하게 규정한 한계 연령을 뜻한다. 육체노동자가 아닌 직업군은 노동법을 손질해야 정년이 상향 조정된다. 60세 정년이 법제화한 것은 2013년 4월로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했다. 가동연한 상향조정은 정년 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법원 결정이 모든 근로자의 정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면 법을 개정해 정년이 65세로 올라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직장인 가운데 상당수는 50대 초중반이면 명예퇴직을 한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 때문이다. 이때부터 ‘인생 2막’을 시작해야 한다. 설령 정년을 채우더라도 일손을 놓기 힘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노인 빈곤율(46.7%) 1위인 우리나라 사정을 감안하면 60세 이후 근로는 바람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정년이 연장되면 무엇보다 ‘소득 크레바스(절벽)’를 좁힐 수 있게 된다. 현재 정년은 60세인 반면 국민연금은 2033년 이후 만 65세부터 나온다. 60대 초반 5년간을 ‘보릿고개’에 비유한다. 국민연금이 나올 때까지 버텨내야 하는 시기라는 의미다. 2년 전 은퇴한 박모 씨(62세)는 “정년이 연장되면 은퇴와 동시에 연금을 받게 되니 노후생활을 설계하기가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금(25만 원) 지급을 비롯해 지하철 무료 이용, 인플루엔자 무료접종과 같은 각종 혜택도 만 65세부터 시작돼 정년이 연장되면 은퇴와 함께 각종 노인복지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노인 기준 높아질 수도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정년 연장과 함께 노인 기준 자체가 현재 65세에서 70세로 높아질 수도 있다. 국내 노인 기준은 1964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인 연령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렇게 되면 65세에 은퇴해 70세에 복지 혜택을 받게 돼 다시 5년이란 ‘소득 크레바스’가 생긴다. 보건복지부 강민규 노인정책관은 “정년 연장은 노인 연령 기준 변경과 맞물린 문제”라며 “노인 일자리가 충분한지, 70세부터 노인 복지를 시작해도 무리가 없는지를 검토하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률적인 정년 상향보다 각자의 건강 상태나 근로 의지 등을 감안해 정년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정성택·김하경 기자}
“아무리 병소(病所)를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28일 오전 8시 59분경 출근길에 대법원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명의(名醫)는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서 단기간에 수술해 환자를 살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오전 9시 45분경 출근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안 처장의 발언은 ‘전날 김 대법원장의 차량에 가해진 화염병 투척이 사법 불신에 근거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안 처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심판에 대한 존중이 무너지면 게임이 종결될 수 없고 사회는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안 처장의 발언만 놓고 보면 사법부 불신의 회복이 신속한 의혹 규명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안 처장이 작심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올 6월 중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전직 대법관을 포함해 전·현직 판사 80여 명을 소환 조사하며 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법원 자체 진상 조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법관의 인사 자료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되면서 김 대법원장 재임 때까지 수사가 번지는 것 아니냐는 법원 내부의 우려가 있었다. 법원 관계자는 “안 처장이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두고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다. 사법부 관련 의혹의 규명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거래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이 의사가 아닌데 해부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법원의 의뢰로 시작된 수사였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이준하 이루다 학생, 엄마의 아픔은 우리나라의 아픔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아름답고 굳센 엄마의 모습에서 학창시절 또 청춘시절 엄마로서의 삶을 멋지게 펼쳐 나가길 바랍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 생존자들에게 사과하고 간담회를 마친 후 자리에 남아 편지를 적었다. 이날 참석한 피해 생존자 박순이 씨(47)의 두 고등학생 딸들을 위한 편지었다. 준하 양이 문 총장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보낸 편지를 박 씨가 전한 것에 대한 문 총장의 답장이었다. 문 총장은 박 씨에게서 “힘들어하시는 엄마를 지켜보는 저희 가족들도 너무 힘들었다. 오늘 엄마가 총장님 사과를 듣고 상처받은 거 조금이라도 괜찮아졌으면 좋겠다”는 편지 내용을 전해 듣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문 총장은 이날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모임 대표와 박 씨 등 23명을 만나 머리를 숙였다. “1987년 검찰 수사 당시 형제복지원의 인권 유린 진상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마음 깊이 사과드립니다.” 문 총장이 과거사 사건을 직접 사과한 것은 올 3월 고 박종철 씨의 부친에 이어 두 번째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6년까지 무고한 시민들을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부랑아로 보고 선도라는 미명하에 수용시설에 가둬 폭행과 강제노역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입힌 사건이다. 당시 기록상으로만 형제복지원에서 사망한 사람이 513명에 이른다. 1989년 박인근 당시 형제복지원장은 3000여 명에 이르는 수용자를 감금, 폭행한 죄가 없다고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검찰청은 20일 이 판결이 적법한 법령에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보고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사항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대법원에 다시 재판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한 대표는 “생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형제복지원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며 “검찰 차원에서도 특별법 통과를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문 총장에게 당부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