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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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9~2026-02-08
문화 일반73%
인사일반18%
문학/출판9%
  • “버려진 목재로 작업… 생성과 소멸의 과정 표현”

    한국 1세대 조각가인 김윤신 작가(87)의 초대전 ‘지금 이 순간’이 서울 성북구 갤러리 반디트라소에서 한국-아르헨티나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다음 달 7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1983년 상명여대 교수 시절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갔다가 광활한 대지와 나무에 매료돼 이듬해 정착하게 됐다. 2008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개관한 ‘김윤신 미술관’은 현지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는 7년 만의 국내 개인전으로, 김 작가는 신작 회화 23점과 조각작품 14점을 선보인다. 회화 시리즈 ‘지금 이 순간’은 코로나19 기간에 만들어졌다. 작가는 약 2년간 외출이 자유롭지 못해 재료 수급이 어려워지자 그동안 수집했던 버려진 목재로 작품을 만들었다. 캔버스에 붓으로 밑칠을 한 뒤 나무 조각에 물감을 묻혀 선을 찍어내는 방법으로 작업했다. 8일 갤러리에서 만난 김 작가는 “모든 것들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를 탐구했다는 것. 그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생각하고, 그 과정은 우주에서 볼 때는 동시에 일어나는 것만큼 찰나”라고 했다. 작품에 대해서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조각과 석판화를 전공한 그는 1974년 ‘한국 여류 조각가회’를 발족시킨 인물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조각 ‘합이합일(合二合一) 분이분일(分二分一)’ 시리즈는 여러 모양의 나무 조각들이 결합돼 하늘로 우뚝 솟아 있는 형태다. 작가는 “나를 찾는 과정에서 조각하면 나도 모르게 그 형태가 위로 솟아 있다. 나의 영혼을 찾아가는 것이고, 그게 하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업 과정을 따라가면 1975년부터 이어져 온 그의 오랜 주제 ‘합이합일 분이분일’의 뜻을 유추할 수 있다. 두 개체가 하나로 만나며, 그 만남은 또 나뉨을 의미한다. 김 작가는 “작업 전 생각과 마음을 비우고 재료에 대해 며칠간 고민한다. 이 나무의 냄새는 어떤지, 무름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그 뒤 어떻게 절단해야 나와 함께 하나가 될지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재료인 나무, 곧 자연과 하나가 되는 그 순간의 느낌을 충실히 따라 톱으로 면을 잘라낸다. 부분을 다시 본체와 통합하는 과정이 그 다음 작업이다. 작가는 “그 둘의 어울림 속에 나눔이 있다. 나눔의 근본은 사랑”이라며 “풀 한 포기도 사람이 가꾸지 않으면 죽는데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은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을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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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롱도 위협도 그들을 더 강하게 만들 뿐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전학 교수인 메리 비어드가 BBC에서 고대 로마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진행한 것에 대해 2012년 영국의 한 유명 TV 평론가는 비난을 쏟아냈다. 비어드가 TV에 출연하기에는 너무 못생겼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비어드는 “나는 고전학자이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복수에 대해 잘 안다. 이들은 상스럽게 앙갚음을 하지 않고 합당한 응징을 했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외모가 아닌 나의 일에 대한 평가”라고 대응했다. 비어드의 담대한 반응에 대중은 엄청난 지지를 보냈고, 비어드는 TV 출연을 이어갔다. 여성의 성장, 이에 수반되는 시련과 차별은 역사에서 지워지기 일쑤였다. 미국 제67대 국무장관이자 대통령부인을 지낸 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그의 딸 첼시 클린턴은 여성의 권리를 위해 애쓴 이들의 업적을 담았다. 운동선수, 사회운동가, 지도자, 발명가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은 모두 모녀의 삶에 영감을 준 인물이다. 헬렌 켈러처럼 잘 알려진 여성들도 있지만 콜롬비아 출신 수사 전문기자인 지네스 베도야 리마 등 대중이 주목하지 않은 낯선 인물도 적지 않다. 이들은 각기 다양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낙관적인 성향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또 자신의 행동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지녔다.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대표적이다. 파키스탄 출신인 그는 “소녀들도 학교에 갈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2012년 탈레반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았다. 목숨을 건진 후 그는 대학에 진학했고, 재단을 만들어 전 세계 여학생의 교육을 지원하는 기금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스웨덴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15세에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 변화의 위험성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일각에선 10대 소녀의 이런 행동을 얕잡아보기도 했지만, 그는 “변화를 보기 위해선 자신 역시 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 결과 세계 젊은이들에게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에 대한 영감을 줬다. 두 저자는 여성의 성취를 평가하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도전 정신을 높이 산다. 저자들은 “역사가 가르쳐준 교훈이 하나 있다면 바로 세상은 항상 배짱 좋은 여성들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늘 그런 여성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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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푸어… 카푸어… 클럽푸어… “빚 내서라도 나를 빛내겠다”

    “빚을 내더라도 빛나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자발적 푸어족(poor+族). 이들의 소비는 행복한 지출인가, 멈춰야 할 과소비인가. 8일 오후 10시 50분 첫 방송하는 채널A 예능 ‘푸어라이크’는 남다른 소비생활을 즐기는 MZ세대의 소비 철학을 들여다보고, 온라인 판정단으로부터 냉정한 판단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은 출연진이 자신의 소비생활을 소개하고 판정단의 의견을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출연진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고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소비 철학을 설명한 뒤 투표를 진행한다. 판정단은 50명. 20대부터 60대까지 각각 10명으로 1명당 10만 원이 배당된다. 푸어족은 판정단의 최종 ‘라이크’를 받은 수만큼 상금을 가져간다. 가령 20명에게 ‘라이크’를 받을 경우 200만 원을 갖게 된다. 20, 30대인 참가자들의 공통점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위해 쓴다는 것이다. 인플루언서나 스타는 참여시키지 않았고 고소득자도 제외했다. ‘푸어라이크’를 연출한 채성일 채널A PD는 “직장인이 월급을 절반 넘게 소비하면 누가 봐도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느낀다. 실제 판정단도 처음에는 이에 반대하지만 참가자들이 자신의 가치관으로 설득하면 의견이 많이 바뀐다. 그 변화를 예측해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 방식은 다양하다. ‘영끌’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산 후 감당하기 어려운 빚 때문에 반지하 주택에서 사는 하우스푸어부터 비싼 자동차를 구입하고 차값을 벌기 위해 회사에 다니는 카푸어, 낮에는 택배 포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클럽 VVIP로 ‘이중생활’을 하는 클럽푸어, 희귀한 술을 사기 위해 ‘오픈런’까지 하며 홈 바를 만든 위스키푸어 등이 출연한다. 미슐랭 맛집 찾아다니기, 식물 키우기, 물고기 키우기 등 취미활동을 하는 데 돈을 과감하게 쓰는 출연진도 있다. 채 PD는 “MZ세대는 좋아하는 것을 찾는 데 굉장히 심혈을 기울인다. 정답을 강요하는 시대에 삶의 다양함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타인이 자신을 이상하게 볼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유 있는 소비를 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고, 미래에 대해서는 ‘내 삶은 내가 책임진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출연진과 판정단이 의견 차를 좁혀가는 과정도 나온다. 판정단 중 같은 젊은 세대라도 출연진의 소비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채 PD는 “돈을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누구나 할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옳다, 그르다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세대 간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소비에 대한 이야기라고 여기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김구라를 중심으로 도경완 이지혜 엄지윤 서태훈이 MC로 활약한다. 돈에 대해 솔직한 김구라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과해 보이는 소비도 이해해줄 수 있지만 그게 쉬울까?”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지혜와 도경완은 출연진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소비를 놓고 김구라와 격하게 토론한다. 특히 김구라와 이지혜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우스푸어가 극도로 절약하는 모습을 본 이지혜는 “대견하다”고 한 반면, 김구라는 “홀몸노인보다도 궁핍하게 산다”고 말한다. 엄지윤과 서태훈은 촬영 현장에서 출연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활기를 불어넣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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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간 에스파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지지”

    그룹 에스파가 유엔 포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심을 갖고 행동으로 실천해 달라고 호소했다. 에스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에스파는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열린 ‘2022 지속가능발전 고위급 포럼’에 참석해 연설했다(사진). 대표로 연설에 나선 지젤은 “우리 멤버 4명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며 아바타 멤버들은 메타버스에 존재해, 우리는 ‘메타버스 걸그룹’으로 불리곤 한다”며 “메타버스 세상은 현실을 반영하는 세계로, 현실이 고갈되기만 한다면 가상 세계의 무한한 가능성도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고 질 높은 삶을 사는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현실 세계가 존재하지 않으면 이를 반영한 메타버스 세계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젤은 “세대를 이어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설을 마친 에스파는 포럼 현장에서 대표곡 ‘넥스트 레벨’ 무대를 영상으로 선보였다. 2016년 시작된 이 포럼은 각국 정부와 여성, 장애인, 노동자, 시민단체, 기업 등을 대표하는 이들이 모여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지켜지는지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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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그러나 공존하는 세상

    지난해 4월 개관한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이 5일부터 두 번째 기획전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를 열었다. ‘디아스포라와 세상의 모든 마이너리티’를 주제로 했다. 대표작은 전시회 제목과 같은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최수진 작가가 만든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면서 그룹 나이트오프가 작사 작곡한 동명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낯선 존재에 긴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김희영 포도뮤지엄 총괄디렉터를 포함한 포도뮤지엄 기획팀이 함께 기획했다. 포도뮤지엄은 ‘테마공간’이라는 기획 공간을 운영한다. 이번 기획전에서도 작가 이배경, 리나 칼라트, 알프레도&이자벨 아퀼리잔, 강동주, 정연두, 요코 오노,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10점과 함께 테마 공간 5개가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4일 미술관에서 만난 김희영 총괄디렉터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테마공간을 만들었다”며 “이번 기획전은 다양한 이유로 자신에게 주어진 영토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존재들을 주목하고 이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테마공간에 놓인 영상물 ‘이동하는 사람들’(2022년)에선 장막 저편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뮤지엄 기획팀이 출신 국가와 인종은 다르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30여 명과 함께 만들었다. 그림자만 보여 다름이 아닌 닮음을 찾아낼 수 있다. 알프레도&이자벨 아퀼리잔의 설치작품 ‘주소’(2008년)는 택배상자 140개를 쌓아 올린 설치작품이다. 필리핀에서 호주로 이주한 부부 작가의 경험이 담겼다. 필리핀 이주 노동자들이 해외로 떠날 때 부친 생활용품과 고향에서 보낸 물건이 상자에 담겼다. 정연두 작가의 ‘사진 신부’(2022년)는 20세기 초 미국 하와이에 노동이민을 간 남성과 사진만 교환한 뒤 결혼한 조선 여성들이 사탕수수밭에서 고되게 일한 역사에 착안해 만들었다. 이들 여성은 ‘사진 신부’로 불렸다. 작가는 제주도에서 직접 사탕수수를 키운 과정과 당시 사진 신부 또래였을 제주의 학생들과 진행한 워크숍 등을 영상에 담았다. 하이라이트는 동선의 마지막인 2층에 있다.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스위스 출신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설치작품 ‘고독한 단어들’(2016년)이다. 탁 트인 전시장에는 제각기 다른 포즈로 쉬고 있는 광대 마네킹 27개가 등장한다. 옷차림은 경쾌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처가 나 있고 얼룩진 마스크를 쓴 이들은 지쳐 있다. 그 묘한 풍경 속에서 자신과 닮은 광대를 찾는 것이 작품의 묘미다. 내년 7월 3일까지. 4000원∼1만 원. 제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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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 보며 어른들이 배웠다”… ‘피는 못 속여’ 오늘 피날레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슈퍼 DNA 피는 못 속여’(피는 못 속여) 출연진이 4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되는 마지막 회를 위해 국내 유일한 부자(父子) 골프대회인 ‘젝시오 파더&선 팀클래식 2022’에 참여했다. 올해 1월 방송을 시작한 ‘슈퍼 DNA…’는 유명 스포츠인인 부모가 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자녀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담은 프로그램. 마지막 회에서는 이동국 이형택 봉중근, 배우 사강이 자녀와 함께 팀을 이뤄 경기 가평군의 골프장에서 펼쳐진 대회에 참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동국과 딸 재시는 호쾌한 장타로 부러움을 사며 최고 장타 팀에 수여하는 ‘롱기스트상’ 후보로 주목받았다. 사강은 골프 선수인 딸 신소흔과 탄탄하게 호흡을 맞추며 샷에 집중했다. 이형택과 딸 미나, 봉중근과 아들 재민도 실력을 뽐냈다. 대회를 마친 후 이동국은 “재시와 깊이 교감한 멋진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함께 골프 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재시도 “아빠랑 골프를 하니까 부담이 덜했다”며 웃었다. 사강은 “소흔이가 어떤 기분으로 골프 대회에 나갈까 항상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딸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소흔은 “엄마가 말동무를 해줘서 골프가 너무 재밌고 색다르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50팀의 부자 골퍼들이 참여해 ‘슈퍼 DNA…’ 출연진과 라운드 경험을 함께했다. ‘미소 요정’으로 불린 한국 여자골프 간판스타 김하늘이 아버지와 같이 참여했다. 프로농구 전주 KCC의 전창진 감독도 아들과 함께했다. ‘슈퍼 DNA…’는 화려한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이 그 뒤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고민하는 모습을 밀도 있게 담아내 주목받았다. 특히 이동국의 딸인 테니스 선수 재아가 부상을 이겨내고 복귀하는 과정은 화제가 됐다. 훈련 중 갑작스럽게 무릎을 다친 재아는 수술대에 오르고, 이를 묵묵히 지켜보는 이동국의 모습이 비쳤다. 이동국은 재활 훈련을 하다 울던 재아에게 “부상도 운동선수의 숙명이다. 지금 힘들면 나중에 웃는 날이 더 많아진다”며 다독였다. “재활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때가 되면 코트 안에 있을 것”이라는 이동국의 조언도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스포츠를 통한 성장과 가족 간의 유대도 눈길을 끌었다. 이형택의 딸 미나와 박정권의 딸 예서는 테니스 선수로 맞대결을 펼치며 한층 성장했다. 미나는 테니스를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아빠가 선수 때 못 했던 것을 제가 해드리고 싶다”고 고백해 이형택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봉중근은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 참가하는 아들 재민을 위해 일일 코치로 나서 아들의 성장을 지지했다. 개성 있는 출연진은 보는 재미를 더했다. 김병현의 딸 민주는 태권도 수영 리듬체조까지 섭렵하는 다재다능함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박찬민의 딸 민하는 슬럼프를 극복하고 경기도 대표 사격선수로 발탁돼 출연진과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조원희의 아들 윤준은 MC 김민경의 ‘일일 축구 선생님’으로 나서 강도 높은 훈련에 단련된 모습을 보여줬다. MC 강호동 김민경 장예원은 프로그램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 강호동은 선수 시절 경험과 아버지로서의 진심을 담아 아이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며 힘을 돋웠다. 운동을 좋아하는 김민경과 장예원은 “아이들의 성숙한 면모를 보며 되레 많이 배운다”며 아이들을 응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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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컬렉션 덕분에 미술관 시설이 좋아졌다?[영감 한 스푼]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이건희컬렉션이 하반기에 지역 순회전을 시작합니다. 10월부터 진행되는 순회전은 하나의 전시가 전국을 도는 게 아니라, 세 곳에서 동시다발로 열리는 점이 특이합니다. 이와 관련해 벌써부터 지역미술관들이 준비하고 있는 모습들이 무엇이 살펴보겠습니다.그 다음으로는 1991년부터 제기됐던 고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 위작 논란입니다. 이 논란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화가 본인은 아니라는데, 세상이 그녀의 작품이 맞다고 하는 기묘한 상황. 어떻게 된 일인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이건희컬렉션 순회전 앞두고 분주한 지역미술관들10월부터 시작되는 이건희컬렉션 순회전을 앞두고 지역미술관들이 분주합니다. 시작은 광주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입니다. 이중 광주시립미술관과 경남도립미술관은 “이건희컬렉션의 주요 작품을 잘 전시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시와 도로부터 예산을 따냈고, 오랜 바람이었던 전시실 내 항온·항습 시설을 갖추어가고 있다네요.끝나지 않은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지난 6월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법정에는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한 재판이 있었습니다. 과거 미인도 감정위원이었던 최광진 미술평론가가 증인으로 출석해 “담당 검사가 ‘이거 그냥 진품이라고 보면 어때요’라고 말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검찰이 진품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했다는 주장입니다.● 3개로 쪼개어 진행되는 이건희컬렉션 지역 순회전지난해 미술계의 단연 핫이슈였던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 지역으로 내려갑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됐던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가 약 1년간 진행되다 올해 6월 막을 내렸죠.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이건희컬렉션 150점을 3개 세트로 나눠 10월부터 부산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동시에 전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어떻게 진행하겠다는 건가요?▲ 연초 계획은 순회전 :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이 8월 28일 폐막하면 지역미술관을 돌며 전시를 하려던 것이었죠. 그러나 제약이 있었습니다. 지역간 유치 순서를 두고 경쟁이 치열했고, 같은 작품이 장시간 외부에 노출되면 보존 차원에서 우려되는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이에 미술관은 작품을 약 50점씩 나누어 3곳에서 동시에 전시를 진행하도록 한 거지요.▲ 각 전시의 작품 수준 : 각 전시에 출품될 작품 수준은 비슷하게 안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중섭에게도 여러 작품이 있으니 한 곳에는 A 작품, 다른 곳에는 B 작품, 또 다른 곳에는 C 작품을 전시하는 식이죠. 관람객은 다른 미술관에 갈 때마다 전혀 다른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겁니다.▲ 작가 라인업 : 작가군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에 나온 대표 작가들을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각각 배정된 50여 점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때 나왔던 작품 중 일부,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때 나온 작품 중 일부가 있을 수 있으며, 아직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도 출품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시 볼륨 키울 방안 고려중 : 미술관별 50여 점이 적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 지역미술관들은 이건희컬렉션 기증처였던 지역미술관들에 작품 대여 가능 여부를 조사 중입니다. 전시 볼륨을 키울 방안을 고려 중인 거지요.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을 제외한 기증처는 총 5곳이었습니다. 광주시립미술관(30점), 전남도립미술관(21점), 대구미술관(21점), 이중섭미술관(12점), 박수근미술관(18점)입니다. 5곳에서 대여 가능한 총 작품 수가 30점이라면, 부산시립·경남도립·광주시립미술관이 각각 10점씩을 보태어 전시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죠. 이렇게 꾸려진 3개의 특별전은 3년간 총 10개 기관에 전국 순회할 예정이고요.이건희컬렉션이 부른 부대효과▲ 전시실 내 항온·항습 시설 구축 : 재미있는 점은 지역 미술관들이 이건희컬렉션을 근거 삼아 오랜 숙원들을 해결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광주시립미술관과 경남도립미술관은 전시실 내 항온, 항습 시설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광주시립미술관 :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 중에는 옛 재료로 그려져 파손 가능성이 큰 근대미술품이 많습니다. 미술관은 ‘이건희컬렉션의 우수 작품들을 전시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2개 층 전시실 개선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지난해 시로부터 예산 8억을 따내 7월부터 시설 보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스크린도어 유리문을 설치해 전시장 내 온습도 조절을 돕겠다고도 하네요!▲ 경남도립미술관 : 경남도립미술관 또한 지난해 2개 전시실의 항온·항습 시설 개선을 도에 요청했고, 지난해 5억 남짓의 예산을 확보해 현재 보수중입니다. 김종원 경남도립미술관장은 “미술관 개관이래 19년 내내 전시실 항온·항습 시설 개선 문제는 꾸준히 요구해왔던 사안이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희컬렉션이라는 사건을 모멘텀 삼으니 상대적으로 쉽게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왜 필요한 건가요? : 단적인 예로 해외 미술관에서 그림을 빌려올 때, 암묵적인 기본 대여 조건이 전시실 내 항온·항습이라고 합니다. 유화나 드로잉의 경우 온·습도가 잘 맞추어지지 않으면 종이가 뒤틀리거나 물감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경우에는 이제껏 가습기와 제습기를 단기 임대해 전시 기간에 설치하곤 했다고 하는데요. 이번 기회로 2개층 전시실을 개선하고, 보수하지 않은 전시실에서는 상대적으로 항온·항습에 덜 민감한 설치 작품 등을 주로 전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끝나지 않은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1991년부터 제기됐던 고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 위작 논란이 여전히 불거지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 천 화백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고, 3월부터 재판이 진행된 거죠. 6월 24일 진행된 증인 신문에서는 ‘검찰이 진품이라는 특정 결론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는데요. 이 지난한 이야기를 쭉 짚어봅시다.1991년 시작된 위작 논란 역사▲이 사건은 역사가 깁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국가가 압류한 미술품 가운데 천 화백의 미인도가 있었습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최종 이관되었습니다. 1990년 미술관 측은 기획전시를 열면서 미인도를 아트포스터 형태로 제작해 판매했죠. ▲천 화백은 전시가 끝난 이듬해 지인이 대중목욕탕에 걸린 포스터를 보고 알려줘 우연히 ‘미인도’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이후 천 화백은 “재료와 채색기법 등이 내 작품과 다르다”며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화랑협회에 의뢰해 진행한 세 차례의 감정을 통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2015년 12월에는 천 화백 유족 측의 의뢰를 받은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가 첨단 기법을 통해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는 감정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2016년 12월, 검찰은 대검찰청·국립과학수사연구소·KAIST를 통해 다시 “진품이 맞다”고 결론을 뒤엎습니다. 유족 측이 미술관 측 인사들을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모두 불기소 처분했고요.검사가 진품 결론 회유했다는 증언▲이번 재판의 시작은 2016년 검찰 수사 이후 3년이 지난 201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천 화백의 딸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가 “검찰이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미인도가 어머니의 작품이 맞다는 결론을 내려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겁니다.▲6월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법정에서는 증인 신문이 있었습니다. 증인은 2016년 검찰 수사 당시 검찰이 선정한 감정위원 중 한 명이었던 최광진 미술평론가였죠. 최 평론가는 “담당 검사가 전화를 걸어 ‘이거 그냥 진품이라고 보면 어때요’라고 말했다”고 이날 법정에서 진술했습니다. 검찰이 진품이라는 결론을 요구했다는 취지지요.▲당시 최 평론가는 담당 검사의 전화 연락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하자 2차 감정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검사 2명과 수사관 1명이 자신에게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장시간 설명했다고 하죠. 최 평론가는 “당시 끝장토론을 하자고 해서 ‘비밀로 하라’며 진품이라는 설명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담당 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평론가의 증언에 대해 “그런 사실이 전혀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답했고요. 다음 재판은 7월 22일입니다. 작품의 유통경로에 관한 내용이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소식들 계속 전달 드리겠습니다.※‘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1199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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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로베스피에르의 실각은 비 때문이었다?

    1794년 7월 27일은 아주 덥고 습한 날이었다. 프랑스 공포정치의 대명사인 로베스피에르는 자신을 반대하는 여론을 돌리고자 연설에 나설 계획이었다. 프랑스 혁명에 참가한 이들 사이에서 공포정치를 일삼던 로베스피에르의 실각에 대한 이야기가 스멀스멀 나오고 있던 때였다. 연설 당일 로베스피에르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고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았다. 때마침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고 연설을 듣기 위해 모여 있던 군중은 흩어졌다. 마지막 기회를 잃어버린 로베스피에르는 파리코뮌에 보내는 호소문을 작성하던 중 군인들에게 체포됐고 바로 그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날씨에서 자유로운 역사는 없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변곡점마다 등장한 날씨의 영향력을 살핀다. 1944년 여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와 달리 잠잠한 파도와 풍랑 덕분이었다. 1941년 히틀러의 소련 침공을 막은 데는 러시아 역사상 가장 추웠던 혹한기와 폭설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홍수, 가뭄, 추위 등 날씨가 인간 사회의 번영이나 몰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저자가 언급한 마지막 사례는 2005년 대서양에 불어닥친 허리케인 ‘카트리나’다. 카트리나로 인해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만 1400여 명이 희생됐다. 제방과 운하, 펌프 등 홍수를 막기 위한 각종 시설을 갖추어 놓은 곳이었다. 카트리나는 미국인에게 그 어떤 첨단 기술로도 대자연은 잠재울 수 없다는 깨달음을 줬다. 저자는 인간이 기후변화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을 인정하지만 “인간에 의한 것이 아닌 자연적 요인에 의해서도 기후는 갑작스레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후변화가 인류사에 반복된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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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하거나, 포착하거나… 사진전 3題

    주목할 만한 국내외 사진작가들의 사진전이 서울 종로구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잇달아 열리고 있다. 성곡미술관은 독일 사진계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히는 아르노 피셔(1927∼2011)의 회고전을 8월 2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베를린 장벽이 건설되기 직전인 1953년부터 피셔가 세상을 떠난 2011년까지 그의 전 생애 작품을 아우른다. 젤라틴 실버프린트 117점과 폴라로이드 66점을 만날 수 있다. 동독 출신인 피셔의 대표작은 ‘베를린 상황’ 시리즈다. 그의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분단된 베를린의 생생한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황량한 광장을 담은 ‘동베를린, 슈트라우스베르거 광장’(195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해 마지막 날 모습인 ‘동베를린, 1989년 12월 31일’(1989년)은 당시 베를린의 사회, 문화, 정치적 상황을 깊이 있게 포착했다. 5000원. 학고재 갤러리에서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노순택 씨의 개인전 ‘검은 깃털’이 7월 17일까지 열린다. 작가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작업한 ‘검은 깃털’ 연작 19점을 선보인다. 모두 역광사진이다. 작가는 피사체의 실루엣만 잡히는 역광을 통해 극단적인 사회상을 은유한다. 노 작가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언뜻 보면 세부는 없고 검은 덩어리로만 보이지만 반 발짝 다가서면 세부가 보인다. 극단주의 화법이 환영받는 세계일지라도 개인의 삶은 지나친 밝음 또는 어둠 속에 있지 않다. 살짝 어둡거나 밝은 회색 공간에 실제 삶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뒷모습을 담은 ‘검은 깃털 #CDF0101’(2013년)에선 검은 실루엣 속 미세한 명암의 차이가 보인다. ‘어둠에 묻혔다고 있던 것이 없어진 게 아니다’는 작가의 철학이 담겼다. 무료. 두산갤러리에선 7월 20일까지 사진작가 kdk(김도균)의 개인전 ‘g’가 열린다. 작가가 2015년부터 5년간 기록해온 흐린 하늘 연작 500여 점을 선보인다.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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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립미술관이 ‘00주년’ 기념하는 두 가지 방법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두 사립미술관이 각각 30주년, 10주년을 맞아 기획 전시를 열고 있다. 환기미술관은 30주년을 기념해 ‘미술관 일기’ 전시를 열고 있다. 환기미술관의 건립 여정과 전시를 중심으로 한 지난 30년의 환기미술관사를 담았다. 이꼬까 환기미술관 학예관은 “지금까지 환기미술관의 전시가 ‘환기’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 30주년 전시는 ‘미술관’에 방점을 찍었다”며 “전시를 전시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1992년 개관 후 개최한 200여 회 전시 중 주요 전시를 골라 아카이브 자료와 실제 전시된 작품들로 구성했다.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알리는 전시 공간, 장르와 국적 구분 없이 김환기의 맥을 잇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려던 노력, 부암동 지역 주민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등 미술관의 여러 역할에 대해 고민한 과정을 담았다. 미술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관람객을 대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그림’에 대해 설문조사했고, 상위 10점을 출품작으로 선보였다. 1위는 ‘매화와 항아리’(1957년)였다. 7월 31일까지. 1만5000원.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10주년을 맞아 설립자인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의 소장품 중 알짜로 구성한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전시를 열고 있다. 이중섭 정상화 박서보 박수근 김환기 서세옥 이응노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이끌어온 화가 31명의 대표작 140점이 나왔다. 안 회장은 “개관 후 3년간 34억 원 적자가 나는 등 미술은 늘 ‘두려움’과 ‘사랑’의 대상이었다”고 전시 제목을 소개했다. 모든 출품작에는 작가, 작품 설명과 함께 ‘수집가의 문장’이 쓰여 있다. 안 회장의 작품 수집 배경과 감상을 적은 글이다. 안 회장이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인 박수근의 드로잉 ‘젖 먹이는 아내’(1958년)에는 “그림 속 어머니의 모습은 돌아가신 내 어머니와 많이 닮아 있다. 제게 어머니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위로해주는 작품”이라 썼다. 9월 18일까지. 1만5000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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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립미술관이 ‘설립 ○○주년’을 기념하는 방법

    미술관들이 각자의 설립을 기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기념 전시는 미술관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현재 서울 종로구에는 두 사립미술관이 각자의 30주년, 10주년을 맞아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 종로구 환기미술관은 30주년을 맞아 ‘미술관 일기’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는 환기미술관의 건립 여정과 전시를 중심으로 한 지난 30년의 환기미술관사를 담았다. 이꼬까 환기미술관 학예관은 “이제껏 환기미술관의 전시가 ‘환기’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 30주년 전시는 ‘미술관’에 방점을 찍었다”며 “전시를 전시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시는 1992년 미술관 개관 이후 개최한 200여 회 전시 중 주요전시를 선정해 아카이브 자료와 실제 전시된 작품들로 꾸려졌다.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알리는 전시 공간, 장르와 국적 구분 없이 김환기의 맥을 잇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려던 기관, 부암동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등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던 곳과 같이 환기미술관이 현대미술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고민하는지를 전시에 담았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관람객과의 소통이 눈에 띄는데 “결국 미술관은 관람객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미술관 측의 신념이 반영된 것이다. 미술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장 인기 있는 그림’에 대해 설문조사했고, 상위 10점을 출품작으로 선보였다. 1위는 ‘매화와 항아리’(1957년)이었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1만5000원. 환기미술관 근방에 있는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10주년을 맞아 설립자인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의 소장품 중 알짜를 추려냈다. ‘두려움일까 사랑일까’전시에는 이중섭, 정상화, 박서보, 박수근, 김환기, 서세옥, 이응노,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이끌어온 화가 31명의 대표작 140점이 나왔다. 안 회장은 “개관 후 3년간 34억원 적자가 나는 등 미술은 늘 ‘두려움’과 ‘사랑’의 대상이었다”고 전시 제목을 소개했다. 전시의 특징은 모든 출품작에는 작가, 작품 설명과 함께 ‘수집가의 문장’이 쓰여 있다는 점이다. 안 회장의 작품 수집 배경과 감상이 적힌 글이다. 일례로 안 회장이 가장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인 박수근의 드로잉 ‘젖 먹이는 아내’(1958년)에는 “그림 속 어머니의 모습은 돌아가신 내 어머니와 많이 닮아있다. 제게 이 작품은 어머니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위로해주는 작품”이라 적혀있다. 9월 18일까지. 1만5000원.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 202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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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나약할 때도 아름다움은 있다[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 동아일보 김태언 기자입니다.근래에 소원 빌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1월 1일 이후로 소원을 잊고 있던 저는 최근에 다시 새 소원을 빌었습니다. 장 미셸 오토니엘(58) 개인전을 갔다가 황금 목걸이가 걸린 나무를 보고나서였습니다. 소원이 적힌 리본을 묶어둔 위시트리처럼 그 나무가 왜인지 제 바람을 들어줄 것만 같더라고요.어떤 소원은 허무를 남기기도 하지만, 대개의 소원은 희망을 줍니다. 저 또한 오토니엘의 작품 덕에 그날을 조금 더 밝게 보낼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 작가가 희망을 말하는 데에는 단순치 않은 사정이 있었습니다.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하려 합니다. 이야기가 끝나면 여러분도 소원을 빌어보세요. 그것이 자신을 위한 것이어도 괜찮고, 누군가를 위한 것이어도 좋습니다.세상에 다시 마법을 걸다서울시립미술관 장 미셸 오토니엘1. 오토니엘은 연인의 죽음 이후 깊은 우울감에 빠진다. 그러다 연약하고 불안해 보이는 유리를 보며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2. 작가는 깨지고 흠이 난 유리들이 아름다운 조각이 되어가는 과정을 몸소 지켜보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더 나아가 많은 이들과 치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미술관 밖 공간에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3. 오토니엘은 작품의 ‘아름다움’을 중요시하지만, 그것이 단지 한순간 아픔을 잊게 하는 신기루가 되는 것을 바라진 않았다. 서로 교유하는 작품들을 보며 긍정을 느끼고 현실에서 나아가자고 전한다○상실의 시간에서 발견한 유리한 남학생이 돌연 사랑에 빠집니다. 상대는 사제를 꿈꾸던 남성이었습니다. 이 남학생은 사랑하는 상대를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신학대학을 따라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누차 이야기하던 것은 순결이었습니다.종교적 교리에 어긋나는 이 사랑을 그의 연인은 고뇌했던 듯합니다. 연인은 달리는 기차 앞으로 차를 돌진시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갑작스러운 상실과 끝도 없는 우울. 20대 청년의 삶은 뿌리부터 흔들렸습니다. 오랜 기간 혼자 어둡고 축축한 터널을 걷는 것 같았습니다. 삶은 침잠되어 갔죠.실의 속에서 발견한 것은 유리였습니다. 쉽게 깨지는 것. 불이 닿으면 언제든 변형되는 것. 약하디약한 유리에서 그는 불안한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거죠.그는 깨진 유리 파편들과 얼룩진 구슬을 모았습니다. 자신과 닮아 보였던 연약한 유리 조각들은 어느새 빛나는 조각이 됐고, 그 모습은 가히 아름다웠습니다. 그렇게 슬플 정도로 찬란한 조각들을 만들어가며 그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했습니다. ‘유리 연금술사’로서 장 미셸 오토니엘의 역사가 시작된 겁니다.그중에서도 오토니엘이 초창기부터 만들어온 형태는 목걸이입니다. 1997년, 그는 에이즈로 사망한 예술가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벌입니다. 애도와 치유의 뜻을 지닌 빨간색 목걸이 1000개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사진을 찍은 거죠. 이 목걸이를 작가는 지금까지도 걸고 다닌다고 합니다.○일상 속 열린 마법의 문오토니엘이 고통으로 밑바닥을 허우적대면서 발견한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는 소통이었습니다. 시간의 힘만큼이나 강한 것이 주변인들과의 교류였기 때문이지요. 어디선가 과거의 자신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을 어떤 이에게 이제는 작가 본인이 위안이 되고 싶었나봅니다. “내게는 미술관을 나서서 거리로 나가는 비전과 열망이 있다”며 공공시설이나 야외 설치 작업을 활발히 진행합니다.가장 대표적인 작업이 프랑스 파리 지하철 개통 100주년을 기념해 팔레 루아얄-루브르 박물관역에 설치한 ‘여행자들의 키오스크’입니다. 그저 역에 들어가는 것일 뿐인 행인들은 이 작품 덕에 마법 세계에 발을 디디는 느낌을 받았을 듯 합니다:)이런 마술 같은 작업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 바로 덕수궁입니다. 연잎으로 뒤덮인 덕수궁 연못에는 스테인리스 스틸에 금박을 두른 ‘황금 연꽃’ 4점이 반짝입니다. 더불어 연못 중앙에 있는 섬의 소나무에는 ‘황금 목걸이’ 3점이 걸려있죠.사실 작가는 기획 초기에 더 많은 작품을 설치하려 했다고 합니다. 결국 한국의 정원이 자연을 압도하지 않는 점을 중요시한다고 해서 작품 규모를 줄였지만요. 하지만 작가는 이 작품들이 “무심히 지나쳤던 자연을 다시 한 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조각이 없었다면 연못 속 노송 유심히 보거나 둘레를 돌며 연못을 관찰하지 않았을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바로 마법이 아니었을까요?○환상, 그 너머 치유와 희망화려함 덕에 오토니엘 작품과의 첫 만남은 순간적인 환상을 맛보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오토니엘은 잠깐의 도피처를 선물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둡니다. 그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현실세계에서 다시 한 번 경이와 마법을 경험하고 현실을 마주하고 꿈꿀 수 있는 내적 에너지를 얻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치유 받고, 현재를 긍정하고, 희망을 가지라는 말이지요.이번 전시 대표작인 ‘푸른 강’도 그렇습니다. 어두운 전시장이라 마치 달빛을 받아 발광하는 물너울 같습니다. 황홀하지요.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유리벽돌들에는 미세한 기포와 불순물이 보입니다. 7500여 장 각각이 조금씩 형태나 빛깔이 미묘하게 다르기도 하고요. 취약한 것들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겸허해집니다.‘푸른 강’ 위로는 작가 고유의 매듭 연작 14점이 놓여있습니다. 이들 작품은 서로를 반사하면서 각자의 모습을 비추지요.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서로가 각자의 상처를 드러내고 수용해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꿈의 무한대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과 인연의 영원성을 말합니다.여러분도 견디기 힘든 시간을 버텨보신 적이 있으셨겠죠. 그때 당신의 모습은 어땠나요? 스스로가 하잘 것 없어 보이고, 불안해하는 자신이 작아 보이고, 언제 이 고통이 끝날지 몰라 두려워하셨을 테죠.또 한번 어려움에 부닥친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지금 이 순간을 떠올려봅시다. 무르고 불완전한 것도 언젠가 세상 앞에 떳떳이 서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상처와 나약함이야말로 아름다움을 동반한다는 것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했으니까요.그럼에도 괴로움에 몸서리칠 누군가를 위해 오토니엘은 이렇게 말합니다.“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세요. 세상은 경이로움의 원천입니다. 시간을 내어 자연을 바라보세요. 이것은 당신에게 희망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전시 정보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2022.06.16~2022.08.07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서울특별시 중구 덕수궁길 61)회화, 조각, 설치 등 73점※‘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1199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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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천경자 미인도 위작사건’ 감정위원, 법정서 첫 증언…“담당검사, ‘진품으로 보면 어때요’ 전화”

    “담당 검사가 전화를 걸어 ‘이거 그냥 진품이라고 보면 어때요’라고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민사 법정. 2016년 고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1977년) 위작 사건에서 검찰이 선정한 감정위원 중 한 명이었던 최광진 미술평론가는 증인으로 출석해 이처럼 검찰이 특정 결론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자신이 당시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검찰이 진품이라는 결론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천경자 차녀 “검찰이 불법 수사” 국가배상 소송2019년 12월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68)는 “검찰이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미인도가 어머니의 작품이 맞다는 결론을 내려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부장판사 이정권)은 이날 최 평론가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었다. 김 교수 측 지음 법률사무소 이호영 변호사는 “‘그냥 진품이라고 보면 어때요’라고 전화를 한 검사는 누구인가”라고 물었고, 최 평론가는 “A 검사가 전화로 그 말을 해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자세히 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때부터 검찰 입장이 명확하게 바뀌었다”고 증언했다.당시 최 평론가는 A 검사의 전화 연락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하자 2차 감정을 하게 됐고, 검사 2명과 수사관 1명이 자신에게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장시간 설명했다고 했다. 최 평론가는 “당시 ‘끝장토론’을 하자고 해서 비밀로 하라며 진품이라는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평론가의 증언에 대해 “그런 사실이 전혀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30년 넘은 ‘미인도 위작’ 논란미인도 위작 사건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은 기획전시를 통해 미인도가 천 화백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듬해 천 화백은 미인도 원본을 본 뒤 위작(僞作)이라고 선언했다. 천 화백은 “작품은 자기 새끼 같은 것. 자기 새끼를 못 알아보는 어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화랑협회에 의뢰해 진행한 세 차례의 감정을 통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간 천 화백은 2003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15년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79년 10·26사태 이후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소유하고 있던 미인도는 정부에 압류 조치돼 1980년 4월 30일자로 재무부, 문화공보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최종 이관됐다. 위작 시비가 불거지고 5년 뒤인 1996년 당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가 고서화 위작범 권춘식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미인도 3점을 위작했다”는 자백을 받았으나, 천 화백의 서명 부분을 위작한 사인위조죄가 당시에는 이미 공소시효가 완료돼 기소하지 못했다. 이후 권 씨는 진술을 번복했다가 ‘화랑협회 관계자들의 강권에 압박을 느껴 말을 번복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는 내가 그린 것이라는 의견에 변함이 없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공증까지 받아 2016년 공개했다. 같은 해 김 교수는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며 “미인도가 위작이 아니라 진품이란 것은 어머니에 대한 모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6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미인도 소장 이력과 전문기관의 감정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이라고 밝혔다.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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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무성한 소문 속 묘연한 그녀의 실체

    X 여사, 그는 오향거리의 외지인이었다. X 여사와 그의 남편은 굉장히 비밀스러웠다. 동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의 나이, 과거 직업은 모두 베일에 싸여 있다. 주민들은 그녀의 모든 것에 대해 추측을 이어간다. 이 소설은 중국 아방가르드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찬쉐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저자는 해외에 가장 많은 작품이 번역·출간된 중국 여성 작가로,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 소설 속 중심이 되는 사건은 간단하다. 비밀스러운 X 여사와 Q 선생 사이가 수상하다는 소문이 퍼진다. 가상의 공간인 ‘오향거리’의 사람들은 한데 모여 둘 사이를 추측하고, 간통의 증거를 잡겠다며 사사건건 감시한다. 특이한 점은 문체다. 소설은 구체적인 플롯이 없다. X 여사의 간통을 기둥 삼아 여러 주민들이 온갖 상상을 펼치고, 그 내용을 담아내는 게 전부다. 예컨대 소설의 초반부에서는 X 여사의 나이를 두고 한참 설전이 벌어진다. 어떤 주민은 그녀의 나이를 22세라고 말한다. 근거는 새하얀 치아, 시원스럽게 맑은 웃음소리, 용모의 수준이다. 그런데 또 어떤 주민은 그녀를 50세라고 말한다. 목주름까지 덮일 정도로 몇 센티미터 두께의 분을 바른다면서 말이다. 서사가 전개되기보다는 여러 사람의 말이 나열되는 실험적인 스타일이 처음에는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는 다양한 주제를 내포한다. 간통에 주안점을 두고 보면 소설은 도덕과 비도덕, 성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반대로 군중심리에 주목하면 외지인에 대한 배척을 말하고자 하는 듯하다. 작가는 서문에서 “사회 최하층의 보잘것없는 사람이 느닷없이 철학적 진리를 늘어놓을 때 반감을 품지 말라”며 “늘 철학이란 소소한 사람들에게 속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의 휘몰아치는 각기 다른 주장을 들으면 어느새 그들과 동화되는 듯하다. 그리고 도덕, 성, 외지인 등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발견하게 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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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의 조각가 삭스, 서울 3곳 동시에 달군다

    미국 출신 조각가 톰 삭스의 국내 첫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용산구의 타데우스 로팍 서울과 하이브 인사이트 등 세 곳에서 열린다. 삭스는 2017년 브랜드 나이키와의 협업으로 유명하다. 미술관, 갤러리, 복합문화공간에서 한 작가의 단독 전시를 동시에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삭스는 아티스트 지드래곤이 착용했던 ‘나이키×톰삭스 마스야드’ 신발 작업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그를 대표하는 작업으로는 ‘브리콜라주’가 있다. 브리콜라주는 다양한 재료나 도구를 활용해 무엇인가를 고치고 새로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이번 통합 전시에서는 DIY 문화를 재해석한 삭스 특유의 작품을 선보인다. 합판과 폼 코어, 배터리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을 결합한 혁신적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손으로 만드는 행위’라는 그의 철학이 반영됐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그가 2007년부터 진행해온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전시가 꾸려졌다. 8월 7일까지 이어지는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에는 그의 회화, 설치, 영상 작품 49점이 출품됐다. 1960, 7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진행한 아폴로 계획에 매료된 작가는 우주 관련 작품을 다수 제작했다. 눈에 띄는 건 작품에 난 스크래치나 손자국이다. 스페이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여성 우주인 메리의 우주복 ‘Mary‘s Suit’(2019년)나 전시장의 시작을 알리는 간판 ‘Indoctrination Center’(2021년)에는 이음새나 거친 표면이 고스란히 노출돼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흔적을 의도적으로 남겼다. 인간 손길이 만든 자국을 드러냄으로써 산업 생산과 예술 제작 과정 속 노동을 조명한 것이다. 한국을 찾은 삭스는 21일 열린 간담회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손으로 만드는 행위”라고 말했다. 우주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삶은 짧고 유한한데, 인간은 우주처럼 무한하고 더 큰 존재와 연결되려 하죠. 이런 역설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하이브 인사이트에서는 그가 20여 년간 발전시켜 온 ‘붐박스’(미니오디오) 시리즈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총 13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톰 삭스: 붐박스 회고전’을 열고 있다. 붐박스 시리즈는 여러 재료를 재치 있게 조합한 휴대용 라디오나 뮤직 플레이어로 그의 대표작이다. 붐박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자 턴테이블, 모래시계, 우산, 스피커 등이 한데 모여 있는 ‘Guru’s Yardstyle’(1999년)이나 석기나 자기, 강철 철물을 이어 붙여 만든 ‘Lay Some Pipe’(2014년)를 만날 수 있다. 9월 11일까지 열린다. 삭스와 전속계약을 맺은 글로벌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의 서울점에서는 샤넬, 세븐일레븐, 버드와이저 등 브랜드를 그린 로켓 회화 14점으로 구성된 ‘로켓 팩토리 페인팅’이 8월 20일까지 열린다. 하이브 인사이트 입장료 1만2000원. 그 외 전시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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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상 추상 넘나들며 자유롭게

    독일 회화작가 다니엘 리히터의 개인전 ‘나의 미치광이웃’이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에서 23일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부터 최근까지 그린 구상화와 추상화 25점을 선보인다. 시기별로 급변하는 작가의 화풍이 특히 눈길을 끈다. 리히터는 “이미 했던 일을 반복하는 것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신문기사나 영화, 광고 이미지를 재해석한 작품도 인상적이다. 공원에 모인 마약 중독자들을 모티브로, 커다란 나무 아래 사람들이 있는 모습을 얼룩덜룩한 색상으로 표현한 ‘투아누스’(2000년)는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대표작이다. 말버러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인 말버러맨과 카우보이를 그린 ‘헤이 조’(2011년)는 사라진 과거의 낭만을 표현했다. 거미줄에 발이 걸려 담장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그린 ‘영원’(2013년)은 도시 속 개인의 소외를 말한다. 최근 작품에서는 단순한 스타일로 방향을 틀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다리를 잃은 두 소년병이 목발을 짚고 걸어가는 사진을 참조해 그린 ‘눈물과 침’(2021년)은 단순화된 선과 색을 강조한 추상화다. 9월 28일까지. 8000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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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수궁 연못에 핀 황금연꽃, 서울 한복판서 마법을 건다

    유리구슬 조각으로 유명한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58)의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이 16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정원 등 3곳에서 열린다. 루브르박물관, 퐁피두센터, 구겐하임미술관 등에 초청받아 전시를 해 온 오토니엘은 서울 전시에서 주요 작품 74점을 선보인다.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 전시 이후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다. 비가 내린 15일 오전, 연잎으로 뒤덮인 덕수궁 연못에는 빗물을 머금은 금색 꽃이 영롱하게 빛났다. 구슬을 엮어 만든 그의 대표작 ‘황금 연꽃’(2019년)을 비롯해 연못 가운데 작은 섬에 있는 노송의 굵은 가지에는 금색의 ‘황금 목걸이’(2021년) 3점이 내걸렸다. 작품들은 평범했던 덕수궁 연못을 보물섬처럼 보이게 했다. “세상에 다시 마법을 건다”는 그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오토니엘은 “정원은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정원은 장소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예술이 펼쳐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오토니엘은 2000년 프랑스 파리 지하철역, 베르사유 궁전, 프티팔레 미술관 같은 공공 공간에서 자신의 예술 작품을 선보였다. 오토니엘이 서울 전시를 준비하며 낙점한 곳은 덕수궁이었다. 그는 “처음 덕수궁에 왔을 때 명상의 시간을 갖기 좋았다”며 “한국 정원의 시적인 분위기에 스며들게 하고 싶어 과시하듯 보이는 크기로 만들지 않았다. 자연과 대화를 나누듯 작품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덕수궁 정원을 지나 미술관에 들어서면 전시관 중앙에 위치한 ‘푸른 강’(2022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이 26m, 폭 7m에 이르는 바닥에 푸른색 유리벽돌이 깔려 잔잔한 강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7500여 장의 푸른색 유리벽돌은 멀리서 보면 황홀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기포가 보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아름다움의 현실적인 취약함을 표현했다. ‘푸른 강’ 위로는 작가 고유의 매듭 연작 14점이 놓여 있다. 유리 조각인 이들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며 무한한 가능성과 인연의 영원성을 표현한다. 미술관 벽면은 ‘프레셔스 스톤월’(2021년)이 장악했다. 색색으로 구운 유리벽돌 조각들은 조명을 받아 생명력을 지닌 것처럼 불타오른다. 오토니엘은 “2009년 인도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다. 언젠가 집을 짓겠다면서 벽돌을 쌓아두는 모습에서 꿈과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국가 봉쇄령 시기에 밖으로 나갈 수 없어 희망이 없을 때 매일 일기처럼 같은 수의 벽돌을 다른 색 조합으로 쌓았다. 창작의 에너지를 되찾고 싶었다”고 했다. 꽃을 그린 회화 작품도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 광업으로 유명한 프랑스 동남부 생테티엔에서 자란 오토니엘은 우울감이 감도는 도시에서 반짝이는 꽃과 그에 얽힌 이야기에 심취했다. 그는 이번에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위해 꽃가루가 퍼지는 모습을 담은 신작 ‘자두꽃’(2022년)을 내놨다. 이는 덕수궁 건축물에 사용된 오얏꽃 문양에서 착안했다. 8월 7일까지. 무료, 덕수궁 입장료 1000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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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수궁 연못에 핀 황금 연꽃…‘유리구슬 조각’ 장인의 마법

    ‘유리구슬 조각’으로 유명한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58)의 마술같은 작업이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진다. 16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정원등 3곳에서 오토니엘의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이 열린다. 오토니엘의 주요 작품 74점을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그의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 전시 이후 최대 규모다. 덕수궁 관람 후 서소문본관 야외조각공원을 거쳐 전시실로 이어지는 관람 동선을 추천한다. 비가 내리던 15일 오전, 연잎으로 뒤덮인 덕수궁 연못에는 빗물을 머금은 금색 꽃이 영롱하게 빛났다. 구슬을 엮어 만든 그의 작품 ‘황금 연꽃’(2019년)을 비롯해 덕수궁 연못 중앙에 자리한 작은 섬의 소나무에 걸린 ‘황금 목걸이’(2021년) 3점 등은 평범했던 덕수궁 연못을 마치 보물섬처럼 보이게 했다. “세상에 다시 마법을 건다”는 그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었다. 정원은 오토니엘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그에게 정원은 단순한 장소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예술이 펼쳐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오토니엘은 2000년 프랑스 파리 지하철역, 베르사유 궁전, 프티 팔레 같은 공공 공간에서 자신의 예술 작품을 펼쳤다. “나에게는 미술관을 나서서 거리로 나가는 비전과 열망이 있다”는 오토니엘이 서울 전시서 낙점한 곳은 덕수궁이었다. 그는 “처음 덕수궁에 왔을 때 내적인 명상의 시간을 갖기 좋았다”며 “한국 정원의 시적인 분위기에 스며들게 하고 싶어 과시적인 크기로 만들지 않았다. 자연과 대화를 나누듯 작품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토니엘의 작품으로 피어난 ‘꽃’은 실내에서도 만나볼수 있다. 덕수궁 정원을 지나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이 바로 그의 꽃 회화다. 어린 시절 광업도시에서 자란 오토니엘은 우울감이 감도는 도시 속에서 반짝이는 꽃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에 심취했다. 그는 이번에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위해 꽃가루가 퍼지는 모습을 담은 신작 ‘자두꽃’(2022년)을 내놨는데, 이는 덕수궁 건축물에 사용된 오얏꽃 문양에서 착안했다. 오얏꽃은 자두꽃의 고어로, 저항과 끈기를 의미한다.전시장 내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푸른 강’(2022년)이다. 길이 26m, 폭 7m에 이르는 바닥에 푸른색 유리벽이 깔려 잔잔한 강을 연상시킨다. 7500여 장의 푸른색 유리벽돌은 멀리서 보면 황홀하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기포가 보인다. 이는 아름다움의 현실적인 취약함을 표현했다. 푸른 강‘ 위로는 작가 고유의 매듭 연작 14점이 놓여있다. 유리 조각인 이들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며 무한한 가능성과 인연의 영원성을 표현한다.미술관 벽면은 ’프레셔스 스톤월‘(2021년)이 장악했다. 색색으로 구워진 유리벽돌 조각들은 조명을 받아 생명력이 있는 듯 불타오른다. 오토니엘은 “2009년 인도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다. 언젠가 집을 짓겠다면서 벽돌을 쌓아두는 모습에서 꿈과 희망을 봤다. 프랑스 국가 봉쇄령 시기에 밖으로 나갈 수 없어 희망이 없을 때 매일 일기처럼 같은 수의 벽돌을 다른 색 조합으로 쌓았다. 창작의 에너지를 되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8월 7일까지. 미술관 무료, 덕수궁 입장료 1000원.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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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유영국… ‘심연의 산’에 초대합니다

    유난히 말이 없던 작가는 끊임없이 심연의 산을 그렸다. 산이 많은 고장 경북 울진에서 자란 탓이었다. ‘산’ 연작 시리즈로 유명한 유영국(1916∼2002)은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선 9일부터 유영국의 20주기 기념전 ‘유영국의 색’이 열리고 있다. ‘Work’ 연작 등 작가의 시기별 대표 회화 68점과 드로잉 21점, 사진작품, 아카이브 자료 등을 선보인다. 전시 주제는 유영국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색’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홍콩 중문대 문화역사학과 교수는 “연대기적 순서가 아닌 시대를 앞서간 작가의 일생과 색채의 변주에 초점을 맞췄다”며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초록색과 군청색, 보라색, 검은색이 올라오는 최절정기 대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고 밝혔다. K1 전시장에는 1950, 60년대 과도기 작품, K2 전시장은 1970∼90년대 정착기 작품, K3 전시장은 추상이 절정에 달했던 1960년대 중반∼1970년대 초기에 그린 작품이 걸렸다. 1950, 60년대 그림은 색과 형태가 모호하지만 구상화의 느낌이 강하다. 파란색, 붉은색, 검은색 등으로 산맥을 표현한 ‘Work’(1961년)가 대표적이다. 당시 유영국은 가장으로서 배를 몰거나 양조장을 경영하며 그림을 그렸다. 이 교수는 “가족을 부양하고 생업에 종사하며 작가로서 흔들리는 순간이 많았을 것”이라며 “생업과 작품 활동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던 작가의 삶이 작품에 투영됐다”고 설명했다. 유영국은 1963년 김환기와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한 뒤 변화를 맞는다. 이듬해 마흔 여덟의 나이로 전업 작가의 삶을 선택한 것. 지난 20년을 만회하려는 듯 매일 침실과 아틀리에만 오가며 작업에만 매달렸다. 그의 작품에서 구상적 요소가 사라지고 기하학적 추상이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말을 남긴 그는 압도적인 집중력으로 심연의 풍경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1964년 서울 신문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후 그의 추상세계는 명확해졌다. 형태가 또렷해지고 원색에 가까워지는데, 이는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미묘하게 변주된 여러 주홍색을 사용해 작열하는 해와 산을 표현한 ‘Work’(1967년)는 기하학적 추상이 본격화된 시기의 대표작 중 하나다. 8월 21일까지.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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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으로 찾아오는 ‘그 기억’에서 어떻게 벗어날까[책의 향기]

    한 노부부는 근처 공원 여러 곳을 수년간 함께 거닐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할아버지가 쓰러졌다. 심장마비였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공원은 할머니를 가장 괴롭게 만드는 장소가 됐다. 할머니는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남편의 죽음이 떠오르면 불면과 악몽에 시달렸다.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가 꼽은 트라우마 사례다. 저자는 팝가수 레이디 가가의 주치의기도 하다. 누군가는 트라우마가 충격적인 단발성 사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건의 경중과 관계없이 혹은 사건과 관련한 자책 등으로 트라우마는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와 관련된 경험을 털어놓는다. 이전에는 생각에도 없던 췌장(pancreas)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팬크라스역(pancras)에 반응하게 된 것. 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좀 더 자주 찾아뵀어야 하는데…”라고 되뇌며 후회했다. 사실 수개월 동안 2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찾아갔는데도 말이다. 저자는 살면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의 뿌리를 트라우마로 본다. 건강 문제가 트라우마와 연결되기도 한다. 저자는 스무 살 동생의 극단적 선택도 고백한다. 16세에 선천성 희귀질환으로 소화관 전체가 마비된 동생은 체중과 기력이 빠지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이 모든 수난은 동생에게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동생은 항상 강하고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저자는 이 때문에 동생의 몸과 마음이 더 망가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트라우마는 자책감과 수치심을 동반한다. 환자들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탓하기 바쁘고 자신이 행복한 삶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치유법을 제시한다. 자신이 아닌 구체적인 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가 살면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 사항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하루 세끼 건강한 식사’ ‘안전한 집과 차’ 같은 것들을 노트에 적어 내려가다 보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자신이 몰랐던 트라우마나 심리적 스트레스를 인지하고 치유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담았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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