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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최초로 정부의 국정기조에 ‘문화융성’이 포함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무척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여성문화분과 전문위원으로 파견됐던 김태훈 현 문체부 관광정책관은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문화융성’이 포함됐을 때 문체부 내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당시 인수위에 참가했던 한 인사는 “인수위에서 창조경제는 원래 정보통신 관련 산업 분야에서만 논의됐는데, 취임사에서 문화와 창조경제가 융합된 ‘문화융성’이 국정기조로 택해지는 것을 보고 누군가 비선에서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문화융성은 급조된 국정기조였기 때문에 개념조차 불분명했다. 이 때문에 당시 모철민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유진룡 문체부 장관과 함께 문화융성의 개념부터 세부 정책까지 총괄해서 채워 넣는 역할을 맡았다. 2013년 7월에는 문화융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문화융성위원회’가 출범했고, 이듬해 1월에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했다. 정권 초기의 문화융성 정책은 연극, 무용, 출판, 학술 등 순수예술까지 다 포함된 개념이었다. 문체부에는 ‘인문정신문화과’가 신설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7월부터 문화융성의 개념은 ‘융·복합 콘텐츠 산업’ 지원으로 크게 변질된다. 유 전 장관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와 관련된 승마협회 비리 조사 문제로 경질된 시기와 겹친다. 같은 해 8월 최 씨의 측근으로 CF 감독인 차은택 씨가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됐다. 최 씨가 예산 400억 원 규모의 문화창조융합센터 계획 보고서를 작성한 것도 이즈음이다. 이후 비선 실세가 문화융성을 각종 이권을 챙기는 ‘놀이터’로 만들기 위한 인적 조치가 속도를 낸다. 8월에는 차 씨의 홍익대 대학원 지도교수인 김종덕 장관이 취임하고, 12월에는 차 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56)가 대통령교육문화수석에 임명됐다. 1기 문화융성위 위원이었던 중견 배우는 “융성위가 초반에는 대통령도 참석해서 대단한 회의처럼 생각했는데 곧 껍데기만 있다는 게 드러났다”며 “그저 밥 한번 먹고 오는 자리였다. 결국 비선 실세들이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해 놓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비선 실세의 문화융성은 차 씨가 2015년 4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임명된 이후부터 현 정부의 문화융성 예산도 본격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K팝 아레나 등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는 2019년까지 7000억 원의 국고 지원이 계획됐다. 정부가 국민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늘렸다고 홍보해 온 ‘문화가 있는 날’도 대통령의 ‘찬조 출연’으로 비선 실세들이 세 과시를 하는 행사로 변질됐다. 2014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가 있는 날’에 차 씨가 연출한 뮤지컬 ‘원데이’를 관람하고, 같은 해 11월에는 역시 차 씨가 개입해 만든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했다. 연출가 윤호진 씨는 “김종덕 장관 취임 후 ‘융·복합’이 유독 강조되면서 수준 떨어지는 공연도 무대에 영상만 틀면 지원금을 주길래 뭔가 돈이 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체부의 전직 고위 관료는 “문화융성의 기초는 인문학, 학술, 연극, 무용 등 순수예술의 활성화와 가장 직결되는 부분”이라며 “차은택이 실세가 되면서 순수예술은 도외시되고 문화콘텐츠 산업만 강조되는 기이한 구조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전승훈 raphy@donga.com·조종엽 기자}
현 정부의 4대 국정기조에 포함된 ‘문화융성’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최종 보고서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불과 나흘 뒤인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에 갑자기 포함돼 비선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 취임 전 인수위에 참여했던 고위급 인사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수위의 문화여성 분과에서는 문화향유권, 문화복지 확대 등만 논의됐을 뿐 ‘문화융성’이란 키워드는 나오지 않았다”며 “그런데 역대 정부 최초로 취임사 국정기조에 문화융성이 포함되자 무슨 의미인지 다들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수위가 발행한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백서’(전체 731쪽)에서도 문화융성이란 말은 찾아볼 수 없다. 2013년 2월 21일 인수위 최종 보고서에서 발표된 ‘5대 국정목표’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이었다. 인수위는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이란 항목에 대해 “학생들이 꿈과 끼를 키우고 창의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국민이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누리고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해 현 정부의 문화융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나흘 뒤인 2월 25일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4대 국정기조에 문화융성을 포함시켰다. 박 대통령은 당시 “문화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해 창조경제를 견인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새 시대의 삶을 바꾸는 ‘문화융성’의 시대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차은택 CF감독이 주도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에 2019년까지 총 7000억 원을 쏟아붓는 예산 지원 계획을 세우는 배경이 된다. 당시 취임사 준비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의 취임사는 막판까지 최종 수정 작업이 거듭됐고 구체적인 내용은 전날까지 극비에 부쳐졌다”며 “문고리 3인방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종 수정 작업을 주로 맡아서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사가 최종본 때 크게 수정됐다”며 “비선 실세들이 문화융성을 급조해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는 도구로 삼으려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문체부 고위 간부들은 “문화융성에 대한 개념이 인수위에서는 논의되지 않았는데 취임사에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들어갔다”며 “그 뒤 당시 모철민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의 지시로 문체부 내에서 긴급하게 문화융성의 개념과 가치, 세부 정책을 채워 넣느라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전승훈 raphy@donga.com·김정은 기자}
“프랑스는 ‘디지털 정부’ 행정 분야에서 세계 제3위의 국가입니다. 디지털 강국인 한국과 공공행정 간소화에 관한 협력을 하고 싶습니다.” 8일 방한한 한국계 입양인 출신인 장뱅상 플라세 국가개혁·간소화 담당 국무장관(48·사진)이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플라세 장관은 9, 10일 부산에서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마리 키비니에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차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과 함께 ‘정부 3.0 국민체험마당 글로벌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플라세 장관은 10일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인 ‘프렌치 시네마 투어’ 개막식에 참석한다. 개막식 행사에서 ‘괴물’ ‘설국열차’를 만든 봉준호 감독에게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플라세 장관은 “봉 감독의 ‘설국열차’는 프랑스 만화작가 장마르크 로셰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한-프랑스 문화교류의 상징적인 작품”이라며 “프랑스에서 한국의 음식과 케이팝(K-pop)과 함께 영화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훈장을 수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플라세 장관은 프랑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개혁 프로그램의 하나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노동법 개혁’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의 노동법 개혁은 고용주들에게는 좀 더 노동의 유연성을 주고, 노동자들에게는 고용 안정을 주는 방향으로 개혁하고 있다”며 “기존의 관습에 익숙한 사람들이 개혁에 반발하기도 하지만, 유연성과 안정성이 동시에 보장되도록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협력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플라세 장관에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치적 위기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소식을 들었느냐는 질문도 제기됐다. 그는 “신문을 봐서 스캔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상대국의 내정에 코멘트하지 않는다는 외교적 관례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 공화국을 대표하는 정신은 자유, 평등, 박애가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라이시테(Laicit´e)’의 원칙”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또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대선에 대한 질문에 “이 문제만큼은 외교적 관례를 깨고 싶다”고 말했다. 플라세 장관은 “테러, 안전, 환경오염 등 전 지구적인 여러 문제를 생각했을 때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며 “트럼프 후보가 주한미군에 대한 언급을 한 것으로 아는데 한국도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시각이 프랑스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청와대가 이념 성향에 따라 예술인을 분류한 명단을 문화체육관광부에 내려보냈고 이에 따른 예술인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차관이 바뀌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복수의 문체부 전·현직 공무원은 “2014년 중반부터 청와대가 문화계 인사들을 이념 성향으로 분류한 명단을 문체부 예술국에 내려보내 좌파 인사에 대한 지원을 못하도록 했다”며 “하지만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할 당시 박민권 1차관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올 2월 돌연 물러나게 됐다”고 밝혔다. 박 전 차관은 2015년 2월 행시 33기 중 처음으로 차관에 올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실장이 된 지 4개월 만에 전격 차관으로 발탁됐었다. 이들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을 통해 좌·우파 문화계 인사 명단이 내려왔는데 교문수석실에선 정무수석실을 통해 받았다고 설명했다”며 “정무수석실 내 국민소통비서관 라인이 실무작업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정무수석은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고 국민소통비서관은 정관주 1차관이다. 실제로 박 전 차관이 “조직 관리를 제대로 못 한다”는 모호한 이유로 갑자기 경질된 뒤 정 비서관이 후임 차관으로 내정되자 내부에선 “청와대에서 ‘진보 예술인 관리’를 담당하던 인사가 직접 내려왔다”는 얘기가 돌았다는 것. 문체부의 한 간부는 “청와대에서 받은 명단 중 특히 좌파로 분류된 예술인이 9000여 명이나 돼 지원을 금지하기가 쉽지 않았고 실효성도 크지 않았다”며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한 사무관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턱이 빠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명단에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예술인,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예술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은 2014년 중반부터 2015년 초까지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체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문체부는 7일 해명 자료를 내고 관련 보도에 대해 “익명의 취재원을 내세워 마치 소위 ‘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을 조윤선 장관과 정관주 차관이 주도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김정은 kimje@donga.com·전승훈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4일 ‘최순실·차은택 예산’ 의혹을 받은 내년 예산 3570억7000만 원 중 21%에 해당하는 751억7000만 원을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 문체부 사업이 비선 실세에 좌우됐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문체부가 내년 예산을 자체 검증해 내놓은 조정안이다. 우선 최순실 씨와 차은택 씨가 직접 기획했다고 알려진 사업은 폐지됐다. 최 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가 주도한 동계스포츠 영재 선발 육성 지원 사업(5억 원),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대표로 있던 회사인 머큐리포스트에서 추진하던 LED빙판디스플레이 기술 개발(20억 원), 문화창조융합벨트 전시관 구축(35억)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차 씨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반 토막이 났다. 문체부는 총 6곳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주요 거점 가운데 정부가 주도하는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잠실 케이팝 공연장 등 3곳의 사업만 남기기로 했다. 사업 관할도 기존 콘텐츠진흥원에서 다른 기관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문화창조벤처단지 사업(145억 원 삭감), 문화창조융합벨트 글로벌 허브화 사업(145억 원 삭감), 융복합콘텐츠 개발 사업(88억 원 삭감) 등 관련 예산도 대폭 줄었다. 반면 CJ그룹의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창조융합센터와 경기 고양시 K컬처밸리, 대한항공의 K익스피리언스 등 민간이 추진해 오던 3개 거점은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이 외에도 국가 브랜드 개발 홍보 사업, 문화박스쿨 설치 사업 등도 예산이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문화창조아카데미 조성·운영 사업 309억 원, 지역 거점형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 사업 98억 원, 콘텐츠코리아랩 사업 307억 원의 예산은 그대로 유지됐다. 재외 한국문화원 신설 예산 127억 원도 유지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역과 외교적인 문제 때문에 한꺼번에 일률적으로 취소하기 힘든 예산”이라고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야당 측은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열리는 문체부 내년 예산안 심의에서 추가적인 삭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전통음악과 교수 출신인 송혜진 국악방송 사장(56)이 자신의 후임 교수 자리에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56)의 부인인 오경희 씨(55)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7월 당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악방송 사장에 송 교수를 임명했다. 송 사장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측근인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의 주도로 설립된 미르재단에서 이사를 지냈다. 숙명여대 교수인 김 전 수석은 차 씨의 외삼촌이고, 김 전 장관은 차 씨의 홍익대 영상대학원 재학 시절 스승이다. 국악계의 한 인사는 “송 교수가 국악방송 사장으로 가는 대신 김 전 수석의 부인을 교수로 밀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송 사장은 오 씨(가야금 산조 이수자)를 후임 교수로 추천하기 1개월 전인 7월 해당 학과의 겸임교수로 활동해 온 양승희 씨(68·가야금 산조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양 씨는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부터 이 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일했는데, 7월 당시 유일한 전공주임 교수인 송 교수가 갑자기 ‘학교에서 이만 나가주셨으면 좋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국악계에서는 인간문화재급을 밀어내고 이수자인 오 씨를 교수로 앉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전승 체계는 크게 ‘보유자(인간문화재)-전수교육조교-이수자’ 순으로 돼 있다. 보유자는 해당 예술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고, 이수자는 보유자와 전수교육조교로부터 3년 이상의 이수 기간을 거친 뒤 이수시험을 통과한 사람이다. 숙명여대 측은 오 씨의 교수 임용이 당시 송 교수의 추천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최종원 숙명여대 교무처장은 “전통음악과의 유일한 전공 교수였던 송 교수의 추천으로 절차를 거쳐 오 씨를 초빙교수로 8월에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사장은 “오 씨는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전통음악과에서 7년간 시간강사를 하며 인연을 맺어왔다”면서도 “그동안 겸임교수로 활동해 온 양 씨와의 계약해지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송 교수가 국악방송 사장으로 임명된 배경을 놓고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 씨와 김 전 수석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화계의 한 인사는 “최순실-차은택 라인의 농단이 문화와 스포츠 분야뿐 아니라 대학과 순수예술계까지 뻗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수석과 오 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정은 kimje@donga.com·전승훈 기자}
야3당은 1일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함께 별도의 특검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내년 예산안 심의에서 ‘최순실 예산’을 삭감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등 야권 공조로 대여 압박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회동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기동민 대변인은 “국조와 특검은 새누리당이 동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새누리당이) 진의를 의심받지 않으려면 특검과 국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야3당은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협상 중단 △백남기 특검 추진 △쌀값 안정화 대책 마련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국회 합의기구 설치 등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최순실 정국의 해법인 거국중립내각 구성은 각 당이 이견을 보여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선(先) 검찰 수사와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의 탈당과 영수회담을 통한 총리 합의 추대를 각각 주장했다. 정의당은 박 대통령 하야와 대선을 준비하는 과도중립내각을 제안했다. 야권 내에서조차 거국내각을 두고 각각 다른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장관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질타가 이어졌다.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는 조 장관의 답변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정무수석으로 11개월 일하는 동안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조 장관은 “없었다” “전화 통화는 했어도 독대는 안 했다”고 밝혔다. 최 씨에 대해서도 조 장관은 “본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상임위 차원의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를 요구하기로 했다. 한편 문체부는 이날 최순실, 차은택 씨와 관련된 의혹이 있는 사업들을 전면 조사하기 위해 ‘문체부 문제사업 재점검·검증 특별전담팀(TF)’을 구성했다. 특별전담팀은 △인사·감사 △문화예술 △콘텐츠 △체육 등 4개 분과의 모든 문제사업을 정밀 조사해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전승훈 기자}
‘최순실, 차은택 게이트’로 의혹의 한가운데에 선 문화체육관광부가 “의혹을 다 털고 투명한 문체부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저한 자기반성과 명쾌한 해명도 없이 A4용지 1장짜리 보도자료만 내놓아 ‘면피용 발표’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30, 31일 이틀간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최순실, 차은택 게이트로 논란의 중심이 된 문체부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했다. 문체부는 31일 “외부 개입에 의해 추진된 의혹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법령 위반 및 사익 도모 여부를 점검해 문제가 확인되면 과감한 정리 등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차 씨와 최 씨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문체부 사업은 문화창조융합벨트, 국가브랜드 선정, 문화융성, 늘품체조, 해외 국가이미지 홍보사업, 미르재단 사업 등 20여 가지에 이른다. 문체부는 “콘텐츠산업, 관광산업, 겨울올림픽 성공적 개최, 문화융성 등은 국가적 과제로 존속시키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1일부터 국회에서 진행되는 2017년 예산안 심의에서 대규모 예산 삭감이 예상돼 긴급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문화융성을 국정 4대 기조의 하나로 내놓았지만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근본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문화예술 관련 예산의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문체부의 내년도 예산은 5조9104억 원으로 올해보다 7.6%(4156억 원) 증가했다. 특히 최 씨와 차 씨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내년 예산은 1278억 원으로 올해(903억 원)보다 41.5%나 증액됐다. 한편 문체부는 이날 광고회사에 지분을 넘기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은 송성각 콘텐츠진흥원장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와 CF 감독 차은택 씨가 현 정부의 국정기조인 ‘문화융성 프로젝트’의 계획안 수립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7일 TV조선이 입수한 2014년 6월 작성된 ‘대한민국 창조문화 융성과 실행을 위한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 융복합을 위한 아카데미와 공연장 설립 △한식 사업과 킬러콘텐츠 개발 등의 기획안이 담겨 있었다. 또한 표절 논란을 빚은 국가브랜드 사업에도 바이럴 홍보와 해외문화관 사업 등 6개 분야에 모두 140억 원을 투입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고서에는 최 씨의 필체와 비슷한 빨간 펜글씨로 자구 하나하나를 첨삭한 흔적이 나오기 때문에 ‘문화융성’ 안의 초기 계획안부터 최 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제안서는 최 씨의 수정을 거친 후 같은 해 8월 ‘문화융성위원 차은택’이라는 이름으로 문화부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융복합 아카데미, 한복과 한식 홍보를 위한 사업 등은 실제로 현 정부에서 예산까지 배정되고 거의 그대로 진행됐다. 한편 2년 동안 개발된 ‘코리아체조’가 무시되고 갑자기 ‘늘품체조’가 국민체조가 된 배경에도 최 씨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공개된 화면에서 최 씨는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늘품체조 시연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입었던 연두색 운동복 상의를 고르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러나 박영국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확인 결과 차 씨 명의로 제출됐다는 보고서는 문체부에 접수된 적이 없다”며 “또한 보고서를 첨삭했다는 필적이 최 씨 것인지도 불확실해 견강부회가 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오방색 천으로 뒤덮일 뻔한 숭례문거대한 굿판이 될 뻔한 대통령 취임식#.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 8명에도 포함되지 않은 일개 한복 디자이너가 왜 취임식 준비를 좌지우지하는지 전혀 몰랐죠. 그 때는...."#.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당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측근인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 씨(53)가 국보 1호 숭례문 전체를 오방색 천으로 감싸는 행사를 기획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오방낭은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청, 황, 적, 백, 흑의 오색 비단을 사용해 만든 전통 주머니입니다.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기운을 가져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죠.최근 최 씨의 PC에서 '오방낭' 사진이 담긴 파일이 발견돼 최 씨가 취임식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취임식 행사 총감독을 맡았던 뮤지컬 '명성황후' 연출가 윤호진 씨(홍익대 교수)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를 증언했습니다. "오방낭 행사는 김영석 씨가 기획했다. 숭례문 전체를 대형 오방색 천으로 감싼 뒤 제막식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윤호진 교수#. "복원 공사가 완벽히 끝나지 않아 소방방재 시설도 없는 숭례문에 천을 씌우면 화재 위험이 있다. 김진선 당시 취임식 준비위원장도 김 씨의 제안에 매우 곤혹스러워했다"-윤호진 교수#. 급기야 김진선 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끝에 겨우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오방낭' 복주머니에 국민들의 소망을 담는 행사로 바꿀 수 있었다고 합니다.#. 김영석 씨는 정식 취임식 준비위원 8명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물. 그는 '최순실 측근' 자격으로 이후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 곳곳에서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통령 측근의 측근'이죠.#. 대통령이 취임식 때 입을 340만 원짜리 한복을 제작했고, CF 감독 차은택 씨와 함께 문화융성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미르재단 이사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순실 씨 전남편 정윤회 씨와 함께 박 대통령 팬클럽이 주최한 2014년 독도 콘서트에도 나타났죠.#. "취임식 행사를 준비하며 수많은 개입과 마찰을 겪었다. 앞으로 이 정권에서 내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실세의 말을 거스르고 행사를 진행해 그런 듯하다"-윤호진 교수#. "최순실 씨와 김영석 씨가 오방낭 행사를 직접 챙긴 건 취임식을 '거대한 굿판'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문화계 한 인사#. '대통령 비선실세의 측근'은 도대체 무슨 직책일까요?왜 이런 민간인이 정부 공식 행사를 좌지우지했을까요?최순실 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의 끝은 대체 어디일까요?참담합니다.원본: 전승훈 기자·김정은 기자기획/제작: 하정민 기자·이고은 인턴}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당시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희망이 열리는 나무’(오방낭 복주머니) 제막식 행사가 당초에는 국보 1호 숭례문 전체를 오방색 천으로 감싸는 대형 행사로 기획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취임식 행사 총감독을 맡았던 뮤지컬 ‘명성황후’ 연출가 윤호진 씨(홍익대 교수)는 26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 씨 PC에서 발견된 ‘오방낭’ 프로그램은 대통령 취임식 한복을 디자인했던 김영석 씨(53)가 기획했던 것”이라며 “김 씨는 당초 화재로 불탔다가 복원된 숭례문 전체를 대형 오방색 천으로 감싼 뒤 제막하는 행사를 하겠다고 고집했다”고 밝혔다. 윤 씨는 “아직 복원공사가 완벽히 끝나지 않아 소방방재 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숭례문에 천을 씌울 경우 화재 위험이 있어 반대했다”며 “김진선 당시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도 김 씨의 제안에 곤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또 “결국 김 위원장이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끝에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오방낭’ 복주머니에 국민들의 소망을 담는 행사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방낭은 청, 황, 적, 백, 흑의 오색 비단을 사용해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만든 전통 주머니다.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기운을 가져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공개된 최 씨의 PC에서 ‘오방낭’ 초안 사진이 담긴 파일이 발견되면서 대통령 취임 행사에 최 씨가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교수는 “취임식 행사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개입과 마찰을 겪어 이 정권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며 “적당히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 김 위원장과 내가 ‘실세’들의 말을 듣지 않고 행사를 진행해 그런 듯하다”고 말했다. 취임식 행사 준비에 참가한 한 문화계 인사는 “당시 한복 디자이너인 김영석 씨에 대해 왜 다들 어려워하는지 이유를 잘 몰랐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최 씨라는 든든한 실세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김 씨는 정식 취임식 준비위원 8명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김 씨는 비선 실세 최 씨의 측근으로 취임식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이후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 곳곳에서 행적이 드러났다. 김 씨는 최 씨로부터 주문을 받아 박 대통령이 취임식 때 입을 340만 원짜리 한복을 제작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후 CF 감독인 차은택 씨와 함께 문화융성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미르재단의 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 씨는 또한 2014년 8월 최 씨의 남편이었던 정윤회 씨와 함께 박 대통령의 팬클럽이 주최한 독도콘서트에도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화계에서는 비선 실세들이 ‘오방낭’에 집착한 것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인사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등 중요 행사 때마다 입을 옷 색깔도 직접 골라줬다고 한다”며 “최 씨와 김 씨가 오방낭 행사를 직접 챙긴 것은 취임식을 ‘거대한 굿판’으로 만들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친인 최태민 목사의 영향을 받은 최 씨가 우리 전통의 색깔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본보는 김 씨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전승훈 raphy@donga.com·김정은 기자}
“한식을 홍보하려면 프랑스에 한식 전문 교육기관을 세워야지, 왜 한국에 프랑스 요리학교를 세운데요?” 지난해 12월 초 파리 특파원으로 일할 때 잘 알고 지내던 한-프랑스 문화교류 기획사인 E사의 이모 대표가 화가 난 듯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미르재단과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한-프랑스 문화교류에 대한 공로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았던 이 씨는 2013년부터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진행해 온 에콜 페랑디 한식 홍보행사를 대행해왔다. 3년간의 노력 끝에 페랑디 학교 정규수업 시간에 한식조리 과정을 넣고, 우수한 프랑스 학생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한식연수를 시키는 사업이 막 성사되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미르재단이 갑자기 나타나 ‘한국의 집’에 에콜 페랑디 한국분교를 짓겠다는 MOU를 체결해버린 것이다. 이 씨는 당시의 심경을 프랑스의 교민신문 ‘한위클리’에 털어놓았다. 당시 페랑디 측은 “미르재단이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없이 무조건 MOU에 사인만 해달라고 사정한다. 미르재단이 도대체 어떤 곳이냐”고 이 씨에게 물었다고 한다. 페랑디 측은 “우리는 국가 산하기관이라 정치적인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인을 했다”고 미안해했다고 한다. 결국 이 씨는 3년간 공들여 온 페랑디와 aT의 협력관계를 모두 포기해야 했다. 이 씨는 “상도의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허탈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페랑디와의 MOU 체결’을 미르재단의 성과라고 치하했다. 그러나 미르재단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오히려 페랑디의 교육과정에 한식을 포함시키는 사업은 흐지부지돼 버렸다. 반면 페랑디는 설립 100년을 앞두고 첫 해외 분교 설립에 기뻐하고 있다. 한식을 홍보한다며 대기업 돈을 모은 재단이 결국은 프랑스 음식의 글로벌 진출만 도운 꼴이다. ‘창조경제’ ‘한류 확산’을 내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의 사업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최순실, 차은택 씨 등 권력을 등에 업은 비선 실세의 ‘갑질’은 염치도 눈치도 없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이 2년간 공들여 온 ‘코리아체조’가 한 달 만에 개발한 ‘늘품체조’로 뒤바뀌고, 밀라노 엑스포도 개막 5개월을 앞두고 갑자기 총감독이 교체됐다. K스포츠재단은 아예 최 씨가 딸의 승마 훈련을 위해 사유화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창조경제를 통해 미래를 위한 새로운 먹거리를 창조해 내기는커녕 남의 밥그릇 뺏기에 바빴던 것이다. ‘문화 융성’을 내건 현 정부의 문화정책도 마찬가지다. 1974년부터 40여 년간 연극 무용 문학 등 순수예술을 지원해 왔던 문화예술진흥기금이 2018년에 완전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융복합 콘텐츠’를 지원한다는 문화창조융합본부는 연간 1000억 원대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한 중견 뮤지컬 연극 연출가는 “가서 보면 공연 수준은 허접하기 그지없는데, 무대에 영상 틀고 ‘융복합’이란 제목만 달면 엄청난 지원을 받는다”고 개탄했다. 듣도 보도 못한 이들이 문화 권력으로 득세하는 사이, 문화체육계의 조직과 예산은 ‘차은택의 놀이터’ ‘최순실의 쌈짓돈’이 돼 버렸다.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전통연희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갈등과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하고 서로 화합하자는 의미에서 페스티벌의 주제를 ‘화락(和樂)’으로 정했습니다.” 21∼23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 평화의 공원 별자리 광장에서 ‘2016 전통연희 페스티벌’이 열린다. 김승국 예술감독(64·수원문화재단 대표·사진)은 “‘뛸판, 놀판, 살판’으로 정한 슬로건처럼 한바탕 신명나는 축제의 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과 노래, 춤, 극, 놀이의 요소가 어우러진 연희(演희)는 서민들의 문화와 애환을 담은 한국 종합문화예술의 뿌리”라고 말했다. 영화 ‘왕의 남자’에 등장하는 ‘줄타기’를 비롯해 각 지역에서 전승돼 온 판소리, 농악, 탈춤, 북춤, 전통 민속놀이, 재주 부리기, 무예 등을 망라하는 개념이다. 김 감독은 이번 축제에서 가장 눈여겨볼 공연으로 22일 오후 6시에 공연되는 ‘산대(山臺·공터 등에서 펼쳐지는 조선시대 거리축제)’와 ‘채붕(綵棚·가설 누각무대 공연)’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자랑할 만한 고유의 무대 공연인데 아는 분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된 220년 전 채색본 ‘정리의궤’에 근거해 ‘채붕’을 복원한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첫날 개막 공연 직전 열리는 ‘기지시 줄다리기’도 야심 찬 기획이다. 김 감독은 “충남 당진 기지시리에서 전승되어 온 이 줄다리기는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러운 전통유산”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길이 50∼60m, 지름이 최대 1m가 넘는 줄에 사전 신청을 한 400여 명이 매달려 겨루기가 진행된다. 또한 전통연희를 소재로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창작연희 작품 공모 선정작도 공연된다.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악·가·무 연희극으로 제작한 극단 거목의 ‘만복사저포기’, 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를 소재로 제작한 창작인형극 광대생각의 ‘문둥왕자’, 논버벌 퍼포먼스 타악극인 놀이마당 울림의 ‘세 개의 문’이다. 그는 “전통 공연과 현대적 감각으로 창작한 공연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음악, 게임, 캐릭터, 방송, 문화기술(CT)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콘텐츠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2016 K콘텐츠 페어’가 15, 16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다. ‘콘텐츠, 그 이상의 콘텐츠’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축제에서는 K팝 콘서트와 한류 가수들의 미니 콘서트, 크리에이터들의 특별한 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16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융합, 공연, 체험, 기술, 전시 등 5가지 즐거움을 뜻하는 ‘오락(五樂)캠프’라는 주제 아래 5개의 테마관과 2개의 특별관으로 구성된다. △다양한 융복합 문화콘텐츠를 선보이는 ‘K컨버전스’ △홀로그램, K팝 콘서트, 온라인 생방송을 관람할 수 있는 ‘K쇼’ △가상현실(VR) 기술과 다양한 장르의 게임 체험이 가능한 ‘KVR’와 ‘K플레이’ △최신 문화기술을 접목한 교육전문 콘텐츠를 다룬 ‘K투모로우’ △한국의 문화적 가치를 담은 문화상품을 전시하는 ‘K리본 실렉션’ △애니메이션, 드라마, 캐릭터 등을 전시한 ‘K드림’ 등이 선을 보인다. 전시관 내에 설치된 특별무대에서는 NCT, 틴탑, 에릭남, 김필 등 인기 가수들의 미니 콘서트가 펼쳐지며, 고전 ‘햄릿’을 각색한 뮤지컬 ‘라비다’의 음악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라이브 공연과 논버벌 ‘탈 퍼포먼스’ 등 색다른 무대가 펼쳐진다. 또한 라뮤끄와 라임튜브, 울산큰고래, 채채TV, 유준호 등 인기 크리에이터가 진행하는 MCN(다중채널 네트워크) 방송과 융복합 뮤지컬 갈라쇼, 아트 액션 퍼포먼스도 쉴 새 없이 펼쳐질 예정이다. 개막일인 15일에는 코엑스 동문광장에서 3시간 동안 K팝 콘서트도 열린다. 이 콘서트에는 샤이니를 비롯해 NCT, 세븐, 크레용팝 등 한류 스타 10팀이 참여한다. 이번 공연은 엠넷(Mnet)의 ‘M-슈퍼콘서트’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송성각 원장은 “대한민국 최대 쇼핑관광축제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연계해 열림으로써 외국인 관광객 포함 1만2000여 명의 국내외 관람객들의 방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 씨(47·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는 5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을 부인했다. 유명 CF·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그는 홍익대 대학원 시절 은사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 광고업계에서 인연을 맺은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이른바 ‘차은택 사단’을 통해 문화 권력을 휘둘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 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씨와 가까운 사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도 제기돼 왔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문화계에서 차은택에게 줄을 서야만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한 달 전부터 웹드라마를 제작하느라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차 씨는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 “그분(최순실)에 대해선 저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차 씨는 또 “한 번도 박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 대해서는 “제자인 제가 어찌 장관에 추천하느냐. 답답하다”며 “저를 아꼈던 스승이었는데 관련 의혹이 나오자 저를 멀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혹이 집중되고 있는 미르재단과 관련해 “(연세대 박사 과정에서 알게 된) 스승 김형수 연세대 교수가 이사장이 돼 그분과 일할 수 있는 이사 몇 분을 추천드린 것일 뿐인데 일이 커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차 씨는 인터뷰 중 여러 차례 감정적인 표현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저라는 존재가 주변 분들에게 피해만 주고 있어 정말 괴롭다”며 “문화계에서 저같이 미약한 인간이 이런 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죽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kimje@donga.com·전승훈 기자}
국립국어원(원장 송철의)이 5일 국민참여형 개방형 웹사전인 ‘우리말샘’을 비롯해 ‘한국어기초사전’, ‘한국어-외국어 학습사전’ 등 3종 12개 사전을 개통했다. ‘우리말샘’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돼 있는 50만 어휘와 새로 구축한 일상어 지역어 전문용어까지 더해 총 100만 개의 어휘가 수록된 사전이다. 예를 들어 일상어로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는 ‘꽃청춘’ ‘힐링하다’ ‘그루밍하다’ 등의 단어가 포함돼 있다. ‘우리말샘’은 일반 참여자와 사전 전문가의 협업으로 끊임없이 다듬어지는 ‘위키피디아’ 방식의 사전이다. 일반 사용자가 첨삭한 정보는 표현·표기 감수를 거쳐 ‘참여자 제안 정보’로 표시되고, 이 정보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검토한 후에는 ‘전문가 감수 정보’로 표기된다. 또 이 결과는 다른 사용자가 재수정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은 이와 함께 ‘한국어기초사전’ ‘국립국어원 한국어-외국어 학습사전’도 내놓았다. ‘한국어기초사전’은 한국어 학습에 기본이 되는 5만 어휘가 실린 한국어 학습사전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를 위해 쉬운 뜻풀이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예문을 제공한다. ‘한국어-외국어 학습사전’은 미래 한류의 동력이 될 10개 언어(영어 러시아어 몽골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아랍어 프랑스어 등)로 ‘한국어기초사전’을 번역한 이중 언어화 사전이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국어사전 진흥 공모전인 ‘함께 만들어 가요, 우리말 사전’의 수상작 18점에 대한 시상식을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졌다. 수상작은 9일 제570돌 한글날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16 한글문화큰잔치’에서 전시한다.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은 “‘우리말샘’이 우리 사회의 소통과 문화 콘텐츠 생산의 보물창고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다음번엔 나도 내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 ‘밀정’에서 송강호가 읊은 대사다. 조선총독부 경무국 경부로서 독립군의 밀정 역할을 맡게 된 그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감동을 느꼈다. 영웅주의, 애국주의가 아닌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치열한 고뇌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21세기 현대인에게도 계속되는 고민의 주제다. ‘밀정’은 1920년대 조선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의열단의 경성 폭탄반입 사건이 배경이다. 황옥 경부(영화 속 이정출)를 비롯해 김시현(김우진), 김원봉(정채산), 현계옥(연계순) 등 영화 속 주인공의 모델도 실존 인물들이다. 황옥 경부는 과연 의열단이었는지, 일제의 밀정이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당시 발간됐던 동아일보를 뒤져 봤다. 당시 경찰에 압수된 물품에는 폭탄 36개, 폭탄장치용 시계 6개, 권총 5자루, 실탄 155발, 뇌관 6개, 신채호의 ‘조선혁명선언문’ 900여 장이 들어 있었다. 1923년 7월 동아일보는 “이 사건에서 경기도 경찰부 경부 황옥이 함께 체포된 것은 가장 괴이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공판에서 김시현은 황옥의 도움으로 폭탄을 싣고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증언했지만, 황옥은 최후진술에서 “의열단을 일망타진하면 경시까지 승급을 시켜 줄 것으로 믿고 한 일”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읍소했다. 이에 방청객에선 비웃음이 쏟아지고, 의열단 단원들이 분함을 참지 못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그러나 결국 재판장은 김시현과 함께 황옥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내린다. “의열단원 황옥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호자식(虎子式) 병법’을 내세웠지만 법관의 안(眼)으로 보면 중대한 정치범인이 명백하다”는 이유였다. 독립운동가를 잡아넣던 황옥이 의열단 사건에서 유죄를 받자 조선 민중들의 시각은 크게 달라졌다. 동아일보 지면에는 “철창에 갇힌 ‘의열단원’ 황옥의 처와 굶주린 아이를 돕고 싶다”며 백미 대두 한 말, 또는 돈 일원을 보내왔다는 독지가들의 성원이 연일 답지했다. 일제강점기를 그린 영화에서 독립운동가가 아닌 일제 총독부의 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여유와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파브리스 비르질리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교수는 나치 점령기 독일군과 관계를 맺었던 프랑스 여성이 낳은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멸시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그는 “감추려고만 했던 우리 내부의 비극적 역사를 직시하는 데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힘겨운 현실에서 우리는 점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 한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서로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여 자신의 생각을 확인할 뿐이다. 영화 ‘덕혜옹주’를 보고 실망했던 점도 바로 이것이었다. 실제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희망사항을 그린 영화였기 때문이다. 일제의 보호하에 있던 영친왕이 독립운동을 위해 상하이 망명을 시도하고, 덕혜옹주가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한글학교를 세우고…. 안타까운 역사를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허탈한 자기 위로일 뿐이다. 당시 독립운동 지도자들은 영화에서처럼 왕정 복귀를 바라지 않았다. 임시정부 헌법에도, 동아일보 창간사에도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글귀가 선명하다. 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한때는 ‘미국인 2명 중 1명은 한세실업 옷을 입는다’고 했는데, 요즘은 ‘미국 인구보다 더 많은 옷을 판다’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한세실업 관계자는 웃으며 말을 꺼냈다. 미국 인구가 대략 3억2400만 명인데 한세실업이 지난해 수출한 옷의 수량이 3억4900만 장이니 맞는 말이다. 1982년 11월 창립한 한세실업은 ‘한국과 세계를 잇는다’는 사명(社名)처럼 세계 유명 의류 브랜드들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글로벌 의류수출 전문기업이다.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을 전문으로 해온 한세실업은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한세실업은 나이키·언더아머·갭·핑크·H&M·Zara·아메리칸이글 등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유명 브랜드와 월마트·타깃 등 대형 할인매장의 자체상표(PB) 의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약 13억 달러어치의 의류를 수출하며 1조5865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한국 본사(700명)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니카라과, 과테말라 등 5개국 13개 해외법인에 총 3만6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역성장과 적자를 경험한 적 없는 한세실업은 동남아와 중남미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갖춰 매년 10%에 가까운 고성장을 지속해 왔다. 한세실업은 현재 미국 외에 유럽을 대표하는 3대 SPA 브랜드인 H&M, ZARA, Primark과 거래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 일본의 MUJI 무인양품과도 거래를 시작했다. 한세실업의 R&D 본부에는 본사 인원의 10%에 이르는 70명의 디자이너와 연구 인력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 명문 디자인학교 출신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패션 트렌드에 맞게 창의적인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나이키, 갭과 같은 세계 유수의 바이어들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경쟁력 때문이다. 최근 ‘애슬레저룩’(운동복처럼 편하고 활동성이 있는 일상복)이 글로벌 트렌드로 떠올랐다. 한세실업은 3년 전부터 이 같은 흐름을 감지하고 나이키, 언더아머, 가이암 등 스포츠웨어 브랜드와 거래하며 애슬레저룩 디자인과 원단을 개발해왔다. 한세실업은 중미의 니카라과, 과테말라 법인을 운영함으로써 미국 시장에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을 통한 무관세 혜택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납품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지난 해 10월 아이티의 수도인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소나피 섬유공단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내년부터 아이티에 직원 4000명 규모의 공장을 가동해 중미를 동남아에 이은 차세대 생산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세실업은 지난 2013년 초 베트남 염색공장 C&T Vina를 인수했다. 이 회사에서는 면 원단에서 합섬원단까지 생산범위를 확장시켜 하루 생산량을 현재 6만kg에서 향후 20만kg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한 2014년 3월에는 원단중개업을 하는 칼라앤터치를 설립해 C&T Vina에서 생산한 원단을 타 OEM, ODM 회사에도 판매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국내 패션회사 엠케이트렌드의 주식 40%를 인수하여 최대 주주가 됐다. 이 회사는 중국 내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미국 프로농구 NBA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의 브랜드 사용권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한세실업은 원단 사업, 패션 브랜드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뼈만 남은 손가락으로 형상화한 ‘승리의 V자’.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왕두(王度·59)는 이달 초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에 설치된 7m 높이의 자신의 조각품 ‘빅토리(Victory)’를 꼼꼼히 살폈다. 지난해 설치된 뒤 시민들의 촬영 명소가 된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의 대표작이다. 왕두는 “뼈만 남은 손가락은 광주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희생과 상처, 승리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왕두는 올해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에 초청돼 20년 지기인 한홍수 화백(57·재불현대화가협회 소나무회 대표)과 함께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1992년부터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에펠탑 거리에서 초상화 화가로 10년간 일하면서 만나 우정을 쌓았다. 늘 경찰에 쫓겨다니는 가난한 이방인 화가였던 두 사람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거리가 우리의 아틀리에(작업실)였다”고 회상했다.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온 두 사람은 지난해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유네스코 창립 70주년 특별전 ‘제3의 현실’에 함께 초청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체제 비판적인 작품 활동을 해왔던 왕두는 1989년 6월 중국 톈안먼 사태 당시 9개월간 감옥에 갇혔다가 국제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프랑스로 망명했다.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열린 해외 망명 중국작가 21명의 ‘후(後)89 예술’ 특별전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1세대 작가로 떠올랐다. 이번 전시회에서 두 사람은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위기로 고조된 동아시아의 상황에서 폭력과 죽음의 문화를 생명과 창조의 이미지로 극복하는 예술작품을 선보였다. 왕두는 전시장 한쪽에 신문지로 만든 미사일을 설치했고, 반대편 벽면에는 여성의 신체 뒷모습이 그려진 한 화백의 에로틱한 유화 작품이 전시됐다. 왕두의 ‘신문지 미사일’은 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 출품된 이후로 꾸준히 만들어 온 시리즈 작품. 왕두는 “코소보 전쟁 당시 르몽드, 르피가로,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의 신문들이 전쟁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확대재생산시키는 것을 보고 ‘미사일보다 더 공격적인 미디어’라는 의미에서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걸 보고 북한 핵과 미사일,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등을 느끼는 것은 관람객의 자유”라고 말했다. 한 화백은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1931∼32년 아인슈타인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전쟁과 폭력, 테러 등을 억제하기 위해선 삶의 순수하고 창조적인 에로틱한 욕망을 더 키워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며 “왕두의 미사일이 ‘타나토스’(죽음의 본능)를 상징한다면 내 작품 ‘기관 없는 신체’는 에로틱한 욕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영국의 설치미술가 애니시 커푸어가 베르사유 궁전에 여성의 성기를 은유한 작품을 전시해 논란이 벌어진 것도 테러와 전쟁의 시대에 죽음의 문화를 에로틱한 생명의 창조적 에너지로 극복하려는 예술적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덕 감독과도 친분이 있는 왕두는 한국의 대중문화에도 관심이 크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한중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데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때 일본과의 정치적 문제가 있을 때 일본산 차량을 불태우고, 대대적인 반일시위를 벌였지만 얼마 가지 않았다”며 “중국의 공산주의 교육과 집단적 애국주의 때문에 벌어지는 사회적 현상이지만, 개개인은 그런 감정이 없어 우려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베테랑 광역수사대와 유아독존 재벌 3세의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을 다룬 영화다. 한번 꽂힌 것은 무조건 끝을 보는 행동파 형사 ‘서도철’(황정민)을 비롯해 겁 없고 못 잡는 것 없는 특수 강력사건 담당 광역수사대. 오랫동안 쫓던 대형 범죄를 해결한 후 숨 돌리려는 찰나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만난다. 의문의 사건을 쫓던 서도철은 조태오가 사건의 배후에 있음을 직감한다.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재발견하게 한 영화다. 누적 관객 수 1341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한국 영화 3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