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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사진)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제22대 대표회장에 재선출됐다. 이 목사는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세 번째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한기총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어 단독 출마한 이 목사를 기립박수로 추대했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 규정 제8조 단일후보일 때는 박수로 추대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했다. 이번 한기총 선거에는 김노아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성서총회)가 입후보했으나, 한기총 선관위는 ‘원로목사 및 은퇴 목사는 피선거권이 없다’는 규정에 따라 김 목사를 후보에서 제외했다. 이 목사는 “소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며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연합과 개혁을 위해 전심전력하고, 기독교가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한 이 목사는 미국 템플대에서 종교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세대 교수와 미국 워싱턴순복음제일교회·로스앤젤레스 나성순복음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 총회장을 맡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북 강경정책을 취할까 심하게 우려됩니다. 미국의 개신교 대표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측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국 최대 개신교 단체인 미국교회협의회(NCCUSA)의 제임스 윙클러 회장 겸 총무(59·사진)가 23일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관계자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 문제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8일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한했다. 윙클러 총무는 19일 리퍼트 전 대사와 만났다. 리퍼트 전 대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와 관계를 개선하고,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했던 것처럼 북한과 평화조약을 맺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고 윙클러 총무가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대해 “취임 연설이 온통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말로 채워져 있었는데, 미국인만이 우월하다는 생각은 만민이 하나님 앞에 평등하다는 복음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에는 ‘감사하다’는 말이 꼭 들어갔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감사하다는 말이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윙클러 총무는 4월 미국 개신교회를 대표해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할 법률과 정책 제안을 준비 중이다. 그는 “트럼프 정부에 대북 선제공격은 안 되며, 사드 배치를 철회하고 한반도 평화조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내년 초 미국교회협의회 대표단이 북한과 남한을 방문하고 평화의 사절단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교회협의회는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와 연합) 노선을 표방하는 미국 내 38개 교단 3500만 명의 교인들이 속해 있다. 교회협은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도와 1960년대 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이후 베트남 전쟁 및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에 반대하고 한국의 민주화운동 등을 지원하는 연대활동을 벌여 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주의 정책을 계속 펴 나간다면 곧 미국 시민들의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2018년 2월 9일 강원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이 개막한다. 불과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평창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여파로 올림픽 공식 스폰서에 나서는 기업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마저 구속되면서 평창 겨울올림픽은 당분간 주무부처 장관 없이 준비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가장 초미의 관심사는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될 개폐막식. 논버벌 퍼포먼스 ‘난타’ 제작자로 유명한 송승환 씨(61)가 2015년 7월 총감독에 임명돼 꾸준히 준비해 왔지만 정작 개폐막식 총연출 감독 선정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씨가 맡았다가 3개월 만에 사퇴했고,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추천한 패션디자이너 정구호 씨도 7개월 만에 중도 사퇴했다. 최순실 게이트 광풍이 불던 지난해 12월 초. 넉 달간 공석이었던 개폐막식 총연출 감독에 연출가 양정웅 씨(49·서울예대 공연학부 교수)가 최종 낙점됐다. 평창 올림픽의 성공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커지자 송 총감독을 도울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된 것이다. 이달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민미술관 카페에서 만난 양 감독은 “총연출 감독에 임명된 뒤 첫 언론 인터뷰”라고 말했다. 그는 “스포일러 금지 규정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다”면서도 개폐막식의 주요 콘셉트와 연출 방향에 대해 성심껏 답해줬다. “문체부 장관 구속, 위기를 기회로” ―지난해 12월 개폐막식 총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송승환 총감독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 늘 꿈꾸던 무대였지만 막상 제안을 받으니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욕만 먹을 가능성도 크고, 개인적으로 올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깊이 고민하다가 수락했다.” ―겨울올림픽 개폐막식 연출을 수락한 이유는…. “1992년도에 프랑스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개막식을 TV로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당시 31세에 불과했던 안무가인 필리프 드쿠플레가 총연출을 맡았다. 그의 작품을 보고 올림픽 개막식 같은 메가 이벤트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나도 저런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늘 꿔왔는데, 갑자기 기회가 다가왔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구속됐다. 주무부처 장관 부재로 체육행정이 올스톱 됐는데, 개폐막식 준비에 차질이 없겠는가. “오히려 자유로운 창의성이 보장돼 감사한 상황이 아닐까. 지금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준비팀에서 소신껏 오직 개막식만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권이나 비선실세의 간섭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12월 총연출을 맡은 이후 외부 압력을 전혀 못 느끼고 있다.” 1997년 극단 ‘여행자’를 창단했던 양 감독은 국내 연극계에서 의상·음악·무대미술이 결합된 감각적인 미장센과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여름 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국적 미학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해외로부터 많은 초청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인 ‘한여름 밤의 꿈’은 2006년과 2012년 한국 연극 최초로 영국 런던 바비컨 센터와 글로브 극장으로부터 각각 초청받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개폐막식은 늘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어떤 올림픽을 롤모델로 하는가. “베이징부터 시작해 런던, 소치를 거치면서 대규모 볼거리와 최첨단 기술 경쟁이 확대돼 왔다. 많은 분이 우리에게도 그런 것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 리우는 적은 예산으로도 메시지에 집중하고, 휴머니티가 넘치는 개폐막식을 보여줬다. 우리도 현실에 맞는 규모와 독창적인 내용의 평창만의 폐막식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영화감독 대니 보일이 연출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선 산업혁명의 태동과 세계대전 같은 역사적 흐름 및 대중문화까지 접목해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주었다. 평창이 세계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인 데다 비무장지대(DMZ)에서 멀지 않은 강원도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전체 개폐막식의 주제를 ‘평화’로 잡았다. 대한민국 분단의 현대사뿐만 아니라 21세기에도 전 세계에서 계속되는 테러와 전쟁, 난민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을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행사는 특정한 정치와 종교로부터 초월한 인류 화합을 추구하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권고하고 있다. 정치적, 종교적 문제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상징적이고, 예술적으로 표현해 글로벌 시민들에게 보편적 공감을 얻도록 하겠다.” 양 감독에 따르면 개폐막식은 ‘평화’라는 전체 주제 아래 개막식은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 폐막식은 ‘조화와 융합, 넥스트 웨이브(Next wave)’라는 주제로 치러진다. ‘하나 된 열정’은 정보기술(IT)의 발달에 따라 젊은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서로 기뻐하고, 아파하고, 공감하는 열정이 하나로 연결돼 평화를 염원한다는 설명이다. ‘넥스트 웨이브’는 전통과 현대를 조화하고, 융합해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물결이자 새로운 바람이라고 소개했다. 양 감독은 “넥스트 웨이브에는 당연히 한류(Korean wave)도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가 케이팝만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랑보다는 글로벌한 소통 중요”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나침반 종이 화약 인쇄술 등 중국의 문명을 자랑했다. 소치 올림픽도 강력한 러시아를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차르 대관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평창도 ‘국뽕’(과도한 애국주의)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물론 우리도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고유의 문화가 많다. 1988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때는 한국 전통적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집중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21세기 패러다임에서는 소통과 연결이 중요하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은 우리 것에 대한 일방적인 자랑보다는 글로벌한 소통과 연결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한류 스타와 케이팝은 어느 정도 활용되는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는 과도하게 아이돌 가수 출연이 많았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류 스타와 케이팝은 폐막식에서 주로 나올 것이다. 폐막식은 치열하게 경쟁을 펼쳤던 선수들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치러지는 즐거운 축하마당이다. 케이팝은 전 세계 음악시장을 바꾼 우리만의 어마어마한 자산이다. 그러나 케이팝이 한국 문화의 전부는 아니다.” ―평창 올림픽 개폐막식의 전체적인 연출 방향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빗댈 수 있는 ‘한겨울 밤의 꿈’ 같은 무대를 상상하고 있다. 뮤지컬처럼 전체의 내러티브 스토리가 있고, 어른들이 보는 한 편의 겨울동화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겨울왕국’ 같은 디즈니류 판타지는 아니다. 동화적 상상력이 살아 있는 무대라는 뜻이다.” ―도깨비는 안 나오나. “구체적으로 도깨비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상상력이 가미될 것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막식의 또 다른 고민은 적은 예산이다. 브라질 리우 올림픽의 개폐막식 총예산은 630억 원이었다. 실제 공연 예산은 베이징 올림픽의 약 2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는데도 잘 치러냈다는 평가를 들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막식 예산(533억 원)은 리우보다 적다. 리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어두운 빈민가 이야기를 자신 있게 드러내놓고 재밌게 표현했다는 점이었다. 휴머니티와 아날로그가 살아 있는 새롭고 놀라운 접근이었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 개막식에도 자세히 살펴보면 3차원(3D) 인터랙션 기술, 키네틱 아트 등 최첨단 기술이 녹아 있다. 우리도 저비용 고효율 테크놀로지를 찾아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겠다.” “리우 올림픽보다 개막식 예산 적어” ―개폐막식이 열리는 평창 올림픽 개폐막식장이 올해 9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현장에 가봤을 때 느낌은…. “오각형으로 지어진 평창 올림픽 개폐막식장은 경기장이 아니라 오로지 개폐막식 행사만을 위해 지어졌다. 매머드한 주경기장에 비하면 아늑한 공연장 같은 느낌이 강하다. 뮤지컬적인, 연극적인 효과를 좀 더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3만5000명이 관람하는 그라운드 행사이지만 TV 화면을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되는 쇼 무대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의 눈에 다가서는 영상적인 측면도 많이 고려하고 있다.” ―대회가 끝난 후 개폐막식장은 어떻게 사용되나. “부분적으로 해체된 후 올림픽기념관과 전시관으로 사용된다고 들었다.” ―성화 점화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는…. “현재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놓고 기술 검토를 하고 있다. 최신 기술을 사용해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싶지만 신기술은 늘 위험이 따른다. 2월의 겨울철 날씨와 바람까지 감안해 테스트를 꼼꼼히 할 예정이다.” ―송승환 총감독과 양정웅 총연출의 역할 구분은…. “뮤지컬을 제작할 때 프로듀서와 연출가의 차이다. 송 총감독은 500억 원이 넘는 예산 집행을 총괄하고, 중요한 콘셉트와 스케줄을 정한다. 총연출은 실제로 보이는 개폐막식의 세세한 부분까지 구현해 내는 역할을 맡는다.” ―전임 연출가였던 정구호 씨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활용되나. 송 총감독의 ‘난타’는 포함되지 않는가. “사임한 전임 감독의 아이디어는 사용할 수 없다. 개폐막식에 ‘난타’의 구성 요소도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일반적인 타악은 우리 고유의 음악인 만큼 빠질 수 없다.” ―1988년 올림픽이나 2002년 월드컵에 비해 이번 제작팀은 젊은 편 아닌가. 국제적인 대형 이벤트에 대한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따지면 언제나 이미 경험했던 사람들만 다해야 한다. 프랑스는 불과 31세의 안무가에게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개막식 연출을 맡겼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기 마련이다. 60, 70대가 돼서야 첫 경험을 할 수 있는 사회는 비극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올해는 15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의 개신교는 올해 가장 큰 목표를 ‘교회개혁’으로 내걸었다. 부패한 가톨릭을 비판했던 개신교가 500년이 지난 지금 초심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는 최근 “성직자도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며 스스로의 개혁을 촉구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사순절(四旬節)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은 3·1절과 겹친다. 또한 부활절(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3주기와 겹친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기간에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되돌아볼 기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올해 부활절 주제를 ‘예수는 여기 계시지 않다’로 채택했다. 김영주 NCCK 총무는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 후 무덤에 있지 않고 갈릴리에 먼저 가 계신다는 마태복음의 구절을 인용하며 “오늘날 한국 교회는 고난의 현장에 함께하지 않고 예수의 빈 무덤만 붙들고 있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목회자이자 시인인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사진)가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평전시집 ‘다시, 별 헤는 밤’(샘터사)을 펴냈다. 소 목사는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 관련 서적을 연구해 왔고 중국 룽징(龍井), 일본 릿쿄대와 도시샤대, 후쿠오카 감옥 등을 방문했다. 그는 시인의 6촌 동생인 가수 윤형주와 함께 윤 시인의 벌거벗겨진 무덤에 뗏장을 다시 입히기도 했다. 소 목사는 “윤동주는 민족의 아픔과 저항정신을 시로 표현하고, 자신을 민족의 제단에 바친 예언자적 시인이요, 제사장적 시인”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시인의 시에 담긴 저항정신의 원천을 개신교 신앙과 가치에서 찾았다. “신앙의 순결에 목숨을 걸었던, 때 묻지 않았던 용정의 개신교는 윤동주의 시에 감춰진 영성과 나라사랑하는 정신의 원천이다.” 시 해설을 쓴 강희근 경상대 국문과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윤동주 평전은 많이 나왔지만 윤동주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가 못다 한 고백을 끄집어내고 오늘의 우리와 재회하게 하는 평전시를 쓰는 시도는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요즘 집에서 아들과 함께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은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다. 1인 가구가 대세인 요즘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다. 주인이 출근하거나 집을 비운 사이에 개들은 집 안에서 온갖 말썽을 부려 놓기 일쑤다. 휴지를 물어뜯어 집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손님에게 짖거나 물고, 밥상 위 음식을 탐하기도 한다. 그런데 따뜻한 카리스마 넘치는 훈련사가 오면 신기하게도 문제가 해결된다. 그는 개 주인이 반려견을 혼내거나 때리는 장면을 녹화한 화면을 보면서 고개를 가로젓거나, 심지어 눈물까지 흘린다. 그 대신 주인에게 개가 원하는 소통법, 꾸짖음 대신 칭찬과 보상으로 훈련시키는 법을 가르쳐 준다. 이 프로의 제목엔 이런 뒷말이 생략돼 있는 것 같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다만 나쁜 주인이 있을 뿐이다.’ 이 말은 또 이렇게 변주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 다만 나쁜 부모, 제 욕심만 강요하는 부모, 어리석은 부모만 있을 뿐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조계종 총무원장으로서 임기가 열 달가량 남았습니다. 종헌이 정한 바에 따라 소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사진)이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3선 도전 의사가 없음을 못 박았다. 2009년 10월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2013년 10월 34대 총무원장에 재선된 자승 스님은 올해 10월 임기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지난해 조계종 내부에서는 자승 원장이 종헌을 고쳐 3선을 시도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승 원장은 이날 “한 잔 물을 마실 때도 그 근원을 생각한다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의 마음으로, 신심과 공심과 원력으로 살아왔다”며 “한 사람의 종도로서 종헌이 정한 규정을 따를 것이니 정치적 의도를 가진 온갖 추측들은 오늘 이후로 멈춰 달라”고 말했다. 그는 설문조사를 통해 종단 구성원 다수가 원하는 것으로 확인된 총무원장 직선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1월 중앙종회에 직선제 안건이 상정돼 많은 논의를 했지만, 더 많은 이해와 설득이 필요하다”며 “현재 직선제 특위에서 새 안이 마련되면 3월 중앙종회에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자승 원장은 최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추진이 무산된 데 대해 “환경과 문화에 대한 국가의 관리가 이원화돼 있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립공원과 불교문화재 등 국가유산의 통합적인 관리를 위한 새로운 정부 기구의 개편 방안을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제안하고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해 상반기 중 위례신도시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를 착공해 불교 문화재에 대한 과학적인 보수와 관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자승 원장은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해 “지금 우리가 직면한 국가적 위기는 소수 세력이 정치·경제적으로 서로 결탁해 특권을 누리며 헌법 정신을 무력화했기 때문”이라며 “조계종은 특권과 차별 없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위난의 상황 속에서 국민들이 촛불민심을 통해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연꽃을 피워내는 ‘화중생련(火中生蓮)’의 감동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국민 염원을 바탕으로 특권과 차별이 없는 공정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승 원장은 이어 “다문화 다종교 사회의 평화와 화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활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필요하다”며 “차별받고 있는 소외된 이웃의 손을 잡고 ‘차별금지법’의 국회 입법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올해 골든글로브상은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가 휩쓸었다. 골든글로브 역사상 가장 많은 7개 부문을 수상했다. 며칠 전 영화관에서 라라랜드를 혼자 보면서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도 텅 빈 것 같은 모순된 감정에 젖었다. 내가 꿈꾸던 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을까? 마누라가 들으면 큰일 날 소리겠지만, 잃어버린 꿈과 사랑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라라랜드는 1950∼60년대 뮤지컬 영화의 매력을 마법처럼 되살렸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고민은 요즘 밀레니얼 세대의 그것에 더 가깝다. 예전 영화 속 커플들은 어떤 어려움과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사랑을 쟁취하고야 말았던 것과 달리, 라라랜드의 남녀 주인공은 사랑에 빠졌지만 꿈도 포기할 수 없다. 이들의 꿈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에겐 진정한 ‘자아실현’이 중요하다. 부모 세대였다면 사랑을 위해 남자는 월급쟁이가 돼야 하고, 여자는 커리어를 포기했을 것이다. 평생을 지지고 볶고 살다가 어느덧 남자도, 여자도 꿈을 잃어버린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라라랜드의 두 주인공은 먼저 서로의 진정한 꿈을 이루길 응원한다. 그러면서 사랑도 쿨하게 떠나보낸다. 요즘 결혼하지 않고 사는 1인 가구, ‘혼밥 혼술’ 남녀가 괜히 많아지는 게 아니다. 아름다운 음악, 화려한 군무와 탭댄스가 눈요깃거리지만 내 가슴에 남은 것은 남자 주인공의 말이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 오디션을 보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여자친구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위기는 인생이 내게 던지는 펀치야. 코너에 몰리더라도 펀치를 절대 피하지 않아야 해. 내가 위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마지막에 카운터펀치 한 방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야.” 삶의 펀치에 두들겨 맞아도, 절망에 빠져도,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아도 결국 쓰러지지 않는 것은 자존감 때문이다. ‘이 한 방에 쓰러질 내가 아니다’라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의 저자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윤홍균은 “자존감은 집과 같은 것이다. 마음을 공격하는 수많은 비난과 비교, 열악한 외부 상황은 일종의 악천후다. 아무리 현실이 고돼도 집이 안락하면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새해 동아일보 문화부가 연재하고 있는 ‘희망바라기’ 시리즈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올해 데뷔 20년을 맞은 발레리나 김지영은 “무릎 수술 등 숱한 시련을 겪다 보니 남들과 다른 공감 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며 현역 최고령 무용수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몽골에서 기타 하나로 외로움을 달랬던 남매 가수 ‘악동뮤지션’은 “별(희망)은 눈에 안 보일 뿐이지, 사라지지 않아”라고 노래한다. 올해 대한민국도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펀치를 맞으며 시작했다. 대통령이 탄핵 소추로 업무가 정지된 사이에 미국과 중국, 일본의 ‘스트롱맨’들의 외교적 위협이 거세다.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3배 어려운 ‘퍼펙트 스톰’에 휩싸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문화계도 새해 벽두부터 출판계 유통회사 부도,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만신창이 상태다. 그럼에도 희망을 말하고 싶다. 쏟아지는 펀치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다면, 우리에게도 개혁의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1997년 외환위기 때 민주화와 경제개혁을 이뤄서 지난 20∼30년을 버텨 왔듯이, 올해의 총체적 위기에서도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는 ‘반격의 한 방’을 준비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국내 개신교 주요 7개 교단이 중심이 된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가 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감사예배를 올리고 정식으로 출범했다. 한교총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예장 합동, 예장 대신,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등 7개 주요 교단을 비롯해 기독교한국루터회, 대한예수교복음교회 등 총 15개 교단 교단장이 함께하기로 했다. 이 교단들은 교세 면에서 한국 교회의 95% 이상을 차지해 한국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교총은 이날 창립선언문에서 한교총의 출범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갈라져 나오기 이전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로 복귀하는 것임을 명시했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본래 한 기관이었으나 2011년 대표회장직을 둘러싼 금권 선거 논란이 일며 둘로 쪼개졌다. 분열 후 두 단체는 각각 보수 개신교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아 왔으며 이에 통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한교총이 출범하더라도 개신교 통합을 위한 기구로서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올해 출가 70주년을 맞은 쌍계총림 방장 고산 스님(사진)의 ‘돈황본 육조단경 강의’가 출간됐다. 고산문화재단(이사장 영담 스님)과 쌍계총림은 고산 스님의 법문을 경전별로 엮어 ‘쌍계총림신서’를 펴낸다. 쌍계총림 쌍계사 주지 원정 스님은 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알리는 전법과 생사해탈을 위한 경문, 돈오법 수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고산문화재단과 함께 ‘쌍계총림신서’를 발간한다”고 말했다. ‘쌍계총림신서’는 고산 스님이 1948년 출가 후 제방의 강원에서 논강한 경전과 율장, 선어록 강의와 법회에서 한 법문 등을 집대성한 출판물이다. 원정 스님은 “고산 스님의 경전 강의는 수행자로서 실천과 강백으로서 강의, 학자로서 연구에 매진해 온 평생 실천수행의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6일 발간된 ‘돈황본 육조단경 강의’는 육조 혜능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내용이다. 고산 스님이 20여 년 전 스님들 공부모임인 ‘명심회’ 스님들에게 했던 20회 분량의 강의를 엮은 것이다. 고산 스님의 ‘육조단경 강의’는 돈황본을 저본으로 하고 대승사본, 덕이본, 흥성사본, 종보본 등 다른 본을 비교해 빠지거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해석했다. 고산 스님의 강의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불교 일화와 근현대 스님들의 일화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고산 스님은 ‘육조단경’을 강의하면서 “혜능선사는 법과 부처님이 둘이 아니고 하나이며, 중생과 부처님이 일체라고 하셨다. 또 도를 닦는 이나 속인이나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선언하셨다”며 “껍데기만 보지 말고 알맹이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산문화재단 이사장 영담 스님은 “조계종 수행 가풍을 선양하기 위해 ‘육조단경’으로 쌍계총림신서 발간을 시작했다”며 “계율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범망경’을 음력 3월 쌍계사 보살계 법회에 맞춰 발간하고,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을 풀이한 ‘금강경오가해’를 차례로 펴낼 것”이라고 했다. 또 내년에는 ‘법화경’ ‘능엄경’ ‘대승기신론’ ‘유마경’을 계획하고 있다. 범패와 어산 의식에 관한 책도 발간할 예정이다. 고산 스님은 조계사와 은해사, 쌍계사 주지를 역임했고 1998년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다. 2013년 쌍계총림 초대 방장으로 추대됐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입니다.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입니다. 한국 교회가 종교개혁의 해를 맞아 좀 더 정신 차리고, 사회개혁에 더욱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의 이성희 총회장(68)은 5일 열린 간담회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이 총회장은 “엄밀히 말하면 올해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500주년 되는 해”라며 “그보다 앞서 한 세기 전에 얀 후스가 있었고, 장 칼뱅이 이어가는 등 종교개혁은 마르틴 루터 혼자서 이룬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원리적 측면에 집중했다면 칼뱅의 종교개혁은 사회개혁, 사회운동적 측면이 강했다”고 했다. 칼뱅의 신학 노선을 따르는 장로교회가 사회개혁에 보다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말도 이어졌다.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계기로 일어나는 한국 개신교회의 개혁 노력이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2019년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1919년 3·1운동 당시만 해도 개신교는 독립운동을 이끌며 민족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당시 20만 신자들이 3·1운동을 주도했지요. 민족대표 33인 중 개신교인이 많았고 지방에선 교회들이 독립운동의 거점이었습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개신교가 변화하고 개혁된 모습으로 민족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총회장은 또 “한국 경제가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노동현장의 문제 등이 발생했듯 한국 교회도 성장하면서 주위를 살피지 못했다”며 “오늘날 한국 사회가 교회를 외면하는 것은 교회가 사회를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설적이지만 교회가 ‘성장 신드롬’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며 외형적 성장보다는 내면적 성숙을 이루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신교의 오랜 과제로 꼽히는 교회 통합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현재 개신교 23개 교단이 참여하는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출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하나로 되기 위한 개혁정신이 그 어느 시기보다 필요합니다.” 한교총은 9일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출범을 위한 예배를 가질 예정이다. 이 총회장은 1985년부터 3년간 미국 남캘리포니아 동신교회 담임목사를 지냈으며 1990년부터 종로 연동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진단검사 의학의 개척자이자 헌혈 운동의 선구자인 고 김기홍 전 한양대 의대 교수의 일생을 그린 전기 ‘의당 김기홍’(더숲)이 출간됐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 후 국립중앙의료원 창설에 기여했고, 수도의과대(고려대 의대 전신) 병리학 교수를 지냈다. 그는 국내에선 낯설던 진단검사 의학(환자의 가검물을 통해 병의 원인을 찾는 것)을 독립된 분야로 발전시켰다. 그는 또 1968년 한국헌혈협회를 창설해 당시 돈을 받고 피를 파는 매혈 문화를 단시간에 헌혈 문화로 바꿔 놓는 데 기여했다. 1972∼86년 한양대 의대 재직 시 의료 서비스 개념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그는 1986년 대한민국학술원 정회원에 추대됐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한국교회 개혁실천 신년기도회가 8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다. 이 기도회는 ‘우리는 한국교회 인테그리티(정직, 청렴, 고결)를 실천하겠습니다’를 주제로 열리며 종교개혁500주년성령대회(대회장 소강석 목사)와 세계성령중앙협의회(대표회장 배진기 목사)가 주최하고 한국교회개혁실천위원회(명예위원장 민경배 이영훈 목사)가 주관한다. 신년기도회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과 평양장대현교회 성령대부흥 11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개혁 선언을 위한 공동기도를 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대개조를 위한 대국민 담화에서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라고 발표했으나 다음 날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낙하산 인사 청탁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사진)은 27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를 통해 “2014년 5월 19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관피아의 폐해를 끊겠다’고 밝혔으나 다음 날 김 전 실장이 방송인 자니 윤(본명 윤종승·80)을 한국관광공사 상임 감사로 임명하라며 낙하산 인사를 종용했다”라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나흘 뒤 자니 윤을 직접 만나 관광공사 상임 감사가 아닌 홍보대사를 제안했고, 자니 윤도 이를 받아들여 모철민 당시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을 통해 김 전 실장에게 전달했다”라며 “그러자 김 전 실장이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자꾸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며 ‘그대로 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체육계 황태자’였던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청와대를 거쳐 인사 청탁을 한 사실도 밝혔다. 그는 “김 전 차관이 체육 관계자 인사 청탁을 해 ‘청와대 공직인사위원회에서 통과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거절하자 김 전 차관이 ‘그건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답했고, 다음 날 김 전 실장이 바로 (같은 인물의 인사 청탁) 전화를 줬다”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김 전 차관이 최순실에게 얘기했고 누군가를 통해 김 전 실장에게 전한 것 같다”라며 “평소 김 전 차관이 ‘김기춘 실장이 자신의 배경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다”라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또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무회의에서 장관 등 국무위원들과 한마디 상의 없이 해경 해체 등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에게 정부 조직 개편같이 중요한 문제를 국무위원들과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이 크게 역정을 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그러면 내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얘기를 다 들으라는 거냐’며 화를 냈다”라며 “박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는 게 토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반정부적 문화예술계 인사 명단이 담긴 이른바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 “김 전 실장이 취임한 2013년 8월 이후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에는 고은 시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김정은 kimje@donga.com·전승훈 기자}

“고난을 함께 나눌 수는 있어도 태평성대의 즐거움(樂)을 나누지는 못할 인물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월나라와 오나라의 치열한 싸움이 나온다. 오나라에 패했던 월나라의 왕 구천이 3년간의 ‘와신상담(臥薪嘗膽)’ 끝에 드디어 복수에 성공했다. 이때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던 월나라의 재상 범려는 자신이 모시던 왕 구천을 떠나며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 회사에서나 가정생활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꽤 많다. 어려울 땐 믿고 따를 만한 사람이었는데, 함께 즐기기엔 힘든 사람이다. 회식 자리에서 혼자만 술을 너무 마셔 분위기를 망치는 직장 상사, 모처럼 가족 나들이에 돈도 제대로 쓸 줄 모르고 싸우다가 ‘다시는 함께 놀러오나 봐라’고 씩씩대는 부부들…. 문화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권력자나 졸부들에게 갑자기 닥친 즐거움은 무절제한 부패 스캔들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올해 동아일보 문화부는 한 해를 결산하는 시리즈의 제목을 ‘2016 문화계 오樂가樂’으로 붙였다. 즐거움이 오고, 가는 연말연시에 우리 문화계를 돌아보자는 취지다. 조선시대에도 임금과 백성이 함께 즐기는 문화인 ‘樂’은 국정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내세웠지만, 바로 문화 분야에서 발생한 스캔들로 몰락하게 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문화융성에 대한 깊은 철학이 없이 그저 ‘문화로 돈을 버는 것’으로 치부한 천박함이 최순실 게이트를 불러왔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지시한 업무지침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가정의 초토화’ ‘라면의 상식화’라니…. 북한의 ‘4대 군사노선’을 방불케 하는 시대착오적 지침으로 어떻게 ‘국민행복’과 ‘저녁(문화)이 있는 삶’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것은 ‘문화의 산업화’가 아니라 ‘산업의 문화화’다. 문화로 돈을 벌려 하기보다는, 일과 산업이 즐거움 그 자체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있는 것은 개발시대의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요즘 촛불집회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 중 하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민중의 노래’다. 이 노래의 배경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끝난 후 41년이 지난 1830년이다. 대혁명이 일어났지만 민중의 삶에 당장 큰 변화는 오지 않았고, 장발장은 먹을 것이 없어서 빵을 훔쳐야 했다. 우리 사회도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해서 당장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사에서 유례없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였지만 여전히 천민자본주의, 정경유착의 고리는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촛불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도덕성, 정신문화 성숙을 향한 ‘일상 속 명예혁명’으로 끊임없이 타올라야 할 것이다. 최근 한 대학가에는 ‘박정희의 최대 실패는 자식교육’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고 한다. 우리도 제2의 박근혜, 최순실, 정유라를 만드는 교육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다. 엄마가 아이의 숙제를 대신 해주고, 학급 회장 출마 연설문도 써주고, 대학이나 직장 갈 때 자기소개서까지 채워 주고 있지 않은지. 최순실이 없으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던 박 대통령처럼, 우리 아이들도 부모가 조종하는 자동인형으로 키우고 있지 않은가 하는 물음이다. 최순실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새뮤얼 헌팅턴의 ‘문화가 중요하다’는 말은 차기 정부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문화예술계 인사를 이념 성향에 따라 분류해 지원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박 특검팀이 26일 문화체육관광부를 압수수색한 곳은 10월 2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파헤친 곳과는 다르다. 특검이 기존 검찰 수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사의 갈래를 찾아냈다는 의미다. 이날 특검은 문체부 예술정책관실과 기획조정실, 콘텐츠정책관실, 관광정책관실 그리고 조윤선 장관 집무실과 차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을 하나로 꿰는 것은 ‘문체부 인사 개입’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이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곳으로 지목된 예술정책관실에서 실제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문화계 인사들을 이념 성향으로 분류한 명단을 문체부 예술정책국에 내려보냈다는 의혹은 2014년 중반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2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7월) 퇴임 전 블랙리스트 형식 이전에 수시로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그 문서의 출처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실이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정무수석은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었고,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이었다. 특검은 조 장관과 정 전 차관이 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은 조 장관의 윗선 격인 김기춘 전 실장이 큰 흐름에서 이러한 지시를 내려보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이 블랙리스트 작성 실체를 밝혀낸다면 문화계는 물론이고 사상(思想)의 영역까지 입맛에 맞게 관리하려 한 정권의 구태(舊態)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리는 문예위 문건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2015년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서명 문화인 594명 △2014년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754명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6517명)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 선언(1608명) 문화인 등 총 9473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8월 숨진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남긴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이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할 것”(2014년 10월 2일)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화연대와 서울연극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12개 단체는 이달 초 특검팀에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전 교육문화수석), 정 전 차관 등 9명을 고발했다. 한편 문체부는 10월 조윤선 장관 취임 한 달 만에 장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블랙리스트 관련 자료의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는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특혜 수사를 위해 문체부를 압수수색한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측은 “장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는 2년 만에 새 장관 부임에 따른 자연스러운 교체”라며 증거 인멸 의혹을 부인했다. 전승훈 raphy@donga.com·신나리 기자}

《 비선 실세들의 놀이터, 예산 빼먹는 ‘빨대’를 꽂기 가장 쉬운 부처, 부당한 윗선의 지시를 군말 없이 수행한 뒤 책임은 부하 직원에게 떠넘기는 ‘영혼 없는 공무원’…. 2016년은 문화체육관광부 출범 이래 가장 곤혹스러운 비판이 제기된 한 해였다. 최순실 차은택 등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들의 이권 개입과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 무대가 문체부였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의혹에 휩싸인 문체부 사업은 문화창조융합벨트, 국가브랜드 선정, 문화융성, 늘품체조, 미르재단 사업 등 무려 20여 가지다. 》 ○ 도화선 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문체부는 비선 실세들의 국정 농단 사태의 도화선이 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허가를 내준 주무 부처였다. 지난해 10월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장이 윗선의 지시를 받아 청와대에서 열린 재단 설립 회의에 참석해 ‘10월 27일 미르재단 현판식에 맞춰 반드시 설립 허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문체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로부터 미르재단 설립 허가 서류를 제출받은 지 하루 만에 허가를 내줬다. 9월 국정감사에서는 문체부 국감 사상 처음으로 7급 주무관이 증인으로 단상에 섰다. 장관부터 실장, 국장, 과장까지 전부 미르재단 허가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을 하는 바람에 말단 직원이 책임을 뒤집어쓴 것이다. 그야말로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비선 실세의 놀이터 문화창조융합본부 폐지 문체부가 비선 실세들의 놀이터가 된 데에는 최순실의 ‘사업 파트너’ 격인 차은택의 역할이 컸다. 차은택은 최순실에게 자신의 은사인 김종덕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를 문체부 장관으로,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으로, 광고계 선배인 송성각 씨를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 추천했다. 결국 차은택은 ‘교문수석-장관-콘진원장’으로 이어지는 인맥을 통해 국가의 문화정책을 움직였다. 이들이 주도한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선정 사업은 26억 원의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차은택이 초대 단장을 맡았던 문화창조융합본부는 내년 3월에 폐지될 예정이다. 국회에서 관련 예산도 780억 원이나 대거 삭감됐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논란 청와대가 이념 성향에 따라 예술인을 분류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내려보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복수의 문체부 전·현직 공무원은 본보에 “2014년 중반부터 청와대가 문화계 인사들을 이념 성향으로 분류한 명단을 문체부 예술국에 내려보내 좌파 인사에 대한 지원을 못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리스트에 포함된 1만 명 가까운 예술인들은 반발했고 12일 문화예술계 12개 단체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9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업무방해 등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발했다.○ 문체부 조직 축소될까 문체부는 문화, 체육, 관광, 해외 국정홍보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비선 실세의 농단으로 만신창이가 된 문체부 조직이 차기 정부에서는 대거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9월 새로 취임한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최순실 차은택 관련 문제 사업은 과감히 폐지하고, 관련 직원은 인사 조치하겠다”며 문체부 자체 개혁 작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관주 1차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윤태용 문화콘텐츠산업실장과 원용기 종무실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현재 1급 간부 7명 중 4명의 자리(문화예술정책실장, 문화콘텐츠산업실장, 종무실장, 국립중앙도서관장)가 공석이라 대대적인 인사가 뒤따를 예정이다. 김정은 kimje@donga.com·전승훈 기자}

“무슨 명예를 얻거나 돈을 위해 연극을 해온 건 아니었어요. 연극이 좋아서 평생 해왔을 뿐인데, 정부에서 우리 같은 사람까지 생각해서 훈장을 준다니 감사합니다.” 60년 동안 연극 연출가의 외길 인생을 걸어온 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80·사진)가 문화예술 공로자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일 올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 18명을 문화훈장 수훈자로 선정했다.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받는 임 대표는 1955년 ‘사육신’을 연출하면서 연극계에 데뷔했고 1969년 ‘고도를 기다리며’를 초연한 이래 다양한 작품으로 세계적 호평을 받으며 한국 연극의 위상을 높였다. 또한 1970년 극단 산울림을 창단하고 1985년 소극장 산울림을 개관한 후 완성도 높은 국내외 문제작을 공연해 연극계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했다. 연극 ‘고도…’는 1969년 초연한 이후 2000회가 넘게 무대에 올라 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었다. 지난해에는 45주년 기념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임 대표는 “가까운 장래에 ‘고도…’는 또다시 무대에 올라갈 것”이라며 “작품은 자체의 생명이 있는 거니까 내가 죽기 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후배들이 이어서 또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평생 고도를 기다려 왔는데, 아무래도 내가 (저세상으로) 가야지 만나지, 살아있을 때는 못 만날 것 같다”며 “그래도 죽을 때까지 고도를 계속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은관문화훈장 수상자로는 평론가 김윤식, 소설가 서정인, 화가 백영수, 사진작가 육명심 씨가 선정됐다. 보관문화훈장은 고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 김성우 전 한국일보 주필, 변시지 제주 서귀포 기당미술관 명예관장, 임헌정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에게 수여된다. 제48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에는 성악가 사무엘 윤 등 6명이 선정됐고, 제24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장관 표창)에는 소설가 해이수,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 9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은 21일 오전 10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열린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5일 조양호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사퇴한 배경에 청와대 측의 압력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출석해 "5월 안종범 청와대 전 경제수석인지 현정택 전 정책조정수석인지 전화를 걸어와 '조 위원장이 한진해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대통령이 걱정하고 계시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다음 날 조 위원장을 만나 대통령이 겸직 때문에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조 위원장이 '그럼 내가 관둘게요'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또 여명숙 문화창조융합벨트 본부장을 해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여 본부장이 직원들과 불화가 심해 업무가 안 될 정도여서 김상률 대통령교육문화수석과 상의해 내보낸 것"이라고 했다. 차은택 씨의 대학원 은사인 김 전 장관은 "차 씨가 자기를 도와주는 분은 최 회장(최순실)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여러 가지 것들이 저를 건너뛰어 결정되는 것이 너무 많아 올해 초 사퇴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차 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전 수석도 "차 씨의 추천은 있었지만 인사는 보안 사안이라 내가 어떻게 뽑혔는지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KBS를 지속적으로 감시 및 사찰해 왔고, 세계일보 등 여러 언론사도 탄압해 왔다"며 "허원제 정무수석이 S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세월호 7시간 방송을 막기 위해 SBS와 접촉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 ‘화이트 하우스 다운’ ‘백악관 최후의 날’이란 액션 영화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가 미국 백악관까지 폭파시키자 최후의 성역이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한국의 상황도 ‘블루 하우스 다운’ ‘청와대 최후의 날’을 방불케 한다. TV 뉴스는 어떤 영화보다도 스펙터클하다. 영화 속 백악관처럼 테러 공격을 받지 않았는데도, 청와대는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제이미 폭스가 대통령 역을 맡은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백악관의 내부 구조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영화다. 테러 공격을 받은 대통령이 엘리베이터 통로에 숨어 있다가 위층의 관저 침실로 올라가는가 하면 집무실과 식당, 지하 군사벙커까지 한 건물 안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닌다. 한국의 청와대라면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대통령 집무실(본관)과 관저, 직원들이 근무하는 건물(위민관)이 각각 500m씩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걸어서 15분, 차로도 5분씩 걸리는 거리다. 경비초소도 2개나 거쳐야 한다. 2013년 33년 만에 청와대로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은 6000여 m²의 대규모 관저에서 홀로 지내 왔다. 16년 동안 청와대에서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보냈던 박 대통령에게 청와대는 집무실보다 관저가 익숙했을 것이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대통령의 관저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잉태될 수 있었던 공간적 배경이다.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경험자에 따르면 YS, DJ, 노무현, MB 등 역대 대통령들도 관저에서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비서실장이 한밤중에도 잠옷 차림의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고, 새벽에 관저에 찾아가 대통령과 함께 집무실로 출근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이런 관행이 힘들어졌다. 박 대통령이 관저에 들어가 올림머리 헤어스타일을 풀어헤친 이후엔 대면보고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여성 대통령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박 대통령은 더욱더 출근 시간을 지키고 집무실 정위치에서 근무했어야 했다. 그랬으면 ‘세월호 7시간’ 같은 비극은 없었으리라. 조선시대 경복궁에서도 왕의 침전인 강녕전은 집무실인 사정전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둘 정도로 가까웠다. 그래도 왕은 오전 7시부터 의관을 갖추고 신하들과 함께 하는 공부인 조강(朝講)을 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세종대왕이 침소인 강녕전에서 훈민정음을 창제했듯이 왕은 침전에서도 일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 국민들은 ‘포스트 박근혜’를 준비한다. 이렇게 큰 사태를 겪고도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청와대를 바꾸는 일이다. 청와대는 일제강점기 총독부 관저 자리였다. 북쪽이 산으로 가로막힌 요새 형태의 청와대는 식민지 시대, 군부독재 시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기 위한 개헌이 논의되는 만큼 청와대를 산속이 아닌 도심으로 옮겨야 한다. 청와대를 여의도로 옮겨 대통령이 국회와 수시로 논의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영국 총리 공관인 다우닝가 10번지는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인근 주택가에 있다. 공관에는 총리 사무실이나 책상도 없다. 총리는 상시로 열리는 국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집무실도 연방의회 의사당을 마주 보고 있다. 청와대를 세종로 한복판으로 옮기는 것도 좋겠다. 자칫 잘못하면 민심의 촛불 파도에 휩싸일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국정을 펼칠 수 있도록 말이다. 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