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이소연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구독 59

추천

안녕하세요. 이소연 기자입니다.

always99@donga.com

취재분야

2026-01-09~2026-02-08
야구31%
종합경기26%
농구13%
메이저리그9%
골프9%
컬링4%
국제일반2%
스포츠일반2%
인사일반2%
미국/북미2%
  • “미안해 말고, 세상 밝히는 삶 살아주길…” 장기기증자 가족이 쓴 ‘수취인 불명’ 편지[히어로콘텐츠/환생]

    “마음의 빚을 졌단 생각은 마세요. 그저 건강하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가주길 바랍니다.” 2012년 7명에게 장기 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임광택 씨의 부인 고경숙 씨(59)는 지난달 8일 편지 한 통을 썼다. 지난해 12월 감동의 편지들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장기를 기증 받은 이식수혜자들이 진심을 담아 쓴 것이었다. 고 씨는 “남편에게 장기를 기증받은 사람도 있을까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읽어봤다”며 “이식수혜자들이 기증자들의 삶과 꿈까지 알차게 살아가길 바라며 답장을 썼다”고 했다. 최근 장기 기증자의 유족들이 이식수혜자와 그 가족들에게 쓴 편지들이 세상에 공개됐다. 이들은 모두 “건강하고 올바르게 살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유족들이 쓴 편지는 모두 6통에 이른다. 이 편지들은 기증자 유족들도, 이식수혜자 가족들도 ‘수취인 불명’이다. 국내에선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들 사이의 접촉이나 교류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장기매매와 같은 잘못된 일이 벌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유족으로선 내 가족의 일부가 잘 살아가는지 궁금한 건 당연한 일. 이에 신분은 밝히지 않은 채 이식수혜자 측 편지들이 유족에게 전달되자, 유족들도 답장을 쓴 것이다. 유족들은 이식수혜자나 가족들이 마음에 짐을 지고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고 이종훈 씨의 어머니 장부순 씨(78)는 “여러분은 ‘미안하다’고 하지만 기증자 가족은 내 가족인 듯 반갑고 고맙다. 오히려 여러분에게 우리가 위로를 받는다”고 적었다. 이 씨는 2011년 1월 17일 뇌사 판정을 받고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유족들은 이식수혜자들의 안부라도 전해 듣고픈 소망도 내비쳤다. 고 씨도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떠날 때 고교생이던 딸은 올 2월 한 대학병원 안과의사가 됐다”며 “딸의 꿈은 언젠가 아빠의 각막을 이식받은 분을 마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식수혜자들이 건강하단 편지를 보며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건 왜일까요. ‘아… 정말 잘했구나. 우리 아내 자랑스럽구나’ 마음속으로 칭찬했습니다.”(유가족 정모 씨)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환생’은 동아일보가 지난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출범시킨 히어로콘텐츠팀 2기의 결과물이다. 동아일보가 한 세기 동안 축적한 역량을 집약해 만드는 히어로콘텐츠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협업을 통해 이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장시간에 걸친 깊이 있는 취재, 참신한 그래픽, 동영상, 디지털 기술구현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높이는 복합 콘텐츠를 지향한다. 지면보도와 동시에 히어로콘텐츠 전용(original.donga.com) 사이트를 통해 기존에 경험할 수 없던 디지털 플랫폼 특화 보도 형식을 선보인다.::히어로콘텐츠팀 2기::▽총괄 팀장: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기사 취재: 곽도영 김동혁 김은지 이윤태 기자▽사진·동영상 취재: 송은석 장승윤 양회성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편집: 홍정수 기자▽프로젝트 기획: 이샘물 김성규 기자▽사이트 제작: 디자인 이현정, 퍼블리싱 조동진 김수영, 개발 윤태영▽동영상 편집: 김신애 안채원 CD환생 디지털페이지에서 영상과 더 많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이 세상은 정말 살 만한 세상인가’ 하는. 뉴스에서 연일 건조하게 흘러나오는 착잡한 사연들. 언젠가부터 사랑, 나눔, 희망 따위 단어는 우리에게 공익광고 속 말들이 돼버렸는지 모른다.하지만 내 손에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 절박한 순간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주고 간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기 기증인들의 이야기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사랑하는 가족과의 영원한 작별 앞에서 생명을 선물한 사람들, 그리고 그를 통해 다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100일간 따라갔다. ‘환생’은 우리 사회를 다시 살아나게 한 숨은 히어로들에게 바치는 기사다.}

    • 2021-0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백신 불평등, 전세계인이 서로 도와 극복해야”

    유엔난민기구(UNHCR) 특사이자 할리우드 배우인 앤젤리나 졸리(46·사진)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7)이 5일 오전 ‘제3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평등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대화는 비대면 화상대담 형식으로 40분간 온라인 생중계됐다. 반 전 총장이 먼저 “불평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 심해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졸리는 “우리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답했다. 불평등 문제가 이전에도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취약계층이 더 약한 고리가 됐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로 백신 공급을 들었다. 졸리는 “몇몇 나라가 대부분의 백신을 차지하고 있다. 백신이 없는 나라는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순히 불평등한 문제가 아니라 무지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이기적인 행동은 팬데믹 상황에서 세상을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다”고 했다. 이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야말로 협력의 가치가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았다. 졸리는 “다른 사람의 건강과 인권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 역시 “모든 사람은 존엄한 삶을 살 가치가 있다. 더 많은 자원과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1-0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머리 맞댄 반기문-졸리 “코로나 시대 불평등 해법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평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유엔난민기구(UNHCR) 특사이자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46)가 내놓은 답은 “전 세계인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 돕는 것”이었다. 졸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7)이 5일 오전 ‘제3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평등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대화는 비대면 화상대담 형식으로 40여 분동안 진행됐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는데 1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동시 접속했다. 반 전 총장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불평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 심해졌을까”라고 물었다. 졸리는 “우리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답했다. 불평등 문제가 이전에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취약계층이 더 약한 고리가 됐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로 백신 공급을 들었다. 졸리는 “몇몇 나라가 대부분의 백신을 차지하고 있다. 백신이 없는 나라는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한국도 지금 백신이 없다”며 “세계는 지금 ‘백신 전쟁’ 중”이라고 언급했다. 졸리는 “단순히 불친절하거나 불평등한 문제가 아니라 무지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이기적인 행동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세상을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다. 우리가 서로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졸리와 반 전 총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야말로 협력의 가치가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았다. 졸리는 “다른 사람의 건강과 인권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 역시 “모든 사람은 존엄한 삶을 살 가치가 있다. 더 많은 자원과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1-02-05
    • 좋아요
    • 코멘트
  • 6명에게 새 생명 선물하고 떠난 50대 배관공

    “형님은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했어요. 평소에도 이웃 어르신 댁들의 배관이나 보일러를 무료로 수리해주곤 했죠. 그런 형이라서 아마 본인도 장기 기증에 적극 찬성했을 겁니다.” 주변을 챙기며 이웃들에게 나눔을 베풀던 50대 배관설비공이 장기 기증으로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코다)은 “울산에 사는 김성일 씨(50)가 동강병원에서 지병으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심장과 폐, 간장, 좌우 신장 등의 장기를 6명에게 기증하고 생을 마무리했다”고 4일 밝혔다. KODA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지병으로 치료를 받아오던 김 씨는 지난달 29일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뇌출혈이 확인돼 수술을 받았지만 3일 최종적으로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지난달 31일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선뜻 장기 기증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동강병원의 김명수 신경외과 과장이 “환자가 뇌사로 추정된다. 마지막 가는 길에 다른 이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가면 큰 의미가 있다”고 전하자 가족들은 바로 결심했다. “추운 겨울에 배수관이 동파된 집에 가면 한참 수리를 하고서도 ‘사정이 딱하다’며 그냥 나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형님이라면 떠나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을 것 같았어요…. 그런 성품을 잘 알기에 온 가족이 한마음으로 장기 기증을 선택했습니다.”(동생 김성용 씨) 김 씨의 기증을 도운 KODA 영남지부의 주용호 코디네이터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장기 기증을 마친 뒤 가족들께서 오히려 ‘정말 6명이나 살렸냐. 이렇게 많은 사람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힘이 났다”며 “다시 한번 장기 기증을 결정해주신 유족들께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문인성 KODA 원장도 “고인의 선행이 분명 다른 사람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고인은 4일 오전 발인 뒤 고향인 전남 무안에 있는 가족묘에 안치됐다. 형을 떠나보낸 이날 동생 김 씨는 KODA 측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형님이 하늘나라로 가더라도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가서 살 수 있다는 것이 많이 위로가 됩니다. 너무도 일찍 떠나는 게 애통하지만, 따뜻한 사람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길 바랍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1-0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사전 지문등록’의 힘… 실종 치매노인 1시간만에 찾았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우나에 갔다가 밖으로 나오는 길에 순간적으로 어머니가 사라지셨어요. 치매를 앓고 계신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질 않아요. 지금 당장 어머니 사진도 없는데….”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50분경.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급하다 못해 애달팠다.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모친 A 씨(81)를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사우나 앞에서 잃어버렸다는 아들 B 씨의 신고였다.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로 전화한 B 씨는 너무 걱정이 컸던 탓인지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A 씨의 생김새나 옷차림을 묻는 질문에도 울먹거리기만 할 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A 씨에 대한 단서라곤 ‘오전 9시 반경 실종됐다’는 것뿐이었다. 이때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이 떠올린 게 바로 ‘지문 등 사전 등록 시스템’이었다. 곧장 시스템에 들어가 A 씨의 이름을 입력했더니 마침 2013년 가족이 등록해뒀던 A 씨의 사진과 키 150cm 등 상세한 정보가 나왔다. B 씨에게 사진을 보여주자 “우리 어머니가 맞다”는 답이 돌아왔다. 경찰은 즉각 해당 사진을 관내 순찰차량 3대에 전파해 주변 탐문을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실종 사건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소재를 확인하기 어렵다. 다행히 재빠른 정보 파악 덕에 경찰은 접수 지역에서 약 1km 떨어진 한 아파트 단지에서 A 씨를 찾았다. 신고 약 1시간 만이었다. 경찰청이 치매 노인이나 만 18세 미만 아동 등의 신상정보를 사전 등록해 실종자 수색에 쓰고 있는 사전 등록 시스템이 최근 한 실종 사건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용강지구대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은 1분 1초가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시간 싸움이다. A 씨 가족이 시스템에 사진과 지문 등 정보를 등록해둔 덕분에 시간을 벌어 무사히 가족 품에 돌려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치매 환자의 실종 신고는 2015년 9869명에서 지난해 1만2272명으로 크게 늘고 있지만 2012년 7월부터 도입된 지문 등 사전 등록 시스템에 등록된 치매 환자는 많지 않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치매 환자 61만2724명 가운데 해당 시스템에 지문과 사진 등을 등록한 이는 16만6126명(27.1%)밖에 되지 않는다. 이 시스템에 등록된 18세 미만 아동의 비율이 55.8%인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호자들이 치매 등 개인 병력을 밝히길 꺼리는 데다 보호자의 상당수가 60대 이상 고령자이다 보니 시스템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치매 노인 실종 사건에서 사전 등록 시스템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지난해 8월 13일 오전 9시 40분경 경기에서 “인도에 길 잃은 할머니가 서 있다”는 시민 신고가 들어왔다.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어르신(89)의 지문을 조회해 보니 이름과 주거지가 단번에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치매 노인의 경우 지문 등을 등록하지 않으면 신원 파악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화는 우리 사회의 시급한 문제이고 치매 노인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지역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중증 치매 노인은 개인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치매 환자 가족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김윤이 yunik@donga.com·이소연 기자}

    • 2021-0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코로나 겪은 환자 손잡아준 요양병원

    “요양병원 10곳에 전화를 돌렸지만 아버님을 받아주는 곳이 한 곳도 없었어요. 그런데 경기 오산시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에서 선뜻 어서 모셔 오라고 해주니 얼마나 고마웠는지.” 김모 씨(51)는 지난해 12월 23일 시아버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A요양병원에 계시다가 확진된 시아버지는 서울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퇴원했지만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숱한 요양병원에 입원을 요청했지만 하나같이 병상을 내어주길 거절했다. “너무 괴로웠죠. 아버님은 호흡기 치료가 필요해 집에서 돌봐 드릴 수도 없었거든요. 전염력이 사라졌다고 격리 해제 조치를 한 건데도 ‘코로나 환자’라는 딱지가 붙으니 모두 손사래를 쳤어요. 그런데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첫 응대부터 달랐어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요양시설은 집단 감염의 온상지나 다름없었다. 하루 수십 명씩 확진자가 발생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환자도 적지 않지만 올해 들어 치료를 마치고 속속 격리 해제되는 이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대다수 요양시설은 확진 전력이 있는 이들을 받아주려 하지 않는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환자가 온다고 하면 일단 입원 환자들과 가족부터 반대하고 나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달랐다. 격리 해제 노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병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집단 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과 직접 소통해 환자들을 받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누군가는 환자들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사실 이 요양병원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24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1개월 동안 환자와 관계자 등 49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김모 진료협력팀장은 “당시 겪은 설움이 코로나 치료 환자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집단 감염 여파로 저희도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이송해야 했는데 아무도 받아주질 않는 거예요. 도내 요양병원 50여 곳이 모두 전원을 거부했습니다. 완치돼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까지 받은 환자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 아픔을 너무 잘 알기에 지난해 12월 초부터 격리 해제된 환자분들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전체 195개 병상 가운데 약 25%인 50개 병상을 치료 뒤 격리 해제된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기저질환과 합병증을 앓는 고령 환자의 특성상 격리 해제 뒤 일반 가정에서 돌보기가 어렵다”며 “수도권 일대 요양병원뿐 아니라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직접 소통해 환자 전원을 돕고 있다”고 했다. 해당 병원은 언제부터인가 매일 감사 인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집단 감염을 겪은 뒤 14명의 환자를 이곳에 보낸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의 윤영복 병원장은 “모두가 외면할 때 손을 내밀어준 은인”이라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우리 병원도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에 격리 해제 환자를 보냈다. 마음을 열고 받아준 병원 측에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강제 전원 조치를 내놓기도 하지만 민간 요양병원으로선 집단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격리 해제 환자를 받기 꺼리는 게 현실”이라며 “몇몇 병원이 선제적으로 나서 준다면 격리 해제 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asap@donga.com·이소연 기자}

    • 2021-0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휴지통]‘명품 도배’ 30대女… 잡고보니 1억대 모피코트 절도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해서 도둑질을 할 거라고는 0.01%도 의심하지 않았어요.”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백화점에 있는 모피코트 매장 직원은 A 씨를 보고 최소한 VIP 고객일 거라 여겼다. 30대 여성인데 옷부터 신발까지 명품이 아닌 게 없었다. 하지만 옷들을 둘러보던 A 씨가 사라진 뒤, 매장에선 3000만 원이 넘는 모피코트 1벌이 사라졌다. 해당 직원은 “30분 동안 여유롭게 상담까지 받고 매장을 떠났다. 그런데 뒤돌아보니 순식간에 코트 한 벌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알고 보니 A 씨의 모피코트 절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전날인 지난해 12월 6일 송파구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도 모피코트를 훔쳐 달아났던 것. 이 매장에서 가져간 코트는 6900만 원짜리였다. 지난해 11월 말엔 강남구의 한 백화점에서 역시 모피코트를 훔쳐갔다. 수법도 대담했다. A 씨는 지난해 영등포구의 한 백화점에선 모피코트를 훔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곧장 “사려고 하는 건데 왜 이러느냐”며 값을 치르고 현장을 벗어났다고 한다. 서대문구 절도 때는 옷을 훔친 뒤 바로 한 층을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달아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기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에선 지난해 모피코트를 노리는 여성도둑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실제로 CCTV에 찍힌 영상으로 만든 A 씨의 사진이 백화점들에 뿌려지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서울시내 백화점에서 고가의 모피코트를 훔쳐 달아난 혐의(절도)를 받고 있는 A 씨를 12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금까지 A 씨가 훔친 것으로 드러난 모피코트는 3벌로, 합치면 1억 원이 넘는다. 경찰 관계자는 “또 다른 범행도 있었는지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김윤이 yunik@donga.com·이소연 기자}

    • 2021-0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녀의 ‘은밀한 본업’[단독/THE 사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해서 도둑질을 할 거라고는 0.01%도 의심하지 않았어요.”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백화점. 한 벌에 수천만 원 이상씩 나가는 모피코트 전문매장의 직원은 A 씨를 보고 최소한 VIP 고객일 거라 여겼다. 30대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옷부터 신발까지 명품이 아닌 게 없었다. 하지만 옷들을 둘러보던 A 씨가 사라진 뒤, 매장에선 3000만 원이 넘는 모피코트 1벌이 사라졌다. 해당 직원은 “30분 동안 매장을 돌며 여유롭게 상담까지 받고 매장을 떠났다. 그런데 뒤돌아보니 순식간에 코트 한 벌이 사라져 있었다”고 전했다. 알고 보니 A 씨의 모피코트 절도 행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전날인 지난해 12월 6일 송파구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도 모피코트를 훔쳐 달아났던 것. 이 매장에서 가져간 코트는 6900만 원짜리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말엔 강남구의 한 백화점에서 역시 모피코트를 훔쳐갔다. 수법도 대담했다. A 씨는 지난해 영등포구에 있는 백화점에선 모피코트를 훔치려다 적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곧장 “사려고 하는 건데 왜 이러느냐”며 바로 값을 치르고 현장을 벗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구 절도 때는 옷을 훔친 뒤 곧장 한 층을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달아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기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에선 지난해 모피코트만 노리는 여성도둑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실제로 CCTV에 찍힌 영상으로 만든 A 씨의 사진이 백화점들에 뿌려지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서울 시내 백화점 일대에서 고가의 모피코트를 훔쳐 달아난 혐의(절도)를 받고 있는 A 씨를 12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금까지 A 씨가 훔친 것으로 드러난 모피코트는 3벌로, 합치면 1억 원이 넘는다. 경찰 관계자는 “또 다른 범행도 있었는지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1-01-20
    • 좋아요
    • 코멘트
  • [단독]어린이집 한번 못가보고… 8년간 ‘투명인간’처럼 머물다 떠났다

    “평소에도 아이가 집 밖에 나오는 걸 본 적이 없어요.” 18일 오후 12시 반경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한 주택가. 이곳에 살던 A 양(8)은 출생신고도 없이 살다가 8일경 친엄마에게 목숨을 잃었다. 기본적인 것도 누려 보지 못한 아이에게는 10평 남짓한 집과 인근 골목이 자신에게 허락된 세상의 전부였다.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 주민은 “집에서 온종일 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안 가나 보다 했지만 이런 지경일 줄이야…”라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A 양이 살던 집에서 겨우 50발자국 정도만 가면 놀이터가 있다. 코로나19로 한산한 편이지만 그래도 동네 아이들이 자주 모여 논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 아이들은 아무도 A 양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이 쑥쑥 크잖아요. 어른 허리 이상 오는데, 학교에 안 다닌다고 해서 좀 이상하다 싶었죠. 엄마가 ‘아직 대여섯 살밖에 안 됐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또래보다 말도 좀 느린 편이었어요. 이제 와서 보니 바깥으로 나다니질 못해 친구도 못 사귀었겠구나 싶더라고요.”(미용실 원장 김모 씨) 실제로 A 양은 투명인간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다. 그 나이 때에 필수적인 영·유아 검진이나 의무교육도 받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친모인 백모 씨(44)는 전남편과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B 씨(46)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 2013년 A 양을 낳았다고 한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출생신고는 부모가, 혼외자일 경우 친모가 하도록 규정돼 있다. 원칙적으로 이전 혼인 관계가 정리되지 않았던 백 씨는 전남편과 함께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의지가 있었다면 ‘친생부인의 소’를 진행해 A 양이 B 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자라는 걸 입증할 수 있다. 다만 법률사무소 지율의 김예진 변호사는 “구청에서는 법률 상담을 해주지 않는 데다 소송 절차가 복잡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당국도 A 양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백 씨가 10년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조사 자체가 되질 않았다고 한다. 2011년부터 미추홀구에 셋방을 얻어 살았던 백 씨의 주소지는 다른 지역으로 등록돼 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거주지의 일치 여부를 조사하지만, 신규 전입신고자가 대상자라 신고 자체를 안 할 경우엔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상엔 존재하지만 정부 기록에는 존재하지 않던 A 양. 아이는 학교를 못간 것은 물론이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원 등도 한 번도 다녀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교육기관에 등록된 기록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서류상 태어난 적이 없는 A 양은 취학 통지서도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A 양의 안타까운 사연이야말로 ‘출생통보제’가 꼭 필요한 명확한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A 양처럼 가정사로 인해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미숙 숙명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친부모 신고에 의존하는 현행 출생신고제는 이처럼 부모가 출생 사실을 숨기면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의료기관이 출생을 신고하는 출생통보제로 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2019년 5월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해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아직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A 양 부검 결과 ‘부패가 심해 사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보내왔다”고 18일 밝혔다. 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일주일간 집에서 방치한 백 씨는 15일 “아이가 죽었다”며 119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백 씨는 “생계가 어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1-01-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총선 앞두고 양주 제공’ 與 김한정 의원, 벌금 150만원 당선무효형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진들에게 시가 100만 원대 양주를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정다주)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의원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국회의원 당선이 무효가 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내경선에서 투표권이 있는 권리당원 선거구민들을 상대로 수입 양주를 제공했다”며 “공직선거법에서 주류 제공을 엄격히 금지한데다 김 의원이 2016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4·15 총선을 6개월 가량 앞둔 2019년 10월 25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식당에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 A 씨 등 4명과 저녁식사를 하며 시가 105만 원 상당의 발렌타인 양주 30년산을 건넸다. A 씨 등은 1만 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커뮤니티 운영자들이다. 김 의원은 2016년 4·13 총선 당시에도 영화관에서 유권자에게 명함을 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1-01-15
    • 좋아요
    • 코멘트
  • “네가 뭔데 날 조사해” 아동학대 조사 공무원에 되레 큰소리

    “네가 여기를 왜 와. 네가 뭔데 나를 조사해!” 11일 오후 4시 반경 서울의 한 반지하방. 아동학대전담공무원 A 씨가 초인종을 누르자, 바깥으로 나온 40대 여성이 차가운 눈빛으로 고성을 질렀다. 이 여성은 지난해 11월 쓰레기 가득한 집에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방임한 정황이 드러나 아동학대 조사대상에 올랐다. 이날도 집 바닥에는 쓰레기와 옷가지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아이 엄마의 냉대에 현장조사는 소득이 별로 없었다. A 씨가 30분 동안 설득했지만 해당 여성은 말 한마디 섞는 것도 싫어했다. A 씨는 결국 면담을 거부당한 채 발길을 돌렸다. “매일 매일이 전쟁이고 지옥 같죠. 조사를 거부하면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순 있어요. 하지만 이런 저소득층은 어차피 내지도 않기 때문에 별 의미도 없어요. 괜한 행정력만 낭비할 뿐이죠.”○ 겨우 2주 교육받고 현장 배치 지난해 10월 숨진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현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시스템도 전문성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생긴 건 지난해 6월 경남 창녕에서 아홉 살 여아가 맨발로 4층 발코니를 탈출했던 아동학대 사건이 계기였다. 이전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민간에서 맡았던 아동학대 조사업무를 올 1월부터 공공기관이 운영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현재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18곳에 전담공무원을 배치해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몇몇 지자체는 지난해 10월부터 선제적으로 전담공무원을 두기 시작했다. A 씨가 근무하는 자치구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A 씨는 “조사 업무를 한 번도 맡은 적 없는 데다 전문적인 교육이나 기술 습득도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떠맡았다”고 했다. 실제로 A 씨는 지난해 구청 사회복지과에서 의료급여와 예산관리 등을 담당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그간 직무 분야에 없었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으로 발령이 났다. A 씨는 “대민업무란 것 외엔 공통점이 없는 생소한 일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현장에 와보니 의사나 판사처럼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업무라 사건을 맡을 때마다 긴장의 연속”이라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배치 전에 받는 교육은 단지 2주 80시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론 교육 40시간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가족관계증명서조차 볼 권한 없어” 전담공무원을 뒷받침할 시스템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현장 담당자들은 “사건 대상자에 대한 정보 파악도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에 접수되는데, 해당 시스템에서는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수급자 증명 등만 조회되는 수준이다. A 씨 역시 정보 부족을 뼈저리게 느낀 사례가 있다. 지난해 10월 ‘한 여학생이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 자료만 갖고 면담을 진행하는 동안 A 씨는 이 사건의 결정적인 정보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해당 학생의 아버지는 계부였다. 경기도의 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도 “최소한 가족관계증명서와 가해 의심 보호자의 전과 기록 정도는 파악할 권한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당분간은 기존에 학대조사를 담당하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실무자를 채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역량을 향상시킬 교육 체계를 마련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1-01-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딸 같은 피해자들 걱정에 밤샘 마다않고 수사하다…

    “우리 딸이 생각나서 이런 놈들 더는 못 봐주겠다.” 서울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강력팀장 박성수 경위(50·사진)는 평상시 동료 경찰들에게 이 말을 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가족과 사회를 위해서 성범죄자들을 적극 검거해야 한단 의지였다. 생일이던 11일에도 가족과의 저녁식사까지 포기한 채 성범죄 수사에 매진했다. 하지만 늦은 밤 집으로 올라가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쓰러졌고, 끝내 숨을 거뒀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야근 뒤 퇴근하던 박 경위가 11일 오후 11시 28분경 경기 광명에 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박 경위가 생일 식사까지 미뤄두고 수사하던 사건은 ‘중고교생 불법촬영’ 사건이었다. 관악서는 지난해 12월 말 여성들의 치마 속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피의자 A 씨를 검거했다. A 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해 본 결과, 100명도 넘는 여성을 촬영한 사진들이 드러났다. 심지어 90여 명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었다. 박 경위는 11일에도 동료 경찰들에게 “피해자 상당수가 내 딸과 비슷한 또래인 중학생들”이라며 “범죄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꼭 ‘이놈’을 기소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수많은 피해자를 특정하기 위해 박 경위는 이날 밤늦게까지 CCTV 영상들을 들여다봤다. 근무시간을 넘겨 야근까지 하다가 오후 10시경에야 사무실을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료들은 “아까운 경찰을 잃었다”고 탄식했다. 박 경위는 “어려운 사건은 내게 맡겨 달라”고 자청할 정도로 열의가 넘쳤다고 한다. 팀 동료인 김범규 경사는 “다음 주 피의자 조사 일정을 잡고 여죄를 검토 중이었는데 변고를 당했다”면서 “평소 ‘우리가 놓치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온다’며 늘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며 슬퍼했다. 2019년 5월 귀가하던 여성을 뒤쫓아 집에 침입하려 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의 피의자를 찾아낸 것도 박 경위였다. 당시 그는 사건이 발생했던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 일대의 CCTV 영상 100여 개를 분석해 피의자 거주지를 알아냈다. 포위망을 좁혀 집 앞에서 잠복 수사를 벌인 끝에 피의자의 자수를 이끌어냈다. 박 경위는 이 사건의 피의자를 검거한 공로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박 경위는 올 1월 초 지하철에서 와이파이로 콘텐츠를 공유하는 에어드롭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음란 사진을 전송한 사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고인은 특전사와 119구조대를 거쳐 2003년 경찰에 입문했다. 나라와 사회를 지키는 일에 일평생을 바쳐온 셈이다. “범인을 잡으면 사람을 구한다”고 믿었다는 그는 언제나 경찰 제복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을 의뢰한 상태이며, 고인에 대해서는 순직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빈소는 경기 광명성애병원. 발인은 14일 오전 6시 30분. 02-2684-4444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1-0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6세 아이 숨지게 한 ‘낮술 운전자’ 1심서 징역 8년…유족 오열

    지난해 9월 낮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가로등을 들이받아 여섯 살 아이를 숨지게 했던 50대 남성에게 1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권경선 판사는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씨(59)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음주운전으로 가로등이 쓰러지며 6살 이모 군이 머리를 다쳐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어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다만 사고 직후 구속된 피고인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거듭 죄송한 마음을 반성문으로 적어낸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결심 공판에서 김 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아들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법정을 찾은 피해자 어머니는 선고가 끝난 뒤 “판사님, 너무 한다. 이건 가해자를 위한 법”이라며 오열했다. 아버지는 “살아 있었다면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텐데, 엄마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흐느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6일 오후 3시 반경 서울 서대문구에서 술에 취해 승용차를 몰다 인도를 침범해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쓰러진 가로등이 주변 가게 앞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던 이 군을 덮쳤고, 끝내 아이는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44%였다고 한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1-01-12
    • 좋아요
    • 코멘트
  • 홑겹 천막속 의료진 “옷 네겹 입고 버텨…‘고맙다’에 힘나”

    어디선가 불어온 강풍에 입간판은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하얀 천막과 현수막은 윙윙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펄럭거렸다. 천막 안을 들여다보니 바깥과 다름없는 추위와 소음만 가득했다. 쓰러진 입간판을 세워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최저기온이 영하 18.6도까지 떨어진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지하철7호선 고속터미널역 앞.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이곳 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해온 의료진 장모 씨(63)는 손목에 테이프를 둘둘 말고 있었다. 방호복 안으로 파고드는 한기를 견디다 못해 방호복과 장갑 사이의 빈틈이라도 막아보려는 것. 장 씨는 “지금 장갑을 세 개나 겹쳐 꼈는데도 손가락 마디마디가 감각이 없다”고 전했다. 이날 선별검사소는 추위로 또 다른 어려움에도 봉착했다. 빙점이 낮은 알코올 소독제마저 얼어붙어버린 것. 천막 안 라디에이터에 올려두고 급히 필요한 소독제부터 녹여 쓰는 일마저 벌어졌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하는 A 씨는 “간호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뒤 지원했다”며 “방호복 속에 옷을 네 겹이나 껴입었는데도 여전히 춥다.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참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열악한 처지를 고려하면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 하지만 이날 청량리역 검사소만 해도 오전 11시부터 시민 100여 명이 검사를 받으러 올 정도라 문을 닫기도 어렵다. 방역당국은 일단 한파가 극심한 7일부터 나흘 동안은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를 오전 11시~오후 3시 단축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위에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발열조끼와 귀마개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가워진 의료진의 몸과 마음을 녹이는 건 시민들의 응원이었다. 고속터미널역 검사소에서 만난 장 씨는 “그나마 가끔씩 지나가던 시민들이 응원해주면 그걸로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양천구의회 주차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하는 신지연 임상병리사(25)도 “한 시민이 7일 고생한다며 사탕과 빵을 사들고 왔다”며 “손발이 너무 시리지만 시민들의 마음이 전해져 견딜 만하다”고 전했다. 고속터미널역 검사소에서 시민 권모 씨(59)는 검사를 마친 뒤 의료진에게 연신 ”고생 많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권 씨는 ”홑겹 천막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이 너무 안타깝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고맙다는 말뿐이라 미안하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1-01-08
    • 좋아요
    • 코멘트
  • “제2 정인이 없도록” 위탁가정 신청 늘었다

    “경찰도 기관도 믿을 수 없었어요. 나부터 나서야겠단 생각뿐이었습니다.” 전북 전주에 사는 김승희 씨(42·여)는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의 학대 사망 소식을 들은 뒤 지난해 11월 전북위탁가정지원센터에 위탁가정 신청서를 냈다. 김 씨는 6일 “학대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 맘 편히 기댈 수 있는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그게 정인이를 위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관련 교육을 이수한 뒤 가정방문 등을 거치며 위탁 준비 과정을 밟고 있다. 양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 뒤 또 다른 정인이가 나오지 않도록 학대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위탁가정이 되려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 위탁가정이란 친부모의 학대나 사망, 수감 등을 이유로 아동이 보호받기 어려울 때 일정 기간 다른 가정에서 보호받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경남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정인이의 죽음이 알려진 뒤 지금까지 38명이 위탁가정이 되고 싶다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2019년 같은 기간 9명밖에 신청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강원가정위탁지원센터 측은 “전년도 같은 기간 위탁가정 신청자는 1명뿐이었지만 올해는 9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도 4일 하루에만 홈페이지에 위탁가정 신청서가 2건이나 접수됐다. 센터 관계자는 “한 달에 2건 있어도 많다고 했는데 하루에 2건이 들어와 직원 모두가 놀랐다”고 했다. 해당 신청서를 냈던 주부 A 씨는 “정인이 사건을 통해 버려지는 아이들과 학대받는 아이들을 위한 위탁가정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피해 아이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인이 사건으로 향후 위탁가정 확보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 가운데 하나로 가정학대 신고가 두 번 이상 접수되면 즉각 분리한다는 방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해당 아동들을 보호할 거처 마련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위탁가정 수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2019년 기준 보호 조치가 내려진 아동 4047명 가운데 위탁가정으로 간 아이들은 1003명(24.3%)에 그쳤다. 게다가 위탁가정은 2015년 1만705가구에서 2019년 8354가구로 갈수록 줄어왔다. 아동권리보장원 측은 “위탁가정 등 피해 아동을 분리할 곳이 마땅찮아 학대가 발생한 가정에 그대로 머물다 다시 피해를 입은 아동이 2018년에만 1775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의 심형래 관장은 “가정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곧장 분리해야 하나 현재 위탁가정이 워낙 부족하다”며 “시민들의 참여가 아동들을 위한 안전망이 돼줄 수 있다”고 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언 기자}

    • 2021-0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작은 기척에도 깜짝 놀라는 아이, 학대 신호인지 살펴보세요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아줌마도 너만 한 딸이 있는데….” 40대 여성 A 씨는 지난해 5월 경남 창녕의 한 길거리에서 B 양(9)과 마주쳤다. B 양의 옷 곳곳엔 얼룩이 가득했고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챈 A 씨는 B 양에게 다가가 인사말을 건넸다. “배가 고프다”는 B 양과 인근 편의점에 들러 먹을 걸 사주며 가벼운 얘기를 주고받았다. 적잖이 경계심을 푼 B 양이 부모의 학대를 털어놓은 건 한참 뒤부터였다. 바로 지난해 불에 달궈진 프라이팬으로 손발을 지지는 등 극심한 학대를 당하다 4층 아파트 베란다로 탈출했던 아이였다. 아동보호기관 전문가는 “A 씨가 차분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면 B 양은 또다시 지옥으로 끌려갔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학대로 숨진 16개월 여아 정인이의 양부모가 재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나 아동기관은 물론이고 일반시민 모두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어린이의 ‘학대 시그널’을 눈여겨봐야 제2, 제3의 정인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반성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대 의심 아동들이 직접 학대 사실을 말하지 않더라도 행동이나 말투, 옷차림 등을 보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 아동들은 작은 기척에도 깜짝 놀라는 경향이 있다. 별일 아닌데도 위축되는 아이들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붕년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일단 가벼운 신체적 접촉조차 두려워하거나 경계하면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없다. 영양 상태가 매우 부실해 보이거나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도 학대 시그널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학대 아동들의 전형적인 특성은 ‘무기력’이다. 호기심이 많은 나이대에 어떤 것에도 호기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또래 아이들보다 눈에 띄게 무기력하다는 건 위험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영훈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꼭 정서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학대를 당해 뇌를 다쳐 전체적으로 몸이 처지고 말이 어눌해진 아동들이 있다”며 “표정이나 행동 변화를 잘 살피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 표현이 서투른 영·유아들은 신체 구석구석을 잘 살펴봐야 한다. 상대적으로 대화나 옷차림으로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김붕년 교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유아들이 상해까지 당하는 사고는 드물다”며 “의심스러운 타박상이나 골절이 있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아가 잘 울지 않는 것도 이상 행동이다. 아이가 학대를 받았다는 의심이 든다면 다음 단계로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확실한 정황이나 증거를 찾았다고 직설적으로 ‘학대’를 언급하면 오히려 아이는 움츠러들어 진실을 밝히기 어려워진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자칫 아이가 ‘네가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면 학대 아동은 현실을 회피하거나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편안하게 사소한 이슈로 말을 건네며 따뜻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다짜고짜 ‘누가 널 때렸니’라고 물었다간 아이는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릴 수도 있다. 창녕에서 발견한 B 양이 처음 만난 A 씨에게 학대를 털어놓은 것도 이런 자연스러운 접근 때문이었다. 마음을 열고 털어 놓는 상황이 왔더라도 표현이 신중해야 한다. 정운선 경북대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교수는 “학대 아동은 부모 같은 가까운 어른에게 당하는 경우가 잦다. 질문을 할 땐 학대 주체를 단정 짓지 말고 ‘누가 널 아프게 했니’처럼 포괄적으로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강승현 byhuman@donga.com·김태성·이소연 기자}

    • 2021-01-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여성단체대표가 ‘박원순 피소’ 유출… 남인순 거쳐 朴측 전달”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이 단체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을 거쳐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은 “피소 사실을 유출한 여성단체에 소명과 징계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고, 여성단체연합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피해자와 공동행동에 사과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는 올 7월 시민단체가 고발한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 유출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검찰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 등을 역방향으로 추적해 피해자 측 변호인으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던 여성단체연합 김영순 상임대표가 남 의원에게 피해자 측 고소 움직임을 전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에 따르면 올 7월 8일 오전 10시 31분경 남 의원은 김 대표와 통화했고, 남 의원은 약 2분 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박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피해자 변호인은 올 7월 7일 오후 한국성폭력상담소에 피해자 지원을 요청하며 ‘박 전 시장에 대한 ‘미투 사건’을 고소할 예정’이라고 알렸는데 하루 만에 이 같은 내용이 가해자인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것이다. 임 특보는 7월 8일 오후 3시경 박 전 시장과 독대하며 “시장님 관련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은 같은 날 오후 11시경 임 특보 등과 진행한 대책회의에서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받은 게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다음 날인 7월 9일 오전 10시 44분 공관을 나섰고, 오후 1시 24분경 임 특보에게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만 검찰은 김 대표와 남 의원 등이 수사기관 종사자가 아니어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89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행동은 30일 성명을 내고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시장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며, 문제 되는 행동을 스스로 떠올리고 해당 행위의 시점도 인지하고 그 행위가 성폭력일 수 있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여성단체연합은 30일 오후 “피해자와의 충분한 신뢰 관계 속에서 대응활동을 펼쳐야 하는 단체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보는 김 대표와 남 의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0-12-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여성단체 대표→與의원→특보”…檢 ‘박원순 피소사실유출’ 수사결과 공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등이 여성단체 대표와 여성단체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거쳐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은 “피소 사실을 유출한 여성단체에 소명과 징계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는 올 7월 시민단체가 고발한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 유출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검찰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역방향으로 추적해 피해자 측 변호인으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던 여성단체 대표 A 씨가 민주당 B 의원에게 피해자 측 고소 움직임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올 7월 8일 오전 10시 31분경 B 의원은 A 씨와 통화를 했고, B 의원은 약 2분 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박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피해자 변호인은 올 7월 7일 오후 한국성폭력상담소 에 피해자 지원을 요청하며 ‘박 전 시장에 대한 ’미투 사건‘을 고소 예정’이라고 알렸는데 하루 만에 이 같은 내용이 가해자인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것이다. 임 특보는 7월 8일 오후 3시경 박 전 시장과 독대하며 “시장님 관련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은 같은 날 오후 11시경 임 특보 등과 진행한 대책회의에서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받은 게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다음날인 7월 9일 오전 10시 44분 공관을 나섰고, 오후 1시 24분경 임 특보에게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만 검찰은 A 씨와 B 의원 등이 수사기관 종사자가 아니어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89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행동은 30일 성명을 통해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시장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며, 문제 되는 행동을 스스로 떠올리고 해당 행위의 시점도 인지하고 그 행위가 성폭력일 수 있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계 원로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 측에선 여성단체를 믿고 지원을 요청하며 고소 계획을 알렸는데 이를 유출하면 앞으로 어떤 피해자가 여성단체를 믿겠느냐.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여성단체가 권력을 비호하는 단체로 변질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0-12-30
    • 좋아요
    • 코멘트
  • 동부구치소 모든 활동 실내서 이뤄져… 정원도 초과돼 감염 취약

    25일 성탄절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수감자 등 28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초대형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로써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514명으로 늘어났다. 단일 집단 집단감염으로는 2월 대구 신천지교회 다음으로 큰 규모다. 방역당국은 수감자 2412명을 거대한 아파트 형태의 실내공간에 수용하는 동부구치소의 ‘3밀(밀접·밀집·밀폐)’ 구조가 집단 감염에 취약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 신규 수감자 선제검사 없어 무증상 감염자 놓쳤나 서울시는 “23일 동부구치소에서 진행한 2차 전수조사에서 수감자 및 직원 등 2437명 가운데 28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해당 집단 감염이 지난달 27일 송파구의 한 수험생이 확진된 뒤 동부구치소에 근무하는 가족에게 전염되며 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에 법무부는 “무증상 신규 수감자로부터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18일 1차 전수 진단 검사에서 나온 확진자 상당수가 신규 수감자들이 머무는 신입사동에서 나왔다”고 했다. 현재 교정시설은 신규 수감자를 2주간 독방에 격리한 뒤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코로나19 검사 없이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로 옮겨왔다. 이 때문에 교정본부가 신규 수감자에 대한 선제적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무증상 감염자를 놓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입 수감자 전원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음성이 확인되면 일반 혼거실로 이동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정원 초과에 공동 공간 많아 감염에 취약 방역당국은 동부구치소가 집단 감염에 취약한 구조라고 보고 있다. 외관상 5개 건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하 2층부터 지상 12층까지 각 층이 하나로 연결된 통건물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각 건물의 한쪽 면이 기다랗게 복도식으로 연결된 ‘5지창’ 형태이기 때문이다. 19일 동부구치소에서 187명이 한꺼번에 확진됐을 때도 8층에서만 1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층 전체로 감염이 확산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른 층에 수감됐더라도 한곳에 모여 노역하거나 공용 공간을 함께 이용하며 확산을 키웠을 수도 있다. 동부구치소 수감자의 가족인 A 씨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용자들이 한데 모여 박스를 접는 등 노역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층에서 생활하는 수용자들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함께 이동했다고 한다. 수용 정원보다 더 많은 수감자가 머무르는 과밀 상태였던 점도 방역엔 악영향을 끼쳤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동부구치소 정원은 2070명 정도인데 13일 기준 2412명이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 “확진 터지자 뒤늦게 방역 마스크 지급” 동부구치소는 전국 구치소 가운데 좋은 시설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부터 운영한 동부구치소는 실내에 체육시설 등 다양한 부대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다른 구치소들은 보통 야외 대운동장 등에서 단체 활동을 하지만, 동부구치소는 모든 활동이 밀폐된 실내에서 이뤄져 위험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가 수감자들에게 집단 감염 발생 전엔 방역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수용자 가족은 25일 “지난달까지는 영치금 350원을 내면 수감자가 마스크를 구매해서 썼다”며 “일부 수감자는 천 마스크를 쓰거나 한 마스크를 계속 사용했다”고 했다. 구치소 사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도 “최근 방문했을 때 수감자가 천으로 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래 수감자가 영치금으로 방역마스크를 개별 구매했으나 직원 확진이 확인된 지난달 27일부터 매일 모든 수감자에게 KF94 마스크를 지급해왔다”고 해명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구치소 특성상 집단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도 방역마스크 지급조차 선제적으로 하지 않은 점 등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소영·황성호 기자}

    • 2020-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확진자 514명’ 동부구치소, 최악인 ‘3밀’ 구조라는데…

    25일 성탄절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수감자 등 288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초대형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로써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514명으로 늘어났다. 단일집단 집단감염으로는 2월 대구 신천지교회 다음으로 큰 규모다. 방역당국은 2000명이 넘는 수감자들을 거대한 아파트 형태의 실내공간에 수용하는 동부구치소의 ‘3밀(밀접·밀집·밀폐)’ 구조가 집단감염에 취약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신규 수감자 선제검사 없어 무증상 감염자 놓쳤나서울시는 “23일 동부구치소에서 진행한 2차 전수조사에서 수감자 및 직원 등 2437명 가운데 28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해당 집단 감염이 지난달 27일 송파구의 한 수험생이 확진된 뒤 동부구치소에 근무하는 가족에게 전염되며 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법무부는 “무증상 신규 수감자로부터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18일 1차 전수 진단 검사에서 나온 확진자 상당수가 신규 수감자들이 머무는 신입사동에서 나왔다”고 했다. 현재 교정시설은 신규 수감자를 2주간 독방에 격리한 뒤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코로나19 검사 없이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로 옮겨왔다. 때문에 교정본부가 신규 수감자에 대한 선제적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무증상 감염자를 놓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입 수감자 전원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음성이 확인되면 일반 혼거실로 이동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정원 초과에 공동 공간 많아 감염에 취약 방역당국은 동부구치소가 집단 감염에 취약한 구조라고 보고 있다. 외관상 5개 건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하 2층부터 지상 12층까지 각 층이 하나로 연결된 통 건물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각 건물의 한쪽 면이 기다랗게 복도식으로 연결된 ‘5지창’ 형태이기 때문이다. 19일 동부구치소에서 187명이 한꺼번에 확진됐을 때도 8층에서만 1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층 전체로 감염이 확산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른 층에 수감됐더라도 한곳에 모여 노역하거나 공용 공간을 함께 이용하며 확산을 키웠을 수도 있다. 동부구치소 수감자의 가족인 A 씨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용자들이 한데 모여 박스를 접는 등 노역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층에서 생활하는 수용자들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함께 이동했다고 한다. 수용 정원보다 더 많은 수감자가 머무르는 과밀 상태였던 점도 방역엔 악영향을 끼쳤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동부구치소 정원은 2070명 정도인데 13일 기준 2412명이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확진 터지자 뒤늦게 방역 마스크 지급” 동부구치소는 전국 구치소 가운데 좋은 시설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부터 운영한 동부구치소는 실내에 체육시설 등 다양한 부대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다른 구치소들은 보통 야외 대운동장 등에서 단체 활동을 하지만, 동부구치소는 모든 활동이 밀폐된 실내에서 이뤄져 위험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가 수감자들에게 집단 감염 발생 전엔 방역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수용자 가족은 25일 “지난달까지는 영치금 350원을 내면 수감자가 마스크를 구매해서 썼다”며 “일부 수감자들은 천 마스크를 쓰거나 한 마스크를 계속 사용했다”고 했다. 구치소 사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도 “최근 방문했을 때 수감자가 천으로 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래 수감자가 영치금으로 방역마스크를 개별 구매했으나, 직원 확진이 확인된 지난달 27일부터 매일 모든 수감자에게 KF94 마스크를 지급해왔다”고 해명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구치소 특성상 집단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도 방역마스크 지급조차 선제적으로 하지 않은 점 등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김소영기자 ksy@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 2020-12-25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