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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四川)성에 거주하는 푸하이루(符海陸) 씨를 비롯한 4명은 2016년 6월 4일을 앞두고 ‘밍지바주류쓰(銘記八酒六四)’라는 이름의 중국 술 바이주(白酒)를 판매한다고 인터넷 홍보에 나섰다. 밍지(銘記)는 ‘마음 깊이 새기다’라는 뜻이고 바주류쓰(八酒六四)는 숫자 ‘8964’를 의미한다. 술의 이름은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시위를 떠올리게 한다. 술병에는 한 남성이 톈안먼 시위 당시 탱크의 진입을 홀로 막아서던 모습을 묘사한 라벨이 붙었고 27년산으로 소개됐다. 2016년은 톈안먼 시위 27주년이었다. 푸 씨 등 4명은 홍보 1개월 뒤인 2016년 7월 5일 실종됐다. 청두(成都) 공안(경찰) 당국이 이들을 체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국 당국이 적용한 혐의는 ‘국가권력 전복 선동죄’였다. 이후 이들은 재판도 받지 못한 채 3년 가까이 구금됐다. 톈안먼 시위 30주년을 2개월 앞둔 1일 청두시 중급법원이 이들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1일 푸 씨의 재판이 먼저 열렸다. 푸 씨 아내에 따르면 푸 씨는 ‘공공질서 문란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푸 씨에 대한 혐의가 바뀐 이유는 ‘국가권력 전복 선동죄’를 적용할 법적 근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홍콩 밍(明)보에 “이번 재판은 톈안먼 30주년 기념 운동을 막기 위해 겁주는 ‘사이징바이(殺一儆百)’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사이징바이는 하나를 본보기 삼아 여럿에게 경고한다는 뜻이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전투기 2대가 대만 상공을 침범해 대만 전투기와 10분가량 대치했다. 발끈한 대만 정부는 ‘도발적(provocative)’이라며 중국을 강력히 규탄했고, 이번 침범이 중국이 미국의 대만 지원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대만 롄허(聯合)보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경 중국 인민해방군(PLAAF) 소속 전투기 J-11 2대가 대만해협의 군사분계선으로 간주되는 중간선(median line)을 넘었다. 당시 또 다른 중국 전투기 2대도 후방에서 비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 공군은 초계 비행 중이던 경국호(IDF) 2대를 긴급 파견해 대응했고 중국 전투기 2대는 대만 상공에서 중간선을 따라 10분 정도 비행하다 돌아갔다. 대만 매체에 따르면 중국 전투기가 대만 상공을 침범한 것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대만 외교부와 국방부 등 정부부처는 일제히 중국을 규탄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저녁 트위터 계정을 통해 중국 전투기의 침범이 “의도적이고 무모하며 도발적인 행위”라고 항의했다. 같은 날 대만 총통부 황충옌(黃重諺) 대변인도 “도발적이며 양안 관계를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외신들은 중국 전투기의 대만 상공 침범이 최근 공고해지는 미국과 대만 관계를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해군 함정은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지난해 7월과 10월, 11월 대만해협을 통과한 이후 올해 들어서도 1월 24일과 2월 25일, 3월 24일 등 매달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록히드마틴의 F-16Vs 전투기 60대를 대만에 판매하도록 승인한 것도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 대만의 전투기 구입 요청을 거절해 왔다. 미국이 대만에 전투기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지난달 31일 오후 중국 톈진(天津)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점은 내부 매장이 모두 철수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앞서 롯데는 이날 오후 10시 반까지 마지막 영업을 정상적으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폐쇄 상태였다. 인부들만 건물 밖에 걸린 간판을 제거하느라 분주했다. 문화센터점은 톈진에 남았던 롯데백화점의 마지막 점포다. 톈진 시민 궈잉 씨(38·여)는 “쾌적한 쇼핑 환경은 매우 좋았지만 중국의 쇼핑몰 시장이 커지고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도태된 것 같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아쉬울 건 없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른 여성은 “가격이 너무 비쌌다”고 전했다. 이 점포를 끝으로 롯데백화점은 톈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롯데 관계자는 “한국인이 많이 사는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지점도 6∼8월에 문을 닫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랴오닝(遼寧) 선양(瀋陽) 지점도 철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롯데백화점은 2017년 700억 원의 영업적자에 이어 지난해에도 104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롯데백화점처럼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이 잇따라 발을 빼거나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경제 침체와 소비 환경의 급격한 변화, 중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 삼중고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는 공장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진 베이징현대의 베이징 제1공장을 이달 또는 다음 달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도 중국 장쑤(江蘇)성 옌청(鹽城) 1공장의 생산 중단을 검토 중이다.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28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이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신규 자동차 허가를 제한하면서 베이징 지역 자동차 판매가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공장 신설 등으로 과잉설비 문제가 심각해졌고 경쟁력 있는 신차 투입도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량이 적은 상태에서 대규모 시설을 유지하려면 감가상각 등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아예 운영을 중단하고 친환경자동차 등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위해 다른 생산라인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CJ푸드빌도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유일한 빕스 매장을 닫으면서 중국에서 빕스 사업을 접었다.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8곳의 비비고 점포도 하반기에 모두 문을 닫는다. 곧 대형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5월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미국) 등 중국에 진출한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독점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반도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으며 결과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삼성전자 등에 수십억 달러의 벌금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박한진 KOTRA 중국지역본부장은 “급변하는 중국 산업 정책의 지향점과 무게중심을 빨리 파악해 생산과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지부장은 “제품의 수요와 특성을 분석해 중국에 남을지 제3국으로 옮겨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구조조정의 시기가 다가왔다”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톈진=권오혁 특파원}

지난달 27일 저녁, 진행 방식이 독특한 강좌에 참여했다. 중국의 위챗(한국의 카카오톡 격)에 마련된 채팅방에 강연자들이 음성을 남기는 형식이었다. 중국 싱크탱크 차하얼(察哈爾)학회가 마련한 강좌의 주제는 ‘한국 매체와 권력 간의 게임’.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연루된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한국 언론의 역할에 주목한 것인데 중국에선 보기 드문 내용이었다. 강연자는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 초대 한국특파원 출신 장중이(張忠義) 차하얼학회 부비서장, 한국에서 유학한 량리창(梁立昌) 화이베이(淮北)사범대 정법학원 국제정치학과 강사. 채팅방에 200명 넘는 중국인이 모였다. 한국 언론 상황에 대해 “과도한 경쟁이 야기한 소설식 보도의 문제가 나타났다”(장) “한국 언론의 분열은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한국 사회 현실을 반영한다”(량)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는 한국 언론의 가치와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한국 언론의 자유, 다양성, 정권 감시와 비판 기능이었다. “한국은 기자가 대통령이든 경찰 수장이든 일반 국민이든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버닝썬 사건 취재도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작은 것부터 진실을 규명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고 봅니다.”(장) “대형 사건에 대한 한국 언론들의 입장은 다원적이에요.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수호하는 한국 언론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우리(중국)가 배워야 할 점이에요.”(량) 지금 중국 젊은이들은 한국 언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웨이보(중국의 트위터 격)에서 “승리 사건을 취재하는 한국 기자들에게 감탄한다”는 내용의 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비리 사건을 밀착 취재하는 한국 언론의 모습이 그들에겐 무척 낯설었던 모양이다. 언론 통제에 익숙한 중국인들이 한국의 언론 자유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주목할 만하다. 한 20대 중국인은 기자에게 “정부 권력 배후의 문제를 취재하고 정부와 맞설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위챗 채팅방 강좌에서 한 중국인이 강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중국)에선 사건 보도를 정부 부처가 인위적으로 억압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나요?” “한국에서 정부는 (언론을) 함부로 할 수 없어요.”(량) 공교롭게도 같은 날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를 비판해 온 쉬장룬(許章潤) 칭화대 법학과 교수가 정직 처분 뒤 조사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궈위화(郭于華) 칭화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자가 발표하지 못할 게 어디 있는가’라는 글로 비판했지만 이내 삭제됐다. 궈 교수는 한 외신에 “용감해서 글을 올린 게 아니라 (자유를 억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두려워 글을 올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시점에도 중국은 언론과 비판의 자유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중국 지식인은 이처럼 비판과 직언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 ‘울지 못하는 매미(한선·寒蟬) 현상’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한국을 칭송했다지만, 이처럼 언론을 울지 못하는 매미로 만들려는 권력은 앞으로도 부단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사형을 받은 아들에게 그녀는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31일 오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역 안중근 의사(1879∼1910) 기념관을 찾은 김민형 씨(25)는 안 의사의 모친 조마리아 여사가 했던 말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따라 읽어 내려갔다.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지난달 30일 재개관했다. 하얼빈역사 개축 공사를 이유로 2017년 3월 돌연 휴관 및 철거된 지 2년 만에 규모를 확대해 문을 연 것이다. 안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하얼빈역 플랫폼 현장의 표지도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사살 사건 발생지’라는 표지판과 함께 복원됐다. 기념관 안에서 통유리를 통해 저격 장소를 볼 수 있다. 기념관 입구에는 저격 시간인 9시 반을 가리키는 시계 조각품이 있고, 그 아래에 안 의사의 전신 동상이 새로 설치됐다. 김 씨와 함께 기념관을 찾은 허담 씨(26)는 “통유리 너머로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하얼빈역 1번 플랫폼 장소를 직접 보니 안 의사의 역사가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개관 이틀째이지만 관람객이 거의 없어 분위기는 한산했다. 중국은 안 의사 기념관 재개관 사실을 지난달 30일자 하얼빈일보 3면 가장 아래쪽에 1단 크기의 작은 기사로 짧게 알렸다. 원래 하얼빈역 남광장 방향으로 나 있던 기념관 정문 방향이 남광장 왼쪽을 향하도록 바뀐 데다 여전히 진행 중인 하얼빈역사 개축 공사 구역 안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공사 구역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다. 기념관으로 가는 안내표지도 없었다. 이날 기념관을 찾은 중국인 양취안위(楊全余·55) 씨는 “저녁 기차를 기다리다가 관리 직원이 알려줘서 여기에 왔다”며 “기념관 간판을 광장을 바라보는 정면에 달고 (역사에) 기념관 안내 표시를 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누가 어떻게 알고 오겠나”라고 지적했다. 양 씨는 “(안 의사는 일제에 대항하는) 반(反)파시스트 전쟁 중에 선도자처럼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해, 고난을 겪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며 “이런 정신이 매우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중국은 공식적인 재개관 기념행사를 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일 관계 개선으로 재개관 사실이 대대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현지 소식통은 “일본 정부는 기념관 재개관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관계는 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안 의사 기념관은 후세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30일 개관 당일 가족과 함께 기념관을 찾았던 동포 관람객은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해외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애국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하얼빈=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사형을 받은 아들에게 그녀는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죽으라’라는 말을 전했다.” 31일 오후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찾은 김민형(25) 씨는 안 의사의 모친 조마리아 여사가 한 말을 소개한 글을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따라 읽어 내려갔다.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30일 규모를 확대해 재개관했다. 하얼빈역사 개축 공사를 이유로 2017년 3월 돌연 휴관, 철거된 지 2년 만이다. 안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하얼빈역 플랫폼 현장의 표식도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사살 사건 발생지’라는 표지판과 함께 복원됐다. 이 표식과 표지판은 개축 과정에서 사라졌었다. 기념관 입구에는 저격 시간인 9시 반을 가리키는 시계 조각품 아래 안 의사의 전신 동상이 새로 설치됐다. 올해는 안 의사 탄생 140주년, 의거 110주년이 되는 해다. 하얼빈에서 어학연수 중인 김 씨는 지난해에는 기념관이 철거된 상태라 기념관에 있던 자료들을 보관하던 인근의 조선민족예술관을 대신 방문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김 씨와 함께 이날 기념관을 찾은 허담(26) 씨는 “통유리 너머로 하얼빈역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1번 플랫폼 장소를 직접 보니 안 의사의 역사가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개관 이틀째인 이날 관람객이 거의 없어 분위기는 한산했다. 중국은 30일 하얼빈일보 3면 최하단에 1단으로 재개관 사실을 짧게 알렸다. 원래 하얼빈역 남광장 방향으로 나 있던 기념관 정문 방향이 남광장 왼쪽으로 바뀐데다 여전히 진행 중인 하얼빈역사 개축 공사 구역 안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졌다. 공사 구역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기념관으로 가는 안내 표지는 없었다. 이날 기념관을 찾은 중국인 양취안위(楊全余·55) 씨는 “저녁 기차를 기다리다가 관리 직원이 알려줘 왔다”며 “기념관 간판을 광장을 바라보는 정면에 달고 (역사에) 기념관 안내 표시를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어떻게 알고 오겠나”라고 지적했다. 양 씨는 “(안 의사는 일제에 대항하는) 반(反)파시스트 전쟁 중에 선도자처럼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해, 고난을 겪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며 “이런 정신이 매우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도 안 의사를 정신을 배우기 원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중국은 공식적인 재개관 기념행사를 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일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안 의사 기념관 재개관 사실이 대대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지 소식통은 “일본 정부는 기념관 재재관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념관 안 방명록에는 수는 많지 않았지만 이미 기념관을 찾은 한국인들이 남겨 놓은 글들이 있었다. 30일 개관 당일 가족과 함께 기념관을 찾은 한 관람객은 “해외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애국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라고 적었다. 다른 관람객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많은 것을 느끼고 갑니다. 한국에서 국가를 위해 한 몸 희생할 수 있는 정신을 가슴 한 켠에 묻고 가겠습니다”라고 남겼다. 하얼빈=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상하이(上海) 외국인 묘지에 묻혔던 독립운동가 김태연 지사(1891∼1921)의 유해가 사후 98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다. 김 지사가 독립운동을 위해 조국을 떠난 지 100년 만이다. 28일 오전 상하이 창닝(長寧)구 외국인 공동묘지. 김 지사의 외손자인 조관길 씨와 국가보훈처, 주상하이 총영사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 지사의 유해를 꺼내는 파묘(破墓) 행사가 진행됐다. 조 씨는 파묘 전 묘비 앞에 서서 헌화하고 묵념했다. 김 지사의 유해를 옮겨 담은 나무 상자는 태극기로 감쌌다. 김 지사의 유해는 다음 달 8일 한국으로 옮겨진 뒤 정부의 공식 봉영 행사 이후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 지사는 3·1운동 2개월 뒤인 1919년 5월 아내와 딸 넷을 조국에 남기고 상하이로 건너가 몽양 여운형 선생 등과 함께 ‘상해대한인거류민단’을 조직했다. 같은 해 임시의정원 의원 자격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에 참여했다. 1920년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구국모험단 참모부장으로서 일본에 항거하는 무장투쟁에 몸담았다가 30세인 1921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 지사가 상하이 공동묘지에 묻혀 있다는 사실은 2014년 확인됐다. 정부는 2015년부터 중국 정부와 물밑 협의를 거듭한 끝에 올해 유해를 봉환하게 됐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정부가 28일 “한국 측이 ‘일대일로(一帶一路) 건설에 적극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는 미국이 강하게 견제하고 있는 미중 갈등의 핵심 요소다. 한국이 일대일로 참여를 선언하면 동맹국인 미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민감한 이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낙연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27일 하이난(海南)에서 회담한 지 하루가 지나서야 뒤늦게 공개한 회담 결과를 통해 “(이 총리가) 한국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 중국과 각종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대일로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 총리는 일본과 중국이 (제3국 시장 진출에서) 협력하는 것처럼 한국도 협력하겠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중국 측에서 자신들의 입장에 맞춰 ‘참여’로 적극 해석한 것 같다”며 “한국의 신(新)남방정책과 일대일로 구상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게 한국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무조정실이 27일 공개했던 회담 결과에 “리 총리가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환영했다”는 대목이 포함된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랴오닝(遼寧)성 정부가 단둥(丹東)을 관문 삼아 일대일로를 한반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는 등 중국은 적극적이다. 반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27일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상당 부분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신나리 기자}

중국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난달 말 약 3000명의 북한 근로자를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대북 소식통은 27일 “북한 측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말에만 북-중 접경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를 포함해 중국 내 약 3000명의 북한 근로자를 귀국시켰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취업비자가 아닌 통행허가증 등으로 불법 취업한 북한 근로자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불법 취업한 북한 근로자에 대해 묵인하는 태도를 취해 왔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시점에 공교롭게도 북한 근로자들이 대량으로 쫓겨나 북한에는 적지 않은 압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0월 말까지 중국 내 북한 근로자들을 모두 되돌려 보내겠다는 뜻을 북한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2월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중국은 올해 12월 22일까지 북한 노동자들을 돌려보내야 한다. 대북 제재 상황이 바뀌지 않는 이상 중국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가 모두 귀국해야 하는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지난해 북한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는 보도에 대해 “최근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해제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북한 근로자 문제를 포함해 북-중 무역 대부분이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제재 해제 없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하더라도 북한에 줄 ‘선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무역전쟁 관련 미중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북 제재 이행이 필요하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에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북-중 밀착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표면에 드러난 것처럼 관계가 회복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이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물론 남미 브라질에도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전방위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400억 달러(약 45조 원)의 경제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23일 이탈리아와 25억 유로(약 3조2000억 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체결한 지 불과 이틀 만이며 금액은 약 14배 많다. 시 주석이 방문하기 전엔 “중국에 맞선 유럽의 경제주권을 강조하겠다”던 마크롱 대통령도 매머드급 돈 보따리에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中 “美 보잉 대신 佛 에어버스”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 후 “유럽은 다극화된 세계를 원하는 중국의 비전과 어울린다”며 중국이 구상하는 현대판 육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一帶一路)’에 프랑스도 동참할 것을 노골적으로 촉구했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중국의 에어버스 항공기 300대 구입. 이날 시 주석을 따라온 중국 항공사들은 프랑스·독일·스페인 등의 합작회사인 에어버스 항공기를 무려 350억 달러(약 39조 원)어치 구매하기로 했다. 당초 중국 항공사들은 지난해 1월 마크롱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180억 달러 규모로 비행기를 구매할 예정이었으나 이번에 금액이 배 가까이 늘었다. 에어버스 대량 구매의 배후에 노골적인 미국 견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어버스는 미국 보잉과 함께 세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날 중국이 대거 구매한 ‘A320’은 최근 추락 사고로 논란을 빚은 보잉 ‘737맥스’의 경쟁 기종이다. 중국은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이 비행기가 추락해 157명이 숨지자 세계 최초로 보잉 737맥스 운항도 중단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보잉에, 에어버스가 중국의 주문을 받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에 일격을 가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미국은 28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무역협상을 재개한다. ○ 마크롱 ‘中 안을까, 내칠까’ 고민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의 요청에 “일대일로는 쌍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유럽 기업도 중국에 더 잘 진출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개선과 신뢰가 쌓여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는 게 프랑스의 고민이다. 이날 중국은 에어버스 외에도 프랑스전력청(EDF)의 역점 사업인 해안 풍력 프로젝트를 포함해 추가로 50억 달러의 계약도 체결했다. 중국은 2015년 조류인플루엔자 발발 후 중단했던 프랑스 냉동 닭 수입을 재개했다. 중국과 프랑스는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제3국 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자국 항구를 개방한 이탈리아처럼 일대일로에 직접 참여한 건 아니지만 유럽연합(EU) 2위 경제대국인 프랑스가 관련 협력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2025년까지 중국의 첨단제조업 기술력을 세계 선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제조 2025’ 전략과 프랑스 미래 공업 계획 간 접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 패권을 위협한다며 강하게 우려하고 있는 전략이다. 중국은 각각 EU와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 및 브라질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독일 연방금융감독당국과 파생상품 규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브라질 언론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중남미로 확대할 계획이며 특히 브라질의 참여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라오스를 방문하기 위해 26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리 부위원장이 라오스를 방문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리 부위원장은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차량을 타고 베이징 모처로 이동한 뒤 오후 늦게에야 주중 북한대사관으로 향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북-미 실무 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베이징에서 중국 측과 만나 북핵 문제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비건 대표는 오전 10시경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 도착해 오후 5시경에야 댜오위타이를 떠났다. 비건 대표는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핵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대북제재 유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건 대표가 댜오위타이에 머문 시간이 이례적으로 길다는 점에서 리 부위원장과 비건 대표 측이 접촉했을 수도 있다. 북-미 양측을 모두 접촉한 중국이 서로의 입장을 상대에게 각각 전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베이징에는 라오스행 직항편이 없어 리 부위원장은 다음 날인 27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외교부가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 원인으로 국내 난방 보일러를 지목했다. 생태환경부 뿐 아니라 외교부까지 나서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모습이다. 25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중국 기자는 3월 한국 방송매체 보도를 거론하며 미세먼지 중국 책임론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으로 질문했다. 그는 “한국의 공기 질이 안 좋은 것은 노후 보일러와 관련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360만 가정이 보일러를 사용하고 겨울철은 사용이 많다”면서 “한국 미세먼지의 원인은 중국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해당 기자의 질문에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도 화답했다. 그는 “우리도 관련 보도를 봤다. 한국의 공기 관련 전문가들의 태도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성적이며 객관적이다”며 “중국 공기 오염이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중국 생태환경부와 관련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이미 매우 전문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생태환경부는 한국 내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왔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반박했다. 중국의 공기 질이 40% 이상 개선됐으나 한국의 공기 질은 그대로이거나 심지어 조금 나빠졌다는 등의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한국 미세먼지 책임은 중국에 있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특히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중국발 초미세먼지의 국내 유입 근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표준연 연구진은 중국이 춘제(중국의 설 연휴) 기간 폭죽놀이를 대대적으로 벌여 적잖은 초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뒤 춘제 기간 한반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보통 m³당 51∼100μg 정도의 ‘나쁨’ 수준으로 나타난 것을 통해 중국의 초미세먼지 유입 근거를 확보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내년 1월 대만 대선을 앞두고 각 당 유력 대권 후보들이 ‘대만의 선택지’를 미국으로 할 것이냐 중국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저마다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행보는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조와 엮이며 대만 내부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친중 한궈위 “하나의 중국, 양안관계 여의봉” 친중(親中) 노선의 야당 국민당이 대선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은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시장이 25일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서 중국의 류제이(劉結一)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을 만나자마자 대만 내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만사무판공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대만 정책의 최전선에 있는 기구다. 특히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에 대해서도 홍콩과 같은 일국양제(一國兩制)식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키며 시장에 당선된 한 시장은 최근 대선 여론조사에서 반중(反中) 노선의 집권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 시장은 직전에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 마카오 추이스안(崔世安) 행정장관을 현지에서 만났다. 한 시장은 24일 왕웨이중(王偉中) 선전시 당 서기와 만나 “92합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는 (중국-대만) 양안관계의 여의봉”이라고 말했다. ○ 반중 차이잉원, 중국 반대하는 미국 방문 차이잉원 총통은 한 시장에게 “대만은 주권 독립국가다. 중국에 대만의 국제사회 참여 공간을 짓누르는 걸 중단하라고 알리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차이 총통은 28일까지 팔라우 나우루 마셜제도 등 남태평양 섬나라 3개국을 순방한다. 시 주석은 대만에 대한 일국양제 통일을 강조하는 한편 경제적 지원을 내세워 대만 수교국들에 대만과의 단교를 유도하고 있다. 차이 총통의 이번 방문은 중국의 공세로 수교 관계가 흔들리는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다잡기 위한 것이다. 특히 차이 총통은 귀국길에 하와이를 방문할 계획이다. 하와이에는 미군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다. 중국이 대만 지도자의 미국 방문을 강하게 반대해 왔음에도 또다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중국의 공세로 수세에 몰린 차이 총통이 미국에 전적으로 의지할 것임을 강조하는 제스처로 해석된다. 미국 역시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만을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24일 해군 이지스 구축함 커티스 윌버함과 연안경비대 소속 버솔프 경비함이 이날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혀 중국의 반발을 샀다. 미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는 중국과의 긴장을 높이지만 대만 지지 의사를 보여주는 성격도 있다.○ 무소속 커원저 “親美友中이 가장 적합” 대만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臺北)시장은 25일로 9일간의 미 뉴욕 워싱턴 애틀랜타 보스턴 방문을 마무리했다. 대선 참여를 조만간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그는 미국 방문 기간 내내 “친미우중(親美友中)이 대만에 가장 적합한 국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치관과 이념을 공유하는 미국과 친하면서도 중국을 적으로 보면 안 된다”며 “미중 충돌 국면에서 대만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생존할지 생각해야지 어떻게 영향력을 미칠지 생각하면 안 된다”고 중도 노선을 강조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김정은 집사’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사진)이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앞서 19일 모스크바 도착 후 크렘린궁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 데 이어 북-러 접경 주변에도 모습을 드러낸 것.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다음 달 전용열차를 이용해 러시아를 방문할 징후들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방러 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15일 회견에서 언급한 북-미 관계 및 비핵화 관련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보여 이달 말과 다음 달 초가 비핵화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비핵화 입장을 표명한 뒤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음 달 11일 김정은 체제 2기 출범식 격인 최고인민회의 개최가 예고돼 있고, 15일은 김일성 생일(태양절)인 만큼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관련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원은 “북한 입장에서 러시아 방문은 중국 방문보다 난도가 더 높아 오늘 내일 갑자기 이뤄지긴 어렵다. 최고인민회의가 끝난 뒤 김 위원장의 북-미 프로세스에 대한 전망 및 발표가 나오고 방러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집사’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19일부터 모스크바에서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24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방러 때처럼 열차로 모스크바를 갈 수도 있고, 극동지방인 블라디보스토크 또는 이르쿠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열차 대장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매달 12일과 26일 두 번 운행되는 평양∼모스크바 국제 객차운행표에 따르면 편도 운행(1만308km)에 8일 15시간 정도 걸리는데, 왕복 약 2만 km는 지구 반 바퀴 거리와 맞먹는다. 김 위원장의 첫 러시아 방문은 미국 중국 등을 겨냥한 상징적인 행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가 대북 추가 제재를 발표한 상황에서 중국과 함께 대표적인 대북제재 ‘구멍’으로 꼽히는 러시아와 손잡음으로써 ‘내겐 러시아라는 대화 상대도 있다’는 것을 공개 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귀국했던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23일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비핵화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지시를 각각 중국, 미국 측에 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과 함께 귀국했던 김형준 주러 북한대사는 이날 서우두 공항에 나타나지 않아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을 추가 협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한기재 기자}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21일(현지 시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중국 ‘랴오닝단싱(遼寧丹興) 국제화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차량인 벤츠를 북한에 운송해준 업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전문가 패널 연례보고서는 “메르세데스벤츠 리무진들을 북한으로 운송한 혐의로 이 업체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들 차량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과 베이징, 평양에서 열린 회담 때 목격됐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은 북-중 정상회담, 평양은 남북정상회담 때로, 당시 번호판 없는 벤츠로 눈길을 끌었다. ‘랴오닝단싱’은 1996년 중국 상무부 허가를 받아 다롄(大連)에서 설립됐고 2000년부터 북한 남포항과 컨테이너선의 정기 항로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국들의 보고를 종합해 작성된 보고서는 “조지 마(George Ma)라는 중국 기업인의 지시에 따라 차량들이 중국 컨테이너에 실려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서 다롄으로 수송됐다”고 명시했다. 이후 ‘랴오닝단싱’의 컨테이너에 실려 북한 남포항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 조지 마는 북한 고려항공의 대리중개 업체인 ‘시젯(Seajet)’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제재 대상인 중국 ‘다롄하이보(大連海博) 국제화물운송’은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인 북한 백설무역회사에 물품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설립됐다. 남포항과 뱃길로 이어진 다롄에는 유엔 안보리와 미국이 발표한 북한과 불법 거래한 혐의를 받는 중국 업체들이 몰려 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서구 사회의 급격한 불평등 심화로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얼들의 사회주의 지지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이런 내용을 담아서 소개한 ‘밀레니얼 소셜리즘(Millennial socialism)’ 기사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공교롭게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에서 밀레니얼 소셜리즘에 대한 반응이 뜨겁지만 그 내용은 판이하다. ‘사회주의 본산’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나서 사회주의 사상 교육을 외치지만 젊은 세대는 사회주의에 대한 반응이 떨떠름하다. 반면 1950년대 반(反)공산주의를 주창한 매카시즘 열풍이 불었던 미국에선 젊은층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어 대비된다.○ 양극화의 그늘인가 호기심인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밀레니얼(1981∼1996년 출생) 수는 각각 7300만 명, 3억5100만 명으로 각각 전체 인구의 22%, 25%를 차지하고 있다. 양극화에 분노하고 사회주의란 생소한 개념에 호기심을 보이는 미국 젊은이들은 호의적이다. 반면 개인주의의 중요성에 눈뜨기 시작한 중국 젊은이들은 냉담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의 1월 조사에 따르면 미 18∼24세 중 61%가 “사회주의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자본주의 긍정 응답(58%)을 넘어선 수치다. 지난해 8월 갤럽의 비슷한 조사에서도 사회주의 긍정 응답이 51%로 자본주의에 대한 호응(45%)보다 많았다. 갤럽 조사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이 자본주의보다 높았던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꼽는 원인은 양극화다. 40년간 미 상위 1%의 소득은 242% 늘었다. 같은 기간 중간소득자의 증가보다 6배 많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소득불평등 척도인 지니계수는 2007년 0.463에서 2017년 0.482로 증가했다. 지니계수 수치가 커질수록 불평등이 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니계수가 0.5를 넘으면 폭동 등 극단적 사회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본주의의 화신인 ‘월가 금융 황제’조차 이를 우려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18일 “미국인 중 40%가 시간당 15달러(미 평균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받는다. 이들은 병원비나 차 수리비 등 월 필수 생활비 400달러도 없다”고 지적했다. 양극화는 급진 정치인의 득세를 부추긴다.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현재도 차기 대선후보 중 지지율 선두권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8·버몬트)도 소속만 민주당일 뿐 ‘사회주의자’를 자처한다. 2016년 당시 샌더스 캠프에서 일했고 트위터 추종자만 360만 명인 ‘미 정계의 아이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30·뉴욕)도 마찬가지. 그는 “2030년까지 미 에너지원을 전부 재생에너지로 바꾸고, 부유층에 소득세 70%를 부과해 재원을 조달하자”며 이를 ‘그린 뉴딜’이라 주장했다. OECD 회원국 국민 67.8%가 “부유층 과세로 빈곤을 완화하자”고 했다는 조사도 있다. 샌더스와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속한 사회주의단체 민주사회주의연합(DSA)은 이민 및 세관 폐지, 의료보험 전면 개혁, 공립대 무상등록금, 전쟁 영구 종식, 총기 규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등을 주장한다. 일각에서 공화당 극우그룹 티파티에 빗대 이들을 ‘허브 티파티’(Herb Tea Party·녹색 약초 식물 허브와 티파티의 합성어)로 부를 정도다. 서구 젊은이의 사회주의 선호를 ‘냉전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가 낳은 일종의 환상’으로 보기도 한다. 역시 젊은층 사회주의 선호가 높은 호주의 한 조사에서도 밀레니얼의 58%가 “사회주의를 선호한다”고 했다. 동시에 불과 21%만이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이 누구인지 안다”고 해 충격을 안겼다. 블라디미르 레닌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안다는 답도 26%에 불과했다.○ “집단보다 중요한 개인” 중국 정부는 젊은 세대에게 중국식 사회주의를 어떻게 독려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중국은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에서도 마르크스주의 및 마오쩌둥 사상을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올해부터 당국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사회주의 이념 선전에 나섰다. 최근 사회주의 사상을 랩으로 만들어 체제를 선전하는 소위 ‘사회주의 래퍼’도 등장했다. 정작 ‘중국판 밀레니얼’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생)나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생)들은 여기에 큰 관심이 없다. 베이징 거주 바링허우인 왕(王)모 씨는 기자에게 “학교에서 늘 ‘집단이 먼저고 개인은 나중’이라고 배웠지만 대학 졸업 후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개인도 중요함’을 느꼈다”며 “특히 집단을 위해 무조건 나를 희생시켜야 하는 건 아님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최고지도자의 발언, 공산당 발표 등을 가리킬 때 ‘정치적으로 정확하다(政治正確)’는 표현을 쓰는데 나를 포함한 많은 젊은이들이 마음속으로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딩쉐량(丁學良) 선전대 특별초빙교수 겸 정치학자도 BBC 중문판에 “중국이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사상 교육을 해 왔지만 효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어떤 학교에서는 사상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이 절반이 안 되고, 수업에 온 학생도 잠을 자거나 소설책을 읽으며 떠든다”고 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도 “새로운 도구를 써도 젊은층으로선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사회주의 사상을 새롭게 받아들이긴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시 주석이 1월 “중국 청년들이 사회주의 후계자가 되도록 확실히 보장하라”고 강조한 것도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식 사회주의가 서구에 대한 배척만 강조할 뿐 중국의 경제 체제는 친(親)자본적이어서 애초부터 모순을 잉태한 셈이라고 비판한다. 리네트 옹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중국은 사회주의 가면을 쓴 자본주의 국가이자 ‘카를 마르크스’(공산주의 이념 창시자) 옷을 입은 ‘애덤 스미스’(자유시장 경제를 주창한 고전 경제학자)”라고 꼬집은 이유다. 특히 중국도 양극화가 심각하다. 2015년 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상위 1%의 소득은 전 인구 소득의 14%로 하위 50%의 소득을 다 합친(15%) 것과 비슷하다.○ 엇갈린 밀레니얼의 정치 영향력 G2 밀레니얼은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온도 차 못지않게 자국 정치판에 미치는 영향력에서도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인다. 둘 다 무시할 수 없는 숫자를 지녔지만 이들의 정치 참여도와 국가 통제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현재 7300만 명인 밀레니얼이 조만간 미 최대 인구집단 베이비부머(1946∼1964년 출생자) 세대를 제칠 것”이라며 “성인이 된 이들의 표심이 2020년 미 대선을 포함해 향후 주요 선거를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중국 밀레니얼은 공산당이 주도하는 현 주류 이념에 반기를 들 만큼 강력한 변화 의지를 보이지는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김한권 교수는 “다수의 중국 젊은층은 정치 제도보다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이 더 많다”며 “그런 점에서 향후 중국식 사회주의 향방은 밀레니얼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노선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전 책임자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베이징을 거쳐 19일 모스크바에 도착한 김 부장은 러시아 측과 다각도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인물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의전 문제 실무를 책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부장이 모스크바에서 김 위원장의 방러 의전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일괄타결을 내세운 미국에 대응하는 공동전선을 만들기 위해 우방국인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은 실무접촉 선을 넓히며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은 14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태지역 담당 차관과 회담했다. 이달 초에는 김영재 북한 대외경제상, 한만혁 북한 노동당 부부장 등도 모스크바를 찾았다. 16일에는 러시아 상원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올레크 멜리첸코 대표단장은 “문화 분야뿐만 아니라 상당히 무거운 주제도 들고 왔다”고 말해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이탈리아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에 논쟁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오해와 의심은 피할 수 없다.” 20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이탈리아 등 순방(21∼26일) 브리핑 현장. 왕차오(王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에 우려하는 유럽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다. 왕 부부장은 “하지만 152개 국가 및 국제기구가 일대일로 협력 문건에 서명했다”며 “반드시 상호 이익과 공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이미 대답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고 브리핑은 30여 분 만에 끝났다. 시 주석의 이탈리아 국빈 방문 기간에 양국은 일대일로 협력 문건에 서명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에 대해 중국의 유럽 침투를 허용하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중국이 제노바 등 이탈리아 주요 항구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과 EU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이날 브리핑 분위기는 이탈리아가 미국 중심의 서방을 대표하는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처음으로 일대일로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논란이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탈리아의 선택은 유럽을 갈라지게 하고 일대일로를 비판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우방도 국익을 위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21세기형 이슈별 냉전’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선택하며 주요 항구를 내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국영기업이 이탈리아의 주요 항구를 관리하거나 지분을 보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유럽으로 진입하는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미국은 잔뜩 경계했다. 개릿 마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중국의 약탈적 투자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건 이탈리아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미국 당국자들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이탈리아 정치인들을 만나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는 서구 진영에 확실히 남아 있을 것이지만 중국과의 협정을 피할 이유가 없다”며 일대일로 참여 강행을 밝혔다. 독일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에 반대한다. 하지만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華爲)의 5세대(5G) 통신 장비 도입을 배제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9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단순히 한 기업이 속한 국가 때문에 해당 기업을 배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화웨이 5G 장비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화웨이 기기를 쓰는 국가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메르켈 총리는 중국을 ‘체제 경쟁자’라고 부르며 “경제적으로 강해진 이들(중국)과 싸우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독일과 영국의 대표적인 통신기업 모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19일 오전 본보 기자의 스마트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젊은 중국 여성이었다. “다음 주식 거래 때 무료 문자로 (좋은) 주식을 추천해 드립니다.” “관심 없다”고 말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고 싶으면 위챗(중국의 카카오톡 격) 친구를 맺자. 휴대전화 번호가 위챗 계정과 같으냐”며 판촉을 이어갔다. ‘어느 회사냐’는 물음에 “○○증권”이라고 답했다. 분명 여성의 목소리였지만 톤이 한결같고 기계적인 느낌이 묻어났다. 기자가 “그쪽 로봇이죠?”라고 물었다. “저는 왕(王) 씨입니다. 왕 양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마지막 대답조차 당황한 기색 없이 같은 톤으로 이어갔다. 사람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낸 인공지능(AI) 로봇의 스팸전화가 중국 전역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진짜 사람 목소리와 구별하기 어려운 AI 로봇 스팸전화가 부동산, 대출, 주식, 자동차 판매 등에서 날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CCTV 기자가 젊은 여성 목소리의 AI 로봇과 대화를 해봤다. “(대출) 자금이 얼마나 필요하세요?”(AI 로봇) “200만 위안(약 3억3000만 원)요. 있나요?”(CCTV 기자) “좋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전에 업체를 운영하셨나요? 직장인이신가요?” “현재 직장인입니다.”(CCTV 기자) 인간의 대화와 별 차이가 없었다. 한 AI로봇 개발업체는 “수천 대의 로봇이 있다.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린즈링(林志玲)의 목소리를 모방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린즈링은 중국에서 인기 있는 대만 여배우다. AI 로봇이 스팸전화 시장을 접수하면서 스팸전화 발생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스팸전화 AI 로봇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사람은 한 명이 하루에 전화를 300∼500건 거는 데 그치지만 로봇은 한 대가 1000∼5000여 건을 건다. 한 업체 관계자는 CCTV에 “(자사) AI 로봇이 건 스팸전화만 1년간 40억 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더 충격적인 것은 AI 로봇이 훔친 개인정보를 이용해 스팸전화를 건다는 점이다. 스팸전화 업체 직원들은 스마트폰과 기지국 사이의 전파 신호에 침투해 수신자들의 각종 정보를 빼낼 수 있는 ‘탐측 단말기’를 이용했다. 탐측 단말기를 이용하면 해당 스마트폰 이용자의 성별, 연령, 스마트폰 기종 등은 물론이고 이용자가 평소 인터넷으로 무엇을 검색하는지,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사용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 단말기를 사용하는 부동산 업체 직원은 “전국 6억 명의 휴대전화 이용자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CCTV 취재진은 이 단말기를 통해 개인정보를 훔치는 과정을 포착했다. 단말기 주변 82.5∼90m 지점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이 결혼해 월세를 산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그의 소득과 교육 수준까지 나왔다. CCTV가 보도한 업체의 단말기만 중국 전역에 3만 개 이상이다. 쇼핑몰, 슈퍼마켓, 편의점, 빌딩 등에 숨겨두고 행인들의 스마트폰에서 개인정보를 빼갔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 통화로 “부분적 합의가 노딜(no deal)보다 낫다”고 설득하려 했던 11일(현지 시간)은 미국 행정부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이 일괄타결식 ‘빅딜’ 필요성을 역설하던 시점이다. 전화 통화는 이런 보도가 나온 직후에 이뤄졌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제안에 대한 거부도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북한의 태도가 분명치 않은 가운데 너무 성급하게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미국과 같은 위치에 서 있지 않다” 정부가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 제안과 단계적 비핵화 이행 방안 재고를 잇달아 요청한 것은 부분적 합의를 통해서라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와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가 최근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전략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충분히 괜찮은 거래(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란 개념을 꺼내든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북 협상의 키를 쥔 초강경파 볼턴 보좌관이 부분적 합의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취했는데도 한국 측이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이런 한국 정부의 시도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트럼프 대통령조차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무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북핵 협상 초기 ‘중재자’를 자처했던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도 강하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자신들과 같은 입장에서 북한에 통 큰 비핵화 결단을 끌어내려 하기보다 오히려 북한과 같은 편에서 미국을 설득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같은 위치에 있지 않다(not on the same page)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순서 배열 올바르게” 先비핵화 강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8일 캔자스주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비핵화 시기, 순서, 방법 등에 대한 여러 이슈가 있다”며 “북한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은 진짜지만 이는 북한의 검증된 비핵화에 뒤따라오는 것”이라며 ‘선(先)비핵화, 후(後)보상’ 원칙을 강조했다. 이어 북-미 회담 진전을 위해 △순서 배열을 올바르게 하고 △미국과 북한이 동의할 수 있으며 △한반도 긴장을 허무는 방식이 지켜져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15개월간 유예하고 있는데도 모든 제재를 유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주영철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이날 열린 군축회의에서 “(북-미) 양국 간 문제는 신뢰를 쌓으면서 하나씩 다뤄야 한다”며 이같이 밝히는 등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한편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 김형준 주러 북한대사 등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주요 대사들이 19일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고려항공을 타고 평양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