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석

임현석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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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현석 기자입니다.

lhs@donga.com

취재분야

2025-11-25~2025-12-25
미국/북미34%
국제일반22%
인사일반14%
중동6%
아시아6%
중국4%
국제정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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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4%
국제경제2%
  • 리라화 하루만에 15% 급락… 금융시장 ‘터키 쇼크’ 재연되나

    터키 리라화 가치가 하루 만에 15% 급락했다. 리라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지자 금융시장 일부에서는 3년 전 터키발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달러-리라 환율은 전 거래일에 비해 15% 상승(리라화 가치 하락)한 8.485리라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치(8.58)에 육박한 수준이다. 리라화 가치 하락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4개월 만에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면서 촉발됐다. 통화 정책과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터키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통화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맥스 린 냇웨스트마케츠의 신흥시장 통화전략가는 “외국인 투자가들은 낮은 금리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며 채권 등 터키 자산을 팔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경질된 중앙은행 총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대에도 취임 직후 10.25%였던 기준금리를 19%까지 끌어올렸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리라화 급락이 오전 한때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지금은 2018년 터키발 금융시장 불안과는 다른 상황이지만 오늘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등 일부 신흥국 환율은 약세를 보였다. 리라화 가치 하락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개헌으로 2033년까지 장기집권 토대를 연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는 부자만을 보호하는 시스템이며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고 밝히면서 중앙은행 외환 정책에 수시로 개입해 왔다. 주류 경제학과 달리 인플레이션 원인을 고금리에서 찾고, 정부가 중앙은행에 과도하게 관여하는 그의 경제 정책 스타일을 두고 ‘에르도가노믹스(Erdoganomics)’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9년 7월엔 금리 인하를 거부했다는 이유를 들어 무라트 체틴카야 당시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한 바 있다. 2018년 8월 미국이 자국 목사가 터키에서 간첩 혐의로 장기 구금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터키산 철강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올리면서 리라화가 폭락했을 때 체틴카야 전 총재는 그해 9월 금리를 24% 올리고 줄곧 동결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며 그를 공격했다. 후임인 무라트 우이살 총재도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경질됐다. 뒤를 이어 취임한 나지 아발 총재 역시 4개월 만인 20일 경질됐다. 이번 해임은 18일 기준금리를 17%에서 19%로 올린 것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박희창 ramblas@donga.com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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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丁총리 “아스트라 안전 문제없다 결론”… 전문가 “접종이 더 이익”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추가 검토한 뒤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예방접종의 실시 기준과 방법 등을 심의하는 질병관리청 산하 전문위원회다. 정부는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와 혈전 발생 사이의 특별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리자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통해 추가 검토를 실시했다. 그러나 EMA 발표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의 대응은 여전히 엇갈리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23일 65세 이상에 대한 접종 시작을 앞두고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민관위원회도 “백신 안전” 강조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며 “전날 소집된 위원회가 해외 평가 결과와 국내 이상반응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국내외의 과학적 검증 결과를 믿고 접종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당초 위원회 검토 결과는 22일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정 총리가 하루 먼저 언급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에서 2번째로 접종 후 혈전이 발견된 20대 남성의 사례는 EMA가 추가 조사 필요성을 밝힌 ‘매우 드문 특정 혈전증’으로 나타났다. 박영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브리핑에서 “(해당 환자는)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뇌정맥의 혈전증으로 보이는 영상의학적 소견이 확인됐다”며 “최종 진단명으로는 대뇌정맥동혈전증(CVST)”이라고 밝혔다. CVST는 EMA가 밝힌 ‘매우 드문 특정 혈전증’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해당 백신이 설령 CVST 등과 연관성이 있더라도 접종이 계속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교수, 엄중식·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21일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를 통해 “백신을 접종하는 이익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자체가 혈전 관련 질환을 잘 일으키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이런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독일 연구진 “혈전 원인 찾아, 치료 가능” 독일 슈피겔 등에 따르면 그라이프스발트 대학병원 연구진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혈전을 일으키는 항체 작용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19일(현지 시간) “백신 접종 후 뇌혈전 증상을 보인 7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항체가 혈소판과 작용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찾았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혈소판 활성화는 혈관이 손상됐을 때 발생하는데, 연구진은 백신 접종에 의해 생성된 항체가 혈소판을 활성화시켜 혈전을 생성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 면역글로불린(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약품)을 충분히 주사하면 뇌혈전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의료계에선 “검증이 더 필요하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추론”이라는 반응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면역글로불린은 마땅한 항바이러스제가 없을 때 쓸 수 있는 약제다. 가능한 치료법으로 보인다”며 “정식 치료법으로 가기 위한 첫 단서가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접종 재개 vs 중단, 엇갈리는 유럽 덴마크는 20일(현지 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의료인 2명에게서 혈전 및 뇌출혈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나머지 1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 2명 모두 백신을 맞은 지 14일 이내 이상이 발생했다. 당국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혀 접종 중단 조치의 연장 가능성도 시사했다. 핀란드 보건당국도 19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2명에게 10일 내 혈전이 생긴 사실을 확인했다”며 “접종을 29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반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총리들이 속속 접종에 나서고 있다.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19일 백신을 맞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역시 공개 접종 의사를 이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9일 런던의 한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김성규 sunggyu@donga.com·임현석·이지운 기자}

    •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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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경화’ 터키, 여성폭력 금지 ‘이스탄불 협약’ 탈퇴

    터키가 여성폭력 금지를 골자로 한 국제협약 ‘이스탄불 협약’에서 돌연 탈퇴하겠다고 20일 밝혔다. 2014년 발효됐고 터키, 유럽연합(EU) 주요국 등 총 45개 국가가 가입한 이 협약에서 탈퇴 의사를 밝힌 나라는 터키가 처음이다. 2003년부터 장기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 근본주의 및 우경화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전격 탈퇴를 감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이날 “이스탄불 협약은 이혼을 부추기고 전통적인 가족관을 파괴한다”며 탈퇴 이유를 밝혔다. 이스탄불 협약은 전통 문화 종교를 여성에 대한 폭력 행위의 명분으로 삼을 수 없으며 각국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결정이 알려지자마자 최대 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 이즈미르 등 전국 곳곳에서 여성들의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이들은 여성권익 신장 운동을 상징하는 보라색 깃발을 들고 “결정을 철회하고 협약을 비준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현지 인권단체들 또한 성명을 통해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희생된 터키 여성이 약 400명이며 올해도 78명이 숨졌다”고 우려했다. 독일, 프랑스 외교부 등도 터키의 결정을 비판하며 여성인권이 심각하게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인 보수 이슬람 세력을 의식해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가 공언한 정교분리 원칙을 깨고 강도 높은 이슬람 원리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표 관광명소 겸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성소피아박물관을 이슬람 사원으로 바꿔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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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는 악마” 전국민에 기도 강요한 탄자니아 대통령 별세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존 폼베 마구풀리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61세를 일기로 숨졌다. 최근 보름 넘게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건강이상설이 증폭됐으나 대통령실은 이를 극구 부인해왔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사마이 술루후 하산 부통령은 국영방송을 통해 “마구풀리 대통령이 약 10년간 앓아왔던 심장질환으로 인해 숨졌다”고 밝혔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이달 6일 심장질환 문제로 잠시 입원했다가 퇴원했으나 14일 건상 상태가 악화돼 병원을 다시 찾았고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신실한 기독교 신자인 마구풀리 대통령은 매주 일요일마다 공식 예배에 참석했다. 국영방송에도 일주일에 서너번씩 나올 정도로 외부 활동이 왕성했으나 지난달 27일부터는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로 인해 마구풀리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코로나19에 걸려 이웃국가 케냐를 거쳐 인도로 후송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화학교사 출신인 마구풀리 대통령은 지난해 수차례 “지금은 마스크에 의존할 때가 아니라 신에게 기도해야 할 때”라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엔 코로나19를 악마라고 지칭하며 이를 막기 위해 전국민이 종교시설에 모여 사흘간 기도하는 기간을 선포하기도 했다. 그동안 아프리카 지도자 중 유일하게 자국내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5월부터 감염자 수치 통계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탄자니아 정부는 백신 효능을 믿을 수 없다는 대통령 입장에 따라 백신 수입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1989년 지방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마구풀리 대통령은 교통부 장관 등을 거쳐 2015년 대통령에 당선됐고 지난해 10월엔 부정선거 논란 끝에 5년 임기 재선에 성공했다. 남은 임기는 하산 부통령 승계하며 취임시 동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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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수니파 아랍국 밀착으로 탄력받는 중동판 나토 구상

    《8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 구시가지에 있는 벤에즈라 유대교 회당. 평일임에도 여러 관광객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다.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도 보였다. 회당 내부에 유대교 상징물 ‘다윗의 별’이 새겨진 목걸이 등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관리인은 “무슬림 관광객이 의외로 많다. 기념품도 종종 구입한다”고 말했다.》 이집트는 약 1억200만 명 인구 중 8500만 명(83%)이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다. 수에즈 운하 소유권을 두고 영국, 이스라엘 등과 맞선 1956년 제2차 중동전쟁 당시에는 반이스라엘 감정이 극에 달해 자국 내 유대인을 추방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1970년부터 11년간 집권한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1918∼1981)은 국익을 이유로 적극적인 친미 노선을 폈다. 그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었고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탈환한 시나이반도를 돌려받았다. 이후 현재까지 이집트 정부는 유대인 문화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등 주요 도시에 있는 유대교 회당을 보수하고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힘쓰고 있다.바이든 행정부 거리 두기 파장1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이슬람국이 이스라엘과 부쩍 밀착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때도 이런 움직임이 보였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밀착 강도가 세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스라엘과 수니파 아랍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대중동 무기 판매, ‘공동의 적’ 이란 견제 등을 이유로 미국과 친밀하게 지냈다. 지난해 9, 10월 미국의 중재로 UAE, 바레인, 수단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핍박, 수니파 이슬람 국가의 자국 내 반대파 탄압 등을 모두 문제 삼으며 양쪽 모두에게 거리를 두자 연대를 통해 현 상황을 돌파하려 한다는 의미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파기했던 이란 핵합의(JCPOA)를 복원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양측의 밀착을 가속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우디와 UAE가 예멘 정부군을 편들며 내전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했다. 두 나라가 시아파 반군 후티와 대결한다는 명목으로 예멘 공습을 감행하는 바람에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 시절 추진했던 사우디와 UAE에 대한 최신식 무기 판매를 재검토하고 있다. 후티에 대한 테러조직 지정 계획을 철회했고 2018년 10월 암살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 배후로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했다. 모두 트럼프 행정부 시절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미국은 3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이집트 반체제 언론인 및 인권단체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31개국 공동 성명서에도 서명했다.국내 정치 혼란 돌파용 新협력양측의 자국 정치 현황 또한 서로의 밀착을 부추기고 있다. 23일 총선을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체 인구 930만 명 중 약 20%인 아랍계 유권자의 지지가 절실하다.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인 그는 1996∼1999년, 2009년∼현재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12월 연립정부가 붕괴한 후 집권 리쿠드당을 비롯한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이후 3차례나 총선을 치를 정도로 정치 혼란이 극심하다. 네타냐후는 지난해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명분으로 중도정당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를 끌어들여 가까스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면서 연정이 깨졌고 23일 최근 2년간 네 번째인 총선을 치른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에게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 등을 받아 2019년 11월 현직 총리 최초로 뇌물수수,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총선에서 패하면 곧바로 교도소에 갇힐 수도 있다. 집권 내내 자국 내 팔레스타인계를 거세게 탄압했던 그는 올해 1월엔 아랍계 밀집지역인 북부 나사렛을 찾았다. 현직 총리 최초로 UAE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9일 라디오 방송에서 “재집권하면 역내 국가와 더 많은 평화 협정을 맺겠다”고 공언하며 아랍권에 계속 유화 제스처를 보낼 뜻을 밝혔다. 아랍국 또한 이스라엘의 뛰어난 첩보 능력이 절실하다. 특히 ‘세계 최고 정보기관’이란 평을 얻고 있는 모사드의 힘을 빌려 자국 내 반대파를 견제하고 왕정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속내가 뚜렷하다. 바레인이 대표적이다. 왕실은 수니파, 국민 대다수는 시아파여서 왕실 측에서 사회 통제 목적으로 모사드의 힘을 빌리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요시 코헨 모사드 국장은 바레인을 찾아 양국 정보기관 협력을 논의했다. 모사드는 사우디와 UAE 등에 후티, 헤즈볼라 등 이란이 후원하는 시아파 반군에 관한 각종 정보를 넘겨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니파 왕정국은 이란식 이슬람 공화제 모델이 왕정을 위협할 것으로 보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데 필사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모사드를 통한 이스라엘과 아랍국의 물밑 협력이 지난해 UAE, 바레인과 이스라엘 수교의 밑바탕이 됐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11월 사우디 서부 네옴에서 비밀 회담을 가졌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도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2017년 이스라엘 보안업체 NSO그룹으로부터 정부 승인 없이 해외 판매가 불가능한 스마트폰 해킹 스파이웨어를 약 550만 달러(62억 원)에 구입해 반체제 인사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이스라엘-아랍 군사협력 가능성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최근 중동 매체들은 ‘중동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가능성을 집중 거론하고 있다. 2일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는 중동 걸프국과 특별 안보협정을 맺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아랍국의 군사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측의 군사 협력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017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UAE 바레인 카타르 등 중동 수니파 국가와 이스라엘이 반이란 군사 동맹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2017년 6월 사우디가 카타르의 친이란 성향을 문제 삼아 단교에 나서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다시 물밑 접촉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미국의 지지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수니파 군주국과 이스라엘이 일종의 자력갱생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임현석 카이로 특파원 lhs@donga.com}

    •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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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륙 못한 비행기…이스라엘 총리, UAE 가려다 외교적 약점만 노출

    이스라엘 베나민 네타냐후 총리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일정이 예상치 못했던 일들로 결국 취소됐다. 이스라엘 총리 사상 처음으로 11일 UAE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총리 아내가 갑작스레 병원에 실려가고 이웃나라 요르단도 하늘길을 열어주지 않아 방문이 취소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아랍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보여주려한 네나탸후 총리가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레츠 등 이스라엘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11일 UAE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방문해 UAE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아부다비 왕세자와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오전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끝내 이륙하지 못했다. 예루살렘포스트와 하욤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UAE로 비행기를 통해 가려면 요르단 영공을 거쳐서 가야하므로 승인이 필요한데 요르단은 11일 오전 이스라엘 비행편 이륙이 임박한 시점에 비행경로를 승인할 수 없다는 통보를 내렸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요르단의 후세인 빈 압둘라 왕세자가 비행 승인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후세인 왕세자는 10일 이스라엘이 실효 지배하는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이슬람 성지 템플마운트(아랍명 하람 알샤리프) 내 알아크사 모스크를 방문하려다가 이스라엘 군 당국으로부터 제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 왕세자가 예정된 것보다 많은 경호수행 인력을 데려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앞서 10일 밤엔 부인 사라 네타냐후가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 증세를 호소하며 예루살렘에 있는 에인케렘 병원에 입원해 11일 오전 맹장염 진단을 받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8월 UAE와 국교 정상화 이후 아부다비 방문을 타진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UAE와 바레인과의 관계 정상화를 포함해 걸프 아랍국과의 관계 개선을 자신의 최대 외교 성과라고 내세웠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8월 중동 아랍국가 중에선 3번째, 걸프지역 아랍국 중에선 처음으로 UAE와 국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이집트, 요르단과 외교관계를 맺었을 뿐 걸프만 이슬람 국가와의 국교는 UAE가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UAE와 국교 정상화 이후 지난해 10월 텔아비브와 아부다비를 잇는 항공편을 열고 아부다비에 대사관을 설치하는 등 관계 다지기에 힘써왔다. 이번 UAE 방문 추진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외교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우파 리쿠드당을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930만 인구 중 약 20%에 달하는 아랍계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 기획한 이벤트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달 23일 총선을 치른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UAE 측서 이스라엘 총선이 2주도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 방문에 난색을 표했으나 이스라엘 해외 담당 정보기관 모사드까지 나서서 UAE를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문 추진 과정에서 요르단이 이스라엘 항공편의 비행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외교적 약점만 노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네타냐후 총리와 경쟁하는 야권 지도자 베니 간츠 청백당 당수(현 국방장관)는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한 기간 동안 요르단과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96년~1999년에 이어 2009년부터 지금까지 총리로 재직하고 있다.카이로=임현석특파원 lhs@donga.com}

    • 202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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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총리, 11일 UAE 첫 공식 방문…왕세제와 회동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총리 역사상 처음으로 11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한다. 건국 이래 아랍국가들과 줄곧 적대관계를 맺어왔던 이스라엘은 지난해 UAE, 바레인과 수교하면서 관계 개선에 나섰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자신의 외교성과로 과시해왔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하루 일정으로 UAE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들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60)와 회동한다. 흔히 ‘MBZ’라고 불리는 무함마드 왕세제는 현재 와병중인 형 칼리프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73)을 대신해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실권자다. 네타냐후 총리와 무함마드 왕세제는 양국 ‘공동의 적’인 이란을 견제한다는 목표를 두고 머리를 맞대왔다. 지난해 이스라엘 신문 예디오트아흐로노트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의 해외 담당 정보기관 모사드를 이끄는 요시 코헨 국장과 함께 2018년 UAE를 비밀리에 방문해 MBZ와 회동했고, 이후 양국 정부간 접촉이 활발해졌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UAE를 방문하면 공식적으론 첫 방문이다. 이스라엘과 UAE는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중재로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전까지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이집트, 요르단과 관계를 맺었으나 걸프만 이슬람 국가와는 줄곧 적대해왔다. UAE도 1971년 건국 후 이스라엘과는 비행편도 두지 않고, 벽을 쌓아왔다. 양국이 지난해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로 군사·경제 분야 협력을 늘려나가고 있다. 국교 수립 이후 양국간 하늘길이 열렸고, 이스라엘은 올 1월 아부다비에 자국 대사관을 설치하며 접촉면을 늘렸다. 네타냐후 총리 UAE 방문은 이스라엘 총선을 12일 앞두고 이뤄지게 됐다. 당초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UAE를 공식 방문키로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국내 대응 등을 이유로 철회했다. 타임즈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국 내 아랍계 등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 UAE 방문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파 리쿠드당을 이끌고 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 등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UAE 방문에서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36)를 만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사우디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비공식적으로 사우디 신도시 네옴에서 만나 양국 관계 개선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해당 보도에 대해 중동 매체 알자지라 측은 사우디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무함마드는 UAE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카이로=임현석특파원 lhs@donga.com}

    • 202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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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난민 비극 일깨운 쿠르디 부친 만나 위로

    5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이라크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85)이 마지막 날인 8일 시리아 난민 비극을 전 세계에 알린 세 살짜리 알란 쿠르디의 부친 압둘라 씨(46)를 만나 위로했다. 난파로 숨진 알란의 시신은 2015년 9월 터키 서부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서 평화롭게 잠자는 듯한 모습으로 발견돼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구의 거점 도시 에르빌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한 교황이 이후 압둘라 씨와 비공개로 만나 가족을 잃은 슬픔과 난민 문제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교황청은 “교황이 압둘라 씨와 긴 시간을 보냈다. 그 역시 난민과 이주민의 고통에 귀 기울여준 교황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쿠르드족인 압둘라 씨 일가족은 원래 시리아 북부 코바니에 거주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로 생계와 안전을 위협받자 이웃 터키로 도피했다. 이곳에서 난민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유럽연합(EU) 소속국인 그리스로 건너가려고 난민선을 탔다가 변을 당했다. 배가 파도에 뒤집히는 바람에 압둘라 씨는 알란, 5세 장남, 아내를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았다. 압둘라 씨는 당초 여동생이 있는 캐나다에 정착하려 했지만 이를 포기하고 이라크에 정착해 어린이 난민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을 호소해 왔다. 2019년부터 독일 자선단체와 협력해 난민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직후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을 방문하며 전 세계에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과 관용을 호소했다. 람페두사는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의 중간 기착지로 이탈리아 정부가 이곳의 난민시설에서 수용자들을 탄압한다는 비판이 종종 제기된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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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일머니-정략결혼으로 사회불만 잠재우는 절대권력[글로벌 포커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에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6)가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보고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군주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72)의 딸 라티파 공주(36)가 아버지의 학대를 폭로한 동영상 등으로 전제군주가 지배하는 중동 왕실의 어두운 면모가 주목받고 있다. 21세기 문명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전근대적 사건이 잇따라 터지는데도 내부에서 이렇다 할 반정부 시위 조짐이 보이지도 않는다. 오래전 입헌군주제를 택한 서구 왕실은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생전 양위(讓位·왕의 자리를 물려줌), 여성 승계, 방계 왕족 정리 등에 나섰다. 그런데도 왕실 폐지 여론에 고심하고 있다. 중동에는 왜 이런 움직임이 없을까.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 국경선조차 없이 부족 체제로 지내면서 국민들이 권력자의 권위주의 통치에 익숙해진 데다 주요국 왕실이 오일머니로 막대한 돈을 뿌려 국민 불만을 잠재운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석유에 의존하는 산업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이런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절대권력의 아랍 8개국 군주 전 세계에는 영국, 일본, 태국, 스페인 등 45개 군주국이 있다. 대부분 입헌군주제를 택했지만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오만,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요르단, 모로코 등 아랍권 8개국만 군주를 견제할 의회 세력 등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하다. 겉으로는 입헌군주제를 표방한 나라조차 실상은 전제군주제란 뜻이다. 사우디에는 아예 의회가 없다. 오만은 의회가 있지만 국왕이 총리를 겸한다. 요르단은 국왕이 총리를 임명한다. 바레인은 법안 거부권이 있는 상원 40명 전부를 국왕이 임명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법을 뒤집을 수 있다. 바레인과 모로코 왕실은 2011년 이른바 ‘아랍의 봄’으로 불린 민주화 시위 당시 왕실 권력 축소를 주장한 시위대를 탄압했다. 아부다비, 두바이 등 7개 토후국 연합인 아랍에미리트에는 의회 역할을 하는 연방평의회가 있지만 내각이 제출한 법안을 심의할 뿐 왕실 인사가 대부분인 행정부를 견제하지는 않는다. 대신 7개 토후국이 서로 견제하면서 특정 토후국의 전횡과 독단을 막고 있다. 카타르는 아랍권 최초로 생전 양위제를 도입했다.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현 국왕(41)의 부친 하마드 전 국왕(69)은 2013년 아들에게 왕권을 물려줬다. 하마드 전 국왕은 천연가스와 석유에 의존하는 카타르의 산업 다각화를 주도했고 여성 참정권 부여, 알자지라 방송 설립, 2022년 월드컵 유치 등 다방면의 성과를 낸 일종의 계몽군주로 꼽힌다.○ 권력자에게 복종하되 부는 분배 아랍 왕실이 절대왕정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로 권력과 재산을 일정하게 나눠주되 부족 내부의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유목문화의 전통이 거론된다. 오아시스를 찾아 떠돌며 생사고락을 같이하다 보니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 체제가 정착됐고 부족 구성원들 또한 전투력을 앞세운 유력 가문에 복종하는 것을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유력 가문 역시 부와 권력을 적절하게 배분하고 정략결혼 등을 통해 불만을 차단했다. 사우디를 통치하는 사우드 가문이 이 방식으로 집권했다. 초대 이븐사우드 국왕(1875∼1953)은 아라비아반도 군소 부족을 통합해 1932년 건국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 ‘슈라’에서 주요 부족과 왕족의 전원합의제를 지향해 이견을 잠재우고 왕실 권위를 높였다. 또 정략결혼을 거듭해 알려진 것만 부인이 22명, 아들이 45명이다. 무함마드 왕세자 같은 손자대에는 왕자를 자처하는 사람만 1000명이 넘는다. 이븐사우드 국왕이 1953년 숨지기 전 유언으로 남긴 ‘형제 세습’ 역시 권력 분배 목적으로 이뤄졌다. 7대 국왕이자 이븐사우드 국왕의 25번째 아들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현 국왕(86)에 이르기까지는 형제 세습을 통한 권력 분배가 이뤄졌다. 하지만 2017년 국왕의 아들 무함마드 왕세자가 원래 왕위 계승자였던 사촌형 무함마드 빈 나이프 왕자(62)를 몰아내고 부자(父子) 세습을 본격화하면서 내부 갈등이 커졌다. 실권을 잡은 무함마드 왕세자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리주의 성향의 와하비즘 율법학자들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성 운전 허용 등 개혁 정책을 단행하며 계몽군주를 자처하려 했다. 이로 인한 이슬람 보수세력의 불만이 커진 가운데, 거듭된 숙청에도 왕위 경쟁자인 삼촌, 사촌, 이복형제 등이 넘쳐나고 저유가 등으로 국민 불만이 높아지자 카슈끄지 살해 승인 같은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쿠웨이트 역시 초대 무바라크 국왕(1837∼1915)의 두 아들인 자비르, 살림 가문이 교대로 세습하는 체제를 택했다. 오만은 1970년 건국 후 지난해 1월까지 카보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 국왕(1940∼2020)이 줄곧 통치했다. 평생 독신으로 지낸 카보스 국왕이 사망하자 왕족 회의에서 사촌 하이삼 빈 타리끄 알 사이드 왕자(67)를 새 국왕으로 추대했다. 오일머니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중동 전문가 마이클 로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1980년부터 2013년까지 산유국이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한 비율이 비산유국의 4분의 1에 불과했다며 이를 ‘원유의 저주(oil curse)’로 진단했다. 넘쳐나는 오일머니로 각계각층의 불만을 잠재우고 사회 전체가 이에 길들여졌다는 의미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일일 원유 생산량 8234만 배럴 중 약 23%(1919만 배럴)를 이 8개국이 담당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요국 왕실은 왕위 계승 가능성이 없는 왕족에게도 월급 형태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국민들에게는 각종 보조금을 뿌려 내부 반발을 잠재우고 있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1990년대 사우디 왕실 재무 문서를 보면 당시에도 초대 국왕 이븐사우드의 아들은 월 최대 27만 달러, 손자와 증손자들은 최대 월 8000달러를 받았다. 당시 사우디 공공지출의 약 5%가 왕실 배당금으로 쓰였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정치 체제가 확 바뀌려면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필요한데 왕실이 오일머니로 민심을 샀고 자유로운 비판을 막고 있기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장(석좌교수) 역시 “서구 관점에서는 현대 민주주의 체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이권 배분을 통해 나름의 합리적인 권력 분점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 억압받는 여성 왕족 아랍 여성 왕족은 이런 문화의 또 다른 피해자로 꼽힌다. 왕위를 계승할 수 없고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알려진 것만 부인이 6명, 자녀가 30여 명인 막툼 두바이 군주는 여러 부인과 딸이 그로부터 도망친 사실이 드러났다. 2018년 부친을 피해 미국으로 달아나려다 붙잡힌 라티파 공주는 지난달 16일 영국 BBC 다큐멘터리에 등장해 도움을 호소했다. 비좁은 화장실 변기 위에 쪼그려 앉아 “아버지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라티파 공주의 알제리 출신 어머니도 막툼으로부터 도망쳤다는 설이 있다. 공주의 언니 샴사 공주(40) 역시 2000년 “여자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영국으로 달아났지만 특수부대원에게 붙잡혀 두바이로 끌려온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샴사 공주가 8년 이상 감금됐다는 설도 나돈다. 라티파 공주는 언니가 학대받는 모습을 보고 탈출을 준비했으며 2002년 처음 탈출을 시도했다. 당시 오만 국경에서 붙잡힌 그는 두바이로 돌아온 후 3년 6개월간 감금됐고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막툼의 6번째 아내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59)의 여동생인 하야 빈트 후사인 왕비(47) 역시 두 자녀를 데리고 2019년 영국으로 탈출했다. 그는 영국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남편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요르단 국가대표 승마 선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을 지낸 그는 억압적인 왕실 분위기를 견디지 못했다. 막툼의 첫 번째 아내로 1970년대 말 이혼한 레바논 출신의 란다 빈트 무함마드 알 반나(65) 역시 최근 “막툼이 내가 낳은 딸을 40년 넘게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4월 사우디 2대 국왕 사우드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1902∼1969)의 딸 바스마 빈트 공주(57)도 “당국으로부터 이유 없이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역시 영국 유학파로 전용기까지 보유한 특권층이지만 여성 인권 보호 등을 주장했다가 왕실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저유가로 원치 않는 변화 맞을 수도 저유가로 아랍 왕실이 예상보다 빠른 변화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011년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 유가가 현재 50, 60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산유국 왕실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8개국 중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이 높은 카타르(5만1885달러), 아랍에미리트(3만1948달러) 등은 나머지 6개국보다 산업 다각화에서도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사우디(1만9587달러), 오만(1만4423달러), 모로코(3120달러) 등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석유조차 없는 요르단에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든 국민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1월 ‘아랍의 봄’ 10주년을 조명하는 기사에서 “아랍의 봄이 흐지부지된 것은 당시 고유가를 바탕으로 산유국 정부가 각종 지원 정책을 내세워 불만을 누그러뜨렸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중동이 진짜 세계의 화약고가 됐다고 진단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랍 왕실 역시 탈석유, 여성 인권 등 경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부족장 문화 DNA’가 워낙 강하다 보니 주저하고 있다. 수백 년간 시민에게 권리를 나눠준 경험이 없기 때문에 권력 분배를 일종의 ‘생살을 뜯어내는 아픔’으로 인식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혜안을 가진 계몽군주라면 영국의 명예혁명처럼 개혁을 강화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국민 불만이 폭발해 피바람이 불 수 있다”고 덧붙였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 김예윤 기자}

    • 2021-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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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멘 반군, 사우디 석유시설 미사일 공격

    예멘의 시아파 무장반군 후티가 4일 사우디아라비아 2대 도시 제다에 있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저장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예멘 남서부를 장악한 후티가 정부군의 최후 보루로 알려진 북부 중심 도시 마리브의 상당 부분을 장악해 정부군이 붕괴 직전에 몰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와 달리 출범 후 후티에 유화적 태도를 취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예멘 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후티는 성명을 통해 “사우디가 예멘에서 행한 6년간의 군사작전에 보복하는 의미로 아람코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내전을 벌이고 있는 후티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에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을 감행해 왔다. 특히 군사기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떨어지고 사우디 경제의 근간인 아람코가 주 공격 대상이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측은 3일 “마리브 대부분을 우리 군이 장악한 상태”라며 “14개 구역 중 12개 구역을 점령했고 나머지 2개 구역에서도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와 밀착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후티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려 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주의를 이유로 이를 철회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 20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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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멘 무장반군, 사우디 석유저장 시설 미사일 공격

    예멘의 시아파 무장반군 후티가 4일 사우디아라비아 2대 도시 제다에 있는 국영석유사 아람코의 석유저장 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예멘 남서부를 장악한 후티가 정부군의 최후 보루로 알려진 북부 중심도시 마리브의 상당부분을 장악해 정부군이 붕괴 직전에 몰렸다는 보도도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와 달리 후티에 유화적 태도를 취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후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우디가 예멘에서 행한 6년간의 군사작전에 보복하는 의미로 아람코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후티는 지난해 11월에도 이 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다만 핵심 정유시설이 위치한 사우디 동부와는 약 1000㎞ 떨어져 국제 유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부터 내전을 벌이고 있는 후티는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수니파 맹주 사우디에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을 감행했다. 특히 군기지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어가 취약하고 사우디 경제의 근간인 아람코가 주 공격 대상이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측은 3일 “마리브 대부분을 우리 군이 장악한 상태”라며 “14개 구역 중 12개 구역을 점령했고 나머지 2개 구역에서도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아랍에메리트(UAE) 등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은 주요 유전지대인 마리브 일대에 고립된 상태여서 마리브가 함락되면 사실상 정부군이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밀착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후티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려 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주의를 이유로 이를 철회했다. 하지만 후티가 이를 정부군 공격 강도를 높이면서 더 많은 민간인만 희생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 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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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사우디 왕세자 경호부대 해체 요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측에 휘하의 왕실 경호부대 신속개입군(RIF·Rapid Intervention Force)을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카슈끄지 사건에 RIF 소속 요원 7명이 투입된 사실이 밝혀진 데다 미 안팎에서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직접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 기자회견에서 “RIF를 해체하고 반체제 인사에 대한 (왕실의) 활동과 작전이 완전히 중단되도록 제도적 개혁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RIF가 원래 목적인 경호 업무가 아닌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적 암살 및 납치에 동원되고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내비친 셈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RIF는 정예 첩보요원과 군부대 엘리트 등 약 50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왕위 계승자가 된 2017년 그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서방 정보당국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촌형 겸 당시 왕위 계승자였던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자를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정보기관과 친위부대 성격을 합친 일종의 비밀공작팀인 RIF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RIF는 카슈끄지 같은 왕세자 비판 세력을 국내외에서 암살하고 해외의 반체제 인사를 비밀리에 사우디로 납치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2017년 11월 왕위 계승 상위 서열인 만수르 빈 무끄린 왕자가 헬리콥터로 이동하던 중 의문의 추락사를 당하자 RIF가 그를 미사일로 요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우디 당국이 2018년 국내 인권운동가를 잡아들여 고문했을 때도 RIF의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 전 사우디 정보요원 겸 나예프 전 왕세자의 측근인 사드 알 자브리는 최근 “신변 위협으로 2017년 캐나다로 망명한 뒤에도 RIF 요원으로부터 ‘당신을 찾아내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는 등 수시로 암살 위협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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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금융제재 해제없인 대화 없다”…美-EU의 비공개 회담 거절

    이란이 미국과 핵합의(JCPOA) 복원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당사국간 비공식 회담을 통해 대화 물꼬부터 트자는 유럽 측의 중재안도 거부했다. 이란에 부과한 금융제재를 먼저 해제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완고한 입장으로, 선제재 해제는 없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 부담이 커지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유럽 3개국(독일, 프랑스 영국)의 최근 발언 등으로 볼 때 핵합의 관련 비공식 회담을 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 역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패한 ‘최대 압박’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고, 핵합의 이행을 위한 행동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미국 측의 대이란 제재와 압박 정책을 대화 거부 이유로 거론했다. 앞서 압바스 아락이 이란 외교차관은 지난달 21일 이란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이란과 미국을 포함한 비공식 회담을 제의해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비공식 회담 제의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도 EU 측이 중재할 경우 회담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중재안이 핵합의 복원 묘안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과적으로 미국의 협상 계획도 꼬이게 됐다. 미 백악관은 “양측이 이란 핵합의를 되살릴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외교를 다시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JCPOA는 2015년 미국 등 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 이란이 함께 체결한 합의로, 이란의 핵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미궁의 대이란 금융제재를 풀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갈등 끝에 2018년 이를 일방 파기한 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복원한다는 계획을 밝혀왔으나 이란 측과의 협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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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모든 성인 ‘아스트라’ 접종”… 佛도 고령층 허용할듯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허용을 둘러싼 각국의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 방안에 대한 논의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모든 성인에게 맞히기로 했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이날 ‘18세 이상’을 조건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승인했다. 연령 상한의 제한을 따로 두지 않았다. 프랑스 내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근 과학계 연구에 비춰볼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은 입증됐다. 내 차례가 됐을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제공된다면 기꺼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마크롱 대통령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18∼64세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허용한 독일도 조만간 고령층 접종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변화는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팀이 스코틀랜드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연구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의 중간발표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자의 중증 예방 효과가 80%로 나타났다. 최종 연구 결과는 이달 중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역시 고령층 접종을 보류했던 한국 정부도 스코틀랜드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최종 연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내부 검토를 거쳐 아스트라제네카 고령층 접종 여부를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3월 말 미국 임상시험 결과 발표까지 기다리겠다던 당초 계획을 앞당긴 것이다. 전문가들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를 입증하는 다른 연구 결과가 충분하다면 굳이 고령자 접종 결정을 미룰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은 “65세 이상의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종사자에 대해선 접종 의향 조사까지 마친 상황”이라며 “결단만 내린다면 단기간 내에 이들에 대한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지운 easy@donga.com·유근형 기자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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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주사기 쓰면, 화이자 1병당 접종자 6 → 7명 늘려 속도전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8일로 사흘째 접어든 가운데 이른바 ‘한국형 주사기’를 통해 접종 횟수를 늘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 주사기는 접종 후 남은 백신의 양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소 잔여형(Low Dead Space·LDS) 주사기’를 말한다. 현재 확보한 백신 물량의 접종 인원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의료계는 현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8일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국내 업체가 개발한 LDS 주사기는 피스톤과 바늘 사이의 공간이 거의 없다. 폐기할 수밖에 없는 공간 속 잔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예컨대 화이자 백신 원액 분량은 해동하면 0.45mL 정도이다. 여기에 1.8mL의 생리식염수를 섞으면 총량이 2.25mL가 된다. 1회 접종 용량을 0.3mL로 하고 폐기량을 최대한 줄이면 1병당 최대 7회까지 접종이 가능해진다. 마찬가지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기존 10회에서 11∼12회까지 접종 횟수를 늘릴 수 있다. 이 경우 화이자 백신 초도물량(5만8500만 명)을 기준으로 약 1만 명을 더 접종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1분기(1∼3월) 우선 접종 대상(약 78만 명)을 기준으로 최대 15만6000명까지 늘릴 수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달 27일 전국의 접종 현장에 이 주사기를 활용해 백신 잔여량이 있으면 추가 접종을 해도 된다는 ‘예방접종 실시방법 안내’ 공문을 보냈다. 그 대신 접종 횟수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이 주사기를 활용한 접종 인원 늘리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1회 접종 용량을 0.3cc(mL)로 하면 7인분이 나온다. 주사기도 좋고, 간호사 기술도 워낙 괜찮아서 그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총리는 “6인분이 다 안 나오고 5.5인분 되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다. ‘우리 간호사들 실력이 뛰어나니 믿어도 되겠지’ 했는데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확인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혼란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8일 “처음 6명 분량을 부정확하게 추출하면 7번째 환자는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며 “1병당 접종자 수를 최대치로 고정하고 빡빡하게 진행하면 현장에서 오류가 생기고 피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접종은 허가된 방법대로 해야 한다. 7명에게 접종하려면 최소한 우리 당국에서 먼저 검증하고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28일 “잔량이 남을 경우만 추가 사용하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집단면역을 앞당기려면 초반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4.6%) 프랑스(4.3%), 이탈리아(4.5%) 등 우리보다 먼저 접종을 시작했지만 아직 접종률이 5% 이하에 머물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3차 팬데믹(대유행)’이 우려될 정도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기준 신규 확진자가 3만1519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도 지난달 26일 신규 확진자가 2만466명으로 같은 달 22일(9630명)보다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유럽 국가들은 우리보다 접종 시작이 빨랐지만 속도전에 실패하고, 심리방역까지 무너지면서 ‘백신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유럽처럼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초반 접종률을 높여 국민의 두터운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이지운 기자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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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카슈끄지 암살 배후’ 사우디 왕세자 면죄부 논란

    미국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라고 결론을 내면서도 그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후 줄곧 강조했던 인권의 가치와 충돌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1일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엔 카슈끄지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우디를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지난달 26일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DNI는 이 보고서에서 “왕세자는 (카슈끄지 암살에 관여한) 왕국 경호팀을 절대적으로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왕세자의 승인 없이 이런 종류의 작전이 수행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왕세자가 이 작전을 ‘승인했다(approved)’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을 찾았다가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그 후 사우디 당국은 카슈끄지 살해 혐의로 8명을 기소했고 이들은 지난해 9월 징역 7∼20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입 여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같은 사우디 사법당국의 재판 결과는 사건의 배후를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 왔다. 미국 정보당국의 이번 보고서 공개로 사우디 왕세자가 암살 사건에 책임이 있었다는 게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도 정작 무함마드 왕세자에게는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점이다. 미 행정부는 보고서 공개의 후속 조치로 무함마드 왕세자 경호담당자, 전직 관료 등 사우디 시민권자 76명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명단에 왕세자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새 행정부 들어 중동 내 정세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미국이 동맹국 사우디 왕실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정치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왕세자를 제재하면 미국 무기의 사우디 수출 등 군사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미 당국의 고려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과 유엔 등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슈끄지가 생전에 칼럼을 써왔던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왕세자는 살해 혐의에서 유죄다”라며 “바이든은 그에게 면죄부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인권특별보고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왕세자에게 다른 범죄자들에게 한 것처럼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정부는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승인했다는 미 정보당국의 보고서 결론에 대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보고서는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된 허위로, 이런 부정확한 결론을 내린 사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뉴욕=유재동 jarrett@donga.com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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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카슈끄지 암살배후 사우디 왕세자 면죄부 논란

    미국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라고 결론을 내면서도 그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후 줄곧 강조했던 인권의 가치와 충돌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1일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엔 카슈끄지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우디를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지난달 26일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DNI는 이 보고서에서 “왕세자는 (카슈끄지 암살에 관여한) 왕국 경호팀을 절대적으로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왕세자의 승인 없이 이런 종류의 작전이 수행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왕세자가 이 작전을 ‘승인했다(approved)’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을 찾았다가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그 후 사우디 당국은 카슈끄지 살해 혐의로 8명을 기소했고 이들은 지난해 9월 징역 7~20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입 여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같은 사우디 사법당국의 재판 결과는 사건의 배후를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 왔다. 미국 정보당국의 이번 보고서 공개로 사우디 왕세자가 암살 사건에 책임이 있었다는 게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도 정작 무함마드 왕세자에게는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점이다. 미 행정부는 보고서 공개의 후속 조치로 무함마드 왕세자 경호담당자, 전직 관료 등 사우디 시민권자 76명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명단에 왕세자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새 행정부 들어 중동 내 정세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미국이 동맹국 사우디 왕실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정치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왕세자를 제재하면 미국 무기의 사우디 수출 등 군사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미 당국의 고려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과 유엔 등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슈끄지가 생전에 칼럼을 써왔던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왕세자는 살해 혐의에서 유죄다”라며 “바이든은 그에게 면죄부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인권특별보고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왕세자에게 다른 범죄자들에게 한 것처럼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정부는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승인했다는 미 정보당국의 보고서 결론에 대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보고서는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된 허위로, 이런 부정확한 결론을 내린 사실이 안타깝다”고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카이로=임현석특파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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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65세 이상에도 아스트라 백신 접종 허용 할듯

    독일과 프랑스가 고령층 접종 효과를 두고 논란이 제기됐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백신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확보한 백신을 재고로 쌓아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커진데다가, 고령자와 관련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 자료가 추가로 확보됐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 언론 가디언 등에 따르면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예방접종위원회 토마스 메르텐스 위원장은 2월 27일(현지 시간) 공영방송 ZDF에 출연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65세 이상에게도 허용 가능하며 곧 새로운 권고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독일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임상시험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접종 연령을 18~64세로 권고한 상태다. 독일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초기 확보 물량 140만 회분 중 4분의 1 수준인 약 36만 회분만 소진됐고, 이로 인해 접종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은 스코틀랜드에서 진행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 상세 결과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영국 에든버러대와 보건당국이 스코틀랜드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114만 명의 데이터를 일부 공개했는데,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례를 조사한 결과 1차 접종을 마친 경우 65~79세는 접종 5주 차에 입원 위험이 79% 줄었고, 80세 이상은 입원 위험이 81%로 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75만 명이 포함된 자료로 스코틀랜드는 미국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중이다. 두 백신 모두 고령층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2월 25일 “최근 과학계 연구에 비춰볼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은 입증됐다. 내 차례가 됐을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제공된다면 기꺼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카이로=임현석특파원 lhs@donga.com}

    • 202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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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첫 군사행동… 시리아 친이란 민병대 공습

    미국이 25일(현지 시간) 시리아 지역에 공습을 단행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군사행동에 나선 첫 사례로 이라크 내 미군기지가 로켓포 공격을 받은 데 대한 보복 차원이다. 미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군이 시리아 내 친(親)이란 민병대 시설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공습은 최근의 이라크 내 미국 및 연합군 요원들에 대한 공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승인됐다”며 “동맹 파트너들과의 협의 등 외교적 조치와 함께 비례적으로 군사 대응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작전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동맹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시아파 민병대인 카타입헤즈볼라(KH) 등 친이란 민병대가 사용하는 시리아-이라크 국경지대 건물이 다수 파괴됐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날 “최소 17명의 친이란계 민병대 세력이 숨졌다”고 밝혔다. 공습을 받은 민병대는 15일 이라크 에르빌에 있는 미군기지를 로켓포로 공격한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왔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 202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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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美-동맹 공격하면 응징’ 메시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5일(현지 시간) 시리아 내 친(親)이란 민병대 공습을 단행함으로써 미국과 동맹을 공격하는 외부세력을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군사행동인데 미국과 핵협상을 앞둔 이란뿐 아니라 북한 등 다른 적대국에도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권도 “미국에 대한 공격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이번 공습을 지지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공습이 15일 이라크 내 미군기지가 공격받은 데 대한 ‘비례적 군사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내 미군 시설에 대한 공격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펜타곤의 판단이다. 대표적 민병대인 카타입헤즈볼라(KH)는 중동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세력으로, 그동안 수시로 이라크 내 미군기지와 시설을 겨냥해 로켓포 공격을 감행해 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공습 직후 “우리가 겨냥한 목표에 자신감이 있고, 우리가 이를 맞혔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공습 결정은 미국이 역내 군사적 개입을 확대하려는 신호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라크 내 미군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에서의 개입은 축소하는 대신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는 외교안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공격은 신중하게 계산돼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당초 국방부는 더 큰 규모의 공격을 검토했다고 한다. 이번 공습은 미국과 핵협상을 앞두고 있는 이란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이익을 공격하는 것으로는 협상의 지렛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이란에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다만 향후 이란과의 핵협상을 감안해 공격 수위는 조절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란과의 긴장을 고조시킬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15일 이라크 내 미군기지 로켓포 공격과 관련해 “이란 정부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 202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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