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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31)가 4년 전 같은 혐의로 입건됐을 때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의심을 받아온 경찰들이 피의자로 입건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2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황 씨는 2015년 9월 마약 투약 등의 혐의로 대학생 조모 씨와 함께 입건됐다. 하지만 경찰은 조 씨만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하고 황 씨는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 경찰은 2017년 6월 황 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황 씨는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조 씨의 1심 판결문에 기록된 범죄사실에는 황 씨가 조 씨에게 필로폰을 건네고 투약도 도운 것으로 나온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 씨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제기됐다. 지능범죄수사대는 2015년 당시 종로경찰서 소속으로 황 씨 사건을 맡았던 A 경위의 집과 차량 등을 22일 압수수색해 컴퓨터와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황 씨 사건을 함께 담당했던 B 경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33)를 22일 세 번째로 불러 조사했다. 황 씨와 연인 관계였던 박 씨는 황 씨에게 마약을 권유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황 씨가 6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때 자신에게 마약을 권유한 사람으로 박 씨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22일 조사에서도 마약 투약 및 권유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 씨와 황 씨가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이번 주에 대질신문을 할 방침이다.김재희 jetti@donga.com / 수원=이경진 기자}
한국외국어대는 19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서울캠퍼스 애경홀에서 개교 65주년 기념식을 열고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과 최종현 전 주네덜란드 대사에게 허프스어워드(HUFS Awards·한국외국어대상)를 수여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상은 한국외국어대의 명예를 높이고 발전에 기여한 동문에게 주어진다. 권 부회장은 현대오일뱅크 1% 나눔재단을 설립해 기부 문화에 앞장선 공로를, 최 전 대사는 한국외국어대 외교부 동문회장으로서 멘토 역할을 충실히 하며 발전기금 모금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31)가 4년 전 같은 혐의로 입건됐을 때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의심을 받아온 경찰들이 피의자로 입건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2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황 씨는 2015년 9월 마약 투약 등의 혐의로 대학생 조모 씨와 함께 입건됐다. 하지만 경찰은 조 씨만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하고 황 씨는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 경찰은 2017년 6월 황 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황 씨는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조 씨의 1심 판결문에 기록된 범죄사실에는 황 씨가 조 씨에게 필로폰을 건네고 투약을 도운 것으로 나온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 씨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제기됐다. 지능범죄수사대는 2015년 당시 종로경찰서 소속으로 황 씨 사건을 맡았던 A 경위의 집과 차량 등을 22일 압수수색해 컴퓨터와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황 씨 사건을 함께 담당했던 B 경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33)를 22일 세 번째로 불러 조사했다. 황 씨와 연인 관계였던 박 씨는 황 씨에게 마약을 권유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황 씨가 6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때 자신에게 마약을 권유한 사람으로 박 씨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22일 조사에서도 마약 투약 및 권유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 씨와 황 씨가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이번 주 중에 대질신문을 할 방침이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수원=이경진기자 lkj@donga.com}

5명의 희생자를 낸 경남 진주 방화·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42·구속)의 가족이 사건 발생 약 2주 전부터 안인득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려 했지만 제도의 벽에 막혀 모두 무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인득이 2011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진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68차례에 걸쳐 조현병 치료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안인득은 2010년 행인에게 시비를 걸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넘겨진 재판에서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받은 이후 5년 6개월간 정신질환 진료를 받은 것이다. 경찰은 안인득이 병원 진료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조사 중이다.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로는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이 있다. 하지만 안인득은 세 가지를 모두 비켜 갔다. 일각에서는 정신질환자의 입원에 수사기관이 강제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인득은 지난달 10일 도로에서 행인을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한 혐의로 진주경찰서에 피의자로 입건됐다. 안인득의 조현병 증세가 심각해졌다고 판단한 가족은 안인득을 강제 입원시키기로 했다. 정신건강복지법상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하면 환자 본인의 동의 없이도 ‘보호입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안인득의 형이 찾은 정신의료기관에서는 안인득을 받아주지 않았다.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전문의 2명의 진단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의 진단을 받으려면 환자가 병원을 직접 방문해 대면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안인득은 ‘병원에 가자’는 형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19일 본보와 만난 안인득의 남동생은 “형은 ‘엄마가 밥에 독을 탔다. 가족들이 날 해코지하고 감시한다’며 의심했다. 가족들을 향해 흉기를 들기도 했다. 병원에 가서 진단받자고 하는 설득이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형은 이달 4일 진주서를 방문해 안인득을 강제 입원시킬 방법을 문의했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가할 위험이 큰 사람에 대해 의사 1명과 경찰관 1명의 동의가 있으면 정신의료기관에 3일간 입원시킬 수 있는 ‘응급입원’ 제도가 있다. 그러나 경찰에서도 “응급입원을 시킬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안인득이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위협이 큰 상태’라고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게 이유다. 경찰에 따르면 안인득은 지난해 9월 이후 세 차례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지만 이때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라며 모든 혐의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진주서 관계자는 “9번의 미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10번째에 살인을 저지를지 경찰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며 “인권침해 논란으로 옷을 벗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인득의 가족은 마지막으로 ‘행정입원’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의 힘을 빌려 보려 했지만 이때도 ‘전문의 진단’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정신건강전문요원은 타인을 해치거나 자해 위험이 높은 정신질환자가 발견됐을 때 자치단체에 환자에 대한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지자체는 입원이 필요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을 근거로 지정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을 의뢰한다. 행정입원을 위해서도 전문의 2명의 진단이 필요한데 안인득이 병원에 가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진단을 받을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이 강제입원을 위한 이송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수사기관, 특히 경찰이 강제입원을 위한 이송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환자가 전문의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진주=이소연 always99@donga.com·김재희 기자}

경남 진주시 ‘묻지 마 방화·살인사건’ 희생자 유족들은 경찰청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발인을 무기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19일 오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진주시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번 사건이 국가적 인재로 발생한 점을 인정하고 국가기관이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이 점이 이행되지 않으면 발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유족 측은 “공식 사과문을 받고 싶은 국가기관은 경찰청이지만 진주경찰서장이라도 공식 사과문을 주면 수용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국가기관의 확실한 대응과 대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8차례나 피의자 안인득(42)의 난동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참사가 발생했다고 유족들은 보고 있다. 이날 치르려 한 희생자 3명의 발인과 20일로 예정된 다른 2명의 발인은 경찰청장이나 진주경찰서장의 공식 사과 표명 이후로 미뤄졌다. 경찰이 얼굴 공개를 결정해 이날 마스크와 모자를 쓰지 않고 취재진 앞에 선 안인득은 “죄송한 말씀 드린다”면서도 “저도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해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이익을 당해와 화가 날 대로 났고 경찰과 국가에 하소연을 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변명을 늘어놨다. 그는 “잘못한 점은 당연히 법적으로 처벌받겠다”고 했다.진주=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으로 함께 살던 사촌동생을 잃은 염모 양(18)은 이날 밤 환청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화재경보 소리를 듣고 사촌동생 금모 양(12), 이모(41)와 함께 계단으로 대피하던 염 양은 방화살인 피의자 안인득 씨가 휘두른 흉기에 사촌동생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봤다. 염 양은 이날 밤 귀에 손을 댔다 뗐다 하면서 “이게 진짜야? 이게 현실이야?”라고 아버지에게 물었다고 한다. 염 양의 아버지는 “둔기로 사람을 치는 소리,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며 울어서 수면제를 먹여 겨우 재웠다”고 말했다. 염 양은 아버지에게 “동생 목소리가 자꾸 들려. 계단으로 내려가 구해줬어야 했는데 못 구해줬어”라며 밤새 울었다고 한다. 아비규환의 대피 상황을 겪은 아파트 주민 대부분은 ‘나만 살았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다. 안 씨와 같은 동 7층에 거주하는 이모 씨(56)는 한 여성이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듣고 문을 열었다가 연기가 올라오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대피했다. 1층 입구에는 피를 흘리는 주민이 온몸을 떨며 웅크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 씨는 1층 입구에 있던 주민을 부축해 구해주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2층 여성 주민 A 씨는 사건 당일 오전 4시 반경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을 열었다가 복도의 혈흔을 보고 급히 문을 닫았다. A 씨는 초인종을 눌렀던 사람이 숨진 최모 씨(19·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A 씨는 “최 씨가 우리 층에서 발견됐다고 하더라. 문 뒤까지 살폈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살 수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경남지방경찰청은 경찰관 30명을 배치해 피해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1차 심리상담을 진행한 뒤 심층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피해자는 전문 심리상담 기관으로 연계하고 있다. 진주=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으로 함께 살던 사촌동생을 잃은 염모 양(18·여)은 이날 밤 환청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화재경보 소리를 듣고 사촌동생 금모 양(12), 이모(41)와 함께 계단으로 대피하던 염 양은 방화살인 피의자 안인덕 씨(42)가 휘두른 흉기에 사촌동생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봤다. 염 양은 이날 밤 귀에 손을 댔다 뗐다 하면서 “이게 진짜야? 이게 현실이야?”라고 아버지에게 물었다고 한다. 염 양의 아버지는 “둔기로 사람을 치는 소리,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며 울어서 수면제를 먹여 겨우 재웠다”고 말했다. 염 양은 아버지에게 “동생 목소리가 자꾸 들려. 계단으로 내려가 구해줬어야 했는데 못 구해줬어”라며 밤새 울었다고 한다. 아비규환의 대피 상황을 겪은 아파트 주민 대부분은 ‘나만 살았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다. 안 씨와 같은 동 아파트 7층에 거주하는 이모 씨(56)는 한 여성이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듣고 문을 열었다가 연기가 올라오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대피했다. 1층 입구에는 피를 흘리는 주민이 온몸을 떨며 웅크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 씨는 1층 입구에 있던 주민을 부축해 구해주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18일 오후 단지 내 마트에서 소주를 사간 이 씨는 “술 없이는 못 잘 것 같다”며 “1층에 있던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무사했을지 하는 생각밖에 안 떠오른다”고 했다. 2층 여성 주민 A 씨는 사건 당일 오전 4시 반경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을 열었다가 복도에 혈흔이 낭자한 것을 보고 급히 문을 닫았다. A 씨는 초인종을 눌렀던 사람이 숨진 최모 양(19)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A 씨는 “최 양이 우리 층에서 발견됐다고 하더라. 문 뒤까지 살폈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살 수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경남지방경찰청은 경찰관 30명을 배치해 피해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1차 심리상담을 진행한 뒤 심층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피해자는 전문심리 상담기관으로 연계하고 있다. 진주=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자기처럼 몸 불편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경남 진주시 경상대병원 응급실에서 A 씨(31·여)는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A 씨는 17일 오전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묻지 마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최모 양(19)의 사촌언니다. 1급 시각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던 최 양은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뇌병변으로 몸의 반쪽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A 씨는 “노래와 그림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최근에는 자기처럼 아픈 사람을 돕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했다. 꿈도 많고 욕심도 많은 아이였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최 양은 몸은 불편했지만 ‘아픈 게 전혀 티가 나지 않는 밝은 친구’였다고 유가족과 지인들은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13년에는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 나가 육상 종목에서 금메달을 두 개나 땄을 만큼 활동적이었다. A 씨에 따르면 당시 최 양은 대회가 있기 며칠 전부터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훈련도 했다고 한다. 최 양은 숙모인 강모 씨(54)와 둘이 이 아파트에서 4세 때부터 함께 살았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최 양을 보살필 사람이 마땅치 않게 되자 강 씨가 최 양을 거뒀다. 10년 넘게 회사 구내식당에서 일하며 혼자 최 양을 돌봤다. 한글을 쓰는 법부터 신호등을 보고 횡단보도 건너는 방법까지 가르쳤다. 강 씨도 이날 머리와 목, 등허리, 손 등을 흉기에 공격당해 중상을 입었다. 강 씨는 사고 직후 가족들이 부르는 소리에 ‘응’이라는 대답도 겨우 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힘들었지만 정신을 차리자마자 최 양부터 찾았다고 한다. 강 씨의 언니(57)는 “눈 뜨자마자 ‘많이 다쳤는데 괜찮아?’라고 조카를 걱정하더라”며 “친자식도 그렇게 키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은 일가족도 있었다. 흉기로 공격당해 중상을 입은 차모 씨(41·여)의 딸 금모 양(12)과 시어머니 김모 씨(65)가 이날 목숨을 잃었다. 차 씨의 조카 염모 양(18)은 연기를 흡입해 경상을 입었다. 차 씨의 언니는 “(동생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보다 더 넓은 아파트에 당첨됐다며 좋아했다. 나와 같이 그 집을 보러 갔다 오기도 했는데 이렇게 딸을 보내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허망해했다. 차 씨의 오빠는 “조카가 곧 수학여행을 간다며 들떴었다”며 착잡해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올해 3월부터 일한 수습사원 정모 씨(29)는 자신도 흉기에 공격당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대피를 먼저 도왔다. 야간 당직이던 정 씨는 화재 직후 관리사무소에 울린 비상벨 소리를 듣고 아파트 단지로 달려갔다가 살인 피의자 안모 씨가 흉기 난동을 부리는 것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 정 씨는 안 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다쳤지만 더 심한 부상을 입은 주민들을 구급차로 옮기는 것을 도왔다.진주=김재희 jetti@donga.com·이소연·강동웅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 대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 형태로 문재인 정부 정책 비판 대자보를 붙인 단체 ‘전대협’에 대해 경찰이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 10개 경찰서에서 대자보 게시자 특정을 위한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13곳에 모두 28장의 대자보가 붙었다. 112 신고가 접수된 서울 이외 지역 경찰서에서도 폐쇄회로(CC)TV 확인, 지문 감식 등을 통해 게시자 확인을 위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부터 전국 대학가 등에 정부 정책을 풍자하는 대자보가 붙기 시작하자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대자보 부착자에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대자보 부착 위치에 따라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다. 전대협 측은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대협 대표활동가 ‘Mr. Q’는 신동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을 검토한다고 했다가 북한을 찬양 고무한 내용이 아닌 걸 알고 모욕죄, 명예훼손 등을 꺼내며 회원들에게 전화를 했다. 정부를 비판한 게 명예훼손이라면 청와대에 계신 분들 모두 ‘감옥소’에 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 대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 형태로 문재인 정부 정책 비판 대자보를 붙인 단체 ‘전대협’에 대해 경찰이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 10개 경찰서에서 대자보 게시자 특정을 위한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13곳에 모두 28장의 대자보다 붙었다. 112 신고가 접수된 서울 이외 지역 경찰서에서도 폐쇄회로(CC)TV 확인, 지문감식 등을 통해 게시자 확인을 위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부터 전국 대학가 등에 정부 정책을 풍자하는 대자보가 붙기 시작하자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대자보 부착자에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대자보 부착 위치에 따라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도 검토 중이다. 전대협 측은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대협 대표활동가 ‘Mr.Q’는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을 검토한다고 했다가 북한을 찬양 고무한 내용이 아닌 걸 알고 모욕죄, 명예훼손 등을 꺼내며 회원들에게 전화를 했다. 정부를 비판한 게 명예훼손이라면 청와대 계신 분들 모두 ‘감옥소’에 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7일 오전 9시 강원 속초시청 앞. 주황색 조끼를 맞춰 입은 속초시 자원봉사센터 사람들 사이에서 남색 점퍼를 입은 한 남성이 트럭에 구호물품을 싣고 있었다. 강원 지역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보낼 생수와 과자, 컵라면 등이었다. 목수 일을 하는 최영섭 씨(61)였다. 최 씨는 인천의 한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4일 밤 산불 소식을 듣고 목공 장비가 실린 파란색 1.5t 트럭을 몰고 속초까지 왔다. 최 씨는 그날 인천 공사 현장에서 다른 목수들을 통솔하는 ‘목수 반장’을 맡고 있었다. 다른 목수들보다 일당을 1.5배가량 더 받는 날이었다. 하지만 망설임 없이 속초행을 택했다. 최 씨는 “일당을 더 받는 날이 많지는 않지만 이재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포기할 만 하죠”라며 웃었다. 산불이 휩쓸고 간 강원 속초와 강릉 등 피해 지역에는 이재민들을 도우려는 자원봉사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육광남 씨(68)는 4일 밤 화재 속보를 접하자마자 비행기 편을 알아본 뒤 속초로 날아왔다. 6일 새벽 속초에 도착한 육 씨는 속초청소년수련관에서 구호물품을 싣고 내리는 일을 도왔다. 한때 용접공으로 일했던 육 씨는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절단공이 필요하다’는 TV 화면 자막을 보고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당시 함께 봉사한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 틈이 날 때마다 재난 현장을 찾고 있다. 육 씨는 “내가 가진 기술로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더 뿌듯하다. 화재 지역에 직접 가 철거 작업도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봉사 경험은 없지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속초로 달려온 시민들도 있다. 4월 모의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대구 구암고 3학년 정성욱 군(18)도 그중 한 명이다. 정 군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6일 오후 10시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대구에서 속초까지 5시간을 달려왔다. 평소라면 ‘남의 일이구나’ 하고 넘겼을 테지만 전국 각지의 소방관들이 모여드는 ‘소방 어벤저스’의 모습을 보고는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 정 군은 속초청소년수련관에서 구호물자를 정리하고 이재민 숙소를 청소하며 일손을 보탰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회사원 정성훈 씨(29)는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 짬을 내 속초와 고성을 찾았다. 평소 여행을 같이 다니던 15년 지기 동네 친구 3명도 동참했다. 일요일인 7일 오전 차를 몰고 속초에 도착한 뒤 6시간 동안 구호물품을 옮기고 서울로 돌아왔다. 정 씨는 “평일엔 회사를 가야 해 봉사를 하루밖에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려는 시민도 있었다. 2년 전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로 집이 모두 불에 타는 아픔을 겪은 전승운 씨(61)는 이후 화재 현장을 찾아다니며 산불이 휩쓸고 간 흔적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이번 화재 이후에도 고성과 강릉시 옥계면, 속초 관광명소 ‘대조영 촬영지’ 등을 돌며 화마가 덮치고 간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스스로를 ‘산불현장 기록자’라고 부르는 그는 “산불 전문 다큐멘터리 작가가 돼 산불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10일부터 산불 피해 구호에 나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역 창구에 자원봉사증명서를 제시하면 전국 모든 열차를 무료로 탈 수 있게 했다. 이미 구입한 승차권도 역 창구에서 환불받을 수 있다. 코레일은 또 이날부터 이달 말까지 강릉선 고속철도(KTX)를 타고 강원도를 찾는 승객의 운임 30%를 할인해 주기로 했다.강릉=김재희 jetti@donga.com·김자현 / 박재명 기자}

“어젯밤에도 갔다 왔어. 눈이 시큼시큼한 게 낫지를 않아.” 8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마을회관에서 만난 김길래 씨(68·여)는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4일 저녁 시작돼 강원지역을 휩쓴 산불이 그의 집을 덮친 이후 김 씨는 매캐한 연기가 남아있는 집터에 매일 가본다고 했다. 이번 산불로 다 타버린 그의 집은 김 씨가 25년을 고스란히 바쳐 일군 안식처였다. 난방조차 되지 않던 허름한 오두막집을 살 만한 집으로 바꾸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강릉지역 논밭을 다니며 씨 심는 일을 돕는 ‘품팔이’로 생계를 유지했다. 하루 12시간 일해 받은 일당을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집수리를 했다. “삽자루 들고 강릉 돌아다니며 한 푼 두 푼 번 돈으로 다 고쳐놨는데….” 김 씨는 기자 앞에서 거친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이번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이 1000명을 넘는다. 대부분이 젊은 시절부터 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평생을 살아온 노인들이다. 다 타버린 집을 눈앞에서 보는 것은 삶의 뿌리가 뜯겨 나가는 고통이다. 전문가들은 “가족을 잃은 상실감보다 더 큰 고통일 수 있다”고도 말한다. 47년간 살아온 집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정연표 씨(82)에게 집은 가족 그 자체였다. “1901년생 아버지 때부터 그 집에서 살았어. 결혼하고 바로 옆집으로 분가해 평생을 살았는데 이젠 흔적도 없어.” 한 할머니는 무너져 내린 집 앞에 주저앉아 “아버지가 물려주신 100년이 넘은 집을 못 지켰으니 다 내 탓”이라며 허탈해했다. 이런 상실감과 죄책감이 계속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 산하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관계자는 “이재민들이 당장은 멍한 상태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상실감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통을 털어놓을 자녀나 친구가 주변에 없으면 더 심해질 수 있다. 6년 전 남편을 잃고 강릉에 혼자 사는 김모 할머니(70)는 “두 달이고 석 달이고 마을회관에 있는 게 정부에서 주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낫다”고 말했다. 이들에겐 옆에서 말 걸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당장의 임시 거처나 구호물품 못지않게 절실한 것이다. 정부도 강원지역 대피소에 적지 않은 상담 활동가들을 투입해 이재민들을 돕도록 하고 있다. 약 1000명의 이재민 심리상담에 투입된 인력은 모두 77명. 1명이 이재민 13명을 맡는 셈이다. 민간 심리단체들도 대피소를 찾아 상담 자원봉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상처를 털어놓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한 번이라도 더 이재민의 얼굴을 마주하고, 이들의 다친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충분한 상담인력을 지원하고 일회성 상담에 그치지 않는 세심한 보살핌이 이어져야 재난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다. ― 강릉에서 김재희 사회부 기자 jetti@donga.com}

“인자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되나요? 아들이랑 살기에 7평은 너무 좁네요.” 4일 강원 지역 산불로 집을 잃은 김길래 씨(68·여)는 사고 이틀 만인 6일 대피소인 강릉시 옥계면 한 마을회관에서 시청 직원에게 읍소하듯 말했다. 김 씨는 건강 문제로 일을 할 수 없는 30대 아들을 홀로 돌보며 농사로 생계를 이어왔다. 시청 직원은 컨테이너로 된 이동식 주택(23m²·7평)이나 소형 아파트(50m²·15평)에 입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김 씨는 막막하기만 했다. 김 씨는 다음 달 모내기철에 맞춰 집 앞의 밭에 감자를 심어야 해 집 주변을 떠날 수 없는 형편이다. 김 씨는 “집 근처에 살려면 컨테이너가 낫긴 한데 너무 좁고, 아파트로 가자니 너무 멀어서 내 아픈 무릎으로는 오갈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처럼 이번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은 약 530명.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한 달 이내에 제공하기로 했지만 대부분 농사를 짓는 이재민들은 집 가까이에서 살 수 있는 컨테이너 주택을 선호한다. 하지만 컨테이너 주택을 만드는 데까지 3개월가량 걸려 이재민들은 당분간 머물 곳을 찾아야 한다. 이재민 상당수는 생계의 터전까지 잃었다. 강릉 옥계면에 사는 유모 씨(55)는 15년째 운영하던 양봉장이 통째로 불탔다. 벌통 102개에 있던 1억 원가량 하는 꿀벌 약 200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6일 유 씨의 양봉장은 꿀벌들이 검은 재에 뒤덮인 채 엉겨 붙어 있었다. 꿀 수확 시기를 한 달 앞두고 모두 타버려 유 씨는 당장 이달 치 생활비마저 마련하기 어렵게 됐다. ▼ 연기 뚫고 탈출한 임신부“배 속 우리 아기 어떡해” 잠 못이뤄 ▼강원 고성군 산에서 더덕 같은 약초를 캐 내다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차광주 씨(56) 역시 답답한 심정을 호소했다. 이번 강원 지역 산불의 여파로 캘 약초가 모두 타버린 것. 차 씨는 “약초는 벼와 다르게 몇 년을 기다려야 캘 수 있다. 귀한 약초는 10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이제 어떻게 먹고사느냐”고 했다. 강원 산불 이재민 중에는 지병이 있는 노인 등 노약자가 상당수다. 이들은 연기를 마시거나 대피하다 부상을 입고도 제대로 치료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혈압 치료제처럼 꼭 먹어야 하는 약을 집에 두고 와버린 경우도 많다.○ 연기 마신 임신부 “우리 아기 어떡해요” 6일 고성군 임시대피소인 천진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만난 김모 씨(78·여)는 산불이 집에 옮겨붙자 연기를 피하려고 기어서 탈출하다 돌에 부딪혀 다리가 멍투성이다. 김 씨는 “아직도 다리가 저려 잠을 못 이룬다. 사고 이후 혈압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한다”고 말했다. 강릉시 옥계면에 사는 정모 씨(73)는 “신장(腎臟)이 좋지 않은 아내는 처방받은 약을 매일 먹어야 하는데 약이 다 타버려서 이틀을 못 먹었더니 그새 얼굴과 몸이 부었다”고 말했다. 2년 전 허리디스크 수술 후 유모차 비슷한 보행보조기구에 의지해야 걸을 수 있는 고성군 주민 김모 씨(84·여)는 급히 뛰어서 대피하느라 허리 통증이 극심해졌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지만 거동이 힘들어 병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임신부와 산모들은 당장 아기 건강이 걱정이다. 임신 6개월 차인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이모 씨(26)는 4일 불붙은 집에서 황급히 빠져나온 후 식사를 거의 못 하고 있다. 6일 속초의 한 대피소에서 만난 이 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무서워요” “우리 아기”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 씨는 대피할 때 들이마신 연기가 혹시나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돼 제대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 남편 변모 씨(39)는 “집이 다 타버려 아기가 태어나도 살 곳이 없을까 봐 하루하루 불안하다”고 말했다. 생후 12일 된 아들을 안고 탈출한 베트남 출신 도티구잉 씨(35)는 출산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채로 대피소에서 이틀을 보냈다. 신생아까지 자녀가 넷인 그는 “연기를 마셔서인지 복부에 통증이 있다”고 말했다.○ “눈만 감아도 불길 떠올라 잠 못 자” 화재 당시 받은 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피해도 크다. 6일 대피소인 옥계면 마을회관에서 만난 김봉연 씨(73·여)는 당시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주먹을 쥔 채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눈만 감아도 그때 불타오르던 게 떠올라 한숨도 잘 수 없다”고 말했다. 고성군 토성면의 김모 씨(68·여)는 “누가 내 앞에서 담배만 피워도 무서워서 피한다”고 했다.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이 지역 이재민들이 수십 년을 살던 터전을 한순간에 잃어버려 일반 화재 피해자보다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옥계면에 사는 한 노인은 심리상담 전문 자원봉사자에게 “6·25전쟁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와서 60년 넘게 살아온 집이 타버렸다. 아버지가 남겨준 것을 못 지켰다”며 2시간가량 흐느꼈다고 한다. 대피소인 속초 청소년수련원에서 심리 상담을 하는 이승우 속초시 여성청소년과 계장은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주민들은 스스로를 죄인처럼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민의 고통은 크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방안에 대한 홍보가 미흡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각 대피소에서는 긴급복지나 주거 지원을 안내하고 있지만 가구 규모와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액이 달라지는 등 내용이 복잡해 나이 든 이재민들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강릉=김재희 jetti@donga.com·남건우 / 고성=박상준 기자}

“10년에 걸쳐 갖춘 건데 5분도 안 돼 다 사라졌어요. 불과 함께 제 10년도 타버렸네요.” 5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 사는 허금석 씨(64)는 뼈대만 앙상히 남은 트랙터와 이앙기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허 씨는 4일 강원도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지난 10년간 차곡차곡 장만한 농기구 7대를 순식간에 모두 잃었다. 1억 원의 빚을 내 마련한, 그의 ‘전부’였던 농기구들이다. 보온덮개까지 씌워 애지중지 키웠던 고추, 고구마 모종 수천 포기도 불에 타 사라졌다. 허 씨는 “올해 농사는 이제 끝났다. 젊었을 땐 빚 갚을 힘이라도 있었지만 이젠 살아갈 방법이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강원 고성군과 속초시, 강릉시, 인제군 일대를 덮친 불덩이는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집어삼켰다. 고성군 토성면에서 가구점을 하는 정환평 씨(62)는 가게 건물은 물론이고 수억 원어치의 가구도 모두 잃었다. 정 씨는 “어찌 이리도 모조리 앗아갈 수 있느냐”며 허망해했다. 장애가 있는 딸(40)을 돌보는 김명곤 씨(73)는 “딸을 대피시키느라 집에서 숟가락 하나도 못 챙겨 나왔다. 휴대전화도 안 사고 평생 농사지으며 겨우 마련한 집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릉시 옥계면에 사는 노부모가 걱정돼 강릉 시내에서 황급히 고향집을 찾은 딸 김모 씨(53)는 타다 남은 패딩 점퍼와 신발을 가슴에 품고 울었다. 김 씨는 “추운 데서 농사지으시는 부모님을 위해 남매들이 돈을 모아 사드린 건데 ‘귀한 옷 더럽히고 싶지 않다’고 포장도 뜯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김 씨가 집에 왔을 때 어머니는 폐허가 된 집터에서 장독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수년간 담가 온 장이다. 마을이장인 김 씨의 아버지는 “대피소로 가라”는 자식들의 전화를 받고도 대피 안내 방송을 한 뒤 아내와 함께 이웃집을 찾아 뛰어다녔다. 거동이 힘든 노인들을 대피소로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이 부부가 귀가했을 땐 이미 집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내는 “손주들한테 줄 반지를 가져와야 한다”며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남편이 가까스로 말렸다. 딸 김 씨는 “할아버지 때부터 삼대가 살아온 집이라 100년이 훌쩍 넘었다. 우리한테는 작은 시골 궁전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소방호스 잡은 주민 100여명,동틀 때까지 화마와 맞섰다 ▼ 강원 속초에 사는 김영갑 씨(58)는 혼자 사는 누나(67)가 걱정돼 고성 누나 집을 찾았다가 속초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김 씨는 거동이 불편한 누나를 부축해 집 밖으로 옮긴 뒤 집 주변 잔불을 끄기 위해 호스로 물을 뿌리다 변을 당했다. 갑자기 거세진 바람으로 연기가 크게 일면서 유독가스가 그를 덮친 것. 김 씨의 아내(46)는 남편이 “누나한테 잠시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서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그는 빈소에 놓인 남편 영정 앞에서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 우리 아이들은 어떡하라고…”라며 흐느꼈다. 수학여행 버스에 불이 옮겨 붙어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강원 양양군으로 수학여행을 온 경기 평택시 현화중 2학년 학생들은 4일 밤 묵고 있던 한화리조트 앞까지 불길이 번지자 버스 7대에 나눠 타고 급히 숙소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속초 시내를 지나던 중 강풍을 타고 날아든 불씨가 버스 한 대에 옮겨 붙은 것. 버스 안에 있던 학생 29명과 교사 등 33명이 탈출한 뒤 3분 만에 차량이 전소됐을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 소방당국이 4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급속히 확산되는 불길을 잡는 데 온 힘을 쏟는 사이 주민들은 아비규환 속에서도 희생정신을 발휘해 서로를 도왔다. 5일 오전 2시 속초시 금호동의 한 아파트 주민 100여 명은 단지 내 소방호스를 끌어모아 불이 난 뒷산까지 무려 800m 길이로 연결했다. 주민들은 일렬로 늘어서 소방호스를 잡고 “물 열어!” “물 잠가!” “앞으로 직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불을 껐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를 앓는 노인 48명이 살고 있는 고성군 ‘까리따스 마태오’ 요양원에서는 수녀와 직원들이 나서 노인들을 모두 무사히 대피시켰다. 수녀들은 물에 적신 수건을 노인들의 코와 입에 대고 마스크를 씌워주며 구조대를 기다렸다. 한 수녀는 “평소 소방훈련을 하며 불이 났을 때 젖은 수건을 댄 채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연습을 자주 했다”며 “불길이 한창 커질 땐 너무 무서워서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속초시 평강요양원 직원들도 80, 90대 마을 노인 21명을 요양원으로 무사히 대피시켰다. 강릉시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최송이 씨(36)는 대피소를 찾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무료로 방을 내줬다. 강릉시에 사는 황주성 씨(36)는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구글 ‘지도만들기’ 서비스를 이용해 화재 발생 지역을 점으로 표시해주기도 했다.○ 강풍 겹친 산불, 여의도 1.8배 면적 집어삼켜 4일 강원도 일대를 덮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이틀 동안 525ha의 산림을 집어삼켰다. 여의도(290ha)의 1.8배, 축구장(7140m²) 735개 크기에 달하는 면적이다. 산림당국은 5일 날이 밝자 헬기 45대와 인력 1만3000여 명을 투입해 큰 불길을 잡았다. 강원도현장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고성·속초 250ha, 강릉·동해 250ha, 인제 25ha의 산림이 훼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강원도 일대의 산불로 주택, 창고 등 280여 채가 불에 탔다. 주민 4000여 명이 집 인근 학교나 체육관 등 지정 대피시설과 친척집, 숙박시설 등으로 몸을 피해 하룻밤을 보냈다. 이 지역 4개 시군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52개교가 5일 휴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산불 피해가 난 강원도 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검토하는 것도 서둘러 달라”고 지시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민 생계안정 비용과 복구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다. 정부는 또 이날 속초시와 강릉시, 동해시, 고성군, 인제군 일대에 인력·물자 동원 등 응급조치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강릉=김재희 jetti@donga.com / 속초=이인모 / 고성=김민찬 기자}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31)가 마약 투약 혐의로 4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이날 오후 1시 45분경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던 황 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황 씨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해 왔다. 경찰은 첩보 입수 후 황 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으나 검찰이 모두 반려했다. 압수수색 영장이 반려된 뒤 경찰은 황 씨에게 소환을 통보했으나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붙잡았다. 경찰이 입수한 황 씨 관련 첩보에는 4년 전 서울 종로경찰서가 입건했던 황 씨의 필로폰 유통 및 투약 혐의뿐 아니라 또 다른 마약 투약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서는 2015년 황 씨를 마약 사건 관련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황 씨를 한 번도 소환하지 않는 등 사건을 방치하다 2017년 6월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로 송치했다. 당시 황 씨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황 씨가 지인의 성관계 장면이나 나체 등을 불법 촬영하고 이를 유포했다는 제보도 온라인을 통해 올라오고 있어 황 씨에 대한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보 글이 올라오고 있는 비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은 종로서가 황 씨를 ‘봐주기 수사’했다는 논란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만들어졌다. 운영자는 황 씨의 지인들로부터 황 씨와의 통화 녹취, 메신저 대화 캡처 화면 등을 제보받아 이 중 일부를 올리고 있다. 계정에는 황 씨가 ‘성관계 동영상을 갖고 있다’며 누군가를 협박하는 듯한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캡처 화면이 올라와 있다. 대화를 보면 황 씨가 ‘(비디오) 있어 아직도. 너 비디오 캡처며 뭐며 다 사람들 갖구 있구’라고 말하는 것으로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하고 있다”며 “불법 촬영 성관계 영상 유포, 경찰과의 유착 등 황 씨에 대해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희 jetti@donga.com·이경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 대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 형태의 정부 정책 비판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어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 사이 전남, 부산, 서울 등 전국 대학가 게시판에 부착된 정부 비방 대자보와 관련한 여러 건의 신고가 접수돼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고 1일 밝혔다.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제목의 이 대자보에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탈원전 정책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자보 뒷부분엔 북한에서 쓰는 연호(年號)인 ‘주체’라는 표기도 등장한다. 대자보를 게시한 단체는 1987년 결성됐다가 해체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경찰은 문재인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반(反)정부 기조의 단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해 문 대통령을 경제왕, 태양왕, 기부왕 등 7대 왕으로 지칭하며 찬양하는 것처럼 하면서 사실은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대학가에 붙이기도 했다. 이 단체는 6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서 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도 예고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017년 말 여고생 A 씨는 자신의 알몸이 찍힌 동영상이 음란 사이트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얘기를 친구한테서 들었다. 동영상을 찾아본 A 씨는 영상 속 장소를 한눈에 알아봤다. 남자 친구 집이었다. 영상 조회수는 100만 회가 넘었다. ‘100만’이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A 씨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길을 걸을 때마다 ‘옆을 지나는 남자가 내 나체를 본 100만 명 중 한 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간 우울증 약을 복용한 A 씨는 학교 친구들이 자신이 나오는 ‘몰래카메라(몰카)’를 봤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결국 자퇴했다. A 씨는 동영상을 확인한 지 약 1년 만인 지난해 10월 경찰서를 찾아 남자 친구를 고소했다. 불법 촬영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는 등 사회적으로 몰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용기를 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A 씨는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A 씨가 고소장을 내던 날 2명의 남자 경찰이 A 씨를 앞에 두고 이어폰을 낀 채 A 씨가 등장하는 영상을 10여 분간 본 것이다. 영상 속 등장인물이 A 씨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A 씨는 “경찰이기 전에 이들도 남자인데 영상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디지털 성범죄가 늘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수사기관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현장의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모텔에 몰카를 설치해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전 남자 친구를 지난해 고소한 B 씨는 “남자 경찰이 성관계 영상을 내 앞에서 보고 있는데 수치스러워서 죽고 싶었다”고 했다. 수사기관은 불법 촬영물의 촬영자나 영상에 등장하는 피해자를 특정해야 하기 때문에 영상 확인은 필요하다. 하지만 영상 확인은 여경이 직접 하거나 남자 경찰이 하더라도 피해자가 없는 상태에서 해야 한다. 경찰청 훈령의 ‘성폭력 범죄의 수사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폭력 피해 여성은 여성 전담 조사관이 조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 경찰의 조사는 권장 사항이다. 의무는 아니다. 인력 상황 등에 따라 여성 전담 조사관을 붙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 촬영물로 인정되려면 해당 촬영물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됐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조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C 씨는 3년간 교제하던 남자 친구를 지난해 8월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C 씨는 46장의 사진이 사실상 ‘불법 촬영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진들이 C 씨의 동의 아래 촬영된 것으로 판단했다. C 씨의 변호사는 “경찰은 C 씨가 ‘찍지 말라’는 의사를 밝혔거나, 몰카 촬영 사실을 알고 난 뒤 지우라고 요구한 사진도 C 씨가 동의한 촬영물로 봤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불법 촬영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몰카 피해의 심각성을 안일하게 보는 언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제하던 남성이 자신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한 사실을 알게 된 D 씨는 지난해 3월 파출소를 찾아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초범이라 (형량이) 얼마 안 나올 거다. 영상 수가 얼마 안 되면 좋게 끝내라”는 황당한 말을 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왜 처신을 제대로 못 했느냐’는 식의 직접적인 2차 가해 발언은 물론이고, ‘유포 영상은 확인이 어렵다. 가해자 특정이 안 되니 고소 못 한다’는 식의 무신경한 태도도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언행”이라고 지적했다.김재희 jetti@donga.com·신아형 기자}

“9년 전 그 순간이 아직도 어제같이 생생합니다.”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갑판병으로 복무했던 A 씨(32)는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당시 침대에 누워 있었던 A 씨는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 A 씨가 정신을 차렸을 때 천안함은 거꾸로 뒤집혀 있었다. A 씨는 계단과 파이프 등을 잡고 가까스로 탈출했다. 동고동락했던 대원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날 사건에서 A 씨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사고 직후부터 불면증, 우울증, 이명현상 등에 시달렸다. A 씨는 그해 12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아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반려됐다. PTSD로 국가유공자에 지정되려면 자력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거나, 노무(勞務)에 제한이 있는 등 증상이 심각해야 하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하사였던 김모 씨(30)도 비슷한 처지다. PTSD 및 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2017년 8월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1년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국가유공자 신청 당시 보훈처에서는 길어야 6개월이면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는데 1년 반이 지났다”고 토로했다. 26일로 천안함 폭침 9주년이 됐지만 PTSD 등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장병들 상당수가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훈처가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유공자 지정을 신청한 천안함 사건 생존자 22명 중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사례는 6건에 불과했다. 13명은 등급기준 미달 등의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고, 3명은 국가유공자 의결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PTSD는 개별 병원의 진단도 중요하지만 보훈심사위원회의 전문위원 중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이 크게 반영된다”며 “신청자의 병원기록과 신체검사를 기반으로 최종 판단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병원 진단만으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재희 jetti@donga.com·박상준 기자}

숙박업소에 초소형 몰래카메라(몰카)를 설치해 투숙객 1600여 명의 사생활을 불법 촬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불법 촬영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모텔에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들의 성관계 장면 등을 몰래 찍은 뒤 이를 온라인으로 중계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정보통신망법 위반)로 박모 씨(50)와 김모 씨(48)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카메라 설치를, 김 씨는 설치된 카메라의 정상 작동 여부를 원격으로 확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경찰은 또 이들을 도와 몰카 장비를 중국에서 들여온 임모 씨(26)와 불법 촬영 동영상 온라인 중계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최모 씨(49)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숙박업소 예약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객실 사진 등을 보고 몰카 설치가 쉬울 것 같은 모텔 30곳을 찾아낸 뒤 42개 객실에 렌즈 지름이 1mm인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메라는 주로 객실 내 TV 셋톱박스 안이나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콘센트 등에 설치했다. 숙박업소 30곳은 모두 경상도와 충청도 지역에 있는 모텔이었다. 박 씨 등은 이런 방식으로 촬영한 영상을 불법 사이트를 통해 생중계했고 성관계 장면만 편집한 주문형 비디오(VOD)를 유료 회원 97명에게 제공해 700여만 원을 챙기기도 했다. 한화뿐 아니라 위안화와 달러 유로 등으로도 결제할 수 있도록 해 여러 나라에서 불법 촬영물을 볼 수 있게 유도했다. 불법 사이트 회원은 400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초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뒤 3개월간의 수사 끝에 피의자들을 차례로 붙잡았고 이들이 모텔에 설치한 카메라도 모두 철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몰카로 객실 내부 상황을 생중계하다가 성관계 장면이 나오면 유료로 전환해 수익을 올렸다”며 “숙박업소에서 찍은 불법 촬영물을 개인이 소장하는 경우는 있지만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한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숙박업소에 초소형 몰래카메라(몰카)를 설치해 투숙객 1600여 명의 사생활을 불법 촬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불법 촬영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모텔에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들의 성관계 장면 등을 몰래 찍은 뒤 이를 온라인으로 중계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정보통신망법 위반)로 박모 씨(50)와 김모 씨(48)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카메라 설치를, 김 씨는 설치된 카메라의 정상 작동 여부를 원격으로 확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경찰은 또 이들을 도와 몰카 장비를 중국에서 들여온 임모 씨(26)와 불법 촬영 동영상 온라인 중계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최모 씨(49)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숙박업소 예약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객실 사진 등을 보고 몰카 설치가 쉬울 것 같은 모텔 30곳을 찾아낸 뒤 42개 객실에 렌즈 지름이 1mm인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메라는 주로 객실 내 TV 셋톱박스 안이나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콘센트 등에 설치했다. 숙박업소 30곳은 모두 경상도와 충정도 지역에 있는 모텔이었다. 박 씨 등은 이런 방식으로 촬영한 영상을 불법 사이트를 통해 생중계했고 성관계 장면만 편집한 주문형 비디오(VOD)를 유료 회원 97명에게 제공해 700여만 원을 챙기기도 했다. 한화뿐 아니라 위안화와 달러 유로 등으로도 결제할 수 있도록 해 여러 나라에서 불법 촬영물을 볼 수 있게 유도했다. 불법 사이트 회원은 400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초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뒤 3개월간의 수사 끝에 피의자들을 차례로 붙잡았고 이들이 모텔에 설치한 카메라도 모두 철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몰카로 객실 내부 상황을 생중계하다가 성관계 장면이 나오면 유료로 전환해 수익을 올렸다”며 “숙박업소에서 찍은 불법 촬영물을 개인이 소장하는 경우는 있지만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한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