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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국정으로 발행해 온 초등 3∼6학년 사회, 수학, 과학 교과서를 민간 출판사들이 집필하는 검정 체제로 바꾸기로 하면서 교육현장은 물론이고 교과서 시장까지 출렁이고 있다. 교과서 가격 상승과 참고서 시장 팽창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출판사의 영업 경쟁에 학교와 교사들이 몸살을 앓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출판업계는 교육부의 초등 교과서 검정화 방침에 따라 관련 준비에 들어갔다. 교육부가 이미 지난해 가을 출판업계에 검정화 계획을 시사했고, 이에 일부 출판사들은 대표 집필진 선점을 위해 교수급 저자와 가계약을 맺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새로 열린 초등 검정교과서 시장을 잡으려는 출판사들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유명 집필진 섭외부터 삽화 강화, 컬러 지면 확대에 이르기까지 외형상 ‘눈에 띄는’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업체들의 비용 투자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정교과서에 비해 검정교과서 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인천 A초교 교장은 “학부모가 돈을 내든, 교육청이 교과서 값 인상분을 보전하든 결국 국민 돈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초등 검정교과서 가격 및 공급 안정을 위한 정부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판업계에선 벌써부터 2014년 있었던 ‘교과서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교과서 품질 경쟁이 벌어지면서 출판사들은 투자 비용 증가를 이유로 1년 만에 중고교 검정교과서 값을 평균 74%나 올렸다. 그러자 정부가 강제로 ‘가격 인하’ 조치를 내렸고, 출판사들이 집단 반발해 교과서 공급이 끊기는 ‘품절 사태’가 빚어졌다. 새로 열릴 초등 교과서 시장과 함께 참고서, 문제집 시장도 커질 가능성이 높아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지역 B고 교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에는 출판사들이 교사에게 대놓고 술을 사는 등 로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교사 입장에선 영업사원들을 일일이 응대하고 교과서를 비교해 선정하는 것 자체가 업무 부담”이라고 전했다. 고교 참고서 시장은 이미 EBS 위주로 짜여 출판사들이 사업을 할 여지가 적은 데 반해 초등 시장은 ‘블루오션’인 것도 경쟁 심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C초교 교장은 “만약 학교가 D사의 교과서를 쓰면 학생들은 참고서와 문제집도 D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출판사들도 교과서보다 3, 4배 큰 참고서 시장을 잡기 위해 일선 학교의 교과서 선정 영업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검정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념 편향성을 두고 교육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한국교총은 “역사 교과서 논쟁을 볼 때 사회 과목의 이념화 논란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른 혼란은 학교와 학생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좋은교사운동 등 진보 교육단체들은 “검정교과서를 넘어 자유 발행제의 단계적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교육부가 올해부터 초중고교의 검정 교과서를 심사할 때 심사진이 집필진에게 수정을 ‘지시’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변경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심사 과정에서 오류나 편향성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수정 ‘요청(권고)’만 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심사진이 수정을 요구하면 출판사가 반드시 이를 반영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 집필진이 수정을 거부해도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교육부는 또 지금까지 정부 중심의 국정 교과서 형태로 발행해 온 초등학교 3∼6학년 사회, 수학, 과학 교과서를 민간 출판사가 발행하는 검정 교과서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초등 주요 교과서의 국정 체제를 깨는 것, 또 교육과정 개정과 무관하게 교과서를 새로 만드는 것 모두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전환 작업을 시작해 초등학교 3, 4학년은 2022년부터, 5, 6학년은 2023년부터 검정 교과서를 사용하게 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미래 혁신교육을 위해서는 유연한 심사를 통해 다양한 교과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너무 급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초등 사회 교과서마저 정치 편향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검정 교과서 심사 완화’와 ‘초등 교과서 검정화.’ 진보교육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핵심 사안이다. 진보진영은 “국가 주도의 교과서 발행·심사는 더 이상 시대와 맞지 않는다”며 “빠른 사회 변화와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교과서 제작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검정 교과서의 좌 편향성을 문제 삼아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교과서 검정 영향력을 줄이라’, ‘초등 사회 교과서도 검정화하라’는 진보 측 요구가 커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반영해 국정과제로 점진적 교과서 자율발행제 도입을 내걸고 ‘교과서의 민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심의기준 대폭 완화-‘모험’ 지적도 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교과서 심사진에 올해부터 심사 방식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검정 교과서 심사 제도를 단순화해 1, 2차로 분리돼 있던 본심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한편 심사진의 수정 ‘지시’를 ‘요청’으로 바꿔 집필진의 판단에 따라 수정을 거부해도 심의를 통과할 수 있게 된 게 골자다. 기존에는 각 출판사가 검정 심사에 통과하기 위해 심사진의 수정 지시·권고를 반드시 반영했다. 교과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심사진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20년 학교에 배포될 새로운 중3 검정 교과서를 심의 중”이라며 “출판사나 집필진의 부담은 줄었는데 심사 쪽에서는 기존과 다른 시행계획이 내려와 당혹해 했다”고 말했다. 과거 심사 경험이 있는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치적 가치가 충돌하는 사회과 과목은 물론이고 수학이나 과학처럼 오류 없는 지식 전달이 중요한 과목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집필진에게 자유를 보장한다며 정부가 교육적 모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과학계 인사는 “진화론과 창조론이 있는데 창조론자들이 창조론 위주로 교과서를 집필하고 맞다고 생각하면 한쪽으로 치우친 교과서가 그냥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검정 ‘다양성’ vs 국정 ‘안정성’ 초등 3∼6학년의 사회, 수학, 과학 교과서를 검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교육계 의견이 엇갈린다. 검정 교과서 확대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단일한 국정 교과서에 비해 여러 출판사가 펴내는 검정 교과서가 질적으로 우수할 것이라고 본다. 교육부는 “검정 교과서는 국정 교과서에 비해 권당 개발 투자비용이 2∼3배 높고, 여러 출판사가 경쟁하는 구조라 학부모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일본 등 다른 여러 나라 역시 검정 교과서 체제”라며 “교사들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고, 여러 교수학습 자료를 쓰려는 의욕이 높으며, 교육과정 결정권이 교사에게 있는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 검정 교과서의 효용성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정 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A 교수는 “교사들의 역량이 제각각인 현실에서 국정 교과서마저 없으면 수업 내용이 천차만별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에서도 이로 인해 교육격차 등 부작용이 나타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집필진은 “초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은 핵심 개념 위주인데 검정 교과서가 여러 종 나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차라리 국정 교과서를 핵심 개념 위주로 가볍게 만들고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교수 자료를 풍부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초등교육 정치색 갈등 우려 무엇보다 교육계에서는 초등 교과서의 검정화 과정에서 초등교육마저 정치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출판사별 정치적 색채나 학습량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 과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사회 과목에는 중고교의 역사 과목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 과정처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자유) 민주주의’ ‘6·25 남침’ 등 미세한 단어 하나하나를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초등학교 검정화 과목에 수학과 과학이 포함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 과목은 진보교육계가 ‘학습량이 많고 어렵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던 대표적인 과목이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가 아직 현장에 모두 적용되지도 않았는데 심의기준을 바꾸고 또 새 교과서를 만들라는 꼴”이라며 “정권 스케줄에 맞춰 급해도 너무 급하게 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교육부가 현재 국정교과서 체제로 발행되고 있는 초등학교의 사회와 수학, 과학 과목 교과서를 검정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초등학교의 국정교과서 발행 체제를 깨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전환 작업은 당장 올해부터 시작해 초등학교 3, 4학년은 2022년부터, 5, 6학년은 2023년부터 검정 교과서로 공부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마저 정치 논쟁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사회 교과서를 검정화하는 과정에서 지난 정권에서 큰 논란이 됐던 역사교과서의 정치 편향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금까지 정부 주도로 발행해 온 초등학교의 국정교과서를 검정체제로 일부 전환하기로 하고 최근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1차 검정화 대상은 초등학교 3~6학년의 사회, 수학, 과학 과목이다. 교육부는 이달 중 초등학교 교과서의 검정화 계획을 발표하고 올 한해 검정화로의 체제 전환 작업을 추진해 2022년부터 3, 4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검정교과서를 확대해 나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간 교육계에서 국가 주도의 교과서 발행이 시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고교교과서 자유발행제 도입에 발맞춰 초등학교 교과서 발행도 국정보다 좀 더 자유를 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자유발행제는 검인정 교과서보다도 정부의 승인과정을 대폭 줄여 교과서 출판사나 각 사별 집필진의 자체 판단 권한을 크게 늘려주는 제도다. 교육부는 “교과서의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라며 “탈 국정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교육계에서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자칫 교과서의 자율화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 정부가 검정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문제 삼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큰 정치적 논쟁이 발생했던 만큼,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의 검정화 과정에서 초등학교 교과서마저 혼란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역사 교과서 논쟁 당시 진보진영에서 ‘초등학교 교과서도 검정화하라’고 요구한 것을 교육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박근혜 지우기’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올해부터 서울지역에서 치러지는 고교 검정고시의 응시수수료가 없어진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시행하는 제1회 검정고시부터 1인당 2만 원인 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응시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매년 서울에서 고졸 검정고시에 지원하는 약 8500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시교육청은 1971년 제정된 서울시 초중고교 검정고시 수수료 징수 조례에 따라 그간 검정고시 수수료를 징수해 왔다. 그러나 교육복지 확대 차원에서 2010년 중학교 검정고시 수수료를 없앴다. 이어 2014년 저소득층에 한해 고졸 검정고시 수수료를 면제했다. 시교육청은 “현재 서울의 1인당 검정고시 응시 수수료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 지난해부터 면제를 검토해왔다”며 “지난해 12월 시의회에서 폐지안이 가결돼 수수료를 없애게 됐다”고 설명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한 해를 시작하며 신께 기도합니다. 올해는 우리가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다치거나 잃지 않게 해 주소서. 지난해 서울 상도유치원에 다니던 122명의 아이들을 구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붕괴가 반나절만 늦거나 빨랐어도 우리는 그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영영 못 볼 뻔했습니다. 어른들의 나태함과 시스템의 방만함이 결합된 우리 사회는 위험의 연속입니다. 졸업여행을 간 아이들이 숙소의 빠진 보일러 배기관에 목숨을 잃습니다. 매일 가는 학교의 천장에서는 석면가루가 부서져 내려 아이들의 폐포에 박힙니다. 길을 걷는데 끓는 물이 솟구쳐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불완전함의 연속인 이 세상에서 아이들을 지켜주시길 기도합니다. 신의 가호를 바라나 천운만을 기대하지 않고 어른들 모두 각자가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내도록 이끌어 주소서. 보일러공이든, 공사업자든, 자치구 직원이든, 정부의 정책 입안자든 결국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어떤 식으로든 나와 내 가족, 이웃을 위한 일임을 깨닫길 원합니다. 올해는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소서. 과거 취재한 한 중학교 보건교사의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전교생이 600명인데 많을 땐 하루에 100명의 아이들이 보건실에 와 두통약, 배탈약을 받아간다고, 알고 보면 진짜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아프다고 말하고, 어디가 아프냐는 위로를 듣고, 약이라도 하나 받아가고 싶어서 오는 아이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중 제일 무서웠던 내용은 ‘정작 부모들은 아이들이 이렇게 아픈 줄 모른다’는 말이었습니다. 올해는 우리가 ‘모르는 부모’가 되지 않게 하소서. 부모들에게 자녀와 깊이 교감할 시간적 여유와 정서적 각성, 대화의 지혜가 허락되길 원합니다. 가정에서 위로받기 어려운 아이들도 많습니다. 언젠가 만난 한 어려운 지역의 고교 교감은 ‘올해 우리 학교에 전학 처분을 받아 옮겨온 아이 14명 중 12명이 결손 가정’이라고 했습니다. 이 아이들을 더 특별히 기억하소서. 부모가 아니더라도 올해는 친구, 선생님, 이웃, 하다못해 책 속의 어느 누구라도 만나 이들이 위로받고 기대기를 원합니다. 우리 자신이 그런 도움을 주는 이가 되게 하소서. 우리나라가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아이들을 잃은 원인은 대형사고나 질병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이 병들어 가는 아이들이 어마어마하다는 이 불편한 진실을 우리가 용기 내 직시하고 답을 찾길 기도합니다. 지난해 서울대어린이병원 복도에 걸려 있던 장기 환아들의 시화 작품 중 ‘피자’에 대한 작품을 기억합니다. 병원 간식으로 나온 피자 한 조각이 너무 먹고 싶은데, 먹을 수가 없어 바라만 봐야 했던 아이의 속상한 마음, 꼭 나아서 먹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시였습니다. 올해는 그 아이가 마음껏 피자를 먹을 수 있도록 건강해지길 기도합니다. 아프고 장애가 있는 아이도 어려움 없이 공부하고 꿈꿀 수 있는 제도가 갖춰지길 원합니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실은 걱정 없이 둘러앉아 피자를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더한 행복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부모가, 선생님이, 학교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마음과 재능을 존중해 줄 수 있길 원합니다. 새로운 학교생활을 맞는 모든 아이들에게 사랑이 많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축복이 있길 기도합니다. 마음이 통하는 선한 친구들이 넘치길 바랍니다. 선생님을 믿고 지지하는 학부모가 늘고 애쓰는 선생님이 더 큰 힘을 얻는 신뢰의 학교를 응원합니다. 2019년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도합니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한 학년이 다 끝나가는 11월에야 점자책이 왔더라고요. 이미 중간고사 때 시험 친 범위인데 그때서야 책이 온 거예요. 제발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1년 내내 사정했지만 소용없었어요.”(서울 A맹학교 학부모 명모 씨) 시각장애가 있는 중2 아들을 둔 명 씨는 지난달 택배기사에게서 대형 손수레를 빌렸다. 며칠 전 집으로 배달 온 라면박스 6개 분량의 책을 곧바로 내다버리기 위해서였다. 박스 안에 든 책은 그가 지난해 12월 국립특수교육원 측에 점자화를 부탁한 참고서 6권이다. 명 씨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요청하면 교육부가 EBS 문제집이나 참고서 등을 점자화해 주도록 돼 있지만 수업 진도에 맞춰 제때 점자책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내버려야 할 책을 뒤늦게 찍어 보내는 게 예산 낭비이자 탁생행정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토로했다. 지난달 시청각 중복장애 학생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전기 보도(동아일보 11월 19일자 A2면 참조) 이후 장애학생의 학습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국내 장애학생들은 학교 교육의 기본이 되는 책마저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학교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농학교 모두에서 소외된 시청각 중복장애인들의 학습권은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헬렌 켈러’들을 위한 입법이 추진되는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위원장은 현재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시청각 중복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일명 ‘헬렌켈러법’을 이르면 내년 1월 발의할 예정이다. 국내 시청각 중복장애인은 1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임우선 imsun@donga.com·김윤종 기자}
“시각·시청각장애 학생들이 겪는 상황은 매년 비슷해요. 교과서는 여름방학이 다 돼야 받아요. 참고서는 지문과 문제가 뚝뚝 잘린 채 분책이 돼서 와요. 수학 참고서는 오·탈자투성이라 아예 문제 자체가 달라지기도 하고요.”(맹학교 학부모 A 씨) 한국의 특수교육 제도는 과거보다 나아졌다지만 국내 시각·시청각장애 학생들에게 ‘학습권’이란 여전히 먼 얘기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학업의 기본이 되는 점자로 된 책이 없어서다. 국내 시각·시청각장애 학생들은 교과서조차 비장애인 학생들과 같은 시기에 제공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규정상 정부가 교과서와 참고서를 점자화해 제공해야 하지만 실제 점자책을 받기까지는 최장 1년이 걸린다. 왜 그럴까. 30일 점역(點譯)업계에 따르면 일반 책을 점자로 만들려면 텍스트파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파일의 불법 유통 및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국내 출판사들은 민간 점역업체는 물론이고 국가기관인 국립특수교육원에조차 텍스트파일을 제공하지 않는다. 특수교육원 관계자는 “공공기관인 EBS마저 EBS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집 텍스트 파일 전부를 받는 것은 어렵다”며 “이 때문에 모든 책 내용을 일일이 손으로 친 다음 점자책을 만들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점자책 제작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용도라면 출판사는 반드시 책의 텍스트파일을 점역업체에 제공해야 한다. 미국처럼 지식재산권 침해 규정이 엄격한 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에선 전체 출판물의 10%가량이 바로 점자책으로 제작돼 시각·시청각장애인들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내 관련법에선 출판사들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지털파일 제공을 강제하지 않아 점자화가 매우 어렵다. 점역업체 B사 대표는 “학부모들은 점자책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항의하는데, 출판사들은 파일을 주지 않으니 점역업체만 미칠 노릇”이라며 “출판사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점역 환경이 이처럼 열악하다 보니 올해 초 특수교육원이 두 번이나 관련 입찰을 진행했으나 응찰한 업체가 없어 결국 B사와 수의계약을 맺어야 했다. 매년 전년도 10∼12월 중 이뤄지는 다른 공공기관의 점역사업 입찰과 달리 교육부 입찰이 매년 신학기에 이뤄지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 점역업체 관계자는 “하다못해 자치구 소식지도 새해가 시작되기 전에 입찰을 하는데 교육부 입찰은 3월에야 진행된다”며 “이때부터 교과서와 참고서 점역을 시작하니 시각·시청각장애 학생들에게 늦게 제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사는 구두수선공 김성기 씨(72)는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자신의 소형 승용차에 시동을 건다. 그가 향하는 곳은 차로 10분 남짓 떨어진 은평구 불광동의 한 다세대 빌라. 빌라 앞에는 검은 배낭을 멘 한 중년 남성이 서 있다. 시청각 중복장애인인 박영수(가명·56) 씨다. 김 씨가 내려 박 씨의 손을 잡으면 아무런 표정이 없던 박 씨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진다. 앞을 보지도, 들을 수도 없는 박 씨를 데리러 온 김 씨 역시 귀가 들리지 않고 말을 할 수 없는 농아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만지며 대화한다. 이를 ‘촉수화’라고 한다. 김 씨가 박 씨를 차에 태우고 매주 금요일마다 찾는 곳은 서울 동작구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열리는 시청각 중복장애인들의 자조 모임 ‘손잡다’다. 지난해 4월 시작된 ‘손잡다’는 국내에 두 개뿐인 시청각 중복장애 자조 모임 중 하나다. 김 씨는 “수년 전 농아인 모임에서 박 씨를 처음 만났는데 눈까지 보이지 않아 늘 집에만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도움을 주고 싶어 매주 ‘손잡다’ 모임에 데려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의 대부분을 15평 남짓한 집 안에서 보내는 박 씨에게 김 씨는 자신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유일한 끈이다.○ 어둠에 갇힌 시청각 중복장애인의 삶 박 씨는 어릴 적 귀를 다쳐 농아인이 됐다. 간단한 수화로 가족과 의사소통을 하며 살았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 점차 시력을 잃는 유전병이 발현해 10년 전부턴 앞을 전혀 보지 못한다.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자 그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암흑의 세계에 갇혔다. 아내는 떠났고 자녀들이 일을 나갈 때면 그는 늘 혼자였다. 가끔 바람이라도 쐬고픈 마음에 집 밖으로 나서 보지만 화를 당하기 일쑤였다. 박 씨의 딸은 “아빠가 오토바이에 치이거나 차바퀴에 발이 깔리는 등 크고 작은 사고를 많이 당했다”며 “주변을 더듬다가 오해를 사 폭행을 당한 적도 있다. 장애인인 걸 알고는 뒤통수를 후려치고 도망간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백화점 판매직원으로 일하는 박 씨의 딸이 근무 도중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뛰어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박 씨의 집엔 온갖 종류의 상해로 병원을 다녀온 영수증이 한 묶음 쌓여 있다. 박 씨는 하루 8시간 일상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사’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손잡다’ 모임에 나가면서 비로소 활동 지원 제도를 알게 됐다. 뒤늦게 활동지원사를 신청했으나 심사 기간만 수 주가 걸렸다. 심사 담당 직원이 여러 차례 그의 집을 찾아와 초인종을 눌렀지만 그는 ‘띵동’ 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극도의 고립감과 고독감 속에 살아가는 시청각 중복장애인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인 ‘손잡다’ 모임은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다. ‘손잡다’에서는 서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10여 명이 모여 촉수화로 소통한다. 이 모임은 서울맹학교를 졸업하고 숭실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청년 시청각 중복장애인인 조원석 대표(26)가 이끌고 있다. 조 대표는 ‘손잡다’에 온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직접 점자와 수화를 가르쳐주고 각종 복지 혜택을 안내한다.○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의 ‘헬렌 켈러들’ 흔히 시청각장애를 ‘시각+청각’ 장애로 생각하지만 시청각 중복장애는 시각이나 청각장애와는 전혀 다른 가장 심각한 중증 장애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국내 장애인 관련법에선 시청각 중복장애인들을 위한 별도의 규정이나 맞춤형 제도가 없다. 김종인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장은 “시청각 중복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학교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농학교 중 한 곳을 선택해 찾아가지만 어디서도 제대로 된 교육이나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통상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는 청각 위주의 교육과 서비스가 이뤄지고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시각 위주의 교육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시청각 중복장애인은 양쪽 어느 쪽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법률로 시청각 중복장애를 별도 유형의 장애로 규정해 지원하고 있다. 헬렌 켈러를 계기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시청각장애인 교육 및 지원 제도를 갖춘 미국에서는 시청각장애아가 태어나면 전문특수교사가 가정을 방문해 촉각을 통해 사물을 인지하고 소통하도록 교육한다. 국립 헬렌켈러센터는 시청각장애인이 스스로 쇼핑을 하고 요리를 하는 등 자립할 수 있도록 생활교육을 제공한다. 내년에 입법이 추진되는 한국판 ‘헬렌켈러법’(가칭)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 초안은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맞춤 의사소통 체계 수립 △활동지원사와 시청각통역사 양성 △시청각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조직의 결성 및 지원 △시청각장애인의 발굴 △별도의 교육 정책 강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원장은 “한국판 헬렌켈러법은 이들을 밖으로 불러내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최근 3년간 전국 초등학교 462곳이 석면 해체 및 제거 공사를 진행 중인 건물 내에서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병설유치원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2월 서울 인헌초등학교에서 제거 공사가 완료된 후에도 석면 잔존물이 검출돼 개학이 연기되는 소동을 빚었지만 교육부의 부실 관리로 제2, 제3의 인헌초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고교 학교 환경 개선사업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석면 해체·제거 공사 기간에 돌봄교실 등을 운영한 전국 학교 2222곳을 확인해 보니 돌봄교실 200곳, 방과후학교 130곳, 병설유치원 132곳이 석면 작업장과 같은 건물에서 아이들을 돌봤다.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은 한번 들이마시면 체내에 있다가 10∼40년 잠복기를 거쳐 악성 폐질환을 일으켜 ‘조용한 살인자’로도 불린다. 공기 중에 날려 신체에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석면 제거 공사 현장과 철저히 격리해야 하지만 서울 시내 일부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에게 공사 기간에 돌봄교실이 운영된다는 사실조차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교육부 담당자들이 학교 건물에 석면이 사용된 위치를 표시하는 ‘석면지도’가 부실하게 작성된 사실을 알고도 재검증 등 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덮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석면지도 표본조사 결과를 용역업체를 시켜 삭제하도록 한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표본조사 결과는 석면건축물 전체 학교와의 상관관계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문안을 추가해 용역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게 석면 조사 검증 용역 최종보고서를 삭제, 수정하도록 한 담당자 2명에 대해 정직 처분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실제 감사원이 4월 2일부터 5월 21일까지 감사 기간에 석면지도 정확성을 재검증하기 위해 석면 해체·제거 공사가 완료된 1076개 초등학교 중 142개교를 대상으로 점검을 벌인 결과 29개 학교(20.4%)의 교실, 복도, 자료실 등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 “석면지도 오류는 2016년 3월에 시도교육청에 조치를 주문했으나 현장에서 적극적인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면이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교육환경이 조성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임우선 기자}
교육당국은 2015년부터 방학 때마다 전국의 초중고교의 석면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이 과거 국내에서 건축자재로 널리 쓰였던 탓에 전국 대부분의 초중고교 건물에 석면자재가 들어가 있다. 석면은 건물이 노후화될수록 입자 상태로 흩날릴 위험이 높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2012∼2015년 학교 건물에 대한 석면지도를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학교에 석면이 사용됐는지, 각 학교 건물의 어느 부분에 석면이 사용됐는지를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2027년까지 전국 모든 학교의 석면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년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매년 겨울·여름방학마다 철거 대상 학교를 정해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학교에서 석면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겨울방학의 경우 1227곳, 여름방학에는 641곳의 학교에서 석면 철거 공사가 이뤄졌다. 문제는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가 ‘개학 전 끝내기’를 목표로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공사를 할 때는 공사현장 전체와 에어컨 등 집기를 일일이 비닐로 최대한 감싸야 한다. 석면이 섞인 공기가 밖으로 새지 않게 음압기도 설치하고 공사 후에는 철저한 청소가 필수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진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교육당국 조사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던 서울 관악구 인헌초에서 공사 완료 후 석면 잔존물이 검출돼 개학이 연기됐다. 당시 환경시민단체와 함께 조사를 주관한 인헌초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이 공사를 대충 진행하고 문제를 은폐하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뒤늦게 교육부가 벌인 재조사에서 43개 학교에서 잔존물이 검출됐다. 교육부는 부실공사 업체에 대한 징계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이성진 사무국장은 “교육부가 알면서도 석면지도 자체를 엉망으로 만든 게 드러난 만큼 석면지도를 전면 재조사하고 철거 계획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A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한 부동산 관련 논문이 웅지세무대 B 교수 단독 명의로 학술지에 게재된 사례 2건이 26일 추가 확인됐다. 교육부는 이날 성균관대에 A 교수가 B 교수의 논문을 대필했다는 의혹 전반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하면서 검찰 등에 수사의뢰할 것을 권고했다. 성균관대는 우선 자체 진상조사를 거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중징계할 방침이다.○ 대학원생과 회계전문가가 대필 관여 지난해 3월 30일 성균관대 법학 학술지에는 ‘부동산의 임의처분과 형사책임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B 교수 명의 논문이 게재됐다. A 교수가 박사과정 대학원생에게 초고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던 논문이다. 동아일보가 논문 초고와 B 교수 논문을 입수해 비교 분석한 결과 논문 초고에 있는 특정 단락이 빠지거나 내용을 보충하는 문장이 추가되면서 모두 71군데가 달라졌다. 특히 초고의 중목차 ‘Ⅲ의 3, 4번’ 항목이 논문에서 하나로 합쳐지고 새롭게 소목차가 하나 추가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1쪽만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 이달 말 중앙대 법학 학술지에 게재될 예정이던 B 교수의 논문 작성 과정에도 A 교수가 관여했다. B 교수 명의로 제출된 ‘부동산 신탁제도의 변천에 따른 토지의 유용한 활용 방안’ 논문의 초고는 A 교수 지인인 회계전문가와 석사과정 대학원생이 함께 집필했다. 국문과 영문 초록도 이들이 작성했다. B 교수는 본보가 관련 의혹을 취재하자 25일 해당 논문의 게재 철회를 대학 측에 요청했다. 앞서 9월 30일 법학 학술지에 게재된 B 교수의 부동산 신탁 관련 논문은 A 교수 지시로 또 다른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초고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학술지 게재 불가’ 판정을 받은 B 교수의 논문이 A 교수가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의 학술지에 게재되도록 관여한 정황도 있다. B 교수의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형사책임’ 논문은 지난해 8월과 11월경 두 대학 학술지에서 ‘게재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A 교수에게 자문한 끝에 지난해 12월 30일 해당 논문은 성균관대 법학 학술지에 실렸다. ○ 계약서 있지만 “고문 위촉 사실 없다” 반박 A 교수는 B 교수가 주주이자 비등기 이사로 있는 부동산 신탁회사와 2011년 9월 법률고문 계약을 추진했다. 본보가 입수한 A4용지 3쪽 분량의 계약서에는 A 교수가 부동산 신탁회사로부터 월 300만 원에 법률고문을 맡기로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본보 취재 결과 A 교수는 2012년 11월경 신탁회사 측으로부터 법률 검토 부탁을 받은 사실이 있고, 이때 신탁회사는 A 교수를 ‘고문님’이라고 불렀다. 부동산 신탁회사의 최대주주인 C 부회장은 “A 교수는 법률고문을 맡은 적이 없다. 당시 고문 위촉을 위해 여러 명에게 메일을 보내다 (계약서가)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 부회장은 ‘창립 이래 경영고문이나 사외이사 등으로 A 교수를 선임해 임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대표이사 날인이 찍힌 확인서를 제시했다. C 부회장은 B 교수의 아버지다. C 부회장과 자녀 등 가족이 이 신탁회사의 최대주주다. 자신의 딸인 B교수의 논문 대필 의혹에 대해 C 부회장은 “몇 번 자문하고 대학원생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전적으로 대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학원생의 이름이 공저자에서 빠진 경위에 대해 C 부회장은 “작성 중인 논문의 방향을 정리하고 자료 수집 등을 도와준 것에 불과해 수정에 가깝다”고 주장했다.김동혁 hack@donga.com·임우선·윤다빈 기자}

15년 만의 ‘3기 신도시 계획’이 19일 발표된 뒤 교육부가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끝없는 출산율 하락에 기존 학교마저 비어가는 상황에도 신도시를 위한 학교를 148개나 신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도 부담이지만 인구 이동에 따른 도심 학교 ‘공동화(空洞化)’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기존 학교의 폐교나 이동도 쉽지 않아 학생은 없는데 학교 수만 늘어날 상황이다. 3기 신도시 계획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와 하남, 과천, 인천 계양 등에 총 12만2000가구 규모의 주택이 공급된다. 최근 경기 화성의 동탄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불거진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 이후 정부는 3기 신도시 지역의 유치원을 모두 국공립으로 짓기로 했다. 동탄 신도시 조성 당시 유치원 공급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기업형 사립유치원이 대거 설립되며 비리를 키웠다는 지적 때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3기 신도시 지역에 설립될 학교수를 시뮬레이션했다. 15만 가구 입주 시를 가정해 추산한 결과 △유치원 70개 △초등학교 38개 △중학교 25개 △고등학교 15개 등 총 148개 유초중고교(3708학급)를 신설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규정상 초등학교는 4000가구당 1곳, 중학교는 6000가구당 1곳, 고등학교는 1만 가구당 1곳을 공급해야 한다. 3기 신도시의 학교 신설비용은 약 2조6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공립유치원 1개를 세우는 데 평균 100억 원, 초중고교 1곳 설립 시에는 평균 250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학교 설립 재원보다 교육당국의 더 큰 고민은 기존 학교의 공동화다. 학생 수의 ‘증가’ 때문이 아니라 학생의 ‘이동’에 따른 설립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새 학교가 생기는 만큼, 기존 학교의 학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은 물론이고 최근엔 서울 지역도 학생 수 부족을 이유로 폐교나 학교 이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상당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서 사상 처음으로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학생수 감소를 버티지 못한 초등학교 폐교(은혜초) 사례가 나왔다. 서울 풍문여고 등 긴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들마저 학생을 찾아 강남, 수도권 신도시 등으로 학교를 옮기는 형편이다. 당장 2020년 국내 고교생 수(145만 명)는 내년(156만 명)보다 10만 명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미 학생 수가 태부족인 종로, 중구, 용산 등 서울 중심부 학교들의 고민은 크다. 서울시 추계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20년 뒤 학생 수는 지금보다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얼핏 생각하면 학생이 없는 지역의 학교를 신도시로 옮기면 될 것 같지만 학교를 옮기려면 기존 학교 부지를 매각하고 기존 학생들의 수용계획도 세워야 하기 때문에 만만한 일이 아니다”며 “특히 기존 학교를 폐교할 경우 해당 지역사회의 반발이 워낙 커 학교 수를 줄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신도시의 실제 학생 수가 얼마나 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통상 작은 평형이 많으면 초등학생 수를 높게 잡고, 대형 평형이 많으면 중고교생 수를 많이 잡지만 정확한 건 실제 입주가 돼봐야 안다”며 “이런 이유로 학생 수용계획을 미리 잡는 게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학창 시절 교과서를 의심한 사람이 있을까? 많지 않을 듯하다. 대부분은 ‘헌법’이나 ‘경전’ 수준은 아니더라도 여러 학문이나 사회 현상의 해설에 있어 사실관계에 틀림이 없고, 가치에 있어 불편부당하며, 목적은 공명정대한 책이라고 전제했을 것이다.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꼭 알아야 할 핵심 지식과 합리적이고 다양한 가치 판단 기준을 담은 그런 책 말이다. 요즘 학생들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학교 교육의 핵심이 되는 교과서가 매년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어서다. 학교 교육의 ‘헌법’이라 불리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집필의 기준이 되는 ‘성취 기준’ 역시 마찬가지다. 한 해가 멀다 하고 정치세력의 입맛대로 요리되다 보니 국민으로서는 이제 무슨 맛이 진짜 맛인지조차 모를 지경이 됐다. 그간 정치가들은 교육과정이나 성취 기준 내 미세한 표현에서부터 과목명, 교과서의 전체적인 톤과 방향성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부분에서 정권의 흔적 남기기를 시도해 왔다. 작은 예로는 이명박 정부가 고등학교 ‘환경’ 과목의 이름을 정부의 녹색성장 기조를 반영해 ‘환경과 녹색성장’으로 ‘깨알 수정’한 것을 들 수 있다. ‘환경과 녹색성장’은 현 정부에서 다시 ‘환경’으로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온 국민이 알 정도로 논란이 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이 있었다. 이 논쟁은 10여 개월간 교육계의 다른 이슈들을 묻히게 한 블랙홀 같은 존재였다. 교육계의 숙제가 역사 교과서 하나만은 아니건만, 이 기간 정치적 싸움을 벌이느라 우리 교육계는 다른 실질적 교육 문제를 고민하지 못했다. 이때의 혼란을 생각하면 이전 정부의 ‘과목명 바꾸기’ 정도는 애교로 느껴질 정도다. 현 정부는 올해 초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북한의 6·25 남침’ 표현을 빼고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했다. 논란이 커지자 ‘남침’ 표현은 살렸지만 ‘자유’는 끝내 없앴다. 요즘은 전 과목에 ‘통일’과 ‘민주시민’ 교육을 반영하겠다고 해 시끄럽다. 지난달 교육부는 “평화통일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빠르면 2020학년도부터 교육과정과 교과서 서술을 바꿀 것”이라고 예고했다. 예컨대 미술시간에는 통일 상상화를 그리고, 음악시간에는 통일 노래를, 가정시간에는 북한의 음식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과학시간에는 열의 이동 성질을 이용한 ‘통일 마술컵 만들기’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북한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무리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달 들어서는 내년부터 ‘민주시민학교’를 운영하고 중장기적으로 ‘시민’(가칭) 과목 신설을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교육계에서는 당장 “단어 자체에 이념적 프레임이 씌워져 있다”며 편향성 논쟁이 불거졌다. 그러나 교육정책의 실권을 쥔 정치세력은 교육계의 개탄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교육부조차 언제나처럼 정권의 깜빡이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책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추구해야 할 행정부가 정치세력에 휘둘리는 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우리 사회 시스템의 한계 탓이 크다. 수시로 바뀌는 정권의 좌회전, 우회전에 교육이라는 이름의 긴 버스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갈지(之)자 행보만 거듭하고 있다. 만날 논쟁을 벌이고 돈을 쏟아부어도 돌아보면 우리 교육은 늘 그 자리다. 버스에 탄 전국 630만 학생·학부모들은 멀미가 나다 못해 구토가 날 지경이지만 핸들의 회전 폭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한국 교육은 언제쯤 직진할 수 있을까. 고꾸라지지만 않아도 다행이려나.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이른바 ‘국어 31번 논란’이 일었던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교육계에서는 국어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하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앞으로의 입시 준비를, 현장 교사와 국어학계에서는 국어 교육의 방향성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국어 교육이 새삼 화제로 떠오른 최근 서울 종로구 가회동 ‘건명원’에서 배철현 건명원장(56·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을 만났다. 건명원은 문화예술 분야의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기관이다. 인문 예술 과학 분야의 저명한 교수 8명이 19세부터 29세 사이의 청년들에게 융합적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 15일 건명원의 2대 원장이 된 배 원장은 “내년부터 건명원의 모든 교육을 ‘글쓰기’ 중심으로 완전히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왜 글쓰기인가. “내년이면 한국에도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들어온다. 애플도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위협적이다. 이들의 위세에 한국의 많은 방송이 위협받을 것이다. 그런데 애플이나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들이 누굴 찾냐면 글 쓰는 사람이다. 그냥 쓰는 게 아니고 글을 깊이 있게 쓰는 사람, 높은 경지에서 쓰는 사람, 상상을 통해 쓰는 사람을 찾는다. 미래의 핵심 산업은 ‘스토리’다. ‘해리포터’라는 작품 하나의 경제적 가치가 어지간한 대기업 자동차 생산으로 얻는 이익보다 더 크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이런 엄청난 미래 산업을 대한민국이 교육하지 않는다. ―우리 교육의 문제가 뭔가. “중고교생들은 내가 아는 작은 세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깊이 책을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 제도로는 책 한 권도 못 읽는다.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읽는 게 아니라 ‘깊이 있게’, 단순히 많이 읽는 게 아니라 고전과 같은 좋은 책을 사고(思考)하면서 읽는다는 의미다. 세계의 저명한 대학들이 교육을 논할 때 흔히 ‘교양도서 100권을 읽는 것이 대학 교육의 전부’라고 하지 않나. 자신만의 글쓰기를 위해서도 폭넓은 양서의 독서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독서도, 글쓰기도 전혀 되지 않고 있다.” ―그런 교육은 어떤 결과를 낳나. “학생에게는 ‘희망’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희망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어떤 것이어야지, 남이 희망이라고 만든 걸 찾는 건 흉내고 자살행위일 뿐이다. 그런데 한국의 청년들을 보면 상당수가 공무원을 하겠다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 만약 이들이 다양한 독서를 했다면 어땠을까. 책이란 스스로 되고 싶은 나를 찾도록 자극시켜 주는 등대와 같다. 독서를 통해 세계관이 확장되고 미래에 대한 무기를 갖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독서조차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깊이 보질 못한다.” ―입시라는 현재의 틀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몇 년 전 서울대 총장에게 서울대 입시를 고전 50권 깊게 읽기와 에세이 쓰기, 면접으로 바꾸자고 말한 적도 있다. 대입 시험 문제(수능)를 방송국(EBS)에서 한 내용으로 낸다는 게 과연 맞는 얘긴가. 학생들에겐 각자의 목소리가 있다. 답은 다 달라야 한다. 내 목소리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노래할 때 가장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노래가 나온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다른 노래를 부를 수 있게 가만 놔두질 않는다. 방탄소년단(BTS)을 보라. 스스로 생각해서 가사를 쓰는 게 중요한 것이다.” ―독서와 글쓰기를 하면 교육이 변화할까. “교육은 물론이고 사회도 바뀐다. 독서는 일종의 ‘침묵 수련’이다. 나의 말을 하지 않고 읽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의 생각이 생기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역량도 생긴다. 그런데 독서가 없다 보니 학생들에게 토론을 시키면 상대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가 가진 알량한 지식만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사회적으로도 보라. 한국의 많은 문제는 깊이 생각하고 토론을 통해 결정할 일인데 그 시스템이 무너졌다. 흔히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논할 때 정치·경제만 말한다. 하지만 정치·경제의 변화는 국민 의식이 먼저 도약해야 가능한 것이다. 글쓰기란 생각나는 것을 글로 쓰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때를 생각해 다른 사람의 입장에도 서보는 배려의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우리 교육과 사회를 구원할 가장 좋은 수단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지난달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시청각 중복장애로 13시간 3분간 수능 응시에 도전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김하선 양(18·사진)이 14일 연세대 교육학과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했다(본보 11월 19일자 A2면 참조). 서울맹학교에 재학 중인 김 양은 앞을 전혀 볼 수 없고 귀도 거의 들리지 않는 선천성 장애를 가졌지만 올해 수능에 도전해 271쪽에 달하는 점자 수능 문제지를 풀어 전국에서 가장 늦게까지 수능을 본 수험생으로 기록됐다. 합격 소식을 전해 들은 김 양은 “장애학생을 위한 더 나은 교육제도를 고민하고 싶었는데 교육학과에 합격해 정말 기쁘다”며 “비장애인과 장애인 통합교육 시스템이 잘돼 있는 미국이나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핀란드에 교환학생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양은 “시청각장애인이 입학하는 게 학교도 처음일 것이어서 헤쳐 나가야 할 게 많고, 걱정도 많이 된다”면서 “하지만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국어평가 콘텐츠 사업을 벌여 온 ㈜이감이 장은수 전 민음사 대표를 초빙해 ‘이성과 감성 콘텐츠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12일 밝혔다. 한국문학번역원 이사를 지낸 장 전 대표는 이성과 감성 콘텐츠 연구소에서 교양 출판 사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창의성의 기반이 될 다양한 분야의 교양 지식을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현실에 맞는 고급 독서 콘텐츠 개발을 중점 추진해 내년부터 출판물을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독서 콘텐츠를 개발해 교양 지식 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장 전 대표는 “㈜이감이 기존에 구축한 평가 사업 분야의 자원 및 인프라는 리딩 콘텐츠 생산 영역에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3년 뒤면 알게 될 거다. 지금의 강사법이 얼마나 학문 생태계를 붕괴시켰는지를…. 소수 강사의 삶은 나아지겠지만 나머지 강사들은 완전히 설 곳을 잃게 된다. 학위를 마치고 나오는 이들이 갈 곳이 없는데 대학원에 오려는 이가 있겠나. 강사들이 사실상 전임화되니 전임교수 충원도 힘들어진다.”(서울 D대) “강사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안다. 문제는 대학들이 지금의 강사법을 견딜 체력이 안 된다는 점이다. 등록금은 10년째 동결이고 학생 수는 매년 줄어든다. 재정 압박이 극심하다. 결국 (강사를) 줄일 수밖에 없다.”(충청 E대) 내년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둔 대학가에는 강사 대량 해고뿐 아니라 대학 교육의 질적 저하 및 ‘학문 생태계 붕괴’라는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동아일보 인터뷰에 응한 20개 대학의 강사 수는 포항공대(9명)를 제외하고 대학별로 최소 70명에서 최대 1300명 이상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대규모 강사 구조조정 및 수업 질 저하 △향후 배출될 학위 소지자 일자리 소멸 △지방대 타격 등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비용 감당 안 되는 법” 줄어드는 강사 일자리 대학들은 고용하고 있는 강사의 규모에 따라 강사법으로 인한 추가 재원 부담을 연간 최소 10억 원에서 최대 70억 원까지로 추산했다. 방학 중 임금을 제공해야 해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강사 규모를 감축한 4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정부가 일부 예산 지원을 한다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강사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 T대는 “현재 1과목씩 수업하는 강사들에게 2과목씩 수업하게 할 것”이라며 “1인 2수업이 불가능한 일부 전공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강사 수를 줄여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N대는 “전임교원들이 맡는 강의 수를 늘릴 것”이라며 “전임들에게 초과강의 수당을 줘야겠지만 강사료의 절반 수준이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L대는 “분반 수업을 줄이고 폐강 인원 기준을 높여 강좌 수를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어떤 경우든 강사들의 전체적인 일자리가 감소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줄고 강의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B대는 “대학의 꽃은 교양강좌인데 강사법이 도입되면 교양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며 “소위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강사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래 학위 소지자는…” 대학원 경쟁력도 우려 강사법은 강사들의 임용계약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3년간 임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학들은 이를 “사실상 한번 뽑은 강사는 최소 3년 이상 전임교원처럼 둬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서울 I대는 “수요 조사를 해보니 각 학과에서 되도록 강사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신중하게 뽑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대학들은 ‘강사 일자리 안정화’와 ‘신규 강사 일자리 감소’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했다. 기존 강사가 강사직을 오래 유지할수록 새롭게 쏟아지는 학위 소지자들에게 돌아갈 취업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 C대는 “있는 사람 정리하기도 바쁜데 새 사람을 살필 여유가 있겠느냐”며 “학위를 취득해도 강의를 경험할 일자리조차 못 구하니 대학원에 오려는 이도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결국 강사법은 앞으로의 후속 학문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임용되는 데 성공한 소수의 강사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 강사, 대학 모두에 불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임교수도 못 뽑아” 지방대 비명 지방대들은 서울지역 대학들보다 재정 상황이 열악하고 전체 교원 대비 강사 비율도 높다는 점에서 강사법의 타격이 엄청나다고 호소했다. 충청지역의 H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예산을 지원한다지만 288억 원을 대학 수로 나누면 평균 1억∼2억 원꼴”이라며 “교육부가 평생 예산 전액을 지원할 게 아니고서야 강사 수를 줄이는 것만이 현 상황의 근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들은 세부 시행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1월 이후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구체적인 방학 중 임금 지급 기간이나 급여 산정 방식은 시행령에 규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과 강사 간 자율 협약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강사 축소 움직임과 관련해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오랜 시간 합의를 통해 강사법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해고하는 건 대학들의 반칙”이라며 “정년 보장 전임교원에게는 인건비의 50%를 주면서 1%를 차지하는 강사들을 자르겠다는 건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강사에게 쓰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사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게 대명제인데, 대학도 일정 부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 브리핑이 있던 4일.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발표에 앞서 사과부터 했다. “너무 어려웠던 수능 난도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하다”는 내용이었다. 격려도 잊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게 되더라도 절대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말라. 새로운 출발을 위한 소중한 기회로 삼자”고 당부했다. 이미 다 끝난 마당에 시험을 망친 학생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됐을지는 모르겠다. 앞뒤가 참 어색한 이 씁쓸한 사과와 위로의 현장을 보며 교육당국이 진짜 사과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의 끝엔 이렇게 냉엄한 입시의 현실이 존재하는데, 어린 학생들에게 딱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꿈과 끼만 좇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처럼 미혹했던 것 말이다. 꼭 대입이 아니더라도 인간 사회의 속성상 취업 등의 관문마다 평가와 경쟁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사교육 경감’이라는 제1목표 달성을 위해 ‘행복교육’을 외치며 학교의 교육 의무를 흐렸던 게 사실이다. 요즘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기성세대 때와는 크게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초1부터 중1까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일제고사’(전 학년이 같이 보는 시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다만,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이해도를 파악하는 차원에서 담임의 판단에 따라 반별로 ‘단원평가’라는 것을 본다. 아이들이 따로 공부하며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걸 막기 위해 예고 없이 보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진보 성향 교육감은 시험은 물론이고 ‘숙제 없는 학교’도 역점 사업으로 운영한다. 해외에서는 학교 수업시간을 45분에서 65분으로 늘리는 등 ‘학교 내 학습’을 강조하며 ‘숙제 없는 학교’를 추진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초등 저학년까지 스트레스 주진 말자’는 취지다. 교육청 차원에서 사실상 지침이 내려오는 상황에서 숙제를 내 봤자 교사들은 힘만 들뿐 딱히 좋은 소리도 못 듣는다.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다. 문제는 중2부터다. 중1 때는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란 이름으로 시험 없는 삶을 살다가 중2 때 인생 첫 ‘○○고사’라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충격에 빠진다. 뒤늦게 공부를 하려 해도 기초 개념을 잡았어야 할 7년이 지난 상태라 좀처럼 쉽지 않다. 형편상 기댈 곳이 학교뿐인 아이들은 더 힘들다.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기초학력 미달’이라는 이름의 집단으로 남는다. ‘학교가 덜 가르치도록’ 장려하는 교육시스템 속에서 학부모들은 ‘학교가 안 시키면 내가 시킨다’란 마음으로 사교육을 시킨다. 아이와 싸워 가면서까지 엄마가 교사처럼 딱 붙어 가르치기도 한다. 우리가 아는 많은 ‘내로남불 자녀교육’ 인사들도 입으로는 행복교육을 외치면서 정작 본인 자식은 외고, 자사고, 영재고, 명문대의 길을 걷게 했다. 행복교육이 그렇게 좋은 거면 왜 먼저 시키지 않았나. 기자의 특성상 교육특구의 교육방식부터 소외계층의 현장까지 다양한 교육형태를 관찰하게 된다. 흔히 한국의 교육격차를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을 쓰지만 막상 보면 기울어진 정도가 아니라 ‘끊어진 운동장’이다. 가진 자들은 학교가 덜 가르쳐도 상관없다. 어차피 학교만 믿고 가지 않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바빠 입시제도가 어떤지 몰랐던, 학교만 믿었던 서민들만 뒤통수를 맞는다. 그런 면에서 교육당국이 진짜 사과해야 할 건 현실에 눈감고 이상만으로 공교육을 놓아 버린 것이다. ‘수능 국어 31번’ 사과보다 그게 먼저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우리글이니 쉬워야 하는데 공부할 땐 영어보다 국어가 더 어렵고 낯설게 느껴져요. 지문을 놓고 계속 어휘나 문법 위주로 파고들어야 하니까 학교 수업만 들어서는 이해가 안 가요.”(고2 전모 양) “국어에서 외울 게 왜 이렇게 많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암기 과목 같아요. 어떨 땐 지문이 짧은데도 잘 안 읽혀요.”(고1 신모 군)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31번’ 문제가 논란이 된 뒤 국어 교육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국어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며 학원가로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현장 교사 및 국어 교육 전문가들은 수능 논란은 빙산의 일각일 뿐, 우리 국어 교육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편적인 지문 분석과 문제풀이에 매몰돼 전체 글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맹(文盲)이 아닌데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말하기나 글쓰기가 어려운 ‘소통 문맹’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20여 명의 현장 교사와 학생, 교수 등 전문가, 사교육계 관계자를 심층 인터뷰해 ‘모국어’가 ‘모르는 국어’가 돼 버린 근본 원인을 진단했다. 그 과정에서 국어 교육 관계자들은 △제대로 읽고 듣고 쓰고 말하기엔 부족한 수업시간 △‘질보다 양’이 중요한 독서문화 △백화점식 교육 과정 및 진도 부담 △실생활과 먼 이론 위주의 교육 구성 △입시문제 출제 방식 등 우리의 국어 교육 틀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독서, 듣기, 발표, 글쓰기’가 실종된 이른바 ‘4무(無) 교육’이 한국 국어 교육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국어 역량은 국제 평가에서도 그 추락세가 증명되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3년 주기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2006년 이후 읽기 점수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가장 최근인 2015년 평가에서 상위 수준 학생은 14.2%에서 12.7%로 줄어든 반면에 하위 수준 학생은 7.6%에서 13.6%로 두 배 가까이로 급증해 충격을 줬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PISA 학력은 역대 최저 수준이고 동아시아 국가 중 꼴찌”라며 “10년 넘게 하향화하고 있는데도 교육 당국이 원인을 분석할 생각조차 없으니 큰일”이라고 개탄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최예나·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