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전문가들이 수도권 집단 감염에 긴장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유의 높은 전파력 때문이다. 더구나 환자로 의심하기 힘든 무증상 전파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진단검사에서 양성과 음성을 오가는 ‘경계성 환자’도 있다. 이는 방역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평균 재생산지수(R0·환자 1명이 전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는 2∼3이다. 하지만 폐쇄 공간에서 밀접 접촉이 이뤄질 경우 재생산지수가 급격히 올라간다. 신천지예수교(신천지) 대구교회 사례가 대표적이다. 범부처 감염병연구개발사업단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의 재생산지수는 7∼10으로 추산됐다. 일반적인 코로나19의 전파력보다 3배 이상 높은 것. 이영석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좁고 폐쇄된 공간, 밀접 접촉이 이뤄지는 경우 등 특수한 환경에서는 재생산지수가 10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처럼 인구가 밀집된 곳에서도 재생산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무증상 감염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최근 광주와 경기 안산시에서는 자가 격리 기간(14일)이 지나도록 증상이 없다가 신천지 신도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나왔다. 9일 확진된 분당서울대병원 환자도 무증상자였다. 같은 날 충북 충주에서도 증상이 없던 54세 여성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무증상 환자는 ‘숨은 감염원’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무증상 전염 사례가 여럿 보고됐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동인구가 많고 해외 유입 인구도 다수인 수도권에는 무증상 환자 등 위험 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진단검사에서 양성과 음성을 오가는 경계성 환자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대구경북1생활치료시설에서 1차 검사 음성으로 퇴소를 준비하던 26명이 다음 날 2차 검사에서 양성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는 “음·양성 경계의 환자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젊고 건강한 환자들의 경우 경계성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에는 이런 젊은층이 많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면 대구보다 사태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남중 교수는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자발적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이미지 image@donga.com·강동웅 기자}

7478명. 9일까지 발생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다. 전날보다 165명 늘었다. 지난달 25일(144명)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작다. 신규 환자 발생은 나흘째 줄고 있다. 일일 증가 폭으로 최대였던 이달 3일 신규 환자(851명)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는 대구경북 지역의 감소세 여파다. 대구경북의 코로나19 환자는 국내 환자의 90% 이상. 이 지역의 하루 신규 환자는 지난달 28일 816명을 정점으로 조금씩 하락해 8일 216명을 기록했다. 환자가 집중된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서다. 정부와 정치권에선 조금씩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대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하루 500명 넘게 발생하던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감소했다. 조심스럽지만 정부, 지방자치단체, 의료계, 국민 모두 힘을 내 조만간 변곡점을 만들 수 있으리란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코로나19의 급속 확산이 일단 주춤해졌다. 코로나 전쟁에서 우리는 곧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직 국내 상황을 보면 위험 요인이 많아서다. 서울 환자의 34.6%(45명)는 감염 경로가 불투명한 ‘깜깜이’다. 은평성모병원(14명), 성동구 주상복합건물(13명) 등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지만 아직 최초 전파자를 찾지 못했다. 울산과 강원, 대전에서도 환자 절반가량의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다. 방역망에 포착되지 않은 감염자들이 지역사회 확산을 불러올 수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신규 환자 발생 추이를 볼 때 집단 감염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칫 지역사회 의료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병원 내 감염도 문제다.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관련 환자는 14명으로 늘었다. 접촉자는 517명에 달해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도 9일 직원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외에서 환자가 급증하는 것도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역사회 전파가 발생한 국가는 53개국이다. 전 세계 환자는 이미 11만 명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가정과 사회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방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 막연한 낙관론을 꺼내면 방역망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미지 image@donga.com·박성민·김지현 기자}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은 건 알겠지만 솔직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추이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 인사의 낙관적 발언이 이어지자 한 감염병 전문가는 9일 이렇게 말했다. 자칫 시민들에게 ‘이제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게 되면 ‘집단 방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로나19 확산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요소가 곳곳에 있다고 지적했다.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 된다는 말이다.○ 곳곳 ‘깜깜이 감염’→소규모 집단감염 초래 그동안 코로나19 증가세는 집단감염이 주도해왔다. 특히 대구경북 신천지예수교(신천지)가 결정적이었다. 이 지역 환자의 67.4%가 신천지 신도 또는 2차 감염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질본) 본부장은 9일 브리핑에서 “전국적으로 환자의 79.7%가 집단 발생과 연관이 있다. 이 중 62.5%는 신천지 관련 집단 유행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교적 감염 경로를 밝히기 쉬워 추가 환자를 빨리 발견해낼 수 있었다. 신천지 환자 발생은 줄고 있다. 지난달 28일 635명을 기록했던 대구 신천지 신규 환자는 8일 125명까지 떨어졌다. 반면 대구경북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깜깜이 감염’이다. 질본에 따르면 9일 0시 기준 서울 확진자 중 34.6%(45명)가 경로 미상의 감염자다. 울산 50.0%(12명), 대전 47.4%(9명), 강원 46.4%(13명), 충북 28.8%(7명)도 깜깜이 환자 비율이 높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환자들이 방역망을 벗어난 곳곳에서 소규모 집단 감염을 일으키며 계속 병을 전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깜깜이 감염 사례가 많은 것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서울 동안교회 집단감염의 경우 최초 전파자인 전도사의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 추가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엄 교수는 “대구도 안심할 수 없다. 확진자 10%는 신천지와 무관하다. 이 불씨가 다른 곳으로 튄다면 지역사회 재유행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병원 내 감염 속출→의료시스템 붕괴 우려 병원 내 감염이 빈발하는 것도 문제다. 국민안심병원인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는 5일 암으로 입원한 환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환자와 의료진 등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백병원에서는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입원한 환자가 뒤늦게 확진을 받았다. 병원 내 감염은 감염병이 유행할 때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병원에는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모여 감염 전파가 빠르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전체 환자 186명 중 172명(92.5%)이 병원 내 감염 환자였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 내 감염은 치사율이 높고 의료시스템 자체가 마비될 수 있어 무엇보다도 위험한 감염 형태”라고 설명했다. 장기 입원으로 심신이 쇠약한 환자들이 모여 있던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사망자가 7명이나 나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요양시설 감염 역시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다. 고령자와 기저질환자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에서는 9일까지 54명이 감염돼 1명이 사망했다.○ 해외 각국 확산→새로운 감염경로 증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중국 이외 국가에서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새로운 걱정거리다. 예측이 어려운 감염 경로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미 스페인과 프랑스에 다녀온 30대 남성이 7일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8일에는 이탈리아에 다녀온 20대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9일 기준 109개국에서 11만959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아직까지 중국의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유럽 40개국 9242명, 중동 15개국 5029명, 북남미 지역 10개국 539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경북 지역의 대규모 감염이 내우(內憂)였다면 이탈리아, 이란, 일본 등 타 국가에서의 확산은 외환(外患)”이라며 “코로나19가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유입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중국과 일본에 적용 중인 특별입국절차 적용 지역 확대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국내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고 국외로부터의 추가 유입을 억제하는 조치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미지 image@donga.com·강동웅·사지원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8일 7313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272명 늘었다. 하루 증가 폭이 200명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6일 이후 11일 만이다. 퇴원 환자도 12명 늘어 130명으로 나타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구 지역 신천지예수교 교인들 조사가 거의 끝나면서 (환자가) 현저히 줄어드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국내 검사 방식 등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제야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체계를 전면적으로 제대로 다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급한 판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장관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말이지만 상황적으로 맞지 않다. 우리 방역체계의 우수성은 한두 달 지나야 평가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구에는 병상 부족으로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가 2252명(8일 0시 기준)이다. 중증 환자를 입원시키려면 병원 내 경증 환자를 생활치료센터로 옮겨야 하는데 수용 규모가 부족한 탓이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따르면 입원환자 300여 명 중 38명이 산소호흡기를 써야 하는 중증 환자다. 나머지 환자는 비교적 증세가 가볍다. 병원 관계자는 “40명 정도는 아예 무증상에 가까워 당장 생활치료센터로 옮겨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구 지역 병원 관계자도 “일부 환자는 ‘아무 증상이 없는데 왜 병원에 있어야 하느냐’고 말할 정도로 건강하다. ‘나 같은 사람이 생활치료센터로 옮겨 병상을 비워줘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운영 중인 생활치료센터는 모두 10곳. 8일까지 입소한 환자는 1180명이다. 보건당국은 이날 추가로 한 곳을 개소해 660명을 새로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원 중인 경증 환자와 대기 중인 자가 격리자를 수용하기에는 여전히 모자라는 규모다. 병원에 있다가 생활치료센터로 옮긴 환자는 2일 센터가 개소한 이래 8일까지 81명에 불과하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생활치료센터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민간도 협조해야 한다. 정부가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주소지를 서울이라고 밝힌 한 70대 여성이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실제 거주지가 대구라는 사실을 뒤늦게 털어놨다. 여성이 머무르던 대학병원은 외래 및 응급실, 병동 일부를 폐쇄했다. 8일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구토, 복부 불편감 등의 소화기 증상을 보인 A 씨(79)가 보호자와 함께 이 병원을 방문했고 이달 3일부터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당시 A 씨는 소화기 증상만을 보였고 백병원 의료진은 관련 진료를 실시했다. 의료진은 A 씨의 입원 기간 여러 차례 대구 방문 여부를 물었으나 A 씨는 이를 부인했다. A 씨는 입원했을 당시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딸의 주소지를 자신의 주소지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 씨의 호흡기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유사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이후 A 씨에게 방사선 촬영과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여러 검사를 실시했다. 또 A 씨는 병실에서 대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고 청진 소견 등을 종합할 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의료진은 결국 7일 A 씨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고 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A 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딸의 집으로 옮겨왔고 이달 3일 다른 병원에 먼저 예약했으나 거주지가 대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료를 받지 못했다. 이후 백병원으로 왔다”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비로소 실거주지가 대구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A 씨가 대구에서 다녔던 교회의 목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A 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서울백병원의 음압병실에 격리 입원했다가 다른 국가지정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백병원은 입·퇴원 금지와 모든 직원 이동 금지, 병원 입구 방문객 차단 등의 조치를 내렸다. 또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과 공동으로 진료 기록, 폐쇄회로(CC)TV 동영상 확인 등을 통해 A 씨와 동선이 겹치는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다. 오상훈 서울백병원 원장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입원 환자와 교직원의 안전을 위해 확진자와 조금이라도 접촉한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환자와 의료진들의 검체를 채취해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A 씨의 주장처럼 설사 병원이 진료를 거부했더라도 자신의 거주지를 속이고 대형병원을 찾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접촉한 대구 거주자라면 먼저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대형병원이 응급실을 폐쇄해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경기 지역 병원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성남 분당제생병원 등에 따르면 입원하다 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자 2명이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5일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온 분당제생병원은 모두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81병동에 입원했었다. 81병동은 앞서 3명의 확진 환자가 머무르던 병동이다. 분당제생병원은 폐암 환자 가운데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81병동의 밀접 접촉자를 추려내고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김하경 whatsup@donga.com·이미지 / 성남=이경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50명까지 늘어난 가운데 퇴원환자도 13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지 못해 자가 격리 중인 환자가 2000명이 넘는다. 이 중에는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중증환자들도 포함돼 있다. 중증환자들을 입원시키려면 병원에 있는 경증환자들을 생활치료센터로 옮겨야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12명이 퇴원해 8일 0시 기준으로 퇴원 등 격리 해제된 환자는 130명이 됐다. 이날 오후 경북대병원이 운영하는 대구1생활치료센터에서 24명이 추가로 퇴원했다. 단일기관 퇴원자로 가장 많은 수. 퇴원환자가 늘어난 것은 대구경북 지역 집단감염이 발생한지 3주가 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퇴원 기준이 완화돼 증상이 없는 확진자는 확진일부터 3주가 지나면 퇴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병상 부족으로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는 대구에만 2252명(8일 0시 기준)에 달한다. 경증환자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이 시급하지만 여전히 병원 입원환자 중 다수는 경증환자다. 대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따르면 입원환자 330명 중 38명만 산소호흡기를 써야하는 중증환자. 나머지 환자들은 폐렴 증세만 있다. 병원 관계자는 “40명 정도는 아예 무증상에 가까워 당장 생활치료센터로 옮겨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구시내 병원 관계자도 “일부 환자들은 ‘아무 증상이 없는데 왜 병원에 있어야 하느냐’고 말할 정도로 건강하다. ‘나 같은 사람이 생활치료센터로 옮겨 병상을 비워줘야 한다’고 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들이 옮길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 수용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운영 중인 생활치료센터는 중앙교육연수원, 삼성인력개발원, 농협교육원, 서울대병원 인재원, 한티 피정의집의 6곳, 865실에 불과하다. 6일까지 총 765명이 입소했다. 보건당국은 이번 주 중 대구은행 연수원 등 5곳 이상을 개소해 약 1600명을 추가로 수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입원한 경증환자는 물론 대기 중인 자가 격리자를 수용하기도 모자란다. 생활치료센터 개소 이후 6일까지 병원에서 센터로 옮긴 경증환자는 41명에 불과하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증환자를 빨리 수용하고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경증전담시설을 서둘러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전문가들이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로 꼽은 것이 바로 ‘원내 감염’이다. 원내 감염은 의료기관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일어나는 걸 말한다. 입원 중인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 감염에 취약하다. 의료진 감염으로 병원이 폐쇄되면 의료 공백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지역사회의 감염병 치료시스템이 삽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원내 감염의 위험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당시 발생 환자 186명 중 172명(92.5%)이 의료기관에서 감염됐다. 첫 번째 메르스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했다가 28명을 감염시켰다. 2차 감염자인 14번 환자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에서 85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또 다른 2차 감염자 16번 환자도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에서 총 23명을 감염시켰다. 이처럼 전파력이 큰 이유는 병원이란 장소의 특수성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을 찾는 다수가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건강취약계층이다. 면역력이 약한 이들은 감염병에 걸리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때도 환자 186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2명(44.1%)이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였다. 원내 감염은 치사율도 높다. 메르스 14번, 16번 환자를 통해 감염된 환자 중 22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21%에 달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외래·입원 환자의 다수가 만성질환자들이다. 중증이나 응급 환자도 많다. 장기부전이 온 상태에서 감염병에 걸린다면 치명적이다”고 지적했다. 원내 감염의 또 다른 문제는 의료진 감염에 따른 의료 공백이다. 감염 또는 접촉으로 인해 의료진 여러 명이 장기간 격리되면 해당 병원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코로나19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대구에서는 초기에 대학병원 5곳 중 4곳의 응급실이 폐쇄됐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안에서 감염이 확산될 때 가장 무서운 건 병동 폐쇄가 도미노처럼 일어나면서 지역의 의료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9명이 나온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출입문에는 6일 “코로나 확진 환자 여파로 환자 및 보호자의 안정을 위해 금일 진료는 불가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코로나19 국민안심병원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폐쇄된 것이다. ○ 우려하던 ‘원내 감염’ 발생 확진자 중 3명은 이 병원에 입원한 폐암 환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같은 병동에 머물렀다. 보건당국과 분당제생병원에 따르면 A 씨(76)는 지난달 25∼28일 이 병원 8층 81병동의 내과병동 중 혈액종양내과 병실에 입원했다. 폐암 환자인 A 씨는 항암 치료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이 병원에 주기적으로 입원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퇴원한 이후 줄곧 몸이 안 좋았다. 특히 딸꾹질이 멈추질 않았다. 딸꾹질은 대표적인 항암치료 부작용이라서 1일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아 간단한 치료만 받고 귀가했다. 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A 씨는 심한 딸꾹질, 발열, 호흡 곤란 증세로 3일 다시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입구의 적외선 카메라에 발열이 감지돼 곧장 음압격리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튿날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5일 0시 16분에 양성 판정을 받았고, 오전 8시 17분 부천순천향대병원으로 이송됐다. B 씨(77·여)는 지난달 21∼28일 81병동에 있었다. 역시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B 씨도 퇴원 후 컨디션이 좋지 않아 1일 “힘이 없고 무기력하다”며 응급실을 찾았다. 이날 응급실에서 A 씨와 B 씨는 2m 거리의 병상에 누웠다. 의료진은 B 씨가 항암치료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보고 그를 1인실로 옮겼다. 백혈구 수치가 감소하면서 무기력증이 나타났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3일 발열 증세가 심해졌고, 열이 계속 떨어지지 않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5일 오후 4시경 확진 판정이 나와 11시 30분 경기도의료원 성남병원으로 이송됐다. C 씨(82)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폐암 치료 차 81병동에 계속 입원해 있었다. 병원은 B 씨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밀접 접촉자로 C 씨를 추려냈다. C 씨는 검사 후 6일 0시 20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곧이어 C 씨의 보호자도 7시 30분에 확진됐다. 이들은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으로 이송됐다. ○ 81병동의 미스터리 감염원 세 사람이 81병동에 함께 있던 기간은 지난달 25∼28일. 이들의 병실은 모두 달랐다. 하지만 8층 복도와 휴게실을 공동으로 사용했다. 81병동은 내과 병동이다. 이곳엔 암 치료를 담당하는 혈액종양내과 및 호흡기내과 환자들이 쓰는 4인실이 있다. 세 사람은 혈액종양내과 의사를 주치의로 두고 있다. 하지만 폐암이기 때문에 호흡기내과 의사들도 협진을 한다. 병원 관계자는 “암의 특징에 따라 내과병동의 여러 과 의사들이 협진을 하기 때문에 과에 따라 환자들의 병실을 나누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과 가깝다. 분당신도시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실제 운영은 2일 시작됐다. 이들이 입원한 기간에는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 분리 진료가 이뤄지지 않았다. 호흡기내과 병실에 있던 숨은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을 통해, 혹은 복도와 휴게실에서 마주친 숨은 환자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확인된 건 없다. 병원 측은 세 명의 폐암환자 중 일부가 외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채로 81병동에 입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A 씨가 5일 제일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B 씨의 경우 바이러스 수치가 상당히 높게 나왔다”며 “둘 중 한 명이 병원 내 첫 전파자일 가능성을 두고 질병관리본부에서 감염 경로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 씨와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3명은 모두 B 씨의 접촉자를 찾는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은 환자와 의료진, 직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병원은 전문의 140명과 직원을 포함해 병원 관계자가 1500여 명에 이른다. 특히 81병동의 병원 직원 1명이 6층 병동으로 파견을 간 적이 있어서 병원과 보건당국은 6층 의료진과 환자들까지 우선 검사하고 있다. 입원 환자 336명 중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 120명은 퇴원했다. 이영상 병원장은 “확진된 암환자들의 경우 호흡기 증상이 없으니 격리가 불가능했다”며 “양성 판정을 받게 된 환자들께 죄송하다. 앞으로 병원 내 전수조사를 시행해 최대한 병원을 빨리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 / 성남=이경진 / 이미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전문가들이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로 꼽은 것이 바로 ‘원내 감염’이다. 원내 감염은 의료기관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일어나는 걸 말한다. 입원 중인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 감염에 취약하다. 의료진 감염으로 병원이 폐쇄되면 의료공백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지역사회의 감염병 치료시스템이 삽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원내 감염의 위험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당시 발생 환자 186명 중 172명(92.5%)이 의료기관에서 감염됐다. 첫 번째 메르스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했다가 28명을 감염시켰다. 2차 감염자인 14번 환자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에서 85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또 다른 2차 감염자 16번 환자도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에서 총 23명을 감염시켰다. 이처럼 전파력이 큰 이유는 병원이란 장소의 특수성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을 찾는 다수가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건강취약계층이다. 면역력이 약한 이들은 감염병에 걸리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때도 환자 186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2명(44.1%)이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였다. 원내 감염은 치사율도 높다. 메르스 14번, 16번 환자를 통해 감염된 환자 중 22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21%에 달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외래·입원 환자의 다수가 만성질환자들이다. 중증이나 응급 환자도 많다. 장기부전이 온 상태에서 감염병에 걸린다면 치명적이다”고 지적했다. 원내 감염의 또 다른 문제는 의료진 감염에 따른 의료공백이다. 감염 또는 접촉으로 인해 의료진 여러 명이 장기간 격리되면 해당 병원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코로나19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대구에서는 초기에 대학병원 5곳 중 4곳의 응급실이 폐쇄됐다. 이 때문에 응급·중증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응급실에는 감염병보다 훨씬 시급한, 당장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이 온다. 병원 안에서 감염이 확산될 때 가장 무서운 건 병동 폐쇄가 도미노처럼 일어나면서 지역의 의료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5일 6088명으로 늘었다. 첫 환자 발생 45일 만에 6000명을 넘었다. 사망자는 42명으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 사망자(38명)보다 많아졌다. 다만 3일 하루 851명을 기록했던 일일 신규 환자 발생은 4일 435명으로 떨어졌고 5일에도 비슷한 규모(467명)를 유지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증가세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실제 확진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구 지역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에 대한 검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확진율이 낮아지고 있다. ○ 주말에 대구 신천지 검사 마무리 5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신천지 교인 1만914명 중 8458명(77.5%)이 진단검사를 받았다. 결과가 나온 6540명 중 확진 판정을 받은 교인은 3394명(51.9%). 신천지 교인의 확진 판정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유증상자나 고위험군을 우선 조사했기 때문이다. 4일 신천지 교인 확진율은 51.9%(누적 기준)까지 떨어졌다. 초기 80%대였던 걸 감안하면 크게 낮아졌다. 특히 4일 하루 새로 결과가 나온 813명 중 220명(27.9%)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천지 교인 가운데 아직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은 2456명. 대구시는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검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대구시의 검사 능력은 하루 3000명 안팎. 일반 시민 검사를 감안하면 7일, 늦어도 일요일인 8일까지는 신천지 교인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추이를 볼 때 남은 2456명의 확진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 무증상자다. 이에 따라 신천지 환자(교인 및 2차 감염자)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대구 지역 환자 증가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5일 0시까지 집계된 대구 지역 신천지 확진 환자는 3013명으로 대구 전체 환자(4327명)의 70%에 이른다. 지난달 28일 741명 증가한 이래 500명대, 400명대로 떨어졌다. 4일에는 320명에 그쳤다.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이날 “이제 (신천지 교인 중) 증상이 없다고 말씀하셨던 분들, 일반 대구 시민들 중 증상이 있다고 말씀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검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확진자 수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을 예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다음 주 신규 환자 규모가 관건 전문가들은 대구를 비롯해 전국의 일일 확진자 증가 폭이 낮아진 것은 분명 긍정적 신호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천지 교인에게서 파생된 2, 3차 감염의 영향력이 아직 불확실한 탓이다. 대구 지역에서 다시 환자가 늘어날 수 있는 위험 요인인 셈이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코로나19 환자가 각각 100명을 넘어서는 등 대구 밖 상황도 아직 불안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학원, 교회 등 일상 공간에서 소규모 집단 감염이 잇달아 발생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이런 유형의 감염은 폭발력을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전체 환자 수는 신천지와 대구 환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들을 검사하느라 정작 다른 환자군을 놓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견하지 못한 ‘숨은 환자’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대구 외 다른 지역에서 환자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경증 환자를 수용할 생활치료센터다. 아직 서울에는 생활치료센터가 지정되지 않았다. 또 최소 1주 이상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소규모 집단에서 시작한 감염은 언제든 대규모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앞으로 1∼2주일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미지 image@donga.com·강동웅·사지원 기자}

“의료진용(N95) 마스크는 하나도 없어요. 아예 구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부산 수영구의 한 중소병원 원장인 A 씨는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외래진료 때는 N95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덴털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덴털 마스크는 치과에서 의료진이 사용하는 얇은 일회용 마스크다. A 씨의 병원에서는 의료진과 직원, 입원 환자에게 하루 약 150개의 마스크를 제공한다. 이날 현재 남아있는 마스크는 약 1000장. A 씨는 “덴털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100% 막아주는 것도 아닌데 이마저도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며 “기존 거래 업체에서 자꾸 공급량을 줄여 앞으로 더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초래된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제는 병원에서조차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도 “의료기관에 마스크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마스크가 부족해 힘들다”란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대구경북 지역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대구 경북대병원에는 코로나19 환자 23명이 입원하고 있다. 중환자만 18명이다. 환자들의 상태가 위중한 만큼 마스크 착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4일 오전 현재 이 병원에 남은 마스크는 외과용, 보건용 마스크를 통틀어 1만여 장이 전부다. 직원만 수천 명인 경북대병원에서 1인당 1장만 써도 하루면 동날 수밖에 없다. 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마스크를 지급하고, 기부도 많다고 하던데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이대로라면 내일모레부터 썼던 마스크를 다시 써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대구 달서구 계명대동산병원도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 긴급 수급을 통해 마스크 8만 장을 마련했지만 병원 직원과 환자들이 일주일 정도 사용할 분량에 불과하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에게 마스크를 하루에 한 장만 지급하는 등 긴축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300곳의 중소병원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1일 ‘KF94 보건용 마스크 공동구매’ 신청을 받았다. 하루 만에 전체 회원의 절반에 달하는 150곳이 공동구매를 신청했다. 그러나 마스크 제조 공장에서 언제 제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일단 공동구매를 신청한 병원들은 대부분 당장 쓸 마스크가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새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하는 의료기관도 있다. 경기 지역 B병원은 직원용과 환자용을 합쳐 하루에 1000장의 마스크가 필요하지만 물량이 부족해 일회용 마스크를 3, 4일씩 쓰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궁여지책으로 마스크에 알코올을 뿌려서 닦거나 마스크 안에 거즈를 대는 식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인 기저질환자들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당뇨를 앓고 있는 이덕환 씨(57)는 전날 동네 우체국에서 3시간 동안 줄을 서 마스크를 5장 구입했다. 이 씨는 “많은 사람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중증 환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사려면 판매처에서 줄을 서야 한다”며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우선순위를 정해 마스크를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생산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게 먼저 마스크를 제공하고 남은 물량을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은지 wizi@donga.com·이미지·강동웅 기자}

“의료진용(N95) 마스크는 하나도 없어요. 아예 구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부산 수영구의 한 중소병원 원장인 A 씨는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외래진료 때는 N95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덴털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덴털 마스크는 치과에서 의료진이 사용하는 얇은 일회용 마스크다. A 씨의 병원에서는 의료진과 직원, 입원환자에게 하루 약 150개의 마스크를 제공한다. 이날 현재 남아있는 마스크는 약 1000장. A 씨는 “덴털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100% 막아주는 것도 아닌데도 이마저도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며 “기존 거래 업체에서 자꾸 공급량을 줄여 앞으로 더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초래된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제는 병원에서조차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도 “의료기관에 마스크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마스크가 부족해 힘들다”는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대구경북 지역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대구 경북대병원에는 코로나19 환자 23명이 입원하고 있다. 중환자만 18명이다. 환자들의 상태가 위중한 만큼 마스크 착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4일 오전 현재 이 병원에 남은 마스크는 외과용, 보건용 마스크를 통틀어 1만여 장이 전부다. 직원만 수천 명인 경북대병원에서 1인당 1장만 써도 하루면 동이 날 수밖에 없다. 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마스크를 지급하고, 기부도 많다고 하던데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이대로라면 내일모레부터 썼던 마스크를 다시 써야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대구 달서구 계명대동산병원도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 긴급 수급을 통해 마스크 8만 장을 마련했지만 병원 직원과 환자들이 일주일정도 분량에 불과하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에게 마스크를 하루에 한 장만 지급하는 등 긴축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300곳의 중소병원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1일 ‘KF94 보건용 마스크 공동구매’ 신청을 받았다. 하루 만에 전체 회원의 절반에 달하는 150곳이 공동구매를 신청했다. 그러나 마스크 제조 공장에서 언제 제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일단 공동구매를 신청한 병원들은 대부분 당장 쓸 마스크가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새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하는 의료기관도 있다. 경기지역 B 병원은 직원과 환자용을 합쳐 하루에 1000장의 마스크가 필요하지만 물량이 부족해 일회용 마스크를 3, 4일씩 쓰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궁여지책으로 마스크에 알코올을 뿌려서 닦거나 마스크 안에 거즈를 대는 식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인 기저질환자들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소아 당뇨를 앓고 있는 이덕환 씨(57)는 전날 동네 우체국에서 3시간동안 줄을 서 마스크를 5장 구입했다. 이 씨는 “많은 사람들과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중증 환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사려면 판매처에서 줄을 서야 한다”며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우선순위를 정해 마스크를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생산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게 먼저 마스크를 제공하고 남은 물량을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마스크 대란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처음으로 공개 사과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수요만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실을 그대로 알리라”고 지시했다. 또 문 대통령은 “(마스크 문제를) 정부가 감수성 있게 느꼈는지 의심스럽다”며 내각을 강하게 질책하고 전 부처를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늘어난 (마스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수입도 여의치 않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장차관들에게 “(마스크 대란을) 절실한 문제로 인식했는가”라며 “모든 부처 장관들이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방역과 민생 경제에 힘써 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공급이 부족할 동안에는 부족함도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효율적인 마스크 사용 방법 등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노력도 병행해 달라”고 했다. 공급 부족을 인정하고 수요 억제와 현실적인 배급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마스크를) 1인당 2, 3장만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해 1억3000만 장 무상 공급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스크의 공적 판매 비율을 최소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약국 등 판매처에서 개인의 구매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이미지 / 세종=주애진 기자}
‘마스크 대란’이 심해지자 정부가 새로 내놓은 마스크 사용 지침의 핵심은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고, 일회용 마스크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마스크 공급을 충분히 할 수 없으니 가급적 적게 쓰라’는 사용 지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3일 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개정한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을 공개했다. 개정 권고사항에 따르면 일회용 마스크를 일시적으로 깨끗하게 사용한 경우라면 동일인에 한해 재사용할 수 있다. 사용 후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충분히 건조시키면 된다는 것. 감염 우려가 적다면 면 마스크도 권장된다. 지난달 발표한 권고사항에서는 일회용 마스크 재사용과 면 마스크 사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식약처의 방침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 다르다. WHO는 면 마스크와 일회용 마스크의 재사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험 결과 면 마스크도 비말(침방울) 감염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도 (일회용 재사용) 지침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시적인 사용 지침으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식약처 스스로 ‘임시방편’임을 인정한 셈이다. 감염 위험이 높거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인 경우에는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식약처는 밝혔다. 차단율이 가장 높은 KF94 이상 마스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의심자를 돌볼 경우 필요하다. KF80 이상은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감염·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일 때 △건강 취약계층이 환기가 잘되지 않는 공간에서 타인과 2m 이내 접촉할 때 권장된다.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환기가 잘되는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개정 권고사항에 대해 “정부가 마스크 수급에 실패하자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TV를 틀면 대통령부터 장차관까지 모두 마스크를 쓰고 나온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권고안을 바꾸니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재사용은 의학적으로 권장할 수 없다. 식약처가 국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도 보건용 마스크를 종일 착용할 필요는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염 환자와 밀접 접촉하는 게 아니라면 면 마스크나 덴털 마스크(치과 의료진 등이 쓰는 얇은 일회용 마스크)도 괜찮다”고 설명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지역 사회 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피해 최소화를 목적으로 하는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42일째를 맞은 1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 특성은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는 다른 양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확진자가 폭증하자 정부 방역전략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인한 것. 질병관리본부(질본)는 발병 초기 비교적 신속히 대응해 진단검사 물량을 하루 1만 건까지 확보했다. 이를 통해 신속하게 환자를 걸러내 격리 치료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지역 사회 전파를 막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여당 관계자와 보건당국 수장의 잇단 실언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정 본부장이 성실한 소통으로 신뢰감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국면에서 안정감 있는 태도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스 징계의 ‘아픔’ 딛고 올해 설 연휴를 불과 나흘 앞둔 1월 20일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그전까지 중국 상황을 관망하던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정 본부장의 일성은 “원인불명 폐렴에 대해 확진검사를 신속히 수행하겠다”였다. 앞서 질본은 한국으로의 전파에 대비해 진단검사법 개발에 착수한 상태였다. 새로운 진단검사법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검사에만 1, 2일이 걸렸다. 모든 코로나바이러스 유형에 대해 검사하는 ‘판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이 유일했기 때문. 검사기관도 18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 한정됐다. 질본은 의약품 긴급사용승인제를 통해 RT(실시간) PCR 검사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검사 가능 물량을 하루 1만 건까지 대폭 확대할 수 있었다. 하루 검사 물량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도 비교적 신속했다. 정부는 1월 3일 대응반을 꾸렸다. 초기 감염병 위기경보 상향도 비교적 빨랐다. 보건당국은 내국인 환자가 나온 설 연휴 이후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첫 환자가 발생해 경보가 한 단계 격상된 지 일주일 만인 1월 27일이었다. 이런 대응 역시 정 본부장을 비롯한 질본의 자문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정 본부장이 메르스 사태 당시 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으로 일하며 쌓은 실전 경험이 신속한 초동 대처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당시에도 정 본부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지만 워낙 피해가 컸던 탓에 다른 담당자와 함께 정직(최종 결정은 감봉) 징계를 받았다. 의료계 인사들은 지금도 당시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이번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대 의대 동문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꼼꼼’ 그 자체다. 디테일에 강하고 성실한 사람이라 집에도 안 들어가고 일하는 것으로 안다”고 평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유연하게 받아들여 대책에 적용한 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부터 위생수칙 준수를 당부한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정 본부장은 브리핑마다 기침 예절을 강조했다. 그가 브리핑 중간중간 보여준 옷소매, 팔꿈치 기침은 온라인상에서 캡처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방심 경계하면서 ‘국민 안심’ 강조 2월 들어서며 국내 확산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유입 지역도 일본, 싱가포르 등으로 다변화됐다. 정부는 2월 4일 입국 제한을 확대했다. 7일에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넓혔다. 예상치 못한 환자들이 등장하면서 정부 방역대책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정 본부장은 아직 방역망 내에 있는 환자들이라며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진단검사 범위가 확대 시행된 7일 그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의료진의 판단을 신뢰해 달라”고 국민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만일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검사 확대 이후 한동안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일각에서 이제 ‘소강기’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정 본부장은 12일 브리핑에서 “아직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예의주시할 단계이지 변곡점이나 낙관 또는 비관할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은 환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확진된 29번 환자 등이다. 이들은 해외에 다녀온 적도 없고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도 아니었다. 환자가 급증할 신호가 여럿 감지된 것이다.○ 입국금지 논란 속에도 신중한 모습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31번 환자가 발생하며 코로나19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들어섰다. 지역 사회 곳곳에 퍼져 있던 숨은 환자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불과 이틀 만에 확진 환자가 34명으로 급증했다. 진작 입국 제한을 확대했어야 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질본은 그때까지 ‘범부처 협의사안이다’라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브리핑에 나선 정 본부장은 “방역하는 입장에서 고위험군이 (국내에) 덜 들어오는 게 좋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입국 제한 조치가 늦어진 데 따른 방역당국의 고충을 에둘러 이야기한 셈이다. 질본이 진작 정부에 입국 제한 확대를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정 본부장은 “초기에 주요 감염 지역인 후베이성에 대한 입국 차단 부분이 중요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국 제한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내국인들의 입국이 많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들이 고려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방역을 위해 필요하지만 다른 사항들이 고려돼 입국 제한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최근 들어 방역 어려움 토로 대구와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신도 환자들이 드러나면서 환자 수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정 본부장은 23일 브리핑에서 “특정 환자, 특정 지역,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역 사회 감염이 기정사실화하자 정부는 지난달 23일 위기경보를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질본 내 원인불명 폐렴 대응반이 꾸려진 지 51일, 경계 단계를 발령한 지는 27일 만이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이래로 감염병 심각 단계가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24일 브리핑에서 정 본부장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타났다. 심각 단계에 들어서자 “머리 감을 시간도 아껴야 한다”며 머리를 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1시간도 못 주무신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1시간보다는 더 잔다”고 답했다. 직원들과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질문에는 “직원들 업무 부담이 크긴 하지만 잘 견디고 잘 진행하고 있다. 그 정도 답변 드리겠다”고 답했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서울대 의대 83학번 동기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평소 주변 사람을 잘 챙기고 누나 같은 따뜻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증하는 환자 추이에 곤혹스러운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26일 확진 환자가 1000명을 돌파한 날 브리핑에서 “한 달 정도 환자 발생 양상을 보니 감염력이 굉장히 강하고 전파 속도는 너무나 빠르다”며 방역의 어려움을 전했다.이미지 image@donga.com·강동웅 기자}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전수 조사가 진행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광역자치단체들의 1차 조사에서 확인된 신천지 유증상자만 해도 현재까지 총 확진자 수를 넘어선다. 여기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증상 환자들까지 포함하면 팬데믹(대유행)이 눈앞에 다가온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처럼 확진 환자를 모두 입원시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병상 곧 포화 상태 대구 지역만 봐도 병상은 이미 포화 상태다. 대구지역은 이미 빈 병상이 없어 많은 확진 환자가 자가 격리 상태로 지내고 있다. 28일 오전까지 대구에서는 634명만이 병원에 입원했다. 절반이 넘는 수가 여전히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에서만 28일 265명의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추가돼 환자는 1579명이 됐다. 현재 시가 확보한 병상은 1013개로 대구 환자만 들어가기에도 모자란다. 27일에는 이렇게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자가 격리 상태이던 고위험군 환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환자 65명이 발생한 부산은 현재 음압 병상 여유가 2개에 불과하다. 729개 병상이 남아 있는 경북도는 의료 인력과 자원 부족으로 도내 환자도 다 수용하지 못한 상태다. 신천지 신도 조사로 환자가 폭증한다면 이런 상황은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3일 전국에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는 병상 1만 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신천지 확진 환자와 유증상자는 물론 남은 조사 대상자를 생각할 때 이들만 들어가기에도 빠듯한 숫자다. 더구나 이들 다수가 증상이 없는 감염 환자, 즉 ‘숨은 환자’로 드러난 상황이다. 이들이 감염 사실을 모르는 채 전염시킨 2차, 3차 환자를 감안하면 더 많은 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 “이제 1인 1실 고집, 호사스러운 일” 현재의 환자 입원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정호영 경북대병원장은 이날 전국 국립대병원장에게 도움을 호소하며 보낸 메시지에서 “더 이상 음압 격리로 1인 1실을 고집하는 것은 개인여행처럼 호사스러운 일이다. 수천 명의 확진자가 예상되면 호사스러움은 접어두고 수백 명이 수학여행을 갈 때처럼 해야 한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많은 전문가들도 실제 모든 환자가 입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28일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미래통합당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국이나 서울대병원, 상급종합병원의 데이터를 보면 엄밀하게 입원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20% 내외”라고 말했다. 이날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브리핑을 통해 “세계보건기구(WHO)나 중국에서 나온 4만 건의 논문을 보더라도 코로나가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은 19%다”고 설명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위원장은 “경증 환자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온 교민들처럼 임시 수용시설을 마련해 경과를 살피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증 환자를 위한 ‘전담치료시설’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새로운 입원체계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경증이거나 위험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낮은 분들이 있을 거다. 그런 분들을 합리적 기준에 따라서 선별하는 기준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도 100실 규모의 경북 문경시 소재 연수원을 격리 시설로 만들어 경증 환자 치료 등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미지 image@donga.com / 대구=명민준 기자 / 부산=조용휘 기자}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고 자가 격리됐다가 숨졌다. 단기간에 환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27일 “자가 격리 지침을 받고 대구 달서구 자택에서 머물던 1443번째 환자(75)가 이날 오전 사망했다”고 밝혔다. 국내 13번째 사망자로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으로 조사됐다. 사망자는 고령인 데다 20년 전 신장 이식을 받은 고위험군 환자다. 22일부터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났고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병상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하다 27일 호흡 곤란으로 병원으로 이송 중 숨졌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3번째 사망자는 고령이었고 어느 정도 기저질환이 있었기 때문에 우선 입원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코로나19 환자는 27일 1132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7시 기준 522명만 병상을 배정받았다. 대구는 병상을 추가해 이날부터 1013개를 가동한다고 밝혔지만 의료진 부족 등으로 원활한 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의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병상 확보, 증상에 따른 입원 이원화 원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상이 부족한 가운데 중증 환자가 우선 입원해야 하는 원칙마저 지켜지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고위험군은 중증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배정하는 게 원칙”이라며 “맥박, 연령, 기저질환으로 중증도를 분류해 고위험군을 판단하는 기준을 어느 정도 만들었다. (이를 근거로) 적절한 병상을 배치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있다”고 대책을 밝혔다. 이날 국내 환자 수는 1766명으로, 전날 대비 505명 늘었다. 코로나19 환자가 계속 늘어나자 정부는 2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지역아동센터, 경로당, 장애인복지관, 노숙인 이용 시설 같은 사회복지시설과 서비스 14종의 휴관 및 휴무를 권고한다고 밝혔다.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이미지 기자}

“(중국인 입국 금지를) 관철시켰으면 이러한 사태가 왔겠나.”(정갑윤 미래통합당 의원)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었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는 박 장관의 26일 발언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의 ‘대구경북 봉쇄’ 발언 하루 만에 나온 코로나19 주무 장관의 말을 놓고 정부가 오히려 이번 사태를 둘러싼 갈등을 더 키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 장관은 “왜 애초부터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코로나19를 국내에 확산시킨 원인은) 애초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을 격리 수용했어야 한다”는 정 의원의 발언에 박 장관은 “하루에 2000명씩 들어오는 한국인을 어떻게 격리 수용하느냐”고 반문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며칠간 중국인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날 박 장관은 거짓 증언 의혹에도 휩싸였다. 통합당 정점식 의원이 “대한의사협회가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건의했는데 왜 시행하지 않는가”라고 묻자 박 장관은 “의학적 관점에서 의협보다 대한감염학회가 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모인 곳이다. 감염학회는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감염학회는 2일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와 함께 입장문을 내고 “후베이성 외 중국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가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해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 ‘대구경북 봉쇄’ 발언에 이어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도 코로나19를 둘러싼 논란성 발언을 이어갔다. 친문 핵심인 박광온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시사주간 ‘타임’ 보도 내용이라며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건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가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24일(현지 시간) 온라인판에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발발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통제 불능 상태가 됐는가’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기사는 한국조지메이슨대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객원연구원의 입을 빌려 “한국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뛰어난 진단 능력과 자유로운 언론 환경, 투명한 정보 공개, 민주적 책임 시스템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 최고위원이 전한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가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표현은 기사 외에 덧붙인 해석이다. 박 최고위원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76만 명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 정부를 불편하게 할까 하는 공포심에 자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등 한국 정부 대응에 대한 기사 속의 다른 내용은 거론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박 의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야권에선 ‘충성 경쟁’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잠재우고, 아픔과 분노를 보듬어야 할 여당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에 눈이 멀어 황당한 현실인식과 망언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정부여당의 ‘오럴 해저드(oral hazard)’는 최근 한 달 새 이어져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대한상공회의소 경제계 간담회에서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환자가 확산되자 발언 13일 만인 26일에야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메시지였다. (지금은) 새로운 상황이 됐지 않나”라고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조금씩 승기를 잡아나가고 있다”고 했다가 23일 “대응 방향에 있어서 적절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고 그로 인한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수습한 바 있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미지·박성진 기자}

“지금 바로 대구로 달려와 주십시오.” 25일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의 호소가 담긴 문자메시지 한 통이 전국 의료진을 움직이고 있다. 문자를 받은 대구경북 지역 의사들이 동료와 선후배에게 다시 전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순식간에 퍼져나간 덕분이다.○ 대구로 가는 의사들 “조심히 다녀와라, 조심히….” 고령의 노모는 걱정되는 듯 망설였지만 아들의 뜻을 말리지 않았다. 경남 거제시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박태환 씨(46)는 대구행을 결정한 뒤 “어머니께 죄송하지만 대구시의사회장님의 호소를 보고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금요일부터 대구에 가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의 검사를 도울 예정이다. 애초에는 성금만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문자를 전달받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도 의사이지 않나. 환자가 있으면 가야지. 그것이 내 직업이고, 소명이고.” 대구의 개인병원 의사들도 지원에 나섰다. 대구 동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전모 씨(47)는 이비인후과 의사인 후배와 함께 지원했다. 다음 주부터 코로나19 환자 병동에서 야간진료를 맡을 예정이다. 전 씨는 “솔선수범하는 주변 의사들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지친 상황에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고 지원 동기를 이야기했다.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아들은 “꼭 해야 돼?”라고 물었다. 전 씨는 “겁이 나지만 의사가 환자를 버릴 수 없지 않으냐”고 답했다. 아내는 그의 결심을 이해하고 응원했다. 그는 “아마 더 많은 의사들이 올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모 씨(55·여·대구)는 딸이 걱정할까 봐 말도 하지 않고 지원했다. 김 씨는 “코로나 앞에서 우리가 후진국처럼 대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다. 두려워하고 떨면 면역력이 저하된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의 아들도 대구가톨릭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며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경북대병원 인턴도 응급실 복귀 자가 격리 해제를 요청했던 경북대병원 인턴 가운데 2명도 26일 현장에 복귀했다. 이들은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공간에 머물렀다는 이유만으로 18일부터 자가 격리 중이었다. 격리 8일째인 25일 환자의 아픔과 동료의 고생을 지켜보기만 할 수 없다며 병원 측에 격리 해제를 요청했다. 동료 인턴을 대표해 문자메시지를 쓴 김영호 씨(29)와 또 다른 인턴 한 명은 26일 오전 7시에 자가 격리가 해제됐다. 두 사람은 격리 대상자 중 음성 판정을 받고 기침, 콧물 등 이상 증상이 없다는 보건당국과 병원 측의 판단에 따라 해제됐다. 다른 2명은 격리 상태가 유지됐다. 김 씨 등은 곧장 응급실 진료에 투입됐다. 김 씨는 “며칠 만에 돌아와 보니 사람은 더 부족하고 일은 너무 많아졌다. 우리가 도울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26일 오전 9시 현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지원을 신청한 의료인력은 총 205명. 의사 11명과 간호사 100명, 간호조무사 32명, 임상병리사 22명, 행정직 등 40명이다. 25일까지만 해도 59명에 불과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조만간 지원 인력을 내려보낼 계획이다. 의협 관계자는 “인력 모집과 별개로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이 곧장 의료지원단장을 맡아 직접 대구 지역에 내려가 현장에서 진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민들 온정도 잇따라 전국 각지에서 대구 시민을 돕기 위한 선행 릴레이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등에서 9년째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동혁 씨(38)는 25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00만 원을 기탁했다. 임 씨는 “대구의 자영업자와 시민들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대구 달서구 성당동에서 2년째 세차장을 운영하고 있는 임모 씨(30)는 26일부터 ‘무료 차량 방역 서비스’에 나섰다. 세차 비용을 20∼50% 할인하고 세차한 손님 중 희망자에게는 차량 내부를 살균·소독해 주는 것이다. 그는 “내가 베풀 수 있는 것들을 베풀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구시의사회에도 크고 작은 기부금이 도착하고 있다. 서울시민이라고 밝힌 박모 씨는 300만 원을 기부하며 “의사 선생님들이 빵을 사 드셨으면 좋겠다. 지역 경제도 살리고 의사 선생님들이 빵 드신 후 힘내셨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했다.○ 의료인력 지원 문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특별대책팀(044-202-3247), 대구시의사회(053-953-0033∼5) 이미지 image@donga.com·강동웅·전채은 기자}

대구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의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된 지역 의료진이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25일 대구의 코로나19 환자가 543명까지 늘어나면서 감염된 의료진도 최소 19명으로 파악된다. 격리된 의료진은 2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자가 격리’ 의료진 급증 대구에서는 이틀 새 의료진 11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25일 경북대치과병원 교정실 1명, 곽병원 간호사 1명, 계명대 동산병원 간호사 2명, 홍락원치과 1명, 원진약국 1명 등 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에는 경북대병원 간호사 1명,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간호사 1명, 요양병원 2명 등 4명이 확진자로 확인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23일까지 누적된 의료진 환자 수보다 24, 25일 이틀 동안 발생한 환자가 더 많다”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의료진이 추가로 감염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자가 격리로 인해 손발이 묶인 의료진은 훨씬 많다. 진료 환자나 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주변 의료진이 한꺼번에 자가 격리 대상이 되기 때문. 이 경우 상급종합병원은 해당 병동을 통째로 폐쇄하는 탓에 격리 인원이 30∼50명에 이른다. 실제로 19일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해 응급실과 호흡기병동이 폐쇄되고 의료진 68명이 자가 격리됐다. 본보 취재 결과 대구 시내 대형 병원들의 자가 격리 의료진 수(누계치)는 19일 88명, 20일 123명, 21일 161명, 24일 171명으로 확인됐다. 중소병원 종사자를 감안하면 대구 지역에서 격리된 의료진은 2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시는 정확한 자가 격리 의료진 규모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병상 있어도 의사 없어 대구시와 보건당국이 나서면서 병상 부족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 정부는 ‘감염병 전담병원’을 지정해 경증 환자들이 입원할 수 있는 병상 1000개를 확보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대구의료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464개 병상을 확보했다. 대구보훈병원 89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200개, 영남대병원 30개 등 319개 병상도 확보할 예정이다. 대구의료원과 영남대병원의 기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 300여 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국군대구병원(300개) 등 다른 지역의 국립병원 병상 확보도 추진 중이다. 대구시는 코로나19 산모 전담 의료기관도 26일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임산부는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전화할 필요 없이 대구파티마병원(053-940-7314)에 연락하면 된다. 하지만 병상이 늘어도 치료할 의사가 없는 게 문제다. 대구시는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의료진 101명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대구의료원에 파견했다. 대구시내 5개 상급종합병원의 협조를 받아 30여 명의 의료진도 별도로 구성했다. 그래도 여전히 최소 100명 이상의 의료진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구시의 추산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역 내 병원에서 더 이상의 지원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앞으로 확보할 병상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군의관 등 중앙의 의료 인력 파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대구시는 정부에 의료 인력 긴급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보건당국은 다른 지역 내 민간 의료 인력을 24일부터 모집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참여하는 의료인에게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의료진 지원 방법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나 코로나19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만8000명 전수 조사 인력 필요 대구 지역 의료진 부족은 향후 2주에 걸쳐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당국이 감기 증상을 보이는 대구시민 약 2만8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검체 채취와 경증 환자 치료를 위해 추가 인력이 대거 필요한 상황이다. 일부 자가 격리 의료진은 접촉자 재평가를 요청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경우 병원과 대구시가 직접 의료진의 확진 환자 접촉 여부를 조사했다. 지자체가 병원과 협의해 의료진 자가 격리를 일부 해제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질본 관계자는 “대구 지역의 경우 환자가 워낙 많아 병원과 지자체가 직접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진을 분류했다”며 “지자체가 병원과 협의해 자가 격리된 일부 의료진을 접촉자가 아닌 것으로 재분류하면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이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