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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생맥주를 즉석에서 컵에 담아 팔 수 없다는 정부의 세법 해석이 나왔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 등 주류 소매업자가 맥주 제조키트에서 생산한 맥주를 소분해 판매할 수 있는지를 묻는 세법 질의에 ‘판매 불가’로 회신했다. 주류 소분 판매는 음식점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 주세법은 주류의 가공·조작을 금지하고 있으며, 주류를 재포장하는 등 가공해 파는 판매자는 면허가 취소된다. 다만 일반음식점 등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는 즉시 생맥주를 페트병 등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이는 2019년 7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주세법 기본통칙을 개정해 생맥주 판매규제를 완화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대형 맥주 통(케그)에 담겨 출고되는 주류는 다른 용기에 나눠 담아 판매할 수밖에 없다”며 “많은 자영업자가 이미 생맥주를 페트병 등에 담아 배달 판매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후 생맥주를 병에 담아 치킨 등 배달음식과 함께 판매하는 게 가능해졌다. 하지만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 주류 소매업체에서는 소분 판매가 여전히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편의점에서도 주류를 소분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는 민원이 계속 제기돼왔다. 정부 관계자는 “편의점 소분 판매를 허용하면 음식점 업계에서 반발할 수 있고 위생 및 과세 등 관리·감독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해 출생아 중 첫째 아이 비율이 처음 60%를 넘어섰다. 만혼(晩婚) 추세에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둘째 이상을 낳는 가구가 줄어서다. 26일 통계청의 ‘2022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 중 첫째는 15만6000명으로 전체 출생아(24만9000명)의 62.7%를 차지했다. 1년 전(56.8%)보다 5.9%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1년 이후 최고 비율이다. 첫째 아이 비율이 높아진 건 전체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둘째 이상 출산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는 1년 전보다 1만2000명 줄었는데, 이 중 첫째는 8000명 늘었다. 이에 비해 둘째는 1만5000명, 셋째 이상은 4000명 줄었다. 첫째 아이 수는 2015년부터 전체 출생아 수 감소와 더불어 매년 줄었지만,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미뤄진 결혼 및 출산이 재개된 영향으로 늘었다. 첫째 아이 비율은 2011년부터 줄곧 전년 대비 상승했다. 2011년 51.0%에서 지난해 62.7%로 11년 만에 11.7%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둘째 아이 비율은 38.1%에서 30.5%로, 셋째 이상은 11.0%에서 6.8%로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만혼으로 출산 시기가 늦어진 영향이 크다. 노산(老産)으로 둘째 이상을 낳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여성의 초산 연령은 평균 32.6세로 1년 전보다 0.3세 늘었다. 해당 통계가 처음 작성된 1993년 26.2세 이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간 청년농 3000명을 육성할 수 있는 예산이 쌀 사는 데 들어간다.”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은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이처럼 말하며 “우리 농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작용이 너무나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정안을 평가하면…. “의무 매입 조항이 가장 큰 문제다.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면 농민들은 ‘아무리 많이 지어도 정부가 판로를 보장해준다’고 생각하게 된다.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셈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년간 34.8% 줄었고 앞으로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는 가파르게 주는데 생산이 그에 맞춰 줄지 않아 공급 과잉이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재정 부담은 어떻게 되나. “정부의 쌀 시장 격리가 의무화되면 쌀 수매에 연평균 1조 원 이상이 투입된다. 청년 자영농 10명을 양성할 수 있는 스마트팜 1ha를 조성하는 데 드는 예산이 30억 원인데, 1조 원이면 이런 스마트팜 300개를 지을 수 있다. 단순 계산하면 매년 청년농 3000명을 양성할 수 있는 재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농가 소득 안정에 도움이 되나. “안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곡법 개정안 시행 시 최근 5년 평균 80kg당 19만3000원인 쌀값이 2030년 17만200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농가에서 쌀 판매로 얻는 소득이 10%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또 103만 농가 중 쌀 농사를 짓는 가구는 53만 가구이고, 쌀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가구는 23만 가구에 불과하다. 쌀 의무 수매가 농가 소득 안정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농민들 의견은 어떤가. “상당수가 반대하고 있다. 최대 농민단체인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이 개정안 통과 직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당초 개정안에 적극 찬성했던 쌀생산자협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시장 격리 조건을 일부 바꾼 수정안이 쌀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쌀값 안정 방안은…. “시장 격리 같은 사후 조치가 아니라 쌀 적정 생산, 소비 촉진 등 사전 대책을 통해 수급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 정부는 소비가 감소하는 밥쌀은 생산 규모를 줄이고 식량 안보에 필요한 밀, 콩, 가루쌀 등 다른 작물로의 전환을 촉진할 계획이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간 청년농 3000명을 육성할 수 있는 예산이 쌀 사는 데 들어간다.”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이처럼 말하며 “우리 농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작용이 너무나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대로 시행되면 이후 어떤 정부가 와도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정안을 평가하면…. “의무 매입 조항이 가장 큰 문제다.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면 농민들은 ‘아무리 많이 지어도 정부가 판로를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게 된다.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셈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년간 34.8% 줄었고 앞으로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는 가파르게 주는데 생산이 그에 맞춰 줄지 않아 공급과잉이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재정 부담은 어떻게 되나.“정부의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쌀 수매에 연평균 1조 원 이상이 투입된다. 청년 자영농 10명을 양성할 수 있는 스마트팜 1ha를 조성하는 데 드는 예산이 30억 원인데, 1조 원이면 이런 스마트팜 300개를 지을 수 있다. 단순 계산하면 매년 청년농 3000명을 양성할 수 있는 재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농가 소득 안정에 도움이 되나.“안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곡법 개정안 시행 시 최근 5년 평균 80㎏당 19만3000원인 쌀값이 2030년 17만200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농가에서 쌀 판매로 얻는 소득이 10%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또 103만 농가 중 쌀 농사를 짓는 가구는 53만 가구이고, 쌀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가구는 23만 가구에 불과하다. 쌀 의무수매가 농가 소득 안정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농민들 의견은 어떤가.“상당수가 반대하고 있다. 최대 농민단체인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개정안 부작용을 우려하는 성명을 냈다. 당초 개정안에 적극 찬성했던 쌀생산자협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시장격리 조건을 일부 바꾼 수정안이 쌀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쌀값 안정 방안은….“시장격리 같은 사후 조치가 아니라 쌀 적정 생산, 소비 촉진 등 사전 대책을 통해 수급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 정부는 소비가 감소하는 밥쌀은 생산 규모를 줄이고, 식량 안보에 필요한 밀, 콩, 가루쌀 등 다른 작물로 전환을 촉진할 계획이다.”―가루쌀 재배를 늘리면 쌀 수급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나.“그렇다. 가루쌀은 일반 쌀과 동일하게 논에서 키우는데,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다. 전분 구조가 밀과 유사해 밀가루와 동일한 방식으로 제분할 수 있다. 면, 빵, 과자 등 밀가루 제품 대부분을 가루쌀로 만들 수 있다. 현재 밀은 국내 소비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밥쌀 대신 가루쌀 재배 면적을 늘리면 식량안보에도 도움이 된다.”―정부는 청년농 육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앞으로의 계획은.“2027년까지 3만 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정착 초기 소득 안정을 위해 영농정착 지원사업 대상을 지난해의 2배인 4000명으로 늘렸다. 정착지원금도 기존 최대 월 100만 원에서 110만 원으로 올렸다. 또한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청년 스마트팜 창업 전문과정을 연 208명 규모로 운영하고, 초기 설비 투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형 스마트팜도 2027년까지 15개를 조성할 계획이다. 자영업자로 비유하면 사업 아이템을 정부가 교육해주고 가게까지 빌려주는 셈이다.”―청년농 육성이 지방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나. “그렇다. 이달 초 충남 서천의 청년농촌보금자리를 방문했는데 28세대에 어린아이 25명을 포함해 100여 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이들은 세대별로 임대료 월 8만~23만 원으로 최장 10년까지 지낼 수 있다. 지역에서 직장을 얻고 가족을 형성하는 청년농이 늘어나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농촌을 활성화해 지역을 살릴 복안이 더 있나.“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고 3월 중 공포 예정이다. 이 법률을 바탕으로 ‘농촌공간계획’ 제도가 도입된다. 제도의 핵심은 농촌 특성을 고려해 공간을 구획화하는 것이다. 축산단지, 공장지대와 거주지역을 분리하고 거주지역엔 생활, 사회, 서비스 기능이 갖춰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스마트팜 수출확대도 주요 과제다. 우리 스마트팜이 세계 시장에서 가진 경쟁력은.“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어 팜(indoor farm·실내농장)’을 보유한 농업기술 강국이다. 충북 옥천의 폐터널에 6700㎡ 규모의 실내농장이 조성돼 있다. 인도어 팜 기업들은 LED,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기반으로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비닐온실도 우리가 수출 경쟁력을 갖는 분야다. 네덜란드가 첨단 유리온실로 세계 농업을 선도하고 있는데, 비닐온실은 생산성과 내구도는 유리온실에 비해 떨어지지만 비용이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우수한 ICT 기술을 적용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한국형 스마트팜’으로 육성하고 있다.”―지금까지의 수출 성과는.“1월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우리 기업이 현지 기업과 5600만 달러 규모 의 MOU를 체결했다. 또 최근엔 농심, 포미트 등 기업이 사우디 기업과 1억 달러 규모의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향후 스마트팜 지원 계획은.“스마트팜 수출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400억 원 규모 펀드, 1000억 원 규모 스마트팜 수출 융자를 신규 조성할 계획이다. 또 UAE 무바달라와 같은 해외 국부펀드,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의 정책금융자금도 스마트팜 업계로 유입되도록 노력하겠다.”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
“선제적으로 우리 측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하도록 오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지시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한일 양국이 상호 화이트리스트의 신속한 원상 회복을 위해 긴밀한 대화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16일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 경제 교류와 협력을 가속화하려는 것. 대통령실 관계자는 “산업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간 논의에 걸리는 시일을 앞당기려는 윤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상응하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복원 조치도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한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와 결실로 이어지도록 협력 체계 구축과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자신의 구상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핵심 고리로 ‘경제’를 꼽았다.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협력 분야 한일 대화 채널을 신설하겠다”며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제조 기술과 일본 기업의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이 연계되면 양국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용인에 조성할 예정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기술력 있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을 대거 유치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반도체 첨단 혁신기지를 이룰 수 있다”며 “한일관계 정상화는 결국 우리 국민과 기업에 커다란 혜택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양국 재무 당국 수장이 참석해 경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를 재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양국이 금융, 외환 협력을 늘리기로 한 만큼 재무 당국 간 대화 채널 복원이 우선 진행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 분야 한일 대화가 복원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들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등이 닥쳤을 때 한일 양국 통화를 교환하는 통화스와프는 당장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한일 정상이 합의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완전히 정상화하는 조치를 마무리했다. 외교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2019년 일본 측에 통보한 지소미아 관련 두 건의 공한을 모두 철회한다는 결정을 일본 측에 서면으로 통보했다. ‘종료 통보 효력 정지’ 상태로 남아 불안정했던 지소미아의 법적 지위를 완전히 정상화한 것이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나모 씨(26)는 1년 넘게 입사지원서를 쓰지 않은 채 쉬고 있다. 이미 직장 3곳을 다니며 겪은 일들 때문에 일단 취업을 미뤘다. 전 직장 한 곳에선 상사가 조기 출근과 야근을 강요했고, 또 다른 곳에선 임금을 제때 주지 않았다. 외모를 비하하는 말도 들었다. 나 씨는 “현재는 지친 마음과 몸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급하게 취직해 평생 불행하게 사느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즐거운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이유 없이 쉰 청년이 지난달 50만 명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보였다. 청년을 포함해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들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한 비중도 15%를 넘었다. 이들은 사실상 실업 상태이지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게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쉬었다’고 응답한 15∼29세 청년은 49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9.9% 늘어난 규모로, 2003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30만 명대였던 청년 ‘쉬었음’ 인구는 2020년 2월 4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 조사에서 ‘쉬었음’은 현재 일하지도 않고 구직활동도 안 하는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지난 1주일 동안 주로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쉬었다’고 답한 이들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육아, 가사, 학업, 심신장애 등의 이유 없이 그냥 쉰 경우를 뜻한다. 여기에는 1년 내 구직활동을 한 구직단념자도 일부 포함된다. 1년 내 구직활동을 한 적조차 없는 사람은 고용시장에서 이탈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냥 쉬는 청년 인구가 느는 건 좋은 일자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일자리 시장이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월급이 적고 처우가 안 좋은 일자리만 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청년이 기대하는 근로조건이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과 격차가 큰 셈이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쉬었음’ 청년 인구를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서 ‘쉬었음’ 인구가 늘었다. 노동시장의 허리인 40대에서 그냥 쉬었다는 이들이 전년보다 9.5% 늘며 청년층을 제외하고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60대 이상(7.3%), 50대(2.9%), 30대(2.0%)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쉬었음’ 인구가 차지한 비중은 전년보다 1%포인트 불어난 15.7%였다. 올해 1월(15.6%) 경신한 역대 최고치를 한 달 만에 다시 썼다. 지난달 만 15세 이상 인구에서 ‘쉬었음’ 인구가 차지한 비율은 5.8%였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쉬었음 상태가 1년 반에서 2년이 넘어가면 본인의 근로 의욕이 줄고 낙인 효과까지 더해져 실직 상태가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생산활동이 둔화되고 세수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6개월 넘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9만6000명으로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만혼(晩婚) 경향이 심화하면서 40대 초반 신부가 20대 초반 신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인구가 줄어든 데다 이들 중 결혼을 희망하는 비율도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2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40∼44세 여성의 혼인 건수는 1만949건으로 20∼24세(1만113건)보다 많았다. 2021년 40대 초반 여성의 혼인이 1만412건으로 199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20대 초반(9985건)을 넘어선 데 이어 2년 연속 이 같은 경향이 이어진 것이다. 40대 초반 여성의 혼인 건수는 1992년 4189건에서 지난해 1만949건으로 30년 만에 2.6배로 늘었다. 이 중 초혼 건수는 5.7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20대 초반 여성의 혼인 건수는 20만101건에서 1만113건으로 20분의 1로 급감했다. 전체 혼인 건수는 41만9774건에서 19만1690건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20대 여성 인구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통계청 주민등록 연앙인구(연초와 연말 주민등록상 인구를 평균한 값) 기준 20대 초반 여성 수는 해당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3년 228만4464명에서 지난해 144만9453명으로 36.6%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 40대 초반 여성은 130만1116명에서 195만6066명으로 50.3% 늘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가 혼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20대 중 결혼을 희망하는 여성이 적은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20대 여성 비중은 35.1%로 10대 여성(29.1%) 다음으로 낮았다. 40대 여성은 42.3%가 결혼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신부가 신랑보다 연상인 부부의 비중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혼 부부 중 여성이 연상인 부부는 19.4%로 1년 전에 비해 0.2%포인트 늘었다. 초혼 부부 5쌍 중 1쌍은 부인의 나이가 더 많은 셈이다. 이는 30년 전인 1992년 비율(8.5%)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나모 씨(26)는 1년 넘게 입사지원서를 쓰지 않은 채 쉬고 있다. 이미 직장 3곳을 다니며 겪은 일들 때문에 일단 취업을 미뤘다. 전 직장 한 곳에선 상사가 조기 출근과 야근을 강요했고, 또 다른 곳에선 임금을 제때 주지 않았다. 외모를 비하하는 말도 들었다. 나 씨는 “현재는 병든 마음과 신체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급하게 취직해 평생 불행하게 사느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즐거운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이유 없이 쉰 청년이 지난달 50만 명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보였다. 청년을 포함해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들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를 넘었다. 이들은 사실상 실업 상태이지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게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쉬었다’고 응답한 15~29세 청년은 49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9.9% 늘어난 규모로, 2003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30만 명대였던 청년 ‘쉬었음’ 인구는 2020년 2월 처음으로 4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 조사에서 ‘쉬었음’은 현재 일하지도 않고 구직활동도 안 하는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지난 1주일 동안 주로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쉬었다’고 답한 이들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 데도 육아, 가사, 학업, 심신장애 등의 이유 없이 그냥 쉰 경우를 뜻한다. 여기에는 1년 내 구직 활동을 한 구직단념자도 일부 포함된다. 1년 내 구직 활동을 한 적조차 없는 사람은 고용시장에서 이탈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냥 쉬는 청년 인구가 늘고 있는 건 좋은 일자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일자리 시장이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월급이 적고 처우가 안 좋은 일자리만 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청년이 기대하는 근로조건이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과 격차가 큰 셈이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쉬었음’ 청년 인구를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서도 ‘쉬었음’ 인구가 늘었다. 노동시장의 허리인 40대에서 그냥 쉬었다는 이들이 전년보다 9.5% 늘며 청년층을 제외하고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60대 이상(7.3%), 50대(2.9%), 30대(2.0%)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쉬었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1%포인트 불어난 15.7%였다. 올해 1월(15.6%) 경신한 역대 최고치를 한 달 만에 다시 썼다. 지난달 만 15세 이상 인구에서 ‘쉬었음’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5.8%였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쉬었음 상태가 1년 반에서 2년이 넘어가면 본인의 근로 의욕이 줄고 낙인 효과까지 더해져 실직 상태가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생산 활동이 둔화되고 세수도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6개월 넘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9만6000명으로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가 10년 새 2배로 늘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60대에 접어들어 고령 인구가 늘었고, 생계비를 벌기 위해 일을 구하는 고령층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577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41만3000명 늘었다. 전체 취업자는 31만2000명 늘었는데, 60세 이상 증가분을 빼면 10만 명 넘게 줄어든 셈이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월 기준으로 1996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다. 10년 전인 2013년 2월 273만4000명에 비해 2.1배 이상으로 늘었다. 20년 전인 2003년 2월에는 185만6000명에 그쳤다. 전기 베이비붐 세대인 1955∼1963년생이 고령층에 진입하며 60세 이상 인구가 늘었다. 2003년 2월 580만8000명이던 60세 이상 인구는 2013년 2월 834만3000명, 올 2월 1349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10년 새 1.6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이다. 고령층 고용률도 높아졌다. 지난달 60세 이상 고용률은 42.8%로 역시 2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고용률은 2003년 2월 32.0%에서 2013년 2월 32.8%로 0.8%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최근 10년 동안에는 10.0%포인트 늘었다. 고령층 다수는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뛰어들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인구 중 장래 취업 의사가 있는 비율은 지난해 5월 68.5%로 10년 전(60.0%)에 비해 8.5%포인트 늘었다. 일하고 싶은 이유로는 ‘생활비에 보탬’이 57.1%로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이 34.7%로 뒤를 이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부가 농번기를 앞두고 농촌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내국인 근로자를 지난해에 비해 20% 늘린다. 이와 별도로 코로나19 입국제한이 풀린 외국인 근로자는 73% 늘려 모집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농업 분야 인력 수급 지원 대책’을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올해 농업 분야에서 내국인 근로자는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연인원 352만 명, 외국인 근로자는 73% 늘어난 3만8000명을 각각 지원한다. 농식품부는 9개 시군에 농촌인력중개센터 16개를 추가해 170개로 확대 운영한다. 또 올해 1월 고용노동부와 체결한 업무협약에 따라 도시에서 구직자를 모집해 농촌에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달 서비스를 시작한 ‘도농인력중개플랫폼’(www.agriwork.kr)을 통해 맞춤형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 구인-구직자 매칭도 활성화한다. 코로나19 입국제한 기간 인원이 크게 줄었던 외국인 근로자도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E-9)는 1만4000명이 배정됐고, 계절근로제(C-4, E-8)는 121개 시군에 2만4418명이 배정돼 순차 입국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주요 품목 주산지인 30개 시군을 중심으로 인력 수요가 많은 농번기(4∼6월)와 수확기(8∼10월)에 수급 상황을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 씨(32)는 최근 가까운 산부인과를 찾아 난자 냉동시술 비용을 문의했다. 예비신랑과 모은 돈으로는 당장 전세를 얻기도 부족한 데다 업무 강도가 높은 부서에 배치돼 앞으로 최소 3년 동안은 결혼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이 씨는 “결혼이 늦어져 30대 후반이 되면 임신 가능성이 떨어지기에 만일을 대비해 난자 냉동시술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이들이 늘면서 지난해 혼인 건수(혼인 신고 기준)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혼인 건수는 2019년부터 4년째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혼인 건수 감소와 만혼(晩婚) 증가는 저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1690건으로 1년 전에 비해 0.4%(817건) 감소했다. 혼인 건수는 2012년부터 11년째 줄고 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감소 폭이 컸다. 각각 ―10.7%, ―9.8%를 기록했는데, 혼인 건수가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인 건 외환위기 때인 1997년(―10.6%) 이후 23년 만이었다. 1996년 43만4911건이던 혼인 건수는 1997년(38만8960건) 30만 건대로 내려간 뒤 2016년 20만 건대, 2021년 10만 건대로 급감했다. 25년 만에 혼인 건수가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도 3.7건으로 역대 최저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5∼49세 연령 인구가 계속 줄어 인구 구조적으로 혼인 건수가 감소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7세, 여자 31.3세로 1년 전보다 각각 0.4세, 0.2세 높아졌다. 정부는 혼인 건수 감소와 만혼 추세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임 과장은 “지난해 기준 전체 출생아 중 72.5%가 결혼한 지 5년 미만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며 “혼외 출생이 적은 우리나라에선 혼인 건수와 출생률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혼인 건수는 1만6666건으로 1년 전보다 27.2%(3564건) 늘었다. 특히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혼인 건수가 1만2000건으로 33.6% 급증했다.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베트남(27.6%), 중국(19.0%), 태국(16.1%)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입국 제한 등으로 주춤했던 외국인과의 결혼이 지난해 입국제한 완화로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외국인과의 혼인 건수는 2020년 ―35.1%, 2021년 ―14.6%로 감소세였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9만3232건으로 1년 전보다 8.3%(8441건) 줄었다. 평균 이혼 연령은 남자 49.9세, 여자 46.6세로 1년 전보다 각각 0.2세, 0.1세 줄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올 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약 31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60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하면 취업자 수는 되레 10만 명 넘게 줄었다. 특히 청년 취업자 수는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경기 둔화 여파가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71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1만2000명 늘어났다. 이는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취업자 수는 2021년 3월부터 24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 폭은 지난해 5월 93만5000명을 정점으로 지난달까지 9개월째 줄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고용률 전체로 봤을 때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악화된) 경기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2월 취업자 증가 폭이 103만7000명으로 컸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청년 인구 감소도 취업자 수 증가 폭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41만3000명 늘었지만 나머지 연령대에선 10만1000명 감소했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2만5000명 줄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2021년 2월 14만2000명이 줄어든 후 최대 감소 폭이다. 청년층 고용률도 45.5%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줄어 2021년 2월(―0.9%p) 이후 2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만7000명 줄어 1월(―3만5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서 국장은 “반도체 중심의 투자 감소가 제조업 분야 취업자 수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올 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약 31만 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60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하면 취업자 수는 되려 10만 명 넘게 줄었다. 특히 청년 취업자 수는 2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경기 둔화 여파가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71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1만2000명 늘어났다. 이는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취업자 수는 2021년 3월부터 24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 폭은 지난해 5월 93만5000명을 정점으로 지난달까지 9개월째 줄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고용률 전체로 봤을 때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악화된) 경기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2월 취업자 증가 폭이 103만7000명으로 컸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청년 인구 감소도 취업자 수 증가 폭 둔화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41만3000명 늘었지만 나머지 연령대에선 10만1000명 감소했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2만5000명 줄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2021년 2월 14만2000명이 줄어든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청년층 고용률도 45.5%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줄어 2021년 2월(―0.9%p) 이후 2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만7000명 줄어 1월(―3만5000명)에 이어 2달 연속 감소했다. 서운주 국장은 “반도체 중심의 투자 감소가 제조업 분야 취업자 수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아이가 아프면 1시간 동안 험한 산길을 운전해야 한다.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닫기 전 도착하려면 늦어도 오후 5시에는 직장에 양해를 구한다.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서 네 살 딸과 두 살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 김민주 씨(41)가 아픈 아이를 안고 50여 km 떨어진 안동시까지 가는 건 늘 쉽지 않은 일이다. 영양에는 소아과 병원이 한 곳도 없다. 재작년 겨울, 생후 3개월이던 둘째 아이가 폐렴을 앓았을 때도 김 씨는 아이를 안고 어두운 산길을 운전했다. 한겨울 응급실 문 밖에서 아들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김 씨는 이사를 고민했다. 그는 “영양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한 번쯤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걸 생각해봤을 것”이라고 했다. 영양은 소멸하고 있다. 지난해 이곳에서 태어난 출생아는 32명으로 사망자(295명)의 9분의 1에 불과했다. 1970년대 7만 명에 육박했던 영양군 인구는 지난달 1만6000명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도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나섰다. 특히 시중 은행들은 지역 일자리를 만들고, 돌봄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다.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임팩트 금융’이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영양군 주민 87% “인구 늘수 있다면 기피시설 유치도 환영” “소아과 찾아 50km 운전” 면적은 서울 1.3배… 4차로 하나 없어“인프라 부족-인구감소 악순환 빠져1200명 살던 ‘대티골’, 이젠 54명 뿐” 9일 찾은 영양군 곳곳에선 소멸의 흔적이 엿보였다. 대구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3시간여를 이동해 도착한 시외버스 정류장 주변은 운영 중인 상점보다 빈 곳이 더 많았다. 슈퍼마켓, 보일러 수리점, 한약방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점포들도 문을 닫은 지 오래였다. 이곳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산골마을 화천2리는 소멸 징후가 더 뚜렷했다. 길을 따라 듬성듬성 놓인 집들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비어 있었다. 혼자 지내는 노인이 사망하거나 요양병원에 들어가면 집만 남겨진다. 마당엔 잡초가 무성하고 문에 발라둔 창호지가 뜯겨 집 내부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전기요금 고지서와 옷가지, 깨진 그릇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2020년 기준 화천2리에는 주민등록상 129명이 거주 중이지만 실거주자 수는 약 80명에 그친다. 화천2리에서 가장 젊다는 황영삼 이장(58)은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그대로 둔 채 요양병원에 가 계신 어르신이 많다. 최근 10년간 새로 생긴 빈집이 20곳은 된다”고 했다. 지난해 3월 기준 영양의 ‘소멸위험지수’는 0.14로 전국 13위다. 노인 100명당 20∼39세 여성이 14명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영양군청 관계자는 “인구가 줄어드니 의료·교육 등 인프라가 사라지고, 인프라 부족으로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1200명이던 광산촌 인구 54명으로 급감과거 영양은 광산업 특수를 누렸다. 군내 용화2리 광산촌은 ‘사람이 많고 큰 골짜기’라는 뜻으로 ‘대티골’이라고 불렸다. 1970년대에는 대티골 인구만 1200명으로 광산 일대에 약 1만 명이 모여 살았다. 전국 각지의 노동자들이 금, 은, 아연 채굴이 이뤄지던 광산으로 몰려들었다. 1940년대 발전소가 만들어져 경북 지역 중 가장 먼저 전기가 들어왔다. 한 동짜리 초등학교 건물에 학생만 150명이 넘던 시절이었다. 광산 기술자인 아버지 슬하에서 태어나 평생 용화2리에서 산 김승규 씨(76)는 “사람이 워낙 많아 30평(약 99㎡) 남짓한 집터에 5가구 20여 명이 모여 살았다”며 “국회의원이 마을에 유세하러 오는 게 예사였고 간이극장이 들어서 영화를 틀어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1976년 폐광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마을은 급속히 쇠락했다. 제련 과정에서 토지가 오염돼 농사를 짓기도 쉽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직업을 찾아 마을을 떠났고, 남아 있던 노인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2020년 기준 용화2리 거주민은 54명이다. 이곳에는 광석 제련소로 쓰이던 15층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만이 번화하던 시절의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30여 가구가 길을 따라 30∼100m 간격으로 듬성듬성 자리 잡았다. 과거 1000명이 넘는 주민이 살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산 중턱 곳곳에는 마을 터로 추정되는 평지만 보였다.● “인구 늘 수 있다면 교정시설도 환영”영양은 새로운 일자리 유치를 통해 변신을 하려 한다. 하지만 서울 면적의 1.3배인 군내에는 고속도로, 철도는커녕 4차선 도로조차 없다. 교통 인프라가 부실하다 보니 공장이나 물류센터 등이 들어서기 힘든 구조다. 이에 영양군청은 ‘재소자 1000명 규모 교정시설 유치’를 역점 사업으로 제시하고, 1년 넘게 법무부 교정본부에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선 기피시설로 취급되지만 영양에선 ‘인구만 늘 수 있다면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설문조사에서 영양주민 86.6%가 교정시설 유치에 찬성했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교정시설이 들어오면 교도관 등 직원 500여 명이 영양에 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면회객을 대상으로 한 숙박·음식점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양군은 귀농 정책도 실시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진 않다. 인근 지역에 비해 의료시설이 부족해 은퇴 귀농인을 영입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영양군청 관계자는 “의료, 문화시설이 부족한 영양에 귀농인을 불러들이려면 다른 지자체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지역 예산만으로는 쉽지 않다”며 “영양에 정착한 귀농인이 다른 지역으로 갈까 봐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양=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해외 단체여행이 늘고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지난달 오락·문화 물가가 1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수입물가도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 중 오락·문화 물가지수는 105.86(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4.3% 올랐다. 이는 2008년 12월 (4.6%) 이후 1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살아난 단체여행이 지난달 오락·문화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2월 단체여행비는 1년 전보다 9.3% 올랐다. 특히 해외 단체여행비가 13.3% 올라 지난해 12월(13.3%), 올해 1월(10.3%)에 이어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반려동물 인구 증가도 한몫했다. 2월 반려동물용품 가격은 9.4% 올랐고, 관리비는 4.4% 상승했다. 넷플릭스, 왓챠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게임 아이템을 포함하는 온라인 콘텐츠 이용료도 3.1% 올랐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수입물가도 4개월 만에 올랐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23년 2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38.03으로 전월 대비 2.1% 올랐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광산품, 석탄·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수입물가지수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2월 한 달간 평균 82.11달러로 전달보다 2.1% 올랐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도 일평균 1270.74원으로 1.9% 올랐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달 식당에서 파는 맥주 등 주류 물가 상승률이 편의점, 마트 등에서 파는 주류 값 상승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품목 중 맥주의 물가지수는 112.6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10.5% 올랐다. 이는 가공식품 품목의 맥주 가격 상승률(5.9%)의 약 1.8배다. 외식용으로 팔리는 맥주 값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가격보다 더 많이 오른 것. 다른 주류도 비슷했다. 외식 품목 소주는 11.2% 올라 가공식품 소주 상승률(8.6%)보다 높았다. 막걸리도 외식 품목 상승률이 5.1%로 가공식품 상승률(1.6%)보다 높았다. 주류 제조업체가 출고가를 올리면 도·소매를 거치며 가격 상승 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주류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현행 맥주·탁주 주류세제를 손보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맥주와 탁주에 적용되는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재검토하고 있다. 종량세는 가격이 아닌 주류의 양에 비례해 과세하는 제도다. 현재 맥주와 탁주에 대한 세금은 종량세로 매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동돼 인상된다. 1968년 이후 50여 년간 가격에 따라 과세하는 종가세를 유지했으나 2020년 맥주, 탁주에 대해서만 종량세를 도입하고 물가상승률에 따라 세율이 정해지도록 했다. 정부는 물가연동제를 폐지하고 주류에 붙는 세금을 일정 기간 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주류세 물가연동제에 대해 “물가연동제에 편승해 소비자가격을 인상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올 1월 경상수지가 무역수지에 이어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수출 감소가 심화된 데다 해외여행 재개로 서비스수지 적자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쌓여 외국으로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대외부채 부담을 늘릴 수 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0년 이후 가장 큰 적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으로 2020년 4월 기록한 종전 최대 적자(―40억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11월 2억2000만 달러 적자에서 12월 26억8000만 달러 흑자로 전환됐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 악화를 이끈 건 역대 최대 적자를 낸 상품수지(―74억6000만 달러)였다. 상품의 수출입 차이를 계산한 상품수지는 수출 감소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품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낸 것은 1996년 1월∼1997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지난해 1월 8억3000만 달러에서 올 1월 32억7000만 달러로 급증한 것도 한몫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여행수지 적자(―14억9000만 달러)가 1년 전의 약 3배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해외여행 늘며 여행수지 적자 3배로… 반도체 수출 43% 급감 1월 사상 최대 경상적자상품수지 역대 최대 적자 영향한은 “연간으론 흑자 보일것” 전망 상품수지 및 경상수지 최대 적자는 핵심 품목인 반도체 수출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한 영향이 크다. 1월 수출은 지난해보다 14.9% 줄었고 수입은 1.1% 늘어 상품수지 적자 폭을 키웠다. 이 중 반도체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43.4% 급감했다. 이 밖에 전기·전자 제품(―33.2%), 철강 제품(―24.0%), 화공 제품(―18.6%) 수출도 크게 줄었다. 지역별로는 중국(―31.4%), 동남아(―27.9%), 일본(―12.7%) 순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유럽연합(EU·0.3%)과 중동(4.5%)은 수출이 늘어났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주요 선진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동안 한국은 중국의 고성장에 힘입어 수출이 성장세를 이어갔는데 이번에는 그런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상품, 서비스, 자본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상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아져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글로벌 긴축 기조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또 달러로 결제되는 대외부채의 원리금 부담을 높여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가격을 높여 고물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가 연간으로는 흑자를 보일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2월은 1월보다 무역적자가 상당 폭 축소된 만큼 경상수지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200억 달러대 경상수지 흑자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2차전지, 승용차 등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2월에는 경상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경상수지 적자를 부추기는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요인이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담할 수 없기에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와 맞물려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10일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을 맞는 가운데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공공기관장의 80%가량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일부는 2025년 3월까지 임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은 58명이다. 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367개 공공기관 및 부설기관 중 현 정부 출범(지난해 5월 10일) 이후 기관장이 임명된 곳은 58개(15.8%)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자리를 지키는 곳은 288개(78.5%), 기관장 해임이나 자진 사퇴, 임기 만료 등으로 공석인 기관은 21개(5.7%)다. ● 탈원전·소주성 등 文 정부 정책 주도자 다수 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중에는 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기조인 탈원전이나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한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은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을 지내면서 탈원전을 뒷받침했다. 문 원장은 2017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각료회의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소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원전 수출을 지원하라고 했는데 탈원전을 홍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에서 탈원전 정책을 설계한 인사로, 문 정부 초대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도 녹색연합 사무처장,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을 지낸 탈핵 운동가 출신으로, 문 정부에서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으로 일했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 재임하며 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담당했다. 문 정부 경제정책을 설립하는 데 관여한 인물도 있다.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정책기획위원장에 임명돼 소득주도성장 등을 총괄했다.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초대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 출신으로 최저임금 인상 등에 관여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동산 정책을 입안한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임기가 2021년 11월 끝났지만 이례적으로 재선임돼 임기가 2024년까지 연장됐다.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감사원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 “대통령과 기관장 임기 맞춰야” 문 정부 말기인 작년 1월부터 윤 대통령 취임 직전인 작년 5월 9일 사이에 임명된 기관장도 28명에 이른다. 노수현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은 작년 3월 11일에, 신도식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 이사장은 작년 3월 14일에 임명돼 둘 다 2025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최종배 과학영재학교 이사장은 2025년 3월 31일까지,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과 서유미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은 2025년 2월 27일까지 근무한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사이버정보비서관과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냈고,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은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3월 4일 임명된 이병호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문 정부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을 지냈다. 여야는 최근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논의 중이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를 포함하는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부 시장형 공기업을 제외하면 공공기관 상당수가 정부 업무를 위탁받고 있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다르면 정책 집행이 어렵다”며 “국정과제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대통령과 기관장의 임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부가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의 보조금 지급 기준이나 초과이익 공유가 기업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신청 조건을 발표한 후 우리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 반도체지원법은) 통상 외국인 투자에 지급하는 보조금과 다르게 일반적이지 않은 조건이 많아 기업들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며 “지급 조건이 너무 방대하고 상이해 기업들이 조건 하나하나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경영권과 영업비밀 노출, 기술정보 노출, 초과이익 환수 등 기업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에 우선순위를 두고 협상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는 반도체지원법 세부 지원계획을 공고했다. 이에 따르면 미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 재정 여력과 현금 흐름, 고용 계획 등 내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또 예상 사업 이익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 일부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특히 보조금 지급 조건과 관련해 국내 기업의 기술 유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장관도 “경영의 본질적인 내용과 기술 정보가 상당 부분 노출될 수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초과이익 공유에 대해 이 장관은 “반도체는 경기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예상 수익을 평균적으로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의 중국 투자를 막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에 대해선 미국과 추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장관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미국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역대 최대 폭으로 뛰었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로 1년 전보다 4.8% 올랐다. 이는 올 1월 물가 상승률(5.2%)보다 0.4%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물가 상승률이 4%대로 내려온 건 지난해 4월(4.8%) 이후 10개월 만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5%를 정점으로 점차 둔화되는 양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부문별로 불안 요인이 남아있지만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향후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요금발 물가 불안은 여전하다.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8.4% 올라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중 전기료가 29.5%, 도시가스료는 36.2%, 지역 난방비는 34.0%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1월에도 28.3% 오른 데 이어 지난달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상수도 요금을 올려 전달보다 상승률이 0.1%포인트 더 높아졌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5.5% 상승했다. 가격 변동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해 전반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4.8% 올라 전달(5.0%)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향후 물가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