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구

지민구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이노베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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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읽기가 취미인 '신문 기자'입니다. 2012년부터 기자로 활동해 정치, 경제, 사회, 산업 분야의 다양한 사람과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를 기록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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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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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5cm이상 눈” 기상청 통보에도… 서울시는 “1~4cm” 전파

    서울에 최대 13.7cm의 눈이 쏟아져 ‘퇴근길 대란’이 벌어졌던 6일에 기상청은 오전 2시 20분부터 10여 차례나 5cm가 넘는 눈이 내릴 수 있다고 통보했는데도 서울시는 적설량이 5cm 미만일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오전 11시부터는 기상청이 서울의 예상적설량을 최대 8cm로 예보했으나 시는 4시간 반 뒤인 오후 3시 반경에도 “기상청이 1∼4cm가 온다고 예보했다”며 대비를 서두르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영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기상청은 6일 하루 총 18차례 대설(폭설) 관련 정보를 서울시에 통보했다. 기상청이 발표한 예보 등은 서울시 재난·재해 관련 부서에 이메일과 팩스로 즉시 전달된다. 기상청이 이날 처음으로 시에 예보 내용을 전달한 건 오전 2시 20분이다. 이때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수도권에 1∼5cm의 눈이 내릴 것”이라고 전달했다. 이는 5cm가량의 눈이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오전 4시 20분과 5시에도 같은 내용을 시에 전달한 기상청은 오전 11시엔 서울과 인천, 경기 남서부로 지역을 특정해 “예상적설량이 3∼8cm”라며 더 많은 눈이 내릴 것이란 단기예보를 보냈다. 10분 뒤엔 대설예비특보를 발표했으며, 오후 1시 20분에는 기동지상지원팀이 서울시 도로관리과에 이 내용을 전화로 전달하기도 했다. 기상청이 기상정보를 계속 전달했지만 시에선 폭설에 대비한 별다른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시 도로관리과장이 주재한 ‘폭설 관련 상황판단회의’가 열린 것은 오후 3시 20분이었다. 회의 뒤인 오후 3시 반경 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후 3시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 이날 1∼4cm의 눈이 올 것으로 예보했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기상청 발표와 전혀 다른 내용을 내부에 전파한 것이다. 결국 시는 5cm 미만의 눈이 오는 경우에 해당하는 1단계 제설대책 근무에 들어갔다. 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제설 대책은 기상청 예보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날씨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응 수위를 정한다. 6일 오후에는 눈이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내려 빠른 조치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다만 시 재난대책본부에서 기상청 눈 예보를 1∼4cm로 판단해 공지한 것에 대해선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의 대응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지난해 11월 공개한 ‘겨울철 제설대책 추진계획’에 따르면 적설량 5cm 이상 예보가 내려질 땐 인력 3495명을 투입할 수 있는 2단계 근무 조치를 발령해야 한다. 시는 오후 4시 2230명을 동원할 수 있는 1단계 근무를 시작했고 제설차량은 오후 5시부터 준비했다. 제설대책 1단계 근무 조치 후에도 시는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기상청이 오후 4시 반에 재차 서울의 예상적설량이 8cm가 넘을 수 있다고 발표했고 오후 5시엔 대설주의보까지 예고했다. 시가 2단계 근무 조치로 상향한 것은 오후 7시 20분이었다. 이때는 이미 서울 시내 곳곳에서 눈에 갇힌 차량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아비규환이 벌어진 뒤였다. 이영 의원은 “6일 폭설로 발생한 교통대란은 시의 안일한 대처가 초래한 명명백백한 인재(人災)”라며 “재난·재해 비상시스템을 기본부터 다시 점검해 이런 후진적인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민구 warum@donga.com·강승현 기자}

    • 20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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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 내리다 차문에 코트 낀 20대 여성 숨져

    경기 파주에서 시내버스에서 내리던 20대 여성이 차문에 옷자락이 끼어 끌려가다가 버스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파주경찰서는 “하차하던 승객을 친 사고차량의 버스기사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안전의무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A 씨는 19일 오후 8시 29분경 파주시 법원읍에 있는 한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했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버스를 멈췄다. 차가 지나온 도로에 여성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지만 피해자는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는 버스에서 내리던 중 입고 있는 코트가 문에 끼어버렸다. 하지만 버스는 그대로 운행하는 바람에 피해자는 10m 이상을 문을 두드리며 끌려갔다. 결국 도로에 넘어진 여성은 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A 씨는 경찰 등에 “피해자가 뒷문을 치는 것 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긴 옷이나 목도리 등을 자주 착용하는 만큼 버스기사와 승객 모두 승하차 시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육본부 교수는 “경찰 수사가 초기라 예단하기 어렵지만, 승객이 안전하게 타고 내리는 걸 확인하는 것은 버스기사의 중요한 의무”라고 말했다.파주=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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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100억 사기 유사수신업체대표, 해외도피 3년만에 구속

    전직 국세청 공무원과 함께 유사수신업체를 차려놓고 ‘앵무새 분양’ ‘봉안당 분양’ 등의 사업에 투자하라고 속여 약 100억 원을 챙긴 전직 은행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용의자는 2017년 해외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2월에야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사수신업체 W사 대표이사인 A 씨(50)가 구속 수감됐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의 공소장과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은행원 출신 A 씨는 2016년 5월경부터 W사에서 이 회사의 회장직을 맡은 전 국세청 공무원 B 씨(63)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500만 원을 내야 가입할 수 있는 폐쇄형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최대 연 125%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며 동물테마파크나 봉안당 분양 등에 투자하라고 꼬드겼다. 피해자모임 측은 “30대부터 60대까지 300명이 넘는 이들이 가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W사는 제대로 투자한 사업이 없었다고 한다. 새로 투자를 받으면 이전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주는 ‘돌려 막기’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6월 자금 운용이 한계에 이르자 A 씨는 해외로 도주했다. 외국으로 나간 A 씨는 초반에 필리핀 마닐라 인근에 있는 고급 거주지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수배를 받고 여권이 무효화된 뒤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터키,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을 떠돌았다. 2019년 7월 조지아에서 붙잡힌 A 씨는 법무부의 범죄인인도청구 절차를 통해 지난해 12월 13일 국내로 송환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우선 A 씨가 투자자 20명에게서 96억59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적용해 6일 구속 기소했다. 피해자모임 측은 “전체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많다. 3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지민구 warum@donga.com·김태성 기자}

    •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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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개 자영업단체 “영업 자정까지 연장을”

    “자영업자 다 죽는다. 제한업종 영업을 자정까지 허용하라.”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 여부 결정을 앞두고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총연합회) 등 10개 자영업자 단체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집합금지·영업제한 명령에 반발하는 각종 집단행동이 최근 잇따르고 있지만 자영업자 관련 단체들의 공동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트니스센터, 볼링장, 당구장, 독서실 등을 대표하는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일부는 상복을 입기도 했다. 자영업자 단체들은 이날 “무작정 방역수칙을 완화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업종별 대표, 단체들과 충분히 협의해 결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선 음식점과 피트니스센터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밤 12시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오후 9시 이전에 이용객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발생해 방역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영업시간을 연장하더라도 시간당 인원 제한 등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하지 않은 각종 단체들과 협의해 조만간 정부와 국회에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20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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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칙없는 방역조치로 피해 더 커져” 자영업자들, 정부 상대 손배소 봇물

    집합금지 명령에도 영업을 재개하는 ‘오픈 시위’로 촉발된 자영업자들의 정부 방역수칙에 대한 반발이 법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대표 박주형)은 12일 서울서부지법에 정부를 상대로 2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 참여하는 실내체육시설은 203곳으로 업소당 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해 12월 30일 1차 소송 참여 업주 153명을 더하면 총청구금액은 17억8000만 원에 이른다. 카페 업주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변호사를 선임해 정부에 대한 민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1인당 청구금액은 500만 원으로 1차로 200여 명이 참여했다”고 12일 밝혔다. 연합회는 14일 고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하기로 했다.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회원 9명은 12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소복을 입고 나타나 1시간 가까이 999번의 절을 했다. 999는 방역당국이 실내체육시설에 ‘18세 미만 대상의 교습 목적으로 동시간대 9명 이하’ 영업만 허용한 데 반발하는 취지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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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피해 보상해라” 자영업자들 국가상대 손배소 제기

    “원칙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큰 피해를 봤으니 국가가 보상하라.”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의 박주형 대표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법원에 정부를 상대로 2차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된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2차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실내체육시설은 모두 203곳. 1인당 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지난해 12월 30일 1차 소송에 참여한 업주 153명을 포함하면 총 청구 금액은 17억8000만 원에 이른다. 박 대표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로 피트니스센터 등은 월 평균 2000만 원의 손해를 봤다”며 “3차 재난지원금 300만 원으로는 피해를 회복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결국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합금지 명령에도 영업을 재개하는 ‘오픈 시위’로 촉발된 자영업자들의 정부 방역수칙에 대한 항의가 결국 법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까지 반발 움직임에 동참하며 분위기가 더욱 거세졌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는 건 실내체육시설만이 아니다. 카페 업주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변호사를 선임해 정부에 대한 민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1인당 청구금액은 500만 원으로 1차로 200여 명이 참여했다”고 12일 밝혔다. 청구금액은 10억 원이 넘는다. 연합회는 14일 고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하기로 했다. 고장수 연합회장은 “참여를 희망하는 업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2차, 3차 소송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전국 카페 업주 335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선 영하로 떨어진 매서운 추위에도 정부의 방역수칙에 항의하는 자영업자들의 시위와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회원 9명은 오전 11시 반경 국회 앞에서 소복을 입고 나타나 1시간 가까이 999번의 절을 했다. 999라는 숫자는 방역당국이 ‘18세 미만 대상의 교습 목적으로 동시간대 9명 이하’로 운영하는 실내체육시설에만 영업을 허용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취지다. 시위에 참여한 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인 정인웅 씨(25)는 “정부가 특정 업종에만 조건 없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각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도 자영업자들이 모였다. 오전 10시에는 수도권 지역의 학원과 교습소 원장들이 참여한 ‘함께하는 사교육 연합’이 교습 인원을 9명으로 제한한 조치 등을 비판했다. 전국당구장업주연합 회원들도 정오경 같은 장소에서 상복을 입고 ‘실내 체육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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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추위 뚫고 나와도 한달에 20일 허탕… 어떡하든 버텨야죠”

    “매일 나와도 2, 3일에 한 번 일거리가 생길까 말까예요. 날씨가 안 좋다고 안 나올 수 있겠어요.” 7일 오전 5시경 경기 성남시 지하철 수인분당선 태평역 근처. 한 인력사무소에서 호출을 기다리던 김영욱 씨(36)는 어깨가 축 처진 채 초조해했다. 사무소에서 일감을 기다리는 이들은 김 씨를 포함해 모두 8명. 대다수가 50대 이상이었다. 이 주변은 경기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력시장이 형성되던 곳이다. 지난해 봄까지 사시사철 500명 이상이 매일 몰려들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뒤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경기 둔화까지 겹치며 주요 일감인 건축 공사가 확 줄어 나와 봤자 일을 못 맡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등으로 다른 일도 구하기 힘든 근로자들은 헛걸음이 되더라도 매일 인력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최근 전국적인 폭설과 한파로 바깥나들이조차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감을 찾아 새벽 첫차를 타고 온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날 만난 김 씨가 이곳에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경. 이전까지는 그 역시 경기 평택에 있는 반도체공장에서 배전, 설비 등의 업무를 맡은 직장인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관둬야 했고, 결국 일용직에 나서게 됐다. “한 달에 25일은 나오는 거 같아요. 거의 출근 도장을 찍고 있죠. 막상 일감이 생기는 건 한 달에 10일도 안 돼요. 하루 대략 13만 원 받아 사무소에 10% 주고 나면 한 달 벌이가 100만 원 간신히 넘어요. 당연히 그걸로 생활은 어렵지만 이마저도 허탕 칠까 봐 가슴 졸이죠.” 새벽부터 인력사무소에 나온 이들은 표정이나 자세가 엇비슷했다. 일감을 얻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한 눈빛으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김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TV에선 ‘코스피 3,000 돌파’란 뉴스가 떴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도 김 씨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1시간쯤 지나 직원이 김 씨 이름을 부르며 “서울 아파트 공사에 가자”고 했다. 김 씨는 크게 심호흡하더니 그를 따라 나섰다. 옆에서 대기하던 이종상 씨(60)는 6시 반이 지나도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이 씨는 직원에게 가더니 “근처에서 밥이나 먹고 오겠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실은 여기서 뽑혀 현장에 가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기껏 갔는데 더 필요 없다며 돌려보내는 일도 부지기수예요. 진짜 열 받고 허탈하지만…. 가족들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별수 있나요.” 서울 구로구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에 형성된 인력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루 2000명이 몰리던 이곳도 인원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일용직을 찾는 이들은 날씨를 가리지 않았다. 일용직으로 20년 가까이 일했다는 김광진(가명·42) 씨는 “요즘처럼 경기가 나빴던 때는 처음이지만, 그래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일단 나와서 버텨야 일을 잡는다”고 했다. 그는 1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 일감을 찾지 못한 채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다. 구로구의 지원을 받아 일용직들에게 커피 등을 나눠 주던 홍병순 씨(70)는 이제 이런 풍경도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하루하루가 절박한 이들에겐 코로나19도, 한파나 폭설도 아무 상관없죠. 일 없으면 굶는 건 똑같잖아요. 내일 기온이 더 떨어진들 사람들은 또 나올 겁니다. 먹고살 길이 막막한데 어떻게 하겠어요.”성남=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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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퀭한 눈빛으로 고개 ‘푹’…일용직 나선 이들 “일단 나와서 버텨야죠”

    “매일 나와도 2, 3일에 한 번 일거리가 생길까 말까예요. 날씨가 안 좋다고 안 나올 수 있겠어요.” 7일 오전 5시경 경기 성남이 지하철 수인분당선 태평역 근처. 한 인력사무소에서 호출을 기다리고 있던 김영욱 씨(36)는 어깨가 축 쳐진 채 초조해했다. 사무소에서 일감을 기다리는 이들은 김 씨를 포함해 모두 8명. 대다수가 50대 이상이었다. 이 주변은 경기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력시장이 형성되던 곳이다. 지난해 봄까지 사시사철 500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뒤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경기 둔화까지 겹치며 주요 일감인 건축공사가 확 줄어 나와봤자 일을 못 맡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식당 등 다른 일도 구하기 힘든 노동자들은 결국 이런 인력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최근 전국적인 폭설과 한파로 바깥나들이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감을 찾아 새벽 첫 차를 타고 온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날 만난 김 씨가 이곳에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경. 이전까지 그 역시 경기 평택에 있는 반도체공장에 일하던 의젓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관둬야 했고, 결국 일용직에 나서게 됐다. “한 달에 25일은 나오는 거 같아요. 거의 출근도장을 찍고 있죠. 막상 일감이 생기는 건 한달에 10일도 안 돼요. 하루 대략 13만 원 받아 사무소에 10% 주고나면, 한달벌이가 100만 원 간신히 넘어요. 당연히 그걸로 생활은 어렵지만, 이마저도 허탕칠까봐 가슴 졸이죠.” 인력사무소에 나온 이들은 표정이나 자세가 엇비슷하다. 퀭한 눈빛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있다. 김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TV에선 ‘코스피 3000 돌파’란 뉴스가 떴지만 눈길조차 주질 않았다. 1시간쯤 지났을까. 그래도 이날 김 씨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직원이 김 씨 이름을 부르며 “서울 아파트 공사에 가자”고 했다. 김 씨는 크게 심호흡하더니 그를 따라나섰다. 옆에서 대기하던 이종상 씨(60)는 6시 반이 지나도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이 씨는 직원에게 가더니 “근처에서 밥이나 먹고 오겠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실은 여기서 뽑혀 현장 가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기껏 갔는데 더 필요 없다며 돌려보내는 일도 부지기수예요. 진짜 열 받고 허탈하지만…. 가족들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별 수 있나요.” 서울 구로구 지하철7호선 남구로역에 형성된 인력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루 2000명이 몰리던 이곳도 인원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용직을 찾는 이들은 날씨를 가리지 않았다. 일용직으로 20년 가까이 일했다는 김광진 씨(42·가명)는 “요즘처럼 경기 나빴던 때는 처음 보지만, 그래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일단 나와서 버텨야 일을 잡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그는 결국 일감을 찾지 못한 채 터벅터벅 돌아갔다. 구로구청 지원을 받아 일용직들에게 커피 등을 나눠주던 홍병순 씨(70)는 이제 이런 풍경도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하루하루가 절박한 이들에겐 코로나19도 한파나 폭설도 아무 상관없죠. 일 없으면 굶는 건 똑같잖아요. 내일 기온이 더 떨어진들, 사람들은 또 나올 겁니다. 먹고 살 길 막막한데 어떻게 하겠어요.” 성남=지민구기자 warum@donga.com}

    • 202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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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도로서 4시간 갇혔는데… 제설 인력은 오지 않았다

    “왜 (눈을 치우는) 공무원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 거죠?” 6일 오후 10시경 서울 서초구 신원지하차도. 왕복 4차선 도로는 차량 100여 대가 몇 시간째 눈이 내려앉아 얼어붙은 길을 오도 가도 못한 채 멈춰 있었다. 3시간 이상 고립됐던 운전자 1명은 차의 전기까지 방전돼 난방이 꺼지며 저체온증 증상을 호소하는 위급한 상황.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는 인근에 도착했지만 차량에 막혀 눈길을 뛰어가 운전자를 구해냈다. 하지만 이 현장에는 서울시 제설차량도, 담당 공무원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구조대 29명은 차량들을 뒤에서 손으로 밀어가며 차들을 안전지역으로 이동시켰다. 도로 위에 차들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이뤄진 뒤 약 4시간 만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눈이 쌓인 데다 도로가 결빙돼 접근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고 전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총체적 부실 대응 이날 폭설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었다. 기상청은 6일 오전 11시 수도권의 예상 적설량을 3∼10cm로 예보했다. 10분 뒤 서울 지역을 특정해 대설특보를 내리겠다는 ‘예비특보’도 발표했다. 심지어 기상청 관계자는 오후 1시 20분경 서울시 도로관리과 등 제설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대비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기상청 예보가 5시간이 지난 오후 4시경에야 제설대책 1단계 근무 조치를 내렸다. 제설차량도 준비했으나 시내 33곳에 위치한 대기소로 보내고, 결빙 위험 도로에는 미리 대기시키지 않았다. 오후 6시 반경부터 제설차량을 투입했지만, 이미 도심 주요 도로는 정체가 빚어진 뒤였다. 결국 제설차량은 비교적 눈이 적게 내린 강북 지역에선 작업을 진행했으나, 피해가 막심했던 강남 지역은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상청에서 6일 눈이 1∼4cm 온다고 발표해 기준에 맞춰 대응한 것”이라며 “예보보다 눈이 많이 내려서 제설 과정에서 한계에 이르렀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도 서초구와 강남구 지역에 6일 오후 9시부터 추가 인원을 투입했지만 이미 도로는 완전히 얼어붙어 차량은 제자리걸음 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폭설을 확인한 뒤에 주요 경찰서 교통 담당 인력 50%를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겨울 제설작업 체계를 가동 중이었지만 폭설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11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제설작업 준비체계 가동을 위한 점검회의를 가졌다. 이후 도로 제설작업을 상시적으로 진행했지만, 정작 폭설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119에 신고해도 해결책 없다고 해”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6일 오후부터 7일 오전까지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를 관할하는 강남·방배·수서 경찰서에는 폭설 관련 신고만 850여 건이 밀려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7시경부터 청담대교와 반포대교 등에서 폭설 관련 신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됐다”며 “경찰차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모두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피해는 시민들이 온전히 떠안았다. 6일 오후 8시경 경기 성남의 한 도로에서 11시간 동안 멈춰 있었던 택배기사 이효섭 씨(34)는 “눈 속에 혼자 갇혀 재난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112와 119에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로선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경기에서 견인차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6일 오후 차량 견인 요청이 100건 넘게 들어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대응을 못 하니 민간업체까지 찾은 건데 우리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제설작업은 7일 오전에도 마무리되지 않아 시민들이 출근길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시내 구간은 오후에도 정체가 이어졌다. 강남구 청담사거리에선 이날 오전 9시 40분경 택시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내리막길에서 신호 대기 중인 택시 1대가 미끄러져 앞 택시에 부딪쳤다. 사고를 낸 택시 기사 A 씨(66)는 “아침까지도 제설작업 상태가 완전히 엉망이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6일 오후 폭설 상황과 관련해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다가 7일 오전 6시 46분경 도로 결빙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처음으로 보냈다.지민구 warum@donga.com·박창규·김태성 기자}

    •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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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 1시 “대비하라” 통보했지만, 폭설 퇴근길 제설차는 없었다

    6일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에 최대 15.6cm의 눈이 쏟아졌지만 서울시와 정부가 늑장 대처를 해 시민들이 퇴근길에 도로에 고립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 수도권 예상 적설량을 3∼10cm로 예보했다. 10분 뒤엔 서울지역에 대한 대설예비특보를 발령했다. 오후 1시 20분경엔 기상청 관계자가 서울시의 제설 주무 부서인 도로관리과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 제설 대비를 당부했다. 기상청은 오후 5시 약 2시간 뒤부터 대설주의보(적설량 5cm 이상) 발효를 예고했다. 하지만 오후 4시경 서울시와 자치구는 1∼4cm의 눈이 약 4시간 뒤부터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퇴근길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 제설 차량을 오후 5시부터 준비시켰지만 오후 6시부터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일대에 10∼13cm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고 퇴근 차량이 몰리면서 제설 차량을 투입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오후 8시 28분 폭설 관련 재난문자를 처음 발송했는데 내용은 “다음 날 출근길 대중교통 이용 권장”이었다. 정부의 공식 대응은 6일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이뤄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오후 11시 13분경 폭설 및 한파에 대한 총력 대응을 긴급 지시했다. 이때는 수도권에 내리던 눈이 거의 그친 상태였다. 버스운수회사 관계자는 “눈이 이렇게 쌓이는데 도로 위에 공무원, 제설 차량 하나 안 보여서 황당했다. 시민들이 알아서 대처하라는 이야기밖에 더 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지민구 warum@donga.com·강은지·이지훈 기자}

    •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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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雪雪 긴 퇴근길… “20분 거리, 2시간반 걸렸다”

    6일 수도권 퇴근길을 덮친 폭설에 도심 교통이 마비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경부터 서울 등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해 오후 10시 기준 3.8cm(공식 측정)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과천 11.6cm, 하남 9.0cm 등 경기 지역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특히 서울 서초구에 설치된 자동관측기(AWS)에는 11.7cm의 적설량이 기록됐다. 기상청은 퇴근시간대 큰 눈이 예상된다며 이날 오전 서울과 인천, 경기 대부분 지역에 대설주의보를 내렸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워낙 많은 눈이 내린 데다 강추위가 겹치면서 퇴근대란을 피할 수 없었다. 평소 2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2시간 넘게 걸려 이동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서초구 집으로 퇴근한 직장인 김모 씨(35)는 “오후 7시에 회사에서 나왔는데 2시간 반이 지난 9시 30분에 버스가 한남대교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남산 1호 터널이나 주요 교량마다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해야 했다. 또 언덕길에서 버스가 멈춰 서거나 승객들이 내려 차량을 미는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이번 폭설은 영하 50도 이하의 차가운 냉기가 한반도 북서쪽에서 내려오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상의 공기와 만나며 만들어졌다. 충청과 호남의 서해안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눈은 7일 오전까지 수도권과 중부 내륙지역에 3∼10cm, 경기 북부와 강원도에는 1∼5cm가 쌓일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 서해안과 전라도, 제주도, 울릉도 등에는 8일까지 최대 30cm 이상, 제주 산지에는 50cm 이상의 눈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7일 오전 출근길이다. 북극발 한파가 몰아치면서 밤사이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0도∼영하 5도로 하루 만에 수은주가 5∼8도 더 떨어진다. 바람이 강해 체감온도는 더 낮다.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15도로 예보됐지만, 체감온도는 영하 24도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7일 오전 출근시간대 지하철 운행시간을 평소보다 30분 연장해 오전 7시부터 9시 30분까지로 할 예정이다. 시내버스도 출근시간대 최소 배차간격 운행을 30분 연장하고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지민구 기자}

    • 20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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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기학씨 성신여대에 발전기금 20억

    의류업체인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73·사진)이 성신여대에 발전기금으로 20억 원을 기부했다. 성신여대(총장 양보경)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중구 영원무역 명동빌딩에서 성 회장이 참석한 기부식을 진행했다”고 4일 밝혔다. 기부금은 성 회장의 뜻에 따라 의류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 첨단 실습실 구축,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성 회장은 1974년 영원무역을 설립해 경영해왔다. 성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등으로 어려운 시기지만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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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쩡한데 확진자 방에 4시간 갇혀”… 나흘뒤 결국 확진

    “나는 멀쩡한데 확진자들이 있는 방으로 가게 됐다. 몇 번이고 구치소 직원에게 다시 확인해 달라고 소리 지른 뒤에야 이동할 수 있었다.” 서울동부구치소에 수용됐던 A 씨(28)는 지난해 12월 22일 여자친구 B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같은 상황을 전했다. 동부구치소가 18일 수용자 전원에 대한 1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수 검사를 한 직후였다. A 씨는 19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날 오후 10시경 직원의 실수로 양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 10명이 모여 있는 방에서 4시간가량 함께 머물렀다고 한다. A 씨는 “다른 곳으로 옮겨진 후에도 너무 무서워서 누워만 있었다”며 “복도에 기침 소리와 욕설만 들렸고 수용자들이 음식물이나 쓰레기를 던지는데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A 씨는 나흘 뒤 2차 전수 검사에서 결국 확진돼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이송됐다. B 씨는 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22일 보낸 편지가 28일 도착했는데 그 전까지는 소식을 알 수 없어서 영치금이 빠져나가는 걸 보고 생사만 확인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동부구치소 안에서 일반 수용자와 확진자를 뒤섞어 방 배치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수용자는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제 끌려가서 도살당할지 모르고 기다리는 동물 같다”고 적었다. C 씨는 동부구치소에 수용된 남동생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1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찾았지만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C 씨가 보여준 동생의 편지에는 “아침마다 좁은 운동장에서 같이 운동하고 목욕도 같이 했는데 일부만 검사하고 우리는 검사를 안 해주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용자들 주장에 대해 현재로선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1일 오후 5시 기준 동부구치소 누적 확진자는 937명이다. 4차 전수조사에서 미결정이 나왔던 수용자 14명 중 13명이 추가 확진됐다. 직원 중 1명도 새로 확진됐다. 전국 교정시설 확진자는 982명에 달한다. 동부구치소는 2일 수용자와 직원 대상 5차 전수 검사를 진행한다.김태언 beborn@donga.com·지민구·위은지 기자}

    • 202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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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번 확진자’로 불리다… 장례식도 못한채 떠났다

    ‘화성 ○○○번 확진자.’ 29일 새벽 경기에 있는 한 병원. 87세의 한 어르신은 지켜보는 가족도 없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보름 만이었다. 그 15일 동안 어르신은 평생 불렸던 본명은 간 곳 없이, 그저 몇 번 확진자란 숫자만이 따라다녔다. 마지막 가는 길도 황량했다. 여전히 가족 입회는 가로막힌 채 특수비닐에 밀봉돼 입관됐다. 그날 오후 3시경 뿌옇게 눈이 흩날리던 경기 성남화장장. 그제야 화성 ○○○번 확진자는 이성찬(가명)이란 이름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가족들은, 이미 재로 변해버린 그를 마주하고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장례식은커녕 아버지 눈조차 감겨드리지 못했어요. 가슴에 맺힌 이 서글픔이 평생 남을 것 같아요. 그저 몇 번째, 몇 번째 번호로만 불리다 떠난 우리 아버지…. 불쌍해서 어떻게 하나요.”(장녀 이모 씨) 879명. 30일 0시 기준 올 한 해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숨을 거둔 이들의 수.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이었고, 또 우리의 친구거나 이웃이었던 그들은 그렇게 세상을 떠나갔다. 홀로 병상에 누워,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죽어서도 그들은 숫자로 남았다. ‘○○번째 확진자’ 또는 ‘○○번째 사망자’. 879개의 서로 다른 삶과 사연이 그저 그렇게 땅에 묻혔다. 코로나19는 확진자의 면회를 제한했고, 임종은 물론 시신 확인도 차단했다. 장례식도 화장 뒤에나 가능했다. 가족을 여의고 슬픔을 다독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파주 ○○○번 확진자’도 그랬다. 29일 세상을 떠난 김기영 씨(67·여)는 자칫하면 거기에 또 다른 이름도 붙을 뻔했다. ‘무연고 사망자.’ 25년 전 남편과 헤어지고 최근 요양병원에서 지내온 김 씨는 유일하게 연락이 닿는 이가 장남 김모 씨(40)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병원비 대줄 여력이 없던 김 씨는 한동안 병원을 찾지 못했다. 그사이, 어머니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8일 저녁 가까스로 어머니가 위독하단 연락을 받은 김 씨. 하지만 그가 달려왔을 땐 이미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 화장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작업복 차림으로 화장장에서 만난 김 씨는 “최근에 겨우 새 일자리를 구했다. 조만간 어머니를 찾아뵈려고 했는데…”라며 붉어진 눈으로 천장만 바라봤다. 가족들의 슬픔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낙인. 코로나19 사망자의 가족이란 이름은 또 다른 생채기를 내고 있다. 확진자였던 아버지 김호순(가명) 씨를 떠나보낸 김모 씨(39) 가족. 29일 경기 용인화장장에서 유골함을 건네받은 가족은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결정을 해야 했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포기하기로. “당연히 장례식장을 백방으로 알아봤죠. 그때마다 돌아온 답은 ‘코로나19 사망자를 받으면 금방 소문이 나서 (영업이) 곤란하다’였습니다. 봉안당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당분간 유골함을 집에 모시기로 했습니다. 애도는 고사하고 아버지를 모실 손바닥만 한 공간도 허락이 안 되다니 너무 억울하고 허탈합니다.” 또 다른 유족 A 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9월 11일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공공기관과 은행 등에서 받아야 했던 차가운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A 씨는 “사망진단서를 들고 행정·금융 절차를 밟으러 가면 일단 경계부터 하고 확진자 대하듯 굴었다”며 “어머니를 잃은 상처가 다시 후벼 파이는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겨울이 오며, 가족 곁을 떠나는 코로나19 환자들은 점점 더 늘고 있다. 수도권 3차 대유행이 시작된 뒤 12월에만 353명의 ‘○○○번 확진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찢기는 가슴을 부여잡는 가족 역시 갈수록 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라도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면 안 됩니다. 특히 이미 큰 상처를 받은 유가족들을 편견이나 낙인 없이 대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합니다. 어쩌면 감염병 확산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남은 이들에게 남을 상처가 아닐까요.”(현진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지민구 warum@donga.com·박종민 기자}

    • 202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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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박원순 불미스러운 일”…與의원이 서울시에 먼저 알렸다

    올 7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되기 전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관련 정황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먼저 알렸던 사실이 밝혀졌다. A 의원은 여성단체 활동가 B 씨를 통해 해당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 C 씨가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한 건 올 7월 8일이었다. 전직 서울시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같은 날 고소장 제출 직전에 A 의원이 임 특보에게 휴대전화로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연락을 받은 임 특보는 같은 날 오후 3시경 박 전 시장을 만나 “실수한 것이 있느냐” “여성단체가 공론화할 것 같다” 등을 말했다. 박 전 시장은 같은 날 밤 늦게 비서진과 긴급회의를 가졌고, 다음 날 아침 공관을 나선 박 전 시장은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 사건은 서울북부지검이 수사하고 있다. 전직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과 검찰 등에 출석해 이러한 내용의 진술을 여러 차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A 의원이 B 씨를 통해 박 전 시장의 의혹에 대해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특히 A 의원에게 ‘불미스러운 일’을 알린 B 씨는 여성단체 활동가여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인사가 가해자인 박 시장 측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A 의원과 B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 위해 일정 등을 조율했지만 A 의원과 B 씨가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5개월 동안 수사해온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고소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박 전 시장의 전·현직 비서실장 등이 강제추행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부족을 이유로 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참고인을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했으나 박 전 시장이 사망해 법규에 따라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C 씨 측은 경찰의 발표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C 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관련 참고인 진술이나 제출 자료 등을 봤을 때 추행의 사실 관계는 경찰이 밝혀주는 게 마땅한데도 피고소인이 사망했단 이유만으로 규명된 사실 관계조차 언급하지 않았다”며 “경찰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수사하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지민구 warum@donga.com·강승현 기자}

    •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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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탄연휴 차량시위 강행… 서울 도심 곳곳서 체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노동단체들이 26일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에도 여의도 등 서울 도심에서 차량 240대 규모의 ‘드라이브스루’ 차량시위를 강행했다. 주요 도로에서 교통 혼잡까지 벌어지자 경찰은 시위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참가자들을 모두 입건할 계획이다.○ 여의도, 서대문 등 도심 곳곳 혼잡 비정규직 공동행동 등 노동단체들은 2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차량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에 참가한 차량들은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등의 방향으로 수십 대씩 갈라져 운행한 뒤 청와대 앞을 지나갈 예정이었다. 이후 광화문광장으로 함께 가 차량으로 광장을 두 바퀴 돌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차량 집회는 경찰과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미 금지를 통고한 상태였다. 공동행동 측은 이에 “차량이 100m 간격을 유지하고 차량에서 내리지도 않는데, 이를 금지하는 건 과도한 조치”라 반발하며 시위를 강행했다. 이로 인해 서울 시내 곳곳은 경찰의 통제까지 더해지며 혼잡을 빚었다. 지하철5호선 여의도역 사거리에서 국회로 이어지는 지하터널은 시위차량 30대가 경찰에 막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이 밖에도 마포대교와 서대문사거리 등 곳곳에서 교통 정체가 벌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시내 17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차량 시위를 막았다”고 전했다. 청와대 인근 종로구 효자동에서도 분쟁이 이어졌다. 경찰은 차량 1대가 이동 명령을 거부하자 견인 조치하기도 했다. 시위 차량들은 3시간 반이 지난 오후 5시 반경 해산했다. 경찰 측은 “현장에서 채증한 영상 등을 확인해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모두 입건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 “코로나19라도 집회 전면 금지 안 돼”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코로나19 등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은 자유를 제한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에 대해 ‘집회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제약할 우려가 있어 법안을 개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의견 표명하기로 담당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의원 등이 8월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은 감염병예방법에 의거 교통을 차단하고 집합 제한 및 금지 지역과 재난 사태 선포 지역 등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인권위는 “감염병 확산과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집회·시위를 일부 제한할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모든 집회·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집회 금지에 아무런 예외적 허용 사유나 조건을 두고 있지 않아 집회의 자유 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도 봤다. 인권위는 이러한 내용을 담아 조만간 국회의장에게 의견 표명을 할 예정이다.지민구 warum@donga.com·박종민 기자}

    •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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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현장에서]軍 가혹행위 적극 수사해야

    “복무하던 군인이 숨졌는데 밝혀지지 않은 게 너무 많아요.” A 일병(21)의 유족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육군 군수사령부 예하부대 소속이던 A 일병은 휴가 마지막 날 복귀 대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군 검찰은 A 일병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던 선임병 3명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최근 불기소 처분했다. 유족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수사 결과 통지서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에 따르면 올해 6월 7일 부대에 복귀한다며 부산역에서 기차를 탔던 A 일병은 다음 날 대구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선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내용의 일기장이 발견됐다. 수사에 착수한 군사경찰은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선임병 3명이 6월 1일 오후 6시 반부터 다음 날 0시 50분까지 A 일병을 교육한 것이 문제였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반면 군 검찰은 “욕설이나 폭행은 없었으며, 후임병 교육의 정당한 한도를 초과했다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수사 결과를 수긍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이전에도 A 일병은 다른 동료 병사들의 질책과 뒷말 등으로 힘들어한 정황이 일기장과 참고인 진술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강 의원에 따르면 A 일병의 일기장에선 4월부터 ‘평생 먹을 욕을 여기서 다 먹었다’ ‘다른 소대원들이 명치를 때리고 갔다’ 등의 내용이 나왔다. 한 동료 병사는 군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폐급(쓰레기급) 병사’란 뒷말이 돌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 다른 병사도 “A 일병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형성돼 있었다”고 했다. 유족은 “군 검찰이 가혹행위 정황들에 대한 사실관계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한 병사의 개인적인 사유로만 사건을 정리하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군의 소극적인 수사는 자주 지적되는 사항이다. 육군본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181건의 가혹행위 사건이 공식 접수됐으나 107건(59.1%)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강 의원은 “A 일병 사건을 포함해 군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군 검찰도 수사 결과 통지서에 “A 일병은 올 4월부터 선임병들의 지적과 질책이 이어져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감과 압박감이 정확히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은 채 수사를 끝냈다. A 일병은 올 초 진행한 복무적합도 검사, 상담관 면담, 자살예방 교육 등에서 계속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였다. 경고 등이 깜빡였지만 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다. A 일병의 죽음을 돌이킬 순 없지만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경위라도 명확하게 밝혀내는 것이 군의 책무가 아닐까. 지민구 사회부 기자 warum@donga.com}

    •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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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재 사망’ 테슬라, 운전미숙? 차량결함?

    서울 최고급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충돌 화재로 변호사가 목숨을 잃은 사건과 관련해 사고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차량을 넘겼으며 블랙박스와 사고기록장치(EDR) 등의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할 방침이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용산구 한남동의 A아파트 주차장에서 9일 사고가 발생한 테슬라 차량에 대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국과수로 이동 조치해 원인 조사 및 분석을 의뢰했다”고 11일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9일 오후 사고 차량인 ‘테슬라X 롱레인지’를 운전했던 대리기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어서 아직 경찰 조사를 받지 않고 있다. 경찰은 주차장 내부 폐쇄회로(CC)TV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지만 카메라와 현장 간 거리가 멀어 사고 원인과 대리기사가 운전석에서 빠져나온 과정 등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 추가 조사 및 국과수 분석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필요할 경우 테슬라 한국법인에도 조사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운행에 익숙지 않은 대리기사가 운전 중 실수를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장 CCTV를 보면 사고 차량은 비교적 넓은 구간에서 갑자기 속도를 올리다 벽면에 충돌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들어오는 후방등도 켜지지 않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테슬라 차량은 첨단 기능이 많이 적용돼 있다. 처음 운전한다면 조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 자체에서 결함이 생겼을 수도 있다. 대리기사는 현장 조사에서 “차량이 정상적으로 제어되질 않았다”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올 1월 테슬라 운전자들의 탄원서를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충돌 사건 110건이 접수됐다. 이 중에서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으로 확인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20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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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 전기차, 주차장 벽면 충돌후 화재… 1명 사망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 최고급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전기자동차가 벽과 충돌하며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대형 법무법인 대표인 차 소유주는 목숨을 잃었으며 대리기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9일 오후 9시 43분경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한남동의 한 아파트에서 차량이 주차장 벽면에 충돌해 불이 났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대원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차량 주인인 A 변호사(60)는 조수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A 변호사는 오후 10시 8분에 구조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판사 출신인 A 변호사는 대형 법무법인에서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10일 빈소에는 A 변호사와 대학 동문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찾아와 조문했다. 함께 타고 있던 대리기사 B 씨(59)는 소방대 도착 전 스스로 차에서 빠져나온 상태였다. 이후 가슴과 배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B 씨가 사고 뒤 의식을 잃은 A 변호사를 구조하려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화기로 초기에 진화를 시도했던 아파트 직원(43)은 연기를 다량 흡입해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사고 차종은 테슬라에서 올해 생산된 ‘모델X 롱레인지’(사진)로 가격은 약 1억3000만 원이다. 화재는 신고 약 1시간 뒤인 오후 10시 48분에야 진화됐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차량이 벽면과 충돌하며 전기배터리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에서 사용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폴리머 소재로 일반 소화기나 물로는 화재 진화가 어렵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 화재는 포말 형태의 특수 소화기를 사용해야 빠르게 불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소방대는 현장에서 테슬라 모델X의 특성 때문에 차량에 갇혀 있던 A 변호사를 꺼내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전기차는 문의 개폐가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받아 전자식으로 이뤄진다. 또 손잡이가 차체에 들어가 있다가 열 때만 나오는 형태다. 소유주의 스마트키가 없거나 배터리 전원 공급이 끊기면 손잡이가 돌출되지 않아 외부에서 열기 어렵다. 소방 관계자는 “A 씨가 앉아 있던 조수석 문이 심하게 파손돼 열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뒷좌석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는데 모델X의 뒷좌석은 문이 날개처럼 위아래로 여닫는 구조여서 소방대가 가진 장비로 뜯어내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도 테슬라 모델S가 나무와 충돌해 화재가 발생하며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한 경찰관이 차량으로 다가갔지만 차체에 매몰된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아 운전자를 구출하는 데 실패했다. 유족들은 테슬라 측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이 현장에 있는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한 결과 사고 차량은 지하주차장에 진입한 뒤 평평한 구간에서 갑자기 속력이 높아지다가 벽면에 부딪쳤다. 대리기사인 B 씨는 경찰의 사고 현장 조사에서 “차량이 정상적으로 제어되지 않았다”며 자동차 결함에 따른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B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추후에 조사할 예정이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차량 분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은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분석 결과를 봐야 넓은 지하주차장에서 속력이 올라간 게 차량 결함 탓인지, 운전자의 잘못인지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사고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일반 차량보다 인명 구조나 화재 진화가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고”라며 “전기차 관련 구조·구난 매뉴얼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박종민 blick@donga.com·지민구 기자}

    •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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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성년 폭행’ 래퍼 아이언 체포

    힙합가수 아이언(본명 정헌철·28·사진)이 미성년자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정 씨는 2018년에도 여자친구를 폭행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미성년자에게 폭행을 가한 혐의(특수상해)로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씨는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함께 사는 A 군(18)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야구방망이로 수십 차례 내려친 혐의를 받고 있다. 힙합가수를 지망하는 A 군은 정 씨의 집에서 음악을 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A 군은 허벅지 등에 큰 부상을 입었으며 그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해 정 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훈육 차원”이라며 혐의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 우려가 있고 범죄의 중대성, 재범 우려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2014년 엠넷 ‘쇼미더머니 시즌3’에 아이언이란 예명으로 출연한 정 씨는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2018년 11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의 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여성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명예훼손)로 올해 9월 500만 원의 벌금형도 받았다. 2016년 대마 흡연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지민구 warum@donga.com·박종민 기자}

    •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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