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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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hjso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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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韓 핵보유론에 선그어… 전술핵 배치도 고려안해

    한국과 미국이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창설에 합의한 건 미국이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의지를 표현하면서도 한반도의 전술핵 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25일 NCG에 대해 설명하며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약속을 영구 이행하는 것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내 핵 보유론에 선을 그은 것이다. NCG 창설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전력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NCG 창설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간 공동대응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NCG는 핵잠수함 등 확장억제 전력을 한반도나 그 인근으로 전개할 때 한미가 북핵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전력 전개를 공동 기획 및 실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다. NCG는 기존 한미 간 협의체보다 확장억제 관련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는 한편으로 한국 정부 의견을 대폭 반영하는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NCG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기획그룹(NPG)’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전술핵무기 배치 여부가 다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NPG와 중요한 유사점이 있다”면서도 “NPG와 NCG는 그 초점이 다르다”고 했다. 1966년 창설된 NPG는 나토식 핵공유를 실행하는 핵심 그룹이다. 핵무기를 독자 유지 중인 프랑스를 제외한 나토 27개국 국방장관이 독일, 이탈리아 등 5개국에 배치된 미군의 전술핵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훈련하는 방안 등을 협의한다. 반면 NCG는 당사국인 한국에 미군 전술핵무기가 없어 미군 핵 전력 전개 방안을 논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NPG가 미국 핵무기 관련 정보를 동맹국과 공유하는 효과적인 메커니즘이라는 점이 입증됐고, 그것이 NCG 설계에 영감을 줬다”며 “다만 한반도에 미군 전술핵이 없고, 배치 계획도 없다는 점에서 (NPG와 NCG는) 다르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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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다 “日국민 대피시켜준 한국에 감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가 25일 수단에서 자국민을 대피시켰다고 발표하면서 한국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총리 공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험하고 곤란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일본인 대피 작전에 성공한 대사관, 자위대 등 관계자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협력받은 한국,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유엔 등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도 기자회견에서 “일본인이 대피하는 데 한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많은 국가와 기관의 협력을 받았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자국민 대피와 관련해 “한국, UAE 등의 협력을 얻어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까지 육로로 이동했지만, 구체적인 협력 내용에 대해서는 작전과 관련되기 때문에 언급을 삼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 정부는 한국 교민 탈출 작전인 작전명 ‘프로미스(Promise)’를 수행할 때 일본인 5명의 철수를 도왔다. 수단에 거주하는 일본인은 한국인보다 많아 일본 정부가 한 번에 집결시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한국 교민들이 하르툼에서 출발하기 직전 일본 정부의 요청이 왔고 포트수단까지 일본인들이 함께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하야시 외상과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외상이 한국 정부에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수단에 거주하던 자국민 중 대피를 원한 이들과 가족 등 58명을 모두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24일에는 자위대 수송기를 포트수단으로 보내 45명을 대피시켰고, 이후 수단에 있던 일본인과 가족 8명, 추가로 5명을 철수시켰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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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 6대로 공항까지 피말리는 33시간… 수송기 타고서야 눈물”

    ‘디데이(D-Day)는 22일. 집결지는 주수단 한국대사관.’ 현지 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피란 작전을 더 지체할 순 없었다. 교민 A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수단공항까지 폭격을 맞았다. 어린 딸이 경기를 일으키며 쓰러질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른 교민 김현욱 씨는 “굉장히 큰 교전이 집 앞에서 벌어졌다. 군인들이 집에 침입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두려운 상황이었다”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전했다.● “방탄차로 구출…죽었다 살아났다”외교부가 교민 집결지를 수단 수도 하르툼 내 한국대사관으로 잡은 건 식량 등 물자가 그나마 있어서였다. 발전기까지 갖춘 대사관이 대피에 앞서 잠시나마 대기하기에 용이한 곳이라고 판단한 것. 문제는 교민들의 거주지가 격전지 근처 아홉 곳에 흩어져 있어 신속한 집결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르툼엔 500m마다 소총 등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길목마다 지켜 개별적인 이동도 쉽지 않았다. 이런 난관을 뚫고 일단 흩어진 교민들을 데려오는 데는 성공했다. 남궁환 주수단 대사 등 대사관 직원들이 방탄차량을 타고 직접 교민들을 찾아다녔다. 남궁 대사는 “그분들을 다 모아야만 철수할 수 있었다. 끝까지 모은다는 일념으로 찾아다녔다”고 했다. 대사관 주은혜 참사관도 현지 교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교민 반용우 씨는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라며 “총 쏘고 대포 쏘고, 우리 집 주변에서 정말 말로만 듣던 전쟁이 일어났다”고 긴박한 상황을 떠올렸다. 하지만 대사관에서 불과 1.3km 거리에 있던 하르툼 공항은 폐쇄돼 갈 수 없었다. 이에 수단 동부 항구도시인 포트수단까지 ‘육로 탈출 작전’으로 선회했다. 이 작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였다. UAE 정부는 가장 안전하게 포트수단으로 이동 가능한 육로를 제안했고, 탈출 차량까지 섭외해줬다. 이 과정에서 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Your people are our people(한국 국민이 우리 국민이다)”이란 메시지를 보냈다. UAE 정부는 수단 정부군과 반군(신속지원군·RSF) 양측에 다양한 채널로 한국 교민의 육상 이동을 막지 말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33시간 김밥 컵라면으로 버텨” 교민들은 우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6대에 나눠 탄 뒤 고양이 2마리, 개 1마리 등까지 싣고 하르툼 내 UAE 대사관저로 이동했다. 이후 버스 6대에 갈아탄 뒤 포트수단으로 향했다. 버스엔 우리 교민은 물론이고 UAE 교민 등까지 200∼300명이 탔다. 하르툼에서 포트수단까진 840km였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우회해 1174km를 이동했다. 교민들은 대사관에서 챙긴 김밥 등을 먹으며 버텼다. 가고 서고를 반복해 약 33시간이 걸렸다. 평소엔 13시간 거리였다. 탈출한 교민의 지인은 “교민 28명이 김밥 40줄, 컵라면, 떡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33시간 넘게 버스로 이동했다고 한다”며 “화장실도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다들 물도 거의 마시지 못하는 극한 상황이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포트수단에 도착한 교민들은 한국에서 날아온 C-130J 수송기에 탑승했다. 교민들은 24일 오후 11시 18분 사우디 제다공항에 도착했고, 25일 오전 2시 54분 우리 공군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기가 한국을 향해 이륙했다. 그리고 마침내 28명의 교민을 태운 시그너스가 13시간의 비행 끝에 25일 오후 3시 57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작전명 ‘프로미스(Promise·약속)’가 완료된 것. 오후 4시 11분 시그너스의 문이 열렸고, 고국 땅을 밟은 교민들은 마중 나온 가족·친지들을 만났다. 주은혜 참사관과 함께 도착한 딸 이모 양(6)은 가족들과 끌어안고 있다가 선물받은 곰 인형을 들고 활주로를 뛰어다녔다. 이 양 가족은 “아이가 육로로 이동할 때는 울지 않다가 수송기에 탄 뒤 안심이 됐는지 울음을 터뜨렸다”며 안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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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 6대로 공항까지 피말리는 33시간…수송기 타고서야 눈물”

    ‘디데이(D-Day)는 22일. 집결지는 주수단 한국대사관.’현지 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피란 작전을 더 지체할 순 없었다. 교민 A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수단공항까지 폭격을 맞았다. 어린 딸이 경기를 일으키며 쓰러질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른 교민 김현욱 씨는 “굉장히 큰 교전이 집 앞에서 벌어졌다. 군인들이 집에 침입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두려운 상황이었다”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전했다.● “방탄차로 구출…죽었다 살아났다”외교부가 교민 집결지를 수단 수도 하르툼 내 한국대사관으로 잡은 건 식량 등 물자가 그나마 있어서였다. 발전기까지 갖춘 대사관이 대피에 앞서 잠시나마 대기하기에 용이한 곳이라고 판단한 것.문제는 교민들의 거주지가 격전지 근처 아홉 곳에 흩어져 있어 신속한 집결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르툼엔 500m마다 소총 등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길목마다 지켜 개별적인 이동도 쉽지 않았다. 이런 난관을 뚫고 일단 흩어진 교민들을 데려오는 데는 성공했다. 남궁환 주수단 대사 등 대사관 직원들이 방탄차량을 타고 직접 교민들을 찾아다녔다. 남궁 대사는 “그분들을 다 모아야만 철수할 수 있었다. 끝까지 모은다는 일념으로 찾아다녔다”고 했다. 대사관 주은혜 참사관도 현지 교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교민 반용우 씨는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라며 “총 쏘고 대포 쏘고, 우리 집 주변에서 정말 말로만 듣던 전쟁이 일어났다”고 긴박한 상황을 떠올렸다.하지만 대사관에서 불과 1.3km 거리에 있던 하르툼 공항은 폐쇄돼 갈 수 없었다. 이에 수단 동부 항구도시인 포트수단까지 ‘육로 탈출 작전’으로 선회했다.이 작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국가가 아랍에미리트(UAE)였다. UAE 정부는 가장 안전하게 포트수단으로 이동 가능한 육로를 제안했고, 탈출 차량까지 섭외해 줬다. 이 과정에서 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Your people are our people(한국 국민이 우리 국민이다)”이란 메시지를 보냈다. UAE 정부는 수단 정부군과 반군(신속지원군·RSF) 양측에 다양한 채널로 한국 교민의 육상 이동을 막지 말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33시간 김밥 컵라면으로 버텨”교민들은 우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6대에 나눠 탄 뒤 고양이 2마리, 개 1마리 등까지 싣고 하르툼 내 UAE 대사관저로 이동했다. 이후 버스 6대에 갈아탄 뒤 포트수단으로 향했다. 버스엔 우리 교민은 물론 UAE 교민 등까지 200~300명이 탔다. 하르툼에서 포트수단까진 840km였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우회해 1174km를 이동했다. 교민들은 대사관에서 챙긴 김밥 등을 먹으며 버텼다. 가고 서고를 반복해 약 33시간이 걸렸다. 평소엔 13시간 거리였다. 탈출한 교민의 지인은 “교민 28명이 김밥 40줄, 컵라면, 떡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33시간 넘게 버스로 이동했다고 한다”며 “화장실도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다들 물도 거의 마시지 못하는 극한 상황이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포트수단에 도착한 교민들은 한국에서 날아온 C-130J 수송기에 탑승했다. 교민들은 24일 오후 10시 28분 사우디 제다공항에 도착했고, 25일 오전 2시 54분 우리 공군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기가 한국을 향해 이륙했다. 그리고 마침내 28명의 교민을 태운 시그너스가 13시간의 비행 끝에 25일 오후 3시 57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작전명 ‘프로미스(Promise·약속)’가 완료된 것.오후 4시 11분 시그너스의 문이 열렸고, 고국 땅을 밟은 교민들은 마중 나온 가족·친지들을 만났다. 주은혜 참사관과 함께 도착한 딸 이모 양(6)은 가족들과 끌어안고 있다가 선물받은 곰 인형을 들고 활주로를 뛰어다녔다. 이 양 가족은 “아이가 육로로 이동할 때는 울지 않다가 수송기에 탄 뒤 안심이 됐는지 울음을 터뜨렸다”며 안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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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전명 ‘프로미스’… 교민들 820km 버스 이동→韓수송기 탑승

    군벌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진 수단의 현지 교민 구출 작전은 ‘특급 보안’과 극도의 긴박감 속에서 진행됐다. 정부는 24일 밤(한국 시간) 현지 교민들이 탄 버스가 우리 군의 C-130J 수송기가 대기 중인 포트수단 국제공항에 도착해서야 ‘프로미스(Promise)’로 명명된 철수 작전의 진행 사실을 공개했다. 현지 상황이 내전 수준으로 격화되면서 장시간 불안과 공포 속에 피를 말리는 대피 과정을 겪었던 교민들도 공항에 도착해서야 기쁨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 소식통은 “교민들은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이라며 “(교민들은) 철수 작전에 참가한 정부와 군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UAE 지원으로 육로 이동 후 항공편 탈출교민 철수 작전은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정부와 군은 분초를 다투며 하르툼(수단의 수도)의 주수단 한국대사관에 피신 중인 교민 28명의 구출 경로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무력 충돌로 하르툼 공항이 폐쇄된 상황에서 최단 시간에 ‘탈출 루트’를 찾는 것에 작전의 성패가 달려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하르툼에서 동북쪽 육로로 약 820km 떨어진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 공항까지 육로 이동 후 C-13OJ 수송기에 태워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송한 뒤 국내로 귀환시키는 방안이 확정됐다고 한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지다 킹압둘아지즈 국제공항에는 24일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시그너스(KC-330)’ 1대가 급파된 상황이었다. 구출 작전이 개시되면서 수단 인근의 지부티 미군기지에서 대기 중이던 C-130J 수송기도 포트수단 공항으로 신속히 전개됐다. 문제는 12시간 이상 걸리는 육상 이동의 안전 문제였다. 장시간 육로 이동 과정에서 무력 충돌의 피해를 입거나 검문검색에 막힐 수 있어 목적지 도착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버스 여러 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버스 1대가 고장 나 6∼7시간 이동이 지연되는 등 긴박한 순간이 많았다고 한다. 육로 이동 과정에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중간에 쉬거나 경로를 바꾸는 등 긴박한 순간들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UAE 측은 우리 교민의 육로 이동 지원 의사를 전해 왔고, 이를 우리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UAE 정부가 수단의 정부군과 반군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육로 이송 작전에) 주효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1월 UAE 국빈 방문으로 서로 ‘형제의 나라’라 부르며 관계가 긴밀해진 상태다. 이후 우리 교민들이 탄 버스를 선두로 해서 여러 대의 차량이 800여 km를 이동한 끝에 포트수단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것. 한 소식통은 “‘형제의 나라’이자 안보 동반자인 UAE가 교민 탈출을 적극 지원했고, 이를 통해 재외국민의 철수 작전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점에서 양국 간 기념비적 성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돌 격화로 ‘각국 탈출 러시’각국의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23일(현지 시간) 긴급 대피 작전을 통해 비행기로 여러 국적의 외국인 100여 명을 철수시켰으며 24일 저녁 100여 명을 추가로 대피시킬 예정이다. 영국도 12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수단 현지의 외교관과 가족들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독일도 자국민 101명을 항공편으로 요르단으로 철수시켰으며 남은 100여 명도 곧 실어 나를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탈출 과정에서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라크 외교부에 따르면 24일 이라크인 1명이 수단에서 발생한 교전 과정에서 사망했다. 프랑스 국민이 탄 차량이 이동 과정에서 총격을 당해 1명이 다쳤으며 이집트 역시 탈출 과정에서 외교관 1명이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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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슬기로운 방법[손효주 기자의 국방이야기]

    “미국과 유럽의 요청을 계속 무시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으면 제2의 6·25전쟁이 터졌을 때 누가 우리를 도와주겠는가? 서방 국가들 도움 덕분에 살아남아 선진국이 된 나라에서 침략당한 약소국에 대한 군사 지원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는 건 창피한 일이다.”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96)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6·25 당시 한국군 최초로 100차례 넘게 전투기 출격을 한 살아 있는 전설. 국가보훈처와 한미연합사가 최근 공동 선정한 6·25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 중 한 명이다. 그는 전쟁 당시 F-51D를 타고 싸웠다. 전투기가 한 대도 없던 우리 공군에 미군이 긴급 지원한 전투기였다. 북한은 침략 직후 소련(현 러시아)이 지원한 야크 전투기 등 항공기 200대를 동원해 공습을 퍼부었다. 개전 초 우리 공군은 정찰기와 훈련기 등 22대밖에 없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전투기, 포탄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없었다면 전쟁 결과가 어땠을지 뻔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국가 등을 통한 우회 지원이든 직접 지원이든 야당은 어떤 형태의 살상무기 지원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과거 일방적인 침략을 당한 한국을 떠올리게 하지만 야당에선 군사 지원을 두고 ‘전쟁 지역에 살인을 수출하는 국가’가 될 것이란 경고까지 나온다. 무기 지원 반대 진영에선 정부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하면 실용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혈맹인 미국의 군사 지원 요청 강도가 더는 거절할 수 없을 정도의 수위까지 올라갔던 건 사실”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전투식량 같은 군수물자만 지원하는 데 그친다면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미국에 북핵에 맞선 확장억제(핵우산)의 실행력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할 명분이 있겠느냐”고 했다. 우리도 뭔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정상회담 공동 성명 등에 미국의 핵 보복 등의 명문화를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는 것.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 등으로 이익만 골라 챙기고 러시아를 불쾌하지 않게 하는 것이 ‘실용’이라면 실용 외교는 한국을 ‘국제 얌체 국가’로 만들어 한반도 유사시 한국을 고립시키는 비실용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직접 지원은 안 된다”와 “그렇다고 군사 지원을 아예 안 해주는 것도 안 된다”는 딜레마로 고심하던 끝에 155mm 포탄 대여를 생각해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부족해진 미군 기지 포탄을 우리 정부에서 빌린 것으로 채워 넣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사실상 우회 지원이다. 정부 소식통은 “대여는 군사 지원 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우리 정부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책이었다.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국에 대여하는 탄약은 1970년대부터 미군이 한반도 전쟁예비물자로 들여왔다가 2008년 우리 군이 사들인 ‘WRSA-K’탄. 이 탄 인수를 둘러싸고 한미 간 협상이 진행될 당시 반미 단체 등은 이를 ‘쓰레기 탄약’이라며 “미국으로 돌려보내라”고 했다. 군 소식통은 “WRSA-K탄 대여 사실이 알려진 이후 갑자기 이 탄이 전시를 대비해 반드시 있어야 할 탄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안보를 팔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반대를 위한 반대인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포탄 대여 문제와 관련해 24일 “우리 군은 충분한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에 대한 군사 지원은 군사대비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실시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포탄 대여를 ‘직접 지원’으로 규정하고 대정부 비판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러시아를 자극해 국익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아쉬운 건 정부가 포탄 대여 사실을 언론이 보도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알리지 않았던 점이다. 정부는 한미 간 포탄 구매 및 대여 협상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모호한 입장을 보여 직접 지원으로 해석될 여지를 스스로 제공했다. 이 포탄이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 이행 차원에서 포탄 부족 위기를 겪는 미국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미국의 한국 방위를 위한 확장억제 실행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으로 안보에 구멍이 없게 하겠다고 강조한다면 군사 지원 논란이 이 이상 더 확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고 한반도 유사시 또다시 서방 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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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묘지 안장 위치, 스마트폰으로 찾으세요”

    국립대전현충원 내 안장자의 세부적인 위치를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찾을 수 있게 됐다. 국가보훈처는 “네이버, 카카오, 티맵모빌리티 등과 업무 협의를 진행한 결과 이달 중순부터 대전현충원 묘역 내 묘비를 구역별로 나눈 129개 번호석(묘판) 전체를 온라인상에 표출할 수 있게 됐다”고 24일 밝혔다. 묘역 입구에 세워진 번호석은 개당 묘비 수백 기가 포함된다. 그동안 대전현충원 내 묘역 안내는 안내도가 담긴 인쇄물이나 민원안내실 내 키오스크 등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묘역 내에서도 유족 등이 찾는 묘비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는 번호석 위치는 확인할 수 없어 묘비를 찾기 어려운 불편함이 있었다. 대전현충원은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1월∼올해 1월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과 협업해 묘역 내 번호판을 지도에 표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스마트폰에서 ‘네이버 지도’나 ‘티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묘역 내 번호석을 목적지나 도착지로 설정하면 정확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국립묘지를 방문하는 유가족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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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전명 ‘프로미스’…수단 교민들, 버스로 820km 이동→수송기 탑승

    군벌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진 수단의 현지 교민 구출 작전은 ‘특급 보안’과 극도의 긴박감 속에서 진행됐다. 정부는 24일 밤(한국 시간) 현지 교민들이 탄 버스가 우리 군의 C-130J 수송기가 대기 중인 포트수단 국제공항에 도착해서야 ‘프로미스(Promise)’로 명명된 철수 작전의 진행 사실을 공개했다. 현지 상황이 내전 수준으로 격화되면서 장시간 불안과 공포 속에 피를 말리는 대피 과정을 겪었던 교민들도 공항에 도착해서야 기쁨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 소식통은 “교민들은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이라며 “(교민들은) 철수 작전에 참가한 정부와 군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UAE 지원으로 육로 이동 후 항공편 탈출교민 철수 작전은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정부와 군은 분초를 다투며 하르툼(수단의 수도)의 주수단 한국대사관에 피신 중인 교민 28명의 구출 경로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무력 충돌로 하르툼 공항이 폐쇄된 상황에서 최단 시간에 ‘탈출 루트’를 찾는 것에 작전의 성패가 달려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하르툼에서 동북쪽 육로로 약 820km 떨어진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 공항까지 육로 이동 후 C-13OJ 수송기에 태워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송한 뒤 국내로 귀환시키는 방안이 확정됐다고 한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지다 킹압둘아지즈 국제공항에는 24일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시그너스(KC-330)’ 1대가 급파된 상황이었다. 구출 작전이 개시되면서 수단 인근의 지부티 미군기지에서 대기 중이던 C-130J 수송기도 포트수단 공항으로 신속히 전개됐다. 문제는 12시간 이상 걸리는 육상 이동의 안전 문제였다. 장시간 육로 이동 과정에서 무력 충돌의 피해를 입거나 검문검색에 막힐 수 있어 목적지 도착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버스 여러 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버스 1대가 고장 나 6∼7시간 이동이 지연되는 등 긴박한 순간이 많았다고 한다. 육로 이동 과정에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중간에 쉬거나 경로를 바꾸는 등 긴박한 순간들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UAE 측은 우리 교민의 육로 이동 지원 의사를 전해 왔고, 이를 우리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UAE 정부가 수단의 정부군과 반군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육로 이송 작전에) 주효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1월 UAE 국빈 방문으로 서로 ‘형제의 나라’라 부르며 관계가 긴밀해진 상태다. 이후 우리 교민들이 탄 버스를 선두로 해서 여러 대의 차량이 800여 km를 이동한 끝에 포트수단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것. 한 소식통은 “‘형제의 나라’이자 안보 동반자인 UAE가 교민 탈출을 적극 지원했고, 이를 통해 재외국민의 철수 작전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점에서 양국 간 기념비적 성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돌 격화로 ‘각국 탈출 러시’각국의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23일(현지 시간) 긴급 대피 작전을 통해 비행기로 여러 국적의 외국인 100여 명을 철수시켰으며 24일 저녁 100여 명을 추가로 대피시킬 예정이다. 영국도 12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수단 현지의 외교관과 가족들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독일도 자국민 101명을 항공편으로 요르단으로 철수시켰으며 남은 100여 명도 곧 실어 나를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탈출 과정에서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라크 외교부에 따르면 24일 이라크인 1명이 수단에서 발생한 교전 과정에서 사망했다. 프랑스 국민이 탄 차량이 이동 과정에서 총격을 당해 1명이 다쳤으며 이집트 역시 탈출 과정에서 외교관 1명이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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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北이 南 핵공격땐 美 핵보복’ 공동문서 추진

    한국과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영토가 북한 등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핵으로 ‘보복(retaliation) 대응’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공동문서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요청으로 한미가 조율 중인 이 문안이 확정될 경우 미국의 핵 보복 약속이 한미 간 공식 문서에 처음 명시되는 것이다. 한미는 장관급 상설 협의체를 별도로 마련해 핵 확장억제 관련 한미의 공동 기획 및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도 막판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26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측에 ‘북한이 한국에 핵을 사용하면 미국도 핵을 사용한다는 문구가 포함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간 안보협의회의(SCM)나 이달 13일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공동보도문에는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을 용납하지 못한다.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거나 “한국에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 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라는 정도만 명시돼 왔다. 정부 소식통은 “기존 한미 발표에 대부분 나온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애매모호한 표현으로는 국민들이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강화를 체감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어 미국의 핵 보복 명시를 요청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의 요구에 따라 미국의 핵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문구도 공동문서에 포함되도록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할 때 미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자산 전개를 기획하고 결정하는 단계부터 한국군 당국이 적극 관여하는 등 한미 공조를 보다 심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출국해 5박 7일간의 국빈 방미 외교 일정에 나선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실질적 확장억제, 첨단 기술 및 경제안보 협력 강화 등 한미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나아가는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韓 요청땐 美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명문화 막판 조율중 ‘美 핵보복’ 공동문서 추진 북핵 고도화 따라 국내 우려 커지자정부 ‘국민 눈높이 맞춘 핵우산’ 요청美 “확장억제 조치 이례적 집중 작업” 정부가 우리 영토에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미국의 핵 보복을 명문화하는 내용 등을 한미 정상회담 계기 공동문서에 포함시키려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춘 구체적인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라고 정부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날로 고도화됨에 따라 비등해지는 국내 자체 핵무장 여론과 우려를 낮추려면 확실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韓, 美에 ‘대북 핵 보복’ 첫 명시 요청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미국이 한국을 위해 북한에 핵으로 ‘보복(retaliation)’ 대응한다는 문구는 그동안 각종 한미 군 당국 협의체나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문서에 명시된 적이 없다. 가장 최근인 이달 13일 제22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공동보도문에서 한미는 “양측은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어떠한 북한의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북한 정권의 종말을 공식화해도 그것만으로는 모호하고 부족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미국이 자산을 총동원해 동맹인 한국을 지켜준다는 알기 쉽고 명료한 표현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가 거듭 요청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존 힐 미 국방부 우주·미사일 방어 담당 부차관보가 18일(현지 시간) 하원 군사위원회 전략군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그때부터 핵 보복과 전략 억제 부분도 역할을 하게 된다. 진심이다(It’s real)”라고 밝힌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현실 모두 뒷받침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이례적이고 집중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이 한국의 요청으로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도록 하는 취지의 문구를 조율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한반도에 확장억제 전력을 전개할 때 사실 우리 군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대부분 전략자산 전개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보다는 이미 정해진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자산 전개 전체 프로그램, 계획된 훈련 일정에 따라 들어오는 게 상당수”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전쟁이나 아주 급박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동맹국 의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대북 확장억제 제공 강화와 관련해 한미 간 시각 차이 때문에 핵 공동기획과 실행이 현실화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은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직접 전개해야 대북 억제 효과가 있다고 보는 반면 미국은 전략자산일수록 북한 타격권에 들지 않고 거리를 둬야 전략적 효과가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 장관급 상설 협의체 창설 여부 주목체감할 수 있는 확장억제 강화를 어떤 그릇에 선보이냐도 한미 정부가 고심하는 대목이다. 이미 기존의 한미 국방, 외교 당국 간 협의체가 많아 진부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확장억제 의제가 주목도가 높은 만큼 핵 공동기획 및 실행을 논의할 장관급 상설 협의체를 두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1년마다 여는 한미 국방장관 간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계기에 함께 논의할 수도 있고 한미 외교·국방차관이 만나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급을 격상시킨 협의체 출범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윤 대통령이 초점을 맞춰온 북한 인권 문제도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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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각국 ‘수단 대탈출’… 韓교민 28명, 안전장소 모여 탈출 대기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간 유혈충돌이 9일째 이어지며 현지 교민과 외교관들의 안전에 위협이 커지자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대탈출’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병력이 탄 공군 수송기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있는 청해부대를 현지로 급파한 뒤 교민 28명 대피 작전에 돌입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등은 이미 자국민 탈출을 마쳤거나 시도하고 있다.● 교민 안전 위해 동선 비공개 23일(현지 시간) 수단 내 한국 교민 28명은 수도 하르툼에 있는 한국대사관으로 우선 모였다. 남궁환 주수단 대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단 국적인 1명은 군 수송기를 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대사관으로 오지 않았고 28명만 있는 상황”이라며 “28명 모두 안전하다”고 전했다. 이후 동선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상세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며 “교민들은 전원 안전하게 집결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능한 이동 경로를 확보한 뒤 교민들을 모두 안전지대로 이동시킬 방침이다. 우리 공군 C-130J 수송기는 22일 수단 인근 국가인 지부티 미군기지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 수송기에는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 병력과 공군 공정통제사(CCT), 조종사, 정비사 등 50여 명이 탑승했다. 이들은 지부티에 머무르며 정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국가전략 차원의 대테러 대응 핵심 부대인 707 특임대가 해외에서 재외국민 철수 작전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미군기지는 하르툼에서 직선거리로 1200km가량 떨어져 있다. 모처에서 대기 중인 교민들을 수단에서 지부티까지 어떻게 이동시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교민들이 지부티까지 안전하게 올 수 있는 육로나 항공편 등을 모두 알아보고 있다”며 “지부티 미군기지에 도착한 교민들을 공군 수송기에 태워 이륙시킨다고 해도 안전 문제로 한참 뒤에야 이륙 사실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교민들이 수송기를 탈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 중인 우리 군 파병부대인 청해부대를 수단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수송기를 이용한 구출이 여의치 않을 경우 청해부대의 충무공이순신함을 이용한 ‘뱃길 구출’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사우디는 일부 대피작전 완료각국 정부도 재빠르게 자국민 탈출을 위한 긴급 작전에 돌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성명을 통해 “오늘 하르툼에서 미 외교관과 가족, 교민들을 철수시키는 미군 작전이 시행됐다. 그들을 안전하게 데려온 우리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작전으로 수단을 빠져나온 미국인은 7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수단 미국대사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하지만 수단 국민과 그들이 원하는 우리의 헌신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무고한 민간인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분쟁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을 촉구했다. 사우디 정부 역시 이날 수단에 있던 자국민 91명을 포함해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12개국 국민 157명이 수단을 벗어나 사우디 제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르툼에서 동북쪽으로 약 840km 떨어진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을 이용한 뱃길을 통해 수단을 탈출했다. 이 밖에도 요르단과 프랑스, 네덜란드 역시 수단 내 자국민을 탈출시키기 위한 긴급 작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지부티 미군기지에 수송기를 파견한 일본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탈출을 준비 중이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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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혈사태 수단, 긴급 대탈출 행렬 시작…“우리 교민 28명, 안전한 가운데 탈출 준비 중”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간 유혈충돌이 9일 째 이어지며 현지 교민과 외교관들의 안전에 위협이 커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대탈출’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교민 28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육군 특수전사령부 병력이 탄 공군 수송기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있는 청해부대를 현지로 급파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요르단 등은 이미 수단 내 자국민을 탈출시켰거나 작전을 진행 중이다.● 수단 교민 28명 대사관에 모여 탈출 대기 23일(현지 시간) 현재 수단 내 한국 교민 28명은 수도 하르툼 현지 대사관으로 이동해 대기 중이다. 남궁환 주 수단대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8명 모두 대사관에 있고 안전하다”며 “수단 국적인 1명은 군 수송기를 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대사관으로 오지 않았고 28명만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리 공군 C-130J 수송기는 이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22일 수단 인근 국가인 지부티 미군기지에 도착해 대기 중이다. 수송기에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병력과 공군 공정통제사(CCT), 조종사, 정비사 등 50여 명이 탑승했다. 이들은 지부티에 머무르며 정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미군 기지는 하트룸에서 직선거리로 1200km가량 떨어져 있다. 대사관에 대기 중인 교민들을 수단에서 지부티까지 어떻게 이동시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 대사는 “(외교부) 본부에 계속 의견을 개진하고 있지만 (구출 방법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교민들이 지부티까지 안전하게 올 수 있는 육로나 항공편 등을 모두 알아보고 있다”며 “교민들이 지부티 미군기지에 도착한 뒤 공군 수송기가 이들을 태워 이륙한다고 해도 안전 문제로 이륙 한참 뒤에애 이륙 사실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교민들이 수송기를 탈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 중인 우리 군 파병부대인 청해부대를 수단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교민 안전 확보를 위해 청해부대를 급파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22일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현지 상황 관련 보고를 받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수송기를 이용한 구출이 여의치 않을 경우 청해부대의 충무공이순신함을 이용한 ‘뱃길 구출’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사우디는 일부 대피작전 완료 각국 정부도 재빠르게 자국민 탈출을 위한 긴급 작전에 돌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성명을 통해 “오늘 하트룸에서 미 외교관과 가족, 교민들을 철수시키는 미군 작전이 시행됐다. 그들을 안전하게 데려온 우리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작전으로 수단을 빠져나온 미국인은 7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단 주재 미국 대사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하지만 수단 국민과 그들이 원하는 우리의 헌신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무고한 민간인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분쟁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을 촉구했다. 사우디 정부 역시 이날 수단에 있던 자국만 91명을 포함해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12개국 국민 157명이 수단을 벗어나 사우디 제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도 하트룸에서 동북쪽으로 약 840km 떨어진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을 이용한 뱃길을 통해 수단을 탈출했다. 이밖에도 요르단 정부와 프랑스 역시 수단 내 자국민을 탈출시키기 위한 긴급 작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지부티 미군기지에 수송기를 파견한 일본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탈출을 준비 중이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손효주기자 hjson@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 20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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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美에 ‘헌 포탄’ 50만발 빌려주고 새 포탄으로 받는다

    미군이 한국군 155mm 포탄 약 50만 발을 대여하는 계약은 미 정부가 한국 포탄 제조업체로부터 새 포탄을 구매한 뒤 이를 우리 군에 보내 ‘포탄 빚’을 갚는 방식으로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미 정부와 155mm 포탄 등 우리 군 보유 포탄 50만 발 안팎을 대여하는 계약을 맺으며 상환 방식을 명시했다. 한국의 P사가 포탄을 생산하는 대로 미 정부가 이를 구입해 우리 군에 주는 식으로 우리 군 포탄 비축분을 채워 넣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오래된 포탄을 미군에 보내고 우리는 우리 업체가 생산한 포탄을 돌려받는 방식이라 경제적 실익 면에서는 최상의 계약”이라며 “헌 포탄을 주고 새 포탄을 받는 만큼 빌려준 물량과 같은 양을 돌려받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국에서 빌려간 포탄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방식이 아닌 만큼 미국이 한국 포탄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대량 학살을 전제로 ‘조건부’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러시아는 위협 수위를 높였다. 20일(현지 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反)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반면 미 국방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 방어 연락그룹(UDCG)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의 반발에 대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코멘트를 한 격”이라면서도 “우리가 어떻게 할지는 향후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했다.美 “韓 우크라지원 환영” 러 “무기주면 적대행위”… 韓 “러에 달려” ‘尹, 무기지원 가능성 시사’ 공방대통령실 “민간인 살상 전제한 것… 무기지원 금지하는 법조항 없어”尹-바이든, 우크라 문제 논의할듯… 젤렌스키 부인, 내달 방한 예정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처음으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러시아가 “전쟁 개입”이라고 반발하자 대통령실은 20일 “우리가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발언이 민간인 살상 등 가정적 상황을 전제한 원론적인 표현이라면서도 무기 지원 가능성을 재차 열어둔 것. 러시아 외교부는 윤 대통령 발언을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反)러시아 적대 행위”라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이를 빌미로 한 한반도 문제 개입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반대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한-러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외교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의 반발에 따른 보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과 “기업 활동이 어려워질 것” 등의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 한미 정상회담서 우크라 관련 논의 시사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사회가 공분할 만한 대량 민간인 희생이 발생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지금 우리 입장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미국 등 국제사회와 발을 맞추기 위해 무기 지원과 관련해 의도적으로 진전된 입장을 내놓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계획 없이 나온 건 아니다”라면서 “사실상 정부가 우크라이나 문제에 더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국내법에 교전국에 대해 무기 지원을 금지하는 법률 조항이 없다”며 “외교부 훈령을 봐도 어려움에 빠진 제3국에 군사 지원을 못 한다는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지금 (6·25전쟁 같은) 그런 처지에 있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 고마운 마음을 되새기면서 우크라이나를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이슈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을 말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느 정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러, 北 무기 지원 가능성까지 언급러시아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이 알려지자 북한까지 노골적으로 끌어들이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전날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북한의 손에 있는 걸 보면 그들(한국)이 뭐라 할지 궁금하다”고 위협했다. 북한에 대한 첨단 무기 지원 카드까지 꺼낼 수 있다며 한국을 압박한 것. 반면 존 서플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 질의에 “한미는 국제법과 규칙,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와 평화 및 안정 유지에 관한 약속 등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철통같은 동맹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18일 오전 서울 강남 모처에서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등 10여 명과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가 간담회를 가졌다. 윤상직 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 사무총장과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도 참석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등이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다음 달 중순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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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美, 韓서 빌린 포탄 우크라 지원 활용 가능성

    한국이 ‘헌 포탄 주고 새 포탄을 받는’ 방식으로 미국과 최근 155mm 포탄 대여 계약을 맺은 사실이 20일 알려지면서 미국이 빌려간 헌 포탄을 어떻게 쓸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한국이 빌려준 포탄을 미국이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 아닌 만큼 우크라이나 전황이 악화될 경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에 한국 포탄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 포탄이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의 민간인 대량 살상 등 전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미국이 빌려간 한국 포탄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군이 빌려가기로 한 포탄은 WRSA-K(일명 ‘와샤탄’)다. 미국이 1974년부터 전시 상황에 대비해 한국에 가져와 비축해 놓았던 한반도 전쟁예비물자(WRSA-K)로 2008년 한미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우리 군이 인수했다. 미국은 미군 비축분과 미 국내 생산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계속 지원하면서 포탄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1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를 위해 첨단 미사일과 포탄 등 3억2500만 달러(약 4301억 원)에 달하는 추가 지원안을 발표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 정부는 포탄을 최대한 빨리 조달할 방안을 살펴본 끝에 포탄 비축분이 많은 한국군 포탄을 빌리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다른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지원 우려에 대해 “미군과 우크라이나에 포탄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대여 와샤탄이 우크라이나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포탄 대여 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무기 지원과는 완전히 별개”라는 것. 이어 “노후화로 처치 곤란했던 와샤탄을 보내고 새 포탄을 받아 경제적 이익과 외교적 실리를 동시에 챙긴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로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 20일 “정부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실에서 우크라이나 직접 무기 지원에 대한) 검토 지시는 없었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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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차례 고비끝 건립된 ‘추모의 벽’, 한미동맹 상징으로

    지난해 7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시작된 한미동맹이 6·25전쟁 당시 한미가 함께 흘린 피로 맺은 혈맹이란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가 열렸다.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전사자 3만6634명과 한국인 카투사 전사자 7174명 등 4만3808명의 이름을 검은 화강암에 빼곡히 새겨 넣은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 제막식이 열린 것. 6·25전쟁에 참전해 오른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은 고 윌리엄 웨버 대령(1925∼2022)을 중심으로 한 미군 참전용사들이 추모의 벽 건립을 미국 의회에 처음 제안한 지 12년 만이었다. 추모의 벽은 공원 내 기존 연못인 ‘기억의 못’을 에워싸는 방식으로 건립됐다. 둘레 130m, 높이 1m의 거대한 벽에 이름이 각인된 영웅 한 명 한 명은 그 자체로 한미동맹의 주인공들이었다. 전사자 이름은 추모의 벽을 구성하는 화강암 판 100개에 군별, 계급, 알파벳 순으로 각인됐다. 특히 전체 이름 중 이등병과 일병 이름만 53개 판에 걸쳐 각인됐다. 6·25전쟁 당시 얼마나 많은 청년이 전사했는지 실감케 하는 부분이다. 추모의 벽은 미국 내 참전 관련 기념시설 중에서 미국 국적이 아닌 전사자 이름을 새겨 넣은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한미동맹의 강고함과 양국의 깊은 인연을 담고 있는 조형물인 것. 추모의 벽 건립은 미군 참전용사들이 최초로 제안한 후 6년이 더 지난 2016년 10월 미 상원에서 추모의 벽 건립법이 통과되며 본격화됐다. 이에 앞서 웨버 대령은 2015년 워싱턴 기념비 앞에서 총 28시간에 걸쳐 6·25전쟁 미군 전사자 3만6000여 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호명식을 주도했다.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것과 동시에 추모의 벽 건립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였다. 2016년에도 그는 6시간에 걸쳐 카투사 장병 7000여 명의 이름을 호명했다. 3월 24일 열린 제8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천안함 피격 산화자 등 서해 용사 55명의 이름을 직접 부른 것도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호명식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추모의 벽은 법적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도 예산 확보가 이뤄지지 않아 여러 번 고비를 넘겨야 했다. 필요 예산 274억 원 중 국가보훈처가 266억 원을 지원했다. 나머지는 건립 사업 주체인 미국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과 한국 재향군인회 등의 성금으로 충당했다.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추모의 벽은 정전협정 69주년이자 한미동맹 69주년 기념일인 지난해 7월 27일 일반에 공개됐다. 백악관에서 불과 직선 거리로 1.4km 떨어진 위치에 세워진 추모의 벽에는 아버지나 할아버지, 삼촌을 그리워하는 유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전사자의 청년 시절 사진을 놓고 가거나 벽에 새겨진 이름을 탁본하는 방식 등 각자의 방식으로 산화한 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추모의 벽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도 많다. 추모의 벽이 참전용사들을 기억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미 양국 국민을 이어주는 등 올해 70주년을 넘어 오래도록 지속될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한 것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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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경비정, 서해NLL 침범…우리軍 경고사격에 퇴각

    북한 경비정이 15일 우리 군의 경고방송에도 백령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 경비정이 서해 NLL을 넘어온 것은 처음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북한이 화성-18형 고체연료 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이어 우리 군의 경계태세를 떠보면서 서해 NLL 일대의 긴장 고조를 노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15일 오전 11시경 백령도 동북방 4∼5km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 1척이 서해 NLL을 침범했다. 우리 군의 참수리급 고속정은 NLL로 남하하는 북한 경비정에 10여 차례 경고방송을 했다. 그럼에도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어오자 40mm 기관포 10발로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군 관계자는 “경고사격 직후 북한 경비정은 곧바로 퇴각했다”고 말했다. 군은 중국 어선의 단속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침범했을 가능성과 함께 국지 도발을 노린 의도적 월선의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北, 10차례 경고통신에도 NLL침범… 軍, 기관포 경고사격 내쫓아 ‘中어선 단속’ 월선 가능성에 무게“도발 빌미 쌓으려는 의도일 수도”軍고속정, 대응과정 中어선 충돌1명 쇄골 파손 등 장병 3명 부상 우리 군은 15일 10여 차례 경고통신을 무시하고 북한 경비정이 백령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남하하자 즉각 10발의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 대응 과정에서 우리 고속정과 중국 어선이 충돌해 장병 1명이 쇄골이 부러지는 등 3명이 부상을 당했다. 군은 당시 가시거리가 90m에 그쳤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쫓는 과정에서 단순 월선했을 가능성에 일단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경고통신에도 NLL을 넘었다는 점에서 중국 어선의 조업 단속을 빌미로 우리 군의 NLL 경계태세를 떠보고, 차후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저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경비정의 서해 NLL 침범은 지난해 3월 기관 고장을 일으킨 북한 선박을 쫓다가 월선한 지 1년 1개월 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다.● 경고통신 10여 차례 후 기관포 경고사격16일 합참에 따르면 15일 오전 11시경 북한 경비정 1척이 백령도 동북방 해상에서 NLL로 남하하기 시작했다. 당시 NLL 이남 해역에선 중국 어선 여러 척이 불법 조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 군은 참수리급 고속정(150t급)을 현장으로 출동시켜 국제상선통신망으로 북한 경비정에 10여 차례에 걸쳐 경고통신을 했다. NLL을 넘어오면 절차에 따라 경고사격 등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경비정은 이를 무시한 채 NLL 이남 약 1마일(약 1.8km)까지 내려왔고, 이에 우리 고속정은 40mm 기관포 10발로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 NLL 일대에 포성이 울리면서 급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북한 경비정은 경고사격 직후 NLL을 넘어 퇴각했다. 북한 경비정이 NLL 이남 해역에서 머문 시간은 10분가량이었다고 군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NLL 해상의 가시거리가 90m가량으로 매우 나빴고, 북한 경비정의 기동 형태로 볼 때 중국 어선 단속을 하다 월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경비정이 NLL 이남을 향해 곧장 내려오지 않고, 중국 어선을 쫓아서 이리저리 기동한 모습 등을 볼 때 의도적 침범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군은 도발 징후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한반도의 최대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NLL 일대에서 모종의 국지 도발을 준비하는 정황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기상이 나쁜 시기를 골라서 중국 어선 단속을 하다 NLL을 우발적으로 침범한 것처럼 위장한 뒤 아군 대응을 유도함으로써 추후 도발 빌미를 쌓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24일 북한 상선(무포호)이 백령도 서북방에서 서해 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북상한 직후 북한은 서해 NLL 북쪽 해상완충구역에 방사포 10발을 쏘면서 위협을 가한 바 있다. 합참 관계자는 “서해 NLL 일대에 공중과 해상 전력을 추가 투입해 적의 동향을 주시하는 등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정, 중국 어선과 충돌해 장병 부상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 대응 과정에서 우리 고속정과 중국 어선이 충돌해 일부 장병이 부상을 당했다. 경비정이 NLL 이북으로 퇴각한 뒤인 오전 11시 25분경에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고속정 일부가 파손돼 물을 퍼내고 응급조치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가시거리가 짧은 상황에서 긴급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속정과 중국 어선의 접촉이 있었다”며 “두 선박의 안전에 이상은 없고, 장병 3명이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부상 장병 중 1명은 쇄골이 부러져 군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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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北 경비정, 15일 서해 NLL 침범…軍 경고사격 받고 퇴각

    북한 경비정 1척이 15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18형 고체연료 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이어 우리 군의 경계태세를 떠보는 동시에 대남 긴장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군은 보고 있다. 군은 한반도의 최대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NLL 일대에서 북한이 기습도발을 준비하는 정황일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5일 오전 북한 경비정 1척이 서북도서 인근 서해 NLL 일대를 침범했다. 이에 우리 해군의 참수리급 고속정이 수 차례의 경고통신을 했지만 북한 경비정이 계속 남하했다는 것. 이에 해군 참수리급 고속정은 기관포로 경고사격을 실시했고 그제야 북한 경비정은 NLL 이북으로 퇴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근 해상에서는 중국 어선 수십 척이 꽃게잡이 조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의 조업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NLL을 넘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 연락채널의 일방적 중단을 고수한 가운데 화성-18형 고체연료 ICBM을 쏜데 이어서 서해 NLL 일대의 긴장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일 가능성에 군은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우리 군의 경계태세를 떠보기 위해 NLL을 고의로 월선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전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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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핵반격 효용 급진전”…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공개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전날 발사했다고 14일 밝혔다. 북한은 이날 ‘화성-18형’의 3단 로켓 분리 과정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1단 로켓 분리 전까지 정상 각도로 비행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앞으로 3단까지 모두 정상 각도로 비행시키는 추가 시험검증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화성-18형’은 3단까지 모두 정상 각도로 비행하면 최대 사거리가 1만 km를 웃돌아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화성-18형’ 발사 현장을 참관한 뒤 “핵 반격 태세의 효용성을 급진전시키고, 공세적인 군사전략의 실용성을 변혁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고체연료 ICBM의 경우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수 분 만에 쏠 수 있기 때문에 “효용성이 급진전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기존 액체연료 ICBM은 장시간 연료 주입 과정에서 그 발사 징후가 한미 정찰자산 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또 김 위원장은 한미를 겨냥해선 “치명적이며 공세적인 대응을 가해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ICBM을 앞세운 중대 도발을 이어가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 북한이 ‘화성-18형’을 쐈다고 주장한 이날 미국의 B-52H 전략폭격기는 한반도로 날아와 우리 공군 전투기와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핵무장이 가능한 B-52H는 B-1B,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힌다.北 “화성-18형, 정상각도 발사뒤 변칙 비행” 美전역 기습타격 위협 “고체연료 1단 정상각, 2·3단 고각”… ICBM 핵심인 단분리 기술력 과시3단 로켓 모두 정상각도 비행땐최대 사거리 1만km 크게 웃돌아일부선 “첫 발사라 안정성 고려한듯” 북한은 14일 전날 발사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화성-18형’이라고 발표하면서 비행 각도까지 공개했다. 북한은 2017년 7월 4일 ‘화성-14형’을 시작으로 ‘화성-17형’까지 꾸준히 ICBM 기술을 진화시키며 도발을 이어왔다. 통상 3단으로 구성되는 ICBM의 단계별 비행 각도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상 각도→고각’ ICBM 이례적 변칙 비행 이날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에 따르면 총 3단 형태인 ‘화성-18형’ 중 가장 큰 동체인 1단 로켓이 분리돼 해상에 떨어지기 전까지 이 미사일은 ‘표준 탄도 비행 방식’, 즉 정상 각도로 비행했다. 실전 사용 시 각도인 정상 각도(30∼45도)로 날아갔다는 것. 북한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된 발사관 안에 있던 ‘화성-18형’은 공기 압력에 밀려 발사관 밖으로 튀어나온 직후 연료에 불이 붙고 곧바로 수직으로 솟구쳤다. 고체연료 ICBM 발사 시 통상 쓰는 ‘콜드 론치’(cold launch) 기술이 적용된 것. ‘화성-18형’은 이내 수평 방향으로 기울어지며 정상 각도로 비행했다. 연료가 다 연소돼 1단이 떨어져 나간 뒤에는 2·3단과 탄두만 연결된 채 비행하는데, 이때부턴 고각 비행을 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통상 북한은 미사일 기술 검증 과정에서 고각 비행 방식을 사용해 왔다. 고각으로 날리면 사거리가 대폭 줄어 일본 등 타국 영공·영해 침범 소지가 줄어들기 때문. 북한은 이날 고각 비행 전환과 관련해 “주변 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다만 북한은 정상-고각 비행 방식을 섞어 사용했음에도 1·2·3단이 비행 중 순차적으로 분리되는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한 뒤 공개해 고체연료 ICBM의 핵심 기술인 단 분리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을 과시했다.● 3단 모두 정상 비행 시 미 전역이 타격권 북한이 ‘화성-18형’을 이처럼 이례적인 방식으로 비행시킨 건 추후 3단 로켓을 모두 정상 각도로 비행시켜 미 본토를 직접 핵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화성-18형’은 1·2·3단이 순차 분리되고 탄두만 남아 표적을 향해 갈 때까지 전체 궤도를 정상 각도로 비행하면 사거리가 1만 km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또 ‘화성-18형’은 연료를 일체형으로 미사일에 주입한 뒤 굳히는 방식으로 제작하는 고체연료 ICBM인 만큼 발사 전 별도의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 없어 대미 기습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 ICBM의 최종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북한은 ‘시간 지연 분리 시동 방식’으로 미사일 최대 속도를 제한했다고 표현했다”며 “이는 더 빠르게 더 멀리 보낼 수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조절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다만 북한이 비행 초기에 정상 각도를 선택한 것이 오히려 발사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화성-18형’ 중 1단은 총 3단 중 가장 길고 크다. 이 때문에 1단 내부 고체 추진제(연료+산화제)의 부피도 커 추진제에 미세한 균열이라도 발생할 경우 폭발할 수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1단 분리 전부터 고각 비행하면 정상 비행할 때보다 과도한 진동이 발생하는 등 부하가 걸려 미사일이 공중 폭발할 수도 있다”며 “첫 시험 발사인 만큼 1단 고체 추진제에 대한 기술적 확신이 없어 안전하게 정상 각도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으로 북한이 다시 ‘화성-18형’의 전체 고각 비행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고각 발사로 고도 5000km 이상까지 날려 보내 고체연료의 기술적 신뢰성부터 증명하려 할 수 있다는 것.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북한은 고도를 최대치로 올려 미국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신형 고체연료의 막강한 추력을 과시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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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신형 고체연료 ICBM 처음 쐈다

    북한이 13일 평양 인근에서 신형 고체연료 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유력한 장거리미사일을 동해로 쐈다. 2월 북한군 창건 75주년 야간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ICBM을 공개한 지 두 달여 만에 첫 시험 발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비행 궤도 등으로 볼 때 신형 고체연료 ICBM이 확실하다. 다만 북한이 한미 정보당국을 기만하기 위해 다른 미사일을 쐈다고 허위 발표를 할 수도 있어 군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15형, 17형과 같은 액체연료 ICBM은 사전 연료 주입 등 발사 징후가 위성에 포착되지만 고체연료 ICBM은 연료와 산화제를 섞은 고체 형태의 연료를 장착한 상태로 지하 기지 등에서 장기간 숨겨 놓았다가 발사 명령 수십 초 만에 쏠 수 있다. 이 때문에 핵 소형화와 함께 고체연료 ICBM은 북한 핵무력 완성의 ‘최종 관문’으로 꼽힌다. ‘화산-31형’ 전술핵탄두 공개와 핵어뢰 수중 폭발시험에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11주년에 맞춰 핵기습 타격력의 급진전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ICBM 위협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미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ICBM 위협이 급속히 고도화되면서 북-미 간 긴장과 대결 수위가 한층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에 따르면 13일 오전 7시 23분경 평양 인근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 중장거리미사일은 1000km를 비행한 뒤 일본 홋카이도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 외곽에 낙하했다. 최대 비행고도는 2000km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정상 각도로 쐈다면 3000∼4000km가량 날아갔을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발사 지점(평양)에서 미 전략폭격기가 전진 배치된 괌 기지까지 닿을 수 있는 거리다. 군 관계자는 “비행 제원과 항적 등을 볼 때 새로운 체계의 중거리미사일 또는 ICBM을 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고체연료 ICBM을 사거리를 줄여 시험 발사했을 수 있다는 것.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김정은 참관하에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한 ICBM용 고체연료 엔진으로 1, 2단 추진체를 만들어 중거리탄도미사일급 시험 발사를 한 걸로 추정된다”며 “향후 1만1000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3단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하는 게 최종 목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은 김 위원장의 발사 현장 참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한 북한이 향후 추가 시험 발사로 사거리를 늘려가면서 미 본토에 대한 핵타격 능력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체연료 ICBM, 발사명령 1분내 쏠수있어… 탐지-요격 무력화 北, 신형 ICBM 발사액체연료와 달리 수십초면 준비내부 구조도 단순해 더 작고 가벼워北이 쏜 미사일 정상각도땐 괌 위협수폭-다탄두 장착이 레드라인 될듯 북한이 13일 평양 인근에서 동해로 쏜 중장거리 미사일은 화성-12형(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5·17형(ICBM) 등 액체연료 중장거리미사일과는 발사 방식이나 비행 형태가 다르다고 군은 밝혔다. 군 관계자는 “새로운 방식과 체계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것”이라면서 2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고체 ICBM의 발사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한미 당국은 김일성 생일인 이른바 ‘태양절’(15일)과 북한군 창건일(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말 국빈 방미 및 한미 정상회담 등을 노려 고체연료 ICBM의 추가 발사나 전술핵탄두의 7차 핵실험, ICBM 정상각도 발사 등 고강도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은밀·기습발사 능력 액체 ICBM 압도 ‘괴물 ICBM’인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지 1년 4개월 만에 첫 발사를 시도했고, 이후 2년 1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18일 최종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반면 신형 고체 ICBM은 열병식 공개 두 달여 만에 첫 시험 발사를 한 점에서 북한의 ICBM용 고체엔진 기술이 상당 수준임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로 만든 신형 ICBM의 첫 시험 발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체연료 ICBM은 전략적 효용성 측면에서 액체연료 ICBM을 압도한다. 액체연료 ICBM은 장시간 연료 주입 과정에서 장비와 인력 동향 등 발사 징후가 위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미의 ‘킬체인’(선제타격) 전력에 손쉬운 타깃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또 휘발성이 높은 액체연료의 폭발 위험성도 감수해야 한다. 반면 고체연료 ICBM은 연료와 산화제를 섞은 고체 형태의 연료를 ‘배터리’처럼 장착한 채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어 지하갱도 등에 장시간 대기하다 발사 명령 수십초 만에 쏠 수 있다. 미국의 미니트맨3는 명령 하달 60초 내 발사 완료 체제를 갖추고 있다. 사전에 발사 징후 탐지는 물론이고 요격 등 대응도 힘들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핵강국이 핵투발 수단으로 고체연료 ICBM을 운용 중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고체연료 ICBM은 연료와 산화제 탱크, 배관 등이 필요한 액체연료 ICBM보다 구조가 단순해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2월 열병식에서 신형 고체연료 ICBM은 9축짜리(양쪽 바퀴 합쳐 18개) TEL에 실려 공개됐다. 11축짜리 TEL에 실린 ‘괴물 ICBM’(화성-17형)보다 덩치는 작지만 미 본토 타격력을 갖췄음을 위협한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새로 개발한 ICBM용 고체엔진으로 신형 IRBM도 제작해 화성-12형을 대체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수폭 -다탄두 장착하면 ‘레드라인’ 돌파 북한의 대미 핵무력 완성 차원에서 고체연료 ICBM과 핵소형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북한은 향후 고체연료 ICBM에 수소폭탄을 소형화해 장착하는 한편 다탄두 능력까지 갖출 것으로 한미는 우려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고체연료 엔진을 활용해 ICBM급 사거리의 다탄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개발해 제2격(Second Strike·핵보복)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북한의 대미 핵위협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게 된다. 다만 북한은 이번 발사를 포함해 그간 ICBM을 모두 고각발사해 핵심 기술인 재진입 능력을 실증하지 못한 것은 한계로 거론된다. 북한은 워싱턴에서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12∼13일)와 한미일 안보회의(DTT·14일)의 개최 시기를 도발 타이밍으로 콕 찍었다. 한미와 한미일 3국의 북핵 공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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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美전폭기 등 한반도 전개시 기획 단계부터 관여”

    북한이 신형 고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13일 발사한 가운데 한미 국방 당국은 고위급 회의를 연 뒤 공동보도문을 내고 대북 경고에 나섰다. 특히 한미는 북한의 핵 공격 등에 맞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의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서 확장억제 실행 때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국방부는 제22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보도문을 이날 발표하며 “한미는 (회의에서)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확장억제 실행 때 한국의 역할 확대에 대해 군 관계자는 “미국이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할 때 미측이 이를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군 당국이 전략자산 전개를 기획하고 결정하는 단계부터 적극 관여하는 등 북핵 및 미사일 고도화에 맞서 한미 공조를 보다 심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번 회의에서 한미는 북한이 올해도 도발을 지속하며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한미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동맹의 힘을 보여주는 긴밀한 대응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KIDD 회의는 11∼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다.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보도문은 북한이 미사일을 쏜 지 3시간여가 지난 이날 오전 11시에 공개됐다. 국가안보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미사일 발사를 강력 규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NSC 상임위원들은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 참상과 민생 파탄은 아랑곳하지 않고 핵 위협과 미사일 폭주만 계속하는 상황을 개탄했다”고 밝혔다. 이날 NSC에선 지난달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상화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바탕으로 한미, 한미일 정보 공유를 더욱 강화해 나가는 방안도 논의됐다. 한미는 KIDD 회의에서도 한미일 3자 협력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데 핵심적이며 지소미아가 3자 안보협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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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란드 “韓과 우크라 탄약 전달 논의”… 美감청문건 내용과 비슷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사진)가 12일(현지 시간) “한국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무기, 탄약 전달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유출된 미국 국방부 기밀문건에는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들의 대화 내용이 상세히 담겨 감청 논란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폴란드 총리가 한국과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직접 협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우리 군 당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폴란드 총리 “韓, 중-러 두려워해”미국을 방문 중인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한국은 엄청난 양의 포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기와 탄약 전달에 대해 한국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하지만 이는 미국 개입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한국과의 합의 없이는 폴란드가 무기를 절대 우크라이나로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가 한국에서 구입한 포탄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면 한국 승인을 받기 위한 별도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NYT는 앞서 9일 유출된 미 기밀문건에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이문희 전 대통령외교비서관과의 대화에서 폴란드를 통한 우크라이나 우회 지원 방안을 제시한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거듭 요청하는 가운데 한국이 폴란드에 155mm 포탄 33만 발을 판매하고, 폴란드가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포탄 지원 시) 러시아와 중국 반응을 우려하고 있다”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일종의 안전보장 약속을 하는 등의 미국의 개입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한국의 포탄 지원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우리가 확인해주거나 할 건 없다”고 일축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며 “그 부분(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에 대한 정부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포탄 같은 살상무기는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K9 자주포 등과 함께 폴란드에 수출된 155mm 포탄은 수출 계약서에 ‘최종 사용자를 폴란드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 동의 없이는 이 포탄을 폴란드 정부 임의대로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없다는 것이 군 당국 설명이다.● ‘감청 의혹’ 문건, 실제로 논의됐을 가능성폴란드 총리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 폴란드를 통한 우크라이나 포탄 우회 지원 방안이 실제로 논의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이 같은 대화를 감청 등 신호정보(SIGINT·시긴트)를 통해 확보했는지, 전언 등 인적정보(HUMINT·휴민트)를 통해 수집했는지 출처는 불분명하더라도 검토됐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폴란드 총리 발언은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폴란드를 우회해 우크라이나에 포탄 등을 지원한 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준 것”이라며 “미 기밀문건 등이 제기한 폴란드를 통한 우회 지원 의혹을 말끔히 씻어준 발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개된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에 한미가 공감했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미국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폴란드 총리의 발언은 한국과 폴란드 국방당국 간의 (K9 자주포와 포탄) 수출 계약과 관련한 내용”이라면서 “(유출된 문건 내용과) 결이 다르다”고 밝혔다. 폴란드 총리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및 미국 개입을 공개 요구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1일 한국 등이 참여하는 우크라이나국방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논의할 방침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NYT에 “UDCG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포병 전력 및 탄약 공급이 최우선 의제가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탄약 소진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동맹국들의 탄약 재고가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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