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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로 배치돼 국어 교재를 안 가져온 학생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무시해서 다시 지시했는데 반 아이들이 ‘원래 저런 애’라며 그동안 당했던 학교폭력 얘기를 쏟아내더라. 진정시키고 교무실에 가니 첫날 1시간 만에 아동 학대로 신고당해 있었다.” 22일 오후 3시. 보신각 앞에서 열린 ‘교사 추모 및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여교사가 마이크를 잡더니 “이번에 세상을 떠난 교사와 같은 25세 초등학교 교사”라며 자신이 겪은 교권 추락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사는 “아이가 교실에서 자기 얘기가 나온 게 억울했던 것 같더라. 그런데 아버지는 저에게 손가락질하며 ‘아이에게 사과하면 봐 드리겠다’고 했다. 결국 경찰 조사를 받고 ‘혐의 없음’이 나오긴 했지만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이날 집회에는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 차림의 전·현직 교사와 교대 및 사범대에 재학 중인 예비 교사 등 500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여교사 A 씨(25)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학부모의 도 넘는 갑질을 규탄하며 “교사 생존권과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9년 차 교사라고 밝힌 참가자는 “2년 전 원치 않게 1학년 담임을 맡은 뒤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새벽에 응급실을 전전하면서도 출근해 왔는데, 결국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2000여 명이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50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2시경 시작된 집회는 오후 4시경 별도의 행진 없이 마무리됐다. 교사 사회 내부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가 진보 성향 교육감들과 함께 ‘학생 인권 강화’를 요구해 온 사이 교권이 힘을 잃었고 지금의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집회에서 대책위 측은 “특정 단체의 후원이나 연대가 없는 추모를 위해 개인 교사 자격으로 집회를 열고 참석한 것”이라며 전교조와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열린 전교조 집회에는 300여 명이 참석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그렇게 순하고 열심히 살던 애가 길거리에서 칼부림으로 죽음을 당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 유족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의 죽음이 너무 억울하다며 이렇게 말했다.21일 지하철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흉기를 휘두른 조모 씨(33)에 의해 숨진 20대 남성의 사촌형 김모 씨(30)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족들은 조 씨 같은 범죄자가 감형을 받고 다시 사회로 나올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엄정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김 씨에 따르면 숨진 피해자는 사건 당일 방값이 싼 원룸을 알아보기 위해 신림동을 찾았다고 한다. 김 씨는 “본래 살던 곳보다 집값이 저렴한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 최근 혼자 부동산을 전전했다”며“처음 들른 부동산에서 나와 다른 부동산에전화하던 중 우연히 조 씨와 마주쳐 잔인한 범행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피해자에 대해 “어려운 환경에서 좌절하지 않던 생활력 강한 동생”이라고 떠올렸다. 피해자가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일 때 어머니가 혈액암 말기 진단을 받자 수능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도 방과 후 매일 병원에 들러 간병에 힘썼다고 한다. 수능을 사흘 앞두고 결국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지만 오히려 중학생이던 동생을 밤새 위로했고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치른 수능이었지만 자신이 원하던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했다고 한다. 김 씨는 “동생은 대학교 학과 학생회장까지 맡던 모범생이었다”며 “대학 입학 후 단 한 순간도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또“최근 상황이 더 어려워지자 음식점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혼자서 묵묵히 벌어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피해자가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본인도 2019년경 크게 병치레하고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어머니도 암으로 떠났는데 본인마저 아프면 동생 혼자 남는다는 생각에 살기 위해 운동을 악착같이 했던 것 같다”며 “몸이 나아진 뒤 보디 프로필을 사진을 찍고 자신의 이런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주려 최근 빈소에 다녀온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동생이 최근 들렀던 어머니 빈소에는 피해자의 보디 프로필 사진이 놓여있었다고 한다. 김 씨에 따르면 평소 우애가 깊고 서로를 끔찍이 아꼈던 피해자의 동생은 현재 형의 죽음에큰 충격을 받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날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조 씨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청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김 씨는 “이미 다수의 범죄 전력이 있는 피의자가 갱생을 가장해 징역형만 살고 사회로 돌아와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긍정적으로 살아온 동생의 죽음이 묻히지 않도록 가장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게 해달라”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기간제 교사로 배치돼 국어 교재를 안 가져온 학생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무시해서 다시 지시했는데 반 아이들이 ‘원래 저런 애’라며 그동안 당했던 학교폭력 얘기를 쏟아내더라. 진정시키고 교무실에 가니 첫날 1시간 만에 아동 학대로 신고당해 있었다.” 22일 오후 3시. 보신각 앞에서 열린 ‘교사 추모 및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여교사가 마이크를 잡더니 “이번에 세상을 떠난 교사와 같은 25세 초등학교 교사”라며 자신이 겪은 교권 추락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사는 “아이가 교실에서 자기 얘기가 나온 게 억울했던 것 같더라. 그런데 아버지는 저에게 손가락질하며 ‘아이에게 사과하면 봐 드리겠다’고 했다. 결국 경찰 조사를 받고 ‘혐의 없음’이 나오긴 했지만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이날 집회에는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 차림의 전·현직 교사와 교대 및 사범대에 재학 중인 예비 교사 등 500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여교사 A 씨(25)가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학부모의 도 넘는 갑질을 규탄하며 “교사 생존권과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9년 차 교사라고 밝힌 참가자는 “2년 전 원치 않게 1학년 담임을 맡은 뒤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새벽에 응급실을 전전하면서도 출근해 왔는데, 결국 이렇게 동시다발적 문제로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2000여 명이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50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2시경 시작된 집회는 오후 4시경 별도의 행진 없이 마무리됐다. 교사 사회 내부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가 진보 교육감들과 함께 ‘학생 인권 강화’를 요구해온 사이 교권이 힘을 잃었고 지금의 사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날 집회에선 대책위 측은 “특정 단체의 후원이나 연대가 없는 추모를 위해 개인 교사 자격으로 집회를 열고 참석한 것”이라며 전교조와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열린 전교조 집회에는 300여 명이 참석했다.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최미송기자 cms@donga.com박성민기자 min@donga.com}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 있는 추모공원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이곳을 찾은 노부부가 토사에 매몰돼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지만 끝내 숨졌다. 함께 매몰됐다가 구조된 일행 2명도 중상을 입었다.오후 4시경 산사태가 일어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 반만에 토사에 매몰돼있던 70대 남성 윤모 씨와 부인 김모 씨(70), 윤 씨 부부의 조카(59·여), 윤 씨 부부의 손자(21) 등 4명을 구조했다. 부부인 윤 씨와 김 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나머지 2명도 골절 등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윤 씨 부부의 조카는 한 때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의식을 회복했다고 한다. 손자도 팔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사고 당시 의식이 있던 손자가 119구급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추모공원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인근 절에서 열린 합장 행사에 참석하려고 방문했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내리며 추모공원에 있는 봉안당 건물이 무너지자 이를 피해 주차장으로 향하다 다시 무너져 내린 토사에 매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현장을 목격한 절 관계자는 “차량 두 대가 쏟아져 내린 흙에 밀려 추모공원으로 진입하는 도로까지 쓸려 나와 있었다”며 “절에서 추모공원까지 300m에 이르는 도로가 토사로 모두 막혀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11시경 윤 씨와 김 씨의 빈소가 마련된 논산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주민은 “김 씨가 평소 무료 급식도 운영하고, 이웃들을 위해 많이 베풀었다”며 “부부 모두 참 훌륭했다”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아직 빈소도 마련되지 않은 장례식장에 윤 씨 부부의 사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조문객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조문객들은 “누구보다 점잖고, 성실하게 생활하던 부부”라며 입을 모았다. 이날 하루에만 300㎜가 넘는 비가 내린 논산시를 비롯해 충남 곳곳에선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갑자기 불어난 하천물에 제방이 무너졌다. 이날 전국에서 호우가 이어지며 산림청은 부산·경남과 제주를 제외한 12개 광역 지역에 산사태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렸다.300mm 폭우에 논산 산사태… 서대전~익산 일반열차 중단 ‘물폭탄 장마’에 전국서 피해 속출수도권 도로 잠겨 출퇴근 교통체증축대 무너져 20가구 한밤 대피도주말 충청-호남 ‘극한 호우’ 가능성 “밤중에 ‘쿵’ 하는 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 보니 돌과 흙이 쏟아져 있었어요. 급하게 대피하라길래 큰일 난 줄 알고 놀랐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재개발 지역에서 만난 빌라 주민 이모 씨(67)는 전날 오후 9시 반경 발생한 축대 붕괴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새벽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이 씨가 살던 빌라 바로 앞까지 토사와 돌들이 쏟아져 내려 인근 20가구 46명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충남 논산에서 300mm가 넘는 집중 호우로 발생한 산사태에 노부부가 참변을 입은 이날 전국 곳곳에선 장맛비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수도권 일대에 쏟아진 호우로 한강 수위가 불어나 잠수교가 잠기는 등 도로 곳곳이 통제돼 극심한 출퇴근길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임진강 상류인 황해도에도 많은 비가 예상돼 북한의 황강댐 방류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전국서 4000가구 정전 비와 강풍에 가로수가 쓰러지며 전국 곳곳에서 정전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0시경 서대문구 홍제동 안산 부근에서 강풍으로 가로수 한 그루가 쓰러지며 고압선이 끊어져 인근 2000가구 이상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광주 광산구에서도 오전 4시 반경 폭우에 가로수가 넘어지며 전깃줄을 건드려 정전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광산구 송정 1동, 신흥동 일대 945가구에 전기와 통신망 공급이 차단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인천 서구 마전동에서도 아파트 지하 전기실로 빗물이 유입돼 1000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수도권에선 경기 남양주시가 이날 오후 3시까지 누적 강수량 201.5mm를 기록하는 등 ‘물폭탄’이 쏟아져 도로 곳곳이 유실되거나 침수됐다. 서울에선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과 잠수교 등이 통제됐고 전국에서 도로 99곳, 하천변 757곳과 15개 국립공원 407개 탐방로가 통제됐다. 충청과 호남 지역에선 홍수 경보도 발령됐다. 금강홍수통제소와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0분경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갑천 만년교 지점에 대해 오후 2시 20분 홍수경보가 변경 발령됐다. 경보 수위 기준인 4.5m가 넘을 것이 예상된 데 따른 조치다. 산림청은 전국 17개 시도 중 12곳에 최고 수준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무심천을 걷던 행인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는 오인 신고가 들어왔지만 행적이 확인돼 종결 처리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충북 영동군에선 빗길에 도로 옆 야산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미끄러지며 30대 운전자 남성이 숨지고 동승자 2명이 크게 다쳤다.● 충청 호남 ‘극한 호우’ 가능성… 장마 최대 고비 이번 주말이 여름 장마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 호남 등에는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100mm를 넘어서는 ‘극한 호우’가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까지 충남과 전북 일부에 400mm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 충북, 전남, 경북 내륙 일부는 300mm 이상 쏟아지겠다. 수도권과 강원 내륙 산지 등의 예상 강우량은 30∼100mm, 경기 남부, 강원 남부 내륙은 최대 150mm로 예보됐다. 강원 동해안과 제주는 20∼70mm, 제주 산지는 최대 100mm 이상 내릴 수 있겠다. 지난해 8월 8일 서울 동작구 일대에 인명 피해로 이어진 폭우가 시간당 144mm 수준이었다. 기상청은 “강수량의 지역차가 크고, 비구름대의 남하가 정체될 경우 강수가 한 곳에 집중적으로 퍼부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집중호우로 논산역 인근 하천 수위가 상승하자 호남선 서대전∼익산 구간 일반 열차 운행을 14일 오후 6시 15분부터 15일 막차까지 중단한다고 14일 밝혔다. 영동, 태백선도 15일까지 전 구간 운행을 중단하며, 충북선과 경전선도 폭우가 내린 일부 구간에 대해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논산=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 있는 추모공원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이곳을 찾은 노부부가 토사에 매몰돼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지만 끝내 숨졌다. 함께 매몰됐다가 구조된 여성도 중상을 입었다. 14일 오후 4시경 산사태가 일어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현장에 도착한지 1시간 반만에 토사에 매몰돼있던 80대 남성과 70대 여성, 60대 여성, 20대 남성 등 4명을 구조했다. 부부사이인 80대 남성과 70대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부부의 조카로 알려진 60대 여성과 조카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은 골절 등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60대 여성은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추모공원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인근 절에서 열린 합장 행사에 참석하려고 방문했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내리며 추모공원에 있는 납골당 건물이 무너지자 이를 피해 주차장으로 향하다 다시 무너져 내린 토사에 매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현장을 목격한 절 관계자는 “차량 두 대가 쏟아져 내린 흙에 밀려 추모공원으로 진입하는 도로까지 쓸려나와있었다”며 “절에서 추모공원까지 300m에 이르는 도로가 토사로 모두 막혀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하루에만 250㎜가 넘는 비가 내린 논산시를 비롯해 충남 곳곳에선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갑자기 불어난 하천물에 제방이 무너졌다. 강원 정선군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했다. 앞서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도로를 미리 통제한 덕에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전국에서 호우가 이어지며 산림청은 부산·경남과 제주를 제외한 12개 광역 지역에 산사태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렸다.논산=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물가도 올랐는데 공무원 월급에 생활비 빼면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 겸직이라도 안 하면 매달 적자입니다.”지방에서 일반행정직 9급 공무원으로 일하는 A 씨는 11일 ‘무허가 투잡’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현재 액세서리를 파는 온라인 쇼핑몰을 1년 가까이 운영 중이다.A 씨는 “겸직 신청도 생각해봤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주변에서도 안 좋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 가족 명의로 사업자를 등록한 후 운영 중”이라며 “한 달에 적게는 50만 원, 많게는 150만 원 추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A 씨가 정부에서 받는 월급(약 250만 원)을 고려하면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겸직하는 공무원 지난해 기준 1만3406명한때 취업준비생 사이에 1순위였던 공무원의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허가를 받고 겸직하는 공무원들이 지난해 기준으로 1만340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실이 각 정부 부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겸직하는 공무원들은 2018년 8909명에서 2021년 1만890명으로 1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년 만에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국가공무원 복무규정 25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일과 영리 업무를 같이 할 수 없지만 담당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한해 소속 기관장 허가를 받은 후 겸직할 수 있다.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면 실제로 ‘투잡’을 하는 공무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겸직 공무원 상당수는 생계 때문에 야간 대리운전, 호텔 객실 청소,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한 교육청에서 일하는 공무원 신모 씨(33)는 “200만 원 남짓한 월급으로는 한 달에 10만 원 저축하기도 빠듯하다”며 “‘공노비(공무원+노비)’란 말까지 나오는데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한 겸업은 큰 문제가 없다면 제한 없이 허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일부는 ‘자아 실현을 위해서’란 이유를 들기도 했다. 웹소설·웹툰 작가 일을 하거나 요가 강사 또는 필라테스 강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1년 가까이 주말마다 요가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공무원 B 씨(34)는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자아실현의 욕구를 요가 강사라는 직업이 채워주는 것 같아 매주 요가 가르치러 갈 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무허가 겸직 적발도 늘어공무원이 무허가 겸직을 하다 적발된 사례도 2019년 30건, 2020년 73건, 2021년 75건에 이어 지난해 119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무허가 겸직은 생계형인 경우가 많았다. 우정사업본부의 우편배달원은 오토바이를 탄다는 직업적 특성을 살려 지난해 허가 없이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다 적발됐는데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겸직하는 공무원이 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공무원 겸직 허가에 대해 문의하거나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4대 보험 가입과 관련 없는 일이라면 주변에서 누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적발될 위험은 없다”는 공무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낮은 월급 인상률과 경직된 조직 문화 때문에 생활비 마련 또는 자아실현 등을 이유로 겸직하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며 “일에 지장이 없는 경우는 모르겠지만 사명감을 갖고 근무해야 할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겸직에 몰두하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물가도 올랐는데 공무원 월급에 생활비 빼면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 겸직이라도 안 하면 매달 적자입니다.” 지방에서 일반행정직 9급 공무원으로 일하는 A 씨는 11일 ‘무허가 투잡’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현재 액세서리를 파는 온라인 쇼핑몰을 1년 가까이 운영 중이다. A 씨는 “겸직 신청도 생각해봤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주변에서도 안 좋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 가족 명의로 사업자를 등록한 후 운영 중”이라며 “한 달에 적게는 50만 원, 많게는 150만 원 추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A 씨가 정부에서 받는 월급(약 250만 원)을 고려하면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겸직하는 공무원 지난해 기준 1만3406명 한때 취업준비생 사이에 1순위였던 공무원의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허가를 받고 겸직하는 공무원들이 지난해 기준으로 1만340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실이 각 정부 부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겸직하는 공무원들은 2018년 8909명에서 2021년 1만890명으로 1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년 만에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25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일과 영리 업무를 같이 할 수 없지만 담당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한해 소속 기관장 허가를 받은 후 겸직할 수 있다.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면 실제로 ‘투잡’을 하는 공무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겸직 공무원 상당수는 생계 때문에 야간 대리운전, 호텔 객실 청소,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한 교육청에서 일하는 공무원 신모 씨(33)는 “200만 원 남짓한 월급으로는 한 달에 10만 원 저축하기도 빠듯하다”며 “‘공노비(공무원+노비)’란 말까지 나오는데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한 겸업은 큰 문제가 없다면 제한 없이 허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는 ‘자아 실현을 위해서’란 이유를 들기도 했다. 웹소설·웹툰 작가 일을 하거나 요가 강사 또는 필라테스 강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1년 가까이 주말마다 요가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공무원 B 씨(34)는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자아실현의 욕구를 요가 강사라는 직업이 채워주는 것 같아 매주 요가 가르치러 갈 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무허가 겸직 적발도 늘어 공무원이 무허가 겸직을 하다 적발된 사례도 2019년 30건, 2020년 73건, 2021년 75건에 이어 지난해 119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허가 겸직은 생계형인 경우가 많았다. 우정사업본부의 우편배달원은 오토바이를 탄다는 직업적 특성을 살려 지난해 허가 없이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다 적발됐는데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겸직하는 공무원이 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공무원 겸직 허가에 대해 문의하거나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4대 보험 가입과 관련 없는 일이라면 주변에서 누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적발될 위험은 없다”는 공무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낮은 월급 인상률과 경직된 조직 문화 때문에 생활비 마련 또는 자아실현 등을 이유로 겸직하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며 “일에 지장이 없는 경우는 모르겠지만 사명감을 갖고 근무해야 할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겸직에 몰두하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사무총장의 방한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한 이현정 정의당 부대표가 시위 도중 경찰의 얼굴을 가격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7일 이 부대표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부대표는 7일 오후 11시경 시위 도중 현수막을 펼치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우측 얼굴을 가격해 안경을 파손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경찰은 이 부대표의 신분이 확실한 점을 고려해 귀가 조치했고 추후 이 부대표를 불러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한 IAEA 종합 보고서를 설명하기 위해 7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그런데 이날 밤 그로시 사무총장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도착 예정 1시간 전부터 입국장 일대에서는 항의 시위가 진행됐다. 정의당과 진보당, 민주노총 등 여러 시민단체 50여 명은 입국장 일대에서 “그로시 고 홈(Go home)”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가 격해지면서 안전 및 질서 유지를 위해 현장에 배치된 경찰 기동대도 20여 명에서 80여 명 규모로 증원됐다. 시위대는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한다”고 외치는 과정에서 펜스를 밀며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정의당 관계자는 “고의로 경찰을 가격한 것이 아닌 플래카드를 펼치는 과정에서 부딪힌 것”이라고 설명했다.최미송기자 cms@donga.com송유근기자 big@donga.com}

경찰이 8일 새벽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진행된 비정규직 노동단체의 1박 2일 노숙 집회를 강제 해산했다. 7일 오후 8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공동투쟁)’의 집회 참가자 100여 명은 파이낸스센터 앞 인도에서 본대회를 연 뒤 8일 자정이 되자, 40여 명이 남아 노숙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에 따르면 공동투쟁은 당초 경찰에 7일 오후 11시가 되기 전 자진해산한다고 밝혔으나 11시가 지나도 자진해산을 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허용된 집회 시간을 넘겼다며 집회 종결과 자진해산을 요구했고 11시 52분경 해산 명령을 시작했다. 경찰은 세 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음에도 집회를 이어가자 오전 2시 7분경 참가자들을 집회 장소 인근 인도로 이동시키는 강제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집회 참가자 5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이 공동투쟁의 야간 문화제 및 노숙 집회를 강제 해산한 것은 5월 26일과 6월 10일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경찰은 이번 집회 역시 당초 허용됐던 집회 시간을 넘겨 위법 상황이 연출됐고 이에 세 차례 해산을 명령했는데도 지켜지지 않아 공권력 행사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또 경찰은 이날 공동투쟁이 노숙 집회 중 야간 소음 기준인 65㏈(데시벨)을 넘어섰다며 오후 9시부터 10시 30분경까지 네 차례 확성기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고 스피커 1개를 일시보관 조치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밤샘 집회가 이어질 경우 집회 참가자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공공 질서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수 있다”며 해산 이유를 설명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딸이 ‘미우미우’ 운동화를 갖고 싶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118만 원짜리더라고요.” 경기 화성시에 사는 박지영 씨(38)는 최근 초등학생 딸(11)이 사달라고 한 신발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박 씨는 “몇만 원짜리인 줄 알았는데 어이가 없었다. 처음 듣는 브랜드라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물었더니 한 걸그룹이 앰배서더(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브랜드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국내 아이돌 그룹이 늘고 있다. 그런데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초중고교생들의 명품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는 바람에 박 씨처럼 속앓이를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박 씨는 “딸이 명품을 사달라고 조르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주변에 물어보니 예전에는 롱패딩이 ‘등골브레이커’(부모 등골을 휘게 만들 정도로 돈을 많이 쓰게 하는 제품)였는데, 최근엔 옷과 신발을 가리지 않고 명품을 사달라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앰배서더 급증하며 명품 소비 욕구 자극 최근 글로벌 명품업체들은 단순한 광고 모델을 넘어 브랜드를 상징하는 앰배서더로 케이팝 스타들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샤넬과 크리스챤디올은 ‘블랙핑크’의 제니와 지수를 앰배서더로 임명했으며, ‘방탄소년단(BTS)’ 제이홉과 송중기는 루이비통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혜인이 15세로 최연소 루이비통 앰배서더가 돼 화제가 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케이팝 그룹 덕분에 제품을 홍보할 수 있고 케이팝 아이돌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그런 탓에 최근 앰배서더 임명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트렌드가 청소년들의 명품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중고교생들은 “엔데믹 이후 야외 체험학습 등이 늘면서 교복 대신 사복을 입을 일이 많아졌는데 기왕이면 좋아하는 아이돌이 홍보대사로 있는 브랜드가 끌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중학생 김모 양(15)은 “또래끼리 아이돌 그룹 사진 등을 서로 많이 공유하다 보니 명품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주말에 친구를 만날 땐 아이돌 그룹이 홍보하는 명품 브랜드 옷을 입은 친구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젊은층 소비 행태 부정적 영향”최근 미국 CNN은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앰배서더 활동을 언급하며 명품 브랜드가 왜 아이돌 그룹을 홍보대사로 쓰는지 분석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이돌 그룹 멤버와 배우들을 앰배서더로 기용해 한국 젊은층의 소비 행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실제로 최근 유튜브 등에는 미성년자가 케이팝 그룹이 앰배서더로 있는 브랜드의 7000만 원에 이르는 명품들을 구입한 콘텐츠가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상당수가 같은 또래인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고 따라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왜곡된 소비 문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성년자 아이돌 그룹 멤버의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 활동을 보는 청소년들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며 “가정이나 학교에서 수준에 맞는 소비를 일상화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딸이 ‘미우미우’ 운동화를 갖고 싶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118만 원짜리더라고요.” 경기 화성시에 사는 박지영 씨(38)는 최근 초등학생 딸(11)이 사달라고 한 신발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박 씨는 “몇만 원짜리인 줄 알았는데 어이가 없었다. 처음 듣는 브랜드라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물었더니 한 걸그룹이 앰배서더(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브랜드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국내 아이돌 그룹이 늘고 있다. 그런데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초중고교생들이 덩달아 명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바람에 박 씨처럼 속앓이를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박 씨는 “딸이 명품을 사달라고 조르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주변에 물어보니 예전에는 롱패딩이 ‘등골브레이커’(부모 등골을 휘게 만들 정도로 돈을 많이 쓰게 하는 제품)였는데, 최근엔 옷과 신발을 가리지 않고 명품을 사달라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앰배서더 급증하며 명품 소비 욕구 자극 최근 글로벌 명품업체들은 단순한 광고 모델을 넘어 브랜드를 상징하는 앰배서더로 케이팝 스타들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샤넬과 크리스챤디올은 블랙핑크 제니와 지수를 앰배서더로 임명했으며, 방탄소년단(BTS) 제이홉과 송중기는 루이비통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혜인이 15세로 최연소 루이비통 앰배서더가 돼 화제가 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케이팝 그룹의 명성으로 제품을 홍보할 수 있고 케이팝 아이돌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그런 탓에 최근 앰배서더 임명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트렌드가 청소년들의 명품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중고교생들은 “엔데믹 이후 야외 체험학습 등이 늘면서 교복 대신 사복을 입을 일이 많아졌는데 기왕이면 좋아하는 아이돌이 홍보대사로 있는 브랜드가 끌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중학생 김모 양(15)은 “또래끼리 아이돌 그룹 사진 등을 서로 많이 공유하다 보니 명품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주말에 친구를 만날 땐 아이돌 그룹이 홍보하는 명품 브랜드 옷을 입은 친구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젊은층 소비 행태 부정적 영향” 최근 미국 CNN은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앰배서더 활동을 언급하며 명품 브랜드가 왜 아이돌 그룹을 홍보대사로 쓰는지 분석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이돌 그룹 멤버와 배우들을 앰배서더로 기용해 한국 젊은 층의 소비 행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실제로 최근 유튜브 등에는 미성년자가 케이팝 그룹이 앰배서더로 있는 7000만 원에 이르는 명품들을 구입한 콘텐츠가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상당수가 같은 또래인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고 따라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왜곡된 소비 문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성년자 아이돌 그룹 멤버의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 활동을 보는 청소년들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며 “가정이나 학교에서 수준에 맞는 소비를 일상화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스마트폰의 지문 인식 잠금 해제 기능을 악용해 만취객을 상대로 5500여만 원의 금품을 빼앗은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강남·서초·송파 등 유흥가 일대에서 취객을 상대로 11차례에 걸쳐 강도·절도·공갈·컴퓨터등사용사기 등을 저지른 혐의로 장모 씨(31)를 구속해 수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심야 시간대 술에 취한 취객만을 범행 대상으로 노렸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부축하는 척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데리고 가 범행을 저지른 것. 장 씨는 피해자들의 지문을 스마트폰에 가져다 잠금을 해제한 뒤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시키거나 대출을 받는 등의 수법으로 금품을 갈취했다.특히 피해자들이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을 노려 이튿날 전화를 걸어 “당신이 임신한 내 아내를 쳐서 넘어뜨렸다”며 허위 사실로 협박한 뒤 추가로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그는 범행 당시 자신이 피해를 본 것처럼 속이기 위해 “왜 이러세요, 왜 때리세요”라고 말하며 허위로 녹음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경찰은 유사한 사건들을 접수해 수사하던 중 폐쇄회로(CC)TV를 통해 피의자를 특정해 지난달 30일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장 씨를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장 씨는 절도 등 전과 17범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여름철 취객을 상대로 한 범행을 예방하기 위해 야간 순찰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9·사진)의 탈주를 도운 친누나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회장은 시간대별 도주 동선과 법원과 검찰 청사 조감도까지 그려 넣은 20여 쪽 분량의 탈주 시나리오 문서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김 전 회장의 탈옥 계획을 도운 혐의로 친누나 김모 씨에 대해 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회장은 함께 수감돼 있던 조직폭력배 A 씨에게 “탈주를 도우면 사례금으로 20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A 씨가 이에 응하자 김 씨가 A 씨의 지인 B 씨에게 대포폰 비용 명목으로 먼저 1000만 원을 전달했다. 하지만 B 씨가 이들이 연락을 주고받는 데 쓴 편지 10여 장을 검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9)의 탈주를 도운 친누나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김 전 회장의 탈옥 계획을 도운 혐의로 친누나 김모 씨에 대해 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회장은 함께 수감돼 있던 조직폭력배 A 씨에게 “탈주를 도우면 사례금으로 20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A 씨가 이에 응하자 김 씨가 A 씨의 지인 B 씨에게 대포폰 비용 명목으로 먼저 1000만 원을 전달했다. 하지만 대포폰이 김 전 회장 탈주 계획에 쓰인다는 걸 알게 된 B 씨가 검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과 김 씨 등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소통했다고 한다. B 씨는 신고 과정에서 해당 편지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김 전 회장이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가거나,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때 탈주하려는 계획을 세운 사실을 파악하고 관계기관에 이를 알렸다. 김 전 회장은 서울남부지검 구치감(수감자가 조사를 위해 대기하는 장소) 비밀번호까지 알아내려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시간대별로 도주 동선을 작성하고 구치소 등 건물의 도면까지 그려넣은 탈주 시나리오 문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김 씨는 앞서 김 전 회장의 두 차례 도주 과정에도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 기간 중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을 당시 미국에 체류하던 김 씨는 김 전 회장과 지인들이 텔레그램 등으로 연락할 수 있게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국에 귀국한 김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근 세 번째 도주 시도에도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구속 수사 방침을 정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이제 로스쿨이 우수한 대학생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어요.” 4일 수도권 대학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관계자는 “최근 인문계뿐 아니라 이공계 학생들까지 대거 로스쿨 시험 준비에 뛰어들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에 따르면 올해 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지원자는 1만7360명으로 지난해(1만4620명)보다 18.7%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는 5년 전과 비교하면 65%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응시율이 90% 안팎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23일 치러지는 리트 응시자 수도 1만5000명 안팎으로 지난해(1만3193명)보다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트 응시자가 늘어난 것을 두고 최근 낮은 급여 등을 이유로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식자 대학생들이 로스쿨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기가 둔화되면서 직장인 중에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로스쿨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공무원은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인기가 높았지만 고물가 상황에서 낮은 급여와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에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게 된 것”이라며 “고용 불안을 겪지 않는 동시에 높은 연봉을 받길 원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전문직이 되기 위해 로스쿨로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트’ 지원 19% 늘어 1만7360명행정고시 응시자는 2년새 25% 줄어“장래 불안” 직장인도 퇴근후 열공 “물가는 높아지고 경기는 둔화되니 불안감이 커지더라고요. 시험에 투자한 시간과 공무원으로 일하며 받는 월급을 비교해 보니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학원가에서 만난 조모 씨(26)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조 씨는 “올해까지 3년 동안 준비해 온 국가공무원 5급 행정직 공채(행정고시) 준비를 그만두고 로스쿨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불안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선 공무원증보다 전문직 자격증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리트 지원자 5년 만에 65% 늘어 리트 응시자 수는 매년 늘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로스쿨 정원이 2100명가량으로 고정돼 있는데 응시자 수가 늘면서 경쟁률도 매년 높아져 지난해는 응시자 중 합격률이 17%까지 떨어졌다. 응시자가 늘어난 것은 인문계와 이공계 학생, 대학생과 공시생, 직장인 등을 가리지 않고 로스쿨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무원에 대한 선호가 줄면서 행정고시나 7급 공무원 공채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 등을 준비했던 공시생들이 로스쿨 시험 준비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매년 1만 명대를 기록했던 행정고시 응시자 수는 2021년 1만2038명, 지난해 1만495명에 이어 올해 9044명까지 줄며 2년 만에 25% 가까이 감소했다. 광주에서 2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박모 씨(28)는 지난달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로스쿨 입시 전문 학원에 등록했다. 박 씨는 “올해부터 지방 로스쿨은 15%를 지역 인재로 뽑는 만큼 단기간 바짝 공부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로스쿨을 나온 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서울에서든 지방에서든 일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무원 정원을 늘리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중앙 부처 상당수가 세종시 등 비수도권에 자리 잡은 것도 우수 인재의 공직 지원이 줄어드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 리트 시험 준비를 시작한 최모 씨(31)는 “학원비, 교재비에 월 200만 원을 쓰는데 이렇게 어렵게 합격하더라도 공무원 월급이 200만, 300만 원 남짓이라는 걸 생각하니 대안이 필요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퇴근 후 스터디 모임”최근 물가가 높아지고 경기가 둔화되면서 퇴근 후 스터디모임을 꾸려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올 1월부터 직장인 3명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주 2회 리트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다는 박모 씨(30)는 “암기 과목도 행정고시만큼 많지 않고 문제 유형만 익히면 상대적으로 합격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퇴근 후 시간을 따로 내서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불안정한 직장 생활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직 자격증을 따 노후에 대비하려 한다”고 했다. 학원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전문직 자격증으로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로스쿨 정원과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1700명가량)는 늘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로스쿨 준비를 하는 게 답이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로스쿨에 합격하더라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들이 다 한다고 로스쿨을 준비하기 전에 본인의 적성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제 로스쿨이 우수한 대학생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어요.” 4일 수도권 대학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관계자는 “최근 인문계 뿐 아니라 이공계 학생들까지 대거 로스쿨 시험 준비에 뛰어들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에 따르면 올해 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에 응시한 지원자는 1만7360명으로 지난해(1만4620명)보다 18.7%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는 5년 전과 비교하면 65%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응시율이 90% 안팎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23일 치러지는 리트 응시자 수도 1만5000명을 늘어 지난해(1만3193명)보다 많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트 응시자가 늘어난 것을 두고 최근 낮은 급여 등을 이유로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식자 대학생들이 로스쿨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기가 둔화되면서 직장인 중에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로스쿨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공무원은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인기가 높았지만 고물가 상황에서 낮은 급여와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에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게 된 것”이라며 “고용 불안을 겪지 않는 동시에 높은 연봉을 받길 원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전문직이 되기 위해 로스쿨로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는 높아지고 경기는 둔화되니 불안감이 커지더라고요. 시험에 투자한 시간과 공무원으로 일하며 받는 월급을 비교해 보니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학원가에서 만난 조모 씨(26)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조 씨는 “올해까지 3년 동안 준비해온 국가공무원 5급 행정직 공채(행정고시) 준비를 그만두고 로스쿨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불안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선 공무원증보다 전문직 자격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리트 지원자 5년 만에 65% 늘어 리트 응시자 수는 매년 늘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로스쿨 정원이 2100명 가량으로 고정돼 있는데 응시자 수가 늘면서 경쟁률도 매년 높아져 지난해는 응시자 중 합격률이 17%까지 떨어졌다. 응시자가 늘어난 것은 인문계와 이공계 학생, 대학생과 공시생, 직장인 등을 가리지 않고 로스쿨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무원에 대한 선호가 줄면서 행정고시나 7급 공무원 공채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 등을 준비했던 공시생들이 로스쿨 시험 준비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매년 1만 명대를 기록했던 행정고시 응시자 수는 2021년 1만2038명, 지난해 1만495명에 이어 올해 9044명까지 줄며 2년 만에 25%가까이 감소했다. 광주에서 2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박모 씨(28)는 지난달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로스쿨 입시 전문 학원에 등록했다. 박 씨는 “올해부터 지방 로스쿨은 15%를 지역 인재로 뽑는 만큼 단기간 바짝 공부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로스쿨을 나온 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서울에서든 지방에서든 일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무원 정원을 늘리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중앙 부처 상당수가 세종시 등 비수도권에 자리잡은 것도 우수 인재의 공직 지원이 줄어드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 리트 시험 준비를 시작한 최모 씨(31)는 “학원비, 교재비에 월 200만 원을 쓰는데 이렇게 어렵게 합격하더라도 공무원 월급이 200만, 300만 원 남짓이라는 걸 생각하니 대안이 필요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퇴근 후 스터디 모임” 최근 물가가 높아지고 경기가 둔화되면서 퇴근 후 스터디모임을 꾸려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올 1월부터 직장인 3명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주 2회 리트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다는 박모 씨(30)는 “암기 과목도 행정고시만큼 많지 않고 문제 유형만 익히면 상대적으로 합격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퇴근 후 시간을 따로 내서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불안정한 직장 생활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직 자격증을 따 노후에 대비하려 한다”고 했다. 학원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전문직 자격증으로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리트 학원 관계자는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면서 학원에 등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로스쿨 경쟁률이 높아지자 대학교 2, 3학년부터 리트를 준비하는 대학생들도 있어 수요는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로스쿨 정원과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1700명 가량)는 안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작정 로스쿨 준비를 하는 게 답이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로스쿨에 합격하더라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들이 다 한다고 로스쿨을 준비하기 전에 본인의 적성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지금 한 상자라도 사놔야 합니다. 두 달 후 계도 기간 끝나면 예전에 진료를 받았던 분들만 처방 받아 약(식욕억제제)을 살 수 있거든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가 50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 양모 씨는 자신의 SNS 계정에서 30포에 22만9000원인 한방 식욕억제제 상품을 홍보하며 이 같은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지금 미리 사놔야 하는 거죠” 등의 문의 댓글이 40개 이상 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가 지난달 1일부터 다시 제한됐다. 다만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처벌을 3개월 유예했는데, 이 계도 기간을 이용해 불필요한 진료나 처방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1년 치 처방 받으세요” 지난달 1일부터는 만성질환자 등을 제외하면 초진 비대면 진료가 금지됐다. 또 재진 비대면 진료인 경우에도 90일 치 이상은 약을 처방할 수 없게 됐다. 병원이 비대면 진료만 하는 걸 막기 위해 월 전체 진료의 30% 이내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양 씨 같은 인플루언서들은 8월 말까지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필요 없는 초진과 처방을 유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료계 관계자는 “만성질환자가 아니면 초진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진료를 받을 때만 재진으로 인정된다. 지금 진료를 받으면 계도 기간 후 재진을 받을 수 없는데 이런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나 한의사 중에서도 다이어트약이나 탈모약 등에 대해 과잉 처방을 유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대면 진료를 통해 2주 전 탈모약을 구매했다는 박모 씨(48)는 “초진이었지만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년 치 탈모약을 샀다”며 “원래 3개월 치를 사려고 했는데 의사가 ‘집이 멀어 자주 못 오지 않느냐. 계도 기간이니 1년 치를 한꺼번에 구매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3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5곳을 확인해 본 결과 절반 이상의 의사가 탈모약이나 다이어트약에 대해 “6개월∼1년 치 처방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중대 위법 행위는 경찰 수사 의뢰” 코로나19 확산 기간에는 전체 진료 건수 중 비대면 진료에 대해 별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병원이 비대면 진료만 하면서 인근 주민에게 의료 서비스를 소홀히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전체 진료의 30% 내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하게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계도 기간이라는 점을 이용해 일부 의사는 대면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 SNS에 올린 한약 광고를 통해 접촉한 한의원 관계자는 “현재 대면 진료는 불가능하고 온라인으로만 처방을 해준다”며 “비대면 진료를 받으면 한약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약을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계도 기간을 악용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복지부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기관과 협업해 비대면 진료 관련 위법 사항과 불법 광고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계도 기간이라고 해도 마약류나 오남용이 우려되는 의약품을 비대면으로 처방하는 등 중대한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경찰 수사까지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은 3년 만에 30% 올랐는데 손님은 같은 기간에 절반 이하가 됐어요. 문을 열수록 적자라 예약제로 바꿨어요.” 서울 중랑구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김혜경 씨(47)는 최근 가게를 예약제로 변경했다.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손님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며 “폐업하려 해도 3000만 원 이상 든다고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었던 키즈카페 중 상당수가 엔데믹 후에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물가가 오른 동시에 3년간 누적된 저출산의 여파가 한꺼번에 덮친 탓이다. 전국에서 키즈카페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3년 만에 키즈카페 3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취 감춘 단체 손님, 공간 대여 등 자구책 마련 키즈카페 운영자들은 주 수입원이었던 ‘단체 손님’이 돌아오지 않는 게 제일 문제라고 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한 어린이집에서 원생이 5명밖에 없다면서 15명부터 가능한 단체 할인을 해달라고 하더라. 얼마나 힘들까 싶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해 줬는데 요즘 15명 이상 단체가 씨가 말랐다”고 하소연했다. 엔데믹 이후에도 손님이 돌아오지 않는 건 영유아 인구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전국 0∼7세 인구는 3년 만에 336만1576명에서 263만139명으로 21.8% 줄었다. 부산의 경우 영유아 인구가 같은 기간 22.7% 감소했다. 여기다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운영 부담이 더해진 탓에 상시 운영을 폐지하고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일부는 생일파티나 기념일을 위한 공간 대여 사업으로 활로를 찾기도 한다. 경북 칠곡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이지영 씨(38)는 “현재는 키즈카페 운영보다 공간 대여를 더 많이 해주면서 매출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4월 출생아 처음 2만 명 아래로전국에서 키즈카페가 가장 많은 광역지자체인 경기도의 경우 2019년까지 키즈카페가 꾸준히 증가하다 2019년 512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345곳으로 3분의 1가량이나 줄었다. 문제는 저출산 상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뚜렷한 해법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4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4월 출생아 수가 처음 1만 명대로 떨어지면서 인구가 42개월째 자연 감소했다. 4월 출생아 수가 2만 명보다 적은 것은 월간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고정적으로 오는 단골손님은 코로나19 이전의 절반에 불과하다. 일반 평일 손님은 70%나 줄었다”며 “폐업밖에 답이 없나 싶어 막막하다”고 했다. 양기정 한국키즈카페협회장은 “최근 공공 키즈카페까지 늘며 안 그래도 영업이 어려운 민간 키즈카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민간 키즈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발행하는 등 공공과 민간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은 3년 만에 30% 올랐는데 손님은 같은 기간에 절반 이하가 됐어요. 문을 열수록 적자라 예약제로 바꿨어요.” 서울 중랑구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김혜경 씨(47)는 최근 가게를 예약제로 변경했다.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손님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며 “폐업하려 해도 3000만 원 이상 든다고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었던 키즈카페 중 상당수가 엔데믹 후에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물가가 오른 동시에 3년간 누적된 저출산의 여파가 한꺼번에 덮친 탓이다. 전국에서 키즈카페 등이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3년 만에 키즈카페 3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취 감춘 단체 손님, 공간 대여 등 자구책 마련키즈카페 운영자들은 주 수입원이었던 ‘단체 손님’이 돌아오지 않는 게 제일 문제라고 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한 어린이집에서 원생이 5명밖에 없다면서 15명부터 가능한 단체 할인을 해 달라고 하더라. 얼마나 힘들까 싶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해 줬는데 요즘 15명 이상 단체가 씨가 말랐다”고 하소연했다. 엔데믹 이후에도 손님이 돌아오지 않는 건 영유아 인구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전국 0~7세 인구는 3년 만에 336만1576명에서 263만139명으로 21.8% 줄었다. 부산의 경우 영유아 인구가 같은 기간 22.7% 감소했다. 여기다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운영 부담이 더해진 탓에 상시 운영을 폐지하고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일부는 생일파티나 기념일을 위한 공간 대여 사업으로 활로를 찾기도 한다. 경북 칠곡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이지영 씨(38)는 “현재는 키즈카페 운영보다 공간 대여를 더 많이 해주면서 매출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4월 출생아 처음 2만 명 아래로전국에서 키즈카페가 가장 많은 광역지자체인 경기도의 경우 2019년까지 키즈카페가 꾸준히 증가하다 2019년 512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345곳으로 3분의 1가량이나 줄었다. 문제는 저출산 상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뚜렷한 해법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4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4월 출생아 수가 처음 1만 명대로 떨어지면서 인구가 42개월째 자연 감소했다. 4월 출생아 수가 2만 명보다 적은 것은 월간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고정적으로 오는 단골손님은 코로나19 이전의 절반에 불과하다. 일반 평일 손님은 70%나 줄었다”며 “폐업밖에 답이 없나 싶어 막막하다”고 했다. 양기정 한국키즈카페협회장은 “최근 공공 키즈카페까지 늘며 안 그래도 영업이 어려운 민간 키즈카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민간 키즈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발행하는 등 공공과 민간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28일 0시부터 가게에서 술 마시는 2004년생 중 생일이 지나지 않은 손님은 쫓아내야 하나요?” 서울 강남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장모 씨(49)는 28일부터 시행되는 ‘만 나이’ 통일법이 이해가 잘 안 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른 주점 사장 민모 씨(51)도 “앞으로 손님들 생일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계산해야 하는 거냐”고 걱정했다. 이처럼 28일 만 나이 통일법 시행 이후 익숙지 않은 나이 계산법 때문에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8일부터 공식 나이는 모두 만 나이 계산법으로 통일된다. 지금까지는 선거권 부여, 연금 수령, 정년, 경로 우대, 보험 적용 등에서 만 나이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런데 앞으로는 공식 나이 표기 등도 모두 만 나이로 계산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주류 및 담배 구입이나 병역검사, 초등학교 입학 등은 여전히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연 나이’ 기준이 통용된다. 이 때문에 술을 팔면서 생일까지는 계산을 안 해도 되지만 주점이나 편의점 주인 중에는 이 같은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부모들은 아이들 사이에서 시비가 발생할까 봐 걱정이다. 학부모 이모 씨(41)는 “놀이터만 가도 한 살 차이로 텃세 부리는 아이들이 많은데 학급 내에서 나이로 서열이 생길까 싶어 걱정”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 정모 씨(28)는 “실제로 아이들 사이에선 ‘이제 내가 형이다’ 등의 장난이 이어지고 있는데 자칫 시비로 번질까 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곽민수 씨(38)는 “아이들이 특히 나이에 민감한데 나이가 적어진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9일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 권모 씨(28)는 “자기 소개할 때 몇 살이라고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만 나이로 얘기하면 실제보다 어리게 볼까 봐, 원래 나이로 소개하면 ‘나이 계산 원칙이 바뀐 걸 모르느냐’는 말을 들을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1963년생 주부 박모 씨는 26일로 환갑을 맞아 다음 달 1일 가족들과 식사하려고 했다가 취소 여부를 고민 중이다. 박 씨는 “만 나이로 환갑을 따지면 내년이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에 가족과 상의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올해 생일이 지나지 않은 경우 두 살이 어려진다는 점 때문에 만 나이 통일법을 반기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정희연 씨(29)는 “생일이 12월이다 보니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두 살이 돼 억울했는데 이제야 진짜 내 나이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만나이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나이를 적용하되, 생일이 지나지 않았을 때는 한 살을 더 빼는 방식.연 나이생일과 관계 없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서 계산하는 방식.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