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70

추천

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5-11-29~2025-12-29
문화 일반52%
문학/출판23%
연극13%
교육3%
무용3%
산업3%
학술3%
  •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에 도전하세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정보원이 주관하는 제5회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가 다음 달 15일까지 열린다. 이 대회는 문화예술, 도서, 관광, 체육 등 8개 분야의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었다. 공모 분야는 제품 개발과 아이디어 등 2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공모 범위는 웹이나 앱 혹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 시나리오, 영상 등으로 다양하다. 문화데이터와 교육, 교통, 과학 등을 연계한 융·복합 서비스도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상금을 수여한다. 우수한 아이디어나 제품은 ‘문화데이터 활용기업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경진대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선현문화나눔협회, 문화소외계층 등 1500여 명 초청 음악회 개최

    선현문화나눔협회가 ‘제1회 선현문화나눔 음악회’를 29일 오후 8시 서울 영등포구 KBS홀에서 개최한다. 뮤지컬 배우 신영숙, 가수 정기고, 바리톤 정경 등이 출연해 클래식, 뮤지컬, 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이날 행사에는 문화소외계층 등 1500여 명을 초청한다. 지난해 설립된 선현문화나눔협회는 신년음악회, 뮤지컬 공연 등을 통해 문화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26
    • 좋아요
    • 코멘트
  • [종이비행기]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연극 중간에 나가면 다시 못 들어오니?”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20대 남성이 옆자리 여성에게 물었다. 여성은 “인터미션 없이 100분 동안 진행되니까 화장실은 미리 다녀오시는 게 좋다”라고 답했다. 둘 사이에는 조심스러운 기운이 감돌았다.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 같다고 할까. 연인이 공연을 함께 보는 건 조금 더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다. 다닥다닥 붙은 소극장 의자에 나란히 앉아 숨소리까지 들리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다 보면 친밀함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시민의 삶을 따뜻하게 그린 창작뮤지컬 ‘빨래’는 연인과 보기 좋은 작품이다. 첫사랑을 찾아다니는 창작뮤지컬 ‘김종욱 찾기’도 깜찍하다. 마음껏 웃으며 ‘무장해제’되고 싶다면 코믹 연극 ‘라이어’가 제격이다. 올해는 ‘라이어’ 20주년을 맞아 이종혁 안내상 우현 등 작품을 거쳐 간 배우들이 출연하는 ‘스페셜 라이어’가 공연 중이다. 소극장에서 공연 보기. 데이트 코스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무대에 서니 부자된 것 같고 살아있는 느낌”

    지난해 초연된 연극 ‘킬 미 나우’를 네 번 봤다. 볼 때마다 다른 대사, 다른 감정이 훅훅 들어왔다. 그 무대에 서길 소망했는데, 올해 꿈이 이뤄져 얼떨떨하고 설렌단다. 연기 경력 20년이 훌쩍 넘은 배우 신은정 씨(43)의 이야기다. 드라마 ‘미생’에서 워킹맘 ‘선 차장’으로 열연했던 그는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인 ‘킬 미…’를 통해 처음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8일 만난 그는 살짝 상기된 얼굴이었다. 그는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 것 같고,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신 씨는 ‘킬 미…’에서 중증 장애가 있는 아들 조이(윤나무, 신성민)를 돌보느라 자기 삶을 포기한 제이크(이석준, 이승준)를 위로하고 아픔을 나누는 로빈 역을 맡았다. 로빈에게는 남편과 아들이 있지만 너무나 멀고 차가운 존재들이다. 한데 제이크마저 병으로 몸이 서서히 마비된다. 어마어마한 통증이 덮쳐 오자 제이크는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 신 씨는 제이크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면서도 외로움이 묻어나는 로빈 역을 매끄럽게 소화하고 있다. “공연을 할 때마다 눈물이 나요.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무뎌져야 하는데, 갈수록 헤어나기가 쉽지 않네요. 동료 배우들도 같은 말을 해요.” 공연이 중반을 넘어가면 객석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촉망받는 작가였던 제이크가 쓴 책을 조이에게 읽어주는 장면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고 했다. “책 서문이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다’로 시작해요. 실제 아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것이기에 그 의미가 절절하게 다가와요.” 남편인 배우 박성웅 씨(44)도 지난달 막을 내린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냉철한 경호원 프랭크 파머 역으로 처음 무대 연기에 도전해 호평을 받았다. 박 씨는 공연을 앞두고 긴장한 그에게 “하다 보면 좋아질 거야”라고 응원했다. 그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역적’에서 홍길동의 어머니 역을 맡았고, 최근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 역을 하는 등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단아한 아내부터 표독스러운 악녀까지 자유자재로 연기한다. “악역을 할 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반응이 참 재미있어요. 강인한 역할은 물론이고 진상 부리는 역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할머니 분장이 필요 없을 때까지 연기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아요.(웃음)” 7월 16일까지. 2만∼5만 원. 02-766-6007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송시현 “헤이그 특사들의 먹먹한 이야기에 이틀 밤새웠어요”

    “곡을 쓰려니 미칠 것 같았어요. 이틀 동안 밥도 못 먹고 잠을 못 잔 적도 있어요.” 작곡가 송시현 씨(52)는 헤이그 특사를 소재로 만든 창작뮤지컬 ‘밀사: 숨겨진 뜻’의 음악을 작곡하면서 가슴앓이를 심하게 했다. 특사들의 삶에 가슴이 먹먹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밀사’는 고종의 명을 받아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알리기 위해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파견된 특사 이준, 이상설, 이위종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그중 이위종의 삶에 초점을 맞췄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이가 성장통을 겪으며 애국지사로 변모하는 것으로 그렸다. 이위종은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7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수재였다. 만국평화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특사들이 각국 기자들에게 조선의 비통한 현실을 절절히 알릴 수 있었던 데는 이위종의 역할이 컸다. “특사가 된 후 종신형을 선고받아 해외를 떠돌며 독립군, 러시아 장교로 활약했지만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모른다는 게 참 안타까웠어요. 그분의 꿈을 반드시 작품으로 남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송 씨는 가수 이선희가 부른 ‘한바탕 웃음으로’,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나 항상 그대를’ 등을 만든 스타 작곡가. 극본을 쓴 오세혁 씨는 “송시현 작곡가를 믿었기에 쓰고 싶은 대로 다 썼다”고 말했다. 송 씨는 “곡을 쓰기에는 가사가 너무 어려워 처음에는 오세혁 씨가 진짜 미웠다”며 웃었다. 하지만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밀사’의 음악은 국악의 느낌을 더한 클래식과 발라드, 슬라브 포크, 록 등이 어우러져 애잔하면서도 웅장하다. ‘반짝이는 것’, ‘우리는 춤을 춘다’는 멜로디가 귀에 꽂히며 여운이 오래 남는다. 중학생 때부터 홀로 작곡을 한 송 씨는 가요와 뮤지컬 넘버 등 지금까지 4000여 곡을 만들었다. 2001년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시작으로 ‘들풀의 노래’ ‘청년 장준하’ 등 70여 개의 뮤지컬 곡을 썼다. 연출가로 참여한 뮤지컬도 20여 개나 된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매거진 ‘송시현의 월간 꿈결 같은 세상’을 통해 음원을 꾸준히 선보였다. 그는 이야기를 듣거나 만들어 보면 악상이 떠오른다. 그래서 매일 영화를 한 편 이상 보려 애쓴다. “5·18민주화운동을 생각하며 ‘한바탕 웃음으로’를 만들었어요. ‘사랑이 지는 이 자리’는 헤어지는 남녀가 벤치에 앉아 어떤 대화를 할까 상상하며 썼고요.” 그의 꿈은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것. 지난해 콘서트를 여는 등 가수로도 계속 활동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뮤지컬 배우에도 도전해 보고 싶단다. 그는 “지금까지 쓴 4000여 곡 중 10여 곡을 히트시켰으니까 타율이 진짜 낮은 것”이라며 “그러니 쓰고 또 써야 한다”며 시원하게 웃었다. 6월 11일까지. 2만∼5만 원. 02-399-1772∼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묵화 느낌 물씬… 한복 입은 ‘로미오와 줄리엣’ 온다

    한국적 색채가 듬뿍 묻어나는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온다. 오태석 극작가 겸 연출가(77)가 각색하고 연출한 이 작품은 25일부터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올해는 그가 등단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1995년 초연한 그의 ‘로미오…’는 우리말의 운율을 살린 노래 같은 대사에 청사초롱, 풍물, 한국적 몸짓 등을 더해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을 한국적인 미학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작과 달리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고 난 뒤에도 두 집안이 화해하지 않고 더 큰 원한에 휩싸이며 칼부림을 벌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은 영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무대는 이전보다 더 단순해지고 수묵화 같은 느낌이 강조됐다. 오 씨는 “대사를 구어체로 더 간결하게 표현했다. 기와도 청색에서 검은색으로 바꾸고 의상은 하얀 모시를 많이 사용해 한 폭의 동양화처럼 그렸다”고 말했다. 주렁주렁 많았던 장식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손질했다는 것. 배우들의 움직임은 더 밝아지고 역동성이 강화됐다. 그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자는 생각에 이 작품을 다시 올린다고 했다. “‘로미오…’에서는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싸우다 젊은이들이 줄줄이 죽어 나가잖아요.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분단 상황은 70년이 흘러도 변함이 없고, 한국 내부도 분열되고 서로 반목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는 걸 막아버리는 사회 구조가 너무나 안타까워요.” 그는 작품을 통해 우리 민족이 환하고 은근한 아름다움과 힘을 가졌다는 점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신호 정지영 정진각 송영광 등 출연. 25일∼6월 18일. 2만∼3만 원. 1644-200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예술가 탄압 예상… 시간 빨리 가길 기다렸을 뿐”

    “그런 일이 있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에 당황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내가 당사자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17일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만난 박근형 연출가(54)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공연계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고초를 겪은 대표적 인물이다. 이곳에서는 그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재공연되고 있다. ‘모든…’은 2016년 한국의 한 부대에서 탈영한 병사, 1945년 자살특공대를 선택한 조선인 가미카제, 2004년 이라크 무장단체에 살해된 한국인, 2010년 백령도 초계함에서 숨진 해군의 이야기가 팽팽하고 밀도 있게 교차된다. 지난해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시청각디자인상 수상작이다. 박 연출가는 201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연극 ‘개구리’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각종 지원에서 배제됐다. ‘모든…’은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작품에 선정됐지만 예술위의 강요로 그는 지원포기서를 써야만 했다. “많은 사람이 힘든 시기를 보냈고, 저도 그중 한 사람일 뿐입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진 않았어요.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렸습니다.” 그는 ‘개구리’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 일을 사실대로 쓴 것이라고 했다. 대사가 거칠고 너무 노골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나는 ‘날것’ 그대로를 무대에 많이 올렸다”고 답했다. ‘개구리’를 재공연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작품의 유명세에 편승하고 싶지 않습니다. 능력이 부족해 내가 말하려는 바를 흡족하게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모든…’이 군인을 희화화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군대 시스템은 개선할 점이 있지만 우리를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군인은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런 군인을 희화화했다면 못된 짓이죠.” 실제 이 작품은 국가, 전쟁, 군대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스러져간 개인을 한 명 한 명 비추며 이들도 사연이 있고, 삶을 이어가려는 열망이 강한 존재였음을 웅변한다. “가미카제가 돼 야스쿠니신사에 묻힌 조선인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가슴이 아팠어요. 자발적인 선택일 수도 있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 사정이 있었겠죠.”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군대와 관련된 비극적인 상황을 스케치하듯 보여주고 싶었단다. “분단과 약소국의 설움 등 현재 진행형인 문제를 생각해 보자는 취지였어요. 동시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버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게 연극이니까요. 감히 희망은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시대적으로 후퇴한 한국 사회가 다시 첫발을 내디디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이유를 찾기 위해 마당을 하나하나 쓸며 비질하는 마음으로 걸어 나갈 겁니다. 관객을 즐겁게 만들 일도 찾을 거고요.” 공연은 6월 4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16, 17일)과 성남아트센터(22∼24일)에서도 공연된다. 3만 원. 02-758-2150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윤택 “철저히 아웃사이더로 지낼 것… 文정부, 문화 르네상스 꽃피우길”

    “2012년 대선에서 떨어진 후 만났을 때 ‘내가 진영 논리에 갇혔다’고 하더군요. 패배한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어서 두 번 실수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죠.”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동창인 이윤택 연출가(65)는 ‘친구 문재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이 연출가를 만났다. 요즘 경남 밀양연극촌과 부산에서 주로 머무는 그는 국제극예술협회(ITI) 특별상 수상을 위해 이날 서울에 왔다. 문 대통령과 그는 고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이 인연으로 이 연출가는 2012년 대선 때 찬조 연설을 했다. 문 후보가 소풍 갈 때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고 간 이야기, 연극표 100장을 팔아 달라고 부탁하면 대개 표값 100만 원을 주는데, 문 후보는 64만 원을 입금하고 손때가 묻어 새카매진 표 36장을 돌려준 이야기를 했다. 일일이 표를 팔고 다닌 것. 문 후보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한 이 연설은 화제가 됐다. 이 연출가는 대선 패배 뒤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윤택아, 니 말 참 잘하데. 니가 대통령 나왔으면 될 뻔했다.” “아이다, 재인아. 말 잘 못해도 인품이 묻어나면 그기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데이.” 결국 이 연출가는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정부 지원금 대부분이 끊겼다. 그는 “시대적 압력을 견뎌야 하는 지식인으로서 영광스러운 수모라 여겨 달게 받아들였다”며 껄껄 웃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진 뒤 이 연출가는 “이제 괜찮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문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사실 학창 시절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반에서 1, 2등을 했고 사회철학적인 모임에 참여했어요. 난 ‘소신 있게’ 공부 안 한 악동인 데다 합창, 문예반을 했죠.” ‘노는 물’이 달라 딱히 학창 시절 추억이랄 것은 없다는 게 이 연출가의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 대통령은 입학할 때 입던 교복을 3학년까지 내내 입어서 소매가 껑충 짧아진 채 반들반들 닳아 있었다. 배를 곯아서 얼굴이 부르튼 미소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연출가는 부산에서 연극을 시작한 후 당시 ‘문변’을 몇 번 찾아갔다. “1987년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다가 경찰이 무허가로 운영하던 소극장을 헐어버리겠다고 해서 법적 자문을 받았어요. 물론 자문료는 못 줬고요.” 그는 새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면 집중적으로 더 투자해 고정 레퍼토리로 축적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일자리 창출을 경제 영역뿐 아니라 문화에도 적용시켜야죠. 이를 위해 문화예술인에게 의료, 교육, 생계지원 등 보편적 복지를 시행해야 합니다.” 그는 또 대통령은 인간과 사회에 대해 통찰하고,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며 미래를 제시하는 철학적 사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 예술의 르네상스가 꽃을 피워야 정권의 정당성도 완성됩니다. 조선의 세종과 영·정조, 영국 엘리자베스 1세 때가 그랬어요.” 문화계 일각에서는 이 연출가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부 요직을 맡지 않을까 하는 얘기도 나온다. “나 말고도 장관 할 사람은 많다”는 게 그의 말이다. “내가 자리 맡으면 비선 실세가 되고 나중에 전부 감옥 가요.(웃음) 문 대통령은 동창이 청와대를 찾아가도 의자 돌리는 사람인데, 저를 시켜줄 리도 없고요. 내 별명이 ‘문화 게릴라’ 아닙니까. 부산에서 후배 양성하며 철저히 아웃사이더로 지낼 겁니다. 하하.”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9년째 엄마와 딸… 무대에서 친모녀처럼 호흡 척척

    “내 품에 쏘옥 안기고 호흡도 척척 맞고…. 딸 역할로 미선이만 한 배우는 없을 거예요.”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19일 막이 오르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에서 엄마로 무대에 서는 강부자 씨(76)는 전미선 씨(47)를 바라보며 싱긋이 웃었다. 8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 씨는 “지금도 하루에 하나씩 강 선생님에게 배우고 있다”며 수줍게 말했다. 이들은 2009년 초연 때부터 이 작품을 함께 했다. ‘친정 엄마…’는 전국 곳곳은 물론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등 국내외에서 700회 이상 공연되며 누적 관객 62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에 사는 깍쟁이 딸 미영은 연락도 없이 시골 친정을 찾고,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며 궁상맞게 사는 엄마의 모습에 화를 낸다. 미영이 암에 걸린 사실을 털어놓으며 모녀는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강 씨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낸 것이 이 작품이 지닌 힘”이라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공연을 하며 크고 작은 사건도 많았다. 시골 극장에서 공연할 때는 길고양이가 무대에 올라왔다. “미선이가 고양이를 무서워하는데, 다행히 고양이가 ‘야옹’ 소리도 안 내고 사라져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관객들은 눈치를 못 챘고요.”(강 씨) 세트가 바뀌어 부엌에 문턱이 생겼는데, 강 씨가 이에 걸려 넘어져 들고 나오던 밥상을 엎은 적도 있었다. 두 사람은 공연의 일부인 것처럼 “이걸 어째!”라고 외치며 음식을 주워 담은 후 연기를 이어갔다. 전 씨의 아들이 일곱 살 때 공연을 보러 와서 엄마가 실제로 죽는 줄 알고 엉엉 울며 통곡하기도 했다. “어떻게 감정을 표현할지 고민될 때 선생님에게 여쭤보는데, 한 줄만 읽어주셔도 답이 나와요. 지금까지의 경험을 녹여서 이번에는 더 잘 표현해야 할 텐데요.”(전 씨) 이 말을 들은 강 씨는 “지금까지 했던 대로만 하면 돼”라며 다독였다. 두 사람은 무뚝뚝한 성격이어서 가족에게 사랑을 많이 표현하지 못하지만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를 전달한다고 했다. 강 씨는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는 물론 뮤지컬, 오페라 등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년의 사랑 이야기도 좋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캣츠’, ‘맘마미아’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어요. 가슴에서 불덩이가 활활 타고 있거든요.”(웃음) 전 씨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히길 소망했다. “발랄한 역할, 무거운 역할 등을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계속 배워서 선생님처럼 넓고 큰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전 씨) 19∼28일. 5만5000∼7만7000원. 02-542-414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 가곡의 원류 한권의 책으로 집대성

    ‘동무생각’ ‘희망의 나라로’ ‘선구자’ 등 한국 유명 가곡의 원류를 찾아 정리한 책이 나왔다. CBS 사장을 지낸 이정식 서울문화사 사장이 최근 출간한 ‘가곡의 탄생’(반딧불이·사진)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작곡가, 작사가의 삶을 살펴보고 독도, 대구와 중국 지린(吉林) 성 룽징(龍井), 일본 교토 등 국내외 곳곳을 답사하며 가곡이 태어난 배경과 의미를 짚었다. ‘선구자’에 나오는 룽징의 ‘일송정’, ‘해란강’, ‘용두레 우물가’ 등 노래의 배경이 된 곳과 노래비를 촬영한 사진도 책에 실려 있다. ‘동무생각’은 작곡가 박태준이 짝사랑하던 여학생에 대한 마음을 시인 이은상에게 이야기해 가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홀로 아리랑’을 작사·작곡한 한돌은 함경도 피란민의 아들로,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뗏목 탐사를 하고 독도를 바라보며 오랜 시간 공들인 끝에 곡을 만들어냈다. 부록으로 작곡가 이안삼 인터뷰, 작곡가 김효근의 감성콘서트 등을 실었다. 가곡이 태어난 과정과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면 가곡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앞서 저자는 2011년 가곡 에세이 ‘사랑의 시, 이별의 노래’를 펴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종이비행기]할아버지, 오르페우스가 되세요

    “마누라가 탔는지 안 탔는지 확인도 안 하고 가버리네요.” 한산한 휴일 전철에서 할머니의 숨찬 목소리가 들렸다. 옆자리에는 할아버지가 멋쩍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훌쩍 앞서 걸어가던 할아버지가 전철에 먼저 탄 모양이다. 무릎이 좋지 않은지 뒤처져 걷던 할머니는 문이 닫히기 전 급히 뛰어 가까스로 올라탔다. “마누라 버리고 가도 모르겠다”는 할머니의 타박이 이어졌다. 할아버지는 “당연히 탄 줄 알았지…” 하며 연신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 오르페우스는 저승에서 아내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나올 때 절대 뒤를 봐서는 안 됐지만 초조한 마음에 고개를 돌렸다 아내를 영영 떠나보내야 했다. 오페라, 연극, 창극 등으로 끊임없이 변주되는 슬픈 사랑 이야기다. 걸음 빠른 할아버지들은 오르페우스가 되어도 좋다. 아니,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할머니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할아버지, 길 가실 때 자주 뒤돌아보면서 할머니가 어디쯤 있는지 확인하세요. 나란히 걸으시면 더 좋고요!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갈등과 상처… 아픔과 사랑… 공연으로 만나는 ‘가족’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을 주제로 한 공연이 속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잔잔한 작품부터 묵직하고 격정적인 작품까지 다양해서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가족’(14일까지)은 광복, 6·25전쟁 등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가족이 겪었던 갈등과 상처를 그린 작품이다. 자산가인 기철은 광복 후 정치에 뛰어들어 가산을 탕진하고, 장남인 종달은 아버지 기철의 과도한 기대에 짓눌려 간다. 점점 분열되는 종달의 내면과 파편화돼 가는 가족의 관계를 비추며 가족의 의미를 짚어낸다. 이기돈 김정호 박현미 등이 출연한다. 집을 나간 후 15년 만에 영정 사진으로 어머니를 만난 아들의 후회와 아픔을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그린 연극 ‘하늘로 가지 못한 선녀씨 이야기’(21일까지)도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하고 있다. 갖은 고생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는 자식들을 배에 품었던 순간, 자식들이 자라고 학교에 가는 모습을 지켜본 그 모든 순간이 봄날이었다고 말한다. 최수종 선우용여 윤해영 등이 무대에 오른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70대 전직 교사를 통해 가족간의 상처와 사랑을 담담하게 그린 연극 ‘사랑해요, 당신’(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은 중장년층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순재 장용 정영숙 오미연 등이 출연한다. 2009년 초연된 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친정엄마와 2박 3일’도 19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늘 바쁘고 연락도 자주 하지 않던 딸이 친정에 내려와 어머니에게 속마음을 하나씩 꺼내놓으며 서로 이해하고 화해한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강부자 전미선이 이번에도 엄마와 딸로 만났다. 9일 막이 오르는 연극 ‘둥지’(7월 9일까지 서울 대학로 굿씨어터)는 시골 마을에 사는 노부부가 미국으로 떠나게 된 손자를 붙잡기 위해 장가보내려 애쓰는 소동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린 작품이다. 김세동 유재일 김태리 김계선 등이 출연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수 션 “4남매와 함께 뛰고 구르며 어린이날 추억 만들어요”

    가수 션(45·사진)이 자녀들과 1.5km 마라톤, 보물찾기 등을 하며 어린이날을 보낸다. 션은 5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잔디광장에서 열리는 ‘킨더 플러스 스포츠 패밀리 런’에 자녀 4남매와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킨더 초콜릿, 페레로 로쉐 등을 만드는 이탈리아 제과전문업체 페레로 그룹의 아시아리미티드 한국지사가 마련한 것으로, 올해로 두 번째다. 션은 지난해에도 4남매를 모두 데리고 참가했다. 아이들과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션은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며 자라야 한다. 운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가 어렵지 않아 여섯 살 막내도 지난해 신나게 노는 등 아이들이 너무나 즐거워해 지인들에게도 많이 권했다. 여러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1.5km 마라톤 구간은 비눗방울을 지나가는 코스, 튜브 구멍 사이에 발을 넣은 후 뛰면서 장애물을 통과하는 코스 등 4가지로 구성됐다. 에어바운스, 트램펄린, 공굴리기 등도 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부모와 어린이를 합쳐 1500여 명이 참석한다. 어린이는 무료다. 션은 “어린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노는 기쁨을 맛보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그을린 사랑’ 중견 연극배우 이연규 씨 별세…향년 52세

    중견배우 이연규 씨가 암으로 투병하다 2일 별세했다. 향년 52세. 고려대 영어교육과를 나와 극단 실험극장에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고인은 호소력 있고 안정감 있는 연기로 무대를 꽉 채운 연기자였다. 고 김동현 연출가가 이끈 극단 코끼리만보에서 활동하며 ‘그을린 사랑’, ‘대학살의 신’ 등에 출연하며 완숙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암과 싸우면서도 무대를 떠나지 않은 고인은 “집에 있으면 환자지만 무대에 서면 배우가 된다. 내게 연기는 삶을 지속해나가는 방식이자 행복이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미련하다고 말할 정도로 꾸준히 연극인의 길을 걸어온 고인은 남편인 배삼식 극작가 겸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47)가 쓴 ‘먼 데서 오는 여자’로 2014년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았다. 기억을 잃은 아내 역을 맡은 고인은 발군의 연기력으로 작품 속 캐릭터를 제대로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시상식장에서 고인은 “축하해준 친구 중 한 명이 ‘그 상은 한 작품에서의 연기만 보고 준 게 아니라 5년, 10년 동안 쭉 지켜보다가 주는 상’이란 말을 했는데, 참 좋았다”고 울먹였다. 이에 앞서 2012년 ‘그을린 사랑’에서는 기구하고 비극적인 운명에 처한 어머니 역을 절절하게 연기해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서울대병원. 발인 4일 오전 7시. 02-2072-2091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03
    • 좋아요
    • 코멘트
  • 국내 연극 트렌드를 한눈에… ‘창작의 의미’ 어떻게 표현했을까

    제38회 서울연극제가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국내 연극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올해 연극제의 키워드는 달걀로,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모르는 창작의 의미를 담았다. 공식 선정작은 10편이다. ‘페스카마―고기잡이 배’(10∼21일·동양예술극장 3관)는 1996년 남태평양에서 조업하던 원양어선 페스카마호에서 조선족 선원 6명이 한국인 선원을 포함해 모두 11명을 살해한 사건을 다뤘다. 참담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잔혹성, 가해자가 피해자가 된 현실을 통해 인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손’(18∼28일·드림아트센터 4관)은 일본의 유명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와이 히데토의 희곡을 창작집단 라스(LAS)의 이기쁨 연출가가 풀어낸 작품이다. 같은 사건이 아들과 어머니의 시점으로 두 번 반복되는 형식이다. 손가락을 잘라낼 수 없는 것처럼 결국 함께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의미를 짚었다. 성과 성욕, 사랑에 무지한 우리 모습을 코믹하게 풀어낸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7일까지·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도 공연 중이다. 극단 행길의 이강임 연출가가 맡았다. ‘지상 최후의 농담’(7일까지·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은 적군에게 잡힌 포로들이 처형을 앞두고 죽음의 공포를 잊기 위해 나누는 농담을 다뤘다.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의 문삼화 연출가의 작품이다. 국가, 도시가 무엇인지 여러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금의 한국을 조명한 ‘2017 애국가―함께함에 대한 하나의 공식’(7일까지·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과 공권력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말 잘 듣는 사람들’(18∼28일·알과핵 소극장)도 만날 수 있다. 극단 백수광부의 이성열 연출가는 ‘벚꽃동산’(7일까지·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을 재해석해 꿈을 매개로 아픔과 슬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무인텔’(4∼14일·알과핵 소극장)은 두 명의 50대 지식인을 통해 정의와 불의, 정직과 거짓, 원칙과 변칙에 대해 논의한다. 인간다운 삶에 대해 묻는 ‘사람을 찾습니다’(7일까지·동양예술극장 3관)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초혼 2017’(4∼14일·이해랑예술극장)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프린지―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에 극단 잎새, 극단 지오 등 24개 단체가 참가해 무료로 공연을 올린다. 매주 토요일에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마로니에 공원 등에서 배우들이 시민들과 함께 희곡 읽기도 진행한다. 02-765-7500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새롭게 탄생한 그레이 로맨스… 아름다운 선율로 잔잔한 여운

    소설과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건 모험이다.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최근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아름다운 선율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 담백하고 잔잔한 여운을 선사하는 작품이 탄생했다. 단, 그레이 로맨스를 기대하진 마시길. 남녀 모두 단독으로 주연을 맡은 박은태(36)와 옥주현(37)은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보다 한층 젊기 때문이다. 두 배우는 자기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풀어낸다. 그러니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 소설과 영화의 기억은 잠시 접어두길 권한다. 프리랜서 사진가 로버트 킨케이드와 주부인 프란체스카는 나흘을 함께 보내며 걷잡을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함께 떠나진 못한다. 박은태는 자유로운 영혼의 사진가라기보다 순수한 사랑을 갈망하는 남자 같다. 그래서 그가 사랑을 고백할 때는 진실한 느낌을 준다. 옥주현은 아이 둘을 키우고 농장 일을 하며 일상에 찌들어 가는 주부 같진 않지만 꿈을 잃고 공허해하는 프란체스카의 내면을 호소력 있게 표현했다. 두 배우가 함께 부르는 ‘비포 앤드 애프터 유(Before and After You)’, ‘원 세컨드 앤드 어 밀리언 마일스(One Second and a Million Miles)’ 등 슬프고도 매혹적인 주요 넘버는 귓가에 오래도록 맴돈다. 뮤지컬에서 음악의 힘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드넓은 미국 대륙과 프란체스카의 고향인 이탈리아 나폴리는 영상을 통해 서정적으로 펼쳐진다. 프란체스카 남편 버드 역의 박선우, 이웃 친구 마지 역의 김나윤 등도 안정감 있는 연기로 극을 탄탄하게 만든다. 6월 18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5만∼14만 원. 1588-5212.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진룡 “朴 前대통령 취임사서 ‘문화융성’ 거론 뒤 문체부에 해석 지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문화융성’을 거론한 후 문화체육관광부에 그 의미를 해석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국민대 석좌교수)은 28일 서울 중구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 정책’ 토론회 기조 발제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날 토론회는 지역별 문화재단의 모임인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가 공동주최했다. 유 전 장관은 “‘문화융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그 후 이 단어에 대해 해석을 하라고 지시가 내려와 문체부가 나름대로 해석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 가운데 문화융성, 경제부흥, 국민행복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의논해 설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이 날 유 전 장관은 “문화를 통해 행복하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목표는 잘못되지 않았지만 진정성이 부족했고, 목표에 어울리는 방법과 절차를 채택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체를 폭로했던 유 전 장관은 정권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실행한 것은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이 자기편을 지원한 건 과거부터 있었던 일인데 왜 이번에만 문제 삼느냐는 의견이 있다. 분명히 말하건대 자기 돈이 아니라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하는 건 범죄행위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는 몰래 지원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공적인 조직을 이용해 아주 떳떳하게 자기편에게만 공적인 재원을 나눠줌으로써 권력을 사유화했다. 이는 범죄다”고 비판했다. 또 “문체부 실무자는 예술인들에게 사과했는데 우리 사회 지도자는 한 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한 적이 있느냐.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현직 장관이 참석해야 하는 중요한 행사인데, 장관이 공석이라 어쩔 수 없이 전직 장관이 참석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기관장이 없는 단체가 많은데 오히려 조직이 더 잘 돌아가는 이상한 상황이다. 김영산 문화예술정책실장에게 들으니 다른 어느 때보다 문체부가 잘 돌아가고 있고, 내가 있을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내가 이러려고 장관을 했나 자괴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유 전 장관은 행정기관이 정책을 만들면 문화재단은 집행하고, 민간 전문가와 단체는 지원을 받아 활동하는 수직적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 관련 주체들의 역할과 권한을 분산하고 수평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지원을 할 때도 시설이 아닌 사람에게 중점을 둬야 하고,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원칙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도 ‘갑질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재단과 예술가 등은 수평적 관계를 맺고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술가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하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유 전 장관은 “예술가들이 공기 먹고, 땅 파 먹고 사는 게 아니다. 나도 재능기부를 해 달라고 요청한 뒤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던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28
    • 좋아요
    • 코멘트
  • [부처님오신날]창건 설화 속 용 9마리 장엄등으로 재현… ‘무풍한송로’엔 학 모양 등 200마리 설치

    통도사 창건 설화에 나오는 용 9마리를 장엄등으로 만날 수 있다. 부처님오신날(5월 3일)을 맞아 통도사는 다음 달 8일까지 용 9마리를 포함해 장엄물 2000여 개와 등 1만 개를 밝힌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약 1400년 전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창건할 때 구룡지라는 큰 연못에 용 9마리가 살고 있었다. 자장율사는 절을 지어야 하니 연못을 떠나 달라고 했지만 용들이 응하지 않자 종이에 ‘화(火)’자를 써서 하늘로 날렸다. 연못의 물이 끓어오르자 용 세 마리는 동쪽으로 도망갔고 다섯 마리는 서쪽으로 사라졌다. 남은 한 마리가 절을 지키겠다고 맹세하며 머물게 해 달라고 간청하자 작은 연못을 만들었다. 그 연못이 현재 대웅전 옆에 있는 구룡지다. 통도사는 이 설화를 장엄등으로 재현했다. 구룡지 위에는 절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은 용을 설치했다. 나머지 용 8마리는 총림문부터 일주문 사이에 차례로 자리 잡았다. 용의 머리 위에는 갖가지 색깔의 빛나는 여의주 1000여 개를 달았다. 통도사의 유명한 명품 솔밭길인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에서는 학 200마리를 장엄등으로 만날 수 있다. 무풍한송로는 ‘춤추는 바람에 따라 차가운 기운의 노송이 물결치는 길’이라는 뜻이다. 산천어등, 풍등, 솟대등을 비롯해 다양한 등도 볼 수 있다. 통도사는 휠체어를 타고 절을 찾는 이들도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정비하고 안내판을 새로 제작했다. 봉축법요식은 5월 3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점등식과 전통 낙화 시연회도 개최할 예정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처님오신날]내국인 30만 명-외국인 2만 명 참여 … 종교의미 넘어 문화축제로 자리매김

    연등회는 부처님오신날 직전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주요 행사 가운데 하나인 연등 행렬은 많은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연등을 만들고, 등을 들고 이동하는 모든 과정을 시민들이 함께 한다. 크기가 작은 행렬등은 당일 직접 들고 오고, 대형 장엄등은 전날 미리 서울 동대문으로 이동시킨다. 시대에 따라 연등 행렬의 코스도 변화했다. 1955년에는 서울 조계사를 중심으로 을지로∼시청 앞∼안국동∼조계사 순서로 돌았다. 1976년부터는 여의도광장∼광화문∼종각∼조계사까지 모두 11km에 이르는 구간에서 연등 행렬을 펼쳤다. 1996년부터는 동대문운동장∼종로∼조계사로 다시 코스를 바꿨다. 2008년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자 장엄등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행렬은 동국대에서 각각 출발한 후 동대문 부근에서 합류해 종묘∼탑골공원∼조계사 앞까지 행진하고 있다. 연등 행렬을 앞두고 각 사찰에서는 등을 만든다. 직접 등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가까운 사찰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연등 행렬 다음 날 열리는 전통문화마당에서도 종이컵을 이용해 작은 연꽃등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단체행렬등 경연대회’를 열어 해마다 다양한 형태의 등이 출품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1997년 전통등 공방을 마련해 옛 문헌에 나오는 전통등을 복원하고 있다. 오늘날 연등회는 종교의 의미를 넘어 문화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2014년 기준으로 내국인 30만여 명, 외국인 2만여 명이 연등회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람에 그치지 않고 연등을 만들거나 행렬에 참가하고 자원봉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들은 5만여 명에 이르렀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처님오신날]1200년 간 이어져 온 등축제… 광화문광장 밝히다

    부처님오신날(5월 3일)을 맞아 28일부터 서울 조계사와 종로 일대에서 연등회가 열린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인 연등회는 통일신라시대부터 1200여 년간 이어져 내려온 등축제다. 이에 앞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륵사지 석탑등’ 점등식이 개최됐다. 이 등은 높이 20m로 미륵사지석탑의 70% 크기이며 전통한지 500여 장을 사용해 만들었다. 5월 3일까지 광화문광장을 밝힐 예정이다.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올해 연등회에서는 부처님오신날 표어인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의 의미를 살려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총국 사적공원과 청계천, 강남구 봉은사 일대에서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전통 등 전시회가 열린다. 조계사에서는 나비등, 동자등을 비롯해 둘리등, 카카오톡 등을 볼 수 있다. 점등 시간은 오후 6시∼밤 12시다. 봉은사에는 무당벌레, 반가사유상, 사슴, 학을 표현한 등이 걸려 있다. 점등 시간은 오후 7∼10시다. 청계천에는 ‘흐르는 물에서 하늘을 생각한다’는 뜻의 ‘염천’(念天)을 주제로 절망을 이기고 비상하는 모습을 표현한 전통 등이 전시돼 있다. 가로연등과 솟대 등도 있고, 소원을 써서 붙이는 행사도 진행한다. 점등 시간은 오후 7시∼다음날 오전 4시다. 서울 동국대 운동장에서는 29일 오후 4시 반부터 어울림마당이 펼쳐진다. 40여 개 단체 1000여 명으로 구성된 연희단과 어린이, 청소년, 청년 율동단이 공연한다. 감차, 오색수 등을 아기 부처상의 정수리에 뿌리는 관불의식을 하고 법회도 연다. 이날 오후 7시부터는 동대문과 종각, 조계사로 이어지는 연등 행렬이 펼쳐진다. 10만여 개의 연등 물결이 거리를 채울 예정이다. 올해 테마등은 범종, 법고, 운판, 목어를 가리키는 사물등(四物燈)이다. 태국과 대만 행렬단을 비롯해 프랑스, 러시아에서 온 외국인 2000여 명도 참가한다. 연등 행렬이 마무리된 오후 9시 반에는 종각 사거리에서 회향한마당을 연다. 전통 공연과 강강술래 등이 하고 행복을 기원하는 꽃비가 쏟아진다. 30일 낮 12시 조계사 앞에서는 사찰음식을 맛보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전통문화마당이 열린다. 7개 사찰이 각각 다른 음식을 선보여 다양한 사찰음식을 즐길 수 있다. 정목 스님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토크콘서트도 개최한다. 참선, 명상, 심리 상담 등을 체험할 수도 있다. 외국인이 연꽃등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조계사 앞길인 공평 사거리에서는 연등놀이가 열린다. 27개국에서 온 80여 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연등회 글로벌 서포터스’는 안내와 통역 등 봉사활동을 한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연등을 밝히는 것은 마음의 평화를 얻고 세상의 행복을 발원하는 의미가 있다”며 “지혜와 자비의 등불로 마음과 세상을 밝히는 축제인 연등회에 많은 분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