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88

추천

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6-03-24~2026-04-23
문화 일반34%
문학/출판23%
연극17%
경제일반7%
학술7%
유통3%
여행3%
칼럼3%
교육3%
  • [책의 향기]휴대전화에 스키니진… 달라진 북한 주민의 일상

    식당이나 카페에서 피자, 카페라테를 먹으며 아이패드를 들여다보는 이들, 스키니 진을 입은 여성들, 도로를 달리는 BMW 렉서스 차량…. 세계 여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이곳이 북한이라면? 놀라운가. 이 장면들도 북한의 한 모습이다. 아니, 영어 원서가 출간된 게 2년 전이니 더 바뀌었을지 모른다.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을 지낸 튜더와 로이터통신 서울 주재 특파원인 피어슨은 탈북자, 북-중 접경 지역에서 교역하는 이, 외교관,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는 물론이고 북한에 거주하는 여러 계층을 취재해 정리했다. 영어, 중국어, 한국어 자료도 활용했다. 저자들은 수시로 미사일을 쏘는 나라, 기계처럼 일사불란하게 집단체조를 하는 주민 등 북한에 대해 으레 떠올리는 이미지를 벗겨낸다. 그리고 북한 주민의 생활이 우리와 완전히 동떨어진 게 아님을 보여준다. 북한을 자본주의 국가보다 돈의 힘이 더 막강하게 작용하는 나라로 만든 계기는 1994∼98년에 벌어진 대기근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당시 20만 명에서 많게는 3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 배급에 의존하던 주민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걸 처절하게 깨달은 것. 자녀가 학교에 가고 남편이 출근한 사이 데이트하는 연인에게 빈집을 몇 시간 빌려주고 돈을 받는 여성들은 대도시 어디나 있다. ‘무료 노동 부서’나 마찬가지인 군부대 인력을 활용해 건물을 지은 후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출신성분이 여전히 사회 진출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돈이 많은 사람은 언제라도 신분이 높은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 컴퓨터와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의 보급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인기를 더욱 높였다. 배우 김태희가 신은 신발의 짝퉁 제품은 평양 백화점에서 120달러에 팔리고 패션에 관심 많은 남성들은 원빈의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을 따라한다. 눈썹, 입술에 문신을 하고 쌍꺼풀 수술, 코 수술을 받는 여성도 생겼다. 평양에서는 휴대전화가 없는 젊은이는 ‘루저’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정치범은 아들과 손자까지 3대를 처벌하는 등 봉건적 제도가 여전히 유지되는 곳이기도 하다. 생생한 삶의 모습과 함께 정치 시스템과 사회 구조를 짚어낸 점은 북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돕는다. 물품 교역이 보따리상처럼 알음알음 이뤄지는 구조이기에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가 기대만큼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를 260쪽이라는 많지 않은 분량에 담아내다 보니 내용의 깊이는 다소 떨어진다. 탈북자들이 출연해 북한 생활의 이모저모를 알려주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북한 내부 실상을 알리는 보도를 자주 접한 이들에게는 익숙할 법한 내용도 꽤 있다. 오늘날 북한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이 부담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원제는 ‘North Korea Confidential’.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8-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심보선-신용목-신철규-신현림 신간 시집 ‘돌풍’

    신간 시집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심보선 시인이 6년 만에 내놓은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문학과지성사)는 출간 한 달여 만에 1만2000권을 찍었다. 심 시인은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눈앞에 없는 사람’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조은혜 문학과지성사 편집자는 “새 시집을 오래 기다렸다는 독자들이 많았다. ‘작가와의 만남’ 행사의 참석자들은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했고 남녀 비율도 비슷했다”고 말했다. 신용목 시인의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창비)도 출간 보름 만에 4000권을 발행했다. ‘아무 날의 도시’ 이후 5년 만에 나온 시집으로, 외로움과 절망을 마주한 느낌을 특유의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김선영 창비 편집자는 “시인이 간간이 발표했던 시에 대한 반응이 좋아 새 시집에 기대감이 컸다. 독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문학동네)는 신철규 시인의 첫 시집임에도 불구하고 나온 지 보름 만에 3쇄까지 찍으며 모두 4500권을 발행했다. 문예지 등을 통해 발표했던 시들이 방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화제를 모으며 출간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김민정 문학동네 시인선 책임편집자는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과하거나 어렵지 않게 미학적으로 풀어낸 점이 호응을 얻은 것 같다. 시마다 임팩트 있는 행이 들어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신현림 시인이 8년 만에 내놓은 다섯 번째 시집 ‘반지하 앨리스’(민음사)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초판 2000권이 거의 다 나갔다. 시인은 반지하 빌라에서 살았던 경험과 경제적 어려움을 절제된 언어로 토로하면서 여유 있는 시선으로 삶에 대한 의지를 노래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00호인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문학과지성사) 역시 지난달 10일 출간한 후 한 달이 조금 지나 누적 1만 부를 찍었다. 황동규의 ‘조그만 사랑 노래’, 마종기의 ‘바람의 말’ 등 유명 시인 65명의 대표작을 2편씩 실었다. 그간 기념호들에 비해 이번 500호는 호응이 훨씬 크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출판계는 신간 시집 열풍에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SNS 이용이 늘어나며 압축적 언어로 표현한 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새 시집이 한꺼번에 큰 인기를 끄는 현상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것. 김효선 알라딘 한국소설·시 담당 MD는 “탄탄한 독자층을 보유한 작가들이 비슷한 시기에 시집을 출간하면서 전반적으로 시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집 열풍에 거는 기대도 크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삶의 쓰라림과 박탈감을 잘 포착해 격조 있게 승화시킨 작품이 사랑받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단순히 시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집을 읽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감성적인 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시를 즐기는 독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8-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종이비행기]시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시인은 돈을 얼마나 버나요?” 한 유명 시인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후 대개 이런 첫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계간지 ‘문학과사회’의 별책 ‘하이픈’은 올해 여름호에 시인의 삶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실었다. 성동혁 시인은 한 계절에 쓸 수 있는 시가 최대 4편이어서 많을 경우 40만 원을 받는단다. 1년간 시를 써 손에 쥐는 건 평균 120만 원이라고 했다. 다른 시인들도 큰 차이는 없어 시간강사, 아르바이트, 기고 등으로 생활비를 간신히 충당하고 있다. 임경섭 시인은 “(생계유지가 가능한) 직업으로서의 시인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시를 쓰는 이유는 뭘까. 김하늘 시인은 시 쓰기를 “정신적 충만에 가까운 행위”라고 고백한다. 읽는 이에게도 좋은 시는 정서적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시인들의 바람은 소박했다. 자신이 사주는 밥을 먹어도 친구들이 불편해하지 않길, 입국 신고서의 직업란을 채울 때 머뭇거리지 않길….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8-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손끝에 울리는 진동, 글 밖으로 전해지는 감동

    치열하게 고뇌하며 성장하는 음악가의 세계가 궁금한가. 짜릿한 긴장감 속에 쉼 없이 책장을 넘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권한다. 가상의 일본 도시 요시가에에서 3년마다 열리는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이 작품은 읽는 이를 순식간에 음악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밤의 피크닉’ ‘흑과 다의 환상’ ‘유지니아’ 등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공상과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실력이 십분 발휘됐다. 양봉가의 아들로 자유분방하고 매혹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연주로 심사위원들을 때로 분노케 만드는 가자마 진, 천재 소녀였지만 어머니를 잃은 후 연주회장에서 돌연 사라졌던 에이덴 아야, 탄탄한 실력과 뛰어난 외모로 줄리아드음악원을 대표하는 청년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 가족을 위해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대형 악기점에서 일하는 다카시마 아카시…. 제각각 사연을 지닌 이들이 콩쿠르에 참가한다. 이들이 연주를 통해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숲속의 싱그러운 바람을 느끼는가 하면 광활한 우주까지 만나는 모습은 피아노 버전의 ‘신의 물방울’ 같다. 하지만 별다른 거부감 없이 어느새 젖어들 듯 음미하게 된다. ‘음악의 신에게 사랑받는’ 진은 제자를 별로 두지 않았던 전설적인 음악가 유지 폰 호프만이 눈을 감기 직전까지 찾아가 가르친 소년이다. 한 번 들은 음악을 외워버리고 공연장 무대 바닥 일부가 보수 공사로 두꺼워져 피아노 소리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까지 찾아내는 절대 음감을 지녔다. 열여섯 살의 진이 콩쿠르에 참가한 건 본선에 진출하면 아버지가 피아노를 사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갇혀 있는 음악을 세상으로 데리고 나가겠다’는 스승과의 약속이 지닌 의미를 깨치고 실현해야 한다. 바람 같으면서도 천진난만한 진의 등장은 아야와 마사루는 물론 심사위원들에게까지 강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음악이 자신에게 지닌 의미를 곱씹으며 호프만이 진을 통해 의도한 바를 더듬어 나간다. 진 역시 처음 접하는 콩쿠르에서 다채로운 연주를 듣고 빼어난 실력을 지닌 아야, 마사루와 교감하며 성장한다. 콩쿠르 현장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듯 치밀한 묘사는 오랜 시간 공들인 저자의 발품 덕분이다. 저자는 일본 하마마쓰시에서 3년마다 열리는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2006년부터 네 번 지켜보며 꼼꼼하게 취재했다. 두 번째 참관한 2009년 대회의 우승자는 조성진이었다. 그래서일까. 앳된 분위기의 열여덟 살 조한선이 본선에서 라흐마니노프 2번을 ‘대단히 우아하고 단정하게 연주해’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정통적 피아니스트라는 인상을 줬다는 대목에서는 조성진이 떠오른다. 최상의 소리를 위해 한정된 시간 안에 신속히 피아노를 점검하는 조율사들, 참가자들이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격려하는 무대 매니저 등 보이지 않는 이들의 땀방울도 놓치지 않는다. 선택받은 자의 환호와 그렇지 못한 자의 탄식이 뒤섞이는 당락 발표 순간은 냉혹하지만 인간의 원초적인 흥미를 자극해 흥행을 유도하는 콩쿠르의 단면을 드러낸다. 작품 속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이다. 쇼팽, 리스트, 베토벤, 브람스 등 거장의 음악이 활자를 통해 쉼 없이 흘러나온다. ‘눈으로 본’ 음악을 소리로 차분히 음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올해 일본 나오키상, 서점대상 수상작.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8-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최종후보 5명, 문학성과 함께 기발한 발상 돋보여”

    올해 7회를 맞는 박경리문학상의 최종 후보 5명이 공개됐다.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81·영국), 코맥 매카시(84·미국), 페터 한트케(75·오스트리아), 가즈오 이시구로(63·일본계 영국인), 얀 마텔(54·캐나다)이 주인공이다. 이 상은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국내외 작가들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이다. 올해 심사위원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사진), 김성곤 서울대 명예교수, 김승옥 고려대 명예교수, 이세기 소설가, 최현무 서강대 교수, 이남호 고려대 교수다. 후보자들은 모두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작가로 맨부커상(바이엇, 이시구로, 마텔), 퓰리처상(매카시), 카프카상(한트케) 등 유명 문학상을 수상했다. 9일 만난 심사위원장 김우창 교수는 후보자들의 작품 세계에 대해 “문학성이 뛰어나면서도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 장르 소설이라 불러도 될 만큼 독자들의 흥미를 강하게 불러일으킨다”고 평가했다. 지식인의 세계를 문학적 언어로 밀도 높게 그린 바이엇은 대표작 ‘소유’를 통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20세기의 문학연구자 두 사람이 19세기 시인인 두 남녀의 문학과 사생활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두 겹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 교수는 “바이엇은 문화적 유산을 시적으로 녹여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했다. 매카시는 ‘핏빛 자오선’을 비롯해 국경 3부작으로 꼽히는 ‘모든 멋진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을 통해 활극이 벌어지는 곳으로 여겨졌던 미국 서부를 인간의 잔혹함과 고통이 극대화된 곳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다. 김 교수는 “잊혀져 가는 미국의 그늘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함으로써 미국 서부를 문학적으로 개척했다”고 말했다. 이시구로는 ‘남아있는 나날’에서 영국 귀족의 생활을 통해 규율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섬세하게 고찰했다. 김 교수는 “이시구로의 작품은 영국적이면서도 일본적인 색채를 지니는데, 집사의 시각을 통해 영국 상류사회를 또 다른 각도로 조명한 점이 독특하다”고 말했다. 한트케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매번 새로운 형식을 선보여 왔다. 시를 비롯해 소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희곡 ‘관객 모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긴 이별…’은 미국을 여행하는 오스트리아 남성이 독백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물리적인 장소보다는 내면을 여행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점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텔의 ‘파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인도 소년 파이가 배의 침몰로 가족을 잃고 구명보트에서 벵골호랑이와 표류하며 공포와 절망, 고독을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우화적이고 환상적인 설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 생명에 대한 믿음 등을 중층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짚어냈다”고 말했다. 수상자는 다음 달 말 발표된다. 시상식은 ‘2017 원주 박경리문학제’에 맞춰 10월 28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동아일보는 최종 후보자 5명의 작품 세계를 차례로 지면에 소개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세계적인 작가뿐 아니라 덜 알려졌지만 탄탄한 실력을 지닌 젊은 작가도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8-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결국 쓰고 싶은 건 해독제 없는 사랑”

    ‘인간시장’ ‘김홍신의 대발해’ 등 선 굵은 작품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홍신 씨(70)가 등단 40주년을 기념해 애달픈 사랑을 노래한 장편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해냄)을 출간했다. ‘단 한 번의 사랑’(2015년)에 이어 또다시 사랑 이야기로 돌아온 것.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괴로울 때마다 명상하고 면벽 수행을 해봤는데 결국 가슴에 크게 남는 게 사랑이라는 말이었다. 인간에게 영원한 숙제이자 해독제가 없는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만년필을 고집하는 그는 원고지 1만2000장에 꾹꾹 눌러 쓰며 작품을 완성했단다. 그는 “지난해가 등단 40주년이었지만 세상이 어지러워 올해 작품을 발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바람…’은 가톨릭 사제를 꿈꾸다 의사가 된 청년 리노와 성가대 반주를 했던 7세 연상의 여성 모니카의 엇갈린 사랑을 그렸다. 이야기는 리노와 모니카의 시선에서 교차돼 전개된다. 세례명이 리노인 그는 소설 속 주인공 리노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복사(服事·신부 옆에서 미사 진행을 돕는 이)였고 사제가 되려다 어머니의 반대로 의대에 지원한 적이 있다. “자전적 소설은 아니에요. 옛 추억을 일부 꺼내 살을 붙이고 상상해서 쓴 작품입니다. 역사, 사회를 조명하는 소설도 준비하고 있지만 사랑에 대한 소설은 몇 편 더 써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스스로에 대해 “(정권에 관계없이) 평생 블랙리스트였다”고 말해 왔다. “지난해 블랙리스트 논란이 있을 때 갑자기 조윤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화해 ‘오늘 저녁식사를 꼭 대접하고 싶다’고 했어요. 사태가 수습된 후 만나자고 했더니 ‘저는 블랙리스트를 절대 만들지 않았어요’라며 전화를 끊더군요. 그제야 제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걸 알았어요.” ‘단 한 번…’에서 독립운동가를 심사하던 위원들이 친일파였고 이들의 실명을 밝혔다는 등의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이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그는 “부조리한 시대를 매섭게 비판해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면 오히려 영광”이라며 웃었다. 한편 ‘김홍신의 대발해’를 집필할 때는 너무 힘들어 한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지만 마음공부를 하며 소설가는 소설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단다. 충남 논산시에 올해 집필관이 들어서고 내년 말에는 ‘김홍신문학관’이 완공된다. 충남 공주시에서 태어난 그는 논산에서 자랐다. “글을 쓰고 제자를 키우며 세상에 보탬이 되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아요. ‘인간시장’ 등으로 고초를 겪을 때 저를 살려준 건 독자들이었습니다. 그에 보답하기 위해 계속 정진할 겁니다. 마지막까지 만년필을 손에 쥐고 눈을 감고 싶어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8-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신현림 시인 “절망 붙들고 사는 앨리스들 보듬고 싶어”

    “햇빛이 정말 찬란하더라고요. 사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겨우 한숨을 돌린 것 같아요.” 8년 만에 다섯 번째 시집 ‘반지하 앨리스’(민음사)를 낸 신현림 시인(56)은 환한 표정으로 한동안 햇빛 이야기를 이어갔다. 10년간 살던 반지하 빌라에서 지난달 연립주택 3층으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홀로 키우는 딸은 고등학생이 돼 마냥 보살펴야 하는 아이가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가 됐단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사진위주 류가헌’ 갤러리에서 최근 시인을 만났다. 사진가이기도 한 그가 찍은 작품을 모은 ‘반지하 앨리스’사진전(13일까지)이 열리고 있었다. 새 시집에서 시인은 반지하 빌라에서 살던 경험과 경제적 어려움 등 모진 세상살이에 대한 고통을 토로하면서도 생의 의지를 놓지 않는다. “반지하에서는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이불이 늘 축축했어요. 마치 알 속에 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한데 시로 써 놓고 보니 불행이 기회가 된다는 걸 깨달았죠.” 시인은 ‘…햇살 넘치는 하루가 너무나 그리워’(‘광합성 없는 나날’)라고 몸부림치고 ‘…온 힘을 다해 살아도 가난은 반복된다/가난의 힘은/그래도 살아가는 것이다’(‘가난의 힘’)라고 읊조린다. 그럼에도 ‘슬픔의 끝장을 보려고/나는 자살하지 않았다’(‘나는 자살하지 않았다1’)며 일어선다. “20대에 대학에 떨어지고 유급을 당하면서 내 삶이 남들과 다른 이유가 뭔지, 그 의미를 찾으려 발버둥쳤어요.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등을 낼 때는 비관적이고 허무주의적인 경향이 강했죠. 한데 나이를 먹으니 여유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코끼리가 되기 전에’는 이런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세월은 내 발을 코끼리 발처럼 두툼하게 만들었다/…너도 코끼리가 되기 전에 할 일은/살아있음에 고마워하기/바람 부는 땅에 입맞춤하기’라며 풍요롭게 나이 드는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촛불 시위, 세월호 참사 등 사회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의 끈도 놓지 않는다. “혼자 배부르고, 혼자만 알고 가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저마다 절망을 붙들고 사는 앨리스들을 보듬어 주고 싶어요.” 그림도 그리고 미술과 시, 에세이를 결합한 책을 꾸준히 내는 등 전방위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는 예술은 결국 서로 다 통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시의 정신은 모든 예술의 뿌리예요. 렌즈를 통해 본 풍경도 시적일 때 가장 아름답거든요. 내 속에서 무언가를 계속 길어 올릴 때 제일 행복해요. 큰 안목으로 사랑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8-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연애-결혼-출산… ‘보통의 삶’이란

    사람들은 인공수정으로 임신하고, 과학의 발달로 남자도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다. 아이는 개개의 가정이 아닌 집단 시스템을 통해 동일하고 고르게 ‘안정적인’ 환경에서 길러진다. 섹스는 희귀한 행위가 됐다. 특히 함께 사는 가족인 부부간에는 더더욱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편의점 인간’으로 지난해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저자가 그린 세상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주제는 선명히 드러난다. 저자는 남녀가 연애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이 ‘정상적인 삶’으로 간주되는 데 대해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주인공 아마네는 엄마 아빠가 사랑하는 행위, 즉 섹스를 한 결과 태어난 특이한 아이다. 출생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아마네는 다른 이들과 같은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인간이 대량으로 태어나고 길러지는 세상은 영화나 과학소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설정이다. 상상력은 참신하지 않지만 이야기를 비교적 흥미롭게 만드는 힘은 아마네의 성장 과정과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데서 나온다. 아마네는 만화 속 캐릭터와 사랑에 빠지며 성장하고 수십 개의 캐릭터 인형과 연애한다. 결혼은 조건에 맞춰 함께 살 파트너를 고르는 선택 사항일 뿐이다. 첫 번째 남편과 아마네가 이혼한 건 그가 키스하고 스킨십을 했기 때문. 역겨움을 느낀 아마네는 곧바로 토해 버리고 경찰에 신고한다. 시부모는 남편에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인과 성행위를 하려 들다니”라고 비난한다. 아마네가 엄마에게 던지는 말은 저자가 세상을 향해 외치는 절규로 느껴진다. “세상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광기가 뭔 줄 알아? 바로 정상이라는 거야, 안 그래?” 독신에 비정규직인 편의점 직원으로 일하며 글을 쓰는 저자가 따갑게 혹은 의아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간곡하게 당부하는 듯한 작품이다.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봐 달라고. 차가운 그 시선을 거두어 달라고 말이다. 사회가 규정한 ‘정상’에서 벗어나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이기도 하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8-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작은 도서관에 날개를]물놀이 지치면 책놀이… 피서지 찾아가는 ‘책 버스’

    “손이 쏙 나왔네∼. 지우 배꼽은 어디 있지?” 강원 강릉시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에서 1일 최애나 씨(60·여)가 17개월 된 손녀 이지우 양에게 신체 구조를 알려주는 그림책 ‘손이 나왔네’를 놀이하듯 읽어주고 있었다. 연신 까르르 웃는 지우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림책은 바로 옆에 있는 이동도서관인 ‘책 읽는 버스’(책버스)에서 가져온 것. 엄마 김영화 씨(34)는 “지우가 어려서 물놀이를 오래 못 해 아쉬웠는데 책을 보며 놀 수 있게 돼 정말 반갑다”고 말했다. 휴가철을 맞아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문화체육관광부와 KB국민은행의 후원으로 강원 지역 해수욕장과 국립공원 일대를 책버스로 누비는 일정을 시작했다. 첫 지역인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에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책버스가 머물렀다. 이날 에어컨이 켜져 시원한 책버스 안은 물론이고 인근 간이 의자와 돗자리에도 책을 읽는 아이와 어른들로 북적거렸다. ‘주식회사 6학년 2반’을 읽고 있던 조유현 군(12)은 “캠핑장에서 책을 읽는 건 처음이라 신기하다. 책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고 말했다. 언니와 함께 온 박소희 양(5)은 읽고 있던 ‘바다 100층짜리 집’을 세로로 펼쳐 보이며 “여기는 62층이고 계속 올라가면 100층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 양은 “어제는 좋아하는 ‘와이(WHY)’ 책을 많이 봤다”고 수줍게 말했다. 책버스에서는 영화 상영, 낭송회, 책갈피 및 배지 만들기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탈무드, 명심보감, 논어, 도덕경 포켓북도 무료로 나눠줬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오후 5시부터는 대출도 가능하다. 책버스가 문을 열기 전에 미리 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캠핑장에 온 이들은 즐길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며 반겼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짐이 많아 책을 갖고 다니기 힘든데 책버스 덕분에 쾌적한 환경에서 독서를 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해수욕, 관광 등을 한 후 책을 보며 한숨 돌리고 피로를 푸는 모습도 보였다. 신간 서적과 베스트셀러가 많아 더 눈길이 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명선 씨(38·여)는 “두 아이가 책을 읽는 동안 남편과 산책하며 데이트를 했다. 남편과 단둘이 이렇게 오붓한 시간을 가져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미소지었다. 탈무드, 논어 포켓북을 챙긴 후 “엄마 아빠에게 갖다드릴게요!”라고 외치며 달려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곳은 해수욕장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절경으로 유명하다. 올해 개장 1주년을 맞은 캠핑장은 성수기에는 예약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클래식, 밴드 공연 등도 종종 개최한다. 김명옥 강릉관광개발공사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 관리소장은 “독서 행사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알차다는 반응이 많다”며 “방문한 분들이 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캠핑장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버스는 20일까지 고성군 송지호 오토캠핑장, 설악산 국립공원 등을 거쳐 동해시 망상오토캠핑리조트로 달릴 예정이다. ‘작은도서관…’ 대표인 김수연 목사는 “경치 좋은 곳에서 많은 분들이 책과 함께 좀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릉=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8-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우리말과 영어로 읊은 詩… 새 맛, 새 감동

    “세계의 모든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며/연인들은 작별한다/이제 정말 안녕이라는 듯이….” 하재연 시인(42)이 자신의 시 ‘4월 이야기’를 낭송하는 목소리가 지난달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로 ‘카페 파스텔’에 울려 퍼졌다. 양수현 번역가(33)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Lovers check out of every hotel in the world/And give a gesture of farewell/As if this really means goodbye….” 카페를 꽉 채운 40여 명이 조용히 귀 기울이고 있었다. 하 시인의 작품을 우리말과 영어로 감상하는 자리였다. 한국문학번역원이 마련한 ‘역:시(譯詩)’ 행사로, 6월 유희경 시인의 시를 스페인어로 낭송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 카페의 한쪽 공간엔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 있다. 양 씨와 석혜미 씨(29), 제이크 레빈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32·미국)가 한 달 동안 함께 번역한 시 9편이 독자들을 만났다. 시인이기도 한 레빈 교수가 영어로 쓴 ‘유토피아에게: 하재연의 시에 부쳐’를 하 시인이 우리말로 번역한 시도 낭송했다. 교차 낭독이 진행되는 한 시간 반 동안 눈을 지그시 감고 듣는 이도 있었다. 회사원 김지형 씨(29)는 “다른 언어로 시를 접하니 렌즈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주우진 씨(30·여)는 “영어로 시를 다시 들으니 신선하다. 시인이 직접 낭독하는 걸 듣는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시 번역은 고도의 세밀함을 요구한다. 석 씨는 “시는 느낌과 이미지, 단어의 소리까지 고려해 번역해야 한다. 하 시인의 작품은 아름다움, 서늘함, 차가움 등의 이미지가 강해 이를 살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중의적 표현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양 씨는 “‘안녕, 드라큘라’에서 ‘안녕’은 만남과 이별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어 ‘Hello’와 ‘Good-bye’ 중 고민하다 결국 ‘Hello’를 선택했다. 우리말 작품보다 의미가 축소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레빈 교수는 “한국어에는 ‘푹신푹신’ 같은 의태어나 의성어가 많아 이를 옮기기가 쉽지 않다. 한 문장에 여러 이야기를 길게 담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문장을 나눌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하 시인은 낭독을 하다 전율이 일었단다. 그는 “영어로 옮긴 시를 들으니 세상을 가로지르며 다른 이들과 연결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10월에는 문태준 시인의 작품을 독일어로, 11월에는 김행숙 시인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낭독하는 행사가 각각 열린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8-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종이비행기]도서관, 良書 구매 선두에 서라

    “글쎄요…. 문학사적인 의미와 출판사의 정체성에 무게를 둔 작업이라 손익을 계산하긴 어려워요.” 최근 소설가 이청준 전집(34권·사진)을 출간한 문학과지성사의 이근혜 수석편집장은 손익분기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10년간 40여 명이 매달려 만든 이 전집 가격은 42만7000원. 은행나무 출판사는 얼마 전 소설가 윤후명 전집(12권·17만2000원)을 완간한 데 이어 조만간 서정주 전집(20권)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전집을 만드는 작업은 지난하다. 문예지, 신문에 연재한 초고와 이를 엮은 단행본과의 차이점, 출판사가 바뀌며 달라진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전국 도서관에서 전집을 구매하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대부분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에서 의미 있는 책을 구입한다면 좋은 책을 출간하는 작업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첨단 시설도 좋지만 도서관의 핵심은 책이다. 양서(良書) 구매자의 선두에 도서관이 자리하기를!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이해인 수녀가 전하는 ‘삶을 향기롭게 하는 말’

    저자가 병원에서 암 투병을 할 때 바로 옆방에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이 입원해 있었다. 추기경이 “수녀도 그럼 항암이라는 걸 하나?”라고 묻자 “항암만 합니까, 방사선도 하는데”라고 답했다. 가만히 생각에 잠겼던 추기경이 한마디를 건넸다. “그래? 대단하다, 수녀.” 저자는 큰 감동을 받았다. ‘주님을 위해서 고통을 참아라’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인간적인 위로가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준 것. 몸이 너무 아픈데, 문병 온 이들이 기도만 하자 야속한 생각마저 들었단다. 기도하기 전에 위로부터 건네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추기경의 그 한마디에는 위로는 물론 종교적 의미와 가르침이 담겨 있음을 느꼈다. 책에는 팍팍한 삶을 보드랍게 하기 위해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돼 있다. 화가 날 때 ‘뚜껑 열린다’ ‘꼭지가 돈다’ 대신 어떤 표현이 괜찮을지 수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으뜸으로 꼽힌 말은 ‘보통 일이 아니다’였다. 직장 상사를 욕할 때는 ‘독종이야’ ‘그 사람 때문에 죽을 맛이야’ 대신 ‘우리와는 다른 강한 면이 있다’ ‘워낙 특이한 면이 있다’로 순화시켜 보자고 말한다. 인품 좋기로 유명한 배우 안성기는 너무 미운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한마디 한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안 씨가 할 수 있는 가장 거친 말이다. 화가 나도 극단적인 표현은 삼가고 말을 아끼면 삶이 더 향기로워질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톨스토이는 말했다.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해 후회스러운 일이 백 가지 중 하나라면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해버려 후회스러운 일이 백 가지 중 아흔아홉이다.’ 이 말에 뜨끔하지 않을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겪었던 일과 인상적인 순간을 녹이며 글을 써 내려갔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던 시기에 그를 일으켜 세운 것도 결국 다른 이들이 건넨 진심 어린 말 한마디, 마음을 담은 글이었다고 고백한다. 말하기에 대한 지침서가 아닌 따스한 에세이기에 여러 제안들은 어느 순간 스르륵 마음에 와 닿는다. 책에 실린 말하기와 관련된 저자의 시 14편은 차분하고 맑은 기운을 전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설가 이정명, 이탈리아 문학상 수상

    소설가 이정명(52)의 장편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은행나무·사진)이 이탈리아 서적상과 독자들이 선정하는 문학상인 ‘프레미오 셀레치오네 반카렐라상’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이 문학상을 한국 작가가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52년 제정된 프레미오 반카렐라 문학상은 매년 3월 그해에 출간된 소설 가운데 최종 후보작 6편을 선정해 해당 작가들이 이탈리아 곳곳을 다니며 독자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 시상식에서는 서적상과 독자들이 현장 투표를 실시해 최다 득표 작품에 ‘프레미오 반카렐라상’을, 그 외 작품에 ‘프레미오 셀레치오네 반카렐라상’을 각각 수여한다. ‘별을…’은 59표를 받아 5위에 올랐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메디치’를 비롯해 ‘비밀이 꽃피는 정원’ 등 나머지 5개 작품은 모두 이탈리아 작가의 작품이다. 2012년 출간된 ‘별을…’은 윤동주 시인이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보낸 생애 마지막 1년과 그의 시를 불태운 일본인 검열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그린 작품이다. 프레미오 반카렐라상 1회 수상작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으며 ‘닥터 지바고’(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뿌리’(앨릭스 헤일리), ‘푸코의 진자’(움베르토 에코), ‘의뢰인’(존 그리셤) 등도 상을 받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0년 만에… 이청준 전집 34권 완간

    소설가 이청준(1939∼2008·사진)의 전집 34권이 완간됐다. 2008년 시작해 햇수로 10년 동안 40여 명이 참여한 ‘대장정’의 결실이다. 문학과지성사는 ‘서편제’ ‘이어도’ ‘병신과 머저리’ 등 중단편집 17권과 ‘당신들의 천국’ ‘축제’ ‘젊은 날의 이별’ 등 장편소설 17권에 모두 173편을 수록한 전집을 발간했다고 24일 밝혔다. 표지화는 선생의 고향(전남 장흥군) 후배인 김선두 화백이 그렸다.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선생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착잡하고 까다로운 20세기 후반기의 시대적 질곡에 정면으로 맞서 비판적 지성과 온유한 정서로 갖가지 삶을 성찰하며 문학적 형상으로 품어 안았다”고 평가했다. 전집의 각 책에는 신문, 문예지 등에 실렸던 작품이 단행본으로 엮이고 출판사가 바뀌면서 텍스트가 변한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한 결과와 소재, 주제, 인물 등에 대한 간략한 평가를 담았다. 이 서지 비평 작업은 이윤옥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이 평론가는 “말년까지 글쓰기를 쉬지 않으셨던 선생은 돌아가시기 5개월 전 자택에서 열린 전집 출간 모임에서 ‘잘났거나 못났거나 다 내 자식이니 이왕이면 잘 꾸며서 한데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서편제’ ‘축제’ ‘이어도’ ‘낮은 데로 임하소서’ ‘병신과 머저리’ 등은 영화 및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주목받는 등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예술 장르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를 비롯해 여러 작품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돼 해외에 소개됐다. 우찬제 문학과지성사 공동대표는 “선생은 질곡의 현실과 상처 많은 인간의 내면을 씻어주기 위해 억압에서 자유로, 복수에서 용서로 나아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몽상하며 인간다운 품격의 진정성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전집 완간을 기념하는 표지화 전시회 ‘행복한 동행’은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내외 스타작가 신작 러시… 여름 서점가 ‘소설 바람’

    소설 열풍이 뜨겁다. 휴가철은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소설이 연중 가장 강세를 보이는 때지만 올해는 여느 해보다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는 게 출판계의 중론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기사단장 죽이기 1’(무라카미 하루키)이 12∼18일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오직 두 사람’(김영하), ‘잠 1’(베르나르 베르베르)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위험한 비너스’(히가시노 게이고)까지 10위 안에 소설이 다섯 작품이나 포함됐다. 11위에 오른 ‘바깥은 여름’(김애란)까지 합치면 소설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대형 온라인 서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스타 작가 화제작 속속 소설은 판매 속도도 빠르다. 40만 권(20만 세트)을 찍은 ‘기사단장…’의 예약판매량은 ‘1Q84’의 3배나 됐다. ‘잠 1, 2’는 한 달 반 만에 20만 권(10만 세트)을 돌파해 ‘제3인류 1, 2’보다 더 빨리 나가고 있다. ‘위험한…’은 예약판매량(3000권)이 출판사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고, 출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4만 권 넘게 판매됐다. ‘오직…’은 초판 2만 권을 찍은 후 증쇄를 거듭해 출간 두 달 만에 12만 권을 인쇄했다. 이런 현상은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히가시노 게이고, 김영하, 김애란 등 국내외 인기 작가들의 신작이 최근 집중적으로 출간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기사단장…’은 7년, ‘잠’은 4년 만에 선보인 신작 장편 소설이다. ‘오직…’은 7년, ‘바깥은…’은 5년 만에 펴낸 소설집이다. 소설집이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서도 독특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는 작가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높다는 걸 보여준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화제작이 많으면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상승효과를 낸다. 올해는 판매 물량이 커 그 효과가 배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책이 책을 부른다’는 말이 입증되고 있다는 것. 조선영 예스24 도서사업1팀장은 “한 작가의 소설만 사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작가들의 소설도 연달아 사는 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 이제 감성이다 이성을 ‘풀가동’하는 데 지친 사람들이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로 눈길을 돌렸다는 의견도 있다. 국정 농단 사태로 촛불 집회가 이어지고 조기 대선이 치러진 데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의 부상 등 이성적 사고를 요구하는 사안들이 휘몰아쳤기 때문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정치, 경제 이슈에 ‘들볶인’ 사람들이 소설을 읽으며 순수하게 이야기를 즐기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욕구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 열린책들 문학주간도 “탄핵, 대선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봄까지 인문, 사회 분야 책이 주목받은 반면 소설 판매는 뚝 떨어졌다”며 “지식을 얻는 등 목적이 뚜렷한 독서를 해 온 사람들이 무거운 주제를 내려놓고 이제는 소설을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달빛처럼 세상을 껴안은 등려군의 목소리

    영화 ‘첨밀밀’(1997년 개봉)을 본 이라면 주인공 리밍(黎明)과 장만위(張曼玉)가 엇갈린 사랑을 나누던 순간순간 흐르던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덩리쥔(鄧麗君·1953∼1995)이란 이름을 함께 떠올릴지 모른다. 등려군으로 더 친숙하게 알려진 그는 ‘첨밀밀’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해요)’ 등 영화에 삽입된 여러 노래를 부른 가수이자 두 사람이 뉴욕 전자대리점 앞에서 재회할 때 흘러나오던 뉴스의 주인공이다. 리쥔의 팬인 둘은 그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발길을 멈췄다 서로를 마주한다. 두 책은 1970, 80년대 조국 대만과 홍콩, 일본,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중국에서까지 뜨거운 인기를 누리다 42세에 요절한 리쥔의 생애를 담았다. ‘등려군’은 대만 저널리스트가 리쥔의 가족과 친구, 음반 제작자 등 200여 명을 인터뷰해 그의 삶을 세밀하게 복원했다. ‘가희…’는 리쥔의 삶과 당시 시대 상황을 함께 조명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5남매의 외동딸(넷째)로 태어난 리쥔은 여섯 살 때부터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학업과 가수 활동을 병행할 수 없어 중학교를 중퇴했지만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 배우기를 좋아했고 미국에서 대학도 다녔다. 중국 정부는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리쥔의 노래를 금지시켰지만 ‘낮에는 덩샤오핑이, 밤에는 덩리쥔이 지배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일본에서도 싱글 앨범이 200만 장 이상 판매됐다. 사회 문제도 외면하지 않았다. 1989년 톈안먼 사태가 터지자 그는 홍콩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에 참여했고, ‘슬퍼할 자유’라는 싱글 앨범을 내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가난한 마을에 상수도를 놓아주고 기부에 앞장서는 등 어려운 이들에게 흔쾌히 자주 손을 내밀었다. 굴곡도 많았다. 인도네시아 여권을 사용해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돼 엄청난 지탄을 받았다. 당시 대만과 일본은 단교 상태여서 일본으로 출입국하기가 불편해 인도네시아 유력가가 만들어준 여권을 사용한 것. 대만 연예인들에게는 흔한 일이었지만 국민의 질책은 매서웠다. 사랑 역시 순조롭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재벌 2세와 약혼하고 결혼 날짜까지 잡았지만 파국을 맞았다. 리쥔은 결혼 후 가요계를 은퇴하되 음반만 내게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집안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예비 시할머니가 일체의 활동을 금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청룽(成龍)과도 좋은 감정을 나눴지만 연인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천식 발작으로 숨을 거둘 때는 혼자였다. 열다섯 살 연하의 프랑스인 사진가 연인이 잠시 외출한 사이 쓰러졌기 때문이다. ‘등려군’은 방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리쥔의 삶 깊숙이 들어간다. 하지만 리쥔에 대한 지나친 미사여구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담백하게 써도 그가 진실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에 진주 같은 팩트를 다시 꿰기를 권하고 싶다. 마지막에 남긴 미발표 유작의 가사는 리쥔의 생애를 압축한 듯하다. ‘촛불이 고요히 외로운 잠을 비추고, 사랑이란 고통의 바다에 휩쓸리네. 꽃 떨어져도 어쩔 수 없으니, 조용히 강물 따라 흘러가리.’ 길지 않은 시간을 치열하게 살았던 그는 거센 운명의 물결에는 담담히 몸을 맡겨야 한다는 걸 이미 깨달았는지 모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무대 위 감동, 원작 읽으며 다시 한번

    “연극을 보며 감정이 많이 이입됐어요. 대사를 찬찬히 곱씹어 보고 싶어요.”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14일 연극 ‘1945’가 끝난 후 대본이 실린 희곡선을 구매한 박재형 씨(23)는 이렇게 말했다. 배삼식 극작가의 신작인 ‘1945’는 만주에서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가려는 조선인들의 애환과 갈등을 생생하고 밀도 있게 그린 작품이다. 이날 판매된 희곡선은 50권 가까이 됐다. 책을 산 관객들이 배 작가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 선 풍경도 연출됐다. 안선희 씨(28·여)는 “위안부였던 명숙이 ‘어떤 지옥도 우릴 더럽히지 못했어’라고 말한 대사가 가슴에 와 닿았다. 전체 내용을 다시 살펴보고 싶어 책을 샀다”고 말했다. 국립극단은 “매 공연마다 40∼50권씩 판매되고 있다. 1000권을 찍었는데 추가 인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공연의 원작이 된 시를 비롯해 희곡, 대본집이 인기를 끌고 있다. 11일 막이 오른 뮤지컬 ‘캣츠’의 원작인 T S 엘리엇의 동시집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도 판매가 껑충 뛰었다. 임선아 시공주니어 과장은 “‘캣츠’ 개막을 전후해 최근 2주간 판매된 물량이 평소의 3배에 이른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반 전문매장 풍월당이 오페라 총서 1호로 지난달 출간한 베르디의 ‘아이다’ 대본집(이기철 번역·박종호 해설)은 한 달 만에 830권이 판매됐다. 이탈리아어를 우리말로 옮긴 것. 오페라 공연이나 DVD의 우리말 자막은 영어를 번역한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수준도 들쭉날쭉했다. 박종호 풍월당 대표는 “오페라 대본은 그 자체로 훌륭한 문학 작품이자 하나의 고유한 장르로, 오페라의 진가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출간했다”고 말했다. 풍월당은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 바그너의 ‘링’ 대본집도 차례로 출간할 예정이다. 올해 3∼5월 공연된 연극 ‘씻금’, ‘오구’, ‘초혼’의 희곡을 묶은 ‘굿과 연극’(이윤택 엮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공연 기간에 극장에서 판매했는데 준비한 270권이 모두 나가 공연 막바지에는 빈손으로 돌아가는 관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공연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관객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관객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작품에 담긴 내용과 사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며 “공연, 책 등을 통해 예술 작품을 복합적인 방식으로 즐기려는 사람들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하루키 “역사를 흑백으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

    “역사에서 순수한 흑백을 가려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이런 단편적인 사고에 대항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말을 따뜻한 것, 살아있는 것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양식과 상식이 필요합니다.” 신작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1, 2권)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68·사진)는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사단장…’에서 난징대학살, 일본과 나치 독일의 동맹을 다뤄 일본 극우 세력으로부터 적잖은 공격을 받았다. 하루키는 “사람들은 ‘흑이냐 백이냐’로 판단하고, 말을 돌멩이처럼 상대에게 던져댄다. 매우 슬프고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그는 ‘기사단장…’ 출판사인 문학동네와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한 하루키는 “처음에는 ‘소설 같은 건 앞으로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남은 인생에서 소설을 몇 편이나 더 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악기를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처럼 글쓰기가 변함없이 즐거운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란다. “1년 반 동안 ‘기사단장…’을 썼어요. 글이 써진다 싶으면 계속 쓰고 다 쓸 때까지 쉬지 않습니다. 따로 구상을 하는 건 방해가 돼요. 생각나는 대로 자연스럽게 쓰죠. 자유로움이 가장 중요해요.” ‘기사단장…’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생각한 바대로 행동하는 것, 자신을 믿는 것’에 대해 자주 곱씹어 본다. 하루키 스스로도 그럴까. “일상생활에서는 의견이나 신념이 꽤 확실한 편이에요. 그런데 근본적으로는 나 자신을 초월한 곳에 존재하는 흐름이나 힘에 순순히 몸을 맡기지 않으면 소설을 쓸 수 없다고 믿고 있어요.” ‘기사단장…’은 동일본 대지진도 다루며 치유를 향해 나아간다. 사회적으로 큰 트라우마를 남긴 재난이 벌어진 이후 문학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목적을 가지되 목적을 능가하는 시도를 하고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독자들을 향해서는 “30여 년간 변함없이 제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셔서 늘 각별한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 방문 계획에 대해 묻자 “언젠가 그럴 기회가 생기면 좋겠지만 솔직히 공적인 행사를 좋아하지 않아 초대를 받으면 사양하게 된다”고 에둘러 답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광수 소설 ‘무정’ 온전한 초판본 공개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인 춘원 이광수(1892∼1950)의 ‘무정(無情)’ 초판본(사진)이 공개됐다. 고려대 도서관은 국어교사 출신인 이 학교 졸업생 유모 씨(75)가 제자로부터 받아 소장하고 있던 무정 초판본을 기증했다고 17일 밝혔다. 1918년 1000권이 발행된 무정 초판본 가운데 지금까지 전해진 건 한국현대문학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 권이 유일했다. 그러나 현대문학관 소장본은 표지 장정이 없어 1920년 나온 재판본을 통해 초판본의 겉모습을 추정해왔다. 무정은 1917년 1월 1일부터 6월 14일까지 매일신보에 126회 연재됐고, 이듬해 7월 20일 ‘신문관’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번에 공개된 초판본은 표지와 책등, 판권지 등 상태가 온전해 1918년 출간 당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도서관 측은 “1910년대 출간된 소설은 화려한 그림의 통속적 표지가 많았는데 무정 초판본의 표지는 그림 없이 단정한 글씨로 작가와 제목, 발행사만 인쇄돼 이전 출판물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판권지에 찍힌 스탬프를 통해 이 초판본은 전북 전주 대화정 남문통(현재 전주시 전동 지역)에 있는 ‘동문관’에서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유 씨는 한국 최초 문고본인 ‘청년문고’의 제1편인 ‘용비어천가’도 고려대 도서관에 기증했다. 도서관 측은 “1915년 ‘신문사’ 출판사가 펴낸 청년문고 제1편 ‘용비어천가’는 지금까지 출판 사실만 전해졌다. 실물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도서관은 ‘무정’과 ‘용비어천가’를 정밀점검한 뒤 9월 중순 이후 귀중본 열람실에 비치할 예정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40년만의 500호 ‘문지 시인선’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하는 ‘문학과지성 시인선’이 500호를 돌파했다. 1978년 시인선 1호인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가 나온 지 햇수로 40년 만이다. 지금까지 시인 211명의 개인 시집 492권과 시조시인 4명의 시선집 1권, 옌볜 교포 시선집 1권, 평론가들이 엮은 기념 시집 6권이 나왔다. 문지 시인선은 시집이 100권씩 추가될 때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앤솔로지 시집을 출간해 왔다. 500호는 전체 시인선 가운데 출간한 지 10년이 넘은 작품을 대상으로 모두 130편을 추려 묶었다. 65명의 시인마다 2편씩 대표작을 고른 것. 제목인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사진)는 황지우의 ‘게 눈 속의 연꽃’에 나온 구절에서 따왔다. 500호에는 황동규의 ‘조그만 사랑 노래’, 마종기의 ‘바람의 말’, 최승자의 ‘즐거운 일기’ 등이 실렸다. 작품 선정은 오생근, 조연정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공동대표(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시인선은 실험적인 시를 폭넓게 포용하면서 서정시, 전통시도 함께 받아들였다. 시적 언어를 새롭게 발명하고 세상을 새로운 각도로 보여주는 작품을 싣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시인선 가운데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은 29만 권(82쇄) 넘게 찍었고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63쇄), 이성복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52쇄),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46쇄)은 각각 15만 권 안팎을 찍었다. 우찬제 문학과지성사 공동대표(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시인선은 동시대의 감수성을 새롭게 열어가는 시인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며 한국 문학을 진화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며 “시인선의 품격을 유지하고 사람다움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