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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전동스쿠터 대여가 완전히 금지됐다고 르몽드 등이 보도했다. 전동 스쿠터로 인한 교통 사고가 늘고 도로 통행이 불편해지자 시 당국이 올 4월 주민투표로 “대여 금지”를 통과시켰고 이번에 실행된 것이다. 이에 따라 파리는 전동 스쿠터 대여를 금지한 유럽 최초의 도시가 됐다. 다만 개개인이 소유한 스쿠터는 계속 이용할 수 있다. 파리는 좁은 도로, 잦은 파업 등으로 교통체증이 극심해지자 2018년 기업 차원의 전동스쿠터 대여업을 허가했다. 이후 라임, 티어, 도트 등 대형 기업이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었고 약 1만5000대의 대여 스쿠터가 운행됐다. 하지만 이로 인한 안전 사고가 증가하고 도로 및 인도 등에 무방비로 방치된 스쿠터가 늘어나자 불만 여론이 높아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동스쿠터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4년 만에 3배로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중환자실에서 최소 15일간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시 당국은 4월 스쿠터 대여 허용에 대한 지속 여부를 주민투표를 부쳤다. 당시 투표에 참가한 시민의 89%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 때 투표율이 7.5%에 그쳤다는 점 때문에 시민 전체의 민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10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동할 예정이다.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첫 해외 주요국 방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러시아와 중국이 최고위급 접촉을 준비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10월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 참석을 위해 방중(訪中)할 예정’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양자 접촉 일정이 조율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행사와 일정은 적절한 때 안내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푸틴 대통령이 ICC 체포영장 발부 이후 첫 해외 방문으로 중국을 찾아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행사에 초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이 만나게 된다면 올 3월 시 주석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후 약 7개월 만이 된다. 푸틴 대통령 방중은 지난해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을 앞두고 시 주석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한 이후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ICC 회원국이 아닌 옛 소련 국가나 이란을 찾은 것 말고는 해외 순방 길에 오르지 못했다. 중국은 123개 ICC 회원국에 속하지 않는다. 지난주 ICC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도 화상으로만 참여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ICC 회원국이 아닌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불참한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이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4년간 320억 유로(약 46조 원)의 법인세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감세로 정부 수입이 줄고 이미 높은 수준인 물가가 더 오를 우려가 있지만 부진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는 ‘성장기회법’이란 이름의 감세안 실시를 발표했다. ‘제조업 강국’ 독일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중소기업에 연간 약 70억 유로(약 10조 원)의 세금을 덜어주고, 에너지 절감 투자를 우대해주는 내용 등이 골자다. 숄츠 총리는 이번 법안의 목표를 두고 “성장을 촉진하려는 것”이라며 “독일 경제는 더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법안 실시를 두고 연정 내 이견이 적지 않았지만 이날 극적으로 타결됐다. 대규모 감세 실시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독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은 ―0.4%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1∼3월·―0.1%)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 ‘경기 침체(recession)’로 본다. 올 2분기(4∼6월) 성장률 또한 0%에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독일이 주요 선진국 중 올해 유일하게 연간으로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감세 정책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상당하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은 “재정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데 감세는 (인플레이션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 근처 센 강가에 있는 헌책 노점상 부키니스트(Bouquinistes) 거리. 짙은 초록색 매대가 강변 둑을 따라 줄줄이 설치돼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프랑스계 미국 작가 조너선 리텔의 ‘호의적인 사람들’ 같은 명작들이 누렇게 바래긴 했지만 비닐로 깔끔하게 포장돼 꽂혀 있다.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헌책과 파리 풍경을 담은 포스터나 엽서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만난 인도인 여성 관광객은 “이곳에 오니 파리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된다”고 했다. 관광객들은 한껏 들뜬 분위기지만 이들을 맞는 부키니스트들 속내는 복잡했다. 경찰 당국이 내년 파리 올림픽 기간(7월 26일∼8월 11일)에 일시적으로 매대 철거를 명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지식인들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는 부키니스트 철거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부키니스트는 450년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상징이기 때문이다.》 당국 “테러 방지 위해 불가피” 부키니스트는 파리 센강 좌안(左岸) 퐁마리에서 루브르박물관 건너편까지 이어진다. 부키니스트란 말은 헌책이란 뜻인 ‘부캥(bouquin)’에서 유래했다. 16세기 센강 둑에 처음 등장해 군주제를 반대하고 시민 의식을 고취하는 서적들을 전파하는 창구가 됐다. 하지만 절대왕정이 이들을 탄압하며 1649년 운영이 금지됐다. 이후 귀족과 성직자 전유물이던 서적이 대중화되며 부키니스트도 다시 명맥을 잇게 됐다. 1762년에는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프랑세즈 사전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번성하게 된 부키니스트는 1859년 드디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됐다. 1991년 센 강변 약 3km에 늘어선 부키니스트 900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4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부키니스트에 프랑스 경찰 당국이 일시 철거 명령을 내린 까닭은 올림픽 개막식이 여름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주경기장 밖인 센강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각국 선수단이 센강에서 배를 타고 입장하기 때문에 보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파리 경찰은 부키니스트 매대에 테러리스트가 폭탄이나 무기를 숨길 확률이 낮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부키니스트들은 개막식 때 문을 닫는 정도는 협조할 수 있지만 아예 매대를 들어내는 것은 과하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전체 부키니스트 88%인 200명이 당국 퇴거 요청에 반발하고 있다. 제롬 칼레 부키니스트협회장은 “우리는 파리의 주요 상징이고 450년간 센강에 자리하고 있었다”며 “우리를 사라지게 하는 건 에펠탑이나 노트르담 대성당을 해체하는 것만큼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일간 르몽드에 밝혔다.“철거 15일간 생계 막막” 현장에서 만난 부키니스트들은 당국 방침대로 올림픽 기간 15일 동안 문을 닫으면 생계에 큰 지장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생 미셸 둑 부근 부키니스트에서 6년째 일하는 브누아르 솔태니 씨는 기자에게 “15일간 돈을 벌 수 없는데 정부는 철거하라고 하니 너무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매대용 박스가 손상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2년째 부키니스트를 하는 필리프 뒤센 씨는 “헌책이 진열된 상자는 매우 약해서 한번 뜯어내면 손상될 우려가 있다”며 “경찰 당국이 우리를 철거시킬 게 아니라 안전사고를 예방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레 협회장은 퇴거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된다고도 했다. 부키니스트협회는 철거할 경우 전체 매대의 59%에 해당하는 박스 약 570개가 파손될 것으로 추정했다. 파손된 박스를 수리하고 개조하는 데만 150만 유로(약 21억5400만 원)가 들 것이라고 추산한다. 지식인 사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에드가르 모랭과 역사학자 모나 오주프 등 프랑스 지식인 40여 명은 9일 르몽드 기고를 통해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대중문화유산을 보존하기는커녕 소중히 여기는 경향도 거의 없다”며 “진정한 가치를 충분히 숙고하지 않고 있다”고 당국의 부키니스트 철거 방침을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파리시는 유화책을 내놓고 있다. 부키니스트 매대 철거 및 재설치 비용은 물론이고 잠재적 파손 비용도 지불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센 강변에서 밀려나는 부키니스트들이 올림픽 기간 관광객을 맞을 수 있는 ‘서점 마을’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노숙인 퇴거 방침도 논란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부키니스트들과 함께 도심 노숙인들도 퇴거 요구를 받고 있다. AFP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올림픽 개막 전에 이 노숙인들을 파리 밖으로 내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3월부터 프랑스 전역에 노숙인 임시 수용 시설 설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을 앞두고 파리에 숙박난이 예상돼 지금처럼 노숙인에게 저렴한 호텔을 임시 숙소로 제공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올리비에 클라인 주택장관은 최근 의회에서 “노숙인을 받을 수 있는 호텔 수용 능력이 3000∼4000곳 줄어들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대비할 의무가 있다. 긴급 숙박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방 숙박 공간을 제공하려 한다”고 노숙인 이주 방침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권위주의적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극좌 성향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아드리앙 클루에 의원은 “프랑스 정부가 2024년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관광객들 눈에 띄지 않도록 노숙인을 강제로 숨기는 권위주의 정권 방식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정부에서도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인구 1만8000명인 프랑스 북서부 소도시 브뤼의 필리프 살몽 시장은 다음 달부터 2024년 말까지 3주마다 노숙인 50명을 수용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살몽 시장은 “우리 시는 이미 과포화 상태”라고 강조했다. 노숙인이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떠밀리면서 인권 문제가 불거질 조짐도 보인다. 살몽 시장은 파리 노숙인이 이주할 땅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노숙인에게 주택을 제공하는 건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절한 조건을 갖춘 다음 (주택이) 제공돼야 하는데 (해당 지역은) 중금속과 휘발유로 오염돼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주거 및 빈곤 관련 비영리단체 아베피에르재단은 파리 노숙인 퇴거 정책에 대해 “투명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며 “이주가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숙인 이주 문제는 과거 여러 올림픽 때도 해당 국가의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 정부는 베이징 노숙인을 고향으로 돌려보냈고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에는 노숙인이 한밤중에 도심 관광지에서 쫓겨났다고 AFP는 전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동할 예정이다.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첫 해외 주요국 순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러시아 크렘린궁은 러시아와 중국이 최고위급을 포함한 각급 접촉을 준비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10월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 참석을 위해 방중(訪中)할 예정’이라는 보도와 관련 “양자 접촉 일정이 조율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행사와 일정은 적절한 때 안내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푸틴 대통령이 ICC 체포영장 발부 이후 첫 해외 방문으로 중국을 찾아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행사에 초대한 것으로 전해졌다.두 정상이 만나게 된다면 올 3월 시 주석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후 약 7개월 만이 된다. 푸틴 대통령 방중은 지난해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을 앞두고 시 주석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 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3월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은 군사 분야 협력이 논의될지 주목된다.푸틴 대통령은 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ICC 회원국이 아닌 옛 소련 국가나 이란을 찾은 것 말고는 해외 순방 길에 오르지 못했다. 중국은 123개 ICC 회원국에 속하지 않는다. 지난주 ICC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도 화상으로만 참여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ICC 회원국이 아닌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불참한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가 학력 수준 하락과 심각해진 계층별 학력 양극화를 막기 위해 프랑스어 읽기, 쓰기 및 수학 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교육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학교 시험 체계도 개편해 고급 프랑스어 시험 ‘킬러 지문’은 20개에서 16개로 줄이기로 했다. 2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임명한 가브리엘 아탈 교육장관(34)은 이날 다음 달 새 학기를 맞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육개혁안(案) ‘지식의 충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프랑스어 교육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 읽기 시간이 늘어난다.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초등 2년생은 긴 지문을 읽으며 읽기 능력을 강화하게 된다. 초등 3학년생은 쓰기 교육을 위해 매주 최소 작문 1건을 써야 한다. 정부는 유치원 교육도 강화하기 위해 2027년까지 유치원 교사 37만 명을 양성할 방침이다. 국가 시험도 개편된다. 고등학교 프랑스어 시험에서 그동안 너무 어려워 학생이 풀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은 일종의 ‘킬러 지문’이 20개에서 16개로 줄어든다. 2018년 도입된 뒤 형식을 두고 논란이 많은 구술시험도 수정된다. 주로 고교 정규 과정에서 배운 내용이 시험에 더 많이 출제될 예정이다. 프랑스는 창의성 교육에 치중하는 북유럽 국가들과 달리 전통적으로 읽기, 수학 등 기초 학문 교육을 중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기초 학력이 하락하자 위기감이 커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1995∼2018년 프랑스 학생 학력 수준은 교육 과정으로 1년가량 뒤처졌다. 르몽드는 “프랑스는 최상위권 학생과 최하위권 학생 학력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이 특징적인데 이는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에서 ‘보르도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단 소식이 들린다. 오랜만에 다시 테러가 터진 것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이번 대학살은 ‘피’가 아니라 ‘와인’으로 흥건한 대학살이다. 프랑스의 자존심인 포도와 와인들이 혹독하게 수난을 당하고 있다.유명 와인 산지인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에서 잘 자란 포도나무가 뽑히고, 깊이 숙성된 와인들이 폐기되고 있다. 포도 수확 시기인 8월 말을 맞아 풍성한 뉴스가 아닌 흉흉한 소식이 들리는 건 왜일까.●수영장 100개에 채울 와인 버려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프랑스가 와인 약 6600만 갤런을 폐기할 예정이라고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100개 이상을 채울 수 있는 분량이다. 프랑스 농업부는 이렇게 와인을 버리는 데 보조금 2억 유로(약 2870억 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25일 발표했다. 초기 보조금으로만 1억6000만 유로(약 2294억 원)가 먼저 풀린다. 이 비용은 와인 생산 농가들이 와인을 버리고 포도밭을 철거하는 데도 쓰이지만, 판매하지 못한 와인을 향수나 손 소독제용 알코올 등으로 바꾸는 데도 지원된다. 프랑스의 자존심인 와인이 어쩌다 이렇게 홀대를 받게 됐을까. 생산 비용은 상승했는데 판매 가격은 그만큼 오르지 않아 농가들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고물가로 에너지 가격, 유리병 등 자재 가격, 임금 등이 전방위적으로 올랐다. 프랑스 방송 BFM TV에 따르면 특히 유리병 가격은 지난해 40~60% 뛴 데 이어 올해도 20~4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와인 가격은 그만큼 많이 오르지 못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월간 와인 생산자 물가 지수는 올해 6월 110.9로 전년 동기(117.8)에 비해 약 6% 하락했다. 프랑스 남부의 와인 산지인 AOC 랑그독의 노동조합 기술 이사인 장 필립 그라니에 씨는 AFP통신에 “우리는 와인을 너무 많이 생산하는 반면 판매 가격은 원가보다 낮아 돈을 잃고 있다”고 했다.그렇다 보니 와인 농가들은 와인 가격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프랑스 아페리티프 와인 연맹, 증류주 연맹, 와인 하우스 및 브랜드 연합 등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와인 가격을 낮출 수 없다”고 선언했다.●佛 마트서 와인, 맥주에 첫 역전 전망와인 가격이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워낙 주류 소비가 줄어든 데다 기후변화로 비교적 청량감이 더 강한 맥주가 선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현지 조사 결과 프랑스 슈퍼마켓에서 맥주 판매량이 올해 처음 와인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현지 소비자 설문에선 이미 젊은층을 중심으로 맥주가 선호 주류 1위를 점하고 있다.특히 와인 가운데서도 레드 와인 소비 감소가 두드러진다. 미디어 기업 RTL 조사에 따르면 레드 와인 소비량은 지난 10년간 18~35세 젊은층을 중심으로 32% 감소했다. 레드 와인은 화이트 또는 로제 와인에 비해 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여기에 와인 주요 수출국인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봉쇄 조치 등으로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서 와인 매출에 타격이 생겼다.최근 극심한 폭염 때문에 프랑스 등 유럽 지역 와인의 맛이 예전만 못한 점도 와인 판매 감소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은 최근 ‘디켄터 세계 와인 대회’에선 최고상이 호주 와인에 돌아갔고, ‘베스트 인 쇼’ 라벨을 획득한 와인 50병 중 10병이 호주산이었음을 소개하며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 와인이 받은 평가와 대비하기도 했다.●“변하는 와인 맛 살리자”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랑스 당국도 와인 맛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보르도 와인은 포도 성분이 변해 알코올 중독성과 씁쓸하고 떫은 맛을 내는 탄닌 비율이 너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가 지금처럼 극심해지면 우리가 알던 보르도 와인의 맛을 영영 잃을 수 있는 일이다.폴리티코에 따르면 당국은 결국 최근 보르도 와인 생산자들이 보르도 포도 외에 새로운 품종을 같이 곁들여 변한 와인의 맛을 조정할 수 있게 허용했다. 물론 당국의 엄격한 점검을 거쳐야 한다. 와인 농가들은 달라진 시대에 맞게 프리미엄 와인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전체적인 와인 소비는 줄었지만 프리미엄 와인은 여전히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더워진 여름 탓에 레드 와인에 비해 인기가 높아진 로제 와인의 경우 고급화가 두드러진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페르노리카 등 대기업들은 각각 ‘위스퍼링 앤젤’, ‘생트 마르게리트 엉 프로방스’란 프리미엄 로제 와인 브랜드를 일찍이 인수하거나 일부 투자해 판매하고 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세계적 걸그룹 ‘스파이스걸스’의 나라 영국에서 K팝 걸그룹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 또한 9월 한 달간 트와이스, 에스파, 있지(ITZY), 여자아이들 등 K팝 걸그룹이 9월에 줄줄이 런던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K팝 소비자의 90%가 해외에 있다는 점도 집중 부각했다. 가디언은 27일(현지 시간) ‘K팝 걸그룹이 영국을 정복한다’는 기사에서 7월 블랙핑크의 공연에 이어 9월에만 4개 팀이 런던에서 콘서트를 연다고 소개했다. 트와이스, 에스파, 있지, 여자아이들은 모두 9월에 런던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앞서 블랙핑크는 유명 음악축제 ‘하이드 파크 브리티시 서머 타임 페스티벌’에 한국 가수 최초로 ‘간판 출연자(헤드라이너)’로 참여했다. 이 외에 또 다른 걸그룹 마마무의 공연 실황은 이달 영국 전역의 영화관에서 상영됐다. 피프티피프티, 뉴진스의 노래 또한 영국 차트에 진입했다. 가디언은 영국에서 한국 걸그룹이 인기를 얻는 이유를 두고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며, 섬세하고 조율된 성공 공식을 통해 영국 걸그룹의 빈자리를 채웠다고 분석했다. 또 K팝 소비자의 90%가량을 수익성 높은 해외 팬이 차지하고 있고, 한국에 거주하는 팬은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녀시대, 레드벨벳 등의 히트곡을 작곡한 클레어 로드리게스 리는 “음악은 귀에 쏙 들어오고 패션 스타일링은 적절하고 안무는 훌륭하며 무대 연출은 섬세하다”며 “K팝 걸그룹 노래엔 진짜 여성스러운 에너지가 있고, 마치 ‘우리 무리로 와’라고 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K팝 관련 기업이 상업적 성공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바람에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팝 그룹의 오래된 팬이라고 밝힌 ‘키탄 M’은 “음악이 종종 반복적이고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공공장소에서 이슬람 여성의 전통 의상 ‘히잡’과 ‘부르카’ 착용을 금지해온 프랑스가 이번엔 공립학교에서의 ‘아바야’(일부 이슬람교도 여성이 입는 헐렁한 전신 의상) 착용을 금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34세 가브리엘 아탈 신임 교육장관이 이 결정을 주도했다. 우파는 환영했지만 좌파는 표현 및 종교의 자유가 억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아탈 장관은 27일 TF1 방송 인터뷰에서 “공립학교 학생은 아바야를 입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실에 들어섰을 때 특정 학생을 보는 것만으로 그의 종교를 알 수 있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학교에서 아바야를 착용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 달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제시하기로 했다. 히잡은 머리를 감싸면서 가슴까지 가리는 두건을 의미한다. 부르카는 눈 부분까지 망사로 가린 옷이다. 아바야는 얼굴과 손발을 제외하고 온몸을 가리는 망토가 대부분이다. 프랑스가 히잡, 부르카, 아바야 착용 등을 금하는 이유는 ‘라이시테’(세속주의)와 관련이 있다. 1958년 개정된 헌법 1조가 규정한 ‘정교(政敎)분리 원칙’을 뜻한다. 사적 영역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종교적 색채를 띠는 일을 금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프랑스에서는 아바야 착용 금지를 두고 우파와 좌파 간 논쟁이 이어져 왔다. 우파 정당은 라이시테 원칙을 내세우며 이슬람 전통 복장의 착용 금지를 지지했다. 좌파는 이슬람 여성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2021년 8월부터 아프가니스탄을 통치 중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탈레반은 최근 일부 여성이 국립공원 내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의 국립공원 출입을 금지했다. 27일 BBC방송에 따르면 무함마드 하나피 선악(善惡)부 장관 대행은 “공원 안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출입을 금지하라”고 성직자들과 보안기관에 요구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공공장소에서 이슬람 여성의 전통 의상 ‘히잡’과 ‘부르카’ 착용을 금지해온 프랑스가 이번엔 공립학교에서의 ‘아바야(일부 이슬람교도 여성이 입는 헐렁한 전신 의상)’ 착용을 금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34세 가브리엘 아탈 신임 교육장관이 이 결정을 주도했다. 우파는 환영했지만 좌파는 표현 및 종교의 자유가 억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아탈 장관은 27일 ‘TF1’ 방송 인터뷰에서 “공립학교 학생은 ‘아바야’를 입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실에 들어섰을 때 특정 학생을 보는 것만으로 그의 종교를 알 수 있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학교에서 아바야를 착용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 달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제시하기로 했다.‘히잡’은 머리를 감싸면서 가슴까지 가리는 두건을 의미한다. ‘부르카’는 눈 부분까지 망사로 가린 옷이다. ‘아바야’는 얼굴과 손발을 제외하고 온몸을 가리는 망토가 대부분이다.프랑스가 히잡, 부르카, 아바야 착용 등을 금하는 이유는 ‘라이시테(세속주의)’와 관련이 있다. 1958년 개정된 헌법 1조가 규정한 ‘정교(政敎)분리 원칙’을 뜻한다. 사적 영역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종교적 색채를 띠는 일을 금한다는 의미다.그동안 프랑스에서는 아바야 착용 금지를 두고 우파와 좌파 간의 논쟁이 이어져 왔다. 우파 정당은 라이시테 원칙을 내세우며 이슬람 전통 복장의 착용 금지를 지지했다. 좌파는 이슬람여성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지난해 8월부터 아프가니스탄을 통치 중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탈레반은 최근 일부 여성이 국립공원 내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의 국립공원 출입을 금지했다. 27일 BBC방송에 따르면 모하마드 하나피 선악(善惡)부 장관 대행은 “공원 안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출입을 금지하라”고 성직자들과 보안기관에 요구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세계적 걸그룹 ‘스파이스걸스’의 나라 영국에서 K팝 걸그룹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 또한 9월 한 달간 트와이스, 에스파, 있지(ITZY), 여자아이들 등 K팝 걸그룹이 9월에 줄줄이 런던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K팝 소비자의 90%가 해외에 있다는 점도 집중 부각했다.가디언은 27일(현지 시간) ‘K팝 걸그룹이 영국을 정복한다’는 기사에서 7월 블랙핑크의 공연에 이어 9월에만 4개팀이 런던에서 콘서트를 연다고 소개했다. 트와이스, 에스파, 있지, 여자아이들은 모두 9월에 런던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앞서 블랙핑크는 유명 음악축제 ‘하이드 파크 브리티시 서머 타임 페스티벌’에 한국 가수 최초로 ‘간판 출연자(헤드라이너)’로 참여했다. 이 외 또 다른 걸그룹 마마무의 공연은 이달 영국 전역의 영화관에서 상영됐다. 피프티피프티, 뉴진스의 노래 또한 영국 차트에 진입했다.가디언은 영국에서 한국 걸그룹이 인기를 얻는 이유를 두고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며, 섬세하고 조율된 성공 공식을 통해 영국 걸그룹의 빈자리를 채웠다고 분석했다. 또 K팝 소비자의 수익성 높은 90%가량을 해외 팬이 차지하고 있고 한국에 거주하는 팬은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녀시대, 레드벨벳 등의 히트곡을 작곡한 클레어 로드리게스 리는 “음악은 귀에 쏙 들어오고 패션 스타일링은 적절하고 안무는 훌륭하며 무대 연출은 세심하다”며 “K팝 걸그룹 노래엔 진짜 여성스러운 에너지가 있고, 마치 ‘우리 무리로 와’라고 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다만 일각에서는 K팝 관련 기업이 상업적 성공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바람에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팝 그룹의 오래된 팬이라고 밝힌 ‘키탄 M’은 “음악이 종종 반복적이고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해 침묵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에 대해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심각한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이 숨진 지 약 24시간 만이다. 미국은 비행기 추락 원인으로 기내 폭발을 유력하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TV로 방영된 연설을 통해 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10명과 관련해 “유족들에게 가장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탑승객 중에 “바그너그룹 직원들”이 타고 있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신(新)나치 정권과의 싸움에서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이라고 칭송했다. 이어 프리고진과는 1990년대 초반부터 알고 지냈다며 그를 “복잡한(complicated) 삶을 산 사람”이라고 묘사하면서 “그는 살면서 중대한 실수들을 했지만 그 자신을 위해서, 또 내가 요구할 때는 지난 몇 달간 (우크라이나에서 한 것처럼) 국가를 위해서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사고 관련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과거형 동사를 썼지만 그가 사망했음을 공식 확인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이날 연설 내용을 보도하면서 홈페이지에 엄숙한 표정의 푸틴 대통령 사진을 실었다. 2개월 전 프리고진 무장 반란 당시에는 분노한 표정의 사진이 실린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애도 분위기와 달리 푸틴 대통령은 전날 프리고진이 탄 비행기가 추락할 무렵 ‘쿠르스크 전투’ 80주년 기념식 연설 중 ‘조국에 대한 군인의 헌신’을 강조하면서는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겨우 억눌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비행기 추락 사고 원인으로 기내 폭발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정보기관 예비 조사 결과 프리고진이 비행기 내부 폭발을 통해 암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됐다’는 보도는 “부정확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행기가 추락 직전 급격하게 수직 낙하했고 파편이 반경 2km까지 퍼져 있는 것으로 볼 때 기기 고장보다는 폭발이 더 유력하다고 판단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암살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영국 BBC에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을 살해하란 명령을 내렸다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해 침묵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에 대해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심각한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이 숨진 지 약 24시간 만이다. 미국은 비행기 추락 원인으로 기내 폭발을 유력하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2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TV로 방영된 연설을 통해 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10명과 관련해 “유족들에게 가장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푸틴 대통령은 탑승객 중에 “바그너그룹 직원들”이 타고 있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신(新)나치 정권과의 싸움에서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이라고 칭송했다. 이어 프리고진과는 1990년대 초반부터 알고 지냈다며 그를 “복잡한(complicated) 삶을 산 사람”이라고 묘사하면서 “그는 살면서 중대한 실수들을 했지만 그 자신을 위해서, 또 내가 요구할 때는 지난 몇 달간 (우크라이나에서 한 것처럼) 국가를 위해서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사고 관련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덧붙였다.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과거형 동사를 썼지만 그가 사망했음을 공식 확인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이날 연설 내용을 보도하면서 홈페이지에 엄숙한 표정의 푸틴 대통령 사진을 실었다. 2개월 전 프리고진 무장 반란 당시에는 분노한 표정의 사진이 실린 바 있다.그러나 이 같은 애도 분위기와 달리 푸틴 대통령은 전날 프리고진이 탄 비행기가 추락할 무렵 ‘쿠르스크 전투’ 80주년 기념식 연설 중 ‘조국에 대한 군인의 헌신’을 강조하면서는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겨우 억눌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미국 정부는 이번 비행기 추락 사고 원인으로 기내 폭발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정보기관 예비 조사 결과 프리고진이 비행기 내부 폭발을 통해 암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다만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됐다’는 보도는 “부정확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행기가 추락 직전 급격하게 수직 낙하했고 파편이 반경 2km까지 퍼져 있는 것으로 볼 때 기기 고장보다는 폭발이 더 유력하다고 판단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암살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영국 BBC에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을 살해하란 명령을 내렸다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를 향한 무장반란 꼭 두 달 만인 23일(현지 시간) 의문의 비행기 추락으로 숨졌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누적된 정규군과의 갈등으로 6월 23일 반란을 일으켰다. 푸틴 체제에 반기를 든 인물이 줄줄이 죽음을 맞은 상황이 재연됐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를 출발해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오후 6시경 트베리주 쿠젠키노 들판에 추락했다. 당국은 프리고진, 바그너그룹의 공동 창업자 드미트리 웃킨 등 탑승자 10명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놀랍지도 않다”며 푸틴 정권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프리고진 전용기, 30초만에 2.4km 추락… “격추” “기체결함” 난무 WSJ “격추라면 공개 처형한 것”“사망자는 대역… 살아있다” 소문도바이든 “탈것 조심하라 했지 않나”푸틴이 추락 배후 가능성 시사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에 따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망의 배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있을 것이란 관측은 지배적이나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프리고진의 전용 비행기를 추락시켰는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방공망 혹은 지대공 미사일에 의한 격추,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프리고진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고 어디엔가 살아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돌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이 사망 소식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각종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국영 언론은 프리고진이 숨진 23일(현지 시간) 저녁 뉴스에서 사망 사실을 약 30초 분량으로 짧게 전했다.● 반란 실패 두 달 만에 의문의 죽음 프리고진의 인생은 그의 죽음만큼 극적이다. 1961년 푸틴의 고향이기도 한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1981년 강도, 폭행 등으로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1990년 출소했다. 1995년부터 요식업에 진출했고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푸틴과의 친분을 통해 각종 정부 계약을 속속 따냈다. 2000년 푸틴의 집권 후 크렘린궁 연회에 음식을 제공했고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2014년 프리고진은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출신이며 히틀러 추종자로 유명한 드미트리 웃킨 등과 바그너그룹을 만들었다. 이후 시리아, 리비아, 수단 등 분쟁국에서 현지의 독재 정권을 도우며 광물 채굴 등 이권 사업을 따냈다. 이 돈이 푸틴의 통치 자금으로도 쓰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다.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의 점령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자 정규군과의 갈등이 고조됐다. 결국 올 6월 23일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모스크바를 200km 앞둔 지점까지 800km를 진격해 푸틴 대통령에게 집권 후 최대 굴욕을 선사했다. 하루 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그를 응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두 달간 상트페테르부르크, 벨라루스, 아프리카 사막지대 등을 자유롭게 오갔으나 결국 의문의 사고로 숨졌다.● 비행기 추락 원인은 오리무중 항공 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운항 고도인 8.5km(약 2만8000피트)에서 약 30초 만에 2.4km(약 8000피트) 이상 추락했다. 일부 러시아 매체는 이 비행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다고 전했다. 추락 직후 친(親)바그너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은 “러시아군 방공망에 의해 비행기가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또한 “푸틴 대통령이 군 사령부에 비행기를 격추하라고 명령했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의 격추가 사실이면 일종의 ‘공개 처형’이라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무엇을 탈지 조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느냐”며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전체의 물자 부족이 심화한 만큼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항공기를 만든 브라질 엠브라에르는 “2019년부터 이 비행기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전규칙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이 종종 대역을 썼고 여권도 여러 개라며 신원 확인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2019년 추락한 한 군용기의 승객 명단에도 이름이 있었지만 얼마 뒤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마찬가지로 석연찮은 죽음을 맞이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은 부지기수다. 독극물, 총격, 추락, 의문사 등 사망 이유도 다양하다. 푸틴 정권이 ‘죽음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무자비한 말을 남겼으며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한 옛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정적 숙청을 모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2006년 영국 런던의 호텔에서 홍차를 마시고 숨졌다. 이 홍차에는 청산가리보다 약 25만 배 독성이 강한 방사성물질 ‘폴로늄 210’이 녹아 있었다. 푸틴 정권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합병 시도 등에 비판적이었던 보리스 넴초프 전 러시아 부총리는 2015년 모스크바 도심에서 괴한 총격으로 숨졌다. 앞서 푸틴 정권의 체첸 탄압을 비판한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가 2006년 같은 방식으로 사망했다. 푸틴 정권의 ‘신흥 재벌(올리가르히)’ 숙청으로 해외 도피한 미디어 재벌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2013년 런던 부촌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은 지난해 9월 모스크바 병원에서 추락사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줄곧 비판했다. 소련이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의한 암살 시도 또한 빈번했다. 2020년 8월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시베리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노비촉에 중독됐다. 독일 베를린의 한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2018년 러시아와 영국의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도 영국 솔즈베리의 쇼핑몰에서 노비촉에 중독됐다 겨우 깨어났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에 따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망의 배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있을 것이란 관측은 지배적이나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프리고진의 전용 비행기를 추락시켰는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방공망 혹은 지대공 미사일에 의한 격추,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프리고진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고 어디선가 살아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돌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이 사망 소식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각종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국영 언론은 프리고진이 숨진 23일(현지 시간) 저녁 뉴스에서 사망 사실을 약 30초 분량으로 짧게 전했다.● 반란 실패 두 달 만에 의문의 죽음프리고진의 인생은 그의 죽음만큼 극적이다. 1961년 푸틴의 고향이기도 한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고 1981년 강도, 폭행 등으로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1990년 출소했다. 1995년부터 요식업에 진출했고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푸틴과의 친분을 통해 각종 정부 계약을 속속 따냈다. 2000년 푸틴의 집권 후 크렘린궁 연회에 음식을 제공했고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2014년 프리고진은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출신이며 히틀러 추종자로 유명한 드미트리 웃킨 등과 바그너그룹을 만들었다. 이후 시리아, 리비아, 수단 등 분쟁국에서 현지의 독재 정권을 도우며 광물 채굴 등 이권 사업을 따냈다. 이 돈이 푸틴의 통치 자금으로도 쓰였다는 것이 정설이다.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다.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의 점령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자 정규군과의 갈등이 고조됐다. 결국 올 6월 23일 남부 로스토프나도두에서 모스크바를 200km 앞둔 지점까지 800km를 진격해 푸틴 대통령에게 집권 후 최대 굴욕을 선사했다. 하루 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그를 응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두 달간 상트페테르부르크, 벨라루스, 아프리카 사막지대 등을 자유롭게 오갔으나 결국 의문의 사고로 숨졌다.● 비행기 추락 원인은 오리무중 항공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운항 고도인 8.5㎞(약 2만8000피트)에서 약 30초만에 2.4㎞(약 8000피트) 이상 추락했다. 일부 러시아 매체는 이 비행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다고 전했다. 추락 직후 친(親)바그너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_존’은 “러시아군 방공망에 의해 비행기가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또한 “푸틴 대통령이 군 사령부에게 비행기를 격추하라고 명령했을 가능성 거의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의 격추가 사실이면 일종의 ‘공개 처형’이라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무엇을 탈 지 조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느냐”며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전체의 물자 부족이 심화한 만큼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항공기를 만든 브라질 엠브라에르는 “2019년부터 이 비행기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전규칙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이 종종 대역을 썼고 여권도 여러 개라며 신원 확인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2019년 추락한 한 군용기의 승객 명단에도 이름이 있었지만 얼마 뒤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를 향한 무장반란 꼭 두 달 만인 23일(현지 시간) 의문의 비행기 추락으로 숨졌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누적된 정규군과의 갈등으로 6월 23일 반란을 일으켰다. 푸틴 체제에 반기를 든 인물이 줄줄이 죽음을 맞은 상황이 재연됐다.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를 출발해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오후 6시경 트베르주 쿠젠키노 일대에서 추락했다. 당국은 프리고진, 바그너그룹의 공동 창업자 드미트리 웃킨 등 탑승자 10명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비행기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습, 쿠젠키노 들판에 추락한 후 화염과 연기를 내뿜는 동영상 등이 속속 올라왔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는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놀랍지도 않다”며 푸틴 정권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의 원전 강국 프랑스에서 원자로 수명이 최대 50년까지 연장된 첫 원전이 나왔다. 프랑스 원전 당국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면서 향후 늘어날 저탄소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원자로의 수명도 60년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프랑스 원자력안전청(ASN)이 최근 남동부 드롬주에 있는 트리카스탱 원전의 원자로 1호기에 대해 처음으로 최대 50년까지 운영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원전 수명이 50년까지 연장된 것은 프랑스 원전업계 사상 처음이다. 앞서 2021년 프랑스 당국은 1980년대에 운영을 시작한 32개 원자로의 가동 연한을 당초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는데, 이번에 심사를 통해 실제 연장 승인이 이뤄진 사례가 나온 것이다. 1980년 가동을 시작한 트리카스탱 원자로 1호기는 10년 주기의 운영 심사를 받아왔으며 2019년 4번째 심사를 통과했다. 프랑스 정부는 향후 수십 년간 저탄소 전기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가급적 모든 원자로의 수명을 60년 이상으로 연장할 계획이다. 우리의 경우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의 운영 허가 기간은 30∼40년이다. 다만 원전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지진 위험과 폭염 등 기후 변화에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탈원전’을 추진해온 독일은 2045년까지 ‘탄소중립’(탄소 배출 제로)을 이루겠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부 환경위원회(UBA)와 정부자문기구인 기후전문가위원회는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65%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2045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할지도 의심스럽다”고 정부에 보고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금융당국에 등록 서류를 제출하며 나스닥 상장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올해 미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ARM의 기업 가치는 9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ARM이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상장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음 달 중으로 예상된다. 상장 주식 수와 공모가액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ARM의 가치가 600억∼700억 달러(약 80조∼94조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 상장될 주식은 전체 주식의 1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ARM은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압도적 1위 기업으로, 퀄컴 알파벳 애플 등이 의존하는 세계 반도체 설계 분야 최강자다. 2016년 320억 달러(약 43조 원)에 ARM을 인수한 소프트뱅크는 2017년 지분의 25%를 80억 달러(약 10조7000억 원)에 소프트뱅크와 사우디국부펀드가 만든 기술 펀드인 비전펀드1(VF1)에 매각했다. 이 지분은 소프트뱅크 자회사가 이달 대부분을 인수했다. 인수 대금은 2년 분할 지급할 예정이다.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2020년 9월 ARM을 400억 달러(약 53조4000억 원)에 매수하려 했으나 SEC 등 각국 경쟁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SEC에 제출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ARM의 2023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매출은 26억7900만 달러(약 3조5800억 원)로, 전년(27억 달러·약 3조6000억 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같은 연도 순이익은 5억2400만 달러(약 7000억 원)였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서구권 국가에서 기후변화 정책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이른바 ‘기후 문화전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좌파 시민단체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 강도를 높이는 반면 우파 성향의 정부나 정치인들은 정책 속도를 늦추거나 추진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좌파의 기후 위기 주장은 사기”라는 주장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특히 내년에 각각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영국과 미국에서 탄소중립 정책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첨예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탄소중립 정책, 보수-진보 선명히 갈라” 유럽 전문 매체인 유로뉴스는 영국 정부가 ‘녹색정책’ 철회를 검토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두고 정치적 대립이 커지는 ‘기후 문화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20일 보도했다. 녹색정책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친환경 정책을 말한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최근 유럽 언론과 정치인들의 소셜미디어에는 ‘기후 문화전쟁’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과거에는 기후변화 정책에 주로 반발하는 집단은 환경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 친환경 정책이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우파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수당이 집권한 영국에선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유와 가스사업을 확대하려는 조짐이 일고 있다. 리시 수낵 총리(사진)는 북해 석유·가스 사업권 100여 건을 승인할 계획이라고 영국 BBC 등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영국에선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지며 ‘에너지 안보’가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수낵 총리는 “2050년 탄소중립이 되더라도 에너지원의 4분의 1 이상이 여전히 석유와 가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국내에서 생산된 에너지보다 탄소 배출량이 2∼3배 많은 해외 에너지를 수입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며 탄소중립 정책이 서민에게 부담을 준다는 일부 여론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은 최근 보궐선거에서 ‘초저배출구역(ULEZ)’ 확대 적용에 대한 우려를 부각해 ‘깜짝 승리’를 거뒀다. ULEZ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노후 차량에 요금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탄소중립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집권 보수당과 야당 노동당을 가르는 선명한 선이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美 공화당 집권 시 탄소억제 규정 폐기할 듯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야당 공화당이 집권하면 기후변화 정책이 뒤집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주도적으로 마련한 공화당 집권 시 첫 180일간의 시나리오인 ‘프로젝트 2025’ 등을 근거로 기후·에너지 정책이 가장 심각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7일 보도했다. 이 시나리오는 자동차, 유정(油井) 및 가스정,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억제하는 규정을 폐기한다는 방침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일부 회원국의 우경화로 기후변화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일부에서 기후정책을 문화전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EU의 녹색정책이 회원국의 정치적 분열로 마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네덜란드에선 신생 정당인 농민-시민운동당(BBB)이 “정부의 기후위기론은 과장”이라고 주장해 지지를 받았고 올 3월 총선에서 상원 제1당이 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멀리사 플레밍 유엔 커뮤니케이션 수석은 지난해 5월 유엔 관련 매체 ‘위더피플스’에서 “기후변화 관련 허위 정보 생산자들의 전술이 점차 더 교묘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NYT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도 7일 칼럼을 통해 “기후전쟁이 (진영 간) 문화전쟁으로 흘러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기후 문화 전쟁(climate culture war)낙태, 성소수자, 동성혼 등의 이슈를 두고 보수, 진보 진영이 벌여 온 문화적 대립과 정체성 정치가 기후변화 정책으로도 확산된 현상.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