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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에서 8일 70대 운전자가 몰던 1t 화물트럭이 인파를 덮쳐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사고 이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기준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4명 중 1명이 고령 운전자 사고인데, 이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의 3배 이상이다. 9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순창군 사고가 고령 운전자의 조작 미숙에서 비롯됐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막을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1년 교통사고로 인한 전체 사망자 2916명 중 709명(24.3%)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에서 발생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206명(7.1%)의 3배를 넘는다. 2017년의 경우 고령 운전자 사고 사망자가 20.3%,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가 10.5%였다.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 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 운전자 사고는 12.4%를 차지했는데 2021년에는 15.7%였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2018년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제도를 도입했지만 면허 반납자 수는 매년 2%가량에 불과하다.“고령운전자, 인지능력 떨어져 사고위험” vs “시골선 車없인 못살아” 고령운전 사고 매년 증가 정부-지자체 ‘면허 반납’ 유도에도대중교통 열악한 지방선 참여 저조전문가 “100원택시-행복버스 늘리고면허요건 강화 등 합리적 규제 필요”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망 사고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지난해 3월 부산에선 80대 남성이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택가 버스정류장을 덮쳐 60대 남성이 사망하고 60대 여성이 부상을 당했다. 순창 참사에서처럼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12월 부산 재래시장에선 8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급가속하면서 60대 여성과 18개월 손녀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때마다 고령자 면허 반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최근 3년간 고령 운전자가 100만 명 넘게 늘어난 데 비해 면허를 자진 반납한 이는 연간 10만 명 안팎에 그치는 형편이다. 경찰 관계자는 “순창 사고는 최근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 중 최악의 참사”라며 “고령 운전자가 앞으로도 매년 30만 명 이상씩 늘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운전 못 하면 생활 불가능” 지방 반납률 낮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438만7358명 중 면허를 반납한 사람은 11만2942명(2.6%)에 불과했다. 대도시보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면허 반납률이 더 저조하다. 경북의 반납률은 1.7%, 충북은 1.9%, 전남은 2.0%에 그친다. 이는 대중교통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면허를 반납하면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사고가 발생한 순창군 구림면 단풍마을에 사는 주민 김길선 씨(80)는 “읍내를 오가는 버스가 하루 세 번밖에 없다”며 “면허 반납을 고민하다가도 당장 농사에 쓸 비료를 사서 날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다시 운전대를 잡게 된다”고 했다. 이 마을 주민 평균 연령은 70세가 넘지만 주민 20명 중 7명이 여전히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다. 주민 서대순 씨(74)는 “택시를 타면 순창 읍내까지 2만2000원이 나온다”며 “버스가 너무 안 와서 119구급차를 부른 적도 있다”고 했다. 단풍마을 옆 대산마을 주민 강성희 씨(67)도 “여기선 차가 없으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면허 반납 인센티브 늘리고 이동권 지원 필요”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막기 위해선 면허증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면허 반납 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동시에 고령자 이동권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선 현재 7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3년마다 적성검사를 실시한 후 면허를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주행 테스트 없이 기본 적성검사만 하다 보니 형식적이란 지적을 받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령화가 되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하는 등 기기 조작, 인지 판단 능력이 떨어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운전자가 치매 등 특정 질병을 진료받은 이력이 있는지 전문의가 자료를 검토해 인지 능력을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화물차 택시 등 사업용 차량을 운전하는 경우 만 65∼69세는 3년마다, 만 70세 이상은 매년 자격유지검사를 받게 했다. 다만 여기에 학원 통학 차량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2019년 학원 통학차를 몰던 81세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5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도 발생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다수의 학생이 탄 학원 통학 차량이나 스쿨버스의 경우 사업용 운전자와 같이 정밀검사를 받게 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면허 반납 시 주어지는 인센티브도 턱없이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한 차례 10만∼50만 원의 교통비를 지원하는 수준인데 이보다 대체 교통수단 등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 혜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준한 박사는 “일회성 혜택보다 실제 이동하는 시간과 장소에 맞춰 이용할 수 있는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수단을 늘려야 한다”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100원 택시’나 행복버스 같은 제도를 늘려야 반납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서천군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지역 주민에게 읍 소재지까지 1500원, 면 소재지까지 100원에 택시를 운행해 미국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순창=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8일 3년 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에 참석했다. 윤 의원은 정의연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달 1심에서 15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발표한 후 처음 열린 수요시위에서 윤 의원은 “지난 3년 동안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 숨을 쉬면 숨을 쉰다고 공격해 숨 쉬는 것조차 불편했다”면서도 “(시위에 나오지 못한 걸) 반성한다”고 했다. 이어 “추운 겨울날 할머니들이 거리에 앉아 요구한 건 사죄와 배상이지 돈이 아니었다. 정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때 세워질 수 있고 그게 바로 피해자 중심주의”라며 정부의 해법을 비판했다. 윤 의원이 마지막으로 수요시위에 참석한 것은 21대 총선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자 신분이었던 2020년 3월 25일이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모인 수요시위 참가자 100여 명(경찰 추산)은 ‘강제동원 셀프배상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한국 정부는 피해자의 인권과 존엄을 무시한 굴욕적인 강제 동원 해법을 당장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피해자를 무시하고 가해국 일본의 전쟁범죄를 삭제해 주는 역사에 기록될 최악의 외교참사”라며 정부 해법을 비판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훼손하는 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운운하며 피해자 명예와 인권을 짓밟고 있는 참혹한 현실이 기가 막히다”며 “피해자들이 힘겹게 쟁취한 법적 권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수요시위 장소 맞은편에서 열린 맞불 집회에선 보수단체 관계자 10여 명이 “윤미향을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부의 해법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에서 ‘대일 굴욕 외교 대책 위원회’를 구성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이 11일 서울광장에서 주최하는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해법 무효 범국민대회’에도 참석한다. 이재명 대표도 참석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8일 3년 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에 참석했다. 윤 의원은 정의연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달 1심에서 15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발표한 후 처음 열린 수요시위에서 윤 의원은 “지난 3년 동안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 숨을 쉬면 숨을 쉰다고 공격해 숨 쉬는 것조차 불편했다”면서도 “(시위에 나오지 못한 걸) 반성한다”고 했다. 이어 “추운 겨울날 할머니들이 거리에 앉아 요구한 건 사죄와 배상이지 돈이 아니었다. 정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때 세워질 수 있고 그게 바로 피해자 중심주의”라며 정부의 해법을 비판했다. 윤 의원이 마지막으로 수요시위에 참석한 것은 21대 총선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자 신분이었던 2020년 3월 25일이었다.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모인 수요시위 참가자 100여 명(경찰 추산)은 ‘강제동원 셀프배상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한국 정부는 피해자의 인권과 존엄을 무시한 굴욕적인 강제 동원 해법을 당장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피해자를 무시하고 가해국 일본의 전쟁범죄를 삭제해 주는 역사에 기록될 최악의 외교참사”라며 정부 해법을 비판했다.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훼손하는 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운운하며 피해자 명예와 인권을 짓밟고 있는 참혹한 현실이 기가 막히다”며 “피해자들이 힘겹게 쟁취한 법적 권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했다.수요시위가 열린 장소 맞은편에서 열린 맞불 집회에선 보수단체 관계자 10여 명이 “윤미향을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부의 해법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에서 ‘대일 굴욕 외교 대책 위원회’를 구성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이 11일 서울광장에서 주최하는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해법 무효 범국민대회’에도 참석한다. 이재명 대표도 참석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중학교 3학년 A 양(14)은 호기심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 텔레그램 판매책의 아이디(ID)를 어렵지 않게 입수할 수 있었다. 급기야 판매자가 보낸 텔레그램 링크를 통해 40만 원을 가상화폐로 송금하고 필로폰 0.5g을 구매했다. 10여 차례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 A 양은 6일 오후 이 중 0.05g을 물에 타서 마셨다가 아파트 계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A 양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7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미성년자인 A 양은 일명 ‘던지기 수법’을 통해 손쉽게 마약을 구했다고 한다. 판매자가 특정 장소에 숨겨 놓고 알려주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수법이다. 동대문구 아파트에 살던 A 양도 서울 광진구 주택가 문틈에서 판매자가 숨겨둔 필로폰을 찾아갔다. 경찰 조사에서 A 양은 “마약을 처음 접하고 투약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A 양의 소변과 모발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추가 범행이 있었는지 확인한 후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또 판매책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를 통해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지만 호기심에 한 번이라도 마약에 손대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중학교 3학년 A 양(14)은 “요새 마약을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 ‘○○○’을 텔레그램 검색창에 입력해보자 ‘수도권 빠른 거래 가능’ 등 판매책 아이디(ID) 여러 개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급기야 A 양은 판매자가 정한 텔레그램 링크를 통해 40만 원을 가상화폐로 송금하고 필로폰 0.5g을 구매했다. 10여 차례 넘게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 A 양은 6일 오후 0.05g을 물에 타서 마셨다가 아파트 계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A 양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7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미성년자인 A 양이 이렇게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통해 마약 거래가 이뤄져서다. 판매자가 특정 장소에 숨겨놓고 알려주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수법이다.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에 살던 A 양도 서울 광진구 주택가 문틈에서 판매자가 숨겨둔 필로폰을 찾아갔다. 경찰 조사 결과 A 양은 마약을 처음 접하고 투약한 것으로 나타나 귀가 조치됐다. 경찰은 A 양의 소변과 모발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분석을 의뢰해 추가 범행이 있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판매책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집회 수요가 용산으로 옮겨 가면서 종로구 일대 파출소도 원래만큼 있을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항상 종로가 ‘메인’이었는데 이렇게 변한 게 아쉽죠.” 20년 넘게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1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부터 종로경찰서 관할 파출소 12개 중 10개가 통합돼 총 7개로 통합 운영된다. 종로경찰서 관할 한 파출소장도 “종로 일대가 더는 ‘정치 1번지’가 아니게 돼 아쉽다“고 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종로가 더 이상 서울의 중심이 아니라는 뜻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종로경찰서 관할 파출소 중 △세검정-평창 △청운-통의 △신문로-세종로 △사직-옥인 △관수-청진파출소를 통합 운영한다. 규모가 큰 파출소는 ‘중심파출소’로, 작은 파출소는 ‘주간파출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다만 삼청파출소와 교남파출소 등 2곳은 통합하지 않고 계속 단독으로 유지한다. 주간파출소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하며, 간단한 민원 접수만 담당한다. 사건 접수 등 주요 업무는 중심파출소에서 처리한다. 주간파출소에 접수된 사건도 중심파출소에서 처리하게 된다. 근무도 기존 3교대에서 4교대 체제로 바뀌면서 근무 시간도 월 평균 4일가량 줄어들게 됐다. 파출소가 사라지게 된 지역 인근 주민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서울 종로구 내수동의 한 아파트에 18년째 거주 중인 주민 A 씨(80)는 “종로구가 미국의 워싱턴 같다고 생각해 이사를 왔는데,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후 이런 상징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누상동에 30년째 살고 있는 이금자 씨(77)도 “청와대 인근에 사는 게 좋았다”며 “손주들 나이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보내 애착이 깊은 동네가 변해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종로구지만 혜화경찰서 관할 일부 파출소들은 기존대로 계속 운영된다. 당초 서울경찰청은 혜화경찰서 관할 파출소 통폐합을 검토했지만,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통폐합 계획을 백지화했다. 최원영기자 o0@donga.com}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지연(가명·28·여) 씨는 최근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를 결심했다. 이 씨는 “박봉과 업무 스트레스에 지쳤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스로 일을 찾아서 했지만 이제는 최소한의 일만 하고 있다”고 했다.●‘조용한 퇴사’ 번지는 사무실‘조용한 퇴사’는 실제 직장을 그만두진 않지만, 업무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할 일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화제가 됐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장인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모습이다. 3년 차 비서 강수진(가명·26·여) 씨도 조용한 퇴사자다. 강 씨는 “내 생활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굳이 퇴근시간 후까지 남아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상사로부터 ‘우리 때는 안 그랬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패션 회사에서 일하는 김민지(가명·26·여) 씨도 “야근을 강요하는 상사 눈치를 보느라 새벽에 퇴근할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더 이상 이곳에선 성장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매일 칼퇴근한다”며 “업무 시간 외 연락도 일절 받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조용한 퇴사자를 바라보는 회사 내 시선은 곱지 않다. 프로그램 기획자로 4년째 근무 중인 이강은(가명·36·여) 씨는 “연초부터 동료들이 연이어 조용한 퇴사자가 된 것 같아 나까지 의욕이 떨어진다”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려고 해도 다들 안 되는 이유만 수백 가지를 찾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박민지(가명·27·여) 씨도 “급한 일이 생겨도 근무시간 외에는 일절 답하지 않는 동료들이 많다 보니 결국 나서는 사람이 남의 일까지 떠안게 된다”고 했다.●조용한 퇴사, 청년층은 70%가 “긍정적”동아일보와 청년재단이 함께 실시한 ‘청년 이·퇴직 인식조사’에서 청년층의 ‘조용한 퇴사’에 대한 청년층과 기성세대의 시각은 극명하게 갈렸다. 만 19∼34세 청년층의 70%는 조용한 퇴사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만 35세 이상 기성세대의 경우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66%에 달했고,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34%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입사 후 ‘공정한 보상체계’에 대해 실망한 청년들이 ‘조용한 퇴사’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자신보다 일을 덜 하는 반면 급여는 많이 받는 윗사람 등을 보면서 의욕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평판 조회 플랫폼 스펙터의 윤경욱 대표는 “청년층이 기성세대보다 공정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급여 외에도 휴가, 사내복지 등에서 공정한 보상체계를 갖춰 성과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기업들은 조용한 퇴사를 막고 청년 사원들의 근로 의욕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한 국내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조용한 퇴사를 막기 위해 성과와 업무에 따른 직무급여 차등 지급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실제로 직장을 그만두진 않지만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 할 일만 최소한으로 하는 것.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족 측이 14일 녹사평역 인근 시민분향소를 없애고 서울광장 분향소로 통합하겠다면서 ‘서울광장 사수’ 방침을 밝혔다. 반면 15일을 자진 철거 기한으로 제시한 서울시는 “현재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는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유족과 서울시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녹사평역 시민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사평역 분향소를) 서울광장 분향소와 통합해 시민들과 온전한 추모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 제시한 자진 철거 기한을 하루 앞두고 퇴로를 막으며 ‘후퇴는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협의회 측은 또 “더 이상 서울시 및 오세훈 시장과의 대화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하겠다”며 “15일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이 예정된 만큼 시민 여러분이 분향소를 함께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서울시는 입장문을 내고 “분향소와 추모 공간에 대한 유가족 여러분의 호소와 아픈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현재 서울광장에 설치된 시설물은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거해야 한다’는 답변이 높게 나온 설문 결과를 제시하며 “무단 불법으로 설치된 현재 시설물에 시민들은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할) 분향소 장소 등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가족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8일로 예정됐던 자진 철거 기한을 일주일 연장해 15일 오후 1시까지 서울광장 분향소를 자진 철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신환 정무부시장이 유족 측에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응답이 없다. 15일 오전까지 유족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지연(가명·28·여) 씨는 최근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를 결심했다. 이 씨는 “박봉과 업무 스트레스에 지쳤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스로 일을 찾아서 했지만 이제는 최소한의 일만 하고 있다”고 했다.● ‘조용한 퇴사’ 번지는 사무실‘조용한 퇴사’는 실제 직장을 그만두진 않지만, 업무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할 일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화제가 됐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장인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모습이다.3년 차 비서 강수진(가명·26·여) 씨도 조용한 퇴사자다. 강 씨는 “내 생활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굳이 퇴근시간 후까지 남아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상사로부터 ‘우리 때는 안 그랬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패션 회사에서 일하는 김민지(가명·26·여) 씨도 “야근을 강요하는 상사 눈치를 보느라 새벽에 퇴근할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더 이상 이곳에선 성장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매일 칼퇴근한다”며 “업무 시간 외 연락도 일절 받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조용한 퇴사자를 바라보는 회사 내 시선은 곱지 않다. 프로그램 기획자로 4년째 근무 중인 이강은(가명·36·여) 씨는 “연초부터 동료들이 연이어 조용한 퇴사자가 된 것 같아 나까지 의욕이 떨어진다”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려고 해도 다들 안 되는 이유만 수백 가지를 찾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박민지(가명·27·여) 씨도 “급한 일이 생겨도 근무시간 외에는 일절 답하지 않는 동료들이 많다 보니 결국 나서는 사람이 남의 일까지 떠안게 된다”고 했다.● 조용한 퇴사, 청년층은 70%가 “긍정적”동아일보와 청년재단이 함께 실시한 ‘청년 이·퇴직 인식조사’에서 청년층의 ‘조용한 퇴사’에 대한 청년층과 기성세대의 시각은 극명하게 갈렸다.만 19~34세 청년층의 70%는 조용한 퇴사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만 35세 이상 기성세대의 경우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66%에 달했고,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34%에 불과했다.전문가들은 입사 후 ‘공정한 보상체계’에 대해 실망한 청년들이 ‘조용한 퇴사’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자신보다 일을 덜 하는 반면 급여는 많이 받는 윗사람 등을 보면서 의욕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평판 조회 플랫폼 스펙터의 윤경욱 대표는 “청년층이 기성세대보다 공정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급여 외에도 휴가, 사내복지 등에서 공정한 보상체계를 갖춰 성과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기업들은 조용한 퇴사를 막고 청년 사원들의 근로 의욕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한 국내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조용한 퇴사를 막기 위해 성과와 업무에 따른 직무급여 차등 지급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건설 현장에서만 40년 가까이 일했는데 휴게시설은 한 곳도 없었어요. 방한도 안 되는 목장갑을 내 돈으로 사서 써야 하는 판에 뭘 더 바라겠습니까.” 14일 서울 성동구의 한 건설 현장에서 만난 건설근로자 조모 씨(69)는 야외에 설치된 난로 앞에서 몸을 녹이며 이렇게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며 올겨울 한파가 이어지면서 동상이나 저체온증 등 한랭(寒冷)질환 환자가 지난해 겨울보다 약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 현장 등 야외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이 한층 열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내 돈으로 산 목장갑 하나로 버텨” 간이 천막이나 주차장 등 한파에도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택배 물류센터 근로자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1월부터 택배회사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는 취업준비생 A 씨(20)는 “날이 추워 일을 하다 보면 머리에 맺힌 땀과 함께 머리카락이 다 얼어붙는다”며 “목장갑 하나에 의지하다 보니 부은 손에 동상을 입어 감각이 무뎌질 정도”라고 말했다. 14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CJ대한통운(5곳), 롯데택배(2곳), 한진택배(2곳), 로젠택배(2곳) 물류센터 총 11곳을 확인한 결과 업체들은 모두 근로자에게 플라스틱 안전모와 목장갑만을 지급하고 있었다. 택배사 측은 “물류센터 근무 환경 관리는 도급업체의 몫”이라며 “따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근로자들에게 귀마개와 장갑, 목싸개, 핫팩 등을 모든 물류센터에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택배업체가 관리하는 현장 근로자들은 “방한용품을 한 번도 제공받은 적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한파 취약하지만 현행법상 ‘한랭작업’ 아냐 건설·택배업 등 한파에 취약한 근로자들에게 방한용품이 지급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현행법상 ‘한랭작업’ 종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고용주는 ‘한랭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만 방한용품과 휴게시설을 제공할 의무를 갖는다. 산안법에서는 한랭작업을 ‘다량의 액체공기, 드라이아이스 등을 취급하는 장소 혹은 냉장고, 제빙고, 저빙고 또는 냉동고 내부에서 하는 일’로 규정한다. 한랭작업을 하는 시설에서 고용주는 근로자에게 방한용품 미지급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휴게시설을 갖추지 않을 경우에는 1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한파에 노출되는 일반적인 야외 작업 현장은 ‘한랭작업’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호 조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한랭질환 예방 안내를 하는 수준이 전부지만 이마저도 현장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3년간 6곳의 택배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이태영 씨(26)는 “예방가이드나 현장점검표는 어느 작업장에서도 본 적이 없다”며 “목장갑과 두께가 비슷한 얇은 방한용 털장갑만 줘도 동상에 걸리지 않고 작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폭염과 한파, 같은 기준으로 대처해야 전문가들은 겨울철 야외 근로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여름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고 지적한다. 폭염 시엔 야외 근로자들에게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하지만 한파 관련 보호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한파 관련 보호 규정이 미미해 한랭 산업재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올해 한랭질환자가 급증한만큼 예방 차원에서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산업현장 내 한랭질환을 인정받은 재해자 45명은 대부분 야외 근로자였다. 재해가 가장 잦은 업종은 건설업(9명)이었고 택배 물류센터에서 손가락 동상을 입은 피해 사고도 2건 발생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주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랭질환 예방가이드를 정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신입생들에게 부담을 줄까 봐 ‘새터’에서 한 번도 빠진 적 없었던 새내기 장기자랑 순서를 없애는 대신 선배들이 공연을 하기로 했어요.” 한양대 사회학과 학생회장 김지영 씨(20·여)는 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내기가 한 명이라도 더 와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만에 재개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새내기배움터’(새터) 준비가 한창이다. 하지만 재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신입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학생회들은 ‘신입생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금주 인증 팔찌’부터 경품까지서강대의 한 단과대 학생회는 신입생 250명 안팎이 새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참여하겠다고 나선 신입생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0여 명뿐이었다. 학생회 측은 결국 지난달 31일 마감이었던 새터 신청 기간을 열흘 연장했다. 연세대와 한국외국어대, 경희대 등도 저조한 신입생 참여율에 새터 신청 기간을 늘렸다. 서울과학기술대의 한 단과대에선 신입생 40명 중 10명만 새터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입생 사이에선 “새터에 가면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참여를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감안해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인증 표시를 제공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경희대 경영대는 음주를 안 하는 신입생들에게 ‘금주 인증용’으로 야광 팔찌를 제공할 예정이다. 경영대 학생회장 송원섭 씨(24)는 “대학 커뮤니티와 학생회에 ‘음주가 두려워 참여하지 않겠다’는 신입생 의견이 많이 접수됐다”며 “새로운 새터 문화를 만들기 위해 4가지 색상의 팔찌를 준비해 원하는 만큼만 음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인문대 새터기획단은 새터 참여자 중 추첨을 통해 약 40명에게 커피와 치킨 등 기프티콘 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기획단장 김철진 씨(21)는 “참여하겠다는 학생이 적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기프티콘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의 한 단과대도 상품권과 전자기기 등을 새터 참여 경품으로 내걸었다.●“모르는 사람과 숙박 불편해”코로나19 확산 이후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도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던 대학 신입생 상당수는 단체 활동이 낯설다는 분위기다. 새터에 불참하는 서울과기대 시각디자인과 신입생 이영서 씨(19·여)는 “모르는 사람들과 숙박하고 많은 사람과 함께 행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광주과기원 신입생 배모 씨(19)는 “개인 생활에 익숙한데 새터에 가면 집단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재학생은 새터 같은 대학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경희대 2학년 박현우 씨(21)는 “몇 년 후에는 새터라는 명칭도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대학 문화가 과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교 시절 비대면으로 생활하며 공동체 의식이나 사회성이 약화됐던 신입생의 경우 대학 진학과 대면 생활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겹치면서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대학가 문화가 올해 큰 전환기를 맞았다”고 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신입생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새터’에서 한 번도 빠진 적 없었던 새내기 장기자랑 순서를 없애는 대신 선배들이 공연을 하기로 했어요.” 한양대 사회학과 학생회장 김지영 씨(20·여)는 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내기가 한 명이라도 더 와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만에 재개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새내기배움터(새터)’ 준비가 한창이다. 하지만 재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신입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학생회들은 ‘신입생 모시기’에 공들이는 모습이다.● ‘금주 인증 팔찌’부터 경품까지 서강대의 한 단과대 학생회는 신입생 250명 안팎이 새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참여하겠다고 나선 신입생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0여 명뿐이었다. 학생회 측은 결국 지난달 31일 마감이었던 새터 신청기간을 열흘 더 연장했다. 연세대와 한국외대, 경희대 등도 저조한 신입생 참여율에 신청 기간을 늘렸다. 서울과학기술대의 한 단과대에선 신입생 40명 중 10명만 새터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입생 사이에선 “새터에 가면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참여를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감안해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인증 표시를 제공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경희대 경영대는 음주를 안 하는 신입생들에게 ‘금주 인증용’으로 야광 팔찌를 제공할 예정이다. 경영대 학생회장 송원섭 씨(24)는 “대학 커뮤니티와 학생회에 ‘음주가 두려워 참여하지 않겠다’는 신입생 의견이 많이 접수됐다”며 “새로운 새터 문화를 만들기 위해 4가지 색상의 팔찌를 준비해 원하는 만큼만 음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인문대 새터기획단은 새터 참여를 신청한 새내기들 중 추첨을 통해 약 40명에게 커피와 치킨 등 기프티콘 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기획단장 김철진 씨(21)는 “참여하겠다는 신입생이 적다보니 고육지책으로 기프티콘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의 한 단과대도 상품권과 전자기기 등을 새터 참여 경품으로 내걸었다. ● “모르는 사람과 숙박 불편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도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던 대학 신입생 상당수는 단체 활동이 낯설다는 분위기다. 새터에 불참하는 서울과기대 시각디자인과 신입생 이영서 씨(19·여)는 “모르는 사람들과 숙박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행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광주과기원 신입생 배모 씨(19)는 “개인 생활에 익숙한데 새터에 가면 단체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재학생들은 새터 같은 대학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경희대 2학년 박현우 씨(21)는 “몇 년 후에는 새터라는 명칭도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대학 문화가 과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교 시절 비대면으로 생활하며 공동체 의식이나 사회성이 약화됐던 신입생의 경우 대학 진학과 대면 생활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겹치면서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대학가 문화가 올해 큰 전환기를 맞았다”고 했다.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최원영기자 o0@donga.com손준영기자 hand@donga.com}

국내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가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프로그램 ‘챗GPT’를 이용해 영문 에세이를 작성한 후 제출한 학생들을 전원 0점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교육기관에서 챗GPT 부정행위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국제학교는 재학생 7명이 지난달 말 영문 에세이 과제를 작성하면서 챗GPT를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학교 측은 과제에 AI 프로그램이 활용됐는지 확인하는 교사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챗GPT 사용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학교 측은 “챗GPT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GPT제로(Zero)’ 프로그램으로 에세이 과제를 점검하겠다”고 공지했다. GPT제로는 미 프린스턴대 재학생이 개발한 챗GPT 활용 적발용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지난달부터 챗GPT를 활용해 영문 에세이 과제를 하는 학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재학생 B 군은 “구글보다 빠르게 과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최근 챗GPT 사용을 시작했다”며 “문장이나 단어 몇 개를 바꾸면 아직 적발이 안 되고 있어 여전히 사용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했다. A학교 측은 “과제 대필이나 표절 문제는 AI 활용 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며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사용해 학생들의 과제에 정당한 점수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란 입장을 밝혔다. 학교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추가 징계는 내리지 않기로 했다. 이미 미국에선 과제 시 챗GPT를 활용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영문 과제가 많은 국내 대학의 경우 봄 학기가 시작되면 유사한 일이 생길 것으로 예상돼 국내 교육계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로 못풀 시험문제만 낼것”… 국내서도 AI 대필 비상 챗GPT 대필 0점 처리… AI로 쓰기 쉬운 에세이 과제 변경“대필 한번만 걸려도 낙제” 지침도대학선 “검증 프로그램 쓸지 고민중”전문가들 “AI 활용교육 병행해야” 대필 사례가 국내에서도 현실화되자 신학기를 앞두고 국내 교육기관 상당수에서 챗GPT 악용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한국어는 아직 미흡하지만 영어는 전문가 이상의 작문 실력을 보여준다는 점 때문에 주로 국제학교와 대학 영어 수업 등에서 ‘챗GPT 대필’을 막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챗GPT 비상’ 걸린 교육계 서울의 한 국제학교는 지난달 교사 전체 회의에서 최근 늘고 있는 학생들의 챗GPT 활용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했다. 회의 후 교사들은 챗GPT를 사용해 쉽게 작성할 수 있는 서술형 에세이 과제를 없애고 다른 형태의 과제로 바꾸는 등 과제 형태를 다양화했다. 부정 사례가 적발될 경우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제주의 한 국제학교는 교사용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활용해 챗GPT로 작성한 과제가 한 차례라도 적발될 경우 해당 학생을 낙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다른 제주 국제학교도 교사들이 챗GPT 대응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챗GPT가 학생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좀 더 살펴본 후 교사용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영문 과제 및 시험이 빈번한 대학가에서도 3월 신학기 시작 전 대응책 수립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새 학기 중간고사 문제를 낼 때 챗GPT로 먼저 돌려보고 챗GPT가 풀 수 없는 문제만 시험에 낼 것”이라고 밝혔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챗GPT가 답변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공지를 새 학기 강의계획서에 추가했다. 챗GPT 표절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나 앱을 활용하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미국 주요 대학들도 챗GPT를 이용한 표절을 적발하기 위해 ‘GPT제로’ 등을 활용하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도 최근 챗GPT가 작성한 글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도구를 공개했다. 다만 아직까지 정확도가 높지 않고, 일부만 바꾼 경우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또 2021년 자료까지만 학습한 챗GPT 외에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한 구글 ‘바드(Bard)’ 등 새 AI 출시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어렵게 마련한 대응책의 실효성이 얼마나 갈지도 의문이다.●“무조건 막기보다 활용법 가르쳐야” 전문가들은 AI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기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인터넷이 처음 도입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표절에 대한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출처를 명기하도록 하는 저작권 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도 “AI 사용을 무조건 제재할 게 아니라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발전된 기술을 공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AI 활용 능력 자체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전 교수는 “AI는 잘 사용하면 득이 된다”며 “AI를 활용해 고차원의 답변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도 높이 평가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교육 과정 개편에 이 같은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AI 활용이 빈번해지면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의 답변 수준이 같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교육 과정이나 과제 제출 등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난방비 폭탄이 이어지니 한 푼이라도 아끼자면서 경비원을 줄이자고 하더군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단지 경비원 김모 씨(67)는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을 3명 줄이기로 결정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경비 용역업체 재계약 당시 주민들이 인원 감축 여부를 놓고 투표한 끝에 과반이 경비원 감축에 찬성한 것이다. 김 씨는 “계약서에 ‘관리비가 부담될 경우 주민 과반의 동의로 경비원을 감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보니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며 “같은 시간대 2명이 근무하던 경비초소에 지금은 1명만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경비원을 줄인 주민들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아파트의 주민 이모 씨는 “지난해 12월 관리비가 전년 동월 대비 20만 원 올랐는데 올 1월에 20만 원 더 오른 걸 보고 이사를 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경비원이 줄어 좀 불안하더라도 관리비 때문에 이사가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난방비를 견디지 못한 아파트나 빌라 주민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비원 감축을 통해 관리비를 줄이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집단 민원을 넣기도 한다.●“이래선 못 산다” 난방비 폭탄 후 집단 움직임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이 지자체 등에 집단적으로 항의하고 나섰다. 서울 강서구 주민 이모 씨(37)는 “아파트 주민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강서구와 서울시에 집단으로 민원 전화를 넣자’고 뜻을 모았다. 이대로는 상황이 계속 나빠질 것 같아 조속히 난방비 폭증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항의 민원을 넣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청과 시청 공무원들은 난방비 불만으로 빗발치는 항의 전화를 받는 게 최근 일상이 됐다.‘뭔가 잘못된 것 같다’며 관리사무소로 찾아오는 주민은 더 많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상세 가스사용 내역을 확인시켜 주지 않으면 아파트 직원들을 구청에 신고한다며 찾아와 일일이 설명해주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빌라에선 주민들이 집단으로 태양열 난방 설치를 신청했다. 주민 조은하 씨(62·여)는 “옷을 2개씩 껴입으면서 난방을 최소화했음에도 지난달 가스비가 20만 원 이상 나왔다”며 “주민들과 상의해 태양열 난방 장치를 설치하기로 했다. 시에서 설치비용 50%를 지원해 준다고 했고 주민들과의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했다. 태양열 난방 장치를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최근 난방비 급증 이후 설치 문의 전화가 20% 이상 늘어난 상황”이라고 전했다.●고시원도 난방비 폭탄 골머리취약계층이 많이 사는 고시원도 난방비 폭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방 20개짜리 고시원을 운영하는 이윤주 씨(47·여)는 “월세로 한 방에 25만 원을 받아 월 500만 원을 버는데 올겨울 가스요금이 50만 원 넘게 나왔다”며 “고시원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난방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정작 난방비를 부담하는 고시원 주인은 지원을 받지 못해 부담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난방비 폭탄이 이어지니 한 푼이라도 아끼자면서 경비원을 줄이자고 하더군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단지 경비원 김모 씨(67)는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을 3명 줄이기로 결정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경비 용역업체 재계약 당시 주민들이 인원 감축 여부를 놓고 투표한 끝에 과반이 경비원 감축에 찬성한 것이다. 김 씨는 “계약서에 ‘관리비가 부담될 경우 주민 과반의 동의로 경비원을 감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보니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며 “같은 시간대 2명이 근무하던 경비초소에 지금은 1명만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경비원을 줄인 주민들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아파트의 주민 이모 씨는 “지난해 12월 관리비가 전년 동월 대비 20만 원 올랐는데 올 1월에 20만 원 더 오른 걸 보고 이사를 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경비원이 줄어 좀 불안하더라도 관리비 때문에 이사가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난방비를 견디지 못한 아파트나 빌라 주민들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비원 감축을 통해 관리비를 줄이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집단 민원을 넣기도 한다.● “이래선 못 산다” 난방비 폭탄 후 집단 움직임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이 지자체 등에 집단적으로 항의하고 나섰다. 서울 강서구 주민 이모 씨(37)는 “아파트 주민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강서구와 서울시에 집단으로 민원 전화를 넣자’고 뜻을 모았다. 이대로는 상황이 계속 나빠질 것 같아 조속히 난방비 폭증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항의 민원을 넣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청과 시청 공무원들은 난방비 불만으로 빗발치는 항의 전화를 받는 게 최근 일상이 됐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며 관리사무소로 찾아오는 주민들은 더 많다.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상세 가스사용 내역을 확인시켜주지 않으면 아파트 직원들을 구청에 신고한다며 찾아와 일일이 설명해주다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 빌라에선 주민들이 집단으로 태양열 난방 설치를 신청했다. 주민 조은하 씨(62·여)는 “옷을 2개씩 껴입으면서 난방을 최소화했음에도 지난 달 가스비가 20만 원 이상 나왔다”며 “주민들과 상의해 태양열 난방 장치를 설치하기로 했다. 시에서 설치비용 50%를 지원해 준다고 했고 주민들과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했다. 태양열 난방 장치를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최근 난방비 급증 이후 설치 문의 전화가 20% 이상 늘어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시원도 난방비 폭탄 골머리취약계층이 많이 사는 고시원도 난방비 폭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방 20개짜리 고시원을 운영하는 이윤주 씨(47·여)는 “월세로 한 방에 25만 원을 받아 월 500만 원을 버는데 올 겨울 가스요금이 50만 원 넘게 나왔다”며 “고시원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난방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정작 난방비를 부담하는 고시원 주인은 지원을 받지 못해 부담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최원영기자 o0@donga.com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전복된 청보호가 지난해 3월 진수 후 11개월 동안 총 4차례 검사 및 정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해경은 청보호가 검사와 정비를 반복한 이유가 선체 결함과 관련이 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이날까지 실종자 9명 중 5명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6일 전남 목포해양경찰서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청보호는 지난해 3월 진수 직후인 4월과 6월, 11월에 인천과 전남 목포 등에서 검사를 받았다. 올 1월 설 연휴 기간에는 선박을 육지로 끌어올려 정비하기도 했다. 청보호는 설 연휴 정비를 마친 후 출항했다가 4일 밤 전복 사고가 났다. 해수부는 3차례 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는 “선박이 정상적으로 건조됐다면 1년 동안 그렇게 많은 검사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어선은 현행법에 따라 2년 6개월마다 중간검사, 5년마다 정기검사를 받는다. 해경은 청보호가 선체 결함을 완벽하게 수리하지 않은 채 운항하다 사고가 났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사고 직후 어선의 위치를 알리고 긴급구조신호를 보내는 브이패스(V-pass) 경보가 울리지 않고, 비상시 자동으로 펴지도록 설계된 구명보트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또 “평소에도 물이 종종 샜다” “사고 당일 배가 기운 채로 운항했다”는 등 생존 선원들의 진술의 진위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선박 제조사 측은 최근까지 선체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다만 해경은 통발 과적이 사고의 주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통상 꽃게잡이 어선 통발의 개당 무게가 1.5kg인데 청보호에는 수산자원관리법상 허용된 선적량(통발 3500개)보다 적은 2800여 개가 실려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과적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6일 진행된 수색 작업에서 실종 선원 9명 중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해경은 이날 오전 3시 22분 청보호 선실 주변에서 기관사 김모 씨(65)의 시신을 발견했다. 오전 11시 54분과 낮 12시 3분 선원 주모 씨(56)와 이모 씨(58)의 시신을 각각 발견했다. 또 오후 늦게 여모 씨(54)와 이모 씨(46)의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다. 하지만 6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여전히 실종 선원 4명의 행방을 찾지 못한 상태다. 해경은 청보호 인양을 진행하는 한편 경비함정 등 선박 67척, 항공기 8대를 투입해 사고해역 수색작업도 병행하고 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결혼을 생각 중이라고 했더니 ‘아들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1, 2년만 배를 더 타겠다’고 하셨습니다.” 청보호 전복 사고로 실종된 기관장 김모 씨(65)의 아들(38)은 5일 전남 목포시 신안군 수협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실종 소식을 듣고 경남 김해시에서 달려온 김 씨는 “50년 넘게 배를 탄 아버지라 어렸을 때 자주 못 보는 게 싫었다”며 “최근 빨리 결혼해라, 손주를 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고 했다. 또 “어머니는 아버지 실종 사실을 잘 안 믿으려 하신다”고 덧붙였다. 신안군 수협에 마련된 대기실에는 김 씨와 같은 실종자 가족 10여 명이 모여 종일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심장병을 앓는 아버지의 수술비와 약값을 벌기 위해 배를 탔다가 사고를 당한 선원도 있었다. 이모 씨(46)는 3개월 전 심장 박동기 삽입 수술을 받은 아버지 병수발을 들며 의료비도 책임져왔다. 외국으로 이민간 친형이 ‘함께 살자’고 권유했지만 “아버지를 두고 갈 수 없다”며 거절했다. 아버지 이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혼도 안 하고 아픈 나를 먹여 살리려고, 인생 쉽지 않아도 뭐라도 하려고 항상 성실했던 아들이었다. 사고 며칠 전에도 전화가 와 추운데 조심하고, 약 잘 챙겨먹고, 심장 안 좋으니 주의하라고 했다”고 힘없이 말했다. 특히 이 씨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선내로 다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생존 선원은 “(이 씨에게) ‘위험하니 얼른 나오라’고 외쳤지만 자고 있는 동료를 깨우러 이 씨가 선내로 들어갔고 그 이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보호 선장 이모 씨(51)의 부인도 대기실에서 결혼식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부인 A 씨는 “사고 직전인 4일 오후 10시 24분 영상통화에서도 별 이상은 없었다”고 했다. 실종자 중에는 베트남인 선원 2명도 포함돼 있다. 이번에 처음 청보호에 승선한 신입 선원들이다. 청보호가 소속된 인천 선적회사 사무장 B 씨는 “돈 벌려고 한국에 온 청년들이 실종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목포=최원영 기자 o0@donga.com}

“결혼을 생각 중이라고 했더니 ‘아들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1, 2년만 배를 더 타겠다’고 하셨습니다.” 청보호 전복 사고로 실종된 기관장 김모 씨(65)의 아들(38)은 5일 전남 목포시 신안군 수협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실종 소식을 듣고 경남 김해시에서 달려온 김 씨는 “50년 넘게 배를 탄 아버지라 어렸을 때 자주 못 보는 게 싫었다”며 “최근 빨리 결혼해라, 손주를 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고 했다. 또 “어머니는 아버지 실종 사실을 잘 안 믿으려 하신다”고 덧붙였다. 신안군 수협에 마련된 대기실에는 김 씨와 같은 실종자 가족 십수명이 모여 종일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심장병을 앓는 아버지의 수술비와 약값을 벌기 위해 배를 탔다가 사고를 당한 선원도 있었다. 이모 씨(46)는 3개월 전 심장 박동기 삽입 수술을 받은 아버지 병수발을 들며 의료비도 책임져왔다. 외국으로 이민간 친형이 ‘함께 살’자고 권유했지만 “아버지를 두고 갈 수 없다”며 거절했다. 아버지 이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혼도 안 하고 아픈 나를 먹여 살리려고, 인생 쉽지 않아도 뭐라도 하려고 항상 성실했던 아들이었다. 사고 며칠 전에도 전화가 와 추운데 조심하고, 약 잘 챙겨먹고, 심장 안 좋으니 주의하라고 했다”고 힘없이 말했다. 특히 이 씨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선내로 다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생존 선원은 “(이 씨에게) ‘위험하니 얼른 나오라’고 외쳤지만 자고 있는 동료를 깨우러 이 씨가 선내로 들어갔고 그 이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보호 선장 이모 씨(51)의 부인도 대기실에서 결혼식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부인 A 씨는 “사고 직전인 4일 오후 10시 24분 영상통화에서도 별 이상은 없었다”고 했다. 실종자 중에는 베트남인 선원 2명도 포함됐다. 이번에 처음 청보호에 승선한 신입 선원들이다. 청보호가 소속된 인천 선적회사 사무장 B 씨는 “돈 벌려고 한국에 온 청년들이 실종돼 마음아프다”고 했다.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목포=최원영 기자 o0@donga.com}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꽃게잡이 어선 청보호가 전복돼 선원 9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과 군은 해난구조전대(SSU) 등 특수요원들을 투입해 5일 밤 늦은 시간까지 수색을 이어갔지만 실종자를 찾진 못했다. 해경은 “지난 달 28일 출항 직후부터 배가 기울었다”는 생존 선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선내 침수 5분 만에 뒤집힌 청보호 5일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17분 전남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24t 근해통발 어선이 전복됐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신고한 청보호 선원은 “선박에 물이 차고 있다”, “12명이 탔는데 9명이 실종됐다”는 등 5차례 신고했다. 해경은 해상을 지나던 선박에 구조를 요청했고 9750t급 화물선 광양프론티어호가 오후 11시 50분 경 사고 현장에 도착해 유모 씨(48) 등 3명(한국인 2명, 인도네시아인 1명)을 구조했다. 이 배의 선장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착했더니 뒤집어진 배 바닥 위에 3명이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장 이모 씨(52)과 기관장 김모(65) 씨를 포함해 선원 9명(한국인 7명, 베트남인 2명)은 실종됐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구조된 3명은 배 앞 부분에 있었고, 기관장 김 씨 등 3명은 기관실에서 물을 빼내고 있었으며, 나머지 6명은 선미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배가 선미부터 뒤집어졌는데 뒤 쪽에 실려 있던 3000여 개의 통발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청보호 선미에서 물이 새기 시작한 이후 5분여 만에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생존 선원들은 “선장 이 씨가 “바닷물이 터졌다“고 말한 후 물이 급격하게 차올랐다”고 증언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비상 시 자동으로 펴지도록 설계된 구명보트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탑승자들은 구명조끼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5일 해경 등 구조당국에 따르면 한 생존 선원은 “평소에도 배 오른쪽 엔진이 좋지 않았고, 기관실에 물이 종종 샜다. 사고 당일에도 물이 샜지만 양이 많지 않아 그냥 운행했다” 진술했다고 한다. 특히 사고 당일 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출항한지 3시간 만에 선체가 기우는 등 이상징후가 감지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 건조 1년 안 된 배…임시검사 3개월 만에 사고 청보호는 지난해 3월 진수된 신형 어선으로 길이 21.75m, 폭 5.18m다. 어선은 현행법에 따라 2년 6개월마다 중간검사, 5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르면 청보호는 검사 시기가 아니었지만 지난해 11월 임시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장 김 씨 가족은 “설연휴 때 선박을 육지로 올려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 때 이미 이상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고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기관실 배관 등 선체결함에 의한 누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지적한다. 청보호 엔진 4개 주변에는 냉각 효과를 위해 75~100mm 두께의 배관이 설치돼 있는데 이 배관이 선체 내부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에는 파도가 잔잔했고 바람도 세지 않았다고 한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는 “해수가 유입되는 밸브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면 서서히 물이 들어와 선원들이 잘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경은 청보호가 바다에 가라앉지 않도록 부유시설을 설치하고 구조대원 15명을 투입해 5일 늦은 시간까지 선체 내부 수색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통발 등 어구와 어망이 시야를 방해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선박 34척, 항공기 8대를 투입해 인근 해역을 수색했으나 역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경을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가 수색 및 구조 범위를 넓히는 등 총력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요즘 노량진 고시촌 한식 뷔페엔 중장년층 손님이 학생만큼 많습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 일대에서 자영업을 하는 A 씨는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확 바뀐 점심시간 풍경을 이렇게 말했다. 학원가가 밀집한 노량진 고시촌 식당에 일용직 노동자 등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중장년층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고물가 상황에서도 6000∼1만 원만 내면 과일 등 디저트까지 무제한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어 저소득층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고 한다.● “6000원 한 끼로 하루 버텨”이날 낮 12시경 한 끼 6000원짜리 노량진 고시촌 한식 뷔페에는 손님 20명 중 8명이 중장년층이었다. 식당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 이모 씨(60)는 “노숙자도 아닌데 무료급식소는 나보다 더 사정이 어려운 분들에게 양보하기 위해 가지 않는다”며 “대신 한 끼를 든든히 먹고 하루 종일 버틸 때도 있다”고 말했다. 막 식당에 들어선 50대 남성은 “이곳에 오게 되면 과식하게 된다”며 식사하기 전에 위장약을 챙겨 먹기도 했다. 무제한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보니 2시간 넘게 앉아 식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곳을 찾은 박모 씨(62)는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뒤 식당까지 오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고 한다. 박 씨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여기에 온다”며 “무료 급식소에 가면 추운 날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여기선 따뜻한 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과일 두 종류까지 챙겨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 “남는 것 없어” 울상도최근 고시촌 한식 뷔페가 ‘가성비 좋은 곳’으로 회자되면서 다른 지역에서 ‘원정 식사’를 오는 중장년층도 있다. 특히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는 고령자의 경우 1호선을 타고 멀리서 오기도 한다. 노량진 고시촌의 다른 뷔페 식당 직원 장모 씨(43)는 “경기도에서 왔다는 손님 대여섯 명이 식사 모임을 갖는 모습도 봤다”며 “부부 동반 모임을 이곳에서 하는 고령층도 있다”고 했다. 평소 고시생들을 상대로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제공해 온 식당 주인들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고시촌에서 한 끼 6000원짜리 뷔페 식당을 운영하는 한윤자 씨(69)는 “다른 손님들보다 오래 머물면서 식사를 많이 하는 중장년층 손님이 매일 50, 60명 정도 온다”며 “식자재값이나 가스비 등 비용이 올라 마진이 지난해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500원만 가격을 올려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라 올릴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식당 관계자는 “고시생도 줄어든 상황에서 ‘가성비 좋은 식당’이란 점을 내세워 장사하는 형편이라 중장년층 손님을 안 받을 수도 없다”며 “유튜브 등에서 안 좋은 소문이 나면 장사를 접어야 하니 평판 관리 차원에서라도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