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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국회의원 생활 1년 4개월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5월 당선된 지 한 달도 안 돼서였다. 진보·좌파 진영에서조차 무명에 가까웠던 그가 통진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경선에서 몰표를 받아 1위를 차지한 배경을 두고 ‘대리투표’ ‘유령투표’ 등의 의혹이 쏟아졌다. 이어 그가 주사파 계열인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물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종북(從北)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부정경선 여파가 가시기도 전인 지난해 6월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는 발언은 종북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의원은 자신이 설립한 선거기획사 CNC를 통해 선거비용을 과다 계상해 돌려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논란이 거세지자 통진당은 지난해 7월 이 의원을 제명하기로 하고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찬성이 과반에 이르지 못해 당적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심상정 의원, 유시민 노회찬 전 의원 등이 딴살림(정의당)을 차리는 분당(分黨) 사태로 이어졌다. 이번 국가정보원의 내란음모 수사는 이 의원의 추락에 결정타가 됐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정치적 사망 선고’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만든 의원연구모임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이 4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역사교실에는 당 소속 국회의원 102명, 원외 당협위원장 19명 등 모두 121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회원 모집 열흘 남짓 만에 새누리당 의원 153명의 67%가 가입해 국회 최대 연구모임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김 의원은 친박(친박근혜) 모임인 ‘여의포럼’ 등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직접 모임을 만들고 좌장 역할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 의원이 그동안의 정중동 기조에서 벗어나 당내 세력화를 통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새누리당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의원총회와 본회의 등으로 아침부터 급박하게 돌아갔지만, 오전 7시 반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는 소속 의원 56명과 당협위원장 12명을 포함해 100명 가까운 인사가 모여들었다. 이주영 정병국 등 4선 중진 의원을 비롯해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와 유일호 민현주 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도 참석했다. 모임 관계자는 “회원이 아닌 분도 많이 참석해 80인분을 준비한 샌드위치가 모자랐다”고 말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강연자로 나선 ‘한국사 교과서 서술의 기본적 태도’ 강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일부 당협위원장은 사진을 함께 찍기를 요청하는 등 김 의원의 세(勢)를 보여 줬다. 김태환 안전행정위원장,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연락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즉석에서 가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역사교실은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현안과는 거리를 둔 채 근현대사를 주제로 11월까지 매주 역사학계 권위자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일정을 짰다. 김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이석기 사태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역사교실에서 역사를 바로잡을 방안을 잘 모색해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총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일체감으로 강력한 집단적 힘을 통해 각 동지들이 자기 초소에 놓인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한순간에…(적들을 공격하라).” 2일 국회에 제출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에는 RO 조직원들에게 전쟁을 앞두고 준비 체계를 갖추라는 이 의원의 지시가 곳곳에 드러나 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이 의원이 3월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이후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왔다고 판단하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하달했다고 사전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이 의원은 5월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수련원에 RO 조직원 130여 명을 집결시킨 뒤 각자의 직장을 제국주의를 상대하는 ‘전쟁의 최전방 초소’라고 언급한 뒤 필승의 신념으로 무장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임박한 전쟁이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비정규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핵 보유 강국이 되면 전면전은 없다. 북-미 간의 전면적 대결을 하면 1000만 (명) 이상이 죽는다. 미국놈들도 그것을 원하지 않을 거다”라며 “현대전의 영역이 심리전이고 사상전인데 우리의 선전선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RO 조직원이 130여 명에 불과하지만 전쟁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정부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반체제 세력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정보당국은 파악했다. 이 의원은 북한이 무력혁명투쟁의 상징으로 선전하는 ‘한 자루 권총사상’과 사회주의 유혈혁명의 상징인 ‘볼셰비키 혁명’을 예로 들면서 “(철탑 등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파시키면 그야말로 쟤들(국가기관 등 지칭)이 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앞서 같은 달 10일 경기 광주의 한 수련원에서 열린 RO 조직원 모임에서 조직원들의 기강 해이를 지적하며 “소집령이 떨어지면 정말 바람처럼 순식간에 오시라”라고 했다. 이어 “아이는 안고 오지 마시라. 전쟁터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사람은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또 ‘물질적 준비’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인터넷 사이트에 보면 사제폭탄 사이트가 굉장히 많다. 심지어 보스턴 테러에 쓰였던 압력밥솥 사제폭탄 매뉴얼도 (인터넷에) 떴다”고 말했다. 손영일·길진균 기자 scud2007@donga.com}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지난해 8월 10일 경기 광주시의 한 수련원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심상정 의원, 유시민 전 의원 등을 사실상 겨냥해 ‘종파분자’로 지칭했다. 진보 진영의 뿌리 깊은 ‘평등파(PD) 대 자주파(NL) 갈등’을 드러낸 것이다. 이 의원은 이 강연에서 평등파와 벌인 당권 경쟁을 “정치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진보적 민주주의자들이 싸우는 계급투쟁이며 본질에서는 혁명과 반혁명 세력의 치열한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통진당은 2008년 민주노동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던 심 의원과, 노회찬 조승수 전 의원 등 평등파의 일부가 자주파와 다시 손잡으면서 지난해 1월 탄생했다. 유시민 전 의원의 국민참여당(국참파)도 함께했다. 통진당은 4·11총선을 거치며 1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해 진보진영의 이런 연대는 성공적인 듯했다. 그러나 이념적·조직문화적 차이로 출범 1년도 안 돼 다시 한번 평등파와 자주파의 갈등에 휩싸였다. 이 의원은 당시 강연에서 자주파의 결집을 강조하며 “내외의 분열 종파분자들의 준동을 분쇄하는 철저한 조직적 당파적 입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심 의원과 유 전 의원 등을 겨냥한 듯 “본질에서는 사민주의에 대한 우경화, 명망가 중심의 종파주의 세력과의 쟁투라는 것을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고도 했다. 통진당의 치열한 당권 경쟁은 결국 자주파의 승리로 끝났고 지난해 9월 심 의원 등 평등파와 유 전 의원의 국참파는 탈당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 통진당원 45명을 비례대표 경선 대리투표 혐의(업무방해)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중에는 이 의원을 위한 대리투표 혐의자가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송경근)는 2일 이들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피고인 45명 중 대부분은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 일절 진술을 거부했다. 이날 검찰은 통진당 청년비례대표 후보였던 유모 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하고, 주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최모 씨에게 징역 1년, 임모 씨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벌금 200만∼50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한 유 씨는 통진당 김재연 의원의 비서로 일했다. 선고공판은 다음 달 7일 열릴 예정이다.길진균·강경석 기자 leon@donga.com}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면서 진보 진영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통진당과 같이 엮였다가는 정치권에서 매장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 의원이 주도하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5·12 회합 녹취록을 통해 종북(從北) 세력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보의 영역에서 종북을 제외하고 ‘진짜 진보’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제기되고 있는 혐의는 헌법의 기본정신을 부정하였다는 것인데, 국민들은 헌법 밖의 진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존재하는 공당이고 그 소속원이라면 이번 수사에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진실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실체가 밝혀지도록 철저하고 엄중하게 수사되어야 한다.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공당,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로 임하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천호선 대표도 전날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 참석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진보정당에 대한 공안탄압으로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 “왜 이 시점에 공개수사를 하나”라며 의심을 던졌던 것에서 벗어나 주말을 기점으로 통진당과 분명한 선긋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특히 심 대표는 한때 이석기 의원 등과 통합진보당이라는 이름으로 19대 총선을 같이 치른 사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종북’과 ‘진보’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왔다. 종북성향 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통진당이 당명에 ‘진보’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옛 민주노동당 출신인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한국의 진보가 발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종북을 사상, 방법 등의 ‘작은 차이’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보진영의 이론가로 평가받는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진보와 종북은 친일과 친미에 반대하면서 근본 가치관이나 역사관을 공유함으로써 북한에 우호적 태도를 취해왔다”며 “정통 진보진영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진화했지만 종북세력은 발달장애를 겪으며 옛날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 이후에도 진보 세력과 종북세력이 수구세력에 대항한다는 명분과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실리적 계산으로 연대의 틀을 유지하면서 종북세력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 2008년 심상정 의원, 노회찬 전 의원이 ‘종북주의’를 문제삼아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을 창당해 떨어져나와 놓고도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통진당이란 간판으로 합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실적 이해 때문에 진보에서 종북의 꼬리를 떼어내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 온 것이다. 하지만 이번 내란음모 사건이 진보진영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상당수 진보 세력은 통진당과 선을 긋고 있다. 김 소장은 “종북세력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수십 년에 걸쳐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던 시대가 드디어 끝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정부와 주민을 대하는 진보 진영의 태도가 분명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 여파로 이석기 의원 등과 갈라선 유시민 전 통진당 공동대표만 해도 “뉴스가 온통 이석기 의원…이 의원 쪽도, 국정원도 다 제정신 아닌 것 같네요. 말로 하는, 그것도 벌써 철 지난 병정놀이 하는 건데, 거기에다 내란음모죄를 씌우는 황당한 정치공작…자유당 시절 데자뷔!”(지난달 31일 트위터)라며 여전히 양비론을 펴고 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이석기 일당’과 선을 긋고 최악의 인권유린 상태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편에 서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공표하는 것이 한국 진보가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길진균·김철중 기자 leon@donga.com}
“현 정세는 대격변기이며 대변환기다. (중략) 앞으로 군사적인 위협국면이 더 조성되면 뭐든 이를 수 있다. 북한의 대사상전, 전쟁이라고.”(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최급박한 전쟁의 상황까지 포함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준비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느꼈다.”(김근래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30일 공개된 통진당의 5월 12일 비밀회합 녹취록에는 이 의원을 비롯한 통진당 주요 인사들이 곧 전쟁이 일어날 상황을 가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 곳곳에 나온다. 이 의원은 당시 강연에서 “이미 전쟁으로 가고 있다. 전쟁을 준비하자”며 이에 대한 준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도시게릴라 방식의 체제 전복 음모는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2011년 터진 왕재산 사건이 있다. 이들은 인천 남동공업단지 등을 폭파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유사시 행정기관, 군부대, 방송국 등을 장악한 뒤 시위 형태의 공격작전 및 궐기대회를 실시하는 계획을 세우다 적발됐다. 1990년대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 사건과 1980년대 제헌의회그룹(CA) 사건, 1970년대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준비위원회) 사건 등에서도 도시게릴라 방식의 체제 전복 기도가 있었다. 비밀회합 참석자들은 당시 최고조 수위까지 높아졌던 한반도의 긴장상황이 북한의 전쟁 개시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개된 북한의 극비문서 ‘전시사업세칙’은 ‘날강도 미제와 그 주구들을 이 땅에서 영영 쓸어버리고 조국을 통일하기 위하여’ 전시상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탈북자 출신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전시상태 선포가 곧 전쟁을 일으켜 남한에 쳐들어온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세칙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가정해 △모든 당원과 당 조직에 대한 사상교양사업을 전시에 맞게 진행(14조) △적의 각종 타격에 대처한 전 국가적인 통보체계 및 대상물들에 대한 경비방어 강화(15조) △저녁 10시 이후 인원과 기재의 이동 금지(18조) 등을 규정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은 군인들은 물론이고 지역 민방위 개념인 노농적위대와 붉은청년근위대 등을 중심으로 민간인들을 조직해 전쟁에 나설 준비가 다 돼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길진균 기자 lightee@donga.com}
“왜 지금?” 정치권은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선 국정원 개혁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국내정치파트 폐지를 국정원 개혁 핵심 과제로 선정해둔 터다. 박영선 의원이 23일 발의한 국정원 개혁법 개정안은 △대공수사권 외 수사권 폐지 △민간인 동향파악·정보수집·여론형성 금지 △정치관여죄 형량 강화 △기관정당 등 상주 및 상시출입 금지 등을 주요 내용에 포함시켰다. ‘국내정보파트 폐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야권에선 통진당을 국내에 존재하는 내란 세력으로 부각시킴으로써 국내정치파트의 당위성을 입증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셀프 개혁’을 관철시키고 국내정보파트를 지키기 위해 총대를 메고 수사를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 관계자는 “보안 유지 문제 등을 고려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뿐 정치권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관계자도 “3년간 내사를 해온 사건”이라며 “국정원 국정조사를 덮기는커녕 오히려 국조가 끝날 때까지 늦춘 것”이라고 말했다. 통진당은 “국정원 개혁을 막으려는 ‘물타기’”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정희 대표는 페이스북에 “아버지나 딸이나 위기탈출은 용공조작 칼날 휘두르기”라며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 쿠데타 다음 날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체포해 1961년 오늘 반공법 위반으로 사형선고. 국정원 동원한 부정선거로 51.6% 얻어 청와대 들어간 박근혜 대통령, 진보인사들을 내란 예비 음모로 압수수색 체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정원이 국회까지 들어와 압수수색을 벌이는 현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김한길 대표가 노숙투쟁을 하는 등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장외투쟁의 강도를 높인 시점에서 여론의 관심이 온통 통진당 수사로 옮겨갈까 걱정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충격을 넘어서 공포감마저 느껴진다”며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종북, 친북세력의 이적활동을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떳떳하다면 통진당은 수사에 전면 협조해야 할 것”이라며 통진당을 압박했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대통령의 반응은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내용의 엄중함으로 봤을 때 대통령께서 보고를 받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해 대통령에게 보고됐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노태우 전 대통령(81)이 26일 오후 갑작스러운 혈압 이상으로 7개월 만에 다시 병원에 입원하면서 전직 대통령들의 건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건강이 가장 좋지 않은 전직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샘암 수술을 받은 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10년 넘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투병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도 와병 중이어서 생존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때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거동이 불편할 뿐 대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11년 4월 가슴 통증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가 엑스선 진단 결과 길이 7cm의 한방용 침이 기관지를 관통한 것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천식과 기침, 고열 등으로 수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1월에도 기침과 가래 증상이 심해져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혈액, 엑스선 등 검사를 받고 별다른 이상이 없어 퇴원했다. 현재 노 전 대통령이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27일 “당장 급박한 상태가 올 수 있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전에도 천식 등으로 수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는데 당분간 안정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86) 역시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와 4월 5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145일째 병실에서 지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동안 고령에도 배드민턴과 산책을 즐기는 등 남다른 건강 체질을 보여 왔다. 부친인 김홍조 옹도 2008년 97세의 나이로 별세할 때까지 남다른 건강을 유지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4월 가벼운 감기 증세로 입원한 이후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한 달가량 폐렴 집중치료를 받고 지금은 일반병실에서 회복 중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감기 증상을 보여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지난해 7월엔 심장 질환 치료를 받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상태가 호전됐지만 김 전 대통령이 고령인데다 최근 폭염 등 환경 탓에 아직은 병원에 더 머무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따라 입원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강이 더 악화돼 입원이 길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기수 비서실장도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계셨기 때문에 지금은 근력 운동을 조금씩 하면서 회복 과정을 밟고 있다”며 “연세가 많으니까 갑자기 좋아지기보다는 조금씩 차도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태가 다소 호전됐다고는 하지만 고령이어서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상도동 측근들의 전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82)은 상대적으로 건강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은 워낙 건강 체질인데다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몸 상태는 양호하지만 측근들에 따르면 최근 검찰이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에 나서면서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도 가끔씩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등 기억력 감퇴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가끔씩 집중력이 떨어지고 예전 일을 잘 기억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특별한 병세가 있다거나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월에 퇴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72)은 타고난 건강 체질을 과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도 주 2회가량 지인들과 테니스를 친다. 퇴임 후 5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개인 사무실을 열고 측근들을 만나는 등 가끔씩 외부 활동도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은 “지금도 함께 일했던 장관들과 가끔씩 만나 회고록을 논의하는 등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10월 30일 실시되는 재·보궐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재·보선 대상 지역은 당초 15개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줄어든 8곳 이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잇따른 무죄 선고와 선고 지연 때문이다. 10월 재·보선은 올해 4월 1일∼9월 30일 사유가 확정되는 지역에서 열린다. 예상보다 판이 작아지긴 했지만 내용면에서 보면 ‘큰 선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재·보선에는 새 정부 출범 첫해에 대한 평가와 함께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간의 야권 재편 문제가 물려 있다. 특히 각 당의 거물들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어 재·보선 이후 여야 내부의 정치 지형이 변화될 수도 있다. 핵심 친박 세력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명예 회복’을 내세워 10월 재·보선 출마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충남 서산-태안과 인천 서-강화을 등에 서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경기 평택을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손학규 상임고문의 수원지역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현재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된 곳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무소속 김형태 전 의원의 경북 포항남-울릉과 25일 별세한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의 경기 화성갑 등 2곳이다. 새누리당은 예상보다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안도하면서도 이번 선거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첫 심판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인재 영입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통상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지니는 첫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으로 통했고, 선거 규모가 커질수록 여당에 부담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재·보선이 거론되는 지역 중 상당수는 새누리당 텃밭이라 해볼 만하다”며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이 선고돼 10월 재·보선이 유력하다고 거론되는 지역 중 일부는 재판 내용이 복잡해 9월 말 이전에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조기 전면전을 피하고 내년 지방선거까지 당세를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는 평이다. 반면 10월 재·보선을 통해 독자세력화에 속도를 내려 했던 안 의원 측은 속내가 복잡해 보인다. 규모가 작아진 만큼 ‘인재 영입’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상대적으로 재·보선을 통해 돌풍을 일으키려 했던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북한 청소년 3명과 인솔자 1명이 광주에서 열리는 유엔 유스리더십프로그램(YLP)에 참가하기 위해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YLP는 분쟁지역이나 개발도상국 청년들을 차세대 스포츠 리더로 육성하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22∼29일 호남대에서 개최된다. 이번 광주 YLP에는 한국을 비롯해 북한과 중국, 네팔, 스리랑카,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등 19개국 34명이 참가한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민주당의 장외투쟁 등 여야 대치 정국의 중심엔 양당 원내대표가 있다. 꽉 막힌 현 정국을 풀어 나가야 할 핵심 ‘키 플레이어’도 두 사람이다. 22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이들이 생각하는 정국 해법, 또 3선 중진으로서 각자 갖고 있는 정치적 꿈과 비전을 들어봤다. 》▼ 최경환 “민주, 국회서 정책대결 해야… 5자회담? 내가 낄 이유 없어” ▼■ 崔 새누리 원내대표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58)는 6월 20일경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여야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를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이 청와대에 전달된 직후였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를 주장하며 ‘장외투쟁’을 거론했고, 남재준 국정원장은 “정보기관의 국정조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며 ‘사퇴’까지 거론하는 등 배수의 진을 친 상태였다. 최 원내대표는 “청와대도 다른 판단과 이유가 있겠지만 국회 상황도 있다.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보고해 달라”며 국정조사를 수용했다. 국회 파행 직전에 극적으로 숨통이 트였고 6월 임시국회에서 253건의 법안을 처리할 수 있었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실세’ 원내대표였기에 가능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최 원내대표는 다시 칼날 위에 서 있다. 국정조사 파행을 명분으로 민주당이 장외로 뛰쳐나간 지 20일이 지났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그로선 정쟁 국면을 종식하고 결산심사뿐만 아니라 전월세 대책 등 민생 현안에 대한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하는 상황이다. 19, 20일 연이어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그의 머릿속은 ‘정치의 복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국회를 정상화할 복안이 있나. “고민하고 있다. (정치적)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야당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으로 여당과 대결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당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단독 회담 또는 여야 대표를 포함한 3자 회담을 주장한다. “몇 명이 만날지 등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면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위한 의제 설정이나 양측의 기대에 충족되는 지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굳이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 회담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진작부터 내가 꼭 참석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럴 필요도 없고, 의제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뜻을 청와대에도 전달했나. “그렇다.” 그러면서 최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이후부터 주요 국면마다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 보고 간 쓸개 다 내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그는 또 “당과 청와대, 정부의 생각이 늘 똑같을 수는 없지 않나”라며 “국면마다 국민이 상식적으로 봤을 때 뭐가 옳다고 할지를 생각하고, 그런 각도에서 당과 청와대를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과 대화하고 협상할 자세가 돼 있으니 즉각 원내로 복귀해 국정원 국정조사는 국정조사대로 매듭을 짓고 결산심사나 민생 현안 해법 제시 등 국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자는 호소이다. 그에겐 늘 ‘대통령의 측근’ ‘실세’라는 표현이 뒤따른다.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의 면담 요청도 잦다. 이는 최 원내대표에겐 짐이기도 하다. 늘 ‘정치인 최경환’이 아닌 ‘측근’ ‘대리인’이라는 이미지가 앞서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정국이 꼬일수록 당내에선 그를 바라보는 기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출구를 찾지 못하면 새 정부 국정 운영의 차질은 장기화가 불가피하고, 그 부담은 최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박 대통령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최측근인 최 원내대표를 청와대나 행정부에 기용하지 않고 국회로 보낸 것이 무슨 뜻이겠나”라며 “최경환 원내대표 카드는 대통령이 ‘정치인 최경환’에게 준 시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정치적 꿈’을 물어봤다. 그는 “원내대표도 하기에 급급하다. 주어진 책무를 잘하기도 벅차다. 지금은 박근혜 정부 첫 원내대표를 어떻게 잘할 것인가 그 부분만 고민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전병헌 “결산국회 거부 않겠지만… 통과시킬지는 전략의 문제” ▼■ 田 민주당 원내대표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55)는 5월 15일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뒤 잠을 푹 자 본 적이 없다. 최고위원회의, 원내대책회의, 각종 당 행사에 참석하는 것 외에도 당 의원들을 소속 상임위원별로, 모임별로 만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설득한다. 강경파가 모여 있다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과는 종종 김밥을 먹으면서 밤 늦게까지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이달 1일부터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막당사에서 김한길 대표와 장외투쟁을 이끌고 있다. 전 원내대표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불거진 현재의 대치 정국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박 대통령의 사과라는 민주당의 4대 요구사항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12일과 19일 면담과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전 원내대표의 정국 구상을 들어봤다. ―새누리당은 ‘국회로 돌아오라’면서 결산 국회를 단독으로 개최할 수 있다고 했는데…. “민주당은 광장과 국회를 오가고 있다. 원내외 병행 투쟁이다. 정기국회에 대비한 회의를 계속 하고 있다. 제도권 정당은 기본적으로 국회라는 장을 포기해서도 안 되고 포기할 수도 없다. 그러나 국회가 다수당의 일방통행 식으로 가거나 독선에 빠진다면 불가피한 경우 광장의 힘을 빌리는 게 옳다. 소수의 힘만으로 견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산 심의는 당연히 한다. 다만, 통과시켜 줄 거냐는 전략의 문제다. 소수 정당이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시민단체나 당 내부에선 ‘대선 불복’을 전면에 내걸자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는 장외투쟁을 시작할 때부터 ‘대선 불복이 아니다’란 점을 분명히 했다. 주말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고는 있지만 민주당의 기본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과도한 주장에 대해 분명하게 쐐기를 박는 것이 민주당을 보호하고 우리의 투쟁력을 지속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런 데 대해 야유도 나왔지만 다수의 중산층과 시민들은 조용히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 등을 두루 거쳤다. 흔히 ‘참모형’ ‘전략통’으로 불리지만 리더로서는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우리 시대의 정치인에게 정말 필요한 리더십은 당장의 인기나 지지층의 말초적인 요구에 영합하는 게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극적인 얘기를 하면 팔로어 수가 늘어나겠지만 내공을 키울 수는 없다. 나의 강점은 상황이나 사물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보는 게 습관화돼 있다는 점이다. 이성적 정치 리더십이 과격한 운동가형 리더십, 군림형이나 보스형 리더십을 뛰어넘어야 정상적인 정치문화를 정립할 수 있다. 양은냄비처럼 확 뜨거워지는 게 아니라, 가마솥처럼 서서히 달궈지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다.” ―가장 존경하는 정치 스승을 꼽는다면…. “단연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나는 현직 정치인 중에서 DJ가 주재한 회의를 가장 많이 지켜본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DJ는 늘 ‘정치인은 행동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고 행동하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전 원내대표는 1987년 평민당 당직자로 정치권에 들어와 DJ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행사기획비서관, 국정홍보조사비서관, 국정상황실장 등을 지냈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두 번이나 연패(連敗)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은 정치적 혐오감에 대한 피해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뒤집어쓰고 있다. 거기서 민주당의 위기가 비롯된다. (대선 당시) 무당파층에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층이 결합돼 있었고 패배한 이후에는 ‘이길 수 있었던 선거에서 졌다’는 자책과 비난 때문에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 목표는…. “다음 총선에서 4선이 되면 서울시장에 도전해 보고 싶다. 목표를 꼭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당과의 인연, 민주당의 정통성 측면에서는 내가 적임자라고 본다.”민동용·장강명 기자 mindy@donga.com}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에 관한 국정조사특위의 19일 증인 청문회에서도 정제되지 않은 언사와 고성, 욕설은 끊이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의 조사 동영상을 왜곡·조작했다”고 주장하자 정 의원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더니…”라며 반박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특위 여당 의원들은 삿대질과 큰 소리로 응수했고 나중에 김 의원은 자신의 심문 차례가 다시 돌아오자 “정청래 의원이 돼지라고 부른 김태흠입니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과도 막말 싸움을 벌였다. 정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동안 이 의원이 자꾸 끼어들자 “막말대왕은 이장우 의원이야”라고 쏘아붙였고, 이 의원은 질세라 “어디서 반말이야”라고 소리쳤다. 말싸움이 계속되다 이 의원이 청문회장에 방청 온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떼거지”라는 표현을 쓰자 정 의원은 “이 의원은 ‘선구자’네요. 선천적 구제불능자”라고 공격했다. 김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여성 의원 7명은 청문회 도중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야유를 퍼붓고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결국 막말은 욕설로 변했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 논란과 관련해 김현 의원 대신 증인을 자처해 출석한 강기정 의원에게 이장우 의원이 “폭력의원”이라고 한 게 단초였다. 강 의원은 이 의원 자리로 가서 책상을 내리치며 “내가 폭력의원이야? ××”라고 욕을 했고, 이 의원은 “뭐, ××라고?”라며 맞받은 것. 결국 새누리당 의원들은 “강 의원 사과”를 요구하며 청문회장을 떠나 40분간 개회가 지연됐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축소수사 주장에 대해) 동료 경찰들은 다 부인하고 있다”며 “권 전 과장은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라고 물었다. 권 전 과장은 “무슨 말이냐. 당연히 대한민국의 경찰이다”라고 맞받았다. 정청래 의원은 조 의원에게 “지역감정 조장하는 말을 왜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김태흠 의원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번에(16일 청문회에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향해) TK 어쩌고 하지 않았느냐. 광주의 딸이라고 한 것도 민주당이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현직 국정원 증인 4명의 신변보호를 위해 유례가 드물게 가림막을 치고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신경전도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흰색 가림막이 얼굴만 가려야 한다고 주장해 증인의 몸 전체를 가렸던 가림막을 가슴 위로만 치도록 했다. 박영선 의원이 가림막 뒤 여직원 김 씨가 진술이 적힌 종이를 보고 읽는다고 주장하자 김 씨는 종이를 부채로 바꿔 쥐기도 했다. 통진당 이상규 의원은 “여직원 김 씨가 옆자리 민모 국장이 적어준 문건을 읽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진기자들이 가림막 틈새로 김 씨의 얼굴을 찍으려고 해 민 국장이 종이로 가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 26명에 대한 질의는 여야 의원들이 오전 내내 가림막을 왜 쳐야 하느냐를 놓고 공방을 벌이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2시간 반가량 말 한마디 못하고 여야 의원들의 공방을 지켜본 셈이다. 민동용·길진균 기자 mindy@donga.com}

맥 빠진 청문회였다. 16일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의혹 등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는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해 당초 목적인 ‘진상 규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회의 동행명령서를 받고서야 출석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증인선서 자체를 거부하면서 초장부터 김을 뺐다. 엉뚱하게도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주장만 TV 생중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 검찰의 공소장 내용 전면 부인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검찰의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공소장 내용을 부인했다. 두 증인은 대선 개입과 관련한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라며 답변을 피하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은 기소 내용 중 국정원법 위반(국내정치 개입)에 대해 “재판 중이라 답변이 적절치 않다”면서도 “선거 개입은 동의하지 않는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대북심리전단을 대북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한 것에 대해 “2009년 북한이 대남공작부서를 개편해 사이버 공격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고 답했다. 대북심리정보국이 인터넷에 댓글을 달거나 찬반 클릭을 한 데 대해서는 “사후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2007년 남북정상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새누리당의 요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원 전 원장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은 대선 직전 권영세 당시 박근혜 대선 캠프 종합상황실장과 회의록 공개 문제와 관련해 전화로 상의를 했다고 진술해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했을 때 새누리당 의원들이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해 답답해서 정회 중에 친분관계가 있던 권 주중대사에게 전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대사도 ‘네가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에 대해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장이 정보위 정회 중에 권 대사와 통화를 하고 (회의록 공개 문제를) 상의했다는 답변을 듣고 그냥 넘어갈 수가 있느냐”며 “권 대사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전 청장은 시종 “떳떳하고 당당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때때로 비웃는 듯한 표정도 지었다. 지난해 대선 직전인 12월 16일 경찰의 국정원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허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여직원이 제출한 컴퓨터) 분석 결과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한 게시글이나 댓글이 없었기 때문에) ‘없었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12월 16일 밤늦게 급히 수사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서는 “언론의 취재경쟁이 치열해 발표하지 않으면 몇몇 언론이 특종 보도를 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전 청장은 수사 결과 발표 당일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한 차례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민주당은 김 전 청장이 수사 결과 발표 전날인 12월 15일 점심을 누구와 했는지 집요하게 추궁했다. 수사 결과 조작을 누군가와 모의하지 않았겠냐는 것. 그러나 김 전 청장은 “점심을 누구와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선거와 관련된 인물은 결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與는 “선방”, 野도 “얻은 것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해 “북한의 심리전에 대한 정상적 대응”이라며 두 증인을 옹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장우 의원은 “김용판 원세훈은 야당의 엉터리 짜 맞추기 여론 조작의 희생양”이라며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사건은) 야당이 대선에 승복하지 못해 하는 것이다. 억지를 써서 거리로 나가 거리의 친북세력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공세를 ‘제2의 병풍(兵風)사건’으로 규정함으로써 이번 사건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서 ‘실패한 정치공작’이란 프레임에 가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민주당은 벼르고 별러 성사시킨 청문회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원 전 원장과 권 주중대사의 ‘회의록 관련 통화’ 진술 확보라는 소득을 얻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청문회를 참관한 뒤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답답함을 느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민동용·길진균 기자 mindy@donga.com}

세법개정안이 수정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일부 복지 공약의 수정·축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로 대규모 예산이 투입돼야 하거나 고소득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보편적 복지’ 공약들이 도마에 오른다. 이 밖에 경제성이 떨어지는 대형 지역공약, 정책목표가 상충하거나 추진과정에서 부작용이 우려되는 일부 공약도 ‘구조조성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공약들은 박근혜 정부가 5월 공개한 공약가계부의 ‘경제부흥’ ‘국민행복’ 항목에 주로 몰려 있다. 대개 연간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초대형 공약들이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약들 전문가들은 우선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계층에게 주어지는 복지 혜택은 우선적으로 축소하거나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나라 재정 여건이 고소득자에게까지 ‘용돈’을 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것이다. 0∼5세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에게 보육료 또는 양육수당을 지급한다는 공약이 대표적 사례다. 5년간 5조3000억 원이 들어가는 이 공약은 모든 국민의 영유아 보육을 국가가 완전히 책임진다는 취지에서 비롯됐지만 “고소득층에게 줄 보육비를 아껴서 저소득층에게 더 주는 것이 오히려 더 사회정의에 맞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지순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정부가 돌봐야 하겠지만 부자나 자기 힘으로 생활할 수 있는 사람까지 정부가 도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무리한 복지 확대는 결국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값 등록금 지원 공약(5년간 5조2000억 원 소요)도 청년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실업난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낮은 학비가 고졸자들의 대학 진학을 더 부추기면서 대졸자가 학력에 걸맞은 직업을 못 찾는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을 더 악화시킨다는 우려다. 이 밖에 4대 중증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 노인 임플란트 급여화 등 현 정부의 대표적 의료 공약들도 그간 일부 내용이 수정되긴 했지만 아직도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보편적 복지 공약들에 대한 소득계층별 혜택을 추산한 결과 저소득층 못지않게 중산층 및 고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몰리는 등 소득 재분배 효과는 기대만큼 높게 나타나지 않았다. 또 갖가지 ‘무상’ 복지가 많을수록 국민의 근로의욕이 떨어져 고용과 국내총생산(GDP)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내놓은 모든 복지정책을 실행할 경우 형평성에 기여하는 부분은 적으면서 고용과 성장률에는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경제성 없는 지역공약도 수술대에 올라야” 대규모 도로, 철도 건설 사업 등이 대부분인 지역공약들도 상당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지역공약 이행에 대한 지자체들의 압박에 “경제성이 없어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가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안기면서까지 민원성 공약들의 추진을 강행한다면 나라살림에 결국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선 지역공약 중 철도와 도로 건설사업은 26개에 이른다. 이 중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받은 10개 사업 모두 ‘비용에 비해 편익이 떨어져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애초 대선 공약이 아니었다면 정부 차원에서는 검토될 여지조차 없었던 사업들인 셈이다. 국토부 당국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대선 공약까지 넘어가지 않는다”며 “통상 경제성이 떨어지는 ‘숙원사업’이 공약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사업성이 낮았던 사업은 1조4084억 원이 드는 한려대교 건설로 2006년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11에 불과했다. 이처럼 ‘낙제점’을 받고도 재추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경북과 강원을 잇는 영덕∼삼척 고속도로 신설(0.21·총 사업비 4조678억 원), 춘천∼속초 고속화철도(0.67·총 사업비 3조2650억 원) 등도 경제성이 낮은 지역공약으로 꼽힌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경제대학원)는 “양양공항이나 무안공항처럼 사용자도 없이 방치되는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라면 차라리 지역주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며 “무조건 공약을 실천하기보다 타당성 재평가 등을 통해 경제성을 다시 한 번 따져보고 추진할 사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한 전직 관료는 “정부나 여당 모두 대통령 한 명의 입만 쳐다보는 형국”이라며 “복지든 지역공약이든 지금 재정 형편에 추진하지 못하는 사업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송충현 기자 jmpark@donga.com}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와 여당은 14일 증세나 복지공약 축소에 대해 ‘불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현재로선 불가능한 카드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고민은 ‘상황이 달라진 게 없는 데 공약을 수정할 수 없다’는 원칙론에서 출발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증세 없는 복지’를 실천하겠다고 공언했고, 올해 5월에도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공약가계부’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말을 뒤집을 명분과 논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공약을 철회할 경우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국정운영’ 기조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공약가계부 작성을 주도한 기획재정부는 “공약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 당국자는 “앞으로 세수 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약 축소나 수정 여부를 언급할 수 없다”면서 “정부 내에 공약 축소와 관련한 어떤 논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성장을 통한 ‘증세 없는 복지’에 기대를 거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과 함께 국회를 이끌면서 선거 때마다 표로 심판받아야 하는 새누리당의 고심은 더 깊어지고 있다. 7선의 정몽준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부담을 요청할 것인지 아니면 복지를 현실에 맞게 조정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은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현 시점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약속한 조세개혁위원회를 당에서 만들고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정부에서 만들어 복지 공약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솔직하게 복지 공약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 밝히고 그에 따른 세금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공약 수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지만 청와대 기류를 살피는 당 지도부는 확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복지 후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가 돼야 공약 이행 문제에 대해 정부가 탄력적 자세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세제 개편 파동은 ‘증세의 함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정부와 여당에 우선적으로 책임이 있다. 하지만 야당도 부자와 서민이라는 편 가르기에 빠져 합리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안으로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복지재원을 충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보여준 민주당의 모습이 바람직한 대안정당의 모습인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민주당은 ‘세금폭탄’이라는 용어와 ‘부자 대(對) 중산층·서민’이라는 이분법을 활용하며 정부 여당을 공격했다. 대여(對與) 투쟁의 동력을 얻기 위해 조세저항을 유도하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편 가르기를 시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촛불에 기름을 부어줬다”며 반기기까지 했다. 13일 정부가 고소득층에 세금 부담을 늘리는 수정안을 냈지만 야당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전체적인 방향성이 맞다고 하더라도 정부안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민주당은 총 소득 3억 원 초과자에게 적용하는 최고 세율 38%를 1억5000만 원 초과자로 확대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1억5000만 원 초과 소득구간의 고소득자가 8만3000명(근로소득 과세 대상자의 0.5%)에 불과하기 때문에 세수 증대 효과는 크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민주당은 최고 세율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연간 7000억 원이 더 걷힌다고 하지만 정부의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해당 소득구간에서 더 많은 세금이 걷힌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자신의 지지층에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논리적 완결성이 떨어지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대기업의 법인세 인상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이 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현재 과세표준액 2억 원 이하 10%, 2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 20%, 200억 원 초과 22%로 돼 있는 법인세를 2억 원까지 10%, 2억∼500억 원 22%, 500억 원 초과 25%로 조정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실 측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계한 결과 법이 이렇게 개정되면 2013년부터 세수가 연평균 4조6000여억 원씩 5년간 23조여 원이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경쟁국들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33%→25%) 대만(25%→17%) 싱가포르(20%→17%) 홍콩(17.5%→16.5%) 등은 최근 5년 사이 일제히 법인세율을 내렸다. 미국은 35%에서 28%로, 영국은 24%에서 22%로 각각 추가 인하할 예정이다. 일본도 세계 최고 수준인 38%의 세율을 25∼30% 수준으로 낮춰 투자 심리를 살리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야당에서는 OECD 34개국 중 한국의 법인세율이 21위여서 인상 여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경쟁국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은 20% 미만의 세율이어서 경제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법인세를 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제 전문가들은 법인세나 소득세 세율 인상이 반드시 세수 확대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은 “‘세율이 오르면 세수가 늘어난다’는 주장은 경제학이 아니라 산수에 불과하다”며 “세율이 높아지면 투자 축소 등으로 과세 기반이 줄어 세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정을 튼튼하게 하려면 무작정 증세를 하기보다는 경제성장과 투자 활성화를 통해 세수를 늘리는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견해다. 결국 편 가르기식 세제 개편 공방은 표에는 일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질적인 증세나 경제 회복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회 통합만 해칠 수 있다는 지적에 야당은 귀 기울여야 한다.길진균·장강명 기자 leon@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세제 개편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전격 지시하면서 정국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결정을 환영하면서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사과와 경제팀 문책을 촉구했다. 세제 개편안 발표가 중산층의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까 우려했던 새누리당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에 대해 “맞는 말”이라며 “국회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출 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복지공약을 이행하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상태에서 개편안을 발표하는 바람에 증세 논쟁이 불붙은 것”이라며 “어떤 수준으로 복지를 시행할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중산층 이하의 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틀 속에서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국회로 돌아와 어떻게 국민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는 게 제1야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집권세력인 당정청이 무능을 고백한 것”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다만 ‘원점 재검토’ 지시로 대여 투쟁의 동력이 떨어진 만큼 대안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심의 분노에 대한 대국민 항복 선언”이라며 “재벌과 부유층을 보호하는 경제정책을 주도해 온 경제부총리와 대통령경제수석 등 현 정부 경제라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봉급쟁이를 봉으로 아는 세금폭탄 개편안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심각한 국정혼란을 야기한 이번 사태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며 “미리 개편 과정을 보고받았으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뒤집는 행동을 할 때엔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순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시작한 서명운동 대신 정책위 중심으로 세제 개편 대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길진균·장강명 기자 leon@donga.com}

한국과 중국 의원들 간의 첫 바둑교류전이 12∼14일 중국 베이징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회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바둑교류전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한중 양국 의회 간에 처음 열리는 문화 교류행사다. 일본 의회와는 15, 16대 국회 때 바둑대회를 가진 바 있다. 이번 교류전은 한국 측에서 단장인 원유철 국회 기우회장과 의원 10명, 중국 측에서 단장인 쑨화이산(孫懷山) 정협 상무 부비서장과 중국 양회(兩會)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및 정협 위원 10여 명이 참가해 단체전 형식으로 열린다. 전국인대는 중국의 최고 헌법기관이자 의결·집행기구이고, 정협은 중국 공산당을 비롯한 각 정파 대표, 군 대표와 지구 대표, 민족 대표들로 구성된 범국가적인 자문회의이다. 국회 여야 의원 바둑 친목모임인 기우회 회장인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11일 “미국과 중국이 ‘핑퐁 외교’로 협력의 물꼬를 텄듯이 바둑 강국인 한국과 중국 의원들이 이번 ‘반상(盤上) 외교’를 통해 친교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바둑교류전에는 우리 측에선 아마 5단인 원 의원 외에도 새누리당 김기선(7단) 이인제 정우택(이상 5단), 민주당 최규성(5단) 유인태 배기운(이상 4단) 의원이 참여한다. 유 의원은 3월 열린 국회의원 친선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중국 측에서는 이번 교류전을 성사시킨 황젠추(黃建初) 전국인대 예산공작위원회 부주임(5단)과 쑨화이산 정협 부비서장(3단) 등 바둑 고수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장외투쟁 선언과 동시에 국정조사는 무효화됐다”며 “낮 12시까지 새누리당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이후 협의는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당 지도부는 발칵 뒤집어졌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곧바로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의 입장은 며칠 더 시간을 갖자는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권 의원의 이날 ‘국정조사 무효화’ 발언은 당 지도부와의 상의를 거치지 않은 발언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증인들에 대한 강제 동행명령 사전 합의에 대해서도 윤 부대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출석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놨지만 권 의원은 여전히 동행명령에 대해 “완전 억지 주장이다”며 “우리가 독재국가냐”고 ‘초법적 발상’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민주당과의 협상 창구인 권 의원이 주도한 ‘강 대 강’ 전술에 대해 당 일각에선 “잘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45일 동안 활동하는 특위가 국정조사로 이름을 붙일 만한 활동을 한 것은 이틀간 이어진 법무부와 경찰청의 기관보고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래 처음 실시되는 국조를 앞두고 여야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내걸었다. 국조특위 활동은 15일까지로 돼 있지만 증인 채택 문제로 시간은 종점을 향해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지금의 상황을 “정치권의 자폭”이라고 했다. 그는 “여당은 야당의 체면을 고려하고 퇴로를 염두에 둔 정치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야당을 궁지로 몰아붙이는, 정치가 아닌 싸움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법리와 득실만 따지다 정치를 잃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길진균 정치부 기자 leon@donga.com}
민주당이 31일 ‘장외투쟁’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새누리당은 ‘법 위에 군림하는 법치열외당’ ‘협상이 아닌 협박’ ‘국정조사 자폭행위’ 등 자극적 언사를 동원해 강하게 비판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반박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장외투쟁의 진짜 의도는 국가정보원 국정조사를 의도적으로 파행시키려는 데 있다”며 “터무니없는 의혹을 확대 재생산해 대선 불복의 정치공세 장으로 만들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불리한 판을 뒤집어 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경제살리기’ 입법 등 할 일이 많은 여당으로선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절대 반길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 이후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새누리당은 증인 채택 등 국조 운영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야당과 충돌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를 제외하곤 새누리당 지휘부가 국회에 없어 신속한 의사결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달 30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제10차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출국했고 원내사령탑인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해 적지 않은 국조특위 위원이 휴가 또는 지역구 활동을 이유로 국회를 비웠다. 협상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국조특위 간사 권성동 의원도 지난달 30일 지역구 일정 관계로 강원 강릉으로 내려갔다. 이런 새누리당의 태도가 가뜩이나 구석으로 몰린 야당을 더욱 자극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최 원내대표는 일정을 앞당겨 상경해 1일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기로 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