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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서 지난달 7일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한 달 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관할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전쟁 후 서안지구 내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공격하고 집을 빼앗는 일이 대폭 늘었다고 현지 매체 하아레츠 등이 13일 보도했다. 이에 따른 인명 피해가 늘어나면서 요르단강 서안지구가 가자지구에 이은 ‘또 다른 시한 폭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유엔 등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한 달간 서안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유대인의 공격은 최소 222건에 이른다. 이로 인해 어린이를 포함해 8명이 숨졌다. 또 9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살던 집을 버리고 피난갔다. 한 소식통은 “남부 헤브론 등에서는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민가에 들어가 자유롭게 물건을 부수고 불태운다”고 하아레츠에 전했다.서안지구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1993년 오슬로 평화 협정을 통해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영토로 바뀌었고 이후 PA가 통치하고 있다. 무능, 부패 등으로 비판받는 PA는 현재 전체 5660km인 서안지구의 불과 18%만 관할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통제 영역 20%보다 적은 수치다.이스라엘은 서안지구 곳곳에 국제법상 불법인 유대인 정착촌을 속속 건설하고 있다. 이미 건설된 정착촌 132곳에 곧 정착촌으로 바뀔 전초 기지 147곳까지 포함하면 무려 279개 정착촌이 존재한다. 이 곳에 사는 유대인만 약 70만 명으로 서안지구 주민(약 390만 명)의 18%에 달한다.하마스 또한 서안지구에서 PA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4년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또한 당시 하마스가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소년 3명을 납치하고 살해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미성년자의 사망에 이스라엘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하마스와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으로 이어졌다.최근 PA는 이번 전쟁 발발 후 서안지구에 숨어든 하마스 대원을 체포하기 위한 이스라엘군의 수색 및 공격으로도 최소 190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숨지고 2500명이 넘게 구금됐다고 밝혔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 예정인 양국 정상회담에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무기를 규제할 국제 기준을 마련하자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전쟁의 양상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자율살상무기체계(LAWS·Lethal Autonomous Weapons)’에 대한 양국의 첫 군비 통제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각종 추락 사고를 이유로 2019년부터 규제해 온 미국 보잉 항공기에 대한 제재를 풀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다만 경제안보, 대만 등을 둘러싼 양국의 시각 차이 또한 여전하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긴장을 완화하더라도 핵심 산업의 중국 의존도 완화 등 ‘디리스킹(위험완화)’ 전략은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 또한 내년 1월 대만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공개 약속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 미중 정상, 첫 AI 군축 논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무인기(드론) 같은 자율 무기, 핵탄두의 제어 및 배치 등에서의 AI 사용을 금하는 약속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간 미국 등 서방에선 AI를 장착한 무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AI가 스스로 판단해 공격 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것을 허용하면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양국이 치열하게 대립 중인 분쟁 지역에서 발생하는 우발적 충돌이 자칫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핵무기에 AI가 장착되는 것을 무제한 허용하면 핵전쟁의 위기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옛 소련의 잠수함이 미 군함의 움직임을 오판해 핵 어뢰를 발사하려 했다가 발사 직전 가까스로 중단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1984년 소련이 레이더 오작동으로 미 핵미사일 발사에 핵 보복으로 대응하려다 중단한 것 같은 위기의 순간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미국은 양국 군사 분야의 소통을 재개하겠다는 뜻도 강조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 미 CBS 방송에서 “전술·작전 수준에 이르기까지 실수나 오판이 없도록 의사소통 복원이 필요하다”며 양국 갈등 후 중단된 미중 국방장관의 소통 재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中, 보잉 규제 해제 관심 블룸버그는 중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보잉 ‘737 맥스’ 항공기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과거 보잉은 중국 주요 항공사에 140대의 ‘737 맥스’ 항공기를 팔기로 했다. 중국은 각국에서 이 기종의 추락 사고가 잇따르고 양국 갈등 또한 격화하자 2019년부터 해당 기종의 운항 및 인도를 금했다. 이미 미국산 대두의 수입 규제를 해제한 중국이 보잉 항공기의 인도까지 재개하려는 것은 이 조치가 실행되면 미국 또한 현재 검토 중인 대(對)중국 고율 관세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12일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전 미 기업인들과 만나는 일정을 추진했지만 백악관이 반대해 회담 후로 미뤄졌다고 전했다. 이에 시 주석 역시 미국이 반도체를 포함해 중국에 대한 새로운 수출 규제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얻어내려 한다고 평했다. 또한 시 주석은 내년 1월 대만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공개 약속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또한 같은 해 11월 미 대선에 중국이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두 나라는 ‘좀비 마약’ 펜타닐의 중국산 원료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양국 워킹그룹 출범도 논의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처하는 방안 또한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 예정인 양국 정상회담에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무기를 규제할 국제 기준을 마련하자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전쟁의 양상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자율살상무기체계(LAWS·Lethal Autonomous Weapons)’에 대한 양국의 첫 군비 통제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각종 추락 사고를 이유로 2019년부터 규제해 온 미국 보잉 항공기에 대한 제재를 풀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다만 경제안보, 대만 등을 둘러싼 양국의 시각 차이 또한 여전하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긴장을 완화하더라도 핵심 산업의 중국 의존도 완화 등 ‘디리스킹(탈·脫위험)’ 전략은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 또한 내년 1월 대만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공개 약속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 미중 정상, 첫 AI 군축 논의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무인기(드론) 같은 자율 무기, 핵탄두의 제어 및 배치 등에서의 AI 사용을 금하는 약속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간 미국 등 서방에선 AI를 장착한 무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AI가 스스로 판단해 공격 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것을 허용하면 대만 해협, 남중국해 등 양국이 치열하게 대립 중인 분쟁 지역에서 발생하는 우발적 충돌이 자칫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핵무기에 AI가 장착되는 것을 무제한 허용하면 핵전쟁의 위기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옛 소련의 잠수함이 미 군함의 움직임을 오판해 핵 어뢰를 발사하려 했다가 발사 직전 가까스로 중단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1984년 소련이 레이더 오작동으로 미 핵미사일 발사에 핵 보복으로 대응하려다 중단한 것 같은 위기의 순간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미국은 양국 군사 분야의 소통을 재개하겠다는 뜻도 강조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 미 CBS 방송에서 “전술·작전 수준에 이르기까지 실수나 오판이 없도록 의사소통 복원이 필요하다”며 양국 갈등 후 중단된 미중 국방장관의 소통 재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中, 보잉 규제 해제 관심블룸버그는 중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보잉 ‘737 맥스’ 항공기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과거 보잉은 중국 주요 항공사에 140대의 ‘737 맥스’ 항공기를 팔기로 했다. 중국은 각국에서 이 기종의 추락 사고가 잇따르고 양국 갈등 또한 격화하자 2019년부터 해당 기종의 운항 및 인도를 금했다. 이미 미국산 대두의 수입 규제를 해제한 중국이 보잉 항공기의 인도까지 재개하려는 것은 이 조치가 실행되면 미국 또한 현재 검토 중인 대(對)중국 고율 관세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다만 12일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전 미 기업인들과 만나는 일정을 추진했지만 백악관이 반대해 회담 후로 미뤄졌다고 전했다. 이에 시 주석 역시 미국이 반도체를 포함해 중국에 대한 새로운 수출 규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얻어내려 한다고 평했다.또한 시 주석은 내년 1월 대만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공개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또한 같은 해 11월 미 대선에 중국이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두 나라는 ‘좀비 마약’ 펜타닐의 중국산 원료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양국 워킹그룹 출범도 논의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처하는 방안 또한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세계 곳곳에서 빈대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집트 등 일부 국가에서 쓰이는 빈대 살충제의 독성 또한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8월 이집트 홍해의 유명 휴양지 후르가다의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던 영국인 60대 부부의 사망 원인이 옆 방에 뿌렸던 빈대 살충제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현지 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랭커셔 출신의 존 쿠퍼 씨(68)와 부인 수전 씨(63)는 당시 후르가다 호텔에서 옆방의 빈대 살충제 연기를 마신 뒤 숨졌다. 유족은 부부가 대장균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집트 측의 발표를 믿지 않고 고국에서 검사를 계속했다. 그 결과, 랭커셔 검시소 측은 부부가 염화메틸렌이 들어간 빈대 살충제 ‘람다’의 증기를 흡입한 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고 결론냈다. 람다는 일부 국가에서 염화메틸렌으로 희석돼 쓰인다. 이 물질은 대사 과정에 몸 안에서 일산화탄소를 생성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 측은 부부의 사망 전날 점심시간 무렵 옆 방을 람다로 훈증 소독했다. 이후 두 방을 연결하는 문 틈에 테이프를 붙였지만 완전히 밀봉되지 않아 살충제 연기 확산을 방지하진 못했다. 세계 각국 또한 빈대 확산을 제어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11일 홍콩 당국은 공항 철도, 최근 한국 여행에서 돌아온 한 부부의 침대 등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며 관계자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말까지 미국 뉴욕의 빈대 신고 건수 또한 총 266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고 뉴욕포스트가 전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세계 곳곳에서 빈대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집트 등 일부 국가에서 쓰이는 빈대 살충제의 독성 또한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8월 이집트 홍해의 유명 휴양지 후르가다의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던 영국인 60대 부부의 사망 원인이 옆 방에 뿌렸던 빈대 살충제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11일(현지 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랭커셔 출신의 존 쿠퍼 씨(68)와 부인 수잔 씨(63)는 당시 후르가다 호텔에서 옆방의 빈대 살충제 연기를 마신 뒤 숨졌다. 유족은 부부가 대장균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집트 측의 발표를 믿지 않고 고국에서 검사를 계속했다.그 결과, 랭커셔 검시소 측은 부부가 염화메틸렌이 들어간 빈대 살충제 ‘람다’의 증기를 흡입한 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고 결론냈다. 람다는 일부 국가에서 염화메틸렌으로 희석돼 쓰인다. 이 물질은 대사 과정에 몸 안에서 일산화탄소를 생성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 측은 부부의 사망 전날 점심시간 무렵 옆 방을 람다로 훈증 소독했다. 이후 두 방을 연결하는 문 틈에 테이프를 붙였지만 완전히 밀봉되지 않아 살충제 연기 확산을 방지하진 못했다. 세계 각국 또한 빈대 확산을 제어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11일 홍콩 당국은 공항 철도, 최근 한국 여행에서 돌아온 한 부부의 침대 등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며 관계자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10일 싱가포르 국영방송 CNA 또한 빈대 출몰이 예년보다 최소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말까지 미국 뉴욕의 빈대 신고 건수 또한 총 266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고 뉴욕포스트가 전했다. 남부 국경을 통한 이민자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현지 시간)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해 전반적인 안보를 무기한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 책임’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과도기적 점령에 이어 ‘포스트 하마스’ 통치 체제에서까지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실수”라며 주변 중동 국가를 자극하지 않게 애써 왔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태도와도 결이 다르다. 특히 양 정상이 통화에서 ‘일시적 교전 중단’을 논의했다는 백악관 발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양국이 엇박자를 드러낸 모양새가 됐다.● “이스라엘군 제한 없는 작전 가능해야”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이날 미 ABC뉴스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면 누가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하는가’를 묻자 나왔다. 그는 “하마스의 길을 계속 따르길 원치 않는 사람들이 통치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이 무기한으로 전반적인 안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안보 책임이 없을 때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하마스 테러가 분출한 것을 목도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이 그간 가자지구 재점령에 뜻이 없다면서도 익명으로 ‘가자지구 안보 책임’을 언급하기는 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 책임 정도가 어디까지인지는 세부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1967년 ‘6일 전쟁’ 때처럼 점령해서 직접 통치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현재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일부 지역 안보를 사실상 이스라엘군이 맡는 것 같은 형식인지 해석이 분분했다. 외신에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지속적인 통제력 유지’(AP), ‘일종의 점령’(BBC) 계획을 밝힌 것이라고 표현했다. 분명한 것은 중동전쟁 이후 가자지구 새 통치 체제가 결정될 때까지 과도기적 점령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특히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의회 특별청문회에서 “전쟁 후 주요 목표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제한 없는 작전 수행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 통치 체계가 수립되더라도 이스라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언제든 가자지구 내에서 작전을 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팔레스타인계 정치 분석가 누르 오데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이 현재 서안지구에서처럼 원할 때 마음대로 습격해 반이스라엘 활동가를 구금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두 국가 해법’ 역행? 아랍국 자극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해온 ‘두 국가 해법’ 구상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가자지구 치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군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 평화유지군 투입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박”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 발언은 주변 아랍국의 신경을 건드릴 확률이 높은 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주말 중동을 분주히 돌며 확전 억지를 위해 애쓴 뒤에 나온 것이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구호품 유입과 인질 석방을 위해 여기서 한 시간, 저기서 한 시간 정도 전술적 일시 교전 중단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일시적 교전 중단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 이슬람협력기구(OIC)는 6일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잔인한 침략을 논의할 것”이라며 12일 의장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신와르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만 명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것이다.” 4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이끈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예히야 신와르(사진)에 대해 주변 인사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신와르는 이스라엘군의 ‘사살 목표 1순위’ 인물이다. 이스라엘군은 그런 의미에서 그를 ‘데드맨 워킹(Dead Man Walking·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이라고 표현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날 가자지구 국경 순시 후 기자회견에서 “신와르를 찾아내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일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그를 먼저 찾는다면, 이 전쟁이 단축될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이스라엘군에 협조해 달라는 뜻도 내비쳤다. 신와르는 하마스가 무기와 전투원, 인질 등을 숨기고 있는 가자시티 내 지하 터널에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스 내에선 영웅으로 칭송받는 그는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빈민가 출신이다. 1987년 하마스에 합류해 군사조직인 ‘알깟삼 여단’ 구축을 도왔다. 특히 이스라엘에 협력한 변절자를 색출하는 내부 보안조직인 ‘마즈드 군’을 설립해 책임자를 맡으면서 ‘칸유니스의 학살자’로 악명을 떨쳤다. FT에 따르면 신와르를 신문한 적 있는 이스라엘 정보원은 신와르가 1989년 변절자로 의심되는 남성의 동생에게 자신의 형을 산 채로 묻게 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FT에 “(신와르가) 그 동생에게 숟가락을 건네주며 형의 몸 위로 계속 흙을 퍼붓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신와르는 이렇게 생매장한 남성을 포함해 12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한 혐의로 1989년 이스라엘에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2년 만인 2011년 하마스-이스라엘 간 인질 교환으로 풀려났다. 신와르는 이번 공격 전 이스라엘이 안이한 오판을 하도록 유도하는 등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그는 수감 기간에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히브리어를 꾸준히 학습해 이스라엘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완벽한 히브리어를 선보였다. 2017년 이스마일 하니예의 뒤를 이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수장으로 선출되자 “이스라엘이 200개의 핵탄두와 첨단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이스라엘을 해체할 능력이 없다”는 등의 유화적 발언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당국은 전쟁 직전까지 신와르를 이스라엘 파괴보다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를 공고히 하고 경제적 이익에 관심이 있는 실용적인 인물로 여겼다. FT는 “신와르에 대한 이스라엘 당국의 오판이 정보 실패의 서곡이었다”고 평가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신와르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만 명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것이다.”4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이끈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예히야 신와르에 대해 주변 인사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요아브 갈란트는 이날 가자지구 국경 순시 후 기자회견에서 “신와르를 찾아내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최우선 제거 순위’라는 의미에서 그를 ‘데드맨 워킹’(Dead Man Walking·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이라고 표현한다. 신와르는 하마스가 무기와 전투원, 인질 등을 숨기고 있는 지하터널에 숨어있는 것으로 추정된다.하마스 내에선 영웅으로 칭송받는 그는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빈민가 출신이다. 1987년 하마스에 합류해 군사 조직인 ‘알 카삼 여단’ 구축을 도왔다. 특히 이스라엘에 협력한 변절자를 색출하는 내부 보안조직인 ‘마즈드 군’을 설립해 책임자를 맡으면서 ‘칸 유니스의 학살자’로 악명을 떨쳤다.FT에 따르면 신와르를 심문한 적 있는 이스라엘 정보원은 신와르가 1989년 변절자로 의심되는 남성의 동생에게 자신의 형을 산 채로 묻게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FT에 “(신와르가) 그 동생에게 숟가락을 건네주며 형의 몸 위로 계속 흙을 퍼붓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신와르는 이렇게 생매장한 남성을 포함해 12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한 혐의로 1989년 이스라엘에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11년 하마스-이스라엘 간 인질 교환으로 풀려났다.신와르는 이번 공격 전 이스라엘이 안이한 오판을 하도록 유도하는 등 주도면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2017년 이스마일 하니예의 뒤를 이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수장으로 선출되자 “이스라엘이 200개의 핵탄두와 첨단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이스라엘을 해체할 능력이 없다”는 등의 유화적 발언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당국은 전쟁 직전까지 신와르가 이스라엘 파괴보다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를 공고히 하고 경제적 이익에 관심이 있는 실용적인 인물로 여겼다. FT는 “신와르에 대한 이스라엘 당국의 오판이 정보 실패의 서곡이었다”고 평가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 두 대만계 미국인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를 분석한 책 ‘반도체 전쟁’의 저자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가 4일(현지 시간) CNN 인터뷰에서 인척 관계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60)와 리사 수 AMD CEO(54)의 성공에 대만 특유의 문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밀러 교수는 “대만만큼 가족, 교육,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긴밀하게 연결된 곳이 없다”며 두 사람이 모두 세계적 반도체 기업의 경영자가 된 것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수 CEO는 황 CEO 외삼촌의 손녀다. 그는 2020년 한 행사에서 황을 거론하며 “우리는 먼 친척”이라고 했다. 황은 9세 때, 수는 3세 때 각각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최근 두 CEO는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시장에서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 AMD의 추격이 매섭다. AMD는 올 6월 첨단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MI300X’를 공개하며 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 중인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MD의 올 3분기(7∼9월) 매출 또한 58억 달러(약 7조8300억 원)로 시장 예상치(57억 달러)를 상회했다. 수는 당시 실적 발표 자리에서 “2024년에는 AI 반도체 분야에서만 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 시장의 강자 엔비디아의 입지는 굳건하다. 생성형 AI 열풍에 힘입어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 208% 올랐다. 같은 기간 AMD의 주가 상승률 73%를 훨씬 앞선다. 두 회사의 반도체는 전기차,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 등 다방면에서 쓰이고 있다. 밀러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은 누구나 수백 개의 엔비디아 및 AMD 반도체를 접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이에 따른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는 두 회사 모두에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10월부터 미국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후 줄곧 미국산 GPU의 판매 금지 등이 중국 반도체 기업의 자립 욕구를 부추겨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AMD 또한 앞서 8월 “미국의 규제를 고려해 중국 시장용 저사양 AI 반도체 제작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길은 막혔지만 저성능 반도체는 아직까지 수출이 가능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중국 시장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 두 대만계 미국인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를 분석한 책 ‘반도체 전쟁’의 저자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가 4일(현지 시간) CNN 인터뷰에서 인척 관계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60)와 리사 수 AMD CEO(54)의 성공에 대만 특유의 문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밀러 교수는 “대만만큼 가족, 교육,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긴밀하게 연결된 곳이 없다”며 두 사람이 모두 세계적 반도체 기업의 경영자가 된 것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수 CEO는 황 CEO 외삼촌의 손녀다. 그는 2020년 한 행사에서 황을 거론하며 “우리는 먼 친척”이라고 했다. 황은 9살 때, 수는 3살 때 각각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최근 두 CEO는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시장에서 불꽃튀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 AMD의 추격이 매섭다. AMD는 올 6월 첨단 AI용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MI300X’ 공개하며 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 중인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MD의 올 3분기(7~9월) 매출 또한 58억 달러(약 7조8300억 원)로 시장 예상치(57억 달러)를 상회했다. 수는 당시 실적 발표 자리에서 “2024년에는 AI 반도체 분야에서만 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다만 이 시장의 강자 엔비디아의 입지는 굳건하다. 생성형 AI 열풍에 힘입어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 208% 올랐다. 같은 기간 AMD의 주가 상승률 73%를 훨씬 앞선다.두 회사의 반도체는 전기차,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 등 다방면에서 쓰이고 있다. 밀러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은 누구나 수백 개의 엔비디아 및 AMD 반도체를 접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이에 따른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는 두 회사 모두에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10월부터 미국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후 줄곧 미국산 GPU의 판매 금지 등이 중국 반도체 기업의 자립 욕구를 부추겨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AMD 또한 앞서 8월 “미국의 규제를 고려해 중국 시장용 저사양 AI 반도체 제작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길은 막혔지만 저성능 반도체는 아직까지 수출이 가능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중국 시장을 놓치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중동에 쏠린 사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우크라이나에 올 들어 최대 규모의 공습을 퍼부었고 주요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우카에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1일 “지난 24시간 적군(러시아)이 10개 지역의 마을 118곳을 포격했다. 올 들어 가장 큰 피해”라고 밝혔다. 최소 4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고도 공개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중부 공업도시 크레멘추크의 정유공장에서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 겨울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해 추위를 무기로 삼겠다는 속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 지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할 동력을 확보한 데 이어 핵 위협 수위를 높여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분열하는 서방을 압박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줄곧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던 서방 주요국에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부담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 등은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올 9월 아프리카 외교관을 사칭한 러시아 유튜버의 장난전화에 속아 전쟁 피로감을 토로한 약 15분짜리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 통화에서 멜로니 총리는 “많은 사람(서방 주요국 정상)이 피곤해하는 것을 본다. 우리 모두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순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 후 논란이 커지자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총리가 속은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통화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민간인 보호에는 (국적의) 구별이 없다. 민간인은 민간인이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지난달 30일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을 규탄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침공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보복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있어선 안 된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그간 ‘민간인 보호’를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암묵적으로 지지했다. 이에 미 주요 인사가 국제 무대에서 이스라엘을 공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상전 개시로 인도주의적 위기 우려가 커지자 이스라엘에 대책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특히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못지않게 최근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다스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의 충돌이 급증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서안지구의 폭력 증가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양측 모두 협력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후 3주간 서안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 최소 115명이 숨지고 2000명 이상이 다쳤다. 사망자 중 33명은 미성년자였다. 또 최소 1000명의 주민이 집에서 쫓겨났다. 서안지구 내 공동체에서 살다가 가족과 이웃 마을로 도망친 한 주민은 워싱턴포스트(WP)에 “전쟁 발발 후 거의 매일 무장한 유대인 정착민들이 찾아왔다.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으면 학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안보리에서는 인도주의적 위기 고조에 따른 교전 중단 결의안 채택을 논의했지만 ‘유엔 차원의 하마스 규탄’을 요구하는 미국과 ‘이스라엘 편만 든다’는 러시아의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가자지구가 전화, 인터넷 등 통신 두절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하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구호단체에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이스라엘 측은 “테러범에게 이용될 것”이라면서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28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스타링크는 가자지구에 머무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구호단체들의 연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링크는 그가 소유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다. 이샤끄 시드르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통신장관도 이미 스타링크 측과 연락하고 있다며 가자지구 내로 위성 장비를 들여오기 위해 국경을 맞댄 이집트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의 공습이 확대되며 통신이 완전히 두절되자 현지 구호활동은 큰 타격을 입었다. 유니세프, 국경 없는 의사회, 앰네스티 등의 구호단체 및 인권단체도 현지 직원과 통신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유엔 등 이집트 내 구호단체와 가자지구 내부 팀의 연락이 끊기면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가자지구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가자를 위한 스타링크’ 해시태그(#starlinkforgaza)를 달며 스타링크 서비스 지원을 촉구했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29일 가자지구 전화 및 인터넷 연결이 점차 복구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머스크의 발표에 크게 반발했다.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은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맞섰다. 하마스가 위성 서비스를 테러 활동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지하철에 탔다가 이른바 이란 ‘도덕 경찰’의 폭행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여고생 아르미타 게라반드(17)가 28일 숨졌다. 지난해 9월 비슷한 이유로 숨진 쿠르드족 20대 여성 마사 아미니 때와 마찬가지로 당국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란 당국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게라반드가 이달 1일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친구들과 지하철 차량에 올라탔고, 잠시 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들려나오는 장면만 담겨 있다. 당국은 그가 저혈압으로 쓰러졌으며 그 과정에서 금속 구조물에 머리를 부딪쳤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핵심 증거인 열차 내부 영상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게라반드는 3주 만인 22일 뇌사 판정을 받았고, 결국 사망했다. 반면 국제인권단체 헨가우 등은 도덕 경찰의 폭행이 사인이라고 본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는 행위에 대해 이슬람 율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강하게 제재한다. 도덕 경찰은 이 업무를 담당한다. 아미니 사망 직후 이란 전역에서는 그의 죽음에 항의하고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아미니의 죽음에 반발한 많은 젊은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 이에 최근 몇 달간 도덕 경찰이 히잡 미착용을 단속하기 위해 테헤란 지하철에 집중 배치됐다. 의회 또한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여성에게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안을 지난달 통과시켰다. 이를 감안할 때 아미니 때와 마찬가지로 게라반드의 사망을 규탄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지하철에 탔다가 이른바 이란 ‘도덕 경찰’의 폭행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여고생 아르미타 가라완드(17)가 26일 숨졌다. 지난해 9월 비슷한 이유로 숨진 쿠르드족 20대 여성 마사 아미니 때와 마찬가지로 당국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이란 당국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가라완드가 이달 1일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친구들과 지하철 차량에 올라탔고, 잠시 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들려나오는 장면만 담겨 있다. 당국은 그가 저혈압으로 쓰러졌으며 그 과정에서 금속 구조물에 머리를 부딪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핵심 증거인 열차 내부 영상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가라완드는 3주 만인 22일 뇌사 판정을 받았고, 결국 사망했다. 반면 국제인권단체 헨가우 등은 도덕 경찰의 폭행이 사인이라고 본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는 행위에 대해 이슬람 율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강하게 제재한다. 도덕 경찰은 이 업무를 담당한다. 아미니 사망 직후 이란 전역에서는 그의 죽음에 항의하고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아미니의 죽음에 반발한 많은 젊은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거부했으며 이란 수뇌부는 이런 움직임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 몇 달간 도덕 경찰이 히잡 미착용을 단속하기 위해 테헤란 지하철에 집중 배치됐다. 의회 또한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여성에게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안을 지난달 통과시켰다. 이를 감안할 때 아미니 때와 마찬가지로 가라완드의 사망을 규탄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총소리가 들리면 늘 죽음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기습 공격에서 살아남은 이스라엘 주민) “1948년 첫 나크바(아랍어로 ‘재앙’·당시 대규모 강제 이주를 말함) 이후 두 번째 나크바가 올까 두렵다. 이 땅을 떠나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팔레스타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민간인 1000명 이상을 학살하며 촉발한 중동전쟁의 오래된 근원은 사실 땅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표현을 빌리자면 더 정확하게는 ‘누가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에 있는 땅에 살 권리가 있는가’다. 이스라엘 땅은 어디서 시작하며 팔레스타인 땅은 어디서 끝나는지를 놓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및 주변 중동 국가들은 100년 넘게 갈등과 충돌의 나날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 복잡하고 뿌리 깊은 난제를 해결해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동안 몇 차례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21세기 들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하마스의 유례없는 이스라엘 본토 침공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가자지구 공습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반복되는 ‘피의 보복’을 더욱 풀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두 민족의 100년 분쟁사 속에서 이번 중동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들여다봤다.● 英, 팔레스타인 위임통치의 비극 역사학자이자 주미 이스라엘대사를 지낸 마이클 오렌은 1967년 6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6일 전쟁’을 다룬 저서 ‘전쟁의 6일(Six Days of War·2002년)’에서 “가볍게 말해, 시오니즘(시온주의·유대인 민족주의)이 없었다면 분쟁도 없었다”고 했다. 2000년 전 팔레스타인 땅에서 쫓겨나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던 유대인들이 다시 시온(이스라엘)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온주의가 분쟁의 시초라는 것이다. 19세기 말 시온주의를 앞세운 동유럽 유대인들은 오스만튀르크 제국이 400년간 지배하고 있던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분쟁의 씨앗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싹텄다. 독일 편을 든 오스만 제국 제압을 위해 영국은 오스만 제국 지배에 저항하는 아랍 민족주의 세력과 자본을 쥔 유럽 유대계 세력의 지원이 필요했다. 영국은 1915∼1916년 오스만 제국에 봉기하는 조건으로 전후 팔레스타인에 아랍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하는 ‘맥마흔 선언’을 작성한다. 2년 뒤에는 유대 자본을 받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에 유대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하는 ‘밸푸어 선언’도 만든다. 결국 영국 뜻대로 패전한 오스만 제국은 해체되고 영국은 팔레스타인을 위임 통치하게 된다. 문제는 영국이 유대인과 아랍 민족에게 한 모순되는 약속을 지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팔레스타인에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사이 갈등은 고조됐다. 1930년대 들어 독일 나치 정권의 박해와 홀로코스트를 피해 대규모 이주한 유대인들은 땅을 더 많이 매입해 정착촌을 늘려갔다. 두 민족의 무력 충돌을 우려한 영국은 1939년 백서(White Paper)를 통해 밸푸어 선언 효력을 사실상 폐기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커질 대로 커져 있었다.● 이스라엘 건국과 팔레스타인 나크바 2차대전이 끝난 뒤 팔레스타인 문제를 매듭지을 능력이 없던 영국은 막 창설된 유엔에 책임을 넘겼다. 유엔은 1947년 종교적으로 양측에 다 중요한 예루살렘은 국제 관리 아래 두고 나머지 땅을 두 국가로 분할하는 유엔총회 결의안 181호를 통과시켰다. 유대인 세력은 대부분 찬성했지만 아랍 세력은 ‘인구 대부분인 팔레스타인인에게 불리하다’며 거부했다. 팔레스타인 각지에서 두 민족 간 유혈 충돌이 늘어났다. 영국 위임 통치 만료 다음 날인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은 건국을 선포했다. 이튿날 팔레스타인 세력과 힘을 합친 아랍 국가 동맹군이 이스라엘을 침공(1차 중동전쟁)했다. 하지만 정신적, 물질적으로 더 잘 무장된 이스라엘이 승리하며 건국 당시보다 더 많은 영토를 장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약 70만 명이 고향을 떠나거나 이스라엘군에 쫓겨나 난민으로 전락했다. 팔레스타인인은 이를 ‘재앙’ ‘전멸’이라는 뜻의 아랍어 ‘나크바’라고 불렀다. 이들은 대부분 요르단이 장악한 서안지구와 이집트가 획득한 가자지구로 몰려갔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인 역사학자 라시드 할리디는 저서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에서 유대인 정착 과정과 시온주의는 서구 열강을 등에 업은 식민주의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FP는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중동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을 때 주민들은 (나크바라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떠올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피 명령에도 가자지구 북부 주민 수십만 명은 다시 집에 돌아오지 못할까 두려워 떠나지 않고 있다.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및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등 주변 아랍국은 1956년 수에즈 운하 위기, 1967년 6월 전쟁(6일 전쟁), 1973년 욤키푸르 전쟁 등으로 충돌했다. 모두 뛰어난 전략과 서방의 지원을 앞세운 이스라엘의 승리였다.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서안지구, 시나이반도, 골란고원을 손에 넣었다. 그 결과 가자지구 등으로 유대인 집단 이주가 시작되자 반발하는 팔레스타인 세력은 테러를 비롯한 유혈투쟁으로 맞섰다.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1964년 설립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대표적이다. PLO는 1972년 뮌헨 올림픽 이스라엘 선수단 학살, 항공기 납치, 폭탄 테러 등으로 팔레스타인 분쟁을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켰다.● 잇따른 화해 결렬과 가자지구 봉쇄 이제 팔레스타인 분쟁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유대인 정착촌 문제로 초점이 맞춰졌다. 하마스의 전례 없는 기습 공격과 민간인 학살의 씨앗이 이때 잉태됐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불안정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도 가시화했다. 1978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 중재로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캠프 데이비드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스라엘은 시나이반도를 이집트에 돌려줬고,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수립하는 구상이 짜였다. 하지만 자치정부 수립 과정은 지지부진했고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은 1987년 이스라엘 점령에 항거하는 1차 인티파다(봉기)를 일으켰다. 그해 이슬람 성직자 아메드 야신이 ‘이스라엘 존재 절멸’을 목표로 이집트 수니파 근본주의 조직 무슬림형제단에 뿌리를 둔 하마스를 설립했다. 1993년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PLO 의장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대한 팔레스타인 자치권을 공인하는 평화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라빈 총리는 이 협정에 반발한 이스라엘 극우파 청년에게 2년 뒤 암살됐다. 협정 결과 PA가 수립됐지만 이스라엘을 인정한 데다 부패 의혹 등으로 오히려 하마스가 지지 기반을 넓혀 갔다. 양측 유화파 입지는 줄어들었다. 2000년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이자 훗날 총리가 되는 아리엘 샤론이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성지(聖地)가 모두 있는 동(東)예루살렘 이슬람교 알아끄사 사원을 방문하면서 두 번째 인티파다가 일어났다. 충돌과 폭력 사태가 이어졌다. 5년여 지속된 유혈 분쟁을 끝내기 위해 2005년 미국 러시아 유엔 등이 중재에 나서 ‘중동 평화 로드맵’이 만들어졌다. 로드맵을 승인한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군과 정착민을 철수시켰다. 또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권리를 처음 인정했다. 하지만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PA에 승리하고 이듬해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이스라엘 존재를 부정’하는 하마스에 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했다. 지중해 연안을 제외한 3면을 총연장 65km, 높이 6m 장벽으로 막고 주민 이동 및 물자 반출과 반입을 제한했다. 주민들은 실업률 50%라는 극도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서안지구에는 오슬로 협정에 어긋나는 유대인 정착촌이 급격히 늘었다. 팔레스타인인 약 300만 명이 거주하는 이곳에 현재 이스라엘인 약 66만 명이 정착촌 200여 곳에 살고 있다. 2014년 7월 서안지구 정착촌 이스라엘 소년 3명이 하마스 대원들에게 납치, 살해됐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2005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자지구에 진입해 작전을 벌였다. 2021년 이스라엘 경찰이 알아끄사 사원을 습격해 양측은 11일간 로켓 공격을 벌였다. 하마스는 이번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유로 “(이스라엘의) 알아끄사에 대한 적대 행위”를 들었다.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가 승천한 장소로 간주되는 이곳은 무슬림 아닌 사람은 특정 시간대에 정해진 구역만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연립정부를 구성한 극우 성향 정치인 등이 미국 등의 만류에도 이곳을 찾으면서 하마스에 명분을 제공했다는 해석도 있다.● ‘두 국가 해법’, 최선은 아니라 해도… 중동 전문가들은 알아끄사에 대한 적대 행위가 이스라엘 공격의 진짜 원인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것보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들의 관계 정상화가 분쟁을 먹고 사는 하마스와 그 배후인 이란에 모두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는 것이다. 중동 평화가 오면 하마스로서는 이스라엘과 아랍국 사이에서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사우디와 중동 맹주를 다투는 이란은 아랍국가 사이의 외로운 섬으로 전락할 우려가 커진다. 하마스와 이란의 이 ‘중동 평화 훼방’ 구상은 현재까지 먹혀드는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을 제외한 세계 여론은 하마스의 잔혹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비판과 어린이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비판으로 크게 나뉜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보면) 하마스가 오히려 승리한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명분도 잃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봉쇄된 (가자지구) 공간에 폭탄 6000발을 퍼부어 어린이가 죽고 국제법이 흔들리며, 장기 봉쇄로 주민 삶이 얼마나 열악해졌는지 국제사회가 잘 보게 됐다는 것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아프리카중동연구부장)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라는) 전쟁 2단계에 역점을 두고 기습 공격을 했다는 합리적 추론이 든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시가전이 교착 상태에 빠져 민간인 피해만 늘어난다면 국제사회 여론은 더 나빠져 이스라엘이 ‘외교적 외톨이’가 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로를 “궤멸시키겠다” “파괴하겠다”면서 먼저 무기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는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볼 때 이번 전쟁이 곧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한국이스라엘학회장)는 “하마스에 있는 ‘후드나(장기 휴전)’ 개념이 그나마 현실적으로 비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계략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다시 공격할 힘을 비축하기 위한 시간 벌이로 본다는 것이다. 이번 전쟁이 수습된다 해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다시 땅으로 환원될 수밖에 없다. 팔레스타인 국가가 세워졌다면 지금까지 두 민족 분쟁사는 강도와 내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 미덥지는 않더라도 ‘두 국가 해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 교수는 “동예루살렘 귀속 문제나 난민 발생 우려 등으로 가능성이 높지는 않겠지만 두 국가 방안 말고는 답이 없다”며 “(지금 같은 방식으로) 섞여 살면 갈등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온건파 파타가 가자지구를 통제할 수는 없다.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운다 해도 하마스가 반대하면 가자지구 서안지구 이스라엘의 3국가 3체제 방식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교수는 “지난 50년간 충분히 논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민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상대를 국가로 인정하긴 더 어렵다.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북동부 메인주의 소도시 루이스턴에서 25일(현지 시간) 저녁 40세 백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식당, 볼링장 등에서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20명 안팎이 숨졌다. 당국은 퇴역 군인이며 정신건강시설 수용 이력 등이 있는 로버트 카드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25일 오후 6시 56분경(현지 시간) 미국 북동부 메인주의 인구 3만8000여 명 소도시 루이스턴 시내 한 볼링장에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갈색 후드티와 청바지 차림의 남성은 사람들을 향해 고성능 반자동 소총을 난사한 뒤 볼링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약 7km 떨어진 대형 바비큐 식당에서 또 총격을 가했다. 백인 남성 로버트 카드(40)로 추정되는 범인의 이날 무차별 총기 난사로 최대 22명이 숨지고 6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16명, NBC방송은 15∼20명이 숨졌다고 보도하는 등 주요 외신이 추정한 사망자 수가 다 다르다. 어느 쪽이 맞건 사망자는 올해 발생한 미국 내 총기 난사 사건 중 가장 많다. 인파가 많은 곳에서의 총격이 대규모 희생자 발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 물류센터 또한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회사 측은 부인했다. 현지 경찰 당국은 퇴역 군인이자 육군 예비군 출신의 총기 강사인 카드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범행 직후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도주한 카드는 아직까지 붙잡히지 않았다. 이에 사건 발생 직후 주민들에게는 자택에 머물라는 권고령이 내려졌다. AP통신은 카드가 올여름 2주간 정신건강 시설에 수용됐다고 보도했다. 그가 최근 환청을 듣고 주방위군 기지를 총기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사실도 드러났다. 총기 참사가 난 볼링장 주인은 뉴욕타임스(NYT)에 “당시 손님이 100∼150명 정도 있었고 이 가운데 어린이가 약 20명이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직후 볼링장 앞을 지나갔다는 주민 니콜 아렐 씨 역시 “피를 뒤집어쓴 사람들, 아이와 함께 볼링장 나들이에 나온 가족 등이 보였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메인주의 인구는 약 140만 명이다. 2016년 인구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백인 비중이 94.8%에 이르러 미 50개 주 중 가장 높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메인은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강력범죄 발생률이 가장 낮은 주다. 2022년 한 해 살인 사건 수가 29건임을 감안하면 이번 총기 난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엄청난 수준이라고 AP는 전했다. 이에 이런 조용한 곳에서 왜 참사가 벌어졌는지에 관한 의문이 일고 있다. 다만 메인에서는 주 정부 허락 없이 총기를 보유할 수 있다. 또 사냥과 스포츠 사격에 대한 오랜 전통을 갖고 있어 아웃렛의 아웃도어 매장에서 손쉽게 총기를 구매할 수 있다. 다른 주에 비해 규제가 느슨한 것이 총기 참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신이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을 저주하길’, ‘팔레스타인은 자유다. 신께서 우릴 용서하시길’ 등과 같은 반(反) 이스라엘 메시지를 담은 ‘가짜 지명’이 구글 지도에 노출되고 있다고 24일(현지 시간) 미국 CNN이 보도했다.CNN은 이날 밤까지 라파 국경 지역 근처를 표시한 구글 지도에서 아랍어 혹은 영어로 된 가짜 지명 수십개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25일 현재도 구글지도 상 국경 검문소 인근 이집트 지역에선 아랍어로 ‘아부 아델이 이르기를, 이스라엘아 너희의 수치를 저주하여라’와 같은 지명을 찾을 수 있다. 사용자가 기업이나 공원 등 주요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구글 지도의 기능을 활용해 반(反) 이스라엘 메시지를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가짜 지명 생성으로 구글 시스템이 침해되거나 손상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구글 측은 CNN에 “구글지도 사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돕고 부정확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CNN이 확인한)가짜 지명 사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사용자 정책을 위반한 콘텐츠를 삭제중이다”고 밝혔다.같은날 구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이 진행중인 이스라엘 및 가자지구에서 실시간 교통 상황 서비스를 차단했다. 다만 특정 장소로 가는 경로는 계속 제공될 예정이다. 블룸버그 는 구글의 이런 조치가 이스라엘군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때를 대비해 해당 경로가 하마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구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지역 사회의 안전을 고려해 갈등 지역에서 실시간 교통 상황과 혼잡 정보 제공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차단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에도 지도상의 실시간 차량 및 유동인구 데이터를 차단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유입된 국제 이민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노동력 감소 문제가 심각한 선진국들이 이민자 고용에 대거 나섰고 경제난이 심각한 중남미 등 저개발국에서의 난민 또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2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OECD는 38개 회원국으로 향한 신규 영구 이민자가 61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2021년보다 26% 늘었고,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보다는 14% 증가했다.해외 이민자가 가장 많이 유입된 국가는 독일과 미국으로, 각각 전년비 2배 이상씩 늘었다.베네수엘라, 쿠바, 아프가니스탄, 니카라과 등에서도 정치 혼란과 경제난으로 이민자가 급증했다.지난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취업 이민 또한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취업 이민은 독일에서 59%, 미국 39%, 프랑스 26%씩 증가하는 등 선진국에서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임시 거주지 제공 정책을 시행한 뉴질랜드에서 취업이민은 1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호세 루이스 에스크리바 스페인 사회안전부 장관은 “OECD 국가는 대부분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다”며 취업 이민이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해외 이민자들의 고용률 또한 70%를 넘어섰다. 대다수 국가에서 내국인 노동자 고용률을 앞지르는 수치다. 이 통계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OECD 국가로 이주한 우크라이나 국민 또한 급증했다. 2023년 6월 기준 470만 명에 달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아르헨티나 페론당 계열의 집권 좌파 ‘조국을 위한 연합’이 부패 스캔들에도 최대 격전지이자 ‘텃밭’인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며 우파 열풍을 돌려세웠다. 22일 현지 매체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 등에 따르면 ‘조국을 위한 연합’ 후보 악셀 키실로프 현 주지사(사진)는 개표율 89% 기준 44.8%를 득표해 중도우파 ‘변화를 위해 함께’ 네스토르 그린데티 후보(26.7%)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극우 자유전진당 후보는 3위에 그쳤다. 키실로프 주지사는 선거 3주 전 자신의 선거 총책임자인 마르틴 인사우랄데 주 수석장관이 호화 요트 스캔들에 휘말려 사퇴하는 악재를 맞았다. 유명 모델 겸 속옷 사업가 여성이 인사우랄데 장관과 스페인에서 요트를 타며 바캉스를 즐기는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특히 인사우랄데 장관이 지난해 공직자 재산 신고 당시 고작 60만 페소(당시 가치로 500만 원 미만)를 신고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이 가중됐다. 연간 140%가 넘는 초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국민이 공분하며 키실로프 주지사의 재선이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음에도 승리를 거둔 것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