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관광 트렌드 변화를 파악하고 데이터에 기초한 관광정책 수립 등을 위해 ‘내비게이션 빅데이터’를 구축한다고 1일 밝혔다. 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주방문 관광객 이동 패턴 빅데이터 분석 연구’를 추진한다. 차량 내비게이션 빅데이터에는 검색 시점, 출발·도착지 검색 정보 및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 이동 시간, 이동 거리, 평균 속도, 검색 횟수, 재방문 여부 등의 정보가 포함된다. 제주지역 내비게이션 이용 건수는 하루 6만여 건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관광객 이용 건수만을 분리해 분석한다. 내비게이션 빅데이터는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숙소, 음식점, 관광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성별, 연령 등의 정보를 갖고 있는 이동통신 빅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면 보다 상세한 관광객 이동경로를 분석할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 방문 관광객의 최신 관광 성향을 파악하고 분석하면 관광정책 수립, 관광업계의 마케팅 전략, 학술연구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제주방문 관광객의 만족도 증가와 도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무더운 여름에 곶자왈에 들어가면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와 제주대 박수국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제주시 한경면 한경곶자왈 일대 숲과 주변 지역의 ‘인간 열쾌적성’을 평가한 결과 곶자왈 숲이 훨씬 쾌적한 것으로 나왔다고 29일 밝혔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57시간 동안 조사한 결과 인간 열쾌적성을 평가하는 지수인 PET(Physiological Equivalent Temperature)가 거주지역은 42.3도, 상업지역은 42.1도로 나타난 데 비해 곶자왈 안은 30.2도로 12도가량 낮았다. PET는 이동식 기상측정기구를 이용해 기온, 상대습도, 평균복사온도 등을 분 단위로 측정한 후 9단계로 열쾌적성을 평가한다. 41도 이상은 ‘매우 더움’이고 곶자왈 안은 ‘따뜻함’(29∼35도)에 해당된다. 고상현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은 “열쾌적성을 분석해 곶자왈 지역의 열저감 효과를 수치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한경곶자왈 이외 다른 곶자왈에 대한 비교 연구를 진행해 곶자왈 관리 방안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곶자왈은 ‘용암 암괴 위에 있는 숲이나 덤불’을 뜻하는 제주방언으로 식생뿐만 아니라 투수성이 좋은 지질 및 지형적 특성까지 포함하고 있다. 제주도 전체 면적의 6%인 110km²가량으로 땅속 깊은 곳에서 신선한 공기가 연중 올라오면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이 때문에 남방계 식물인 천량금, 탐라암고사리와 북방계 식물인 골고사리, 큰지네고사리 등이 공존한다. 곶자왈은 시간당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도 한 시간 뒤면 말짱할 만큼 빗물이 지하로 빠르게 스며드는 통로이기도 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투기성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이비 농부’를 가려내기 위한 전수조사가 실시된다. 제주도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농지를 매입하는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음에 따라 다음 달부터 11월까지 농지 이용 실태를 조사한다고 28일 밝혔다. 전수조사 대상은 2016년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3년 동안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취득한 농지로 4만2811필지, 5774만 m²다. 전수조사 외에 다른 시도 거주자 소유 농지, 취득세 감면 농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다. 농지 이용 실태 조사 결과 취득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고 휴경(방치)하거나 개인 간 임대차 등 불법 사항이 나타나면 농지법에 따라 청문 절차를 거쳐 1년 내 농지처분 의무를 부과한다. 농지 처분 의무가 부과되면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고,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면 다른 농민에게 처분해야 한다. 농지 처분 의무를 거부하면 6개월 내 농지 처분 명령을 내리고 이마저 이행하지 않으면 공시지가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농지 처분 때까지 매년 부과한다. 제주도는 투기성 농지 취득을 방지하기 위해 농지기능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2015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농지 이용 실태 특별조사를 실시해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농지를 보유하고 있던 토지주 6207명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농지 처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259명에 대해서는 6월 말까지 이행강제금 9억4500만 원을 부과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농지기능 강화대책 시행 이후 농지 취득과 농지 전용이 줄어들었다”며 “농지가 농업 경영 목적대로 이용되고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 ‘호적중초(戶籍中草·조선시대 마을 단위로 작성한 호적자료)’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는 내년 3월까지 ‘제주 호적중초의 문화재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연구용역’에 따라 마을별로 문서 보유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제주지역 마을에서 소장한 호적중초와 고문서 조사·연구를 통해 문화재 지정 추진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호적중초는 호적대장 작성 이전 단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누락이나 왜곡이 적고 당시의 사회상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 3년마다 인구 변화를 비롯해 주민에 대한 출생과 사망, 신분의 변동, 혼인관계 등을 기록했다. 호적중초는 세금 및 병역 업무 등에 참고 자료로 쓰였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지역에서 호적중초가 대량으로 확인되고 있다. 제주에는 18∼20세기 400여 책의 호적중초가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마을 단위 주민에 대한 장기간 기록이 남아 있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기록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호적중초 대부분이 마을 사무소에 보관돼 훼손 및 분실 우려가 높은 상황으로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이 시급한 실정이다. 제주학연구센터 관계자는 “각 마을에 소장 중인 호적중초 등 고문서 자료 협조를 부탁했다”며 “조사 자료는 향후 영인본으로 제작한 후 배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제주도4·3사건 생존 수형인에 대한 형사보상금 지급 판결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근 “4·3 희생자 명예 회복, 진상 규명과 함께 국가의 책임을 묻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며 “도정은 군사재판 수형인 모두가 인정받고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4·3특별법 개정, 복지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도 “70여 년간 말 못할 고통과 아픔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살아온 생존 수형인과 가족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형사보상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는 21일 군사재판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임창의 씨(99·여) 등 4·3 생존 수형인 17명과 별세한 현창용 씨에게 모두 53억40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청구 금액 대부분을 인용했으며 구금 일수에 따라 1인당 보상금은 최저 8000만 원, 최고 14억7000만 원가량이다. 생존 수형인들은 제주도4·3사건으로 1948년에서 1949년 사이 군사재판을 받아 강제 구금을 당했다. 제주지법은 1월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당시 군사재판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것을 인정한 것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만취 상태의 50대 무면허 운전자가 몰던 트럭이 인도로 돌진해 차를 기다리던 노부부가 변을 당했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22일 서귀포시 색달동 중문관광단지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70대 부부를 숨지게 하고 50대 여성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위험운전치사상)로 화물차 운전자 김모 씨(5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21일 오후 8시 10분경 혈중알코올농도 0.185%의 상태에서 트럭을 몰다 인도 옆 화단을 덮쳤고 화단 연석에 걸터앉아 차량을 기다리던 70대 부부를 숨지게 하고 강모 씨(54·여)를 크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운전자 김 씨가 술에 취해 운전대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면허취소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이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 음주운전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이미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숨진 70대 부부는 중문관광단지에서 과일을 팔던 상인으로 집에 가려고 강 씨 등과 함께 차량을 기다리다 변을 당했다. 김 씨도 중문관광단지에서 음료 등을 팔아 70대 부부와 안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5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배또롱감귤농장’. 비닐하우스 안에선 한라봉과 천혜향을 접목해 만든 품종인 황금향의 열매가 짙은 녹색에서 황금빛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달 말이면 탱탱한 과육과 높은 당도의 황금향이 전국의 소비자를 찾아간다. 일일이 사람 손을 들여야 해 정신없을 것이란 생각과 달리 농장은 평온했다. 농장주 오길원 씨(40)는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어슬렁거리며 가끔씩 장비만 살펴볼 뿐이었다. 오 씨 외에 다른 일꾼도 보이지 않았다. 오 씨는 “스마트팜 시설을 도입하면서 공무원처럼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9 to 6)’이라는 목표를 이뤘다”면서 “자기 계발에 투자할 시간도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하는 여유로운 농부 비닐하우스엔 출입구와 보일러 상태를 확인하는 폐쇄회로(CC)TV 카메라 2대, 광학줌카메라 1대 등 모두 3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광학줌카메라는 황금향 감귤나무 잎에 총채벌레나 진딧물이 생기는지 관찰한다. 집에서도 카메라를 조작해 모기보다 작은 병해충까지 확인할 수 있다. 병해충이 발생할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무인방제기를 가동해 약을 살포한다. 천장의 창문이나 보온커튼 등도 자동으로 제어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우스의 실내온도가 높아지면 배기 팬을 돌려 온도를 낮추고, 적정 온도보다 낮아지면 난방기를 가동한다. 땅에는 지열을 측정하는 장비가 설치돼 있다. 하우스 내 습도,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비도 달렸다. 이 모든 장비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조작할 수 있다. 오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 상태부터 점검한다”며 “실시간으로 온도, 습도 등을 확인하고 카메라를 원격 조종해 집 안에서도 농장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준의 복합제어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호텔에 근무하며 주말에 아버지의 감귤농사를 돕던 오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012년 본격적으로 감귤 전업농이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고민도 많았다. 노지에서 옛 방식대로 농사를 짓던 아버지처럼 과수원에 모든 시간을 빼앗기고 싶진 않았다. 여느 직장인들처럼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여유로운 여행을 하는 생활을 바랐다. 비닐하우스를 자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존 설비는 설정한 온도와 습도에 따라 자동으로 창문이 개폐되는 정도에 불과했다. 상황에 따라 하우스 내에서 설정값을 수동으로 조절해야 했다. 오 씨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외부에서도 제어가 가능한 장비를 원했다. 네덜란드 장비는 1억 원가량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하다가 보조금 지원을 받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제어시스템을 2015년 설치했다. 시스템을 갖췄다고 끝이 아니었다. 제대로 가동하려면 각 부품의 기능을 숙지해야 했다. 모형 자동차나 비행기 제작이 취미여서 기계에 관심은 많았지만 독학으론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비슷한 고민을 하는 감귤농부 20여 명이 만든 ‘스마트팜 연구회’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전기, 전자,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갖춘 귀농인들과 정보를 공유한다. 복합제어 시스템을 갖춘 덕에 큰 피해도 줄일 수 있었다. 올해 3월 계속된 추운 날씨로 열풍기가 쉼 없이 돌아가다 화재가 발생했다. 비닐하우스 실내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자 시스템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배기 팬이 작동해 연기를 빼냈고 자동확산소화기가 가동해 불길을 빠르게 잡을 수 있었다. 비닐하우스가 전소되는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었지만 천장 일부만 타는 정도로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인공지능으로 발전하는 스마트팜 구상 스마트팜에서 자신감을 얻은 오 씨는 2년 전 레몬, 블루베리 농장을 새로 조성했다. 스마트팜 설비로 관리하는 농장은 3곳 1만5000m² 규모인데, 모두 오 씨 혼자 관리한다. 혼자서도 관리할 수 있도록 △레드향(한라봉과 온주밀감 교배품종) 1∼2월 △천혜향(오렌지와 온주밀감 교배품종) 3월 △블루베리 5월 △황금향 8∼9월 △노지감귤 11∼12월 등으로 재배 품종을 다양화하고 수확 시기를 세분했다. 흉작에 따른 가격 폭락 등 리스크를 분산하고, 매달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오 씨는 전기제어 컨트롤박스를 제작하는 교육을 받는 등 배움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스마트팜에 필요한 부품을 직접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생활용품을 응용해 간단한 제어장치는 직접 만든다. 인공지능(AI)과의 접목도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풍이 다소 세게 불면 북쪽 창문을 닫고 남쪽 창문을 열어 비닐하우스 온도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식이다.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맞춰 AI가 스스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스마트팜 덕분에 노동력을 30% 이상 절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기대만큼 수익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결국 농산물의 품질이 핵심인데 기술이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 씨는 최상의 품질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생육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할 생각이다. “감귤농장 이름에 넣은 배또롱은 배꼽을 뜻하는 제주 방언입니다. 처음에 남들 따라 황금향을 재배할 때 꼭지 반대편 부분이 배꼽처럼 볼록 튀어나온 불량품이 수두룩했어요. 초보 농부 때의 실패를 잊지 않고 최고의 스마트팜 시스템에 걸맞은 최고 품질의 감귤을 생산하고 싶습니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 천연동굴이 209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동굴연구소(소장 손인석)는 최근 펴낸 ‘제주도 천연동굴 탐사·조사·연구보고서’에서 지하에 만들어진 용암동굴 178개, 해안 침식으로 형성된 해식동굴 31개 등 천연동굴 209개가 분포한다고 19일 밝혔다. 2003년 제주동굴연구소와 문화재청이 공동으로 확인한 용암동굴 127개, 해식동굴 31개 등 158개와 비교하면 해식동굴은 변함이 없지만 용암동굴이 51개 더 발견된 것이다. 지역별로는 제주시 지역이 용암동굴 116개, 해식동굴 11개 등 127개, 서귀포시 지역은 용암동굴 62개, 해식동굴 20개 등 82개로 나타났다. 제주동굴연구소는 위성사진에 천연동굴 분포현황을 표시한 ‘제주도 천연동굴계 분포도’도 만들었다. 손인석 소장은 “제주지역에 천연동굴이 사람의 혈맥처럼 퍼져 있는데 앞으로 연구와 현장 조사에 따라 늘어날 수 있다”며 “지하 환경을 파악하면 동굴에 대한 인위적 훼손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5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배또롱감귤농장’. 비닐하우스 안에선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배해서 만든 품종인 황금향 열매가 짙은 녹색에서 황금빛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이달 말이면 탱탱한 과육과 높은 당도의 황금향이 전국의 소비자를 찾아간다. 일일이 사람 손을 들여야 해 정신없을 것이란 생각과 달리 농장은 평온했다. 농장주 오길원 씨(40)는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어슬렁거리며 가끔씩 장비만 살펴볼 뿐이었다. 오 씨 외에 다른 일꾼도 보이지 않았다. 오 씨는 “스마트팜 시설을 도입하면서 공무원처럼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9 to 6)’이라는 목표를 이뤘다”며 “남은 시간엔 자기 계발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도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하는 여유로운 농부 비닐하우스엔 출입구와 보일러 상태를 확인하는 폐쇄회로(CC)TV 카메라 2대, 광학줌카메라 1대 등 모두 3대의 카메라를 설치돼 있다. 광학줌카메라는 황금향 감귤나무 잎에 총채벌레나 진딧물이 생기는지 관찰한다. 집에서도 카메라 줌을 조작해 모기보다 작은 병해충까지 확인할 수 있다. 병해충이 발생할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무인방제기를 가동해 약을 살포한다. 천정의 창문이나 보온 커튼 등도 자동으로 제어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우스의 실내온도가 높아지면 배기 팬을 돌려 온도를 낮추고, 적정 온도보다 낮아지면 난방기를 가동한다. 땅에는 지열을 측정하는 장비가 설치돼 있다. 하우스 내 습도,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비도 달렸다. 이 모든 장비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조작할 수 있다. 오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 상태부터 점검한다”며 “실시간으로 온도, 습도 등을 확인하고 카메라를 원격 조종해 집안에서도 농장을 한바퀴 둘러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준의 복합제어시스템을 갖추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호텔에 근무하며 주말에 아버지의 감귤농사를 돕던 오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012년 본격적으로 감귤 전업농이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고민도 많았다. 노지에서 옛 방식대로 농사를 짓던 아버지처럼 과수원에 모든 시간을 빼앗기고 싶진 않았다. 여느 직장인들처럼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여유로운 여행을 하는 생활을 바랐다. 비닐하우스를 자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존 설비는 설정한 온도와 습도에 따라 자동으로 창문이 개폐되는 정도에 불과했다. 상황에 따라 하우스 내에서 설정값을 수동으로 조절해야 했다. 오 씨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외부에서도 제어가 가능한 장비를 원했다. 네덜란드 장비는 1억 원가량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하다가 보조금 지원을 받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제어시스템을 2015년 설치했다. 시스템만 갖췄다고 끝이 아니었다. 제대로 가동하려면 각 부품의 기능을 숙지해야 했다. 모형 자동차나 비행기 제작이 취미여서 기계에 관심은 많았지만 독학으론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비슷한 고민을 하는 감귤농부 20여명이 만든 ‘스마트팜 연구회’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전기, 전자,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갖춘 귀농인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복합제어시스템을 갖춘 덕에 큰 피해도 줄일 수 있었다. 올해 3월 계속된 추운 날씨로 열풍기가 쉼 없이 돌다가 화재가 발생했다. 비닐하우스 실내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자 시스템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배기 팬이 작동해 연기를 빼냈고 자동확산소화기가 가동해 불길을 빠르게 잡을 수 있었다. 비닐하우스가 전소되는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었지만 천정 일부만 불에 타는 정도로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인공지능으로 발전하는 스마트팜 구상 스마트팜에서 자신감을 얻은 오 씨는 2년 전 레몬, 블루베리 농장을 새로 조성했다. 스마트팜 설비로 관리하는 농장은 3개소 1만5000㎡ 규모인데, 모두 오 씨 혼자 관리한다. 혼자서도 관리할 수 있도록 △레드향(한라봉과 온주밀감 교배품종) 1~2월 △천혜향(오렌지와 온주밀감 교배품종) 3월 △블루베리 5월 △황금향 8~9월 △노지감귤 11~12월 등으로 재배 품종을 다양화하고 수확시기를 세분화했다. 흉작에 따른 가격폭락 등 리스크를 분산하고, 매달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오 씨는 전기제어 컨트롤 박스를 제작하는 교육을 받는 등 배움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스마트팜에 필요한 부품을 직접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생활용품을 응용해 간단한 제어장치는 직접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AI)과의 접목도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풍이 다소 세게 불면 북쪽 창문을 닫고 남쪽 창문을 열어 비닐하우스 온도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식이다.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외부환경의 변화에 맞춰 AI가 스스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스마트팜 덕분에 노동력을 30% 이상 절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기대만큼 수익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결국 농산물의 품질이 핵심인데 기술이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 씨는 최상의 품질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생육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할 생각이다. “감귤농장 이름에 넣은 배또롱은 배꼽을 뜻하는 제주방언입니다. 처음에 남들 따라 황금향을 재배할 때 꼭지 반대편 부분이 배꼽처럼 볼록 튀어나온 불량품이 수두룩했어요. 초보 농부 때의 실패를 잊지 않고 최고의 스마트팜 시스템에 걸맞는 최고 품질의 감귤을 생산하고 싶습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30대 남성이 자신의 난폭 운전에 항의하는 다른 운전자를 폭행한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뒤늦게 퍼지면서 엄정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오전 10시 40분경 제주 제주시 조천읍 우회도로에서 카니발 차량 운전자 A 씨(33)가 차선을 넘나들며 다른 차량의 앞에 끼어드는 일명 ‘칼치기’ 운전을 하다가 이에 항의하는 운전자 B 씨를 폭행했다. 당시 내용이 촬영된 차량 블랙박스 동영상엔 항의를 받은 A 씨가 차에서 내려 운전석에 앉아있던 B 씨를 다짜고짜 생수병으로 내리치고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A 씨는 폭행 장면을 촬영하던 B 씨 부인의 스마트폰을 빼앗아 던져버리기도 했다. B 씨의 부인은 스마트폰을 찾는 데 3시간이나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 씨 차량에는 5세와 8세의 두 어린 자녀도 함께 타고 있었다. 폭행 장면을 목격한 부인과 자녀들은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어 현재 심리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면서 16일 오후 10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A 씨의 폭행과 관련해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9만7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경찰은 A 씨를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남태평양 휴양 관광지 섬들 못지않게 제주는 에메랄드빛이 선명한 바다가 일품이다. 바닷속 우윳빛 모래는 거무튀튀한 현무암 용암 색깔과 대비되면서 그 빛이 더욱 선명하다. 다양한 종류의 해면생물이 서식하는 조간대 용암바위 역시 제주의 바다 색깔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자원이다. 형형색색 제주 바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해안도로다. 제주 해안도로는 1984년 전국소년체전 개최에 맞춰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제주시 도두동에서 용두암까지 4.2km를 개설한 것이 시초다. 지금까지 관광자원이나 지역주민 숙원사업 등의 명목으로 해안도로가 120여 km 만들어졌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행원 해안도로(사진)에선 현무암 밭담과 어우러진 에메랄드빛 바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고 카페촌이 형성된 월정해안을 만날 수 있다. 구좌읍 하도해안도로에선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 해녀들의 쉼터인 불턱 등을 볼 수 있다. 제주시 한경면 신창해안도로는 점성이 낮은 ‘파호이호이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편편한 바위지대에 풍력발전기가 들어서면서 제주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됐다. 제주시 애월읍 애월해안도로는 용암 바위가 잘게 부서져 파도에 이리저리 구르며 둥글게 변한 몽돌해안, 과거 제주 사람들이 소금을 만들었던 돌 염전, 제주 북부에서는 이례적인 해안절벽을 경험할 수 있다. 해안도로는 관광, 해녀작업 등에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이면에는 환경 훼손과 난개발, 해양오염 등의 아픔이 담겨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5일 오후 6시 반경 제주지방경찰청과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 등이 공조한 정부합동단속팀이 제주시 애월읍의 한 숙소를 급습했다. 단속팀은 숙소에 머물고 있던 중국인 불법 체류 남성 21명과 여성 9명 등 30명을 붙잡았다. ‘불법 체류자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수차례 현장답사와 검거 시뮬레이션을 한 뒤 이날 단속을 벌였다. 검거된 이들은 무사증으로 입국한 뒤 체류기간을 넘겨 건설현장이나 농장 등지에서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는 이처럼 무사증 입국 외국인의 불법체류가 늘어나자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이르면 2020년부터 제주에서 전자여행허가제(ETA)를 우선 운영하기로 했다. 전자여행허가제는 무사증 외국인이 국내 입국 예정 72시간 전까지 전용 홈페이지에 접속해 여권 정보와 본국 거주지, 체류지 숙소, 연락처, 경비 등을 입력해 사전여행허가를 받는 제도다.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번 제도 개선은 무사증 입국 외국인의 불법체류가 늘면서 입국심사가 강화되자 순수하게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까지 불편을 겪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제주가 전자여행허가제 시범실시 지역이 된 것은 무사증 입국자의 무더기 난민 신청과 강력 범죄, 조직적인 도외(道外) 무단이탈, 농어촌과 공사현장의 불법고용 등 문제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무사증 입국자는 2015년 62만9000여 명에서 2016년 91만8000여 명으로 늘었다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2017년 35만7000여 명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 51만9000여 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무사증 입국자가 늘면서 체류기간을 넘긴 외국인은 2015년 4913명, 2016년 7786명, 2017년 9846명에서 지난해 1만3450명으로 늘었다. 제주지역 불법체류 외국인의 범죄는 2015년 16명에서 2018년 105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을 건의했다가 최근 입장을 바꿨다. 제주도는 불법 체류자의 여성 살인사건, 중국인 무사증 입국자의 성당 살인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자 2017년 관광분야 5대 역점 정책을 발표하면서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최근 전자여행허가제 시범 도입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제주도는 지난해 예멘 난민사태 등에 따라 무사증 불허 국가가 11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면서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에 상응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무사증은 제주가 국제자유도시, 관광도시를 포기하지 않는 한 필수적인 제도이며 무사증과 비자 완화 등을 통한 개방화와 자유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사증 제도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무사증은 사증면제 협정 체결 국가 국민이 관광 또는 방문 목적 등으로 입국할 때 30일에 한해 사증 없이 입국이 가능토록 하는 제도다. 제주는 2002년부터 무사증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수감 중)이 범행 80일째인 12일 법정에 처음 출석했다. 고유정 측이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자 분노한 시민들은 야유와 고성을 보냈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 심리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열린 재판에서 고유정은 수감번호 38번이 쓰인 연녹색 수의를 입고 201호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여 방청석에선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고유정이 등장하자 일부 방청객은 “살인마”라고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고유정 측은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성 에너지가 강한 피해자 측으로 돌렸다. 고유정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무리한 성적 요구를 피고인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된 단초”라고 밝혔다. 일부 방청객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고함을 쳤다. 휴대전화와 자택 컴퓨터를 이용해 ‘뼈 강도’ ‘뼈의 무게’ ‘니코틴 치사량’ ‘졸피뎀’(수면제) 등을 검색한 것도 범행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졸피뎀은 버닝썬 사건을, 니코틴 치사량은 현 남편을 위해 전자담배를, 뼈 무게 등은 현 남편 보양식인 감자탕 등을 알아보다가 연관 검색어로 찾아본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 측은 “(고유정이) 포털 등에 직접 입력해 검색한 것”이라며 “이불뿐만 아니라 담요에서도 피해자의 혈흔이 나왔고 졸피뎀이 검출됐다”고 반박했다. 방청객이 몰려 제주지법 사상 처음으로 선착순으로 방청권을 배부하면서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법원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례적으로 입석 10석까지 허용돼 방청석 77석이 가득 찼다. 고유정은 이름, 주소 등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웅얼거리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재판장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고 묻자 처음엔 고개를 가로저었다가 작은 목소리로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읽자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않다가 변호인의 진술엔 어깨를 움직이며 서너 차례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유족들은 “한 편의 소설을 본 것 같다”며 착잡한 심정을 나타냈다. 피해자 측 변호인 강문혁 변호사는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뒤 한 시민은 호송차량에 오르던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한편 고유정은 의붓아들 사망과 관련해 “현 남편 A 씨(37)가 나를 범인으로 몰고 있다”며 지난달 22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청주=장기우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수감 중)이 범행 80일째인 12일 법정에 처음 출석했다. 고유정 측이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자 분노한 시민들은 야유와 고성을 보냈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 심리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열린 재판에서 고유정은 수감번호 38번이 쓰인 연녹색 수의를 입고 201호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여 방청석에선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고유정이 등장하자 일부 방청객은 “살인마”라고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고유정 측은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성 에너지가 강한 피해자 측으로 돌렸다. 고유정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무리한 성적 요구를 피고인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된 단초”라고 밝혔다. 일부 방청객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고함을 쳤다. 휴대전화와 자택 컴퓨터를 이용해 ‘뼈 강도’, ‘뼈의 무게’, ‘니코틴 치사량’ ‘졸피뎀(수면제)’ 등을 검색한 것도 범행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졸피뎀은 버닝썬 사건을, 니코틴 치사량은 현 남편을 위해 전자담배를, 뼈 무게 등은 현 남편 보양식인 감자탕 등을 알아보다 연관 검색어로 찾아본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 측은 “(고유정이) 포털 등에 직접 입력해 검색한 것”이라며 “이불뿐만 아니라 담요에서도 피해자의 혈흔이 나왔고 졸피뎀이 검출됐다”고 반박했다. 방청객이 몰리면서 제주지법 사상 처음으로 선착순으로 방청권을 배부하면서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법원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례적으로 입석 10석까지 허용돼 방청석 77석이 가득 찼다. 고유정은 이름, 주소 등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웅얼거리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재판장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고 묻자 처음엔 고개를 가로저었다가 작은 목소리로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읽자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않다가 변호인의 진술엔 어깨를 움직이며 서너 차례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유족들은 “한 편의 소설을 본 것 같다”며 착잡한 심정을 나타냈다. 피해자 측 변호인 강문혁 변호사는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뒤 한 시민은 호송차량에 오르던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일 오후 2시 열린다. 한편 고유정은 의붓아들 사망과 관련해 “현 남편 A 씨(37)가 자신을 범인으로 몰고 있다”며 지난 달 22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제주시 탐라교육원 남쪽에서 한라산국립공원 백록담 북벽까지 이어진 탐라계곡(사진)은 제주의 대표적인 계곡이다. 장구목과 삼각봉, 개미목 능선 동쪽으로 깊게 파인 동탐라계곡과 삼각봉 아래쪽에서 개미목 능선 서쪽으로 형성된 서탐라계곡이 능화오름 동북쪽에서 합쳐진다. 장구목 능선에는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 고 고상돈 씨를 기리는 ‘케언’(특정인을 기리거나 이정표 역할을 하는 돌탑)이 있다. 관음사탐방로 지상에서 보면 삼각봉은 제비머리 형상으로 장구목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하늘에서 보면 장구목 능선 끝이다. 나무발판 구름다리인 용진교를 거쳐 동탐라계곡을 건너야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이른다. 계곡에 있었던 용진각대피소는 2007년 태풍 나리가 할퀴고 지나갈 당시 사나운 물 폭탄에 부서지면서 사라졌다. 동탐라계곡 동쪽에는 왕관 형태의 왕관릉이 웅장하게 서 있다. 탐라계곡이 시작하는 백록담 북쪽 사면은 풍화작용 등으로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상황으로 세월이 흐르면 타원형 분화구는 한쪽이 터진 말발굽형으로 바뀌게 된다. 탐라계곡을 따라 흐르는 빗물은 제주시 용두암 옆 용연계곡을 통해 바다까지 이어진다. 탐라계곡은 제주의 3대 하천 가운데 하나로 길이 16km에 달하는 한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풍류를 즐겼던 방선문계곡은 한천의 일부이다. 제주시 오라동 지역 주민들은 시내에서 한천을 따라 방선문계곡까지 걷는 4km의 ‘오라올레’ 탐방길을 조성하기도 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4일 오후 한라산국립공원 어리목탐방로 해발 1550m 만세동산 전망대 부근. 풀 등 잡초를 잘라내는 예초기 소리가 소란스러웠다. 주변에 다른 작업 인부들도 낫을 들고 땡볕 아래에서 풀을 벴다. 자생식물을 보호해야 하는 국립공원에서 풀베기는 어불성설이지만 이번 작업은 예외였다. 한라산을 뒤덮고 있는 제주조릿대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면 다른 자생식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풀베기 작업이 진행됐다. 볏과에 속하는 외떡잎식물인 제주조릿대는 줄기뿌리가 땅을 단단히 움켜쥐면서 번식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이 자라기 힘들다. 제주조릿대를 베어낸 곳에서는 산철쭉과 털진달래가 밑동까지 온전한 모습을 보였다. 제주조릿대를 제거하자 한라산 특산식물로 꽃이 노란 높이 40∼50cm의 금방망이는 밑줄기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제주조릿대를 제거했던 인근 지역에서 땅바닥에 백리향, 구슬붕이 등이 꽃을 피웠다. 생태계 변화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제주조릿대 분포 확장에 따른 한라산 고유식물 종 다양성 유지를 위한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만세동산 5000m²를 비롯해 장구목(해발 1740m) 1만8000m², 선작지왓(해발 1650m) 5000m², 진달래밭(해발 1500m) 1000m² 등 4곳에서 제주조릿대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만세동산 부근 1만 m²에서는 말 6마리를 40여 일 동안 방목해 제주조릿대를 먹이로 섭취하도록 할 예정이다. 제주조릿대를 먹어치우던 소와 말의 방목이 1980년대 중반부터 금지된 후 제주조릿대가 번성했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말 방목 이후 식물 종수는 2016년 36종에서 2017년 46종, 2018년 59종 등으로 증가했다. 말의 답압(踏壓) 등으로 햇빛에 노출된 제주조릿대가 뿌리째 말라죽으면서 제주조릿대를 제외한 한라산 자생식물이 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구목 일대에서는 제주조릿대를 제거한 지 1년 만에 산철쭉과 털진달래 생육이 회복 기미를 보였고 은분취, 제주양지꽃, 흰그늘용담 등 14종이 새로 터를 잡았다. 지난해 연구에서 제주조릿대가 한라산국립공원 면적의 95.3%인 146km²에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곡이나 한라산 정상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 등산로였다가 붕괴 위험 등으로 출입이 통제된 백록담 서북벽 주변까지 영역을 확장해 고산 희귀식물의 서식처인 백록담 분화구도 제주조릿대로 덮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대신 세계유산본부 생물자원연구과장은 “인위적인 베어내기 작업을 되풀이할수록 철쭉, 털진달래 생육이 건강해지고 멸종위기 식물인 손바닥난초가 보일 정도로 식생이 변했다”며 “내년까지 연구를 진행해 한라산 생태계를 보전하고 회복하는 적정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우정의 길’ 협약을 한 해외 트레일을 도보 여행자들과 함께 걷는 ‘제주올레 우정의 길 여행’을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제주올레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9개국, 10개 트레일과 우정의 길을 맺었다.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동화 속 풍경 같은 길을 걷는 스위스 트레일 걷기를 31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여행에서 배우 류승룡과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스위스의 ‘라보 와인루트’와 ‘체르마트 5개 호수길’을 함께 걸을 예정이다. 제주올레 10코스와 우정의 길로 맺어진 라보 와인루트는 포도밭이 테라스처럼 펼쳐진 11km 코스로 포도농장 곳곳의 아기자기한 마을과 도시가 연이어 펼쳐져 있어 명품 하이킹 루트로 손꼽힌다. 제주올레 6코스와 우정의 길인 체르마트 5개 호수길은 알프스의 명봉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다섯 개의 호수를 경험하는 9km 코스다. 이번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제주올레 측은 우정의 길이 있는 대만, 터키, 그리스, 호주, 영국, 캐나다 등의 걷기 여행을 추진한다. 서 이사장은 “세계 유수의 트레일과 교류하면서 길이 주는 감동과 관리 노하우 등을 나누기 위해 ‘우정의 길’을 시작했다”며 “길을 걸어야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와 풍광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스위스 걷기 프로그램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느린 기차인 빙하특급열차에 탑승해 만년설이 덮인 영봉과 계곡을 감상하고 유명 미술관 등을 관람하는 일정이 포함됐다. 이 프로그램은 스위스관광청이 후원하고 있으며 올레길 여행 전문 사회적기업인 퐁낭(064-762-2178)이 운영한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에서 청정 환경 지표종인 ‘운문산반딧불이’를 보전하고 개체수를 늘리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운문산반딧불이 집단 서식지인 서귀포시 남원읍 제주산림과학연구시험림 내에서 서식지 생육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개체를 증식시키기 위한 시험연구를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운문산반딧불이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경북 청도군 운문산에서 처음 보고되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크기는 8∼10mm로 6월 말부터 7월 초 짝짓기 시기가 되면 몸에서 스스로 빛을 내며 숲속을 별처럼 수놓는다. 물이 있는 습지를 선호하는 다른 반딧불이와 달리 유충기를 땅속에서 보내기 때문에 숲에서 생활하는 특성이 있다. 2013년부터 운문산반딧불이가 제주시험림에서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지만 최근 한라산 평균기온이 평년에 비해 낮게 나타났고, 갑작스러운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자생 서식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관계자는 “암수 모두 날개가 있는 애반딧불이와 달리 운문산반딧불이의 암컷은 날개가 없기 때문에 서식지가 파괴되면 이동이 불리한 상황이다”라며 “종 보전을 위해 환경 보전 및 서식지 내 개체 증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6·수감 중·사진)이 경찰에 긴급 체포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공개됐다. 경찰청은 해당 영상의 공개가 공보준칙 위반이라며 조사에 착수했다. 27일 공개된 55초 분량의 영상에는 고유정이 지난달 1일 오전 10시 32분경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 동부경찰서 경찰관에 의해 긴급 체포되는 장면이 찍혔다. 이 영상에서 경찰은 고유정에게 “살인죄로 체포합니다. 긴급 체포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미란다원칙을 고지하고 오른팔과 왼팔에 차례대로 수갑을 채웠다. 고유정은 검정 반소매 상의에 긴 치마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상태로 쓰레기를 버리러 가던 중이었다. 오른손에는 손목 아래 부분까지 흰 붕대가 감겨 있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이 아파트 내 쓰레기 분리수거함 등에서 고유정의 범행 도구 등을 찾아냈다. 고유정은 경찰이 수갑을 채우자 “왜요?” “그런 적 없는데…” “저희가 당했는데” 등의 말을 했다. 호송차에 탑승하기 전 고유정은 “지금 집에 남편 있는데 불러도 되느냐”고 경찰에 물었다. 호송차 안에선 “경찰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내가 죽인 게 맞다”며 전남편을 살해한 범행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체포 영상을 사건 발생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현 제주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이 일부 언론에 제공한 것으로 보고,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수사 내용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수사 사건 등은 그 내용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해선 안 된다’는 ‘경찰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여름을 관악 선율로 물들이는 ‘2019 제주국제관악제와 제14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가 다음 달 8일부터 16일까지 펼쳐진다. 제주도와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위원장 현을생)가 공동 주최하는 관악축제는 ‘섬 그 바람의 울림’을 주제로 25개국 79팀 4200명이 참가해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비롯해 제주문예회관, 탑동해변공연장 등에서 공연을 한다. 국내 유일 전문도립관악단인 제주도립서귀포관악단과 제주도립연합합창단 등이 개막공연을 맡는다. 세계적인 관악인이 무대에 오르는 ‘마에스트로 콘서트’에선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트럼펫), 스티븐 미드(유포니움), 노부아키 후쿠가와(호른), 조성호(클라리넷), 옌스 린더만(트럼펫), 알베르토 우레초(트롬본), 펠릭스 클리저(호른), 이성준 유인상(대금과 명고) 등의 연주를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공연 일정은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광복절인 15일에는 관악대 행렬이 제주도문예회관∼광양로터리∼중앙로터리∼칠성로∼해변공연장 구간에서 시가행진을 한다. 연주팀이 탐라교육원, 항공우주박물관, 돌빛나예술학교 동굴무대, 세계자동차박물관&피아노박물관, 사슴공원 등을 찾아가 공연을 선보이는 ‘우리 동네 관악제’도 마련된다. 제주국제관악콩쿠르에서는 트럼펫, 호른, 테너 트롬본, 금관 5중주 부문에서 경연이 펼쳐진다. 이 콩쿠르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 인준을 받은 국내 3대 국제음악콩쿠르 중 하나다. 현 위원장은 “행사 이전에 국제관악제 홍보를 위해 각 마을을 도는 음악회가 지역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예술성, 전문성, 대중성을 고루 갖춘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