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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및 노인 비하 발언과 교회 모독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가 어제 부활절을 맞아 서울 노원갑 지역구의 한 교회를 찾아 예배했다.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이다. 그는 스스로 ‘음담패설을 일삼는 목사 아들 김용민’이라고 소개하면서 기독교를 막말로 조롱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교회로 향하기 전 목사인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안수 기도를 받았다. 노인 비하 발언이 알려진 뒤 지역구의 한 노인정을 찾아 큰절을 올리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그의 뉘우침은 말뿐이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목사인 아버지를 끌어들여 회개의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을 보면 언제 다시 낄낄 웃으며 막말을 쏟아내려고 저러나 싶다. ‘부인하고만 ×치라는 법이 있나’ ‘미사일 날려 자유의 여신상 ××에 꽂히도록’ 같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서슴없이 한 그가 실은 신학교를 나와 집사라는 직분까지 갖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팟캐스트 ‘나꼼수’에서 그의 주특기는 ‘씨×’ ‘×같다’ 같은 욕설을 시도 때도 없이 내뱉으며 찬송가와 목사의 축도를 패러디해 기독교와 기독교인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저주를 퍼붓는 것이다. 뒤틀린 정신의 소유자다. 민주당 한명숙 대표는 나꼼수의 눈치를 보느라 김 후보의 막말에 대한 사과를 미루다 어제야 대변인을 통해 했다. 이해찬 상임고문과 이용득 최고위원이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김 후보 때문에 수도권에서 최대 10석이 날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어정쩡하게 굴복한 모양새다. 김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했지만 김 후보가 출마를 강행하겠다고 해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곁들였다. 민주당은 후보자 등록 후라서 후보자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당에서 제명해서라도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나꼼수에 대한 세습 형태의 묻지 마 공천이나 하고, 그들 눈치나 보는 정당의 집권 자격에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김어준 씨 등 나꼼수 진행자들은 김 후보의 막말 논란에도 “끝까지 간다”고 큰소리친다. 막말이 본질인 나꼼수가 막말 때문에 김 후보의 사퇴에 동의하면 스스로를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꼼수의 행태보다 이들에게 업혀 집권을 해보겠다는 민주당의 태도가 더 실망스럽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은 김 후보 논란의 와중에도 5일 부산에서 나꼼수와 만나 방송을 녹음했다. 결국 민주당은 한편으로는 종북(從北)세력, 다른 한편으로는 나꼼수의 도구가 되려는가.}

악수하는 손의 통증은 정치인의 직업병이다. 정치인은 그만큼 악수를 많이 하는 직업이다. 선거철에는 특히 그렇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유세 현장에 오른손에 붕대를 감거나 파스를 붙인 채 나타난다. 많은 유권자와 악수를 하는 바람에 손이 붓고 통증이 온 것이다. 2004년 총선 때도 그랬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도 그랬다. 누구나 악수를 많이 하면 손의 뼈를 지탱하는 인대가 늘어나고 염증이 생기기 쉽다. 손이 약한 여성들은 더 그렇다. ▷악수는 원초적인 인사법이다. 선사시대 때 무기를 손에 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보여주기 위해 유래했다. 지금도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인들은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손을 들어 손바닥을 활짝 펴는 인사를 나눈다고 한다. 악수는 이러한 기원 때문에 무기를 드는 오른손으로 하고,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하는 게 예의로 정착됐다. 박 위원장은 요즘 주로 왼손을 이용해 유권자의 손을 살짝 쥐는 정도로 악수하고 있다. 오른손에 붕대를 감지 않았더라면 결례가 되는 악수법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 시기에 힘줘 악수한 습관이 배어 대통령 때도 악력(握力)이 셌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손이 약해 청와대에서 손님을 접견할 때 비서들이 대통령 손을 가볍게 잡아달라고 주문했다. 악수할 때 너무 힘을 줘서 손을 꽉 쥐는 ‘파워 레인저’ 악수도 좋지 않지만 죽은 물고기를 만지듯 힘없이 슬쩍 잡는 ‘죽은 물고기’ 악수도 무성의하게 느껴진다. 악수할 때 악력보다 중요한 것은 시선이다. 앞 사람과 악수를 나누면서 시선은 이미 그 다음 사람에게 가 있는 것만큼 무례한 예법(禮法)도 없다. 박 위원장은 최근 정치 신인들에게 “눈은 악수하는 동안 마주하도록 하고 급하더라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역사상 선거 유세에 악수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186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에이브러햄 링컨 후보에게 패한 민주당의 스티븐 더글러스 후보라고 전해진다. 그 이전의 정치인들은 유세 때 신체 접촉 전략을 사용하지 않았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대중과 접촉시 필수적인 스킨십을 최대한 활용할 수 없으니 답답할 것이다. 그러나 붕대를 감은 손이 동정론을 유발하는 효과도 있을 듯하다.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부활절 메시지에서 4·11총선과 관련해 “교회는 공동체의 심각한 분열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거부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추기경의 메시지는 먼저 천주교회를 향한 것이다. 강우일 제주교구장이 이끄는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제주 해군기지 건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했다. 신부가 특정 정당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발언으로 강론 시간을 채워 신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성당도 드물지 않았다. 지난해 8·24 전면 무상급식 찬반 서울시 주민투표와 10·26 서울시장 선거 때 서울 강남권 일부 대형교회에서 설교 시간에 한나라당 지지를 역설한 목사들이 있었다. 이 대통령 비판과 야당 지지 발언을 설교에 담는 진보 성향 목사도 적지 않다. 불교에도 개신교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깔고 신도들에게 야권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스님들이 있는가 하면 여야를 떠나 개인적 인연으로 누구를 찍으라고 말하는 스님들도 있다. 총선을 사흘 앞둔 8일은 부활절로 기독교의 축일이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대거 개신교 교회나 천주교 성당을 찾아 한 표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전례를 보면 일부 목사나 신부는 ‘어느 후보가 인사차 왔다’는 식으로 언급하거나 그 후보를 일으켜 세워 인사를 시키는 식으로 도와준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과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달 28일 조계종 진제 스님 종정 추대 법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정치인들이 교회 성당 절의 행사를 챙기는 것은 순수한 신앙과는 거리가 먼 행위로 신도들의 눈에 좋게 비치지 않는다. 종교단체를 일반 이익단체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이 종교를 이용할 생각을 말아야 종교인도 정치와 거리를 둘 수 있다. 신도들도 일부 성직자의 정견(政見)에 흔들리지 말고 정 추기경의 메시지처럼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우리나라의 미래와 행복에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 헌법은 정교(政敎) 분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가 종교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해야 하듯이 종교도 정당과 정치인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다. 종교의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 지지 행위가 공동체에 심각한 분열을 일으켜 화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정 추기경의 우려는 음미할 가치가 있다.}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부인으로 이번 총선에서 서울 도봉갑에 출마한 인재근 후보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서 받았다는 당선 기원 메시지를 공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 송호창 후보(경기 의왕-과천)도 안 원장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두 사람 모두 민주통합당 후보다. 인 후보 측이 공개한 것은 안 원장의 인용 허락을 받았다고는 하나 김 전 고문 빈소를 찾아 준 데 대한 감사전화를 할 때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다. 송 후보 측이 공개한 것은 언제 어느 맥락에서 말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인물평이다. 모두 딱 떨어지는 당선 기원으로 보기에는 미흡한 구석이 있다. ▷안 원장은 민주당으로부터 비례대표 1번을 제의받고 거절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는 27일 서울대 강연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상호보완성을 강조하면서 “양쪽이 모두 개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는 몰라도) 지금 당장은 정치에 개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총선을 눈앞에 두고 특정 정당의 개별 후보에 대한 지지로 비치는 행동을 하는 것은 며칠 전 한 말과 다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5%도 안 되는 지지도를 보였던 박원순 후보는 안 원장의 지지를 받자마자 단번에 50% 안팎으로 올라서 당선됐다. 지역구에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인 후보와 송 후보 측이 노리는 것은 ‘안철수 효과’를 이용한 선거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안 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의 대선 양자 대결 구도에서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온다. 그의 말 한마디가 부동층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후보들로서는 ‘안철수 효과’의 유혹에 끌릴 수밖에 없다. ▷안 원장은 기성 정치권 바깥에서 정치에 개입할지 말지 계속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정당에 자극을 주어 정치발전을 이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두 후보에 대해서는 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자신의 메시지를 홍보물에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안 원장이 꼭 당선시켜야 할 후보들이 있다고 판단했으면 그들이 속한 정당을 지지하든가 아니면 그들을 규합해 신당을 만드는 것이 정도다. 기존 정당의 한두 후보를 선택적으로 골라 지지하는 것은 유력한 대선 후보로 오르내리는 사람으로서 적절한 정치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한국계 미국인 김용(金墉) 다트머스대 총장이 2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나란히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섰다. 미국이 사실상 결정권을 쥔 세계은행 차기 총재 후보로 김 총장을 지명한 것이다. 그는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낸 존 케리 상원의원, 공개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교수,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쳤다. 2006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한국계 세계은행 총재를 배출하는 것에 우리 국민은 큰 자부심을 느낀다. 유엔이 세계를 대표하는 국제기구라면 세계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세계 경제를 움직인다. 유엔 사무총장에는 어느 한 강대국 출신을 고를 수 없으니 주로 약소국 출신이 임명됐다. 반면에 세계은행과 IMF 총재직은 70년에 가까운 역사에서 백인의 전유물이었다. 김 총장의 지명은 한국계를 넘어 아시아인의 쾌거로 평가받을 만하다. 김 총장은 서울에서 출생해 5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한국계 부인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고 부부가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한다. 사실상 한국인이나 다름없는 그가 세계은행 총재에 오르는 것은 당(唐)나라 시절 서역까지 진출한 고선지 장군이나 인도를 다녀와 왕오천축국전을 쓴 혜초 대사가 이뤘던 성취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김 총장은 부단한 도전정신과 노력으로 한국사의 주인공에 머물지 않고 세계사의 당당한 주역이 될 기회를 잡았다. 한국은 광복 이후 북한과 달리 개방의 길을 걸었다. 3대 세습의 북한이 현대사의 오지(奧地) 국가로 전락한 반면에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를 지닌 국가로 도약했다. 김 총장은 질병 퇴치 등에 오래 종사한 의료 전문가다. 세계은행의 주요 업무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김 총장을 지명하면서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개도국 전문가가 세계은행을 이끌어야 할 때”라고 말한 것은 개도국 한국의 유례없는 성공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세계의 국경이 속속 사라지는 시대에 김 총장의 지명을 보며 아직도 우리에게 개방을 두려워하는 폐쇄성은 없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과 당당하게 대화하고 외국으로 나가 세계에 도전하는 젊은이가 지금보다 더 많아야 한다.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의 체제 경쟁 속에서 한국에 자유세계의 광대한 시장이 주어진 것은 천운이었다. 국민은 피땀과 눈물로 자유 개방 정부를 지켜냈다. 그때나 지금이나 문을 열면 망한다고 말하는, 구한말 쇄국파 같은 겁쟁이 정치세력이 있다. 국민의 바른 선택이 중요하다.}

진보 진영에서 백낙청 씨는 ‘2013년 체제’라는 원대한 목표를 내걸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거기에 경제학적 실탄을 제공했으며 조국 서울대 교수는 지성적 외모, 작가 공지영은 여성적 섬세함을 바탕으로 트위터를 장악했다. 백낙청을 빼고 장하준, 조국, 공지영은 1963년생이거나 1982년 학번이다. 마르크스주의를 배워 운동을 한 세대이자 나이키 신발로 상징되는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처음 접한 세대다.조국과 공지영의 인기와 이면 나는 대학 신입생 때 이화여대 축제에 갔다가 이대생들이 잘생긴 조국 얘기를 해서 그가 누군지 처음 알았다. 나중에 대학원에서 ‘국가론’ 수업을 듣다가 어찌어찌해서 소비에트 법 이론에 대해 쓴 그의 석사학위 논문까지 읽게 됐다. 법치를 부르주아적 개념으로 몰아세우고 법은 국가의 도구여야지 정책 입안자에 대한 제한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론을 다룬 논문이었다. 그가 형법 교수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는 미국에서 영미 형법을 공부한 사람이 유럽 대륙법계, 특히 독일법계의 한국 형법을 가르칠 수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했다. 그가 쓴 ‘형사법의 성(性)편향’이란 책을 얼마 전 우연히 봤다. 몇 쪽을 넘기기도 전에 혼인 외(婚姻外) 성교를 독일어 ‘aussererehelicher Beischlaf’라고 쓴 표현이 눈에 띄었다. ‘ausserehelicher Beischlaf’로 써야 옳다. 그 뒤에 개정판이 나와 수정됐는지는 모르겠으나 학술서적의 실수로는 사소하다고 할 수 없다. 공지영은 386세대의 경험을 소설화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그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처럼 자신이 몸을 던져 체험으로 건져 올린 소설을 쓸 때 잘 쓴다. 그러나 ‘수도원 기행’ 같은 책은 ‘영성(靈性)’을 파는 상업적 의도만 보여 작가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웠다. 다른 책 아무리 잘 써도 이런 책 하나가 있다는 것은 작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그의 ‘도가니’는 사실에 기반을 둔 소설인 팩션(faction)으로는 보기 드문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팩션과 팩트(fact)는 다르다. 그는 ‘도가니’의 성공 때문에 작가가 팩트를 다루는 저널리스트일 수 없음을 종종 잊는다. 그는 “일본행 비행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잘됐다는 아줌마들이 일등석으로 가는 걸 보고 열나고 토할 것 같았다”는 트윗을 올렸다가 한일 항공편에 일등석이 없다는 게 확인되자 지우기도 했다. 장하준은 ‘사다리 걷어차기’ 등 일련의 저작을 통해 진보 진영 내에서 한미 FTA 동조의 기류를 반대론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신자유주의 비판을 넘어 자유무역 자체를 비판한다. 그의 주장인즉 ‘1970년대 한미 FTA를 했으면 삼성전자 현대차는 없었고 한국이 지금 세계 경제 10위국인데 앞으로 한미 FTA 때문에 순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장하준의 새로운 종속이론 그가 보호무역론을 옹호한 독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를 거론할 때면 1990년대 초 대학원 때 마르크스 가치론을 가르친 작고한 정운영 교수가 생각난다. 정 교수도 리스트를 자주 얘기했다. 그때로부터 20여 년이 지났지만 한국은 자유무역을 확대하며 계속 성장했다. 1970, 80년대는 교역을 하면 할수록 더 가난해진다는 종속이론이 유행이었으나 슬그머니 사라졌다. 장하준의 현란한 역사적 논증에 감탄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현란함 속을 들여다보면 골자는 새로운 종속이론이다. 흥미로운 것은 세 사람 모두 1960, 70년대 국민 대다수가 가난하던 시절 남달리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는 점이다. 프랑스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1980년대의 그들은 ‘마르크스와 코카콜라의 아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의 나이에 누구보다 진보 지성계의 선봉에 서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성경에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이 나온다.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두 가지로 빛과 소금을 든 것이다. 과학적으로도 틀린 말은 아니다. 소금은 원소기호로 염화나트륨(NaCl)이다. 나트륨은 칼륨과 함께 세포의 삼투압을 조절하는, 신체에 없어서는 안 될 미네랄이다. 몸속에는 ‘나트륨-칼륨 펌프’가 쉼 없이 작동하며 세포의 신진대사를 일으킨다. 나트륨이 세포로 들어오면 칼륨이 밀려나고, 칼륨이 들어오면 나트륨이 밀려나는 순환 과정을 통해 유해물질이 든 오래된 물과 영양소가 든 신선한 물이 교환된다. ▷나트륨은 칼륨과는 달리 자연 상태의 먹을거리에는 극히 적은 양만 들어있다. 그래서 포유동물은 나트륨 부족에 시달리기 쉽다. 채식동물은 더위 등 스트레스를 겪으면 나트륨 욕구를 채우기 위해 짠맛을 찾는다. 간혹 비무장지대(DMZ)의 야생 사슴이 콘크리트 벽을 핥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콘크리트 벽에 묻은 소금기를 섭취하기 위한 행동이다. 포유동물 가운데 인간만이 제염 기술을 개발했다. 소금은 큰 이익이 됐고 국가의 최초 전매사업도 제염이었다. 로마 시대 병사들은 국가로부터 급료를 소금(salar)으로 받기도 했는데 오늘날 급료를 뜻하는 영어 ‘salary’, 프랑스어 ‘salaire’의 어원이 됐다. ▷소금의 공급 부족 현상이 해결되자 나트륨의 역습이 시작됐다. 나트륨은 수분을 빼앗는 성질이 있다. 생선을 저장할 때 소금을 뿌려두면 생선에서 수분이 빠져나와 오래 둬도 상하지 않는다. 빙판길에 소금을 뿌리는 이유도 소금이 눈의 수분을 빼앗아 어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몸속 세포가 건강하려면 충분한 수분을 유지해야 한다. 칼륨에 비해 나트륨이 많으면 수분이 상실된다. 세포가 수분을 빼앗기면 혈관이 좁아져 혈압을 높이고 당뇨 신장질환 백내장 피부노화를 일으킨다. ▷그동안 건강의 최대 적으로 지방과 설탕이 꼽혔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방이나 설탕보다 소금을 더 주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까지 하루 나트륨 섭취 20%(소금 2.5g) 줄이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우리 국민이 주로 먹는 김치찌개류 면류에 소금이 많아서인지 한국은 세계 주요국 중 나트륨 섭취량이 가장 많다. 소금이야말로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대에 종교인이 많다. 평일에는 50명 정도가 시위를 벌이는데 그중 20여 명이 종교인이다. 7일 구럼비 바위 발파 작업이 시작된 후 경찰에 연행된 68명 중 종교인이 12명이다. 11일에는 신부와 목사 등 성직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지난 3년간 해군기지 반대 시위에서 성직자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문정현 신부는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독려하기 위해 작년 7월 강정마을로 거처를 옮겼다. 그 전까지는 미 공군기지 소음 피해를 감시한다며 전북 군산에 살았다. 평택 미군기지 반대 투쟁에도 앞장섰다. 강정마을 시위대 속엔 개신교 기독교장로회 측 목사들과 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 스님들도 있지만 천주교 신부와 수녀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주교회의 의장이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해군기지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주교는 2008년 주교회의 의장에 취임한 후 4대강 사업 반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을 천주교 사회교리로 내세웠다. 천주교는 주교 중심체제로 최종 집행권은 각 교구의 주교가 갖고 있고, 주교회의 결정을 모든 교구가 따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강 주교와 주교회의 산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이용훈 주교다. 이 주교가 교구장인 수원교구는 지난달 해군을 ‘해적’으로 표현한 만화를 성당에 배포했다. 3일 이 만화를 본 중학생이 성당 신부에게 이의를 제기했다가 폭행을 당했다며 부모가 신부를 고소하는 사건도 생겼다. 종교적 신념은 세속적 신념과는 달리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치와 종교를 되도록 분리하려는 이유다. 해군기지 건설은 안보와 환경 보호 가치의 이익 교량(較量)과 같은 세속적 관점에서 따져야 할 사안이다.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 건드리는 것도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든가 “무기를 들고는 사랑을 실천할 수 없다”는 식의 접근으로는 현실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 수 없다. 물론 종교가 타협할 수 없는 분야도 있다. 인권이 그렇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종교인들은 인권 보호를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다. 오늘날 종교인이 관심을 가져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가 아니라 중국에서 사지(死地)로 송환되고 있는 탈북자의 인권일 터다. 강정마을에서 시위를 벌이는 종교인들은 탈북자 문제엔 눈감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동물원 돌고래 쇼에 출연하는 돌고래 한 마리를 제주도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제돌이란 이름의 돌고래는 3년 전 서울동물원이 구입했으나 제주 연안에서 불법 포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시장은 “제돌이를 한라산이 있고 구럼비 바위가 있는 제주도에서 마음껏 헤엄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돌이를 고향 바다로 돌려보내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구럼비 바위’라는 박 시장의 표현을 뜯어보면 돌고래의 귀향에 정치적 의도를 덧칠한 것 같아 안타깝다. 구럼비 바위는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강정마을뿐 아니라 제주 해안 전체에 산재한다. 제돌이가 속한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을 따라 헤엄치기 때문에 강정마을 앞바다도 지나가지만 그곳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제주의 상징으로 한라산과 나란히 구럼비 바위를 언급한 것은 균형감을 현저히 잃은 발언이다.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만만치 않다. 3년 가까이 동물원에서 지낸 제돌이가 야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있다. 포획된 지 3년 지난 돌고래의 자연방사는 성공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다. 군집(群集)생활을 하는 돌고래의 속성상 혼자 살기 어렵고 돌고래 무리에 합류하더라도 다른 돌고래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다. 제돌이가 죽거나 상처를 입는다면 풀어주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종은 아니다. 한반도에서는 제주 연안에 110여 마리가 살고 있다. 제돌이 한 마리가 바다로 돌아간다고 해서 종족 보전을 위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박 시장이 9억 원의 예산을 들여 불법 포획 상태를 원상회복함으로써 남방큰돌고래 보호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천성산 꼬리치레도롱뇽 보호도 좋고 4대강 유역의 단양 쑥부쟁이 군락지 보전도 필요하다. 그러나 환경 사랑 속에 인간 사랑이 들어 있지 않으면 바람직한 환경운동이라고 하기 어렵다. 돌고래가 푸른 바다에서 느낄 자유를 찬양하는 박 시장, 도롱뇽의 살려달라는 울부짖음을 들었다는 지율 스님, 그리고 쑥부쟁이 군락지의 훼손을 우려한 환경단체들도 중국에서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를 살리려는 활동에 힘을 보태야 한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몰려간 시위대도 탈북자 인권에 관심을 표시할 때 비로소 바른 인식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종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1987년 현행 6공화국 헌법을 만들 때 국회 개헌특위 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고쳤다고 해서 ‘김종인 조항’으로 불리는 헌법 제119조 2항은 이렇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소득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멋진 말들로 이뤄진 조항이지만 기존의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한다. 독과점의 폐단은 적절히 규제 조정한다”는 조항과 비교해 보면 조잡함이 드러난다.헌법 조항에선 낯선 개념 우선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이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으로 부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균형 있는 국민경제는 국가가 인위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지 내버려둬도 저절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소득분배를 유지한다’도 이것만으로는 소득을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인지 알 수 없다. ‘안정’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으로 이어지는지 ‘안정과 소득분배를 유지한다’로 이어지는지 헷갈리게 돼 있다. 전자라면 부자연스럽고 후자라면 뜻이 아리송하다.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한다’에서도 ‘시장의 지배의 남용’과 ‘경제력의 남용’에 구별할 만한 의미 있는 차이가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그보다는 ‘독과점의 폐단’이 명확하다. 신문사에서 기자가 이런 식의 글을 썼다면 데스크의 가필 없이 통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 위원은 무엇보다 전에 없던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라는 표현을 집어넣었다. 이미 ‘균형 있는 국민경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앙과 지방, 도시와 농촌의 균형을 다루고 ‘시장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가 독과점 규제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민주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경제민주화란 말이 일상에서 쓰이기는 한다. 그러나 헌법에서는 그렇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헌법 개정 당시 경제민주화란 표현을 보고 독일처럼 사용자와 노동자 대표가 공동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노사공동결정(Zusammenbestimmung)’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을 정도로 그 말은 생소했다. 어느 나라 헌법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말일뿐더러 국민경제의 균형발전, 독과점 규제와 구별되는 경제적 의미를 찾기 어렵다. 헌법학자들은 제119조 2항을 설명하는 데 이르면 난감해한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종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학 원론’에서 “경제활동 및 영업의 자유가 보장돼도 헌법 37조 2항(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에 근거해 필요한 경우 제한할 수 있으므로 제119조 2항은 불필요하다”고 썼다. 한마디로 사족(蛇足)이라는 얘기다. 헌법을 개정한다면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국가개입 과잉 부를 위험성 김 위원은 이런 조항을 더 장황하게 만들어놓은 데다, 정의 내리기 힘든 경제민주화라는 말까지 얹어놓았다. 지금 여야가 모두 경제민주화란 말을 정강정책에 집어넣었다. 경제민주화로 경제주체들의 관계를 조화롭게 만들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과잉 해석될 소지가 크다. 독일 기본법에 ‘민주적 사회적 연방국가(ein demokratischer und sozialer Bundesstaat)’란 말이 있다. ‘사회적’이란 표현이 가진 애매모호함 때문에 독일 헌법학자들이 그 말의 의미를 제한하려 했음에도 곧잘 해석과정에서 변질돼 사회주의에 가깝게 국가의 시장개입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사족에 불과한 경제민주화가 언제라도 그런 수단이 될 수 있다.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옛날 시칠리아 섬의 도시국가였던 시라쿠사의 왕 디오니시우스의 신하 중에 다모클레스라는 사람이 있었네. 그는 왕이 권력을 누리는 것을 몹시 부러워했는데 그것을 안 왕은 그에게 왕좌를 하루 빌려주었지. 감격한 다모클레스는 왕좌에 앉았네. 눈앞에 산해진미가 가득 쌓여 있었는데 문득 머리 위를 보니 날카로운 칼이 한 가닥 머리카락에 묶인 채 늘어져 있지 않겠나. 물론 다모클레스는 새파랗게 질려버렸는데 권력의 자리가 얼마나 불안하고 고통스러운가를 나타내는 이야기일세.”(정찬의 소설 ‘다모클레스의 칼’ 중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그제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법관에게 칼이 있다면 다모클레스의 칼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칼이 조금만 잘못되면 법관 머리 위로 떨어질 수 있으니 고도의 소명의식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법관의 임무를 수행하라는 주문이다. 국가요인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시대의 정곡을 찌르는 비유를 고전에서 적절하게 끄집어내 인용하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본래 법관에게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아니라 디케 혹은 유스티티아의 칼이 있다. 그리스어 디케(dike)와 라틴어 유스티티아(justitia)는 모두 영어의 정의(justice)를 말한다. 정의의 여신상은 보통 안대로 눈을 가리고 오른손에는 칼,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이리저리 둘러보지 말고 저울처럼 공정하게 판결하고 칼처럼 단호하게 집행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서울 서초동 대법원 건물 로비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특이하게도 안대로 눈을 가리지도 않았고 오른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으나 왼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눈가리개를 벗고 열심히 법전을 보는 것까지는 좋은데 법전 외에 페이스북 트위터 팟캐스트 등을 보느라 바쁜 법관들도 있는 것 같다. ▷양 대법원장은 다모클레스의 칼을 언급하면서 법관의 중립성을 무시하고 개인의 정치적 소신을 거리낌 없이 피력하는 판사, 시정잡배나 사용할 만한 저속한 언어로 법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판사들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듯하다. 출호이자반호이자(出乎爾者反乎爾者)라는 말이 있다. 증자(曾子)의 말이다. 너에게서 나온 것이 너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법관들이여, 두 개의 칼이 가까이 있다. 신분보장만 믿고 디케의 칼을 잘못 쓰다가는 다모클레스의 칼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하라.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민주통합당은 국회의원 후보 선택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에서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을 통해 경선 투표에 참여하는 모바일 경선을 이번 총선에 처음 도입했다. 모바일 투표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가지 않고도 투표할 수 있어 편리하다. 잘만하면 돈에 의해 선거 결과가 좌우되는 조직표의 병폐를 막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선거인단 등록절차까지 대신해주는 불법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모바일 선거인단의 규모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각 후보 진영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모바일 선거인단 불법모집 혐의로 27일 광주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를 받던 60대 전직 동장이 투신자살했다. 21일에는 전남 장성에서 아르바이트 고교생 5명이 모바일 선거인단 대리등록을 해주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호남 지역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데다 농촌 특성상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이 많아 대리등록이 심하다고 한다. 모바일 투표는 청년층을 과다(過多) 대표한다. 노장년층을 가능한 한 많이 포함시켜야 하지만 노장년층을 대신해 등록해주는 것은 특정 후보 지지자의 정치적 동원을 부추기고 대리 투표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농어촌의 노인들은 도시에 사는 자녀 명의의 휴대전화를 소유한 경우도 많아 주소지 확인 과정에서 불일치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회는 정치개혁특위에서 민주당의 제안으로 모바일 투표 지원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논의했으나 새누리당이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반대해 흐지부지됐다.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당내 후보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는 것은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이미 민주당 내에서도 “농어촌 지역은 노인 인구가 40% 이상이고 접속이 어려운 구형 휴대전화 소지자는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이의가 제기됐다. 민주당이 모바일 투표의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시정해야만 민의 왜곡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첨단 기술이라고 해서 민주주의를 변질시킬 순 없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목사와 스님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은 법적인 면세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다. 종교법인은 비(非)영리법인이라도 종교인은 돈을 버는 이상 그 소득은 원칙적으로 과세 대상이다. 다만, 교회나 절이 스스로 원천징수를 하지 않고, 세무당국이 교회나 절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면세가 되고 있을 따름이다. 국세청이 기획재정부에 종교인 과세를 위한 유권해석을 의뢰할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검토 중’이었다. ▷신부와 수녀는 천주교 주교회의 결정으로 1994년부터 갑근세를 낸다. 독신생활을 하는 신부 수녀들의 월급은 대부분 면세점 이하여서 실제 내는 세금은 거의 없다. 중앙집권적인 천주교와 달리 개별 교회 중심인 개신교나 지역 본말사(本末寺) 중심인 불교에서는 그에 필적할 만한 조직적 움직임이 없었다. 최근 개신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목회자의 자발적 소득세 납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NCCK에는 예수교장로회 통합 측,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큰 교단이 속해 있다. ▷교회나 절이 가난하던 시절에는 누구도 종교인 면세를 문제 삼지 않았다. 교회와 절이 부유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큰 교회 목사들 중에는 사택지원비 도서지원비 등을 빼고도 억대 연봉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 자녀에게 교회를 세습해주는 이도 있다. 절에서도 신도들을 위해 49재(齋) 등 제사를 지내주고 큰 수입을 올리는 스님이 적지 않다. 회사원은 매년 몇백만 원씩 세금을 내고 아낀 생활비로 헌금도 하고 시주도 하는데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골프를 치는 성직자들이 세금 한 푼 안내는 것은 불공평하다. ▷물론 대부분의 목사나 스님은 가난하다. 작은 교회나 시골교회 목사들은 사실상 비정규직 수준인 2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생활한다. 안거(安居)를 끝내면 해제비(解制費) 얼마 받아 산천을 떠도는 선승(禪僧)에게 소득을 말한다는 게 우습다. 실제 종교인 과세를 실시해도 상당수 종교인은 면세점 이하의 소득을 얻고 있어 과세 비용에 비해 걷히는 세금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도 조세는 형평이 중요하다. 종교인 과세는 세무당국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데 그런 공약을 내거는 ‘용감한’ 정치인은 본 적이 없다.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미국 법원에는 본래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장이란 말은 없고 선임법관(senior judge)이란 말만 있었다. 1948년에서야 선임법관을 법원장(chief judge)이라고 부르며 사법행정을 맡겼다. 그래도 법원장은 대법원이 임명하는 게 아니라 판사로 임명된 날짜를 기준으로 가장 오랫동안 판사 근무를 한 사람이 자동적으로 맡으니까 사실상 선임법관이다. 선임법관이 법원장이 되기를 원하지 않으면 법원장 직위는 자동으로 그 다음 순위로 넘어간다. ▷우리나라는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임명한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법원은 피라미드 구조의 행정부와는 달리 판사들의 연합체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대법원장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판사 임용 및 재임용 등 중요한 사항은 대법관회의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대법원에 대법관회의가 있듯이 각급 법원에는 판사회의가 있다. 판사회의가 주요 사법행정에 관해 심의하고 의결하면 법원장은 이를 존중한다. ▷판사회의는 해당 법원의 판사 전원이 참석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전체 판사회의와는 다른 내부 판사회의라는 게 있다. 직급에 따라 배석판사회의 단독판사회의 부장판사회의로 나눠 모임을 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독판사회의 소집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나 다름없다. 경미한 형사 민사 사건을 혼자 처리하는 단독판사는 현재 6∼14년차의 젊은 법관들이 맡고 있다. 이들이 부장판사까지 포함시켜서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어려울 때 단독판사회의를 열어 의견을 개진한다. ▷1993년 서울중앙지법 민사 단독판사 40여 명이 ‘사법부 개혁에 관한 건의문’을 발표하고 제3차 사법파동을 일으켰다. 이들의 요구에 따라 전체 판사회의뿐만 아니라 단독판사회의란 것도 생겼다. 2008년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장(현 대법관)의 촛불집회 관련 재판 개입을 문제 삼은 것은 재경(在京) 법원의 단독판사회의다.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으로 일부 재경 법원에서 단독판사회의가 소집됐다. 재임용은 10년차 단독판사만이 아니라 20년차 부장판사도 관련된 것이니까 판사회의를 연다면 전체 판사회의를 여는 게 옳다. 단독판사회의 결과로는 전체 판사들의 생각을 알 수 없다. 어느 조직에서나 젊은 사람들의 견해는 다소 급진적인 경향을 띤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가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서 정직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 부장판사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조교수의 교수지위확인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 주심을 맡았다. 그는 영화를 본 관객으로부터 비난이 쏟아지자 2007년 당시 재판부의 합의내용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공개해 대법원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법관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으며 징계처분 없이는 정직 감봉 등 불리한 조치를 받지 않도록 헌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돼 있지만 이 부장판사는 법률을 위반했다. 법원조직법은 ‘재판부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장 1명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되는 합의부 재판에서 판사들의 서로 다른 의견이 법정 밖으로 흘러나갈 경우 재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특정 판사가 재판 당사자에게서 공격 받을 우려도 있다. 부장판사가 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것은 중대한 잘못이다. 이 부장판사는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등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패러디물을 올려 법관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소속 법원장으로부터 서면경고를 받았다. 서면경고는 정식 징계처분에 이르는 절차는 아니다. 그러나 서면경고를 받았으면 알아서 자숙해야 할 텐데도 자숙은커녕 법까지 어겼으니 징계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 부장판사의 징계와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의 재임용 탈락에 대해 일부 판사가 ‘보복성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합의 공개 당시 그로 인한 불이익을 달게 받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누구보다 앞장서 법을 지켜야 할 법관이 법을 어긴 만큼 이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는 당연하다.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은 판사 임용 후 10년간 각각 다른 법원장들이 평가한 근무성적을 종합해 내려진 것이다. 판사들이 대법원의 정당한 권한행사에 반발하는 것은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추락시킬 수 있다. 대법원은 이들 판사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막말이나 정치편향 발언을 직접 문제 삼지는 않았다. 이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실정법을 위반하고 나서야 정식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서 판사는 근무성적만을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됐다. 판사들의 SNS에서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대법원이 조속히 법관의 SNS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

나꼼수가 인기를 얻거나 비판을 받는 것은 반(反)지성주의 때문이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의 ‘닥치고’는 가카(각하·대통령)를 향한 말이 아니다. 그 ‘닥치고’는 프랑스의 사르트르처럼 행동하는 지성인을 흉내 내는 조국을 향한 것이고 그의 강남좌파적 기획인 ‘진보집권플랜’을 향한 것이다.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에서 조국의 ‘진보집권플랜’의 결점을 “진보적 엘리트 특유의,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공기처럼 흐르는, 우아하고 거룩한 오만”이라고 표현했다. ‘진보집권플랜’의 서문을 읽은 그의 소감인즉 ‘재수 없을 수 있겠다’였다. 그래서 그가 쓰게 된 것이 ‘진보집권플랜 B’로서의 ‘닥치고 정치’다. 반지성과 마초주의는 동전의 양면김어준의 반지성은 무식과는 다르다. 뭔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봤다는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의 소감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적이 있다. 그러나 게르니카는 프라도 미술관이 아니라 레이나소피아 미술관에 있다. 정말 그가 게르니카를 직접 본 것일까. 그의 반지성은 A급이 되기를 원했으나 A급이 되지 못한 B급의 콤플렉스 표현이다. 물론 A급이 보는 세상만이 전부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A급이 보지 못하는 B급들 특유의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닥치고 정치’는 읽을 만하다. 그러나 예민한 감각도 거짓 위에서는 의미 없는 것이다. ‘눈 찢어진 사람이 BBK 사건의 에리카 김과 불륜관계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재산이 10조원이 넘는다’ ‘나경원은 1억 원짜리 피부과에서 피부 관리를 받았다’ 등 나꼼수가 한 희대의 특종(?)은 하나씩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진중권은 나꼼수를 향해 너절리즘(너절한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을 날렸다. 입에 걸레를 문 진보이긴 하지만 독일에서 공부하고 온 진중권의 지성과 나꼼수의 반지성이 충돌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꼼수의 반지성은 실은 마초(Macho)주의와 동전의 양면관계에 있다. ‘정봉주 위로 비키니 인증샷’ 논란으로 불거진 나꼼수의 마초주의는 나꼼수의 한 일탈이 아니라 나꼼수의 본질이다. 나꼼수가 그 논란에 깨끗이 사과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모든 언행이 마초적 감성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깨에 잔뜩 힘주고 서 있는 4명의 나꼼수 진행자의 사진을 보라. 그들이 표현하고 싶은 것은 마초의 이미지다. 그들은 어디로 보나 반듯한 조국과도 다르고 히스테리컬한 현학적 핏대 진중권과도 다르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과거 ‘딴지일보’의 김어준을 벌써 잊은 모양인데 ‘딴지일보’는 포르노적 상상력과 가학적 정치풍자의 결합이었다. 마초가 사실에 얽매이는 것은 쫀쫀한 것이다. 이것저것 재가면서 말하는 것도 그렇다. 게르니카가 프라도에 있건 레이나소피아에 있건 뭐가 중요해. 나경원이 피부과에서 실제 얼마를 냈건 1억 원까지 받는다잖아, 그냥 써. 비키니가 남성에겐 위로인 걸 어떡해. 마초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말을 빌리면 ‘쫄지 않는 애티튜드(atttitude)’다. 지성적 애티튜드는 애당초 마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지적 양아치 나꼼수를 다루는 법나꼼수 기획자 탁현민이 얼마 전 시위에서 선보인 삼보일퍽(fuck)도 마초적 감성의 과격한 표현이다. 삼보일퍽은 삼보 후에 한 번 절하는 대신 삼보 후에 팔뚝을 치켜들고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보이는 것이다. 그 무례함은 서양으로 말하면 누군가를 향해 결투를 신청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만 상대편이 결투에 나서지 않을 것을 뻔히 아는 비겁한 결투 신청이다. 기실 그들은 겁이 많은 지적 양아치들이다. ‘쫄지 마 씨바’를 주문처럼 외우고 있는 것은 실은 쫄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나경원 1억원 피부과 이용설’ 조사가 끝나가자 수감 중인 정봉주 다음은 주진우 차례라고 설레발을 치고 다니는 것도 쫄고 있기 때문이다. 양아치들은 쫄게 해줘야 정신을 차린다.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한강 노들섬은 조선시대에는 없었다. 노들섬은 일제에 의해 한강대교가 건설된 1917년 다리 중앙에 있던 모래언덕에 둑을 쌓아 만들어졌다. 1995년 한글 명칭으로 바뀔 때까지 중지도로 불렸다. 중지도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광나루 뚝섬과 함께 한강 해수욕장으로 유명했다. 시민들은 그곳에서 여름에는 멱을 감고 겨울에는 썰매를 탔다. 1968년 한강 개발이 시작돼 백사장이 사라지고 1973년 중지도 확장 매립공사 뒤에 군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즐기던 테니스 코트가 들어서면서 중지도는 시민들로부터 멀어졌다. ▷1980년 이후 중지도를 시민들에게 돌려주려는 노력이 거듭 시도됐으나 모두 흐지부지됐다. 1983년 유람선 선착장 설치, 1986년 관광호텔 건립, 1989년 공원 조성 등의 계획이 나왔으나 그곳에는 지금까지도 테니스장이 자리 잡고 있다. 2004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건설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의 설계공모 당선작이 나왔으나 최종 단계에서 비용 문제로 유야무야되고 오세훈 전 시장이 우여곡절 끝에 2010년 계획을 새로 확정했다. ▷박원순 시장이 다시 이를 뒤집었다. 박 시장의 대안은 오페라하우스 대신 텃밭이다. ‘원순 씨’의 소박함이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텃밭이라는 게 꼭 면장이나 읍장이 생각하는 수준이다. 노들섬에 텃밭을 몇 개나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인구 1000만이 넘는 서울 시민을 상대로 분양한다면 몇 %나 혜택을 보게 될까. 거대 도시의 매력을 놓고 유럽에서 런던과 파리가 경쟁하듯이 동아시아에서는 서울 도쿄 베이징이 경쟁하고 있음을 잊은 모양이다. ▷조순 시장이 여의도광장에 만든 여의도공원은 너무 평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톈안먼 광장보다 더 광활한 그곳에 뉴욕 센트럴파크, 런던 하이드파크만큼 멋진 공원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고건 시장은 지하철 5∼8호선을 착수하고 완공했다.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을 복원했다. 희망제작소 등을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던 박 시장이 머리를 짜내면 오페라하우스를 능가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텃밭 같은 쫀쫀한 발상일랑 접고 전임 시장의 아이디어일지라도 이어가는 게 도리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독일 프랑스 등 유럽 16개국에서는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처벌을 받는다. 실제 프랑스 리옹대의 로베르 포리송 교수가 홀로코스트 부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1991년 교수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는 유엔 인권위원회에 부당하다고 진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2005년 이란 방송과의 인터뷰 내용으로 또 기소돼 3개월 징역의 집행유예와 7500유로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의 진보지식인 놈 촘스키는 포리송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인정돼야 한다며 그의 무죄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은 오히려 회원국이 홀로코스트 부인 발언을 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하나의 옳은 이념은 없으며 여러 이념의 경쟁이 있을 뿐이라고 여긴다. 유럽엔 자유 평등의 가치를 절대적인 것으로 내세우며 아랍 여성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나라도 있지만 수정헌법 1조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가 최근 이용자의 글 ‘트윗’을 국가에 따라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회사가 국제적으로 성장하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 다른 기준을 가진 국가에도 진출하고 있다”며 “나치 찬양 내용을 차단하는 프랑스나 독일에서처럼 역사적 또는 문화적 이유로 특정 콘텐츠를 제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나라에 미국식 표현의 자유를 적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트위터는 이전에도 저작권 침해, 아동 포르노 등의 이유로 일부 트윗을 차단했다. 달라지는 점은 어떤 내용이 그 나라 법으로 불법인 나라에서만 차단하고 또 차단할 때 차단 메시지를 남긴다는 것이다. 그 트윗을 해외에서 보는 데는 문제가 없다. 누리꾼들은 과도한 검열이 지난해 아랍 혁명에서 보여준 트위터의 유용성을 감소시키지는 않을까 우려한다. 한국에서도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상의 표현의 자유를 놓고 논쟁이 치열하다. 그렇다고 허위사실로 타인을 모략하는 트윗이 있다면 무조건 방치할 수도 없다. SNS의 검열 방식에 대해 전 세계가 고민 중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한나라당에서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4대강 사업을 논할 자격이 없다. 그는 ‘4대강 위헌위법심판 국민소송단’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려는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이 위원은 비대위에서 정치쇄신분과를 이끌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정치쇄신분과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4대강 사업이 완공을 앞둔 이 시점까지도 ‘4대강=위장된 대운하’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 사업이 대운하 공사인지는 현장에 가보면 확인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대재앙이자 기만이며 사기” “4대강은 전두환 노태우의 5·18 같은 것”이라는 그의 발언에는 한 지식인의 편향과 독선이 묻어난다. 이 위원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을 그제 비판하고 나섰다. 권 장관의 발언은 환경 관련 단체 모임인 ‘생명의 강 연구단’ 등이 “4대강 16개 보(洑) 가운데 12개 보에서 심각한 균열 및 누수현상이 확인됐고 이로 인해 구미보와 낙단보의 본체가 두 동강날 수 있다”고 발표한 후에 나왔다. 일부 누수 현상이 목격된 것은 사실이지만 보가 두 동강이 날 수 있다는 주장은 얼토당토않다. 이 위원이 ‘생명의 강 연구단’의 과장된 공격성은 언급하지 않고 권 장관 발언만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정부의 정책을 비판할 수 있다. 권 장관은 법률적 대응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보다는 22조 원의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누수 현상이나 수질 악화가 없도록 꼼꼼히 점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독일 등의 사례를 들어 강의 보를 없애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계절에 따라 강수량 차이가 심한 데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집중호우 피해가 늘고 있어 인공적으로라도 수량을 관리해야 할 처지에 있다. 4대강 사업이 한꺼번에 서둘러 진행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으나 단계적으로 진행했다면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었을 것이다. 정비를 끝낸 4대강이 국민에게 개방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실제 환경에 미친 영향을 꼼꼼히 살피되 자연에 손끝 하나 대서도 안 된다는 식의 환경근본주의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자연은 적절히 관리될 때 인간에게 유익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설을 앞두고 복지 폭탄 세일을 하고 있다. 정부가 만 5세 무상보육을 얘기한 게 몇 달 전인데 3, 4세 무상보육이 새로 발표됐다. 2세 미만 아동을 위한 양육수당도 소득 하위 15%에서 75% 계층으로 확대됐다. 내년부터는 양육과 보육이 사실상 거의 무료가 되는 것이다. ‘민주당=무상급식’처럼 여권은 ‘한나라당=무상보육’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무상급식이 1인당 월 5만 원짜리라면 무상보육은 1인당 월 20만 원 정도로 거의 4배다. 민주당이 무상급식으로 선거에서 챙긴 재미를 여권이 볼지는 의문이지만 확실하게 ‘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경제맥락 잃어버린 무상보육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가 지금 여권의 복지정책을 움직이는 힘이다. 애초부터 말만 그럴듯했지 그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가 실상은 별 게 아니라 유럽 복지선진국이 과거 도입한 것을 경제적 맥락도 따져보지 않고 따라하는 것임이 드러나고 있다. 보육 서비스는 본래 맞벌이 여성을 위한 것이다. 유럽 복지선진국에 보육 서비스가 정착된 것은 외국 노동자를 들여와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경제가 성장할 때다. 그때 여성을 위한 일자리도 당연히 늘었다. 현재 스웨덴에서 여성의 노동참가율은 남성의 노동참가율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을 원하는 여성은 남성과 거의 같은 비율로 일자리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20가구가 있다고 치자. 20명의 엄마가 아이들을 각각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2명에게 맡기면 나머지 18명은 일할 수 있다. 보육 서비스가 등장한 이유다. 그러나 그것은 18명이 일할 자리가 있을 때 얘기다. 일할 자리가 없으면 얘기가 다르다. 엄마들이 아이에게서 해방돼 일자리를 찾을 때 일자리가 없으면 고스란히 실업률 증가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나라처럼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에 무상보육의 섣부른 확대는 돈은 돈대로 쓰고 실업률만 높이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보육 지원비는 가정으로 가는 게 아니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보육시설로 간다. 엄마들은 혜택을 보기 위해 직장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아이들을 보육시설로 보내려고 기를 쓸 것이다. 그러나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엄마를 놔두고 아이를 모두 나라가 맡아서 키우겠다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그렇게 말하면 집에 있는 엄마들은 분명 서운해할 것이다. 사실 엄마들에게 직접 돈을 주고 아이를 집에서 키울지 보육시설에 보낼지 선택하도록 하자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집에 있는 엄마들은 일을 하기 싫어서, 혹은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 만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일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없다. 이런 처지라면 개인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게 형평에 맞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복지는 생산 활동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세금 나눠먹기가 된다. 무상보육, 일자리 창출에 맞춰야 무상보육은 맞벌이 여성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보육을 가정이 개별적으로 하기보다는 국가가 세금을 사용해 공동으로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취지에서 등장한 것이다. 여성을 아이에게서 해방시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다. 직장여성이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주부가 직장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복지보다 일자리가 먼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순서가 뒤바뀌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복지 강화를 외치면서 들고 나온 말이 생산적 복지다. 한나라당에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생산적 복지라는 말을 자주 썼다. 지금 한국의 복지 현장에서 그 말은 여야 모두에서 사라졌다. 오로지 ‘닥치고 복지’만이 있을 뿐이다. 복지 포퓰리즘은 다른 게 아니라 생산 활동과의 연계 고리를 잃어버린 복지를 말한다.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