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운

김상운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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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학술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단행본 ‘국보를 캐는 사람들’(글항아리)을 냈고, 고고학 유튜브 채널 ‘발굴왕’을 제작했습니다. 동아시아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sukim@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48%
문학/출판17%
역사10%
미술7%
국제일반3%
중동3%
미국/북미3%
국제정세3%
문화 일반3%
대통령3%
  • [종이비행기]핵심유적과 문화재 보호구역

    27일 부산 동삼동 패총(사진)을 취재했다. 이 패총은 1930년대 일본 학자를 시작으로 1960, 70년대 서울대, 국립박물관을 거쳐 1990년대 부산박물관에 의해 발굴이 꾸준히 이뤄진 중요한 신석기 유적이다. 특히 이곳에서 발견된 사슴 그림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제작 시기를 규명하는 데 핵심 열쇠가 됐다. 그런데 1999년 부산박물관 발굴 당시 사적지 외곽을 둘러싼 콘크리트 펜스 아래에서 패총이 발견됐다. 펜스를 설치하면서 패총 일부가 훼손된 상태였다. 국가사적 범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였다. 비단 동삼동 패총뿐만이 아니다. 전국 곳곳의 국가사적 중 보호구역 바깥에서 더 중요한 유적이 발견된 사례가 적지 않다. 반면 일본은 유적의 전모를 규명하기 위해 장기간의 발굴을 거쳐 문화재 보호구역을 넓게 확보한다. 물론 사유재산 보호 차원에서 보호구역을 무제한 늘릴 수는 없다. 그러나 고고학자들이 꼽는 몇몇 핵심 유적에 대해선 가능한 범위 안에서 보호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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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정가제 강화-문학 창작 활성화 지원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출판계가 도서정가제 강화 등을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등 출판 관련 단체 20곳은 차기 정부에 제안하는 문화정책 공약 10가지를 서울 종로구 삼청로 대한출판문화협회 회관에서 29일 발표했다. 이들은 도서정가제 강화와 문화체육관광부 내 독서출판정책국 신설, 현행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독서출판진흥위원회로 확대 개편 등을 요구했다. 단체들은 “우리 사회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문학 창작 활성화, 출판문화 진흥, 도서관 인프라 확충, 독서 생활화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법정할인율 15% 같은 편법을 인정해 빈틈이 있으므로 제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체부 내 창작, 출판, 독서, 도서관 등 관련 부서가 흩어져 있어 유기적인 협력이 어려운 만큼 총괄 부서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서구입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고 문학창작기금 및 출판진흥기금을 각각 5000억 원 이상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도서관 정책과 관련해서는 현 1000개의 공공도서관을 3000개로 늘리고,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비와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도서관 대출도서에 대해 국가가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공공 대출권을 도입하고 검열 금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며 문화예술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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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구대 암각화’ 미스터리 푼 열쇠, 5천년 전 토기에 새겨져 있었다

    《 한적한 어항(漁港), 배를 수리하는 어부들이 보인다. 8000여 년 전에도 고래와 물고기, 조개를 잡아 올린 어부들이 여기 있었다. 시대를 초월한 데자뷔인가. 27일 부산 동삼동 패총(貝塚·조개무지) 유적에서니 코앞에 너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선사(先史)인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가 무더기를 이룰 만한 장소였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한 음식물 쓰레기장이 아니었다. 1999년 하인수 당시 부산 복천박물관학예연구실장(57·현 부산근대역사관장)의 손을 통해 집터와 무덤(옹관)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이다. 기원전 6000년∼기원전 2000년 약 4000년에 걸쳐 신석기인들이 먹고 자고 버린 생활 흔적이 패총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 ○ ‘반구대 암각화’ 미스터리 풀 열쇠 “이기 뭐꼬? 그림 아이가?” 2004년 2월 초 부산박물관 연구실. 5년 전 동삼동 패총에서 손수 발굴한 토기조각들을 정리하던 하인수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토기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음각선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토기 표면은 붉은색이 완연했다. 대충 만든 게 아니라 채색까지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뜻이었다. 철로 만든 핀으로 토기에 묻은 흙을 조심스레 긁어내자 사다리꼴을 그리던 음각선은 다시 위아래로 이어졌다. 그의 눈은 점점 커졌다. 처음 눈에 들어온 사다리꼴은 몸통, 윗선은 머리, 아랫선은 다리가 분명했다. 그것은 신석기인들이 그린 한 마리 사슴이었다. 하인수의 회고. “다른 토기에서 흔히 보이는 조잡한 선이 아니었어요. 보는 순간 조형미가 느껴졌습니다. 사슴 그림이란 걸 알고서 온몸에 전율이 흐릅디다.” 그때까지 신석기시대 그림은 이것이 유일했다. 선사시대 그림은 매우 희귀한 데다 선사인들의 가치관과 정신세계를 유추할 수 있는 핵심 자료라는 점에서 귀중하다. 총 2만여 개에 이르는 엄청난 분량의 토기조각에서 그림을 찾아낸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았다. 1차 조사에서 무늬가 없는 걸로 분류된 토기들을 모아 최종 확인하는 과정에서 건져낸 월척이었다. 무엇보다 동삼동 사슴 그림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미스터리를 풀 열쇠였다. 당시 학계는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잡이 그림 등을 근거로 청동기시대 후기 유물로 봤다. 석기로 고래를 잡는 건 불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하인수의 생각은 달랐다. 암각화와 동삼동 패총 토기에 새겨진 사슴 그림은 전체적으로 간략하고 몸통을 사다리꼴로 표현했으며 몸통에서 이어진 선으로 다리를 표현하는 방식 등이 서로 유사했다. 더구나 뼈로 만든 화살촉이 박힌 고래 뼈가 울산 황성동에서 발견돼 신석기인들의 고래 사냥이 증명됐다. 이에 따라 반구대 암각화는 신석기인들이 처음 그렸다는 하인수의 주장은 통설로 받아들여졌다.○ ‘신석기인은 원시적’ 편견 깨다 1930년대 일본 학자를 비롯해 1960, 70년대 미국 학자 A 모아와 서울대, 국립박물관이 동삼동 패총을 잇달아 발굴했지만 누구도 집터와 무덤을 찾지 못했다. 조개무지라는 선입견에 갇혀 내부에 다른 유구가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인수는 속단하지 않고 토층 조사를 치밀하게 진행해 신석기시대 집터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옹관을 동시에 발견했다. 신석기인들은 수렵·채집에만 의존했다는 편견을 버린 것도 중요한 연구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패총 집터 안에서 기원전 3300년 무렵의 탄화된 조와 기장이 나왔고, 출토 토기에서 기원전 5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조의 압흔(壓痕·눌린 흔적)이 발견됐다. 하인수는 “이는 이미 신석기시대 중기부터 한반도 전역에 걸쳐 조, 기장 등 밭농사가 보편화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동삼동 패총 신석기인들이 해외 교역까지 한 정황도 포착됐다. 조개 팔찌 1500여 점과 일본산 흑요석, 조몬(繩文) 토기가 함께 출토된 것이다. 조개에 구멍을 내 장신구로 만든 조개 팔찌는 워낙 가공이 힘들어 귀한데, 일본 규슈 사가(佐賀) 패총에서 한반도산 투박조개 팔찌가 90여 점이나 발견됐다. 동삼동 패총에서 나온 흑요석들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일본 규슈 고시다케(腰岳)가 산지(産地)인 걸로 조사됐다. 하인수의 설명. “동삼동 패총에선 배 모양 토기가 나왔습니다. 아마도 이곳 신석기인들은 배를 타고 일본 열도까지 건너가 조개 팔찌와 흑요석을 교환한 걸로 보입니다. 한일 교류사는 멀리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죠.” ●한국의 인디아나존스들    부산=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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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中학자 “사드 보복 바람직하지 않고 오래가지도 못할 것”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오래가지도 않을 것이다.” 지난 19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난카이(南開)대와 단국대 동양학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한중 관계의 역사와 현황’ 국제학술회의는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날 논문 발표 직전 중국 공산당 기관원이 학술회의장을 다녀간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질의시간에 한 중국학자가 사드에 대한 견해를 밝히려하자, 옆에 있던 동료학자가 손짓으로 말리기도 했다. 중국학자들은 학술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 저녁식사 자리에서 사드 이슈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학자 A교수는 “사드 보복으로 인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이 한국에서 쌓은 국가 이미지가 한순간에 훼손되는 등 유무형의 손실이 막대하다”며 “많은 중국학자들이 사드 보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부 눈치를 보느라 대놓고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교수는 “사드 보복에 대해 중국 정부 안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엇갈리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강경파가 여론을 주도했지만 곧 온건파가 힘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관련 중국 정부가 최근 각 대학들에 “학생들의 과격한 반한(反韓) 시위를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린 걸로 확인됐다. 민족주의에 편승해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커지자, 정부가 나서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사드 제재에 대한 이견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한중관계 연구 권위자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이 “경제 보복조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에도 큰 피해를 불러온다”며 신중론을 주장했다. 이어 선즈화(沈志華) 화둥사범대 교수도 19일 다롄(大連)외국어대 강연에서 “사드 보복은 한국의 국민여론을 돌아서게 해 한국을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밀어 넣고 있다”며 “나는 중국의 사드 대응에 매우 반감을 갖고 있다. 대체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중국 학계는 사드 보복이 한국을 겨냥했다기보다 미-중간 파워게임을 위한 ‘협상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다른 중국 측 B교수는 “남중국해 영유권과 대만 독립 등 이른바 중국의 ‘핵심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드 보복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협상테이블에서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을 철회하는 대신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편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될 거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리춘푸(李春福) 난카이대 교수는 학술회의에서 “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관계 악화는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 정권교체가 돼도 한중 관계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사드 배치가 발표되기 불과 열흘 전 황교안 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사드 배치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며 “중국 입장에서 상당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톈진=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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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보물전’ 석달만에 관객 30만명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집트 보물전―이집트 미라 한국에 오다’가 26일 개막 석 달 만에 관람객 30만 명을 돌파했다. 이집트전 관람 인원은 올 초 10만 명에 이어 지난달 20만 명을 넘겼다. 세계 4대 문명인 고대 이집트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은 데 따른 것이다. 30만 번째 입장객에게는 100만 원 상당의 우리은행 기프트카드가 제공됐다. 박물관은 경제적 여건 때문에 전시를 보기 힘든 단체를 초청해 교통비와 관람료, 식사비를 지원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관람료는 성인 1만3000원, 초등학생 8000원. 다음 달 9일까지. 5월 2일부터 8월 27일까지 울산박물관에서 이집트전 순회전이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나 전화(1688-9891) 안내를 참고하면 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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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스페인에서는 연인을 오렌지 반쪽이라 부른다

    스페인 여행 도중 “넌 내 오렌지의 반쪽”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당신은 아주 매력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너무 우쭐하진 말자. 옆에 있던 세르비아인 친구가 “넌 코로 구름을 헤집고 있구나”라며 놀릴 수 있을 테니…. 이 외계어 같은 문장들은 각국에서 실제 쓰이고 있는 표현이다. 영국인 저자는 힌디어부터 한국어, 프랑스어, 가나어까지 여러 문화권에서 사용하는 관용어구의 의미와 연원을 재치 있게 소개하고 있다. 그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각국 문화의 다양성과 동시에 ‘사람 사는 세상은 비슷하다’는 보편성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앞서 언급된 ‘반으로 쪼갠 오렌지’를 상상해 보자. 두 개의 단면(斷面)은 울퉁불퉁하고 균일하지 않다. 그러나 반쪽을 하나로 합쳐 보면 단면은 정확히 하나로 들어맞기 마련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연인을 지칭하는 문구로 사용하는 이유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최근 방문한 충남 공주시 수촌리 고분의 부부묘를 떠올렸다. 백제시대 지방 유력자와 그의 아내 무덤에서 반으로 쪼갠 대롱옥(관옥) 2점이 하나씩 발견됐다. 부부가 내세에 다시 만나 대롱옥을 맞춰 보자는 의미인데, 예부터 동양에서는 이른바 부절(符節)을 영원한 사랑과 믿음의 징표로 삼았다. 스페인의 오렌지도 형태만 다를 뿐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자 그럼 세르비아어로 ‘코로 구름을 헤집는다’는 건 무슨 뜻일까. 우리말 ‘콧대가 높다’의 변형된 버전으로 보면 비슷할 것이다. 얼마나 콧대가 높으면 고개를 쳐들 때 그것이 구름까지 닿을까. 분명 별개 문화권이지만 의미가 묘하게 통하는 걸 보면 지구촌은 하나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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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똑같은 지붕은 지루해, 조금 튀어도 개성있게!

    흔히 “옛날 한 아름다운 공주가 살았는데…”로 시작하는 동화의 전형적인 구조를 떠올린다면 이 책은 매우 신선하게 읽힐 것이다. 사람 대신 집 그림만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다. 빨간 세모 지붕에 창문 두 개로 이뤄진 똑같은 집들만 늘어선 마을에 어느 날 특이한 집 한 채가 들어선다. 나치의 ‘전체주의’를 연상시키는 마을주민들은 “이상한 사람”이라며 쑥덕거리지만 집주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튀는’ 집을 짓는다. 그런데 이를 계기로 집에 조금씩 변화를 주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마침내 마을 외관은 풍성해진다. ‘다름’과 ‘개성’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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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食, 고단한 현재와 과거의 추억을 잇다

    이처럼 그로테스크한 동시에 슬픈 미식(美食)기를 읽어보지 못했다. 여기서 미식은 입에 달고 혀에 감미로운 음식을 가리키지 않는다. 방글라데시의 쓰레기 음식부터 체르노빌 원전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식사 그리고 인육까지 온갖 상상을 초월한다. 자, 이게 미식이라고? 그런데 묘한 음식들 뒤에 깔린 이야기가 곁들여지면 이것은 힐링이자 미식이 된다. 눈빛으로도 통하는 죽마고우와 마주 앉아 밥을 먹는데, 삼겹살에 소주면 충분하지 않은가. 일본 교도통신 기자 출신으로 일본 최고 권위 아쿠타가와 문학상을 받은 저자는 어느 날 세계여행을 훌쩍 떠난다. 수많은 특종을 터뜨리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거시담론에 빠져 사람들의 소소한 삶을 무시한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복잡다단한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주제 ‘식(食)’을 주제로 잡았다. 그가 본 먹기는 현재의 고단함과 과거의 아픈 추억을 잇는 접점이다. 방글라데시 다카 시장에서 맛본 브리야니(볶음밥)에는 누군가 씹다 버린 고깃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음식물쓰레기를 재활용한 시장이 따로 있어 상한 정도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구조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방문한 퍼(쌀국수) 식당에선 자본주의의 퍽퍽함이 느껴진다. 퍼 한 그릇을 후루룩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관찰의 결과다. 필리핀 민다나오에서는 참혹한 식의 역사를 발견한다. 1946, 1947년 섬 주민 38명이 굶주린 일본군 패잔병들에 의해 잡아먹힌 것. 세월이 많이 흘러서였을까. 필리핀 토벌군 시절 일본군이 남긴 고기를 산짐승으로 잘못 알고 먹은 주민은 “이제 일본 병사 개개인에게 원한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철저히 인격이 짓밟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세 명의 아픈 기억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자살까지 시도한 이들이 일본인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건 음식에 대한 추억의 힘이었다. 일본군 병사가 몰래 갖다 준 통조림 하나로 10명의 피해 여성들이 맛있게 나눠 먹은 기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먹는 인간에게서 짧고도 형이하학적이며 까닭 없이 애잔한 인간의 주제를 발견했다”고 썼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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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허탈해’ 뜻이 뭐냐고? 마음사전을 펼쳐보세요

    허무함이나 허탈감의 의미를 묻는 아이에게 부모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다종다양한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설명하는 건 어른 사이에서도 쉽지 않다. 이 책은 이런 난감한 상황에 아주 유용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를 들어 보자. ‘허탈해’를 설명하는 장에는 ‘코딱지를 팠는데 다 나왔던 코딱지가 쏙 들어갈 때의 마음’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 한 문장으로도 뜻은 충분히 통하리라. 제목대로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대상으로 총 80개의 감정 표현을 사전식으로 수록했다. 크레파스 질감의 따뜻한 삽화도 눈길을 끈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서툰 아이들에게 특히 유용할 듯싶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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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경산 신라 임당동 고분서 빈장 행해졌을 가능성”

    신라 지방 지배층 무덤인 경북 경산시 임당동 고분에서 빈장(殯葬)이 행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빈장은 매장 전 시신을 빈소에 안치하고 일정 기간 장례를 치르는 절차다. 수서(隋書) 등 중국 사서에 따르면 고구려와 백제는 3년, 신라는 1년에 걸쳐 빈장을 치른 걸로 돼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고고학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임당동 고분의 빈장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신라의 빈장을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된다.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은 최근 고분문화연구회에 발표한 ‘신라 고분 내 빈(殯)의 가능성 검토’ 논문에서 고분 내 ‘조영 EⅡ-2호’ 무덤에서 발견된 인골 3구에 대한 새로운 분석 결과를 실었다. 암반을 파고 목곽을 설치한 뒤 나무 관을 넣은 이 무덤은 6세기 초반 신라 지방지배층이 묻힌 걸로 추정된다. 무덤은 주인과 순장자들을 넣은 주곽(主槨)과 각종 부장품과 제사음식을 넣은 부곽(副槨)으로 구성돼 있다. 1988년 발굴 당시 주곽에서는 인골 2구만 발견됐다. 2구 중 머리를 동쪽으로 향한 시신은 주인, 서쪽을 향한 반대편 시신은 순장자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의문은 있었다. 인골들 사이 무덤 중간에서는 지배층의 위세품인 금동관과 금동신발, 은으로 만든 허리띠, 은반지 등도 대거 출토됐는데, 금동관 등이 시신의 몸에 걸친 상태로 매장하는 이른바 ‘착장(着裝) 유물’임에도 인골과 위세품의 출토 위치가 일치하지 않아서였다. 수수께끼는 인골 분석 전문가들에 의해 최근에야 풀렸다. 무덤 내 인골을 재분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유골 1구가 발견된 것이다. 남은 뼈가 대퇴골 2점에 불과해 발굴 당시에는 별도의 개체로 파악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 분석 결과 기존 유골 2구는 각각 15∼18세, 7∼12세인 반면, 새로 발견된 유골은 이들보다 더 나이 든 사람으로 밝혀졌다. 금동관과 금동신발의 주인은 따로 있었던 셈이다. 김 연구원이 주목한 건 새로 확인된 유골의 상태다. 두개골부터 갈비뼈, 다리뼈까지 인골의 형태를 두루 갖춘 순장자 2구에 비해 무덤 주인은 남아 있는 유골이 극히 적은 데다 부식 상태도 훨씬 심한 걸로 조사됐다.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논문에서 “무덤 주인이 땅에 묻히기 전 일정 기간 가매장돼 사체 대부분이 썩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본다”고 썼다. 매장 직전 죽임을 당하는 순장자들에 비해 빈장을 거쳐야 하는 무덤 주인의 부식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 심하다는 얘기다. 옛사람들이 시신의 부패를 지켜봐야 함에도 굳이 빈장을 치른 이유는 무얼까. 김 연구원은 “상당한 양의 부장품과 제사음식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임당동 고분 내 부곽에서는 소와 멧돼지, 닭, 개, 꿩, 두루미, 잉어, 살구, 복숭아를 비롯해 바다에서 나는 방어, 참돔, 복어, 상어, 소라, 고둥, 전복, 참굴 등 다양한 제사음식들이 발견됐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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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에서 처음 만나는 백제… 파란만장 200년사 한눈에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에서 백제 특별전이 처음 열린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세계유산 백제’ 특별전을 선보이고 있다. 신라의 오랜 숙적 백제를 서라벌(경주)에서 재조명하는 뜻깊은 시도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제의 웅진(공주) 천도(475년)에서 시작해 사비(부여) 천도(538년)와 멸망(660년), 그리고 부흥 운동(663년)까지 파란만장했던 백제 200년사를 다룬다. 앞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백제 특별전이 도성과 사찰, 능묘를 주제로 했다면, 경주박물관은 공주, 부여, 익산의 백제 유적 8곳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신라 왕경에서 열리는 전시 특성을 감안해 백제와 신라 문물을 비교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백제-신라 문물 교류의 대표 사례는 643년 신라 거찰 황룡사 건축에 백제 장인 아비(阿比)가 참여한 사실이다. 이는 872년 황룡사 중수 때 기록한 ‘황룡사찰주본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룡사 터에서 출토된 7세기 기와를 통해 백제 양식의 영향을 살펴볼 수도 있다. 또 삼국통일 직후 제작된 경북 칠곡 송림사 전탑 출토 장식품은 백제 은화관식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7세기 백제 무왕이 서동(薯童) 시절 신라 선화공주와 사랑을 나눴다는 삼국유사 이야기도 양국의 교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시에서는 경주 황룡사 출토 금동허리띠장식, 황남대총 금귀고리 등과 익산 미륵사 터 출토 유리병, 무령왕릉 관식, 옥 장식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5월 7일까지. 054-740-7535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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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라 왕경 경주서 ‘백제 특별전’ 처음 열린다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에서 백제 특별전이 처음 열린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세계유산 백제’ 특별전을 선보이고 있다. 신라의 오랜 숙적 백제를 서라벌(경주)에서 재조명하는 뜻 깊은 시도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제의 웅진(공주) 천도(475년)에서 시작해 사비(부여) 천도(538년)와 멸망(660년), 그리고 부흥 운동(663년)까지 파란만장했던 백제 200년사를 다룬다. 앞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백제 특별전이 도성과 사찰, 능묘를 주제로 했다면, 경주박물관은 공주, 부여, 익산의 백제유적 8곳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신라 왕경에서 열리는 전시 특성을 감안해 백제와 신라 문물을 비교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백제-신라 문물 교류의 대표 사례는 643년 신라 거찰 황룡사 건축에 백제 장인 아비(阿比)가 참여한 사실이다. 이는 872년 황룡사 중수 때 기록한 ‘황룡사찰주본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룡사터에서 출토된 7세기 기와를 통해 백제 양식의 영향을 살펴볼 수도 있다. 또 삼국통일 직후 제작된 경북 칠곡 송림사 전탑 출토 장식품은 백제 은화관식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7세기 백제 무왕이 서동(薯童) 시절 신라 선화공주와 사랑을 나눴다는 삼국유사 이야기도 양국의 교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시에서는 경주 황룡사 출토 금동허리띠장식과 황남대총 금귀고리 등과 익산 미륵사터 출토 유리병, 무령왕릉 관식, 옥 장식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5월 7일까지. 054-740-7535김상운 기자sukim@donga.com}

    • 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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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분 올릴 때마다 1∼3명씩 순장

    ‘대가야 왕릉’인 경북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은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묻는 독특한 순장(殉葬) 풍습으로 유명하다. 신라도 황남대총 등에서 순장 풍습이 확인되지만 대가야만큼 대규모 순장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예컨대 지산동 44호분에서만 총 32기의 순장 석곽들이 발견됐다. 44호분에 묻힌 왕과 함께 최소 32명이 한꺼번에 순장된 셈이다. 대가야 지배층 무덤에 순장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단순히 시종들만 묻혔을까.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지산동 고분군 518호분 발굴조사 보고서에서 순장곽 구조와 조성 방식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 결과 6세기 전반에 축조된 518호분에서는 무덤 주인이 묻힌 주곽(主槨)과 부장품을 묻는 부곽(副槨), 순장곽 5기가 확인됐다. 새 날개를 닮은 금동 관모(冠帽) 장식과 가는고리에 하트 모양 장식을 매단 금은귀고리, 갑옷, 투구, 말갖춤(마구·馬具) 등 480여 점의 유물도 발견됐다. 발굴팀은 518호분 지름이 44호분(30m)의 절반을 조금 넘는 17m라는 점에서 왕릉은 아니지만, 출토 유물의 수준이 높아 지배층 인물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순장곽 5기는 동시에 축조된 게 아니었다. 내부 토층을 비교해보니 주곽과 3∼5호 순장곽을 조성하고 그 위로 봉토를 올린 뒤 나중에 1, 2호 순장곽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순장곽을 만든 직후에는 제사를 올렸으며, 사용한 제기(祭器)를 깨뜨려 봉토에 묻었다. 지산동 고분 내 순장곽들이 주곽과 동시에 조성되지 않은 사실을 처음 알아낸 것이다. 특히 나중에 지어진 1, 2호 순장곽의 규모와 위치가 눈길을 끈다. 주곽과 가장 가까운 1호 순장곽은 나머지 순장곽들보다 크다. 내부에선 토기와 함께 금동귀고리가 발견됐다. 2호 순장곽은 유일하게 무덤 주인의 머리가 향하는 북쪽에 자리 잡았는데 내부에서 둥근고리큰칼(環頭大刀·환두대도)이 나왔다. 이 때문에 발굴팀은 1호 순장곽에 무덤 주인의 부인이, 2호 순장곽에 호위무사가 각각 묻혔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정인태 가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말갖춤 장식이 금동과 쇠 두 세트로 만들어진 건 드물다”며 “피장자가 유력층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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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불상-불화 등 도난 문화재 81점 되찾아

    충남 부여 무량사 금동아미타여래좌상(충남 유형문화재 제100호·사진) 등 도난 문화재 81점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문화재청은 “대전지방경찰청과 협력해 불상과 불화, 지석 등 도난문화재 81점을 되찾았다”고 13일 밝혔다. 무량사 금동아미타여래좌상은 무량사오층석탑(보물 제185호)을 해체 보수하던 중 발견한 것으로 1989년 7월 도난당했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암미술관 신고로 회수했다. 높이 33.5cm의 금동아미타여래좌상은 조선 전기에 제작됐다. 불화인 경북 울진 불영사 시왕도(十王圖) 7점과 사자도(使者圖) 1점도 환수했다. 시왕도는 1880년 승려 서봉응순(西峯應淳)과 만파정탁(萬波定濯)이 그렸다. 조선시대 문신인 한필원(1578∼1660)의 지석(誌石·죽은 사람의 인적사항을 기록한 돌) 4점과 이정보(1693∼1766)의 지석 15점도 되찾았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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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한반도 고유의 ‘검파형 동기’ 첫 발굴

    한반도 고유의 청동기로 기원전 4∼기원전 3세기 희귀 유물인 ‘검파형(劍把形·칼자루 모양) 동기(銅器)’가 전북 군산시에서 처음 발굴됐다. 검파형 동기란 청동으로 만든 제의(祭儀)용 도구로 초기 철기시대에 사용됐다. 고분에 묻힌 검파형 동기가 정식 발굴에 의해 출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껏 대전 괴정동과 충남 아산시 남성리, 예산군 동서리 3곳에서만 확인된 검파형 동기는 발굴이 아닌 주민 신고로 수습돼 정확한 출토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학계는 중국 동북지방에서 유입된 청동기 문화가 토착화를 거쳐 금강 유역으로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핵심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 12일 문화재청과 발굴기관인 전북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군산 선제리 농가 창고 신축을 위한 발굴조사에서 기원전 4∼기원전 3세기 무렵 지은 적석목관묘(바닥과 나무관 주변을 돌로 쌓은 무덤)를 발견했다. 길이 219cm, 너비 64cm, 깊이 54cm의 무덤 내부에선 검파형 동기 3점을 비롯해 세형동검 8점, 청동도끼, 청동새기개, 청동끌 각 1점 등 다양한 청동 유물이 나왔다. 이 밖에 검은간토기(흑색마연장경호·黑色磨硏長頸壺)와 원형덧띠토기(원형점토대토기·圓形粘土帶土器), 환옥 131점도 묻혀 있었다. 무덤구덩이에는 널빤지 모양의 석재들이 놓였는데, 나무관이 부식되면서 그 위에 쌓인 돌들이 무너져 내린 흔적도 남아 있었다. 검파형 동기 3점은 세형동검과 함께 무덤 가운데 흩어져 있었는데, 중앙부가 끊어져 두 동강난 상태로 발견됐다. 최완규 원광대 교수(고고학)는 “예부터 제사장이 쓰던 제기는 세습하지 않고 파쇄하기 마련”이라며 “선제리 무덤 내 검파형 동기도 일부러 부러뜨려 부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상 3점이 한 세트를 이루는 검파형 동기는 마치 대나무를 세로로 쪼갠 듯한 독특한 형태다. 제정일치 사회였던 초기 철기시대 때 제사장들이 검파형 동기를 옷에 매달고 제의를 올린 걸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번에 발견된 검파형 동기 뒷면에는 매듭을 묶을 수 있는 고리 3개가 위아래로 달려 있다. 앞면에는 새끼줄을 꼰 모양의 정교한 원형 고리가 붙어 있다. 검파형 동기는 길이 24.5cm, 무게 205g으로 테두리를 따라 빗금과 점선무늬가 이중으로 새겨져 있다. 최 교수는 “아산 남성리나 예산 동서리에서 확인된 검파형 동기와 크기나 문양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학계는 검파형 동기와 함께 발견된 원형덧띠토기와 검은간토기의 양식이 중국 랴오닝(遼寧) 지역 정자와쯔(鄭家窪子) 유적 출토품과 닮았다는 점에서 중국 동북지역 청동기 문화가 이곳까지 유입된 걸로 보고 있다.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는 “선제리 청동기는 랴오닝 지방의 원형덧띠토기 문화와 연속된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정자와쯔 유적에서 발견된 제의용 청동기는 원개형(圓蓋形) 동기 등일 뿐, 검파형 동기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검파형 동기는 한국식 세형동검과 더불어 청동기 문화의 한국화를 보여주는 대표 유물”이라고 말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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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문화재 복원, 눈속임과 진정성

    최근 국보 제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사진) 훼손 부위에 대한 보존처리 소식을 듣고 문득 3년 전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복원연구소(OPD)를 취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방문 당시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 도나텔로(1386∼1466)의 ‘막달라 마리아’(1455년)가 작업장에 서 있었다. 한 독일인 문화재 전문가가 나무 조각 작품 중 훼손된 부분을 복원한 뒤 색칠을 하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멀리서 볼 땐 자연스럽던 그의 채색이 가까이서 보면 주변 색상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OPD 전문가들의 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었다. 관람객들로 하여금 어느 부분이 후대에 복원된 부분인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눈속임이 아닌 ‘진정성’을 중시하는 유럽 문화재 복원 철학의 한 단면이다. OPD 관계자는 “예전과 똑같이 복원하는 건 불가능하며 가능해도 그건 복제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삼국시대 걸작 반가사유상이 1500년 동안 간직한 미소가 보존처리를 계기로 오래오래 이어지길 기원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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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암컷 코끼리의 리더십은 때로 사람보다 낫다

    한때 북한 연구에서 이른바 ‘내재적 접근’이 유행한 적이 있다. 봉건시대를 방불케 하는 북한의 사회, 통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가치판단에 앞서 내부자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소리와 몸짓’을 읽으면서 미국 생태학자인 저자가 인간 중심의 척도에서 벗어나 동물 관점에서 이들의 행위와 의도를 연구한 접근 방식이 흥미로웠다. 특히 저자가 동물들의 내면세계를 분석한 건 과학과 비(非)과학의 경계에 있는, 어찌 보면 대단히 용감한 시도인지도 모른다. 사실 ‘동물도 의식을 갖고 있는가’란 의문에 대한 탐구는 실증주의와 행태주의에 젖어 있는 과학자들에게 한동안 외면당한 주제였다. 말도 안 통하는 동물의 내면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이유였다. 그래서 금기된 질문을 던지는 소수자들에게 주류학계는 ‘비과학’이라는 무시무시한 낙인을 찍고 탄압했다. 실제로 저명 동물학자 도널드 그리핀은 1970년대 “동물도 의식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펴 학계에서 ‘왕따’가 됐다.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동물 지각 연구는 종신교수 직에 있지 않은 학자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저자는 대놓고 머리말에 “동물의 정신적 체험에 대한 추정이 바로 이 책의 주된 목적”이라고 적었다. 정통 학자로서 일종의 선전포고다. 그렇다고 이 책에 인용된 코끼리와 늑대, 범고래의 수많은 행동사례가 그야말로 비과학적 추정으로만 쓰인 건 아니다. 저자는 노련한 과학자답게 오랜 시간 관찰하고 겪은 내용을 다양한 과학 데이터와 적절히 조합해 논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낸다. 예컨대 코끼리의 정서는 무리를 이끄는 나이 많은 암컷 가모장(家母長) 코끼리의 성향에 크게 좌우된다. 풀이 풍부한 서식지를 찾아내고 적을 피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모장 코끼리가 불안에 시달리면 나머지 코끼리들의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다. 발정기의 수컷 코끼리가 무리에 훼방을 놓을 때 이보다 훨씬 왜소한 가모장 코끼리가 몸으로 밀어내는 용기를 발휘하는 것도 리더로서 헌신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저자는 말한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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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왜 쟤는 나랑 달라요?” 이렇게 설명해주세요

    다문화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갖춰야 하는 기본예절을 다양한 이야기와 그림으로 설명했다. 단순한 훈계가 아니라 어린이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될 수 있도록 이야기로 풀어 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특히 챕터마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조언한 코너가 눈길을 끈다. 아동심리학 전문가인 저자가 아이들이 흔히 가질 만한 의문과 다양한 감정을 고려했다. 또한 인종뿐만 아니라 종교, 신체장애, 노인 등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도 포함했다. 이 책을 비롯해 ‘왜?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어요?’ ‘왜? 채소를 먹어야 해요?’ ‘왜 고맙다고 말해야 해요?’ 등 4권의 총서로 기획됐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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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보 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어깨수술 받는다

    ‘한국의 미소’를 상징하는 삼국시대 걸작 국보 제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5월말까지 보존처리에 들어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반가사유상의 보관(寶冠)과 정면 좌측의 발받침, 오른쪽 어깨부위에 발생한 균열을 접합, 보강하기 위한 보존처리를 위해 지난달 9일 문화재위원회 현상변경 승인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해당 부위 균열은 일제강점기 때 발견된 것으로 언제 어떻게 금이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물관은 문화재위원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구체적인 보존처리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표면 부식을 촉진하는 이물질을 제거한 뒤 금이 간 곳을 에폭시수지나 접착제로 채우는 방안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물관은 2007년 8~11월 반가사유상의 분리된 왼쪽 옷자락 조각을 붙이고 하단 일부를 복원하는 보존처리를 시행한 바 있다. 6세기 후반 제작된 걸로 추정되는 반가사유상은 입가에 띤 고졸한 미소와 깊은 사색에 빠진 표정으로 유명하다. 높이 80㎝의 대형 불상임에도 표면두께가 2~4㎜에 불과해 뛰어난 주조기술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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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사드 보복 ‘한한령(限韓令), 드라마 이어 애니메이션 분야까지 확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맞선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조치가 한류 드라마에 이어 애니메이션 분야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9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다음달 26일 열릴 예정인 중국 항저우(杭州)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주최 측이 한국관 설치와 국내 업체의 시설대여를 8일 불허한 걸로 확인됐다. 주최 측은 롯데마트의 영업정지 처분 사유와 같은 ‘소방안전관리법 위반’을 이유로 밝혔다. 콘진원은 항저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한국관을 설치하고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 27개사의 작품을 홍보할 계획이었다. 개별업체들의 수출상담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그러나 주최 측이 시설대여 불허까지 결정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행사 참여는 원천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콘진원 측은 “소방안전관리법 위반 사유는 구실에 불과하다.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앞서 국내 업체들은 홍보자료, 영상을 준비해왔으며 일부 기업들은 항공편과 숙소예약까지 마친 상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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