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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권력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다음 달 대만 방문을 앞두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거듭 군사행동을 경고한 가운데 일각에서 ‘중국이 펠로시 의장 일행이 탄 비행기를 격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자 미국은 항공모함 등을 동원해 펠로시 의장 일행을 보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미중 정상회담 최대 걸림돌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그의 대만행에 난색을 표했지만 펠로시 의장의 뜻이 강경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美, 항공모함 등 동원해 펠로시 보호 준비”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24일 AP통신에 “최근 중국군이 남중국해 등에서 눈에 띄게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과 무관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23일 조시 로긴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도 “미군이 펠로시 의장 보호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군용기 탑승 방안 외에도 그가 항공모함으로 이동하거나 전투기를 보내 근접 공중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 또한 21일 “미군은 중국이 우리가 탄 비행기를 격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당초 4월 대만을 찾으려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취소했다. 현직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1997년 공화당 소속 뉴트 깅리치 의장 이후 25년 만이다. 중국은 연일 미국에 날을 세우고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과거 다른 사례보다 더 강경한 경고를 미국 측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는 외신 보도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당신(기자)이 아는 내용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미국은 이미 우리로부터 극단적인 외교 및 군사 조치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물론이고 야당 공화당도 중국 압박에 대만행을 접으면 안 된다는 기조여서 방문 취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4일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합의된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나흘 전 바이든 대통령이 “열흘 안에 시 주석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차이가 있다.러몬도 “첨단기술 보호 위해 대만 방어해야” 바이든 행정부는 정상회담 개최에 관계없이 대(對)중국 기술 견제는 계속할 뜻을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날 CBS에 출연해 “항상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 반도체, 인공지능,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최첨단 기술이 중국인 손에 들어가지 않게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가 수출 통제에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다. 미 상원 표결을 앞둔 520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 반도체산업 육성 법안도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한 전략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이 최첨단 반도체 대부분을 대만에서 구매한다며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 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만이 잠재적으로 중국에 합병될 위험이 있다는 가정을 포함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우리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인 이른바 ‘칩(Chip)4’ 참여를 결정하기에 앞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우리 조건을 담아 역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다음 달까지 칩4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시점에 대해서도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칩4 참여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있는 정부는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들과 재계 입장 등까지 폭넓게 들어본 뒤 우리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21일 정부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칩4와 관련해 미 측이 제안한 계획의 실체가 모호하다”면서 “그 모임의 형태나 모임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지, 어느 수준으로 모임의 성격을 규정해야 할지 등을 정리해 우리가 미국에 다시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칩4는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동맹이다. 미국은 최근 우리 정부에 동맹 참여 여부를 다음 달까지 알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칩4 참여 시 경제안보 관점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우리와 일본, 대만의 입장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나 산업 구조적인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일본, 대만에 비해 이 동맹 참여로 인한 우리 손실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것. 실제 중국(홍콩 포함)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 자체적인 반도체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칩4에 가입했다간 주요 판매처인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크다”면서 “기업들이 직접 나서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보니 현재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대응 방안 마련을 일단 고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은 우리를 겨냥해 칩4 관련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칩4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면서 “(중국)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 행위’와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일단 다음 달 초·중순까진 가급적 칩4 참여에 따른 득실 등 분석을 마무리한 뒤 미 측에 우리 제안을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일단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경청하고 있다”면서도 “칩4가 한미 간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연결되는 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경제적 득실만으로 우리 입장이 결정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정재호 신임 주중 한국대사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베이징에 입경하지 못하고 지방에서 열흘 간 격리를 하게 됐다. 일부에서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에게 과한 처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중국의 방역 정책 따른 원칙적 조치일 뿐 외교적 결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21일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정 신임 대사는 19일 오전 대한항공 항공편을 이용해 톈진(天津)으로 입국했다. 현재 베이징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항공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톈진까지는 승용차로 약 2시간 거리다. 정 대사는 공항에서 같은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들과 함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뒤 결과를 기다리며 밤까지 대기했다. 중국 방역 정책에 따르면 일반 승객들은 항공기 도착지인 톈진에서 의무적으로 열흘 동안 격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사의 경우 예외적으로 베이징으로 이동해 대사관저에서 격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당초 정 대사는 톈진에 도착한 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승용차를 이용해 베이징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승객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정 대사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됐고 베이징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톈진에서 열흘 간 격리를 하게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대사가 확진자가 아닌 밀접접촉자인데 베이징 입경을 금지한 것은 과한 조치이며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에 있는 대사관저에서 격리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국대사관 측은 “중국은 엄격한 제로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라면서 “주재국의 방역 정책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며,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대사에게 톈진 현지 격리를 하도록 한 것이 외교적 결례는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대사관 측은 “대사가 톈진 현지에서 격리를 진행하면서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해 달라는 뜻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한국대사관의 부탁을 받고 대사가 격리하는 호텔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프렌드쇼어링’으로 한국과 미국 가정에 닥친 물가 인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1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이틀간의 방한 일정 중 가장 먼저 LG화학을 찾은 것은 한미 협력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물가 상승에 대응하자는 메시지를 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가장 먼저 방문해 첨단기술 공급망 협력을 통한 경제안보 동맹을 강조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이 방문한 곳은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 입주한 LG화학 연구시설이었다. LG화학은 2차전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분리막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연구시설을 둘러본 뒤 10여 분간 발언하면서 ‘공급망’을 열 번 넘게 언급했다. 그는 “한미 소비자들이 공급망 차질로 물가 인상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양국이 서로 협력해 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독재 국가들이 국제 경제에 큰 타격과 압력을 주고 있다. 불공정한 질서를 통해 각 국가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공급망은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옐런 장관을 만나 “한미 간 포괄적 전략 동맹이 정치군사안보에서 산업기술안보로, 나아가 경제금융안보 동맹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이에 “한국 경제, 미국 경제, 또 글로벌 경제에 모두 중요한 그런 이슈들에 대해 같이 다룰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한국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에 대해 깊은 가치를 부여한다”고 화답했다. 옐런 장관은 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경제와 공급망을 더 탄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높은 물가와 근로자, 소비자,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값비싼 공급망 혼란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관련 법안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 등 미국 내 투자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520억 달러(약 65조 원) 규모 반도체 육성 법안 초안에는 중국 등 ‘우려국가(country of concern)’에 첨단 반도체 분야 투자나 공장 증설을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됐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협박 외교를 일삼으며 인위적인 산업 이전,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시도하며 국제무역 규칙을 파괴하고 글로벌 시장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옐런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경험을 거론하며 “세계 경제가 직면한 현재의 위기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며 공동의 노력을 통한 극복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옐런 장관도 ‘이 같은 협력이 한미가 안보 동맹을 넘어 산업기술 동맹으로 발전해 나가는 길’이라는 점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이 ‘반도체 굴기’, ‘반도체 자립’ 등을 앞세워 조성한 막대한 규모의 펀드 운용과정에서 잇따라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대만 등 반도체 핵심 4개 국가의 이른바 ‘칩(Chip)4 동맹’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사건이어서 중국 내부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반도체 자립’은커녕 부패만 자립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18일 중국 텅쉰왕(騰訊網), 메이르징지(每日經濟)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내 최고 반부패 사정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루쥔(路軍·54) 화신투자관리(시노 IC캐피털) 전 총재에 대해 엄중한 법 위반 혐의가 발견돼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중앙기율검사위가 사용하는 ‘엄중 위법 혐의’란 표현은 고위직의 부패 혐의를 일컫는 말이다. 화신투자관리는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로 조성한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에 따라 2014년 반도체 스타트업과 연구개발(R&D)에 투자할 1387억 위안(약 27조 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중국 재정부, 중국개발은행 등 정부 기관과 통신회사인 중국이동 등 국유 기업들이 자금을 댔다. ‘빅펀드’라고도 불리는 이 펀드를 관리·운용할 회사로 2014년 8월 화신투자관리가 설립됐다. 이후 중국은 미국의 중국 압박이 거세지던 2019년 7월 다시 2000억 위안(약 39조 원)을 추가로 조성해 이 금액도 모두 화신투자관리에 맡겼다. 이 회사가 운용하는 자금만 총 66조 원에 이른 셈이다. 루 전 총재는 회사 설립 이듬해인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총재를 맡아 화신투자관리를 이끌면서 각 종 투자를 결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특정 회사에 지원을 해 주는 대신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으로 비리를 저질러 온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루 전 총재의 조사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구체적인 부패 행위나 처벌 수위 등에서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이 회사의 가오쑹타오(高松濤·52) 전 부총재가 부패 혐의로 감찰 조사를 받았다. 가오 전 부총재는 2014년 10월~2019년 11월 부총재를 지면서 재직 당시 투자를 집행한 반도체 회사의 내부자 거래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반도체 펀드 운용 회사의 최고위직들이 잇따라 비리에 연루되면서 중국 내에서는 ‘반도체 굴기’를 시작도 해 보기 전에 발목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미국의 ‘반도체 압박’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부패 사건을 더 엄중하게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 관영매체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칩4 동맹)’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한국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관영매체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전한다. 이번에도 중국 정부가 관영매체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8일 “미국의 정치적 압력 아래에서 한국이 ‘칩4 동맹’ 동참 요청에 대해 어떤 답을 할지 미지수”라면서 “만약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임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칩4 동맹’은 한국 미국 일본 대만의 반도체 협력을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꺼낸 구상이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칩4 동맹’에 참여할지 여부를 8월 말까지 알려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해 한국의 전체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 수출이 48%를 차지했다고 전제한 뒤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중국이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신뢰할 수 없거나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한다면 중국은 독자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며 “이는 한국 반도체의 중국 시장 점유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미국이 ‘칩4 동맹’을 추진하는 것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분열시키려는 목적이 있다”면서 “글로벌 산업망에 전혀 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의 산업망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혜택을 볼 국가는 없기 때문에 지금은 지역 경제 주체들이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을 따르기보다는 협력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때”라고 강조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하반기 제20차 중국공산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으려는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난에 따른 잇따른 시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2분기(4∼6월) 성장률이 0.4%에 그칠 정도로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한 데다 부동산 및 금융권 부실로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강력한 언론 통제로 관련 보도를 막고 있지만 장기집권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사회 안정이 절실한 그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14일 산시성 시안에서는 1000여 명의 시위대가 시내 중심가의 은행 감독국 건물을 에워싸고 시위를 벌였다.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식으면서 아파트 분양 대금을 치렀음에도 공사 중단으로 입주하지 못한 여러 아파트 분양자들이 모여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그간 공사 중단 아파트의 일부 분양자들이 산발적 시위를 벌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중국 관영 언론이나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관련 소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앞서 지난달 말에도 중국 최대 부동산업체지만 파산 위기에 몰린 헝다가 장시성에 지은 한 아파트에서 역시 공사 중단으로 입주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집단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에 돌입했다. 중국 전역에서 비슷한 처지의 피해자들이 동조하면서 대출 상환 거부 운동 또한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달 10일 허난성 정저우에서는 약 3000명이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의 정저우 지점 앞에서 시위를 벌여 유혈사태까지 발생했다. 허난성 내 4개 소형 은행이 경영난으로 예금자 약 40만 명의 돈을 4월부터 돌려주지 못하자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특히 경찰의 거친 진압으로 일부 시위대는 피를 흘리거나 큰 부상을 입었다.시 주석은 12∼15일 서방이 소수민족 탄압으로 비판하고 있는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찾았다. 그는 “장기적 안정에 관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심”이라며 ‘안정’을 거듭 강조했다. 그가 2014년 이후 8년 만에 신장위구르를 찾은 것은 국내외 비판을 의식하지 않고 3연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뜻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외국에서 한국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강제로’ 시설에 보내졌다면 이 사실을 현지 한국대사관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될까. 얼마 전 중국에 입국해 격리 중이던 한국인 여성 A 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국을 출발할 때는 음성이었지만 중국 도착 후 하루 만에 양성으로 바뀐 것이다. 중국 방역 당국은 A 씨를 격리 호텔에서 빼내 별도의 장소로 이동시켰다.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는 남편과 만나기 위해 뒤늦게 중국에 온 A 씨는 중국어를 전혀 못 한다. 이날 A 씨는 전신을 방호복으로 무장한 관계자들에게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했다. 철저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에서 확진자는 ‘민폐 유발자’ 취급을 받는다. 중국인들이 A 씨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A 씨가 다른 시설로 옮겨진 것을 주중 한국대사관은 알지 못했다. 중국 측이 통보해 주지 않아서다.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르면 외국에서 한국인의 인신이 구속되면 즉시 한국 측에 알리도록 돼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 경우를 통상적 개념의 인신 구속이 아닌 개인의 질병 치료를 위한 병원 입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대사관도 이 같은 인식에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항의하거나 적극적으로 정보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한국대사관 측은 “A 씨가 대사관에 직접 알렸다면 적극적으로 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최근 중국 베이징시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특정 장소에 출입할 수 없도록 하는 사실상 ‘백신 강제 접종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에서는 외국산 백신 접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백신 접종을 인정받으려면 중국산 백신을 맞아야 한다. 한국에서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외국산 백신을 맞고 중국에 왔더라도 다시 중국산 백신을 맞아야 하는 것이다. 외국산과 중국산 백신 교차 접종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중국에 있는 한국 교민들의 위기 의식은 높아져 갔다.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이 강한 데다 교차 접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교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한국 교민들이 믿을 건 한국대사관밖에 없었다. 한국대사관에는 한국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업무를 대표해 처리하는 ‘식약관’이라는 자리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대책이나 방안도 나오지 않았다. 한국대사관 식약관은 중국의 발표만을 반복적으로 대신 전달할 뿐이었다. 다행히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됐던 베이징시의 이번 조치는 현재 흐지부지된 상태다. 아마도 다른 나라 대사관들이 강력하게 반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중국에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임 대사가 물러나고 신임 대사가 아직 부임하지 못한 대사 공백기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어 보인다. 한국이 ‘조용한 외교’의 함정에 빠진 것 같다. 미중 대립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용한 외교’를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해 왔다. 국익을 위해 불가피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실제 긍정적 결과도 냈을 수 있다. 하지만 백 번 양보하더라도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까지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마침 신임 정재호 대사는 평소 ‘조용한 외교’ 폐기론을 주장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세계의 성장 엔진’이 차갑게 식고 있다. 중국의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창궐해 우한 지역이 전면 봉쇄된 2020년 1분기(1∼3월)에 역성장(―6.8%)한 것을 제외하면 역사상 최악의 수치다.》 미국에서는 실업급여 신청이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용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그동안 경기침체 우려에도 미국 경제 회복의 버팀목으로 인식돼온 고용시장마저 냉각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41년 만에 최고치인 9.1%까지 치솟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보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를 감당하지 못한 시민들은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는 ‘푸드 뱅크’로 몰리는 실정이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글로벌 복합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2분기 GDP가 29조2464억 위안(약 5732조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4% 증가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1.0%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일부에서는 올 1분기 살아나는 듯했던 경기 반등 동력마저 사라져 2020년보다 더 심각한 ‘차이나 쇼크’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1분기 18.3% 성장하며 최고점을 찍은 후 7.9%(2분기), 4.9%(3분기), 4.0%(4분기)로 분기마다 성장률이 떨어졌다. 그러다가 올 1분기 4.8% 성장해 기대감을 줬지만 이내 0.4%까지 고꾸라진 것이다. 최근 감염력이 더 강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고강도 방역조치가 지속될 수밖에 없어 하반기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 노동부가 14일 발표한 지난주(3∼9일) 실업급여 신청 건수는 24만4000건으로 전주보다 9000건(3.8%) 늘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던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구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채용 축소 방침을 밝혔고,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직원 1만8000여 명 감축에 나섰다.‘中 경제심장’ 상하이 ―13.7% 성장… 美는 무료급식소 긴 줄 G2 경제 동반침체 경보코로나 봉쇄 여파 ‘차이나 쇼크’美 실업급여 신청 8개월만에 최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급락한 것은 중국 정부가 4, 5월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 주요 대도시들을 전면 또는 부분 봉쇄시키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편 영향이 크다. 두 달간 봉쇄된 상하이의 경우 2분기 성장률이 ―13.7%로 수직 낙하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일시적으로 막았지만 ‘BA.5’ 변이의 재확산으로 강력한 방역정책이 상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해 경기 둔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침체가 나아질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중국의 올해 성장 목표 5.5%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 등은 이미 중국의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4.3%까지 낮춰 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서 “한 번도 하락한 적이 없었던 중국은 현재 글로벌 성장 엔진이 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향후 10년간 훨씬 더 느리게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곳곳에선 푸드뱅크를 찾는 극빈층이 다시 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푸드뱅크는 6월 셋째 주 4271가구에 음식을 제공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가구 수가 78% 증가했다.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카운티 푸드뱅크는 58% 이상 뛰었고, 델라웨어주 역시 두 배가량 무료 배급 가구가 늘었다. 피닉스 세인트메리 푸드뱅크 앞에서 음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던 토마시나 존 씨는 AP에 “휘발유 값 아끼려고 이웃과 함께 차를 타고 왔다. 물가가 너무 올라 이런 도움 없이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물가 상승은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다. 물가를 낮추는 것은 조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며 “물가를 통제하려는 연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연준에선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빨리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밟는 대신 지난달과 같은 수준인 0.75%포인트 올릴 가능성도 나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4월 동중국해에서 미 해군이 중국 항공모함을 여유롭게 감시하는 사진이 공개돼 중국이 충격을 받은 가운데 이번에는 중국이 반격에 나섰다. 같은 방식으로 남중국해에 진입한 미 해군 구축함 사진을 찍어 공개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항행의 자유’ 작전 때문에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군 남부전구는 13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미국 미사일 구축함 벤폴드함이 남중국해 시사군도 해역에 진입했다며 해군과 공군을 조직해 추적·감시하고 퇴거 경고를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벤포드함을 근거리에서 감시하는 사진과 벤폴드함을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 두 장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4월 미 해군 구축함인 USS머스틴함 선상에서 지휘관 2명이 중국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지켜보면서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과 비슷하다. 사진에서 미군 지휘관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뻗어 난간에 올린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당시 이 사진이 공개되면서 미군이 중국군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과시한 것, 미군이 중국군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는 등의 해석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이번에 중국이 이례적으로 미 구축함 감시 사진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중국이 당한 것을 그대로 되갚아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톈쥔리(田軍里)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 대변인은 이날 “미군의 행위는 중국의 주권과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며 국제법과 국제관계 준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항행 패권은 남중국해를 군사화한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남중국해의 안보 리스크 제조자이자 지역의 평화와 안정 파괴자”라고 비난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중국군이 미국 군함에 대응하는 사진을 공개한 것은 강력한 대응 조치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현장 상황을 제때 공개해 미국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으로 군함을 통과시키면서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른바 ‘항행의 자유’ 작전을 반복적으로 펼쳐오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 시간)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효로 판결했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6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최신 항공모함이 6~8년 이내에 전투태세를 갖출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미국의 강경한 움직임에 맞서 중국 측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블링컨 장관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대, 선박 또는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이 있으면 1951년 미국과 필리핀 상호 방위 조약에 따라 필리핀에 대한 방위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고 도발적인 행동을 중단하길 촉구한다”며 “미국은 동맹,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역내 기구와 함께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단선(9개 영역선)을 그어 남중국해의 90% 가량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의 암초에 인공섬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필리핀은 2013년 PCA에 제소했으며 2016년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이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 문제를 부각한 것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6일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등을 만나 “대화와 소통을 통해 민감한 문제를 처리하자”고 손을 내민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군사적 준비 태세를 빠르게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17일 진수된 중국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이 6~8년 이내 전투태세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3년 진수된 미국의 최신 제럴드 포드함이 전투태세를 갖추기까지 9년 걸린 것과 비교해 1~3년 짧은 것이다. 대만해협, 남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갈등이 커지자 중국이 전술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항공모함을 최대한 빨리 실전에 투입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SCMP는 중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항공모함의 전투태세 돌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의 항공모함 운용을 지켜보며 여러 가지 교훈을 얻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미국의 제럴드 포드함이 최신 기술을 활용한 장비를 탑재하면서 준비 기간이 길어진 반면 중국의 푸젠함은 이보다 뒤쳐진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짧아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CMP는 “푸젠함의 전투태세가 갖춰지면 대만 유사시 미국과 서방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 될 것”이라며 “또 중국군이 대만에 상륙을 시도할 때 공중지원과 엄호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 영수(領袖)’ 칭호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절대권력 칭호를 스스로 부여할 만큼 권력 집중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 무게중심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강조한 ‘경제 회복’에서 시 주석의 ‘제로코로나’로 다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홍콩 밍보는 “시 주석이 올가을 제20차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직 연임을 확정지으며 인민 영수 칭호를 얻게 될 것”이라며 “이는 최고 직책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더라도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밍보는 이어 중국 정치학자들을 인용해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이 사용한 ‘핵심’이나 이번 영수 칭호는 ‘무관의 제왕’과 유사하다”면서 “시 주석이 국가주석이나 총서기를 넘겨주더라도 최고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종신 1인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얘기다.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를 맡지는 않았지만 당 핵심으로 불린 덩샤오핑은 사실상 최고 권력자였다. 시 주석으로 권력 집중이 확실해지면서 경제 회복을 이유로 다소 완화됐던 무관용 제로코로나 정책은 다시 강화되는 분위기다. 불과 한두 달 새 경제 회복과 방역 강화 사이를 갈팡질팡한 셈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중국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오전에는 경제 성장 회의, 오후에는 제로코로나 정책 강화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제2 도시 상하이를 2개월간 봉쇄한 여파로 경제가 휘청대자 5월부터 리 총리가 급부상하며 경제 회복에 방점을 뒀다. 그러면서 시 주석 장기 집권도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영수 칭호 ‘획득’으로 전세가 뒤집혔다는 것이다. NYT는 “최근 중국 중앙정부는 리 총리 주도로 방역을 완화해 외자 유치와 소비 증가를 위해 노력했다”며 “하지만 시 주석으로 권력 집중이 확실한 지금 지방 관리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 바로 경질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과 우주 개발·탐사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중국이 지구에서 1억5000만 km 떨어진 소행성을 관측할 수 있는 대규모 우주 레이더 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11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에 따르면 베이징이공대는 중국 서남부 충칭에 고화질 우주 탐사 레이더 ‘중국푸옌(中國復眼)’ 제작을 시작했다. 중국푸옌은 지름 25∼30m의 안테나 20개 이상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 레이더로 주요 소행성은 물론이고 달 금성 화성 목성 등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런민일보는 중국푸옌이 세계 우주 레이더 가운데 가장 멀리까지 도달하는 레이더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룽텅(龍騰) 베이징이공대 총장은 “곤충 눈처럼 다양한 안테나로 구성돼 푸옌(겹눈)이라고 이름 붙였다”며 “(우주의 전자파를) 수집해 소행성을 관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주의 상태 변화를 감지해 소행성 형성 연구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베이징이공대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2025년 발사 예정인 화성 탐사선 톈원(天問) 2호 착륙 지점을 찾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화성과 달 탐사, 우주와 생명 기원 연구, 자원 개발 등에서 미국과 경쟁을 벌이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과 우주 개발·탐사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중국이 지구에서 1억5000만㎞ 떨어진 소행성을 관측할 수 있는 대규모 우주 레이더 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11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에 따르면 베이징이공대는 중국 서남부 충칭에 고화질 우주 탐사 레이더 ‘중국푸옌(中國復眼)’ 제작에 들어갔다. 중국푸옌은 지름 25~30m의 안테나 20개 이상으로 구성될 것 전해졌다. 중국은 이 레이더로 주요 소행성은 물론 달 금성 화성 목성 등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런민일보는 중국푸옌이 세계 우주 레이더 가운데 가장 멀리까지 도달하는 레이더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룽텅(龍騰) 베이징이공대 총장은 “곤충 눈처럼 다양한 안테나로 구성돼 푸옌(겹눈)이라고 이름 붙였다”며 “(우주의 전자파를) 수집해 소행성을 관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주의 상태 변화를 감지해 소행성 형성 연구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베이징이공대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2025년 발사 예정인 화성 탐사선 톈원(天問) 2호 착륙 지점을 찾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화성과 달 탐사, 우주와 생명 기원 연구, 자원 개발 등에서 미국과 경쟁을 벌이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에서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죽음이 일본 개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일본이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11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아베 전 총리의 암살 사건으로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보수층이 압승을 거뒀고 이는 평화헌법 개정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면서 “개헌 이후 일본은 군사대국의 길을 걸을 것이고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전에 없던 긴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일본의 이번 참의원 선거가 ‘조문 전쟁(war of condolence)’으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선거가 치러지는 와중에 보수 세력이 모두 결집해 아베 전 총리에 애도를 표하면서 투표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일본 사회의 보수적 태도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일본 주변국과의 관계 경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다즈강(¤志剛) 중국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문제연구소 소장은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은 일본 대중들의 동정을 얻을 수 있는 상징 역할을 했다”면서 “동정표로 개헌 세력이 대승하면서 일본 평화헌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영 매체 환추시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본이 개헌에 성공하게 되면 그 동안 제약에서 벗어나 향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도 가입하는 등 군사적으로 더 과감한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베 전 총리 암살 사건을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 현재 총리가 미일 동맹을 더 강화하려 할 것”이라며 “미일 양국은 중국을 더욱 공격적으로 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국가 부도 상태인 스리랑카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과 총리가 퇴임을 발표하는 등 정치적 격랑에 휘말리자 중국이 당황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과도하게 차관을 얻어 쓴 것이 스리랑카 국가 부도에 결정적이었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중국에 대한 스리랑카 국민 여론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11일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스리랑카 주재 중국대사관은 스리랑카거주 중국인들에게 “현재 스리랑카 상황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주변 상황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고 외출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반정부 시위로 국가 최고지도부가 붕괴되고 치안이 혼란해져 자칫 중국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대사관은 “스리랑카 빈민이나 경제 위기에 처한 지역에 연료, 식량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스리랑카의 안정을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때 인도양 국제무역 요충지로 주목받으며 고성장을 구가했던 스리랑카는 올 4월 일부 부채 상환을 일시 유예한다고 밝힌 뒤 5월 18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공식 선언했다. 스리랑카 국가부채는 현재 약 510억 달러(약 66조 원)로 이중 250억 달러(약 32조 원)를 2026년까지 상환해야 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와 지급이자는 70억 달러(약 9조 원)가량이지만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스리랑카에서는 일대일로에 동참한 결과 ‘부채의 덫’에 빠졌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항구와 공항, 도로망을 비롯한 인프라 건설과 확장을 추진하면서 중국 차관을 대규모로 도입한 것이 국가 부도 사태까지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스리랑카 정부의 대외 부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면서 “중국이 스리랑카 부채 문제의 근원이란 이야기는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스리랑카 정부가 5월부터 채무 상환 유예 및 탕감을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중(反中)정서마저 생기는 분위기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 등 한미일 3개국 외교장관이 8일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북핵 대응, 중국 및 러시아 견제 등을 포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3개국 외교장관 회동은 올해 2월 미국 하와이 회담 이후 5개월 만이며 박 장관이 18∼21일 일본을 방문하는 일정 또한 양국 정부가 조율 중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반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7일 박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을 겨냥해 “냉전적 사고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되살아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한미 간 밀착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7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을 만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블링컨 장관에게 “당시 논의한 사안들을 후속으로 논의하고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블링컨 장관은 이번 G20 회의에서 동맹을 규합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기로 했다. 왕 부장은 7일 박 장관에게 “한중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 나라 모두가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지역 내에서 강대국 대결 및 집단정치가 횡행하는 것을 피하라고 압박했다. 이날 G20 회의에서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자 발끈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중도 퇴장했다. 앞서 7일 중-러 외교장관은 별도 회담을 갖고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한다는 뜻을 모았다.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은 9일 별도의 양자 회담을 연다. 미중 외교 수장 회동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로마 G20 정상회의 이후 8개월 만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싱하이밍 한국 주재 중국대사(사진)가 “한국이 중국과 디커플링(단절)을 선택한다면 미래 기회로부터 단절되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자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대사가 주재국 정부에 직접 협박성 경고를 던지는 것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싱 대사는 전날 한 언론사 포럼에 참석해 “한국과 중국 교역량은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교역량을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한국과 중국의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고려할 때 서로 멀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은 미래 기회에서 디커플링 되는 것”이라며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을 선택할지는 한국에 혜택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싱 대사는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났고 중국을 떠나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미국을 거명하며 “외부 간섭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에 대항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같은 협력체를 만들어 한국을 끌어들이면서 중국과 한국의 협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한국 주재 중국대사가 “한국이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선택한다면 미래 기회로부터의 디커플링을 의미할 뿐”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인도태평양지역 및 세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움직임에 적극 동조하자 이를 경계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7일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전날 한국 한 포럼에 참석해 “한국과 중국 교역량은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교역량을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한국과 중국의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고려할 때 서로 멀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은 미래 기회로부터 디커플링”이라고 강조했다. 싱 대사는 한국에서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났고 중국을 떠나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미국을 거명하며 “외부 간섭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에 대항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같은 협력체를 만들어 한국을 끌어들이면서 중국과 한국의 협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 대사는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을 선택할 것인지는 한국에 혜택을 줄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이중순환 발전’은 “내수 위주 자립경제를 구축하고 이어 국제무역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하려는 경제발전전략”이라며 “외부에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내수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는 “비자, 국경 입국, 검역 정책 등을 대폭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취업이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습니다. 친구들은 저를 무척 부러워해요.”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 징마오(經貿)대 인근에서 5일 전 이 학교를 졸업한 가오(高·22)모 씨를 만났다. 그는 졸업과 함께 시내의 작은 출판 관련 국영기업에 입사했다.》 징마오대는 베이징대, 칭화대처럼 중국 밖에서는 유명하지 않지만 현지에서는 상당히 좋은 학교로 꼽힌다. 성적이 좋고 여러 기업에서 인턴 경험도 했던 그는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유명 대기업 혹은 중국에 진출한 서구 기업에 쉽게 취직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마지막 학년을 맞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합격하지 못했고 현 직장에 간신히 취업했다고 했다. 가오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취업 공고를 내지 않는 기업이 많다. 졸업 동기 중 아직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한 친구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과거 연봉이 높은 민간기업을 선호하던 또래 대학생들이 구직난이 심화하자 안정적인 국영기업 쪽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中 빅테크는 감원 중 4월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대졸자는 1076만 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909만 명)보다 167만 명 늘었다. 2013년만 해도 699만 명이었지만 채 10년도 안 돼 약 400만 명이 급증했다. 기존의 미취업자까지 포함하면 올해 대졸 구직자가 16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고용 시장 전망은 어둡다. 구직사이트 자오핀(招聘)에 따르면 올해 취업시즌(3∼4월) 대졸자의 취업률은 46.7%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16%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로 경기 둔화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은 하반기에는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국이 목표로 하는 올해 경제성장률 5.5% 달성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는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다. 이는 중국 특유의 ‘제로(0)’ 코로나 정책에 따라 올 상반기 내내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가 대규모 봉쇄를 단행했고, 이로 인해 경기가 악화되면서 많은 기업이 신규 고용 여력이 없는 상태로 내몰린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특히 지난해 내내 당국의 강력한 규제 철퇴를 맞은 정보기술(IT), 부동산, 사교육,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은 상당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텐센트, 바이트댄스, 징둥닷컴 등 주요 빅테크 업체 또한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텐센트가 국민 메신저 ‘위챗’ 등을 포함한 핵심사업 분야 직원은 물론 고위직까지 포함된 감원을 연말까지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 역시 상하이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 직원 300여 명 중 절반 이상을 해고했다. 온라인 교육 서비스 관련 부서에서도 30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앞서 3월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 역시 1만 명을 줄일 계획을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본격화한 전 세계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조짐,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상황 등도 하반기 고용시장 전망을 어둡게 한다. 런민대 고용연구소는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져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도시 실업률은 6.9%로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한 2020년 2월(6.2%)을 넘어섰다. 특히 16∼24세 청년층의 도시 실업률은 4월(18.2%)과 5월(18.4%)에 모두 18%대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취업 질도 악화 취업난으로 인재들의 하향 지원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취업의 질도 악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오핀 조사 등에 따르면 대졸자의 상당수가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 배달 종사자보다 더 낮은 급여를 받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열풍도 불고 있다. 기자의 중국인 지인은 지난달 최고 명문 베이징대를 졸업한 양(楊)모 씨가 졸업 후 베이징이 아닌 인근 허베이성 창저우(滄州)의 공무원이 됐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서울대와 유사한 위상을 지닌 베이징대 졸업생들은 대부분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4대 도시의 대기업에 취직해 또래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다. 몇 년 전만 해도 베이징대 졸업생이 소도시의 하급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 역시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역대급 취업난으로 명문대생 사이에서도 “일단 취업부터 하고 보자”는 인식이 널리 확산됐다고 했다. 지방 공무원 시험도 인기다. 지난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구 35만 명인 광둥성 허핑(和平)현이 공무원 채용을 실시하자 베이징대 등 중국 상위 5개 대학 졸업생 및 해외 명문대 석사 700여 명이 이력서를 제출했다. 미 경제매체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대기업, 주요 빅테크, 대형 법률회사 등을 가려던 명문대 졸업자들이 낮은 급여를 감수하고 시골 공무원을 자청하고 있다고 SCMP는 진단했다. 4월 베이징 차오양구에서 주차단속 업무 등을 하는 말단 공무원 ‘청관(城官)’을 뽑았을 때도 합격자 중 베이징대 박사 출신, 중국의 대표 외교관 양성기관으로 꼽히는 외교대 졸업생, 영국 맨체스터대 졸업생 등이 포함돼 큰 화제를 모았다. 대졸자 하방 권하는 당국 일자리 대란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우려한 당국은 주요 부처와 관영매체를 동원해 지식인을 시골, 공장 등으로 보내는 ‘현대판 하방(下方)’ 운동을 벌이고 있다. 1960년대 문화대혁명 후폭풍으로 일자리가 부족해지자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이 1700만 명의 지식인을 농촌으로 내려보낸 것에서 유래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또한 한때 산시성 토굴에서 머무른 하방의 당사자다. 지난달 초 교육부는 대졸자의 농촌 취업을 권장한다며 “농촌에서 창업하면 각종 세금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16일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낙후된 서부로 가자는 ‘고웨스트(Go West)’ 프로그램을 보도했다. 하루 뒤 관영 환추시보 역시 귀향한 대졸자들이 농촌에서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를 상세히 전했다. 당국은 올가을 제20차 공산당 당대회에서 3연임을 노리는 시 주석을 위해 지방정부 동원에 나섰다. 각 지방정부가 지역별 고용 안정 책임제를 도입해 취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국무원 회의는 “고용 안정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창업 지원, 농촌 인프라 투자 확대, 미취업 대학 졸업자에게 100만 개 이상의 인턴직 제공 등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