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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대신에 어묵에 소금을 살짝 치면 비슷한 맛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대신 넣긴 했는데 맛이 예전만 못해서 걱정입니다.” 8일 낮, 서울 광진구의 한 분식점에서 1줄에 1500원인 김밥을 주문하자 어묵 두 줄, 시금치, 햄, 당근만 든 ‘반쪽 김밥’을 들고 나온 가게 주인 A 씨가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계란 값이 비싸 인기 메뉴인 계란튀김은 아예 못 만들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이 대량 도살처분 되고 그로 인한 가격 인상 탓에 식당가에서 계란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울 한 대학가에서 일본식 문어구이(다코야키) 노점을 운영하는 B 씨는 “며칠 전까지 옆에서 멀쩡히 계란빵을 팔던 노점이 문을 닫았다”며 “나도 며칠 남지 않았다”고 푸념했다. 지난해 12월 계란 몇 판을 사재기해 뒀지만 얼마 안 가 바닥날 처지라는 것. 서울 강남구의 한 토스트 전문점은 손님이 줄어들 것까지 각오하고 ‘사진에 있는 계란은 제품에 포함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내다 걸었다. 계란이 사라진 메뉴는 서울 노량진 수험생들까지 허탈하게 했다. ‘노량진 컵밥’을 즐겨 먹던 김모 씨(19)는 며칠 전 단골집 컵밥에 계란이 빠진 걸 알았다. 김 씨는 “그 대신 햄과 치즈가 더 많이 들어 있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맛이 달랐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단골 쫄면 집에 갔는데 계란 반 조각을 8분의 1조각으로 줄였더라”, “집 앞 마트에 갔는데 ‘다른 물건을 사지 않고 계란만 구매하는 건 안 된다’고 퇴짜를 놓더라” 같은 경험담이 올라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계란 여러 개를 한꺼번에 조리하는 일종의 허세인 ‘란수저(계란 금수저)’ 인증 사진이 유행이다. 이날 인스타그램에서 ‘부자 인증’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니 심지어 계란 6개를 한 프라이팬에 부치는 등 다양한 ‘란수저’ 사진이 수없이 떴다. 계란 가격 급등의 여파는 군부대까지 미쳤다. 계란 전담 공급업체인 농협은 최근 국방부와 협의해 공급량을 30% 이상 줄였다. 경기·충청지역의 일부 군부대는 이달 들어 계란을 거의 공급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유통이 금지된 토종닭 58만 마리를 9일부터 수매하기로 했다. 정부가 토종닭을 수매하는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산란종계가 낳은 병아리가 다시 계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는 최대 1년이 걸린다”며 계란 가격 상승세가 올 한 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단비·손가인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서 시작한 촛불집회가 성탄절 전야인 24일 축제의 장(場)으로 진행됐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도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날 9차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60만 명(경찰 추산 3만6000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전국적으로는 70여만 명(경찰 추산 5만3000명)이 몰렸다. 참가자들은 오후 5시 본집회, 오후 6시 행진을 거쳐 오후 8시경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와 ‘하야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연 뒤 오후 10시경 해산했다.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없었다. 광화문광장 곳곳은 집회라기보다는 성탄절을 앞둔 주말 축제에 가까웠다. 사전 행사로 열린 ‘청년 산타대작전’에서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청년들이 “청와대로 수갑을 선물하러 가겠다”며 캐럴을 개사한 피켓을 흔들었다. 이들은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동화책과 산타클로스 모자, 사탕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캐럴을 시국을 풍자하는 노래로 바꿔 부르는 ‘시민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코너에서도 시민들은 ‘촛불 이겨서 하야한다면 흥겨워서 소리 높여 노래 부를래’(‘징글벨’을 개사)처럼 박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탄핵의 주장을 담은 무대를 선보였다. 시민들은 성탄절과 촛불집회를 함께 즐기기 위해 가족끼리, 연인끼리 광장을 찾았다. 대학생 김소현 씨(20)는 “즐거운 성탄절을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다”며 크리스마스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박근혜 퇴진’을 꼽았다. 청와대와 국무총리 공관, 헌법재판소 방향 행진도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경찰과 법원이 8차 촛불집회와 달리 헌재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근처까지만 행진을 허용하자 일부 시민들은 장난감 ‘뿅망치’를 법봉(法棒) 삼아 경찰버스를 두드리는 ‘헌재 판결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친박 단체들도 이날 청계광장과 서울광장, 대한문 앞 등지에서 잇달아 집회를 열고 헌재에 박 대통령 탄핵을 기각할 것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집회 참가자가 160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1만5000명 정도라고 추산했다. 일부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주장에 불만을 제기해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친박단체 회원들은 저녁이 되자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에 맞서 야광 태극기를 준비해 흔들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금고와 태블릿PC, 그리고 주사 아줌마. 최순실 씨의 집에서 일하며 그를 지근거리에서 관찰한 최 씨의 가사도우미와 입주 육아도우미는 최 씨의 집안 생활 가운데 이 세 가지를 특징으로 꼽았다. 이들은 “최 씨가 2개의 금고에 무언가를 보관했다. 태블릿PC는 항상 안방 책상에 올려뒀다”고 증언했다. ‘주사 아줌마’가 매주 집에 찾아와 최 씨에게 태반주사를 놓았다고도 전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이 증언을 확보하고 사라진 금고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경기 성남시의 한 식당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최 씨의 가사도우미 A 씨와 입주 육아도우미 B 씨는 최 씨의 집안 생활을 상세히 증언했다. A 씨는 2014년 말부터 올해 9월까지 약 2년, B 씨는 지난해 중반부터 1년여 동안 일했다. A 씨 등에 따르면 최 씨는 사무실 금고 외에 추가로 집에도 빨간색과 검은색 금고 2개를 갖고 있었다. 빨간색은 안방에, 검은색은 딸 정유라 씨(20) 방에 보관돼 있었다. A 씨는 최 씨가 언제 금고를 구입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2014년 말 처음 일하러 갔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금고 주변에 개미 한 마리도 얼씬 못 하게 할 정도로 조심했다고 한다. 금고가 있는 방은 최 씨가 문을 열어줄 때만 청소했다. 최 씨는 이사를 할 때도 금고만큼은 이삿짐센터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30년간 집사로 일했다는 문모 부장, 운전기사 방모 과장과 함께 직접 승합차로 옮겼다. 이를 볼 때 금고에는 수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진 그의 은닉 재산의 실체를 밝힐 핵심 증거가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우미들은 처음에는 최 씨를 ‘검은돈을 주무르는 브로커’쯤으로 생각했다. B 씨는 “평소 최 씨가 돈 얘기를 할 때는 보통 규모가 수십억, 수백억 원대였다”며 “우연히 집에서 최 씨의 전남편 정윤회 씨의 주민등록등본을 보고서야 그의 정체를 알았다”고 말했다. 도우미들은 최 씨가 쓰는 태블릿PC는 항상 충전기에 꽂힌 채 안방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태블릿PC 옆에는 메모지가 있어 업무용으로 보였다”며 “최 씨가 독일에 갈 때도 태블릿PC를 여행용 가방에 넣어 갔다”고 밝혔다. A 씨는 “쓰레기통에 떨어진 충전기를 무심코 버렸다가 최 씨가 ‘당장 찾아오라’고 닦달한 적도 있다”고 얘기했다. 최 씨가 태블릿PC를 자주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으로, 이는 “태블릿PC를 갖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는 최 씨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A 씨는 다만 대통령의 연설문 등이 담긴 ‘문제의 태블릿PC’와 같은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최 씨 집에는 주사기와 태반 앰풀 등이 한 상자씩 보관돼 있었다. 주사 아줌마가 일주일에 한 번 찾아와 주사를 놓았다”고 밝혔다. 최 씨가 단골 병원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에게 ‘최보정’이란 가명으로 미용시술을 받은 것 외에 집에서도 여러 차례 태반주사를 맞았다고 한 것이다. 주사 아줌마는 최순실 씨 외에 최 씨의 언니인 최순득 씨 집, 순득 씨의 딸 장시호 씨의 집도 찾아갔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들은 최 씨가 ‘청와대 김밥’으로 추정되는 김밥을 수차례 건네줘 먹은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전직 양식 조리장 한상훈 씨(44)는 최근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매주 일요일 청와대에 출입한 최 씨가 집에 돌아갈 때면 늘 김밥을 싸달라고 요구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B 씨는 “가끔 검은 봉지에 김밥을 담아와 먹으라고 줬다”며 “(최 씨의 살림) 수준에 맞지 않는 음식이라 기억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박훈상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가 사무실에 뒀던 금고 외에도 자택에 소형 냉장고 크기의 금고 2개를 보관하다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 씨의 가사도우미와 육아도우미를 22일 소환 조사해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최 씨와 관련한 자금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들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금고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최 씨의 가사도우미 A 씨와 입주 육아도우미 B 씨는 2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최 씨가 마지막 거주지인 서울 강남구 고급 아파트에 검은색과 빨간색 금고 2개를 갖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최 씨는 금고가 있는 방문을 늘 잠가 놓았고, 금고를 열 때는 주변에 아무도 얼씬도 못 하게 해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올 9월까지 최 씨 집에서 일했다. 검찰은 시민단체의 고발을 접수한 지 한 달이 다 된 10월 26일에야 최 씨의 집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금고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최 씨가 수감 중이던 지난달 초 측근을 통해 사무실 금고를 다른 곳으로 옮긴 정황도 드러났다. A 씨 등은 또 최 씨의 국정 농단 증거인 태블릿PC와 관련해 “최 씨가 항상 안방 책상 위에 올려두고 썼다. 태블릿PC는 늘 충전기에 꽂힌 상태였고, 그 옆에 메모지가 있어 업무용으로 보였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영국과 일본의 저명한 정치학자들, 비정상적인 탄핵운동 지적.’ ‘대한민국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이달 6일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영국 정치학자 아르토리아 펜드래건과 일본 정치학자 히키가야 하치만(比企谷八幡)이 한국 국민의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를 비판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국내 주류 언론은 이런 내용을 거론조차 안 한다’ ‘외국인이 보는 눈이 정확하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하지만 기사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의 이름을 학자 이름인 것처럼 속여 쓴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가짜’로 드러났음에도 이 글은 여전히 소셜미디어에서 진짜 뉴스로 둔갑한 채 퍼지고 있다. 어수선한 시국을 틈타 가짜 뉴스가 민감해진 국민을 자극하고 있다. 돈을 뜯어내는 범죄 미끼로도 악용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 ‘찌라시’(사설정보지), ‘뉴스 어뷰징’(기존 기사를 자극적으로 재생산하는 행위)에 이어 이제 가짜 뉴스들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올해 대선을 치른 미국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내년 대선 준비가 한창인 독일에서도 가짜 뉴스들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재미로 시작해 혐한, 범죄 도구로 국내에서는 누리꾼들이 호기심이나 재미로 가짜 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엔터테인먼트 앱으로 분류된 ‘페이크뉴스’는 10대도 손쉽게 가짜 기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앱이다. 제목, 언론사명, 본문을 자유롭게 써넣고 저장하면 입력 내용이 감쪽같이 포털 앱에 뜬 기사 이미지로 변신한다. 이미지 파일을 버튼 하나만 눌러 카카오톡으로 공유할 수 있다. 2년 전 고등학생 때 앱을 개발한 배재성 씨(19)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미 실현된 사실인 듯 기사로 만들어 간직하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개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사람들을 속이니 재미있다’거나 ‘친구들이 진짜인 줄 안다’는 등의 후기를 남겼다. ‘데일리파닥’은 ‘친구를 낚는 강태공이 되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가짜 뉴스 제작 사이트다. 이용자가 입력한 기사에 ‘정부는 4월 1일이 만우절이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는 문장이 덧붙기 때문에 가짜 뉴스임을 알 수 있지만 본문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로 착각할 정도다. 가짜 뉴스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조직적인 선동 도구가 되고 있다. ‘한국신문’이란 매체는 홈페이지에 ‘한국 뉴스를 널리 전하는 것이 사업 목표다. 사회를 움직이는 게 목표다’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이 홈페이지의 기사들은 오히려 혐한 기류를 키우고 있다. ‘한국에서 기형아 시체로 통조림을 만든 기업이 적발됐다’는 거짓 기사는 최근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 트위터에서 조롱거리가 됐다. 사기꾼들도 가짜 뉴스로 피해자를 낚는다. 탄핵 요구가 거셌던 지난달 말 갑자기 ‘박근혜 사임. CNN 속보’라는 제목을 앞세운 e메일이 퍼졌다. 사람들이 CNN 기사로 소개된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하면 PC에 랜섬웨어가 깔리게 돼 있었다. 랜섬웨어는 PC 파일을 암호화해 암호를 풀려면 인터넷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게 만드는 악성 코드다.미국에선 가짜 뉴스가 신사업 미국에선 가짜 뉴스가 신사업이 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광고 전공자 등 2명이 운영하는 유사 언론 ‘리버티 라이터스 뉴스’는 매달 최대 4만 달러(약 4800만 원)의 수익을 낸다. 서비스 시작 3개월 만에 하루 방문자 수가 70만 명이 됐고 매달 갑절로 뛴다. 투자는 페이스북 계정 리모델링에 매달 3000달러를 들이는 정도다. 인기가 상당하다 보니 최근 크라이슬러, 보스 등 대기업들도 가짜 뉴스 사이트에 광고를 내 논란이 됐다. 동유럽에선 가짜 뉴스가 구직 청년들의 돈벌이 수단이 됐다. 조지아에 사는 컴퓨터공학 전공자 베카 라차비제 씨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가짜 뉴스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고백했다. 간단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이면 충분하다. 처음엔 친(親)힐러리 클린턴(민주당) 웹사이트를 운영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공화당)에게 유리한 가짜 뉴스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이내 대박을 터뜨렸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인 입국을 막겠다고 멕시코 정부가 발표했다’는 가짜 뉴스는 특히 반응이 뜨거웠다. 뉴스가 올라간 그달에만 광고 수익으로 6000달러를 벌었다. 마케도니아에서도 가짜 뉴스 사업은 인기다. 지난해에만 140여 개의 관련 웹사이트가 만들어지면서 이미 시장은 포화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가짜 선호 세태, ‘팩트 폭행’ 낳아 거짓이어도 자기 입맛에 맞는 기사만 즐기려는 세태는 ‘팩트 폭행’ 현상까지 초래했다. 팩트 폭행은 사실을 밝혀 상대방의 정곡을 찌른다는 뜻이다. 사실을 접하는 게 폭력적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병리 현상이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보고 싶은 기사만 보려는 욕망 때문에 팩트 폭행이란 현상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가짜 뉴스가 인기를 끌면서 각국 정부와 대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몇 달 전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아돌프 히틀러 딸이란 허위 기사가 퍼졌다.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이 나서 “가짜 뉴스 유포자를 철저히 수사하겠다. 가짜 뉴스 유포는 최대 징역 5년형까지 가능한 범죄”라고 엄포를 놨다. 가짜 뉴스 유통망이 됐다는 비판을 받은 페이스북은 거짓 뉴스를 걸러내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코리아도 본사 방침에 따라 내년부터 거짓 뉴스를 걸러내기로 했다. 국내 다른 포털에서도 강력한 오보 규제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일부 포털이 ‘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오보를 견제하지만 강하게 규제하려면 거짓인지 아닌지 모호한 기사가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권기범·한기재기자 }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6명이 4차 산업혁명을 잘 모르거나 아예 처음 들어봤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13일 서울 용산구 나진전자월드에서 '4차 산업혁명과 청년일자리 청춘 토크쇼'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4차 산업혁명 청년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만 19~34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청년 10명 중 6명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모른다(60.8%)'고 답했다. '들어는 보았으나 내용은 모른다'라고 답한 사람은 응답자 전체의 42.7%, '전혀 모른다(처음 들었다)'라고 답한 사람은 18.1%에 달했다.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39.2%에 그쳤다. 청년 응답자 중 80.3%는 '4차 산업혁명이 자신의 미래(일자리와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그런 상황에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56.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준비가 돼 있다'고 답한 사람은 12.4%에 그쳤다. 청년들의 걱정은 주로 일자리 감소(31.6%), 경제적 양극화 심화(23.1%) 문제 등에 쏠려 있었다. 특히 기술적 변화로 인해 3~5년 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은 58.8%, 10년 이후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의견은 69.7%에 이르렀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며(72.1%), 더불어 청년을 위한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85.4%)고 입을 모았다. 특히 '맞춤형 교육·훈련 지원정책(37.8%)'과 '취업·창업 지원 정책(36.4%)' 등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등으로 자신의 일자리가 대체돼 취업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직업 교육 및 취업·창업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청년!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다'라는 주제로 토크쇼도 열렸다. 토크쇼에는 박용호 청년위원장,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박사,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 김한준 한국고용정보원 박사가 참석했다. 박 위원장은 "현실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청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며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정책 제언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권기범기자 kaki@donga.com}

“제가 한 방법이 맞습니다.” 스무 살 인턴 개발자가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편안하게 말하는 모습. 개인 간 거래(P2P) 대출 서비스 스타트업인 ‘렌딧(LENDIT)’의 김성준 대표(31)가 2010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정보기술(IT)업체 인턴으로 일하면서 겪은 일이다.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토론문화는 그에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KAIST를 나온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관심을 갖던 중 우연히 한 기업의 인턴 공고를 발견해 지원했다. 7명의 동료 인턴과 함께한 실리콘밸리 생활. 인턴과 회사의 태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인턴들이 나서서 회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추가로 필요한 앱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회사는 인턴에게 자유로운 개발을 맡기면서 ‘프로젝트를 완성할 책임’도 부여했고요. 인턴은 ‘시키는 일만 한다’는 선입견이 깨졌죠.”○ ‘책임 있는 자율’과 ‘핵심에 집중하는 태도’ 김 대표는 인턴 시절 겪은 ‘책임 있는 자율(Responsible Autonomy·숙련된 인력들에게는 최대한의 자율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경영 이론)’을 한국에서 창업한 렌딧에 이식했다. 사무실에는 칸막이가 없고, 직원 모두 서로 이니셜이나 이름으로 부른다. 인턴부터 대표까지 참여하는 토론도 연다. 렌딧 직원들은 자신의 ‘지출 결의서’를 전 직원이 공유한다. 자신이 쓴 공금을 모두에게 공개하도록 해 비용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렌딧은 설립 1년 5개월 만에 누적 매출 220억 원을 올렸다. 이용자 270만 명을 확보한 교육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회사 ‘클래스팅’의 프로젝트매니저인 김태우 씨(28)도 2009년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 투자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내가 본 실리콘밸리 기업의 가치는 ‘기업문화’나 ‘멋진 사무실’이 아니라 ‘핵심에 집중하는 업무 태도’”라고 말했다. 김 씨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의미 있는 수익을 거두기 전에는 고객 개발과 성장에만 집중한다”며 “그런 방식들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쓸데없는 노력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생리대 회사 ‘산들산들’의 공동창업자 서성훈 씨(26)는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마음으로 경험과 식견을 공유해준 멘토들을 만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산들산들은 소비자들이 생리대를 하나 사면 또 다른 하나가 저소득층에 기부되는, 이른바 ‘착한 생리대’를 파는 회사다. 10월 법인 설립 후 제품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서 씨는 한동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교내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면서 실리콘밸리 글로벌혁신센터(KIC)에서 3개월간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50, 60대 기업인들이 친구처럼 적극적으로 조언을 해줬습니다. 직급이 높은데도 체면이나 권위를 따지지 않고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받더라고요.” 그들은 서 씨에게 “마음먹기에 따라 에너지가 다르다”며 “남들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서 씨는 “그들의 조언이 인생을 바꿨다”고 말했다.○ 대학들, 실리콘밸리에서 예비 창업가 양성 실리콘밸리 인턴 출신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변성현 스페클립스 대표(35)는 스탠퍼드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2006년 팰로앨토에 있는 ‘로버트 보쉬 연구·기술센터’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는 졸업 이후 미국과 한국의 회사에서 일하다 지난해 11월 스페클립스를 창업했다. 레이저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진단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올 2월엔 실리콘밸리에 자회사를 설립한 뒤 미국 호주 캐나다 등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실리콘밸리 파견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KAIST창업원은 지난해부터 매년 실리콘밸리에 있는 반도체장비업체 램리서치에 학생 2명을 인턴으로 보내고 있다. 가천대는 올해 ‘방문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 10명을 실리콘밸리에 파견했다. 국민대 컴퓨터공학부는 어바인 캘리포니아대와 연계해 지난해부터 학생 총 43명을 실리콘밸리에 보냈다. 한동대는 2014년부터 매학기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열어 수상자들에게 실리콘밸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권기범 kaki@donga.com·이샘물 기자}

슝이팡 창업자는 명문 싱가포르 난양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유학파 엘리트다. 1989년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태어난 그는 ‘싱가포르의 MIT’로 불리는 난양공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전공 공부 대신 재학생들의 창업을 장려하는 난양기술경영센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촹커(創客·창업자)를 꿈꿨다. 졸업 직후 소셜커머스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곧 사업을 접었지만 이때의 경험이 이항을 설립하는 데 큰 발판이 됐다. 2012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슝 창업자는 듀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귀국해 이항을 창업했다. 톡톡 튀는 신세대답게 창업 자금도 크라우드펀딩(소셜미디어와 모바일 네트워크 등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 업체를 통해 조달했다. 그는 2014년 4월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에서 모형항공기 애호가인 칭화대 컴퓨터학과 졸업생 후화즈(胡華智), 베이징대 출신 영업 귀재 양전취안(楊鎭全)과 “세상에서 가장 조종하기 쉬운 드론을 만들자”며 이항을 창업했다. 그는 “허름한 창고에서 친구 2명과 만든 회사가 직원 300명의 기업으로 변해 우리도 얼떨떨하다”며 “광저우뿐 아니라 베이징과 상하이, 미국 캘리포니아, 독일 뒤셀도르프에도 사무실이 있다”고 말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올해 1월 이항의 기업 가치를 4억 달러(약 4400억 원)로 평가했다. 이들이 설립 한 달 만에 내놓은 ‘고스트’는 이항의 설립 목표가 고스란히 반영된 제품이다. 당시 대부분의 드론이 조종기가 무겁고 복잡했지만 고스트는 어린이들도 쉽게 조종할 수 있도록 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체했다. 특히 휴대전화 조종의 한계였던 불안정한 연결 문제를 신호증폭기 ‘G-Box’로 해결해 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곳에서도 드론 조종이 가능하도록 했다. 고스트에 ‘하늘을 나는 아이폰’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고스트는 조종자가 ‘A에서 B로 이동하라’고 경로를 정해 주면 저절로 날아가는 자동비행 모드, 특정 목표물을 정해 주면 스스로 이를 뒤쫓는 추적비행 모드 기능이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드론이 이 성능을 갖췄지만 당시만 해도 혁명에 가까웠다. 설명서가 굳이 필요 없는 간단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도 고스트만의 장점이다. 고스트가 세계 70개국으로 수출되는 대성공을 거두자 투자자금이 물밀듯 들어왔다. 각각 미국과 중국의 벤처캐피털인 GGV와 세쿼이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데모아워와 인디고고 등을 통해 약 2년간 5000만 달러(약550억 원)가 넘는 돈이 들어왔다. 이항은 이를 고스란히 연구개발에 쏟아부었고 지난해 11월 ‘고스트 2.0’, 올해 1월 ‘이항184’를 연이어 출시할 수 있었다.베이징=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유인(有人) 드론이 위험하다고요? 무인 자동차보다 훨씬 안전한 교통수단이 유인 드론입니다.” 올해 초 세계 최초의 유인 드론 ‘이항184’를 만들어 세계적 주목을 받은 중국 드론업체 이항(Ehang·億航)의 슝이팡(熊逸放·27) 공동창업자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기자에게 건넨 첫마디였다. 4월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장난감 박람회 ‘하비엑스포차이나’의 이항 부스에서 만난 슝 창업자는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의 우두머리가 아닌 수수한 공대생처럼 보였다. 면도를 하지 않은 얼굴, 덥수룩한 더벅머리, 허름한 회색 티셔츠 차림이었지만 드론 이야기를 꺼내자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가 왜 2014년 4월 이항을 설립한 지 불과 2년 만에 세계 드론업계를 쥐락펴락하는 젊은 거물이 됐는지 알 수 있었다. 이항은 군사용 목적으로 개발된 후 항공 촬영, 농약 살포 등에 주로 쓰이던 드론이 교통수단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줘 드론의 신기원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DJI를 겨냥해 ‘싼 가격’으로만 승부하는 다른 중국 드론업체와 달리 이항은 처음부터 ‘자율비행’이란 명확한 콘셉트로 차별화를 추구했다. 올해 2월 미 경제월간지 패스트컴퍼니가 이항을 ‘세계 최고 혁신기업’으로 선정한 이유다. 과거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발 빠른 추격자)’였던 중국 기업이 업계 혁신을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시장 선도자)’로 올라섰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이항이다.○ 운전사 없는 드론 택시 이항184와 일반 비행기의 차이점은 조종사의 면허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즉 테슬라나 구글이 개발 중인 무인 자동차의 개념을 하늘 위로 옮겨놓은 일종의 ‘드론 택시’가 이항184다. 안타깝게도 이날 행사장에서 ‘이항184’의 실물을 볼 순 없었다. 슝 창업자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6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이항184’를 출품했더니 관람객의 관심이 오로지 이 제품에만 쏠려 ‘고스트(Ghost) 2.0’을 보지 않더라”며 “이번 박람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까 봐 일부러 가져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항184는 100kg까지 싣고 비행할 수 있어 성인 남자 1명이 타기에 충분하다. 최대 시속 100km로 약 23분을 비행할 수 있으며 고스트와 마찬가지로 자율주행 기능을 갖췄다. 올해 말 시판 예정으로 예상 가격은 최대 30만 달러(약 3억3000만 원)다. 올해 5월 시험 운행 중이던 무인 자동차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 데다 조종사가 없는 유인 드론이라는 점에서 이항184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슝 창업자는 “많은 자동차 및 항공 사고가 부품 결함이나 기상 악화가 아니라 운전자의 실수로 일어난다”며 “조종할 필요가 없는 유인 드론이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좁은 도로, 수많은 보행자와 자동차가 있는 지상과 달리 하늘에는 장애물이 적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항184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기체에 이상이 감지되면 즉시 인근의 안전한 장소에 착륙하도록 하는 페일세이프(fail-safe) 기능, 전원 일부가 소실돼도 몇 분간 비행이 가능한 기능 등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격 운행 전 특정 구간만 반복 운행하는 일종의 관광용 드론으로 쓰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모든 드론 관리” 통합관제센터 꿈꾼다 드론으로 물품을 배달하는 드론 택배조차 상용화되지 않은 지금 드론을 ‘하늘을 나는 유인 자동차’로 만들겠다는 그의 계획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슝 창업자는 “처음 유인 드론을 기획했을 때 ‘미쳤다’는 말도 들어봤다. 신경 쓰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는 “세계 어디를 가도 드론이 날아다닐 지상 500m 높이에 장애물이 있는 나라는 없다”며 “무인 자동차 시대가 열렸는데 드론 택시라고 왜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슝 창업자는 이제 유인 드론을 넘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드론을 관리할 수 있는 통합 관제센터를 구축하고 싶다”며 “드론이 인명 구조, 운송, 테러 방지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만큼 모든 드론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고성능·고품질의 드론을 생산하는 수준이 아니라 드론 생태계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플랫폼 업체로 거듭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드론 인터랙티브 사이트(interactive.donga.com/drone)로 이동합니다. 드론으로 촬영한 생생한 동영상과 사진, 드론 관련 기사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베이징=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01탄핵 이후는 어떻게? "국정 수습 준비 서두르자" 국가 원로들의 제언#.02"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한동안 국정 혼란은 불가피하다. 빨리 수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핵 그 이후'를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국가 원로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03대통령 탄핵에 새누리당 비주류가 합류할 뜻을 분명히 하면서 9일 탄핵안 표결이 코 앞으로 다가왔죠. 문제는 여야 모두 탄핵안 가결 정족수를 둘러싼 표 계산에만 분주할 뿐 탄핵 이후 국정 수습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는 거죠.#.04"탄핵으로 국정 책임의 한 축이 사라지는데 다른 한 축인 국회를 중심으로 초유의 권력 공백에 대처할 논의 기구가 필요하다.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지만 리더십에 한계가 있다. 이 난관의 해법을 각계가 논의해야 한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05"대통령이 당장 물러나면 충분히 검증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사이다 Vs 고구마 논쟁을 하며 정권이 다 넘어온 듯한 행태를 보인다"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06원로들은 조기 대선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대선 일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대선 정국인데 이를 방치하면 혼란만 가중된다. 조기 대선 로드맵을 짜야 한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지도자가 개인적 욕심을 내려놓고 국가 위기를 풀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07"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나오기 전 즉각 사퇴하라"는 야권 주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탄핵의 정신은 헌재의 탄핵 심판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묻는 데 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국민에게 일상으로 돌아가 심판을 기다리자고 설득해야 한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전 헌법재판연구원장)#.08반론도 있죠. "헌재는 출범할 때부터 정치적인 사법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 탄핵 소추가 접수되면 신속하게 심판을 내려야 한다"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09정치권과 달리 국민들은 탄핵 이후에 대한 의견을 SNS에 활발히 개진하고 있죠. "탄핵안이 부결되면 횃불을 들고 국회로, 가결되면 촛불을 들고 헌재로 가자" "탄핵안 가결 여부에 관계없이 10일 7차 촛불집회를 할 것" -누리꾼들의 반응#.10전문가들은 촛불집회가 정치권 결정을 바꿀 수 있음을 확인한 국민들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번 사태로 국민이 주권자라는 의식이 생겼다. 정국 현안에 대해 계속 국회와 정부를 압박할 것"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11탄핵 여부도 중요하지만 사회 혼란을 수습하는 일은 더 중요합니다. 과연 우리 사회는 탄핵 이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2016.12.06 화원본 | 홍수영·권기범 기자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조성진 인턴}
역대 최대 인원(주최 측 추산 232만 명)이 참여한 6차 촛불집회가 주춤거리던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을 ‘탄핵안 표결’로 끌어내면서 국민들 사이에 ‘우리가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탄핵 이후 정국에 대한 마땅한 로드맵을 내놓지 못하는 국회와 달리 자신감을 얻은 국민들은 ‘탄핵 시나리오’ 등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개진하면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5일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자유투표로 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들은 “촛불집회의 힘”이라고 자평했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관련 기사에는 “국민이 이깁니다”(jesu****) “집회 참가자들이 지치면 어떻게 하나 조마조마했는데 이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모두 고맙다”(wonw****) 같은 댓글이 달렸다. 국민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국회와 청와대 상황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어떤 반격을 할지 모르니 지켜보다가 필요하면 광장으로 뛰어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탄핵 결과를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기 위해 9일 국회 방청권을 얻었다”거나 “탄핵안에 누가 반대했는지도 공개해야 한다”는 글도 등장했다. 모바일 메신저 등에서는 “여당 비주류 의원 일부가 기권표를 던지면 가결 정족수(200명)를 넘지 못해 탄핵안이 부결될 것”이라는 ‘디테일’한 의견을 달며 정치권을 계속 압박해야 한다고 동참을 호소하는 의견도 활발하게 오갔다. “만약 탄핵안이 부결되면 횃불을 들고 국회로, 가결되면 촛불을 들고 헌법재판소로 가자”며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평일에도 촛불집회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시민들도 생겨나고 있다. “9일 이전에 박 대통령이 나서 4차 대국민 담화를 하면 또 한 번 정국이 혼란에 빠질 수 있으니 탄핵안 표결 전에도 촛불집회를 계속해 정권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이번 주 평일 집회 일정과 장소를 알려 달라’ ‘8일과 9일 여의도에서 집회를 하는지 궁금하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런 목소리는 10일 열리는 7차 주말 촛불집회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촛불집회를 주도해 온 퇴진행동 측은 탄핵안 처리 결과와 관계없이 이날도 예정대로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6차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직장인 박모 씨(32)는 “탄핵안이 통과되면 7차 촛불집회는 그동안의 노력을 서로 칭찬해주는 축제의 장(場)이 될 것”이라면서도 “참가자들의 발걸음이 결국 헌법재판소로 향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불신을 자초하는 정부와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4일 탄핵안이 통과되면 국민의당 덕분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꺼내자 누리꾼들은 “벌써부터 공로 싸움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국민을 화나게 해서 6차 촛불집회를 크게 만든 이야기를 하는 거라면 국민의당 덕분이라는 말이 맞다”고 비꼬았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권한을 대행하게 되는 황교안 국무총리에 대한 불신도 엿보였다. “대통령이 직무정지되더라도 황 총리가 나서서 정국 해결을 방해할 것”(leas****) “탄핵안을 처리하기 전 황 총리부터 사임시켜야 한다”(zexx****)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이와는 반대로 “황 총리가 권한대행이 되더라도 촛불의 힘으로 감시하면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촛불집회가 정치인들의 결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한 국민들이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촛불집회로 ‘국민이 주권자’라는 의식이 생긴 것이 핵심”이라며 “토요일에 집회를 하고, 일주일 동안 흘러가는 정국을 지켜보기만 했던 국민들이 이제부터는 탄핵 등 정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촛불집회 참여 인파에서 매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배경의 한 축에 ‘스마트 집회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촛불집회에서는 시민들이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집회 정보를 수집하고 스스로 행동 방향을 정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사람들은 집회가 열리기 1, 2일 전 스마트폰 메신저로 지인들과 집결 장소 및 이동 경로를 미리 상의하고, 현장에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수시로 집회 정보를 공유하며 행동 방침을 스스로 정했다. 더 나아가 집회에 동행할 참여자를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이는 혼자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던 사람들까지 거리로 불러 모으는 효과를 냈다. 3일 효자치안센터를 혼자 찾은 이인호 씨(21)는 “친구가 ‘좋아요’를 누른 글을 보고 집회 관련 정보와 행진 경로, 주변 편의시설까지 미리 확인할 수 있어 혼자 오는 데 문제가 없었다”며 “집회 현황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움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SNS에서 유행하는 ‘인증샷’ 문화도 이번에는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수단으로서 힘을 발휘했다. 사용자들은 ‘역사의 현장에 나도 있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집회 사진을 찍어 올렸다. 다양한 선행 사례나 평화롭고 즐거운 집회 현장을 보여주는 인증샷도 쏟아졌다. 이런 사진들이 시민들에게 집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줬고, 집회 장소로 발걸음을 향하게 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SNS가 이번 촛불집회에서 순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 우리 국민의 근본적 의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도 SNS를 통한 시위 참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엔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성숙해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비폭력’ 기조를 확산 및 정착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소 교수는 시민들의 양상이 곤충들의 ‘스워밍(swarming·한 가지 목표를 향해 군집해 움직이는 현상)’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현재 집회 참여자의 면모가 겉으로는 불특정 다수가 모인 것처럼 보이지만 참여자 내부에는 질서가 자리 잡혀 있다”며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의미이자 온 국민이 이번 집회의 기조에 동조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민 사이에서 ‘탈물질주의’적 성향이 더 강해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탈물질주의란 물질적 가치도 중요하게 보지만 사회적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주로 서유럽 국가에서 관찰되는 가치 체계다. 김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는 “정치 참여 행위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태도는 탈물질주의 사회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라며 “죽기 살기로 저항했던 과거의 집회문화와는 또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도 갈수록 커지는 촛불집회는 비폭력 평화집회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많은 국민은 왜 촛불을 들고 자발적으로 도심으로 나가는가. 정치 사회학자들도 주목할 만한 연구 대상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절대다수의 시민이 공분할 수밖에 없는 이번 이슈 자체가 다양한 계층의 시민을 광장(廣場)으로 불러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축제로 여겨지는 이번 집회에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현실과 앞으로의 희망이 모두 담겨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 ① 이슈의 힘… “이렇게 허약한 사회에 살았나” 가슴에 불 댕겨○ “대통령과 유권자의 대결, 국민 정서의 문제” “집회 때문에 장사는 안 되죠. 그렇지만 온 국민의 관심사이고 나도 공감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준비할 거예요.”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에서 40만 원가량을 들여 약재까지 넣고 끓였다는 뜨거운 ‘보이차’를 시민들에게 나눠 주던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한식당 주인의 얘기다. 생업을 잠시 접어두고 적극 동참하게 하는 집회. 전문가들은 기존 집회와는 대결의 구도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이 집회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는다. 박상훈 정치발전소학교장은 “대부분의 정치 사안은 여와 야, 보수와 진보 같은 구분선이 있기 마련인데 지금은 국가와 시민 혹은 대통령과 유권자와 같은 구도가 펼쳐져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이익집단이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동등한 차원에서 다투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반칙’을 썼다고 판단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는 진단이다. 시민 절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이슈 그 자체가 거대한 촛불 행렬의 밑바탕인 셈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성보다 감정이 시민들의 가슴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집회는 국민 정서에 관한 문제”라며 “우리가 이렇게 허약한 사회에 살았나 하는 배신감과 두려움 같은 감정은 이성적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고 극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② 재미의 힘… 공감이 주는 즐거움… ‘광장 문화’의 재발견○ “재미 더한 집회로 자연스레 비폭력 이룩” 배신감 같은 부정적 감정이 큰 영향을 미쳤음에도 6차례에 걸친 대규모 집회는 모두 비폭력 평화집회로 진행됐다. 세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박희봉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집회 그 자체에 목적이 있다는 점과 시민들이 의미에 재미를 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의 응원전이 보여주는 것처럼 응원 혹은 정치적 의견 표출이라는 목적과 더불어 광장에서 대중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그 자체를 시민들이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집회의 ‘최전방’ 대신 다양한 문화 공연과 자유발언이 진행되는 무대 주변에 시민들이 집중되고 있는 현장 상황 역시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온몸에 전구를 주렁주렁 매달고 3일 집회에 참가한 김대립 씨(29)는 “시민들한테 집회가 딱딱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화려한 의상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재미를 더한 집회가 축제처럼 진행되는 양상은 자연스럽게 비폭력 평화집회 정착이라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신율 교수는 “질서정연한 집회의 배경에는 참가자들이 박 대통령보다 도덕적, 이성적 측면에서 더 우위에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심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③ 참여의 힘… “정치는 시민이 움직이는 것” 적극적 의견 개진○ “‘정치 활용’ 깨달은 시민들… ‘저질 정치’ 입증” 10월 말부터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일관되게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쳐 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 탄핵을 머뭇거리는 정치권을 앞에서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3일 집회에서는 새누리당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와 관련해 집회의 순수성을 앞세우며 정치권을 배제하기도 하던 시민들이 정치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훈 학교장은 “8년 전 광우병 문제로 일어난 촛불집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정치의 역할과 시민의 역할이 함께 가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시민들은 탄핵 표결과 관련해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얼마나 역할을 못했으면 이런 기초적인 문제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겠느냐”며 “민주주의의 발전일 수 있지만 한국 정치가 그동안 얼마나 후진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200만 명에 이르는 시민이 거리에 나와 고함을 쳐서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는 비판이다.김도형 dodo@donga.com·권기범 기자}

3일 제6차 촛불집회 때는 국민들이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칠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정숙)는 2일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옥외 집회 조건통보·금지통고 처분에 대한 집행을 정지해 달라”며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 종로경찰서를 상대로 낸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집회 참가자들은 청와대에서 100여 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시위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청와대에서 30여 m 지점인 효자동삼거리(청와대 분수대)를 지나는 행진은 허용되지 않았다. 법원도 촛불민심을 거역할 순 없었다.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 이후 시민들의 요구에 매주 청와대 쪽으로 가까이 접근하는 걸 허용했다. 시민들은 지난달 26일엔 청와대와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6차 촛불집회는 그동안과는 다른 양상으로 펼쳐진다. 5차까지는 서울 광화문광장이나 지방 대도시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지만 이번엔 전국 곳곳에서 새누리당을 ‘공범’으로 보고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며 온라인 투쟁도 전개한다. 집회를 주최하는 퇴진행동은 이날 본집회에 앞서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 앞에서 시민대회를 연다. 새누리당이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내세우면서 “즉각 퇴진”을 외친 국민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퇴진 청년결사대’는 2일 오후 새누리당사 앞에서 새누리당 해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대통령 탄핵안의 2일 국회 처리가 무산되자 시민들은 정치권을 직접 겨냥하기 시작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한 여당의 ‘탄핵 반대 의원’은 물론이고 야당 의원들에게도 시민들의 항의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빗발치고 있다. 2일 탄핵안 처리를 반대한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여당 로고와 국민의당 로고를 합성해 ‘새누리의 당’이라고 패러디하거나 ‘새누리 2호점’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여당 의원들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대화창에 초대해 탄핵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인증샷을 공개했다. 의원들은 모두 이를 무시하고 창을 나갔지만 이 누리꾼은 “야당 의원들도 초대해 모바일 국회를 만들겠다. 내가 의장을 하기 위해 정세균 의장은 초대하지 않는다”며 탄핵안 처리에 엇박자를 냈던 야권까지 묶어 정치권 전체를 비판했다. 이번엔 온라인 시위도 등장한다. 퇴진행동은 “매일 오후 2시, 토요일 오후 7시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동시 접속해 트래픽을 높여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온라인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6번째 촛불이 밝혀질 광화문광장엔 추운 날씨지만 최소 수십만 명이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퇴진행동은 오후 6시에 열리는 집회 이름을 ‘촛불의 선전포고’로 정해 이전처럼 ‘박 대통령의 퇴진’이 아닌 ‘즉각 퇴진’을 담은 강력한 저항 메시지를 표출할 계획이다. 시민들은 날씨가 추워지고 집회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며 체력적 피로가 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책임회피성 3차 대국민 담화와 정치권의 탄핵안 공방에 공분해 집회 참여 의지를 다지고 있다. 2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3일 집회에 들고 가려고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직접 만들었다”는 인증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에 따라 5차 집회에서 서울 150만 명, 전국 190만 명(주최 측 추산)이란 역대 최다 인파가 모였던 촛불 민심이 이번에도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많은 시민이 3일 집회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분노하고 있다. 민심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대중교통 증편, 화장실 개방 등 지난주 집회와 동등한 수준에서 대책을 마련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권기범·노지현 기자}

국정 혼란이 심화되고 있지만 청와대와 여야가 ‘마이 웨이’를 가속화하면서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하야(下野) 요구를 거부하면서 ‘버티기’에 나섰고, 야당은 장외투쟁을 선언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임을 거듭 확인하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가장 가깝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정치인이 (부산) 엘시티 개발에 개입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게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이 사건을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시점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어 ‘조사를 최대한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순실 파문이 불거진 뒤 몸을 한껏 낮췄던 친박계도 장기전에 대비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이정현 대표 주재로 이날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참석한 최경환 의원은 “아무 대안 없이 지도부가 그냥 물러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를 겨냥했다. 친박계 일각에선 “시간이 흐르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야권은 본격적인 박 대통령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추미애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를 발족했다. 민주당은 18일 당 차원의 시국집회를 서울 광화문에서 열고 19일에는 서울시당이 주도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하거나 검찰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박 대통령의 형사소송법상 지위를 피의자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당 차원에서 19일 촛불집회에 참가할 방침이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도 박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주말 촛불집회를 계속 열 예정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등은 19일 서울 등 전국 100여 개 시군에서 4차 촛불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노동탄압 분쇄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주최 측은 전국적으로는 12일 촛불집회 때보다 많은 100만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권기범 기자}
“퇴진하겠다고 하기는커녕 검찰 조사도 안 받으려고 버티는 것 같아요. 12일 촛불집회 직후 ‘민심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던 얘기는 말짱 거짓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나요?” 서울 중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 씨(28·여)는 16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뿐 아니라 함께 점심을 먹던 회사 상사도 “민중가요를 다시 배워 촛불집회에 나가야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이리저리 피하려는 모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식당 테이블마다 대통령 이야기밖에 안 하더라. 언제까지 국민의 속을 썩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조사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16일에도 검찰과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자 국민들의 분노가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19일 4차 촛불집회에 참가해 이번에야말로 민심이 뭔지 똑똑히 보여주자”고 뜻을 모으는 국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국 100여 곳에서 분산 개최되는 19일 집회에는 총 100만 명 이상이 모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16일 박 대통령이 부산 엘시티 비리 의혹과 관련해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고 연루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고 지시하자, 국민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에는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등장했다. 포털사이트 기사에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그랬다. ‘너나 잘하세요’라고”, “본인 사건이나 책임지고 조사 받아라”, “범죄자가 누구한테 지시를 하냐” 같은 댓글이 붙어 수천 개의 추천을 받았다. 직장인 전모 씨(31)는 “박 대통령이 다른 이슈를 끊임없이 꺼내 시간을 끌면서 지칠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분노가 촛불집회 참여 의지로 번지면서 인터넷에는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나아가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17∼19일 전국 60여 곳에서 열리는 집회 정보를 모은 ‘대동하야지도’를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사진은 올라온 지 2시간 만에 약 150차례 공유되는 등 많은 관심을 끌었다. 또 다른 단체는 19일 집회에 쓸 용품으로 ‘Haya(하야) 손수건’과 ‘팔찌’를 제작해 배포하겠다며 모금을 시작했다. 이 글에는 “작은 힘이지만 보태겠다”, “집회엔 못 가지만 돈은 보낸다”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는 수험생들도 대거 촛불집회에 나설 것으로 보여 19일에는 10대들의 참가가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사 김희동 씨(30)는 “17일에도 집회가 열린다고 해 수능이 끝나자마자 학생들과 함께 집회에 가기로 했다”며 “채점, 뒤풀이도 안 하고 참석하겠다고 해 저녁이라도 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대구 경북은 물론이고 부산 경남 지역 곳곳에서도 17∼19일 촛불집회가 열린다. 경남 지역 시민단체 등이 모여 만든 박근혜퇴진경남운동본부는 16일 출범을 선언하고, 19일까지 경남 창원, 진주, 거제, 고성 등에서 각각 촛불집회와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시민단체들은 박 대통령이 다음 주까지도 퇴진 등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면 26일에는 서울에서 12일에 버금가는 대규모 5차 촛불집회를 연다는 방침을 세웠다. 26일을 ‘전국 집중투쟁일’로 삼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측은 “대통령이 퇴진 입장을 표명할 때까지는 매주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애국단체총협의회 등 보수단체들도 19일 오후 서울역과 광화문 인근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잇달아 열 예정이다. 이날 참가자는 5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여 참가자들 사이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김단비 kubee08@donga.com·권기범 기자}

‘연결과 융합.’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2016 문화데이터 융합 페스티벌’이 예비 청년 창업자에게 던진 화두는 두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문화 서비스라도 수요자와 공급자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는지, 공개된 데이터라도 어떻게 조합하는지에 따라 충분히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 때 함께 열린 ‘제4회 정부 3.0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 시상식’ 수상작의 면면에서 이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경진대회는 정부가 개방한 문화데이터를 활용한 창업 사례를 발굴해 청년 창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정보원(원장 김소연)이 주관,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후원했다. 올해 공모는 8월 1일부터 두 달 동안 ‘제품개발·창업’ ‘아이디어’ 등 두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접수 건수는 지난해(304건)보다 약 10% 늘어난 334건(제품개발·창업 56건, 아이디어 276건)이다. 이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14개 팀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제품개발·창업 분야에서는 문화 정보와 취미생활 트렌드를 융합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대상(문체부장관상·상금 1000만 원)으로 선정된 ‘스폰서’는 최근 일반 직장인, 대학생들도 취미 삼아 도전하는 ‘버스킹(길거리 공연)’이나 밴드 공연을 수월하게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다. 지역별 공연장 정보뿐만 아니라 마이크, 앰프 등 공연 장비 대여도 가능하다. 최우수상을 받은 ‘플레이콕’은 서핑, 직장인 야구 청년 사이에 새로운 여가 문화로 큰 관심을 끄는 여가용 스포츠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다. 최근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개인 가이드를 매칭해 주는 모바일 플랫폼 ‘워커즈(Walkerz)’는 외국인 관광객의 만족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돼 아이디어 부문 대상(상금 300만 원)으로 선정됐다. 이날 행사에는 민간·공공기관의 공공데이터 융합 사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전략 강의, 토크 콘서트 등의 행사도 함께 열렸다. 강연 순서 때는 문화데이터 사업화 지원을 받으면서 올해 중국의 완다시네마와 300억 원대 계약을 한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전문 업체 ‘아이오로라’의 사례가 소개됐다. 토크 콘서트에는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 김종갑 K-ICT본투글로벌 센터장 등 창업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열띤 대화를 펼쳤다. 문체부 관계자는 “올해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한 ‘포켓몬고(Go)’를 비롯해 3차원(3D) 프린팅 기술이나 가상현실(VR) 등 신기술 분야에서 문화데이터 융합 사례가 속속 발굴됐다”며 “다양한 데이터를 융합한 신규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검찰의 박근혜 대통령 조사가 연기될 것이 확실시되자 민심(民心)이 다시 들끓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결국 거짓말이었다는 격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는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와 검찰에까지 향하고 있다. 15일 오후 유 변호사가 “16일 조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사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밝힌 직후 곳곳에서 박 대통령과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사 시기가 늦춰질수록 빠져나갈 틈이 많아질 것”, “조직적인 증거 인멸이 이뤄질 것 같다”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서울대 4학년 김모 씨(28)는 “대통령은 두 번째 사과(4일) 때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했다”라며 “국민을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측의 요청에 검찰이 즉각 “수요일 대면조사가 어렵다면 목요일도 가능하다”라고 응답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쏟아졌다. 권력 앞에서 검찰이 여전히 ‘무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참고인이 안 오면 피의자로 입건하고 체포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넷 포털에서는 ‘이게 무슨 친구랑 약속 잡는 것도 아니고 너무한다’(inam****), ‘식당 예약하는 것 같다’(wonw****) 같은 댓글이 수백 개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유 변호사 선임을 놓고도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이날 서울대에서 열린 시국 대토론회에서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개인이나 법인이면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게 구차해 보였다”라고 비난했다. 특히 유 변호사가 “대통령 이전에 여성으로서 사생활이 있다”라고 언급한 것에는 여성단체가 발끈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헌법 질서를 파괴한 것을 검찰이 조사하겠다는데 여성의 사생활을 고려할 지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즉각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시민들의 분노는 주말 집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5일 서울에서 열린 ‘동시 다발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박 대통령이 하야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게 다시 한번 증명됐기 때문에 시민들의 분노도 한층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말은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직후여서 수험생들도 대거 집회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능 당일인 17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박근혜 하야 고3 집회’가 열릴 예정이고, 토요일인 19일 같은 장소에서 ‘청소년 시국대회’가 열린다. 누리꾼들은 19일 용산역으로 향하는 기차표를 ‘인증샷’으로 남기거나 유 변호사가 등장하는 방송 화면을 캡처해 올리면서 ‘촛불 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권기범 kaki@donga.com·최지연 기자}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중소기업청, 청년희망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주관하는 '스타트업 청년채용 페스티벌'이 15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TIPS TOWN)에서 열렸다. 청년들에게 스타트업의 차별화된 근무환경과 문화를 널리 알리고 취업난과 스타트업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스타트업으로 START JOB'이라는 주제 아래 열린 행사에는 박용호 청년위원장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유창수 새누리당 최고청년위원, 장의성 청년희망재단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오후 1시 15분부터 진행된 1부 순서는 페스티벌 개막 행사로 마련됐다. 개막 행사는 '박세현 우아한형제들 수석의 특강, 축하공연(먼데이키즈), 스타트업 취업 인식개선 사례 공모전 시상식, 그리고 시상자 중 우수 입상자 2명의 사례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공모전에서는 모두 14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다윈(대표 이상철)의 '진화, 그것이 우리의 이름이다'가 최우수상을, 문글로우(대표 우상혁)의 '스타트업 게임회사 사원이의 하루'와 말랑 스튜디오(대표 김영호)의 '내가 가고 싶은 회사는…', 그리고 더부쓰(대표 양성후)의 '더부스브루잉,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각각 우수상을 받았다. 이번 공모전에 응모한 64개의 작품들은 홈페이지(www.startup.kban.or.kr/bbs/board.php?bo_table=contest)에서 확인할 수 있다. 2부는 유명 스타트업 기업들이 직접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고 회사를 소개하는 소개 행사와 상담회 및 면접으로 진행됐다. 상담은 5개 공간에서 스몰토크(Small Talk) 형식으로 1대다(多)로 진행됐으며, 면접은 35개 부스에서 1대 1로 진행됐다. 이 행사에는 쿠팡, 우아한형제들, 직방, 플리토, 메쉬코리아, 베이글랩스 등 유명 스타트업 35곳이 참가했다.권기범기자 kaki@donga.com}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3차 주말 촛불집회에 모인 100만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26만 명)의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폭발한 민심(民心) 속에는 더 이상 ‘2선 퇴진’은 의미가 없었다. 14일부터 학계와 시민 단체, 그리고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내고 있다. 국민들이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논리도 명확하다.○ “법적, 현실적으로 탄핵이 답” 탄핵과 하야는 주체와 법적 정당성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관직이나 정계에서 물러남’을 뜻하는 하야는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개념이다.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조항(68조 2항)에 따라 두 달 이내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반면 탄핵은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자리에서 밀어내는 법적 절차(헌법 65조)다. 대통령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거쳐 파면된다.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에는 법적 절차에 따라 최순실 씨(60·구속)의 국정 농단을 자초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특히 이런 주장은 법학자들 사이에서 주로 나온다. 법학자 출신으로 진보 성향 교육감 중 한 명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이날 열린 도교육청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통령에게 권력 행사를 위임할 당시 기대했던 신뢰가 무너지면 견제 장치가 작동하는 게 원칙”이라며 “대표적인 것이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바로 이런 때 쓰라는 헌법상의 절차가 탄핵”이라고 밝혔다. 탄핵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시민들의 주장도 많다. 지난달부터 열린 세 차례의 촛불집회에 모두 참가했던 김모 씨(30·교사·경기 안산시)는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도 대통령이 가만히 있다는 건 제 발로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것 아니냐”며 “하루라도 빨리 탄핵 절차를 밟는 게 낫다”고 말했다. ○ “불투명한 정국…하야로 수습해야” 이에 비해 즉각적인 퇴진, 즉 하야를 주장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탄핵 정국으로 벌어질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와 현 정치권의 시국 수습 능력에 대한 의문이 깔려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5일 박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지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 한 예다. 참여연대는 14일 오전 추 대표의 양자 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적 흥정을 위한 ‘영수회담’은 의미가 없고 2선 후퇴나 중립 내각도 수습책이 될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도 “시민사회가 나서서 만든 100만 촛불을 정치권이 독식하려 한다”는 격한 목소리까지 나오자 결국 민주당은 회담을 취소하고 당론도 ‘즉각 퇴진’으로 바꿨다. 시민들도 정부와 국회에 대한 불신을 짙게 드러냈다. 대학 시절 진보 단체에서 활동했던 김모 씨(33·직장인)는 “정치권이 탄핵 절차를 제대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며 “오히려 탄핵 정국에서 박 대통령이 불리한 정국을 뒤집기라도 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공무원 A 씨(32)는 “탄핵이나 거국 중립 내각 같은 상황이 되면 모든 사안마다 권한과 자격을 놓고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차라리 대통령이 빨리 하야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홍정수·정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