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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강수연 배우(1966∼2022)의 유작 ‘정이’가 넷플릭스를 통해 20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다. ‘정이’는 좀비 영화 ‘부산행’(2016년)과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2021년) 등 독창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45·사진)이 새롭게 도전하는 한국형 공상과학(SF) 영화다. ‘정이’에서 인공지능(AI) 로봇을 만드는 연구소 팀장 서현 역을 맡은 강수연에게는 ‘주리’(2013년) 이후 10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지만 그는 완성된 작품을 보지 못한 채 지난해 눈을 감았다. 영화의 배경은 22세기. 인류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떠나 우주 궤도에 만든 피난처 ‘셸터’에서 산다. 하지만 내전이 벌어지자 로봇 개발 회사 ‘크로노이드’는 식물인간이 된 전설적 용병 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 로봇을 만들기 위한 실험을 한다. 강수연이 연기한 서현은 정이의 딸이기도 하다. 서현은 정이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연구에 열중하지만 연구소장 상훈(유경수)과 직원들은 정이를 소모품처럼 대한다. 정이의 뇌가 반응하는 부위를 보기 위해 일부러 다리에 총상을 입히고 팔을 잘라버린다. 정이의 모습과 뇌 데이터를 그대로 갖고 있는 AI는 실험이 거듭될 때마다 비명을 지른다. 서현은 이를 고통스럽게 지켜보다 정이에게 자유를 주기로 결심한다. 서현이 정이를 보내주며 건네는 말은 “제발 편하게 눈 감으세요” “이 세상 모든 행운이 함께하길”. 강수연이 관객의 눈을 바라보며 내뱉은 마지막 대사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18일 만난 연 감독은 서현 역에 강수연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영화를 기획할 때부터 (관객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소위 신파라 불리는 고전적인 한국 멜로와 SF 장르를 결합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 과정에서 강수연 배우의 고전적이고 우아한 톤의 연기가 떠올랐다”고 밝혔다. 강수연이 SF물에 출연한 것은 처음이다. 연 감독은 강수연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는 “강수연 배우가 제가 기억하던 모습과 너무 많이 달라졌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로커’처럼 아주 멋있게 등장했다”며 “그를 본 순간, 영화 구상이 더욱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아이콘이자 상품으로 소비되다 마침내 해방되는 정이의 모습에서 4세에 아역배우로 데뷔해 평생을 영화인으로 살다 간 강수연이 보인다고 했다. 연 감독은 “강수연 배우가 촬영 때 ‘아주 어린 나이에 배우 활동을 시작해 평범한 어린 시절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곧잘 하곤 했다”며 “지나고 보니 정이의 이야기가 마치 강수연 배우의 이야기 같기도 해서 제겐 운명 같은 영화가 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한국형 SF’라는 타이틀답게 여러 장면에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을 입혔지만, 속살은 익숙하게 다가온다. 딸을 향한 엄마의 희생과 엄마를 향한 딸의 지극한 사랑이다. 영화는 ‘인간성이 인간만의 것인가’라는 질문도 던진다. 연 감독은 “낯선 SF물이지만 관객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주제가 뚜렷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설을 앞두고 귀를 때리는 총성과 폭발음으로 가슴이 쿵쾅대는 한국 영화 두 편이 관객과 만난다. 경성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 액션 영화 ‘유령’과 탈레반에 피랍된 한국인들을 구출하는 영화 ‘교섭’이다. 18일 함께 개봉하는 두 영화에서는 설경구 박소담 황정민 현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색색 개성 연기 돋보이는 ‘유령’ “유령에게 고함. 작전을 시작한다.” 1933년 경성, 항일조직 흑색단은 조선총독부에 스파이 조직 ‘유령’을 침투시킨다. 지령은 단 하나, ‘신임 일본인 총독을 암살하라’. 유령은 서로에게조차 존재를 숨기며 겹겹의 암호로 지령을 전달한다. 목숨을 건 작전에도 새로 부임한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는 직감적으로 냄새를 맡는다.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준지(설경구), 암호문 기록 담당 박차경(이하늬),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박소담), 암호 해독 담당 천 계장(서현우), 통신과 직원 백호(김동희)를 용의자로 지목해 절벽 끝 외딴 호텔에 가두고 유령을 색출하는 심리전을 시작한다. 영화 ‘독전’(2018년) 이후 5년 만에 복귀작을 들고나온 이해영 감독(50)은 “유령은 캐릭터 중심의 영화”라고 했다. 그는 “이 작품의 메시지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결국 각 ‘캐릭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시작에는 박차경 역의 배우 이하늬가 있다. 영화는 박차경의 시선으로 시작되고 끝난다. 이 감독은 박차경에 대해 “담대함이라는 키워드로 규정할 수 있는 캐릭터”라며 “이 캐릭터가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한 과제였다. 이하늬 배우에게도 ‘큰사람이어야 해. 큰사람으로 있어줘’라고 주문했다”고 했다. 스크린 속 배우 이하늬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그간 그가 주로 연기해온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죽어야 할 때 죽기 위해 출렁거리는 슬픔을 누르며 장총을 멘 단단한 박차경의 모습을 몰입감 있게 풀어낸다. 배우 박소담은 영화 촬영 당시 갑상샘암에 걸린 상태였지만 이를 모른 채 이하늬와 함께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펼쳤다. 이 감독은 언론 시사회에서 이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상태가 안 좋은 배우를 코너까지 몰았다는 마음이 뒤늦게 들어서 짠했다”고 했다. 배우 설경구가 열연한 준지 역은 관객들에게 유령이 누구인지 끝까지 혼란스럽게 만드는 캐릭터다. 명문 무라야마 가문 7대손이지만 어머니가 조선인이어서 혈통에 대한 열등감과 혐오를 갖고 있다. 이 감독은 “준지는 가만히 있어도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설경구라는 배우의 무게감으로 관객들이 계속 그를 의식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샘물교회’ 사건 모티브 ‘교섭’ ‘교섭’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년) ‘리틀 포레스트’(2018년)를 만든 임순례 감독의 신작이다.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 선교사 23명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간 외교관 재호(황정민)와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의 교섭 작전을 그렸다. 2007년 발생한 ‘샘물교회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러닝타임 내내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이 눈을 잡아끈다. 실제로 전체 촬영분 가운데 80%를 요르단에서 현지 촬영했다. 현지 통역사 카심으로 활약한 배우 강기영의 감초 연기가 인상적이다. 순수 제작비가 140억 원가량 들어간 한국형 블록버스터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재일교포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린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가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TV 부문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상을 받았다. 크리틱스초이스협회(CCA)는 1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페어몬트 센추리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28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상 수상작으로 ‘파친코’를 선정했다. 이로써 한국계 드라마는 지난해 ‘오징어 게임’에 이어 2년 연속 크리틱스초이스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파친코’는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4대에 걸친 재일교포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렸다. 미국 시리즈로 분류되지만 김민하 이민호 윤여정 등 한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가 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늙는다는 것은 인간이 감당해야 할 가장 괴로운 고통이다.” 한국 영화 발전의 초석을 닦은 고 신상옥 감독(1926∼2006)의 미공개 유작 ‘겨울 이야기’가 18일 개봉한다. 고인의 75번째 영화다. 고인은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끝내지 못한 채 별세했다. 영화배우 최은희(1926∼2018)와의 결혼과 이혼, 납북과 탈북 등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산 고인이 마지막으로 천착한 주제는 나이 듦과 죽음이었다. ‘겨울 이야기’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충격으로 치매 증상이 나타난 김 노인(신구)과 어쩔 수 없이 그를 수발하는 며느리(김지숙)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치매 노인의 삶을 고통스러울 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 노인은 아들과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라면을 끓여주는 손자에게 “아버지!”라고 부르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다. 한밤 중 화장실로 뛰어가다 참지 못해 마당에서 실수를 하고, 잠결에 며느리를 아내로 착각해 몸을 더듬기도 한다. 손자는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는 김 노인을 향해 “이제는 사람 같지도 않고 개나 고양이 같다”며 냉담하게 말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000년대 초반이다. 치매와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지 않았던 때다. 치매 노인을 돌보기 위해 가족 누군가 희생해야 하는 구조는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노년기에 대한 고인의 시선과 질문은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배우 신구의 열연도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고인은 2005년 영화 촬영을 마쳤지만 후반 작업 중이던 2006년 갑작스레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아들인 신정균 감독에 따르면 고인의 생전 마지막 목표는 이 영화를 칸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이었다.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미완으로 남은 유작을 신 감독과 조동관 촬영감독, 후배 영화인들이 힘을 보태 후반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18년 만에 개봉돼 관객과 만난다. 신 감독은 “‘겨울 이야기’는 아버지의 작품 중 가장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일 것”이라며 “치매를 주제로 한 가족 영화인 만큼 설 연휴에 관람하시고 가족애를 느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과 북, 홍콩과 미국에서 제작과 감독을 병행한 아버지의 영화 중 개봉을 못한 작품이 있다는 게 아들로서 자존심이 상했는데 이제야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 같다”며 “3년 전부터 개봉하기 위해 애썼지만 상영관을 찾기가 어려워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대한극장에선 10일 ‘겨울 이야기’ 헌정 시사회가 열렸다. 며느리 역을 맡은 배우 김지숙은 이날 “이 영화는 신상옥 감독님이 보시기에는 미완성 작품일 것”이라며 “비록 미완성이지만 한국영화인협회에서 신상옥이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전설을 소환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이장호 감독은 “선생님 어깨 너머로 영화를 배웠다”며 “뒤늦게 유작을 공개하다 보니 요즘 추세와 맞지 않는 대목이 있지만 한국 영화의 오늘을 있게 한 과거를 음미하며 미래를 구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골든글로브 시상식 무대에서 전부 다 만끽할 겁니다. 40년 만에 온 자리라 그런지 무대에서 내려가기가 싫네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턴 호텔에서 10일(현지 시간) 열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말레이시아 출신 홍콩 배우 양쯔충(양자경)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 양대 영화제로 꼽히는 골든글로브는 지난해 인종·성 차별 논란과 운영진의 부정부패 의혹으로 파행을 겪었다. 할리우드 영화계가 보이콧을 선언한 데 이어 주관방송사 NBC가 시상식 중계를 하지 않은 것.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골든글로브 측은 올해 시상식에서 아시아·아프리카계 배우 6명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골든글로브는 극영화, 코미디·뮤지컬 영화 등 부문에서 전체 16명의 배우에게 주·조연상을 수여한다. 양쯔충과 ‘에브리씽…’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남우조연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인 배우 키호이콴은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수상자였다. 그는 수상자로 호명되자 환호성을 지르며 무대로 뛰어 올라갔다.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품에 안기까지 걸린 세월은 무려 38년. ‘인디아나 존스’(1984년)에서 잔망스러운 소년 쇼티 역을 맡았던 그는 아시아계 배우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서서히 잊혀졌다. 그러나 배우의 꿈을 놓지 않았다.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년)이 세계적으로 흥행하자 오디션부터 다시 도전했고 결국 골든글로브 시상대에 올랐다. 이날 그는 트로피를 두 손에 소중히 안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여우조연상은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라몬다 여왕을 연기한 앤절라 배싯에게 돌아갔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그의 생애 두 번째 골든글로브 수상이다. 29년 전 영화 ‘왓츠 러브 갓 투 두 위드 잇’(1994년)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골든글로브 사상 첫 아프리카계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운 그는 이번엔 마블 스튜디오 영화 출연 배우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비영어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아쉽게도 수상이 불발됐다. 상은 산티아고 미트레 감독의 영화 ‘아르헨티나, 1985’에 돌아갔다. 앞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20년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았고, 이듬해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가 같은 상을 탔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오영수가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헤어질 결심’의 골든글로브 수상은 불발됐지만, 3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 ‘헤어질 결심’은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1차 후보로 지명된 상태다. 한편 골든글로브 극영화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은 ‘더 페이블맨스’를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돌아갔다. ‘더 페이블맨스’는 스필버그 감독이 어린 시절부터 영화계에 입성하기까지의 삶을 그린 반자전적 영화다. 거장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것은 도전이었다. 올해 77세인 그는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하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74세가 됐을 때 ‘(이 이야기를) 지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만들게 돼 정말로 행복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국무조정실이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실은 전날 방통위 현장 감찰을 시작했다. 이번 감사는 예산, 인력 등 조직 운영을 점검하는 정기 감사가 아니라 특정 사안에 대한 것이다. 공직복무관리실은 KBS와 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원 선임 과정 전반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진 추천과 임명 과정에서 관련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감사 내용 등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또 “감찰 결과가 나오기까진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설 연휴 전 결과가 나오긴 힘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임기는 7월까지다. 여권은 한 위원장을 겨냥해 “윤석열 정부와 가치와 철학이 다른 이가 공공기관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사퇴를 요구해 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새벽 4시 5분 버스 첫차 시간을 15분만 꼭 좀 당겨주시면 안될까요? 사무직 직원들 나오기 전에 청소를 마치려면 강남역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냅다 뛰어야 하거든요.” 146번 버스는 아침 일찍 나오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해 ‘새벽 만원 버스’로 유명하다. 이 146번 첫차에 탄 승객들이 새해를 맞아 정부에 소소하지만 간절한 소망을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일 계묘년 첫 민생행보로 파란 간선버스인 이 146번 첫차를 탔다. 승객들을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서였다. 146번은 매일 아침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출발해 강남역까지 왕복한다. 첫차는 주로 강북 주택가에서 강남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이용한다. 이들이 한번에 몰리다보니 언제나 승객들로 가득 찬다. 그렇다보니 서울 시내 373개 버스 노선 중 유일하게 동시에 3대의 첫차를 운용 중이다. 한 총리를 만난 첫차 승객들은 ‘첫차 시간’부터 언급했다. 강북에서 출근하는 사람이 많은데 강남까지 청소를 마치려면 1분이 아쉽다는 것. 승객들은 “첫차 대신 심야버스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토로했다. 또 “또 심야버스 서는 데까지 택시를 타야 해서 부담스럽다”고도 했다. 앞서 한 총리는 이런 애로사항을 전해 듣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이미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그리고 이날 승객들을 만나 직접 고충을 전해들은 것. 한 총리는 버스에서 “안 그래도 연말부터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면서 “실무자들의 보고를 듣자마자 오 시장님과 통화했다”고 했다. 이어 “오 시장님이 흔쾌히 도와주셔서 잘 해결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가 승객들을 만난 뒤,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이날 “버스 업체 노사 모두 시간 조정에 동의하는 입장을 전했다”면서 “버스기사가 채용되는 대로 첫 차 시간을 오전 4시 5분에서 오전 3시 50분으로 15분 앞당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간 조정은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시행될 예정이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휠체어를 타고 온 노병부터 실종된 오빠를 찾으러 온 여동생, 아빠 손을 잡고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증조할아버지를 찾아온 어린아이까지.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 등 500여 명이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했다. 그 하루 뒤, 추모의 벽 제막식이 열렸다. ‘전쟁 영웅’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 등 참전용사들이 정전협정 체결 60주년(2013년) 건립을 목표로 2004년부터 추진해 왔던 사업이 69주년인 지난해에야 결실을 맺은 것. 웨버 대령이 타계한 지 석 달 만이었다. ‘잊혀진 전쟁’ 한국전쟁이 재조명받고 있다. 미국 청년 3만6634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그 희생 위에 맺어진 한미 혈맹(血盟)은 70년 동안 진화를 거듭했다. 그리고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지 70주년이 되는 올해, 한미동맹은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꾼다. 동아일보는 ‘한미동맹 70년의 새로운 길, 코러스 2.0’기획을 시작하며 한미동맹 70년 그 과거와 현재를 숫자로 풀어봤다. 코러스(KORUS)는 한국과 미국의 영문명 약자를 조합한 것으로 한미동맹이 ‘합창’하듯 조화롭다는 뜻이다.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길과 패러다임까지 제시한다는 의미로 ‘코러스 2.0’으로 타이틀을 정했다.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던 신생국 한국은 명실상부한 군사대국으로 거듭나 이젠 미국 안보동맹의 핵심 축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국방비는 2021년 기준 502억 달러로 세계 10위였다.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는 2021년 1조1833억 원에 달했다. 무기 수출액 증가도 눈부시다. 2021년 한국 무기 수출액은 70억 달러를 돌파했다. 6·25전쟁 전후(1949∼1961년) 미국으로부터 27억2790만 달러의 원조를 받은 한국은 이제 한 해 해외개발원조로만 28억6000만 달러(2021년)를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성장했다. 1953년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13억 달러로 미국(3897억 달러)의 30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1년 기준 한국과 미국 GDP 차는 13배로 줄었다. 단순히 격차만 따라잡은 게 아니다. 이젠 미국이 한국의 투자를 바라며 적극 유치에 나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방한해 가장 먼저 경기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삼성은 20년간 미국에 반도체 관련 250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미 경제협력은 한층 진화해 ‘경제안보 동맹’으로 발전했다. 한국은 지난해 5월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경제협력 구상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내년 1월 2일부터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기는 인천공항을 통해서만 입국할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단기 비자 발급도 중단된다. 최근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이 크게 악화돼 국내 유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사실상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 같은 내용의 ‘중국 관련 코로나19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현재 중국발 운항 항공편은 총 65편이다. 인천·김해·대구·제주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내년 1월 2일부터 2월 28일까지는 인천공항을 제외한 다른 공항으로 들어올 수 없게 된다. 운행되는 중국발 항공편도 62편으로 줄이고 추가적인 증편도 할 수 없도록 했다. 내년 1월 2일부터 31일까지는 중국 내 공관에서 단기 비자 발급도 중단된다. 중국이 내년 1월 8일부터 해외에 출국하려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권 발급을 순차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최대한 늦추려는 조치다. 다만 외교·공무, 필수적 기업 운영, 인도적 사유 등의 목적으로는 발급이 가능하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은 입국 전후로 코로나19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정부의 이번 대(對)중국 방역 조치는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층 강도가 높은 수준이다. 중국발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될 경우 차츰 진정되던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또 2020년 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유행하던 당시 초기 대응 조치가 늦어지면서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했던 경험도 선제적인 방역 조치의 배경이 됐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사이 코로나19 해외 유입 확진자 중 중국발 입국자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에는 해외 유입 확진자 1750명 중 19명(1.1%)이 중국발 입국자였지만, 이달 1∼28일에는 해외 유입 확진자 1849명 중 278명(15%)이 중국발 입국자였다. 내달 2일부터 中서 입국자 전원 PCR… ‘우한’때와 달리 선제조치 여행객 검사후에 별도공간 대기… 5일부터 출국전 음성증명도 해야내달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대비… 中 “교류협력에 영향줘선 안돼” 정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국내 입국 문턱을 크게 높인 것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 데 따른 선제적인 조치로 보인다.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진정되는 상황에서 중국으로부터 유입을 최대한 막지 않으면 그동안의 방역 노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정부는 내년 1월 초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선 입국 전과 후에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현재 중국 내 코로나19 검사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내년 1월 5일부터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기를 탑승한 모든 내·외국인은 48시간 이내에 받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 또는 24시간 이내에 받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장례식 참석 등의 인도적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람 △공무 국외 출장자 △6세 미만 영유아 △확진일로부터 10일 이후∼40일 이내인 사람은 음성확인서를 내지 않아도 되는 예외로 뒀다. 내년 1월 2일부터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모든 내·외국인은 입국 이후 하루 안에 PCR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단기 체류(90일 이하) 외국인은 자신이 비용을 내고 공항 검사센터 등에서 검사를 받은 뒤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별도 공간에서 대기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은 공항 내에 국토부와 협의해서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내국인과 장기 체류(90일 초과) 외국인은 입국 후 하루 안에 사는 곳 근처에 있는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집에 있어야 한다. 비용은 무료다.○ 중국인 관광객 입국 제한도올해 한국을 찾은 중국발 입국자는 관광객(약 600명)을 포함해 일일 1100명 수준이다. 정부는 필수적인 외교·공무 등을 제외하고는 이들에 대한 관광 등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비하면 이미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상태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통제해 온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내년 1월부터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의 대응책은 앞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한 사전 조치인 셈이다. 우리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단기 비자 발급 제한 등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시종일관 각국의 방역 조치가 과학적이고 적절해야 하며 정상적인 인원 교류와 교류 협력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자 등 출입국 관련 사항은 상호주의에 입각해 우리 측과 같은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주의 깊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과 달리 고강도 대책2020년 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유행하던 당시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과 관광객 감소로 인한 여행·면세업계 등의 타격을 우려해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을 미뤘다. 이후 국내 확진자가 늘자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 청장은 “우리나라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굉장히 인접해 있고 인적 교류가 많다”며 “2020년에도 중국의 영향을 가장 먼저 많이 받은 상황이라서 (이번에도) 선제적으로 입국 전후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런 방역 조치에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하면 다시 확진자가 폭증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우세종이었던 BA.5의 검출률이 낮아지고 BN.1과 같은 새로운 변이의 검출률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서 또 다른 변이가 유입되면 국내 유행 상황에 위험 요인이 더 추가되는 셈이다. 게다가 현재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백신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이 가능한 백신이다. 이 백신으로 대응하기에 어려운 신종 변이가 등장하면 동절기 추가 접종률이 더 올라도 유행을 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유행 상황이 악화되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등 정부의 방역 완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주한 미국대사관 ‘2인자’인 부대사에 일본계 여성인 조이 미치코 사쿠라이 전 주라오스 미국 부대사(사진)가 임명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에 이어 일본계 인사가 대사관 차석에 부임하는 것이라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사쿠라이 차석은 내년 1월 초쯤 한국에 부임할 예정이다. 하와이 와하이와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계 미국인인 사쿠라이 차석은 2003년 국무부에 입부했다. 주라오스 미국대사관 차석을 지냈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에서도 근무했다. 특히 일본 경력이 눈에 띈다.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미국 영사관 업무를 관장했다. 도쿄에 있는 주일 미국대사관에서도 근무했다. 국무부에 입부하기 전에는 2년간 오키나와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미 국무부 본부에서는 동아시아태평양 담당국에서 근무했다. 일본어, 프랑스어를 능통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계 인사가 대사관 고위급에 임명된 것은 해리 해리스 전 대사 퇴임 이후 2년여 만이다. 해리스 전 대사는 주일 미군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이다. 일각에서는 대사관 2인자이자 일본과 접점이 많은 사쿠라이 차석이 한일관계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정부는 28일 독자적인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하면서 중국을 “인태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주요 협력국가”로 규정했다. 앞서 5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정부가 인태전략 수립에 나선 이후 가장 큰 관심사였던 대중(對中) 관계와 관련해 일단 견제보단 협력에 방점을 찍은 것. 다만 중국 견제 의도로 해석되는 부분도 곳곳에 넣었다. 이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미국은 글로벌 전략으로부터 인태전략으로 초점을 좀 좁히는 것이라면 우리는 한반도에 머물렀던 외교안보전략을 인태지역으로 확대시키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높은 무역량 등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협력을 거부한다는 것은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제일 중요한 원칙이 포용성”이라며 “특정 국가를 전혀 배제하는 것이 아닌 다 같이 아우르는 노력을 선도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는 확실히 미국 등 앞선 국가들의 전략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앞서 2월 발표한 전략에서 중국을 13번 언급하며 “최대 장기적 위협세력”으로 규정했다. 일본은 이번 달 발표한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중국을 겨냥해 “전에 없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했다. 캐나다도 지난달 “점점 더 파괴적인 글로벌 파워”라고 중국을 지칭했다. 물론 정부는 “국제규범과 규칙에 입각해” 한중 관계를 구현해 나가겠다는 등 이번 인태전략에서 중국 견제 의도도 숨기지 않았다.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는 등 표현 등도 중국을 겨냥한 대목이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내고 “한국의 새로운 인태전략은 법치와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국민의 의지를 보여 준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배타적인 소그룹에 반대하는 것이 (인태지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북한의 무인기 활동이 이달 초부터 동·서 최전방 지역에서 급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를 포착해 활동을 예의 주시했지만 26일 서울 상공을 헤집고 다닌 무인기를 격추하는 데 실패했다. 북한으로 돌아간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 인근 지역에서 낙하산을 펴고 착륙하는 상황만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27일 “(북한 무인기를) 탐지·추적했으나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점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서울 진입을 목표로 치밀한 사전 계획하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 군의 대응태세 전반을 대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군은 이달 초부터 전방 지역에서 북한 무인기 활동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지하고 도발 징후를 주시했다. 무인기 중 일부는 MDL 비행금지구역 부근까지 수시로 접근했고, 이에 우리 군이 감시 수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최근 전방부대를 찾아 무인기 도발 위협에 따른 대비태세 강화 등을 지시했다. 그러나 북한 무인기 5대가 26일 MDL을 넘어 남하했을 때 군은 대응 작전에 실패했다. 그중 1대는 은평구에서 강북구로 이어지는 서울 북부를 서에서 동쪽으로 횡단하는 등 1시간가량 서울 상공까지 휘젓고 다녔다. 서울 상공을 빠져나간 무인기는 MDL을 넘은 직후 경기 파주 이북의 산악지역에 착륙했다. 군은 지상 발진기지·부대 소속 북한군들이 무인기를 수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27일 오후 인천 강화군 지역에선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물체의 항적이 또 포착됐다고 판단한 군이 전투기 등을 대거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 항적은 무인기가 아닌 새 떼의 것으로 판명됐다. 북한 무인기 위협에 대응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드론 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北무인기 놓친 軍, 새떼에 놀라 전투기 출격… 시민들 또 화들짝 인천시는 재난문자 발송 소동北무인기 서울 하늘 휘저을때탐지력 모자라 대공포 사격 못해軍 “용산 상공 항적 포착되지 않아”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서울 상공까지 남하한 북한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한 군이 27일 새 떼를 북한 무인기로 오인해 전투기 등을 출격시켰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는 아군 군용기를 북한 무인기로 오인하고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등 한때 소동이 벌어졌다.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 실패에 이어 군이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투기·헬기 등 출동했지만 새 떼로 판명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후 1시경 강화군 지역에서 레이더로 미상 항적을 포착했다. 군은 북한 무인기일 수 있다고 보고 오후 4시까지 F-15, KF-16 전투기와 아파치 및 코브라 공격헬기, KA-1 경공격기 등 각종 타격자산을 투입해 대응 작전을 펼쳤다. 전날(26일) 북한 무인기 침투 대응 때처럼 20여 대의 군용기가 투입됐다고 한다. 하지만 아군 조종사가 현장에서 육안으로 새 떼를 확인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고 군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경고방송이나 경고사격 등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소형 무인기는 날개폭이 2m급으로 레이더에 몸집이 큰 조류와 비슷하게 나타난다. 과거에도 기러기 같은 새 떼를 무인기로 오인해 전투기가 출격한 사례가 있었다. 인천시는 오후 2시 57분경 강화군 주민들에게 “석모도 지역에서 무인기가 관측됨에 따라 안전에 유의하기 바란다”는 재난문자를 발송했고, 강화군도 같은 시간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방송을 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아군 군용기를 착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 관계자는 “수정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화군 주민 이모 씨는 “북한 무인기가 또 내려왔나 싶어 불안했는데 오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며 “북한 도발이 아니라 안심이 되면서도 뭘 보고 무인기로 판단하고 재난문자까지 보냈는지 어이가 없다”고 했다.○ 지상 대공포 탐지 못 해 한 발도 못 쏴북한 무인기가 26일 서울 상공까지 휘젓고 다녔지만 초기 대응을 담당하는 지상 대공포는 자체 탐지 능력이 미흡해 한 발도 조준사격을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들이 지상 대공무기들의 유효 사거리와 탐지 범위를 벗어났고, 벌컨포의 경우 육안으로 식별해야 사격이 가능한데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2m급의 작은 몸집에 시속 100km로 요리조리 항로를 바꾸는 북한 무인기를 전투기, 헬기 등 공중 전력으로만 뒤쫓다가 격추에 실패한 것이다. 군에 따르면 서울로 진입했다가 되돌아간 북한 무인기는 서울 상공 약 3km 고도에서 1시간가량을 비행했다. 은평구에서 강북구로 이어지는 서울 북부를 서에서 동쪽으로 횡단한 뒤 북상했다고 한다. 군 당국자는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상공에선 항적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이 이날 취재진에 아군 항공기가 촬영한 무인기 사진을 공개했다. 2017년 강원 인제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글라이더 형태에 하늘색으로 도색해 공중에서 식별이 힘들게 만든 외형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실시간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는 원격 조종 기능은 없고, 사전에 입력한 좌표대로 비행하는 형태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북한 무인기가 26일 서울 상공까지 접근해 휘젓고 다닌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한 무인기 성능과 운용 현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 북한 무인기가 한국 영공에 침범한 게 확인된 것은 2017년 6월 9일이다. 당시 추락 상태로 발견된 이 무인기는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까지 침투해 촬영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당시 발견된 무인기는 길이 1.8m, 날개 폭 2.4m로 하늘색(위장색)으로 동체가 도색돼 있었고, 2기통 엔진을 장착했다. 군사분계선(MDL)에서 남쪽으로 30km가량 떨어진 강원 인제군 야산에서 추락된 채 발견됐는데 군은 이 무인기가 540km가 넘는 거리를 비행하도록 계획됐다가 연료가 부족해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성주 사드 기지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270여 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기지를 촬영한 뒤 북한으로 충분히 복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무인기에 장착된 일본제 소니 디지털일안투과식(DSLT) 카메라에는 성주 사드 부지 사진 10여 장이 발견됐다. 사진들은 2∼3km 고도에서 촬영된 것으로 성주 사드 기지 전경 및 기지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와 탐지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을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보다 앞선 2014년 3∼4월에는 경기 파주, 인천 백령도, 강원 삼척에서 무인기가 잇따라 추락체로 발견됐다. 2017년에 발견된 것보다 기술적으로 다소 조악한 수준이었지만 파주 야산에서 발견된 무인기에선 청와대 일대와 서울 내 핵심 방호시설, 파주 및 고양 군사시설을 촬영한 사진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당시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 역시 백령도 등 서북도서 군사시설을 촬영했다. 무인기들의 발진 및 복귀 지점은 해주, 개성, 평강 등 모두 북한 지역으로 드러나 대남 도발로 최종 확인된 바 있다. 이후 2015년 8월에는 북한 무인기가 강원 화천 지역, 2016년 1월에는 경기 문산 지역 MDL을 넘어왔다가 군이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하자 북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일본 정부가 외교·방위 정책 문서에 ‘적(敵) 기지 공격 능력’의 보유를 명기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일본을 향한 공격 의사가 명확하다고 판단되면 사전에 상대의 미사일 기지, 사령부 등을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사실상 선제공격이 가능하도록 한 이번 문서 개정으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유지해 온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받을 때만 최소한으로 자위력 행사) 원칙이 77년 만에 바뀌는 대전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6일 오후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명기한 ‘국가 안전보장 전략’ ‘국가 방위 전략’ ‘방위비 정비 계획’ 등 안보 3대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주변국의 위협에 대해 필요할 때 최소한의 자위 조처로 상대 영역에 반격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능력 행사는 미국과 협력한다’는 내용을 개정 문서에 담았다. 관련 조치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5년 뒤 2% 이상으로 늘려 첨단 공격 무기를 대거 도입하기로 했다. 우리 외교부는 “한반도 대상 반격능력 행사와 같이 한반도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사전에 우리와의 긴밀한 협의 및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이날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개정 문서에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에 대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의연히 대응한다”는 억지 주장을 포함시켰다. 직전인 2013년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에서는 ‘다케시마’라고만 표기했는데 이번에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수식어를 추가한 것이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각각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와 일본 해상자위대 방위주재관을 초치해 강력 항의하며 즉각 시정하라고 촉구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첫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했다면서 16일 공개한 ‘대출력 고체 연료 발동기’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고체 엔진이 유력시된다. ‘괴물 ICBM(화성-17형)’의 시험 발사 성공 한 달 만에 더 고난도 기술이 적용된 신형 고체 엔진을 과시하면서 미국 본토 타격 위협과 대미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 한미 당국은 이르면 내년 초 북한이 신형 고체 엔진 ICBM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미니트맨3 1단의 추력 능가북한은 새로 개발한 고체 엔진의 추진력이 140tf(톤포스·140t을 밀어 올리는 추력)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운용 중인 미니트맨3의 1단 엔진(80tf)을 크게 능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액체 연료 ICBM인 화성-17형의 1단 엔진(160tf)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600∼800kg의 탄두를 싣고 1만 km 이상 날아가 미 본토 서부에 닿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장영근 한국 항공대 교수는 “북한 주장이 맞다면 이 엔진을 1단 추진체로 한 3단 고체 연료 ICBM을 개발할 경우 1t급 핵탄두를 싣고 1만1000km 이상 날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 기준으로 로스앤젤레스(LA) 등이 있는 미 서부는 물론이고 중부까지 본토의 상당 지역이 핵 타격권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연구실장은 16일 KIDA 포럼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토폴-M이나 중국의 둥펑(DF)-31A와 같은 고체추진 ICBM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 더 작고 탐지 힘든 고체 ICBM ‘초읽기’고체 추진 ICBM은 북한에는 ‘핵 강성대국’으로 가는 최종 관문에 해당된다.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5·17형 등 기존 ICBM은 발사 전 장시간에 걸쳐 액체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 정찰위성에 발사 준비 징후가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 강한 부식성과 독성을 지닌 액체 연료를 미사일의 연료탱크에 상시 넣어 두기도 힘들다. 반면 고체 추진 ICBM은 배터리처럼 고체 연료(연료+산화제)를 장착한 채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지하갱도 등에 장기간 대기하다 발사 명령 수십초 만에 쏠 수 있다. 기습 및 은밀성에서 액체 추진 ICBM을 압도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미니트맨3를 비롯해 중국·러시아의 ICBM이 모두 고체 추진인 점도 같은 이유다. 또 연료·산화제 탱크와 배관 등이 필요한 액체 추진 ICBM보다 구조가 단순해 미사일을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북한이 고체 ICBM을 길이 20m 이내로 만들 경우 8축(양쪽 바퀴 합쳐서 16개) TEL에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그만큼 기동성과 생존성이 높아져 유사시 한미의 킬체인(선제타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이 완성한 고체 엔진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이 최대치로 평가된다. 북한은 2016년 3월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한 ‘대출력 고체 로켓발동기’를 토대로 북극성-1·3형(SLBM)과 북극성-2형(지상발사용),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을 잇달아 전력화했다. 이후 ICBM용 고체 엔진 개발 정황이 한미 당국에 속속 포착돼 왔고 이번에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신형 고체 엔진을 토대로 ICBM급 SLBM 개발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장영근 교수는 “북한이 ICBM급의 SLBM을 개발해 위협할 경우 제2격(핵보복) 능력을 확보하기 때문에 미국이 상당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이 분출 시험 참관 직후 “최단 기간 내 또 다른 신형전략무기의 출현을 기대한다”고 발언한 점에서 조만간 고체 엔진을 장착한 신형 ICBM 테스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내년 초에 첫 시험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평양서 대규모 열병식 준비이런 가운데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16일(현지 시간) 위성사진을 토대로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수천 명의 병력이 최근 열병식 연습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군 안팎에선 내년 1월 8일 김 위원장 생일 또는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준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일본 정부는 16일 주요 안보 문서에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명시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현재 방위 체계로는 중국, 북한 등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및 변칙궤도 미사일 등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자위대의 능력으로는 위협이 현실이 됐을 때 나라를 지킬 수 있을지, 솔직히 말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국제 사회의 우려’라고 기술한 부분도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인 도전’이라고 바꿨다. 중국이 8월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선 ‘지역 주민에 대한 위협’이라고 명시했다. ○ 日, 사실상의 ‘선제공격’ 가능해져일본의 이번 안보 3대 문서 개정은 ‘공격당하기 전까진 가만히 있는다’는 원칙을 ‘공격당할 게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먼저 공격할 수 있다’로 바꾼 것이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상대 공격 의지를 꺾는 억지력으로 필수 불가결하다는 게 일본의 주장이다. 일본은 2023∼2027년 5년간 방위비로 43조 엔(약 415조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일본은 △북한이 일본에 탄도미사일 발사 △미군 등이 공격을 받아 일본에 명백한 위협이 되는 ‘존립위기 사태’ △대만해협 위협 격화 등의 상황에 적 기지 공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시일 내에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 일본이 북한 영토를 공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본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은 각종 공격 무기도 도입한다. 12식 지대함 유도탄 사정거리를 200km에서 1000km 이상으로 늘려 중국 본토 및 북한에 대한 공격력을 갖춘다. 미국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도입하고 극초음속 미사일 등도 배치한다. 이에 대해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로 변모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이 억지력으로 작용한다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지역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며 “전쟁에 대한 반성하에 상대를 위협하지 않겠다고 해온 방침을 무너뜨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 “日, 北 공격 시 우리 승인 받아야”우리 외교부는 이날 일본 안보 문서 개정에 대해 “평화헌법의 정신을 견지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전수방위 개념을 변경하지 않으면서 엄격한 요건 내에서 행사 가능하다고 밝힌 점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전수방위는 일본 방위의 기본 지침이며 향후에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유사시 일본이 북한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우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일본 영토 내 자위권 행사와 한반도로 자위대 전력을 투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며 “우리 정부의 사전 협의와 동의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날 “반격 능력 행사는 일본의 자위권 행사로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입장 차를 보였다. 그러면서 “반격을 결단할 경우 정보 수집·분석 차원에서 미국, 한국과 필요한 연계를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일본의 방위 투자 확대는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현대화할 것”이라며 “우리와 우리 파트너들이 지속적인 평화, 안정,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일본의 새 국가 안보 전략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위협을 과장해 자신들의 군비 확장 핑계를 찾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전수방위(專守防衛)상대의 공격을 받을 때만 최소한의 자위력을 행사하고, 보유 방위력도 자위를 위한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한다는 소극적 방위 개념. 일본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이 개념을 기본 안보 원칙으로 세웠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방한 중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사진)이 “북한이 지속적으로 무기급 핵프로그램 보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르면 내년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사화학실험실은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한 재처리 시설. 결국 북한이 핵 개발 의지를 드러내며 전술핵 핵탄두 제조에 사용할 새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16일 외교부 기자단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 관련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며 “영변 원자로가 보통 3∼4년 주기로 가동되므로 2023, 2024년에는 가동이 완료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 그 이후에 방사화학실험실이 작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북한이 새로운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한 사이클을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과거 영변 핵시설의 5MW(메가와트) 원자로를 가동한 뒤 방사화학실험실에서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을 생산했다. 북한이 이 사이클을 다시 돌린다는 건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무기 개발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선 “3번 갱도를 복구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필요하다고 결정한다면 IAEA가 대화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에 대한 우리 국민들 우려에 대해선 “투명성을 원칙으로 해서 방류 과정에 대한 모든 필요한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며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해서 방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방류할 물의 샘플을 보내 살펴보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우려를 가진 주변국이 자체 검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일본 정부는 16일 발표한 ‘국가 안보 전략’ 개정 문서에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억지 주장을 폈다. 일본은 해당 문서에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영유권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꾸준히 대응하고,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에 근거해 끈질기게 외교 노력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2013년 발표된 직전 국가안보전략에서는 “다케시마 영유권에 관한 문제는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라고 기술돼 있었는데 이번 개정 과정에서 독도에 대해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다.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꾸준히 대응한다’는 부분도 추가됐다. 2013년 때보다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며 독도를 또다시 분쟁지역화하려는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하며 해당 내용을 즉각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에서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포함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했다. 또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국제정책관도 “독도에는 영유권 분쟁이 존재하지 않으며 어떠한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는 우리의 기존 입장을 일본 측에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일본 정부는 16일 발표한 ‘국가 안보 전략’ 개정 문서에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억지 주장을 폈다. 일본은 해당 문서에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의 영유권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꾸준히 대응하고,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에 근거해 끈질기게 외교 노력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2013년 발표된 직전 국가안보전략에서는 “다케시마 영유권에 관한 문제는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라고 기술돼 있었는데 이번 개정 과정에서 독도에 대해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다.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꾸준히 대응한다’는 부분도 추가됐다. 2013년 때보다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며 독도를 또 다시 분쟁지역화한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하며 해당 내용을 즉각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에서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포함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했다. 또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국제정책관도 “독도에는 영유권 분쟁이 존재하지 않으며 어떠한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는 우리의 기존 입장을 일본 측에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문재인 정부 당시 주요 통계 조작 정황을 감사 중인 감사원이 최근 황수경 전 통계청장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전직 통계청장들을 직접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히 2018년 황 전 청장의 경질 전후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초대 통계청장인 황 전 청장은 취임 13개월 만인 2018년 8월 ‘소득주도성장 이후 소득분배 지표가 더 나빠졌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뒤 강 전 청장으로 교체된 바 있다. 당시 황 전 청장은 이임식에서 ‘정확하고 신뢰성이 있는 통계를 만들어 정책을 바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통계는 객관성이 중요하다. 그것이 통계청이 견지해야 할 점’이라고 언급해 ‘경질설’에 힘을 실었다. 황 전 청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당시 통계 관련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으며 이를 거부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강 전 청장은 “부당한 지시나 개입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감사원은 통계 조작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현직 통계청 직원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9월 말부터 국토교통부,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대상으로 정부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관련 감사를 진행 중이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