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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 마음’을 느껴주시면 좋겠어요. 이 소설은 정말로 헤어지지 않는다는 마음, 끝까지 애도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한강 소설가(53)가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9일(현지 시간) 수상한 뒤 소설의 불어판을 낸 그라세 출판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이 소설은 한 작가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5년 만인 2021년 펴냈다.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는 “눈, 눈송이의 질감, 촛불, 벽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라든지 가볍고 부드러운 것들에 대해 많이 묘사 했다”며 “이것이 (제가) 어떤 방식으로 사건에 다가가고 있는지 감각으로 느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무거운 한국 역사를 다뤘음에도 프랑스 문단의 좋은 평가를 받은 데 대해 한 작가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라며 “(한국과 프랑스가) 설령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고 해도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것이 있어서 당연히 누구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이 작품을 쓰면서 대부분 사건 관련자를 직접 만나기보다 기존에 연구된 자료를 활용하고, 제주도에도 자주 가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소설을 쓴다는 이유로 그분들(제주 4·3 관련자)의 상처를 다시 열고 싶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그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겨울 3부작’을 집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현대사에 대해선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 소설엔 겨울 이야기가 많은데 지금 준비하는 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이야기일 것 같다”며 “바라건대 다음엔 좀 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라세 출판사는 작품의 초판에 5000부를 인쇄했지만 이날 메디치 수상 뒤 1만5000부를 새로 찍기로 했다. 출판사의 조하킴 슈네프 편집자는 “책이 처음 발간됐을 때부터 독자들이 열광했고, 많은 비평가가 최고 평점을 줬다”고 전했다. 또 “프랑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제주 4·3 사건을 알게 됐다”며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포함한 역사에 대한 이해를 더 하게 됐다”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영국 찰스3세 국왕의 첫 런던 한인타운 방문에 현지 주요 언론들이 “찰스3세 국왕이 K팝과 한국 음식을 배웠다”며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가 현장에서 예상보다 오랜 시간을 머무는 등 한인사회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8일(현지 시간) 찰스3세 국왕이 영국 국왕으로서 처음 런던 남서부의 뉴몰든 한인타운을 방문하자 “찰스3세 국왕은 이달 말 한국 대통령 국빈 방문에 앞서 K팝과 한국 문화, 음식을 배웠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달 14일 생일을 앞두고 행사장인 뉴몰든 감리교회에서 보자기에 싼 ‘김치 선물’을 받고 “(매운 맛에) 내 머리가 터지려나”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행사장에는 미역국, 구절판 등 한식 생일상도 차려졌다. 영국 BBC는 “찰스3세 국왕은 영국의 비전을 ‘공동체들의 공동체’라고 표현하곤 했기에 한인 2만 명이 모여 사는 한인타운 방문을 정말 즐기는 듯 보였다”고 했다. 공식 인사 뒤 산책에 즉흥적으로 나섰고, 예정보다 더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고 BBC는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가 이날 1시간여 뉴몰든에 머물렀다. 찰스3세 국왕은 이 과정에서 탈북민들과도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어떻게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갔는지 등을 질문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찰스 3세 영국 국왕(사진)이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8일(현지 시간) 유럽 최대 한인타운인 뉴몰든을 방문했다. 국왕은 물론이고, 영국 왕실 고위 인사가 뉴몰든을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찰스 3세 국왕은 이날 한인사회 대표와 청년을 만나고 한국 음식 발표회, 한인 문화공연,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전시 등에 참여했다. 11일 영국 현충일을 앞두고 뉴몰든 전쟁기념관도 방문하고 윤여철 주영 한국대사와 킹스턴어폰템스 왕립 자치구(킹스턴구) 시장, 지방의회 대표들과도 만난다고 킹스턴 지역 언론은 전했다. 런던 남서부 킹스턴구에 있는 뉴몰든은 영국뿐 아니라 유럽에서 한인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한인타운이다. 1970년대부터 한인들이 모여들며 형성된 뉴몰든은 한인 식당과 병원 등이 밀집해 ‘유럽 속 작은 한국’으로 알려져 있다. 킹스턴구는 올해 유럽에서 처음으로 김치의 날(11월 22일)을 지정하기도 했다. 이에 영국 로열라이프매거진은 “한인 사회가 영국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올 5월 대관식 이후 초청하는 첫 국빈으로 이달 윤 대통령을 맞을 예정이다. 그는 윤 대통령 부부 국빈 방문을 계기로 뉴몰든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찰스 3세 국왕은 전날 즉위 후 의회 개회식에서 진행된 첫 ‘킹스 스피치’에서 “이달 국빈 방문하는 한국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맞이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대외 관계를 넓히며 한국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달 초 제1회 인공지능(AI) 안전 정상회의를 열면서 내년 5월 중간 점검 회의를 한국과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과 러시아가 잇달아 핵무기와 재래식무기 관련 군축 합의에서 이탈하고 있다. 중국까지 군비 경쟁에 가세하고 있어 신(新)냉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에서 탈퇴하고 CFE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면서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12월 7일부터 CFE에 따른 의무 이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이날 비슷한 성명을 발표했다. CFE란 냉전 말기인 1990년 나토와 옛 소련 주도 바르샤바조약기구가 각자 재래식 무기 보유 목록과 수량을 제한하기 위해 체결한 군축 조약이다. 미국과 나토의 발표는 러시아 정부가 CFE 공식 탈퇴를 선언한 직후 나왔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CFE 탈퇴 절차가 11월 7일 0시를 기해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군축 합의 파기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미국이 먼저 이탈한 사례도 있다. 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양국 군비 경쟁을 제한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참여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올 2월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중단을 선언했다. 이달 2일에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대해 러시아가 비준 철회를 발표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종 군축 조약에서 이탈하며 냉전 종식 30여 년 만에 지정학적 위기 속에 다시 주요국이 군비 경쟁을 벌이는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까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기 들어 군축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1990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가 재래식 무기 보유 목록과 수량을 제한하기 위해 체결한 군축 조약.중거리핵전력조약(INF)1987년 미국과 러시아 간 체결된 냉전 종식의 첫걸음이 된 군축 조약. 사거리 500∼5500km 탄도·순항미사일의 실험, 보유, 배치를 금지.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지난해 2월부터 20개월 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나란히 ‘내년 3월 대선’을 앞뒀지만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선은 민주주의의 상징임에도 “민주국가를 지켜달라”고 세계에 호소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45)은 ‘전시 대선 불가’ 방침을 공식화했다. 선거를 치르려면 계엄령 해제 등이 필요한데 이것이 러시아에 대한 반격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반대파와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는 권위주의 통치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1)은 오히려 대선을 반기고 있다. ‘외부의 적’으로 시선을 돌려 장기 집권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만큼 서둘러 대선을 치러 종신 집권의 길을 공고히 하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선거할 때 아냐” 6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동영상 연설을 통해 “나는 지금 선거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시 상황인 지금 경솔하게 선거 의제를 다루는 것이 무책임하다며 “모두가 국방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 국가기관이 다른 어떤 일에 에너지나 힘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3월 31일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됐고 같은 해 5월 취임했다. 헌법상 대선일은 현 대통령의 임기 5년 차 3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즉, 이에 해당하는 내년 3월 31일에는 대선을 치러야 하지만 미루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후 계엄령을 발동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실시하려면 총선 때는 일시적 계엄령 해제가, 대선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게다가 러시아가 허위정보, 해킹 등으로 여론 조작에 나서 우크라이나 사회 내부에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곳곳의 투표소를 노릴 경우 민간인이 희생될 우려도 있다. 최전선에 배치된 군인 수만 명은 투표를 하기 쉽지 않고, 개전 후 적지 않은 국민이 유럽연합(EU) 등 세계 곳곳으로 피란을 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돈과 무기를 지원해 온 미국 등 서방은 선거를 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 절차를 지키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치 능력을 입증해야 독재자 이미지가 강한 푸틴 대통령과의 명분 싸움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논리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우크라이나에 회원국 가입 조건으로 ‘민주주의 관련 개혁’을 요구했다. ● 푸틴, 2030년까지 집권 노릴 듯 같은 날 로이터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24일로 예정된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내년 대선에 출마하면 5번째 도전이 된다. 이미 푸틴의 최측근들이 선거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 또한 잇따른다. 푸틴 대통령에게 선거는 요식 행위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가 러시아 사회 전반을 철저하게 장악하고 있는 데다 그에게 맞설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그의 지지율이 80%에 육박해 내년 대선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에서 높은 지지율로 재집권에 성공하면 77세가 되는 2030년까지 6년을 더 권좌에서 보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쟁 장기화, 장기 집권, 반대파 탄압 등에 대한 국내외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자신의 입지와 영향력 또한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정보당국은 그가 종신 집권의 길을 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처음 권좌에 올랐다.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에게 2008∼2012년 대통령직을 넘기고 총리로 물러났으나 2012년 복귀 후 집권을 이어 오고 있다. 그는 1922∼1952년 집권한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두 번째로 러시아를 오래 통치한 지도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LG가 다음달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여부를 결정짓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부산엑스포 버스’를 운영하며 막판 유치전을 펼친다.LG는 6일(현지 시간) 파리 에펠탑 인근 센강 선상 카페에서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과 LG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엑스포 버스’를 공개했다. 이날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선보인 부산엑스포 버스는 2층 대형 버스로, 부산의 매력을 소개하는 랜드마크와 함께 엑스포 유치 염원을 보여주는 래핑광고를 선보였다.LG는 이번 래핑버스 2대와 함께 파리 시내버스 2028대의 측면이나 전면에 부산엑스포 기원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재했다. 2030년 부산엑스포 개최를 기원하는 취지로 2030대의 부산엑스포 버스가 운행되는 것이다. LG가 운영하는 부산엑스포 버스 2030대는 다양한 노선으로 구성돼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의 대표적 명소 주변을 누빈다.이날 장 미래전략기획관은 “2030 부산엑스포 버스는 세계를 향한 글로벌 항구도시 부산, 자유의 마지막 보루였던 부산의 역사적 스토리를 세계인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최근 국내에서 은행에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은행들이 이자 수익을 많이 벌었으니 세금을 더 걷자는 얘기다. 같은 주장이 이미 3개월 전 이탈리아에서도 나와 한바탕 혼란을 겪었다. 사실 이탈리아의 횡재세 도입 방침이 이례적인 건 아니었다. 유럽연합(EU) 국가 중 체코, 리투아니아, 스페인이 이미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열에 이탈리아가 합류하겠다고 나서자 시장이 바짝 긴장했다. 이탈리아는 세계 10위 경제 규모를 점하고 있는 데다, 국가 부채 문제도 심각해 유럽연합(EU)의 우려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탈리아는 14세기 메디치가문의 은행 등 근대적 은행을 태동시킨 곳이라 더 주목을 끌었다. 근대 은행의 발상지에서 ‘반(反)은행’ 정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멜로니 총리 “은행에 40% 횡재세”횡재세(windfall tax)란 일정 수준 이상의 초과 이익을 거둔 기업에 추가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기업 자체의 역량이 아닌 에너지 가격 급등, 고금리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이익에 부과된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주로 시행하고 있다. 고물가로 민생은 어려운데 오히려 일부 기업들은 이익을 불려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고물가와 경기 침체의 고통을 분담시키는 취지가 있다. 또 횡재세는 재정 적자가 심각한 정부의 세수(稅收)를 늘리는 역할도 한다. 원래 유가, 천연가스 값 등 에너지 값이 뛰자 주로 에너지 기업에 부과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권으로도 횡재세가 번지는 분위기다.이탈리아 정부는 8월 각료회의에서 올해 한시적으로 시중은행에 횡재세를 도입하는 특별법을 승인하며 횡재세 논란이 점화됐다. 법안은 고금리에 따라 막대한 추가 이익을 거둔 은행들에 초과 이익의 40%를 세금으로 물리겠다는 내용이었다. 부과 대상은 순이자이익이 2년 전 대비 10% 넘게 늘어난 시중은행.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현지 주요 일간지 공동 인터뷰에서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빠르게 인상했지만 예금 금리는 올리지 않아 왜곡이 발생했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은행을 징벌할 의도가 전혀 없다”며 반발하는 은행을 다독이려 애썼다.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상당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횡재세 도입 방침이 공개된 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은행주 지수는 7.3% 급락했다. 유로존 은행지수(SX7E)는 3.7% 하락하며 이탈리아발(發) 금융 불안이 유럽 금융권으로 전이됐다. 횡재세가 부과되면 이탈리아 은행들의 재정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힘 빠진 횡재세, “은행의 승리”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멜로니 정권은 ‘횡재세 부과액에 일정 상한을 두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초과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순이자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겠단 얘기였다. 하지만 이런 ‘한발 후퇴’도 역부족이었다. 이탈리아 안팎에선 비판이 터져 나왔다. 멜로니 정부의 연정 파트너인 우파 전진이탈리아당(포르자 이탈리아)은 횡재세 법안을 무력화할 ‘맞불 법안’을 내놓는 등 반대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장녀인 마리나 베를루스코니는 “초과 이익의 정의가 여러 가지 의심과 비판에 노출될 수 있고 매우 선동적”이라며 “은행 횡재세가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횡재세 도입 발표 다음달인 9월 유럽중앙은행(ECB)마저 횡재세 도입에 우려를 표하며 멜로니 정부는 더욱 난감해졌다. ECB는 당시 은행이 경기 침체 여파에 더 취약해질 가능성을 지적하며 과세 여파를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ECB와 이탈리아 간의 긴장관계가 커졌다고 풀이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ECB에 ‘재정 개혁’ 성과를 평가받고 그 성적에 따라 재정 지원 여부를 통보받던 참이다. 이에 멜로니 정부는 횡재세 법안을 대폭 뜯어고쳐 완화했다. 법 수정안에 따르면 은행이 납부해야 할 세금의 2.5배를 준비금으로 쌓으면 횡재세를 피할 수 있다. 횡재세 상한선은 당초 ‘은행 총자산의 0.1%’로 예상됐으나 이번에 ‘위험가중자산’의 0.26%로 수정됐다. 정부가 상한선을 대폭 낮춘 셈이다.횡재세 완화로 멜로니 정부는 소란만 키운 채 실리는 챙기질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현금이 풍부한 경제 부문을 (횡재세 부과로) 기회주의적으로 공습함으로써 국가 재정 적자를 줄이려던 멜로니 총리의 희망이 좌절됐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의 한 은행 임원은 폴리티코에 익명을 요청하며 “법 전체가 바뀌었다”며 “은행이 승리했다”고 말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이 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략핵추진잠수함을 급파했다. 수에즈 운하에서 이집트 카이로 북동쪽 알살람 다리 아래를 지나가는 해당 핵잠수함의 사진도 공개했다. 미국이 미 해군 최대 규모인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위치를 공개하는 것은 “매우 드문(incredibly rare) 일”이라고 외신은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일시적 전투 중단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이스라엘은 이날 오전 “(하마스 본거지이자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했다”고 말했다. 가자시티 안으로 군대가 진입해 하마스와 본격 시가전을 벌일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군 발표 직후 “48시간 내 시가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중동 우방은 달래고, 이란에는 경고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이 중동에 배치됐다고 밝히며 알살람 다리 인근에서 수면 위로 부상한 잠수함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다만 잠수함의 이름과 탄도미사일 또는 순항미사일 탑재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 CNN 방송은 “미군은 잠수함 함대의 움직임이나 작전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면서 “중동 지역 적대 세력을 겨냥한 억제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 이어 이날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중동에 급파됐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번스 국장은 가자지구 내 인질이 억류돼 있는 위치 등을 이스라엘 정부와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번스 국장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도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를 이유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한 압둘라 2세는 번스 국장과 즉위 이전부터 친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부터 중동 순방 중인 블링컨 장관은 5일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이라크를 깜짝 방문했고,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있는 튀르키예도 찾았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무함마드 시아 알 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만나 병력 2500여 명이 주둔한 이라크 미군기지에 대한 이란 지원을 받은 이라크 민병대의 공격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란의 중동전쟁 개입에 대한 경고 차원이다.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도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미국 국민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CNN은 블링컨 장관의 이번 강행군을 ‘소용돌이(whirlwind) 순방’이라고 표현했다. 중동전쟁 확전을 억제하려고 동분서주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영국 BBC 방송은 “블링컨 장관이 불을 하나 끄면 다른 곳에 불이 나는 형국”이라며 미국의 행보가 가시밭길이라고 평가했다.● 이 “오늘부터 北가자-南가자로 끊겨” 이스라엘은 미국의 확전 억제 노력에도 가자지구 공세를 더 강화하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했다”며 “오늘로 북(北)가자와 남(南)가자가 생겼다”고 말했다. 가자시티가 고립돼 가자지구가 사실상 둘로 갈라졌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이스라엘군 발표 이후) 48시간 안에 가자시티 시가전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스라엘 북쪽 레바논 국경 지역에서도 총성은 계속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레바논 남부에서 자동차가 공격당해 10대 초반 소녀 3명과 할머니가 사망했다고 레바논 당국이 밝혔다.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민간인 공격을 용납하지 않겠다. 대응은 확고하고 강력할 것”이라며 이스라엘 북부 키르야트슈모나 마을에 ‘그라트 로켓’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스라엘이 하마스 제거를 위해 (가자지구를) 공격한다는데, 지금껏 죽은 아이들이 하마스와 무슨 상관인가요?” 4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 시내의 한 식당. 입구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식당을 찾은 이집트인 노하 씨(45)는 격화되고 있는 중동전쟁에 대해 이같이 반문하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대원들을 얼마든지 공격해도 좋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일방적인 ‘인종청소’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당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함께 분노하고, 찾는 손님들도 비극을 생각해보고 연대하자는 취지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 미국 등에선 주말 동안 ‘반(反)유대주의에 반대한다’며 하마스에 민간인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휴전을 위해선 하마스가 볼모로 잡고 있는 인질부터 먼저 석방하는 게 맞다”며 이스라엘 정부의 방침을 지지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6일로 한 달을 맞았다. 전쟁 발발 직후 하마스의 잔인한 민간인 학살 사례가 알려지며 국제사회에는 이스라엘의 보복을 지지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으로 전쟁이 격화되며 확전 우려와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세계는 친(親)이스라엘과 반이스라엘 여론으로 쪼개졌다. 일시적 교전 중단(pause)이나 휴전(ceasefire)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전쟁 이후 세 번째 중동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하마스 테러를 끝내면서도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언급하며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일시적 교전 중단을 설득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 없는 교전 중단을 거부한다”며 퇴짜를 놨다. 같은 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최고지도자가 연설에서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도 아직은 제한적 참전에 무게를 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강경한 방침으로 중동전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민간인 희생 늘며 갈등 커져… 아랍권 ‘反유대 불매운동’ 최고조 ‘친이 vs 친팔’ 쪼개진 세계과거 이-팔과 교류했던 아랍국가들맥도널드 등 이 관련 기업 보이콧美-유럽 등 “인질 석방” 집회 이어… “당장 휴전” 이 규탄 시위 잇따라 4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를 꺼렸다. 이스라엘군과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양측의 전력이 비슷하지도 않은 데다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인 거주지에도 이스라엘군의 일방적 폭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념품 상점을 운영하는 한 이집트인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죽인 하마스도 잘못했지만 더 많은 민간인이 다칠 것을 알면서 폭탄을 쏟아내는 이스라엘은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집트에는 과거 이스라엘과 대규모 중동전쟁을 벌인 탓에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있기는 하지만 가자지구 및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양쪽 모두와 비교적 교류가 잦았다. 그런 이집트인들이 “다른 중동국가 사람들 생각도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을 통해 연일 전해지는 민간인 피해 소식과 확전 위협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살피고 있었다.● 아랍권에 퍼진 反이스라엘 불매 운동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이 지지하는 세력에 따른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카이로에선 잇따른 반이스라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자주 열리고 있다. 긴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4일 카이로 시내에 있는 이스라엘대사관과 팔레스타인대사관 앞에는 각각 대규모 무장 경찰이 주둔하며 혹시 모를 테러 위협에도 대비하고 있었다. 이집트 당국은 허가되지 않은 집회 관련 참가자 100여 명을 구금하는 등 최근 강경 대응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즉각 이스라엘은 휴전하라”거나 “이스라엘은 없어져야 한다”며 규탄했다. 이 밖에도 상점, 주택가, 차량 등에도 연대 취지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걸어 놓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최근 수년간 중동권에서 벌어진 반이스라엘 보이콧 움직임 중 역대 최대이자 가장 영향력이 막대한 수준”이라고 3일 전했다. 특히 이스라엘 맥도널드가 이스라엘군에 무료 음식을 제공한다고 밝히자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이스라엘에 후원을 했거나 이스라엘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스타벅스, 코카콜라, 네슬레, 넷플릭스 등의 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관련 기업의 광고를 찍었던 유명 배우들도 소셜미디어에서 ‘댓글 공격’을 당하자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불매운동이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연대는 보여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불매운동이 무차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누리꾼은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이 업체가 이집트 브랜드인가, 외국 브랜드인가”라고 반문했다. 심지어 외국인들에게도 “요즘 맥도널드를 배달시켜 먹으면 안 된다”며 훈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서 “휴전하라” 시위 봇물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선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도심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공모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프랑스 당국이 허가한 합법 시위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선 시위대가 길을 막고 앉았다. 이들은 “지금 당장 휴전하라”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이스라엘 집회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3일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전날 ‘반유대주의에 반대한다’며 하마스의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 약 2만 명이 참가했다. 4일 캐나다 퀘벡 맥길대에서 열린 집회에선 일부 극우 성향 참가자들의 “더 많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죽이라”는 과격 구호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대학가와 언론계에서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미 코넬대는 학내 갈등 격화로 긴급 휴교 방침을 내렸다. 미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대량학살 시도라고 비판하는 성명에 서명했다가 NYT의 정책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사임했다. 해당 성명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조건부 지지한 NYT 사설도 비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중동전쟁이 격화하면서 20개월 넘게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난감해졌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까지 ‘2개의 전쟁’을 지원하게 된 미국 등 서방이 전쟁 장기화에 피로감을 드러내며 평화협상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어서다. 내년에 대선을 치르라는 압박까지 받고 있다. 미 NBC방송은 4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평화협상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양보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현재 (평화)협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정부는 3일 4억2500만 달러(약 56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 지원책을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서방) 우리 파트너 중 누구도 러시아와 대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무언가를 주라고 압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의 침공 후) 시간이 지났고 사람들은 지쳤지만 이는 교착 상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 6월 대반격을 개시한 이래 전선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미국과 서방이 평화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 자체가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발레리 잘루지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이제 전쟁은 정적이고 소모적으로 싸우는 진지전 단계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전쟁도 우크라이나에는 악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세계의) 관심을 빼앗아 가고 있다”며 “이것이 러시아의 목표”라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서방이 내년 3월 31일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을 그대로 실시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3일 브리핑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년 봄 대선을 보류할 때의 장단점을 모두 숙고하는 중”이라며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치르려면 현재 내려진 계엄령을 해제하고 관련 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 등 전쟁 중인 국가로서는 치명적인 내부 갈등이나 분열이 드러날 수 있다. 특히 러시아가 투표소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퍼붓거나 심리전 등을 활용해 선거에 개입할 우려도 제기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교장관 회의에서 고르단 그를리치라드만 크로아티아 외교장관(65)이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43)에게 기습 ‘볼 키스’를 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하루 뒤 사과했지만 한때 유럽에서 일반적이었던 ‘볼 키스’ 등 키스 관련 논쟁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최근 루이스 루비알레스 전 스페인 축구협회장도 여성 선수에게 강제로 입을 맞췄다가 고조된 비판으로 사임하고 3년 자격정지까지 당했다. 4일 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그를리치라드만 장관은 이날 현지 언론에 “(나의 키스가) 어색한 순간이었을 수도 있다”며 “(이를) 누군가 나쁜 의미로 받아들였다면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뭐가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항상 서로 따뜻하게 인사한다”고도 주장했다. 자신의 키스는 동료 외교장관에 대한 따뜻한 인간적 교류라는 것이다. 온라인에 퍼진 영상을 보면 그를리치라드만 장관은 당시 단체사진 촬영을 하다가 옆에 선 베어보크 장관에게 악수한 뒤 앞으로 몸을 기울여 볼에 입을 맞췄다. 베어보크 장관은 당황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크로아티아 여성단체들은 그를리치라드만 장관의 행동에 대해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2009∼2011년 크로아티아의 첫 여성 총리를 지낸 야드란카 코소르 전 총리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여성에게 강제로 키스하는 것도 폭력”이라고 성토했다. 한 현지 매체는 “외교 수장의 외교력이 품위가 없다”며 그를리치라드만 장관을 질타했다. 보통 볼 키스나 악수는 여성이 먼저 청하는 것이 예의인데 일국의 장관이 기본 예의조차 모른다는 취지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4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를 꺼렸다. 이스라엘군과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양측의 전력이 비슷하지도 않은 데다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인 거주지에도 이스라엘군의 일방적 폭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념품 상점을 운영하는 한 이집트인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죽인 하마스도 잘못했지만 더 많은 민간인이 다칠 것을 알면서 폭탄을 쏟아내는 이스라엘은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집트에는 과거 이스라엘과 대규모 중동전쟁을 벌인 탓에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있기는 하지만 가자지구 및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양쪽 모두에 비교적 교류가 잦았다. 그런 이집트인들이 “다른 중동국가 사람들 생각도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을 통해 연일 전해지는 민간인 피해 소식과 확전 위협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살피고 있었다.● 아랍권에 퍼진 反이스라엘 불매 운동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이 지지하는 세력에 따른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카이로에선 잇따른 반(反)이스라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자주 열리고 있다. 긴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4일 카이로 시내에 있는 이스라엘대사관과 팔레스타인대사관 앞에는 각각 대규모 무장 경찰 병력이 주둔하며 혹시 모를 테러 위협에도 대비하고 있었다.이집트 당국은 허가되지 않은 집회 관련 참가자 100여 명을 구금하는 등 최근 강경 대응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즉각 이스라엘은 휴전하라”거나 “이스라엘은 없어져야 한다”며 규탄했다. 이밖에도 상점, 주택가, 차량 등에도 연대 취지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걸어놓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최근 수년간 중동권에서 벌어진 반(反)이스라엘 보이콧 움직임 중 역대 최대이자 가장 영향력이 막대한 수준“이라고 3일 전했다. 특히 이스라엘 맥도날드가 이스라엘군에 무료 음식을 제공한다고 밝히자 불매운동은 들불처럼 번졌다. 이스라엘에 후원을 했거나 이스라엘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스타벅스, 코카콜라, 네슬레, 넷플릭스 등 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관련 기업의 광고를 찍었던 유명 배우들도 소셜미디어에서 ‘댓글 공격’을 당하자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불매운동이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연대는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다만 이 같은 불매운동이 무차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네티즌은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이 업체가 이집트 브랜드인가, 외국 브랜드인가”라고 반문했다. 심지어 외국인들에게도 “요즘 맥도날드를 배달시켜 먹으면 안 된다”며 훈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서 “휴전하라” 시위 봇물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선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도심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공모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프랑스 당국이 허가한 합법 시위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선 시위대가 길을 막고 앉았다. 이들은 “지금 당장 휴전하라”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親)이스라엘 집회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3일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전날 ‘반유대주의에 반대한다’며 하마스의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 약 2만 명이 참가했다. 4일 캐나다 퀘백 맥길대에서 열린 집회에선 일부 극우 성향 참가자들이 “더 많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죽이라”는 과격 구호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미 대학가와 언론계에서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미 코넬대는 학내 갈등 격화로 긴급 휴교 방침을 내렸다. 미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대량학살 시도라고 비판하는 성명에 서명했다가 NYT의 정책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사임했다. 해당 성명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조건부 지지한 NYT 사설도 비판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스라엘과 하마스 중동전쟁이 격화하면서 20개월 넘게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난감해졌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까지 지원하게 된 미국 등 서방이 전쟁 장기화에 피로감을 드러내며 평화협상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어서다.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치르라는 압박도 받고 있다.미 NBC방송은 4일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평화협상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양보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다만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현재 (평화) 협상 관련 우크라이나와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정부는 3일 4억2500만 달러(약 56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 지원책을 발표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서방) 우리 파트너 중 누구도 러시아와 대화하고 무언가를 주라고 압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의 침공 후) 시간이 지났고 사람들은 지쳤지만 이는 교착 상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그러나 올 6월 대반격을 개시한 이래 전선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미국과 서방이 평화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 자체가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최근 영국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이제 전쟁은 정적이고 소모적으로 싸우는 진지전 단계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중동전쟁도 우크라이나에는 악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세계의) 관심을 빼앗아 가고 있다”며 “이것이 러시아의 목표”라고 지적했다.이런 와중에 서방이 내년 3월 31일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을 그대로 실시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3일 브리핑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년 봄 대선을 보류할 때의 장단점을 모두 숙고하는 중”이라며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는 대선을 치르려면 현재 내려진 계엄령을 해제하고 관련 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 등 전쟁 중인 국가로서는 치명적인 내부 갈등이나 분열이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러시아가 투표소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퍼붓거나 심리전 등을 활용해 선거에 개입할 우려도 제기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인공지능(AI) 산업의 패권을 쥐려는 주요국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AI 규제기관’ 설립 등을 둘러싼 규제 주도권 다툼도 시작됐다. ‘룰 세팅’을 주도해야 자국 AI 기업에 유리한 표준을 만들고, AI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AI 기술 개발과 활용을 두고 견제하고 있는 중국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1일(현지 시간)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버킹엄셔주 블레츨리파크에서 개막한 제1회 ‘AI 안전 정상회의’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AI를 규제하는 ‘AI 안전연구소’ 설립 방침을 밝혔다. 그는 “안전연구소 태스크포스(TF)에 이미 1억 파운드(약 1637억 원)를 투자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뛰어난 연구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첫 AI 정상회의를 자국에서 개최한 것은 물론 AI 규제기관 설립 계획까지 밝히며 산업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미국도 이 회의에서 AI 안전연구소 설립 계획을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이 AI 규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의는 콘텐츠 조작, 핵 및 사이버 보안 위험 등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각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우자오후이(吳朝暉) 중국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 등 각국 주요 인사와 세계적 빅테크 경영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우 부부장은 AI 국제 기준 마련에 협력할 준비가 됐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 마지막 날인 2일 정상급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했다. 차기 회의는 내년 5월 한국에서 열린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 영국 중국 등 28개국과 유럽연합(EU)은 1일(현지 시간)부터 이틀 동안 영국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안전 정상회의’에서 “AI의 파국적 위험을 막도록 협력하자”며 세계 첫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미국과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중국까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협력 선언 이면엔 AI 산업 규제를 주도하려는 국가 간 기싸움이 치열했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규제기관 설립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고, AI의 규제 범위와 강도를 두고 주요국별로 이견이 가시화됐다. 주요국들이 자국 AI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를 주도하고 타국 AI 산업에 진입장벽을 쌓아 AI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 AI 위협 인정” 1일 영국 버밍엄셔주 블레츨리 파크에서 개막한 AI 안전 정상회의에서 28개국과 EU는 AI 안전에 관한 첫 국제 협약인 ‘블레츨리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AI가 사이버보안, 생명공학 등의 분야에서 오용되거나 콘텐츠 조작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가 협력해 이를 해결할 것을 결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AI 개발자에게 시스템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높이도록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정상회의에는 올 6월 AI 벤처기업 ‘xAI’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 겸 사장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의 수장도 대거 참석했다. 주요국들이 처음으로 AI를 단일 의제로 하는 정상회의를 갖고 공동선언에 나선 이유는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가 급속도로 발전해 일상적인 경제·사회 활동은 물론이고 국가 안보 등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국들은 협력을 강조했지만 물밑에선 기싸움이 나타나고 있다. 개최국인 영국은 이번 회의 장소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한 현대 컴퓨팅의 발상지 블레츨리 파크로 정했다. 영국이 속한 연합군이 독일군의 전술을 가로채 전세를 뒤집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곳이다. 게다가 영국은 미국의 암묵적 반대에도 중국에 초청장을 보냈다. ● 물밑선 ‘AI 진입장벽’ 구축 전쟁 AI를 규제하는 ‘AI 안전 연구소’ 설립을 두고도 미국과 영국이 맞붙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1일 정상회의 개최와 함께 AI 안전 연구소 설립 포부를 밝힌 당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같은 연구소 설립 계획과 그 우수성을 강조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도 같은 날 런던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한 연설에서 AI의 위험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긴급 조치를 촉구하며 AI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을 드러내려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 부통령은 수낵 총리에게 누가 ‘보스’인지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주요국들은 AI 규제의 범위와 강도에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수낵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AI가 생물·화학 무기 개발 등 극단적인 위험에 초점을 맞췄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현재 이미 가동되고 있는 AI 모델도 ‘실존적 위협’을 초래한다며 좀 더 광범위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올 7월 강력한 AI 규제안을 발표한 중국은 국제 규제기관을 설립해 첨단 AI 시스템 등록을 의무화하고, 문제가 있으면 즉각 폐쇄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AI 규제를 이끌어 미래산업 패권을 굳히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은 스스로 규제해 달라고 하기 힘든데 이번에 기술 수준이 높은 기업들까지 참여해 규제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규제로 ‘진입장벽’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최근 아프리카 일부 국가 재외공관을 폐쇄한 북한이 스페인, 홍콩 등 최소 12곳에서 대사관을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스페인인민공산당(PCPE) 홈페이지에 공개된 구술서(口述書)에 따르면 서윤석 주스페인 북한대사관 임시 대사 대리는 지난달 26일 북한 외교 사절단 철수를 알리며 주이탈리아 대사관이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고 밝혔다. 철수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PCPE는 “북한으로부터 기관, 상업, 문화단체와의 호혜적 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어 대사관을 폐쇄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스페인 정부가 북한에 협조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북한은 최근 홍콩 총영사관을 폐쇄하겠다는 뜻을 중국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의 홍콩 주재 총영사관 폐쇄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미국의 북한 뉴스 전문 사이트인 ‘NK뉴스’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NK프로’는 북한이 우간다, 앙골라, 홍콩 등에서 재외공관 12곳 이상을 폐쇄 중이며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외교정책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돼 외화벌이에 차질을 빚은 북한이 공관 유지가 어려워 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파리 일부 건물에 나치 독일 시절 유대인 거주지를 지목하는 ‘다윗의 별’이 그려져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미국에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 포스터가 훼손되고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유대인을 기생충에 비유한 글이 ‘좋아요’를 받았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공세가 격화되면서 반(反)유대주의가 세계에서 번지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파리 14구 아파트와 은행 등 건물 벽에 파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린 다윗의 별 60여 개가 발견됐다. 유대인과 유대교를 상징하는 표시인 다윗의 별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자행한 독일 나치 정권 시절 유대인 차별과 박해를 위해 집 문에 그리거나 옷에 부착하도록 했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및 민간인 학살 이후 반유대주의 사건이 14배 증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또 독일 시민사회관측소 리아스에 따르면 지난달 7∼15일 독일에서 벌어진 반유대주의 사건은 전년 동기 대비 240% 급증했다. 유럽뿐만 아니다. 최근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도시 전역에선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민간인들 사진을 담은 포스터를 훼손하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뉴욕 거리에서 이 포스터를 찢은 남성이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로 확인돼 ‘유대인 혐오’ 논란이 격화됐다. 이에 미국에 사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238명은 인질 포스터를 들고 함께 사진을 찍을 예정이다. 뉴욕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셋째 주 증오범죄는 5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7건에서 7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중 30건이 반유대주의 범죄로 집계됐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이날 증오범죄 방지를 위해 지역 경찰서와 종교시설에 최대 7500만 달러(약 1015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반유대주의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도 상륙했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유대인을 기생충, 뱀파이어 등에 비유하는 반유대주의 콘텐츠가 게시돼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중국 베이징 주재 이스라엘대사관 직원을 폭행한 용의자가 체포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러시아에서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공항에 난입해 이스라엘에서 온 여객기를 둘러싸고 “이스라엘 사람을 색출한다”며 폭동을 벌였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지상전에 본격 돌입하자 반(反)이스라엘 시위 강도가 세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29일(현지 시간) 오후 러시아 서남부 다게스탄공화국 마하치칼라 공항에서 이스라엘발(發) 여객기가 착륙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수백 명이 공항 출입구를 부수듯 열고 입국장과 활주로에 난입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수십 명은 무단으로 활주로까지 달려나가 이스라엘에서 도착한 러시아 항공사 레드윙스 여객기를 둘러싸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상당수는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주차된 차량을 흔들어댔다. 또 입국장 수하물 수취대와 검색대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이스라엘 사람들을 찾기도 했다. 이들의 난동은 공항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멈췄다. 다게스탄공화국 보건부는 이 난동으로 경찰과 민간인 등 20명 이상이 다쳤고 이 중 2명은 위중하다고 밝혔다. 지역 항공청은 마하치칼라 공항 운영을 다음 달 6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9일 밤 성명을 발표해 “러시아 당국이 모든 이스라엘 시민과 유대인 안전을 보호하고 폭도와 유대인을 향한 난폭한 선동에 단호하게 행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게스탄공화국 당국은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주민들에게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다게스탄공화국 주민 대부분은 무슬림이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시위는 세계 여러 곳에서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동전쟁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가 28일 영국 런던과 프랑스 마르세유, 덴마크 코펜하겐, 이탈리아 로마 등에서 열렸다. 뉴질랜드 웰링턴에서도 팔레스타인 국기와 ‘자유 팔레스타인’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든 시민 1000여 명이 국회를 향해 행진했다. 이 같은 시위가 반유대주의를 조장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이클 오플래어티 유럽연합(EU) 기본권 국장은 30일 “반유대주의는 뿌리 깊은 인종 차별주의”라고 경고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이 27일(현지 시간) 새벽 시리아 동부 이란혁명수비대(IRGC) 및 연관 조직 시설 두 곳을 정밀 타격했다. AP통신은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날 공격은) 시리아 부카말에서 F-16 전투기 두 대가 IRGC 및 연관 조직 무기고를 공격했다”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세밀하게 조정한 이 자위권 공격은 전적으로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미국인 보호와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군에 대한 이란 대리인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필요한 추가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란 지원 무장단체, 미군 공격 늘어 26일 미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열흘간 이라크와 시리아 미군 기지에 대한 이 지역 무장세력의 드론 및 로켓 공격이 16차례 발생해 미군 20명이 다쳤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중동)전쟁 이전에 없던 이라크 이슬람저항군이라는 무장단체가 미군에 대한 공습을 최소 11차례 저질렀다고 주장한다”며 “이라크와 시리아의 민병대 뒤에는 IRGC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5일 미·호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메시지라며 “미군을 계속 공격한다면 우리는 대응할 것이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더 과감해지고 빈번해진 중동 주둔 미군에 대한 공격을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확전 억제가 또 다른 목표인 미국이 이들 무장세력 배후에 있는 이란의 확전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로이드 장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과는 독립적이고 구분된 것(공격)”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동전쟁 확전 의도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란 지휘 아래 이라크나 시리아 무장단체가 결집하게 되면 향후 미군에 닥칠 더 큰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속내다. 이란은 27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례적인 경고 메시지에도 이란은 미국을 위협하고 나섰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26일 “가자지구 학살이 계속된다면 미국은 이 불길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백악관이 이스라엘에 예산과 무기, 작전 지원을 무제한 제공한다면 통제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확전 우려는 남아 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미국의 공격은 분쟁이 얼마나 빠르게 더 큰 불길로 확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번 공격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미국이 취한 첫 번째 (중동지역) 공격”이라고 전했다. 27일 이스라엘 남부 국경 근처 이집트 타바와 여기서 약 70km 떨어진 누웨이바에 드론이 떨어져 6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이 드론이 예멘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마스 “휴전까지 인질 석방 없어” 이란과 하마스는 러시아를 방문해 외교전에 나섰다. 하마스 대표단은 26일 모스크바에 도착해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교차관이 배석한 가운데 미하일 보그다노프 러시아 외교차관과 중동전쟁을 논의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하마스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인질들을 휴전 협정 체결 때까지 석방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전했다. 앞서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전날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하마스는 민간인을 테헤란에 풀어줄 준비가 됐다. 팔레스타인인 죄수 6000명 석방은 국제사회의 책임”이라고 밝힌 데에서 압박 수위를 더 높인 것이다. 대가 없는 인질 석방을 주장하던 이스라엘도 태도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27일 “(이스라엘 정부는) 대규모 인질 석방을 위한 대가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중재자인 카타르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세계 금융시장이 연일 출렁이는 요인으로 미국 장기 채권 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꼽힌다. 25일(현지 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96%로 다시 5%를 코앞에 뒀고 26일에도 장중 4.9%대를 유지했다. 미국 장기 금리는 미국 경제 ‘나 홀로 성장’과 밀접하게 연동된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대)로 낮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키운 것이다. 이날 발표된 3분기(7∼9월)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강력한 미 소비를 바탕으로 시장 전망치(4.7%)를 상회한 4.9%로 나타났다. 2분기 성장률(2.1%)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로, 팬데믹 기저효과가 있던 2021년 4분기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다만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21만 건으로 시장 전망치를 소폭 상회해 노동시장 과열은 다소 완화된 것으로 해석됐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날 지난해 6월부터 10차례 연속 올리던 기준금리를 기존 4.5%를 유지해 첫 동결을 결정했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며 고금리 장기화를 예고했다. 미 월가에서는 최근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재정 적자와 지정학적 장기 인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커졌다.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의 패널 토론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포퓰리즘과 반도체법 같은 미 정부 재정 부양책, 재정 적자는 모두 물가 상승 요인이지만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금리는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 기준금리가 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 상승은 대출에 많이 의존해 금리에 민감한 반도체 등 기술기업 실적 우려로 이어진다. 26일에도 뉴욕증시는 메타가 3% 이상 급락하는 등 기술기업 하락세로 나스닥지수가 장 초반 소폭 하락으로 출발했다. 올해 최고치에 비하면 10% 이상 내려간 수준이다. 장기 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로도 이어져 이날 엔-달러 환율이 다시 150엔을 돌파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