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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는 끔찍한 학교 폭력을 당한 소녀(문동은)가 성인이 돼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그렸다. 동은의 치밀한 계획으로 가해자 중 둘은 숨지고, 한 사람은 평생 말을 못 하게 됐으며, 나머지 둘도 모든 것을 잃고 법의 심판을 받는다. 이제 동은은 과거의 끔찍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교사인 저자가 아들이 학교 폭력 당한 것을 계기로 괴롭힘과 폭언, 학대가 피해자의 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리기 위해 일종의 ‘고발서’를 썼다. 어느 날 물도 못 마실 정도로 입안에 염증이 잔뜩 난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간 저자는 의사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염증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는 물질(코르티솔)의 과다 분비 탓이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아들은 농구팀 코치로부터 수년간 지속적인 폭언에 시달리고 학대를 받고 있었다. 이때부터 공격적인 말, 학대, 괴롭힘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한 저자는 코르티솔이 염증 뿐만 아니라 뇌 속의 집행 중추를 방해해 뇌의 발달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계산이나 언어 능력을 저하시키고, 단기 및 장기 기억력에도 손상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폭력과 학대로 인해 생긴 뇌의 상처는 치유가 쉽지 않다. 피부의 상처나 멍처럼 금방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어릴 때 받은 뇌의 상처는 아동기는 물론이고 더 늦은 시기에도 정신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 피해자가 학대로 인한 충격을 자기 내부로 돌리면 우울증, 불안, 자살,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의 증상을 보이고, 바깥으로 돌리면 공격성, 충동성, 약물 남용, 과잉 행동, 태만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어릴 때 나타난 이런 파괴적인 행동을 가정, 학교 또는 사법 시스템에서 질책과 처벌로 다룰 경우 개인의 트라우마를 더 심화시킨다고 지적한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상처받은 뇌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저자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중 하나가 요즘 학교 폭력 고발처럼 가해자의 이름을 용기 있게 부르라는 것이다. 가해자 이름을 공개적으로 부르면 가해자에게 책임을 지게 할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하면 주변에 도움을 구하는 일도 못 하게 되고, 결국 이것이 자신의 뇌를 치료하는 길도 막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는 아이들에게 괴롭힘과 학대, 성범죄가 벌어질 경우 누구에게 신고해야 하는지,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지, 신고받은 어른이 오히려 의심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 아이들이 대처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자님 말씀이긴 하지만, 가해는 외부에서 비롯됐으나 치유에는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한 신경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해 “구멍이 아무리 크더라도 매일 자신에게 벽돌 몇 장을 건네주자”라고 말한다. 자신의 좋은 점에 집중하기, 타인을 보듬고 인정하기, 때로는 명상과 가벼운 운동도 괜찮다. 꾸준히 하다 보면 결국 어느 날에는 구멍이 모두 메워질 것이고, 끊어졌다고 생각했던 행복의 뇌 신경망도 모두 연결될 것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찬란한 아름다움(Glory)’은 그것이 아닐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국교회 전체가 138년 전 처음 기독교가 이 땅에 왔을 때 마음으로 돌아가 한마음으로 우리 사회를 섬기는 데 앞장서길 기도합니다.” 부활절(9일)을 앞두고 3, 4일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장 권순웅 목사 등 한교총 지도부와 허은철 총신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등이 인천·강화 지역 기독교 근대 문화유산 답사에 나섰다. 인천항(당시 제물포항)은 1885년 4월 언더우드(미국 북장로회)와 아펜젤러(미국 감리회) 선교사가 목회자 선교사로는 처음 국내에 발을 디딘 곳이다. 한교총은 이때부터 한국 개신교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첫 방문지는 아펜젤러가 제물포항에 거주하던 외국인을 대상으로 1885년 7월 첫 예배를 드린 곳에 세워진 인천 중구 내리교회(사적 256호). 처음에는 초가였지만 1891년 아펜젤러가 33㎡ 규모의 예배당으로 신축했다. 그는 평일에는 한양 배재학당에서 강의하고 주말이면 말을 타고 내려와 이곳에서 예배를 드렸다. 답사단은 인근에 있는 한국 최초의 대한성공회 교회인 내동교회도 찾았다. 1891년 병원으로 지었다가 6·25전쟁으로 일부가 파손되자 이를 허물고 중세 유럽풍 석조 건물로 1956년 다시 지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전요환 목사(황정민)가 예배를 드리는 장면을 이 교회에서 촬영했다. 답사단의 발길은 강화도 내 첫 교회인 교산교회(감리교), 강화기독교 역사기념관, 한옥과 바실리카 양식을 결합한 강화읍교회(성공회)로 이어졌다. 강화 지역은 신미양요(1871년) 등 외세의 침입에 따른 영향으로 초기에는 기독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한 현지화 노력으로 현재 200여 개의 교회가 있을 정도로 교세가 강한 곳이 됐다. 강화읍교회는 당시 조선 사람들이 절과 서원에 익숙하다는 점에 착안해 문을 솟을대문(행랑채의 지붕보다 높이 솟게 지은 대문)으로 짓고, 인도에서 10년 된 보리수를 가져와 심었다고 한다. 이영훈 한교총 대표회장은 “오늘날 물량주의와 교권주의 등이 생겨난 건 기독교가 이 땅에 왔을 때 가진 초심을 잃은 탓이 아닌지 자성한다”며 “기독교인들이 개화기 독립운동과 교육, 의료에 큰 영향을 미쳤듯이 앞으로 환골탈태해 한국 사회를 섬기는 일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인천·강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인도,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불교가 전파된 나라에도 우리처럼 사찰 음식이 다양하게 발달한 곳은 없습니다. 유럽에서도 먹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우리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지요.” 지난달 29일 전남 장성군 백양사 천진암. 이곳 암주(庵主)인 정관 스님(62)이 한 외국인 요리사에게 사찰음식의 정신과 함께 조리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었다. 정관 스님은 2016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에도 출연한 자타가 공인하는 사찰음식 명장이다. 정관 스님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떡이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사람은 미슐랭 스타 셰프이자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르코르동블뢰 파리 본교 학과장 에리크 브리파르였다. 르코르동블뢰 런던·파리 캠퍼스는 2020년부터 채식 요리 과정에 한국 사찰음식을 정규 강좌로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브리파르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사찰음식을 배우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프랑스 최고의 장인에게 수여하는 ‘메이외르 우브리에 드 프랑스(Meilleur Ouvrier de France)’상을 받았다. 이날 정관 스님은 브리파르와 함께 ‘눈개승마 간장무침’ ‘머위 된장무침’ ‘오이 고수 갓 양념무침’ ‘더덕 고추장조림’ 등 다양한 나물무침을 만들며 조리법을 설명했다.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에게 한국 사찰음식은 맛과 영양은 물론이고 만드는 법까지 신기한 듯 보였다. 브리파르가 “채소에 소스를 바를 때 저는 도구를 사용하지, 스님처럼 손으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정관 스님은 “나물을 데치면 서로 엉키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무치면 속까지 양념이 배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나물에는 물이 많아 양념이 속까지 안 가고 겉에만 배면 음식이 싱거워져 맛이 없게 된다. 그래서 한국음식, 사찰음식을 손맛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리파르는 처음 나물무침을 먹어보고 “양념이 좀 강한 것 아니냐”고 했다. 정관 스님이 “우리는 반찬과 함께 밥과 국을 먹기 때문에 그게 맛의 균형을 더 이루게 한다”고 하자 브리파르가 무릎을 쳤다고 한다. 정관 스님은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최근 인도 뉴델리 찬디왈라 조리대학에서 표고버섯 조청 조림, 두부장 채소 겉절이 등 한국 사찰음식 시연회를 가졌다. 또 이탈리아 케이블 채널인 SKY 방송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 셰프 이탈리아 시즌 12’에 초대 손님이자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간장에 숙성시킨 연근 등 한국 사찰음식을 선보였다. 정관 스님은 “우리 사찰음식의 매력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듯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음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식재료를 알아가는 것과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은 결국 같은 것이고, 그 자체가 이미 수행”이라고 말했다. 정관 스님은 세계적으로 우리 사찰음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사찰음식은 건강은 물론이고 먹으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생명 존중의 친환경 K푸드”라며 “불교계는 물론이고 정부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사찰음식을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장성=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서 1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부활절 퍼레이드(2023 코리아 이스터 퍼레이드)가 9일 열린다. 그동안 개별 교회 차원에서 진행해 온 부활절 퍼레이드가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로 열리는 건 한국 개신교 140년 역사상 처음이다. 대회를 기획, 주관한 감경철 공동대회장(CTS기독교TV 회장·사진)은 “기독교에서 가장 뜻깊은 날인 부활절을 교회와 신자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 다가가는 축제로 승화시키고 싶었다”며 “크리스천과 일반 시민 모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보편적인 문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감 공동대회장은 “이번 퍼레이드를 계기로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이 화합과 사랑, 생명의 기쁨과 하나 됨의 장소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매년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부활절 퍼레이드를 열 계획”이라며 “성탄절처럼 종교를 넘어 온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했다. 부활절 퍼레이드 행사는 1부 퍼레이드(오후 2∼4시), 2부 기념음악회(오후 5시 반∼7시 반) 순으로 진행된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기념음악회에서는 에일리, 신델라와 델라벨라 싱어즈, 하모나이즈와 합창단이 클래식과 가곡, K팝, 트로트를 선보인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다음 달 9일 부활절을 맞아 경기 양평 청란교회(담임목사 송길원)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지녔던 영어 성경(사진)이 전시된다. 이 성경은 윤보선 전 대통령의 첫 공보수석인 고 장성철 수석이 경무대에서 발견해 보관하다가 아들 장범 씨에게 물려준 것이다. 장범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송 목사의 교회 내 안데르센 추모공원에 성경 구절이 새겨진 ‘성경의 벽’이 조성된다는 말을 듣고 성경책을 기증했다. 안데르센 추모공원은 2020년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갈색 표지의 성경책에는 이 전 대통령의 영문 이름(SYNGMAN RHEE)이 금박으로 새겨져 있으며, 몇몇 페이지에는 종이 책갈피가 끼워져 있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갈라디아서 5장 1절(‘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로, 조국 독립을 위해 싸웠던 이 전 대통령은 생전 이 구절을 즐겨 인용했다. 송 목사는 “이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조혜자 여사께 물어보니 이 전 대통령이 평소 이 구절을 가장 좋아하셨다고 한다”며 “불행했던 과거를 절대 잊지 말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이 전 대통령 성경책을 기증받은 것을 계기로 역대 대통령 등이 지녔던 성경책을 모아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몇몇 전직 대통령 유족과 관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내달 9일 부활절을 맞아 경기 양평 청란교회(송길원 담임목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영어 성경(사진)이 전시된다. 이 성경은 윤보선 전 대통령의 첫 공보수석인 고 장성철 수석이 경무대에서 발견해 보관하다 아들 장범 씨에게 물려준 것이다. 아들 장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송 목사 교회 내 안데르센 추모공원에 성경 구절이 새겨진 ‘성경의 벽’이 조성된다는 말을 듣고 성경책을 기증했다. 안데르센 추모공원은 2020년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갈색 표지의 성경책에는 이 전 대통령의 영문 이름(SYNGMAN RHEE)이 금박으로 새겨져 있으며, 몇몇 페이지에는 종이 책갈피가 끼워져 있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갈라디아서 5장 1절(‘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로, 조국 독립을 위해 싸웠던 이 전 대통령은 생전 이 구절을 즐겨 인용했다. 송 목사는 “이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조혜자 여사께 물어보니 이 전 대통령이 평소 이 구절을 가장 좋아하셨다고 한다”라며 “불행했던 과거를 절대로 잊지 말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송 목사는 “이 전 대통령 성경책을 기증받은 것을 계기로 역대 대통령 등이 썼던 성경책을 모아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몇몇 전직 대통령 유족과 관계자들로부터는 긍정적 답변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023 서울국제불교박람회’(사진)가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다. ‘걸어온 10년, 함께 걸어갈 100년’을 주제로 한 이번 박람회에서는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불교가 탄생한 인도의 불교문화 콘텐츠를 미디어 아트로 소개한다.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의 저자인 원제 스님, ‘불교 기도법’의 저자인 동명 스님, 티베트 불교 스승인 자 킬룽 린포체의 초청 법문도 열린다. 저서 ‘쉼의 기술’ 등을 통해 티베트 전통 수행법을 현재 상황에 맞게 해석한 명상법을 전수하고 있는 자 킬룽 린포체는 ‘왜 만트라(진언·眞言)를 하는가?’ 강연을 통해 국내 불자들도 수행하고 있는 만트라 독송의 의미에 관해 설명한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사찰 순례 회향식과 사찰음식 문화를 배워보는 ‘사찰음식 클래식’도 열린다. 5000원.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읽는 내내 세계적 석학의 소리 없는 절규가 느껴지니.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996년 출간했던 ‘민주주의의 불만’을 20여 년 만에 전면적으로 고쳐 썼다. ‘민주주의의 불만’에서 그는 우리가 현대 민주주의에서 느끼는 불만이 어디에서 비롯됐고,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저자의 바람과 달리 민주주의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너덜너덜’해져 갔고, 민주주의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요인들도 더 많아졌다. 정치후원금과 로비스트를 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드는 기업과 엘리트 지배층, 주요 산업을 장악해 물가를 올리고 불평등을 조장하는 소수의 거대 기업은 여전한데, 여기에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여과 없이 내보내며 대중을 현혹하는 소셜미디어 등 새로운 장애물까지 나타났으니 말이다. 선거에 진 대통령이 의회가 선거 결과를 승인하지 못하도록 성난 군중을 선동해 국회의사당 점거를 조장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지는 판에 그로서는 이 책을 다시 안 쓰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개정판이라고는 하지만 업데이트 수준을 넘는다. 전작의 두 기둥 중 하나인 미국의 헌법적 전통 부분을 들어내고 경제 담론에 집중했다. 세계화 시대를 겪으며 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살펴보면 왜 현재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위험한 순간까지 내몰리게 됐는지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대체로 경제 권력의 민주주의 훼손은 정치 권력에 의한 것보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와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을 시민으로 생각하기보다 소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수의 대기업에 산업 권력이 집중될 때 우리는 시민사회의 건전성이 훼손되는 걸 걱정하기보다 독과점 탓에 가격이 오를 것을 먼저 생각한다. 대형 제약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약값이 오를 수 있다는 걱정은 하면서도, 이들이 너무 강력해지면 건강보험 개혁을 방해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무료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의 유료화에는 민감하지만, 소셜미디어들의 거대하고 규제되지 않은 권력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음모론, 증오 확산,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파탄 낼 거라는 데는 관심이 덜하다. 저자는 우리가 경제 권력이 시민적 삶에 초래하는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공동체주의와 공공선’, ‘공정하다는 착각’,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등 일련의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마치 두 어깨로 하늘을 떠받치는 거인 아틀라스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곳곳에서 본모습을 잃어가는 ‘민주주의’란 하늘을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몸을 던져 역작들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너덜너덜해져 가는 민주주의’는 그가 바라는 대로 회복될 수 있을까. 분석은 탁월하지만 ‘시민 참여에 의한 공공선의 증진’이라는 그의 처방은 여전히 전과 같다. 강의실 안에서는 감탄을 자아내지만, 강의실을 벗어나 현실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노교수의 마음이 행간에 읽혀 안쓰럽고 안타깝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김수환 추기경(1922∼2009·사진), 바르텔미 브뤼기에르 주교(1792∼1835), 방유룡 신부(1900∼1986)의 시복·시성을 추진한다고 24일 밝혔다. 시복·시성은 가톨릭교회가 순교자나 성덕이 높은 사람을 사후에 복자나 성인 품위에 올리는 것으로 복자는 성인의 전 단계로 분류된다. 김 추기경은 1998년 퇴임 때까지 30년간 서울대교구장으로 사목했으며, 개인적인 덕행은 물론 한국 교회의 성장과 위상을 높이고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헌신으로 그리스도적 사랑의 전형을 보여줬다. 브뤼기에르 주교는 1831년 교황청이 조선대목구를 설정할 때 초대 조선대목구장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방 신부는 한국순교복자 가족 수도회 창설자로 수녀회(1946년), 성직수도회(1953년), 빨마수녀회(1962년)를 차례로 설립했다. 한국 천주교회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등 103명의 성인과 124명의 복자가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읽는 내내 세계적 석학의 소리 없는 절규가 느껴지니.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1996년 출간했던 ‘민주주의의 불만’을 20여 년 만에 전면적으로 고쳐 썼다. 신간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사진) 이야기다. ‘민주주의의 불만’에서 그는 우리가 현대 민주주의에서 느끼는 불만이 어디에서 비롯됐고,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저자의 바람과 달리 민주주의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너덜너덜’해져 갔고, 민주주의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요인들도 더 많아졌다. 정치후원금과 로비스트를 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드는 기업과 엘리트 지배층, 주요 산업을 장악해 물가를 올리고 불평등을 조장하는 소수의 거대 기업은 여전한데, 여기에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여과 없이 내보내며 대중을 현혹하는 소셜미디어 등 새로운 장애물까지 나타났으니 말이다. 선거에 진 대통령이 의회가 선거 결과를 승인하지 못하도록 성난 군중을 선동해 국회의사당 점거를 조장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지는 판에 그로서는 이 책을 다시 안 쓰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개정판이라고는 하지만 업데이트 수준을 넘는다. 전작의 두 기둥 중 하나인 미국의 헌법적 전통 부분을 들어내고 경제 담론에 집중했다. 세계화 시대를 겪으며 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살펴보면 왜 현재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위험한 순간까지 내몰리게 됐는지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대체로 경제 권력의 민주주의 훼손은 정치권력에 의한 것보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와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을 시민으로 생각하기보다 소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수의 대기업에 산업 권력이 집중될 때 우리는 시민사회의 건전성이 훼손되는 걸 걱정하기보다 독과점 탓에 가격이 오를 것을 먼저 생각한다. 대형 제약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약값이 오를 수 있다는 걱정은 하면서도, 이들이 너무 강력해지면 건강보험 개혁을 방해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무료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의 유료화에는 민감하지만, 소셜미디어들의 거대하고 규제되지 않은 권력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음모론, 증오 확산,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파탄낼 거라는데는 관심이 덜하다. 저자는 우리가 경제 권력이 시민적 삶에 초래하는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공동체주의와 공공선’, ‘공정하다는 착각’,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등 일련의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마치 두 어깨로 하늘을 떠받치는 거인 아틀라스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곳곳에서 본 모습을 잃어가는 ‘민주주의’란 하늘을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몸을 던져 역작들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너덜너덜해져 가는 민주주의’는 그가 바라는 대로 회복될 수 있을까. 분석은 탁월하지만 ‘시민 참여에 의한 공공선의 증진’이라는 그의 처방은 여전히 전과 같다. 강의실 안에서는 감탄을 자아내지만, 강의실을 벗어나 현실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노교수의 마음이 행간에 읽혀 안쓰럽고 안타깝다.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경기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 성지에 있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성당’(사진)이 국가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는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이자 순교자이다. 1846년 병오박해로 순교한 이후 신자들에 의해 안성 미리내에 안장됐다. 1928년 그의 순교 정신을 기리기 위해 기념성당이 건립됐으며, 1960년 교황 요한 23세에 의해 순례 성소(聖所)로 지정됐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 내부에는 김대건 신부 유해 일부와 성인의 시신이 담겨 있던 목관 일부분이 안치돼 있다. 성당 앞에는 묘역이 조성돼있다.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한자리에서 보기 힘들었던 불상과 복장(腹藏) 유물을 함께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서울 종로구)은 기획 전시 ‘만월의 빛, 정토의 빛’을 15일부터 6월 25일까지 연다. 복장 유물은 불상을 만들 때 안에 모시는 물건이다. 주로 경전, 사리 등 신성한 것이나 신도들의 염원을 담은 물건을 안치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국보로 승격된 충남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과 보물인 서울 개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볼 수 있다. 약사여래는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다. 장곡사 약사여래좌상은 현존 유일의 고려 후기 금동 약사불로 몸에서 길이 10m가 넘는 발원문(부처에게 비는 소원을 적은 글)과 향을 담은 비단 주머니(향낭), 오색번(五色幡·사진)이 발견됐다. 오색번은 다섯 가지 색깔의 실로 짠 일종의 노리개로 향낭과 함께 건강과 장수, 질병 치유를 비는 의미를 지닌다. 1000여 명의 이름이 적힌 발원문에도 건강과 장수를 비는 내용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아미타불은 법(法)을 설하는 부처다. 개운사 아미타여래좌상 전시실에서는 9∼13세기 간행된 여러 화엄경 등 총 15점의 복장 유물이 공개된다. ‘대방광불화엄경의 제28권 변상도’도 전시된다. 변상도는 경전의 내용이나 교의를 알기 쉽게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박물관은 “불상과 복장 유물을 함께 감상하다 보면 그 안에 담긴 부처님의 마음도 더 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013년 영화 ‘변호인’이 개봉되자 보수 진영에서는 주인공을 너무 미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듬해 개봉된 ‘국제시장’은 반대 진영으로부터 욕을 먹었다. 그들은 이 영화가 “독재 정권 치하의 산업화 시대를 미화했다”며 “역사를 다루면서 역사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했다. 역사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생긴 논란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주류 역사는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 등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작품 속 허구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사학계 전문가 20명이 ‘오늘날 역사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과거와의 대화를 새롭게 꾀한 책이다. 저자들은 백인, 남성, 이성애자, 서구권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전통적 역사관을 비판하면서 기존 역사학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 그동안 부차적으로 취급되던 가족사, 환경사, 여성사, 인간의 감정 등을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것이 역사 사실에 허구를 섞어 만들어진 영화, 드라마 등 예술일지라도. 대중의 적극적인 해석도 역사를 재구성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60여 년 전 E H 카가 던졌던 ‘역사란 무엇인가’의 확장판이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는데, 세월이 흐르면 대화 소재도 늘고, 방식도 변하는 게 당연하니까. 더군다나 저자 중 한 명이 카의 증손녀인 헬렌 카니 말이다. 저자들은 이런 적극적인 역사 재구성으로 설사 역사 왜곡이 생기더라도 실제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논쟁을 통해 질문하고 조사하며, 어디까지 믿을 만한 내용인지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앞서 두 영화 모두 처음에는 각 진영으로부터 역사를 왜곡하고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현명한 국민들은 두 영화를 천만 영화 반열에 올렸고, ‘영화는 영화로 보자’라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도 생겨났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예배당이 없는 교회가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로에는 교회 간판도, 예배당도 없는 일명 ‘도서관 교회’(다움 영어도서관)가 있다. 교회 건물 대신 아이들이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영어도서관만 있을 뿐이다. 주일 예배는 인근 학교 강당을 빌려서, 평일에는 온라인으로 한다. ‘도서관 교회’를 운영하는 양승언 다움교회 담임 목사는 “9년 전 교회를 개척할 때, 없어져도 아무도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기뻐하는 교회가 돼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우리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교회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영어도서관 사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어 주고, 말하기, 문화 체험 등 영어와 친숙해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를 포함해 600여 명의 주민이 이용하는데, 학부모들의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한다. 양 목사는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교인이 아닌데 이용할 수 있냐’ ‘회원 가입하면 교회를 다녀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두 질문에 사람들이 기존 교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교인끼리만 잘 지내는 것보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 그 속에서 사랑받는 교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주님을 잊고 살았던 나. 이런 날 받아 주실까∼.”(구자억 목사, ‘김 집사가 돌아간다’ 중) 사찰에서 목사가 이런 노래를 부른다면 어떨까. 해우소에서 혼자 하는 콧노래도 아니고 관객 앞에서 말이다. 반대로 성당에서 스님이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를 부른다면…. 종교를 초월한 음악회가 열린다. 홍매화 가득한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11일 오후 1시 열리는 4대 종교 평화음악회 ‘수도자들의 영혼의 울림’이다. 버스킹 형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에는 노래를 통해 포교하고 사목하는 불교(정율·무상 스님), 원불교(한청복·김성곤 교무), 천주교(정범수 신부), 기독교(김선경·구자억 목사) 종교인과 108명의 부다스 합창단이 출연한다. 지난달 27일,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충남 천안종합운동장 내 음악 연습실은 종교의 벽을 초월한 화음으로 가득 찼다. 40년 넘게 음악 포교 활동을 하고 있는 정율 스님(천안 보산선원)은 “멤버 모두 음악을 통해 종교 활동을 하는 분들”이라며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에 많은 사람에게 더 따뜻한 음악을 전해줄 방법을 고민하다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찬불가인 ‘얼마나 닦아야 거울 마음 닮을까’를 부르는 김선경 목사는 “가사가 너무 좋아 자청해서 부르겠다고 했다”며 “사람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다른 종교 노래라는 게 무슨 상관이겠냐”고 했다. 이날 김 목사는 정율 스님과 헨델의 성악곡 ‘울게 하소서’도 불렀다. 연습은 보통 5∼6시간을 훌쩍 넘긴다. 거주지가 달라 자주 모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연습이 끝나면 체력적으론 지치지만, 서로 하나가 됐다는 기쁨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곤 교무는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한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를 통해 관객들이 주변의 인연을 돌아보고 힐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음악회가 열리게 된 데는 정율 스님이 큰 역할을 했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원광대 음악교육학과에서 성악을 전공한 정율 스님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등 전국 곳곳에서 1000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종교 간의 벽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아베마리아를 부르고, 기독교 신자들의 부부 노래 부르기 행사에도 참석해 왔다. 정율 스님은 “여러분들의 도움 덕에 공연이 가능했다”며 “화엄사 버스킹도 취지를 들은 덕문 주지 스님이 흔쾌히 허락해 성사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화엄사를 시작으로 성당, 교회 등에서 버스킹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천안=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주님을 잊고 살았던 나. 이런 날 받아 주실까. 집 떠난 이 탕자를 모른 척하시면 어쩌나. 아니야, 우리 주님은 두 팔 벌려 나를 안아 주실 거야~.” (구자억 목사, ‘김 집사가 돌아간다’ 중) 엄숙한 사찰에서 목사가 이런 노래를 부른다면 과연 어떨까. 해우소에서 혼자 하는 콧노래도 아니고 관객 앞에서. 반대로 경건한 성당에서 스님이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를 부른다면…. 실제로 이런 종교를 초월한 공연이 열린다. 11일 오후 1시 홍매화 가득한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열리는 4대 종교 평화 음악회 ‘수도자들의 영혼의 울림’이 그 첫 무대. 버스킹 형식으로 열리는 이 공연에는 노래를 통해 포교하고 사목하는 불교(정율·무상 스님), 원불교(한청복·김성곤 교무), 천주교(정범수 신부), 기독교(김선경·구자억 목사) 등 종교인들과 합창단이 출연한다. 40여년 간 음악 포교 활동을 하는 정율 스님(천안 광덕 보산선원)은 “멤버 모두 각자의 종교에서 음악을 통해 종교 활동을 하는 분들”이라며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이 시기에 많은 사람에게 더 따뜻한 음악을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모이게 됐다”라고 말했다. 화엄사 각황전 앞에서 열리는 이번 버스킹은 108인의 부다스 합창단과 관객이 함께 ‘오빠생각’ ‘과수원길’ 등 동요를 부르며 배우는 오프닝 공연과 4대 종교인들의 본 무대로 구성됐다. 신부, 교무, 목사, 스님들이 함께 부르는 ‘좋은 인연(덕신 작사, 이덕만 작곡)’을 시작으로, 솔로 또는 다른 종교인들과 듀엣으로 자신의 종교 노래와 다른 종교 노래, 가요, 팝송, 성악 등을 선보인다. 이들은 화엄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성당, 교회 등 각 종교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종교를 초월한 버스킹 공연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원광대 음악교육학과에서 성악을 전공한 정율 스님은 40여년간 음악 포교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해오름극 등 그가 선 크고 작은 무대만 1000여 회.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종교 간의 벽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명동 성당에서 아베마리아를 부르고, 기독교 신자들의 부부 노래 부르기 행사에도 참석해왔다. 2009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세인트 마이클 한인 천주교 성당에서 독창회를 가졌는데, 그때까지 미국 한인 사회에서 스님이 성당에서 음악회를 가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주변의 도움도 컸다. 이번 화엄사 버스킹도 종교의 벽을 허물자는 공연 취지를 들은 덕문 주지스님이 흔쾌히 허락해 성사될 수 있었다. 그의 노래에 대해 불교계에는 “한 시간 설법을 듣는 것보다 정율 스님 찬불가 한 곡 듣는 것이 훨씬 낫다”라는 평이 있을 정도다. 정율 스님은 “모두가 아주 힘들고 어려운 시국에 유서 깊은 고찰에서 신부, 목사, 교무, 스님 등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한마음으로 화합하며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자신 주위의 인연을 돌아보고 힐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신묘하다. 다섯 손톱, 날을 세워 가슴에 줄을 긋고, 한 점 한 점 인두로 지져 부르는 저 소리가 어찌 그리 따뜻할까. 슬픔은 또 어디 갔을까. 명색이 추모 공연인데…. 사방은 온통 즐거움뿐이다.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의집 코우스에서는 1일 흑우(黑雨) 김대환 19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김대환(1933∼2004)은 열 손가락에 북채, 장구채, 드럼 스틱 등 여섯 개의 채를 쥐고 각종 타악기를 두드리는 독특한 연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타악기 연주자. 쌀알 한 톨에 반야심경 283자를 모두 새겨 기네스북에 등재된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매년 그가 타계한 3월 1일 열리는 이 공연에는 소리꾼 장사익, 해금 강은일, 거문고 허윤정, 트럼펫 최선배, 오쿠라 쇼노스케(일본 전통 북), 요코자와 가즈야(일본 전통 피리), 가가야 사나에(현대 무용) 등 흑우와 인연 있는 한국과 일본의 최정상 예술인들이 함께한다. 흑우를 아버지처럼 여기는 오쿠라는 일본 무형문화재 인증 보유자로 전통극인 노(能)의 보존과 전승에 힘쓰고 있다. 장사익은 “김대환 선생님이 동요 ‘송아지’를 박자 맞추지 말고 부르라고 했다. 박자를 파괴해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속으로 (박자를) 세고 있잖아. 그것까지 깨야지’ 하셨다. 그게 지금의 소리꾼 장사익이 된 계기”라고 했다. 공연 중간중간 장사익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소개됐다. 그는 보험회사 직원 등 15개 직업을 전전하다 1995년 40대 중반에 데뷔 앨범 ‘하늘 가는 길’을 냈다. 앞서 1970년 장나신이란 예명으로 여러 가수와 앨범을 낸 적이 있었다. 곡명은 ‘대답이 없네’. 결과도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추모제지만 공연장을 가득 채운 것은 즐거움이었다. 이날 1960년대 영화계 1세대 트로이카(문희 윤정희 남정임) 중 한 명인 배우 문희의 특별공연도 열렸다. 그가 취미로 정가(正歌)를 배우고 있다는 걸 안 장사익이 몇 년 전부터 함께 하자고 졸랐다고 한다. 문희는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 등 두 곡을 불렀다. 문희는 “많이 부족하지만, 장 선생님이 ‘그냥 함께 어우러져 놀면 된다’고 해 용기를 냈다”라고 했다. 250여 개 객석은 꽉 찼다. 장사익은 공연 시작 5분 전까지 흑우가 타던 오토바이 전시물 앞에서 모든 관객과 인사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흑우를 추모했다. 무대의 마지막은 ‘아리랑’ 떼창. 관객들과 함께하는 뒤풀이 겸 즉석 공연도 이어졌다. 장사익은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누구든 마음껏 노래도 부르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말 그대로 잔치”라며 “흑우도 한바탕 잘 놀다 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신묘하다. 다섯 손톱, 날을 세워 가슴에 줄을 긋고, 한 점 한 점 인두로 지져 부르는 저 소리가 어찌 그리 따뜻할까. 슬픔은 또 어디 갔을까. 명색이 추모 공연인데…. 사방은 온통 즐거움뿐이다.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에서는 1일 흑우(黑雨) 김대환 19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김대환(1933~2004)은 열 손가락에 북채, 장구채, 드럼 스틱 등 여섯 개의 채를 쥐고 북 등 각종 타악기를 두드리는 독특한 연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자. 쌀알 한 톨에 반야심경 283자를 모두 새겨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매년 그가 타계한 3월 1일 열리고 있는 이 공연은 소리꾼 장사익, 해금 강은일, 거문고 허윤정, 트럼펫 최선배, 오쿠라 쇼노스케(일본 전통 북), 요코자와 가즈야(일본 전통 피리), 가가야 사나에(현대 무용) 등 흑우와 인연을 맺은 한국과 일본의 최정상 예술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흑우를 아버지 같은 존재로 여기는 오쿠라 쇼노스케는 일본 무형문화재 인증 보유자로 전통극인 노(能)의 보존과 전승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장사익은 “한번은 김대환 선생님이 동요 ‘송아지’를 박자를 맞추지 말고 불러보라고 했다. 나름대로 박자를 파괴해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속으로 (박자를) 세고 있잖아. 그것까지 깨야지’라고 하셨다. 그게 지금의 소리꾼 장사익이 있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공연에서는 중간중간 장사익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소개됐다. 그는 보험회사 직원 등 15개 직업을 전전하다 1995년 40대 중반에 첫 데뷔 앨범 ‘하늘 가는 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70년 장나신이란 예명으로 여러 가수와 함께 앨범을 낸 적이 있다. 곡명은 ‘대답이 없네’. 결과도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추모제지만 공연장을 가득 채운 것은 즐거움이었다. “선생님을 생각하며 한바탕 노는 거죠. 초창기에 구경 왔던 분 중에는 이게 무슨 공연이냐며 나가 버린 사람도 있었어요. 평소에 보던 공연과는 아주 다르니까요. 하하하.” (장사익)이날 공연에는 1960년대 영화계를 풍미했던 1세대 트로이카(문희 윤정희 남정임) 중 한 명인 문희의 특별공연도 열렸다. 그가 오래전부터 취미로 정가(正歌)를 배우고 있다는 걸 안 장사익이 몇 년 전부터 함께 하자고 졸랐다고 한다. 정가는 우리 전통 민간 성악곡의 총칭인 속가(俗歌) 속요(俗謠)와 구분하기 위하여 근래에 사용된 용어로 시조, 가곡, 가사 등을 말한다. 이날 공연에서 문희는 평시조인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 등 두 곡을 북 등 반주에 맞춰 불렀다. 문희는 “많이 부족하지만, 선생님이 ‘소리가 나와도 좋고, 안 나와도 좋고 그냥 함께 어우러져 놀면 된다’라고 해 용기를 냈다”라고 말했다. 추모제란 특성상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공연장(250여석)은 꽉 찼다. 장사익은 공연 시작 5분 전까지 흑우가 타던 오토바이 전시물 앞에서 입장하는 모든 관객과 일일이 인사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흑우를 추모했다. 예인들과 관객이 흥겹게 논 한바탕 무대의 마지막은 ‘아리랑’ 떼창. 공연이 끝난 뒤에는 인근 음식점에서 관객들과 함께하는 뒤풀이 겸 즉석 공연이 이어졌다. 장사익은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누구든 부르고 싶으면 마음껏 노래도 부르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말 그대로 잔치”라며 “보이지는 않아도 흑우도 한바탕 잘 놀다 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023 부활절 퍼레이드 조직위원회’(대표 대회장 이영훈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는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4월 9일 부활절 퍼레이드를 연다고 밝혔다. 이영훈 대표 대회장은 “한국 기독교 140년 역사에 처음 열리는 부활절 퍼레이드가 기독교적 가치를 공유하는 복음의 장이 되고, 문화 축제를 넘어 모든 시민이 함께 위로하고 격려하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부활절 퍼레이드는 2020년 열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됐다. 4월 9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서 펼쳐지는 부활절 퍼레이드 행사는 1부 퍼레이드(오후 2∼4시), 2부 기념음악회(오후 5시 반∼7시 반) 순으로 진행된다. 구약, 신약, 근현대, 다음 세대 등 4개 부분으로 구성된 퍼레이드 행렬에는 약 1만 명이 참여한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기념음악회에는 남진, 에일리, 이충주, 신델라와 델라벨라 싱어즈, 하모나이즈와 합창단이 클래식과 가곡, 케이팝, 트로트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인다. 퍼레이드 참가와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2023 부활절 퍼레이드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아쉽다. 이 책이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때 논란이 된 “○○○○ 쪽팔려서 어떡하나” 발언 직후 나왔다면 단박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텐데. 명확하게 들리지 않은 부분이 어떤 말이냐를 놓고 정쟁이 일어난 건 물론이고 온 국민이 청력까지 시험했으니 말이다. 저자는 청각적 착각인 ‘착청’ 현상을 발견한 음악심리학의 대가. 책은 다양한 착청 현상 연구를 통해 인간의 소리 지각 메커니즘과 뇌의 미스터리를 해부한다. 저자에 따르면 2008년 미국에서는 ‘말하는 팅키 윙키(Tinky Winky)’ 인형 때문에 소비자들이 소송을 하겠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손을 잡아당기면 말을 하는 이 인형이 ‘I got a gun, I got a gun, run away, run away(나는 총을 갖고 있어, 나는 총을 갖고 있어, 도망가, 도망가)’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사에 따르면 인형이 말한 것은 ‘Again, Again’이었다. 저자는 지식, 신념, 예측이 만들어낸 언어의 착청을 ‘유령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예가 있다. 1980년대 유행어였던 “다들 이불 개고 밥 먹어∼”다. 독일 혼성 디스코 그룹 보니엠의 ‘Rivers of Babylon’의 첫 소절 ‘By the Rivers of Babylon∼’을 한 코미디언이 우리말로 들리는 식으로 개사했는데 2000년대까지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저자는 같은 소리라도 평소의 신념이나 정서,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등에 따라 사람들이 전혀 다르게 듣는다고 말한다. 우리 뇌가 귀로 들어오는 소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심지어 존재하지 않았던 소리조차 들린 것처럼 착각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각자 믿는 진실은 다를 수 있으니 절대 오만해지지 말라는 경고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꼭 봐야 할 사람 중 하나는 한쪽의 말만 듣는 정치인들이 아닐까. ‘○○○○’ 논란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