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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보자르갤러리는 다음달 3일까지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아티스트’전을 연다. 고영훈 김종학 김창열 김환기 김흥수 박서보 신철 윤병락 윤형근 이건용 이배 이석주 이세현 이왈종 이우환 이희돈 주태석 천경자 최영욱 하태임 한만영 등 21명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달항아리를 그리는 고영훈, 설악산의 화가 김종학, 물방울 화가 김창열, 한국 실험 미술 작가 이건용, 숯의 작가 이배 등 인기 국내 작가의 원화와 판화를 한 자리에 모았다. 허성미 관장은 “단순히 유명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작품의 의미와 작가의 가치관을 알리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오늘 ‘영감 한 스푼’은 처음으로 미술관 초대 기획전을 열고, 자신이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를 철학자 김동훈과 함께 설명한 책 ‘제4의 벽’(민음사)를 최근 펴낸 배우 박신양 씨 인터뷰를 자세히 소개합니다.그럼 시작하겠습니다.-사회인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가면을 전 국민이 잘 알고 있고, 모두가 나를 그 가면으로 대한다면 어떨까요? 진짜 ‘나’의 자리가 없어지며 숨 막힌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오랫동안 명품 연기로 사랑받은 배우 박신양 씨를 만났습니다. 10년 전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그가 경기 평택시의 자동차 부품 공장을 개조한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진심을 나눌 사람을 찾고 싶어 그림을 그린다”는 그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먹고살기 바쁜 세상, 그래도 ‘나는 누구인가’ 고민에 괴로워”― 미술관 기획 초대전은 처음입니다. 이곳에서 전시하는 이유가 뭔가요?“제가 그리는 이유는 연기를 공부할 때 예술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했던 시간이 그리워서입니다. 그런데 그간 그림으로 사업을 하자거나 판매하라는 압박이 생겼어요. 나는 그림으로 진심을 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트럭을 몰고 전국을 다니며 그림을 보여드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죠. 그러다 그림을 팔지 않는 미술관에서 초청을 해주셔서 전시하게 됐습니다.”― 전시 개막과 함께 출간한 책 ‘제4의 벽’에는 배우와 인간 박신양 사이의 괴리에서 고민한 흔적이 진솔하게 담겨있습니다.“그림을 그리는 10년 동안은 그 이유를 잘 몰랐어요. 요즘 세상에 “내게 그리움이 있다”고 말할 기회가 흔치 않죠. 그럼에도 마음속엔 계속 질문이 남았고, 그 답을 찾으려 신학대학원 철학과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그런 질문을 만들고 분석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성찰은 하기도, 피드백을 받기도 어렵죠.“사실 모두 먹고살기 바쁜 세상이고, 그런 생각은 한가하다는 눈총을 받기 쉬우니까요. 그런데 그게 불필요한 질문이냐? 절대 그렇지 않아요. 꼭 필요한 질문인데, 건너뛴 채 살고 있는 거예요. 그렇지만 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고,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연기하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버티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아팠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내 껍데기만을 본다는 느낌인가요?“껍데기를 ‘만들어서’ 본다는 느낌이죠. 저는 미디어에서 일하니까 그게 당연한 것이지만, 때로는 허상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어디다 그 불만을 토로하겠어요?”― ‘이미지를 소비 당한다’는 생각도 들겠어요.“그렇죠. 만들어진 이미지가 소비를 당한다. 그럼 내가 만들어지기 위해 노력했나? 사실 저는 사람들이 힘을 내기를 바라며 열심히 연기하고 표현하고 있었지만, 껍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니었어요. 미디어를 통과하며 껍데기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소비되면서 저보다 엄청나게 커진 거죠.”― 그게 전시와 어떻게 연결이 됐나요?“제가 연기할 때 몰입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강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제게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목표는 전파를 통해 어딘가에 있는 선한 사람들에게 나의 진심이 닿았으면, 그리고 그 사람들이 힘을 냈으면 하는 것이었어요. 그림도 그런 마음에서 그렸어요. 내 진심이 닿았으면 좋겠다.”“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는 것, 식은땀 나는 일”― 책 ‘제4의 벽’에서 투우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누군가 광야에 홀로 서서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어울리는 장면이겠지만, 원형경기장에서 투우사가 그런 질문을 한다면 이상하고 희한한 광경일 것이다’라고 했죠. 배우로서 겪는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냈고, 그림도 그걸 정직하게 담았어요.“솔직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가짜잖아요. ‘그럴듯해야 한다’는 강박을, 특히 연기하는 사람은 갖기 쉽고, 자기 이야기를 솔직히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아요.”― 배우가 아니라도 자기를 드러내는 건 두려운 일이잖아요.“식은땀 나는 일이죠. 저도 30년 동안 연기하는 후배들을 봐왔지만, 자기 자신의 표현에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연기도 그렇고 미술사를 봐도 그렇고 예술의 기본 조건은 스스로에게 정직함인 것 같아요. 저는 그 방향을 믿고 나아가는 거죠.”― ‘당나귀 22’라는 작품은 밝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저희 아버지를 보며 당나귀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어릴 적 아버지가 항상 온 가족이 함께 살 집을 그려서 이야기 해주셨고, 그 집을 짓고 싶은 땅도 위치를 정해 놓으셨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대단한 꿈도 아닌데 그러셨던 게 왠지 당나귀 같고, 그런데 나이를 먹고 보니 저도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고….”― 어찌 됐든 아버지의 꿈과 그 집은 좋은 기억이니 이렇게 그린 거군요.“네. 또 철학자 김동훈 선생님과 책을 쓰며 ‘상상’이라는 것이 큰 주제가 됐어요. 상상은 과연 나쁜 걸까? 그것이 때로는 공상이나 망상처럼 취급되잖아요. 원시 시대로 돌아가면 상상과 현실의 구분이 없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 돈, 언어, 이런 복잡한 개념이 생기면서 현실은 굉장히 구체화했지만, 상상은 취급을 받지 못하게 됐죠. 물론 상상을 영화와 같은 사업으로 옮기면 큰 돈이 되죠. 시나리오, 소설, 시를 쓰거나 사업하지 않으면 상상할 자격을 얻지 못해요. 그런데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주어진 권리라고 생각을 해요.― 상상이나 꿈이 욕망과도 연결이 되죠. 20세기 이전 철학에서 욕망은 절제하고 다스려야만 하는 것이었잖아요.“재밌네요. 저는 어떻게 보면 상상을 빼앗기는 것에 대해 반항을 시작했고, 나만의 행복을 꿈꾸기를 물러서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비록 아버지의 이상한 꿈일지라도, 저는 그 집을 생각할 때 정말 행복해요. 그래서 이 그림들은 아버지의 좌절된 꿈에 대한 처절한 심정에서 시작하지만, 내가 꿈꾸는 것을 실행하고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한 긍정이기도 해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욕망과 의지에 관한 것이겠죠.“네. 그것이 만약 세상을 전복하고 다른 사람을 못 살게 군다면 안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얼마든지 이야기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죠. 사회에서는 돈이 안 되고 경제적인 이유에 합당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취급받지 못하지만요.”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림을 그리는 이유― 그 상상에 대한 생각이 결국 전시장의 구조와도 연결되는군요. 전시 기간 내내 전시장에서 그림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요.“연극에서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가상의 벽을 ‘제4의 벽’이라고 해요. 그림을 그리면서 저는 그 벽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어요. 상상이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인지, 우리가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은 꼭 거대 산업이 상품화한 것으로만 이뤄져야 하는지 그런 질문들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받아 온 감정과 감동이 혹시 주입 받은 것은 아닐까? 원점에서 생각하는 거죠.‘나’라는 개인의 진짜 감정과 감각은 무엇인지. 그것이 다른 방식으로 상상을 만들어 낸다면 어떤 것이 가능할지, 그 감정이 나를 어디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그림과 철학은 제가 그런 탐구를 하는 통로입니다.― 관객이 2층에서 박신양 씨를 지켜보는 구조는 어떤 의미인가요. 관객분들이 2층에서 아래를 보며 가상의 ‘제4의 벽’을 보지만, 그 너머에 있는 저는 연기자가 아니라 감각하고 느끼는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거기서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1층 층고가 6m가 넘어 그 광경이 영화의 ‘부감샷’처럼 보이는 것도 재밌어요. 제 표정이 너무 자세히 보이면 사소한 감정에 집중하게 돼요. 그것이 아니라 공간의 이동, 시간의 이동처럼 큰 개념을 표현할 때 부감샷을 쓰는데 이 전시의 기획 의도도 그런 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러시아로 무작정 떠나 선생님과 친구를 찾아냈듯 그런 기회를 다시 찾을 것이라는 꿈을 저는 매일 꿉니다. 예술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기회, 그리고 진심을 서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리라는 기대와 가능성.그런 진심을 전시장에서 함께 나누기를 기대합니다.-물감이 묻은 청바지와 운동화,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박신양 씨는 2시간 넘는 인터뷰에서 ‘진심’을 쏟아 놓은 뒤 그림을 그리러 전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고민은 누구나 맞닥뜨리지만 회피하거나 잊어버리기 마련이죠. 이 질문을 물고 늘어졌던 박신양 씨는 철학과 예술에서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전시가 막을 내리는 4월 30일까지 그는 이곳에서 작업을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손가락을 몇 번만 움직이면 스마트폰으로 안부를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대다. 상대가 메시지를 읽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빠르게 답변하는 가운데 우리는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런 메시지 대신 1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구성된 전시가 서울 서초구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가 고성, 미술기획자 홍예지가 협업한 전시 ‘Sincerely,’다. 페리지갤러리가 매년 젊은 작가와 기획자를 선발해 팀을 꾸리고, 협력해 전시를 만드는 ‘페리지 팀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전시장에는 두 사람의 작업 공간이 좌우로 배치됐고, 가운데에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이해하게 된 상징들이 놓여 있다. 편지 속에서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2016년)을 통해 예술과 삶의 균형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가운데 공간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버스 모형이 놓이는 식이다. 전시장에서 1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서간집이 제공된다. 이 책을 보면 전시장에 놓인 각 사물의 의미를 좀 더 자세하게 유추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서로를 잘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이 편지에 써 내려간 글로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또 각자의 예술 작업에 대해 확신을 얻어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2월 3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진공청소기 호스를 타고 나온 바람이 탁구공을 흔들어 북소리를 내고,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과 고무 튜브로 흘러나온 공기 방울 소리는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진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2층 전시장 ‘스페이스 1’에 가면 레바논 출신 예술가 타렉 아투이(44)가 만든 독특한 소리의 세계, ‘더 레인’(비·The Rain)이 펼쳐진다. 이 세계는 북, 꽹과리 등 한국 전통 악기부터 청자, 옹기, 서양 악기와 일상 속 물건까지 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것들로 이뤄졌다. 비어 있어야 할 꽹과리 속에 물이 고이고, 북을 쳐야 할 채는 청자 파편을 문지르는 등 평소라면 섞이지 않을 이질적인 것들이 만나 새로운 소리를 만든다. 아투이는 “전시장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가 빗소리로, 또 오브제 하나하나는 빗방울 소리로 들리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더 레인’이라는 제목은 작업실에서 작곡하고 악기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빗소리가 떠올라 붙인 제목이다. 전시장 속 여러 오브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시차를 두고 저절로 소리를 내, 마치 비가 내리는 풍경 속에 있는 듯하다. 2019년부터 아트선재센터와 협력해 한국의 전통음악을 연구하며 신작을 만든 아투이는 “타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그것을 한국에서 발전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장구와 북을 만드는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 서인석 악기장을 만나며 타악기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 악기장과 북피, 틀 등 북을 구성하는 요소를 재해석할 방법을 논의하면서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또 정희창 옹기장, 도예가 강지향 등과 협업해 도자기, 한지, 짚 등의 재료를 사용했다. 이러한 제작 과정과 결과물은 서로 다른 문화가 섞여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연결 고리를 보여준다. 작곡가이자 DJ로도 활동하는 아투이는 기성 음악으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찾는 데 집중해왔다. 세계의 전통 악기와 지역 음악사를 인류학적 방법론으로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악기와 도구를 제작해 소리를 만든다. 이런 작업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2016년), 프랑스 파리 루이뷔통 파운데이션(2015년) 등에서 선보인 그가 한국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참가한 적은 있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은 “그때는 가방 하나만 들고 사운드 퍼포먼스를 하러 다녔는데, 당시 카셀 도쿠멘타 감독의 눈에 띄어 최근 10여 년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여러 미술관에서 전시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1일까지. 5000∼1만 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해에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국립중앙박물관·36만 명), 에드워드 호퍼전(서울시립미술관·33만 명), 마우리치오 카텔란전(리움미술관·25만 명) 등이 미술 팬들을 끌어당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올 한 해 미술 애호가의 마음을 설레게 할 전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주요 국공립미술관과 갤러리가 공개한 2024년 전시 라인업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현대미술 유명 작가·건축가전우선 지금까지 공개된 라인업에선 호퍼전이나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처럼 해외 근대 이전 거장의 전시는 없다. 대신 현대미술 유명 작가의 개인전 중 아트선재센터의 서도호 개인전(8월)과 리움미술관의 필립 파레노 개인전(2월)이 기대를 모은다. 서도호는 천을 재료로 만든 집을 미술관에 펼쳐 보이며 공간이 사람에게 일으키는 기억, 감각을 드러낸 작업으로 유명하다. 아트선재센터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2005년부터 시작한 ‘사변(Speculations)’ 시리즈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사변 시리즈는 한국의 집이 태풍에 떨어져 나가 미국 미술관의 옥상에 매달리거나, 영국 어느 거리의 건물 틈새에 불시착한 집의 모습 등을 표현했다. 서도호 작품 세계에 얽힌 좀 더 깊은 사유의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립 파레노는 전시 자체를 작품으로 생각해서 그 공간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연출을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M2 전시장부터 로비와 야외 덱(deck)까지 작품이 펼쳐지는 리움미술관 사상 최대 규모 전시가 될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999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 개인전(4월)을 연다. 포스터는 ‘오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 세인트 메리엑스 타워,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파크(애플 신사옥) 등 고도의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건축을 설계했다. 전시에서는 포스터가 설계한 미술관을 포함한 문화 시설과 공공 건축을 집중 조명한다. 1960년대부터 포스터가 관심을 가졌던 ‘지속가능성’ 철학과 미래 건축에 대한 그의 관점도 엿볼 수 있다.● 예술 속 여성 조명 기획전 다수지난해 김환기전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호암미술관도 야심 찬 라인업을 준비했다. ‘여성과 불교’(3월)전은 동아시아 불교미술 역사 속 여성 이미지를 통해 불교미술의 후원·제작 주체였던 여성을 조명한다는 독특한 주제로 눈길을 끈다. 해외 소재 불교미술 명품을 한자리에 모을 예정이다. 또 하반기에는 최근 수년간 시장에서 사랑받은 젊은 40대 작가 니콜라스 파티 개인전(9월)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호암미술관 정원 ‘희원’, 선유도공원 등을 작업한 ‘조경가 정영선 개인전’(4월·서울), 그간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자수의 역사를 살펴보는 ‘한국 근현대 자수’(5월·덕수궁), 1960년대부터 현대까지 아시아 여성 예술을 조망하는 국제 기획전 ‘아시아 여성 미술가’(9월·서울) 등 여성 예술을 집중 조명한다. ‘물방울 회화’로 유명한 김창열(1929∼2021)의 작고 3주기 기념 회고전도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5월 열린다. 또 서양화 1세대 작가이자 한국적 인상주의 회화를 선보인 것으로 평가받는 오지호(1905∼1982) 개인전은 9월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예정돼 있다. 국제갤러리에서는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 개인전으로 재조명됐던 김윤신 개인전(3월), 독일 출신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 개인전(5월) 등이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볼 수 있는 백남준의 대형 설치 작품 ‘다다익선’을 보존·복원한 기록을 담은 백서가 나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003+1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 다다익선 보존 복원 기록’(사진)을 발간했다고 최근 밝혔다. 또 국내외 연구자 11명이 참여한 백남준 연구서 ‘나의 백남준: 기억, 보존, 확산’도 함께 출간됐다. ‘1003+1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 다다익선 보존 복원 기록’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된 보존·복원 과정을 600쪽에 걸쳐 1004개의 항목으로 구성했다. ‘다다익선’이 브라운관(CRT) 모니터 1003대로 구성된 것에 맞추어 제목을 ‘1003+1’로 정했다. 낡은 CRT 모니터 중 어떤 것을 수리하고, 평면디스플레이(LCD)로 교체했는지 또 보존 환경 개선 작업과 시험 운전 과정, 향후 운영방안 등을 담았다. 이 책은 비매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 과천 도서실에서 볼 수 있다. ‘나의 백남준: 기억, 보존, 확산’에는 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큐레이터 바버라 런던, 스미스소니언 미국미술관(SAAM) 큐레이터 사이샤 그레이슨, 임산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 ‘다다익선’ 구조물을 설계한 건축가 김원 등이 참여했다. 백남준의 예술적 업적과 영향을 알리기 위해 영문판으로도 출간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좀 치고 싶었어요. 전 예술을 한 것뿐이에요.”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쪽 영추문 좌측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20대 남성 A 씨가 블로그에 쓴 내용입니다. A 씨는 10대 남녀 미성년자들이 경복궁 영추문 돌담에 ‘영화 공짜’ 낙서를 쓴 지 하루 만에 모방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첫 범행이 발생해 천막으로 덮어놓은 곳 바로 옆에 ‘조휴일’(밴드 검정치마의 멤버) 등 가수 이름과 앨범명이 담긴 길이 3m가량의 낙서를 남긴 거죠. 지난해 4월 한 대학생이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 전시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를 먹어 치우며 ‘예술’이라 한 데 이어 비슷한 주장이 또 등장했습니다. 미스치프가 누구이기에 A 씨의 ‘담벼락 낙서’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언급된 것일까요?예수·사탄 신발로 온라인 달궈미스치프의 대표적 프로젝트라고 하면 ‘예수 신발’, ‘사탄 신발’이나 ‘빅 레드 부츠’가 떠오릅니다. 사실 미스치프는 시각 예술보다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디자인, 패션, 게임을 생산하는 창작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2019년 미국에서 결성한 미스치프가 유명해진 계기는 그해 출시한 ‘예수 신발’이었습니다. ‘예수 신발’은 200달러짜리 나이키 에어맥스 97에 요르단강물 60cc를 넣고 십자가를 매달아 맞춤 제작한 것이었고, 1425달러의 비교적 비싼 가격에도 공개되자마자 품절됐죠. 유명 가수 드레이크도 이 신발을 샀습니다. 그다음 2021년에는 더 나아가 팝 스타 릴 나스 엑스와 협업해 같은 나이키 신발에 피 한 방울을 넣은 ‘사탄 신발’을 출시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나이키와 법적 분쟁까지 벌였죠. 이 밖에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을 떼지 않고 가장 오래 버티는 사람이 상금을 가져가는 게임 ‘핑거 온 더 앱’, 에르메스 버킨백의 가죽을 해체해 샌들로 만든 ‘버킨스탁’, 만화 속에 등장할 것 같은 과장된 형태의 ‘빅 레드 부츠’ 등 황당함과 웃음을 유발하는 프로젝트로 미디어의 조명을 꾸준히 받습니다.‘바이럴’로 거액 투자 유치미스치프는 2주마다 위와 같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한정판으로 공개했습니다.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제품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재치로 무장한 상품으로 꽤 큰 수익을 거두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러나 과연 프로젝트 판매만으로 운영이 이뤄졌을까요? 2020년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 버지’는 미스치프가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1170만 달러(약 150억 원) 투자를 받았다고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디자이너는 물론 개발자, 변호사, 재무 담당자 등 30여 명 규모로 구성된 그룹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스타트업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투자를 유치한 비결은 무엇일까? 미스치프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 게이브리얼 웨일리는 어릴 때부터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재능을 보였고, 바이럴 미디어 기업인 ‘버즈피드’에서도 일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어떤 콘텐츠가 주목받고, 저절로 공유되는지를 체득한 웨일리가 판을 키운 것이 ‘미스치프’였고, 투자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리고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한 A 씨는 ‘성역은 없다’는 미스치프의 슬로건만 봤지만, 실제로 많은 돈이 걸린 미스치프의 프로젝트들은 브레인스토밍부터 현실화, 그리고 변호사의 법률 검토까지 치밀한 과정을 거칩니다. A 씨의 무모한 문화재 훼손을 미스치프로 정당화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금리 특정적 예술?그렇다면 미스치프의 프로젝트를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예술의 정의는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사회와 시대가 결정합니다. 우선 최근까지 미스치프는 지난해 11월 페로탱 뉴욕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올해는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었으니 형식상으론 인정받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번엔 질문을 좀 더 정교하게, ‘미스치프를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예술이라 볼 수 있을까?’라고 해보겠습니다. 미술의 역사에 비춰보면 미스치프는 자본과 마케팅 기법을 업은 ‘보급형 뒤샹’에 가까워 보입니다. 마르셀 뒤샹(1887∼1968)은 인상파부터 추상미술, 그리고 모더니즘까지 미술의 역사 속 많은 경우의 수를 감안한 뒤 미술관에 변기를 놓으며 현대미술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미스치프도 온라인 공간에서 트렌드, 관객 반응, 돈의 흐름 등 여러 요소를 치밀하게 고려해 프로젝트를 내놓습니다. 엉뚱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체화하는 실행 능력과 과감함은 창작자이자 사업가로서 뛰어난 능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미술의 역사로 따져보면 이미 100년 전 뒤샹이 한 일을 약간 다른 맥락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인상파가 처음엔 외면받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 대중의 사랑을 받고, 많은 예술가가 그것을 추종했듯 이제는 개념미술이 일반에도 유희로 즐겨지는 시대가 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술계에서 한때 구체적인 장소에서 주변 맥락을 고려해 설치된 ‘장소 특정적 예술’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요. 미술계에서는 미스치프를 두고 팬데믹 시기 금리 인하로 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가능했던 ‘금리 특정적 예술’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미스치프의 유쾌 발랄한 도발 속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독자 여러분도 한번 만나보세요.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하시면 이메일로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한국어로 옮기면 ‘추방당한 숲’이란 뜻을 갖는 ‘부아바니’. 이 숲속에서 3년째 살고 있는 80대 부부 소피와 그리그 앞에 어느 날 상처투성이인 개 한 마리가 나타난다. 인간에게 학대당한 것처럼 보이는 개는 낯선 사람에게 배를 보이며 드러눕는다. 이 장면을 본 소피의 머릿속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의 문장, “그렇다(yes), 나는 예스라고 말했다. 나는 예스라고 말할 것이다”가 떠오른다. 처참한 폭력을 당했음에도 인간을 믿는 개에게 소피는 ‘예스’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먹을 것을 주었지만 개는 다시 사라져 버린다. 소피와 그리그는 30대가 되기 전부터 새로운 방식의 삶을 실험하려고 도시를 떠나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산속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소피는 소설을 쓰면서 사회와 연결 고리를 잃지 않았는데, 예스가 사라진 다음 날 서점 행사를 위해 숲을 떠난다. ‘동물들’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쓴 그녀는 서점에 가서 변방에 사는 여성 작가로서 소외된 존재들을 대변하리라 결심한다. 그러나 행사는 불만족스럽게 진행되고, 연착된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온 소피의 앞에 예스가 다시 나타난다. 변방에서의 삶에 지쳐 있는 두 부부에게 예스의 조건 없는 친밀함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이 소설 속 이야기는 히피 문화가 꽃피던 1965년 남편 프랑시스 윈징게르와 소비 사회를 떠나 숲으로 들어간 저자의 삶과도 닮아 있다. 저자는 숲에서 양을 기르고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양털을 염색하거나 풀을 그려서 예술 작품을 발표하고 글을 썼다. 변두리 숲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삶의 이야기를 세상으로 끌어낸 것은, 하루하루 자연이 무너지는 시대에 비로소 그 위기를 공감한 사람들이었다. 70세에 소설가로 데뷔한 저자는 데뷔작부터 거의 모든 작품이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이 소설은 프랑스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페미나상’을 지난해 받았다.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윈징게르의 소설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 ‘영감 한 스푼’은 이번주에 볼 만한 전시를 소개합니다.좋은 주말 보내세요!남해 바닷가에서 넓은 세상으로, 구본창의 ‘항해’1972년 어느 날. 구본창은 친구에게 부탁해 남해 바닷가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는 자신의 뒷모습을 촬영합니다. 언젠가 꼭 저 바다 너머 세상으로 향할 것이라는 다짐으로….1988년 워커힐미술관에서 ‘사진, 새시좌’ 전을 기획해 ‘연출 사진’을 소개하면서 한국 현대사진의 서막을 연 구본창 작가(70)의 첫 국내 공립미술관 개인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립니다. 미술관 서소문 본관 1,2층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회고전은 구본창의 전 시기 작품과 작가·기획자로 활동하며 수집한 자료를 모았습니다. 작품은 500여 점, 자료 600여 점을 소개합니다.전시는 ‘호기심의 방’으로 시작해 ‘모험의 여정’, ‘하나의 세계’, ‘영혼의 사원’, ‘열린 방’ 등 대략 시간 순서 5개 주제로 구성됩니다. ‘호기심의 방’은 작가의 수집품을 통해 그가 가졌던 관심사를 보여주면서 시작되는데요.제가 가장 흥미로웠던 공간은 ‘모험의 여정’입니다. 구본창이 독일로 유학을 떠났을 시절 사진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방학 때면 구본창은 상점 진열장 디자인, 배 사진 촬영, 구두 속지 끼우기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유럽 도시를 여행했고 이를 ‘초기 유럽’, ‘일 분간의 독백’ 시리즈로 구성합니다.이들 작품에서는 타지에서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도시의 풍경과, 홀로 외롭게 앉아 있는 작가의 모습 등이 펼쳐집니다. 특히 ‘열두 번의 한숨’에서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낯섦과 불안함이 솔직하게 드러납니다. 달항아리나 비누 사진으로 유명한 구본창 작가의 작업 세계가 형성된 근원을 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이러한 초기 작품은 물론 최근까지 여러 시리즈가 함께 소개되고, 또 시리즈별 제작 계기나 전시 배경을 구체적으로 담은 연보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1·2월에는 ‘작가와의 대화’도 열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시 정보‘구본창의 항해’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 2층 전시실2024년 3월 10일까지공예가들이 고민한 ‘지속가능한 삶’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올해의 금속공예가상’을 받은 역대 수상 작가 18명의 대표 작품과 신작을 소개하는 ‘만년사물’전이 열립니다. ‘올해의 금속공예가상’은 2013년 창설된 국내 유일작가상으로, 고려아연이 10년 동안 후원을 해왔습니다. 이번 전시도 공예박물관이 고려아연과 함께 개최합니다.전시 제목 ‘만년사물’은 만년필처럼 오래 쓸 수 있는 사물을 함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전시는 크게 4개의 주제로 구성됩니다.첫 번째 ‘물질을 탐구하다’ 주제는 공예가들이 친환경적인 재료를 선택해 물성을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김신령, 김연경, 원재선, 이영주, 천우선, 한상덕 등 금속공예가 6인이 오래 사용 가능한 사물의 형태와 기능에 맞는 재료를 고르고, 낯선 소재에 도전해 작업을 시도하는 방식을 소개합니다.두 번째 ‘되살리고 덜 버리다’에서는 산업폐기물과 사물을 재활용해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공예가 박지은, 조성호, 홍지희의 작업이 공개됩니다. ‘일상에 기여하다’ 주제에서는 작품을 통해 일상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거나 새로운 쓰임새를 제안하는 금속공예가 6인의 작업이 전시됩니다.마지막 ‘제작환경을 생각하다’는 작가들의 작업 환경을 조명합니다. 공장지대, 도심 주택가, 교외 농촌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박성철, 심현석, 현광훈의 작품이 소개됩니다.1~2월에는 격주간 목요일마다 총 5번에 걸쳐 ‘공예가의 초대’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작가 시연, 제작 체험, 라운드 테이블 등 여러 워크숍을 통해 작가를 직접 만나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또 신년에는 매주 금요일마다 박물관이 저녁 9시까지 연장 운영됩니다.● 전시 정보만년사물서울 공예박물관 전시 1동 3층 기획전시실2024년 3월 10일까지※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밧줄로 칭칭 감은 얼굴을 한 남자의 몸을 담은 사진, 표면엔 긁힌 자국이 가득하다. 1988년 서울 워커힐미술관에서 열린 ‘사진, 새시좌(視座)’전에 사진가 구본창(70·사진)이 출품한 이 작품은 ‘탈의기’. 해변에 뒹굴던 밧줄 꾸러미는 나를 옭아매는 틀로, 그리고 그 틀을 벗어나 변화하려는 몸부림을 표현했다. 작가는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직접 퍼포먼스를 하며 필름을 긁거나, 두 개의 필름을 겹쳐 콜라주를 하고, 사진용 물감을 이용해 색을 입힌 뒤 합친 필름을 다시 인화하는 등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이 사진들은 ‘연출 사진’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지금은 한국 현대사진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구본창의 작품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 지금의 구본창 만든 초기작 눈길 이번 전시는 구본창의 첫 작업인 ‘자화상’(1968년)부터 미발표작인 ‘콘크리트 광화문’(2010년) 연작까지 작품 500여 점과 관련 자료·수집품 600여 점을 소개하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유명인 초상 사진이나 패션 화보, 달항아리·비누 시리즈 등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로 알려진 구본창의 색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전시의 시작은 독특하게도 구본창의 작품이 아닌 그의 수집품이다. ‘호기심의 방’이란 주제로 구성된 첫 전시장에서는 그가 모은 책, 포스터 등 다양한 오브제를 소개한다. 한희진 학예연구사는 “구본창 작가는 좋은 학교를 나오고 승승장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꼈고, 이 때문에 버려진 것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며 “이런 마음에서 우러난 ‘수집벽’에서 작품이 출발했음을 보여주고자 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다음 ‘모험의 여정’ 주제로 넘어가면 작가가 독일 유학을 다녀올 무렵 초기작이 소개된다. 유학 시절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모아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등 세계 주요 도시를 여행하며 기록한 ‘초기 유럽’ 시리즈, 이방인으로 느낀 소외감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담은 ‘일 분간의 독백’ 등이 펼쳐진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막막함을 즉석 필름 카메라로 담아 사진계 안팎에 큰 인상을 남긴 ‘열두 번의 한숨’도 볼 수 있다. 한 학예연구사는 “유명 작품 말고도 구본창 작가가 그간 부지런히 다양한 작업을 해왔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달항아리 등 대표작, 제작 맥락 담아 구본창의 잘 알려진 작품들도 전시장에서 물론 볼 수 있다. 아버지의 임종을 기록한 ‘숨’ 시리즈는 ‘하나의 세계’ 섹션에서, 조선백자 달항아리를 담은 ‘문 라이징 III’은 ‘영혼의 사원’ 섹션에서 각각 소개된다. ‘문 라이징 III’은 세계 곳곳에 소장된 백자 달항아리 12개를 촬영한 작품으로, 마치 달이 뜨고 지는 듯한 광경이 연출된다. 무속 신앙과 불교에서 사용된 종이꽃을 담은 ‘지화’, 야외에 놓인 콘크리트 광화문 부재를 촬영한 ‘콘크리트 광화문’ 시리즈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잘 알려진 시리즈에 대해서는 작가가 어떻게 처음으로 그것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설명을 충실히 담아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 벽면에는 작가의 생애, 작품 제작 계기, 전시 개최 배경 등을 상세하게 정리한 연보가 있다. 내년 3월 10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배우와 관객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제4의 벽’이 있습니다. 그 벽을 통해 보이는 배우는 상상 속 존재에 불과하죠. 이번에 그 벽을 한번 뒤집어 보고 싶었어요.” 물감이 여기저기 묻은 운동화와 청바지를 입은 배우 박신양(55)이 26일 경기 평택시 mM아트센터에서 말했다. 463㎡(약 140평) 규모 공장을 개조한 미술관인 이곳은 철판으로 된 바닥과 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 가운데 마치 촬영 현장처럼 낚시 의자와 조명이 곳곳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곳은 촬영 현장이 아닌 박신양의 ‘작업 공간’. 거대한 캔버스와 물감, 붓도 가득 놓여 있었다. 박신양은 지난 10년간 그린 작품 130여 점을 이곳에서 기획초대전 ‘제4의 벽’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같은 제목의 책도 발간해, 자신이 왜 그림을 그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철학자 김동훈과 함께 풀어냈다. 또 전시가 열리는 약 4개월 동안 이곳에서 그림 작업을 이어간다. 박신양은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그리워서’라고 말했다. 먼저 떠오른 그리운 것은 예술에 대해 마음껏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던 러시아 유학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 시절 친구 ‘키릴’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 다음엔 예술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을 만날 희망과 가능성을, 또 연기를 하면서 누군가의 진심에 가닿길 바랐던 마음을 그렸다. 이 마음들은 벼랑 끝에 몰린 투우사(작품 ‘투우사’)로, 우둔해 보이지만 묵묵히 짐을 떠맡고 가는 당나귀(작품 ‘당나귀’)로, 트라피스트 수도원(경북 상주)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동받아 무작정 만난 두봉 주교가 건네 준 사과(작품 ‘사과’)로 표현됐다. 박신양은 “진심이 닿기를 바라며 연기를 하지만 미디어를 통과하며 껍데기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며 때로 그 껍데기가 나보다 커졌다”며 “연기가 아닌 그림이면 진심이 통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팔지 않는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었다”고 했다. 전시장은 작업하는 그를 관객이 2층 덱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연극에서는 무대와 객석 사이에 있는 가상의 벽이 이곳에서는 1, 2층 사이에 만들어진 셈이다. 1층 높이가 6m가 넘어 관객은 높은 곳에서 박신양을 영화의 부감숏처럼 내려다보게 된다. 박신양은 “영화에서도 시간의 흐름 등 관념적인 개념을 표현할 때 이런 구도를 쓰는데, 이번 전시의 의미도 내 표정 하나하나보다 큰 흐름을 관객이 봐주길 바랐다”고 했다. 박신양이 작업하지 않을 때는 1층 전시장에 들어가 그가 작업한 흔적을 볼 수 있다. 3층 전시장에선 작품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도 상영된다. 내년 4월 30일까지. 5000∼1만2000원.평택=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폐렴으로 투병하다 지난해 12월 31일 세상을 떠난 사진가 김중만(1954∼2022·사진)의 작품이 스위스 바젤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스위스 바젤 H 가이거 문화재단(KBH.G)에서 1일(현지 시간) 개막한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별을 보았다’ 전시에선 김중만의 작품 총 35점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1975년 프랑스 전시 후 유럽에서 40여 년 만에 열리는 김중만의 개인전으로, 김중만은 병상에서도 마지막까지 전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는 그간 패션이나 광고 사진으로 알려진 김중만의 예술가적 면모를 집중 조명한다. 동양의 원초적 아름다움을 담은 ‘EAST’ 시리즈와 서울 중랑천 둑길을 담은 ‘뚝방길’ 시리즈가 걸렸다. 총 11점을 선보이는 EAST 시리즈는 2015년 프랑스 파리 백야 예술 축제 당시 프랑스 국립동양박물관(세르뉘시박물관)에 단 2점이 소개된 것을 제외하면 처음 공개된다. 김중만은 영국의 유명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가 아시아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고, 동양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동양인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한국의 제주도를 비롯해 백두산, 중국 황산과 장자제, 베트남 할롱베이 등을 사진에 담았다. 백두산을 촬영할 때는 중국 공안에게 거듭 제재를 받았지만 오전 2시에 조용히 산을 올라 마침내 원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EAST 시리즈는 높이 2m, 폭 4m가 넘는 대작으로, 각 작품은 프레임을 포함해 무게가 600∼700kg에 달한다. 작품은 독일 뒤셀도르프 그리거 공방에서 인화됐다. 포트폴리오 심사를 거쳐 통과한 작가만 이용할 수 있는 그리거 공방은 안드레아 거스키, 토마스 루프 등 세계 유명 사진가들이 고객인 것으로 유명하다. 24점을 선보이는 ‘뚝방길’ 시리즈는 김중만이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집에서 강남구 청담동 작업실로 향하면서 만난 나무들을 담았다. 트럭이 다니는 비좁은 이 길을 처음엔 지저분하다고 느꼈지만, 점차 흙먼지와 상처로 뒤덮인 나무들의 아름다움을 느껴 10년 동안 천천히 기록했다. 2019년 서울 송파구 뮤지엄한미 방이에서 개인전으로 이 시리즈를 선보일 때 그는 뚝방길을 ‘나의 성지’라고 칭했다. 김중만은 전시를 준비하며 “뚝방길이 시라면 EAST는 소설”이라며 “뚝방길은 내 마음을, EAST는 나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시 제목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별을 보았다’는 사진 속 풍경이 동서양 구분 없이 모두가 느끼는 마음과 감정을 담았다는 의미다. 재단은 스위스 바젤의 개인 소장가가 가진 김중만의 작품을 보고 그의 전시를 열게 됐다.박성희 바젤 H 가이거 문화재단 컨설턴트는 “김중만이 열정적으로 전시를 준비하다 세상을 떠나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며 “최선을 다해 전시를 여는 것만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중만은 상업 사진으로 성공 가도를 걷다 2006년 고비 사막으로 떠나 예술가로서 전환점을 맞았다”며 “그 이후 사진을 통해 예술가로서 김중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내년 2월 11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좀 치고 싶었어요.…전 예술을 한 것뿐이에요.”12월 17일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20대 남성 A씨가 블로그에 쓴 내용입니다. A씨는 전날 경복궁 영추문 돌담에 ‘영화 공짜’ 낙서가 등장하고 하루 만에 ‘검정치마’ 등의 내용이 적힌 낙서를 하는 모방 범죄를 일으켰죠.올해 4월 한 대학생이 리움미술관에 전시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를 먹어 치우며 ‘예술’이라 한 데 이어 비슷한 주장이 또 등장했습니다. 미스치프가 누구기에 A씨의 ‘문화재 낙서’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언급된 것일까요?예수·사탄 슈즈로 온라인 달궈미스치프의 대표적 프로젝트라고 하면 ‘예수 신발’, ‘사탄 신발’이나 ‘빅 레드 부츠’가 떠오릅니다. 사실 시각 예술보다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디자인, 패션, 게임을 생산하는 창작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2019년 미국에서 결성한 미스치프가 큰 유명세를 받은 계기는 그 해 출시한 ‘예수 신발’이었습니다. ‘예수 신발’은 200달러짜리 나이키 에어맥스 97에 요르단강물 60cc를 넣고 십자가를 매달아 맞춤 제작한 것이었고, 1425달러 가격에도 공개되자마자 품절됐죠. 유명 가수 드레이크도 이 신발을 샀습니다.그다음 2021년에는 더 나아가 팝 스타 릴 나스 엑스와 협업해 같은 나이키 신발에 피 한 방울을 넣은 ‘사탄 신발’을 출시해 논란을 일으키고 나이키와 법적 분쟁에까지 휘말립니다.이 밖에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을 떼지 않고 가장 오래 버티는 사람이 상금을 가져가는 게임 ‘핑거 온 더 앱’, 에르메스 버킨백의 가죽을 해체해 샌들로 만든 ‘버킨스탁’, 만화 속에 등장할 것 같은 과장된 형태의 ‘빅 레드 부츠’ 등 황당함과 웃음을 유발하는 프로젝트로 미디어의 조명을 꾸준히 받습니다.‘바이럴’로 거액 투자 유치미스치프는 2주마다 위와 같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한정판으로 공개했습니다.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제품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재치로 무장한 상품으로 꽤 큰 이익을 거두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러나 과연 프로젝트 판매만으로 운영이 이뤄졌을까요?2020년 IT전문 매체 ‘더 버지’는 미스치프가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1170만 달러(약 150억 원) 투자를 받았다고 보도합니다.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디자이너는 물론 개발자, 변호사, 재무 담당자 등 30여 명 규모로 구성된 그룹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스타트업이라고 봐도 좋을 듯합니다.그렇다면 이렇게 투자를 유치한 비결은 무엇일까? 미스치프를 이끄는 CEO 가브리엘 웨일리는 어릴 때부터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재능을 보였고, 바이럴 미디어 기업인 ‘버즈피드’에서도 일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어떤 콘텐츠가 주목받고 저절로 공유되는지를 체득한 웨일리가 판을 키운 것이 ‘미스치프’였고, 투자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으로 추측됩니다.그리고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한 A씨는 ‘성역은 없다’는 슬로건만 봤지만, 실제로 많은 돈이 걸린 미스치프의 프로젝트들은 브레인스토밍부터 현실화, 그리고 변호사의 법률 검토까지 치밀한 과정을 거칩니다.금리 특정적 예술(?)그렇다면 미스치프의 프로젝트를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예술의 정의는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냐는 사회와 시대가 결정합니다. 우선 최근까지 미스치프는 지난해 11월 페로탕 뉴욕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올해는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었으니 형식상으론 인정받는 것처럼 보입니다.이번엔 질문을 좀 더 정교하게, ‘미스치프를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예술이라 볼 수 있을까?’라고 해보겠습니다. 미술의 역사에 비춰보면 미스치프는 자본과 마케팅 기법을 업은 ‘보급형 뒤샹’에 가까워 보입니다.마르셀 뒤샹은 인상파부터 추상미술, 그리고 모더니즘까지 미술의 역사 속 많은 경우의 수를 감안한 뒤 미술관에 변기를 놓으며 현대미술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미스치프도 온라인 공간에서 트렌드, 관객 반응, 돈의 흐름 등 여러 요소를 치밀하게 고려해 프로젝트를 내놓습니다. 엉뚱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체화하는 실행 능력과 과감함은 창작자이자 사업가로서 뛰어난 능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그러나 미술의 역사로 따져보면 이미 100년 전 뒤샹이 한 일을 약간 다른 맥락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인상파가 처음엔 외면받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 대중의 사랑을 받고, 많은 예술가가 그것을 추종했듯 이제는 개념미술이 일반에도 유희로 즐겨지는 시대가 왔다는 생각도 듭니다.미술계에서 한 때 구체적인 장소에서 주변 맥락을 고려해 설치된 ‘장소 특정적 예술’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요. 미술계에서는 미스치프를 두고 팬데믹 시기 금리 인하로 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가능했던 ‘금리 특정적 예술’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미스치프의 유쾌 발랄한 도발 속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독자 여러분도 한 번 직접 만나보세요.구독자 의견🔸수묵화는 정말 직접 눈으로 담아야 하더라구요 선을 천천히 훑다보면 힘이 느껴지기도 하고, 가까이에서 그리고 또 멀리서 볼 때 각기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참 좋아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새로운 전시를 소개받다니 아주 좋네요ㅎㅎ 새롭고 강렬한 스타일이라 반갑고 전시가 기대되고요.요즘은 확실히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작품들을 꽤나 마주치게 되더라고요 작품 만들 때 쓰이는 걸 넘어서 감상할 때 필요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새롭다 느끼긴 했습니다 럭스는 지난 전시에 이어서 반응이 쭉 있는 것 같네요ㅎㅎ 관심이 크단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단 거죠ㅎㅎㅎ오늘도 좋은 글 그리고 많은 분들의 생각 또 읽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닿ㅎ 전문성있게 피드백해주시니까 또 잘 읽어보게 되어 항상 알차다느낍니다ㅎㅎ 짧게 감상을 쓰려다보니 단편적인 것만 쓰게 되는 것 같아 아쉽지만 ㅜ 항상 잘 보고 있는 거 알아주시길 바라고ㅋㅋㅋ 다들 건강히 연말 마무리 잘 하셨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애독자 입니다.필묵변혁 전시를 다녀와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황창배, 송수남 두분 의 작품이 그 어느 작품과 견주어도 손색 없다고 느꼈습니다.특히 황창배 선생님 작품은 샤갈의 삶이라는 작품도 생각나게 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 들더라구요. 두 분의 필력 이 대단합니다.황창배 선생님 작품 중에 곡고댁 이란 작품이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 볼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늘 좋은 작품 설명 감사 드립니다. 많은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저의 미천한 미술 지식이 날로 발전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감사 드립니다.(이재설)🔸지방에서는 보기 어려운 전시일것같아 기대가 됩니다 정보 고맙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5·사진)이 마약 퇴치를 위한 사회 공헌 재단을 내년에 설립하고 새 앨범으로 복귀한다고 21일 밝혔다. 그는 마약 투약 의혹으로 최근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지드래곤은 이날 새 소속사인 갤럭시코퍼레이션을 통해 공개한 자필 편지에서 “이번 사태로 한 해 평균 마약 사범이 2만 명에 달하고 청소년 마약류 사범이 증가한 사실, 이들 중 치료받는 사람이 500명도 안 된다는 가슴 아픈 사실을 알게 됐다”고 썼다. 이어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과 잘못된 길인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마약 퇴치와 근절에 적극 나서겠다”며 “약한 존재가 겪는 억울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단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 첫 기부는 VIP(빅뱅 팬덤)의 이름으로 하겠다고 했다. 조성해 갤럭시코퍼레이션 이사는 “경찰은 수사 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의혹 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수사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것이 지드래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동양화라고 하면 먹, 종이, 붓을 기본으로 여백의 미를 지닌 수묵화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양한 색상과 재료를 사용해 다채로운 구도로 그린 동양화도 적지 않다. 일상 속 깨달음의 순간을 그리는 유근택, 치밀하고 섬세하게 인물을 표현하는 이진주 등 동양화를 공부한 작가들의 작품은 현대적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런 현대적 동양화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전시 ‘필묵변혁’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 2관에서 내년 1월 14일까지 열리는 ‘필묵변혁’전은 송수남(1938∼2013)과 황창배(1947∼2001)의 작품 84점으로 구성됐다. 송수남은 홍익대 교수를 지내며 1981년부터 수묵화 운동을 주도했으며, 황창배는 탄탄한 기교를 바탕으로 한 파격으로 ‘한국화단의 테러리스트’라 불리며 신드롬에 가까운 사랑을 받았다. 전시장에서는 송수남이 전통적인 산수화 양식에서 벗어나, 사진처럼 간결하게 표현한 ‘산수’ 등 잘 알려진 작품과 후기 추상적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송수남은 1981년 ‘오늘의 전통 회화 81전’부터 1990년 ‘90년대의 한국화 전망’전까지 10년간 한국화 그룹전을 열었고, 이것이 ‘수묵화 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홍익대 출신 작가를 주축으로 전시가 구성된 것은 한계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를 졸업한 황창배는 동양화 기법은 물론 전각, 서예를 배운 뒤 이를 자기만의 조형 언어로 승화해 냈다. ‘숨은그림찾기’ 연작 등 수묵 담채화는 물론 한지와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린 회화 등 여러 재료로 작업한 작품이 전시장에 걸려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전시 기획자인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문화사업본부장은 “송수남이 작고한 뒤 2014년 작품 3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는데 이를 선보일 기회가 없어 전시를 마련했다”며 “한국화가 변화하는 데 기여한 대표적 두 작가를 거론하고 싶었다”고 했다. 수묵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싶었다는 임 본부장은 종이 작품 뒤에 조명을 설치해 은은하게 빛이 나오도록 만들거나, 캔버스 작품을 바닥에 세워 작업실 모습처럼 연출해 관객에게 친근하게 여겨지게 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수묵화를 살펴보는 ‘아티스트 토크’도 열린다. 30, 40대 작가 10인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다음 달 11일까지 매주 수·목요일 오후 2시 미술관에서 열린다. 자세한 일정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0∼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독일 출신 현대미술 거장 안젤름 키퍼(78)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이 대전에서 열리고 있다. 대전 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의 ‘가을(Herbst)’전이다. 키퍼가 이 공간을 위해 만든 신작 회화 16점과 설치 작품 1점을 선보인다.● 폐허는 새로운 시작‘가을’전에서 키퍼의 회화는 추운 겨울을 버티려 분발하는 나무들의 모습을 담았다. 볕이 좋았던 가을 어느 날 단풍과 낙엽으로 가득한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의 풍경에 매료된 키퍼는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 두었다. 이 사진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의 시에서 얻은 영감으로 이번 작품들이 탄생했다. 전시장에는 작품 제목과 연도를 설명하는 캡션 대신 릴케의 시가 적혀 있다. 키퍼의 요청으로 캡션을 부착하지 않았다. 그 대신 릴케의 ‘가을날’ ‘가을’ ‘가을의 마지막’ 등 세 편이 자리한다. 키퍼는 가을이 되면 잎에 있던 영양분을 뿌리로 거둬들이며 생겨나는 찬란한 단풍을 생명력 넘치게 그린다. 흙과 벽돌, 밧줄, 납으로 만든 나뭇잎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입체적으로 가을의 심상을 표현했다. 낙엽이 비추는 빛을 금박으로 표현한 대표작 ‘가을(Herbst, Fur R. M. Rilke), 2022’ 등이 대표적이다. 이 회화들은 ‘죽음의 계절’로 여겨지는 겨울이 쇠락이나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임을 은유한다. ‘폐허’는 키퍼의 예술 세계에서 중요한 키워드다. “폐허는 새로운 시작이기에 아름답다”고 말하는 키퍼는 개개인을 짓누르는 과거의 이념을 버릴 때 나타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예술로 보여준다. 지난해 이탈리아 베네치아 건국 1600주년 기념행사로 두칼레 궁전에서 최초로 선보인 개인전 역시 이런 맥락을 담아 찬사를 받았다. 전시가 열리는 헤레디움도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이곳은 1922년 지어진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을 리모델링한 문화 공간이다. 식민지 수탈의 역사가 담긴 아픈 장소가 예술적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에 키퍼가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키퍼는 사진을 비롯한 여러 자료로 공간을 파악한 뒤 이곳을 위한 작품을 준비했다.● “정답 아닌 각자 본질 찾는 사회로”헤레디움을 인수해 새롭게 개관한 곳은 대전 에너지기업인 CNCITY에너지다. 전시장에서 만난 황인규 CNCITY에너지 회장은 “향후 미술 전시와 공연, 강연 등 여러 문화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 공간을 운영하는 이유가 대전이 ‘노잼 도시’로 불리기 때문이냐고 묻자 황 회장은 웃으며 “‘노잼 한국’이 더 걱정”이라고 답했다. “주거 공간인 아파트가 삶의 척도가 되고, 그 ‘정답’을 맞히기 위해 숙제처럼 사는 것이 맞을까요? 예술가들은 정해진 답이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와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죠. 우리 사회도 그런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황 회장은 24년간 검사로 일하다 가업을 물려받았다. 정작 본인은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삶을 살았지만, 오히려 헤레디움을 준비하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건물을 시가 얼마, 평당 얼마로 환산한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겠어요? 남이 하지 않은 것을 하니 비교 대상이 없고, 그러니 일 자체에 보람을 느낍니다. 정답이 아니라 각자의 본질을 찾는 것, 문화와 예술을 통해 한국도 충분히 그런 사회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을’전은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9000∼1만5000원.대전=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 ‘영감 한 스푼’은 이번 주에 볼 만한 전시를 소개합니다.좋은 주말 보내세요!한국화는 어떻게 현대미술과 만났나? 세종문화회관 ‘필묵변혁’전이 전시는 20세기 후반 한국 수묵화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송수남(1938~2013)과 황창배(1947~2001)의 회화 작품 84점을 소개합니다.전시 제목 ‘필묵변혁’은 말 그대로 붓과 먹을 통해 변화를 끌어낸 인물들을 조명한다는 뜻인데요.송수남은 1980년대 초 ‘수묵화 운동’을 펼친 작가로, 특히 전통적인 산수화가 아니라 아래 사진 같은 스타일의 산수화를 통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는 추상적인 작품으로 변화하는데 이 과정을 전시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시 기획자인 임연숙 큐레이터(세종문화회관 문화사업본부장)는 “송수남이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한 다음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며 “그의 작업 세계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합니다.즉 송수남 작고 10주기 등 여러 계기를 맞아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여기에 황창배 작가가 함께하게 된 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한국화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사실은 20세기 후반에 새로운 한국화를 보여주려는 우리 작가들의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 움직임의 대표적인 두 작가를 거론하면서 관심을 환기하고 싶었죠.”황창배는 1980년대 소장가들 사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인기 작가였습니다.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탄탄한 기교를 바탕으로 파격적인 회화를 선보였고, 지금 보아도 ‘현대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작가입니다.큰 물고기를 화면에 가득 차게 그린 다음 X 표시를 하거나, 요즘 시대에 가독성이 떨어지는 한자 대신 한글로 그림에 글씨를 쓰고, 수묵을 벗어나 아크릴 유화 연탄재 흑연 가루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면서 자신만만하게 새로운 시도를 했던 작가입니다. ‘한국화의 이단아’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고, 재기발랄한 캐릭터로 TV 광고에 출연한 적도 있습니다.임연숙 본부장은 “현대미술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근택, 이진주 같은 작가들이 있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이 전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지금은 장르 구분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그 경계를 깨고 나왔던 시도를 전시에서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전시를 보면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이런 작가들이 있었는데, 왜 그렇게 빨리 잊힌 걸까? 임 본부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황창배 작가는 54세의 젊은 나이로 작고한 것이 안타깝죠. 또 우리 세대는 지필묵을 조금이라도 경험했지만, 요즘은 아예 붓을 잡아보지 않은 사람도 많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시장에서 반짝인기를 끌었다가 거래가 안 되다 보니 조명도 제대로 안 됐죠. 당시 그림을 샀던 컬렉터들이 이제 나이가 들고 세대가 바뀌었으니까요.다만 시장이 외면한다고 해서 이 작품들이 한국 미술의 흐름에서 갖는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부분을 미술관에서 제대로 연구하고 조명해야 하죠. 이번 전시에서 좀 더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종이 작품 뒷부분에 조명을 넣고, 큰 전시실은 작업실 느낌이 나도록 바닥에도 놓고 해보았는데, 이런 디테일한 노력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전시 정보‘필묵변혁 - 송수남, 황창배’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 2관2024년 1월 14일까지AI, 그래픽, 사운드 … 컴퓨터로 만든 예술다음 소개할 전시는 완전히 다른 재료로 만든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붓과 물감이 아닌 그래픽 사운드, AI 등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럭스: 시적 해상도’전입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현대미술전시 플랫폼 ‘숨 엑스’와 뽀로로 제작사인 ‘오콘’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미디어 아티스트 12팀의 작품 16점을 볼 수 있습니다.카오 유시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수묵화 이미지의 픽셀 데이터 수만 개를 학습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해 움직이는 산수화를 만들었습니다. 작은 점들이 움직이면서 마치 사계절이 흐르는 듯이 변하는 풍경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카오 유시는 지난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시각 효과 연출을 맡기도 했습니다.위 작품은 마치 곰 같은 형체가 끊임없이 걸어 나가면서 모양이 바뀌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털이 북슬북슬하다가 금속, 액체, 나무 등으로 계속해서 변화하는데요. 2004년 만들어진 미디어아트, 디자인 콜렉티브인 유니버설 에브리씽은 시네마틱 CGI, 물리학 시뮬레이션, 실시간 게임 그래픽 등을 활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합니다.이 작품을 함께 감상한 한 현대미술 작가는 기술의 놀라움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저런 영상을 실사로 찍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동력, 자본이 필요한데 컴퓨터로 이 모든 것을 엄청나게 단축할 수 있죠. 이를 통해 좀 더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전시 정보럭스: 시적 해상도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12월 31일까지구독자 의견🔸당신이 보는 대로 판단하라. 특별한 의미가 없다. 명언입니다. 그냥 벽돌입니다.👉 저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가 생각났습니다. 😁🔸세상에 작품을 보는 건지, 작품에 얽힌 미술사, 시각 논문을 보는 건지 현대 예술은 정말 알쏭달쏭하네요. 결국 벽돌이 아니라 벽돌을 배치한 작가의 아이디어에 가격을 매긴다는 건지, 이 작품을 해석하는 이런 미술사적 지식과 정보가 만약에라도 사라진다면, 이 벽돌 작품의 가격은 0가 되는 걸까요? 현대 미술은 가끔 사기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거야말로 고급 부조리극 같기도 하고 정말 잘 모르겠어요. 물론 이것 역시 보이는 대로 판단해라라고 하면. 아무튼 늘 생각해볼만한, 재미있는 화두거리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님~)👉 맞습니다. 이 작품을 해석하는 미술사적 지식과 정보가 사라지면 가격은 0이 되겠죠. 그래서 예술 작품은 작가 혼자가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 사회가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회가 그것을 받아주기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는 이야기죠. 다만 이런 경향의 ‘개념미술’은 20세기 중반에 시대적 맥락에서 가능했던 것이고, 지금은 다시 ‘시각 미술’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즉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구현하는지가 다시 중요해지고 있거든요. 이 부분도 기회가 되면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흥미로운 의견 감사합니다! ^^🔸일전에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전시했던 독일 루드비히 미술관 관장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공적인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 미술관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 작품들을 고가로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개인 컬렉터가 그 부분을 담당하고 공공에게 돌려주는 책임을 맡아야 한다. 내가 작품을 수집하는 이유는 투기나 투자의 목적이 아니다’ 공공미술관과 개인컬렉터의 나아갈 길을 명확히 제시해 준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이트 갤러리의 뚝심있는 행보는 현대미술을 책임감있게 지원하는 개가를 이루었네요.👉 비록 돌을 맞고 주춤했지만, 좋은 작품을 알아본 큐레이터에게 지금은 박수를 쳐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미니멀리즘에 대한 애호가 있는 사람으로서 도움되는 이번 주 기사 고맙습니다. 미니멀리즘 계열의 작품은 아주 단순하기에 감상자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 물론 가끔은 장난하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들도 있지만요. ㅎㅎㅎ (리처드 세라는 좋아하지만 도널드 저드에게는 그닥 호감을 못 느끼는 1인입니다)👉 사실 미니멀리즘 작품은…미술관에서 보기에 가장 재미 없는 작품으로 저도 꼽습니다. 그럼에도 리처드 세라는 규모로 스펙터클한 느낌을 주어서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죠. 너무 공감되는 의견이어서 익명으로 살짝 소개합니다. 의견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72년 어느 미술관은 벽돌 120장을 가로 68.6cm, 세로 229.2cm, 높이 12.7cm로 가지런히 쌓은 작품을 삽니다. 이 작품은 1966년 미국 작가 칼 안드레가 만든 ‘등가 8(Equivalent VIII)’이었죠. 미술관은 이 작품을 얼마에 샀을까요? 바로 6000달러, 단순 계산으로, 1달러를 1000원으로 환산해도 600만 원입니다(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비싼 가격이겠죠). 작품을 보고 가격을 들으면 많은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600만 원이라면, 벽돌 한 장에 5만 원인가? 아니면 쌓는 노동력도 포함된 건가? 미국 작가이니 배송비도 반영된 걸까…? 비슷한 논란이 영국에서 있었습니다.“혈세 낭비” 영국 뿔나게 한 ‘벽돌’이 ‘벽돌’ 작품을 산 곳은 영국 테이트 미술관입니다. 작품은 1974, 1975년 미술관에 전시됐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죠. 스캔들이 일어난 건 1년 뒤인 1976년. 영국 주간지인 ‘선데이타임스’가 작품 가격을 보도하며 “한가한 작품에 혈세를 낭비했다”고 비판한 뒤였습니다. 선데이타임스는 테이트 미술관이 정부로부터 매년 100만 달러가 넘는 예산을 받으면서, 존 컨스터블처럼 제대로 된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쓸데없는 곳에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첫 기사에서는 미술관이 산 가격의 두 배인 1만2000달러로 작품 가격을 잘못 보도해 대중의 분노를 부채질했죠. 그 후 영국의 언론들은 공사 현장에서 벽돌에 기댄 노동자의 사진을 “끝내주는 예술 작품”이라고 게재하거나 벽돌 무더기를 삽화로 그리고, 타블로이드 언론은 건설 기술자가 헤링본 모양으로 예쁘게 쌓은 벽돌이 훨씬 낫다고 주장하는 등 테이트의 결정을 풍자했습니다. 급기야 예술부 장관이 “테이트 이사회는 실험적 예술에 예산을 쓸 권리가 있다. 나는 그들의 판단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미술관을 옹호하고 나섰죠. 미술관은 작품이 관심을 받자 1976년 2월 다시 수장고에서 꺼내 전시장에 놓았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시민이 와서 벽돌 위에 페인트를 뿌리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답니다.지금 가치는 수십억 원, 미술관의 승리‘벽돌’을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일단락되었을까요?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미술관의 완전한 승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안드레의 작품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언론 보도로 유명해지며 이전에는 무심하게 지나쳤을 관객들도 이 작품을 별명인 ‘벽돌’로 알아보는 대표작 중 하나가 되었죠. 우선 영국의 미술관 소장품 관련 협회에서는 이 작품의 가치를 약 200만 파운드(약 33억 원)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안드레가 구리판 100개를 가지런히 바닥에 놓은 작품이 201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216만 달러(약 28억 원)에 낙찰됐으니, ‘벽돌’의 유명도를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닙니다. 게다가 테이트 미술관은 당시 작품을 원래 가격의 절반에 샀으니 알뜰한 구매를 한 셈입니다. 안드레는 1966년 이 작품을 전시한 뒤 갤러리에서 팔리지 않아 벽돌을 다시 공장에 보냈습니다. 그러다 작품 사진을 본 테이트 큐레이터의 요청으로 절반 가격에 작품을 팔기로 하고, 새로 벽돌을 주문해 보내주었죠. 약 40년 사이에 작품 가격은 600만 원에서 33억 원으로, 500배 넘게 뛰었으니 미술관은 아주 남는 장사를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인식 예술의 대표 사조, 미니멀리즘이유는 안드레가 196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미니멀리즘 예술’의 맥락에서 작품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미니멀리즘 예술은 안드레를 비롯해 도널드 저드, 리처드 세라 등의 작가가 대표적입니다. 미니멀리즘 예술의 맥락에서 벽돌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는 황당하게도 “당신이 보는 대로 판단하라”, 즉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행위는 20세기 사상사의 중요한 단면 중 하나인 현상학에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20세기 이전의 사회에서 의미는 신이나 왕이 정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신이 가르치는 대로, 왕이 명령하는 대로 가치가 정해진 세계 속의 부속품일 뿐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며, 이에 따라 삶을 설계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렇게 과거로부터 벗어나 현상을 직시하고 스스로 판단하라고 제안한 것이 바로 현상학입니다. 이런 흐름에 맞물려 미니멀리즘 예술은 ‘예술가의 의도’를 지워버립니다. 역사적으로 예술은 신과 왕을 벗어나는 과정을 거쳤고, 인상주의 예술가들은 개별 ‘작가의 눈’을 강조하죠. 미니멀리즘은 이제 작가도 지워버리고 관객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프랑스의 문학 비평가 롤랑 바르트가 문학 작품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반응에서 의미가 생긴다고 말한 것처럼, 미니멀리즘 예술가들은 ‘예술가의 죽음’을 선언한 셈입니다. 이렇게 미니멀리즘 예술은 인식의 차원으로 넘어간 현대미술의 중요한 부분을 증언합니다. 전 세계 공공 미술관들이 안드레의 작품 한 점씩은 갖고 싶어 하니 가치가 오르죠. 이런 안드레의 작품을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31일까지 볼 수 있습니다. 아무 의미 없는 작품 앞에서 나에겐 뭐가 보이는지, 한번 만나보세요. ※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많은 분의 관심과 응원 속에 지난 7월부터 열심히 시즌2 촬영 중이다. 어깨가 무겁지만 기다려주신 만큼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오징어 게임2’의 황동혁 감독은 7일 이같이 말했다. 황 감독은 이날 충청도 모처에 있는 세트장에서 “새로운 게임,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펼쳐질 더욱 깊어진 이야기와 메시지를 기대해 주셔도 좋다”고 했다.제작사 퍼스트맨스튜디오의 김지연 대표는 “시즌2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노력해 훌륭한 작품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각오로 모든 제작진과 출연진이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하고 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다.채경선 미술감독은 “시즌1에 보내주신 큰 사랑과 시즌2에 대한 많은 분의 기대감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황동혁 감독님의 크레이티브 비전과 주제 의식을 잘 구현해낼 수 있도록 미술팀 모두가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7월부터 촬영을 시작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내년까지 촬영을 이어갈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72년 어느 미술관은 벽돌 120장을 가로 68.6cm, 세로 229.2cm, 높이 12.7cm로 가지런히 쌓은 작품을 삽니다.이 작품은 1966년 미국 작가 칼 안드레가 만든 ‘등가 8’(Equivalent VIII)였죠. 미술관은 이 작품을 얼마에 샀을까요?바로 6000달러, 단순 계산으로 600만 원입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훨씬 더 비싼 가격이겠죠) 작품을 보고 가격을 들으면 많은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600만원이라면, 벽돌 한 장에 5만원어치인가? 아니면 쌓는 노동력도 포함인걸까? 미국 작가이니 배송비도…? 비슷한 논란이 영국에서 있었습니다.“혈세 낭비” 영국 뿔나게 한 ‘벽돌’이 ‘벽돌’ 작품을 산 곳은 영국 테이트 미술관입니다. 테이트는 1974, 1975년 작품을 특별 전시로 선보였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스캔들이 일어난 것은 1년 뒤인 1976년. 영국 주간지인 ‘더 선데이 타임스’가 작품 가격을 보도하며 “한가한 작품에 혈세를 낭비했다”고 비판한 뒤였습니다.더 선데이 타임스는 테이트 미술관이 정부로부터 매년 100만 달러가 넘는 예산을 받으면서, 존 컨스터블처럼 제대로 된 작품이 아니라 쓸데없는 곳에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첫 보도에서는 미술관이 산 가격의 두 배인 1만2000달러로 작품 가격이 잘못 알려지면서 분노를 부채질했죠.그 후 영국의 언론들은 공사 현장에서 벽돌에 기댄 노동자의 사진을 “끝내주는 예술 작품”이라고 게재하거나, 벽돌 무더기를 삽화로 그리고, 타블로이드 언론은 건설 기술자가 헤링본 모양으로 예쁘게 쌓은 벽돌이 훨씬 낫다고 주장하는 등 테이트의 결정을 풍자하기 시작했습니다.급기야 예술부 장관이 나서 “테이트 이사회는 실험적 예술에 예산을 쓸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 나는 그들의 판단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언론에 밝히며 미술관의 결정을 옹호했죠.미술관은 작품이 관심을 받자 1976년 2월 다시 수장고에서 꺼내 전시장에 놓았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시민이 와서 벽돌 위에 페인트를 뿌리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답니다.지금 가치는 수십억, 미술관의 승리‘벽돌’을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일단락되었을까요?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미술관의 완전한 승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안드레의 작품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언론의 유명세를 타면서 이전에는 무심하게 지나쳤을 관객들도 이 작품을 별명인 ‘벽돌’로 알아보는 대표작 중 하나가 되었죠.우선 영국의 미술관 소장품 관련 협회에서는 이 작품의 가치를 약 200만 파운드(약 33억 원)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칼 안드레가 구리판 100개를 가지런히 바닥에 놓은 작품이 201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216만 달러(약 28억 원)에 낙찰됐으니, ‘벽돌’의 유명세를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닙니다.게다가 테이트 미술관은 당시 작품을 구매할 때 원래 가격의 절반에 샀으니 알뜰한 소비를 한 셈이죠. 안드레는 1966년 이 작품을 전시한 뒤 갤러리에서 팔리지 않아 벽돌을 다시 공장에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다 작품 사진을 본 테이트의 요청으로 절반 가에 팔기로 하고, 새로 벽돌을 주문해 보내주었죠.약 40년 사이에 작품 가격은 600만 원에서 33억 원으로, 500배 넘게 뛰었으니 미술관은 본전은 물론 아주 남는 장사를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인식 예술의 대표 사조, 미니멀리즘이유는 안드레가 196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미니멀리즘 예술’의 맥락에서 작품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미니멀리즘 예술은 안드레는 물론 도널드 저드, 리처드 세라 등의 작가가 대표적인데요.미니멀리즘 예술의 맥락에서 벽돌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는 황당하게도 “당신이 보는 대로 판단하라”, 즉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20세기 인간 사상사의 중요한 단면 중 하나인 ‘현상학’에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20세기 이전의 사회에서 의미는 신이나 왕이 정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신이 가르치는 대로, 왕이 명령하는 대로 가치가 정해진 세계 속의 부속품이었을 뿐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며, 이에 따라 삶을 설계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렇게 과거로부터 벗어나 현상을 직시하고 스스로 판단하라고 제안한 것이 바로 현상학입니다.이런 흐름에 맞물려 미니멀리즘 예술은 ‘예술가의 의도’를 지워버립니다. 즉 예술이 점차 신과 왕을 버리고, 인상주의 예술에서 ‘작가의 눈’을 강조했는데 이제 작가도 없앤 것이죠. 프랑스의 문학 비평가 롤랑 바르트가, 문학 작품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반응에서 의미가 생긴다고 말한 것처럼, 미니멀리즘 예술가들도 ‘예술가의 죽음’을 선언한 셈입니다.이렇게 미니멀리즘 예술은 인식의 차원으로 넘어간 현대미술의 중요한 부분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공공 미술관들은 미니멀리즘 예술 작품을 한 점씩은 갖고 싶어 하니 가격이 치솟습니다. 이런 칼 안드레의 작품을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31일까지 볼 수 있습니다. 아무 의미 없는 작품 앞에서 나에겐 뭐가 보이는지, 한 번 만나보세요.※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