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김갑식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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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갑식 부국장입니다.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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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사, 호소문 발표 “수행처에 들어온 민노총 禮갖춰 투쟁활동 삼가야”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은신 중인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는 25일 발표한 호소문에서 민주노총에 대해 투쟁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삼가 달라고 촉구했다. 조계사는 호소문에서 민주노총에 대해 “조계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본산이자 서울지역 10만 신도의 수행처이자 기도처”라며 “조계사 부처님께서 여러분을 품고 있는 것은 오직 자비심이지 여러분의 주장에 동조한 것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사찰의 예법과 생활 청규(수도 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칙)에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호소문은 또 정부와 경찰 관계자들에게 대해 “공권력의 역할과 법 집행의 엄중함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해야 하지만 대화와 타협, 화합과 자비라는 종교 본연의 역할도 있다”며 “조계사가 갖는 종교적 상징성과 한국불교 내의 위상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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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승 총무원장 “조계사, 국민 마음 잘 헤아려 대처를”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23일 오전 열린 종무회의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조계사와 신도, 화쟁위원회가 국민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해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종단 수장인 자승 총무원장의 첫 언급이다. 자승 총무원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성지 순례 참여 뒤 21일 귀국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총무원장 스님이 24일 다시 종단을 비우기 때문에 많은 사안이 함께 다뤄졌다”며 “한 위원장 은신과 관련해 다른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해외 종교계와의 교류를 위해 종교지도자협의회에 소속된 다른 종단 수장들과 24일 스페인으로 떠난다. 불교계에서는 자승 총무원장이 조계사와 신도, 화쟁위원회를 언급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이 사안이 종단 차원의 문제로 확대해석 되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며 “특히 신도를 거명한 것은 조계사가 민주노총이 벌이는 정치투쟁의 거점이 되고 있다는 불만을 고려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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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삼 前대통령 서거]“자유-정의의 숭고한 가치 지켜나가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 각계각층의 애도와 추모가 잇따랐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운동의 거목이었고 문민정부를 출범시켜 한국 사회에 개혁과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평생 지향하고자 했던 민주화와 자유, 평등의 가치가 이 땅에 실현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민주화를 위해 평생 헌신한 고인의 희생을 기억하며 그가 꿈꾼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모두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국가조찬기도회 등을 통해 김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김삼환 명성교회 담임목사는 “한 달 전쯤 김 전 대통령을 만나 함께 기도했는데 그때 이미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상태여서 안타까웠다”며 “민주주의의 꽃을 활짝 피운 정치 지도자이자 용감하고 깨끗한 신앙인의 품성을 지켜온 분”이라고 회고했다. 22일 오후 빈소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젊은 변호사로서 민주화추진협의회, 대선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면서 (김 전 대통령을) 몇 번 뵌 적이 있다”며 “추모 시설을 만들어 일반 시민의 조문이 가능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김(兩金) 시대’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활동한 이낙연 전남지사는 “당시 상도동 자택에서 (김 전 대통령의 부친인) 김홍조 옹이 보내준 멸치와 시래기를 넣어 끓인 된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취재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이 지사는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양김 시대가 저물면서 다음 세대가 과연 그 숭고한 가치를 지키고 보전하고 있는지 답답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정의로운 광주시민의 고귀한 희생에 대해 5·18특별법 제정을 통해 답해 주셨으며, 5·18민주화운동을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바로 세워 주었다”는 애도문을 발표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23일 오후 조기 귀국해 조문할 예정이다. 경제계도 애도를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김 전 대통령께서는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공개제도를 도입해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변화와 개혁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고인의 큰 뜻을 기리며 국가사회 발전을 위해 더욱 힘써 나가겠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김 전 대통령은 중소기업청 개청, 벤처기업법 제정 등 중소·벤처기업 지원의 틀을 새롭게 마련했다”며 “특히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해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중견기업연합회도 “김 전 대통령은 1990년대 확대된 경제규모와 고도화된 산업구조에 걸맞은 규제 개혁을 통해 시장경제 체제의 효율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김갑식 dunanworld@donga.com / 광주=정승호 / 김창덕 기자}

    •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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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 돋보기]자비를 방패 삼는 그들… 커지는 백팔번뇌

    #1. 2013년 12월.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그는 가장 먼저 조계종 화쟁(和諍)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또 공식 창구를 통해 종단 측과 소통했다. 종단은 박 수석부위원장이 머무는 건물 아래층에 직원을 상주시켰다. 조계종 직원들은 직접 식사까지 제공하고 경찰과 언론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굳이 민주노총 직원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이따금 스님들과 식사하고 경내 산책도 했다. 조계종은 적극적으로 노사 중재에 나섰고 내부의 반발 여론도 달랬다.#2. 2015년 11월.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그는 조계종 측과 공식 대면한 18일 전까지 이틀 동안 비공식 창구로 접촉했다. 하지만 2년 전과 달리 한 위원장을 보호하는 종단 직원들은 없다. 식사도 제공되지 않아 민주노총 자체적으로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산책은커녕 은신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서신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조계종은 한 위원장의 중재 요청에 ‘즉답’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당장 그를 내치지는 않았지만 내부 의견은 부정적이다. 2013년 12월의 조계사와 2015년 11월의 조계사는 달랐다. 두 모습을 비교해 보면 조계종 측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파업하다 들어온 박 수석부위원장과 불법 폭력시위를 하고 도피한 한 위원장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단은 이런 의견을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고 있다. 종교시설이 사람을 내치는 모양새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민주화 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의 성당이나 사찰 등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자주 겪었다. 시대적 상황이 바뀌면서 이에 대한 종교시설의 대처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민주투사의 ‘은신처’ 명동성당의 변화 1970, 80년대 군부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의 ‘성지’이자 수배자들의 마지막 은신처는 주로 명동성당이었다. 명동성당은 군사정권도 강제 진입을 주저할 정도로 성역으로 받아들여졌다. 군부의 억압을 피해 수많은 ‘민주투사’들이 명동성당에 몸을 숨기거나 성당 안에 터를 잡고 장기 농성을 했다.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당시 강 씨가 명동성당에 숨었을 때도 가톨릭계는 “극단적으로 따지면 성당은 죄인들의 모임 장소다. 천사에게는 성당이 필요 없다”며 그를 보듬었다. 명동성당이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자리 잡은 건 유신체제 선포 2년 후인 1974년경이다. 유신정권이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에 연루됐다며 지학순 주교를 구속했고, 이후 천주교가 민주화운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명동성당은 시국사범을 보듬는 ‘정치, 사회적 공간’이 됐다. 그런 명동성동이 변한 건 15년 전. “그때 명동성당 언덕이 텐트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죠. 성당에서 농성을 한다고 양해를 구한 사람은 10명 중 1명이나 됐을까요? 저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12월 명동성당이 중부경찰서에 시설보호 요청을 할 무렵 성당에 근무했던 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소외 계층이 아닌 사람들이 찾아와 성당 측에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장소’만 이용하는 건 문제였다”고 말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노조, 댐 건설 찬성 단체와 반대 단체 등 다양한 이익집단이 몰려왔다. 그는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열면 언론에서 한 번이라도 더 비춰 준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자리가 비좁을 정도여서 성당에 모여든 수배자들끼리 서로 텐트를 ‘대물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어떤 이는 성당 관계자에게 “이틀 정도 있겠습니다”라고 해놓고 1주일이 넘도록 철거하지 않았고, 밤에 몰래 들어와 그냥 지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는 신부나 신도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2000년 한국통신 노조의 농성이었다. 대규모 파업 농성을 벌였던 한국통신 노조는 그해 12월 22일 농성을 풀고 철수했다. 노조원들이 철수한 성당 주변은 한마디로 쓰레기 더미였다. 명동성당은 다음 날 “앞으로 명동성당 내에서 점거농성과 시위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교구장이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의지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구보다 강력하게 민주화운동을 후원해 온 김 추기경도 시대적 흐름의 변화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무분별한 집단행동으로 인해 가톨릭 성지가 더 이상 훼손돼선 안 된다는 판단이었다는 게 가톨릭계 인사들 얘기다. 당시 백남용 명동성당 주임신부는 “그동안 성당 내 여론을 수렴한 결과 교회 공동체를 분열시키며 정상적인 신앙활동을 차단하는 집회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앞으로 정리집회 등 간단한 행사는 허용하겠지만 점거집회나 장기 천막농성 등의 요청이 들어오면 단호히 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 정진석 추기경이 “국책 사업인데 무조건 반대보다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에 우려를 표명하자 진보와 보수 성향 단체들의 시위로 한때 시끄러운 적도 있었지만 이는 모두 성당 밖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서울대교구 서동경 홍보팀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명동성당 내에서 농성이나 시위가 벌어진 적이 없다”며 “명동성당이 정치적 또는 집단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교회의 원칙이 사회적 합의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새로운 은신처로 자리 잡은 조계사도… 명동성당의 집회 불허 방침 이후 조계사가 수배자들의 새로운 은신처가 됐다. 2013년 말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로 숨어들었을 때 “산사에 찾아온 짐승도 쫓지 않고 먹이를 주는 게 불교 정신”이라며 그를 받아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불과 2년 뒤 한 위원장의 은신을 바라보는 조계종 내부의 시선은 딴판이다. 17일 조계사를 찾은 신도 유모 씨(42·여)는 “관음전 앞에 카메라가 많아 ‘부처님을 찍는 건가’ 생각했는데 한 위원장을 찍기 위해 온 것이었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일을 마치고 조용한 사찰에서 잠시 쉬었다 가려고 했는데 이곳도 당분간 시끄러워질 것 같다”며 절을 나섰다. 조계사는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의 ‘행정부’ 격인 총무원이 있는 핵심 시설이다. 총무원장으로 상징되는 종단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운동권 세력이 선호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 관련한 수배자들의 장기 은신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은 불교계를 자극했다. 조계사 주변에 배치된 경찰이 수배자 검거를 위해 일일이 차량을 검문하면서 당시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이 타고 있는 차량 트렁크를 뒤지자 불교계가 크게 반발했다. 공교롭게도 기독교(개신교) 장로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불교계가 정부의 종교 편향을 주장하던 때였다. 결국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이 사과했지만 상황은 마무리되지 않았고, 그해 8월 서울광장에서 정부의 종교 편향을 비판하는 범불교도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20만 명, 경찰 추산 6만 명의 대규모 행사였다. 하지만 이번 한 위원장 은신을 둘러싸고 조계사 신도는 물론 종단 내부에서도 과거와 달라진 기류가 확연하다. 그만큼 이번 시위 과정에서 나타난 시위대의 폭력성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음을 방증한다. 한 위원장 은신 이후 조계종 내부에서는 자비를 표방하는 불교가 도움을 요청한 사람을 내쳐선 안 된다는 정서도 있지만 퇴거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핍박받는 자의 피난처인가, 범법자 위한 소도(蘇塗)인가 군부독재나 부당한 공권력이 활개 치던 당시 종교시설은 ‘소외된 자’에게 중요한 피난처였다. 종교계가 그들을 보듬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고, 국민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덕분에 종교시설 내 공권력 투입은 금기(禁忌)로 여겨졌다. 2002년 발전노조 조합원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이 조계사 내부로 진입했다 결국 서울경찰청장이 사과하고, 이후 조계사에 공권력이 투입된 적이 없다. 종교시설 외에도 민주화 이후 대학, 언론사 등은 우리 사회에서 공권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대학이나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본연의 기능으로 하는 언론사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국민적 공감을 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학교 방문에 반대하는 총학생회 학생들을 사복 경찰이 저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관련 청와대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강제수사 가능성이 나올 때도 논란이 거셌다. 하지만 요즘 종교계의 고민은 공권력이 아닌 국민의 시선이다. 한 위원장이 도피 중인 조계사가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국민 여론이다. 현재 조계사에 머물고 있는 한 위원장은 종교가 보호해야 할 소외된 약자일까, 종교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불청객일까? 그리고 2000년 명동성당의 결정과 2015년 조계종의 결정은 과연 어떻게 다를까?김민 kimmin@donga.com·김갑식·박성진 기자 }

    • 201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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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韓위원장 중재요청 관련 화쟁위 결정은 종단 공식 입장 아니다”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중재 요청에 따라 ‘중재 활동을 할지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화쟁위 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19일 긴급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조계사에서 불편을 감수하면서 이미 집에 들어와 있는 분(한 위원장)을 잘 모시고 있기 때문에 (조계사 측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한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지만 요청 내용이 무엇인지, 각계 의견이 어떤지 면밀히 살펴 모두에 이익이 되는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화쟁위가 종단의 기구이지만 자율적이고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라며 회의 결과가 조계종 전체 의견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계종도 “화쟁위의 입장 표명은 중재 사안일지 아닐지에 대해 화쟁위 차원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수준으로 여겨 달라”며 “화쟁위가 어떠한 결정을 해도 이는 종단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화쟁위는 2013년 철도노조 파업을 비롯해 4대강 사업,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자동차 사태, 강정마을 문제 등 사회 현안에 개입해 왔다. 향후 조계종은 화쟁위의 개입으로 작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한 위원장 건은 중재할 사안이 아닌 데다 한 위원장이 반성과 자숙을 하기보다는 종교시설을 투쟁의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판적 의견이 거세게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불교 행사를 위해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자승 총무원장이 귀국해야 큰 가닥을 잡고 사태 해결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출장 중인 자승 원장은 21일 귀국할 예정이다.권오혁 hyuk@donga.com·김갑식·유원모 기자}

    • 20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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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마비시킨 폭력시위 용납 안돼… 종교시설을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한국 불교의 총본산인 서울 우정국로 조계사를 정치투쟁의 거점으로 삼고 있는 행태에 대한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와 중진 스님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6명의 스님은 “불교가 사냥꾼에게 쫓기는 짐승을 내치지 않는 자비로운 종교라지만, 그것도 경중을 가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종교시설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돼” 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낸 월주 스님(80·금산사 조실)은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은신과 관련해 “민주주의의 생명은 법과 절차를 지키는 것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 폭력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총무원이 어려운 입장이지만 한 위원장이 자진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과격시위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이들이 수행 공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계종 원로 의원으로 중앙종회 의장과 호계원장을 지낸 월서 스님(79·법주사 조실)은 “이번에 도심을 마비시킨 불법 시위는 용납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철도노조 때와도 상황이 다르다”며 “12월 2차 대규모 투쟁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한국 불교 1번지인 조계사가 불법 투쟁을 준비하는 장소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시인이자 불교신문 사장을 지낸 정휴 스님(64·화암사 회주)은 1970, 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와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고 일침을 놓았다. 스님은 “독재 때문에 언로(言路)가 막힌 상태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외로운 목소리를 냈고, 그래서 명동성당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민주화의 성지가 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 대한 온갖 비판이 이뤄지고 있는데 은신, 보호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 “절에 왔으면 기도와 반성해야” 조계종 중진으로 익명을 요구한 3명의 스님도 “조계사가 불법 투쟁의 거점이 되면 조계종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A 스님은 “이유야 어쨌든 절에 들어왔으면 조용히 기도하며 참회하는 게 상식이자 예의”라며 “은신 중 정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2차 총궐기를 주장하는 것은 종교시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도심을 마비시킨 폭력 시위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며 “절을 나갈 때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반성과 화해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종단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본사 주지인 B 스님은 “종단에서 수배자 때문에 왜 저렇게 고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당장 나가라고 해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왔다면 아예 받아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수행 공간인 사찰은 본연의 기능이 지켜지도록 종단은 물론이고 외부 단체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본사 주지인 C 스님은 “종교가 폭력성을 동반한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은신자들이 2차 투쟁을 주도하고 다시 폭력 사태가 벌어지면 종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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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조계종 “한상균, 12월 초까지는 나가달라”

    조계종 측이 16일 오후 조계사로 잠입한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의 장기 체류 요청을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측은 한 위원장의 ‘퇴거’ 시한을 12월 초로 정하고 이르면 18일 이런 방침을 한 위원장에게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경찰과 조계종 관계자에 따르면 18일 오전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과 이세용 종무실장이 한 위원장 등을 면담할 예정이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당분간 머물 수는 있지만 계속 있는 것은 곤란하며 12월 초까지는 나가 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측의 이런 의견은 한 위원장 은신에 대한 내부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17일 오전 열린 조계종 대책회의에서는 “명백한 불법과 폭력을 일삼은 이들을 보호해야 하느냐” “그래도 종교 시설에서 품어야 한다” 등 상반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은신자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전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조계사는 2000년 명동성당이 ‘성당의 동의 없는 집회를 불허한다’고 선언한 이후 각종 시국사건 수배자들의 은신처로 떠올랐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때도 당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가깝게는 2013년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수배를 피해 조계사에 은신했을 때와도 사뭇 다르다. 당시 조계종은 “산사에 찾아온 짐승도 쫓지 않고 먹이를 주는 게 불교정신”이라며 철도노조와 사측의 중재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과거와 달리 조계종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는 민주노총이 조계사로 상징되는 한국 불교의 총본산을 정치투쟁의 거점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한 위원장의 은신을 철도노조 파업 때와 같은 차원에서 보기 어렵다는 게 조계종의 시각이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철도노조 때는 사측이 대화를 거부한 데다 먼저 종단의 사회적 기구인 화쟁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이번 사안은 다르다”며 “불법 폭력시위를 향한 비판적 여론이 거센 데다 노골적으로 반(反)정부 구호를 앞세우고 있어 중재할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기습적으로 조계사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조계종 측의 승인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16일 오후 9시 30분경 측근 1명과 조계사를 찾았다. 경비원에게 신분을 밝히고 자승 총무원장 면담과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총무원 측이 고심하는 사이 조계종 노동위원회 소속 직원은 평소 템플스테이 장소로 활용하는 ‘관음전’ 4층 방을 내줬다. 한 위원장은 “박근혜(대통령) 심장 밑에 은신해 처절한 노동운동을 준비하겠다”고 말하며 관계자들에게 감사 표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조계사로 피신할 것이면 경내 소란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대동해 달라고 민주노총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초 종단은 한 위원장의 피신을 거부할 방침이었다”며 “노동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은신처를 내줘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신도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 신도는 “특정 집단이 종교시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종단 차원에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17일 오전 불교종단협의회 차원의 성지 순례를 위해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출국 전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을 보고받았지만 아무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 집회 현장에서 한 위원장 검거에 실패한 경찰은 이후에도 그의 동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17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 위원장이 당시 1000여 명의 호위대에 둘러싸여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건물로 도주한 이후 행적을 놓쳤다”며 “검거를 시도할 경우 대규모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체포조만 구성하고 검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간첩 작전 하듯 움직이는데 도청할 수 없고 통신 수사도 못해 조계사로 들어간 이후에야 관련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17일 “한 위원장 중심으로 민중연대를 다져 노동현장 투쟁 태세를 가다듬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종교 시설이 시국 사건 수배자들의 공공연한 도피처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 조계종 측이 한 위원장에게 퇴거 요청을 할 경우 한 위원장의 은신은 장기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박성진 psjin@donga.com·김갑식·권오혁 기자}

    • 20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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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 만행 분노… 그들은 무슬림 아니다” 국내 이슬람 신자들도 충격-우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에 위치한 국내 이슬람교 본산인 서울중앙성원. 이날 오후 3시경 20여 명이 ‘쌀라(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무슬림(이슬람교 신자)들은 율법에 따라 새벽부터 하루 5차례 예배를 올려야 한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프랑스 파리의 테러 사건을 접한 국내 이슬람 사회는 충격과 애도, 테러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극단주의자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분노, 우려의 분위기가 교차했다. 이곳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출신 신도 키키 씨(24)는 “알카에다와 IS 등이 주도한 테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슬람이라는 단어가 언급돼 걱정된다”며 “그들과 우리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그들과 달라요” 이날 성원에서 만난 예배 인도자 ‘이맘’들은 “파리 테러 사건과 관련한 국내 이슬람계의 추모 기도회나 성명 발표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맘은 정교일치(政敎一致) 원칙에 따라 성직자 신분이 따로 없는 이슬람교에서 종교 지도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공식 입장과 별개로 성원에서 만난 이맘과 무슬림들은 무차별 폭력을 일삼는 IS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리빈 샴 이맘은 “IS는 무슬림 교리를 따르는 집단이 아니다”며 “대다수 무슬림은 IS의 과격한 행동을 증오하고, 그들과 관련돼 오해받는 것도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행래 원로 이맘도 우려 속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IS는 무슬림이 아니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무슬림을 이용하고 있다. 그냥 범죄자집단이라고 보면 된다.”○ 국내 신자 외국인 10만명 등 13만5000명 추산 “너희들에게는 너희들의 종교가 있고, 우리에게는 우리의 종교가 있느니라.”(꾸란 109장 6절) 이슬람 경전인 꾸란에는 이처럼 이웃 종교와의 공존과 공생을 강조하는 구절이 들어 있다. ‘한 손에 꾸란, 한 손에는 칼’은 중세 이슬람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이슬람교의 본질과는 관계없다는 것이 이슬람 측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IS 같은 극단주의적인 집단이 등장한 것은 성전(聖戰)으로 풀이되는 지하드에 대한 왜곡된 해석 때문이다. 이행래 이맘은 “원래 교리상 지하드는 ‘자기와의, 최선을 다하는 노력’ ‘선행을 하기 위한 자기와의 싸움’ ‘불의의 공격을 받았을 때 대적하는 것’ 등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IS 등 극단주의적 세력은 자신들이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한 대응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내 이슬람교 신자는 한국인 3만5000여 명, 외국인 10만여 명 등 총 13만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김배중 wanted@donga.com·김갑식 기자}

    •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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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갑식 기자의 뫔길]사제답게… 신자답게… 부모답게… 자식답게…

    며칠 전 언제부터인가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못하는 집안 곳곳의 시계를 뗐습니다. 여러 번 배터리를 바꿔야지 하는 생각에도 차일피일 미뤘던 일입니다. 역시 시곗바늘을 들어 올릴 힘조차 없는 배터리 부분은 여기저기 녹슬어 있더군요. 문득, 집안의 시계뿐 아니라 제 마음의 시계도 세상시계를 못 따라갈 정도로 녹슨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다가왔습니다. ‘아, 벌써 11월이네’라는 새삼스러운 놀라움과 함께.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제단이 최근 선배 사제들이 묻힌 묘역에서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을 선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사제단 461명은 △성무(聖務)에 충실하고 △복음 선포에 최선을 다하며 △하느님의 백성을 섬기며 봉사하고 △사제단의 일치와 형제애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특히 ‘사제답게’ 살 것을 신자들 앞에서 다짐했습니다. 이 운동은 가톨릭을 포함한 국내 7대 종단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이처럼 많은 성직자들이 한꺼번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주교는 주교답게, 사제는 사제답게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 사제답게 잘 사는 것”이라며 “일회성에 그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천주교 평신도들은 1989년부터 ‘내탓이오’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2년 동안 43만 장의 스티커를 배부해 큰 호응을 얻었죠. 차량이나 눈에 잘 보이는 곳 어딘가에 스티커를 붙여 놓았던 기억도 나네요. 2001년에는 “어디 한번 똑바로 살아봅시다”라는 취지의 ‘똑바로’라는 운동도 있었습니다. 개신교에서는 2000년대 초반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을 중심으로 나부터 정직하게 행동하고, 나부터 직장 내의 비윤리적 관행을 막아 세상을 바꾸자는 뜻을 담은 ‘From Me(나부터)’ 운동이 있었습니다. 명칭은 다르지만 모두 남 탓, 네 탓보다는 자신 내부에서 문제점을 찾고, 변화의 씨앗을 키우자는 취지입니다. 이제 눈에 보이는 시계를 탓할 게 아니라 ‘…답게’라는 마음속 시계가 재깍재깍 잘 가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 수요 일반 알현에서 한 말의 일부입니다. “…가정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간단한 비결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싸움으로 하루를 끝내지 않는 것입니다. 용서를 구할 일이 있으면 용서를 청하고 하루를 마치십시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화해를 미뤄두고 하루를 마치지 마십시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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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종현 총회장 “남북통일 앞서 교회부터 하나로… 믿음 같은데 못 합칠 이유 없어”

    《 개신교는 교회의 성장과 함께 교육과 의료 등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이 과정에서 심화한 교단의 분열은 어두운 그림자다. 연합단체마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으로 나뉘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장로교단만 18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점에 올해 9월 예수교장로회(예장) 대신과 백석, 두 중견 교단이 통합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통합의 산파이자 ‘예장 대신’으로 통합된 교단의 총회장을 맡은 장종현 목사(66)를 3일 서울 서초구 방배로 백석예술대에서 만났다. 그는 백석대와 백석예술대, 백석문화대 등이 포함된 백석학원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통합 교단은 7000여 개 교회가 소속돼 예장 합동, 통합에 이어 제3의 장로교단이 됐다. 》―요즘 풍토에서 교단 통합은 참 어려운 일이다. “전 통일을 국가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와 교회를 위한 큰 과제로 여기고 있다. 그 통일을 이야기하기 전에 교단도 하나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신앙이 같은데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통합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통합 교단의 이름이었다. 백석에 5600여 개, 대신에 2300여 개 교회가 소속돼 있는데, 왜 이름을 규모가 작은 대신 쪽에 주느냐는 반발도 있었다. 그래서 ‘교단 이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받는 거다’ ‘이름도 양보 못하면서 어떻게 통일의 십자가를 짊어질 수 있겠냐’고 설득했다.” ―통합을 세를 불리는 것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또 옛 대신 교단의 일부 교회는 합류하지 않은 상태다. “남은 교회들을 위한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지금 당장 함께 하지 못해도 시간이 흐르면 하나가 될 것이다. 16일 양측의 목회자 2000여 명이 참석하는 2박 3일의 기도회가 예정돼 있고 장로들의 모임도 진행될 것이다.” 그의 집무실 한쪽에 있는 액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불양수(海不讓水)’, 바다가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대양을 이룬다는 의미다. ‘보수 신학을 따르는 사람이 드물게 통합에 적극적이고 열려 있다’며 후배 목회자가 그에게 준 선물이다. 실제 교단 통합은 물론이고 민족 통일 등 유독 통합, 통일에 관심이 많은 목회자라는 게 개신교단의 그에 대한 평가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기대해도 될까. “두 단체를 이끌고 있는 이영훈, 양병희 목사님이 잘 소통하고 있다. 제가 부족한데 앞서 얘기할 순 없지만 두 분이 곧 기득권을 내려놓고 하나가 되는 예수님 제자의 미덕을 보여줄 것이다.” ―특이하게 유관순연구소장도 지냈다. “고향이 충남 아산인데 열사의 고향은 인근 천안의 병천이다. 꽃다운 나이에 우리 민족을 위해 삶을 희생한 열사의 삶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된 책도 펴내고 있다.” ―목회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크게 힘써 왔는데…. “우리 사회는 물질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교육이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바로 ‘사랑이 답’이다. 사랑과 믿음으로써 얻어지는 변화를 통해 착하고 의로운 사람을 만드는 게 백석학원의 신념이다.” ―최근 종교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학교의 교훈이자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다. 부끄럽다. 근본적으로는 저를 포함해 목회자들이 성경대로 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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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통받는 시리아의 가톨릭교회를 위해 기도를”

    교황청의 국제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Aid to the Church in Need·ACN)와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ACN 한국지부(ACN Korea) 설립을 기념해 4일 오후 6시 반 ‘위기에 처한 시리아의 그리스도인’ 심포지엄을 서울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개최한다. 이 행사에서는 시리아 홈스 대교구장인 장아브도 아르바흐 대주교와 레바논에서 활동 중인 알베르트 아비 아자르 신부가 시리아 상황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과 국제 ACN 총재인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도 참석한다. 피아첸차 추기경은 교회가 정한 일정한 조건을 채우면 벌을 면해주는 대사(大赦) 등을 관할하는 법원인 내사원 원장을 맡고 있다. 5일 오후 7시에는 명동대성당 대성전에서 ACN 한국지부 설립 기념 미사가 봉헌된다. 이 미사는 고통 속에 있는 시리아 가톨릭교회의 평화를 지향하기 위해 봉헌되며 ACN 한국지부 이사장을 맡은 염 추기경과 피아첸차 추기경이 공동 집전한다. 02-796-6440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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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워야 행복한 법, 내 삶엔 장난기가 많아”

    《차와 선을 하나로 꿰뚫는 ‘다선일미(茶禪一味)’를 추구한 초의선사의 맥을 잇고 있는 전남 강진 백련사 회주 여연 스님(67). 평생 차와 사람 향기 속에서 살아 온 그의 삶에 최근 ‘사건’이 있었다. 해인사 주지에 뜻을 낸 것. 하지만 주지 선출은 후보들 간 갈등 속에 진흙탕 싸움이라는 비판과 함께 8월 일단락됐고 스님은 뜻을 못 이뤘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여연 스님은 1971년 혜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불교신문 주간과 조계종 기획실장 등을 지냈다. 특히 1991년부터 18년간 일지암에 주석하며 차 연구와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다. 지난달 27일 가을비가 막 지나간 백련사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가급적 표현을 그대로 살렸다.》―아니, 차향에 빠져 사는 분이 주지 선거에는 왜? “요즘 해인사 문화가 거칠게 바뀌었는데 철학과 사유가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과거 해인지 같은 출판 운동이나 해외와 교류도 하고. 해인사는 성철 스님뿐 아니라 다른 큰스님도 많다. 영암, 자운, 혜암, 일타, 지관 스님…. 이런 분들에 대해 세미나도 열고 사상사를 정리하고 싶었다. 이래야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문중 싸움을 줄일 수 있다. 해인사 주지 자리의 ‘맛’도 보고 싶었고.” ―너무 솔직한 말 아닌지요. “우습고 창피하지만 (주지) 하고 싶더라. 어디 행사에서 맨 끝에 부르면 속상해. 속으로 불경 구절을 외워도 소용없어. 대혜 선사는 대신심(大信心) 대분심(大憤心) 대의심(大疑心)이 일어나 큰 공부를 했다는데 난 ‘짜잔하게’ 가끔 꿈속에서 해인사가 나타나더라. 허허.” 스님의 거침없는 말에 오히려 말문이 막혔다. 스님이 따라주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일지암에는 왜 가게 됐나요. “로비스트로 유명했던 박동선 씨가 차를 몰라 외국에서 망신당한 뒤 일지암 건립에 도움을 줬어. 그런데 살 사람이 없어 비어 있다 내가 엉겁결에 들어간 거야. 다산이 18년 유배 생활을 했는데 나도 스스로 유배하며 버틴 거지.” ―그런 일지암을 홀연 떠나 2008년 백련사로 왔는데요.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이 일조했지.” ―무슨 말씀인지? “유홍준, 공이 많지만 세 가지는 확실하게 버려 놓았어. 답사기에 일지암이 소개됐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찾아오던지 살 수가 없는 거야. 안에 있으면 막 ‘츰(침)으로 창을 뚫어’.” ―나머지 둘은 뭡니까? “뭐긴. 나랑 유선여관 살던 황구지. 사람 탓에 새끼를 산에 가서 낳았잖아. 나중 불평했더니 후속 답사기에 스님과 황구에게 미안하다고 썼더라. 그것도 그래. 나랑 황구가 같은 반열이야? 족보가 같나.”(웃음) ―차를 처음 접했을 때와 지금 느끼는 맛은 어떤지요. “소싯적에는 차 맛을 몰랐지. 남들이 좋다니까 그런 척했지. 이제는 조금 알지. 차를 너무 전통이나 고급스러움으로 접근하면 어려워져. 그야말로 차 마시고 밥 먹는다는 다반사(茶飯事)로 여겨야지. 요즘에는 ‘차=소통, 커뮤니케이션’ 아닌가 생각해. 머리 터지게 싸워도 차 한잔 나눌 때는 대화하고 차분해지잖아.” ―제3회 세계차품평대회 및 제8회 대한민국차품평대회(5∼8일·광주·전남 보성군) 공동대회장을 맡았는데요. 하이라이트는 뭔가요? “세계 15개국에서 대단한 티 마스터들이 참여해서 차 품평회를 하는 게 큰 볼 거리야. 품평회와 전시, 체험 모두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차 하시는 분이 커피에 와인까지? “내 삶에는 장난기가 많아. 즐거움이 없으면 행복하지 않아. 밥 먹거나 음악 들을 때도 그렇지, 어떻게 똑같은 것만 하나. 밥 먹다 짜장면에 죽도 먹을 수 있는 게지. 내가 클래식 좋아하지만 매일 베토벤만 들을 수 있어? 가끔 팝이랑 재즈도 듣고 비 오는 날은 장사익도 들어야지.”강진=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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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갑식 기자의 뫔길]잊지 말아야 할 또 한 명의 바보, 장기려 박사

    2009년 선종(善終)한 김수환 추기경은 ‘바보’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던 분입니다. 바보를 자처하며 그린 추기경의 자화상은 화제가 됐고, 선종 뒤 설립된 재단의 이름도 ‘바보의 나눔’으로 정해졌습니다. 세월이 흘러 잊히고 있지만 김 추기경에 앞선 ‘원조 바보’가 있습니다. “바보라는 말을 들으면 그 삶은 성공한 삶입니다.” 12월 25일 20주기를 맞는 장기려 박사(1911∼1995·사진)의 말입니다. 그의 삶을 조명한 특집 다큐멘터리 방영을 알리는 CTS 기독교TV의 자료가 그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6월에는 부산에서 ‘장기려로’라는 도로가 개통되기도 했습니다. 고신대복음병원 부근의 800여 m 구간입니다. 평안북도 용천이 고향인 그는 1932년 경성의전(서울대 의대의 전신)을 졸업한 뒤 간 분야의 외과의로 화려한 경력과 명성을 쌓았습니다. 그는 경성의전부속병원 근무 시절 척추결핵으로 입원했던 춘원 이광수의 주치의를 맡았는데, 나중에 춘원의 소설 ‘사랑’의 주인공인 의사 안빈의 실존 모델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바보로 불린 것은 뇌경색으로 반신이 마비될 때까지도 가난한 환자들을 도왔고, 자신을 위해서는 집 한 칸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집은커녕 세간조차 변변한 게 없었고, 누군가가 선물한 TV도 도둑맞았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결혼해 3남 3녀를 두었지만 6·25전쟁 중 아들 한 명만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온 그는 1951년 부산에서 무료 진료기관인 복음병원을 설립합니다. 1976년까지 25년간 원장으로 있으면서 1968년에는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발족시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일정한 비용을 내면 진료가 가능한 의료보험의 원형이죠. 1979년 막사이사이 사회봉사상을 수상합니다. 이 다큐는 ‘끝나지 않은 사랑의 기적, 장기려’(11월 21일 오후 3시, 23일 오후 11시 방영)라는 제목으로 또 다른 바보들의 삶도 다룬다고 하네요. 장 박사의 삶을 좇아 국내외 오지에서 의료선교 중인 ‘블루크로스 의료봉사단’과 9년째 아마존 밀림을 찾아가 인술을 베풀고 있는 고신대복음병원 의료진입니다. 장기려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고신대 석좌교수)의 전언입니다. “생전에 뵐 기회가 있었는데 순수, 순진, 순박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게 하는 분이었죠. 평생 혼자 살면서 북에 있는 부인과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컸습니다. 1980년대 미국에 거주하는 제자 주선으로 중국에서 부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거절했다고 합니다. ‘다른 이산가족에게 미안해서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고 합니다.” 장기려 박사님, 정말 바보 맞죠? 그런 바보들이 넘치는 세상을 기대해 봅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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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길원 행복발전소 대표, 성경 필사서 ‘손으로 쓰는 기도’ 출간

    목사이자 시인, 수필가로 활동해 온 송길원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가 성경 필사서 ‘손으로 쓰는 기도’(토트·사진)를 최근 출간했다. 성경 속 시편 중 60여 편의 기도와 10여 편의 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기도문 등을 실었다. 송 목사는 “책 속에 실린 시편들은 나를 구원으로 이끌어 준 것들”이라며 “성경 읽기보다 4, 5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필사를 통해 새로운 영적 체험을 얻길 바란다”고 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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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선사들의 깨달음 담은 禪詩 20여개 碑에 새겨

    ‘너희들은 저마다 자신을 등불삼고 자기를 의지하여라. 또한 진리를 등불삼고 진리를 의지하여라. 이 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되느니라.’ 부처의 열반 유훈이다. 부처와 역대 선사들의 깨달음을 읊은 글 등을 담은 ‘선시의 길’이 조성됐다. 강원 고성군 화암사(주지 웅산 스님)는 31일 오후 1시 반부터 선시비 제막식을 갖는다. 제막식에 이어 시인이자 불교신문 사장을 지낸 화암사 회주 정휴 스님이 선시비 조성의 의미에 대해 법문할 예정이다. 선시의 길은 화암사 일주문에서 절 입구까지 2km의 길 좌우 양쪽에 20여 개의 비(사진)로 조성됐다. 나옹 보우 휴정 등 고려 조선시대 고승을 비롯해 경허 한암 효봉 경봉 성철 향곡 스님 등 근현대 불교의 기틀을 다진 선사들의 깨달음을 담은 오도송(悟道頌)과 열반송을 비에 담았다. 특히 올라가는 길 오른쪽에는 오도송, 내려가는 길 오른쪽은 열반송 위주로 비를 배치해 깨달음과 비움의 이치가 느껴지도록 했다. 정휴 스님은 “절집을 찾는 이들에게 사색의 즐거움이 있는 길을 선물하고 싶은 것이 주지 스님의 뜻인 것 같다”며 “원래 길이 주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역대 선사들의 말씀까지 더해지면 훌륭한 명상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033-633-1525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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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8산사 순례기도 혜자 스님, 신간 에세이 ‘모르는 마음’ 출간

    ‘왜 사는지도 모르고/어디로 가는지도/모르는 마음//그 모르는 마음을/찾아 떠나는/더디고 안타까운 여행이/우리의 인생이다.’ ‘108산사 순례기도회’로 잘 알려진 혜자 스님(사진)의 신간 에세이 ‘모르는 마음’(쌤앤파커스)에 실린 시다. 스님은 2006년 이 모임을 결성한 뒤 전국의 사찰들을 순례했다. 이 기도회에 동참한 신도만 60만 명이 넘는다. 혜자 스님은 108산사 순례뿐 아니라 불교신문사 사장과 도선사 주지를 지내며 왕성한 포교 활동을 펼쳐 왔다. 그래서 이 책은 더 놀랍다. 책에 실린 96편의 시와 에세이들은 동적인 삶을 지탱해 온 수행승으로서의 이면을 보여준다. 책은 ‘누군가에게 길을 묻는다면’ ‘지금 그대에게 필요한 사람은’ ‘모르는 마음’ 등 7장으로 구성돼 있다. 가족과 자연을 소재로 삶에 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 온 화가 오순환이 그림을 그렸다. 스님의 책은 불교적 세계관이 배경색으로 깔려 있지만 종교를 떠나 곱씹어 볼 만한 세상살이의 어려움과 마음공부에 대한 조언이 실려 있다. 심지어 “…누가 내게 던져준 상처 때문에 혹은 어떤 슬픈 일 때문에 잠시 울 때도 있다”며 ‘울고 싶을 땐 실컷 울라’고 한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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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 산파 가우처 목사 열정-헌신 되새길때”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행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는 뜻밖에 한국 개신교사의 한 페이지가 숨겨져 있다. 한국 감리교의 ‘어머니 교회’로 불리며 최근 창립 125주년을 맞은 중앙감리교회다. 옛 예배당은 사라지고, 교회는 현재 신축 빌딩 내의 일부 공간만 사용하고 있어 그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21일 찾은 이 교회에는 배재학당을 세운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1858∼1902)와 존 가우처 목사(1845∼1922)의 체취가 짙게 배어 있다. 아펜젤러는 1885년 정동제일교회에 이어 1890년 이 교회를 세웠다. 그래서 감리교단 내에서 두 교회는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 교회로 여겨지고 있다. 가우처 목사는 아펜젤러에 비해 낯설지만 미국 북감리교단의 대표적 지도자로 조선 선교와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인물이다. “1883년 민영익 등 11명으로 구성된 조선의 외교사절단인 ‘보빙사절단(報聘使節團)’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도중 가우처 목사를 만난다. 민영익은 조선에서의 교육과 의료, 선교 사업을 요청했고, 가우처 목사는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다. 이후 감리교단 극동 지역 책임자인 로버트 매클레이가 고종을 만나 선교를 허락받고, 이후 아펜젤러 등이 본격적으로 활동한다.”(정의선 담임목사·69) 가우처 목사는 실제 조선에서의 선교와 교육 사업의 산파 역할을 맡았다. 부인이 재력가였던 그는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감리교단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26년 중앙감리교회가 예배당을 개축할 때 가우처기념예배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당시 세워진 붉은색 교회 건물은 1983년 현재의 장소로 이전하면서 매각됐고, 지금은 철거된 상태다. 2006년 제27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정 목사는 “당시 어려운 교회 재정과 발전 방향 등 여러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도 이전과는 별도로 그 공간을 유지하고 보존했어야 하는데…”라며 짙은 아쉬움을 표시했다. 중앙감리교회는 11일 창립기념일을 맞아 가우처 목사의 흉상 제막식과 ‘한국 선교의 개척자-가우처, 매클레이, 아펜젤러’ 출간 기념회를 개최했다. 개별 교회사를 써봐야 담임목사의 공적 자랑이 되기 쉬워 교회와 직간접으로 인연이 있는 선교사들을 조명한 책을 출간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교회 한편에 있는 가우처 목사 흉상에는 사연이 있다. 19대 방훈 담임목사의 아들인 방은호 장로가 옛 예배당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다 미국에서 제작해 기증한 것이다. 특히 가우처 목사가 활동한 미국 볼티모어 러블리 레인 교회에서 전달식을 가진 뒤 한국에서 다시 행사를 가져 그 의미를 더했다. 정 목사는 “가우처 흉상은 잊혀지고 있는 초기 선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가우처 목사의 삶은 분열이 아닌 연합과 소외된 이웃을 위한 배려를 상징한다”고 했다. 서울 토박이인 그는 인근 우정국로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출석하던 교회도 지금의 교회에서 내려다보이는 승동교회다. 그는 “돌고 돌아 그리 멀리 가지 못했다”며 웃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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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갑식 기자의 뫔길]달라이 라마의 방한 왜 한국서만 문제 되나요

    “당신을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 하는데,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수행자일 뿐입니다. 제가 신이라면 목이 마르지 않겠지요.” 그러면서 그는 웃으며 물을 한 모금 마시곤 합니다. 한 책에 묘사된 이 수행자는 바로 달라이 라마(80)입니다. 이 짧은 대화에선 달라이 라마의 하심(下心·자신을 낮춤)과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전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아 온 종교인이 달라이 라마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죠. 노벨평화상을 포함한 수많은 인권상 수상자이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유명인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2000년대 초반 한 독일 잡지는 현존 인물 중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을 고르라’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응답자의 33%가 달라이 라마를, 그 다음으로 많은 14%가 교황을 선택했습니다. 달라이 라마의 한국 방문이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방한추진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금강 스님(해남 미황사 주지)은 최근 간담회에서 그의 근황을 전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중요한 일이 있어도 한국에 가는 일이 최우선이다. 한국 정부만 허락한다면 언제든지 방문하겠다”고 했답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꼭 참배하고 싶다” “김치를 먹고 싶다”는 전언도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추진됐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정부 결정으로 그의 한국행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62개국 이상의 나라를 방문하며 비폭력,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 왔습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한 해 두세 차례 찾아 법문하고 있는데, 정치인과의 만남은 피하고 종교 행사에만 참석한답니다. 그다운 현인(賢人)의 면모죠. 방한추진회 자료에는 ‘달라이 라마가 방문하지 못하는 세계 유일한 나라가 한국입니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물론 중국까지 포함해야겠죠. 여기서 우문(愚問) 하나 던져볼까요? 달라이 라마의 방문이 왜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외교 문제가 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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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보조꼬리를 단 돌고래… 생명공학은 어디쯤 왔을까

    2003년 싱가포르대 과학자들은 환경오염 감시를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글로피시’를 만든다. 글로피시는 열대어 제브러 피시의 수정란에 산호에서 추출한 형광물질 유전자를 주입한 것으로 다양한 형광빛을 낸다. 하지만 이런 형광성 때문에 글로피시는 당초 개발 목적과는 달리 관상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는 외신을 통해 이따금 접하게 되는 생명공학의 신세계로 안내한다. 언젠가 한 번 본 듯한 흥미로운 내용도 있고, 좀 더 전문적이고 낯선 이야기도 있다. 책의 장점은 까다로울 수 있는 생명공학의 현주소를 풍부한 사례와 의견을 통해 쉽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과학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저자는 꽤 발품을 많이 들였다. 글로피시나 인간 항체를 지닌 젖을 만드는 염소와 관련한 실험실, 5500종 이상의 생물 DNA 샘플을 보관하고 있는 ‘냉동동물원’, 해양생물 추적 기술을 이용해 동물을 보호하는 연구소…. 책은 유전자 조작과 복제, 형질전환 등 생명공학의 다양한 요소들이 인간을 포함한 지구 공동체에 미칠 영향을 다뤘다. 저자의 태도는 단정적이지 않다. 생명공학의 명과 암을 제시하며 독자의 답을 유도하고 있다. 2005년 태어난 병코돌고래 윈터는 미국 플로리다 주변 해안에서 발견됐다. 그물에 걸려 온몸에 상처를 입은 아기 돌고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꼬리지느러미 부분의 혈관이 심하게 상해 결국 꼬리를 잃었다. 현재 플로리다의 한 해양 수족관에 살고 있는 윈터는 보조꼬리를 달게 됐다. 이후 윈터는 ‘의족한 돌고래’로 널리 알려졌고, 윈터 스토리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윈터의 사례는 생명공학과 결부한 인공기관의 긍정적 사례다. 책의 한 부분에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관한 내용도 있어 눈길을 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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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물 부처님 ‘1년만의 외출’

    전남 해남 땅끝마을의 미황사에서 불교종합예술축제인 ‘괘불재(掛佛齋)’가 24일 열린다. 이 행사는 말 그대로 불화를 외부에 내걸고 치러지는 의식이다. 미황사에는 보물 1342호인 높이 12m, 폭 5m의 괘불탱화가 있다. 이 탱화는 1년에 한 번 괘불재를 통해 외부에 공개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시작되는 괘불재는 불교 회화와 음악, 음식이 어우러지는 행사로 마련돼 있다. 스님들과 절 아랫마을 청년 20명이 괘불을 절 앞마당으로 옮기는 의식으로 시작해 법회를 알리는 불문 낭송, 108명의 대중이 한 해 동안 마음을 모아 농사지은 것들을 올리는 만물공양, 기도, 대흥사 회주인 보선 스님의 법어 등이 이어진다. 오후 6시부터는 산사를 배경으로 음악회가 열린다. 해남 지역 사람들의 남도소리에 이어 바이올리니스트인 이경선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서울 비르투오지 챔버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음악 연주가 펼쳐진다. 이종구 화백의 ‘절집기행’ 특별전시가 사찰 내 자하루에서 진행되고, 해남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모은 전시, 판매장터도 열린다. 미황사는 괘불재와 음악회, 천년역사길 걷기, 산사체험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인 1박 2일(24, 25일) 일정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061-533-3521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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