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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선어(鮮魚) 판매장에는 가게를 뺀 자리들이 곳곳에 보였다. 월 150만 원가량의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업주들이 주로 자리를 뺐다고 했다. 50대 상인 최모 씨는 “제 가게 근방의 자리를 뺀 3곳 모두 10년 넘게 노량진에서 장사를 한 사람들”이라며 “원가가 올라 손님이 줄어드니 버티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어 판매장을 방문한 한 중년 남성 일행은 ‘국산 조기 8마리 8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비싸서 못 사겠다”며 자리를 떴다. 37년째 노량진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이모 씨(71)는 “오랜 단골들도 가격이 올라서 많이는 못 사겠다고 한다”고 했다. 이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지수(BSI)는 48.1로 전월보다 10.9포인트 하락했다. 2022년 2월(37.5) 이래 23개월 만의 최저치다. 해당 수치는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경기 호전을, 낮으면 경기 악화를 체감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보통 명절을 일주일 앞둔 시점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가장 큰 ‘대목’으로 통하지만, 올해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앞서 2일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선 중년 남성 둘이 과일 매장 앞에서 가격을 물어보고 있었다. 딸기 500g에 1만5000원이라는 답을 듣더니 한 남성이 “와, 뭐 이렇게 비싸? 그냥 가자”라며 지인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들마저 떠나자 명절 차례상에 오를 과일과 수산물 등을 취급하는 식자재 골목 전체가 더 스산해졌다. 분식을 판매하는 ‘먹자골목’이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몰려 북적거리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예전엔 광장시장 먹거리를 찾아온 방문객들이 장까지 봐갔는데 요즘은 그런 ‘낙수효과’마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현지 상인들의 아쉬움이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권모 씨(83)는 “물가가 너무 올라 손님들이 구매를 꺼린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가격도 올라 코로나 때보다 손님이 더 없다”고 했다. 떡가게를 하는 이복덕 씨(71)는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걸 확인하더니 “보통 지금쯤이면 준비한 떡이 다 팔렸는데 오늘은 절반도 못 팔았다”며 “관광객들은 구경만 하고 가버려 우리 같은 가게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도 설을 앞둔 예년의 시장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15년 넘게 수산물을 판매해 왔다는 조성윤 씨(59)는 “비싼 수산물은 안 사니까 올해부턴 전복과 킹크랩은 들여놓지도 않았다”고 했다. 10년 가까이 과일을 팔았다는 박영아 씨(31)는 “지난해 설에는 예약이 300건쯤 됐는데 올해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한 번도 5만 원을 넘긴 적 없던 귤 5kg 상자가 지금은 5만8000원이나 하니 살 사람이 없다”고 했다. 설 제수를 사러 왔다는 정모 씨(65·용산구)는 “그나마 시장이 저렴한데도 가격이 이렇게 올랐으니 올해 차례상 비용은 작년보다 20%는 더 들 것 같다”고 말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한국산 라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국내 유통업체의 효자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도 ‘라면 끓여 먹는 매장’으로 통하는 편의점은 현지에서 라면 특화 매장을 개점하거나 자체 브랜드(PB) 라면 상품을 현지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등 ‘K라면’ 판매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2일 GS리테일은 몽골 울란바토르 서울의 거리에 있는 ‘트윈타워점’을 해외 라면 특화 매장으로 꾸며 개점했다. 185㎡(약 56평) 규모의 매장 중 3분의 1가량을 라면 특화 장소로 꾸몄다. 라면 조리기 5대와 라면 전용 공간 등이 배치됐다. PB 라면인 점보도시락, 공화춘, 오모리김치찌개 등도 판매할 예정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즉석 먹거리 인기가 좋지만 날씨가 추워 길거리 음식이 발달하지 못한 몽골의 특성을 고려한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몽골 내 라면의 인기도 매장 설치의 이유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 결과 몽골의 젊은 인구를 중심으로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2021년 몽골 진출 이래 현지 매장의 라면 제품 매출은 매년 2배 넘는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24도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 현지 매장 일부를 ‘라면 스테이션(RAMYUN STATION)’으로 꾸며 운영 중이다. 매장 내 셀프 라면 조리기와 한국 라면을 진열해 소비자들이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편의점 운영 방식이다. 반숙란, 햄, 조미김 등 라면에 섞어 먹을 수 있는 부재료도 함께 판매한다. 지난해 시작된 라면 스테이션은 현재 41개 매장으로 확대됐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현지 매장 매출은 상반기(1∼6월) 매출에 비해 135% 늘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한강 둔치 라면이 인기를 끌며 관련 문화를 체험하려는 현지인들의 요구에 맞춘 것”이라며 “라면 특화 매장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제작하는 PB 라면도 인기를 끌고 있다. CU는 4월부터 자사 PB 라면 ‘HEYROO 치즈맛 라면’을 일본 유통업체 ‘돈키호테’에 납품하기로 했다. 돈키호테는 국내 일본 여행객이 많이 찾는 것은 물론이고 현지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잡화 매장으로 꼽힌다. 기존에도 한국 라면 등이 판매되고 있었지만 편의점 PB가 입점한 것은 처음이다. CU 관계자는 “일본에서 팔리던 한국 라면이 매운맛이 많아 현지 입맛에 맞는 라면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며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이마트24도 PB 라면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 ‘아임e 얼큰e라면’, ‘진한e짜장’ 등의 제품을 중국, 스웨덴 등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PB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4.7배 늘었다. 현지 젊은 층의 취향을 반영한 편의점 라면의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K팝 아이돌,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에서 라면과 편의점이 꾸준히 노출되고 있어 해외 사업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2일 몽골 울란바토르 서울의 거리에 개점하는 ‘트윈타워점’을 해외 매장 중 첫 라면 특화 매장으로 개점한다. GS25의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는 지난달 5일 몽골 오르길스타 주류 특화 매장에 이어서 두번 째다.편의점 업계 등에 따르면 몽골 트윈타워점은 전체 면적 56평(약 185.1㎡) 중 3분의 1 규모인 17평(약 56.2㎡)을 라면 전문 공간으로 구성한다. 7개의 벽면 진열대를 포함해 총 13개의 라면 전용 진열대가 설치된다. 라면 조리기와 전용 테이블을 배치해 현장에서 즉석으로 라면을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다.매대에는 기존의 신라면, 불닭볶음면 등을 비롯해 GS25 자체제작(PB) 라면 상품인 점보도시락, 공화춘, 오모리김치찌개 등이 입점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군고구마, 어묵 등을 비롯해 현지 전통 간식인 보츠, 호쇼르 등 먹거리 코너를 운영할 예정이다.개점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오픈 첫날인 2일 한국 매운 라면 빨리 먹기 대회를 개최하며 1등에게는 K팝 공연 티켓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이 같은 점포 개점에는 길거리 음식이 발달하지 못한 몽골의 사정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즉석 먹거리 선호도는 높지만 날씨가 추워 길거리 음식이 발달하지 못한 몽골의 사정을 고려해 (매장을) 열었다”고 말했다.GS25의 해외 점포 사업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베트남에 이어 2021년 몽골에 진출한 이래 꾸준한 성장을 보이며 몽골에서만 275개를 개점, 글로벌 점포수는 500개를 돌파했다. 특히 몽골에서의 라면 판매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GS리테일 관계자는 “향후 해외 진출 점포에서도 오프라인 특화 매장들을 적극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화장품 업계가 ‘중국발 불경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은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들이 생산한 인디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낮은 데다 북미와 같은 신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콜마의 지난해 1∼3분기(1∼9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6038억 원, 9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7%, 53%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의 경우 매출액 5485억 원, 영업이익 412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4%, 379.1% 성장한 것으로 추정(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올라온 증권사 추정치 평균)된다. 연간 매출액은 2조1550억 원으로 첫 2조 원대가 예상된다. 코스맥스 역시 실적이 호조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맥스 매출은 1조8093억 원으로, 1조6001억 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13.1%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23억 원 흑자에서 올해는 326억 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ODM 업체들의 실적 상승은 이들에게 생산을 맡긴 국내 중소형 브랜드들이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뜻이다. 코스맥스 파트너사인 마녀공장은 2022년 처음으로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섰고, 작년 6월 코스닥 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인디 브랜드 119곳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며 전체 고객사 수를 1300여 곳까지 늘렸다. 한국콜마도 주요 고객사인 스킨1004의 매출이 2022년 330억 원에서 지난해 11월까지 588억 원으로 늘어났다. 선케어 브랜드 조선미녀의 매출도 2020년 1억 원에서 지난해 추정치 2000억 원까지 성장했다. 반면 기존 대형 뷰티사들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이 이어지며 실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4조213억 원으로 전년(4조4950억 원) 대비 10.5% 줄었다. 영업이익도 1520억 원으로 44.1%나 감소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아시아 지역 매출은 작년에 16%나 줄었다. 아시아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LG생활건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 6조8048억 원은 전년보다 5.3%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4870억 원)도 31.5% 줄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 수요 약세로 뷰티 부문 수익성이 줄며 중국 매출이 두 자릿수 수치로 감소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뷰티 부문 연간 매출은 2조8157억 원, 영업이익은 14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3%, 52.6% 줄며 전사 통합 수치보다 하락 폭이 더 컸다. 중국은 현재 경기 성장세가 꺾인 데다 자국산 제품 선호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중국에 앞서 진출한 대형 화장품 회사들이 부진을 겪은 배경이다. 중소 브랜드들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낮은 중국 의존도’ 덕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법안이 실제 적용되면 범죄자가 되기 싫어서라도 일을 그만둘 것이라는 기업인들이 많습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유예 촉구 기자회견’에서 만난 황근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65)은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안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들에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7개 중소기업 협회·단체는 이날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2년 유예를 강력히 호소했다. 기자회견에는 전국에서 모인 중소기업 대표 35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각계 기업인들의 유예 호소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장에선 “국회가 문제” “맞습니다” 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중소기업 다 죽으면 아파트는 누가 짓나’ ‘입법하는 의원님들 현장 한번 보고 가라’ ‘중대재해 불안감에 사라지는 기업 의욕’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법 위반 즉시 범죄자가 되는 상황에서 적용을 피하기 위해 근로자를 줄이고 법인을 나누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중대재해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자영업자들의 불안감만 커진다”고 말했다. 최봉규 중소기업융합중앙회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은 지난해에야 국가의 법적 컨설팅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며 “고작 1년 시간을 준 셈인데 준비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전면 적용되면서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순간에 예비 범법자로 전락했다”며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감옥에 갈 위험을 안고 사업하느니 차라리 폐업하고 말겠다는 절규가 터져 나온다”고 밝혔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771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표해서 (유예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함께 참석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중대재해법이 이대로 적용되면 영세사업자가 구속되는 일이 허다할 것”이라며 “국회가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여야가 협력해서 유예를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소에도 여야가 이날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개정안 처리가 2월 임시국회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안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이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2월 1일에도 개정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법안이 실제 적용되면 범죄자가 되기 싫어서라도 일을 그만둘 것이라는 기업인들이 많습니다.”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유예 촉구 기자회견’에서 만난 황근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65)은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안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들에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7개 중소기업 협회·단체는 이날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2년 유예를 강력히 호소했다. 기자회견에는 전국에서 모인 중소기업 대표 35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했다. 각계 기업인들의 유예 호소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장에선 “국회가 문제입니다”, “맞습니다” 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중소기업 다 죽으면 아파트는 누가 짓나’, ‘입법하는 의원님들 현장 한번 보고가라’, ‘중대재해 불안감에 사라지는 기업의욕’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법 위반 즉시 범죄자가 되는 상황에서 적용을 피하기 위해 근로자를 줄이고 법인을 나누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며 “중대재해법이 원래 목적을 달성하도록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중대재해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자영업자들이 불안감이 커지고 폐업까지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제도적 허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최봉규 중소기업융합중앙회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은 지난해에야 국가의 법적 컨설팅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며 “고작 1년만 시간을 준 셈인데 준비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이들은 성명서에서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전면 적용되면서 83만이 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순간에 예비 범법자로 전락했다”며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감옥에 갈 위험을 안고 사업하느니 차라리 폐업하고 말겠다는 절규가 터져 나온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일 국회 본회의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며 유예법안 처리를 국회에 강력히 촉구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771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표해서 (유예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함께 참석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중대재해법이 이대로 적용되면 영세 사업자가 구속되는 일이 허다할 것”이라며 “국회가 현실을 외면말고 여야가 협력해서 유예를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 패션이 해외에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디자인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고 주목받는 신진 디자이너도 많습니다.” 2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이상봉타워에서 만난 이청청 디자이너(46)는 해외에서 부는 ‘K패션’ 열풍을 전했다. 그는 “K팝과 드라마, 영화의 유행으로 K라는 단어가 이제는 하나의 어드밴티지가 됐다”고 했다. 이 씨는 데뷔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인 이상봉 디자이너가 그의 아버지다. 디자이너 데뷔 초기에는 ‘이상봉의 아들’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이청청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신이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 ‘라이(LIE)’가 10주년을 맞이했고 아시아모델어워즈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인 국제문화교류 공로상도 받았다. 이 씨는 “지난 10년은 여러 나라에서 세일즈를 하며 한국 패션에 대한 니즈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라이’의 대표이기도 한 이 씨는 브랜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잘하는 것을 찾고,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패션의 다양한 장르 중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른 뒤 해당 분야의 소비자, 트렌드세터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유행하는 분야를 따라가기만 하거나 본인이 선택한 분야만 고수한 채 불통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 패션의 세계화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씨는 “우리나라의 패션 브랜드 지원은 신진 브랜드를 키우는 데 특화돼 있어 롱텀(장기적) 안목이 부족해 아쉽다”고 했다.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도와 실험이 필요한데 전략 부재로 투자자가 중간에 빠져나가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세계 시장에서 ‘톱 티어’로 인정받는 한국 브랜드가 나올 때까지 장기적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 씨는 다음 달 1일부터 열리는 ‘2024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에 올림픽을 주제로 한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름에 열릴 파리 올림픽을 겨냥한 맞춤 컬렉션이다. 장애인 화가의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 등 패럴림픽을 주제로 한 무대도 준비했다. 이 씨는 “여러 가지로 분열된 오늘날 사회에서 올림픽이 주는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었다”며 컬렉션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씨는 서울패션위크 이후 파리, 하노이 등의 패션위크 행사를 돌며 라이와 한국의 패션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소비자들이 K패션을 ‘프리미엄’으로 봐 줬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온라인 유통의 성장과 무인 계산대 도입 등 유통의 자동화로 국내 판매 사원이 지난 10년간 40만 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 종사자는 262만1000여 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 307만4000여 명에서 45만3000여 명이나 줄었다. 판매 종사자는 대형마트의 캐셔, 편의점 근무자, 화장품 로드숍 판매자 등으로 유통업계 최전선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근로자들이다. 전체 취업자 수는 2013년 2525만9000여 명에서 지난해 2841만6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된 2020년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에 판매 종사자 수는 2014년부터 9년 연속 감소했다. 이는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축소되고, 무인 계산대와 키오스크 등 자동화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1∼11월 기준 약 207조 원으로 2017년 약 94조 원에서 두 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오프라인 유통의 대표주자인 대형마트는 코로나19 이후에 직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서는 2019년 6월 이후 4년간 약 7000명이 회사를 떠났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감소로 실직자가 된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일자리로 이어주는 교육 및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를 잃은 판매 노동자들 중 희망자를 돌봄 노동자 등 인력이 부족한 곳에 이어줄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한 해 해외 판매액만 5600억 원이 넘는 초코파이, 하루 80만 개로 누적 95억 개가 팔린 바나나맛우유, …. 한국 간식 문화를 대표하는 히트 상품들이 줄줄이 발매 50주년을 맞이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이들은 국내뿐 아니라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 받으며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 경제성장기 쏟아져 나온 대표 간식들 1974년은 한국 식품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해로 꼽힌다. 초코파이, 바나나맛우유는 물론이고 에이스, 누가바, 투게더 등 지금도 꾸준히 판매 중인 ‘메가 히트 상품’들이 대거 출시됐기 때문이다. ‘식품 황금기’ 1974년은 한국 경제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한 해였다. 1970년대와 함께 시작된 오일쇼크로 물가 폭등과 불황이 닥쳤지만 한국 기업들은 이때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하며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해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며 지하철 시대도 열었다. 성장하는 경제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식품 기업들 사이에서도 신제품 개발에 자신있게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이것이 동시 발매로 이어졌다. ‘1974년 범띠 식품’들은 당시 접하기 어려운 고급스러운 맛을 한국인들에게 처음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코파이는 1973년 오리온(당시 동양제과) 연구소 직원들이 미국 출장길에서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문 파이(Moon Pie)’를 먹은 뒤 아이디어를 얻어 끈질긴 개발 끝에 탄생했다.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도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바나나의 맛을 대중화시킨 상품이다.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은 용기를 반투명하게 제작해 바나나의 노란색을 살렸다. 바나나맛우유는 빙그레 전체 매출의 약 20%(2022년 기준)를 책임지고 있다. 해태제과의 에이스도 경제 성장 분위기가 반영된 상품이다.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과자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니즈를 간파한 해태제과는 선진국형 과자인 ‘크래커’ 개발에 도전했다. 1971년 ‘죠니크랙카’라는 최초의 크래커 과자를 만들었지만 너무 딱딱해 입천장이 까지는 단점이 있었다. 3년 동안 과자를 부드럽고 고소하게 만들기 위해 유지 함량을 높이는 등의 R&D를 거듭했다. 해태제과는 연구원들의 자부심이 담긴 신제품 이름에 ‘최고, 최상’ 등의 뜻이 담긴 ‘에이스(ACE)’라는 이름을 붙였다.● 국내 넘어 글로벌 ‘입맛’ 잡은 K간식 각 회사의 히트 상품이 된 ‘50년 제품’들은 이제 한국 소비자를 넘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995년 중국 현지 공장 생산을 시작으로 해외 판매를 시작한 초코파이는 현재 러시아, 베트남,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팔리고 있다. 해외 매출액은 2020년 4540억 원, 2021년 4800억 원, 2022년 5612억 원 등 매년 늘고 있다. 2004년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시작한 바나나맛우유도 중국 등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에서 발매된 한국 관광 가이드북에 ‘꼭 먹어 봐야 할 한국 음식’으로도 꼽혔다. 식품 업체들은 50년 전 탄생한 메가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오리온은 2016년 초코파이 발매 42년 만에 자매품인 바나나맛을 출시했다. 바나나맛우유는 2016년부터 겨울마다 시즈널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취향이 빠르게 변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50년간 살아남은 건 제품의 경쟁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라며 “소비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포장, 광고 등을 바꾸며 트렌드를 흡수해 나간 것도 이들 제품의 특징”이라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사조그룹이 미국 전분당업체 인그리디언코리아 인수를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사조그룹 주력 계열사 사조대림은 다음 달 1일 미국 인그리디언 측에 매매대급 3300억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사조 측은 인천공장과 서울 방배동 사옥 등을 담보로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900억 원을 조달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지난해 11월 인수 발표 이래 3개월 만에 거래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인수 대상인 인그리디언코리아는 빵과 과자 등에 쓰이는 전분당을 옥수수에서 추출하는 업체다. 전분당은 식품 외에도 제지나 섬유, 제약 등 원료로 쓰일 수 있어 향후 사업을 확장하기에 좋은 소재가 된다.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려온 사조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식품소재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개점 후 첫 주말을 맞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수원’에 27일 1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차 있는 사람들의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8일 신세계프라퍼티에 따르면 26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 문을 연 스타필드에는 26일 9만 명, 27일 14만 명 등이 방문하며 주말 내내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27일엔 모바일 게임 ‘브롤스타즈’ 팝업 스토어 행사를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1층은 물론이고 행사를 구경할 수 있는 2∼5층 난간에도 사람들이 모이며 1∼5층 모두 방문객들로 가득 찼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팝업 스토어에 인기 있는 유튜버가 초청됐는데 행사를 보기 위해 고객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쇼핑몰 방문자가 급증하면서 27일 오후 2시경 수원시는 ‘극심한 교통정체로 안전사고가 우려되니 주변 이용자는 안전을 고려해 우회해 달라’는 문자를 주민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지역 커뮤니티에도 ‘차를 이용해 방문하려면 주차장 들어가는 데 30분∼1시간은 각오해야 한다’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방문객이 폭증하면서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신세계프라퍼티는 28일 현장 안전요원을 100명 추가로 투입하고 인파가 몰린 브롤스타즈 팝업존 3개 중 1개는 운영을 중단했다.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매장 인근에 7000대 규모의 임시 주차장을 설치했다. 스타필드 수원은 MZ(밀레니엄+Z세대) 중심의 ‘스타필드 2.0’을 내세운 5번째 매장이다. 연면적 약 33만1000㎡(약 10만 평), 지하 8층∼지상 8층 규모로 코엑스에 이어 두 번째로 별마당 도서관이 들어섰고 MZ를 겨냥한 특화매장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개장 전인 15일 스타필드 수원을 둘러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스타필드는 고객의 일상을 점유하겠다는 신세계그룹의 구상을 잘 실현한 공간으로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에게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주말 동안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밀집한 4층에는 20대 고객들이 몰렸고 옥상 정원에는 반려견과 산책 나온 고객이 많았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22일 정부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서울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개정해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고 있다. 소비자들로서는 주말 장보기가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서울 동대문구는 25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수요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해 말 구청 측과 전통시장, 유통업계가 상생협약을 맺고 합의한 방안에 따른 것이다. 동대문구는 다음 달부터 둘째·넷째 주 수요일로 의무휴업일을 옮기기로 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지자체별로 이해당사자 합의를 거치면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28일부터 서초구가 맨 먼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다. 서초구의 대형마트는 기존 둘째·넷째 주 일요일 대신 수요일에 쉬게 된다. 서초구는 지난해 말 서울 25개 자치구 중 처음으로 평일 전환을 결정한 이래 약 한 달 만에 실제 적용에 들어간다. 다만 이해관계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코스트코 양재점은 기존 둘째·넷째 주 일요일 휴무를 유지한다. 킴스클럽 강남점은 매장 입지 특성을 고려해 월요일로 휴무일을 정했다. 서초구와 동대문구 외에도 성동구, 강서구, 노원구 등이 상황을 주시하며 전환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구 관계자는 “논의 주체들과 협의를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회도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온라인 새벽배송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다. 조례가 통과되면 의무휴업일 변경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 소비자들은 의무휴업일 변경이 서울 전 지역으로 확산되리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 씨(25)는 “근무가 없는 주말에 마트에 갔다가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윤모 씨(31)도 “공휴일 의무휴업 이후 이커머스가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에 이젠 규제를 변경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의무휴업일 변경이 확산하려면 전통시장과 마트 내 노동단체 등의 합의가 필요하다. 서울 다른 지자체들로 확산하려면 의무휴업일 전환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전통시장이 많은 지역은 지자체도 상인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외 지역에서는 이미 평일 의무휴업을 시행하는 지자체가 여럿 있다. 고양시, 김포시 등 경기도의 다수 지자체는 2014∼2015년부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 지난해도 대구가 월요일로, 충북 청주시는 수요일로 각각 의무휴업일을 변경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의 개정안 통과를 국회에 재차 요청했다. 법 시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을 포함한 경제계 각지에서는 유예를 호소하고 나섰다. 최 부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근로자 안전이 중요함은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영세 중소기업의 여건이 열악해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이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법 적용을 강행하면 재해 예방보다 범법자만 양산해 기업의 존속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면서 개정안 처리를 거듭 당부했다. 중소기업계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14개 단체가 모인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여 동안 수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 여야 지도부 방문, 정부 관계자 간담회 개최 등 유예를 위해 노력해왔으나 개정안이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또 “이대로 중대재해법이 시행된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이보다 중요한 민생은 없으니 여야가 다시 한번 협의에 나서 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인천 지역에서 전기업을 운영하는 한 기업 대표는 “많은 영세 기업 사장들은 어떤 것이 안전 예방인지조차 인지를 못 하는 게 현실”이라며 “유예를 통해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안전 예방에 대한 사항을 인지하고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촉구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경제5단체는 “이대로 법이 시행되면 사업장 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많은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라며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유예 기간을 통해 사업장 스스로 개선방안을 찾도록 논의하는 것이 재해 예방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자 1명 이상 또는 6개월 이상 치료받아야 하는 부상자 2명 이상이 현장에서 나왔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소규모 기업의 경영 여건을 감안해 5∼49인 사업장은 이달 27일까지 시행을 유예해왔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설 명절을 2주가량 앞둔 가운데 올해 명절 선물은 3만∼4만 원대 ‘가성비’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본보가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 의뢰해 이번 설 선물 사전예약이 시작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판매된 상품을 집계한 결과, 통조림 세트, 커피믹스 세트 등 3만∼4만 원대 상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치약 샴푸 등 일상용품, 과일, 축산 등이 뒤를 이었다. 사전예약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스팸, 식용유 등으로 구성된 CJ 특선 선물세트 스페셜G호(이마트·4만530원), CJ 스팸복합 1호(롯데마트·3만3530원), 동서식품 맥심 커피세트22호(홈플러스·3만1290원)다. 신선식품군에서도 5만 원을 넘지 않는 상품들이 잘 팔리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설 신선식품 1위 상품은 ‘매일견과 하루한봉 80봉(1.4kg)’으로 가격은 2만9900원이다. 이 상품은 지난해 설과 추석에도 견과 선물세트 중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건강식품일뿐더러 농수산품처럼 거창하지 않아 부담없는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에서는 9900원짜리 도시락 김 세트, 이마트에서는 3만 원대 사과 세트가 신선식품 인기 품목이다. 과일 등 물가가 급등한 품목은 3만∼4만 원대의 가격을 맞추기 위해 바이어들이 수시로 산지를 돌며 상품을 엄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명절 선물세트에는 대과(大果)가 주로 들어가지만 올해는 가성비 트렌드에 맞춰 대과보다 크기는 작지만 품질은 비슷한 중간 사이즈의 상품을 끌어오기 위해 노력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과일 상품 바이어가 100곳 넘게 산지를 돌면서 매주 숙박을 하는 등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상품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26일까지 ‘사과GOLD’, ‘당도선별 배’ 등의 과일 상품을 30∼40%가량 할인해 3만 원대에 판매한다. 유통업체는 소비자들의 가성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비교적 고가인 축산 상품군에서도 최대한 가격을 낮추고 있다. 롯데마트는 설 선물 사전예약으로 국거리, 불고기용 한우를 구성한 ‘한우정육세트 2호(2kg)’를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직경매와 통합소싱 등을 통해 10만 원대에서 가격을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외식·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지역 식재료를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도권에 대다수 젊은 인구가 몰린 상황에서 로컬을 강조한 상품이 젊은 층에게 되레 ‘힙’하게 다가오고 있다. 명확한 산지로 제품의 신뢰도가 올라간 점도 로코노미의 인기를 견인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지역과의 결합을 통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강조할 수 있어 ‘윈윈’이 된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81.6%가 로코노미 제품을 구입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로코노미 소비 이유로는 ‘이색적이다’(49.6%), ‘특별한 경험을 위해서’(39.2%) 등이 꼽혔다. 특히 20대와 30대는 로코노미 상품을 소비하는 이유로 ‘특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4050세대로 갈수록 원산지가 확실하고 재료를 신뢰할 수 있는 점이 로코노미 소비의 이유로 꼽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에 많이 거주하는 젊은 층에겐 지역의 가치가 오히려 독특했을 것”이라며 로코노미 인기 이유를 설명했다. 로코노미 상품이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카페, 패스트푸드 등 외식업계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6년 여름 한정 ‘문경 오미자 피지오’를 선보인 이래 ‘이천 햅쌀 라떼’, ‘공주 보늬밤 라떼’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2년에는 동반성장위원회 등과 상생협약을 맺고 ‘상생음료’를 꾸준히 제작 중이다. 스타벅스 음료팀이 레시피를 개발하고 원·부재료를 전국 소상공인에게 전달해 판매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충북 옥천군의 특산물인 단호박을 활용한 ‘옥천 단호박 라떼’를 개발해 전달했다. 메뉴 개발이 빠른 패스트푸드 업계도 로코노미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서 선보이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한국의 맛(Taste of Korea)’ 메뉴를 통해 로컬 소싱 메뉴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롯데리아도 지역 맛집과 협업해 디저트 메뉴를 개발하는 ‘롯리단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맛 시리즈는 2020년 첫 발매 이래 3년간 1900만 개를 판매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업체도 자체 제작 브랜드(PB)와 자체 프로젝트 등을 통해 로코노미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다. GS25는 23일 지역 청년 사업가가 개발한 막걸리와 전통주를 선보이는 ‘힙걸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상품으로 경북 상주산 바질 막걸리 ‘너디호프 드라이’를 선보였다. 너디호프 드라이는 상주시에서 생산된 바질로 만든 막걸리로 주조회사 역시 상주에 있어 지역을 강조했다. GS25 관계자는 “청년 사업가가 판로 걱정 없이 개발 및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도 지역 상생 프로젝트인 ‘모두의 맛집’을 통해 각 지역 재료를 이용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제주 지역에서 생산된 구좌 당근을 사들여 당근 케이크를 제작하는 등 로컬과의 상생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에서 당근 농사가 풍년이 들어 전년보다 생산량이 85%가량 증가해 가격 하락으로 고민에 빠진 농가를 돕기 위해서다. 로코노미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엠브레인에 따르면 응답자의 87.6%가 ‘향후에도 로코노미 제품을 소비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잘 팔리는 데다 상생의 이미지와 가치를 강조할 수 있어 (로코노미)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앞으로 대형마트도 매주 일요일 문을 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은 전면 폐지해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살 때 더 많은 지원금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국회에서 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데 야당이 부정적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다섯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생활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원칙을 없애기로 했다. 그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가 월 2회 공휴일에 쉬도록 했지만, 평일에 장보기가 어려운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등 국민 불편이 커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 2014년 도입된 단통법도 전면 폐지한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통신 3사의 보조금 차별화 경쟁이 사라져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단통법을 폐지해 이통사 간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휴대전화 구입비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또 신생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는 웹툰, 웹소설 등에는 기존의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고, 현재 15%로 제한돼 있는 도서가격 할인율은 지역 영세서점의 경우 더 유연하게 하는 제도를 추진할 예정이다.대형마트 ‘휴업 규제’ 12년만에 푼다지만… 野 반대부터 넘어야 정부, 의무휴업-배송제한 폐지 추진전통시장 활성화 명목 시작했지만… 온라인 성장으로 시장 114곳 줄어소비자 “편의 개선” 업계 “윈윈” 환영… 野 “선거앞 대형마트 편드는꼴” 신중 정부가 폐지를 추진하기로 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는 유통업계에서 가장 반발이 컸던 규제 중 하나다. 전통시장 등의 소상공인들을 위해 만들었지만 시행 12년간 규제 효과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의문부호가 달렸다. 주말을 이용해 장을 보는 소비자들만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다만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공개된 개혁안은 대형마트 규제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 온 야당의 반대부터 넘어야 한다. 특히 의무휴업을 아예 폐지하는 것은 국회 일부에서 논의되던 ‘주말 대신 평일 휴업’보다 한 스텝 더 나간 것이어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대형마트 규제했는데 전통시장도 줄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2012년 지역 전통시장 및 전통상점가 보호를 명목으로 시작됐다. 2021년 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듬해 초 잇달아 대규모 점포의 의무휴업일을 정하는 조례 개정안을 공표했다. 대형마트로만 한정하면 그해 4월 22일 서울 강동구, 전북 전주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첫 휴점에 들어갔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한 달에 두 차례 의무휴업일로 지정된 것은 물론이고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도 금지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았다. 주말에 마트에 가기 어려워진 소비자들 상당수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39조1000억 원이던 대형마트 매출은 2022년 34조7739억 원까지 11.1% 감소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집계 결과 같은 기간 전국 전통시장 수도 1502개에서 1388개로 114개(7.6%) 줄었다. 이 기간 온라인 유통 매출은 38조4978억 원에서 209조8790억 원으로 무려 5.5배로 급증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 구도에서 만들어진 의무휴업 제도는 온라인이 성장한 오늘날 실효성이 없어졌다”고 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10년 묵은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업계 ‘반색’… 야당 반대 넘어야 시행 소비자들도 반기는 모양새다. 특히 새벽배송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지역에선 대형마트 영업 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 허용으로 인한 서비스 확대를 기대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김모 씨(28)는 “주말에 장을 봐야 하는 직장인 입장에서 의무휴업일이 아닌 날을 골라 찾는 것도 일이었다”며 “소비자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6.4%가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과 주변 상권 활성화 측면에서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를 걷어내기 위한 법 개정이 빨리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라며 “일부 소비자 편익은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유지를 원하는 의견도 많은데, 선거를 앞두고 대형마트 입장만 들어준 꼴”이라고 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만 10건 안팎이 발의됐다. 그러나 상임위조차 통화하지 못하면서 모두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허용 역시 2022년 정부가 주도해 대형마트 및 소상공인들과 합의를 했음에도 법 개정에 실패해 무산됐다. 정부는 “확정된 개선 방안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며 추진 의지를 밝혔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을 먹는 방법은요…. 먹기 시작한 지 1초와 10년 차는 다릅니다.” ‘김을 먹게 된 지 1초’라는 자막이 달린 영상 속 남자가 김을 손으로 집어 밥을 싸 먹는다. 점차 젓가락질이 능숙해지며 김을 밥에 붙여 먹기 시작하던 남자는 ‘10년 차’라는 자막이 나오자 밥을 한 숟갈 먹고 싸 먹기도 귀찮다는 듯이 능숙하게 손가락으로 집어 김을 먹는다. 2022년 10월 업로드된 후 1억 뷰를 기록한 이 영상에는 ‘맛있어 보인다’ ‘한국 김을 먹어 보고 싶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Korean seaweed’로 검색해서 나온 다른 영상들 역시 ‘맛있다’ ‘중독성 있는 맛’ 등의 반응들이 주류였다.》● 수출액 첫 7억 달러 넘긴 한국 김 1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김 수출액은 7억9100만 달러(약 1조593억 원)를 기록하며 사상 첫 7억 달러 고지를 넘겼다. 전년 6억4800만 달러에서 22.2% 증가하면서 단숨에 8억 달러에 육박한 것이다. 2010년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긴 이래 13년 만에 7배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산 김은 일반 김, 김부각, 김 튀김 등 다양한 종류의 간식으로 가공돼 판매 중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과 유럽을 전략 지역으로 삼아 코리안BBQ, 핫칠리 맛 등의 김 스낵을 주력으로 팔고 있다. 적극적인 공략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1∼6월) CJ제일제당의 김 제품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30% 늘었다. ‘양반김’으로 유명한 동원F&B도 지난해 해외에서 약 45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한국산 김은 맛이 좋은 데다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은 점이 주효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2019년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조리하는 한국’이라는 기사를 통해 해조류 섭취가 이산화탄소 감소로 이어져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도했다. 김을 재배하는 동안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이 외에도 저지방 식품으로 인정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도 김의 인기에 기여했다. 현재 김은 미국 일본 중국 태국 러시아 등 12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2010년 64개국에서 2배로 늘었다. 지난해 말 방문한 태국 방콕 중심가의 한 마트에서는 한국산 맛김, 김자반, 김부각 등이 매대 한 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태국의 김 과자 브랜드인 ‘타오케노이’와 맞먹을 정도의 규모였다. 매장을 찾은 태국인 니 씨(36)는 “태국도 김과자가 있지만 한국에서 만든 김 과자를 좋아해 자주 사먹는다”고 말했다● 제조법·품종 개발로 위기 극복 전 세계에서 김을 대규모로 상품화해 판매하는 나라는 한중일 3국에 불과하다. 한국은 특히 김 두께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가장 탁월하다. 스시용 김을 주로 제작하는 일본과 중국은 주로 김 1속(100장)에 280g 내외의 두꺼운 김을 제작한다. 한국은 200g부터 330g까지 10g 단위로 김의 두께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 다양한 용도의 김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김밥의 경우 얇은 김으로 만들어야 해 사실상 한국산 김으로만 제작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품질도 우수하다. 김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곳에서 잘 자란다. 한국의 서해안과 남해안이 김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실제 국내 생산 김의 80%가 전남에서 재배된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1980년대 한국 김 수출은 고사 직전까지 몰렸다. 광복 직후부터 김 수출의 70∼80%를 차지하던 일본이 1978년부터 자국 어민 보호를 명목으로 한국산 김 수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최대 판로가 사라진 김 양식 어민들은 어촌을 떠나거나 미역으로 눈을 돌렸다. 돌파구는 기술 혁신에서 나왔다. 1980년대 초반 부류식 제조법이 개발되며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다. 부류식이란 바닷가에서 하얀 스티로폼 등을 띄워놓고 그 아래로 그물을 걸어 김을 기르는 제조 방법이다. 깊은 바다에서도 김을 기를 수 있어 오늘날에도 김 양식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신품종 개발도 성공했다. 1990년대 초반 돌김 포자화에 성공하며 일본에 없는 독자적인 품종을 가지게 된 것이다. 맛과 향이 좋은 돌김은 한국 김 산업에서 반전의 계기가 됐다. 같은 기간 일본의 김 양식은 폐쇄적 운영과 어촌의 고령화로 한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때 1억2000만 속까지 생산되던 생산량이 서서히 줄며 수요를 충당하기도 어려워졌다. 결국 1994년 수출 제한을 풀고 한국 김을 다시 수입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일본은 한국 김 수출의 18%를 차지해 단일 국가로는 미국(21%)에 이어 2위였다. 일본의 김 생산량은 2022년 약 4800만 속으로 51년 만에 최저였다. 같은 해 한국은 일본의 3배가 넘는 1억5172만 속을 생산했다.● 인력 부족과 기후 변화는 과제 ‘검은 황금’이 된 김 수출의 미래는 여전히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세계 김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70.6%로 압도적인 1위다. 물량도 탄탄하다. 전국의 김 양식 면적은 약 600㎢로, 서울 여의도의 218배에 달한다. 한국 김 수출은 현재 중견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신안천사김, 성경식품, 만전식품, 동원F&B, 광천김 등 5개 브랜드의 수출량이 가장 많다. 이 중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F&B를 제외한 기업들은 모두 중견기업이다. 특히 신안천사김이 2022년 단일 수출로만 1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김은 지방 소재 중견기업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뚜렷하다. 계속 줄어드는 어촌 인구가 그 첫 번째다. 농어촌기금본부에 따르면 2022년 어촌의 어가 수는 4만2536가구로, 2000년 8만1571가구에서 47.9% 줄었다. 어가 인구는 25만1349명에서 9만805명으로 63.9% 줄었다.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어촌의 70대 이상 인구 비율은 41.1%를 차지했다. 궂은일을 담당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사실상 업을 접어야 하는 셈이다. 어업계 관계자는 “어촌 현장에서는 이미 외국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력 쟁탈전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별다른 대책이 없으면 고령화가 먼저 찾아온 일본의 전철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 감소도 우려하는 지점이다. 통상적으로 김 양식은 가을에 채묘(포자를 발 등에 고정시키는 것)를 시작해 4∼5월경까지 기르고 수확한다.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시기에 수온에 맞춰 채묘를 하고, 급격히 수온이 올라가기 전에 수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수온이 오르며 채묘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확 시기가 짧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폐사율도 높아지고 있다. 최병락 한국김수출협회 부장은 “지난해의 경우 폭염으로 수온 하락이 늦어지며 채묘가 늦어졌다”며 “품종 개량을 포함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혁신의 기회가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강력히 실행해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타워에서 열린 ‘2024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에서 실행을 강조했다. 위기 속 그룹의 부진을 타개할 전략으로 실행력 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이날 오후 1시 반부터 진행된 VCM에는 신 회장과 사업군 총괄대표 및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도 지난해부터 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번 VCM에서는 ‘목표 지향 경영을 통한 실행력 강화’ 주제의 외부 강연과 올해 주요 경영 환경 및 실행력 강화 방안 등이 다뤄졌다. 신 회장은 올해 경영 방침으로 △산업 내 선도적 입지 확보 △글로벌 사업 확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종합적 리스크 관리 등 4가지를 꼽았다. 신 회장은 “베트남 쇼핑몰 중 최단 기간 매출 1000억 원 달성이 예상되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처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성장 기회가 있는 국가라면 사업 진출 및 시장 확대를 적극 검토하라”면서도 “불확실성이 큰 시기인 만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역할로는 비전과 혁신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우리도 미래를 위해 혁신하지 않으면 파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조직과 직원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했다. 혁신의 실행을 위해 인공지능(AI)을 강조하며 “단순히 업무 효율화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AI를 여겨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각 계열사 대표들은 대체로 말을 아낀 가운데 현안에 대해 간단한 의견을 전했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은 “AI 전환을 진행하고 있고, 더 건전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리뉴얼을 묻는 질문에 “잘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슈퍼와 마트 통합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재계 순위가 13년 만에 5위에서 6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그간 그룹 내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이 2022년 2분기(4∼6월)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3분기(7∼9월)엔 흑자를 냈지만 4분기(10∼12월)에 다시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건설업계 위기도 롯데그룹의 리스크 요인 중 하나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한편 이날 VCM에 앞서 오전 9시경 신 회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들은 롯데월드타워 1층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 창업주 4주기(1월 19일)를 맞아 흉상에 헌화하고 고인을 기렸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자사 판매수수료를 왜곡해서 공표한 이유로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15일 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11번가는 “쿠팡이 자사 수수료가 낮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11번가의 수수료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준에 맞춰 공개했다”며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발단은 쿠팡 측이 3일 발표한 자료에서 시작됐다. 쿠팡은 2일 한 매체가 ‘쿠팡이 수수료 45%를 떼어간다’고 보도하자 이를 반박하면서 다른 오픈마켓의 최대 판매수수료율을 공개했다. 쿠팡은 이 자료에 자사 판매수수료는 10.9%, 11번가는 20%, G마켓과 옥션은 15%라고 적었다. 11번가는 “쿠팡이 명확한 기준이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일부 상품에 적용되는 최대 판매수수료만 비교해 11번가의 전체 판매수수료가 쿠팡에 비해 과다하게 높은 것처럼 왜곡해 자료를 공표했다”며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를 금지하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11번가는 쿠팡이 언급한 자사 최대 판매수수료는 전체 185개 상품 카테고리 중 디자이너 남성의류·여성의류·잡화 등 단 3개 분야에만 적용되며 180개 카테고리의 명목 수수료율은 7∼13%라고 덧붙였다. 쿠팡 측은 각 사의 공시 자료를 근거로 제작된 자료인 데다 ‘최대 판매수수료’라는 기준을 명시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롯데그룹이 18일 사장단회의(VCM)를 앞두고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신유열 전무가 이끄는 미래성장실에 새롭게 두 개의 팀을 배치하며 1970~1980년대 생 임원들도 합류한다.16일 재계에 따르면 신유열 전무가 속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은 산하에 글로벌팀과 신성장팀을 배치했다. 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미래전략실 개편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포석으로 풀이된다.글로벌 팀장으로는 유통군HQ 등을 거친 김수년 상무보, 신성장 팀장으론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출신 서승욱 상무가 합류한다. 김 상무보는 1980년, 서 상무는 1977년 생으로 1986년 생인 신 전무와 10살 이내의 차이가 나는 젊은 임원이다.김 상무보는 최근 신 전무와 함께 CES에 동행하며 롯데의 글로벌 사업을 구상한 바 있다. 인수합병(M&A) 전문가로 불리는 서 상무는 2018년 롯데 금융사 매각 작업과 2020년 두산솔루스 지분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신 전무는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리는 상반기(1~6월) VCM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각 사업군의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롯데지주 실장 등 70여 명이 참석한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