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이준아 카메라 되나? 영빈이, 민영이 어서 와. 민준아 잘 들리니?” 지난달 26일 대구 서구의 ‘대구온라인학교’. 김기화 교사가 이 학교에서 5km 정도 떨어진 신명고 2학년 학생 16명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달 24일 개교식을 하는 대구온라인학교는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선택과목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제공한다. 김 교사 앞에는 학생들이 없고 스크린만 있었다. 8월 수업 시작 이후 모니터를 통해서만 학생을 만났지만, 김 교사는 학생 얼굴과 이름을 정확히 기억했다. 이날 수업은 신명고 학생 대상으로만 진행됐으나 대구온라인학교에서는 대구 내 다양한 학교 학생들이 동시에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은 각자의 학교 컴퓨터실, 혹은 자기 자리에서 노트북을 연결해 대구온라인학교 교사의 수업을 듣는다. 온라인학교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2025년 고교학점제가 도입된 뒤 개별 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을 제공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올해는 대구 외에 인천 광주 경남 지역에서 온라인학교가 운영 중이다. 내년에 8개 지역이 추가되며 2025년 전국에 도입된다.● 학생은 없고 교사만 있는 학교온라인학교는 교실과 교사는 있는데 소속 학생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다. 대구온라인학교는 달성고의 기숙사를 리모델링해 자리 잡았다. 교장은 달성고 교장이 겸임한다. 교감 외에 정규 교사 9명, 강사 4명이 있다. 온라인학교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원칙이다 보니 기기 연결을 돕는 테크센터, 수업이 진행 중인데 들어오지 않거나 연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연락하는 수업 지원 튜터 등의 행정인력도 있다. 이날 김 교사는 줌(Zoom)을 통해 학생들에게 파이선(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레인지(range) 함수를 이용해 숫자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고 자동으로 리스트를 만들어주는 방법을 설명했다. 김 교사는 전자패드에 터치펜으로 설명을 썼고, 학생들은 실습하며 질문을 채팅창에 보내기도 했다. 오프라인 수업이었다면 교사가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컴퓨터를 살펴봤겠지만, 여기서는 학생들이 보낸 링크를 확인했다. 신명고 학생들은 만약 대구온라인학교가 없었다면 이 수업을 신청해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신명고에는 정보교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온라인학교는 각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을 지원한다. 김용말 대구온라인학교 교감은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을 들을 수 있는 건데 여기에 대응하기 어려운 농어촌이나 소규모 학교를 지원하고, 신산업·신기술 분야 등 개별 학교에서 가르치기 어려운 과목을 운영하기 위해 온라인학교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교학점제 이후 학교 간 격차 해결현재 대구온라인학교에서는 46개 강좌가 운영 중이다. 대구 내 일반계고 학생 543명이 수강하고 있다. ‘인공지능 수학’, ‘인체 구조와 기능’, ‘미디어 스토리텔링’ 등 과목도 다양하다. 채정희 교사(교육협력부장)는 “지역 내 학생들의 희망 과목 수요조사를 거쳐 과목을 개설한다”며 “같은 과목을 원하는 여러 학교 학생들을 묶어 같은 시간대에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학생들의 수요가 있는데 대구온라인학교에서도 정규교사가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이라면 강사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월요일 2교시(오전 9시 반부터 10시 20분)에는 3개 학교 학생들이 대구온라인학교의 스페인어Ⅰ 수업을 듣는다. 이 학교들은 월요일 2교시에 제2외국어의 여러 선택과목을 운영하는데, 스페인어Ⅰ은 개설하지 못했다. 이에 이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은 컴퓨터로 대구온라인학교 수업을 듣는다. 대구온라인학교에 개설된 과목 시험이나 수행평가도 대구온라인학교에서 한다. 대구온라인학교 교사가 해당 학생을 평가한 뒤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나이스(NEIS)를 통해 학생의 소속 학교로 전송한다. 내년에는 온라인학교가 대전, 경기, 강원, 충북, 전북, 전남, 경북, 제주에도 신설된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에는 17개 시도 전체에서 온라인학교가 운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교에 따라 선택과목 개설 수가 달라 교육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온라인학교가 학생들에게 선택과목 제공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대구=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가는 202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영역 모두 선택과목이 사라진다. 의대에 지원하든, 국어국문학과에 가든 모든 수험생이 똑같은 문제지를 풀게 된다는 뜻이다. 사탐과 과탐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모두 응시해야 한다. 고교 내신은 현재의 9등급 상대평가가 5등급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10일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이번 시안은 2025년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따라 바뀌는 내신, 수능 체제를 담았다. 문재인 정부가 2021년 발표한 고교학점제는 고교생도 대학생처럼 학생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제도다. 이번 시안은 2018년 발표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이후 5년 만이다. 2027년 11월 시행될 수능부터 모든 선택과목이 폐지된다. 현재 수능 수학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과학탐구는 물리학 Ⅰ·Ⅱ 등의 선택과목이 있는데 2028학년도부터는 공통과목만 남는다. 그간 과목 선택에 따라 점수 유불리가 발생하는 문제와 융합형 인재 양성 목표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만 교육부는 수학 출제 범위가 줄어드는 점을 고려해 현재 이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수능 ‘심화수학’ 영역으로 신설해 절대평가로 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고교 내신은 고 1∼3학년 모두 ‘절대평가(A∼E 성취평가)를 병기하는 5등급 상대평가’를 도입한다. 2005년 이후 유지된 지금의 9등급 상대평가가 5등급으로 바뀌면 4%인 내신 1등급 비율이 10%로 늘어난다. 교육부는 “앞선 문재인 정부에서 1학년은 현재와 같은 9등급 상대평가를, 2∼3학년은 절대평가를 하기로 계획했지만 고1 내신 경쟁 과열 우려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의 이상과 입시 현실이 균형을 이루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생들이 (상대평가에 따라) 성적 취득에 유리한 과목만 수강하면 고교학점제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동시에 만족하는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부담과 평가에 대한 민원을 교사들이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20일 대국민 공청회를 진행하고 국가교육위원회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내로 개편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現 중2부터 수능서 국-수-사탐-과탐 모두 응시… 내신은 9 → 5등급 문-이과 구분하는 선택과목 사라져모든 수험생이 같은 문제 풀게 돼고교내신 절대-상대평가 병기수능 변별력 위한 미적분Ⅱ 등 검토 10일 발표된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의 핵심은 수능을 공통과목 중심으로 간소화해 모든 수험생이 ‘같은 시험 문제’를 풀게 한다는 것이다. 2025학년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려면 내신 상대평가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그 대신 현재의 9등급제를 5등급제로 완화했다. “입시와 성적 부담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정말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수강하도록 만든다”는 제도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대입의 공정성을 살리고, 동시에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 세세한 문·이과 선택과목 없어진다1994학년도 첫 수능은 언어, 수리·탐구, 외국어의 3개 공통 영역 체제였다. 이듬해부터 약 30년간 문·이과 계열별로 다른 문제가 출제됐다. 2005학년도 수능에서는 학생의 진로와 흥미, 다양성을 중시한다는 기조에서 세부 과목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는 선택 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문제로 이어졌다. 현재 수능 국어는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등 두 가지 선택과목이 있다. 언어와 매체가 고난도 과목이고 고득점에 유리하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 학과를 목표로 한 학생들이 주로 선택한다. 수학도 ‘확률과 통계’ ‘미분과 적분’ ‘기하’ 등 총 세 가지 선택과목이 있는데, 미적분과 기하가 어려운 과목이면서 동시에 고득점에 유리한 과목이다. 의대를 포함한 자연계열 지망생은 대부분 이를 선택한다. 2028학년도 수능에서는 제2외국어를 제외한 모든 선택과목이 사라진다. 그 대신 새 교육과정에 따라 수학은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를 공통으로 치른다. 다만 교육부는 변별력 상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을 신설해서 원하는 학생들만 응시하는 선택과목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도한 사교육 유발 등 학습 부담을 우려해 영어처럼 ‘9등급 절대평가’로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수학 난도가 낮아지면 수험생 학력이 저하되고 학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대학의 요구를 반영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지금의 세세한 선택과목이 모두 사라진다. 현재 수능 탐구 영역은 사회 9과목, 과학 8과목 등 총 17개 과목이 있고 최대 2과목을 선택해서 치른다. 2028학년도부터는 주로 고1 과정에서 배우는 ‘통합사회’ ‘통합과학’만 남는다. 예를 들어 통합과학은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이 모두 합쳐지는 형태다. 고교 문과 계열도 통합과학을, 이과 계열도 통합사회를 공부해서 치러야 한다. 점수 따기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좁게 공부하지 말고 문·이과를 아우르는 융합적 사고력을 키우라는 취지다. 교육부는 “교육 과정을 잘 반영하면서 변별력을 갖출 수 있는 통합사회, 통합과학 예시 문항 유형을 내년 하반기(7∼12월)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상대평가 유지하면서 내신 경쟁 완화 ‘절충안’고교 내신 상대평가는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뀐다. 모든 학년, 모든 과목에 A∼E등급 절대평가(성취평가)를 도입하고 1∼5등급 상대평가를 학교생활기록부에 함께 표기한다. 현재는 내신 1등급이 상위 4%까지다. 개편안에 따르면 10%까지 확대된다. 이는 현재의 1·2등급 누적 비율(11%)과 비슷하다. 2005년부터 유지돼 온 9등급제를 개편하는 것은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이 크다. 한 학급이 40∼50명이던 시기의 등급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고교 진학 시 내신 등급 받기에 유리한 큰 학교로 쏠리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김동춘 대전이문고 교장은 “고교학점제에서 절대평가만 도입하면 내신 부풀리기 우려가 컸지만, 상대평가를 병행해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내신에선 논술형·서술형 평가가 확대된다. 교육부는 논·서술형 문항만으로도 내신 평가가 가능하도록 내년에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수능에서도 논·서술형 문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번 개편안에서는 빠졌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논·서술형 평가를 위해선) 평가 역량이 갖춰져야 하고, 새로운 유형 도입 시 사교육 유발 효과가 크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해는 중2 대상 ‘윈터스쿨’이 중3 못지않게 규모가 클 것 같습니다.”(A학원 관계자)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이 발표된 10일, 발 빠른 일부 학원은 고교학점제와 대입 개편 시안 설명회를 예고했다. 대다수 학원이 이번 주말부터 시안 설명회와 함께 겨울방학 특강 홍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B학원은 중2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고교 선택과 대입 대비 전략을 세워야 하는 시기”라며 설명회를 안내하고 있다. 겨울방학에 다음 학년도 이상을 선행하는 ‘윈터스쿨’에도 중2 학생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보통 ‘윈터스쿨’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3 학생이 주 타깃이다. 하지만 중2부터 적용되는 시안이 발표된 만큼 바뀐 대입에 적응하려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재는 대부분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을 고등학교 2, 3학년에 배우지만 2025년부터는 사회탐구, 과학탐구도 1학년 때 배운다. 고1 때 배우는 과목이 수능에서도 결정적인 변수가 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는 고교 진학 전에 공부할수록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빨리 시작해서 빨리 끝내고 반복해서 보면 성공한다’는 사교육의 논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고1 내신이 9등급 상대평가에서 전 학년 5등급 상대평가 및 절대평가 병기 체제로 완화된다고 10일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완전한 5등급 절대평가를 하고 있는 중학생의 학부모가 체감하는 것은 다르다. 한 중3 학부모는 “상대평가 등급을 새로 받게 되니 아무래도 내신에 대한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국어, 수학 선행이 지금보다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수능의 탐구영역이 통합과목으로 출제되면서 국어, 수학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닥수’(닥치고 수학) 열풍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능에서 ‘심화 수학’이 신설되면 대다수 의대와 상위권 대학 이공계는 이를 필수로 반영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C학원 관계자는 “통합과목으로 출제되는 사회, 과학탐구는 각각 선택과목 강의를 9개, 8개 개설하던 이전보다 강좌 수가 줄겠지만 그만큼 수학 강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025년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학점제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202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가 전면 개편돼야 한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자격고사화, 내신 전면 절대평가 도입,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화 등이 주로 거론됐다. 하지만 10일 발표된 대입 개편 시안에서 정부는 ‘개혁’ 대신 ‘미세 조정’을 택했다. 교육부는 “대입제도는 안정과 공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 취지도 무색해지고 공교육 정상화에도 역행된다는 비판이 높다.● ‘안정’ 위해 ‘미세 조정’에 그쳐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고교학점제를 윤석열 정부가 이어받으면서 고민한 지점은 “고 2, 3학년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25년부터 공통과목을 배우는 고1은 9등급 상대평가를, 선택과목을 듣는 고 2, 3은 절대평가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2, 3학년 내신의 변별력이 저하되며 고1 내신이 입시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1 내신이 나쁘면 2, 3학년 때 만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시 올인’을 위해 자퇴하는 고교생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예고했던 내용을 수정해 모든 학년과 과목에 절대평가를 병기하는 5등급 상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수능 선택과목을 폐지하기로 한 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진로와 무관하게 고득점에 유리한 과목에 쏠리고, 점수가 유리한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 빈번해진 현실이 반영됐다.● 학력 저하-고교 교육 차질 우려도이번 시안을 접한 대학에서는 “상위권 학생의 수학, 과학 학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2028학년도 수능 수학에서는 지금 수능 체제에서 대부분의 이과생이 응시하는 ‘미적분Ⅱ’, ‘기하’가 빠진다. 과학탐구는 중학교 과정을 토대로 기초적인 내용을 배우는 1학년 과목(통합과학 1, 2)에서 출제된다. 고교학점제 체제에서 학생들이 원하면 기하, 미적분Ⅱ, 물리학, 화학 같은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상위권 A대 입학처장은 “고1 때 수능 과학이 끝나는데 2, 3학년 때 심화 과목을 공부할 이유가 없다. 이공계 인재 양성을 강조하는 국가 정책과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려를 의식한 교육부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묶어 ‘수능 심화수학’ 영역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심화수학이 신설되면 의대와 최상위권 대학 대부분이 이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수험생 부담과 관련 사교육 팽창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고교 면학 분위기가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내신이 완전 절대평가가 아닌 만큼 수강생이 많아 좋은 등급을 받기 쉬운 과목에 쏠릴 수밖에 없다. 현재 수능 과목은 한국사를 제외하고 모두 2, 3학년 때 배운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사회·과학탐구도 고1 때 학습이 끝난다. 내신과 수능 변별력이 모두 약화되면서 학생은 수능과 내신 부담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 전교생이 200명인 학교라고 가정하면 내신 1등급이 현재 8명에서 20명으로, 2등급이 14명에서 48명으로 급증한다. 수시모집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성적만으로 대학이 학생을 가려내기 어려워지는 만큼 대학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높이거나 대학별 고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수능은 내신보다는 변별력이 있겠지만, 공통과목으로 치러지는 특성상 일부 상위권 대학은 우수 학생을 가려내기 위해 정시에서도 학생부의 교과 성적을 반영하거나 정성평가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대입 안정성을 위해 정시 비율을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하겠다고 한 만큼 일부 학생들이 ‘정시 올인’을 위해 고교를 자퇴하는 현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4학년도 서울 지역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은 43.0%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생들이 일찍이 수능 위주의 학습을 시작할 것”이라며 “의대 쏠림 현상이 외고, 국제고 등으로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동안 언어장애를 겪는 학생이 급증했지만 학교에 배치된 언어재활사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중고 특수학교와 일반학교의 특수교육 대상자 중 언어장애 학생은 2만7021명(특수학교 5855명, 일반학교 2만1166명)이었다. 2021년 1만9102명, 2022년 2만3966명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기간 마스크 착용과 대면 접촉 제한으로 학생들이 의사소통할 기회가 줄었던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 이들을 도울 언어재활사는 매우 부족하다. 특수학교조차 언어재활사 81명이 언어장애 학생 5855명을 책임지고 있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세종, 충남, 전북, 경북, 제주 특수학교에는 배치된 언어재활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특수학교 상황이 이러하니 일반학교 언어장애 학생이 언어재활사의 지원을 받기는 더욱 어렵다. 현재 학교마다 언어재활사를 의무 배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1950년대 이후부터 미국, 영국, 캐나다가 공립학교의 언어재활사 의무 배치 제도를 시행 중인 것과 대비된다. 2021년 국내에서도 특수학교 또는 시도 교육행정기관에 언어재활사를 두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된 적 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김 의원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언어장애 학생들이 부족함 없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수업 중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학원 숙제를 하는 학생에게 주의를 주는 것은 법적으로 정당한 학생 지도로 인정된다. 학부모가 교사 몰래 수업 내용을 녹음하면 교육청이 학부모를 수사기관에 고발도 할 수 있다. 교육부가 27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해설서’를 학교 현장에 배포했다. 이달 1일 생활지도 고시가 시행됐지만 ‘정당한 지도’를 두고 혼란이 계속되자 구체적인 사례를 든 해설서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해설서를 받아든 교사들은 “당연한 생활지도를 해설서로 정당하다고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자조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도 금지고시는 ‘교원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지도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수업 중 엎드리거나 자는 행위 △과제 지시에 따르지 않는 행위 △해당 수업과 관련 없는 타 교과 공부 또는 개인 과제를 하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수업 중 졸거나 엎드려 자는 것은 적극적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가 아니지만 면학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지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시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 해설서는 더 나아가 휴대전화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태블릿PC, 노트북 등을 모두 사용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려는 학생이 있으면 별도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를 위한 ‘개인 휴대전화 사용 허가 요청서’ 서식도 제시했다. 해설서는 학부모가 녹음기, 스마트폰 앱 등을 활용해 수업 내용을 녹음하거나 실시간으로 청취하는 것은 교권 침해로 교육청이 이를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복습을 위해 학생이 녹음하려면 교사에게 사전에 허가받아야 한다. 교사 또는 타인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는 학생이 있다면 주위 학생이나 교사에게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 또는 녹음을 하게 해 추후 증빙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벌 청소’는 안 되고 원상 복구 지시는 가능 교사는 수업 중 잡담, 장난, 고성 등으로 다른 학생의 학습을 방해하는 학생은 분리할 수 있다. 고시는 분리 장소와 시간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는데 해설서는 학생을 분리할 때의 유의 사항을 다양한 판례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기온이 33.8도인 날에 학생을 오전 10시 25분경 복도로 내보내고 낮 12시경까지 교실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 교사는 법원에서 정서적 학대라고 판단했다. 해설서는 “분리 환경을 고려해 방임되지 않도록 하고, 필요 이상의 분리는 자제하라”고 설명했다. 해설서에 따르면 지각한 학생에게 교무실 청소를 시키거나 과제를 안 한 학생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것은 정당한 훈계가 아니다. 낙서한 벽을 원상 복구하도록 하는 청소는 가능하지만, 교사가 현장에서 학생과 함께해야 한다. 학생에게 강제로 잘못을 시인하도록 하는 반성문도 정당한 훈계가 아니다. 자기 행동과 타인의 기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성찰하는 글쓰기’가 돼야 한다. 해설서를 본 교원들은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서울 지역 한 고교 교사는 “그동안 얼마나 교권이 무너졌으면 당연한 사안까지 일일이 해설서로 설명해야 하느냐”고 했다. 또 다른 고교 교사는 “해설서에 없는 사례도 많을 텐데 그걸로 꼬투리 잡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을까 봐 우려스럽다”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사례1. A 교사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에서 아직 ‘교권 침해’로 판단하지 않아 정신적 치료 비용을 지원받을 수 없었다. #사례2. B 교사는 “우리 애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응시하지 않겠다”고 한 학부모 자녀의 수능 원서 접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부모는 “교사가 접수를 누락했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고 교실에서 난동을 피웠다. B 교사는 학부모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A 교사와 B 교사 모두 ‘교원배상 책임보험’을 통해 각각 치료비나 심리상담비를 비롯해 1인당 최대 500만 원의 소송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의 교원배상 책임보험 표준 모델(안)을 25일 발표했다. 교원배상 책임보험은 교원이 교육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생긴 분쟁에 대한 손해배상금, 변호사비 등을 지원한다.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민간 보험사와 계약해 운영하는데, 보장 항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교육부는 표준안을 만들어 각 교육청이 내년 계약을 체결할 때 반영하게 했다. 지금까지는 교원이 피소되는 경우만 소송 비용을 지원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들이 명예훼손 등의 교권 침해를 당해도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교원이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하면 변호사 선임 비용을 최대 500만 원 지원받는다. 또 내년부터는 교보위의 결과가 없더라도 교권 침해 여지가 있는 사안으로 피해를 입은 교원의 신체적·정신적 치료비와 심리상담비가 보장된다. 교원이 민형사 소송에 처했을 때는 수사 단계부터 변호사 선임 비용을 최대 550만 원 선지급받을 수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교권보호 4법’과 관련해 “하위 법령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교육 현장 정상화에 힘써 달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이달 말 공포 즉시 시행할 방침이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은 대부분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대통령 지시에 따라 시급한 것은 먼저 시행하도록 할 계획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앞으로 교사는 교권 침해 학생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거나 ‘반성문’을 쓰게 해도 아동학대 범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개정안 등 ‘교권 보호 4법’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서 이르면 이달 말 시행될 예정이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 후 본회의 상정 및 통과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도 많았다. 담배 유해 성분을 공개하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법사위 통과에 만족해야 했다. 5년 이내에 음주운전이 2회 이상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운전자는 차에 시동잠금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본회의 통과가 유력했으나, 처리되지 않았다. 위기 임신부가 익명으로 아이를 낳고, 나중에 생모를 찾을 수 있도록 한 ‘보호출산제’ 도입을 위한 법 제정안도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본회의가 중간에 산회하면서 상정되지 못했다. 중대 범죄 피의자들의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공개하기 위한 법,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 서류를 내지 않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보험업법 개정안도 이날 처리되지 않았다.‘악성 민원’ 학부모, 교사에 사과하거나 특별교육 교권보호 4법 국회 통과아동학대 신고로 직위해제 못해수사땐 교육감 의견 제출 의무화 앞으로 유초중고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신체적 학대나 정서적 학대, 방임 등의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 이런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달 말부터 시행된다. 교권 침해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나가게 한 교사를 정서적 아동학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교권 보호 4법’(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교육기본법)이 통과됐다. 이달 15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4개 개정안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의 문턱을 모두 넘었다. 교육부는 대부분의 개정안을 이달 말 공포 즉시 시행한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교원의 직위해제 제한 조항만 즉시 시행하고 나머지는 내년 3월 시행한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 행위가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돼 조사·수사가 진행되는 경우 교육감이 의무적으로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또 교원이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됐어도 정당한 사유 없이는 직위해제를 당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교육감의 의견 제출 의무화 제도는 25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앞으로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받으면 조사·수사기관은 이를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에 즉시 알려야 한다. 교육지원청은 해당 교원의 행위가 이달 시행된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보장된 정당한 생활지도인지를 판단하고, 시도교육청이 최종적으로 ‘교육감 의견서’를 작성해 조사·수사기관에 제출한다. 교육부는 교육지원청이 아동학대 신고 사실을 수사기관에서 공유받은 시점으로부터 7일 이내에 이 과정을 완료하도록 할 방침이다. ‘악성 민원’을 한 학부모는 내년 3월부터 교권 침해 가해자로 분류돼 해당 교원에게 사과하거나 특별교육을 받게 된다. 교원지위법에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와 ‘교원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행위’가 교권 침해 유형으로 신설됐기 때문이다. 교권 침해 학부모에게는 ‘서면 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특별교육·심리치료’ 조치를 할 수 있고 미이수 시 300만 원 이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다. 교원단체들은 환영하면서도 추가적인 법 개정을 요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개정된 초·중등교육법과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이 충돌되지 않아야 한다”며 “두 법안도 교원의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처벌되지 않게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초등 의대반 모집.’ 자주 가는 상가의 한 학원에 이런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사교육 과열 지역도 아닌데 이런 학원이 있다고 신기해한 게 벌써 작년 일이다. 이제 초등 의대반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학원이 됐다. 네 살부터 ‘닥수’(닥치고 수학) 인생을 시작하는 게 요즘 현실이다. 의대 가는 데 중요한 수학 점수를 높이기 위해, 유명 수학학원에 합격하고 레벨이 강등당하지 않도록 말이다. 아이가 뛰어난 의술을 베푸는 의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보다는, 의대에 가서 성공한 삶을 살 길 기대하는 학부모가 대부분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내 아이의 불확실한 미래는 견딜 수 없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없는 경쟁을 경험한 수험생들도 대학입시 관문에서는 부모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서울대 이공계열 합격점수(대학수학능력시험 백분위 평균 기준, 93.9점)가 처음으로 고려대(94.9점), 연세대(94.2점)에 밀렸다.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각 대학이 공시한 입시자료를 동아일보와 종로학원이 분석한 결과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의약학계열을 선택한 탓에 서울대 이공계열 합격점수가 낮아진 것이다. 상위권 대학 합격 뒤에도 의대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는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2023년 중도탈락자는 2131명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같은 대학 친구들끼리 손잡고 재수종합학원에 가기도 한다. 2024학년도 수능 지원자의 35.3%(17만7942명)가 N수생, 검정고시 출신 등으로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세 번째로 높은 이유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수험생들은 너도나도 ‘지금이 의대 갈 찬스’라고 말한다. 의대에 목을 매는 학부모나 학생을 탓할 수는 없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학원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벤처가 터집니까, 세계적인 기업이 나옵니까? 의사만큼 확실한 직업이 어디 있나요? 공산당이 내려와도 의사는 살려준다고 하잖아요.” 현 정부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분야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2024학년도 첨단학과 정원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정원이 적어서 인재가 없던 게 아니다. 열심히 공부한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취업은 불안정한데 처우도 안 좋고, 박사까지 공부해 봐야 그만큼 보상도 받지 못할 것 같고, 창업은 더 불안하다. 요즘 이공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이걸 정부가 바꾸지 않으면 의대 광풍은 계속될 것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국내 입시 역사상 처음으로 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서울대 이공계열 합격점수가 고려대, 연세대보다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수학, 탐구 영역 백분위 평균 기준으로 서울대는 93.9점, 고려대 94.9점, 연세대 94.2점이었다. 서울대에 합격할 만한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의약학계열을 선택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17일 종로학원과 함께 2020∼2023학년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정시 합격 점수와 2022∼2023학년도 정시 의약학계열(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합격 점수를 비교했다. 합격 점수는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각 대학이 공시한 정시 최종 등록자 70% 컷을 활용했다. ‘70% 컷’이란 최종 등록자가 총 100명이라고 가정하고 이들의 수능 국어, 수학, 탐구 두 과목 백분위의 평균값을 냈을 때 70등의 점수다. 서울대의 정시 이공계열 합격 점수는 2020학년도 95.0점, 2021학년도 95.1점, 2022학년도 95.0점으로 모두 고려대와 연세대를 앞섰다. 하지만 2023학년도에는 서울대가 두 대학 다음으로 떨어졌다. 2022, 2023학년도 SKY 이공계열의 합격 점수는 전국 의약학계열 합격 점수보다 모두 낮다. 이는 ‘의대 열풍’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 25개 의대와 서울대 이공계열의 합격 점수 격차는 2023학년도에 4.2점으로, 전년(2.9점)보다 벌어졌다. 반면 고려대와 연세대는 격차가 줄었다. 서울대에 지원할 만한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서울대 간판보다는 의대’를 택하고, 그보다 성적이 낮은 수험생이 서울대 이공계열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대와 연세대 이공계열 학생들은 의대를 진학하기에는 성적이 부족하다고 봐 이탈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합격선의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 배치표에서 서울대가 고려대와 연세대 아래에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서울대 중위권 학과 점수가 떨어져도 고려대, 연세대 상위권 학과에 걸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공계 블랙홀’ 의대 열풍으로 인한 서울대의 합격 점수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 중이라 “의대에 갈 절호의 찬스”라며 N수생까지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서울대 이공계보다 지방의대”… 합격생 ‘의-치-한-약-수’로 이탈 서울대 이공계, 고대-연대에 역전당해이과 수험생들 의대 쏠림 현상문이과 통합 수능 이후 더 심해져이공계생도 반수하고 의대 지원 “서울대 이공계열 합격 점수가 연세대, 고려대와 몇 점 차이 날 것 같습니까. 서울대가 더 낮은 학과도 많아요. 서울대 올 애들이 다 의대 가거든요. 예전 같았으면 서울대에 합격하기 어려운 점수의 학생이 서울대에 오고, 조금 더 공부해서 ‘의대 가겠다’고 나가요.” 최근 한 서울대 교수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동아일보와 종로학원이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시된 입시 결과를 분석했더니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서울대 이공계열 정시 합격 점수(70% 컷·93.9점)가 전년보다 1.1점 떨어져 고려대(94.9점), 연세대(94.2점)보다 낮았다.● ‘서울대보다 의대’ 최상위권 이동서울대 이공계열의 정시 합격 점수는 2020∼2022학년도에 각각 95.0점, 95.1점, 95.0점으로 비슷했다. 정시 제도에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닌데 2023학년도에는 93.9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대 의대는 합격 점수가 99.2점에서 99.4점으로 올랐다. 또 서울대 인문계열은 합격 점수가 95.7점으로 고려대(94.1점), 연세대(91.2점)를 앞섰다. 이는 2022학년도부터 통합형 수능 체제로 바뀌며 점수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이과생이 서울대에 가기 위해 인문계열로 교차 지원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이공계열 점수가 떨어진 사이 전국 의약학계열(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의 합격 점수는 올랐다.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 의대(25곳) 정시 합격 점수는 97.9점→98.1점, 치대(9곳) 96.8점→97.3점, 한의대(5곳) 96.0점→97.2점, 약대(24곳) 95.5점→96.3점, 수의대(8곳) 95.4점→96.1점으로 높아졌다. 입시업계에서는 ‘의대 광풍’이 불러온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서울대 이공계열이 아닌 의약학계열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정시에서 의약학계열만 지원하거나 서울대 이공계열에 지원했어도 의약학계열 합격 뒤 빠져나가면 그보다 점수가 낮은 수험생이 등록해 이공계열 합격 점수가 낮아진다. 고려대, 연세대 이공계열 합격 가능 점수는 대개 의대 합격 안정권이 아니라 소신 지원을 하다 보니 서울대 합격 점수보다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2022학년도부터 도입된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서는 문과생보다 수학을 잘하는 이과생에게 유리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의약학계열 쏠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올해 11월 16일 치러지는 2024학년도 수능 지원자 중 졸업생 등의 비율은 35.3%(17만7942명)로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세 번째로 높다.● 이공계열 상당수 ‘의대 지망생’고려대, 연세대도 ‘의대 열풍’을 비켜 갈 수는 없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연고대 이공계열 상당수가 만족을 못 하고 의대를 준비한다”고 전했다. 연고대 합격생은 ‘나보다 점수가 높지 않았던 학생이 서울대 이공계열에 갔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공부해서 의대를 가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2023년 중도 탈락자 규모를 집계했더니 총 2131명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이 중 고려대가 897명, 연세대가 822명으로 전체의 80.7%였다. 고려대 관계자는 “한 학기만 다니고 반수를 선택하는 이공계생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SKY 자연계열에서 중도 탈락자 수가 많은 학과는 연세대 공학계열, 고려대 생명공학부, 고려대 생명과학부 순이었다. 과거에는 생명 관련 학과에서 두드러졌다면 이제는 학과를 가리지 않는다는 게 교수들의 의견이다. 서울대 이공계열에 합격하고 의대 입시에 재도전하는 경우도 많다. 2023년 서울대 이공계열에서 중도 탈락자 수가 많은 학과는 생명과학부, 응용생물화학부, 전기·정보공학부 순이다. 응용생물화학부의 경우 재적 학생 52명 중 46%(24명)가 중도 탈락한 것으로 집계됐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학과 2학년인 A 씨는 올해 휴학하고 재수종합학원에 등록했다. 의대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학과 공부가 적성에 맞지만, 그걸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는 “같은 학과 선배들을 봐도 취업이 쉽지 않다. 박사를 할 것도 아니고 창업은 맨땅에 헤딩”이라며 “지금 좀 힘들어도 의대에 가면 미래가 보장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 열풍이 장기화되면 국내 이공계 인재 양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가장 큰 문제는 이공계열 학생에게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지 못해 학생이 중도 이탈하면서 뛰어난 인재를 키울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윤채옥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졸업 후 잘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공계가 졸업 후 성공한 케이스가 많으면 좋은데 그게 아닌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분야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첨단학과 정원을 크게 늘렸지만 이들 학과도 1, 2년 뒤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첨단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이 의대에 가겠다고 대거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도 탈락자 규모를 보면 정부가 아무리 첨단학과 정원을 확대해 봐야 의대 열풍 때문에 아무 소용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내에서는 아직 문제 인식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학생들이 1학년 중간에 빠져나가는 게 눈에 보여 속이 상하지만 다른 학생들이 또 와서 채운다”며 “(의대 열풍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메이저 대학은 이공계열 인력 공급 체계가 무너질 수준이라는 고민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7주 연속 진행됐던 대규모 교사 집회가 지난주를 건너뛰고 2주 만인 16일 재개됐다. 검은 옷을 입고 모인 교사들은 이날 오후 2∼4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의사당대로 4개 차로에 모여 교권 보호 입법을 요구했다.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 경찰 추산 2만여 명이 모여 식지 않은 열기를 보여줬다. 전국 60여 개 지역에서 전세버스 91대로 모인 교사들은 전날(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교권 회복 4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의 조속한 본회의 통과를 촉구했다. 21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을 1호로 처리해 달라는 취지였다.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와이낫’ 닉네임을 쓰는 집회 총괄자 A 씨는 “오랜 시간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단 하루도 편히 지내지 못했지만 교육부도, 교육청도 책임져 주지 않았다”며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이전 집회와 다르게 국회를 등지고 있다가 입법 촉구 구호를 외칠 때만 국회를 향해 돌아섰다. 아동학대법상 ‘정서 학대의 주체’에서 교사를 제외시켜 달라는 의미를 담아 ‘정서학대 교사배제’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을 대열 뒤로 이동시키면서 파도타기를 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교사들은 수업 방해 학생의 분리 방침을 법제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1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공포해 교육 활동을 방해한 학생을 교실 안팎으로 분리할 수 있게 규정하면서 분리 장소와 시간은 학칙으로 정하게 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권 침해 학생을 분리할 공간과 해당 학생을 별도로 지원할 인력 등이 부족하다며 구체적인 지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과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국회와 정부가 9월 중 우리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교육 관련 단체들은 그 책임을 묻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7주 연속 진행됐던 대규모 교사 집회가 지난주를 건너뛰고 2주 만인 16일 재개됐다.검은 옷을 입고 모인 교사들은 이날 오후 2시~4시경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의사당대로 4개 차로에 모여 교권 보호 입법을 요구했다.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 경찰 추산 2만 여 명이 모여 식지 않은 열기를 보여줬다. 전국 60여개 지역에서 전세버스 91대가 동원돼 모인 교사들은 전날(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교권회복 4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의 조속한 본회의 통과를 촉구했다. 21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을 1호로 처리해달라는 것이 취지였다.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와이낫’ 닉네임을 쓰는 집회 총괄자 A 씨는 “오랜시간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단 하루도 편히 지내지 못했지만 교육부도, 교육청도 책임져주지 않았다”며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참가자들은 이전 집회와 다르게 국회를 등지고 있다가 입법 촉구 구호를 외칠 때만 국회를 향해 돌아섰다. 아동학대법상 ‘정서 학대의 주체’에서 교사를 제외시켜달라는 의미를 담은 ‘정서학대 교사배제’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을 대열 뒤로 이동시키면서 파도타기를 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강원도 원주에서 이날 집회에 참여한 교사 이모 씨(38)는 “아동학대법 개정이 시급해 보여 벌써 네 번째 집회에 참여했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교사들은 수업 방해 학생의 분리 방침을 법제화해달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1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통해 교육 활동을 방해한 학생을 교실 안팎으로 분리할 수 있게 규정하면서 분리 장소와 시간은 학칙으로 정하게 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권 침해 학생을 분리할 공간과 해당 학생을 별도 지원할 인력 등이 부족하다며 구체적인 지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과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국회와 정부가 9월 중에 우리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교육 관련 단체들은 그 책임을 묻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학부모가 타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교권 침해’라는 판단을 처음 내렸다. 학부모가 의견을 제시할 때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학부모 A 씨가 전북의 한 초등학교장을 상대로 낸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판결에 따르면 2021년 4월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였던 B 씨는 A 씨의 자녀가 수업 중 생수병으로 장난을 치자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 카드’ 부분에 붙이고 방과 후 14분 동안 청소를 하게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교감을 찾아가 항의하고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남편과 교실로 찾아가 B 씨에게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민원이 반복되자 B 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기억상실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고, 우울증을 이유로 병가를 냈다. 그러나 이후에도 A 씨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B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며 담임 교체 요구를 멈추지 않았다.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총 8차례 담임 교체를 요구한 A 씨의 행위를 ‘교권 침해’로 판단했지만 A 씨는 이에 반발해 취소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A 씨의 행동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인 ‘반복적이고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학생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무분별한 담임 교체 요구는 교권 침해를 넘어 많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환영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학부모가 타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교권 침해’라는 판단을 처음 내렸다. 학부모가 의견을 제시할 때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학부모 A 씨가 전북의 한 초등학교장을 상대로 낸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판결에 따르면 2021년 4월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였던 B 씨는 A 씨의 자녀가 수업 중 생수병으로 장난을 치자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 카드’ 부분에 붙이고 방과 후 14분 동안 청소를 하게 했다.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교감을 찾아가 항의하고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남편과 교실로 찾아가 B 씨에게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민원이 반복되자 B 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기억상실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고, 우울증을 이유로 병가를 냈다. 그러나 이후에도 A 씨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B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며 담임 교체 요구를 멈추지 않았다.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총 8차례 담임 교체를 요구한 A 씨의 행위를 ‘교권 침해’로 판단했지만 A 씨는 이에 반발해 취소소송을 냈다.대법원은 A 씨의 행동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인 ‘반복적이고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학생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날 판결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무분별한 담임 교체 요구는 교권 침해를 넘어 많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환영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13일 마감된 서울대의 2024학년도 대학입시 수시모집 경쟁률이 8.84 대 1로 지난해(6.86 대 1)보다 높아졌다. 서울대 수시 경쟁률은 2022학년도(6.25 대 1)부터 3년 연속 올랐다. 이날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대 수시는 2181명 모집에 1만9279명이 지원했다. 특히 의대 경쟁률도 12.30 대 1로 지난해(10.49 대 1)보다 올랐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의대 쏠림’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2024학년도에 신설되는 첨단학과는 10.00 대 1이었다. 경영(특별전형 제외) 평균 경쟁률은 5.34 대 1로 지난해(4.81 대 1)보다 올랐다. 상위권 대학에 다니다가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N수생도 서울대에 많이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체 수능 지원자 중 N수생과 검정고시 출신을 합친 ‘졸업생 등’ 비율은 35.3%로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세 번째로 높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초고난도) 문항’이 출제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 N수생이 ‘수능 고득점’을 자신하며 대입 재도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수시에서 떨어져도 이후 수능을 통해 정시로 서울대 합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상위권 재학생, N수생들이 많이 원서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고3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지역균형전형 경쟁률도 많이 올랐다. 이는 2024학년도부터 서울대가 과학탐구Ⅱ 선택과목 필수 지정을 폐지한 영향이 크다. 어려운 Ⅱ 과목을 보지 않아도 되고 수능서도 킬러 문항이 사라지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때문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재학생들이 서울대에 많이 지원한 것으로 해석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020년 한국의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이 1만2225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만8105달러)보다 5880달러나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보다 지출액이 8%(938달러) 늘어난 것임에도 OECD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12일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3’에 따르면 2020년에도 한국의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 재정 불균형 문제는 여전했다. 공교육비는 학부모가 사교육에 쓴 비용을 제외하고 정부나 민간이 교육에 사용한 전체 비용이다. 초등학생과 중고교생의 경우 2020년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이 1만3278달러, 1만7038달러로 OECD 평균(각각 1만658달러, 1만1942달러)보다 높았다. 지출액이 2019년 대비 각각 0.5%, 0.2% 감소했음에도 동일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방과후학습 등이 취소돼 지출액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학은 “대학생들이 초중고교생보다 못한 환경에서 공부한다”고 호소해 왔다. 2020년 초중등교육 공교육비에 대한 대한 정부 지출 비중은 94.7%지만, 고등교육은 43.3%에 불과했다. 고등교육에 대한 OECD 평균 정부 지출 비중은 67.1%였다. 2022년 한국의 국공립 초중고교 초임 교사의 법정급여는 각각 3만3615달러, 3만3675달러, 고등학교 3만3675달러로 OECD 평균(초교 3만6367달러, 중학교 3만7628달러, 고교 3만9274달러)보다 낮았다. OECD가 사용한 환율은 각국의 물가를 환율에 반영한 구매력 평가(PPP) 환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OECD는 교사 대부분이 석·박사 학위 소지자라 한국과 초임 연봉 차이가 있다”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11월 16일 시행되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지원자 중 N수생과 검정고시 출신을 합친 ‘졸업생 등’ 비율이 35.3%로 집계됐다.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세 번째로 높다.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올해 수능에서 킬러(초고난도) 문항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 N수생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1일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 자료에 따르면 졸업생 등 지원자는 17만7942명으로 전체 지원자(50만4588명) 중 35.3%다. 졸업생 등 지원자는 ‘졸업생’(15만9742명)과 ‘검정고시’(1만8200명)로 나뉘는데, 검정고시 출신 지원자 비율이 3.6%로 수능 역사상 두 번째로 높다. 대학입시를 효율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학교 자퇴 뒤 학원에서 수능 공부에 올인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에서 과학탐구 지원자 비율은 49.8%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가 분리된 2005학년도 이래 최대다. 수학영역에서 ‘미적분’과 ‘기하’를 택한 지원자 비율은 53.3%로 통합형 수능이 시작된 2022학년도 이래 최대다. 의대나 공대 등 이공계에 대한 선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N수생 등도 이과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9월 수능 모의평가에서 수학 영역이 쉽게 출제돼 올해 이과 상위권은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고려대가 6년 연속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23학년도 로스쿨 입시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 입학생의 출신 대학은 고려대(19.9%)가 42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대(18.5%·399명), 연세대(15.2%·328명) 등의 순서였다.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출신 입학생은 총 1155명으로 전체 입학생의 과반(53.6%)을 차지했다. 고려대는 2018년부터 6년 연속 로스쿨 진학자를 최다 배출했다. 2018년 364명, 2019년 382명, 2020년 372명, 2021년 424명, 2022년 431명이었다. 로스쿨 진학자가 많은 배경으로 고려대는 학부 시절부터 양질의 법학 교육을 접한 학생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예를 들어 고려대 자유전공학부는 학생이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맞춰 전공을 설계할 수 있는데, 필수적으로 법률적 기초지식을 쌓도록 독려한다. 공적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법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로스쿨 소속 교원이 직접 학부 수업을 강의해 법학 교육의 질도 높다. 고려대는 2023년 신규 임용 검사로 16명을 배출해 사립대 중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 상위권 대학 1학년 A 씨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원서 접수 마지막 날인 8일 수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의대 혹은 보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은 줄곧 있었지만, 1학기에는 수능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6일 치러진 수능 9월 모의평가 이후 원서 접수를 결정한 것. A 씨는 “(수능이) 69일밖에 안 남았지만, 킬러 문항이 사라진다”며 “지금부터 준비하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수능 원서 접수가 8일 마무리된 가운데 A 씨처럼 막바지에 지원한 N수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입시업계에서는 정부가 9월 모의평가를 통해 ‘올해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없을 것’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9월 모의평가 이후 학원에는 “지금이라도 들어갈 수 있느냐”는 N수생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학원들은 다음 주부터 ‘파이널 수능 완성반’을 개강한다. 학원 관계자 B 씨는 “수능이 2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의대에 도전하겠다’는 반수생들도 (학원에) 등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업계는 올해 수능에서 N수생 지원자 비율이 34.1%까지 올라 1996학년도 이후 최고 수준일 것으로 예측한다. 종로학원은 올해 수능 지원자가 49만1737명이고, 이 중 N수생 비율이 34.1%(16만7527명)일 것으로 추산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재학생 지원자 수는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최저 수준, N수생 비율은 1996학년도(37.3%) 이래 최고치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1996학년도는 1997학년도 수능 체제 변화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N수를 하려던 수험생이 많았던 해다.올 수능 ‘쉬운 수학’ 전망… 추석 특강은 국어-탐구 영역에 집중 입시학원 줄선 대학생들 “9월 모의평가(6일)에서는 지방 국립대 의대에 합격할 정도의 성적이 나왔어요. 킬러 문항이 없다 보니…11월 수능에서는 더 잘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서울 상위권 대학 공대생 C 씨의 말이다. 그는 혼자 수능 준비를 하다가 최근 학원에 등록했다. 독학으로 반수를 준비하던 수험생까지 9월 모의평가 이후 “바짝 더 공부하면 승산이 있겠다”며 학원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꼭 의대가 아니어도 대학 수준을 더 높이려고 반수에 도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 학원 관계자는 “서울 상위권 대학 합격생은 한두 문제 차이로 대학이 갈린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킬러 문항이 없다니 자신 있어 한다”고 전했다. 학원가에 따르면 수험생 대다수는 ‘국어 영역’과 ‘탐구 영역’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기존에는 “수학을 잘해야 유리하다”며 끝까지 수학 영역에 공들이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9월 모의평가에서 수학 영역이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질문과 선택지가 까다로워진 국어 영역과 탐구 영역에 올 수능의 변별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요 학원들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국어 영역과 탐구 영역 특강을 다수 준비했다. 학원들이 모집 중인 추석 특강에는 ‘선택지의 모든 것’ ‘하루에 완성하는 EBS 연계 교재 몰아보기’ 등이 있다. 학원 광고에서 ‘킬러 문항 대비’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는 반면 ‘중상 난도 집중 대비’ 등은 자주 보인다. 한 유명 학원 관계자는 “수학 영역에서 만점자가 다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위권에게는 국어 영역과 탐구 영역의 마지막 정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킬러 문항이 사라지고 선택지가 어려워지고 EBS 체감 연계율이 높아진 9월 모의평가의 특성을 반영한 특강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