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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권 ‘北 퍼주기’ 교류 순수성 흠집 ▼사회적 합의없는 대북지원 논란… 北 ‘대화 대가’ 요구하는 계기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북한과의 화해·협력이라는 신종 북풍(北風)이 불었다. 2000년 총선 사흘을 앞두고 1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고, 2007년 대선을 코앞에 두고 2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그러나 2000년 대북 비밀송금 사건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북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2002년 대선을 앞둔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6·15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 거액을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대북 퍼 주기’ 논란이 커지면서 대북 송금 특검법이 통과됐고 이듬해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은 대북 사업을 추진하던 현대그룹을 통해 이뤄졌다. 현대그룹은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2000년 6월 12일 7개 대북사업 독점권을 획득하는 대가로 4억50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했다. 홍콩 마카오 등 북한 해외 계좌를 통해 ‘쪼개기 입금’이 됐고 국가정보원이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뇌물수수와 직권 남용 혐의로 구속했고 이 와중에 조사를 받던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투신했다. 2004년 대법원은 4억5000만 달러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독점권 대가라는 것을 받아들였고, 박 전 실장이 현대그룹으로부터 150억 원을 받았다는 뇌물수수 혐의에도 무죄를 선고했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만남에 감격했던 국민은 대북 지원 과정이 사회적 합의 절차 없이 몰래 진행됐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 간 신뢰가 쌓이면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무너졌다. 특히 북한이 남북 교류에서 ‘뒷돈’을 요구해 남북 관계가 왜곡되는 계기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정권 ‘긴장 증폭’ 안보 불신 부추겨 ▼김현희 압송… 간첩단… 총풍… 대선때 ‘정치조작’ 의심 불러 보수정권은 ‘북풍(北風)’을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역대 대선마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 보수정권이 승리하는 공식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13대 대선을 앞둔 1987년 11월 29일 인도양 상공에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고로 115명이 목숨을 잃었다. 북한 공작원 김현희가 바레인에서 체포돼 국내로 압송되는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안보 위기를 느낀 국민의 상당수가 민주정의당 노태우 대선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1992년 10월에는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는 황인오 씨 등 60여 명을 구속하며 남로당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14대 대선에서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가 민주당 김대중 후보를 이기고 당선됐다. ‘총풍(銃風)’ 사건은 북풍의 실체가 밝혀진 사건이다.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와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1997년 12월 15대 대통령선거 직전. 장석중(대호차이나 대표) 오정은(전 청와대 행정관) 한성기(전 진로그룹 고문) 등 ‘총풍 3인방’은 1997년 10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박충 참사와 접촉했다. 이들은 옥수수 박사 김순권 씨의 방북 대가로 판문점에서 총격전을 벌여 달라고 요청했으나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대선 이듬해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여당은 “고문에 의한 조작극”이라고 역공에 나섰으나 2003년 대법원은 ‘총풍 3인방’에게 징역 2∼3년, 집행유예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비록 무위에 그쳤다고는 하나 북풍이 기획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이 사건은 ‘혹시나’ 했던 국민이 안보불감증을 키우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찬성이냐, 반대냐.”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사흘 뒤인 9월 12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는 긴급 회동을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 끝까지 핵 능력을 최대한 고도화해서 쓰겠다’는 길을 택했다”며 여야 대표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만 “북한 김정은도 이 자리를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며 사드 합의를 주장했지만 여야 간 간극만 확인했을 뿐이다. 오히려 추 대표는 대북 특사 파견을, 박 위원장은 대북 쌀 지원을 제안했다.○ “북핵 위기에 대한 다른 진단, 다른 처방” 북한은 1차 핵 위기를 타개한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에도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변하지 않는 북한을 마주 보고 한국의 대북 정책은 양 극단을 오갔다. 대화냐, 압박이냐 하는 이분법적인 대북 정책으로 최적화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대립만 이어졌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2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대북 유화 정책으로 일관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대북 압박 정책으로 급선회했다. 여당은 “10년간 햇볕정책과 대북 퍼 주기가 북한에 핵미사일을 개발할 시간과 돈을 주었다”라고, 야당은 “퍼 주기로 핵이 개발됐다면 퍼 주지 않은 새누리당 정부 때 어떻게 4번이나 핵실험을 했겠는가”라고 반박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19일 “북핵 위기에 대한 진단이 다르니, 처방이 다르게 나오는 것”이라며 “현재의 북핵 위기는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됐는데 여당은 제재만, 야당은 대화만 하자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위기의 출발이 김정은 일가의 정권 생존을 위한 북핵 야욕 때문인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대결 구도 때문인지에 대한 진단의 차이가 결과적으로 여야의 북핵 위기 책임 미루기로 이어지는 셈이다. 사드 배치가 7월에 공식 발표된 이후에도 정치권은 안보에 기반을 둔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여당과 경제를 고려한 한중 관계를 강조하는 야당으로 순식간에 갈라졌다. 한 달 뒤 더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중국 전문가와 사드 논의를 목적으로 방중에 나서자 ‘친중’ ‘친미’ 논란은 격화됐다. 국제질서를 이끄는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경제적으로 충돌하면 한국에는 사안별로 양자택일의 순간이 다가오기도 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미 동맹도 한중 관계도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라며 “한미 동맹에만 치우치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2중대로 취급된다. 한중 관계를 강조하는 친중파는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한중 관계를 지나치게 낙관한다”라고 경계했다.○ ‘모 아니면 도’ 식의 해법 나열 올해 북한의 4차, 5차 핵실험 이후 정치권은 햇볕정책부터 핵무장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안보 담론을 쏟아냈다. 그러나 진지한 토론에 따른 진전은 찾기 어렵다. 서로 물러서지 않는 ‘모 아니면 도’ 식의 해법 나열로 안보 위기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대표적인 핵무장론자다. 원 의원은 “자위권 차원에서 평화의 핵을 가질 때가 됐다”라고 주장한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핵무장을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하고 준비해야 한다”라고 핵무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햇볕정책 계승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핵 포기와 평화협정이 단계적으로,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라며 “대화 테이블이 돌아가는 동안 핵 능력은 멈췄다.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더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북한) 핵이 점점 더 고삐 풀린 괴물처럼 돼 가는 건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풍정책’으로 간 결과”라며 압박 정책을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5차 북한 핵실험이 ‘게임 체인저’가 됐다고 단언한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북핵 위기를 헤쳐 가려면 확실한 군사적인 대비를 바탕으로 일관된 대북 정책, 국민의 공감대,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런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북핵 위기 20년은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북한도 변하게 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7일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의 한 중소기업을 방문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파문이 불거진 뒤 나흘 만의 첫 공개 행보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 대해 “솔직히 (찬성했다는) 그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핵심 당사자인 문 전 대표의 첫 언급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더 복잡하게 흘러가는 양상이다.○ ‘모호’→‘표결 찬성’→‘기억나지 않는다’ 이번 파문이 불거진 직후인 14일 문 전 대표 측은 “(남북한) 여러 채널의 대화가 다양하게 이뤄지던 시점에서 논의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핵심인 북한과의 사전 문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 “처음에는 문 전 대표가 찬성했다”며 송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16일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도 “문 전 대표가 초기에는 찬성했다”며 “(북측 의견을 물은 게 아니라) 기권 결정을 내린 뒤 북에 통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문 전 대표는 “저는 기권을 주장했을 것 같은데 다 그렇게 (찬성)했다고 한다. 모르겠다”고 했다. 기권 결정을 북에 전달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이 전 장관 등의 증언을 토대로 송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려던 문 전 대표 측 전략에 문 전 대표 본인이 제동을 건 모양새다. 다만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진실 공방 자체를 흐리는 효과를 거둔 셈이 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문 전 대표는 (북 전달 여부 등)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며 “당시 상황은 이 전 장관, 백종천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등 당사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확인을 거쳤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문 전 대표의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하느라 다소 혼선처럼 비치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전 장관은 이날 “(회고록을) 믿지 않는다”며 “나도 메모가 있다”며 송 전 장관을 겨냥하고 나섰다. 당시 찬성(송 전 장관)과 반대(이 전 장관)를 각각 주장하며 격돌했던 두 사람 간 공방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로 비치는 대목이다. 또 다른 당사자인 백 전 실장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이에 대해 당시 외교라인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이 속한 자주파와 친하지만 군 출신인 백 전 실장은 송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할 수도 없어 ‘기억이 안 난다’로 일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11월 15일부터 18일까지 최소한 세 차례 이상 회의가 열렸는데 비서실장으로 핵심에 있었던 문 전 대표가 기억에 없다고 한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서별관 회의의 회의록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설령 사실이 밝혀져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문 전 대표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은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NLL 회의록 파문’의 학습효과? 이런 문 전 대표의 대응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회의록 논란’의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 측은 강하게 반박했고 공방이 회의록 확인으로까지 번졌지만 검찰 조사 결과 회의록 원본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문 전 대표는 “대화록 원본을 공개하자”며 강경 대응의 선봉에 섰지만 이번 파문의 진실 공방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강경 대응으로 나섰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왔던 NLL 논란처럼 공방의 극한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라며 “이번 파문을 ‘진실게임’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여당의 철 지난 색깔론 공세’로 끌고 가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NLL 논란과 달리 뚜렷한 물증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와 국방부는 이날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과 관련해 남과 북이 판문점 연락사무소나 군통신선 등 대화채널로 전화통지문을 주고받은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이 회고록에서 국정원을 거론했음을 감안하면 공식적인 채널로는 기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응책 없는 새누리당 문 전 대표는 이날 9년 전 논란은 피해가면서 “새누리당은 북한 덕분에 존속하는 정당”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극심한 경제위기와 민생 파탄, 그리고 우병우(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와 (야당이 ‘비선 실세’라고 주장하는) 최순실 씨, 고 백남기 선생의 부검 문제 등을 덮기 위해 남북관계를 정쟁 속으로 또다시 끌어들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문 전 대표가 ‘대선 정국의 전초전’ 같은 이번 국면에서 밀릴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뭉개기 전략으로 가는 것 같다”며 “당시 회의자료 등이 대통령기록물로 보관돼 있는지, 설사 있다 해도 보존 기간 이전에 열람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야당이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우경임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여당의 ‘송민순 회고록’ 총공세를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등을 덮기 위한 정치 공작이라며 ‘역(逆)색깔론’으로 반격에 나섰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나라 대통령과 집권당, 검찰 권력은 한참 낡은, 정말 환멸스러운 종북몰이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다”며 “참으로 한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 우리 당 대선후보를 상대로 흠집 내기, 명예훼손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문재인 전 대표를 옹호했다. 추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JP(김종필 전 총리)가 말하길 회고록은 누구 것이든 세상에 믿을 만한 게 없다고 하셨다”고도 했다. 김영주 최고위원은 “회고록 사태는 제2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공작”이라며 “NLL 사태 때도 진실은 명백했고, 허위 발언한 새누리당 전 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를 ‘제2의 NLL 공작’ ‘색깔논쟁’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날 더민주당은 전해철 의원을 위원장으로 ‘비선실세 국정농단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송민순 회고록’ 정국을 돌파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대응을 놓고 ‘북한 인권결의안을 북한과 협의했느냐’란 문제의 핵심에서 비켜나 진실 규명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내 일각에서도 “여당의 이념 공세가 맞더라도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의 군 통수권자로서 자질을 검증하자는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이 ‘송민순 회고록’ 내용을 사실상 부인하자 송 전 외교통상부 장관(사진)은 16일 서울 용산구 자택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모든 것은 책에 있는 그대로다. 기록을 바탕으로 썼다”고 잘라 말했다.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과정을 다룬 청와대 회의 내용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착잡해했다는 회고록의 언급들이 모두 기록에 근거한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만남은 문 전 대표 측의 브리핑 내용을 송 전 장관에게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 전달하고, 그 진위를 물은 직후 이뤄졌다. 송 전 장관은 “이런 정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과거를 보고 미래로 갈 길을 같이 한번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책을 썼는데 정쟁의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송 전 장관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싱크탱크에 참여하고 있다는 더민주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 총장의 싱크탱크 존재 여부도 모른다”고 했다. 송 전 장관은 채널A와의 통화에서는 회고록에 이 대목을 넣은 동기도 밝혔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할 때 우리는 뒤로 숨었다. 그래선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며 “말로만 하면 교훈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에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적시한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의 기억에 의존한 부정확한 기록이라는 야당의 비판과 관련해선 “엄격하게 따져서 사실관계를 기술했다”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 말미 ‘감사의 말’에서 “2012년 국회를 떠나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메모 수첩과 낱장의 쪽지들을 뒤지면서 과거의 기록과 생각을 복원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에서 ‘남북 경로를 통해 북측 의견을 확인하자고 결론 내렸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내용이 14일 공개되면서 정치권에 일파만파(一波萬波)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 정치권 일파만파 새누리당은 이날 저녁 이정현 대표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하는 등 공세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의혹이 아닌 사실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위험천만한 대북관을 가진 문 전 대표는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했고, 앞서 하태경 의원은 “북한을 상국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다”며 “사드 배치를 잠정 중단하자면서 중국과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발언을 한 것만 봐도 2007년과 달라진 게 뭔지 걱정이다”고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는 ‘송민순 회고록’ 국정감사를 방불케 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국기를 흔들 문제”라며 여야 조사위원회 구성과 안보정책조정회의 회의록 문서 열람 등을 요구했다. 원유철 의원은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이 ‘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느냐’며 기권으로 건의하자고 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민 안위가 중요하지 대통령의 심기와 북한의 입장이 더욱 중요하냐”고 지적했다. 더민주당은 당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적극적으로 문 전 대표를 옹호했다. 더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북한 인권결의안이 논의될 당시,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이 직접 나서서 개선하도록 촉구하고 해결이 안 되면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으로 가는 것으로 순서를 정했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포기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석현 의원은 “문 전 대표가 ‘정상회담은 정상회담이고, 인권 문제는 인권 문제인데 꼭 그럴 필요 있느냐’며 인권결의안에 찬성 입장을 얘기했다고 한다”며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희상 의원은 조사위 구성 제안을 비판하며 “정치 공세일 뿐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며 “정책적 결정의 시시비비는 추후에 나온다. 평가 기준은 역사”라고 말했다.○ 송민순 회고록의 진실은? 송 전 장관이 회고록을 쓴 의도와 신뢰성에 대한 설전도 치열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에 물어보다니 코미디”라며 “이런 일이 재발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송 전 장관이 회고록을 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석현 의원은 “송 전 장관은 연세가 많으신 분”이라며 회고록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김경협 의원은 “10년 전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쓴 회고록 일부를 발췌해서 모두 사실인 것처럼 정치 공세에 활용한다”고 여당을 비판했다. 한편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등 송민순 회고록에 등장한 3인방은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북측 의사를 타진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원장은 “(북한 인권결의안을) 북한이 반대하는데 물어보면 해도 좋다고 하겠느냐. 그걸 왜 물어보냐”고 부인했고, 이 전 장관도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이 아니라 반대해야 된다고 했다”면서도 “(남북 채널로 의사 타진은) 안 했다”고 주장했다. 백 전 실장은 “(남북 채널로 의사 타진했다는 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북한한테 물어볼 것도 없이 찬성투표하고, 송 장관한테는 바로 사표를 받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는데…”라고 언급한 회고록 내용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송 전 장관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책에 있는 대로입니다’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다만 추가적인 설명을 듣기 위한 통화에는 응하지 않았다.우경임 woohaha@donga.com·송찬욱·신진우 기자}

“4년 사이에 한국은 이(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해 불참-기권-찬성-기권으로 가는 지그재그 행보를 걸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북한대학원대 총장)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사진)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의 논란을 생생하게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05년까지는 남북 관계 개선 등을 고려해 불참하거나 결의안에 대해 기권했지만 2006년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시험발사(7월)하고 핵실험(10월)을 하면서 정부의 대북 압박이 진행됐다. 하지만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기류가 바뀌었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결의안 문제를 정식으로 논의한 11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송 전 장관은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결의안이 북한 체제에 대한 내정간섭이 될 수 있고, 남북 관계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기권을 주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에 부닥친 송 전 장관이 “찬성과 기권 입장을 병렬해서 지난해(2006년)처럼 대통령의 결심을 받자”고 했을 때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왜 대통령에게 그런 부담을 주느냐며 기권으로 건의하자는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당시 서울에선 남북 총리회담이 열리고 있었다. 노 대통령은 11월 16일 북한 김영일 총리를 비롯한 남북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이날 오후 노 대통령 주재하에 송 전 장관,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비서실장, 안보실장 등 5인의 토론을 거친 뒤 노 대통령은 “방금 북한 총리와 송별 오찬을 하고 올라왔는데 바로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고 하니 그거 참 그렇네”라며 입장을 잘 정리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날 저녁 송 전 장관이 대통령에게 마지막 호소문을 만들어 대통령 관저로 보내자 이를 본 노 대통령은 다시 회의를 해보라고 지시했다. 송 전 장관이 한국이 나서서 완화시킨 결의안 정도에는 찬성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유엔 북측 대표단을 설득하고 있다고 계속 주장하자 김만복 국정원장이 그러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다고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주장했다. 이 때 문 실장이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에 갔던 송 전 장관은 백 실장으로부터 북측 반응을 전달받았다. 북측은 “역사적 북남 수뇌회담을 한 후에 반공화국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남측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라는 요지의 태도를 나타냈다고 송 전 장관은 전했다. 이런 북한의 반대 의견을 접한 뒤 정부는 결의안에 대한 기권으로 방향을 정리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관계자는 ‘북한 측에 결의안 의사를 타진했다’는 부분에 대해 13일 “2007년 (정상회담) 직후 10·4 공동선언 내용을 가지고 남북 간 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던 시기”라며 “그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논의가 됐다면 이해가 되지만 북한인권결의안만을 갖고 물어보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다수의 의견대로 기권으로 합의해서 (대통령에게) 건의하자’고 했다는 대목에 대해선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론을 내기 때문에 비서실장이 그렇게 지시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도 ‘북한에 의사를 타진하자’고 나온 대목에 대해 “천만의 말씀이다. 북한인권결의안을 북한이 반대하는데 물어보면 ‘해도 좋다고 하겠냐’”며 “결의안에 대해 남북 통로로 주고받은 것이 없다. 난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한상준 기자}
잠재적인 야권 대선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아무리 강력한 조직도 민심 앞에서는 그야말로 풍전낙엽(風前落葉)이 아닐까”라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을 견제했다. 박 시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내년 대선에 출마한다면 문 전 대표의 조직 기반과 지지율을 극복할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서울시장 두 번 당선될 때도 정치세력이 없었다. 결국 모든 선출직 공직자의 운명이라는 것은 시대 요구, 국민의 부름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최근 살수차 소화전 사용 금지, 북방뉴딜 정책 발표 등을 통해 존재감 부각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가 야권 내 대세 굳히기와 아울러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라는 ‘본선용 전략’에 집중하자 박 시장은 야당 정체성 부각이라는 ‘예선용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시장이 이날 페이스북에서 청와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문화체육관광부로 보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런 야만적 불법 행위와 권력 남용을 자행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은 탄핵 대상 아닌가”라고 자극적 발언을 쏟아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서울시장의 위치와 직분을 넘고 넘어도 한참 넘는 막장 정치테러”라고 비난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 시장이 중도 표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포기한 걸까”라고 했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스트에 거론된 문화예술인 중 문체부의 기금 지원을 받은 경우가 100건이 넘는다. 사실과 다르다”고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한 뒤 기권 결정을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유엔에선 한국 정부가 결의안에 찬성할 것을 전제로 다소 완화된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협의하고 있었고, 북측 대표단에도 국제사회의 원활한 대북 지원을 위해 한국이 찬성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설득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하자고 제안했고,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남북 경로로 확인하자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북한은 부정적인 답변을 했고,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은 기권 방침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는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북한대학원대 총장)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12일 공개됐다. 송 전 장관에 따르면 정부는 그 전해인 2006년에는 북한인권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했지만, 2007년 10월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태도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결의안 문제는 그해 11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정식으로 논의됐다. 이후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부정적인 답변을 전해준 백종천 당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에게 송 전 장관은 “(북한이) 이렇게 나올 줄 모르고 물어봤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다음 날인 11월 21일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야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의혹과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 등에서 재단 설립 의혹과 관련해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와 CF 감독 차은택 씨(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차 씨가 단장에 임명된 배경, 차 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 대기업들의 미르·K스포츠 재단 기부 과정의 의혹 등을 쏟아냈다. 그러나 야당은 최 씨와 차 씨의 결정적인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1일 더민주당의 한 의원은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이라도 한 장 나와야 할 텐데…”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교문위 소속 의원들과 더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물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대선 때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가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의혹 제기만으로는 이 이슈를 계속 부각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한편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최고 연봉(기본급 기준)은 각각 1억6640만 원, 9879만 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르재단 최고 연봉은 35개 정부산하기관 기관장의 평균 연봉(1억2900만 원)보다 4000만 원 가까이 많았다. 이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사업장적용신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미르재단 직원 6명의 평균 연봉은 9218만 원(지난해 12월 기준), K스포츠재단 직원 8명은 6940만 원(올해 2월 기준)이었다. 이들 연봉 역시 정부산하기관 직원 평균 연봉(5807만 원)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한상준 기자}

야권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교체’를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경제 교체’,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정치 교체’,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래 교체’, 안희정 충남지사는 ‘시대 교체’를 각각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자신의 비전을 담는 동시에 다른 주자들을 견제하려는 속내가 깔려 있지만 비슷한 구호를 철마다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文-安, 2012년과 달라진 구호 문 전 대표는 6일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출범식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지금 대한민국 경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성장의 열매가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국민성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6월 대선 출마 선언 당시엔 정권, 정치, 시대 등 ‘3대 교체’를 내세웠다. 하지만 2014년 당 대표 취임 이후 ‘유능한 경제정당’ 등을 내세우며 경제에 초점을 맞춰 왔다. 야권 관계자는 “야권 최대 계파의 수장으로 기득권 세력이 된 문 전 대표가 정치 교체 등을 주장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8월 광주에서 “정치를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꾸고 시대를 바꾸라는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며 ‘정치 교체’를 선언했다. 지난달에도 “그간 정권 교체는 양 극단 세력이 주인공이었다”며 “이들을 배제한 합리적 개혁 세력이 새로운 틀을 만들자는 게 정치 교체”라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이 슬로건을 내년 대선까지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선 재수생’인 안 전 대표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새 정치’ 구호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내년 대선에 처음 도전하는 박 시장과 안 지사는 각각 미래와 시대 교체를 내세우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국가 주도 성장시대의 국정 운영 방식으론 대한민국 미래가 없다”며 “국가 시스템, 룰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도 “현재 2016년과 미래를 이끌려면 20세기로부터 벗어나고 20세기 낡은 정치와 리더십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시대 교체론’을 내세웠다. ○ 선두 주자 견제용? 약점 보완용? 일각에선 이들의 메시지가 선두 주자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이전 정부를 ‘경제 무능’,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를 ‘낡은 세력’으로 각각 폄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과 안 지사 역시 ‘미래’, ‘시대’라는 구호를 내세워 다른 주자들을 구시대로 보려는 시각이 담겨 있다. 반면 각자의 약점을 보완했다는 분석도 있다. 법률가 출신인 문 전 대표는 경제를, 의사·기업인·교수 등 출신인 안 전 대표는 정치를 각각 강조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희석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야권 주자들의 다양한 ‘교체론’에 대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두고도 정권 교체라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정권 교체만 외쳐선 안 된다’는 게 야권주자들의 문제의식”이라며 “시대정신을 찾으려는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문 전 대표가 최근 전문가 500여 명이 참여한 매머드급 싱크탱크를 출범시키자 박 시장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박 시장의 외곽 지지 조직인 ‘희망새물결’은 10일 현재 합류 인원이 7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희망새물결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대전세종희망새물결 출범을 시작으로 강원, 전북 등 지역별 조직이 잇달아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희망새물결은 호남지역 시민사회 인사들을 대거 참여시키는 등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호남 지역에서의 세 불리기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대선 정책 싱크탱크도 별도로 출범시킬 예정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우경임 기자}

"내가 왜 이 곳에서 필요한 사람인가, 이 업무에 적합한 사람인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제기구 취업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일~24일 각국 청년 인재를 채용하는 영 프로페셔널 프로그램(YPP) 지원을 받는다. 지난해 YPP에 합격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팀에서 정책분석관으로 일하고 있는 최안나 씨(31·여·사진)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과 달리 자신을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후배들의 도전을 격려했다. YPP채용 절차는 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 순서로 진행된다. 최종 합격 통지를 받기까지 보통 반년 정도 소요된다. △OECD 공식 언어인 영어 또는 불어에 능숙하고 △석사 학위 이상 소지하고 △유관 경력이 2년 이상이라는 기본적인 조건을 갖춰야 한다. 지난해에는 약 7000명이 지원해 22명이 최종 선발됐다. 읽고 쓰는 영어는 능숙하지만 말하기는 어려워하는 한국인들에게 최 씨는 "발음보다는 자기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리적으로 생각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장 경험도 중요하다. 최 씨는 2009년 3개월 동안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담당자 이메일 주소로 '일하고 싶다'고 무작정 메일을 썼는데 인턴 자리가 생긴 뒤 담당자가 다시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최 씨는 "OECD 직원 이메일로도 수시로 채용을 문의하는 연락이 온다"며 "PISA팀 같은 경우 중국 학생들은 많이 문의를 해 오는 반면, 한국 학생들은 그런 적극성이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각국 분담금만큼 인력 할당제를 운영하는 유엔과 달리 OECD는 오로지 실력대로 선발한다. 최 씨는 "한국인은 일을 똑 부러지게 한다는 좋은 평판이 있다"며 "OECD에서 일하면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국제적인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후배들의 도전을 주문했다. 그는 "OECD 인사담당자가 남성은 40%만 조건에 적합해도 지원하는데 여성은 90%가 맞아도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여성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다양한 나라,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넓은 시야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각국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죠. 바로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보람입니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야권이 검찰 수사 무마를 대가로 전직 검찰총장이 20억 원 자문료를 받았으며 이를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고 탈세했다는 의혹에 불을 지피고 있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에 이어 박 의원과 함께 ‘박 남매’라고 불리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까지 가세했다. 박 위원장은 9일 “전직 검찰총장 혼자 수임한 건 아니고 전체 액수가 20억 원인데 4개 법률사무소 혹은 로펌으로 분할된 것”이라며 “그분들이 세금 신고를 했느냐. 했다고 하면 문제가 없는데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은 이번 주 예정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부장검사 출신 이용주 의원을 중심으로 문제제기를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당 박 의원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조계 전관(前官)들이 세무 신고를 제대로 안 하고 있다. 수임 절차를 제대로 안 밟으면 (탈세가) 가능하다”며 “국세청이 이런 걸 조사해서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세청이 확인하기 전에는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13일 예정된 종합감사 때 국세청장의 답변을 토대로 추가 질의할 예정이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우경임 기자}

지난달 5차 핵실험에 이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가운데, 야권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제재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북방 뉴딜’ 구상을 처음으로 공개하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절차의 잠정 중단’을 주장하는 등 두 사람이 야권 지지층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는 듯한 양상도 벌어졌다. 박 시장은 이날 전북 전주YMCA 초청강연회 ‘평화통일과 대한민국의 미래’에서 “한국의 자본과 기술, 중국과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해 새로운 공업·산업단지를 개발하고 러시아 중국 유럽 일본이라는 거대 시장으로 진출하는 북방 뉴딜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한반도 종단철도를 연결하면 우리나라가 대륙으로 연결돼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강하게 비판했다. “(개성은) 북한군의 주요 남침 경로였고, 북한의 입장에서 군사적 요충지”라며 “안보를 생각하는 정부라면 이런 결정을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인도적 지원으로 시작해 풀뿌리 교류로 문화적 인적 교류와 경제협력이 쌓여 평화가 만들어지고 (나아가) 정치적인 법적 통일이 뒤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내년 (대선)엔 새 역사가 쓰일 것”이라고도 했다. “문제는 정치고 리더십이다. 답답하고 억울하고 한 맺힌 지금의 고통을 솜씨 있고 스마트하게 풀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면서도 “꼭 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신의 대선 경쟁력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최근 싱크탱크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문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사드 문제에 대한 제안’이라는 글을 올리고 최근 안보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제 와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과 한 합의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드 배치 절차의 잠정 중단을 박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그는 “정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고 부지까지 선정함으로써, 전 세계를 향해 북핵 불용 의지와 단호한 대응 의지를 충분히 밝혔다”며 “사드 배치를 위한 제반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북핵을 완전히 폐기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시 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북핵 폐기를 논의하는 데는 4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형식에 구애됨 없이 진행할 수 있다”며 북한과의 협상 재개 주장도 펼쳤다. 문 전 대표는 올해 2월만 해도 사드 배치가 실익이 없다며 부정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잠정 중단’이라며 사실상 사드 배치 반대를 철회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박 시장과 같은 날 경쟁적으로 안보 이슈에 대한 견해를 내놓은 것에 대해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그동안 고민해온 것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사드 배치 반대가 아닌 대안 제시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이나 북핵 폐기를 위한 확실한 대안 없이 대화 재개나 북방 뉴딜 같은 경제협력, 외교적 협상 등만 강조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사드 배치를 단순히 북핵 불용의 대외적 의지 표명으로만 보는 문 전 대표의 안일한 인식도 충격적이다”고 비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강경석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청와대 개입설에 대한 쏟아지는 의혹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두 재단의 남은 자금으로 10월에 새로운 문화체육재단을 설립하기로 해 일각에서는 간판 세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산 카드’로 의혹 끊어내려는 전경련 전경련은 30일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를 해산하고 문화 및 체육사업을 아우르는 750억 원 규모의 통합재단을 새로 설립하기로 했다”며 “신규 재단은 경영 효율성 제고, 책임성 확보, 사업역량 제고, 투명성 강화라는 4가지 기본 취지하에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법인을 해산하려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K스포츠는 지난달 29일 정동춘 이사장이 사임한 데다 나머지 5명의 이사진도 모두 사의를 표명한 상태. 그러나 아직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들의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아 이사회 개최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이사진이 남아 있는 미르도 이사회 개최에 문제가 없다. 전경련 관계자는 “절차를 모두 밟으려면 빨라도 10월 말에 해산 및 재단 신설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재단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던 전경련은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8월 추광호 산업본부장을 미르 이사로 파견했고, 최근에는 이용우 사회본부장을 K스포츠에 파견하기로 하고 문체부의 이사 선임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23일 전경련 추계세미나에서 두 재단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전경련이 이에 그치지 않고 재단 해산을 결정한 것은 지난달 26일 시작된 국감에서 연일 야당 의원들의 집중 포화가 쏟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시민단체가 의혹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을 29일 검찰에 고발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계속 부담을 안고 갈 바에야 논란거리를 아예 없애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다소 모양새는 이상할 수 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재단의 정상 운영이 힘들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의혹들 우선 단시간에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이 설립돼 거액의 기부금을 모은 이례적인 과정에 재계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는 문체부에 각각 2015년 10월 26일, 2016년 1월 12일 설립 신청을 한 뒤 하루 만에 허가를 받았다. 이때 제출한 창립총회 회의록과 정관은 거의 유사한 데다가 허위 사실까지 기재돼 의혹을 키웠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두 재단이 설립 절차와 제출 서류에 관해 문체부 직원과 사전에 상담했고 자료도 완비해 왔기 때문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거액을 자발적으로 출연했는가도 논란거리다. 미르는 486억 원(지난해 12월 기준), K스포츠는 228억 원(올해 8월 기준)을 모았다.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 퇴임 이후 활동을 위한 재단을 준비한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권력 개입 의혹은 두 재단 인사들이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나 2014년 대통령령으로 신설된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지낸 차은택 씨와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 확대됐다. 야당은 차 씨가 김형수 초대 이사장을 비롯해 최소한 3명을 미르 이사로 추천했다고 보고 있다. 사임한 정 전 K스포츠 이사장은 최 씨가 다니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이사장이다. 전경련은 “최순실 씨와 차은택 씨가 재단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와 전경련 모두 지금껏 제기된 의혹들을 완벽히 해명하지 못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의 향후 수사 과정도 변수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과거 정부 때부터 전경련이 주도하고 기업들이 암묵적인 비율로 돈을 내 재단을 만들던 관행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우경임 기자}
국감 파행 나흘째인 29일 여당 의원이 위원장인 일부 상임위원회에서 야당 간사가 회의를 진행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야당 원내지도부는 그동안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여당 소속 위원장 상임위에서의 ‘사회권 발동’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지만 일부 소속 의원이 직접 사회권 행사에 나서면서 새누리당 못지않게 영(令)이 안 서는 형국이 됐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감사원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의 사회로 처음 국감을 열었다. 야당은 참석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권 위원장에게 오전 11시까지 출석해 달라는 내용의 출석요청서를 보냈지만 권 위원장이 나타나지 않자 국감 개의선언을 했다. 박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야당 제1교섭단체 간사로서 직무대행을 수행하게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새누리당에 국감에 복귀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만 하고 오전 11시 반경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이날 경찰청 국감이 예정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현장을 찾아 고 백남기 씨 부검영장 발부를 비판하는 ‘릴레이 발언’을 했다. 강제로 사회권을 행사하진 않았지만 새누리당의 출석을 압박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위원장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오후 더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의 사회로 국감을 진행했다. 뒤늦게 도착한 새누리당 간사 박대출 의원이 항의했고, 고성이 오갔다. 박 의원은 “위원장이 사회권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 회의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일부 야당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에서도 사회권을 발동해 단독으로 국감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위 간사인 더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미방위가 열리고 있는 만큼 사회권 이양을 다시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 간사인 이학영 의원은 “국감 일정을 다음 달 4일로 연기해 새누리당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4일 이후에는 여당 참석과 상관없이 국감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하태경 의원은 국감 보이콧 당론을 깨고 국감에 복귀했다. 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 가운데 국감을 연 것은 국방위가 처음이다. 국방위 소속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엔 여야가 없다고 말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길진균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28일 “지금까지 직무수행을 하면서 헌법과 국회법을 어긴 적 없다”며 새누리당의 의장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정 의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만약 의장이 국회법이나 헌법을 어기면 응분 책임져야 하고, 그럴 생각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단식과 정 의장의 사퇴를 연계시킨 데 대해 “정당 대표들도 국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존중하고, 필요하면 대화도 할 수 있지만 국회 (운영) 관련해 내 카운터파트는 3명의 원내대표”라며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나온 ‘맨입으로 되느냐’는 발언 등과 관련해 야당이 유감 표명을 제안한 데 대해 “유감 표명할 내용이 없다”고도 했다. 정 의장이 사과를 거부하고 새누리당이 국감 복귀를 번복하자 여야 대치 정국의 돌파구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날 오전까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 이정현 대표 단식 중단’과 ‘정 의장의 사과 표명’이라는 중재안을 브리핑하며 출구전략 찾기에 고심했다. 오후 3시 40분경 갑작스러운 이정현 대표의 국감 복귀 선언이 알려지자 우 원내대표와 박 비대위원장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오후 6시경 국감 보이콧을 계속한다는 새누리당 의총 결과가 알려졌다. 야당 지도부는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여당 복귀를 기다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당내에서는 “사회권을 가져와 단독 국감을 하자”는 강경 대응 목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트위터에 “새누리당은 스스로 파산선고를 내렸다”고 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김재수 정국’ 나흘째인 27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국회 복귀를 호소할 뿐 마땅한 출구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야당이 투정 좀 부렸다고 여당이 전부 드러누웠다”는 푸념만 들릴 뿐이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를 주도한 더민주당은 고비마다 힘자랑만 했다. 전날 국정감사를 2, 3일 연기하자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중재안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의 당 대표 단식이라는 초강수를 불렀다. 그런데도 이날 당내에서는 단독 국감을 강행하자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날 여당이 위원장인 5개 상임위 소속 더민주당 의원들은 사회권을 넘기라고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일부 ‘강경파’ 초선 의원은 사회권을 넘겨받아 단독 국감을 하자는 내용의 성명서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더민주당은 이처럼 대치 국면이 길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원내 관계자는 “김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을 두고 공방이 오가다 국감이 하루 이틀 중단될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출구전략도 마련하지 않은 채 힘부터 썼다고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김재수 정국 해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 “여당이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 “당 대표의 단식이 비상식적”이라며 남 탓만 했다. 이날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권당 대표께서 단식농성을 하면서 같이 상황을 풀 수 있는 대화 채널이 다 끊겨 우려스럽다”며 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이 대표는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회가 파행 중인 이날 더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전북 김제를 방문해 지역 농민들과 쌀값 대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단식농성은 번지수가 틀렸다. 대통령에게 그냥 잘 보이고 싶은 것뿐이어서 대통령이 ‘장하다’ ‘잘했다’고 하면 (곧바로) 끝날 것”이라고 했다. 여당이 국회로 복귀할 명분을 주기는커녕 감정을 자극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국민이 어떤 야당을 바라는지 더민주당은 잊은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 우병우 거취 논란이 공론화할 수 있었는데 해임건의안으로 이슈가 묻혔다”며 “국민이 김재수(장관)를 얼마나 알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힘은 얻었지만 아직 어떻게 쓸지 모르는 것 같다. 대여 경고의 비용이 크다”고 우려했다. 우경임·정치부 woohaha@donga.com}

‘협치’ 운운하던 20대 국회가 한 치의 양보 없는 무한 정쟁에 돌입하자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26일 “그래도 정치로 풀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자신의 거취를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국회 정치 원로 및 전문가들은 국감을 시작으로 법안 심사, 예산안 심사가 줄줄이 대기 중인 국회에서 여야가 퇴로 없는 팽팽한 기 싸움을 하는 것을 우려했다.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대통령도, 야당도 브레이크를 푼 채 마주 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정쟁 국면이 길어지면 국민만 피해자가 된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도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과정을 보면 여야가 충분히 제동을 걸 수 있었다”며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국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김재수 대치 정국’의 원인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국회 논의를 무시하고, 반응도 보이지 않는 대통령을 보며 국민이 피곤을 느낀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한발도 물러설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아이가 울면 달래줘야 하는데 같이 울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전 수석은 “이번 해임건의안 통과 과정에서 정파를 초월한 중재자인 국회의장이 야당 당수 같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국회의장도 국정 운영의 한 축”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도 해답도 결국은 정치 여야 정치권이 ‘갈등의 진원지’가 됐지만 그 해결도 정치권의 몫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전 수석은 “결국 정치로 풀 수밖에 없다”며 “서로 명분을 만들어주는 대화를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됐고, 박 대통령은 단박에 거부했으니 퇴로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회의장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여야를 불러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여야가 최강수만 골라 두는데 서로 명분을 주고 물러날 자리도 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한다는 건 최악의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김 고문은 “야당은 국정감사를 2, 3일 연기하자는 정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계속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실장은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온갖 갈등이 생길 걸 알고 수용했다.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대통령은 장관을 10명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상대가 아무리 잘못해도 퇴로를 열어주고,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접고 책임지는 게 정치”라고도 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우리나라 정치 제도는 대통령제인데 내각제처럼 운영되면서 정부·여당 대 야당이라는 대립 구도가 고착됐다”며 “김 장관 스스로 물러나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가 냉각기를 갖고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식 요구 대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유근형·우경임 기자}

#.1지진에 무방비. 학교가 위험하다!내진설계 비율 23.8%원전 주변 대다수 학교도 '대책 없음'#.2연이은 지진에 학생들의 안전과 직결된 학교 건물의 내진설계 및 보강 여부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학교가 지진에 무방비 상태라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3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학교별 내진설계·보강 여부 전수조사 결과(2015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내진설계 및 보강이 된 학교 및 관련 시설은 23.8%에 그쳤습니다.#.4지역별 차이도 심했는데요. 서울은 26.6%인 반면 세종시는 68.9%라는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5나머지 지역의 현황은 정말 참담합니다. 경남 하동군은 33개 학교와 85개 관련 시설 중 단 1곳만 내진보강이 이뤄졌고 울릉도는 35개 학교 및 관련 시설의 내진설계 비율이 0%로 밝혀졌죠.#.6특히 원자력발전소 주변 '위험지역 내 학교' 103곳 중 내진설계나 보강공사를 한 곳은 18곳에 불과해 해당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7'위험지역 내 학교'의 분류 기준도 교육청마다 제각각인데요. 부산시교육청(기장군 고리원전)은 반경 5km로 전남·경북 도교육청(한빛원전·월성원전·한울원전)은 10km로 기준을 다르게 정해 놓고 있습니다.#.8이런 상황에 '지진 대비 매뉴얼'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학교가 많은데요. 12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5.8의 경주 지진 당시 경북 지역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던 122개 학교 중 지진 대비 매뉴얼대로 대피하고 하교한 학교는 18곳뿐이었습니다.#.9"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별 내진설계 및 보강현황 자료를 확인할 수 있게 블로그 (blog.naver.com/777byung)에 게재할 예정이다."-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10그간 지진을 남의 나라 얘기쯤으로 생각하고 있던 과오가 이제는 목전의 문제로 다가왔습니다.<지진 대비> 더 이상 다음 세대의 과제로 떠넘길 순 없겠죠?원본| 우경임·정성택 기자기획·제작| 김재형 기자·조현정 인턴}